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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박열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 92년만 독립유공자 인정

    [단독]박열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 92년만 독립유공자 인정

    충북 보은에 살며 만세운동에 감격사형 선고 받는 자리서도 만세 외쳐1920년대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을 바탕으로 박열 의사와 일본에서 히로히토 일왕 암살을 시도했던 가네코 후미코 여사가 유명을 달리한 지 92년 만에 한국의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는다. 일본인이지만 박 의사의 아내이자 독립운동을 함께한 동지였던 그는 사형을 언도받는 순간까지 일본 재판정에서 의연하게 일본을 훈계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12일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에 가네코 여사가 독립유공자 서훈(애국장)을 받게 됐다”며 “후손을 찾는 대로 서훈과 함께 독립유공자의 명패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네코 여사와 박 의사는 당시 조선과 일본에서 소위 뉴스메이커였다. 박 의사는 서울 고등보통학교(경기고의 전신)에 다니던 18세 때 3·1운동의 전면에 나섰다가 같은 해 10월 현해탄을 건너 도쿄에 정착했고 신문배달, 날품팔이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가네코 여사는 방탕한 아버지가 호적에 올리지 않아 조선 충북 부강면에 살던 고모부의 양자로 자랐다. 그는 1919년 3월 30일 부강 지역의 만세운동을 보고 ‘감격의 눈물이 샘솟았다’고 기록했다. 같은 해 4월 일본의 외가로 돌아왔고 아나키즘을 접했다. 가네코 여사는 박 의사의 ‘개새끼’란 시를 우연히 보았고 친구를 통해 1922년 박 의사를 소개받았다. 같은 해 5월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고 ‘인간의 절대평등에 가장 큰 장애물은 일왕’이라는 생각을 공유했다. 박 의사는 이 시기 흑도회에 가입하고 잡지 ‘흑도’를 발행했다. 가네코 여사는 ‘박문자’(朴文子)라는 조선 이름을 썼다. 이들은 “어떤 고정된 주의가 없다”며 마르크스, 레닌조차 추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22년 8월 박 의사가 니가타현의 조선인노동자학살사건의 참혹한 현장을 접한 게 두 사람이 의열 투쟁에 나선 전환점으로 평가된다.두 사람은 1923년 10월 일본 황태자의 결혼식에서 일왕을 암살하기 위해 폭탄 유입에 나섰지만 폭탄투척계획이 누설돼 체포됐다. 1923년부터 1925년까지 각각 20회 이상 혹독한 심문을 받았다. 1926년 2월 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첫 공개 공판에서 조선 예복과 사모관대를 입고 출두한 박 의사는 이름을 묻는 재판장에게 “나는 박열이다”고 답했다. 또 가네코 여사는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박문자”라고 말했다. 3월 26일 열린 최종 판결에서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박 의사는 “재판은 유치한 연극이다”며 재판장을 질책했고 가네코 여사는 만세를 외쳤다. 일본 검찰은 사형 대신 무기징역으로 특별 감형했지만 가네코 여사는 옥중에서 은사장을 찢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1926년 23세였던 가네코 여사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그의 어머니에게 전해졌지만 의문사였다. 그해 박 의사와 가네코 여사가 재판소에서 다정하게 서로를 안은 채 앉아 있는 ‘괴사진’이 유포됐다. 다테마쓰 판사가 증거확보를 위해 박 의사의 환심을 사려 찍은 것으로 밝혀졌고 당시 일본 야당은 사법권 문란으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등 후폭풍이 일었다. 이 내용은 2016년 영화 ‘박열’로 다뤄졌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노동자 돕던 베이징대 학생 학교서 폭행당하고 실종돼

    노동자 돕던 베이징대 학생 학교서 폭행당하고 실종돼

    베이징대, 인민대를 포함해 최소 12명 이상의 명문대 학생들이 폭행당하고 실종됐다. 홍콩 명보는 12일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선전, 우한 등 중국 5개 도시에서 노동자를 돕는 운동을 벌이던 학생들이 폭행 뒤에 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보도했다. 이들 학생은 스스로 마르스크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신봉자라고 밝혔으며 불평등과 기업의 탐욕에 대항해 싸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한다고 내세우는 중국 공산당이 노예 같은 대접을 받는 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거리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탄압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시진핑 정권은 노동자 및 학생 운동을 포함해 어떤 사회 운동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홍콩 앰네스티측은 “이번 명문대생 탄압 사건은 중국 정권에 대한 또 다른 나쁜 이미지만 낳았다”며 “학생과 지지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베이징대 학생은 지난 9일 장성예를 좇던 신원 미상의 남성이 캠퍼스에 들이닥쳐 장을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차로 끌고갔다고 밝혔다. 장은 학생 노동운동의 지도자로 한때 당국에 의해 구금됐지만 실종 당시 그의 위치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장이 폭행당할 당시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베이징대 학생은 자신도 지하로 끌려가 입을 틀어막힌 상태에서 머리를 발에 차였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은 폭행 가해자에게 누구냐고 따지자 “고함을 지르면 주먹이 더 날아갈 것”이란 협박만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실종된 장이 주도한 학생 노동운동은 올해 여름 후저우에서 시작됐다. 몇 주간의 거리시위와 인터넷 캠페인이 이어지자 경찰은 일부 학생과 활동가들을 구금했다. 학생들의 노동 운동은 애플사의 공급망을 맡은 공장 노동자뿐 아니라 탄광 노동자들로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노동 운동이 이어질수록 당국은 운동의 조직화를 막고 거센 탄압에 나섰다. 난징대에서는 학생들이 맑시스트 단체를 조직하려는 것을 학교 당국이 나서서 막기도 했다. 후저우에서 노동자를 돕던 인민대 학생들은 가택 연금을 당했다. 학생 운동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마르크스와 레닌을 공부하라고 하는 마당에 중국 공산당은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좌파 이상주의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산당은 학생들의 급진적인 좌파 사상이 사회 안정에 위협이 되는 것을 우려해 더 이상 학생 노동운동이 확대되기 전에 소탕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베이징대에서는 “그들의 안전과 자유, 그리고 사회 정의로 가는 길을 비추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내용의 팜플렛이 퍼졌지만 곧 보안요원이 나타나 중단시켰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유빙의 숲(이은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은선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개인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재난이나 사고, 질병으로 극한의 고통에 처한 인물들이 잔혹한 현실을 통과해 어떻게든 살아내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이들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지극한 애정을 가진 존재들임을 역설해 보인다. 296쪽. 1만 3000원.레트로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아르테 펴냄) 유럽 지성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작. 노학자가 진단한 오늘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중계되는 타인의 삶과 음모론·가짜뉴스로 인한 불안감에 아무것도 없는 원초적인 세계 ‘자궁’으로 돌아가고만 싶은 시대다. 272쪽, 2만원.사라진 후작(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북레시피 펴냄) 올해로 130살을 맞는 명탐정 셜록 홈스. 그에게 열네살짜리 여동생이 있다면?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던 에놀라 홈스는 젊은 후작의 납치 사건에 연루돼 홈스 가문 특유의 ‘촉’으로 후작을 찾아나선다. 사회제도에 억압된 여성상에 반기를 든 발칙한 탐정의 좌충우돌 모험기. 260쪽. 1만 3000원.마르크스주의 100단어(미카엘 뢰비·에마뉘엘 르노·제라르 뒤메닐 지음, 배세진 옮김, 두번째테제 펴냄)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방대한 정보들 중 100개를 추려 그 핵심 개념만을 담아 작은 사전 형식으로 엮은 책. 프랑스에서 철학·사회학·역사학·경제학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저자 3명이 각각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항목들을 작성하고 이를 정리했다. 256쪽. 1만 5000원.땅의 역사 1·2(박종인 지음, 상상출판 펴냄) 27년차 여행전문기자로 활약한 저자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인문 기행 코너 ‘땅의 역사’를 책으로 묶었다. 우리 땅 방방곡곡에서 찾은 역사의 여러 흔적 중 고대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증 내·외상’을 남긴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각 336쪽, 352쪽. 각 1만 6000원, 1만 6500원.지금 오는 이 시간(심상옥 지음, 마을 펴냄) 오래 흙을 만져온 도예가이면서 서정시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신작 시집. 오랜 도예창작과정에서 터득한 원숙한 예술적 안목을 바탕으로 풍부한 삶의 지혜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현해 냈다. 128쪽. 1만 2000원.
  • 노동운동한 마오쩌둥 추종 학생 처벌한 중국 대학

    노동운동한 마오쩌둥 추종 학생 처벌한 중국 대학

    마오쩌둥과 마르크스의 후예를 자처하며 노동운동을 벌인 학생들을 중국 인민대학이 처벌하자 미국 코넬대가 교류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코넬대는 6년간 인민대와 연구 및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인민대가 저소득 노동자들을 위해서 일하는 학생 12명을 처벌했다며 교류를 중단한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대규모 집회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 공산당은 인민대생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가장 강력한 활동을 벌인 학생 운동가들을 처벌했다. 중국 대학생들의 노동자 권리 옹호 집회는 올여름 12명의 학생이 광둥성 지역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공장 노동자들을 도우면서 시작됐다. 대학생들은 중국이 자본주의를 수용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무시당했다며 극좌에 가까운 이념을 보였다. 노동운동에 참여한 대학생 가운데 일부는 베이징대 졸업생 웨신을 비롯해 여전히 구금상태다.베이징대, 인민대 등 중국 명문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의 저작을 읽고 사회주의 발전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대학 캠퍼스 내 프롤레타리아 계급인 수위, 요리사, 건설 노동자들의 처우를 조사했으며 농촌의 빈곤 가정을 돕겠다고 나섰다. 지난 8월부터는 중국 후이저우 노동자들이 공산당의 공식적인 후원 없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것을 도왔다. 이처럼 일부 중국 대학생들이 사회주의 극좌 이념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불평등, 부패, 자본주의 등으로 사회가 불행해졌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은 후이저우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당신들은 노동자의 근본이다” “우리는 당신의 명예와 수치를 함께 한다”고 외치며 거리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했던 첸커신 인민대 학생은 “우리는 마르크스주의자며 사회주의를 찬양하고 노동자들을 위하기 때문에 당국이 우리를 목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가두 시위 당시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경찰은 지난 8월 24일 학생 노동운동가들의 거처였던 후이저우의 아파트를 급습해 50여명을 체포했다. 이후 대부분 풀려났지만 일부 활동가와 노동자는 여전히 구금상태거나 가택연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찰은 이들의 노동운동이 외국 시민단체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노동조합 중앙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만나 “노동조합은 당의 사업에 충실해야 하고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구현해야 한다”며 공산당의 영도에 따른 노동자 활동을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빅데이터가 되기를 거부하는 글쓰기

    [황규관의 고동소리] 빅데이터가 되기를 거부하는 글쓰기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라고들 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인간 고유의 활동으로 여겨져 왔던 지적 노동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일을 해야만 그나마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여러 사람이 꼽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예술 작품도 인공지능이 창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차원의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데이터이며 새로운 데이터를 창조하는 능력만이 인간의 존재 역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뇌과학의 성과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뇌과학이 인간의 학습은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고리, 즉 시냅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혀내자 컴퓨터 기술은 인공신경망이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인공신경망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든 다음 거기에 빅데이터를 들이부어 인공신경망 스스로가 학습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알파고는 이것의 결과물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인공지능에 대한 지극히 초보적인 상식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우리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할지 자신 있게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 및 바람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따져 볼 이유는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존재론적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것은 구체적인 삶을 위협하면서 등장할 것이다. 윤재철 시인은 ‘창의성’이란 시에서 창의성은 “허리 꺾어지도록 끝없는 반복에서/풀리지 않는 그 고통에서”, “불꽃 튀듯 생겨나는 것”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시인에 의하면 창의성이란 반복되는 몸의 활동이 어떤 불가해한 장애 앞에서 섬광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인간은 단지 뇌가 아니라 몸 전체를 통한 온갖 감각의 파동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여기서 시인의 통찰은 자못 깊다. 또 뇌에 저장된 정보로 희화화되고 있는 기억도 데이터가 아니라 현실의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서사 또는 은유나 이미지에 가깝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에게 육체적·지적 노동을 빼앗긴 현실 조건에서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지이거나 속임수에 가까운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과학이 독립적인 힘으로 노동 과정에 도입되는 정도에 비례해 노동 과정의 지적 잠재력을 노동자로부터 소외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지적 잠재력’은 창의성이라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 따라서 인간이 생산해 내는 언어나 또는 시청각적 창작물을 데이터로 환원한 후 다시 빅데이터로 삼으려는 기술공학적 발상은 존재 자체를 비트(bit)로 환원시키려는 퇴폐적인 모험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퇴폐적인 모험은 그치지 않고 시도되는 것일까. 인공지능 시대에는 빅데이터가 무형의 자본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공지능 시대를 피할 수 없는 사태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현재가 자본‘주의’ 세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데올로기 효과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승리의 환호성을 함께 지를 수 있는 다수자가 되고 싶어 하지 변두리의 고독한 소수자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글쓰기에도 드러난다.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즉 지극히 일반화된 논리와 어휘를 무비판적으로 구사하려는 욕망들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빅데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글쓰기’라고 부르려 한다. 그런 글들은 사안에 대한 깊은 사유를 생략한 채 ‘좋아요’를 구걸하는 글을 쓴다. 독자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자신이 쓴 글이 빅데이터가 되는 게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이 되려는 욕망에 가깝다. 진정 창의적인 글은 빅데이터 되기를 거부하는 글이다. 이런 글쓰기를 ‘소수자 글쓰기’라고 부른다.
  • ‘다윈과 마르크스’ 저녁식사 한다면 무슨 얘기 오갈까

    ‘다윈과 마르크스’ 저녁식사 한다면 무슨 얘기 오갈까

    두 사람/일로나 예르거 지음/오지원 옮김/갈라파고스/368쪽/1만 6500원다윈과 마르크스가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고? ‘진화론과 유물론 창시자의 가상 대담’이라는 책 소개를 보자 머릿속이 순간 멍해진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책을 펼치기 전 둘은 어떻게 만날지, 식사 자리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고 갈지 가슴이 뛴다. 둘의 저녁 식사를 서빙하면서 대화를 몰래 엿듣는 상상마저 해 본다.신간 ‘두 사람’은 동시대, 같은 공간에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 두 명을 조명한다. 각각 진화(evolution)와 혁명(revolution)으로 세상을 흔든 찰스 다윈과 카를 마르크스다. 실제로는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두 사람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가상의 주치의 ‘베케트’가 둘을 잇도록 했다. 베케트는 케임브리지 의대를 나왔지만, 신에 대한 의심을 품어 대학에서 쫓겨난 진보 성향의 의사다. 그는 다윈에게 ‘마르크스가 진화론을 아주 철저히 읽었다’고 알려 주며 만나 보길 권한다. 마르크스에게도 다윈의 이야기를 계속 해 준다. 급기야 둘은 서로에게 관심을 두게 된다. 두 사람은 1881년 10월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그러나 정작 둘을 만나게 한 것은 베케트가 아닌 마르크스의 사위 에이블링이다. 런던에서 열린 자유사상가 회의에 온 에이블링은 다윈에게 뵙기를 청해 저녁 식사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 예고하지 않고 자신의 장인인 마르크스를 대동한다. 잘 차려진 식사 자리에서 진화론과 유물론이 현란한 공방을 펼치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제대로 된 토론 대신 불편한 말들만 오간다. 진화론을 공산주의에 활용하려는 마르크스 측에 대해 다윈은 결국 “나는 무신론자가 아니라 불가지론자”라고 말한다. 심지어 마르크스를 가리켜 “당신은 이상주의자 같다”는 말까지 던진다. 이날 저녁 식사가 파투 나버린 이유는 ‘종교’ 때문이다. 신학을 전공하고 사제가 되려던 다윈은 자연 관찰에 몰두하면서 ‘부작용’으로 창조주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그가 이에 관한 죄책감에 시달린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마르크스 역시 랍비를 가장 많이 배출한 유대교 집안 출신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개신교로 전향한 이력이 있다. 한 명은 자연의 진화를 통해, 한 명은 인간의 혁명을 주창하며 신을 배신한 셈이다. 마르크스의 절친한 친구인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입관식에서 저자를 대신해 둘의 위대함을 이렇게 요약한다. “다윈이 유기적인 자연 현상 속에 숨겨져 있던 발전의 법칙을 발견했듯, 마르크스는 인간 역사의 발달 법칙을 발견했다.” 저자는 다윈 전기를 읽다가 둘의 만남을 구상했다고 한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1873년 ‘자본론´에 다윈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헌사를 직접 적어 보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인물이 가까운 곳에 살았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마르크스는 런던 메이틀랜드 파크 로드에서 살았는데, 다윈이 사는 곳에서 불과 3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저자는 다윈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그가 남긴 1만 5000통의 편지와 메모를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견해를 어떤 식으로 펼치는지 연구했다. 마르크스가 엥겔스와 주고받은 서신을 철저히 분석해 그의 말투를 온전히 살려냈다. 다윈은 보수적인 신사였으며 자연과학자로서 공산주의 운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반면 마르크스는 생활고에 찌든 채 프로이센의 감시 속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저자는 “조사를 하면 할수록 두 인물이 상반된 성격이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고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이 맞닿은 종교를 지점으로 둘을 영민하게 맺었다. ‘종의 기원’과 ‘자본론’을 제대로 읽지 않았더라도 책을 읽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진화’와 ‘혁명’의 뼈대를 서사 구조 속에서 잘 녹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루한 사상 공방 대신 위대한 업적에 가려진 두 인물의 인간적인 고뇌를 살려낸 게 더 낫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다윈의 아내인 엠마, 마르크스의 집안일을 수십년 동안 도운 렌첸 데무스를 비롯한 주변 인물과 다윈이 정원을 거닐며 연구하는 모습, 마르크스가 병을 치료하는 집의 묘사 등이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다. 다만 둘의 저녁 식사에 서빙하면서 이야기를 엿들어 보겠다는 기대는 일단 접어 두는 게 낫겠다. 그리 유쾌한 자리는 아닐 테니.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그레천 칼슨 지음, 박다솜 옮김, 문학수첩 펴냄) ‘미투 운동’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듣는 ‘로저 에일스 스캔들’의 주인공인 전 폭스뉴스 앵커 그레천 칼슨의 책. 자신이 몸담았던 폭스뉴스의 창립자인 에일스 회장을 성희롱 혐의로 고발한 칼슨은 성추문의 피해자로서 어떻게 자존감을 잃지 않고 꼿꼿이 살아갈 수 있었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고백한다. 378쪽. 1만 3000원.에어비앤비의 청소부(박생강 지음, 은행나무 펴냄) 제13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를 펴낸 작가 박생강의 장편소설. 이태원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룻밤 묵게 된 주인공 ‘나’가 전직 해커 출신 청소부 ‘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생판 모르던 타인의 삶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그렸다. 176쪽. 1만 1500원.대한민국 독서사(천정환·정종현 지음, 서해문집 펴냄)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의 한국 독서문화사다. 방방곡곡의 학교와 도서관·서점, 대학과 교회에서 열렸던 독서회들, 버스와 지하철 등에서 펼쳐진 독서 풍경을 되돌아본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부터 ‘자본론’까지 우리가 사랑한 책도 톺아본다. 336쪽. 1만 7000원.삶의 진정성(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지음, 김현정·김문주 옮김, 더블북 펴냄) 기업 교육 현장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리더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의 저자가 쓴 리더의 성, 돈, 행복, 죽음에 관한 인생 탐구. 전 세계 40개국의 리더·경영자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를 통해 일과 인생의 균형을 꾀하는 리더십을 소개한다. 435쪽. 1만 9800원.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신평 지음, 새움 펴냄) 판사 재임용 탈락 1호, 돈키호테 등의 별칭으로 불리는 ‘영원한 내부 고발자의 고백’. 저자는 동료 교수의 공무 출장 중 성매매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로 기소당한다. 절절한 재판 투쟁 기록이 사법 피해자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376쪽. 1만 5000원.클래식과 함께하는 사회 탐구(권재원 지음, 다른 펴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쉬운 접근을 돕는 사회과학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왜 ‘고전’이라 부르는지,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 같은 이들은 클래식 음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사회학자 아빠’의 목소리로 쉽게 풀이해 준다. 204쪽. 1만 3500원.
  • 두 달에 한 권씩 다시 읽는 ‘자본’

    두 달에 한 권씩 다시 읽는 ‘자본’

    철학자 고병권이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을 다시 읽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독자들에게 ‘난공불락의 텍스트’로 꼽히는 ‘자본’을 음미하듯 천천히 깊게 읽는 시리즈 ‘북클럽 자본’이다.이달부터 격월로 한 권씩 2년간에 걸쳐 ‘자본’을 깊이 해석한 12권의 단행본을 출간한다. 책을 출간한 다음달에는 오프라인에서 강연을 하며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오프라인 강연 영상은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학평론가이자 작가인 정여울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선보이는 시도로 눈길을 모았던 출판사 천년의상상이 선보이는 두 번째 실험이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가 2년간의 장기 기획을 선보이게 된 것은 2016~17년 진행된 고병권의 ‘자본’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선 대표는 “‘자본’의 맥락에 대한 설명이 풍부해서 매번 ‘이런 의미가 자본론에 담겨 있었나’ 놀라면서 강의를 들었다”면서 “고병권 선생님의 해설이라면 사람들도 드디어 ‘자본’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의 이름을 ‘북클럽 자본’이라고 붙인 것도 ‘존재론적 의미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니 혼자 읽지 말고 2년간 같이 읽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북클럽 자본’ 시리즈의 1권인 ‘다시 자본을 읽자’에선 책 제목 ‘자본’과 부제 ‘정치경제학 비판’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서문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마르크스가 어떤 심정으로 책을 썼고, 어떤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마르크스가 우리 시대를 가장 잘 그려 냈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를 가장 깊이 비판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자본’을 통해) 노동자의 불운이 개인적 불운이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의 기하학적 성격이라는 것, 아버지의 불운과 아들의 불운이 독립적 사건이 아니라는 것, 노동자가 되지 못한 자의 불운은 노동자가 된 자의 불운과 맞물려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 독서 유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통령 독서 유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얼마 전 대통령이 독서하는 사진이 모 일간지 일면에 크게 실렸다. 망중한의 대통령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 같았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통령처럼 한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책 볼 시간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 바쁜 시간에 책 한 권에 매달리지 말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가장 좋은 독서법은 그 책의 저자를 만나 직접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시간 안에 웬만한 책은 다 뗄 수 있다. 굳이 시간을 많이 들여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책이든 한 문장 혹은 몇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책도 그 핵심만 추리면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같은 어려운 고전도 ‘꿈은 소망 충족의 발현’이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주제에 대해 알고 싶으면 대통령은 책을 읽을 필요 없이 그 분야의 저자들을 만나 강의를 듣고 토론하면 된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우리 평민(?)들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철인(哲人)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국민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책 한 권에 매달리는 것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물론 내가 책 읽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런데 책에 대한 오해가 상당히 많다. 앞의 대통령 독서와 관계해 말한다면 조용히 앉아서 숙독해야 하는 책은 종교 경전이나 고전, 혹은 어려운 전문서 정도밖에 없다. 다른 책들은 굳이 정신을 집중해 읽을 필요가 없다. 물론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 같은 것은 예외다. 그다음은 가장 잘못된 독서에 대한 정보다. 가끔 보면 “반드시 읽어야 할 교양서 백선(百選)”과 같은 기사가 신문에 난다. 그 목록을 보면 ‘논어’나 ‘자본론’ 등 과거 인류의 휘황찬란한 책들이 망라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정말로 잘못된 것이다. 이 목록은 사람들에게 공연한 열등감만 갖게 한다. 이 목록을 본 사람이 ‘나는 저 100권의 책을 읽지 못했으니 교양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될 터이니 말이다. 이런 식의 제안은 철폐돼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책은 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루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책은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분야 것만 보면 되지 그 외의 책은 볼 필요가 없다. 자기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은 그게 교양 100선에 있다고 해도 읽을 필요가 없다. 자기가 좋아한다면 그게 만화책이든 철학책이든 관계없다.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뒤에 남은 부분이 얇아지는 게 아쉬운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책에만 안주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다음 작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로 그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편식을 넘어서는 것이다. 일례로 나는 대학 시절 에리히 프롬을 아주 좋아해 그의 책을 다 읽었는데 그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은 프로이트와 칼 마르크스, 스피노자였다. 이 중에 나는 뒤의 두 사람은 제치고 프로이트만 팠다. 그렇게 가다가 보니 켄 윌버까지 오게 됐다. 그다음은 절대 ‘베스트셀러 읽지 마라’는 것이다.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내 관심 영역이 아니면 전혀 볼 필요가 없다. 그런 것은 읽어 보아도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안 되는 책은 보아서는 안 된다. 하나도 안 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노선을 굳건히 지키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어려운 책 보지 마라’는 것이다. 책을 어렵게 쓰는 사람은 대부분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이다. 자기가 쓰려는 내용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어떤 주제든 쉽게 쓸 수 있다. 어려운 책은 과감히 집어던져도 된다. 그걸 이해 못한다고 열등감 가질 필요 없다. 지금 나에게 맞는 책은 항상 있으니 그것부터 읽기 시작하면 된다.
  • “해고 노동자 목숨 끊는 시대… 마르크스 철학 필요한 이유”

    “해고 노동자 목숨 끊는 시대… 마르크스 철학 필요한 이유”

    “먹고사는 데 마르크스의 경제학과 철학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없어요.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노동 문제가 심각하고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해고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지금, 마르크스의 철학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빼앗긴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이 소중한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을, 또 자신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성립된다는 것을 알려주니까요.” 2008년 출간 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하 시대의창)을 쓴 임승수(43) 작가는 독자들의 ‘친절한 과외 교사’를 자처한다. 사회과학의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대중적 글쓰기’를 지향하는 그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2010) 이후 시리즈의 마지막 격인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을 최근 펴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고전 ‘공산당 선언’에서 ‘알아두면 여전히 쓸 데 많은’ 핵심 키워드 65개를 선별해 정리했다. 임 작가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르크스가 인기가 없는 것은 시의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접촉면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로서 마르크스의 경제, 철학, 정치라는 큰 줄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부에서 전기공학,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자를 전공한 임 작가는 IT 기업에서 5년간 근무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2006년 퇴사했다. 그해에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내면서 작가로 첫발을 내디딘 그가 전업을 한 계기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었다. “대학 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자본주의의 장막을 걷어내고 본질을 본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자본주의 환경에서만 살아온 저로서는 자본가와 노동자로 갈린 채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진 삶이 인류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자연법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마르크스를 접하고 난 뒤 이 사회와 인류가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강도 높은 업무 압박에 시달리던 끝에 일을 그만둔 임 작가는 책을 쓰면서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책의 인기에 힘입어 2013년부터 경희대에서 ‘자본주의 똑바로 알기’라는 제목의 교양 과목을 가르치는 그는 1년에 150~200차례 대중 강연에도 나선다. 지난달부터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직장에 다닐 때 어느 순간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을 위해 팔아야 하는 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돈도 중요하죠. 마르크스의 어머니도 마르크스한테 ‘너는 돈에 대한 책을 쓰면서 돈은 왜 그렇게 못 버냐’고 했다잖아요(웃음). 그래도 내 인생이 돈이 아니라 어떤 1분 1초로 채워질 것인지 따져보고 삶의 경로를 정하는 순간 생각이 달라져요. 저만 해도 세상에 건네고 싶었던 제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생겼잖아요. 돈에 시간을 팔지 않고 그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느낌, 경험해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행복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토머스 프랭크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예견하면서 명성을 떨친 역사학자 토머스 프랭크가 미국 민주당의 40여년 역사를 살폈다. 저자는 민주당이 오늘날 맞은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핵심 지지층을 둘러싼 전략적 오판이었다고 주장한다. 400쪽. 1만 7000원.케인스라면 어떻게 할까?(테이번 페팅거 지음, 장진영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자유시장 이론가부터 마르크스주의자, 비주류 경제학파 등 다양한 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 속 고민을 들여다본다.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독창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192쪽. 1만 3000원.달항아리(강익중 글·그림, 송송책방 펴냄)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이 20년간 틈틈이 쓴 시와 수필 100여편을 작가의 작품 사진과 함께 엮었다. 떠나온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예술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240쪽. 1만 3000원.애도의 심연(우찬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지난 30년간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쳐 온 문학평론가 우찬제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의 여섯 번째 비평집. ‘애도’와 문학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탐구한다. 554쪽. 2만 3000원.소확행(배연국 지음, 글로세움 펴냄)언론사 논설위원인 저자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삶에 관한 짧은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돈, 명예, 권력을 더 많이 갖는 일에 매달리는 것보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56쪽. 1만 4000원.송시의 선학적 이해(박영환 지음, 운주사 펴냄)중국 문화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평가받는 송나라 시대의 문학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송시를 선학(禪學)의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서다. 범중엄, 구양수, 양만리, 범성대 등 송시의 대가들을 두루 다뤘다. 536쪽. 2만 7000원.
  • 유시민 작가가 가이드하는 ‘역사의 역사’ 여행

    유시민 작가가 가이드하는 ‘역사의 역사’ 여행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공개돼 관심이 쏠렸던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가 최근 출간됐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JTBC ‘썰전’을 비롯해 각종 방송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저자인 데다가, 나오는 책마다 히트를 친 만큼 출간 전부터 일찌감치 베스트셀러가 예상됐던 책이다.역사의 역사는 유 작가가 역사서를 읽고 탐구한 내용을 묶었다. 동서양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이 소재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25년에 쓴 ‘역사’부터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사마천의 ‘사기’,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아널드 J.토인비 ‘역사의 연구’ 등을 비롯해 박은식의 ‘한국통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등 우리나라 역사서,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 다룬다. 유 작가는 역사서와 글을 쓴 역사가를 소개하고, 책의 주요 부분을 발췌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역사 서술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왜 그랬는지를 따진다. 사마천에게 역사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고,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으며,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식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역사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책 첫머리에 “역사가 무엇인지 또 하나의 대답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책 전반에 걸쳐 유 작가의 궁금증과 탐구 결과가 녹아 있다. 방대한 역사서의 일부만 다룬 점은 책의 한계로 꼽힌다. 작가 자신도 책에 관해 “이름난 왕궁과 유적과 절경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잠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인증 사진을 찍는 패키지여행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중요하고 이름난 공간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나름의 효용성을 강조한다. 책이 권고하는 건 결국 각 역사서를 탐독하는 자유여행이다. 다만 그 전에 유 작가의 설명을 가이드 삼아 역사에 관한 중요성부터 인식하라는 것이다. 유 작가는 “역사는 생의 변화와 어려움 앞에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역사 공부는 현재의 이면에 놓인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고도 했다. 유 작가가 역사서를 통해 알게 된 ‘역사란 무엇인가’이자, 그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유시민 새책 ‘역사의 역사’ 독특한 표지…네티즌 반응은

    유시민 새책 ‘역사의 역사’ 독특한 표지…네티즌 반응은

    유시민 작가의 새책 ‘역사의 역사’의 독특한 표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예약구매를 통해 일찌감치 책을 받아 보거나 지난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을 구매한 독자들은 표지에 인상을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남겼다. 출판사 돌베개가 펴낸 ‘역사의 역사’의 겉표지는 검은 배경에 10여권의 책을 부채꼴 모양으로 활짝 펴놓은 사진이 꽉 채우고 있다.검은색과 보색인 노란색으로 책의 이름과 영문명(HISTORY OF WRITING HISTORY), 저자 이름이 적혀 있다. 책의 옆면인 책등은 노란색 배경에 검정 고딕 글씨로 책 이름과 저자명을 적어넣었다. 마치 대학 강의시간에 쓰는 영어 원서와 같은 느낌을 준다는 평가가 많다.유 작가는 지난 2016년 겨울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과 촛불혁명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인생 책’인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떠올렸고, 역사 공부를 새로 시작하며 이 책을 썼다. 동서양 역사가들이 남긴 고전을 읽으면서 2500년에 걸친 인간의 역사에 남은 역사서와 역사가,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 르포르타주’다. 모두 9장으로 구성된 책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사마천의 사기, 카를 마르크스, 박은식, 신채호, 토인비와 헌팅턴,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등을 다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청년 마르크스’

    [지금, 이 영화] ‘청년 마르크스’

    올해는 카를 마르크스(1818~1883) 탄생 200주년이다. 영화 ‘청년 마르크스’는 이를 기념해 마침맞게 개봉하는 작품인데, 여기에는 마르크스 말고 한 명의 주인공이 더 있다. 바로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다. 두 사람은 평생의 지기였다. 그들은 또한 사상적 동지로서 이른바 ‘마르크스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그래서 라울 펙 감독은 영화에서 마르크스(오거스트 딜)만큼이나 엥겔스(스테판 코나스케)를 조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이런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의 제목을 ‘청년 마르크스·엥겔스의 투쟁기’로 고쳐도 괜찮을 것이다. 한데 이들은 무엇과 싸우는 걸까? 둘의 공동 저작 ‘공산당 선언’(1848)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우리가 없애려는 것은 노동자가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서만 살고, 지배 계급의 이익이 필요로 하는 범주에서만 생존을 허락받는 노동의 비참한 성격이다.” 이때 마르크스는 30세, 엥겔스는 28세였다. 그야말로 청년이던 시절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했던 노동(자)의 변혁을 꿈꿨다. 그것은 마르크스·엥겔스가 주장하는 바,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가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점에서 그렇다. 어떤 사람은 소련 해체 등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오늘날 무슨 철 지난 계급을 운운하느냐고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당신도 정말 그런 입장인가?이쯤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한 인물을 소개하고 싶다. 2010년대 한국에 사는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이 폭력적인 소음으로부터 차단될 권리를 비롯해 남들에게 시달리지 않을 권리를 당연히 갖고 있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걸 확실하게 실현하려면 돈을 가지고 있어서 돈으로 그 권리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할 수 있는 인간이라야 비로소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계급인 거야. 그런데 나는 그게 아니지. 나는 지금 그게 아니고 아마 죽을 때까지도 그게 아니다. 나는 그래 그거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계급…”(황정은 단편소설 ‘누가’) 이래도 지금 이 시대에 마르크스·엥겔스 어쩌고저쩌고한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여러 형태의 노동 착취에 뿌리를 둔 계급 갈등은 안팎으로 여전히 심하다. 이 같은 상황이므로 청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투쟁기를 담은 영화를 보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과거 공산주의로의 회귀, 혹은 북한 체제의 찬양과는 아무 상관없다. 핵심은 마르크스·엥겔스 학설을 교조적으로 떠받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구조의 불의를 과학적으로 타파하려 한 마르크스·엥겔스의 사유를 재전유하는 데 있다. 이론적 실천과 실천적 이론에 바탕을 둔 다음 걸음을 잘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 몫 없는 자들의 몫, 즉 빼앗긴 우리의 몫을 되찾는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마르크스 친필 1억 7000만원 경매 부쳐

    마르크스 친필 1억 7000만원 경매 부쳐

    중국에서 시작가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원)으로 경매에 부쳐진 카를 마르크스의 친필 원고. 중국 경매 전문기업 베이징광스국제경매는 19일부터 21일까지 베이징에서 마르크스가 영국 경제학자 제임스 윌리엄 길버트의 저서 ‘은행실용업무개론’의 서평으로 쓴 원고를 경매한다. 연합뉴스
  • [특파원 생생 리포트] 200살 마르크스, 시진핑의 새 무기?

    [특파원 생생 리포트] 200살 마르크스, 시진핑의 새 무기?

    中공산당, 탄생 기념대회 성대히 시 “인류사 탐구… 해방 모색의 길” 주민 반발에도 獨고향에 동상 기증지난 5일 탄생 200주년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는 고향인 독일과 170년 전 ‘공산당선언’을 완성한 영국보다 중국에서 시공을 초월한 철학자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대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거대한 마르크스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경지를 끊임없이 개척해야 한다”며 한 시간여에 걸쳐 연설했다.시 주석은 “마르크스주의는 인류의 역사를 탐구하고, 자신의 해방을 모색하는 길”이라며 “100년 전 근대 중국의 어두운 밤을 빛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꾸준히 발전시켜야만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개교 120주년을 맞아 베이징대를 방문한 지난 2일에도 대학생들에게 마르크스주의 학습을 강조했다. 그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작을 읽은 15살 때 이미 독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는 ‘진리의 힘’이란 주제로 마르크스에 대한 전시회 개막식을 5일 열었고, 중국 우정당국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를 한 세트당 2.4위안(약 338원)의 가격으로 발행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르크스가 태어난 독일의 트리어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여한 최고위급 인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었다. 높이 5.5m, 무게 2.3t에 달하는 마르크스 청동상의 제막식도 열렸는데 이 동상마저 중국이 기증한 것이었다. 마르크스의 고향 트리어에서는 중국이 선물하는 청동상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놓고 시의회가 투표까지 벌였는데 그만큼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형태의 통일을 이루면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실패한 낡은 이론으로 여긴다. 게다가 전체주의로 흐른 구동독 체제의 인권유린 문제가 통일 후 두드러지면서 마르크스주의는 천대까지 받았다. 트리어의 주민들은 중국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며 마르크스 청동상 건립을 반대했는데 공산당 유적지를 순례하는 중국인들의 ‘홍색관광’은 시 주석 집권 2기에 들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독일 트리어시의 마르크스 모양 신호등, 켐니츠의 마르크스 맥주 등을 소개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유학한 프랑스 몽타르지와 레닌의 고향인 러시아 울리야놉스크도 인기 있는 홍색관광지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마르크스주의가 시 주석의 새로운 무기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자본주의를 도입한 경제발전으로 발생한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마련하고자 마르크스주의를 신앙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주의는 이데올로기의 기능 외에도 국민투표제가 없는 중국 공산당 집권의 합법성을 뒷받침한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늘 선택하며 사는 사람들… ‘리셋’하고 싶을 때 있죠”

    “늘 선택하며 사는 사람들… ‘리셋’하고 싶을 때 있죠”

    정치권·영화제작자 경험 녹여 기업·정치·사법부 얽힌 비리 속 정의·상식 편에 선 변호사 그려 “윤리적 가치, 개인 선택과 책임”“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젠 관심사를 더 펼칠 수 있는 여력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주목하는 일은 제 생업인 변호사 일과 소설 딱 두 가지입니다.”조광희(52) 변호사는 다채로운 이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법률가이자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는 그는 2007~2012년 영화사 ‘봄’ 대표로 일하면서 다수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영화계 법률 자문일을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지냈으며 현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06년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과 2012년 안철수 대통령 선거 후보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정치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새로운 직함을 하나 더 얻었다. 바로 소설가다. 최근 만난 조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첫 소설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소설가라는 명칭은 여전히 버겁고 민망하다”며 웃어 보였다. 최근 조 변호사가 펴낸 첫 장편소설 ‘리셋’(솔)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기업 총수와 정치권, 사법부가 얽힌 비리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회적 압박과 그로 인한 개인적인 고뇌와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조 변호사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현실이 절묘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조 변호사는 “윤리적 가치가 정해져 있다기보다 개인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선택한 윤리에 책임을 지면서도 한 개인이 위험한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이 횡행하고 권력에 휘둘리는 현실 속에서도 정의와 상식의 편에 서고자 애쓰는 주인공 강동호라는 인물은 조 변호사의 분신과도 같다. “소설을 쓰는 게 처음이라 아무래도 제가 잘 아는 사람을 묘사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의 나쁜 점은 줄이고 좋은 점을 최대한 부각해서 창조한 인물이 강동호죠(웃음). 특히 혼합적인 인물을 만들려고 애썼어요. 현실에 너무 잘 적응하거나 혹은 자신의 신념대로만 사는 건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어색하죠. 그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듯이 고민하며 헤쳐 나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죠. 강동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등 구조 속에서 늘 선택하며 살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나 이 사회의 시스템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앞으로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SF 법정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조 변호사는 소설의 주제를 법에만 가둬 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동물 해방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닭, 개 등 동물을 죄의식 없이 잡는 게 충격이었어요. 동물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능력이 있다면 아마도 상황은 바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것이 동물들이 부당한 상황에 맞서 인간과 싸우는 이야기죠. 마르크스적 사고에 기반한 한 젊은이 그룹이 동물 해방을 위한 정치적 노선을 걷는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요. 인간과 동물 문제를 공상이 아니라 사상적으로 접근하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하지 않을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마르크스가 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마르크스가 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철학·경제·역사학자 마르크스 200돌 에세이·소설·전기 등 출간 열기 활발 경제적 불평등·빈곤·실업 폐해 심각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관점 재조명카를 마르크스/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지음/홍기빈 옮김/아르테/1112쪽/8만원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토머스 스타인펠트 지음/김해생 옮김/살림/424쪽/2만 2000원마르크스 2020/로날도 뭉크 지음/김한슬기 옮김/팬덤북스/372쪽/1만 6000원마르크스의 철학/에티엔 발리바르 지음/배세진 옮김/진태원 해제/오월의봄/476쪽/2만 3000원디어 맑스/손석춘 지음/시대의창/440쪽/1만 6800원마르크스 전기1·2/마르크스 레닌주의연구소 지음/김대웅·임경민 옮김/노마드/각 496·528쪽/각 2만 5000원공산당 선언/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심철민 옮김/도서출판b/142쪽/9000원유럽 전역에 혁명의 기운이 넘치던 1848년 나온 ‘공산당 선언’의 유명한 첫 문장 “유럽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것은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는 “지구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라는 유령이다”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세상을 떠난 지 135년이나 된 독일의 철학자·경제학자·역사학자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생명력은 여전히 생생하다. 마르크스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호명되는 건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성찰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터다. 수많은 추종자와 그에 못지않은 반대파를 거느린 이 논쟁적인 인물의 삶과 사상을 되짚어 보는 책들이 5일 그의 탄생 200돌에 맞춰 나왔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불평등, 실업, 빈곤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마주한 오늘날 그 한계를 해결하는 열쇠 중 하나로 마르크스의 철학과 사상에 주목한다. 특히 노동계급의 해방과 인류의 진보에 앞장선 혁명가로서 그려진 마르크스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정치사상사 속 마르크스의 실제 업적과 한계에 주목한 저서들이 눈에 띈다. 런던대 퀸메리칼리지의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교수가 2016년에 쓴 ‘카를 마르크스’는 19세기 유럽의 역사와 지성사적 맥락에서 마르크스의 사상과 삶을 재구성한 책이다. 해제를 쓴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라는 달팽이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마르크스’라는 민달팽이의 모습을 꼬리에서 두 개의 뿔까지 총체적으로 그려 낸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를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마르크스 사상을 ‘대중화’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만년의 마르크스는 한때 자신이 경멸하고 거부했던 러시아의 ‘미르’와 같은 촌락 공동체에 희망을 걸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는 마르크스가 평생의 동반자인 예니와 함께 유럽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방향으로 전환됐는지, 기독교와 국가 비판에 집중하던 마르크스가 왜 사회 문제와 프롤레타리아트에 주목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토머스 스타인펠트 스위스 루체른대 명예교수가 쓴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은 마르크스의 난해한 사상을 에세이 형태로 풀어냈다. 명성, 선언, 음모, 돈, 자본, 소유, 언어, 학문 등 16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르크스의 이론을 정리했다. 한 인물을 영웅·신화적으로 기술하는 전기로 쓰면 역사적 진실이 매몰될 수 있는 탓에 에세이 형식을 빌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정세적 변화를 분석한 ‘마르크스의 철학’은 2014년 프랑스에서 나온 증보판을 저본으로 삼아 국내에서 재출간됐다. 마르크스의 철학·역사·경제학적 저작을 서로 구분하지 말고 ‘열린 전체’로 볼 것을 강조하는 저자는 마르크스의 저작인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서 ‘테제’를 독창적으로 독해하는 법, 이데올로기와 물신숭배 개념, 자본주의의 역사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조망한 책도 눈길을 끈다. 정치사회학자 로날도 뭉크가 쓴 ‘마르크스 2020’은 역사, 자연, 발전, 노동자, 여성, 문화, 국가, 종교, 미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오늘날 어떻게 발전하고 쇠락했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마르크스는 혁명이라는 급진적 방법을 통해 경제적, 정치적 자유주의의 발전에 맞서지는 않지만, 심화되는 갈등과 새롭게 등장하는 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도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도 있다. 언론인 손석춘씨가 쓴 장편소설 ‘디어맑스’는 마르크스의 후원자이자 절친인 엥겔스가 ‘라인신문’에서 일하던 청년 마르크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마르크스의 삶을 그렸다. 마르크스의 실제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마르크스 전기’(전 2권)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부설기관인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1973년 방대한 문헌을 참고해 완성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재출간됐다. 마르크스의 유년 시절 이후 중요한 사건을 시간순으로 요약했다. 또한 올해로 출간 170주년을 맞은 마르크스의 대표 저작 ‘공산당 선언’도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누구나 아는 이름, 아무도 모르는 그의 젊은 날…‘청년 마르크스’ 예고편

    누구나 아는 이름, 아무도 모르는 그의 젊은 날…‘청년 마르크스’ 예고편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를 마르크스’의 젊은 날을 담은 영화 ‘청년 마르크스’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청년 마르크스’는 카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집필하기 전, 젊은 날 그의 사랑과 ‘프리드리히 엥겔스’와의 우정, 뜨거운 꿈과 이상을 그린 영화다. ‘자본론’의 저자이자 사상가로 딱딱하게만 느껴졌을 카를 마르크스의 젊은 날을 조명해, 그의 기존 이미지와는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영화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만남부터 이들이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당신은 우리 시대 최고의 유물론자예요”, “노동계에 대한 당신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요”라며 서로를 인정한 두 사람의 만남이 이후 변화를 궁금케 한다. 이렇게 “엥겔스 평생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된 카를 마르크스와 “마르크스가 인정한 유일한 친구”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함께 저서를 집필하는 모습은 열악했던 당시 공장의 환경 속 노동자들의 모습과 병치되며 새로운 세상을 열망한 그들의 꿈을 주목케 한다. 또한 “가장 가난한 노동계급과 부르주아 상류사회를 다 알다니…”라고 감탄하는 엥겔스에게 “솔직히 말해도 돼요? 한마디로… 어마어마해요”라고 답하는 마르크스의 모습은, 공장주의 아들이었던 엥겔스와 오만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자신감 넘쳤던 마르크스의 캐릭터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르크스 X 엥겔스, 둘의 만남이 세상을 바꾸다!”라는 카피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두 친구의 가슴 뜨거운 여정을 예고한다. 영화는 젊은 시절의 카를 마르크스를 다뤄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5월 개봉. 15세 관람가. 118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요동설 vs 낙랑=평양설… 北·中 국가대항전으로 번지다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요동설 vs 낙랑=평양설… 北·中 국가대항전으로 번지다

    한사군의 중심군현인 낙랑군의 위치에 대해 한국의 고대사학계는 평양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경에는 이른바 젊은 역사학자들이 여럿 나서서 이런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한 보수 언론은 이들에게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나아가 이들은 낙랑군의 위치에 대한 질문에 “낙랑군이 평양에 있다는 건 우리뿐 아니라 제대로 된 학자는 모두 동의한다. 100년 전에 이미 논증이 다 끝났다.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한국일보’, 2017년 6월 5일)”라고 말했다.●南학계는 일제 학자 주장 비판 없이 수용 이들의 말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00년 전 조선총독부에서 ‘낙랑군=평양’이라고 못 박은 이후 이 문제를 가지고 논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논쟁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두만강 북쪽 700리 공험진이라고 한·중 사료에 숱하게 나오는 고려·조선의 북방강역을 함경남도 함흥평야로 조작한 이케우치 히로시의 설을 지금껏 추종하는 것처럼 일체의 논쟁 없이 추종한다는 뜻이다. ‘낙랑군=평양’설에 대한 비판은 숱하게 있었다. ‘후한서’(後漢書)의 ‘광무제본기’ 주석에 “낙랑군은 옛 (고)조선국인데, 요동에 있다(在遼東)”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서 낙랑군이 고대 요동에 있었다는 중국 사료가 숱하기 때문이다.●北 고조선 노예제와 왕험·낙랑 규명 논쟁 그럼 북한 학계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한 학계도 남한처럼 ‘낙랑군=평양’설이 100년 전에 논증이 끝난 문제라고 생각할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남한과 다른 것은 북한 학계가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북한 학계의 고조선사 논쟁은 크게 두 방향에서 전개되었다. 하나는 고조선의 사회 성격에 대한 논쟁이고, 다른 하나는 고조선의 강역과 중심지, 즉 왕험성의 위치와 낙랑군의 소재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고조선의 사회 성격에 대해서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역사 발전 5단계설 중에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였다. 마르크스는 인류 사회의 생산 관계를 토대로 ‘①원시 공동체 사회→②고대 노예제 사회→③중세 봉건제 사회→④근대 자본주의 사회→⑤공산주의 사회’의 다섯 단계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이중 고조선의 사회 성격이 노예제 사회인지 봉건제 사회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사회경제사학자 김광진(金洸鎭)은 ‘력사과학’ 1955년 8~9호에 발표한 ‘조선에 있어서 봉건 제도의 발생 과정’에서 조선 역사에는 노예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1935년 철학박사 학위를 딴 고고학자 도유호(都宥浩)가 ‘력사과학’ 1956년 3호에 ‘조선 력사상에는 과연 노예제 사회가 없었는가’를 발표해 김광진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노예제 사회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김광진이 재반박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10여 차례의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 논쟁은 경성제대 출신의 김석형이 ‘력사과학’ 1961년 3호에 ‘조선 고대사 연구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리론상의 문제’를 발표함으로써 정리돼 갔다. 노예제 사회였던 고조선이 봉건제 사회인 고구려·백제·신라로 발전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이론이 북한 학자들의 지지를 얻어가면서 고조선은 노예제 사회로, 삼국은 봉건제 사회로 견해가 정리됐다. 고조선이 노예제 사회라는 것은 나중에 요동반도의 강상 무덤과 누상 무덤에서 대규모 순장(殉葬) 유골이 발굴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낙랑=평양설 北서 中사료 근거로 비판 고조선의 수도인 왕험성과 낙랑군의 위치 문제도 숱한 논쟁을 거쳤다. 도유호를 비롯한 고고학자들도 처음에는 고조선의 도읍과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으로 보았다. 그러자 문헌 사학자들이 중국 사료를 근거로 평양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와중인 1958년 북한은 리지린이란 학자를 북경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보내 고조선사를 연구하게 했다. 와세다대 출신의 리지린은 해방 후 과학원 력사연구소 고대사연구실에서 근무했고, 1959년 ‘력사과학’ 5호에 ‘광개토왕비 발견 경위에 대하여’를 발표했지만 그가 어떤 경로를 거쳐 유학생으로 선발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북경대 지도교수가 고사변(古史辨) 학파의 중심이었던 구제강(顧剛·1893~1980)이란 사실은 범상한 대목이 아니었다. 중국의 신문화운동을 이끌었던 고사변 학파는 중국인들이 그간 사실로 받아들였던 숱한 역사적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옛것을 의심해서 가짜를 판별한다”(疑古辨僞)라는 말로 상징되는 고사변 학파는 구제강과 첸쉬안퉁(錢玄同·1887~1939), 북경대 총장을 역임한 후스(胡適·1891~1962) 등이 중심이었다. 이중 첸쉬안퉁은 한자(漢字)를 폐지하고 로마자 식의 병음자모로 바꿔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고사변 학파는 중국 고대사의 숱한 문적들은 유학자들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심지어 공자가 쓴 ‘춘추’(春秋)도 공자가 아닌 노(魯)나라 사관들이 집단으로 쓴 것이라고 보았다. 구제강은 ‘첸쉬안퉁 선생과 고대 사서(史書)를 논하다’(與錢玄同先生論古史書)라는 논문 등에서 중국 고대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시대가 뒤로 갈수록 전설 속 고대사의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는 것이다. 주(周)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된 전설상의 인물은 우(禹)였는데, 공자 때에는 요순(堯舜)으로 끌어올려졌고, 전국(戰國)시대에는 다시 황제(黃帝)·신농(神農)씨로 끌어올려지고, 진(秦)나라 때 삼황(三皇)이 나오고, 한(漢)나라 이후 반고(盤古)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둘째 “시대가 뒤로 갈수록 전설상 중심인물에 대한 내용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공자 때의 순(舜)임금은 ‘다스리지 않고도 다스려지는(無爲而治)의 성군(聖君)’이었지만 맹자(孟子) 때에는 효자의 모범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1926년 ‘고사변’ 제1권을 출간한 이래 1941년의 7권까지 350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사마천 이래 이른바 ‘중국을 위해 치욕의 역사는 감춘다’는 ‘위한휘치’(爲漢諱恥)의 춘추필법으로 중국의 사가들이 왜곡했던 이(夷)의 역사, 즉 한국 고대사를 새롭게 밝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유학사관 비판 구제강, 중화사관 못 벗어 그러나 고사변 학파의 중심인물인 구제강 자신은 끝내 ‘위한휘치’의 춘추필법을 벗어나지 못한 중화주의 역사가였다. 1931년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차지하고, 만주와 몽골을 중국 본토에서 분리시키는 ‘만선사관’(滿鮮史觀)을 제창하고, ‘중국본토론’을 내세우자 구제강은 1936년 ‘변강연구회’(邊疆硏究會)를 창립해 이에 맞섰다. 일제의 ‘중국본토론’은 만주·몽골과 조선 등은 중국의 영토가 아니니 중국은 본토에 대해서만 통치권을 가진다는 이론이었다. 곧 일제가 만주·몽골을 차지하겠다는 것인데 구제강은 이에 맞서 만주·몽골 등은 중국사의 강역이란 논리로 맞섰다. 구제강은 1939년 2월 자신이 주간을 맡고 있는 ‘변강주간’(邊疆周刊)에 ‘중화민족은 하나’라는 글을 게재해 여러 민족의 혼합으로 중화민족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공산당에서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이 하나의 ‘중화민족’이란 논리로 소수민족의 강역을 중국 영토라고 우기는 국가 이념의 토대가 됐다. 그는 또 운남(雲南)에서 발행하던 ‘익세보’(益世報)에 “‘중국본부’라는 한 이름은 빨리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평론에서 중국인들이 중화와 이민족을 나누는 전통적인 화이관(華夷觀)을 비판했다. ‘중국본부’라는 용어를 쓰면 일제가 만주와 몽골을 낚아채 갈 것이라는 경고였다. 고사변 학파를 주도할 때는 유학사관이 왜곡한 고대사를 의심하자던 구제강은 막상 한중 고대사에 이르자 중화 사관으로 돌아섰다. 좋게 말하면 애국적 중화 사가(史家)가 된 것이었다. 그는 위만조선의 도읍이 대동강 남쪽에 있었고, 따라서 낙랑군도 평양에 있었다는 ‘낙랑=평양’설을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에서 온 유학생 리지린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리지린은 중국 고대사서에 ‘낙랑=요동’설이 숱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구제강의 학문 지도를 받기 위해서 유학을 간 것이 아니라 단지 학위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지도교수인 구제강과 제자 리지린 사이에 일종의 국가대항전이 전개되는 셈이었다. <계속> 北·中 공동 고고유물 발굴 1964년 강상·누상무덤서 ‘요동도 고조선 강역’ 고증 북한은 중국과 1963년 조·중 고고발굴대를 조직해서 만주 지역의 고고유물 발굴에 나섰다. 1964년 요동(遼東)반도 끝자락 여대시(旅大市·여순과 대련)의 감정자구(甘井子區) 후목성역(後牧城驛)에서 강상(崗上) 무덤과 누상(樓上) 무덤이 발굴되면서 고조선의 강역이 평남에 국한되었다는 조선총독부의 주장과 달리 만주까지 걸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기전 8~7세기쯤의 무덤인 강상 무덤에서는 140명의 순장(殉葬) 무덤이 발견됐고, 누상 무덤에서도 주인을 따라서 죽인 50여명의 순장 무덤이 발견됐다. 고조선이 노예를 순장했던 노예제 사회였다는 사실이 유적·유물로 드러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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