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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S칼텍스 여수문화공원 기공식

    GS칼텍스가 전남 여수에 대규모 문화예술공원을 짓는다. GS칼텍스는 5일 허동수 회장과 강동석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시민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예술공원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공원 이름은 ‘예울마루’로 결정했다. 여수 망마산 일대 70만 1740㎡ 부지에 조성되는 공원엔 1000여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기획전시장 등이 들어선다.
  • 아프리카 대륙이 쪼개진다고?

    아프리카 대륙이 쪼개진다고?

    ‘아프리카 대륙이 갈라지고 있다.’ 2005년 지진으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동북부 사막에 생긴 길이 56㎞, 너비 6m의 틈이 새로운 바다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영국,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예멘 등의 과학자들은 공동 연구를 통해 지구물리학연구지에 실은 논문에서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화산활동이 대양의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거의 똑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진 발생 당시 문제의 균열이 새로운 대양의 시작이며 아프리카 대륙이 갈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일부 지질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으나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2005년 당시의 지진 자료를 모아 지진 발생 상황을 재구성했다. 단층대 북쪽에 위치한 다바후 화산이 처음 폭발했고 단층 중간부에 위치한 마그마가 솟아올라 땅을 ‘지퍼를 열듯’ 갈라놓았다. 걸린 시간은 며칠이었다. 공동 저자인 미국 로체스터대학 신디 에빙거 교수는 “바다 밑의 산마루들이 단층대에서 흘러드는 마그마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산마루가 한꺼번에 뭉텅이로 갈라질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화산대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갈라진다는 것이 주류 가설이었다. 이 연구는 해양 지각판의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화산대가 한꺼번에 함께 갈라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런 대규모 화산분출이 육지에서 일어날 경우 단층대 인근 주민들은 여러 개의 소규모 분출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미국의 TV영화 ‘진도 10.5 미국 침몰’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에빙거 교수는 “이 연구의 중요성은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난 현상이 인간이 갈 수 없는 바다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같은 것이냐 하는 질문에 ‘같다’는 답을 얻은 것”이라며 “유례없는 국제적 협력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의 틈이 ‘독특하고 훌륭한 해양 산마루 실험실’이 된 것이다. 에티오피아 북부 아파르 사막에서 만나는 아프리카판과 아라비아판은 일년에 2.5㎝ 미만의 속도로 3000만년간 벌어져 현재의 아파르 분지와 홍해를 만들었다. 학자들은 수백만년 뒤에 홍해가 새로 생긴 바다로 흘러들고 새 바다가 홍해와 아덴만(예멘과 소말리아 사이의 아라비아해)과 연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정운찬 총리 취임후 첫 세종시 건설현장 방문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정말 명품도시로 만들어야 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30일 오후 2시45분 밀마루 전망대에 올라선 정운찬 국무총리는 충남 연기군 일대 2300만평의 부지에 펼쳐진 세종시 건설 현장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저는 충청인… 막중한 책임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정진철 청장이 건설 추진 상황을 보고하자, 정 총리는 “정안 인터체인지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등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정 총리는 “2~3년 전 공주대에 강의하러 가는 길에 이곳을 본 적이 있다.”면서 “오늘 전망대 위에서 보니까 금강도 보이고, 너무나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정 청장이 총리실로 예정된 지역을 가리키며 2012년 완공될 예정이라고 보고하자 정 총리는 “총리를 오래 해야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정 총리가 밀마루 전망대로 오르는 입구에는 주민 60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 병력에 막혀 정 총리 일행 쪽으로 접근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수도권 공화국 철회하고 행정도시 정상 추진하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정 총리는 시위대를 보자 “주민들이 조금만 참아주면 이곳을 대대손손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내가 경제학을 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여기 와서 보니 기업들이 오고 싶을 만한 입지인 것 같다.”면서 “비공식적으로 몇몇 기업들이 오겠다는 의향을 표시했으며, 어떤 대학 연구소는 벌써 오겠다고 나하고 약속도 했다.”고 소개했다. ●전망대 입구 주민 60여명 시위 정 총리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과 연구소, 학교 등 다른 기능을 많이 보완해 세종시의 자족도를 더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것이 정 총리가 준비 중인 ‘명품 세종시’ 대안의 골자인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세종시 현장 방문에 이어 고향인 공주에서 열리는 충남 중부권 광역상수도 준공식에 참석, 치사를 한 뒤 막여과 정수시설을 참관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저는 충청인이고, 특히 앞으로 일부 지역이 세종시로 편입될 공주 출신”이라면서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 어찌 관심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심대평·이인제의원 등 불참 정 총리는 이어 “지금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나라와 충청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총리실은 당초 행사장에 이완구 충남지사와 무소속 심대평·이인제·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 등 이 지역 출신의 주요 인사들도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자리하지 않았다. 정 총리는 준공식에 이어 자신의 출생지인 덕지리 등 고향 마을을 방문, 마을회관에서 마을 어른 및 옛 친구 등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단식농성 유한식 연기군수에 “기다려 달라” 정 총리는 이날 저녁에는 연기군청 앞뜰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유한식 연기군수를 찾았다. 주민 400여명이 함께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는 농성장에는 ‘세종시 수정 망언 정운찬 총리 자진사퇴하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정 총리는 유 군수의 손을 잡고 “제가 나라 위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유 군수는 “5년 동안 해온 걸 뒤집으려 하는데 총리를 어떻게 믿느냐.”고 반박했다. 이 자리에 있던 연기군 의원들은 “대통령이 열두 번 공약한 것을 총리가 뒤집는 건 하극상” “충청도가 고향이라는 말 빼라.” “다른 사람이 총리되면 이 법은 또 바뀌는 거냐.”는 등 정 총리에게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서울 이도운·연기 박승기 기자 daw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거지가 준 삼백냥(이미애 글, 이광익 그림, 한솔수북 펴냄) 옛날에 한 암행어사가 외딴 주막에 들려 저녁을 먹으려는데 그 옆에 한 거지가 엎드려 있었다. 암행어사가 거지를 딱하게 여겨 한상을 따로 차려주고, 다음날부터 길동무로 거지를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이 거지는 용한 점쟁이에 의원이자, 훌륭한 지관이었다. 거지는 300냥을 벌어서 암행어사에게 맡기고 사라지는데…, 그 거지는 누구였을까. 9500원. ●‘푸아모 탐정 코끼리를 부탁해’ (장동준 지음, 이지영 옮김, 황리전 그림, 구름사다리 펴냄) ‘꿀꺽 맛있는 과학 시리즈’로 책 읽는 재미와 과학 지식을 얻는다. 초등 1~2학년용. 백악기와 현대를 넘나들며 공룡의 일생을 알아보는 ‘폭군 공룡 티라노사우루스’(후묘펀 지음, 전현정 옮김)와 곤충의 생태와 능력을 살펴본 ‘별나고 웃기고 이상한 곤충’(양웨청 지음, 전현정 옮김) 등이 있다. 각권 9000원. ●코끼리도 사랑한다 말해요(베키 베인즈 지음, 강지나 옮김, 아리샘주니어 펴냄) 코끼리가 귀를 앞뒤로 찰싹찰싹 흔드는 것은 무슨 뜻일까. 상대에게 떨어지라고 위협하는 것이다. 몸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에 상대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복어가 몸을 동그랗게 부풀려서 위협하는 것과 비슷하다. 코끼리들의 대화법을 재미난 사진으로 보여준다. 8900원. ●강한 나라 고구려의 시작-추모왕 이야기(김용만 글, 장선환 그림, 마루벌 펴냄) 고구려의 시조는 주몽인데, 왕에 오른 후의 이름은 추모왕이다. 부여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큰 뜻을 품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 추모왕.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으로 이어지는 가장 넓은 영토를 지닌 강력한 고구려의 토대였다. 드로잉 같은 시원한 삽화가 글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1만 3000원. ●김명곤 아저씨가 들려주는 우리 소리 우리 음악(김명곤 글, 이인숙 그림, 상수리 펴냄) 문화관광부 장관이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을 지낸 저자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고대시대부터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 소리 여행을 떠난다. ‘음악으로 듣는 한국 음악사’ CD(국악방송·국립국악원 선곡) 포함. 1만 1000원.
  • 충북, 외래어 많은 행정용어 우리말로

    전국 시·군·구가 행정용어에 외래어를 마구 뒤섞어 사용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가 국립국어원과 손잡고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꿔 돋보이고 있다. 충북도는 ‘우리글(말) 사랑운동’을 펼치며 국립국어원 김형배 박사 등 4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행정용어 순화작업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거슬리는 외래어 50개를 우리말로 바꿔 다른 자치단체에 귀감이 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이나 대상을 의미하는 ‘랜드마크’는 ‘마루지’로 바꿨다. 으뜸을 뜻하는 ‘마루’를 사용해 대표성을 표시했다. 기업들의 문화, 예술, 스포츠에 대한 원조나 공익사업 지원활동을 뜻하는 ‘메세나’는 ‘문예후원’으로, 선진경영기법 등을 배우는 ‘벤치마킹’은 ‘견주기, 또는 ‘따라잡기’로 고쳐 쓰기로 했다. 바꾸고 나니 쓰기에도, 듣기에도 좋은 우리말이다. 또 ‘로드맵’은 ‘밑그림’ 또는 ‘청사진’으로 바꾸고, ‘리모델링’은 ‘구조변경’ 또는 ‘새단장’으로 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파격으로 무장한 3색 햄릿 어때요?

    파격으로 무장한 3색 햄릿 어때요?

    셰익스피어의 ‘햄릿’만큼 전세계 연극연출가들의 예술혼을 자극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셰익스피어가 남긴 원전은 하나지만 이 세상엔 동서양 연출가의 숫자에 버금가는 ‘햄릿’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버전의 ‘햄릿’이 명멸을 거듭하고 있다. ‘햄릿’의 변주, 혹은 진화의 지점이 궁금하다면 11월 서울에서 공연되는 3편의 ‘햄릿’을 놓치지 말자. 파격과 실험정신으로 가득 찬 ‘햄릿’을 잇따라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극단 여행자의 ‘햄릿’은 우리 전통의 굿 양식을 극 전반에 도입한 독특한 시도로 눈길을 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동양적인 이미지와 정서로 풀어내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던 양정웅 연출은 이번 작품에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햄릿의 슬픔을 한(恨)의 정서로 해석하고, 햄릿의 복수를 한풀이를 위한 한판 굿으로 풀어낸다. 양정웅 연출은 “유령을 본 적이 없어서 존재감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죽은 영혼이 무당의 몸을 통해 이야기한다면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대한 신당처럼 꾸민 무대부터 압도적이다. 3면 벽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무속신앙 그림으로 채우고, 바닥엔 흰 쌀을 깔았다. 점을 보거나 제사를 지낼 때 쌀을 사용하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20㎏짜리 90포대의 쌀이 소요됐다. 무대 한가운데 덧마루를 깔아 놀이판처럼 만들고 주변에 북, 꽹과리, 장구 등 악기를 배치해 마치 한판 신명나는 굿판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실제 극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종류의 굿이 벌어진다. 햄릿이 죽은 아버지를 위로하는 지노귀굿, 물에 빠져 죽은 오필리어의 넋을 건지는 수망굿, 그리고 죽음을 앞둔 햄릿을 위한 산지노귀굿을 볼 수 있다. 흰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햄릿과 가죽 재킷을 걸친 레어티즈가 칼 대신 부채로 결투를 벌이고,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가 정화수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등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30일~11월8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02)762-0010.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은 1996년 초연 이래 14년간 끊임없이 국내외 무대에 오르며 빛나는 연륜을 쌓아 온 작품이다. 한국적 ‘햄릿’공연의 원조라 부를 만한 이 작품이 대학로 혜화동 눈빛극장 개관작으로 11월5일부터 22일까지 공연된다. 원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연희단거리패 특유의 몸짓과 소리,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윤택 연출의 ‘햄릿’은 내년 4월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셰익스피어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다. 세계 각국의 ‘햄릿’만을 엄선해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미국 연출가 로버트 윌슨, 러시아 유리부투소프, 독일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등 세계적 연출가들이 참여한다. 1만 5000~3만원. (02)763-1268. 이탈리아 폰테레라극단의 ‘햄릿-육신의 고요’는 철제 구조물로 단순하게 형상화한 무대 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햄릿과 하얀 펜싱용 의상과 헬멧을 쓴 검투사 6명의 대립과 긴장을 통해 햄릿의 비극적 운명을 극대화해 보여 준다. 여섯 결투자들은 거트루드, 오필리어, 폴로니우스, 클로디어스, 레어티즈의 망령 등 다양한 존재들을 연기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 11월14~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만~5만원. (02)3673-256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43) 양양 구룡령 옛길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43) 양양 구룡령 옛길

    구룡령 옛길이 온전히 살아남은 건 거의 기적이다. 양양 서면 갈천리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넘어 홍천 내면 명개리에 이르는 옛길은 양양과 고성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던 꿈 많은 길이고, 양양의 아버지들이 동해의 해산물을 지고 홍천으로 넘어가 곡식과 바꿔왔던 고단한 길이다. 일제가 동해안 지역의 물자 수탈을 위해 옛길에서 1㎞쯤 떨어진 곳에 비포장도로를 냈고 1994년 비포장길이 말끔하게 아스팔트로 포장되면서 옛길은 아주 잊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갈천리 마을 주민들이 수풀 속에서 묻혀 있던 길을 발굴하고 보살핀 덕분에 구룡령 옛길은 새롭게 태어났다. 구룡령 옛길은 말 그대로 옛길이 간직한 미덕이 오롯이 담겨 있다. 험준한 오르막은 굽이굽이 돌면서 부드럽게 이어지고 하늘을 찌르는 금강소나무들은 활엽수들과 어울려 그윽한 숲의 정취를 풍긴다. 그리고 갈천리에서 명개리까지의 거리는 지금의 포장도로보다 훨씬 짧다. 이러한 옛길의 원형과 정취를 담고 있기에 갈천리에서 옛길 정상까지 2.76㎞가 명승으로 지정되어 ‘문화재 길’이 되었다(홍천 내면 명개리에서 옛길 정상까지 3.7㎞는 뒤늦게 복원된 탓에 명승 길이 아니다). 국내의 명승 길은 이곳 외에도 문경새재, 죽령 옛길, 문경의 토끼비리(관갑천 잔도)가 있다. 구룡령 옛길의 탐방은 갈천리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명개리까지 고개를 온전하게 잇는 것이 정석이지만 명개리로 내려가면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포장도로 구룡령 정상에서 시작해 옛길 고갯마루까지 백두대간 마루금을 잇고, 옛길을 따라 갈천리까지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현재의 길과 과거의 길이 백두대간을 통해 연결되는 이 코스는 힘들이지 않으면서 옛길과 백두대간을 체험할 수 있는 기막힌 코스다. 거리는 4.36㎞로 2시간30분쯤 걸린다. 56번 국도가 지나는 구룡령의 본래 이름은 ‘장구목’이다. 도로가 포장되면서 이름이 구룡령으로 둔갑해 지금까지 굳어졌다. 구룡령 생태터널 앞에는 ‘백두대간 구룡령’이란 거대한 돌비석이 서 있다. 그 뒤로 난 길은 약수산과 오대산 방향이고 도로 건너편으로 나무계단이 보인다. 구룡령 옛길로 가려면 그쪽으로 올라야 한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100m쯤 가면 본격적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게 된다. 1000m가 넘는 고도지만 길은 평지처럼 순하다. 30분쯤 걸었을까. 쏴~ 갑자기 파도소리가 들린다. 백두대간 능선을 넘으면 동해가 펼쳐지는 것을 아는 듯, 내륙에서 불어온 바람은 능선의 나무들을 두들기며 파도 흉내를 내더니 뺨을 후려치고 달아난다. 낙엽이 진 능선은 심술궂은 바람이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한다. 1121m 봉우리에 올라서자 나뭇가지 사이로 갈천리 마을이 보인다. 여기서 본 갈천리는 그야말로 백두대간 아래 첫 마을이다. 1121봉에서 내려서면 구룡령 옛길 정상.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갈천리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본격적으로 옛길 탐방에 나선다. 완만한 산비탈 길에는 수북한 낙엽이 발바닥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활엽수들은 이미 잎사귀를 떨어냈고 낙엽들은 무언가 움켜쥔 것을 놓은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가랑잎 하나를 쥐고 냄새를 맡으니 뜻밖에 좋은 냄새가 난다. 아직 나무의 향기가 마르지 않았다. 잎사귀에서 향기가 사라지면 가을도 떠나리라. 길은 산의 허리춤을 파고들면서 구불구불 휘어진다. 구룡령(九龍領)이라는 이름은 아홉 마리 용이 구불구불 거리며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구룡령 포장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옛길에서 새길까지의 거리는 불과 1㎞가 안 되지만, 세월의 거리는 참으로 아득하다. 이윽고 눈부시게 흰 돌이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횟돌반쟁이. 옛 행인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장례식에 쓰는 횟돌이 나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물자작나무라고도 하는 거제수나무 몇 그루가 단풍과 어울린 그윽한 길을 내려서니 굵은 소나무 그루터기들이 보이는 곳은 솔반쟁이. 이곳의 금강소나무들은 1989년 경복궁 복원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구불거리는 길이 잠깐 평지처럼 순하게 이어지다 무덤 하나를 만난다. 군 경계를 확정하기 위해 홍천 명개까지 양양 수령을 업고 뛰다 돌아오는 길에 지쳐 죽은 젊은 청년의 무덤인 묘반쟁이다. 무덤을 지나면 하늘을 찌르는 금강소나무들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그 중 하나는 둘레가 270㎝, 높이 25m, 나이는 무려 180살이다. 이렇게 기품 있으면서도 야생이 살아있는 금강송은 전국적으로 흔하지 않다. 목이 아픈 줄 모르고 금강송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덧 계곡을 만나면서 옛길은 끝난다. 맑은 물에 땀을 닦고 있는데 심술쟁이 바람이 찾아와 낙엽 한 움큼을 머리 위로 뿌려놓는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구룡령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이용해 홍천까지 이른 후에 56번 국도를 타고 창촌을 지나 구룡령에 닿는다. 양양에서 갈천리행 버스는 1일 5회(08:10 홍천행, 11:00, 13:30, 16:00, 18:10) 운행한다. 구룡령에 차를 댔으면 갈천리에 도착한 후에 갈천리 주민들의 픽업서비스를 이용한다(엄주현 이장 011-294-2427). 갈천리 관광 정보는 마을홈페이지(http://www.치래마을.kr)에 잘 나와 있다. 갈천리는 산나물과 토끼탕이 유명하다. 갈천약수가든(033-673-8411), 치래마당(033-673-0050) 등에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
  • 원마루시장 장보기 행사 참석

    남상우 충북 청주시장 28일 분평동 원마루시장에서 열린 재래시장 장보기 행사에 참석해 상인들을 격려했다.
  • 친환경어린이집 연희동에 개관

    서대문구가 26일 연희동에 지역의 첫 친환경어린이집 ‘구립푸른누리어린이집’을 개원했다.이 어린이집은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천식 등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으로,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어린이집 설계 지침에 따랐다.서대문구는 동사무소 통폐합에 따라 동청사 건립을 취소하는 대신에 어린이집으로 리모델링했다. 공사는 환경성 질환에 취약한 영유아의 안전을 위해 친환경 점토 타일, 친환경 수성페인트, 아토피 벽지, 온돌용 목재 마루까지 세밀히 꾸몄다. 실내공기질 관리를 위해 친환경 환기 시스템과 수은이 전혀 없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했다.또 아동의 입소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 등에 대한 진료기록을 확인해 개인별로 돌보기로 했다. 환경성 질환이 있는 어린이를 위한 식단을 마련하고 ‘세브란스 아토피클리닉센터’에서 월 1회 방문진료도 해준다. 아울러 어린이집에서는 천연비누와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푸른누리어린이집의 총 공사비는 13억 3400만원, 정원은 70명이다. 대지 476㎡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5개의 보육실을 갖췄다. 아울러 요리실습을 위한 조리실, 호기심을 키울 수 있는 유희실 등도 조성됐다.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41년만에 열린 ‘김신조 루트’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이용했던 북악산 자락길이 41년 만에 열린다.서울 성북구는 ‘김신조 루트’로 불리는 북악산 제2북악스카이웨이를 육군의 협조를 받아 지난 24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했다고 25일 밝혔다.성북구와 종로구 경계에서 시작해 성북천 발원지로 이어지는 1.9㎞ 구간의 이 길은 1968년 1월21일 김신조 등 북한공작원 31명이 북악산 자락을 따라 넘어온 곳으로 유명하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이 코스는 그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고, 덕분에 자연 생태경관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서울 속의 DMZ’로 불리게 됐다. 코스에서는 당시 무장공비와 국군·경찰의 치열한 총격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호경암 등을 만날 수 있다. 성북구는 최근 수도방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군용순찰로를 산책로로 조성하고 지형과 전망 등을 고려해 자연친화적인 쉼터와 전망데크,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24일에는 주민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개방기념 걷기대회 행사도 마련했다. 걷기대회는 매월 한 차례씩 열린다. 지하철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내린 뒤 마을버스를 타고 성북구민회관 앞에서 내려 하늘마루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 김신조루트를 찾을 수 있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길섶에서] 부암동/진경호 논설위원

    처음엔, 신기한 표정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그들이 신기했다. ‘어머~ 이런 동네도 있네’ 하며 기웃대는 중년의 그네들이, 갓 하루 된 ‘이런 동네 사람’의 처지로 기연미연 신기했다. ‘그런가? 신기한가?’ 풀어 놓은 이삿짐이 자리를 찾고, 집 둘레를 돌던 발자국이 점점 멀어지던 어느 날, 그네들이 동네 어귀에 터뜨려 놓고 간 말이 절로 입속을 맴돌다 새어 나왔다. ‘정말 이런 동네가 다 있었네.’ 소설가 엄흥섭이 서울 바닥에선 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양미만괴(凉味萬魁)라 했던, 북악산 자락의 부암동은 그렇게 도심 속 시골의 속살을 마루 끝 처마그늘에 던져진 달빛마냥 조용히 내보였다. 대형 마트도 없고, 변변한 학원도 없고, 빵빵한 집도 없고 그래서 땅 투기도 없는 곳. 그래서 좋지 않으냐 묻는 바람이 담쟁이덩굴을 간질이곤 도롱뇽 물질하는 백사실 계곡으로 미끄럼 타는 곳. 공영주차장 없어도 좋으니 그냥 이대로 살게 내버려 달라며 구청에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사는 곳. 부쩍 늘어난 셔터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까 점점 겁이 나는, 그냥 그곳. 진경호 논설위원
  • [정부예산 대해부] 국공립보육시설비 절반 싹둑… 출산장려 말로만

    [정부예산 대해부] 국공립보육시설비 절반 싹둑… 출산장려 말로만

    서울신문은 다음주 시작될 국회의 본격적인 예산 심의를 앞두고 분야별 예산을 점검해보는 기획기사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수년간 진행된 각 부처의 예산수립과 집행 실태 점검을 통해 예산행정의 투명성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첫 회에선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수년 전부터 강조해온 사회복지 분야의 보육예산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생활수준과 관계없이 보육 분야는 정책 수요가 높은 항목 중 하나다. 저출산 문제도 보육비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한다는 국·공립보육시설과 지방자치단체별 자체 예산으로 사용하는 보육분야 특수시책사업비를 취재 대상으로 삼았다. 보건복지가족부도 ‘보육 지원 등 저출산 극복 투자’를 2010년의 주요사업으로 잡아놓고 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는 ‘새로마지 플랜’을 발표하면서 2012년까지 국·공립보육시설을 전체 보육시설 대비 3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현재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 3만 3000여개 중 5.5%(1826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복지부의 2010년도 예산안에는 맞벌이가구, 저소득층에 대한 영·유아 보육료 지원금이 포함됐다. 그러나 복지부 일선 부서에 확인한 결과,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몇년 새 실종된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예산도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저출산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 홍보비는 22억원에서 51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저출산 개선 홍보비는 두배 증가 내년 예산에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계획은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2년까지 국·공립보육시설을 30% 달성한다는 정책은 모두 정지됐다.”고 말했다.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계획이 정지됨에 따라 관련 예산도 줄어들었다. 국·공립보육시설분야 2009년 예산은 211억원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94억원이 편성됐다. 복지부는 이미 2009년 추경예산으로 조기 집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추경예산 61억원을 합쳐도 56억원 줄어든 규모다. 지자체에서 국·공립보육시설을 세우는 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자금부족인데도 복지부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국·공립보육시설 설립비용은 국가 50%, 시 25%, 자치구 25% 비율로 충당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국·공립보육시설을 짓는 것 외에도 기능보강비·장비구입비·환경개선비 등 다양한 분야에 예산이 쓰인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복지부는 국·공립보육시설 확충보다는 유지·보수에 신경쓸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9년 추경예산에서 61억원을 확보해 노후시설을 개·보수하는 ‘그린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년 이상된 낡은 국·공립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내·외관을 정비한 것이다. 복지부 보육기반과 정영훈 과장은 “민간보육시설 평가인증제 등을 통해 양보다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지방의 경우 국·공립보다 민간보육시설을 오히려 선호한다.”며 “국·공립보육시설의 추가 수요가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에 SH공사가 지은 2곳뿐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기 전 입주를 시작한 뉴타운이나 신도시의 국·공립보육시설도 부족하기 짝이 없다. 서울신문은 서울 은평뉴타운, 길음뉴타운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의 국·공립보육시설을 조사했다. 은평뉴타운(진관동)은 2곳, 길음뉴타운(길음 1동·2동)은 4곳으로 나타났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내년 3월 판교동, 삼평동에 2곳 들어설 예정이며, 동탄신도시는 현재 8개가 운영 중이다. 현행법상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55조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단지에는 21명 이상(50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40명 이상)의 영·유아를 보육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인근 지역 보육시설 설치 현황이나 수요를 고려해 사업계획승인권자의 결정에 따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1만~2만세대를 수용하는 뉴타운이나 신도시를 짓는 데 국·공립보육시설에 대한 고려는 따로 없는 셈이다. 예산이 따로 책정되는 일도 없다. 서울시 보육기반담당관 신현봉 과장은 “뉴타운 건설 계획에 국공립보육시설 설치 사항은 특별히 규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의 상림마을어린이집, 은마루어린이집은 SH공사에서 지어 은평구에 10년 무상으로 임대한 것이다. 그러나 길음뉴타운의 길음1동·2동 어린이집, 다솔어린이집, 웅지어린이집은 뉴타운이 들어서기 전부터 있던 곳으로 밝혀졌다. 수만 세대가 사는 뉴타운의 국공립보육시설에도 정부의 예산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드는 어려움으로 ▲민간보육시설의 반대 ▲부지 확보 ▲재정 부족 등 세 가지를 들어 왔다. 복지부가 2010년 국공립보육시설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국·공립보육시설에 보내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예약을 하는’ 풍속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SKC 화성행궁 창호지 교체

    SKC 화성행궁 창호지 교체

    SKC는 15일 창립 33주년을 맞아 경기 수원시 화성과 팔달산에서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450여명이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조선 정조대왕의 거처로 사용되던 화성 행궁의 창호지 교체와 마루·누각 청소와 함께 인근 팔달산의 잡목을 제거했다. 박장석 사장은 “창립 기념일을 맞아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가꾸니 뿌듯하다.”면서 “같은 수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 SKC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SKC는 앞서수원 화성에서 전통 문화예술 계승을 위해 힘쓰고 있는 ‘무예 24기 보존회’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우포늪 새끼 따오기 이름은 따루와 다미

    우포늪 새끼 따오기 이름은 따루와 다미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서식하는 따오기 부부의 새끼들에게 ‘따루’와 ‘다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4일 창녕군에 따르면 경남도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양저우’(洋洲)와 ‘룽팅’(龍亭) 부부의 새끼 따오기 2마리의 이름을 공모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루’는 따오기의 첫글자인 ‘따’와 하늘의 순우리말인 ‘마루’의 ‘루’를 합성한 것으로 복원에 성공한 따오기들이 세계의 하늘로 높이 비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미’는 많을 ‘다(多)’와 아름다울 ‘미(美)’를 합성한 말로, 많은 따오기들이 사람과 조화를 이뤄 살며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라는 뜻을 담았다. 창녕군은 16일 새끼 따오기 2마리의 이름과 출생날짜, 서열, 성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가락지 부착식을 갖는다. 또 17일 오전 11시에는 창녕 우포따오기 복원센터에서 ‘우포 따오기 도입 1주년 기념제’를 연다. 창녕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0) 인제 내설악 만경대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0) 인제 내설악 만경대

    이미 대청봉에는 불이 당겨졌다. 대청에 부는 바람 속에서 겨울을 감지한 나무들은 서둘러 잎에 저장된 양분을 줄기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잎에 남아 있던 색소가 붉게 혹은 노랗게 드러나는데, 이것이 단풍이다. 식물에게 단풍은 생존 방식이지만, 인간에게는 매년 찾아오는 자연의 축복이다. 설악산에서 부담없이 단풍 구경하기에 내설악 만경대만한 곳이 없다. 백담사에서 만경대로 가는 길은 만해 한용운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의 시구절이 떠오르는 그윽한 단풍 숲길이다. ●6.4㎞ 오세암 가는 길에 숨은 비경 설악산에는 만경대가 셋이다. 오세암 직전의 내설악 만경대, 양폭산장 위쪽의 외설악 만경대, 오색 근처의 남설악 만경대. 만 가지 경치를 두루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니, 단풍 풍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옛 문헌에는 내설악 만경대만 기록되어 있지만, 점차 외설악과 남설악이 하나씩 생겼다. 내설악 만경대가 깊은 맛이 있다면, 외설악 만경대는 눈이 멀도록 화려하다. 그리고 남설악 만경대는 가장 늦게 생긴 탓에 아는 이가 드물다. 세 개의 만경대 중에서 가장 찾기 쉬우면서도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내설악 만경대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설악의 단풍을 즐기려면 서둘러야 한다. 내설악의 단풍절정기는 10∼13일쯤이다. 일기예보에서 단풍절정기(10월 20일쯤)란 말을 듣고 떠났다가는 찬바람만 두들겨 맞기 십상이다. 산행 코스는 오세암 가는 길과 같다. 내설악의 산문 격인 백담사에서 시작해 영신암을 거쳐 만경대에 올랐다가 오세암을 찍고 되돌아가는 일정이다. 백담사에서 오세암까지는 6.4㎞, 3시간30분쯤 걸린다. 길은 험준한 설악산답지 않게 순하고 부드러워 아이들도 잘 올라간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이어진 백담계곡은 예전에는 걸어 다녔지만, 요즘은 셔틀버스를 타고 절 앞까지 오른다. 버스에서 내려 백담사로 이어진 백담교를 건너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하지만, 계곡을 물들인 화려한 단풍빛에 온몸이 벌렁거린다. 절에 들러 만해 한용운 동상 앞에서 인사를 드리자마자 붉게 물든 계곡으로 달려간다. 물가에 있는 나무들의 단풍이 더욱 곱고 진하다. 백담사를 지나면 수렴동계곡을 따라 평지처럼 순한 길이 이어진다. 계곡물은 투명한 에메랄드빛을 띠고, 길섶에는 붉고 노란색의 단풍들이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그 찬란한 풍경 속을 걷다보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올챙이처럼 두 눈을 뜨고 감탄을 연발한다. 어쩌면 한용운 역시 이 길을 산책하다가 ‘님의 침묵’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1시간쯤 지나면 암자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중창불사를 한 영심암에 이른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10분쯤 더 가면 갈림길, 여기서 오세암과 봉정암이 갈린다. 오세암 방향으로 들어서면 슬그머니 길은 오르막으로 변한다. 작은 고개를 넘어 두 번째 고갯마루에서 만경대로 올라가는 것이 이번 산행의 포인트다. 만경대란 이정표가 없기에 오세암 직전의 고개를 기억하면 되겠다. ●다섯 살 동자와 관음보살의 순수한 교감 고갯마루에서 가파른 산길을 10분쯤 올라가면 소나무와 암반이 어우러진 정상부가 나온다. 이곳이 내설악 만경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북동쪽으로 훤히 보이는 오세암. 공룡능선을 병풍처럼 두른 모습이 한눈에도 기막힌 명당자리다. 단풍과 전나무의 초록, 그리고 천수관음보전의 청기와 지붕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대로 동화 속의 한 장면이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공룡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보면 설악산의 제왕인 대청봉의 육중한 모습이 드러나고, 그 앞으로 대청을 지키는 수호신 용아장성릉의 암봉들이 육식 공룡 이빨처럼 드러나 으르렁거린다. 용아장성릉 뒤로 보이는 높은 능선 마루금은 귀때기청봉(1577m)에서 대청으로 이어진 서북능선이다. 과연! 이곳 만경대처럼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내설악의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 또 있을까. 만경대를 내려와 고갯마루를 내려서면 오세암. 다섯 살 아이가 홀로 폭설 속에 고립되었으나 관음보살과 순수한 교감을 나누며 성불했다는 아름다운 전설이 내려오는 소박한 암자다. 이 전설은 동화작가 정채봉의 손에 의해 오누이의 이야기로 변주되면서 우리의 심금을 더욱 울리기도 했다. 오세암에서 되돌아오는 길은 그동안 달아올랐던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한다. 설악의 깊은 아름다움이 시나브로 슬픔의 감정까지 불러오는 것은 왜일까. 내설악을 찬란하게 비추던 빛이 점점이 사라지며 땅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온 땅거미가 가야 할 길을 집어삼킨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담사행 버스가 오전 6시15분부터 오후 6시40분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길이 좋아져 2시간30분 밖에 안 걸린다. 백담사 일대에는 황태요리와 순두부가 유명하다. 할머니황태구이(구 할머니순두부·033-462-3990)집은 30년간 산꾼들에게 뜨끈한 순두부와 황태요리를 선사했다. 단풍철이면 속초 동명항에 양미리가 제철이다. 항구 노천에서 연탄불을 피워 양미리를 구워준다. 1만원이면 두 사람이 배 부르게 먹는다.
  • 의적 일지매·우뢰매… 추억의 영웅들 만나보세요

    의적 일지매·우뢰매… 추억의 영웅들 만나보세요

    민족 대명절 추석에도 ‘방콕’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 무료함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추억의 영웅들을 만날 것을 권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10월 한달 간 마련한 ‘한국의 수퍼히어로전’을 통해서다. 이번 기획전에는 ‘의적 일지매’, ‘외계에서 온 우뢰매’ 등 수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6편의 영화가 준비됐다. 온라인 VOD 사이트(www.kmdb.or.kr/vod/)를 통해 누구라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당쟁과 탐관오리의 횡포가 극심하던 조선 중후기, 서민의 벗으로서 ‘사람 구하는 활인검’의 매력을 보인 영웅들을 ‘의적 일지매’(1961년), ‘암행어사와 흑두건’(1969년)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의적 일지매’는 사회 비판적 시각, 멜로와 코미디의 결합, 볼거리 넘치는 액션 활극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오락영화로서 빼어나다. 임정규 감독이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년)의 후속작으로 만든 ‘전자인간 337’(1977년)은 악당을 물리치는 태권신동 마루치의 활약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병기 로봇에는 무려 33억 7000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30대들의 유년시절을 사로잡은 ‘우뢰매’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우뢰매’ 시리즈는 한국 최초의 특수촬영물이자 실사·애니메이션의 합성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1986년), ‘우뢰매 4탄 선더브이 출동’(1987년), ‘뉴머신 우뢰매 제5탄’(1988년) 등 3편이 목록에 올랐다. 한국의 대표 수퍼히어로가 된 히어로 ‘에스퍼맨’과 그의 파트너 ‘데일리’를 만날 수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9) 충북 제천 월악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9) 충북 제천 월악산

    월악산의 최고봉은 신령스러운 봉우리를 뜻하는 영봉(靈峰·1097m)이다. 예로부터 백두산·금강산·지리산 등을 영봉이라 불렀지만, 봉우리 이름으로 쓰인 곳은 월악산이 유일하다. 월악산이란 이름도 영봉에 달이 걸린다고 해서 붙여졌다. 높이 150m, 둘레가 4㎞나 되는 거대한 영봉 암반에 걸린 달을 보면 그 이름이 자연스럽게 나왔을 법도 하다. 월악산은 영봉, 중봉, 하봉의 우뚝한 모습이 남성적으로 보이지만, 휘영청 밝은 달과 어우러진 음기 가득한 여성의 산이다. 월악산은 삼국시대부터 전쟁터였던 중원 땅에서 쫓기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줬다. ●마의태자와 덕주공주 한이 서린 중원의 명산 월악산은 북쪽으로 남한강을 끼고, 남쪽으로 험준한 백두대간을 둘렀다. 이러한 천혜의 지형 덕분에 예로부터 월악산을 장악하는 자가 한반도를 지배했다. 지금의 충북 제천과 충주, 경북 문경 일대를 말하는 중원(中原) 지역은 삼국시대부터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깊고 험한 월악산에는 수많은 역사적 상흔과 전설이 굽이굽이 서려 있다. 월악산 산행은 신라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전설이 서린 덕주골을 들머리로 영봉에 오르는 길이 수월하고 볼거리도 많다. 덕주골에서 영봉까지는 약 5㎞, 4시간쯤 걸린다. 덕주사 입구에서 덕주골로 들어서면 수수한 계곡이 이어지다 덕주산성 동문을 만난다. 덕주산성은 덕주공주가 부왕인 경순왕을 그리워하고 망국의 한을 달래며 권토중래의 비장함으로 쌓았다고 전해진다. 신라의 국운이 다한 935년,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은 신라의 천 년 사직을 순순히 고려 왕건에게 넘긴다.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는 끝까지 저항하자고 주장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의태자가 신라 재건운동을 벌일 것을 두려워한 고려의 호족들이 마의태자는 미륵사에, 덕주공주는 북쪽 40리 밖 월악산 덕주사에 볼모로 가두었다. 동문 위에 자리한 덕주사에서 유심히 봐야 할 것은 관음전 앞에 놓인 3개의 남근석이다. 월악산의 강한 음기에 균형을 맞추고자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영봉의 덩치에 비해 1m 남짓한 남근석들은 그야말로 귀여운 수준이다. 덕주사에서 40분쯤 완만한 길을 따르면 축대 위에 조성된 마애불상에 닿는다. 덕주공주의 얼굴이 불상으로 남았다고 해서 잔뜩 기대가 되지만, 거대한 얼굴을 가진 불상의 무뚝뚝한 모습에서 실망하고 만다. 불상은 전체 높이가 13m에 이르고, 얼굴 부분만 약간의 양감이 느껴질 뿐 아래의 몸통은 간략한 선으로 표현된 것이 고려시대 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마애불이 미륵사지의 미륵불과 마주보고 서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서로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랬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남한강을 끼고 백두대간을 두른 천혜의 지형 마애불부터 960m봉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가파른 철계단의 연속이다. 전망대에 이르면 하늘을 찌르는 영봉과 중봉이 충주호와 기막히게 어울리는 풍경을 자아내 장관을 펼친다. 960m봉을 지나 완만한 능선을 20분쯤 밟으면 삼거리다. 동창교에서 올라오는 길이 이곳에서 만난다. 여기서 산길은 영봉 목덜미를 돌면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보덕암 삼거리에서 마지막 300m 급경사가 고비다. 영봉은 지독한 급경사 철계단이 끝나면서 마치 해탈의 문이 열리듯 펼쳐진다. ●영봉 정상에 서니 남한강·충주호 한눈에… 정상에서 굽어보는 조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북서쪽으로 남한강 줄기와 충주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충주호는 영봉, 중봉, 하봉 등을 담고 있어 더욱 신비롭다. 충주호 너머로 멀리 내다보면 주변 산세에 비해 높고 산마루가 제법 평평하게 연결된 능선이 가물가물 보이는데, 여기가 소백산이다. 고개를 돌려 서쪽을 보면 두 개의 뿔이 솟은 봉우리는 문경 주흘산이다. 주흘산은 독특한 그 생김새로 인해 쉽게 찾을 수 있다. 남쪽을 보면 가까이 만수봉(983m)이 보이고 그 뒤로 포암산(962m)이 나타나는데 백두대간은 이곳을 거쳐 동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랫동안 월악산을 떠나지 않았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 역시 영봉 정상에 섰을 것이다. 그들은 발 아래 펼쳐진 세상을 굽어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산은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가 동창교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 빠르다. 대부분 급경사에다 돌계단 길이므로 쉬엄쉬엄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 산을 다 내려오면 자광사가 나오는데, 이곳 산신각 앞에서 뒤를 돌아보니 영봉, 중봉, 하봉이 나란히 앉아 손을 흔들고 있다.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자가용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나들목으로 나와 3번 국도를 따라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월악산(미륵사지, 송계, 덕주사) 가는 버스가 06:40∼18:40까지 2시간 간격으로 있다. 3시간쯤 걸린다. 충주에서는 09:00, 10:25, 12:10, 13:40, 15:25, 17:05, 18:00에 운행하는 내송계행 시내버스(043-845-0550)를 타고 덕주사 입구에서 내린다. 덕주사 입구의 월악산장(043-651-5615)이 산꾼들의 단골집으로 더덕을 버섯과 함께 철판에 구워먹는 더덕구이정식(1만원)이 유명하다.
  • 印尼 상류층 호텔로 간 까닭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사는 리애니 카마루딘(35)은 이슬람의 단식월인 라마단 직후에 시작되는 명절 연휴 ‘이드 알 피트르’ 기간이 조금은 버겁다. 가정부 2명 모두 고향으로 간 뒤 집안일을 하지 않으려고 시내의 한 고급 호텔에 묵고 있지만 아이들 돌보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내일 돌아온다는 가정부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기뻐했다. 자카르타 등 대도시에서 가정부, 유모, 운전기사 등으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연중 최대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살림에서 벗어나려는 상류층들로 호텔이 북적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매년 이 기간 이동하는 규모는 수천만명에 이르며 올해의 경우 270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덕분에 돈 버는 사람들은 호텔업자와 고향에 가지 않고 가족과 떨어져 보내기로 한 사람들이다. 이 기간 자카르타 호텔 투숙률은 70%가 넘고 이 가운데 65%는 근처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다. 호텔 생활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임시로 사람을 고용하기도 한다. 가정부의 경우 보통 일주일에 5~8달러를 벌지만, 명절에 일을 하면 하루에 이 돈을 벌 수 있다. 자바섬 출신인 주바에다(34)는 “지난해에는 단 열흘 일하고 두 달치 월급을 모았다.”면서 “혼자 명절을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아이들 학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 기간을 교육의 기회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탄(43)은 “물 한 잔도 가정부를 시키는 애들이지만 언젠가는 이 같은 도움 없이 살아야 할 수도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빨래와 설거지를 같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다. “휴, 비는 언제 온담.” 바싹 마른 바닥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기호가 타박타박 걷는다. “기호, 이제 오니?”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기호를 보자, 우물가로 가시더니 두레박에서 물을 퍼 올린다. “기호, 이리 온. 할애비가 등목 시켜줄 테니.” 할아버지는 기호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말했다. 우물에서 갓 퍼 올린 물은 얼음 같다. “아~, 차차 차가워. 할배.” 기호가 엎드렸던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며 호들갑을 떤다. “원, 녀석도 뭐가 차갑다고 호들갑이누.” 할아버지는 길러 놓은 물을 할아버지 몸에 퍼붓는다. “피, 할아버지 억지로 참는 것 다 안다 뭐.” 기호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팔딱팔딱 뛰어 툇마루로 재빨리 올라선다. 몹시도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하지만 어찌나 긴 가뭄을 겪었는지 논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제대로 자란 벼도 그다지 없었던 농사는 가을이 되어도 별로 추수할 거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둠벙을 하나 파야겠어.” 할아버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둠벙을 파신다고요?” 작은아버지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되지 싶다. 저기 윗마을에 있는 우리 논에….” 할아버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버지, 그 논에 둠벙을 판다는 게 말이 돼요. 다른 사람들 다 가만있는데 왜 번번이 아버지가 나서요. 지난 번 영식이네가 돌아왔을 때도 문중에서 모두 가만있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그 위에 있던 논 한 마지기하고 밭 한마지기 털컥 떼 주더니 이번엔 또 우리 논에 둠벙을 판다고요?” 작은아버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다 할 참인가 보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버지 땅이니까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난 이제 이곳을 떠나서 살 거예요. 더는 농사짓기도 싫고, 이곳도 지긋지긋하고….” 작은아버지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셨다. 그런 작은아버지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여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허참, 쟤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네.”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지으며 먼 산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몇 날이 지났다. 집안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숨조차 마음대로 쉬기 어려울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기호는 늦잠을 잔 탓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가방을 둘러메고 잰걸음으로 학교로 달려갔다. 일교시가 끝날 무렵이었다. “기호야.” 작은아버지가 학교로 찾아 왔다. “작은아빠, 작은아빠가 웬일이세요?” 기호는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작은아버지를 올려다 본다. “오늘, 12시 차로 작은아빠는 작은엄마하고 서울 올라가려고 한다.” “서울요?” “넌, 할아버지와 있다가 우리가 자리잡고 연락할 테니까, 그때까지 학교 잘 다니고 할아버지랑 잘 지내도록 해야 한다.” 기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학교에 찾아와서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아빠, 정말 갈 거예요? 정말, 나하고 할아버지만 두고, 서울로 갈 거예요?” “그리 알고 수업 마치고 집으로 곧장 가도록 해라. 알았지.” 작은아버지는 이미 마음을 굳혔나 보다. 기호의 어깨를 몇 번 도닥거리더니 총총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서울….’ 느닷없이 나타나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호가 작은 주먹을 움켜잡는다. 기호도 가고 싶던 서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처럼은 아니다. 기호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읜 기호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를 친부모처럼 따랐는데, 덜컥 기호를 두고 간다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없는 집은 마치 빈집처럼 휑하기만 했다. 바닥 가장자리 천이 닳고 닳아서 헤져 작은 구멍이 난, 아주 오래된 낡은 배낭을 할아버지는 찾아냈다. 다 먹은 주스병에 물을 담아 배낭에 챙겨 넣고, 반찬 몇 가지며 밥도 챙겨 넣었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오는 고무장화도 차곡차곡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할아버지 어디 가요?” “그래 기호야, 할아버지 좀 늦게 올지도 모르니까 밥 알아서 챙겨 먹어라.” 헛간에 세워져 있던 삽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고 할아버지는 대문을 나선다. “할아버지, 윗마을 가요?” “그래.” 여름 내내 비 한 번 오지 않았던 날씨 탓에 논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펌프로 물을 뽑아 올렸지만 그것도 한정이 있었다. 듬성듬성 누렇게 말라 다 타버린 나락줄기를 만지던 할아버지 얼굴은 일그러져,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배낭을 벗고, 할아버지는 삽으로 논바닥을 뒤집기 시작했다. 뿌연 흙먼지가 삽을 따라서 하얗게 일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손등으로 올라온 굵은 핏줄 위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논바닥은 거의 다 뒤집혀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몇 날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마치 곧장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바람 쌩쌩 부는 겨울이 되었는데도 하루도 쉬지 않고 논으로 갔다. 진눈깨비가 어지럽게 날리는 날이다. “할아버지 이제 그만 쉬었다가, 날씨 풀리는 봄에 해요.” 기호가 할아버지를 말렸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처럼 사람 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할아버지를 따라 윗마을로 간 기호의 눈은 화등잔처럼 커졌다. 윗마을 논은 움푹 파인 분화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떠냐! 기호야.” 기호는 말문이 막혔다. 아침 햇살을 받고 선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처럼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이제 저 곳에 연도 심고, 고기도 놓아 기르면서 우리 마을 농업용수로도 쓰고, 너희들이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으면 수생생물들의 생태를 공부할 수도 있는 학습장이 되게도 할 테다.” “할아버지 정말 대단해요! 혼자서 이 넓은 땅을 팠단 말이에요!” 기호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며 말했다. “다행히 저 산 가까운 아래쪽에서 물이 샘솟는구나.” 시간이 지나자, 둠벙엔 물이 차기 시작했다. 봄비도 알맞게 내려주었다.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둠벙으로 가서 연도 심고, 수초도 곳곳에 심으셨다. 할아버지 말씀처럼 할아버지 바람처럼 둠벙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잔물결도 만들었고, 그 위로 잠자리도 날아다녔으며, 어느 날부터인가 오리 몇 마리가 날아들어 둠벙 이곳저곳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해를 거듭할수록 둠벙은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얼굴은 점점 야위어 가고 몸도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에요. 병원에 가 봐요!” “아니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그러고 보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집을 나간 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동안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작은아빠 오시라고 할까요?” “끄응….” 작은아버지라는 말에 할아버지가 돌아누우시며 앓는 소리를 내신다.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자 기호는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찾아 뒤적인다. “작은아빠, 저 기호예요. 지금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내려오셔야겠어요.” 일요일 아침이었다. 몇 날 동안 대문 앞을 기웃거리던 기호를 보자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게서 며칠 동안 왜 그러누?” 그때였다. “기호야!”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다. 순간 할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귀밑 볼이 불그레해졌다. “창이 왔구나! 어서 들어가자!” 할아버지는 작은아버지 손을 덥석 잡아 끈다. “아버지, 죄송해요.” 작은아버지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이제 작은아버지는 서울로 안 간단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둠벙을 가꾸겠단다. 아침부터 온종일 작은아버지는 둠벙으로 가서 일했다. 작은아버지 손길이 닿은 둠벙은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연꽃도 더 많아졌고, 부들이며 수초들도 더 많이 자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둠벙 가운데를 가로질러 직접 만들어 놓은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는 둠벙을 찾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인기 최고였다. ‘작은 생태학습장 -둠벙 이야기-’ 작은아버지는 둠벙에 팻말을 세웠다. 둠벙 들머리 정자에 걸터앉아 작은아버지의 바쁜 손길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부드러웠다. “기호야, 저 둠벙은 네 것이기도 하다.” 기호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둠벙 가운데에 우뚝 선 부들을 살랑대며 춤추게 하고 있었다. *둠벙:둠벙은 물웅덩이의 방언으로서 우리 조상들이 가뭄에 대비해 농촌 곳곳에 만들어 놓은 작은 못으로, 한국형 습지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중심이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기호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눠주기,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귀중함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어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와는 반대로 요즘의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나눠주면서 얻게 되는 행복과 기쁨, 가까운 것에 대한 귀중함과 소중함들을 한번쯤은 되짚어보며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기호의 할아버지를 통해 조금은 느리게 살면서 얻게 되는 삶의 기쁨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작가 약력 아동문학평론 ‘해님이 사는 마을’, 아동문예문학상 ‘지훈이와 할아버지’ 당선으로 등단. 제24회 새벗문학상 수상, 동화 ‘호수에 갇힌 달님’. 주요작품: 동화집 ‘내 이름은 아임쏘리’ 그림동화집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 ‘동백꽃’ 외 다수. 현재 한라산학교 강사, 서귀포신문 동화연재 중, 제민일보 생활칼럼 집필진 활동 중
  • 경암학술상에 김경만교수 등 5명

    경암교육문화재단은 21일 제5회 경암학술상 수상자로 ▲인문·사회 부문 서강대 김경만 교수 ▲자연과학 부문 노태원 서울대 교수 ▲생명과학 부문 김영준 연세대 교수 ▲공학 부문 양승만 KAIST 교수 ▲예술 부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를 각각 선정했다. 경암재단은 태양그룹 송금조 회장이 사재 1000억원을 털어 2004년 설립했다. 수상자는 1억원씩의 상금을 받으며 시상식은 11월6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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