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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유가 사람 잡네” 농어촌 경제 비명

    사상 초유의 ‘기름값 폭등 직격탄’이 농어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기잡이철을 맞았지만 출어를 포기하는 어선이 생겨나고, 모내기를 준비 중인 농촌에서는 턱없이 오른 비료값 등으로 올 한해 농사 걱정이 태산처럼 높아간다. 기름값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농어촌 경제의 ‘마비 현상’이 곧 닥칠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고기잡이 포기하고 건달 생활” 23일 한국석유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22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은 하루만에 배럴당 5.28달러 급등하며 128.97달러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두바이유는 우리나라 수입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농어촌에서 주로 쓰는 면세용 경유는 올 들어 5개월 만에 1드럼(200ℓ) 11만원대에서 18만원대로 치솟았다. 23일 병어잡이가 한창인 전남 영광과 신안 앞바다에는 자망어선 300여척만 불을 밝혔다. 기름값이 올라 어선이 지난해보다 70∼80척 줄었다. 많은 어선이 출어를 포기했다.10t쯤 되는 어선은 하루에 경유 3드럼을 써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주 김수봉(56·신안군 임자도)씨는 “14t 배에 경유 15드럼(260여만원)을 싣고 나가 10일간 작업을 하면 잘해야 600여만원어치 병어를 잡는다.”고 말했다. 기름값에 선장과 선원(5∼6명) 인건비, 그물값 등을 제하고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는 셈이다. 부산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고기잡이 선단이 출어를 일부 포기했다. 이날 부산지역 대형선망수협은 “출어에 나서려던 27개 선단 가운데 7개 선단이 고기잡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출어를 하더라도 고유가에 따른 경비를 상쇄할 어획량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1개 선단은 6척이고 한 달에 1500여드럼(2억여원)을 쓴다. 어부 홍영만(52·경북 울진군 후포면)씨는 “기름값 때문에 출항 횟수를 절반으로 줄였다.”며 기름값 급등에 따른 고통을 전했다. 충남 태안군의 경우 기름값이 치솟아 요즘 관내 어선 1800척 가운데 200여척만 바다로 나간다. 어부 정온영(65·태안군 소원면)씨는 “어민들이 대부분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건달로 지낸다.”고 한탄했다. 강원도 환동해출장소는 “올해 강원도에서 러시아 어장에 진출하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은 29척으로 지난해 51척(51억원 매출)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조업 비용은 척당 2370만원이고 지난해에는 1200만원이었다. ●여러 농기계중 1기종에만 면세유 농업 분야에서는 농기계 면세유 공급규정에 지정된 40개 농기계 가운데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1기종에 대해서만 면세유를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랙터, 이앙기, 경운기 등 여러 대의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는 비싼 값을 주고 경유나 휘발유를 구입해 어려움이 더 크다. 80여마지기(1마지기는 760㎡) 벼농사를 짓는 박일구(46·전남 장흥군 장평면 녹양리)씨는 “기름값이 올라 트랙터 논갈이와 이앙기 삯은 지난해 760㎡(1마지기)에 2만 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벼값은 40㎏에 5만 1000원으로 오르지 않았으나 화학비료는 1부대(20㎏)에 1만 1800원으로 지난해보다 33.3%나 올랐다. 전남 해남과 무안 등에서 부녀자 품삯도 5000원이 오른 3만 5000∼4만원이다. 전국종합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아르헨티나인들에게 한국화의 정수인 사군자를 가르치고 있는 동포가 있다. 사군자를 배우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오래된 한국의 역사와 지혜, 철학을 이해하면서 그리기가 수월해졌다고들 말한다. 붓과 화선지를 신기한 물건으로만 쳐다보던 사람들이 한국문화 전반에까지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극한직업(EBS 오후 10시40분) 보기만 해도 아찔한 암벽에서 아침부터 특전사들의 암벽극복훈련이 시작됐다. 교관 임무를 맡은 대원들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추락 사고에 만전을 기하여 안전장비를 점검한다. 첫 관문은 ‘슬랩 등반’으로 평평한 암벽을 맨손으로 등반하는 기술인데,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미스터리 특공대(SBS 오후 11시15분) 최면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 감춰진 기억, 자신의 의지로는 제어할 수 없는 감각의 혼동, 그리고 우리가 숱하게 보아온 전생 최면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 최면을 통한 전생 체험은 과연 진실일까? 그 실체를 알아 보기 위해 ‘소녀시대’가 특별대원으로 파견됐다. 그들의 전생 체험담은 충격적이다.   ●춘자네 경사났네(MBC 오후 8시20분) 차를 사달라고 영애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조르던 주리는 운전면허증부터 따고 오라는 영애의 핀잔만 듣는다. 자신의 가게로 달삼을 불러들인 춘자는 맥주 한 잔을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달삼을 배웅하던 춘자는 어둠 속에서 분홍과 주영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고, 둘을 연인관계로 오해한다.   ●난 네게 반했어(KBS2 오전 9시) 지훈과 우정의 관계를 알게 된 점순은 걱정이 앞서고, 진심을 얘기해도 양치기 소년 취급만 당하자 지훈은 속이 상한다. 우진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간 민선은 뭔가 석연찮은 효진을 보게 되고,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지훈과 우정을 떼어놓아야겠다고 생각한 점순은 기조를 찾아가 사실을 털어놓는데….   ●사미인곡(KBS1 오후 7시30분) 흥겨운 음악에 맞춰 현란한 춤동작을 선보이는 라틴댄스. 이 라틴댄스를 휠체어 위에서 완벽하게 소화하는 남자가 있으니, 최초의 국가대표 휠체어댄서 김용우씨다.26살이던 캐나다 유학 당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돼버린 뒤 휠체어 댄스로 힘차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김용우씨를 만나본다.
  • [씨줄날줄] 이종욱과 AI/김인철 논설위원

    “조류인플루엔자(AI)의 인간간 전파가 언젠가는 온다. 적어도 (전세계에서)수백만명이 죽을 그 재앙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와 정치지도자는 뒷감당을 못할 것이다.” 올봄 전국을 강타한 AI의 혹독한 여진을 보며 미래를 내다보는 선각자의 위대한 통찰력을 새삼 실감한다. 한국인 최초의 유엔 전문기구 수장을 지낸 고 이종욱 박사. 이번 AI가 인체 감염 가능성이 있고 치사율도 높은 ‘중국 안후이형 계통’으로 확인된 데서 알 수 있듯 그의 경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서울대의대 재학시절 안양 나자로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봉사활동에 발을 내디뎠다가 끝내는 가난하고 소외된 전세계인의 건강을 보살피는 데 평생을 바쳤던 이 박사. 영어는 물론 일어 불어 중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서른여섯살 때인 1981년 하와이대학 보건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을 때 지도교수가 붙잡았지만 “평생 영어로 강의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비영어권 인사들이 겪는 언어의 장벽에 그도 한때 고민했었다니 인간적 동질감이 느껴진다. 1983년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한센병 자문관으로 국제기구 생활을 시작해 20여년간 굵직한 업적을 남긴 그는 2003년 7월 한국인 최초로 WHO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범국가적인 지원 속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하기 3년여 전 일이다. 평생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 그를 사람들은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렀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소아마비 발생률을 세계 인구 1만명당 1명 이하로 낮춘 그를 ‘백신의 황제’라고 칭했고,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뽑았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06년 5월 총회 준비 중 과로로 타계한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이 박사는 AI 예방을 위한 최전선에 있었다. 에이즈에서부터 결핵에 이르기까지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각종 질병과의 전투에서 맹활약해 왔다.”이 박사의 열정과 인간애가 좀 더 발현됐더라면 오늘날 우리 모두 AI공포로부터 한결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오늘은 그의 2주기날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한국인 유학생 5명 쓰촨성서 연락 두절

    |두장옌 이지운특파원·서울 이순녀기자|중국 지진 발생 지역에서 가까운 명승지 지우자이거우(九寨溝)를 여행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 5명이 지진 발생일인 12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은 외교통상부는 중국 공안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 이번 지진과 관련해 우리 외교통상부에 한국민과 관련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락이 끊긴 학생들은 부산외국어대에서 중국 톈진외국어대 교환학생으로 간 안형준, 손혜경, 그리고 톈진외대 유학생인 백준호·김동희·김소라씨다.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현장에서는 6만명의 생존자가 구출되는 등 구조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실종자와 매몰자가 여전히 수만명에 달하는 데다 15일 오후 3시를 기해 매몰자 생존 한계 시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생사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물 잔해에 갇힌 생존자가 물이나 음식물 섭취없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만 사흘이며, 이후에는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국무원은 이날까지 사망자가 모두 1만 9500여명으로 하루새 5000여명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신화통신은 앞으로 사망자 숫자가 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주민도 총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5일 군 병력 3만명과 헬리콥터 90대를 구조현장에 추가로 투입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13만명이 넘는 군병력과 무장경찰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심각한 균열이 발견된 두장옌(都江堰)의 쯔핑푸댐을 비롯한 400여개의 댐 지역에 군 병력 2000명을 긴급 투입, 하류로 흘려 보내는 물의 양을 늘려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2차 재앙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산사태로 마비된 도로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생존자 구조 작업은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피해지역에 전염병 발생 우려가 확산되면서 추가 피해가 염려된다. 진 피해지역은 아바, 청두(成都), 양(綿陽), 더양(德陽) 등 6개 시로 총 면적은 한반도 전체의 3분의1에 해당하는 6만 5000㎢이다. coral@seoul.co.kr
  • [중국 대지진 대재앙 그 후…] 자이언트 판다 “저 살았어요”

    멸종위기에 처한 세계적인 희귀 동물인 자이언트 판다들이 중국 쓰촨성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요 서식지가 파괴되고 도로 등 기반 시설이 마비돼 먹이 부족에 따른 판다들의 아사(餓死)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13일 CNN, 신화통신 등 외신들은 중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자이언트 판다의 주요 서식처 두 곳에서 생포한 판다들이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쓰촨성 남서쪽에 위치한 워롱 보존센터는 이곳에 있는 판다 86마리가 모두 안전하며 새끼 판다들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판다 2마리를 대여받는 애틀랜타 동물원의 대변인도 청두 판다 보호센터에 있는 판다 60마리가 모두 안전하다고 밝혔다. 세계 야생동물의 상징이며 베이징 올림픽의 아이콘인 판다는 지진이 발생한 쓰촨성과 간쑤성, 산시성의 자연 보호구역에서 1200마리가 살고 있다. 이들은 산세가 험하고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선생님들 몰래 선물 준비했죠”

    “선생님들 몰래 선물 준비했죠”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동숭동 노들장애인야학 공부터에선 깜짝 파티가 열린다. 이 학교에 다니는 중증장애인들이 교사 26명에게 줄 스승의 날 선물을 몰래 준비했기 때문이다. 평소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움직이기조차 힘든 이들이지만, 이번 선물만큼은 불편한 몸을 스스로 움직여 직접 고른 것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 야학 친구들의 쌈짓돈을 모은 건 학생회장인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 임모(37)씨. 임씨는 최근 친구들에게 1만원씩 모은 돈으로 머그컵 26개를 샀다. 공부도 공부지만, 임씨에겐 2년 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야학에 등교하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의 기억 때문에 교사들이 더욱 특별하다. 교사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12시간 교대로 임씨를 보살폈다. “종이컵 줄이기 차원에서 개인컵을 선물로 하나씩 마련했는데, 이것만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없이 직접 샀어요. 일년 동안 우리를 위해 고생했는데 이 정도밖에 준비하지 못하는 게 미안할 따름이죠. 아, 꼭 비밀 지켜 주세요.”더듬더듬 말하는 그의 어눌한 말투가 유난히 진지했다. 3년 전 어느 날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연을 보내면 조용필콘서트 티켓을 보내 준다.”고 해 교사들에게 사연을 보내 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교사들은 겉으로는 시큰둥했다. 마음이 상했지만 며칠 뒤 교사들은 이씨 몰래 사연을 보내 받아낸 콘서트 티켓 2개를 불쑥 내밀어 이씨를 감동시켰다.“가르치느라 바쁠 텐데, 세심한 것까지 신경써줄 줄 정말 몰랐는데 정말 재밌게 콘서트를 구경했답니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격의없이 지내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이죠.”이씨가 환하게 웃었다. 글 사진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나도 잡아가라” 촛불집회 사법처리 방침에 경찰청 홈피 마비

    경찰이 ‘광우병 촛불집회’ 주최자와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 운동’ 관련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자 네티즌들이 항의성 ‘자수글’을 연달아 올리면서 경찰청 홈페이지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경찰의 잇따른 정권 코드맞추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마침내 사이버 시위로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14일 사이버경찰청 열린게시판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대역죄를 저질렀으니 부디 처벌을 부탁합니다.’,‘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 동참했으니 자수할게요.’,‘출국금지 요청합니다.’라는 등의 글이 4000여개나 폭주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권력 집행이 불공정하다.’,‘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항의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우리 땅에서 무력 폭동을 일으킨 중국인들은 손끝 하나 못대면서 자국인들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경찰의 이중 행보에 분개하기도 했고 ‘한정된 인원으로 130만명이 넘게 서명한 청원을 수사하시려면 고생이 많겠다. 개인의 자유권까지 침해하면서 처벌하신다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때문에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거부될 정도로 마비됐다. 완전 실명제로 운영되는 사이버경찰청 게시판에 이처럼 많은 네티즌들이 ‘자수’ 명목으로 글을 올린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편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리던 촛불집회는 14일 저녁 처음으로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옮겨져 개최됐으며, 경찰은 7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과 광주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도 경찰 추산 4000여명이 참여해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한 정부의 각종 무능한 대응을 규탄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선 당초 촛불문화제의 주축을 이뤘던 10대들의 참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등학교 3학년 이모(18)군은 “집회에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불이익이 있을까봐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이재훈 김정은기자 nomad@seoul.co.kr
  • 식수원 화학약품 오염… 생존자들 ‘물전쟁’

    식수원 화학약품 오염… 생존자들 ‘물전쟁’

    |청두 이지운특파원·서울 이경주 황비웅기자|대지진이 휩쓸고 간 중국 쓰촨성 일대는 완전 마비상태다. 식수도, 가스도 끊겼다. 가게에는 식수대란을 우려해 음료수를 사재기하려는 주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널려 있는 시신에다 고온다습한 기온으로 전염병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청두시에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인큐베이터 김상구(40) 소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두시 일대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공포가 뒤덮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청두·두장옌 등의 중국 지인을 통해 일대 피해상황과 교민 안전을 파악하고 있는 김 소장은 중·고교 건물이 붕괴되면서 900여명이 매몰되고 320여명이 숨진 두장옌시에는 시신과 높은 기온 때문에 전염병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13일에만 해도 28℃였던 기온은 14일 내린 비로 22℃로 떨어졌다. 하지만 청두 일대에는 5월 중순에 평균 28∼30℃의 기온을 보여왔으며,15일부터는 기온이 30℃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시신이 부패되면서 전염병이 나돌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내일부터 날씨가 더워져 전염병이 창궐할까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두 일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박모(45)씨는 “주변 도시마다 시신이 워낙 많아 한 구 한 구 들어내지도 못하고 그냥 모포로 덮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청두시 일대의 식수를 공급하는 쉬팡에는 화학공장이 붕괴되면서 제방의 물이 오염됐다. 식수 공급은 중단됐다. 박씨는 “생수를 배달하는 가게는 개점휴업 상태이고, 가스도 끊겼다.”고 말했다. 가게에는 생수가 동난 지 오래고, 탄산음료나 우유를 잔뜩 사든 주민들은 계산대 앞에 20∼30m 길게 늘어서 있다. 박씨는 “오늘 오후에 가게를 둘러보니 음료수가 평소의 1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면서 “주민들이 너도 나도 음료수 가판대로 몰려 음료수 한 개라도 더 손에 쥐려고 다투는 모습들이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과 박씨에게 진앙지인 원촨의 상황을 물어봤지만 “원촨으로 가는 길은 산사태와 도로 유실로 접근이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청두 일대에는 여진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주민들의 공포감은 더욱 심하다. 주재원과 가족 등 교민 1200여명은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 박씨는 “지금 항공권을 예약해도 빨라야 금요일에나 한국으로 떠날 수 있어 한국인들은 무척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두 일대를 여행하던 한국여행객들은 대부분 귀국했지만,18명의 여행객들은 청두 부근 지우자이거우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빨라야 16일쯤에 청두를 거쳐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jj@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YMCA맨’ 전택부 선생이 말하는 스승 스코필드 박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YMCA맨’ 전택부 선생이 말하는 스승 스코필드 박사

    ‘아, 스코필드 박사님/호랑이 할아버지 사모합니다./병상에 누워계실 때 찾아가 문안 드리면 ‘난 호랑이가 아니요, 고양이요’/임종이 가까워져서 찾아가 문안드리면/‘난 고양이가 아니요, 참새요.’하며 눈시울을 적시던 호랑이 할아버지, 지금도 할아버지를 사모합니다.’ 올해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38년 전에 떠난 스승을 그리워하며 쓴 추모시 중 일부이다. 스코필드 박사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Frank W.Schofield)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의료, 선교, 독립운동 보도 등의 활동을 한 영국 출생의 캐나다인이다. 한국의 3·1운동을 적극 지지해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렸고,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지난달 10일, 주한 캐나다대사관 1층 로비에서 스코필드 박사를 기리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스코필드 박사가 1970년 4월12일 81세로 세상을 떠날 때 그의 임종을 끝까지 지켜봤던 오리 전택부(93) 선생은 이날 행사장에서 ‘호랑이 할아버지, 영원히 사랑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읊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날은 또 ‘호랑이 스코필드 동우회’(회장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발족식도 함께 열려 캐나다 대사관 신축건물 1층을 ‘스코필드 홀’로 명명했다. 행사에는 데이비드 피터슨 캐나다 토론토대 총장, 김국주 광복회 회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 등의 인사가 참석했다.‘호랑이 스코필드’는 한국명 ‘석호필(石虎弼)’의 ‘호(虎)’와 그의 강직한 성품을 기리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 ‘영원한 YMCA맨’으로 불리는 오리 전택부 선생.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다. 스승 스코필드 박사와의 각별한 사제지간의 정이 그 첫번째. 그리고 ‘스승의 은혜’의 노랫말을 지은 아동문학가 강소천이다. 소천과는 한 고향에서 태어나 학교를 같이 다녔다. 함흥 영생고보 시절, 소천은 일본인 교사의 조선학생 차별대우에 항의해 동맹휴학을 주동했다가 퇴학당한 친구 오리 전택부를 통해 항일사상을 길렀다. 둘은 6·25전쟁으로 헤어졌다가 휴전 직후 서울에서 다시 만났는데, 오리는 기독교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잡지 ‘새벗’의 주간으로 있었다.1955년 오리가 ‘사상계’로 옮길 때 소천을 새벗의 주간으로 추천할 정도로 절친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에서 노년을 보내는 오리를 만났다. 그의 아호는 ‘전택부’의 오리 ‘부(鳧)’에서 따왔다. 어린 시절 오리의 부모가 귀엽다는 이유로 “오리야, 오리야!”라고도 불렀다. 한자로는 ‘나의 동리’라는 뜻에서 ‘오리(吾里)’로 적는다. 그의 집에 들어서자, 맨 먼저 벽에 걸린 김동리 선생의 친필 ‘낙도안덕(樂道安德)’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 하자 오리는 “1975년 YMCA총무를 퇴임하면서 ‘무슨 재미로 사나’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했을 때 동리가 축사한 뒤 직접 써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코필드 박사는 우리보다 더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아꼈다며 스승을 회상했다. “2001년 4월20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 주최로 스코필드 박사의 유품 전시회가 있었지요. 이때 보관해왔던 유서원문과 유품을 기증했습니다. 나더러 조사(弔詞)를 하라고 하기에 (앞에 언급된)‘호랑이 할아버지 사모합니다.’라고 읊었더니 그걸 전시장에 액자를 만들어 내걸더군요.” 스코필드 박사와의 인연은 오리가 서울YMCA총무를 맡았을 때였다. 당시 전택보 YMCA 이사장이 빈털터리나 다름없는데다 소아마비로 다리까지 불편해 절뚝거리는 스코필드 박사에게 승용차를 선뜻 선물했다. 이때 스코필드 박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YMCA를 왕래했고 오리는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3·1운동 때 스코필드 박사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그 분이 1916년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가 3·1만세 때 죽거나 다친 많은 시민들을 위해 구호활동에 앞장섰습니다. 당시에는 세브란스병원 의과대학 교수였지요. 특히 경기도 화성군 제암리 사건 때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폭로했지요. 오늘 새로 밝힐 것도 있습니다. 그해 4월15일 3·1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병사들이 제암리 외에 화성군 수촌마을까지 급습했습니다. 교회당과 집집마다 사람을 가둬놓고 불을 질렀지요. 무차별 총질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불도 못 끄고 마을의 42가구 중 40가구의 식구들이 대부분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스코필드 박사는 자전거로 수촌마을을 오고가며 부상자들을 치료했지요. 이로 인해 스코필드 박사는 국외로 추방됐는데 ‘끌 수 없는 불꽃’이란 책을 써서 한민족의 의거를 세계만방에 알렸지요. 광복 이후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훈장을 받았습니다.” 오리는 이같은 스코필드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76년 4월19일 수촌마을에 3·1운동 기념비를 세웠다. 이때 직접 비문을 지었다.‘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생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더니, 여기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와 의좋게 오래 살며, 길이 길이 낙원을 이루리라.’ ▶스코필드 박사는 동물도 무척 아꼈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하루는 침통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에 까닭을 물었더니 ‘내 동생이 죽었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캐나다에서 동생소식이 왔나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아니야, 내 동생이 창경원에 있잖아. 창경원에 문제 많아요, 그래서 내 동생이 죽었어.’라고 해요. 그날 아침 신문에 호랑이 한 마리가 죽었다는 신문을 보고 슬퍼했던 것입니다.” ▶유서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나요. “모 고아원에 돈 얼마 주고,YMCA에는 얼마 주고, 누구누구에게는 얼마를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갑을 열어봤더니 미화로 2500달러밖에 없었는데 주라는 돈은 4000달러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더 보태 유서대로 했지요.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분은 많은 학생들과 고아들에게 돈을 주면서 ‘돈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라고 하셨지요.” 스코필드 박사는 월남 이상재 선생을 무척 존경했다고 한다. 그리고 캐나다 출신 선교사 게일(G.S.Gale·연동교회 창설자)과 에비슨(O.R.Avison·세브란스의전 창설자) 등이 토론토대학의 선배이자 한국 YMCA창설자였기 때문에 오리에게 YMCA회관 재건에 쓰라며 30달러,50달러씩 돈을 자주 주었다고 한다. “돌아가실 때까지 그분은 서울대 관사에서 혼자 사셨지요. 자식 얘기가 나오면 ‘한국에 아들과 딸들이 많이 있잖아요.’라고 했습니다. 연금과 지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여생을 보냈지만 1년 내내 옷 한 벌 사 입지 않고 그 돈을 모았다가 불우 이웃을 위해 썼습니다.” 오리는 스코필드 박사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몇번 되뇌었다. 오리는 서울에서 살다가 두 달 전에 도곡리로 이사를 왔다. 서울여대 교수로 있는 아들이 새로 집을 지어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는 것. 오리는 “아들이 어릴 적 우리 고향집처럼 지었어.”라면서 “나는 일제때 공산주의자였지…, 문익환, 장준하 등도 다 내 친구이고 후배였는데 먼저 갔어.”라고 덧없는 세월을 잠시 떠올린다. 그는 최근 ‘에세이문학’ 봄호에 자신의 마지막 글 ‘상사화의 비밀’이라는 수필을 썼다고 했다.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라고 하자 “(인심)쓰는 김에 넉넉하게 200살로 하면 안 되겠나.”며 웃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당까지 배웅나온 오리는 “참, 스승의 날이라고 했지, 독립운동가였던 여천 이용설(1895∼1993) 선생 있잖아. 그분도 스코필드 박사를 스승으로 무척 존경했다고 꼭 좀 써줘.3·1운동으로 일본 경찰에 쫓길 때 스코필드 박사가 많이 도와주셨거든.”이라고 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이충선의 건강칼럼]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

    얼마전 한 장애인 단체로부터 ‘장애인이 건강하게 사는 법’이란 제목의 원고청탁을 받았다. 평소 사지 마비, 하반신 마비 등 중증 장애인을 많이 만나고 매번 장애진단서를 써주면서도 장애인의 건강은 생소한 주제로 느껴졌다. 함께 일하는 젊은 의사, 간호사들에게 같은 주제를 주고 의견을 구했더니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장애인끼리 유대관계를 돈독히 한다.’‘보장구를 잘 활용한다.’‘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등 판에 박힌 의견이 주로 나왔다. 하긴 ‘장애(障碍)’와 ‘장해(障害)’라는 용어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걸음마 단계인 것이 현실이니 의사, 간호사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라 함은 주로 육체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적 결함에 대해 고민하고, 또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진다. 이에 반해 우리 주변에는 겉으로는 멀쩡한 몸을 가졌지만 정서적·인격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매사 남의 탓을 하는 사람,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해서 감사하지 못하고 항상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은 모두 정신적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에 집착하는 사람, 자신만 옳고 남들은 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도 심각한 시각적,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어느 정도의 육체적인 장애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주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주는 소금 역할을 한다. 이는 ‘바울의 가시’라는 말에 잘 표현돼 있다. 이 말은 육체적인 질병으로 시달리던 사도 바울이 고통을 통해 인격적으로 성숙해진 것을 의미한다. 육체적으로는 약간 결함이 있지만 정신적으로 겸손하고 성숙한 사람, 반대로 겉은 멀쩡한데 정신적으로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과연 누가 진정한 장애인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 [사설] 공기업 CEO는 없어도 되는 자리인가

    새 정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선임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사표를 받아 놓은 지 두 달째다. 그런데 여태 그들을 재신임할 것인지, 새로 선임할 것인지에 대해 가타부타 말도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위법 눈총을 받아가며 임기제 CEO들에게 무더기 사표를 종용했을 때는 뭔가 새롭거나 획기적인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 CEO 부재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기업들은 당장 경영이 마비상태라고 아우성이다. 이러니 공기업 정책이 성급하고 주먹구구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상당수 공기업들은 지금 방만경영에다 온갖 비리로 개혁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해서 통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CEO가 있으나마나 해서 정상적인 사업이나 업무조차 차질을 빚는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 매각 건은 산업은행 총재의 부재로 진척이 없다고 한다. 에너지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한국전력·석유공사·가스공사 등도 해외사업에 대한 결정이 미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마당에 관련부처들은 청와대만 쳐다 보고, 청와대에선 아무런 언질이 없다 하니 답답한 일 아닌가. 공기업 인사를 민영화 등 구조개편과 연계한다면 그에 대한 실행계획을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인사대상 CEO가 수백명이고 선임절차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신임 CEO에 대해서는 조기에 거취를 결정해 주어야 한다. 공기업 CEO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밀실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만 커질 뿐이다. 공기업의 경영공백은 정부가 무리하게 ‘일괄 물갈이’를 추진한 데서 비롯됐다. 차기 CEO의 인사는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 “긍정의 힘으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지 못할 고통은 없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38)씨가 힘든 시절을 이기고 재기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대학생들에게 들려줬다. 서강대학교는 6일 강씨를 초청해 ‘강원래의 꿈과 희망 이야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강씨는 학창시절 말썽꾸러기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를 바꿔놓은 건 3학년 담임선생님이 “날라리가 되고 싶으면 날라리가 돼도 된다. 하지만 날라리가 되려면 멋진 날라리가 돼라.”고 했던 말 한 마디였다. 강씨는 한 나이트클럽의 댄스경연대회에서 구준엽씨와 참가해 1등을 하면서 연예인의 꿈을 꾸게 됐다. 강연 중반쯤 자연스럽게 사고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힘들었던 극복 과정이 이어졌다. 그가 자신이 하반신 마비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뱉은 첫 마디는 “설마!”였다. 자신이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이후 느꼈던 감정은 ‘분노’였다. 좌절의 순간들이 지나자 수용의 시기가 왔다. 그는 “그래, 다시 한번 살아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강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시 춤추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인생의 위기가 와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인생전환의 기회로 만들어가기 바란다.”고 대학생들에게 주문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문화플러스] 산업디자이너 최대석 회고전

    남서울대학교 아트센터가 대학로에 최근 갤러리 이앙을 개관한 기념으로 새달 1일까지 1세대 산업 디자이너 최대석(65·홍익대 교수)의 회고전을 연다.‘나는 디자인 전도사였다’라는 제목의 전시에는 옷솔, 어린이용 고래 모양의 흔들의자, 전자 목걸이 시계, 뇌성마비 아동을 위한 책상 등 지난 40년간 작가가 디자인한 작품 60여점이 나와 있다. 갤러리 이앙은 앞으로 전시공간을 공예품 위주로 꾸밀 예정이며, 북카페와 아트숍도 운영한다.(02)3672-0201.
  • 黨政靑정책조정 ‘마비’ 禍키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연이어 열리는 등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민심이반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광우병 논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책조정 시스템 구축 미비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우병 논란과 함께 대운하 공방, 혁신도시 재검토, 경제정책 기조를 둘러싼 당·정·청간 엇박자 등 정부발 정책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나오면서 정책 불신을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괴담´ 난무해도 내각차원 조치 없어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도 민심이 등을 돌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청와대가 독주함으로써 총리실이 과거처럼 범정부적 차원에서 정책조정이 불가피한 현안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총리는 매주 부처 장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국정현안조정회의를 주재, 각 부처의 정책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업무량이 과중한 청와대는 제대로 조율을 못함으로써 정책 부실을 낳고 있다. ●대통령 중심서 벗어나 분할통치 필요 정부 고위관계자는 4일 “현재 최대 쟁점인 광우병 논란 등에서 총리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부처도 청와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만 쳐다볼 뿐 적극적인 정책 결정에 주저하고 있는 분위기다. 광우병 괴담설이 난무하는 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 2일 뒤늦게 기자회견을 갖고 진화에 나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행보가 그렇다. 청와대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지 못한 상황은 더욱 문제다. 청와대 정무와 홍보 라인이 정책현안 발생시 대응력에 허점을 보이는 것이 여러차례 도마에 올랐다. 자연 이 대통령이 정책현안 전면에 자주 등장하게 되고, 그 부담도 대통령에게 모두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야당 및 시민단체의 공격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다.”면서 “총리를 비롯, 장관들이 대통령을 위해 장렬히 ‘전사’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실의 역할을 자원외교 등으로 한정하다 보니 한 총리가 국정 전반에 대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자신감이 오히려 정책 운영에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면서 “정부정책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과거 정부가 지역·이념적 지지기반이 확고한 것과 달리 현 정부의 지지층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광우병 논란처럼 이해관계 문제가 발생하면 지지층이 응집할 수 없다는 점이 민심이반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의 정무·기획 라인을 정책경험 및 정치력이 있는 팀으로 보강해야 하며 청와대와 내각은 대통령 중심의 일처리 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처럼 비서실장, 자문그룹, 정책실장 등을 중심으로 ‘분할통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은 ‘통합’, 총리는 ‘개혁’으로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면서 “총리에게 과거처럼 부처를 통괄할 수 있도록 정책조정 권한을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커지는 광우병 논란] 변형 ‘프리온’이 원인 걸리면 치사율 100%

    광우병(狂牛病·Mad Cow Disease)은 말 그대로 방향감각을 잃고 미친 듯이 움직이는 증상을 보이는 소 질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뇌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녹아버린다. 이에 따라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주저앉기 일쑤고, 심한 경련을 일으키다 오래지 않아 죽는다. 정식 의학 명칭은 우(牛)해면양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다. 광우병은 사람 등 모든 동물에게 정상적으로 발견되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변형돼 발병한다. 프리온은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나 골수, 내장 등을 먹으면 변형된 프리온이 인체에 침투한다. 프리온은 뇌조직에 작은 구멍들을 만들면서 뇌기능을 마비시킨다. 이게 ‘인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과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곧 ‘인간광우병’이다.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치매처럼 방향감 상실, 근육마비 증상을 보인다. 일부는 정신착란, 시력장애, 중풍 등이 오기도 한다. 말기에는 뇌 신경세포가 죽게 돼 소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잠복기가 10년에서 30년이나 돼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변형 프리온은 300∼400도의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전염성도 강한 것으로 학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증식 과정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 방법이 없다. 일단 걸리면 100% 치사율을 기록한다. 1730년 영국의 양떼에서 처음 발견된 광우병은 사육업자들이 소에게 양고기를 사료로 먹이면서 소에게로 전파됐다. 자연에서 방목하는 것보다 빨리 살을 찌우려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일어난 것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둘러싸고 소뼈 등을 돼지·닭에게 먹인 뒤 이들의 뼈를 소 사료로 다시 사용하는 ‘교차오염’ 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자연의 섭리를 뒤바꾼 인간의 욕심이 빚은 ‘소의 복수’인 셈이다. 변형 프리온이 많이 몰려 있는 소의 내장과 척수 등이 광우병위험물질(SRM)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르면 30개월령 미만은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이상은 뇌와 눈, 머리뼈, 척수, 척주, 편도, 회장원위부 등 7개 부위가 SRM으로 분류되면서 유통이 금지된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최고 5000만원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최고 5000만원

    9월부터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죽거나 장해를 입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위자료가 최고 4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오른다. 교통사고 뒤 차량을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받는 교통비도 두배가량 오른다. 금융감독원은 30일 교통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법원 판례도 반영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이나 장해 때 5000만원에서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빼고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피해자 연령이 20세 미만이거나 60세 이상이면 4000만원으로 제한됐던 연령별 보상기준은 없어진다. 식물인간이나 전신마비 경우에만 주던 가정간호비 지급 조건에 고도의 후유장해(장해 1,2등급)가 추가된다. 그동안 후유장해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었던 치아장해과 외모손상에 대해서도 지급기준이 마련된다. 교통사고가 난 뒤 차량을 빌리지 않을 경우 받는 비(非)대차 교통비가 대차료의 20%에서 30∼50% 정도로 높아진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교통사고 1인당 지급되는 비대차 교통비는 평균 5만원이다. 앞으로는 8만∼13만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차량 시세 하락에 대한 손해도 출고후 2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늘어난다. 자기신체사고 중 배상되지 않았던 한시장해에 대해서도 보상기준이 신설된다. 한시장해란 신체기능이 3년,5년 등 일정기간만 상실되고 이후 회복되는 경우를 뜻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건강한 노년 보내려면

    노인들은 흔히 움직이는 것조차 벅차다고 한다. 실제로 한 척추전문병원 조사 결과 노인들은 걷기는 물론 가만히 서있기, 편안하게 자기 등 극히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힘든 활동 ‘걷기’ 노인척추전문병원인 제일정형외과병원이 퇴행성 척추질환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 100명을 조사한 결과, 일상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행동은 ‘걷기’(77.8%)였다. 또 ‘무거운 물건 들어올리기’(55.6%),‘가만히 서있기’(54.2%),‘편하게 자기’(30.6%)의 순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이 들수록 걷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굽은 허리와 전체적인 골밀도 감소로 인해 활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척추관협착증과 같이 척추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다리가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 보행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이 들어 걷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바른 자세를 익혀두는 것이 좋다. 걸을 때는 우선 배를 집어넣고 엉덩이 근육을 최대한 조이는 것이 좋다. 뒤꿈치부터 바닥에 닿도록 해야 한다. 가능하면 시선은 전방을 향하도록 해야 요통 예방과 근력 강화 효과가 높아진다. ●서있을 때 무릎 운동 반복 습관적으로 허리를 구부리고 작업하는 사람과 자주 무거운 물건을 드는 사람은 요통 발생 위험이 높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굽히지 말고 앉은 자세에서 다리의 힘을 이용해 드는 것이 좋다. 또 자신의 몸에 물건을 밀착시키고 허리를 편 상태에서 이동해야 한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은 반드시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똑바로 누워 있을 때 허리가 받는 압력을 1이라고 가정하면, 서있을 때는 4, 똑바로 앉을 때는 6, 구부정하게 앉을 때는 7에 달한다. 서있을 때도 허리에 상당한 부담이 생긴다는 의미다. 서있을 때 허리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려면 경직되고 고정된 자세가 지속되지 않도록 무릎을 조금씩 폈다가 구부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앉아 있을 때는 허리를 편 상태에서 의자에 등을 밀착시켜야 한다. 편하게 수면을 취하고 싶다면 무릎 밑에 베개를 두고 허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영-실내 자전거 도움 노인은 신체적 특성에 맞춘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허리 근육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수다. 허리가 아픈 노인을 위해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대표적인 운동은 수영과 실내 자전거 타기. 두 운동 모두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근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1주일 이상 허리나 다리에 통증이 계속되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원장은 “활동할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퇴행성 척추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주말탐방] 여형사들의 세계

    [주말탐방] 여형사들의 세계

    “신문 지면에 초대될 만큼 여형사가 특별한가요? 똑같은 형사잖아요.”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인근 포장마차에서 여형사 3명과 사건담당 기자 3명이 술잔을 기울였다. 거친 형사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여자가 아니라 살인자, 강도, 도둑잡는 그냥 형사”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에서 활약하는 김희숙(44) 경사는 지문감식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과학수사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다. 서울 양천경찰서 폭력3팀에서 근무하는 이상희(27) 경장은 2005년 경찰에 투신해 4개월만에 자진해서 폭력계를 지원한 3년차 형사다. 남궁선(30) 경장은 1997년 경찰특공대로 입문해 2004년부터 양천경찰서 강력계에서 근무하고 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한 ‘취중 토크´는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부드럽게 거칠고, 강한 여형사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160번 찍은 끝에 한 줄기 지문이 나왔죠” 과학수사의 베테랑인 김 경사는 “여자라서…”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남들보다 곱절이나 독하게 일했다. 그는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검찰에 송치할 때의 일을 떠올렸다. 유영철을 검찰에 넘기기 위해서는 열흘 안에 살해된 여성의 신원을 밝혀내야 했다. 하지만 유영철이 피해 여성들의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흉기로 도려낸 탓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경사는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단 하나의 지문이라도 찾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갔다. 동료들은 “지문이 없는데 뭐하러 가냐.”고 말렸고, 국과수 쪽도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김 경사는 시신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진물과 자신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몇 시간 동안 계속 잉크와 분말을 이용해 손가락을 종이와 스카치 테이프에 찍어댔다. 그러면서 시신과 대화했다.“언니, 부모님 곁으로 보내줄게. 제발 언니 이름을 말해줘. 제발….”결국 160여차례나 찍기를 거듭한 끝에 한 줄기 지문을 얻어냈다. 김 경사는 영화 ‘추격자´에서 활약하는 여형사의 모델이 됐다. 폭력팀 이 경장은 “우리는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남자 형사와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비결은 ‘무조건 웃기´. 팀 막내로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술도 배우고 당구도 익혔다. 그렇다고 이 경장이 ‘남성화´를 지향하는 건 아니다. 여느 여성들처럼 화장도 하고, 입고 싶은 옷도 마음껏 입는다. 이 경장은 “형사도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경찰”이라면서 “옛날 수사반장에 나오던 수염이 덥수룩하고 잘 씻지 않는 형사는 질색”이라고 귀띔했다. 강력계 남궁 경장은 “처음에는 여자라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강력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여자라는 이유로 주로 성폭력 사건만 담당해야 했다. 휴가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남자 팀원들은 서로 험한 일을 대신해 줄 수 있었지만 남궁 경장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애초 폭력팀에서 나를 여자라고 거부했다.”면서 “더 오기가 생겨 강력계를 지원했다.”고 웃어 보였다. ●“평생 먹을 욕 다 먹었어요” 이 경장은 주로 폭행, 절도, 업무방해, 협박 등의 범죄를 다룬다. 그는 “폭력팀에서 일하며 취객들에게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었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떤 취객들은 이 경장에게 “아가씨 물 한 잔”,“소주 한 병 추가”라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여자에게는 조사받기 싫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밤이면 취객 때문에 폭력팀 업무가 마비되기 일쑤였다. 낮에 들어온 고소·고발 사건을 정리하랴, 취객 상대하랴, 고된 업무의 연속이었다. 그는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로 면역체계가 크게 약화됐다는 진단도 받았다. 의사는 “직업을 바꾸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휴가도 내지 못했다.“쉰다고 하면 휴가야 갈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빠지면 나중에 우리 팀에 들어올 다른 여형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갈 것 같아 걱정됐습니다.” 남궁 경장은 인사 때마다 혹시나 강력반에서 퇴출될까 마음을 졸인다. 여형사는 첩보를 입수하거나 미행·추격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주변에서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 부하직원을 대하는 상사의 태도도 약간은 달랐다. 열두 시간이나 조서를 작성해 파김치가 된 남자 형사에게는 “조서가 이게 뭐냐.”고 호통을 치지만, 남궁 경장에게는 “힘들게 왜 열두 시간이나 조서를 작성하냐.”고 다독인다. 그는 “형사라는 사실을 제 스스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경사가 근무하는 CSI는 사흘마다 32시간 연속 당직 근무을 해야 한다. 아침 9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24시간 근무한 뒤 곧바로 8시간 동안 낮근무를 한다. 물론 큰 사건이 터지면 며칠 밤도 새운다. 시력이 2.0에서 0.8로 떨어질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다. 늘 독극물 실험을 하고, 각종 병에 걸린 시신을 다루는 바람에 호흡기 질환으로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다.“사명감 없이는 형사 절대 못해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 경장은 “성폭력 피해자를 안정시켜 피해 사실을 말하도록 하는 데는 확실히 여형사가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이 경장은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피해 어린이를 떠올렸다. 그 아이는 오히려 어머니를 걱정하며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1년간 계속 심리치료소를 함께 다니며 아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막상 아이가 입을 열었을 때는 오히려 이 경장이 눈물을 흘렸다. 김 경사는 “과학수사 분야에서도 여형사들이 남다른 감각을 발휘하는 때가 많다.”면서 “눈이 아니라 감각으로 살인사건 현장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2006년 서울 노원경찰서 관내 찻집에서 여주인이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문 흔적이 없었고 DNA를 채취해야 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도 아니어서 채취할 대상이 없었다. 김 경사는 안주 접시에 놓인 포도 껍질을 발견했다. 동료는 “설마…”라고 했지만, 집요한 작업 끝에 포도 껍질에서 공범의 DNA를 찾아냈다. 김 경사는 “외국 드라마 때문에 과학수사 기법이 많이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집에 갔을 때 과학수사 자료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그는 “실제 수사는 긴 시간과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데 드라마는 수사과정을 너무 쉽게 그린다.”면서 “외국 드라마를 보니 지문을 찍으면 컴퓨터 화면이 돌아가면서 10초 만에 용의자가 밝혀지는데 실제로는 수작업의 연속으로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 경장은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의 여형사 주인공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을 보면 연민에 끌릴 때도 많다.”면서도 “드라마에서처럼 체포한 청소년을 놓아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극중 주인공이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그나마 사실적이라고 덧붙였다.“형사는 눈물과 연민이 아닌 수사로 말해야 합니다.” ●“후회없는 형사가 되기를” 이 경장은 아침 9시에 출근해 다음날 정오까지 27시간 연속으로 근무한다. 그가 형사를 택한 이유는 아무 죄없이 당한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서라고 했다.“그 이유 하나면 아무리 고된 일도 참을 수 있습니다.” 남궁 경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형사가 꿈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그는 형사계에서 서류를 전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형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고교를 졸업하던 97년에 바로 시험을 쳐 경찰특공대 1기로 경찰에 들어왔다.3년 뒤에는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되고 싶어 당시 ‘여자 형사반장´으로 유명했던 양천경찰서 박미옥 팀장(현 김천경찰서 수사과장)을 대뜸 찾아갔다. “포기를 모르는 열정을 가진 많은 여자 후배들이 형사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자 형사보다 더 잘하는 여자 형사가 많으면 더욱 좋겠고요.”소주잔에 여형사들의 야무진 눈빛이 어른거렸다. 이경주 이재훈 김정은기자 kdlrudwn@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사미인곡(KBS1 오후 7시30분) 긴박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생사가 찰나에 갈라지는 공간, 영동세브란스병원 응급실. 그곳에 올해 나이 서른 한 살의 남자 간호사 김화덕씨가 있다. 여자 간호사만큼 익숙하고 다정한 모습은 아니지만, 환자를 향한 사랑만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남자 나이팅게일 화덕씨의 넘치는 인간미를 엿본다.   ●세계 테마 기행(EBS 오후 8시50분) 소설가 성석제가 마푸체족이 모여 사는 칠레의 한 마을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전통을 잃지 않고 추장의 망토를 만드는 할머니와의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마푸체족의 자부심을 엿본다. 숱한 외부의 핍박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마푸체족의 전통과 함께 격동의 칠레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미국의 경기침체로 전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호주에서도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동포 사회와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2년 사이에 7차례나 인상되는 등 지금 호주는 지난 12년 동안 최고의 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대출금을 갚을 길이 없어 집을 팔려는 동포들이 늘고 있다.   ●코끼리(MBC 오후 8시20분) 덕배의 방에서 함께 잠을 청하던 주현은 그만 덕배의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치명적 실수를 하고 만다. 덕배의 입을 막아야 하는 주현과 주현의 약점을 잡은 덕배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한편, 한 번 스쳤다 해도 파스를 발라야 하는 한영의 주먹이 무서워 이코빌라 사람들은 모두가 바짝 긴장한다.   ●온에어(SBS 오후 9시55분) 경민을 부른 강 국장은 1,2회가 80분 방송으로 나가기로 결정되었으니 1,2회를 추가 제작하라고 명령한다. 대본을 더 써야 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영은은 편집실에서 시간을 계산하다가 광고가 반도 팔리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긴장한다. 한편,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은 승아에게 장엔터로 간 이유를 묻는데….   ●인간극장(KBS2 오후 8시20분) 돌 직후 바이러스로 소아마비 장애를 얻고 난 뒤 단 한번도 목발 없이 걸어본 기억이 없는 남자. 지금까지도 양 손에서 목발을 떼어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자.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과 싸우며 살아가지만 한치의 구김살도 없이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는 사람이 박마루씨다. 그에게 장애는 결코 삶의 장애가 아니다.
  • 여대생의「프리·섹스」와 무전 취식

    H=지난 1주일동안은 강도살인범 박원식(朴元植)과 장마비 피해 등 취재로 상당히 바빴겠군, 지난주의 사건 뒤안길은 어떠했는지. E=「프리·섹스」를 즐기던 여대생 2명이 무전취식으로 경찰에 걸렸지. W대학 영문과와 가정과 2년생인 두여대생이 21일밤 11시쯤 C「호텔」「고고·클럽」에 1천5백원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지. 거기서 남자 2명을 만나 즉석「데이트」가 시작되고, 새벽4시까지 어울려 몸을 흔들었는데 여대생들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광란에 젖어들게됐고「핑크·무드」에 빠져버린 거지. 4시가 되자「홀」안이 터져라고 울려퍼지던「고고」도 그치고 문을 닫게됐는데 이때가 되자 남자친구(?)가 청진동으로 가 해장국이나 먹자고 제의. 그길로 가 소주 1병을 4명이 나눠마시고 해장국 한그릇씩을 먹었지. 밖으로 나오니 또 길이 막연하더라는 것. 다시 남자친구들이「호텔」로 가서 몇시간 쉬다 돌아가자고 제의. 여대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따라 N「호텔」로 간 것. 두쌍이 방두개에 나눠들어갔다가 8시쯤되자 두 남자들만 약속이나 한듯이 잠깐 나갔다가 올 테니 기다리란 말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지. 남았던 여대생들, 아침 점심까지 시켜먹곤 남자들 오기만 기다렸는데 종래 무소식.「호텔」종업원들은 돈내라고 아우성, 그러나 아무리 뒤져보아도 무일푼이었지. 결국 끌려간 것이 경찰서. B=잘하는 짓들이군. D=결국 무전취식이겠지. 총각들 걱정 많이 시키는군.(웃음) [선데이서울 71년 8월 1일호 제4권 30호 통권 제 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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