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맴도는 경마비리 수사/「연쇄자살」 검찰조사 언저리
◎뿌리깊은 부정… “자율정화에 기대”/“소문만 갖곤 안된다”며 자료수집 나서
한국마사회소속 조교사 최연홍(51)·이봉래씨(41)의 잇단 죽음으로 번진 경마부정사건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수사의 손길을 놓고 있어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리가 탄로난데 대한 「비관자살」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조교사들의 연쇄죽음이 경마장 안팎의 고질적 비리와 어떤 형태로든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검찰이 마사회간부 등에 대한 소환조사 또는 경마장주변 브로커 및 폭력조직의 수사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검찰은 이에대해 조교사·기수와 브로커 사이의 경마정보 불법거래에 초점을 맞춰 시작된 수사가 최·이씨의 죽음이라는 뜻밖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경마업계가 심하게 술렁거려 충분한 내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당초 검찰은 지난 90년8월 한국마사회법 개정으로 경마부정에 대한 처벌조항이 신설됐음에도 경마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조교사·기수·브로커 8명을 구속하는 등 전면적인 단속의지를 밝혔었다.
검찰은 특히 내년 7월 조교사·기수가 개인마주에 전속되는 개인마주제 시행을 앞두고 조교사·기수와 연결된 브로커들의 승부조작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을 중시,마사회 안팎의 정보수집에 총력을 기울여 왔었다.
그러나 최씨 등의 죽음을 계기로 조교사와 기수 등으로 구성된 「조기단」측을 중심으로 『마사회 일부 간부들이 자신들만 살기 위해 검찰에 조교사·기수들을 「희생양」으로 바쳤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는 등 점차 마사회의 내분조짐과 함께 경마업계 전반이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을 띠어 가 섣불리 손을 댈수가 없을 뿐 아니라 「경마꾼」들이 자취를 감춰 정보공급이 차단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검찰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마장주변에서는 90년이후 마사회 공정관리실등을 통해 수집해온 「부정경마정보보고서」와 「사설경마계보및 배후세력」등에 관한 자료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입수할 수 있는데도 아직 이를 확보조차 하지 않고 있어 꼬리자르기식의 축소수사로 마무리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를 맡아온 서울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나름대로 믿을만한 정보망을 동원,비리의 증거가 포착된 핵심관련자를 25명씩이나 입건,수사한 마당에 소문만 믿고 무한정 마사회를 들쑤시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며 『경마업계의 자체정화와 관할체육청소년부의 대책등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해 더이상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비추고 있다.
다만 하루 매출액이 1백억원대에 이르는 경마장 주변에서 기생하는 조직폭력배에 대해서는 「민생침해사범 소탕」차원에서 강력부검사등을 동원,장기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세워놓고 있을 뿐이다.
경마계 일각에서는 83년때처럼 「일제자수기간」같은 것이라도 설정,자수자에 대해 기소유예 등의 조치를 내려 경마업계가 새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는 지적이다.그러나 1백40명의 조교사·기수 가운데 95%가 경마비리에 관련돼 있다는 검찰분석과 기동단속반 63명에 1억6천만원짜리 카메라 8대 등을투입,이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마사회측의 고뇌어린 설명은 경마비리가 이미 검찰수사나 마사회의 자체정화로는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깊고 큰 구조적인 문제임을 반증하는 것이라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