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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토피아? 공산주의 실험? 스페인 남부 마을의 ‘이상한’ 협동조합을 가다

    유토피아? 공산주의 실험? 스페인 남부 마을의 ‘이상한’ 협동조합을 가다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댄 핸콕스 지음 윤길순 옮김/위즈덤하우스/288쪽/1만 5000원 스페인 남부 인구 2700명의 마을 마리날레다는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공산주의 테마파크’인가. 안달루시아 자치주의 주도 세비야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작은 도시 마리날레다는 별다른 산업 시설이나 관광자원 없이 올리브와 농작물을 가꿔 가공하는 농장과 공장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이를 수출까지 하는 곳이다. 주민 대부분은 이곳에서 하루 6시간 반을 일하며 모두 똑같이 월 1200유로(약 172만원, 스페인 최저 임금의 2배)를 받는다. 협동조합은 주민들에게 임금을 주고난 뒤 이윤이 생기면 분배하지 않고 재투자해 일자리를 늘린다. 그래서 마을에 최근 이주해 온 사람들을 제외하면 실업률이 제로다. 또 마을 주민들은 지방 정부로부터 건축 자재를 지원받아 방 3개짜리 집을 직접 짓고 한 달에 15유로(약 2만 1500원)의 월세를 낸다. 집은 공동체 소유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팔 수는 없다. 이 마을엔 경찰 병력도 없다. 치안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확립하고 경찰 예산은 학교나 주민 복지를 위해 쓴다. 마을엔 축구 경기장, 야외 수영장, 종합 실내 스포츠 센터 등 운동 공간이 있다. 대개 무료인 레저시설들은 마을 규모에 비하면 대단히 넓다. 나투랄 공원에는 정원과 벤치, 테니스 코트, 야외 체육관, 석조 원형 극장이 있다. 원형 극장에서는 영화 상영은 물론 각종 축제나 록 콘서트도 열린다. 자체 텔레비전 방송국도 있다. 카뮈가 ‘반란의 고향’이라고 말했던 안달루시아는 스페인 역사에서 줄곧 빈곤과 소외의 지역이었다. 1970년대 후반 마리날레다의 소작농들은 일년에 한두 달밖에 일거리가 없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일거리를 찾아 떠났다. 그러다 1979년 시장에 당선된 산체스 고르디요는 주민들과 함께 투쟁에 나선다. 1980년 이 지역의 실업률이 60%를 넘자 분노한 주민 700명이 9일 동안 ‘굶주림에 맞선 굶주림 투쟁’ 즉 단식 투쟁을 했고 국가로부터 생계 보조금을 얻어 냈다. 그러나 이들은 미봉책인 보조금에 만족하지 않고 토지 개혁 및 재분배를 요구하며 10년 넘게 싸웠다. 1980년대 내내 그들은 안판타도 공작의 땅인 우모소를 100차례 넘게 점거했고 여름에는 매일 16㎞씩 행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점거하고 쫓겨나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들의 불굴의 저항에 진이 빠진 정부가 1991년 마침내 굴복해 1200만㎡(약 360만평)에 대해 공작에게 일정한 보상을 한 뒤 마리날레다에 공유지로 주었다. 그동안 놀리던 땅으로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농경지였다. 주민들은 만세를 부르며 이 땅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고르디요 시장이 있다. 역사 교사였던 그는 정치가이자 노동자 단결을 위한 집단인 안달루시아 좌파연합의 대표이다. 그는 “나의 정치적 신념은 예수와 간디, 마르크스, 레닌, 체 게바라가 뒤섞인 것에서 왔으며 낫과 망치로 상징되는 공산당에 가입한 적은 없지만 공산주의자 또는 공동체주의자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 정치·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영국의 언론인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 ‘보존사회’ 진입에 달렸다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 ‘보존사회’ 진입에 달렸다

    “우리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실제 문제로 커지지 않아요. 하지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방관하는 순간 진짜 문제가 되지요.”(짐 데이토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센터 소장) 대한민국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을까. 최근 성장잠재력 하락과 노령인구 증가로 한국 사회의 앞날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과 미래전략연구센터는 최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성장의 한계와 재도약’ 심포지엄을 열어 불확실한 현재를 짚어 보고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와 데이비드 반 잔트 뉴스쿨대 총장,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 강영진 성균관대 교수, 박승빈 카이스트 공과대학장 등이 참석해 ‘STEPPER’의 관점에서 살펴본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STEPPER’란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7대 요소로 내세운 Society(사회), Technology(기술), Environment(환경), Population(인구), Politics(정치), Economy(경제), Resources(자원) 등에서 첫 글자를 따온 조어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데이토 교수는 “이제 누구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고, 세계는 예언이 통하지 않는 사회”라며 “한국은 더 이상 다른 나라를 따라 할 수 없으며 세계에 한국이 따를 만한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발전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의 전형이 돼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샀고 한류를 통해 창조적 사회가 무엇인지도 보여 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문화적 발전이 지속되기 어렵고, 한국은 세계에서 첫 번째로 ‘보존사회’가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내다봤다. 보존사회란 지난 반세기 동안 경험한 고속 성장과 소비 사회의 개념을 벗어나 선택적으로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소비와 이윤 추구가 윤리나 가치에 따라 재편될 것이란 이야기다. 그는 “세계는 환경오염, 자원 고갈, 인구 문제 등으로 붕괴를 택하거나 혹은 다양한 변형사회로 가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며 “보존사회가 제공하는 복원력이 가장 절실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는 ‘자본주의와 금융시스템의 한계’에서 “최근 잇따른 경제 위기를 통해 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경제정책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50년 이상 세계경제학을 주도한 케인스 이론의 대안을 서둘러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칼 마르크스는 성장의 한계, 불안정성 등의 측면에선 자본주의의 문제를 꿰뚫어 봤다. 새로운 금융·재정시스템과 분배의 연구를 통해 문제를 극복해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끌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열대’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끌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열대’

    한곳에 오래 살다 보면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무엇이 있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한다.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바뀐 것들 대부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런 사실들이 모여 역사가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도 해본다. 역사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런 명분 아래 그냥 배워 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실을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슬픈 열대’의 저자 끌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사실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직무 수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사회의 기능 체계 속에 이미 한 자리를 확보했다는 느긋함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특수한 성격이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우리 시대의 많은 청춘들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그도 청년기에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있었다. 고3 때 선생님이 법률 공부가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권하자 2주간의 요점 정리만을 공부하는 것으로 쉽게 법학시험을 끝낼 수 있어서 법학부에 등록하고 철학 학위도 준비했다. 학위를 받고 그리 어렵지 않게 최연소로 철학교수 자격시험을 한 번 만에 통과했다. 전도유망한 철학교수로 안착할 수 있었으나 철학에서 배우고 훈련했던 논리들이 철학적 논리의 완성도를 위해서만 쓸모 있다는 생각에 철학과 멀어지게 됐다. 그가 철학과 멀어졌다 해도 그의 사상적 토대가 철학에서 온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자신의 세 스승이라고 표현한 지질학,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에서 체험과 실재 사이의 통로는 불연속적인 것이며 실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총합 안에서 우선 체험을 거부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를 통해 체험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이런 생각은 미국의 민족학자 로버트 로위가 쓴 ‘미개사회’를 읽고 확고해졌다. 철학적 훈련에 갑갑함을 느끼던 레비 스트로스는 이 책에서 철학적 지식이 아닌 관찰자의 직업적 참여가 있어야만 그 의미를 보존할 수 있는 원주민 사회의 실제 체험과 만나며 자신의 길이 민족학에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슬픈 열대’는 그가 42세 되던 해(1950년)에 출판됐다. 자신이 어쩌다 민족학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에서부터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과 문명의 광기에 소심하지만 집요하게 저항했던 것을 거쳐 브라질 원주민과의 만남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 그리고 유네스코 문화사절로 파키스탄과 인도를 여행한 내용 일부를 정리한 방대한 책이다. 출발에서 귀로에 이르기까지 총 40장으로 구성된 목차만 보면 지구 사방을 여행한 경험담처럼 보인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여행기로 보아도 좋지만 그가 사람들의 뇌리에 던진 충격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마감하게 한 원자폭탄과도 같아 사상서라 부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KDC 분류 체계 중에서 기호 985대 남아메리카 지리에 분류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문명과 야만을 임의대로 구분하여 자기들이 속한 곳을 문명이라 부르고 그렇지 못한 곳을 야만이라 칭하며 맘껏 짓밟아도 된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두 번의 세계대전은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물리적 파괴와 인간 살상을 목도하며 인간 존재에 대해 회의를 품은 지식인들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 탐구를 자신의 특성에 맞게 시작했고 이로 인해 생겨난 결과물들은 지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사유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다. 스트로스는 유대계 프랑스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했던 프랑스를 떠나야 했다. 미국의 록펠러 재단이 유럽 학자들을 구해 내기 위해 계획한 ‘신사회 조사 연구원’의 초청을 받는 형식으로 브라질에 가게 됐다. 민족학에 대한 열정으로 브라질 탐험을 떠난 것 같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많은 영화와 다큐, 체험기, 사진, 회화 들을 통해 유대인들의 박해와 고통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브라질로 향하는 여정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처해 있던 당시의 위기 상황을 생각하노라면 그가 현상 너머에 있는 심층에서 보편적 구조를 발견하고, 인간의 우열을 가르는 것이 매우 잘못됐다고 결론짓게 된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로스는 인간정신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구조적 측면을 통해 인간정신을 탐구하고자 했다. 인간이 구조라 불리는 계획된 회로에 따르는 존재라는 주장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가 제시하는 구조들이 무의식의 표현이라 하더라도 이 구조를 특정 문화집단이나 특정 개인의 속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전체의 속성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실존주의에서 탐구하는 인간이 구조주의에 의해 주체를 상실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행위가 여전히 존재하는 지금 현실에서 차별하는 것이 잘못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필요하고도 절실하다. 그래서 비판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 불릴 자격을 얻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정리해 저장한 것을 손쉽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는 스트로스가 자신의 경험과 마주하기 위해 20년 걸린 이 책을 존중하며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꺼번에 다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브라질 원주민 부족의 낯선 생활을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놀라움을 느끼고 싶다면 해당 부분만 읽으면 된다. 목차를 보면 쉽게 고를 수 있다. 스트로스의 문학적 자질을 음미하고 싶다면 선상 노트만 보아도 된다. 물론 꼼꼼하게 전체를 읽는다면 장마다 빛나는 문장들 속에서 지금 여기의 나에게 꼭 필요한 여러 의미를 만날 수 있다. 그가 묘사하는 원시세계를 머릿속에서 동영상화하며 읽으면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스트로스는 엘리트의 길을 무리 없이 간 사람이었다. 철학 교수 자격을 얻는 데 어려워하지도 않았고 철학을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학기를 맞아 다시 반복해야 하는 일에서 불안을 느꼈다. 불안을 다독이며 살아갈 수도 있었으나 자신이 품었던 회의를 간과하지 않았다. 의심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인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고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체에 인식론적 전환을 가져왔다. 자신의 내부에서 신호를 보내는 사인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위한 지적 탐색에 게으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행복하게 자신의 길을 갔다. 나이 든 사람들은 청춘을 가능성이 많은 세대라 부러워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불안하다고 한다. 불안한 청춘이 불안을 달래기보다는 불안과 마주했던 사람의 궤적을 보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용기를 내어 보았으면 좋겠다.
  •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와 정의 사회주의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와 정의 사회주의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마이클 해링턴 지음/김경락 옮김/메디치/416쪽/2만 1000원 옛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는 흔히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쇠락한 사회주의의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다. 사회주의는 그저 공상적 가설에 불과한 것일까.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는 사회주의가 퇴색한 이데올로기로 치부되기 일쑤인 지금, 그 과거와 미래를 꼼꼼하게 점검한 역작이다. 저자는 암으로 사망한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치사상가. 암 투병 중 쓴 유작인 이 책은 어렵고 난해하게 인식되던 그의 저작들을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노작이다. 자유시장경제를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나라인 미국에서 일었던 사회주의적 발상과 운동을 들춰낸 점이 신선하다. 책은 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주의 복지국가의 전성기와 그 이후 신자유시대를 촘촘하게 따진다. 세계대전과 복지국가의 몰락이라는 큰 변곡점을 맞아 사상가·운동가들의 성찰과 반성이 많았던 시기를 들춰 체제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많은 지금의 상황과 연결해 내는 흐름이 흥미롭다. 저자는 사회주의의 본질을 민주주의와 공화정의 토대 위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통해 실천하려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전통의 보수주의 진영으로부터는 ‘빨갱이’ 낙인을 받았고 교조적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이단자 취급을 받았다. 그런 그가 꼽은 20세기 사회주의 혼란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마르크스부터 시작된 사회주의에 대한 모호한 정의와 단일한 노동계급의 부재, 소련의 일당독재 체제 같은 ‘가짜 사회주의’의 난립, 사회주의로의 이행모델 부재가 그것이다. 심각한 오류와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운동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유와 정의가 그나마 확보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자유와 정의가 이 정도에 그친 이유, 다시 말하면 패배의 역사를 통해 사회주의자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사회주의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과 정치적 의지를 펼치는 일이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저자는 사회주의의 미래를 이렇게 예측한다. “급진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왔고 앞으로 펼쳐질 사회주의자들의 운동 또한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비슷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무려 9억 5천…세계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 화제

    무려 9억 5천…세계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 화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65만유로(약 9억 5459만원)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출시된 이 커스텀 오토바이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 중인 한 오토바이 행사에 전시 중이라고 영국 일간 메트로 등 외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의 유명 모터사이클 제조회사인 ‘라우게 얀센’은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함부르크 모터사이클 데이즈’에 금으로 코팅한 할리 데이비슨 특별판을 선보인다. 세계 최고급 무역박람회인 영국의 ‘톱 마르크스 2013’에 출품됐던 이 오토바이는 중량 136kg로 시속 250km까지 달릴 수 있는 4만유로(약 5874만원)짜리 할리 데이비드슨을 기본 모델로 엔진 등 각종 부품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특히 거의 모든 외관은 24캐럿 금으로 코팅한 것은 물론 268개의 다이아몬드를 적재적소의 위치에 사용해 라우게 얀센 만의 세련되고 고품격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이 오토바이의 가격은 65만유로(약 9억 5459만원)로 책정됐으며 이는 현존하는 오토바이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라고 업체 측은 밝히고 있다. 라우게 얀센은 네덜란드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회사로 유럽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초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인 웨인 루니와 함께 ‘베스트골’이라는 커스텀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한편 기존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는 미국 크라이슬러의 자동차브랜드 닷지가 내놓은 60만달러(약 6억 4290만원)짜리 ‘토마호크’로 알려졌다. 사진=라우게 얀센, 닷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상]분노한 카타리나 비트는 누구?…김연아 은메달 해외반응

    [영상]분노한 카타리나 비트는 누구?…김연아 은메달 해외반응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실수 없이 깔끔한 연기를 펼치고도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주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정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획득, 전날 1위를 차지한 쇼트프로그램 점수(74.92점)를 더해 합계 219.11점으로 은메달을 땄다. 금메달은 개최국 러시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 0.28점 뒤져 2위에 올랐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4.59점)가 가져갔다. 이로써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는 좌절됐고 은메달을 목에 건 채 선수로서의 마지막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이날도 김연아의 점수는 경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박한 편이었다. 특히 러시아의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새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부진한 사이 복병으로 떠오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대한 점수는 지나치게 후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26년 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던 동독 출신의 전 피겨 선수 카타리나 비트는 김연아 은메달에 분노를 나타냈다. 카타리나 비트는 21일(한국시간) 독일 국영방송 ARD에 출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대해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도 자격이 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를 비하해서는 안된다”면서도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 정말 화가 난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카타리나 비트, 화가 난 것 같은데요?”라고 묻자 카타리나 비트는 “네, 조금 화가 났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카타리나 비트는 김연아와 동메달리스트 캐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연기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올림픽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실망했다. 화가 난다”면서 주먹으로 자신의 무릎을 내리쳤다. 카타리나 비트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거의 눈물을 흘릴 듯이 계속 흥분하며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자 진행자는 그를 진정시키고 다른 경기 소식으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카타리나 비트가 여전히 김연아 은메달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자 진행자는 “카타리나, 숨 좀 쉬어요”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카타리나 비트는 여전히 “이건 정말 아니에요”라며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끝나고 러시아 소치 경기장 화면으로 전환돼 클로징 시그널 음악이 나오는 와중에도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연신 분을 삭이지 못하는 카타리나 비트의 음성이 전파를 탔다. 카타리나 비트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카타리나 비트는 옛 동독 출신으로 1965년에 태어났다. 5세 때 피겨 스케이팅에 입문했다. 피겨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비트는 칼 마르크스 슈타트(작센주에 있는 도시. 현재의 켐니츠)의 스포츠 영재 육성 특수학교로 옮겨가 집중 교육을 받았다. 8세 때부터 국내대회에 나가 경쟁을 시작한 비트는 14세인 1979년 유럽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4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84년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 14회 동계 올림픽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우승후보 살린 섬너스(미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뒤이어 열린 1988년 캐나다 캘거리 15회 동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비트는 유럽선수권 6회 연속 우승을 이뤄내기도 했으며,1990년에는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김연아 은메달 해외반응 카타리나 비트 눈물 소식에 네티즌들은 ”김연아 은메달 해외반응 카타리나 비트 눈물, 나도 눈물날 것 같더라”, “김연아 은메달 해외반응 카타리나 비트 눈물, 전세계가 김연아를 제대로 보고 있어 다행”,”김연아 은메달 해외반응 카타리나 비트 눈물, 제대로 바로잡을 방법이 없을까”, “김연아 은메달 해외반응 카타리나 비트 눈물, 정말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무려 9억5천…세계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 등장

    무려 9억5천…세계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 등장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65만유로(약 9억 5459만원)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출시된 이 커스텀 오토바이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 중인 한 오토바이 행사에 전시 중이라고 영국 일간 메트로 등 외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의 유명 모터사이클 제조회사인 ‘라우게 얀센’은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함부르크 모터사이클 데이즈’에 금으로 코팅한 할리 데이비슨 특별판을 선보인다. 세계 최고급 무역박람회인 영국의 ‘톱 마르크스 2013’에 출품됐던 이 오토바이는 중량 136kg로 시속 250km까지 달릴 수 있는 4만유로(약 5874만원)짜리 할리 데이비드슨을 기본 모델로 엔진 등 각종 부품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특히 거의 모든 외관은 24캐럿 금으로 코팅한 것은 물론 268개의 다이아몬드를 적재적소의 위치에 사용해 라우게 얀센 만의 세련되고 고품격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이 오토바이의 가격은 65만유로(약 9억 5459만원)로 책정됐으며 이는 현존하는 오토바이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라고 업체 측은 밝히고 있다. 라우게 얀센은 네덜란드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회사로 유럽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초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인 웨인 루니와 함께 ‘베스트골’이라는 커스텀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한편 기존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토바이는 미국 크라이슬러의 자동차브랜드 닷지가 내놓은 60만달러(약 6억 4290만원)짜리 ‘토마호크’로 알려졌다. 사진=라우게 얀센, 닷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목록

    ■과학기술<10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호프만), 과학고전 선집 신기관(베이컨), 종의 기원(다윈),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괴델, 에셔, 바흐(호프스 테터), 부분과 전체(하이젠베르크), 엔트로피(리프킨), 이기적 유전자(도킨스), 카오스(제임스 글라크), 객관성의 칼날(길리스피) ■동양사상<14권> 삼국유사(일연), 보조법어(지눌), 퇴계문선(이황), 율곡문선(이이), 다산문선(정약용), 주역, 논어, 맹자, 대학-중용, 제자백가선도, 장자, 아함경, 사기열전, 우파니샤드 ■서양사상<27권> 역사(헤로도토스), 의무론(키케로), 국가(플라톤),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군주론(마키아벨리), 방법서설(데카르트), 리바이어던(홉스), 정부론(로크), 법의 정신(몽테스키외), 에밀(루소), 국부론(아담 스미스), 실천이성비판(칸트), 페더랄리스트 페이퍼(해밀턴 외), 미국의 민주주의(토크빌), 자유론(밀), 자본론 1권(마르크스), 도덕계보학(니체), 꿈의 해석(프로이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베버), 감시와 처벌(푸코), 간디 자서전(간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브로델), 홉스봄 4부작 : 혁명, 자본, 제국, 극단의 시대(홉스봄), 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하우저), 미디어의 이해(맥루한) ■외국문학<32권> 당시선, 홍루몽(조설근), 루쉰전집(루쉰), 변신인형(왕멍), 마음(나쓰메 소세키),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일리아스, 오딧세이(호메로스), 변신(오비디우스), 그리스비극선집, 신곡(단테), 그리스 로마 신화, 셰익스피어, 위대한 유산(디킨스), 주홍글씨(호손), 젊은 예술가의 초상(조이스), 허클베리핀의 모험(트웨인), 황무지(엘리엇), 보바리 부인(플로베르), 스완네 집 쪽으로(프로스트), 인간의 조건(말로), 파우스트(괴테), 마의 산(토마스 만), 변신(카프카), 양철북(그라스), 돈키호테(세르반테스), 백년동안의 고독(마르케스), 픽션들(보르헤스), 고도를 기다리며(베케트), 카라마조프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체호프 희곡선 ■한국문학<17권> 고전시가선집, 고향, 탁류(채만식), 인간문제(강경애), 정지용전집(정지용), 백석시전집(백석), 카인의 후예(황순원), 토지(박경리), 광장(최인훈), 연암산문선(박지원), 구운몽(김만중), 춘향전, 한중록(혜경궁 홍씨), 청구야담, 무정(이광수), 삼대(염상섭), 천변풍경(박태원)
  • 세상을 변혁시킨 인물들의 숨겨진 힘은

    세상을 변혁시킨 인물들의 숨겨진 힘은

    독서독인/박홍규 지음/인물과사상사/348쪽/1만 5000원 나폴레옹은 독서가 낳은 괴물이다. 그만큼 독서광이라는 뜻이다. 그의 평생을 지배한 책은 플루타르코스가 쓴 영웅전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의 전기였다. 특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그에게 아주 중요한 책이었다. 나폴레옹의 영웅주의, 야망주의, 경쟁주의는 세계사에서 불행을 낳았다. 그의 세계 정복은 제국주의를 초래했고 독재를 불렀다. 그의 뒤에는 언제나 책 바구니를 든 사서가 따라다니면서 새 책을 소개하고 작가들의 청원을 전했다. 그 사서는 나폴레옹이 전장에 나갈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이동식 도서관을 운영했다. 마오쩌둥과 체 게바라의 경우도 그런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독서는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유일한 휴식의 수단이었다. 체 게바라도 그랬다. 링컨은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하원의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법을 공부했다. 또한 로버트 번스와 조지 바이런을 열심히 읽었다. 특히 번스의 시 ‘멀리 떠난 자들의 건강을 위하여’를 좋아했다. ‘읽는 자들에게 자유를/쓰는 자들에게 자유를/진실에 의해 비난받을 자들만큼/진실이 알려지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나니’라는 구절을 사랑했다. 링컨은 농민 시인 번스가 독학에 관한 한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신간 ‘독서독인’은 나폴레옹과 링컨을 비롯해 레닌, 스탈린, 히틀러, 호찌민, 마르크스, 톨스토이, 간디, 체 게바라, 만델라 등 세계사를 풍미했던 인물 20명의 독서습관을 조명했다. 책은 이들의 사상이 대부분 독서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독서로 권력을 훔치고, 독서로 권력에 맞섰다는 것이다. 독서는 인간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형태로 단련시키며, 또 책이 인간의 영혼과 어떤 식으로 융합하느냐에 따라 권력자 혹은 반권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참된 독서는 세상을 변혁시키는 혁명운동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제3의 길’ 석학 인터뷰(상)] “사회통합·다양성은 배치되는 개념 아닌 민주주의 양대 토대”

    [‘제3의 길’ 석학 인터뷰(상)] “사회통합·다양성은 배치되는 개념 아닌 민주주의 양대 토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철학이나 정치사상은 낡은 학문으로 굳어졌다. 사회주의 체제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획기적인 새 이론도 등장하지 않자 정치학은 과거의 사례를 연구하거나 현실을 해석하는 데 집중하는 학문으로 폄하됐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치는 ‘철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에 맞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혐오성 짙은 행위로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회체제나 세계를 보는 시각에 근본적으로 메스를 대려고 하는 도전적인 학자도 드물다. 이탈리아의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81)와 미국의 마이클 하트(53) 듀크대 교수는 이 같은 정치철학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 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2000년 펴낸 ‘제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 속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제국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항할 세력으로 ‘다중’(多衆·Multitude·지배계급을 제외한 공동행동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들이 책에서 주장한 ‘미국 중심의 신제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세계적인 반발의 징조’는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제국’은 전 세계 30개국에 출판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두 사람은 ‘다중’, ‘공통체’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국 3부작’을 잇따라 펴내며 자신들의 사상을 펼쳐 나갔다. 한국사회에서도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이들의 사상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네그리는 ‘지성인들의 지성’으로, 하트 교수는 ‘지성계의 샛별’로 추어 올려졌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였다. 당시 나이와 성별을 특정 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대해 학자들은 뚜렷한 근거를 대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새롭게 주창한 계층인 ‘다중’과의 유사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중’은 프랑스 파리 지하철 시위, 월가 점령 시위 등 과거와 다른 형태의 시위를 주도하는 주체로 평가받았고, 일부 학자들은 최근 한국 대학가를 강타했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역시 ‘다중’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말 하트 교수와 수차례에 걸친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세계 정세에 대한 평가와 민주주의에 대한 하트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하트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회 통합’과 ‘다양성’에 대해 “두 가지는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며 둘 모두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하트 교수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저서 ‘제국 3부작’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기보다는 가설에 가깝다. 하지만 진보 지식인 계층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럴듯한 얘기를 담아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인간은 남의 생각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우리가 하는 얘기들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공유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한동안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나 대중의 움직임에 대해 마땅히 해석할 방법을 찾지 못해 왔다. 제국 3부작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철학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예를 들어 슬라보이 지제크가 철학자로서는 비정상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그가 대중적인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제국’이 출판된 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는 얼마나 예측에 가깝게 진행됐는가. -‘제국’의 시작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국제적 사안을 지시할 수 있는 전통적인 형태의 ‘국민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미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의 종말을 고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10년간 미국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국제적 헤게모니는 끊임없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실패가 명확한 증거다. →여전히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미국은 국제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맹과는 다른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네그리와 나는 ‘제국’에서 세계화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권력 네트워크’가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과 같은 초국가적 기관, 국가 또는 대륙 간 자유무역협정, 주요 기업 및 기타 다양한 세력을 포괄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보는 시각이다. ‘국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또는 ‘국가는 계속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안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지나치게 크고 거대한 담론이다. 그렇다면 세계를 어떻게 봐야 한다는 것인가. -개별적이기보다는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특히 정치는 일방적이지 않다. 국가들, 그중에서도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지배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 관계가 변해갈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지배 형태를 알아내는 것뿐 아니라 이런 지배에 공격을 가하고 도전할 수 있는 적절한 정치적 수단을 창안하고 구성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동권은 약해진 반면 복지는 전 세계에 걸쳐 축소되는 추세다. 성장을 위해 자국 사회를 재구성한 독일 같은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둠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과 상당수 경제학자 등은 우리에게 두 가지 경제적 선택이 있다고 말한다. 민영화와 탈규제라는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 또는 공공재산을 국가가 통제하는 케인스·사회주의 논리를 택하라고 한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의 병폐가 국가통제라는 약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사회주의 정책이 유발한 문제가 민영화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둘 다 죽은 생각이라고 본다. 어느 쪽도 스스로 제시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둘의 목표는 모두 ‘경제 발전’, ‘적절한 수준의 고용’, ‘경제적 복지와 자유’인데 둘 다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미 죽은 두 생각이 세계에서 온갖 종류의 재앙을 불러일으키며 계속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좀비 같은 생각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네그리와 나는 이 같은 죽은 생각은 완전히 묻어버리고, 경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아직은 뚜렷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목소리와 ‘사회적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 통합은 통합을 ‘동질화’로 볼 때만 다양성에 모순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똑같이 행동하거나 살아가고, 동일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동질화이지 통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사람들이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동일해질 필요나 똑같이 행동할 필요가 없다. 물론 동일한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해서 다양성을 보완해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적 토대다. →‘다중’은 기존의 잣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집단행동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월가 시위나 촛불 시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에 ‘다중’의 힘은 역부족이 아닌가. -사회의 변화는 한번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하나의 차원으로 보면, 보다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재스민 혁명이나 월가 시위는 형태나 참여자들은 다르지만 기존에 구축해 놓은 사회체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면 다르지 않다. 성공한 혁명이나 시위라고 해도 그게 끝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체제는 또다시 도전을 받는다. 과거에 비해 독자성을 가진 개인들이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도 한데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이미 ‘다중’이다. →네그리와는 이탈리아와 미국이라는 상이한 환경, 30년에 이르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함께 생각하고 글을 써 왔다. 2010년 네그리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나와 하트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하나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기본적으로 난 네그리의 영향을 받아 이 세계에 들어왔고, 그를 존경한다. 차이점이 없지는 않지만, 이 같은 차이는 우리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20년 이상 계속 생각을 지속적으로 나눴고, 언제나 책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의 우정이 근본이고, 책은 그 부산물일 뿐이다. 자르브리켄(독일)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마이클 하트 교수는 정치철학자, 문학이론가. 1960년 출생.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안토니오 네그리의 책을 읽고 정치철학으로 방향을 바꿔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듀크대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질 들뢰즈,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2000년 네그리와 함께 ‘제국’을 출판하면서 세계 지성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디오니소스의 노동’, ‘제국의 새로운 옷’, ‘다중’, ‘공통체’ 등을 네그리와 함께 썼다. 미네소타출판사의 ‘경계 너머의 이론들’의 책임편집자다. ‘제국 3부작’의 마지막이자 종합편인 ‘공통체’는 새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 복지 위기의 시대… 가사노동의 가치를 되묻다

    복지 위기의 시대… 가사노동의 가치를 되묻다

    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지음/황성원 옮김/갈무리/336쪽/2만원 1992년 3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차 여성정책심의위원회. 위원회에는 총리 직속의 여성정책 심의·조정 기구로 관계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관례대로 공식 안건 처리 뒤 비공식 환담이 이어졌고, 이때 누군가 얘기를 꺼냈다.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건의였다. 총리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평가하면 누가 주부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냐”고 물었고,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역설적으로 이날의 ‘촌극’ 이후 국내에선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 판단이 재평가됐다. 사회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란 인식이 저변에 깔리면서 가사노동 가치의 합리적 산출과 공적 기준을 정하고자 수차례 연구 용역이 이뤄졌다. ‘주부 가사노동의 소득인정 기준’이 마련되기까지 했다. 책 ‘혁명의 영점’은 30여년간 여성주의 운동을 이끌어 온 실비아 페데리치의 최신작이다. 전작 ‘캘리번과 마녀’에서 마녀사냥을 자본주의 도입과 이행이란 맥락에서 이해했던 저자는 복지 위기 시대에 가사노동의 가치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가사노동이 노동력을 ‘재생산’하므로 생산노동과 동일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재생산 노동의 최종 수혜자가 자본이므로 총자본의 대변인인 국가가 가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1970년대부터 여성운동의 화두였다. 그의 고민은 기존 좌파 운동과 짝지어진 여성주의 운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된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신자유주의 확산 속에서 복지의 축소와 그에 따른 부담이 가사노동에 고스란히 떠넘겨진 현실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노인복지 서비스 축소로 그동안 병원 등 공적 영역에서 제공되던 돌봄 서비스가 가정의 몫으로 넘어왔다. 이는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증가하는 현실로 이어졌고, 노동조합조차 외면하는 문제가 됐다. 저자는 돌봄 서비스 등 재생산 노동을 국가나 자본의 손에 맡기는 대신 집단·공동화를 통해 공유재 성격을 갖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가사노동에 공유재 개념이 확산돼야 월가 점거운동 같은 투쟁의 지평을 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지적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인 데다 여성의 ‘성’(性)과 ‘부부관계’마저 경제적 종속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시각이 다소 부담스럽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마오 사상 깃발들고 전진… 그래도 개혁·개방은 지속”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6일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 탄생 120주년을 맞아 실시한 기념 연설에서 마오의 공적을 인정하는 당의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이어진 ‘정좌경우’(政左經右·정치는 좌, 경제는 우) 노선을 이어 갈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 좌담회에서 “마오쩌둥은 외적의 침략과 계급 압박 등을 물리친 위대한 인물로, 우리는 영원히 ‘마오쩌둥 사상’의 깃발을 들고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마오 사후인) 개혁·개방 이후의 역사로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를 부정해선 안 된다”며 덩샤오핑 이래 이어져 온 마오에 대한 당의 평가를 존중해 왔으며 이날도 이런 기조를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그러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개혁·개방 규칙에 대한 이해를 심화해야 한다”며 개혁·개방을 지속할 것임도 강조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이날 “마오쩌둥의 영도가 없었다면 중국은 아직도 암흑 속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야 얻을 수 있는 승리를 모색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덩샤오핑의 발언을 소개한 뒤 마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확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오쩌둥이 만년에 저지른 착오를 회피할 수는 없다. 우리 당은 그가 저지른 만년의 착오를 고쳐 나가고 정확한 길을 열어 나가면서 그의 성취는 한 위대한 혁명가, 마르크스주의자가 저지른 착오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극좌 세력의 마오 숭배에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도 각각 마오 탄생 100주년인 1993년과 110주년인 2003년에 이와 같은 기조의 추모 연설을 한 바 있다. 시 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은 이날 좌담회에 앞서 톈안먼(天安門) 인근 마오쩌둥 기념당(기념관)을 찾아 마오 시신에 참배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마오는 中 파괴한 악마, 우상화 당장 그만둬야”

    “마오는 中 파괴한 악마, 우상화 당장 그만둬야”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을 파괴한 악마다. 그의 정책으로 중국에서 5000만명이 숨졌다. 중국은 마오를 둘러싼 우상화와 미신을 끝내야 한다.” 중국의 대표적 우파 지식인이자 원로 경제학자인 마오위스(茅于軾)는 “이제라도 마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21일 둥청(東城)구 위에탄난제(月壇南街) 자택에서 마오 재평가를 요구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오를 평가한다면. -마오는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망가뜨렸다. 대약진(1959~1961)으로 3년 대기근을 초래해 당시 인구(6억명)의 5% 수준인 3600만명을 굶어 죽게 했다. 이 책임을 덮으려 문화대혁명(1966~1976)을 발동해 계급투쟁을 명분 삼아 반대 세력을 숙청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앞서 건국 후인 1953년 반혁명 가능성을 없앤다며 투항한 국민당 포로 70만명을 총살했다. 그의 정책으로 죽은 사람이 최소 5000만명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그의 말은 살인을 통해 정권을 세우고, 정권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중국인은 왜 마오에 열광하나. -그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한 국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공산당이 집권할 수 있는 것은 마오 때문이 아니라 개혁·개방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마오가 있기에 공산당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그를 보호함으로써 정통성을 유지하려 한다. 마오의 악행이 알려지지 않도록 역사를 은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국의 은폐와 미화뿐만 아니라 (마오쩌둥 시대가 끝난 뒤 시작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빈부 격차로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이상으로 제시한 마오를 그리워하는 서민이 많아지는 것도 관련이 있다. →마오에 대한 역사 청산은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나. -9년 뒤 차기 지도자 시대에 가능하다. (마오가 중국인의 손에 쥐어 준)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나라는 다 붕괴됐고 이제 중국, 북한, 쿠바, 그리고 베네수엘라만 남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좌우 어느 쪽에 서 있나. -좌파와 우파를 오가며 노선을 확실히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모순된 상태에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세계인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악행을 저지른 마오를 받들고 마르크스주의를 찬양하는 것은 큰 문제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씨줄날줄] 프란치스코 효과/안미현 논설위원

    지난달 초 한 장의 사진이 지구촌 많은 이들의 숨을 잠시 멎게 만들었다. 눈코입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온통 종기로 뒤덮인 한 남자와 그 남자의 얼굴을 만지며 키스하는 또 다른 남자. 한 남자는 ‘엘리펀트 맨’이었고 또 한 남자는 성직자였다.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인 비니치오 리바(53)는 영화 ‘엘리펀트 맨’의 주인공처럼 얼굴 전체가 혹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에게 입을 맞춘 성직자는 올 3월 새 교황에 선출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이었다. 1282년 만에 배출된 비(非)유럽권 교황이라고 해서 세계가 떠들썩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새 교황은 나환자와의 입맞춤과 “나는 청빈과 결혼했다”는 말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에게서 공식 즉위명을 땄다. 그렇게 ‘빈자(貧者)를 위한 교회’를 선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일관된 말과 행동으로 지구촌을 달궜다. 첫 공식강령에 해당하는 ‘교황 권고’에서 “어떻게 홀로 죽은 노숙인보다 2포인트 떨어진 주가가 기삿거리가 되느냐”며 “우리 사회의 경제적 소외나 불균형도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만큼이나 명백하게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도 했다. 지난 12일 공개한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는 “세계화는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었지만 형제가 되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가 빈자와 부자 간 격차를 좁히는 정책을 만들어야 간다”고 주문했다. 부(富)가 잘사는 사람에게서 못사는 사람으로 흘러내린다는 ‘낙수효과’도 반박했다. “교회가 길거리로 나가 더럽혀지고 다치는 편이 얌전하게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는 교황은 밤이면 몰래 교황청을 빠져나가 노숙자들을 돌본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종북’ 딱지가 붙을 성도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마르크스주의자”라며 교황을 공격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교황의 인기는 파죽지세다. 올해 지구촌 검색어 1위로 등극했는가 하면,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제치고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도 뽑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새로운 ‘핀업’(벽에 핀으로 사진을 꽂아둘 만한 롤모델)의 등장”이라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가장 시선을 붙잡는 것은 ‘프란치스코 효과’다. “교황이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고 했는데 뭘 하면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서 생겨난 신조어라고 한다. 가톨릭을 믿든 안 믿든 세밑에 이런 프란치스코 효과가 우리나라에서도 더 번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통합유럽연구회 지음/책과함께/456쪽/2만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 ‘늪지대의 정착(Brosella)’이란 뜻을 지닌 이 도시는 979년 프랑스군이 젠느강 유역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비로소 도시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마을 주변에 성곽이 둘러져 도시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1190년의 일이다. 이후 에스파냐 합스부르크가,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으로 주인이 바뀌며 역사의 부침을 거듭해 왔다. 13세기까지만 해도 인구 5000명 남짓에 불과했던 이 소도시는 오늘날 명실공히 통합유럽의 수도로 거듭났다. 시내 동쪽 로이 거리 인근에 자리한 61개의 건물로 이뤄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이사회, 지역위원회, 유럽경제사회위원회 등의 본부가 차례로 뿌리를 내렸다. 유럽방위청 등 7개 행정청도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동서냉전의 산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본부까지 더해져 연면적 330만㎡에 이르는 도심 사무실의 대다수를 국제기구나 외국계 기업들이 점령했다. 브뤼셀이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해 온 덕분이다. 그러나 브뤼셀 토착민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거대한 EU지구가 브뤼셀에 들어서면서 집값이 폭등했고 원주민들은 시 주변으로 밀려났다. 2류 시민으로 전락한 토착민도 상당수다. 새롭게 둥지를 튼 외국인들은 지역사회에 동화되기보다 자녀들을 값비싼 외국인학교에 보내며 ‘그들만의 삶’을 고집하고 있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는 “유럽의 역사는 곧 도시의 역사”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도시국가의 집합체였고, 로마제국은 ‘영원한 도시’ 로마와 이를 복제해 만든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이뤄졌다. 중세 유럽 역시 산재한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문명 지형도를 완성했다. 근대에 발전한 유럽의 절대주의 왕국과 국민국가들도 수도를 중심으로 확장한 영토국가일 따름이다. 유럽문명은 곧 도시를 건설하고 통치하는 하드웨어와 도시의 제도와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형태를 띠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시는 영국 런던이다. 저자들은 런던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도시는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기원전 54년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템스강 어귀의 런던을 점령했다. 정확히 ‘더시티’라는 지역이다. 무역항으로 각광받던 런던은 19세기 금융자본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은행가문인 로스차일드가의 거점이 된다. 동시에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도하며 ‘자본론’을 쓴 무대였다. 두 자녀가 굶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자본론을 완성했다. 1897년 6월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 행사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전성기를 상징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며 영국은 중위권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런던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제30회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전 세계 7억명의 인구가 지켜봤다. 너무나 영국적인 이 개막식은 런던이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모태라는 역사적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요즘 런던은 글로벌리즘과 민족주의의 대결장으로 변모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의 망명정부를 받아들이며 유럽통합의 잉태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2년 안에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장소이기도 하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빈은 역사의 생채기를 안고 있다. 히틀러는 18세 때 화가의 꿈을 안고 예술의 도시인 빈을 찾았다. 그러나 빈 예술아카데미에 두 번이나 낙방한 뒤 빈곤한 젊은 시절을 보낸다. 좌절을 안겨준 빈은 훗날 나치의 지도자로 변신해 빈을 집어삼킨 히틀러에게 해코지를 당한다. 합스부르크제국의 수도로 남다른 지위를 누려온 문화적 메트로폴리스는 그렇게 초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책은 3000년 유럽의 역사를 도시를 통해 풀어간다. 유럽의 순례길이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비롯해 헤이그, 스트라스부르, 바이마르, 프랑크푸르트 등 18곳의 도시들이 최초의 통일국가인 로마제국 이후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 온 유럽의 속내를 살짝 털어놓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강신주의 감정수업(강신주 지음, 민음사 펴냄)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로 유명한 저자가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의 분석 틀을 빌려 인간의 감정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 3부에서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분석했는데 저자는 철학자의 어려운 말을 우리의 현실과 명작 소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준다. 일테면 모파상의 소설 ‘벨아미’를 통해 야심을 이해하고,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개츠비 내면에 숨은 탐욕을 읽어낸다. 또한 ‘레 미제라블’에서 공동체의 의미와 박애의 원리를 설명한다. 아울러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한 예술가들의 명화 45점도 소개했다. “감정이 먼저 움직여야 어떤 사람, 어떤 사물, 어떤 사건이 우리 시선에 의미 있는 것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나만의 소중한 감정을 잘 가꾸고 보듬으라고 강조한다. 528쪽. 1만 9500원.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택광·박성훈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2010년 9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부정기적으로 쓴 하루의 기록들을 묶었다. 하지만 제목처럼 일상을 담은 사적인 일기가 아니다. 이 시대가 가장 주목하는 탈근대 사상가인 저자는 뉴욕타임스 1면 기사나 사설에 등장하는 사건에서 시대를 진단하고, 논평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유럽 지역의 집시 인권 문제, 이라크 전쟁 후 감수해야 할 사회·경제적 문제,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 실업 문제 등 현대 사회의 고난에 대한 안타까움과 날카로운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불안한 청년 교육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국가의 소극적 행동에 크게 분노하는 등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사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대목은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88쪽. 1만 7000원. 미국, 유럽, 중국의 화폐전쟁(스한빙 지음, 남영택 옮김, 평단 펴냄)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예측 전문가인 저자가 유럽 경제위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유럽 경제위기의 원인을 대내적, 대외적으로 구분해서 분석한다. 대내적으로는 유럽 각국의 방대한 복지로 인한 채무가 원인이고, 대외적 원인으로는 달러화의 경제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의 전략적 공격을 든다. 저자는 “채무위기가 늦게 폭발한 쪽이 먼저 폭발한 쪽의 자금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늦게 발생할수록 유리하다”며 “게다가 미국이 지닌 금융 능력은 군사 능력을 훨씬 상회한다. 따라서 유럽의 채무위기 폭발은 사실 필연적”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통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각국의 경제 대결과 현재의 채무 위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방법을 살펴본다. 552쪽. 2만 5000원. 인문학 지도(스티븐 트롬블리 지음, 김영범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 현대 지성사를 수놓은 생각의 계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다. 영국왕립예술학회 회원이자 영화제작자로 에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저자는 철학, 심리, 문학, 정치, 미학, 사회, 윤리,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50여명의 지성을 소개한다.‘인간이기 때문에 절망할 수 있다’고 말한 키에르케고르, 죽음이라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존재를 고민한 하이데거 등 인물마다 10쪽 내외로 생각의 핵심 개념을 짚는다. 또한 마르크스의 사상이 어떻게 루카치, 그람시 등에게 영향을 미쳤고 사르트르와 라캉, 프랑크푸르트학파 등은 어떻게 프로이트를 해석하고 그에게서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 지적 계보를 추적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인물의 대표 저작에서 후대에 가장 많이 인용된 텍스트들을 엄선해 수록했다. 560쪽. 2만원.
  • RO제보자 “주체성 질문에 ‘김일성’ 답하는 의식 거쳐 조직 가입”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를 국가정보원에 최초로 제보한 증인 이모(46)씨가 21일 법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총선 및 지방선거 후보 출마, 각종 시위 활동 등은 RO 조직의 지침이나 사업계획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2010년 5월 국가정보원 콜센터 홈페이지에 ‘운동권으로 20여년 살았습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남긴 후 RO 조직에 대해 처음 제보한 인물이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6번째 공판에서 이씨는 RO 가입 경위와 조직 특성, 지침 및 활동 상황 등에 대해 증언했다. 이씨는 “1990년대부터 주체사상을 공부하다가 2003년에 ‘우리의 수(首)가 누구인가’,‘나의 주체성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김일성’, ‘혁명가’라고 답하는 의식 등을 거쳐 2004년 RO에 정식 가입했다. 조직원이 된 뒤에는 세포모임 등을 통해 혁명관 등에 대해 최근까지 사상학습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RO의 성격에 대해서는 “조직원들은 주체사상을 자주의 시대 향도 이념이라고 믿고 있다”며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받아들여 발전시킨 이 시대의 혁명철학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RO가 민노당 총선 및 지방선거 후보 출마를 결정하곤 했다. 2008년 수원지역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라는 지침을 받아 출마했는데 떨어졌다. 수원시의원 비례후보 출마자 결정 등 RO 조직에서 내려온 지침을 세포모임에서 토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RO의 지침이나 사업계획에 따라 광우병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등 각종 집회에 참석했거나 집회를 주도했으며 무상급식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을 점거 농성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조직원끼리도 서로 알지 못할 정도로 보안을 중시하는 조직이며 이석기 의원도 올해 5월 회합에 참석해서야 총책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국정원에 제보한 동기에 대해서는 “2010년 천안함 폭침이 북의 소행이라 생각했는데 RO는 맹목적으로 북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추종했으며 심신이 지쳐 있는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지시를 잇따라 내려 조직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마르크스·촘스키… 인류사를 바꾼 유대인의 힘

    마르크스·촘스키… 인류사를 바꾼 유대인의 힘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박재선 지음/메디치/562쪽/2만 1000원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유대인 두 명을 꼽는다면? 하나는 예수일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아마 칼 마르크스일 것이다. 2005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설문 조사를 통해 마르크스를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선정했다. 마르크스는 철학자·사상가이자 경제·역사학자로 19세기 중반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사상 체계를 창시한 인물이다. 그의 이론은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으로 계승되고 이후 공산주의는 70여년간 맥을 이었다. 영국의 학술지 프로스펙트(Propect)는 현세 최고의 지성인으로 놈 촘스키를 2005년 선정했다. 촘스키는 자신의 전공인 언어학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 정치학,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수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가를 뛰어넘는 식견을 보인다. 그가 지성인으로 명성을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지식을 충분히 소화해 고도의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역시 유대인이다. 핵무기를 개발해 핵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 조지 W 부시 정부 8년간 미국의 외교와 국방 정책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의 시조 격인 레오 슈트라우스도 유대인이다. 그 외에도 걸출한 유대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영국 제국주의 팽창을 이끈 장본인으로 대영제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 국제질서의 큰 판을 기획한 20세기 최고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세계 경제·금융 대통령 벤 버냉키, 여론과 언론을 움직인 조지프 퓰리처…. “1600만명에 불과한 유대인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하면 과장일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현재 유대인들은 미국을 배경으로 정치·경제·학술·문화·예술 등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유대인의 족적은 뚜렷하다. 중세 르네상스 운동, 지리상 발견, 국제 금융망 구축, 공산주의 창안 등 세계사의 결정적인 변혁에는 항상 유대인이 있었다. 1901년부터 시작된 113년 노벨상 역사에서 개인 수상 가운데 유대인은 무려 193명(전체의 23%)에 이른다. 책은 각 분야에서 역사·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유대인 100명의 인물 분석을 모은 것이다. 글을 쓰는 데 방대한 자료가 동원됐고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사실 확인을 거듭했다는 게 전직 외교부 대사를 지낸 저자의 설명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실제 정당해산은 독일·터키뿐

    정당해산 청구와 결정이 이뤄진 것은 외국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실행한 나라는 독일과 터키 두 곳뿐이다. 민주주의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당 해산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우리나라와 독일, 터키,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외국의 위헌정당 해산 및 정당활동 규제 제도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1951년 사회주의제국당(SRP)과 1956년 독일공산당(KPD)이 위헌판결로 해산됐다. 당시 사회주의제국당은 히틀러가 세운 나치당을 승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독일공산당은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추종하며 폭력적인 방법으로 독재국가를 수립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 밖에도 몇몇 신나치주의 정당이 해산심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독일이 정당해산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제2의 히틀러’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터키에서는 1998년 ‘터키복지당’이 해산됐다. 당시 복지당은 정교분리에 적대적이다는 이유로 터키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결정을 받았다. 이는 2001년 유럽인권법원에서도 정당하다는 결정을 받은 바 있다. 2009년에는 쿠르드족 반군과 연계됐다는 혐의로 민주사회당(DTP)이 정당 해산 결정을 받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후설(한국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 엮음, 한국고전번역원 펴냄) 후설은 목구멍(喉)과 혀(舌)라는 뜻으로 왕명 출납을 맡은 승정원의 별칭이다. 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이 ‘후설’(喉舌)이란 이름으로 일기의 정수만을 골라 책을 펴냈다. 승정원일기는 정7품 관원인 주서들이 임금을 수행하면서 보고 들은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국정의 이모저모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국보 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이런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을 겪으면서, 또 영조대와 고종대에 화마를 치르며 많은 분량이 소실됐다.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은 인조 이후의 조선왕조 288년치 기록이다. 그런데 이 분량만도 무려 3245책, 2억 4300만자로 왕조실록의 5배가량이나 된다. 단일 서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이다. 292쪽. 1만 2000원. 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펴냄) 국제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에 얽힌 희망과 고난의 역사를 담았다.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박사는 인종, 언어,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소통할 언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창안한 언어가 바로 에스페란토다. 에스페란토는 ‘만국공통어’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내걸었지만, 가시밭길을 걸었다. 좌우파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숱한 탄압을 받았는데 이유는 다양했다.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의 좌파적 성향이 문제가 됐고, 유대주의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정치 상황에 이용당하기도 했다. 서유럽 국가에서는 초기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통합을 위해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고 선언했다가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낙인찍혔다. 독일 정치학자인 저자는 의사소통의 권리가 인권의 하나로 여겨지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에스페란토의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 628쪽. 3만원.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김삼웅 지음, 현암사 펴냄) 여천(汝天) 홍범도(1868~1943)의 서거 70주기를 맞아 평전이 출간됐다. 독립전쟁의 전설로 불리는 홍범도는 평양에서 천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포수 출신으로 사격 실력이 뛰어난 데다 신출귀몰해 간도와 극동 러시아의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나들면서 일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독립투쟁 사상 가장 빛나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도 실은 그가 주도했다. 하지만 해방 후 남북에서 모두 철저히 배제된다. 남쪽에선 그의 볼셰비키 입당 경력이 문제가 됐다. 북쪽에선 김일성 우상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또 공산 정부 수립이 아닌 민족 독립을 위해 항일운동을 벌였다는 논리에 휘말렸다. 책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쫓겨나 1943년 10월 75세를 일기로 생을 달리한 홍범도에 대해 유해 귀환 논의조차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한다. 312쪽. 1만 8000원. 광신(알베르토 토스카노 지음, 문강형준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시대의 광신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인가, 이에 저항하는 몸짓인가.’ 책은 이런 물음에 답을 준다. 책의 주인공은 ‘관용과는 담을 쌓았고 소통은 불가능하며 어떤 논쟁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오직 상대편의 관점이나 생활방식이 뿌리 뽑힐 때라야 비로소 안도하는’ 광신자들이다. 역사에서 그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등장했다. 천년왕국운동, 노예폐지론자, 농민 혁명가, 아나키스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까지 인류는 수많은 광기의 역사를 경험했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가 광기를 부채질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들의 신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순히 비이성적인 병리 현상으로만 치부해야 할까. 책은 모든 급진적인 시도에 ‘광신’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말고, 정면으로 맞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454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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