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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환의 공간서 만난 비디오아트

    이우환의 공간서 만난 비디오아트

    백남준 조수 출신… 비디오아트 발전극도의 슬로모션 통해 시간 시각화45초 영상 10분으로 늘린 ‘인사’ 압권 극도의 느린 화면으로 삶의 본질적 문제와 인간의 내면을 성찰해 온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초기작부터 대표작까지 주요 작품 16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과 그 친구들’ 기획전으로 열고 있는 ‘빌 비올라, 조우’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인 이우환 작가와 장르가 다르지만 예술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인 ‘이우환 공간’에서 소개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지난해 앤터니 곰리의 전시에 이어 두 번째다. 1951년 미국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시러큐스대학에서 회화, 뉴미디어, 인지심리학을 공부한 비올라는 1972년부터 비디오 영상 작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1973년 졸업 후 모교 에버슨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기술자로 일하던 중 백남준을 만나 그의 조수로 일하며 비디오아트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켰다. 비올라는 초기작부터 시간을 재료로 삼은 다양한 실험적 영상 작업에 몰두했다. 일례로 ‘투영하는 연못’(1977~1979)은 숲에서 걸어 나와 물웅덩이 앞에 선 남자가 물을 향해 뛰어들려고 힘차게 도약하는 순간 화면이 정지한다. 언뜻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남자를 제외한 주변 풍경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시간을 물질로 보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담긴 작품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극도의 슬로모션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작점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인사’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폰토르모의 회화 ‘방문’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고정된 하나의 카메라로 45초간 촬영한 영상을 10분 길이로 재생했다. 원작은 동정녀 마리아가 사촌에게 임신을 알리는 내용이지만 ‘인사’는 어떤 설명 없이 세 여인이 거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준다. 르네상스 회화를 닮은 화면의 색감과 구도 아래 한없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이 관람객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 세 명의 배우가 기쁨, 슬픔, 놀라움, 경악 등 4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1분간 촬영한 뒤 무려 81분으로 늘린 ‘아니마’(2002)는 흡사 초상화를 연상시킨다. 비올라의 작품에는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등 명상적인 동양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선불교, 이슬람 수피교, 기독교 신비주의 등에 두루 관심을 둔 덕분이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들과 영적 경험,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비올라의 영상 작품들을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지속해 온 이우환의 작품과 함께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우환 공간에는 1970년대 작품 3점이 설치됐고, 본관 3층 대전시실에 ‘순교자 시리즈’(1994),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2002) 등 1990년대 이후 작업들이 걸렸다. 내년 4월 4일까지. 부산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시간을 연출하는 예술가,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를 만나다

    시간을 연출하는 예술가,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를 만나다

    극도의 느린 화면으로 삶의 본질적 문제와 인간의 내면을 성찰해 온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초기작부터 대표작까지 주요 작품 16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과 그 친구들’ 기획전으로 열고 있는 ‘빌 비올라, 조우’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인 이우환 작가와 장르가 다르지만 예술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인 ‘이우환 공간’에서 소개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지난해 앤터니 곰리의 전시에 이어 두 번째다. 1951년 미국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시러큐스대학에서 회화, 뉴미디어, 인지심리학을 공부한 비올라는 1972년부터 비디오 영상 작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1973년 졸업 후 모교 에버슨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기술자로 일하던 중 백남준을 만나 그의 조수로 일하며 비디오아트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켰다. 비올라는 초기작부터 시간을 재료로 삼은 다양한 실험적 영상 작업에 몰두했다. 일례로 ‘투영하는 연못’(1977~1979)은 숲에서 걸어 나와 물웅덩이 앞에 선 남자가 물을 향해 뛰어들려고 힘차게 도약하는 순간 화면이 정지한다. 언뜻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남자를 제외한 주변 풍경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시간을 물질로 보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담긴 작품이다.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극도의 슬로모션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작점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인사’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폰토르모의 회화 ‘방문’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고정된 하나의 카메라로 45초간 촬영한 영상을 10분 길이로 재생했다. 원작은 동정녀 마리아가 사촌에게 임신을 알리는 내용이지만 ‘인사’는 어떤 설명 없이 세 여인이 거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준다. 르네상스 회화를 닮은 화면의 색감과 구도 아래 한없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이 관람객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 세 명의 배우가 기쁨, 슬픔, 놀라움, 경악 등 4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1분간 촬영한 뒤 무려 81분으로 늘린 ‘아니마’(2002)는 흡사 초상화를 연상시킨다.비올라의 작품에는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등 명상적인 동양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선불교, 이슬람 수피교, 기독교 신비주의 등에 두루 관심을 둔 덕분이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들과 영적 경험,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비올라의 영상 작품들을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지속해 온 이우환의 작품과 함께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우환 공간에는 1970년대 작품 3점이 설치됐고, 본관 3층 대전시실에 ‘순교자 시리즈’(1994),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2002) 등 1990년대 이후 작업들이 걸렸다. 내년 4월 4일까지. 부산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마로니에 공원 대신 AR로 즐기는 통일축제 22일까지 ‘즐길 만’

    마로니에 공원 대신 AR로 즐기는 통일축제 22일까지 ‘즐길 만’

    서울 마로니에 공원은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와 이화동 사이에 위치한 공원이다. 1975년 서울대학교 문리대학과 법과대학이 관악 캠퍼스로 옮긴 뒤 그 자리를 대한주택공사가 공원으로 꾸몄다. 주변에는 근현대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동성고와 혜화동 성당, 장면 전 국무총리가 숨어들었던 수도원, 가톨릭청소년회관, 도산 안창호선생이 조직한 흥사단 본부 건물, 서울대 병원과 의과대학, 낙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살던 곳이며 초대 내각을 구성했던 사적 497호 이화장 등이다. 서울대 본관과 문과대학, 법과대학 앞에 마로니에 나무가 세 그루 있던 것을 유래로 ‘마로니에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나무를 누가 심었는지 유래는 전해지지 않지만 이곳의 마로니에 나무는 대학과 지성의 상징으로 오래 각인돼 있다. 유신 체제가 끝나고 자유화 물결이 넘실대던 1985년부터 정부 주도로 문화예술의 거리가 조성되면서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문화단체와 극장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인사동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돼 서울의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가 됐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협의회와 서울통일교육센터(국민대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통일교육원이 후원하는 ‘제5회 통일공감 평화통일 축제’가 원년부터 사용해 오던 마로니에 평화통일 축제 대신 이름을 바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신록이 울울한 매년 5월 통일교육주간에 대면 행사로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 방식으로 열려 부득이하게 이름을 바꿨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며 개최 시기를 미뤘으나 결국 남과 북이 하나됨을 기원하며 11월 11일을 개막일로 정했다. 이번 축제의 작은 제목은 ‘생명과 평화! 힘내라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불편해진 일상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통일을 느끼고 소통하며, 평화와 통일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어린 학생들부터 외국인,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콘서트와 라이브 토크쇼, 공모전 작품 전시, 마인크래프트 게임으로 표현한 판문점, 이산가족상봉ㆍ북한물품 사진전, 한반도 평화와 통일 염원을 담은 통일울림, 우리가 만들어가는 통일 ‘우만통’, 카카오톡을 활용한 ‘통일카톡벨, 그리고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통일AR’ 어플리케이션(앱) 등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준 킴, 이비(Evey) 등의 통일 관련 노래들을 들어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창에 ‘하나온 페스티벌’을 입력하거나, 구글플레이 스토어 ‘통일AR’ 앱을 다운로드한 뒤 참여하면 된다.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은 아래 동영상에 나오는 핀란드 소녀 마리아의 안내를 따라하면 된다. 마리아는 ‘우만통’을 하며 북한 음식 두부밥을 만들어 먹어봤는데 아주 맛있다고 자랑했다. 북한 노래 가사 맞추기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통일 AR 앱을 쓸 수 없는 아이폰 이용자들은 unihana.co.kr에서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아울러 유튜브 통일교육TV에서도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다. 통일교육협의회가 만든 캐릭터 ‘고리’도 소개해야겠다. 남북 물길을 자유롭게 오가는 수달인데 그처럼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통일교육원과 통일교육협의회, 서울통일교육센터는 앞으로도 통일교육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의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포토] 마스크 쓰고 훈련하는 손흥민

    [포토] 마스크 쓰고 훈련하는 손흥민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A매치에 나선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15일(현지시간) 마리아엔처스도르프 BSFZ아레나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0.11.16 대한축구협회 제공
  • 코로나 때문만일까… 뒤숭숭한 벤투호

    코로나 때문만일까… 뒤숭숭한 벤투호

    약 1년 만에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나선 벤투호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의 탈압박 능력과 정교함을 다듬는 과제를 안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동안 빌드업 중심의 점유율 축구를 강조해 왔지만 15일 공수 전환이 빠른 멕시코의 전면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한 채 2-3으로 역전패했다. 대표팀 소집 단계부터 부상, 코로나19 확진, 소속팀 차출 거부로 수비진을 원하는 대로 구성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끼치기는 했다. 또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경기 하루 전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조현우(울산), 황인범(루빈 카잔)이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재검사에서 김문환(부산)과 나상호(성남)가 추가 양성 반응이 나오는 등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멕시코, 오스트리아 축구협회와의 협의 끝에 경기가 열렸으나 한국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19명으로 비너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 들어서야 했다. 벤투 감독은 권경원(상주)과 정우영(알 사드), 원두재(울산)로 스리백을 꾸렸다. 권경원 외에는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었다. 좌우 윙백은 이주용(전북)과 김태환(울산), 골키퍼는 구성윤(대구)이 맡았다. 또 공격받을 때는 윙백이 내려와 5백으로 수비를 두껍게 하고 공격 시 정우영이 중원으로 올라가 4백이 됐다. 그러나 완전하지 않은 전력과 호흡 때문인지 벤투호는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 압박에 공을 빼앗기거나 급하게 패스하다가 번번이 차단당하며 자주 위기를 맞았다. 슈팅을 17개나 내줄 정도였다. 그나마 공격에서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의 호흡이 돋보였다. 전반 21분 손흥민의 왼발 크로스를 황의조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해리 케인이 손흥민에게 뿌려 주는 패스와 비슷했다. 내내 허점을 보이던 후방 빌드업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후반 22분 라울 히메네스(울버햄프턴)의 동점골과 24분 우리엘 안투냐(과달라하라)의 역전골 모두 빌드업 과정에서의 패스가 차단당하며 빠른 역습을 허용한 결과였다. 카를로스 살세도(티그레스)의 쐐기골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구성윤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한두 골을 더 내줄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한국은 후반 42분 이강인(발렌시아)의 코너킥을 권경원이 상대 골문에 넣었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경기였던 것 같다”며 “경기에서 지는 것은 항상 너무 아프고 쓰리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패배를 안겨 준 팀이기에 더욱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뒤 “센터백부터 풀백까지 많은 공백이 발생해 수비를 조금 더 두껍게 하려고 5백을 썼다”며 “우리 진영에서 공을 빼앗기거나 역습을 나가려 할 때 바로 공 소유권을 빼앗기는 등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오후 10시 마리아엔처스도르프 BSFZ 아레나에서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통산 500승에 재도전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경매에 나온 ‘마리 앙투아네트’가 신던 구두

    경매에 나온 ‘마리 앙투아네트’가 신던 구두

    마리 앙투아네트의 구두가 15일(현지시간) 경매에 나온다. 경매는 프랑스 경매사 ‘오즈나(osenat)’를 통해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며 경매가는 1만 유로(약 13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염소가죽과 실크로 만들어진 하얀 구두로, 힐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매사 측은 해당 구두는 앙투아네트가 왕실의 일상생활에서 신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불어 “마리 앙투아네트는 세계적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킨 인물”이라고 언급하며 경매 물품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합스부르크 공국을 다스렸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14세 때 프랑스 루이 16세와 정략결혼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베르사유 트리아농궁에 살다가 혁명이 시작되자 파리로 연행돼 국고 낭비와 반혁명 시도 죄명으로 1793년 10월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남편 루이 16세는 그해 1월 이미 처형된 뒤였다. 프랑스의 구체제(앙시앙레짐)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인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는 여러 소설과 영화, 연극 등으로 재탄생 돼 왔다.한편, 지난 5월 경매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쓰던 가죽으로 된 여행용 가방이 예상가보다 5배가량 높은 4만 3750유로(약 57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美 4살 석달만에 고아 만든 몹쓸 코로나…부모 차례로 앗아가

    美 4살 석달만에 고아 만든 몹쓸 코로나…부모 차례로 앗아가

    미국 4살 꼬마가 코로나19 때문에 졸지에 고아가 됐다. 13일(현지시간) NBC뉴스는 코로나19로 석달 만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소년의 기막힌 사연을 전했다. 텍사스주 출신 레이든 곤살레스(4)는 지난 6월과 10월 차례로 부모를 잃었다. 몹쓸 코로나19가 소년의 부모를 앗아갔다. 지난 6월 초 일터에서 감염된 아버지 아단 곤살레스(33)는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소년의 외할머니는 “6월 3일 확진 판정 후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던 사위는 6월 26일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소년의 어머니 마리아 곤살레스(29)도 뒤이어 세상을 떠났다. 부군상을 치른 후 실의에 빠지긴 했으나 제법 건강했던 그녀는 10월 5일 갑작스러운 증상 발현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가 12시간 만에 사망했다. 석 달 새 양친을 모두 잃은 소년은 졸지에 고아가 됐다. 아직 어린 나이에 세상에 혼자 남겨진 소년은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소년을 돌보고 있는 외할머니는 “오늘 아침에도 엄마를 찾았다. 엄마를 돌려달라더라. 해줄 말이 없었다. 엄마 아빠는 이제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천사가 됐다고밖에 말해줄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는 22일 다섯 살 생일을 부모 없이 지낼 손자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도 말했다. 유가족은 “우리는 코로나19로 가족 2명을 잃었다”면서 “팬데믹의 심각성, 팬데믹으로 인한 상처의 가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부디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4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천122만6038명, 사망자는 25만1256명으로 집계됐다. 13일 하루 동안만 18만7899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으며, 14일에도 15만7081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별로는 특히 소년이 살고 있는 텍사스 피해가 심각하다. 텍사스 누적 확진자는 108만6987명, 사망자는 2만여 명으로 미국 내 최다를 기록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포토] 벤투호 비상… 5명 코로나19 확진

    [포토] 벤투호 비상… 5명 코로나19 확진

    올해 처음 해외 원정에 나선 축구대표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 비상이 걸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4일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현지시간 12일 오후 5시 진행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조현우(울산), 황인범(루빈 카잔) 선수와 스태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사진은 벤투 감독이 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마리아엔처스도르프 BSFZ아레나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을 지시하는 모습. 2020.11.14 대한축구협회 제공
  • “죽은 제가 투표했다고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죽은 제가 투표했다고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국내 언론이 미국 CNN이 폭스뉴스 등의 승자 예측 보도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넘어 승리를 확정했다고 보도하는 데 대해 욕설을 퍼붓거나 바이든 후보의 대선 부정이 탄로났다며 감옥에 가게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 유권자도 아닌 이들이 왜 저렇게 열을 내나 싶을 때가 있다. 바이든 후보를 따라 미국 기자들도 감옥에 가게 생겼는데 국내 기자들도 그럴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늘어놓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꼭 빠뜨리지 않는 단골 주장이 수천명의 죽은 이들 이름의 투표가 밝혀져 선거 부정이 곧 규명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시간주에 사는 마리아 아레돈도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죽은 사람 명단에 포함시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저 아마 일흔두 살일걸요. 살아 숨쉬고 있어요. 정신도 멀쩡하고 건강해요”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마리아 외에도 미시간주에서 사망한 이들인데 투표했다는 거짓 주장에 휩싸인 사람들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했다고 14일 전했다. 사실 미국 선거에서는 이런 비슷한 의심이나 의혹이 제기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3억 2000만명이 넓은 영토에 흩어져 사니 같은 나이와 같은 이름의 유권자가 엄청 많을 수밖에 없다. 투표인 명부 작성에 착오가 있거나 아버지나 할아버지 이름을 물려 쓰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올해 대선과 관련해선 그런 의심을 사는 사례가 엄청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심을 사는 유권자들이라며 1만명의 명단을 제시한 ‘이센셜 플레카스(Essential Fleccas)’로부터 헛소동이 시작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미시간주에서만 1만명이 이런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며 이름, 우편 번호, 기표한 날, 출생한 날, 사망한 날까지 모두 제시해 꽤 그럴 듯해 보인다. 50년 전에 사망한 사람이 투표한 것으로도 나와 언론의 눈길을 붙들었다.BBC는 무작위로 30명을 고르고 가장 나이 많은 유권자 한 명을 더해 31명의 목록을 만든 뒤 11명에게 직접이나 가족, 이웃들, 요양원 종사자 등에게 전화를 걸어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나머지 17명은 사망 기록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으며 이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3명은 정말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로버트 가르시아는 퇴직 교원으로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는 “난 분명 살아 있고 바이든 후보에게 분명히 표를 던졌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갔어야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을 걸”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100세 할머니가 미시간의 한 요양원에 생존한 것도 확인했는데 그 명단에는 1982년 숨진 것으로 나왔다. 그 명단에 1977년 숨진 것으로 기재된 다른 100세 할머니는 지난 9월 우편투표를 발송했을 때는 분명 살아 있었는데 몇주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 이웃이 전했다. 지난달 부고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시간주 법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제출했더라도 선거일 전에 숨지면 유효 표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송은 그녀의 투표가 유효 표로 집계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화 통화가 안된 이들은 다른 방법으로 생존 여부를 확인했다. 2006년에 숨졌다고 명단에 기재된 한 여성은 올해 1월 한 회사 성명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명은 실제로 몇년 전 숨졌는데 정확히 그 이름에 맞는 우편 코드와 생년월일을 갖고 투표에 참가한 부정 사례인 것처럼 보였다. 두 남성 모두 같은 집에 같은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아들 이름의 용지와 죽은 아버지 이름의 용지가 한 장씩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선거 관리들은 한 부자 사례는 한 표만 집계했으며 아들이 투표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부자 사례는 아들이 투표했는데 아버지 이름으로 잘못 기재된 것이 확인됐다.방송도 1만명 가운데 31명을 추려 조사한 것이라 전체가 그렇다고 주장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지지자의 명단에 하자가 적지 않은 점은 분명히 보여줬다고 했다. 미시간주에서의 사망 기록을 찾지 못하면 미국 전역의 사망자 데이터베이스에 생일만 같고 이름만 같은 사망자 정보를 입력해 죽은 사람이라고 명단을 작성했다는 취지다. 마리아는 본인의 투표가 안전하게 집계에 반영됐다는 얘기를 BBC 취재진에게 들은 뒤 새 행정부가 얼른 출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단한 부통령 일을 해냈다. 너무 잘 됐다. 내 어깨의 부담을 덜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다이노+] 2억 3000만년 전 초기 공룡 뇌 복원…무게는 고작 1.5g

    [다이노+] 2억 3000만년 전 초기 공룡 뇌 복원…무게는 고작 1.5g

    2015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과학자들은 브라질 남부에서 매우 원시적인 공룡 화석을 발견했다. 약 2억 3000년 만 전 살았던 '부리올레스테스 슐트지'(Buriolestes schultzi)는 두 발로 걷는 작은 공룡으로 외형상 수각류 육식 공룡처럼 생겼지만, 사실 거대한 네 발 초식공룡인 용각류의 일종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거대한 초식 공룡도 처음에는 이렇게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소형 육식 공룡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진화 과정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브라질 산타 마리아 연방 대학의 로드리고 템프 뮐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해상도 CT 스캔을 이용해서 부리올레스테스의 두개골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작은 공룡의 뇌실(brain case, 뇌를 둘러싼 두개골 부분)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부리올레스테스의 작은 뇌가 어떤 형태인지 재구성할 수 있었다. (사진 참조) 부리올레스테스는 몸길이 1m가 약간 넘는 소형 육식 공룡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무게 1.5g에 불과한 작은 뇌를 지니고 있었다. 뇌의 구조 역시 영화 쥐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영리하고 민첩한 수각류 공룡보다 악어를 닮은 원시적인 형태였다. 참고로 악어류는 공룡과 함께 지배 파충류라는 큰 그룹에 속하는데, 트라이아스기 중반 초기 공룡은 아직 악어와 비슷한 원시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부리올레스테스의 뇌에서 또 다른 특징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소뇌 및 시각 부위와 예상보다 작은 후각 신경이다. 따라서 부리올레스테스는 주로 눈으로 먹이를 찾고 사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후손인 디플로도쿠스나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초대형 초식 공룡은 후각 신경이 잘 발달되어 있다. 이는 용각류 진화 과정에서 나중에 획득한 특징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부리올레스테스의 뇌가 후손보다 오히려 크다는 것이다. 1.5g에 불과한 뇌에도 불구하고 몸무게 비율로 봤을 때 부리올레스테스의 뇌는 대형 초식 공룡보다 큰 편이다. 수각류 공룡과는 반대로 용각류 공룡의 경우 뇌의 상대적 크기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비율이 낮아져도 뇌 자체는 커졌기 때문에 용각류가 진화과정에서 더 바보가 되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용각류 초식 공룡의 진화 과정에서 뇌는 그렇게 생존에 중요한 장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과학자들은 조그만 부리올레스테스의 두개골 화석에서 많은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 작은 공룡이 어떻게 거대한 초식 공룡으로 진화했는지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지층을 뒤져 새로운 화석을 발견하고 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이를 상세히 연구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中 유인잠수함, 수심 1만 909m 잠수 성공… “해저 자원 노린 투자”

    中 유인잠수함, 수심 1만 909m 잠수 성공… “해저 자원 노린 투자”

    중국이 개발한 유인잠수함이 수심 1만m 심해의 수압을 견디고 깊은 바다에 안전하게 가라앉았는데 성공했다.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개발한 유인잠수함은 한달 전 중국 하이난성을 출발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인 마리아나 해구로 향했다. 중국은 마리아나 해구에서 실시한 유인잠수함 테스트에서 기존 기록보다 800m 더 깊은 수심 1만 909m까지 잠수하는데 성공했지만, 세계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현재 세계기록은 2019년 5월 미국 해저탐험가 빅터 베스코보가 세운 것으로, 당시 유인잠수함을 타고 수심 1만 927m에 도달했었다. 중국은 불과 18m 차이로 세계기록 경신을 놓치게 됐다. 중국 당국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유인잠수함과 같은 첨단 다이빙 장비를 이용해 해저에 잠자고 있는 풍부한 자원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당국 관계자는 인민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심해 탐사는 심해 자원과 관련한 국제적 전략을 더 잘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예컨대 일본은 2년 전 태평양에서 희토류 자원을 발견했다. 발견된 해저의 매장량은 육지의 1000배에 달한다. 해저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고 말했다.스마트폰과 미사일 시스템, 레이더와 같은 첨단 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는 중국 주요 지역에서 매우 엄격하게 통제된 채 채굴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희토류와 같은 한정된 자원에 대한 희소가치가 높아지자 중국 기업들은 그린란드 등 북극 지역의 희토류 관련 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희토류를 노리는 국가가 중국 한 곳만은 아니다. 2018년 일본에서 ‘희토류 대박’이 터졌을 당시, 로이터는 인도 역시 잠재적으로 채굴하고 수출할 수 있는 희토류 등의 광물을 찾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심 1만m의 심해까지 가라앉을 수 있는 유인잠수함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이러한 희소 자원 채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 탄원… 항일투쟁 외교 전선의 선구자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 탄원… 항일투쟁 외교 전선의 선구자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8년 1월 윌슨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민족자결주의는 나라를 빼앗긴 약소국들을 독립의 희망에 부풀게 했다. 그런 배경에서 같은 해 8월 중국에서 민족지도자들이 발족한 신한청년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강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해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기로 했다. 파리에 대표로 간 인물이 김규식이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김규식은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국제 정세에 밝아 적임자였다. 김규식은 파리로 떠나기 직전 결혼한 김순애와 바로 이별해야 했다. 여운형과 김순애 등은 국내외 각지로 가서 파견 경비를 모으는 한편 한국 대표의 외교활동에 힘을 실어 주려면 대규모 독립운동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이런 활동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됐다.김규식이 파리에 도착한 것은 국내에서 일제의 탄압 속에 만세운동이 계속되던 1919년 3월 13일이었다. 김규식의 임무는 회의석상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비망록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전승국인 일본의 방해로 애당초 불가능했다. 이를 예상한 김규식은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파리 샤토가 38호에 한국공보국을 설치했다. 각국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언론, 정당은 물론 사회주의 조직과도 접촉했다. 그를 통해 일제의 죄악상을 폭로하고 독립의 정당성을 홍보했다.●한국 독립 문제 국제적 부각… 동정 여론 형성 한국공보국은 공보국회보를 발간하고 ‘한국독립에 대한 탄원서’를 회의에 제출했다. 김규식이 만났던 미국 인사는 외교관이자 언론인인 스티븐 본잘이라는 사람이었다. 본잘은 한국에 호의적이기는 했지만 결정권이 없었다. 그의 대답은 “우리가 유럽에서 전범을 응징하면 나중에 국제연맹이 일본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였다. 김규식은 좌절하지 않았다. 조르주 클레망소 강화회의 의장에게 임정 대통령 이승만 명의의 서한을 전달했다. 김규식이 파리에 머물던 4월 11일에는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돼 대표단 지원사업은 임시정부로 이관됐다. 임정은 공보국을 임정 파리위원부로 개칭하고 김규식을 임정 외무총장 겸 파리위원부 위원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주었다. 김규식은 4월 26일에는 ‘통신국회보’를 발간해 3·1운동 등 독립운동 소식을 알렸다. 한일합병의 무효화 등을 요구하는 20개 항목을 담은 독립공고서를 비롯한 서한을 강화회의 이사회 위원들과 각국 정부에 여러 차례 보냈다. 달걀로 바위 치기 같았지만 김규식의 다각적인 노력에 침묵을 지키던 유럽 신문들이 움직여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규식의 활동은 열강들의 외면으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문제를 국제적으로 부각시키고 동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간접적인 성과는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사(尤史) 김규식은 1881년 1월 29일 부산 동래에서 김지성과 경주 이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구한말 선전관을 지낸 부친은 일제를 비난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누명을 쓰고 귀양을 갔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 김규식은 사실상 고아가 됐다. 큰아버지 집에 맡겨졌지만 형편이 어려워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어린 나이에 고난을 겪었다.●16세 美 유학… 박사과정 장학생 접고 귀국길 그를 구한 사람은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였다. 그의 아내 릴리아스는 이런 글을 남겼다. “언더우드는 분유와 약을 들고 가마를 타고 아이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그 아이는 너무 굶주려서 먹을 것을 달라고 울부짖으며 벽지를 뜯어내어 삼키려고까지 했다.” 언더우드는 병든 김규식을 극진히 보살피고 입양했다. 5세 때 김규식은 언더우드가 세운 고아학교(경신학교)에 입학했는데 영어를 대단히 빨리 익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어 1894년 한성 관립영어학교 1기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학교를 졸업한 김규식은 독립신문사에 입사하고 독립협회에도 가입했다. 김규식은 16세가 된 1897년 서재필의 권유와 언더우드의 후원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동부 버지니아주 로노크대학에 입학했다. 예과를 2등으로 마치고 본과에서도 전 과목 평균 90점 이상을 받았다. 외국어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교강연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스스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지만 1903년 전체 3등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한 해 가을 그는 프린스턴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입학, 1년 만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장학생으로도 선발됐지만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귀국을 결심하고 조국으로 돌아왔다. 김규식은 은인인 언더우드 목사를 돕는 일부터 시작했다. 언더우드의 비서와 주일학교 교장직을 맡으면서 새문안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거기에 안주할 수 없었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105인 사건’을 일으켜 독립운동가와 기독교 지도자들을 대거 구속했을 때 투옥은 모면했지만 일제의 감시와 탄압은 심해졌다. 김규식은 해외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참여할 결심을 굳혔다. 일제의 추적을 따돌리고자 호주로 간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상하이로 향했다. 상하이에 도착한 때는 32세 때인 1913년 4월 중순이었다. 신규식, 박은식 등이 창설한 동제사(同濟社)가 프랑스 조계에 설립한 박달학원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 중국에서의 첫걸음을 떼었다.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돼 임무를 마친 김규식은 임정 구미위원부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돼 1919년 8월 22일 미국으로 건너갔다. 구미위원부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벌이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사실상 정부 기능을 수행했다. 김규식은 미국 국무부 당국자들에게 독립운동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윌슨과 관리들로부터 말할 수 없는 냉대를 받았다. 구미위원부는 한국친우회를 결성하고 대중 연설이나 홍보물 배포, 신문·잡지 기고 등의 간접적 활동을 폈다. 이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미쳐 1920년 3월 미국 상원에 한국 독립안이 상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규식은 1921년 1월 상하이로 돌아가 임정에 합류했다. 그러나 임정의 내부 갈등에 염증을 느껴 구미위원부 위원장과 학무총장을 사임하고 한중호조사(韓中互助社)를 창립해 한중 합작으로 항일운동을 벌였다. 1921년 극동피압박민족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규식은 참가를 결정했다. 고비사막을 횡단하고 러시아 이르쿠츠크를 거쳐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개막된 회의에 참석했다. 50여명이 참가한 한국대표단은 레닌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다. 중국으로 돌아온 김규식은 복단·동방·북양대학 교수로 일하는 한편 삼일중학을 세웠다. ●독립단체 통합 참가, 민족혁명당 국민부 부장에 1925년부터 김규식은 독립운동 계파 통합을 위한 민족유일당운동에 참가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자 교육에만 열중했다. 1935년 7월에는 난징에서 한국독립당, 의열단 등 5당 통합으로 창당된 조선민족혁명당 중앙집행위원회 위원과 국민부 부장으로 선임됐다. 1942년에는 좌우익 세력을 대표하는 한국독립당과 광복군, 민족혁명당과 조선의용대가 임정을 중심으로 통합했다. 사천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김규식은 충칭 임시정부로 와서 국무위원과 선전부장으로 선임됐다. 1944년에는 임정 부주석에 취임했다.광복 후에도 그의 통합정신은 이념과 노선을 초월한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으로 이어졌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란하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다가 9월에 납북당했다. 평북 만포진까지 끌려간 김규식은 그해 12월 10일 동상과 천식 등으로 고통받으며 69세를 일기로 비참하게 숨을 거두었다. 정부는 1989년 김규식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의 고모이기도 한 부인 김순애는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與, 처벌만 강화한 법안 발의 폭주… 형벌만능주의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형벌만능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대책에 대한 고민 없는 ‘편의주의적 입법’으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은 21대 들어 총 23건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대부분은 처벌 조항을 신설하거나 기존에 규정한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중대한 신체 위험이 발생해 구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구조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조 불이행을 범죄로 규정한 ‘나쁜 사마리아인법’이다. 형법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형벌만능주의’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법안은 5·18을 악의적으로 부인하거나 비방할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당 일각에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형사처벌은 다른 문제”라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 관련 위헌 소지가 있을 것을 우려해 단서조항을 달았는데 상임위원회에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 등은 대북 전단 살포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의원들이 강도 높은 처벌을 법제화하려는 것은 성난 여론에 편승한 대중 추수주의 성격이 강하다. 이를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사이다’라는 평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안이 생길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극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입법이란 비판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처벌을 통한 시민 통제는 진보가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와는 정반대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진보적 법학자로 활동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저서인 ‘절제의 형법학’에서 “범죄 예방과 범죄인에 대한 응보라는 이유로 형벌을 앞세우거나 극단의 형벌을 동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형벌 만능주의, 중형, 엄벌주의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통제능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입법의 취지를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법이 헌법의 가치를 해치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사이다’인가 ‘과잉’인가...與에 부는 형벌만능주의

    ‘사이다’인가 ‘과잉’인가...與에 부는 형벌만능주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형벌만능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대책에 대한 고민 없는 ‘편의주의적 입법’으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은 21대 들어 총 23건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대부분은 처벌 조항을 신설하거나 기존에 규정한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중대한 신체 위험이 발생해 구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구조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조 불이행을 범죄로 규정한 ‘나쁜 사마리아인법’이다. 형법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형벌만능주의’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법안은 5·18을 악의적으로 부인하거나 비방할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당 일각에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형사처벌은 다른 문제”라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 관련 위헌 소지가 있을 것을 우려해 단서조항을 달았는데 상임위원회에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 등은 대북 전단 살포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의원들이 강도 높은 처벌을 법제화하려는 것은 성난 여론에 편승한 대중 추수주의 성격이 강하다. 이를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사이다’라는 평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안이 생길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극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입법이란 비판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처벌을 통한 시민 통제는 진보가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와는 정반대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진보적 법학자로 활동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저서인 ‘절제의 형법학’에서 “범죄 예방과 범죄인에 대한 응보라는 이유로 형벌을 앞세우거나 극단의 형벌을 동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형벌 만능주의, 중형, 엄벌주의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통제능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입법의 취지를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법이 헌법의 가치를 해치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금융상품] 삼성카드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카드’…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장 최대 10% 할인

    [금융상품] 삼성카드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카드’…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장 최대 10% 할인

    삼성카드가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함께 출시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카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최대 10% 할인을 제공하고 신세계백화점 최대 2% 할인, 스타벅스 20%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먼저 60여개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의 신세계백화점 입점 매장 및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에서 결제 시 10%의 결제일 할인을 제공한다.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월 최대 8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패션의 경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아르마니, 메종 마르지엘라, 알렉산더왕, 폴 스미스 등 40여개의 해외 명품 브랜드부터 텐먼스, 보브, 지컷, 스튜디오 톰보이 등 국내 브랜드 구매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뷰티 혜택은 연작, 비디비치 등의 자체 브랜드와 산타 마리아 노벨라, 바이레도, 딥티크, 아워글래스 등 수입 브랜드에 모두 적용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에스아이빌리지와 로드숍 매장에서 상품 구매 시 같은 폭의 할인이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 제휴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 5% 전자 할인쿠폰을 월 최대 6매 받을 수 있고, 신세계백화점 무료주차권 월 2매, 신세계백화점 이용금액 1000원당 2 신세계포인트 적립 등이 제공된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를 이용할 경우 10% 결제일 할인과 신세계백화점 5% 할인 쿠폰 혜택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전월 이용금액에 관계없이 주중 1%, 주말(토·일) 2% 결제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망명’ 모랄레스, 복귀하나…그가 내세운 후보 1차투표서 선두

    ‘망명’ 모랄레스, 복귀하나…그가 내세운 후보 1차투표서 선두

    중남미 볼리비아에서 18일(현지시간) 치르진 대선에서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60) 전 대통령이 내세운 좌파 후보 루이스 아르세(57)가 1차 투표에서 선두로 조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세는 모랄레스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아르세가 승리하면 우파의 ‘쿠데타’로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모랄레스에게 복귀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BBC가 전망했다. 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볼리비아는 긴장감이 흐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지 매체의 출구조사 결과 아르세가 52.4%를 득표할 것으로 보여 31.5%로 예상되는 카를로스 메사(67)에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전했다. 전직 대통령 출신 중도 후보인 메사는 이를 받아들이기 거부한다. 현지 시간 19일 오전 1시 현재 10% 이하의 개표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르세 후보는 출구조사 승리에 크게 고무되어 있지만 승리를 선언하지 않고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과도 정부의 제닌 아녜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승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며 볼리비아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출구조사 결과가가 확정되면 아르세는 결선투표 없이 대통령이 되면서 볼리비아는 1년여만에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 아르세를 낙점한 모랄레스는 집권당 사회주의운동(MAS)의 실질적인 ‘오너’로 현실 정치에 개입할 길이 열릴 수 있다.앞서 라틴 아메리카 지정학 전략센터가 지난달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르세 지지율은 44.4%로, 메사의 34.0%를 크게 앞서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거나, 최다 득표자가 40%의 득표율로 차점자보다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이기면 결선 투표로 가지 않을 수 있다. 결선 투표는 11월 29일 예정돼 있다. 볼리비아 정치 평론가 카를로스 토란조는 “아르세에 투표한 사람은 누구나 실제로는 모랄레스를 위해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스 조사 결과 아르세가 34%로, 메사(2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에도 주요 후보가 3명 더 있다. 메사가 근소하게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모랄레스와 아르세는 깊이 얽혀 있다. 모랄레스 정권에서 12년 동안 재무장관을 지낸 아르세는 지난해 11월 모랄레스를 따라 망명했다. 당시 멕시코로 망명했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옮겨간 모랄레스는 자신의 사회의 대선 후보로 아르세를 발탁하고, 그의 선거운동을 관리했다. 모랄레스는 지난달 전화로 지원 유세를 통해 “선거에 이긴 다음날, 나는 볼리비아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지난해 대선에서 모랄레스와 다퉜던 메사는 “지금은 우리 미래를 위해 매우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모랄레스가 돌아오겠다는 환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사는 2005년 모랄레스가 주도한 시위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남미 정치평론가 마리아노 마차도는 “초박빙의 승부는 시위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었던 모랄레스는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개표 조작 의혹으로 대통령 사임과 망명 길에 올랐다. 이번 대선은 지난 3월 예정됐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차례 연기된 끝에 치러졌다. 대선 투표용지에서 모랄레스의 이름이 사라진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트럼프, ‘UFO 있냐’ 질문에 “잘, 확실하게 살펴보겠다”

    트럼프, ‘UFO 있냐’ 질문에 “잘, 확실하게 살펴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존재하는지를 “잘, 확실하게”(good, strong)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프로그램 ‘선데이 모닝 퓨처’의 진행자인 마리아 바티로모와의 전화 인터뷰 끝무렵 ‘UFO가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확인해봐야겠다”고 운을 뗀 트럼프 대통령은 “내 말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틀 전에 들었는데 확인해보겠다”면서 “그 점을 잘, 확실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인터뷰의 주된 질문은 지난 8월 미국 국방부가 ‘미확인공중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a)을 조사하는 새로운 기구로 대책반(태스크포스·TF)을 구성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것이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미확인공중현상 대책반’(UAPTF)으로 불리는 이 부대에 대해 계속해서 말했고, 나중에 UFO를 확인하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UAPTF에 관한 질문에 “이걸 말해주겠다. 우리는 이제 장비 면에서 이전에 없던 그런 부대를 만들었다”면서 “우리가 가진 장비와 무기들, 그리고 바라건대 우리가 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신에게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중국 모두 우리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있다. 모두 미국에서 만들었다”면서 “2조5000억 달러를 들여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까 다른 질문은 내가 확인해보겠다”면서 “사실 이틀 전에 들은 얘기”라고 덧붙였다.지난달 미 해군 출신의 한 전직 조종사는 2004년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UFO를 목격했다고 자신이 보고했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해 11월 10일 데이비드 플레이버 중령은 “하늘에서 틱택(직사각형 사탕) 모양의 물체가 어떤 현대적인 기술로도 할 수 없는 비상한 공중 기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었다.플레이버는 지난달 8일 러시아계 미국인 유튜버이자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자인 렉스 프리드먼과의 좌담회에서 “우리는 4명의 훈련된 관찰자들과 함께 크리스털처럼 맑은 날에 이것을 봤다”면서 “물체들은 우리 군의 레이더가 그것을 추적하려할 때 방해함으로써 전쟁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날 플레이버는 ‘틱택 모양 물체가 다른 행성에서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난 작은 녹색 남자들(외계인들)과 만나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그 비행물체를 개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이것은 기술의 엄청난 도약”이라고 말했다. UFO의 목격 보고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속에서 급증했다. 비영리단체인 ‘내셔널 UFO 리포팅 센터’(NUFORC)는 올해 들어 UFO 목격 보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올해가 시작된 뒤 최근까지 보고된 사례는 5000건을 넘었고 그중 20%가 팬데믹이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자,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의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4월 중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달 미 해군은 보관한 UFO 영상 3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1994년부터 해당 센터를 이끄는 피터 다벤포트(72)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해링턴에 있는 내 집 전화를 통해 사람들의 UFO 목격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보고 건수는 하루에 25~50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밤중에도 신고 전화가 자주 울려 전화기를 꺼놔야 할 정도일 때도 있었다”면서 “UFO를 발견했다고 믿는 미국 전역의 사람들로부터 신고가 쏟아졌지만, 갑작스럽게 신고량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기관 입소스 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7%가 다른 행성에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미국의 45%가 UFO가 지구를 방문했다고 믿는 것을 알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UFO 존재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의 날을 맞아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인터뷰하며 직접 질문을 받았다. 두 사람은 거의 틀림없이 가장 유명한 UFO 사건에 해당하는 뉴멕시코 시티 로즈웰 UFO 추락 사건에 대해 토론했다.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집무실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외계인이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이것뿐이기 때문”이라면서 “로즈웰 사건을 공개해 우리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너와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답했다. 1947년 한 목장주인은 로즈웰 외곽에 있는 자신의 양떼 목장에서 UFO 파편을 발견했다. 공군 관계자들은 그것이 추락한 기상관측기구라고 말했지만, 음모론자들은 그것이 사실 외계인의 비행접시일 수도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몇십 년 뒤 미군은 그 파편이 옛소련의 핵실험을 관측하는 작전인 모굴 프로젝트에 동원됐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UFO 이론은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UFO 존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UFO에 관한 해군의 보고를 논의하기 위해 아주 짧은 한 번의 회담을 가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UFO를 봤다고 했다”면서 “조종사들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든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것을 믿냐고? 특별히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생은 진짜 ‘나’를 찾는 여행

    인생은 진짜 ‘나’를 찾는 여행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엄마가 사라져버렸다? 물론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복잡하다고 해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말란 법은 없다.” 마리아 셈플의 장편소설 ‘어디 갔어, 버나뎃’(2012)은 갑자기 엄마를 잃은 딸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메일을 포함한 실종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이 제시된다. 독자는 모자이크를 맞추듯, 조각조각 단서를 모아 종적을 감춘 인물에 대해 파악해간다. 추리 요소로 가득한 이 작품은 그러나 진지한 스릴러는 아니다. SNL 방송작가 출신이 쓴 작품답게 유쾌함이 묻어나는 코미디다.그렇다고 가벼운 웃음만 자아내지도 않는다.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뚜렷한 메시지가 있다. 안 그랬다면 ‘비포 시리즈’와 ‘보이 후드’ 등 명작을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선뜻 영화화에 나섰을 리 없다. 명배우 케이트 블란쳇 역시 소설을 읽고 버나뎃을 연기하고 싶어 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배우로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나면, 많은 분들이 제 다음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안다. 바로 이 지점이 예술가인 버나뎃에 깊이 공감한 부분이다.” 정리하면 이런 문제의식이다. 최고 자리에 오른 다음의 행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모험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은 아무리 되풀이해도 끝나지 않는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불분명한 탓이다. 융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는 사회적 자아(ego)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본래적 자기(self)를 추구하라고 조언하나, 사회적 자아와 본래적 자기를 엄밀하게 구별하고 살기는 어렵다. 그런 까닭에 어디 있는지 모르는 ‘진정한 나’의 자취를 발견하려고 우리는 애쓴다. 이것은 무의미한 행위일 수 없다. ‘진정한 나’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도,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적어도 우리는 ‘거짓된 나’의 존재가 무엇인지 눈치채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파이어족’(젊은 시절 재정 자립을 이뤄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읽힌다는 사실이다. 파이어족은 일과 삶을 분리한다. ‘나’를 찾는 데 방해되는 노동을 일찍 마치고, ‘나’를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여가를 나중에 즐기겠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어디 갔어, 버나뎃’은 일과 삶이 구분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자아와 본래적 자기의 합이 실은 ‘진정한 나’이듯이. 놀고먹으면 마냥 좋을까? 처음이야 행복해도 점점 지루해진다. 인간은 복잡한 고등생물이다. 천국이 일상이 되는 순간 싫증 낸다. 그러니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완결될 수 없기에 유효적절하다. 버나뎃 딸의 말을 다시 빌리면, “불가능하다고 해서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페루, 의외로 가까이 있는 ‘남미의 맛’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페루, 의외로 가까이 있는 ‘남미의 맛’

    모 방송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용인즉슨 감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려 하는데 유럽의 감자 요리 그리고 페루 요리에 대해 좀 아는 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맛있는 감자 요리를 맛본 경험은 있지만 난데없이 페루라니.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가장 멀리 간 곳이 기껏해야 포르투갈일 만큼 유라시아 대륙을 벗어난 적이 아직 없다.제작진이 페루를 언급한 이유는 감자의 원산지가 바로 페루 안데스산맥이기 때문이다. 약 8000년 전부터 식량으로 재배된 것으로 알려진 감자는 페루인들에게 없어선 안 될 주식이다. 감자의 원산지인 만큼 다양한 품종의 감자가 있는데, 알려진 것만 해도 무려 5000여종에 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형태의 노란 감자뿐만 아니라 주황 감자, 보라 감자 등 껍질 색깔이 다양하고 속의 무늬,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이다. 수미 감자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감자를 구분할 때 크기 정도로만 구분하지만 감자를 즐겨 먹는 곳에서는 다르다. 감자를 남미에서 가장 먼저 받아들인 스페인도 남미 못지않게 감자가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다. 스페인의 마트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감자를 구이용, 튀김용, 삶는 용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국제감자센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남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감자 품종을 보존하고 연구한다. 페루가 감자의 고향이라는 걸 천명한 셈이다. 이만하면 페루에 가서 직접 감자를 맛봐야 하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럴 순 없었다. 대신 제작진은 경기도 평택의 한 식당으로 안내했다. 페루인 요리사가 현지식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엉겁결에 찾아간 송탄 국제중앙시장은 실로 놀라운 곳이었다. 인근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미군들이 좋아하는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늘어서는 등 마치 이태원 거리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사보르 페루아노, ‘페루의 맛’이라는 이름의 식당 셰프인 마리아는 페루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해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몇 가지 감자 요리를 선보였는데, 그중에서 ‘파파 데 우앙카이나’란 요리가 꽤 흥미로웠다. 노란 고추와 치즈를 주재료로 만든 소스를 감자에 끼얹어 먹는 요리다. 마리아 셰프는 리마에선 식전에 이 요리가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간다는 설명과 함께 한국으로 치면 김치 같은 요리라고 전했다. 과거 우앙카요 지방과 리마를 잇는 기찻길을 건설할 때 인부들을 위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 낸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심심할 수 있는 감자에 달큼한 고추의 풍미와 치즈의 고소한 감칠맛이 더해져 입맛을 한층 돋워 준다. 이 밖에도 감자를 고원에서 말린 ‘파파 데 세카’와 돼지고기로 만든 ‘카라풀크라’도 우리 식으로 치면 제육볶음에 감자를 더한 스타일로 이질감이 덜한 요리다. 페루는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서 남미에 가면 반드시 가 봐야 할 미식의 고장으로 손꼽힌다. 남미에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하필 페루인가 의문이 든다면 남미의 지도를 펼쳐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남미의 여러 국가 중 페루만큼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안데스산맥과 태평양에 인접한 바다, 아마존강의 상류와 해안가의 사막, 초원지대까지 다 갖춘 나라는 사실상 페루가 유일하다. 유럽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이 그러한 것처럼 자연환경이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식재료의 다양성도 풍부하다는 의미와 통한다. 하지만 식재료가 다양하다고 해서 반드시 음식문화가 발달하는 건 아니다. 페루가 갖고 있는 저력은 식재료의 다양성을 넘어선 문화적 다양성, 그로 인한 개방성에 있다. 페루는 옛 잉카제국의 후예뿐만 아니라 스페인인과 그들이 노예로 데려온 아프리카인, 이민 온 중국인과 일본인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문화가 한데 뒤섞인 곳이다. 다양한 식재료, 다양한 출신의 훌륭한 요리사들이 연대해 페루 음식을 세계인이 꼭 한번 먹고 싶어 하는 요리로 만들어 냈다. 페루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미식가들의 눈에 띈 셈이다.페루의 대표 요리인 세비체는 한국의 김치처럼 음식에 관심 있는 세계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요리로 자리잡았다. 한국에 음식이 김치만 있는 게 아니듯 페루에도 우리가 평생 먹어도 다 못 먹어 볼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이 존재한다. 다행인 건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감사하게도 원한다면 현지의 맛을 한국에서 언제든 느낄 수 있다. 페루의 맛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 음악이 항일 무기… 중국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중국의 3대 악성’

    음악이 항일 무기… 중국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중국의 3대 악성’

    정율성은 ‘중국인민해방군가’와 ‘옌안송’ 등 360여곡을 작곡한 작곡가로 중국인의 심금을 울린 ‘3대 악성(樂聖)’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항일운동가로서 정율성을 언급하기는 의열단장 김원봉처럼 조심스럽다. 김원봉은 광복군 부사령으로 임시정부에 참여했다가 귀국한 뒤 월북한 인물인데 남한 출신인 정율성은 광복 후 북한으로 들어갔고 6·25 전쟁 때는 중공군으로 참전했다. 그 때문에 정율성은 이념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국내에서 그의 생애는 오래도록 조명받지 못했다. 2018년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이 광복절 기념식에 중국에 거주하는 정율성의 딸 정샤오티(鄭小提)를 초청했을 때 논란이 됐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정율성은 1914년 8월 27일 광주광역시에서 정해업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중국에서의 공식 생일은 1918년 8월 13일로 돼 있다. 정율성이 생년을 4년이나 늦춰 적은 이력서를 당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율성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외적과의 싸움에서도 최후의 결전에는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며 승전고를 울린단다. 군대가 진군할 때 사기를 돋우는 데는 우렁찬 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군가가 없거든….” 온종일 만돌린만 켜고 노래를 부르는 정율성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군가가 없다’는 말은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의 앞날을 예견한 듯했다.●분열된 독립운동단체 대동단결 결의문 주도 정율성가(家)는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맏형 정효룡(건국훈장 애족장)은 임시정부 서기로 일했고 국내에서 선전활동을 하다 옥살이를 했다. 둘째형 정인제는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중국으로 건너가 국민혁명군으로 북벌에 참여했다. 셋째형 정의은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김원봉이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학생을 모집하고자 국내에 잠입했다. 큰외삼촌 최흥종은 평생을 나환자를 돌보는 데 바쳤으며 작은외삼촌 최영욱은 의학박사로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의 고모부다. 매형 박건웅(독립장)도 황푸군관학교를 졸업한 항일운동가다. 이런 가풍 속에서 자란 정율성이 중국행을 꿈꾼 것은 자연스러웠다. 마침 셋째형 정의은이 ‘조선혁명간부학교’ 2기생을 모집하러 국내에 들어와 입학을 권유했다. 항일의식이 투철했던 전북 전주 신흥중학을 중퇴한 정율성은 1933년 5월 8일 전남 목포항을 떠나 일본을 경유해 5월 13일 상하이 푸둥항에 도착했다. 함께 중국 땅을 밟은 이들은 모두 여섯이었는데 조카 정국훈도 있었고 1990년대에 광복회장을 지낸 김승곤도 있었다. 8개월 동안 그는 간부학교에서 군사학과 사회주의 이념을 배웠다. 매형 박건웅은 교관이었다. 1기 졸업생 중에는 시인 이육사와 석정 윤세주도 있었다.학교를 졸업한 정율성은 일본인들의 전화를 감청하며 항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러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일을 맞았는데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출신인 크리노와 교수를 소개받아 체계적인 성악 지도를 받은 것이다. 이름도 본명인 정부은에서 선율로 성공하겠다는 뜻을 담은 ‘율성’(律成)으로 바꾸며 음악에 몰두했다. 정율성은 상하이에서 열린 독창회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특출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정율성에게 크리노와는 이탈리아 유학을 권유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정율성은 항일운동을 포기할 수 없었다. 1937년 8월 정율성은 마오쩌둥이 홍군(紅軍)을 지휘하고 있던 산시성 옌안에 도착했다. 그에게 옌안은 공산당의 본거지이기에 앞서 항일투쟁의 사령부였다. 옌안행에는 먼저 그곳으로 간 ‘아리랑’(님 웨일스)의 주인공 김산과 독립운동가 김성숙의 부인 두쥔훼이가 큰 영향을 주었다. 1936년 6월 정율성은 난징에서 김산과 한 달 동안 함께 지냈다. 옌안에서 노신예술학원 음악학부에 들어가 음악 공부를 계속했다. 어느 날 노신학원 문학학부 동기생인 모예(莫耶)가 노랫말을 들고 왔다. 정율성은 곡을 붙여 만돌린으로 반주도 하며 청중 앞에서 불렀다. “보탑산 봉우리에 노을 불타오르고 연하강 물결 위에 달빛 흐르네…” 마오쩌둥도 함께한 청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노래가 바로 옌안 정신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극찬을 받고 지금도 중국에서 널리 불리는 ‘옌안송’이다. 옌안송은 중국 대륙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미국까지 퍼져 나갔다. ●당 결정 따라 北에… 조선인민군행진곡 작곡 1938년 8월 노신학원을 졸업한 정율성은 항일군정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틈날 때마다 작곡을 했다. 그 무렵 우리 독립운동 단체들은 사분오열돼 있었다. 정율성은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대동단결을 촉구하는 결의문’ 작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듬해 7월 항일군정대학 군정단에 있던 궁무(公木)의 가사에 음을 붙여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현재 중국군의 공식 군가로 확정된 ‘중국인민해방군가’다. 그의 노래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명곡이 됐다. 정율성에게 일제와 싸운 무기는 음악이었다. 정율성은 노신예술학원 교수가 됐고 나중에 최초의 여성 중국 대사가 되며 저우언라이의 양녀로 알려진 딩쉐쑹(丁雪松)과 결혼, 가정도 꾸렸다.1942년 정율성은 조선의용군이 일본군과 격전을 치르던 태항산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조선혁명군정학교 교육장을 맡아 전투에 참여하고 후방 공작도 했다. 그러면서 광복을 맞았다. 정율성은 오랫동안 항일활동을 했고 부인의 조국인 중국에 남지 않고 당의 결정에 따라 조선의용군과 함께 북한으로 갔다. 북한에서는 ‘조선인민군행진곡’도 작곡했다. 광주에 있던 어머니를 조카가 데려오자 모시고 살았다. 그러다 다시 어머니, 부인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갔다. 6·25 때는 중국인민지원군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다. 정율성도 문화혁명을 피하지 못하고 고초를 겪었다. 자연에 묻혀 은둔하던 정율성은 든든한 후원자였던 저우언라이가 세상을 떠난 해인 1976년 12월 7일 갑작스레 뇌일혈로 쓰러져 눈을 감았다. 중국의 국립묘지인 베이징 교외 팔보산혁명공묘에 묻혔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외동딸 정샤오티(1943년생)는 광주를 찾아 음악회 등 아버지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한중 우호활동에 힘쓰고 있다. 동요, 민요, 군가, 뮤지컬, 오페라,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남긴 정율성의 업적은 현대 중국의 3대 음악가로 불리는 녜얼(耳·중국 국가 작곡가), 셴싱하이(星海)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가 창작한 동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2000년대에 들어 한중 양국에서 정율성이라는 이름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순안공항에서 연주된 곡은 정율성의 ‘조선의용군행진곡’이었다. 2005년 중국 전승절 60주년에 신중국 건국 100인의 영웅 중 여섯 번째에 오른 이름은 정율성이었다. 중국 하얼빈에는 정율성기념관이 세워졌다. ●광주시, 생가 복원 등 추진… 하얼빈엔 기념관 우리도 그가 자란 광주 양림동에 정율성거리를 조성해 사진과 작품을 전시하고 생가도 단장했다. 기념사업회도 구성돼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찾아본 정율성거리는 훼손이 적지 않았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직도 개인 소유인 생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정율성 음악제도 매년 열려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5월 생가 부지 매입과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양림동에는 기념관을 짓고 아버지와 형제들의 본적지로 돼 있는 불로동에는 역사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선양사업만큼 중요한 향후 과제는 그의 이념과 행적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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