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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릿’ 부산항대교, ‘황홀’ 다대포… 시티투어버스 타고 부산 속으로

    ‘짜릿’ 부산항대교, ‘황홀’ 다대포… 시티투어버스 타고 부산 속으로

    부산을 둘러보는 최적의 방법은 시티투어버스 탑승이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3개 노선, 36개 정류장 주변으로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오륙도, 감천문화마을 등 거의 모든 지역의 명소에 들를 수 있다. 시내버스처럼 예약 없이 언제든 탑승할 수 있으며 어느 정류장에서나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하다.●레드라인:광안리·해운대·동백섬 레드라인 버스는 부산역에서 출발해 영도로 진입, ‘아찔한 도로’로 이름을 날리는 부산항대교 진입 램프를 오른다. 20층 높이 아파트와 맞먹는 66m의 부산항대교로 진입하기 위해 360도 회전하며 올라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한다. 첫 번째 정류장은 유엔기념공원이다. 6·25전쟁에 참전한 11개국 2300여명의 군인이 잠든 곳이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유엔군 묘지이다. 다음으로 버스는 부산시립박물관을 지나 용호만유람선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에서는 광안대교와 동백섬, 해운대와 오륙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터미널 근처에는 이기대공원이 있다. 임진왜란 때 기녀 두 명이 왜장을 안고 바다에 떨어졌다 해서 이기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절경을 자랑하는 산책로가 조성돼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다.광안리해수욕장을 지나면 동백섬에 도착한다. 동백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한국 전통 정자를 본떠 만든 국제회의장인 누리마루 APEC하우스, 해운대해수욕장, 달맞이 고개까지 명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센텀시티 정류장에서는 부산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영화의전당을 볼 수 있다. 영화의전당 ‘빅루프’는 축구장 1.5배 크기 지붕이 하나의 기둥 위에 올려져 있어서 세계 최장 외팔보 지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린라인:유라리광장·태종대·오륙도 그린라인 노선으로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영화 촬영 단골 장소인 흰여울문화마을부터 국가 지정 명승인 태종대와 오륙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린라인이 처음 도착하는 곳은 영도대교 유라리광장이다. 6·25전쟁 탓에 부산으로 피난 온 실향민들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려고 모여들었던 애환의 장소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5분간 다리가 열리는 도개 행사를 진행한다.다음으로 도착하는 곳은 흰여울문화마을이다. 마을 옆으로 영도 봉래산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 내려가는 모습이 하얀 여울처럼 보여 흰여울이라고 불리게 됐다. 폐·공가가 많았던 마을이지만 2010년부터 마을 주민과 지역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재생에 나서면서 지금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문화마을로 재탄생했다. 주변 절영해안산책로에서는 가파른 절벽 위에 자리잡은 마을의 모습과 크고 작은 배가 오가는 망망대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다음 정류장은 태종대다.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 울창한 숲을 모두 지니고 있어 첫손 꼽히는 해안 경관지다. 전망대에서는 오륙도와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그린라인은 오륙도를 단번에 보기 좋은 명당으로 소문난 ‘오륙도 스카이워크’에도 들른다. 스카이워크는 해안 절벽에서 말발굽처럼 튀어나온 다리다. 높이 35m, 길이는 15m이며 특수 제작한 유리로 바닥을 덮었다. 다리에 올라서면 바닥 유리 너머로 절벽을 치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보인다.●오렌지라인:송도해수욕장·감천마을 오렌지라인은 원도심과 서부산을 잇는 노선이다. 구름산책로가 있는 송도해수욕장, 감천문화마을, 다대포해수욕장, 영화의 배경이 된 국제시장까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한 곳을 지난다. 버스가 처음 도착하는 송도해수욕장은 개장 100주년이 넘은 우리나라 1호 공설 해수욕장으로 한때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길이 365m로 전국에서 가장 긴 바다 위 산책로인 구름산책로를 만들었다. 최고 86m 높이로 바다 위 1.62㎞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도 운행한다. 부산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에도 들른다. 형형색색의 지붕을 가진 건물들이 계단식으로 늘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마을이다. 다음 코스인 다대포해수욕장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갯벌이 있는 곳이다. 게, 소라, 맛조개 등이 살고 있어 아이들과 갯벌 체험도 할 수 있다. 근처 아미산 전망대는 낙동강 하구 모래섬과 함께 철새와 어우러진 낙조를 담을 수 있어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일몰 촬영지로 유명하다.오렌지라인은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을숙도에도 들른다. 을숙도는 새가 많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이다. 넓게 조성된 생태 공원에서는 붉은 팜파스와 하얀 갈대가 만들어 내는 물결을 감상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는 철새들의 비행을 감상하고 철새와 낙동강 하구에 대해 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33년 전 그 손으로 다시 짓다… 건축가와 건축물의 인연을 짓다 [건축 오디세이]

    33년 전 그 손으로 다시 짓다… 건축가와 건축물의 인연을 짓다 [건축 오디세이]

    1989년 노출 콘크리트·벽돌 활용기하학적 스퀘어 외관으로 설계옥상엔 ‘ㄷ’ 자형 주택·쌈지 마당새 건물주, 33년前 건축가 수소문‘창’ 살린 리모델링, 새롭게 탄생“혼을 불어넣은 작업, 다시 찾아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국악고등학교 사거리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온 골목, 비슷비슷한 외관의 4~5층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른바 ‘근생(근린생활시설)’으로 분류되어 지어진 건물들이다. 건물들의 나이는 엇비슷해 보인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레트로 스타일의 건물이 있다. 흰색 격자무늬 프레임에 붉은 벽돌과 유리창으로 외관을 마무리한 것이 범상치 않다. 일반적인 ‘강남 근생건물 리모델링’ 케이스겠거니 할 테지만 33년 전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리모델링을 맡아서 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세대라는 시간을 넘어선 건축가와 건물의 ‘인연’이 만들어 낸 ‘헤즈 빌딩’의 이야기다.디자인 회사 헤즈(HEAZ)는 강남구 논현로12길에 있는 ‘락 빌딩’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본사의 둥지를 틀었다. 건물은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 지어졌고 2023년 리모델링을 마쳤다. 설계와 리모델링을 한 건축가는 백문기(75) 더스튜디오 공동대표다. 42세 때의 그가 설계하고 75세의 그가 리모델링을 했으니 한 세대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잊힐 법도 한 시간인 데다 크기나 규모와 관계없이 건축물을 짓고 나면 건축가의 존재는 사라져 버리는 대한민국의 풍토에서 정말 보기 드문 일인지라 백 대표는 얼마 전 동료 건축가들을 초대해 ‘Before(1989) and After(2023)’라는 제목으로 작은 차담회 겸 오픈 하우스 행사를 갖기도 했다. “42세 때 설계한 건축물을 내가 33년 뒤에 리모델링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는 백 대표는 “리모델링 의뢰를 받고는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인연’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건축가에게 맡긴 작업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잘나가는 대형 설계사무소에 다니던 백 대표는 40대 초반인 1987년 독립해 ‘인토(人土)’라는 이름의 설계사무소를 열고 강남 일대에 ‘ATTIC 시리즈’를 짓고 있었다. 주거와 상업 시설을 겸하는 근린생활시설 건물이 강남의 골목마다 생겨나던 시절, 당시 유행하던 노출 콘크리트와 벽돌을 이용해 기하학적인 스퀘어 외관을 하고 옥상 공간의 주거 활용도를 높인 그의 디자인은 꽤 반응이 좋았다. “어느 날 건축주 한 분이 찾아오셔서 서초동에 있는 ‘ATTIC1’을 봤다면서 의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건축가에게 맡길 테니 다 짓고 나서 열쇠만 넘겨 달라 하고 갔어요. 설계비는 적었지만 한창 의욕적으로 일할 때이고,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하니 더욱 책임감이 생겨서 열심히 공간을 쪼개 가며 연구해서 완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주소로 강남구 포이동에 있던 부지는 이면도로에 저밀도 주거단지로 조성돼 조용한 편이었다. 대지 면적은 80평 정도이고 건축 면적은 30평 정도. 백 대표는 지하층의 일부에 성큰(sunken·지하 공간을 만들어 자연광을 유도하는 구조)을 두고 옥상에는 1.5×1.5m 크기의 안마당을 가진 15평 규모 작은 주택이 있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설계했다. “평당 공사비는 80만원 선으로 당시 시세로도 부족한 편이어서 공정과 공사비를 줄이려 머리를 짜내고, 설계하면서도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질서가 있는 가구식 구조에 벽을 끼워 넣고 구조 간의 사이를 벽으로 막으며 600㎜ 공간을 두어 H빔으로 창틀을 수직으로 세운 디자인을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내 집을 짓는 심정으로 무엇이든 꼭 맞는 치수로 설계해서 용적률을 최대한 살리고, 재료도 최대한 아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철골 창호, 콘크리트와 테라코타, 성큰 가든, 마당이 있는 옥탑방으로 요약되는 원 건물은 조형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현관홀이 좀 좁은 듯해서 시각적으로 트이게 하기 위해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일직선의 수직 계단으로 만들었다. 반층마다 생기는 공간에는 화장실을 두고, 마지막 층에는 외부 마당을 통해 주택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어 주거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옥상의 주택을 ‘ㄷ’ 자형 평면으로 설계하니 작은 쌈지 마당이 생겼다. 집은 작아도 마당에서 하늘이 그대로 보여 공간감이 있다. 마당의 배수구를 막으면 수(水) 공간이 되어 여름에는 물을 담아 수증기를 만들고 겨울에는 마당에서 눈 내리는 것도 볼 수 있게 했다. 세월이 흘렀다. 한 세대가 지나니 건물은 낡았고 H빔은 녹이 슬어 매번 페인트 칠을 새로 하기도 버거워질 무렵이었다. 2003년 회사를 설립하고 이곳저곳으로 회사를 이전하면서 사옥을 마련하려 강남 구석구석을 뒤지던 헤즈의 배명섭 대표는 이 건물 사진을 보고 간단치 않은 아우라에 눈길이 갔다. 배 대표는 “이 건물을 보자마자 위치나 컨디션과는 상관없이 이 건물과 함께하는 회사의 긍정적인 모습이 보였다”면서 “하나의 건물에도 인생과 같은 시간의 척도가 적용되는 거라면 이 건물은 한 세대를 살아 충분히 나이가 들었음에도 앞으로 뭔가 새롭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살아 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관리해 온 건물주를 설득해 건물 매입을 결정했다. 그리고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이 건물을 디자인한 사람은 누구일까, 혹시 지금도 현업에 있다면 조언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건축가를 찾았다. 원 건물주의 소개로 어렵지 않게 건축가와 새 건물주가 연결됐다. 백 대표는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건물을 설계하고 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인연이 이어져서 언젠가 나를 찾아온다, 그러니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후배 건축가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건물을 처음 지을 때 건물주가 모든 것을 맡겼던 것처럼 리모델링도 디자인 감각이 있는 젊은 새 건물주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백 대표가 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창’이었다. 기존에는 간 사이를 좌우의 세로형 창과 벽으로 막았었지만 리모델링을 하면서는 개방감 있게 유리창으로 개구부를 냈고 벽돌면으로 마감했다. 격자 틀마다 위에는 큰 통창을 내고 아래에 작은 창 2개를 냈다. 백 대표는 “위의 창은 바라보는 것이고, 아래의 창은 환기하면서 숨을 쉬는 창”이라고 설명했다. 위 창과 아래 창 사이에는 검은색 오석 통돌을 가로로 놓아 안정감을 취했고 나머지 외벽과 내부를 붉은색 벽돌로 마무리해 레트로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존 노출 콘크리트의 각진 프레임은 새 건물주의 희망에 따라 백색으로 처리했다. 옥상 주택에 있던 작은 마당을 없앤 뒤 마루를 깔고 유리 천장을 설치해 아늑한 느낌이 나는 회사 대표의 집무실로 만들었다. 대신 옥상에 시멘트 블록으로 정사각형의 내부 담을 쌓아 산책로와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옥상에서는 구룡산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현관 오른쪽으로 25평 정도의 점포가 있던 공간은 직원 휴게실 겸 전시실로 만들어 직원들이 손님을 만나 상담하거나 휴식할 때 이용하도록 했다. 붉은 벽돌을 실외에서 실내까지 연속해 사용함으로써 지하에서부터 지상, 그리고 사무실 내부까지의 여정이 만들어졌다. 백 대표의 오랜 관심사인 ‘골목길을 건물 내부에 들여놓기’가 현재의 건축에서 더욱 완성된 듯하다.●리모델링으로 골목에 생기 불어넣어 엄격한 구조미의 격자 틀은 이 건축물이 지속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백색의 격자형 프레임, 격자 틀 안의 붉은 벽돌과 유리창들이 만들어 내는 파사드가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골목 안에서 노년을 맞았던 ‘락 빌딩’은 오래전 이 건물을 태어나게 했던 노련한 건축가의 손에 의해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 회사의 미래 비전을 담은 ‘헤즈 빌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생명이 없는 것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영혼은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기도 하고 어느 때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디자인의 우월을 떠나서 33년 전 단순히 일로서 처리한 것이 아니라 혼을 불어넣어 작업했던 것이 영혼이 되어 나를 찾은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백문기 건축가는 서울 정동제일감리교회(1978), 원주 만종감리교회(1995), 경기 고양의 원당성당(2005), 대전 이응노미술관(2007) 등을 설계했으며 정림건축 수석부사장(1998~2005)과 디자인 담당 사장(2007~2008), 공간 스페이스그룹 사장(2008~2011)을 지냈다. 승효상, 조성룡, 이일훈 등과 함께 건축가 그룹 4·3 동인이기도 한 그는 종로구의 공공 건축가로 활동하며 건축을 통한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 교황청 “트랜스젠더도 세례받을 수 있다”

    교황청 “트랜스젠더도 세례받을 수 있다”

    트랜스젠더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세례 성사를 받을 수 있고 세례식과 결혼식에서도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교리 해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현지시간) 성소수자의 가톨릭 세례식과 결혼식 가능 여부에 대해 “신자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스캔들을 일으키거나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없는 한 지역 사제의 재량에 따라 세례식을 받는 사람의 증인 역할을 하는 대부모가 될 수 있고 교회 결혼식에서도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런 내용은 브라질 산투아마루 교구의 조제 네그리 주교가 지난 7월 가톨릭 신앙을 지키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교황청 소속 신앙교리성에 보낸 6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에 포함됐다. 3쪽 분량의 이번 답변은 신앙교리성 수장인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서명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31일 승인해 교황청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트랜스젠더는 태어날 때 정해진 성별과 자신이 정체성을 두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성별위화감(gender dysphoria) 때문에 일생 동안 정신적 불안감과 사회적 차별을 겪는다. 이번 답변에는 동성애자도 가톨릭 결혼식의 증인이 될 수 있다는 현행 가톨릭 교회 정식 법규가 인용됐다. 다만 신앙교리성은 동성 부부가 입양한 자녀 혹은 대리모를 통해 얻은 자녀가 세례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이들의 자녀가 세례를 받으려면 가톨릭 교육을 받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희망이 필요하다”거나 “신앙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모호한 답변이 달렸다.
  • 교황청 “트랜스젠더 신자도 세례받을 수 있어”

    교황청 “트랜스젠더 신자도 세례받을 수 있어”

    트랜스젠더 신자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세례성사를 받을 수 있다는 가톨릭 교리 해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밝혔다. 트랜스젠더는 타고난 생물학적 성(性)과 자신이 정체성을 두는 성이 다른 이들을 말한다. 일부는 외과적 수술과 호르몬 요법 등을 통해 생물학적 성을 바꾸기도 한다. 신앙교리성은 트랜스젠더가 다른 신자들과 같은 조건으로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제약을 뒀다. 신자들 사이에 공개적 추문이나 혼란을 일으킬 위험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례는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신자를 신앙생활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성사다. 신앙교리성은 트랜스젠더가 세례 받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대부나 대모, 결혼 증인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해석은 브라질 산투아마루 교구의 호세 네그리 주교가 지난 7월 성소수자의 세례와 혼인 성사 참여를 문의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프란치스코(86) 교황도 이번 해석을 승인했다. 그간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 신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다만 교황은 ‘동성에 끌리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동성 간 성행위는 죄’라는 가톨릭 교리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 [길섶에서] 늦은 가을의 소망/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늦은 가을의 소망/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예전의 집들은 크고 작은 광을 하나쯤은 품고 있었다. 그곳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손대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볍씨, 씨감자, 씨마늘, 온갖 씨앗들. 이들을 몫몫으로 품은 자루나 포대, 궤짝들은 숭엄해 보였다. ‘최후의 보루’라는 말을 들으면 자루나 포대를 지키던 서늘한 광을 언제나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나는 감자나 양파 등속을 자루째 사들인다. 그런데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번번이 물러지고 만다. 지난달 들인 감자 자루에서는 벌써 싹눈들이 터져 날마다 난감하다. 어떤 공간을 잃으면 어떤 감정을 잃는다. 베란다에서는 ‘최후의 보루’ 같은 안식과 우툴두툴한 삶의 질감에 깃들일 수가 없다. 이즈음 툇마루 끝에 한참 앉아 보지 않고서는 늦가을 잔양 한 자락마저 아껴 쓰고 싶은 애틋함을 알 수가 없다. 길게 열리는 미닫이문이 있으면. 그 문 활짝 열어, 가을 깊어 늙어 가는 벌레소리에 오래 귀를 밝힐 수 있으면. 삶에 덤비지 않고 나는 삐걱대는 마음의 줄을 고를 수 있을 것만 같다.
  • “별·우주 보며 꿈꾸는 강서과학관, 남녀노소 주민들 힐링·놀이터로” [현장 행정]

    “별·우주 보며 꿈꾸는 강서과학관, 남녀노소 주민들 힐링·놀이터로” [현장 행정]

    천체투영실은 누워 별 보는 기분‘우주판타지아’는 SNS 사진 명소상시 천체관측, 천문강좌도 운영별 좋아하는 이들의 사랑방 지향 서울 지하철 5호선의 끝에 있는 서울 강서구 방화근린공원에 강서별빛우주과학관이 문을 열었다. 서울 서남권에서 유일하게 천체와 우주를 전문으로 다루는 과학관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 3일 개관식에 참석해 어린이, 주민 등 200여명과 함께 개관을 축하했다. 진 구청장은 “별과 우주는 신비로움, 호기심,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며 “강서별빛우주과학관이 주민들의 꿈을 키우는 힐링 장소이자 자주 찾는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888.84㎡ 규모의 과학관은 2019년 구민 제안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이 가깝고 빛 공해가 없는 공원에 누구나 천문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구는 공원 내 화장실을 철거해 부지를 확보한 후 5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과학관을 지었다. 지상 1층에 프로그램실과 망원경의 원리를 알아보는 ‘코스모스 마루’, 빅뱅과 별의 일생을 기록한 ‘태양계정거장’이 조성됐다. 지상 2층에 있는 우주판타지아는 천문우주영상 미디어아트가 전시되는 곳으로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소셜미디어(SNS) 사진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지름 10m의 돔 스크린이 설치된 천체투영실은 과학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뒤로 젖혀지는 66개 좌석이 설치돼 있어 마치 누워서 별을 보는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구가 지난 8월 29일부터 과학관을 시범 운영한 결과 하루 평균 115명이 방문하고 약 두 달간 총 75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평일에는 50~100명이, 주말에는 평균 200여명이 꾸준히 과학관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관은 별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한 별빛 사랑방을 지향한다. 박솔 과학관 교육팀장은 “가까운 주변에 사는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이고 공원 나들이를 좋아하는 어르신과 장애인들도 과학관을 자주 찾는다”며 “누구나 별과 우주를 배우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는 천체관측, 과학관 투어 등을 상시 운영하고 성인천문강좌, 어린이 천문우주교실, 휴일 가족천문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 따뜻한동행, 공간복지 사업 1000번째 수혜 가정 개보수 마쳐

    따뜻한동행, 공간복지 사업 1000번째 수혜 가정 개보수 마쳐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은 장애인 시설과 가정을 대상으로 장애 특성을 고려한 공간복지 사업을 펼쳐온 지 13년 만에 1000번째 수혜 가정의 개보수 작업을 마치고 기념식을 가졌다고 3일 밝혔다. 1000번째 가정은 박지주씨(51세)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시 구로구의 아파트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거주자의 특성을 반영해 낡은 거실 마루와 도배 등을 새롭게 바꾸고 실내에서 휠체어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개선했다. 또한 리모컨과 핸드폰으로 조작 가능한 도어락 및 LED등, 전동 빨래 건조대, 자동 블라인드 등 맞춤형 생활 편의 시설도 설치했다. 이번에 진행된 행사에는 김종훈 따뜻한동행 이사장과 정준호 후원회장 등이 참석해 1000호 지원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가졌다. 지난 2021년부터 후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정준호씨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나눔이 모여 매일 한 개 이상의 장애인 시설 또는 가정의 변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복지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장애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 2010년 설립된 따뜻한동행은 PM 기업 한미글로벌과 함께 장애인 시설과 개인 가정을 대상으로 꾸준히 공간복지 사업을 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장애인 시설 488곳과 개인주택 512곳 등 총 1000개 공간을 지원했다. 현재는 서울시와 포스코1%나눔재단, 우미희망재단 등과 함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종훈 이사장은 “평생 건설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공간의 변화는 장애인들의 삶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따뜻한동행의 설립부터 함께해 왔는데 이렇게 1000호를 달성하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자유로움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1000번째 공간복지 수혜자인 박지주(51)님은 “불편하게 살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불편함의 원인을 찾아주시고 저의 장애 특성에 맞게 고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마치 새집에 이사 온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장애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0년 설립된 따뜻한동행은 장애인을 위한 국내외 공간복지지원, 첨단보조기구 지원, 일자리 창출 및 자원봉사 활동 지원 등을 실시하는 순수 비영리 단체다.
  • “軍장비 생산력 한국이 앞서… 한일 협력해야 이익”

    “軍장비 생산력 한국이 앞서… 한일 협력해야 이익”

    “한국에서는 일본이 군사 대국화한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은 갈수록 힘을 잃어 가고 있고 군사 장비 생산과 기술력은 오히려 한국이 더욱 앞선 상태입니다.” 이토 고타로(45)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CIGS) 주임연구원은 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에 있는 연구소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방위 능력이 일본을 앞선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일본 방위성의 자료를 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무기 수출 상위 10위 국가 중 미국이 1위, 한국은 8위이지만 일본은 아예 순위에 없다. 미국 민간 연구단체 GFP가 매년 세계 145개국의 국방전력 자산을 분석해 내는 순위에서도 한국은 6위를 유지했고, 일본은 전년 대비 3단계 떨어져 8위에 랭크됐다. 이토 주임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아 오는 16일 한국 방위력에 주목한 ‘한국의 국방정책’을 출간한다. 그만큼 한국의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커진 데다 자국의 방위력을 높일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상황이다. 그는 한국 방위산업(방산)이 일본보다 발전한 결정적인 계기로 1997년 외환위기를 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개혁에 나선 한국은 국제화 및 디지털화에 중점을 뒀는데, 그 결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방산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서 자체 기술 개발에 주저했던 것도 방산 격차를 키웠다고 봤다. 그는 “한국에서는 미국과의 동맹과 별개로 자체 기술 확보를 해야 한다고 보지만 일본은 평화헌법(군대 보유 금지)에 따라 자체 기술 개발에 주저했고 해외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해 기업의 투자도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일 관계 개선에 따라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고, 미국이 방위비 증액을 지지하는 것도 같은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의 힘만으로 세계 질서를 유지할 수 없기에 동맹의 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이토 주임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는 “방위산업은 1~2년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소재·부품은 여전히 일본이 강하고 한국과 협력할 수 있다”면서 “한일 간 협력으로 중국을 비롯해 북한과 러시아에 대비하는 등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日 군사전문가 “일본, 한국 군사력 과소평가…한일 군사협력은 필수”

    日 군사전문가 “일본, 한국 군사력 과소평가…한일 군사협력은 필수”

    “일본의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능력 확보가 한국에서는 일본이 군사 대국화가 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고 군사 장비 생산과 기술력은 오히려 한국이 더욱 앞선 상태입니다.” 일본 국제관계 및 군사 전문가인 이토 고타로(45)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CIGS) 주임연구원은 5일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에 있는 연구소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의 군사력이 일본을 앞선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무기 수출 상위 10개국에서 1위는 미국이고 한국은 8위였지만 일본은 아예 순위에서 빠져있다. 이토 주임연구원은 오는 16일 ‘한국의 국방정책’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 한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일본에서 출간된 저서들은 꽤 있지만 ‘국방’에만 중점을 두고 분석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일본에서 한국의 국방력 강화에 관심이 커진 데다 자국의 방위력을 높일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상황이다. -한국의 국방정책에 관해서만 다룬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인이 그동안 한국을 과소평가해왔다. 중국에 밀리긴 했지만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데다 소재, 부품은 여전히 일본의 기술력이 강하다. 하지만 군사장비 수출 등에서는 한국에 밀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한국의 방위산업이 약진했고 그때부터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일본에서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폴란드 등 각국에 군사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미국 시장에까지 문을 두드리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 군사장비 수출처는 자위대밖에 없다. 최근에 일본의 대표적 대기업인 미쓰비시전기가 200억엔(약 1615억원)을 방위산업 부문에 투입하겠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아직 부족하다.” -한국의 군사력이 강해진 원인을 뭐라고 분석하나. “개혁에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개혁에 나섰고 국제화를 추진했으며 디지털화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개발에 나섰고 그중의 하나가 방산이다. 반면 일본은 내수만 바라봤고 개혁에 등한시했다. 이런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차이가 지금의 방위산업 격차로 이어진 것이다.” -일본의 군사력이 한국에 비해 뒤처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의 동맹을 중요시하지만 시각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한미동맹 하에서도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자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평화헌법(패전 후 만들어진 일본 헌법에서 자체 군대 보유를 금지한 것)에 따라 자체 기술 개발에 주저했고 해외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군사장비에 대한 자국 기업의 투자도 없어지면서 군사력 쇠퇴로 이어졌다.”-일본의 방위비 증액 등을 한국에서는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군사장비 개발이 공격을 위한 것이나 군사 대국화를 노리고 있다고 한국에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 목적은 중국 견제다. 미국이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지지하는 것도 바로 중국 견제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말했듯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며 미국의 힘만으로 세계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동맹의 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 등도 미국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군사협력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방위산업은 1·2년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인정받아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일본이 그런 점에서 약하지만 다른 강점은 있다. 소재·부품은 여전히 일본이 강하다. 한국이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등하며 소재·부품 산업에 투자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모처럼 만의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일 간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등) 한일 방위산업이 협력하면 중국을 비롯해 북한과 러시아에 대비하는 등 이익이 될 수 있다.”
  • 여수시, 글로벌 마이스 중심도시 시동

    여수시, 글로벌 마이스 중심도시 시동

    전남 여수시의 마이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마이스 중심도시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들어 9월 말 현재까지 여수시의 마이스 행사 인센티브 신청 인원은 개최 예정 행사를 포함해 총 2만2,572명 참가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만 9430명에 비해 약 16%가 상승했고,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 9293명에 비하면 약 142%가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물론이고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3천여 명 규모의 대한토목학회 회의와 11월 2천여 명 규모의 한국전기화학회 회의, 12월 2천 명 규모의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회의 등 예정된 대규모 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여수지역에 마이스행사가 늘고 있는 것은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대규모 숙박시설과 첨단 컨벤션 시설 등 마이스 인프라가 확충됐기 때문이다. 여수의 경우 1만 8천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60개소 1만여 석 규모의 좌석을 컨벤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마이스행사 개최에 최대 2500만원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도 한몫하고 있다. 해양관광도시로 유명한 여수의 다양한 관광 콘텐츠도 마이스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예울마루&장도’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주관한 코리아 유니크베뉴에 선정되고 여수박람회장 스카이타워가 전남 유니크베뉴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마이스 개최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MICE 산업의 새로운 동력 확보를 위한 공유오피스 조성과 특화프로그램 개발 등 워케이션 사업 시범운영에도 나섰다. 특히 전남도와 여수시는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함께 여수박람회장에 국제회의도시 지정 기준인 2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협약을 체결해 ‘글로벌 마이스 인증도시 여수’ 조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 ‘24인 24색’ 한옥, 살아 보니 어때요[그 책속 이미지]

    ‘24인 24색’ 한옥, 살아 보니 어때요[그 책속 이미지]

    마루에 누워 맑은 날이면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을, 흐리고 비 오는 날이면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겨울엔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단독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한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카페, 호텔,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들이 한옥으로 꾸며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주거 공간으로서의 한옥에 대해서는 여전히 ‘살기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이 책에서는 자신의 취향과 생활 방식에 따라 고쳐 짓거나 새로 지은 24채의 한옥을 볼 수 있다. 한옥을 보금자리로 선택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옥을 선택하게 된 계기, 개보수나 신축 과정의 힘듦, 한옥 생활의 장단점 등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과 함께 ‘한옥=불편함’은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당장 한옥살이는 못 하더라도 이번 주말 한옥 카페만이라도 찾아가 한옥의 멋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 동해시, 꿈빛마루도서관 개관…“시민 여가문화 향유”

    동해시, 꿈빛마루도서관 개관…“시민 여가문화 향유”

    강원 동해시는 천곡동 동해꿈빛마루도서관을 오는 4일 개관한다고 2일 밝혔다. 시가 103억원을 들여 건립한 꿈빛마루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4337㎡ 규모다. 1층은 유아·어린이 자료실, 동화구연체험실, ICT체험존, 동아리방, 2층은 청소년·일반자료실, 장애인자료코너, 향토자료코너, 3층은 상상공작실·마주침공간, 마루공간, 세미나실, 영상미디어실, 대강당으로 이뤄졌다. 보유한 장서는 2만4000권이다. 시는 개관 기념으로 7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꿈빛 아이돌 방송댄스’와 일반인이 참여하는‘소품 라탄공예’를 운영한다. 11~17일 초등학교 4~6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메이커스페이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4일 개관식에서는 김을호 국민독서문화진흥회장이 ‘책과 소통하는 작가와의 만남’을 주제로 한 특강을 갖고, 오지훈 마술사가 공연도 펼친다. 또 박정섭, 김장성 동화작가의 그림책 강연, 박일호 기행 서평작가의 인문학 특강도 마련했다. 심규언 시장은 “청소년센터에 이어 꿈빛마루도서관까지 문을 열어 시민들의 여가문화 향유의 기회가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 이스라엘군 지상전 강화…가자시티 일시 포위 “탱크들 도로 막아” 목격담

    이스라엘군 지상전 강화…가자시티 일시 포위 “탱크들 도로 막아” 목격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지상전을 강화하면서 가자지구 최대 도시이자 하마스의 핵심 자원이 집중된 가자시티를 일시적으로 포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탱크들이 가자시티를 지나는 살라 알딘 도로를 급습했다고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은 보고했다.살라 알딘 도로는 이스라엘과 북쪽 국경에 있는 에레즈 검문소로부터 가자시티를 거쳐 이집트와 국경지대까지 가자지구를 관통하는 간선도로다. 팔레스타인 목격자들은 이스라엘 탱크들이 가자시티 남쪽의 자이튼 지역에 진입해 살라 알딘 도로를 한 시간 이상 차단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한 주민은 “그들은 살라 알딘 도로를 차단하고 이곳을 지나려는 모든 차량들에 총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스라엘 전투기가 도로 일부를 공격해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자지라가 확인했다는 영상에는 이스라엘 탱크들이 도로에 있던 차량 한 대를 파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공격으로 3명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의료 소식통은 전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미디어실 책임자인 살라마 마루프는 이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탱크들은 가자시티 외곽에서 후퇴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의 주거 지역 안에는 지상 진격이 전혀 없다. 살라 알딘 도로에서 일어난 일은 점령군 탱크 몇 대와 불도저 한 대의 침입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차량들은 살라 알딘 도로에 있는 민간 차량 2대를 표적으로 삼았고 점령군은 후퇴 전 불도저로 거리를 활보했다”며 “현재 도로에는 점령군 차량들이 없으며 도로 이동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서 8000명 이상 사망”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매일 공습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은 당시 기습공격에서 1400명이 사망했으며, 현재까지 239명이 납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지상전을 시작한 지난 27일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진입한 지상군의 유도에 따라 600개 이상의 하마스 시설을 타격했다. 이는 전날 450개보다 33%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미성년자 3457명을 포함해 누적사망자가 8306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 건설업의 혁신 ‘스마트 건설’의 현재와 미래 [노승완의 공간짓기]

    건설업의 혁신 ‘스마트 건설’의 현재와 미래 [노승완의 공간짓기]

    스마트 건설은 전통적인 건설방식에 디지털 모델링,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을 접목한방식이다. 건설의 전 단계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도모해 건설 생산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영국의 건설 리더십협회(CLC, Construction Leadership Council)에 따르면 스마트 건설에 대해 디지털 기술과 산업화된 제조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협력적 파트너쉽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전체 건설 비용을 최소화하며 지속성을 높이고, 사용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 건설,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손으로 그렸던 청사진, 디지털 도면을 넘어 스마트 건축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설현장에서 A1 사이즈 혹은 A0 사이즈의 청사진 도면을 보며 공사를 했었다. 당시에 설계사무소에서 캐드(CAD, Computer Aided Design)로 도면을 본격적으로 납품하기 시작한 과도기라 A3 사이즈의 하얀색 도면도 있었지만 과거 손으로 직접 눌러 그린 청사진 도면을 보던 시절이 그리웠던지 나이가 지긋한 현장소장은 항상 대형 크기의 청사진으로 도면을 보곤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설계사무소나 건설현장에서 청사진 도면을 구경할 수 없고 인허가 도면, 착공도면, 준공도면도 모두 건축행정시스템인 ‘세움터’로 온라인 접수를 하고 있다. 예전에 설계사가 A3, A4 사이즈로 건축, 구조, 토목, 전기, 설비, 소방, 통신 등 공종별로 제본하여 납품했던 도면이 전자문서인 디지털 도면으로 대체된 후 물리적 자료의 양이 줄어 보관과 검색이 용이해졌으며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종이 도면의 변화를 넘어 이제는 평면적으로만 보이는 도면을 3차원으로 해석하여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실제 건물을 짓는 과정까지도 미리 구현해 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설계, 시공, 자재생산, 장비, 안전, 검사 및 측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건설업의 혁신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의 스마트 건설 활용과 기술투자 실적지표 도출 지난 15일 대한경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지원센터와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오토데스크 코리아와 공동으로 ‘2023 스마트건설기업지수’(Smart Construction Corporation Index, 이하 ‘SCCI’)를 발표했다. 최근 3년간 국내 종합건설회사의 스마트건설 활용과 기술투자 등의 실적지표와 기업의 역량에 대한 자기평가서를 토대로 결과를 도출했으며 AAA(탁월)부터 CCC(미흡)까지 7단계로 구성됐다. 그 결과 국내 건설사들은 B등급에서부터 AA등급까지 평가를 받았으며 평균은 BBB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스마트 건설 기술 현황 현재 국내외에서는 스마트 건설 기술이 개발되어 진행되고 있다.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분야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으로 개발 초기에는 복잡한 2D 도면을 입체적인 3차원으로 해석하는 수준이었다가 점차 차원(Dimension) 개념을 적용해 4D(공정), 5D(원가), 6D(조달), 7D(운영), 8D(안전) 등 수준까지 진화하고 있다. 국내 10대 건설사는 대부분 3D 모델링을 적용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에 따라 공정(4D), 원가(5D) 또는 안전(8D) 등 관리 항목을 선별적으로 더해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드론(Drone) 활용 기술을 들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해 공사중인 현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공사 계획에 활용하거나 공정 진척도를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층건물이나 터널, 교량 등의 시공 상태를 확인하고 품질 점검을 하는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일 작업의 위험도 등을 평가해 근로자의 안전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다.  안전분야에서도 스마트 기술의 도입이 활발하다. 스마트 안전시스템이란 건설 및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 각종 센서와 AI기술, IoT 기술을 융합하여 주변의 위험요소를 수집, 분석하여 사전에 예측하고 위험상황 발생 시 소리, 빛 등으로 경고를 주어 사고를 예방하는 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지게차나 굴착기 등 장비 작업 시 작업반경 내 사람이 진입하면 즉각 장비를 세우고 알람 소리를 내어 사고를 방지한다. 이 외에도 신재생 에너지 의무화를 위한 RE100과 탄소 중립, 탄소 저감 활동 등 각종 자재나 제품의 생산단계에서부터 친환경자재 사용, 자동화, 로봇화, 에너지 저감 설계, 모듈러 공법 등의 요소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건설 현장에 각종 기계나 로봇의 활용이 점차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건설업 특성상 쓰이는 자재의 종류가 많고 부위가 워낙 다양하여 자동화 도입이 느린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최근에는 벽체 미장을 해주는 로봇, 천장에 드릴을 뚫어주는 로봇, 콘크리트 바닥에 먹매김을 해주는 기계 등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앞으로 전개될 스마트 건설 기술은 2023년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투모로우 빌딩 월드 콩그레스(Tomorrow Building World Congress)의 핵심 주제는 단연 스마트 건설이다. BIM, AI, 증강현실, 디지털 트윈과 같은 디자인 분야,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에너지 저감, Net zero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의 온실가스 저감 분야, 이와 관련된 Prop-Tech, 도시 인프라 부문 및 모듈러, 3D 프린팅, OSC 등의 스마트 공법 분야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전 세계 건설사, 시행사, 자산운용사, 금융사, 디지털 소프트웨어의 탑 플레이어들이 대거 참여하여 분야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국제 기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신기술, 신공법 등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공모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2020년부터 창업진흥원, 서울경제진흥원 등과 함께 호반혁신기술공모전을 개최하여 해마다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을 선보인 기업들을 발굴하여 수상하고,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스마트 아이디어 발굴 및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는 생산공정 최적화 AI 솔루션, 스마트 컨시어지 운영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테니스 로봇, PHC파일의 기계적 이음공법, IoT 무선센서를 이용한 건물 정밀계측 시스템 등의 기술이 수상 업체로 선정되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12일부터 이틀간 <현대건설 기술 엑스포 2023>를 개최하여 67개 업체들을 위한 전시, 홍보 부스를 계동 사옥 앞에 설치하고 여러 건설 업계 관계자를 초청하여 스마트 기술들을 선보이고 세미나를 갖는 등 기술 협력 및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엑스포 현장에서 골조공사의 편의성을 높이는 거푸집 기술, 근로자의 피로도를 낮추는 웨어러블 로봇, 매립형 안전벨트 고리, 스마트 욕실 환풍 시스템, 신개념 타일마루재, 고성능 층간차음 기술 등 안전, 구조, 설비,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소개되었다.줄어드는 노동력, 대안은 스마트 기술 최근 건설현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50~60대이다. 젊은 층일 수록 건설 현장 등 육체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 건설업에 신규 유입 인력도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증가하였지만 취업비자의 쿼터가 실제 필요한 근로자 수보다 턱없이 모자라 현장마다 근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의사소통이 어렵고 전문성이 부족하여 안전 및 품질확보 또한 쉽지 않다.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건설업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해결책은 장비, 로봇, 기기 등을 활용하여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일의 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는 스마트 건설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CAD가 도입되었을 때 변화에 느린 일부 소규모 설계사무소는 직접 손으로 도면을 그리기도 하였으나 요즘 설계도면을 청사진으로 보는 사람이 없듯, 스마트 건설 기술은 건설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큰 흐름이며 사조로 이해하고 업계에서는 조속히 인력을 대체하고, 효율과 안전을 높이는 기술들을 개발, 적용할 필요가 있다.
  • [길섶에서] 더 오래 뭉근하게/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더 오래 뭉근하게/황수정 수석논설위원

    눈금으로 잴 수 없는 말이 좋아진다. ‘뭉근하다’라는 말은 얼마나 뭉근한가. “뭉근하다” 한번 말해도 한참 동안 입안이 따듯하게 데워진다. 죽자고 울어 덤비던 매미는 여름의 전설이 됐고. 버티던 홑이불은 장롱 깊숙이 들어갔고. 일없던 저 공터에는 누가 공을 들였을까. 시퍼렇게 단물 든 가을 무청, 옆에서 푸석거리는 호박잎. 푸르렀던 순서대로 어김없이 시들어 떠나는 때. 뭉근한 것의 의미를 누가 묻는다면 국어사전에 없는 말로 답하고 싶다. 가을볕에 종일 데워졌다 오래 식지 않던 것들. 도둑고양이가 해가 져도 배를 깔고 졸던 다듬잇돌, 난데없이 봉숭아 늦꽃이 피던 장독간의 소금단지, 걸터앉으면 발가락까지 노곤하던 마루끝. 없는 듯 제자리에 있던 속 깊은 것들의 온도. 무연히 쓸쓸한 이런 저녁이면 뭉근한 것들 생각이 간절해진다. 간절해져서, 바람같이 앉았다 오고 싶은 곳. 언제 앉아 보았던가 아닌가 기억도 가물한 자리. 저녁밥상 방금 들어가 저녁내 혼자 뭉근했을 그 고요한 부뚜막에.
  • 서울시립대, 서울시와 함께 ‘제26회 도시영화제’ 개최

    서울시립대, 서울시와 함께 ‘제26회 도시영화제’ 개최

    서울시립대학교가 다음달 8일부터 ‘제26회 도시영화제’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도시영화제는 서울시와 서울시립대가 주최하고 도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로 26년째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제26회 도시영화제의 슬로건은 ‘취급주의: HANDLE WITH LOVE!’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관계는 다루기 어렵지만 우리는 사랑의 힘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올해 도시영화제의 상영작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사랑의 이면 등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영화제에서는 비경쟁부분 15편의 작품, 경쟁부문 27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비경쟁부문 작품으로는 사랑과 그 사랑에 따라오는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세임 올드’(로이드 리 최)를 시작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신 두 여성 노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두 사람’(반박지은), 어쩌다 보니 최전방에 서서 활동가로 일하는 엄마와 그를 알아가는 딸의 이야기인 ‘어쩌다 활동가’(박마리솔) 등이 있다. 비경쟁부문 상영작을 통해 도시의 사랑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만나고 도시민으로서 해 왔던 사랑, 그리고 해 나갈 사랑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경쟁부문 작품으로는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의 삶과 나의 삶의 유사성 그리고 이들과의 연대를 생각하게 하는 ‘내 귀가 되어줘’(장동윤),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을 때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휴강’(김다예) 등이 있다. 경쟁부문 상영작을 통해 우리가 도시에서 경험하는 모든 ‘사랑’에 주목할 수 있다. 한편, 제26회 도시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도입되는 파트너십으로 협력사와 함께 상생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 알리는 ‘동대문구가족센터’, 중증희귀난치 질환 환아를 도와 지속 가능한 사랑을 꿈꾸는 ‘민들레마음’, 지구·환경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비건책방’, 소외되는 이들을 위해 주체적인 삶을 지원하는 ‘밀알복지재단’이 함께한다. 협력사는 도시영화제 본행사 기간 서울시립대 중앙로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식은 다음달 8일 오후 7시 서울시립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며, 이후 서울시립대 100주년 기념관 AV ROOM, 자작마루, 자연과학관, 동대문 오랑에서 다음달 9일부터 3일간 이어진다. 11일 공모 우수작 상영을 끝으로 폐막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 상영이며, 도시영화제 홈페이지(www.uff.kr)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 송파글마루도서관 28일 개관 10주년 기념식…특별강연·음악회 등 행사 풍성

    송파글마루도서관 28일 개관 10주년 기념식…특별강연·음악회 등 행사 풍성

    서울 송파구는 대표 구립도서관인 장지동 송파글마루도서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28일에 ‘10년의 약속’을 주제로 기념식 및 특별행사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2013년 개관 이래 현재 약 10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송파글마루도서관은 10년 간 이용객 580만명, 대출권 수 270만권으로 관내 이용률이 가장 높은 도서관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1583개 프로그램에 42만명, 221회 전시에 20만명이 참여하는 등 다양한 독서문화 행사를 운영하며 구민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이날 행사는 ▲특별강연 ▲개관 10주년 기념식 ▲북토크 ▲어린이 국악극 ▲10주년 기념 콘서트 등 순으로 진행된다. 먼저 개관 10주년 기념식은 28일 오후 3시 지하 1층 숲속극장에서 진행한다. 도서관 발전 유공자를 표창하고 도서관 이용자들의 ‘10년 후 나에게 하는 약속’을 담아 타입캡슐 봉인식을 갖는다. 개봉은 2033년 개관 20주년에 한다. 특별 행사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송파글마루도서관 이용자들이 사랑한 작가를 초청해 오전 10시 30분 <떨림과 울림> 저자인 김상욱 교수의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김용택·김민섭·김동식·김선영 작가와 함께하는 북토크가 열린다.또한 어린이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도 마련했다. ‘어린이 국악극 <금다래꿍>’은 오후 3시 30분 야외독서 공간인 2층 잔디마당에서 펼쳐져 색다른 즐거움을 줄 예정이다. 기념식의 대미를 장식할 ‘10주년 기념 콘서트’는 오후 6시 30분 지하 1층 숲속극장에서 펼쳐진다. 최영옥 음악칼럼니스트의 사회로 허희정 바이올리니스트, 박건우 첼리스트, 엄기환 피아니스트, 전민경 오보이스트, 함석헌 베이스가 출연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 ‘라데츠키 행진곡’, 영화 ‘라이언 킹’ 주제곡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총 15곡의 클래식 연주를 들려준다. 이밖에도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1층 앞마당에서는 가족단위 이용자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도 열린다. 관내 공·사립도서관, 새마을문고, 한글문인협회가 참여하여 축하 떡 만들기, 비즈팔찌 만들기, 시낭송 지도,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색다른 시간을 선사한다. 기념행사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프로그램 신청 및 자세한 내용은 송파구통합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송파글마루도서관으로 전화문의하면 된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송파구민의 관심과 사랑 속에 송파글마루도서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구민들의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과 문화 행사를 제공하는 송파구 대표 구립도서관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이 고즈넉함에… 가을도 잠시 쉬고 갑니다

    이 고즈넉함에… 가을도 잠시 쉬고 갑니다

    가을이 오면 유난히 고택의 품이 그리워진다. 근현대사의 흔적을 따라 사색을 즐겨도 좋고, 조선의 대학자 집에서 하룻밤 머물러도 좋다. 옛 자취가 새겨진 너그럽고 포근한 풍경이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이 계절에 가볼 만한 고택들을 모았다.다산만큼이나 소박한경기 남양주 ‘여유당’ 다산 정약용은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나고 자랐다. 여유당은 그의 숨결이 서린 공간이다. 1800년 정조가 승하하자 다산은 고향으로 내려와 사랑채에 여유당 현판을 걸었다. 여유는 ‘조심하고 경계하며 살라’는 뜻이다. 다산은 조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듬해부터 18년 동안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정약용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여유당에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을 정리했다. 여유당은 1925년 대홍수로 떠내려가 1986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사랑채와 안채로 구성되며, 다산의 성품처럼 소박하다. 여유당과 정약용선생묘가 자리한 정약용유적지를 여행할 때는 배우 정해인이 녹음에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자. 유적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는 없다. 정약용유적지 건너편에 실학을 주제로 꾸민 실학박물관이 있다. 다산생태공원은 팔당호를 시원하게 조망하는 곳으로, 반려동물과 산책도 가능하다.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능내역도 놓치지 말자.근현대사 이야기 맛집 항구 옆 ‘인천시민愛집’ 인천시민애(愛)집은 인천항 인근, 자유공원 남쪽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사업가가 저택을 지어 살던 곳을 인천시가 매입, 한옥 형태 건축물을 올리고 시장 관사로 활용했다. 이후 인천시청이 이전해 인천역사자료관으로 쓰다 2021년 7월 재정비를 마치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했다. 인천시민애집은 세 공간으로 나뉜다. ‘1883모던하우스’는 과거 시장 관사를 개조한 근대식 한옥이다. 일본식 저택이 있었을 때 모습을 간직한 ‘제물포정원’이 주변을 감싼다. 경비동은 인천항과 개항로 주변을 조망하는 ‘역사전망대’로, 내부는 전시관으로 활용된다. 인천시민애집 주변으로 개항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구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는 개항기 서양인이 사교 모임을 하던 곳이고 대불호텔전시관엔 한국 최초 서양식 호텔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근대문학 작품을 한눈에 살펴보고 싶다면 한국근대문학관을 추천한다.숨은 한옥의 미학 찾기충남 논산 ‘명재고택’ 논산 명재고택(국가민속문화재)은 평생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 연구와 후대 교육에 전념한 조선시대 명재 윤증의 집이다. 고택은 안채와 광채(곳간), 사랑채, 사당으로 구성된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실용성과 과학적 원리가 돋보이는 한옥으로 꼽힌다. 미닫이와 여닫이 기능을 합친 안고지기를 활용한 사랑채, 일조량과 바람의 이동을 고려한 안채와 광채 배치 등 선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안채로 들어가는 문 뒤에 내외 벽을 설치하고 벽 아래 틈을 둬 안채 대청에서 방문객의 신발을 보고 안주인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인공 연못, 장독대, 고목 등이 운치를 더한다. 후손이 거주하고 있어 지정된 장소 외 출입을 금한다. 관람료는 없다. 인근 돈암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중 하나다. 인근 연산역에서 기차문화체험관과 연산역 급수탑(등록문화재)을 구경하고 옛 곡물 창고가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연산문화창고도 들러 보자.탁한 마음 씻어내리라경남 함양 ‘일두고택’ 성리학의 대가 일두 정여창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동방오현’에 오른 유학자로 평가받는다. 함양 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은 정여창이 세상을 뜨고 약 100년이 지나 건축했다. 입구 솟을대문에 정여창 가문이 나라에서 받은 정려 5개가 있다. 사랑채에는 정여창의 후손이 사는 집이란 사실을 말해 주는 문헌세가 편액이 걸렸고, 누마루에서는 마당에 조성한 석가산(石假山) 풍경이 보인다. 이곳 천장 모서리에도 탁청재(濯淸齋) 편액이 걸렸다. 탁청재는 ‘탁한 마음을 깨끗이 씻는 집’이란 뜻이다. 사랑채 옆으로 난 일각문을 지나면 여성의 공간인 안채로 연결되고 곳간과 정여창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차례로 나온다. 일두고택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함양 남계서원(사적)은 정여창이 세상을 떠나고 그를 기리는 지역 선비들이 세웠다. 남계서원 바로 옆에 문민공 김일손을 추모하는 청계서원이 자리한다.나눔의 온기 가득 찬전남 구례 ‘운조루’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을 담은 운조루(국가민속문화재)는 너그럽고 포근한 고택이다. 1776년(영조 52년) 류이주가 낙안군수를 지낼 때 지은 집이다. 250년 가까이 잘 보존된 외관은 물론 고택에 스민 정신이 면면히 전해온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류씨 집안은 ‘타인능해’라고 새긴 뒤주에 쌀을 채워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이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 사당, 연지로 구성된 고택은 규모가 제법 크지만, 화려한 장식 없이 소박하다. 부드러운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랑채 누마루는 운조루의 백미로, 문인들이 풍류를 즐긴 곳이다. 수분실이라는 현판을 걸어 절제 있는 삶을 지향하고, 굴뚝은 낮게 만들어 이웃을 배려했다. 매월 끝자리 3·8일에 열리는 구례 오일장은 갖가지 주전부리를 파는 청년점포가 생기를 더한다. ‘천은사상생의길’도 인근에 있다.
  • 은빛 바다 위에… 내 마음도 일렁입니다

    은빛 바다 위에… 내 마음도 일렁입니다

    멀리 마루금을 넘어 소슬바람이 불어온다. 그때마다 산자락이 은빛 물결로 일렁인다. ‘억새의 바다’라 해도 좋을 풍경이다. 억새는 단풍과 함께 가을 산행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단풍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소박한 빛깔로 산과 들을 뒤덮는 자태가 제법 빼어나다. 억새의 하늘거리는 손짓을 따라 강원 정선의 민둥산(1119m)을 다녀왔다.●비움과 어울림 아는 만추의 억새 민둥산이 처음은 아니다. 십수 년 전에도 찾았다. 조금 이르게 방문한 탓에 덜 여문 억새꽃에 실망하고 내려온 기억이 있다. 그때는 몰랐다. 농익은 억새의 춤사위가 얼마나 유연하고 아름다운지를. 여름철의 어린 억새는 억셀 뿐이다. 이파리에 살갗이 닿기만 해도 핏방울이 맺힌다. 혈기방장한 만큼 바람과 어울리는 법도 모른다. 그저 바람에 지지 않으려고 뻗대고 버티는 모습이 역력하다. 만추에 만나는 억새는 다르다. 줄기 속이 비워지고, 그만큼 가볍다. 빈 공간엔 바람이 들어찬다. 적당히 비우고, 어울릴 줄 알게 된 거다. 삶을 살아내는 기교가 어지간한 사람보다 나은 듯하다.억새는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도 명소는 있다. 대체로 하늘과 가까운 곳, 산의 정수리에 많이 몰려 있다. 정선 민둥산도 그중 한 곳이다. 평소엔 등반객이 많지 않다. 이름 그대로 정상부에 나무 한 그루 없어서다. 한데 가을엔 다르다. 억새가 만들어 낸 은빛 물결을 보려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코스는 증산초등학교를 들머리 삼는 것이다. 정상까지 2.7㎞ 정도인데 소요 시간은 왕복 4시간이 넘는다. 초입부터 ‘깔딱고개’가 시작되는 등 만만찮은 코스다. 능전마을 코스를 택하는 이들도 많다. 거리는 2.4㎞ 남짓이다. 코스 중간의 발구덕마을까지 1.3㎞는 시멘트 포장도로여서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억새는 보는 시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해질 무렵엔 붉은빛이 감돌 정도로 노랗다. 서쪽 하늘을 닮아 가는 거다. 이때의 억새는 처연하면서도 농염하다. 이른 아침, 해가 사위를 비추기 시작할 무렵엔 또 다르다. 푸른빛이 감도는 흰 옷을 입는다. 그래서 한결 밝고 역동적인 느낌이다.●‘사르락 사르락’ 달빛 아래 춤사위 억새 산행을 즐기는 산객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교교한 달빛 아래 하늘거리는 억새의 자태다. 사위가 적막한 달밤에 억새들이 몸을 부딪치며 내는 사르락사르락 소리를 듣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번 여정은 새벽의 억새를 겨냥했다. 그러려면 아직 별이 총총할 때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는데, 하늘이 말썽이다. 구름이 두껍게 하늘을 덮고 있다. 지금부터 서두르면 해돋이 때 은빛으로 출렁대는 억새의 물결과 마주할 수 있을까. ‘여덟 개 움푹 파인 구덩이’란 뜻의 발구덕마을을 지나면서부터 난코스가 시작된다. 정상까지 1㎞ 정도 된비알이 이어진다. 비탈길 초입부에서 짧은 코스의 급경사와 긴 코스의 완경사 길로 나뉘는데,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완경사라고는 해도 급경사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급경사 구간이 거리도 훨씬 짧은 만큼 공연히 돌아가지 말길 권한다. 정상 언저리엔 늘 비박을 하는 텐트가 늘어서 있기 마련이다. 한데 이날은 저만치 아래쪽에 한 동이 있을 뿐이다. 초로의 사내 둘이 눈을 껌뻑대며 텐트에서 나오더니 말했다. 간밤에 바람이 그리 심하게 불더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래로 쫓겨나다시피 내려왔다고 했다.●일출과 함께 일어서는 하얀빛 아직 동이 트기 전인데도 정상석 부근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다. 저마다 새벽 산행을 감행한 이유가 있겠지. 물어보고 싶지만, 겨우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박명이라 아는 체를 하기도 껄끄럽다. 멀리 하늘이 붉다. 해가 솟고 있는 거다. 짙은 구름의 틈바구니에서 햇빛이 쏟아진다. 동시에 산자락 전체를 감싼 억새들이 하얀빛으로 일어서기 시작한다. 오래전 한 시인은 억새를 두고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고 읊조렸다. 최소한 이 순간만큼은 시인이 무엇을 노래한 건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능전마을 쪽에서 오르면 돌리네 지형과 만날 수 있다. 요즘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핫플’로 떠오른 곳이다. 돌리네는 기반암인 석회암이 함몰되면서 생긴 원형의 웅덩이를 말한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에 녹으면서 생긴 지형인데, 일종의 싱크홀이라 보면 맞을 듯하다. 사실 ‘여덟 개의 구덩이’이란 뜻의 발구덕마을 이름도 돌리네 지형과 연관이 있다. 민둥산 정상 아래 있는 돌리네의 중앙엔 빠져나가지 못한 물이 작은 연못을 만들어 제법 포토제닉한 풍경을 만들어 뒀다.●오지 중의 오지 ‘단풍의 숲’ 단임골 억새의 바다를 내려와 단풍의 숲으로 간다. 북평면 숙암리 ‘단임(丹林) 마을’. 동네 이름이 ‘단풍나무 숲’이란다. 이름에 혹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마음이 쏠린 건 ‘정선에서도 오지’라는 말이었다. 도무지 결핍이라곤 없을 듯한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외려 더 고독하다. 그런 때 문득 떠나고 싶은 곳이 바로 오지다. 이 마을이 얼마나 벽촌이었는지는 옛 지명이 증명한다. 단임골 초입에 ‘안도리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가 있다. 계곡 건너편 바위에 붙여진 이름이 무려 13자다. 뜻은 대략 이렇다. ‘(바위를) 안고 돌고 (바위를) 지고 돌 정도로 험해 다래미(다람쥐의 사투리)가 한숨 쉬는 바위’다. 눈 깜짝할 새에 나무 우듬지까지 뛰어오르는 날랜 다람쥐마저 한숨을 쉴 정도로 험하고 외진 곳이란 얘기다. 요즘은 물론 다르다. 아직 비포장길이 남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마을 끝자락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다. 다만 폭이 좁아 교행에 주의해야 한다. 단임골은 안단임과 바깥단임, 웃단임으로 나뉜다. 요즘은 마을 어디건 외지인들이 적잖이 정착해 살고 있다. 펜션도 있고, 노지 갤러리에, 차를 파는 집까지 있다. 예전처럼 트레킹으로 걷기보다는 드라이브 삼아 천천히 돌아보길 권한다. 이름이 주는 강렬한 가을 풍경은 사실 보기 힘들다. 오지 중의 오지를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발걸음하는 게 좋다. [여행수첩] -능전마을 코스의 경우 등산로 초입에서 차량 통제가 이뤄진다. 억새축제 기간이 끝나는 11월 초까지는 발구덕마을까지 차량 통제가 유지된다. ‘등린이’의 경우 경사가 급한 증산초등학교보다는 이 코스로 오르길 권한다. 능전마을 일대에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다. -정선을 오가는 지방도로에서 공사가 잦은 편이다. 교행을 위한 신호등이 설치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운행에 주의해야 한다.
  • 전북, 라이언시티에 승… 인천, 中 ‘닥공’에 첫 패

    전북, 라이언시티에 승… 인천, 中 ‘닥공’에 첫 패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가 최근 리그 2연승에 이어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도 완승을 거두며 올 시즌 부진을 떨쳐 내는 모습이다. ●3골 차로 대승… 부진 떨친 전북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조별리그 3차전 홈경기에서 라이언 시티(싱가포르)를 3-0으로 격파했다. 지난 4일 태국 원정에서 방콕 유나이티드에 충격패(2-3)를 당한 전북은 라이언 시티를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몰아붙였다. 전북은 전반 5분 아마노 준(일본)의 왼발 중거리 슛이 상대 골망을 가르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33분 이동준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하고 낮게 크로스를 넣어 준 게 상대 수비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왔다. 후반 12분 이동준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선민이 왼발로 밀어 넣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른쪽에서 활발하게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은 이동준은 후반 36분 송민규와 교체됐다. 전북은 2승1패(승점 6)로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전북은 다음달 8일 싱가포르에서 라이언 시티와 재격돌한다.●인천 연승 끊은 산둥 최강희의 닥공 과거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전북의 전성기를 이끈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중국의 산둥 타이산(2승1패·승점 6)은 인천 유나이티드를 꺾고 승점 3을 추가했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G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인천은 산둥에 0-2로 패했다. 창단 20년 만에 처음으로 ACL 무대에 나선 인천은 1·2차전에서 8골을 기록할 정도로 막강 화력을 자랑했지만 이날은 ‘골 침묵’에 시달렸다. 반면 산둥은 브라질 공격수 크리장이 교체 투입 3분 만인 후반 13분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 42분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마루안 펠라이니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원정에서 승리를 따냈다. 4년 만에 한국에서 승리를 따낸 최 감독은 경기 후 “인천이 최근 좋은 분위기여서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전반에 실점을 하지 않은 게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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