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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치료 미약성 약물 넘친다

    최근 유엔 국제마약통제기구(INCB)는 한국 정부에 마약류인 주석산펜디메트라진·염산펜터민·염산디에칠프로피온 제제 등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성분은 바로 식약청이 마약류 비만치료제로 분류한 식욕억제제들이다. 이런 약제가 일부 병·의원이나 비만클리닉, 사설 비만관리실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식약청이 발표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식욕억제제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관련 제품 생산 규모는 2002년 6억 1000만원에서 2003년 110억 9000만원, 지난해에는 229억 6000만원 등으로 3년 새 무려 37.6배나 늘었다. 판매액도 2002년 5억∼6억여원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는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주로 주석산펜디메트라진, 염산펜터민, 염산디에칠프로피온 제제 등 세 종류로 모두 향정신성의약품 3∼4군으로 분류돼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1∼4군으로 나뉘며, 이 중 1∼2군은 각성효과가 과도해 의료용으로 허가가 나지 않는다. 중독성이 강한 필로폰은 2군으로 분류되며, 식욕억제제는 4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59년에 허가를 받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칠프로피온 등의 의약품은 그동안 끊임없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여 온 제품들. 실제로 미국에서 각광을 받으며 비만시장을 장악했던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및 이와 유사한 기전의 펜플루아민과 덱스펜플루아민 등을 복용한 환자가 심장판막질환으로 사망하는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드러나 97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전까지 펜플루아민의 처방 건수는 무려 700만건이나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95년 한 여성이 중국산 펜플루아민 제제를 임의로 복용하다가 자녀를 목졸라 죽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마약류 식욕억제제에 대해서는 유럽에서도 경각심이 매우 높다. 유럽에서의 임상연구 결과 펜디메트라진과 디에칠프로피온의 경우 1차 폐성고혈압의 발병 위험률을 6.5배나 높이며,12주 이상 복용할 경우 위험률은 무려 23.1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역류성 심장판막질환, 불안감, 두통, 변비,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는 펜터민과 디에치프로피온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처럼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장기 사용할 경우 1차 폐성고혈압, 심장판막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습관성도 강해 12주 정도의 단기 요법만 허가돼 있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 등에서는 규정을 어기면서 이들 약제를 과잉 처방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약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사람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남용되는 것은 주로 향정신성 약물의 습관성과 의존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자들이 불안감으로 인해 쉽게 약을 끊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약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의사들이 장기처방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대한비만체형학회 장지연 회장은 “향정신성 약물은 내성이 강해 초기에는 소량에도 잘 듣지만 점차 사용량이나 강도를 높여가야 한다.”며 “약물의 부작용을 환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해 환자가 약물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비만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판 중인 리덕틸이나 제니칼 등 공인된 비만치료제보다 이들 향정신성 약물의 가격이 싼 것도 남용의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치료제는 비급여 항목으로 장기 사용할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실제로 마약류인 펜터민 계열의 푸링정의 경우 1일 330원으로, 리덕틸의 3380원의 10%에도 못미친다. 여기에다 이들 의약품이 다른 약제와 병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마약류 비만치료제와 항우울제 등을 임의로 혼합 처방하거나 한방제제까지 섞어서 처방, 약물의 상호작용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향정신성 식욕억제제(펜디메트라진)를 영양제, 위장약 등과 섞어 처방한 신경정신과 의사를 기소하기도 했다. 대한비만학회 이규래 교수는 “약물선택에 있어 유효성과 안전성이 우선돼야 하는데, 비급여항목이다 보니 약가가 약물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보험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감옥서 펀치 날린다

    세계 여자 프로복싱 챔피언 결정전이 태국의 교도소에서 벌어진다고 태국의 일간 네이션이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세계권투평의회(WBC) 여자 105파운드 스트로(Straw)급 챔피언 결정전이 다음달 7일 태국의 교도소 안에서 열린다고 전했다. WBC는 주니어 플라이급의 상위 랭커인 미국의 카리나 모레노와 방콕의 클롬 프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여성 복서와의 스트로급 챔피언 결정전을 최근 승인했다고 네이션이 전했다. 카리나와 맞붙을 태국 여성 복서는 마약사범으로, 클롱 프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방콕 연합뉴스
  •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

    스크린에서만큼은 철이 들지도, 나이를 먹을 것같지도 않은 배우. 류승범(26)을 보는 한 시선이다. 인기배우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언제나 신인 같고, 주류에 발들여놓길 거부하는 고집센 아웃사이더 같은 그가 이번엔 ‘자연인 류승범’을 통째로 스크린에 내놓았다. 27일 개봉하는 ‘야수와 미녀’(제작 시오필름)에서 그는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려는 소심남 역할이다. 꽃미남도, 그렇다고 근육질 마초도 아닌 수수한(?) 외모 그 자체가 영화의 최대 동력이 된 셈. 추남 분장을 따로 하지도 않았으니 영화를 위해 앞뒤 따지지 않고 온몸을 던져버린 것이다. 뜨락에 붉고 노란 낙엽들이 꿈결처럼 뒹굴고 있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악동같은 미소, 분방한 몸짓은 기실 ‘배우 류승범’의 영화적 장치일 뿐이다. 샛노란 티셔츠에 보라색 넥타이를 단정히 맨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실없이 웃음을 흘리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스크린 밖에서 그는 ‘얼렁뚱땅’ 스타일과 거리가 한참 멀다는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발언을 하는 ‘단단한’ 배우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류승범 7문7답 1.지금까지의 출연작들과는 역할이 사뭇 다르다. 모처럼 편했을 것 같다. -정말 그랬다. 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이 영화는 가만 들여다보면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훨씬 더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2.한 여자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이번 캐릭터에는 특유의 화끈한 유머감각이나 뚝심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개인기를 자랑하지 않았다. -옆사람을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해줄 수 있을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공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영화보다 편하게 찍었다. 촬영현장에서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휴식같은 작품이었다. 3.주특기인 애드리브를 애써 자제한 흔적도 역력하던데. -‘류승범이라면 저 대목쯤에서 이렇게 나오겠지.’식의 관객 예상치를 꺾어보고 싶었다. 뻔한 건 관객도 재미없겠지만, 나도 싫다. 그래서 많이 참았다. 아, 그리고 이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애드리브 잘 치면 똑똑한 배우로 대접받는 분위기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잔가지일 뿐이다. 결코 뿌리가 되지 못하는. 4.배우로서 누구보다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행운아란 생각을 해보는지.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엄청나게 다작을 한 것 같지만,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배우생활 6년동안 주연한 작품은 ‘품행제로’‘아라한 장풍대작전’‘주먹이 운다’, 이렇게 3편뿐이었다.(인터뷰에서 가장 들떠서 대답한 대목이다.)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품행제로’가 흥행실패했을 때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 내가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자문해본 것도 그때였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 있는 게 인생이 아니구나, 인생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진실을 그때 깨달았다. 5.항상 아웃사이더 같은 이미지가 풍기는 게 ‘배우 류승범’의 매력이자 한계인 게 사실이다. -그게 참 어렵다(웃음). 내가 최근 내린 결론은 ‘언더는 없다, 아마추어가 있을 뿐!’이다. 나의 어디에서 그렇게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지 점검 중이다. 6.몇년 전의 인터뷰에서는 평생 배우로 살 마음은 없다고 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직업배우로 살고 싶다. 단, 대중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에 내 이름이 들어있나 아니냐에 연연하며 볼품없이 인생을 살진 않겠다는 마음이다. 7.이제 막 촬영에 들어간 차기작(‘사생결단’)에서는 다시 ‘쎈’ 캐릭터를 맡지 않았나.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마약판매상인데도 자신은 마약에 손조차 대지 않는 아주 차가우면서도 비열한 놈. 극장가에 나붙은 포스터를 먼저 봤다면 영화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털북숭이 야수 장갑을 낀 류승범이 아리따운 여자 옆에서 기죽어 있는 장면은 설렁설렁 웃기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 그러나 정작 영화는 그런 편견이 억울할 만큼 생각이 깊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주인공의 외모 콤플렉스가 중심소재가 된 영화도 없었다. 극중 역할은 시각장애를 앓는 여자친구 혜주(신민아)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시력을 회복하자 외모에 자신이 없어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고 만다. 하필이면 고교 친구 준하(김강우)를 자신인 것처럼 얼버무린 게 화근. 혜주와 준하의 만남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성형수술까지 하는 그의 노력에는 유쾌함과 안타까움의 감상이 반반씩 스며있다. 차가운 류승범이라…. 결빙의 순간에 그는 또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감각기관을 주무를지 벌써부터 기대가 쏠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무기 실은 항공기 北 출입 금지 조치

    미국이 중국과 옛 소련권 국가들에 무기를 싣고 북한을 드나드는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거부토록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이에 중국과 최소한 1개의 옛 소련권 국가가 협조하고 있다고 신문은 익명의 미 고위 당국자 2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또 중앙아시아의 접경지와 공항에 방사능 탐지장치를 설치해 북한이 옛 소련권 시설에서 핵물질을 빼내올 가능성을 감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새 조치는 지난 6월 이란의 화물용 항공기가 북한에 내리는 것을 미국 위성이 포착한 이후 급속히 추진돼 왔다.이란은 앞서 샤하브-3 미사일에 활용하기 위해 북한제 미사일을 구입한 적이 있다면서 문제의 화물기는 미사일 부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부품과 마약, 위조지폐를 수출해 핵 개발의 재원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20일개봉 ‘트랜스포터 엑스트림’

    화면의 눈속임을 즐거이 속아줄 마음의 준비만 돼있다면,20일 개봉하는 ‘트랜스포터 엑스트림’(Transporter 2)은 근사한 선택이 될 수 있겠다. 아드레날린 넘치는 추격전과 강렬한 액션으로 젊은 관객들을 포섭했던 ‘트랜스포터’(2002년)의 속편. 익스트림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아찔한 액션 시퀀스에 ‘007’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아이디어까지. 과장된 상황설정,‘오버’ 액션연기를 눈감아준다면 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할 흥미만점의 액션물이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비밀리에 운반해주는 일(트랜스포터)을 하던 프랭크(제이슨 스태덤)는 이제 위험한 일에서 손을 떼고 싶다. 그러나 잠시 부잣집 아들의 경호를 맡는 동안 아이가 납치되면서 예기치 않았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영화는 프랭크가 목숨을 걸고 경호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화려한 액션 퍼레이드로 펼쳐놓는다. 아이를 유괴한 이들은, 마약근절을 주장하는 세계 각국 대표단의 모임을 훼방하려는 콜롬비아 거대 마약상의 하수인들. 모임 멤버들을 제거하려는 음모 아래 아이의 몸에 치명적인 전염성 바이러스를 주사했다는 사실을 간파한 프랭크는 바이러스 해독제를 찾아 사투를 벌인다. 영화 속 액션은 만화에서 퍼온 듯 현실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무차별 총격전을 시종 혼자 감당하는 프랭크는 가루가 되고도 남을 위기상황에서도 번번이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다. 속도를 붙인 자동차를 공중으로 띄워올려 방금 이륙한 비행기를 따라잡아 그 안으로 몸을 옮길 정도. 1편에서처럼 뤽 베송이 제작, 시나리오 공동작업에 참여했다.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닌데도 화면을 압도해가는 제이슨 스태덤의 연기 스케일이 인상깊다. 조연급인 그를 1편에 이어 연속 캐스팅한 뤽 베송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육·해·공을 넘나드는 전천후 액션을 구사한 제이슨의 카리스마가 이 허풍 센 액션물의 ‘핵’이다. 감독은 프랑스 신인 루이스 레테리.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해외성매매 200명 중개 5명 구속

    국내 여성 200여명을 미국·일본 등지의 유흥업소에 보내고 알선료를 받아 챙긴 브로커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6일 현모(53·여)씨 등 인력송출 브로커와 모집책 5명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해외취업자 이모(25·여)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씨는 올 4월 미국 뉴욕의 유흥업소 업주 김모(55·여)씨로부터 성매매 여성 알선을 부탁받고 공범 서모(64)씨 등을 통해 이씨 등 여성 200여명을 소개받아 해외에 내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현씨 등은 자기 친인척 명의로 관리하던 유령회사의 허위 재직증명서와 소득금액증명서 등을 만들어 불법으로 비자를 받았으며 취업 여성 1인당 800만원씩 모두 6억원을 받아 뉴욕의 김씨와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취업자 이씨는 이들을 통해 올 4월 미국에 취업했으나 업주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마약 복용상태에서 성매매까지 강요당하다 두 달 만에 업소를 빠져나와 귀국했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발언대] 금연정책,의식변화에 초점 맞춰라/최창목 한국금연연구소장

    담배 한 모금도 심장에는 특히 해롭다. 기름을 사용한 튀김 종류의 음식을 다량 섭취한 뒤 피우는 담배는 심장발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오래전에 나왔다. 완전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담배의 실체를 탐구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철저한 준비 없이 금연에 임하면 백전백패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연 성공을 너무 힘들고 어렵게만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비생산적이다. 흡연자의 97%는 담배가 백해무익하다고 답하며,76% 정도가 금연을 희망하고 있다. 완전금연에 성공하기까지는 평균 8.5회 도전하는 것으로 얼마 전 미국에서 조사되었다. 담배를 끊는 약은 지구상에는 없다. 결론은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이기에 한번 담배의 중독성에 빠진 사람은 평생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담배 끊는 사람을 독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후진국적 통념도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다. 담배 자체를 독(마약)으로 보아야 한다. 흡연의 해악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1964년보다 훨씬 이전, 이미 담배는 약 400여년전(임진왜란직후)부터 우리 삶속에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1·2차 세계대전 당시 미적십자회원들은 부상병 치료에 담배를 약으로 널리 사용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총상을 입은 군인들에게 담배를 적극 권장했다는 당시 미국 간호사들의 활동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어리석고 왜곡된 담배역사를 입증하고 있다. 그간 금연운동에 편승해 특수를 누린 쪽은 금연보조제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사용자의 88%가 효능을 부정하며 재금연 시도시 다시는 금연보조제 사용을 고려치 않겠다는 본연구소 설문조사결과만 보더라도 소임에 불충실했던 것 같아 유감이다. 그렇다면 보다 효율적인 금연 성공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왜 담배가 ‘독’이며 ‘마약’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금연의 기본이다. 웰빙시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금연, 그러나 우리나라 성인 75%가 아직도 담배를 기호품으로 생각하는 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만큼 완전금연 성공은 요원하다. 확고한 국민의식 전환에 금연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때다. 최창목 한국금연연구소장
  • 전시회 때마다 수익금 교민돕기 기부 재미화가 한정희씨

    전시회 때마다 수익금 교민돕기 기부 재미화가 한정희씨

    “남들은 ‘막 퍼준다.’고 하지만 적자만 안나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 아닌가요?” 지난달 28일부터 한국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재미화가 한정희(52)씨. 그는 나눔의 기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스웨덴에서는 한국에서 온 입양아들을, 미국으로 이사가서는 마약에 빠진 청소년들을 돕고 있는 김씨.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죽을 때 돈 가져가나요?도움은 돌고 돕니다. 저는 남을 돕는 기쁨을 느끼면서 도움 받고 있는 셈이죠.” 한씨는 1978년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스웨덴 유학길에 올랐다. 교민들이 70년대 초반에 만든 ‘스웨덴 토요한국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면서 입양아들과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이 지나가면 늘 불러다 밥, 김치, 불고기를 만들어 먹였다. 생활이 어려운 애들을 위해 혼자서 김치를 무려 200㎏이나 만들어 팔기도 했다. 1983년부터는 입양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정체성 혼란을 크게 겪는다.”면서 “그래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스웨덴 부부와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한국인 장애아를 입양한 그 부부는 아이가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등 돌보기가 어려워지면서 사이가 나빠졌고 이혼 직전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씨는 아이를 대신 봐주면서 부부를 설득했다. 그 부부는 위기를 넘기고 현재 13살인 아이와 잘 살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오면서 약물중독 교포 청소년을 돕는 목사들을 알게 됐다.24시간 내내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부를 결심했다. “처음엔 1000달러를 기부하고 내심 뿌듯했죠. 문제를 점점 더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나섰어요.” 뉴욕에 거주하던 그는 50점의 그림을 LA로 가져와 전시회를 열었다.10만달러가 들어왔고 몽땅 기부했다. 그는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게 낫지 않냐고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마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지어 공부하기 위해 각성제 대신 마약을 하는 유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후 전시회 수익금은 자선이라는 타이틀 없이도 모두 기부하고 있다. 이런 생활은 한씨에게 익숙하다. 대학교 졸업 직후 강원도에서 아이들이 신발없이 다니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결혼자금으로 대학 4년동안 미대입시생을 대상으로 과외해 번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주고 돌아왔다. 혹시나 미련이 남을까봐 액수도 확인하지 않았다. “어머니한테 엄청나게 혼났죠. 지금도 저보고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남편이 저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줘서 고맙죠. 죽을 때까지 남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뉴욕 지하철 테러 경계령

    미국 뉴욕시가 며칠 안에 지하철에 폭탄테러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믿을 만한’ 정보에 따라 6일(현지시간) 지하철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뉴욕 시당국은 지하철 승객들의 가방과 유모차, 수하물 등을 일일이 검색하고 주변에 경찰관을 증강 배치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이 정보가 구체적이기는 하지만 그리 믿음이 가는 정보는 아니라고 밝혀 테러 정보의 신빙성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졌다. 뉴욕시의 테러경보는 9·11 이후 ‘오렌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위협으로 테러경보가 상향조정되지는 않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뉴욕경찰청에서 레이먼드 켈리 청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 지하철을 지목해 이번처럼 구체적인 위협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파리 지하철 테러 협박사건 용의자 검거 후 열흘쯤 지나 이같은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에 따라 지하철 구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시장은 테러 정보가 해외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 외에 위협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켈리 청장은 시민들에게 의심스러운 인물이나 행동을 목격하면 곧바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평일 하루 470만명이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의 468개 역에는 이미 경관들이 배치되고 정·사복 경찰들이 지하 터널을 순찰하고 있다.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 유람선, 항만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고 마약 탐지견들이 동원됐다.7일 오전에는 맨해튼의 펜실베이니아역 일부를 폐쇄하고 무장한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사법당국 관리에 따르면 이 정보는 이라크에서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작전 결과 얻어진 것으로,‘20명에 가까운 공작원들이 서류가방에 폭발물을 숨긴 채 뉴욕 지하철에 잠입하기로 했으며 이달 중순까지는 공격이 실행된다.’는 것이 골자라고 뉴욕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한 관리는 “세 사람이 뉴욕에 잠입한 공작원들과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보가 지난주 한 정보통으로부터 전달됐다.”며 “뉴욕에 대한 테러위협과 관련해 이라크에서 두 명을 구금했고 한 명은 추적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CNN은 군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번에 입수된 테러 정보를 바탕으로 바그다드 남부지역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 검거 작전이 실시됐다고 밝혔다. 또 뉴욕 경찰과 연방 수사당국은 미국에 잠입한 이라크 조직원을 검거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펼쳤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상) 베를린 현지 르포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상) 베를린 현지 르포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전역에서는 지난 3일 크고 작은 통독 15주년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분위기는 지난 1990년 10월3일 당시 총리로서 통일의 주역을 맡았던 헬무트 콜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독일이 분단의 역사에 종말을 고한 첫 해의 행복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옛 동독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자괴감과 실망감이 팽배하고 심지어 이전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어느덧 통일 15주년을 맞은 독일을 찾아 통일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베를린·포츠담 함혜리특파원|통독 기념일인 3일 베를린 시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거대한 축제가 열렸다. 록밴드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언제 분단시절이 있었느냐는 듯 축제 분위기에 도취해 있는 젊은이들 사이로 간간이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도 눈에 띈다. 소시지와 감자·버섯 등을 안주 삼아 맥주잔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흥겹다. ●통일의 두 얼굴 전날 방문했던 베를린 인근 포츠담시의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포츠담시는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의 주도로 동독에 속해 있던 지역이다. 연방주가 돌아가면서 통독 기념행사를 주관하는데 올해는 마침 브란덴부르크주가 주관했다. 포츠담 시내 중심부의 루스트 가르텐(즐거움의 정원)에서는 ‘미래가 자란다-통일 15주년’이라는 주제로 곳곳에 설치된 가설무대에서 콘서트, 메이크업쇼, 헤어쇼 등 각종 축하행사가 열렸다. 가족·친구들과 어울려 나들이 나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민들의 표정은 그러나 그다지 밝지 않았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앉아 공연을 감상하고 있던 클로프트 부부에게 지금의 생활이 행복한지 물었다.50세 정도 돼 보이는 클로프트가 오른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그저 그렇다는 뜻이다. 통일된 후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90년 6.4%였던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2004년 19.5%로 치솟았다. 서독 지역(8.9%)의 두 배 이상이다. 브란덴부르크주의 경우에는 공식적인 실업률이 25%에 달하고 실제 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18살 된 딸 카트린과 축제를 보러 나온 마리아는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좋은 가전제품을 갖추게 된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과거가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멈춰 버린 경제성장 외형상 통일은 독일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 틀림없다. 옛 동독 지역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동독 지역의 개인소득은 서독 지역의 83%까지 올라가 1991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주거비용과 공공요금까지 감안하면 87%에 육박한다. 통일은 또 동·서독인 모두에게 ‘반쪽 독일인’이라는 문화적·심리적 콤플렉스를 완전 해소시켰다. 동독 지역의 환경은 개선됐고 인프라도 많이 구축됐다. 법체제도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과 문화재도 복원됐다. 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같은 생활수준의 향상은 동독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해서 성취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서독의 동독에 대한 재정이전 덕분이다. 독일 정부는 통일이 이뤄진 1990년 이후 무려 1조 2400억유로(약 1550조원)를 옛 동독 지역에 쏟아부었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해당하는 850억유로가 투입된 셈이다. “문제는 투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고,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동독 지역의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라고 유력지 디벨트의 우베 뮐러 기자는 분석했다. 통일 직후인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동독 지역은 서독 지역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보였다. 동독의 1인당 GDP는 1991년 서독 지역의 42.3%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6년 67.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성장을 멈춰 버렸다.2004년의 경우 1인당 GDP는 서독의 67.2%에 해당한다. 동독 지역의 민간경제가 너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독일 전체의 상장기업 가치가 21조유로인데 이 가운데 동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0.1%(14억유로)에 불과하다. 연매출 500만유로 이상인 기업 중 11.2%만이 동독 지역에 소재해 있다. ●인구이동 심화 통독 이후 동독의 인구는 140만명이 줄었다. 이중 60%가 동독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사람들이다. 특히 일할 능력을 가진 젊은 층의 이주비율이 높다.IWH연구소에 따르면 1991년 이후 동독 지역의 노동가능인구(15∼65세)가 110만명 줄었다.2004년 동독을 떠난 사람 중 54%가 18∼30세의 청년층이다.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1600억유로를 사회간접자본 확충, 주택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지만 투자효과는 미미하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늘어선 대부분의 건물이 텅 비어 있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건물이 낡아서가 아니다. 대부분 새로 지어지거나 증축된 건물이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일자리도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간 탓이다. 동독지역에는 비어 있는 주택만 100만여가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5년간은 인구이동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낮은 출생률까지 겹쳐 2020년에 인구는 현재보다 11%가 줄어들고, 노동가능인구는 22%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에 대한 향수 독일 정부는 동독 지원금 부담으로 재정상황이 유럽연합(EU)의 재정 안정화 조약을 위반할 정도로 악화됐다.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었지만 생산성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낮은 경제성장, 높은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만들어 버리고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의 동독 경제 통합 노력이 성과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정치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방적인 원조에 ‘중독’된 동독 주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을 정치권 탓으로 돌리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동독 지역 주민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헤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차기 총리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lotus@seoul.co.kr ■ 동독지역 주민 슐츠 “기존 일자리 90%가 사라져 월급 없지만 연금이 더 많아” |베를린 함혜리특파원|“감격의 눈물이 복받쳐 올라 참을 수 없었다. 밤에 친구들을 모두 깨우고 우리 집에 모여 소중한 날 마시려고 지하창고에 간직했던 포도주를 따서 축배를 들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일 저녁 옛 동독 지역의 알렉산더 광장 한 모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맥주집. 아돌프 슐츠(65)는 통독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한번 눈물을 그렁거렸다. 기자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던 그는 “한국 국민도 빨리 통일의 감격을 맛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슐츠는 베를린 지역의 일간지 베를리너 자이퉁의 납활자 식자공으로 일했다. ▶독일이 통일된 뒤 피부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었다. 동독은 실업이 없었다. 기존의 일터가 90% 이상 사라졌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동독 시절에는 당원이 되고, 당에서 정해 주는 곳에서 일을 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긍정적인 측면의 변화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표현과 이동의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었고 곳곳에 경찰이 있고 당원이 있어서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당에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곧바로 강등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가야 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힘들지 않나. -빵이나 맥주 같은 기본 생필품은 예전이 물론 더 쌌다. 하지만 쓸 만한 가전제품이나 고급품의 경우 구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예전에 동독산 자동차 한 대를 사려면 13년을 기다려야 했다. 웬만한 것도 신청하고 나서 6개월을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없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전이 좋았던 것도 많다. 교육 시스템은 나라 전체가 동일했기 때문에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주마다 시스템이 달라졌다. 동독에서는 모든 직장에 보육시설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게다가 모두 무료였다. 아이들은 무사히 잘 자랐지만 지금은 아이들 키우기가 힘들다. 마약이나 부랑자들로 인한 범죄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 체제로 돌아가기를 원하나. -결코 아니다. 자유가 있는 지금이 좋다. 생활도 솔직히 많이 좋아졌다. 과거에 노동으로 벌었던 월급보다 지금 받고 있는 연금이 많다. lotus@seoul.co.kr
  • 29일 개봉하는 ‘강력3반’

    29일 개봉하는 ‘강력3반´(감독 손희창, 제작 씨네넷)의 미덕은 대한민국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 영화라는 점에 있다. 범인들과 권총 대결을 벌이고, 차량으로 추격하며 도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존의 할리우드나 홍콩 누아르식 경찰 액션 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악에 맞서 싸워 정의를 지키는 영웅담이 아닌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우리네 경찰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 똘똘 뭉친 사명감으로 마음만은 인터폴이지만, 현실은 팍팍하기만 한 대한민국 경찰의 초라한 현주소를 초년병 형사 김홍주(김민준)의 시선을 통해 풀어낸다.“범인들이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값비싼 음식 먹고, 날쌘 외제차 타고 도망칠 때, 우리는 좁은 차안에서 빵 먹어가며, 새우잠 자고 느려터진 경찰차로 범인을 뒤쫓는다.”는 그의 대사에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압축돼 있다. 영화는 명쾌한 캐릭터 설정과 열악한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형사들의 애환에 초점을 맞추며 호기롭게 시작한다.3초만 봐도 범인인지 아닌지 파악 가능한 능력의 신참 김홍주, 강력계 15년 차의 베테랑이지만 지독한 건망증을 지닌 문형사(허준호분), 죽어라 노력하지만 허탕만 치는 재칠(김태욱), 그리고 매일 아내에게 구박만 받는 육반장(장항선). 이들이 모인 강력3반은 매일 ‘고과와의 전쟁’을 벌인다. 잡범이라도 잡아 실적을 채워 수사비 삭감을 피하려고 하지만, 그도 쉽지 않은 일. 어느 날 우연히 잡은 잡범이 거대한 국제 마약조직의 중간거래상인 것을 안 이들.‘대박’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직접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초반의 참신함은 진부함으로 덧칠돼 가는 느낌. 늘어지는 스토리 전개와 다소 과장되고 작위적인 상황 설정도 그 이유지만, 경찰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불쑥불쑥 등장하는 필요 이상의 ‘형사 고충론’은 ‘과유불급’을 느끼게 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됐다면 더 많은 공감을 샀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15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저소득층 8만명 울린 ‘맹물접종’

    그 해 감기에는 효과가 없는 해지난 독감예방 백신을 의사 처방 없이 놓아주고 돈을 챙긴 전직 간호사 등이 붙잡혔다. 당장 밝혀진 것은 2700건 가량이지만 경찰은 이들이 5년간 무려 8만여명에게 백신을 주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건물 청소원 등 저소득층을 상대로 시중보다 싼 값을 미끼로 불량백신을 접종해 왔다.●시중보다 싼값 미끼 청소원등에 접종 서울 수서경찰서는 26일 독감백신을 의사 처방 없이 접종한 전직 간호사 송모(48)씨에 대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송씨에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약품을 공급한 D약품 업체 대표 홍모(45)씨 등 8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씨 등은 지난 2일 서울 삼성동의 오피스빌딩 용역업체 사무실에서 유통기한이 3일밖에 남지 않은 독감백신을 심모(54)씨 등 32명에게 놓아주는 등 2001년 10월부터 최근까지 2663명에게 효과없는 백신을 접종했다. 독감예방 주사는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년도에 만들어진 백신은 예방효과가 없다.●아파트단지 등에 병·의원 예방접종처럼 속여이들은 1인 접종분량의 백신을 4000∼4500원씩에 사서 7000원씩 받고 접종, 모두 15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송씨 등은 서울시내 및 수도권 일대 기업체, 아파트 단지 등에 버젓이 병·의원 부설 검진기관에서 예방접종을 하는 것처럼 안내문을 보냈다. 주로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건물 용역업체 직원, 저소득층이 대상이었다.병원 접종료 1만 5000∼2만 5000원보다 싸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송씨를 찾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9월 말부터 그해 맞는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므로 이때부터 11월 사이에 정식 의료기관을 찾아 접종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또다른 불법접종 포착 추적 경찰이 이들로부터 확보한 2001년 이후 접종일지에 따르면 송씨 등은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 공장과 성남시 분당의 교회 등에서도 7만 8420명에게 예방주사를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접종 받은 약품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현재 이들 외에 또다른 불법 접종행위를 포착하고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일반 의약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마약류처럼 폐기를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도매업자 등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유통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식약청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3만여종의 약품을 하나하나 추적·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여담여담] 재난보다 무서운 공동체 붕괴/박정경 국제부 기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 재즈가 멈춘 곳에 흑인들의 절규만 남았다. 흑인의 비율이 워낙 높은 도시이긴 하지만 왜 임시 대피소 슈퍼돔에 모인 이재민들은 하나같이 흑인이었을까. 아직 사망자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흑인의 비율은 매우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언론은 빈곤이 피해를 키웠고, 흑인들은 차도 돈도 없어 대피 대신 잔류를 택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그것 때문이었을까. 궁금하던 차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의 블로그에서 흑인들이 유난히 재난에 취약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봤다.1995년 시카고 혹서 때 숨진 사람 대부분도 흑인이었다고 한다. 빈곤으로 치자면 히스패닉도 큰 차이가 없는데 말이다. 당시 미국 동북부와 중서부를 덮친 폭염으로 669명이 사망했고 가장 심했던 시카고에서는 376명이 숨졌다. 흑인 노인들은 에어컨이 없거나 고장난 집에서 그냥 죽음을 맞았다. 반면 히스패닉들은 에어컨이 있는 이웃 히스패닉의 집에 모여 살인적 더위를 견뎌냈다고 한다. 미국 흑인 가족의 해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가장은 마약 소지 및 거래 등으로 감옥을 들락날락하기 일쑤고 부모와 자녀는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무슨 일을 당해도 국가가 개입하기 전에는 당장 돌봐줄 가족이 없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흑인은 미국 인구의 12%이지만 수감자의 50%(약 100만명)를 차지한다. 흑인 남성의 절반이 일생에 한번은 감옥에 가며 14명 중 1명은 감옥에 갇혀 있다. 여성 마약재소자의 대부분도 흑인이며 이중 75%는 아이를 가진 엄마다. 그 엄마의 아이가 푼돈을 벌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 소년원에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빈곤이 범죄 유발과 공동체 붕괴를 넘어 재난을 키운다고 봐도 지나친 확대해석은 아닌 듯싶다. 카트리나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허리케인 리타가 텍사스 휴스턴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량들로 주변 도로가 장사진이다. 뉴올리언스와 마찬가지로 상당수 흑인들이 도시에 남아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는 외신들 보도는 “카트리나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에 공허함만 더한다. 박정경 국제부 기자 olive@seoul.co.kr
  • [열린세상] 북·미관계 정상화가 선결과제다/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 교수

    ‘북한 핵문제’가 3년만에 어렵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2002년 10월, 이른바 ‘제2차 북한 핵문제’는 처음부터 우습게 시작되었다.“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미국 정부의 일방적 발표로 촉발되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시인한 적이 없다.‘2차 북한 핵문제’의 발단이 되었고 한반도를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던 그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은 이번 공동성명의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 지난 3년동안 왜 이 난리를 피웠는가? 북한이 플루토늄을 통한 핵개발을 추진하도록 사태를 악화시키고,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까지 몰고 갔다. 여기에 대해 미국 정부의 어느 누구도 해명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무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틀과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이제 겨우 실마리를 찾기는 했지만 엉킬 대로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안전보장과 관계정상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확보하고 북·미수교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55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는 섣부르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여러차례 관계정상화를 약속한 바 있으나 지금까지도 원점을 맴돌고 있다.1994년 ‘제네바합의문’에서는 “상호관심사항에 대한 진전이 이루어지는 데 맞추어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킨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또2000년 10월의 ‘북·미 공동코뮤니케’에서도 사실상 북·미간 수교에 합의하고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북하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늘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북·미관계 정상화는 언제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북·미간 관계정상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훨씬 어렵고 지루한 협상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시 2기에 들어와 북·미관계 정상화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이전처럼 단순히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문제가 해결되면 관계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자유가 확산’되어 체제변형이 이루어진 북한이라야 비로소 관계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부시행정부내 강경파들은 숨을 죽이면서 파투 놀 기회만 노리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물론이고 마약문제 심지어는 위조지폐문제까지 끄집어내면서 방해할지 모른다.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을 계속 제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미관계는 다시 꼬여가고 북한 핵문제 협상도 원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미간 관계정상화 문제가 맨 마지막 의제로 돌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미관계 정상화는 선행과제다. 북한과 미국은 조기에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또 미국은 협상조건을 핵문제에 한정해야 한다. 유엔 가입국이고 수교국수가 150개국이 넘는 북한과 수교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북·미수교협상은 북·미간에 모든 현안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마지막에 도달하는 종착점이 아니라, 현안들을 푸는 열쇠이다. 북·미수교는 북한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북한 핵문제를 풀어가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 협상은 상호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바로 북·미관계의 정상화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 교수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占 즐기는 일본인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占 즐기는 일본인

    일본의 ‘경로의 날’ 휴일인 지난 19일 오후 도쿄 이케부쿠로의 세이부백화점 7층에 있는 5개의 점(占)집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여성 고객들의 모습은 이채로웠다. 긴자·신주쿠 등 번화가에서는 때론 수십명의 거리점술가인 ‘가이센(街占)’이 손님들을 맞는다. 늦은 밤 시장통에서도 거리의 역술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점집들은 주택가에도 산재한다. 점은 일본인들의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계층을 떠나 점을 즐기는 사람들. 점치기는 일본인들의 생활이다. 새해 첫날 주변의 신사를 찾아 참배를 한 뒤에는 일년 점을 친다. 대형 서점에 가면 대부분 점 관련 전문서적 코너가 마련돼 있고, 베스트셀러도 많다.TV방송들은 아침 출근시간 전 하루 운세를 다투어 방송한다. 민영방송의 점술 관련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1위일 정도로 유행이다. ●점치기로 새해를 맞는 일본인들 일본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의 3분의2 정도가 새해 연휴에 신사를 찾아 참배한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100엔 정도를 내고 ‘오미쿠지’라는 것을 산다. 거기에는 1년이나 평생운수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대부분 “말년 운이 좋다.”는 등의 덕담들이 담겨 있다. 신사참배는 휴가 때나 여유가 생기면 한다. 그때마다 점을 친다. 점치기는 일상생활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도쿄 동부의 이바라키현 쓰쿠바산 정상 부근에 ‘솥바위’라는 것이 있다. 그 바위의 벌어진 틈에 돌을 던져 들어가면 운수가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다. 이케부쿠로 세이부백화점에 점집들이 입주해 있는 것도 이채롭다.7층의 점집들에는 연간 1만 5000여명의 시민들이 점을 치러 온다고 한다. 점 보기가 붐을 이루자 최근 이 백화점에는 또 다른 ‘점코너’가 생겼다. 도쿄 시내 주택가에 가면 어디서든 쉽게 ‘占’이라는 간판들을 볼 수 있다. ●유명한 점술사들은 사회 저명인사 요즘 일본의 최고 유명인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아니고, 점술가 호소키 가즈코(67·여)라는 말이 있다.TBS의 화요일 황금시간대 등 여러 민방에서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요즘 인기 절정이다. 그렇다 보니 방송사들간 ‘호소키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그녀는 방송에 출연, 유명인사 등의 점을 현장에서 봐준다. 그녀가 의상비로만 2억엔 이상을 지출한다는 얘기도 있다. 출연만 했다 하면 시청률이 급상승하고, 방송에 입고 나온 옷은 순식간에 유행한다고 한다. 서점에서도 호소키 열풍은 대단하다. 대형 서점 입구에는 내년도 운세를 알리는 호소키의 각종 저서와 큼지막한 사진이 걸려 있다. 그녀의 무료 점보기 사이트도 대인기다. 관련 웹사이트만도 수만개다. 이처럼 인기를 끌면서 “호소키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점보기를 유행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신주쿠의 대모’로 유명한 구리하라 스미코(75)는 지난 48년간 신주쿠의 유명 백화점 옆에 있는 점집에서 무려 250만명의 점을 봐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녀의 점은 ‘심리카운셀링’ 효험이 큰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방송에서도 인기다. 지금도 하루 8시간 ‘영업’을 하는 그녀는 20대 중반에 젖먹이 외아들을 친정에 놔두고 상경, 점쟁이가 된 것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점을 봐주고 있어 효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점 배우기 열풍 도쿄 시내에는 많은 역술 학원들이 있다. 도쿄역점학원의 경우 기학(氣學)·역학(易學) 기초과정 12회 수강에 입학금이 3만엔, 수강료 4만 950엔, 교재료 5250엔, 친목회 교류비 6000엔 등 모두 8만 2200엔(약 82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인기가 높다. 중등·고등·전공과로 이어지고 통신코스도 개설돼 있다. TA라고 밝힌 42세의 여성은 현재는 취미로 점술을 배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서양철학보다는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었고, 동양철학을 배우는 일환으로 일하는 틈틈이 학원에 다닌 것이 벌써 3년6개월이다. 앞으로도 계속 학원에 다닐 생각이며, 언제든지 점술사가 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 다닌 뒤 직업점술가로 나선 경우도 많다. 이 학원의 주임교사 하세가와 료세이(56)는 출판사에 다니면서 10년간 밤시간에 역술학원에 다녔다. 사주팔자와 풍수에 강하다. 지금부터 십수년 전 역술인으로 전업, 강의도 하고 학원과 집에서 점도 친다. 개업운 등 그에게 점을 보려면 1시간에 3만엔을 내야 한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외교문제도 점을 친다고 말했다. 한국 역술인과도 교류가 깊다. ●요즘은 그저 점을 즐긴다 일본인들은 점에 관대하다. 전직 회사원 와시모리(55)는 과거에는 일본인들이 사업이나 금전운 등을 점치는 점보기가 성행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저 즐기는 점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이들은 심심풀이로 점을 즐긴다고 했다. 회사원 다카하시(39)도 새해 초 신사에 가서 오미쿠지로 그해 운수를 점치는 정도다. 실제 그가 점을 보기 위해 역술가를 찾은 경우는 없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하다고 한다. 고독한 현대인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역술가를 찾아가 심리상담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의 말처럼 대형서점에 가면 알코올·도박, 담배·마약 등의 중독이나 의존증에 대한 연구서적은 많지만 점 의존증에 대한 연구서적은 찾기가 어려웠다. 대신 점을 즐기는 방법에 관한 책들만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점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방증도 된다. 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인 여성 75.6%, 남성의 56.5%가 점 보기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접 점을 본 응답자 중 70% 이상이 점이 맞지 않았다거나, 점으로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결과에는 신경쓰지 않고, 즐길 뿐이라고 덧붙였다. taein@seoul.co.kr ■ 도쿄 역점학원 야가키 기누코 대표|도쿄 이춘규특파원|다양한 점술을 가르치는 도쿄역점(易占)학원 대표 야시키 기누코는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점 보기를 즐긴다. 하지만 사회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학원에서는 무얼 가르치나. -역학, 관상학, 풍수지리, 사주팔자, 인상학, 수상(手相)학, 성명학은 물론 서양 점성학도 가르친다.27년째 이곳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은 몇 명이고, 어떤 사람들인가. -학생 수는 300여명이다. 매우 다양하다. 가정주부, 술집주인, 증권사 임원, 대학 교수도 있다. 초보자가 많지만 6년 이상 다닌 사람도 있다. 오전에는 주부들이, 밤에는 직장인들이 주로 배운다. 낮에는 프리랜서들이 많다. 미국에 유학한 주부(30대 초반)가 미국에 돌아가 역술가로 활동하기 위해 배우기도 한다. ▶어느 정도가 직업 역술가로 나서나. -20∼30%가 직업 역술가가 된다.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많다. 프로로 전향해도 성공 확률은 낮고, 매달 20만∼30만엔 벌기가 힘들다. ▶일본내에 이런 학원은 많은가. -도쿄시내에만도 큰 학원이 많다. 거대 언론사 문화센터에 역술 강의가 있는가 하면 자택에서 개인 교습도 열린다. 학원에 따라 신용도 차이가 나 학원이나 선생들의 책임의식이 매우 높다. ▶일본인의 점에 대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즐긴다. 점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심리상담 수준으로 생각한다. 사회적 문제까지는 아니다. 이성·가족·친구·회사 동료관계 등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점을 친다. 신앙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점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의 종교관과도 연관이 있다. ▶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없나. -그 정도는 없다. 예를 들어 몇년 뒤에 집을 살지, 돈을 어떻게 버는지 등 지나치게 상업적인 것은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 그런 것을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 학원은 망한다.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호소키류의 점교육은 시키지 않는다. ▶그럼 심리치료 기능을 하나. -과거에는 돈을 번다든가, 집을 산다든가, 개업 등의 운을 점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심리상담 기능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비용도 싸다. 복채는 대개 건당 1000엔이며, 보통 15∼20분간 건강과 운세 등 3건 정도의 점을 치고 3000엔을 지불한다. ▶장기불황 뒤 점 보는 남성들이 늘었나. -학원생 10명 중 2명 정도가 남성이다(실제 한 강의의 경우 학생 11명 중 2명이 남성). 구조조정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점을 보러 다니거나, 이런저런 문제로 역술학원에 다닌다. 직장에 다니며 장래에 대비하는 남성들도 있다. 새 일에 도전하고, 정보교환도 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언제부터 점이 대유행하고 있나. -주기가 있다. 지금이 대유행의 절정기다. 휴대전화 점이나 인터넷 점이 생기면서 점이 더 유행을 타는 것 같다.(야후재팬 등의 점 보기는 매출이 전년 대비 4∼5배 급신장 중이다.)왕씨 성의 중국인도 점을 배우고 있으며, 서양 사람도 외국에서 (일본어로) 전화를 걸어와 점을 보는 경우도 있다. taein@seoul.co.kr
  • 입국때 휴대품신고 의무화

    오는 10월1일부터 공항으로 입국하는 모든 여행자들은 휴대품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입국 절차가 다소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관세청은 21일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모든 여행자들에 대해 입국 때 휴대품신고서를 내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여행자인 것처럼 위장한 테러 혐의자의 밀입국과 총기류·폭발물 등 테러이용 물품 반입을 막기 위해 이같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자 휴대품신고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입국 여행자가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은 항만을 제외한 공항 입국자의 경우 신고대상 물품이 있을 때에만 휴대품신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여행자 휴대품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점을 악용, 마약과 총기류 등을 신고물품이 없는 선량한 여행자에게 대리운반시켜 밀반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곽태헌기자 tiger@seoul.co.kr
  • 노숙인21명 성프란시스大 인문과정 입학

    “모두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낡은 것은 벗어버리고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자.”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월동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에서는 남루한 옷차림을 한 중년남성 21명의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이들은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의 첫걸음을 떼는 학생들. 센터와 삼성코닝이 노숙인 자활을 돕기 위해 함께 만든 이 과정에서는 내년 2월까지 주 3차례에 걸쳐 철학, 역사, 예술사, 문학, 작문 등 기초 인문학 소양교육을 한다. 입학생들은 면접시험 등 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입학식장은 한동안 잊었던 배움의 길로 다시 들어선다는 노숙인들의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찼다. 신입생 대표로 소감을 발표한 박만기씨는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과 바람은 다른 사람들 못지 않다.”면서 “내가 철학과 창작을 배운다면 사람들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배움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17개월째 노숙을 하고 있다는 한정식(46)씨는 갈비집을 운영하다가 실패하고 부인이 투병생활을 하다 재산마저 축나 거리에 나앉았다면서 “절제되지 못한 삶을 반성하고 고단하고 피곤했던 인생의 여정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에는 성균관대 철학과 우기동 교수가 철학강의를 하며,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도서평론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준영씨와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겸 미술평론가인 김종길 서울시립대 강사가 각각 강단에 선다. 이번 교육은 미국의 빈민교육 활동가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테 인문학 과정을 벤치마킹한 것. 쇼리스는 1997년부터 뉴욕 맨해튼에서 노숙자와 마약복용자를 대상으로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을 활용해 성찰적 사고와 자율판단 교육을 해 큰 성과를 거뒀다. 입학생은 교육기간 중 취로사업 보장, 무료진료소 건강검진 등을 받게 되며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에는 사회연대은행의 소자본 창업자금 대출 연계 등 혜택을 얻게 된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9·19 공동성명 이후(2)] 北, 국제사회 편입될까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수가 올해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지난해 북한의 대미 수출이 5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북·미 정상은 오는 11월 워싱턴에서 올 들어 두번째 정상회담을 열어….” 9·19 공동성명 타결로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 사이에 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열릴까. 관계 정상화란, 위의 꿈같은 ‘가상뉴스’가 실제뉴스로 현실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적으로는, 국교수립이 이뤄지는 단계를 말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9·19 성명만으로 관계 정상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지난한 여정에 있어, 핵문제 해결이 출발역이라면 수교는 종착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 9·19 성명은 ‘북·미가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고만 서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원론적 언급만으로는 과거의 숱한 ‘아픈 기억’들을 상쇄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양측은 1차 핵 문제가 불거진 이듬해인 1994년 9·19 성명을 능가하고도 남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채택하고도 휴지조각으로 만든 ‘전과’가 있다. 당시 합의문은 ‘합의 3개월내 통신·금융거래 및 무역·투자제한 완화,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 개설, 관계 진전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한다.’는 획기적 내용을 담았다. 그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상호 방문을 통해 분위기를 회복하는 듯했으나,2002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북·미 수교는 핵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인권, 마약 밀매 등 잡다한 문제들이 전부 정리된 뒤에야 가능하다. 초강대국 미국에 의해 매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당해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국가 자체를 개조할 각오를 해야 관계 정상화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처지인 셈이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북·미 관계 정상화의 싹수는 오는 11월 열리는 5차 6자회담에서 핵폐기 시점이 합의되고 대북 경유지원이 재개된 뒤에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일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는 시차적으로 북·미보다 한발짝 앞서 있는 인상을 준다. 이미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담은 ‘평양선언’을 채택해놓고 있는 데다, 이번 9·19 성명 채택과정에서도 북한은 거의 매일 일본 대표단을 접촉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9·19 성명은 양측이 ‘평양선언에 따라’ 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일 동맹’의 속성상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과 수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이 주민들의 동요를 감수하고 체제를 개혁·개방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북한과 미·일 관계는 납치문제 해결이나 경수로 건설비용 지원 등 부분적인 관계 개선에 국한될 전망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성매매 특별법 시행 1년] 집결지 여성 절반 떠나…변칙 성매매는 급증

    [성매매 특별법 시행 1년] 집결지 여성 절반 떠나…변칙 성매매는 급증

    성을 사고 파는 행위, 특히 성을 구매하는 사람도 범죄자로 다루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23일로 1년이 된다. 성매매가 오랜 관습이라며 시행을 전후한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를 범죄로 여기는 의식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바탕은 마련됐다. 그러나 보다 은밀하고 교묘해진 성매매에 한계를 드러낸 당국의 행정력, 성매매에 빠지는 피해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많다. 20일 오후 10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렸던 곳이다. 낮시간부터 일찌감치 유리문 앞에 켜져 있는 빨간불은 ‘영업 중’을 알리고 있지만 드나드는 손님은 드물다. 불꺼진 업소 앞엔 어김없이 ‘월세 놓습니다’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낡은 종이가 몇달 동안 문을 닫은 곳이란 것을 알리지만 성매매 집결지라 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울의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지만 1년새 업주도 종사자들도 하나둘씩 이곳을 떴다. 지난해 초만 해도 160여개 업소에 성매매 종사자들이 690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30여개 업소,450여명으로 급감했다. 이날 만난 40대 중반의 업주는 “낮 시간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던 유명 업소들조차 하루 한두명 받기가 힘들다.”고 했다. 성매매 집결지의 쇠락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경남지역의 유일한 성매매 집결지인 마산 서성동 속칭 ‘신포동’에는 특별법 시행 이전 47개 업소에 218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25개 업소에 60명이 있을 뿐이다. 부산의 속칭 ‘완월동’에도 70개 업소 500여명에 달하던 여성 종사원들이 지금은 30여개 220여명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홍등가의 불빛은 어두워졌지만 성매매 행위는 더욱 음성화·지능화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인터넷 출장매춘’‘출장마사지’‘전화방’‘대딸방’ 등 변칙 성매매 행위는 오히려 급증세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청량리 588번지에서 만난 업주 김모(37)씨는 “성매매특별법이 이뤄낸 건 집창촌의 침대를 이리저리 흩어놓은 것뿐 그 이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성인사이트 등에는 채팅을 통해 성매매 대상자를 찾는 여성들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고급 외제 밴 등을 이용해 장소를 이동해가며 성을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출연했다. 단속경찰은 “마약단속만큼 증거를 잡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손을 이용해 손님에게 유사 성행위를 해주는 대딸방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이를 변형한 ‘페티시 클럽’이 생겨나고 있다. 스타킹이나 유니폼 등 사물에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페티시즘’을 이용, 독특한 차림의 여성들이 유사 성행위를 해 주는 것이다. 전남과 광주지역에는 ‘피부관리실’ 등 간판을 내걸고 성매매를 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여성 종사자들은 아예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강원 춘천지역 성매매 종사자 수십여명은 일본으로 유입됐고 일부 성구매자들이 룸살롱 여성 종사자들과 함께 3∼5일간 일정으로 동남아 여행을 하는 등 이른바 ‘묻지마 성여행’을 떠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이 다시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재활사업은 아직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성매매 방지대책 추진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모두 220억원으로 이 가운데 82억원이 성매매집결지 자활지원 시범 사업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 지나치게 집결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탈성매매 지원 대책도 미흡해 성매매 여성들의 ‘역유입’이나 음성적 성매매로의 이동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사무총장은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열매를 맺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년이 성매매가 잘못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이뤄낸 해라면 이 법을 국민이 수용하고 실천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면서 “아직은 법에 비해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관대하다.”고 말했다. 또 “또 성매매단속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수립과 지속적인 시행을 위한 전담기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영규 유지혜기자 whoami@seoul.co.kr ■ 성매매 31%가 인터넷 알선 지난 1년간 성매매 종사자와 집결지 수는 크게 줄었지만 인터넷 알선이나 유사 성행위 등 변칙적 행태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위반사범에 대한 처벌도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성매매 집중단속 결과, 전체 적발 3422건 중 31.9%인 1093건이 메신저 등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성매매로 나타났다. 또 스포츠마사지, 휴게텔, 휴면텔, 화상대화방, 출장마사지, 성인전용PC방 등 유사 성행위도 597건으로 17.5%를 차지했다. 반면 성매매 집결지에서의 성매매는 205건으로 6.0%에 그쳐 특별법 시행 이후 드러내놓고 하는 성매매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의 성매매가 1166건으로 가장 많은 34.1%를 차지했다. 경찰은 “특별법 시행 이후 인터넷 성매매 등 외에 물건 판매 등 합법을 가장한 변칙채권으로 성매매를 하는 등 새로운 성매매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지난 1년간 성매매 종사자 수는 5567명에서 2653명으로 52.3% 감소했다. 성매매 집결지에 있던 업소 수는 특별법 발효 전 1679곳에서 1061곳으로 36.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법무부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호영(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검찰에 접수된 성매매특별법 위반사건은 총 1680건이었으나 이 가운데 정식기소된 사건은 305건으로 기소율이 18.1%에 불과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란 지난해 9월23일 발효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등 2개의 특별법을 통칭한다. 성매매 업주와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장 등이 골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본지기자가 만난 脫성매매 여성들 지난해 10월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김주연(23·가명)씨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자신을 옭아매던 ‘성매매’의 사슬을 가까스로 끊었다. 이후 사회복지단체의 도움으로 서울 종로구의 어느 성매매여성 쉼터에 정착, 제과·제빵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1월에는 ‘케이크데커레이션’ 과정까지 등록,7월 ‘케이크디자이너’ 자격증을 땄다. 제과·제빵사도 이미 필기시험에는 합격해 실기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삼순이’처럼 개성있는 빵을 내놓는 ‘파티시에’가 그의 꿈이다. 같은 보호시설의 이미영(가명)씨도 8월 ‘양식조리’ 이론 시험에 합격,‘쉐프’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10여명이 모여 사는 보금자리에는 이들 외에도 대부분 미용이나 제빵, 네일아트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최고 1년까지 머물 수 있는 쉼터에서는 개인 상담과 인성교육 등 피해자치료회복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생계 대책을 위한 미용과 컴퓨터, 조리, 제빵 등 직업훈련도 병행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설 학원을 오가며 검정고시와 대학입시 등을 통과해 못다 이룬 배움의 열정을 이어가기도 한다. 성북구 H쉼터의 하미정(28·가명)씨와 전유진(23·가명)씨는 미용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05학번’ 새내기. 중졸 학력인 하씨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 지난해 전씨와 함께 대입 원서를 냈다. 헤어디자이너와 성매매여성·노인 관련 사회복지사가 새로 설정한 목표다. 동료를 위해 강사로 직접 나선 경우도 있다. 마포구 H쉼터의 오시내(가명)씨와 신미진(가명)씨는 현재 ‘탈성매매 전업 프로그램’의 네일아트 강사다. 지난 5월부터 두달 동안 첫 강의를 맡았는데 반응이 좋아 다시 강단에 섰다.20명 안팎이 머무르는 이 쉼터에서 이번 여름에만 미용사 자격증을 2명이 땄다. 네일아트 자격증도 1명, 전산처리 관련 자격증은 2명이나 얻었다. 서울시에 설치된 탈성매매 여성을 위한 쉼터는 모두 15곳으로 지난 8월 말 현재 169명이 입소한 상태다.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은 204명. 성매매방지법을 시행한 뒤 일시적인 포화상태를 보이다가 올해 초부터 안정세를 찾았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516명이 입소,502명이 퇴소했다. 이전 특별법 시행 이전에 입소한 인원까지 포함시켜 555명이 의료지원을 받았으며 498명이 법률지원,310명은 직업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S대 등 상급학교에 진학한 사람은 10명, 이밖에 일반 사무직과 미장원, 네일아트점 등 사회에 진출한 사람만도 27명에 달한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발언대] 정보기관 윤리성 회복 노력 절실/김택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명예논설위원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군주에게 속해 있었던 군주국가 시대에는 시민들의 정치·행정 참여가 허용되지 않거나 제한적이었다. 모든 권한이 군주에게 집중되어 있어 권한 남용의 우려가 커지면서 규제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다. 사후적이지만 사관들에 의한 사초(史草))에 근거한 역사 기술의 사실화 작업이 행해진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신료들은 통치윤리 및 관례 등을 들어 군주의 중요한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사실상의 견제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는 국가정보기관이 일반정치 지도자나 언론인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국가기밀에 관한 비밀정보를 독점하게 됐다. 때로는 그러한 강제력 수단이나 비밀정보를 정보기관 자신이 자기합리화나 정당성을 위하여 동원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정보부패 내지 정보윤리의 실종이라고 본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일각에서 불법도청 파문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의 활동 임무 기구 등을 새롭게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냉전종식 이후 신안보 위협으로 등장한 세계적 테러나 마약 국제범죄 등은 매우 심각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뉴올리언스시의 재난이나 영국의 지하철 테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국제범죄 등은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말해준다. 먼저 국가안전과 재난관리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역량을 선진적·과학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정책추진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은 9·11테러사건 이후 15개 부문의 정보기관을 총괄 조정하는 국가정보위(DNI)를 설립하여 가동하고 있다. 영국도 보안부(MI5)와 해외정보부( MI6)의 정보를 총리에게 보고하도록 조정하였다. 일본 또한 총리 직속의 보고체계라든지 자위대의 해외 정보수집 강화를 명문화하였다. 그런데 우리 정보기관들은 과거 기관의 속성상 성과 또는 건수 올리기식 행태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공조를 기대할 수 없었다. 국내·해외 별도조직에 의한 경쟁적 정보활동 및 정보 미공유로 인한 정보왜곡 현상조차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다.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은 소련의 의도에 대해 서로 상반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정보 사용자가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였다. 해외와 국내정보로 이원화된 이스라엘 모사드도 중동전 당시 정보독점으로 인하여 이집트의 침공에 대한 조기경보에 실패한 우를 범했다. 따라서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생각하는 정보의 통합과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방향으로 국가정보원이 개편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보기관이 과거의 권위주의적 업무 자세에서 탈피하여 스스로를 낮추고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윤리성 회복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변화된 정보환경에 맞도록 정보업무 방식이나 정책평가 기능도 혁신할 시점이다. 김택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명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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