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전쟁 10년’…2만8000명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2006년 멕시코 정부가 '마약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멕시코에서는 2만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마약 전쟁'이 남긴 심각한 후유증이다.
멕시코 인권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2006년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 기간 동안 멕시코사회에서 벌어진 인권백서를 펴내고 마약 카르텔과 치르는 전쟁, 마약 카르텔끼리 저지르는 전쟁 등 틈바구니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늘어나는 실태를 고발했다.
멕시코 마약전쟁은 멕시코 군부가 세력 다툼을 벌이는 마약 카르텔 사이에서 벌어진 모든 폭력을 종식시킨다는 목표로 2006년 멕시코 군부가 개입하면서 본격화한 일련의 사건들을 말한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다루는 마약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불법 밀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수익은 최대 500억 달러(약 57조 35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올초 멕시코 마약왕 구스만을 체포한 것은 가시적 성과의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 마약 카르텔, 시민자경단 사이에서 비정규전 형태로 벌어지는 만큼 애꿎은 희생자들이 양산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공식 사망자 수만 6만명이 넘으며 실종자까지 합치면 1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멕시코에서 발생한 최악의 실종 사건은 2014년 멕시코 남부도시 이구알라에서 사범대학에 다니던 대학생 43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일이다. 1968년도에 벌어진 대학살 기념집회에 참석하려던 중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사후 조사 과정에서 당시 이구알라 시장이 경찰을 시켜 학생들을 납치하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장은 현지 마약조직에 대학생들을 넘겨주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멕시코 정부는 실종자 파악 및 추적에 뚜렷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실종자 DNA 등 관련 정보를 독점하면서 실종자 파악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사회와는 전혀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특별히 정치적, 사회적 저항을 펼치지도 않은 사람들이 실종 희생자가 됐다"면서 "실종의 원인도, 배경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희생자를 비난하거나 사실 관계를 부정하는 말 밖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2만 8000명에 대해 어떤 조사를 진행하거나 그러려는 움직임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UN 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 얀 야랍 대표 역시 "멕시코 정부는 실종자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일부 조사 역시 사실상 실패했다"고 멕시코 인권위의 보고서에 힘을 실어줬다.
박록삼 기자 youngtn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