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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희망토크] 22년 도심 외딴섬… 15개월의 기적… 그리고 다시 소망한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희망토크] 22년 도심 외딴섬… 15개월의 기적… 그리고 다시 소망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사는 임대아파트 단지는 시간이 멈춰버린 도심 속의 섬이다. 주변이 휘황찬란하게 개발될수록 섬 사람들은 더욱 고립된다. 삶의 무게 때문일까. 십수년 얼굴을 맞대며 살아온 이웃 사이엔 애틋함보다 고단함이 어려있다. 주변의 편견 속에 자기 주소를 밝히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2013년 새해 ‘소외의 섬’에서 작은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공원에 나뒹굴던 술병이 사라졌다. 술에 취해 자는 사람도, 노름하던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뛰노는 아이들과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이 공원을 채웠다. 지난 1년 3개월 사이에 경기 광명시 하안동 주공13단지 영구임대아파트에 나타난 변화다. 주민들이 직접 일궈낸 성과다. 이곳은 1990년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960명을 포함해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3300가구가 살고 있다. 23년 전에는 희망을 내걸고 지어졌지만 오랜 기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 오면서 동네는 점점 활력을 잃어갔다. 단지 내 공원은 술꾼과 도박꾼 차지가 됐고 이들이 버린 술병과 담배꽁초에 주민들은 쉴 공간을 잃어갔다. 주민 형용호(56·장애1급)씨는 이런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술 마시고 노름하는 주민들에게 따지기도 하고 설득도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지난해 9월 하안종합사회복지관 배명수(31) 지역복지팀장이 용호씨 등 마을 사람들을 찾아왔다. 마을을 바꿔보려 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아름다운 우리 마을을 사랑하는 모임’(아사모)이었다. 아사모는 먼저 공원을 바꿨다. 술 취해 자거나 노름판이 벌어지던 정자의 마루를 걷어냈다. 대신 정자의 각 기둥 주변에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설치했다. 복지관에서 줄넘기, 훌라후프, 배드민턴 등 운동기구를 빌려 주민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버려진 방범초소는 아이들이 책 보며 놀 수 있는 ‘문화사랑방’으로 꾸몄다. 잡초가 무성했던 화단에 꽃도 새로 심었다. 지켜만 보던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 공사를 도왔다. 시민단체가 자문에 나섰고 자선단체의 후원도 이어졌다. 서로 소원했던 주민을 마을공동체로 묶어주는 일도 병행했다. 2011년 10월 주민들이 참가하는 ‘명랑운동회’를 열었다. 임대단지가 생긴 후 첫 행사였다. ‘작은 음악회’도 네 차례나 개최했다. 그러는 사이 주민들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웃 주민끼리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거나 자연스레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중·고등학생, 노인, 주부 등 다양한 주민들이 아사모에 동참하면서 5명으로 시작한 회원 수는 현재 15명으로 늘어났다. 세밑 한파가 몰아친 31일 경기 광명시 하안종합사회복지관. 전동휠체어를 탄 용호씨가 문을 밀고 들어섰다. 앞서 도착한 아사모 회원 4명이 용호씨를 반겼다. 용호씨와 박명애(80·여), 최성수(55), 장성옥(39·여), 김영숙(31·여)씨 등 5명. 마을에 흘러들어온 사연도 나이도 성별도 각기 다르지만 따뜻한 정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용호씨는 젊은 시절 잘나가는 세공 장인을 꿈꿨다. 두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는 불편했지만 타고난 손기술 덕에 반지 등 액세서리를 곧잘 만들었다. 하지만 26세 때 어머니가 사고로 숨졌고 이태 뒤 아버지마저 암투병 끝에 아들 곁을 떠났다. 몸은 더 불편해졌고 직업도 잃었다. 지하 사글셋방을 전전하다 11년 전 이곳으로 들어왔다. 낙천적 성격 덕에 임대아파트 생활에 금세 적응했다. 친구도 늘었다. 팀원들을 독려하며 아사모 활동을 주도한 것도 그였다. “수급자에게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으니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색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들한테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일자리를 찾고 자활노력을 하라고 훈계하지만 그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에요. 휠체어에 의지하는 나같은 사람은 특히 그렇지요” 용호씨도 기초 수급자 꼬리표를 떼내려 노력해 봤다. 매월 40만원 정도의 생계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데 관리비·임대료로 2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고혈압, 진통제 등을 사는 데 지출한다. 남는 돈이 없다. 빈곤의 늪을 빠져 나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장애인이라 혼자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을 연민하지만 실제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요” 성옥씨가 용호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자립을 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당최 일할 수가 없는 구조이니 참….” 2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그녀는 어머니와 단둘이 56㎡(약 17평) 아파트에서 살며 생계비 60만원을 받는다. 그는 “직업을 구하고 싶어도 당장 소득이 늘면 정부로부터 받는 수급액이 줄어 솔직히 그러고 싶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월 소득이 일정수준(2인 가구의 경우 94만 2197원)을 넘어서면 수급자에서도 탈락하고 각종 지원이 끊긴다. 살림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까 싶어 부업을 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용호씨는 “부업을 하면 작은 동네라 이내 소문이 나 동사무소에서 바로 확인하러 오고 수급액이 깎인다”고 말했다. 영숙씨에게는 한창 자라는 세 아이가 행복인 동시에 고민이다. 그녀는 이날 모인 5명 중 막내지만 임대아파트 생활 경력으로만 치면 최고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아파트에 입주했고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 현재 43㎡(약 13평)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남편, 딸 셋과 함께 산다.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은 방과후 교실과 지역아동센터에서 부족한 공부를 한다. 크리스마스 때도 값비싼 장난감 한번 사달라고 한 적 없는 철든 딸이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돈들 일이 늘어날 텐데 걱정이다. 정부 지원 40만원으로 여섯 가족이 하루하루 버티는 형편에 아이들을 위한 지출은 생각하기 어렵다. 영숙씨는 “수급자에서 탈락하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편찮으신 어머니의 의료 혜택이 줄어들까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영숙씨의 아이를 친조카처럼 여기는 용호씨도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학교에서 차별당하고 상처받을까 걱정이다. 특히 13단지 주변에는 일반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하다. 그는 “13단지 아이들이 옆 단지에 가서 놀면 그곳 아이들이 ‘너네 동네가서 놀라’며 핀잔을 줬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임대아파트 아이들 문제를 여럿이 걱정하니 영숙씨의 눈시울이 이내 불거졌다. 올해 팔순인 명애씨는 5년 전 이곳에 이사왔다. 아동복점 등 젊었을 때 장사를 한 덕분에 이웃과 쉽게 친해졌다. 남편과 오래 전 사별한 뒤 30만원가량인 생계지원비와 기초노령연금으로 한달을 버틴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노인성 질환 때문에 먹는 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에는 속이 쓰려 수면내시경을 받고 싶었지만 보호자도 없고 돈도 많이 드는 까닭에 포기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이 4대 중증 질병의 병원비 보장 등 노인 복지 정책을 늘리겠다고 했다”고 하자 “젊은 사람들 세금으로 노인만 지원하면 어떡해. 나라빚이나 줄였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자리가 끝날 무렵 내내 조용히 있던 새내기 입주자 성수씨가 “남북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희망을 말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실향민이었는데 지금이라도 소원을 들어드렸으면 한다고 했다. 황해도 수안 출신이라는 명애씨도 “새 정부에서는 당장 통일은 고사하고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빨리 진행시켰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넝쿨당? 해품달? 추적자? 누가 웃을까

    넝쿨당? 해품달? 추적자? 누가 웃을까

    ‘연말 시상식의 꽃’인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의 드라마를 결산하고 안방극장을 수놓았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기대상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해마다 변별력 없는 나눠먹기식 공동 수상으로 ‘집안 잔치’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연기대상은 30일 MBC가 김재원·손담비의 진행으로 포문을 열고 31일 윤여정·유준상이 진행을 맡은 KBS와 이동욱·정려원이 MC로 나서는 SBS가 맞불 경쟁을 펼친다. 주말극의 초강세 속에 미니시리즈에서도 선전한 KBS는 쟁쟁한 대상 후보감들이 많다. 드라마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는 여주인공 차윤희 역으로 열연해 ‘국민 며느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타이틀롤을 맡은 이보영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KBS는 올해 젊은 남자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주원은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에 이어 미니시리즈 ‘각시탈’의 남자 주인공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강마루 역으로 열연하며 치열한 수목극 시장을 1위로 이끈 송중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상반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자존심을 지킨 MBC는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인 김수현을 비롯해 한가인, 정일우 등 출연진의 대거 수상이 예상된다. 시청률 면에서 성과를 거둔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도 대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막판 뒷심을 발휘한 주말 드라마 ‘메이퀸’의 주인공 한지혜, 김재원도 비중있는 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월화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남녀 주인공 조승우와 이요원이 수상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있다. 의학 드라마로서 배우들의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 월화극 ‘골든 타임’의 이성민도, 이선균과 시청률 면에서 선전한 주말극 ‘신들의 만찬’의 이상우, 성유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SBS는 화제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다소 저조했다. 그러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TV판 ‘부러진 화살’로 인기를 모은 드라마 ‘추적자’의 손현주와 김상중, ‘샐러리맨 초한지’의 이범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 드라마 시청률 10위에 유일하게 오른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 출연자들의 대거 수상이 예상된다. 꽃중년 4인방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이 대표적이다. ’패션왕‘의 유아인과 이제훈,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 등의 수상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아름다운 이별 ‘해넘이’ 뜨거운 만남 ‘해돋이’

    아름다운 이별 ‘해넘이’ 뜨거운 만남 ‘해돋이’

    연말연시 즈음의 여행 목적지로는 해넘이와 해돋이 명소가 첫손에 꼽힌다. 가는 해의 마지막 해넘이와 오는 해의 첫 해돋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서울신문이 올해 돌아본 여행지 가운데 해가 뜨고 지는 풍광이 가장 빼어났던 곳들을 골랐다. 접근성과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도 고려했다.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들녘서 맞이하는 일출 강릉 정동진:연말연시가 아니더라도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은 일년 내내 사람들로 붐빈다. 워낙 해돋이 장면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쉼 없이 밀려드는 거대한 파도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어디서고 쉬 보기 어려울 만큼 장관이다. 정동진 역 앞 해변은 어디나 감상 포인트.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관광열차 ‘해랑’을 이용하면 한결 편하게 해돋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오죽헌과 경포대, 선교장, 하슬라아트월드, 에디슨과학박물관 등 주변에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강릉시청 문화관광과 (033)640-5420. 영암 활성산:전남 나주와 영암이 경계를 이루는 곳에 불쑥 솟은 산(498m)으로, 정상에 강원 평창의 대관령 목장에 견줄 만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다. 숲보다는 넓고 평탄한 구릉이 인상적인 곳. 활성산 산정에서 맞는 새벽 풍경은 정말 빼어나다. 동쪽으로 내륙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며 달려오고 웅장한 월출산과 영암 들녘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월출산 국립공원과 왕인 박사 유적지가 지척이다. 구림마을, 덕진차밭도 멀지 않다. 맛집을 찾는다면 독천 낙지마을이 제격이다. 영암군청 문화관광과 (061)470-2255. 태백 태백산:지난해 한 여행사에서 조사한 전국 해돋이 여행지 가운데 정동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던 일출 명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에 핀 상고대와 장엄한 해돋이가 어우러져 선계를 펼친다. 해마다 12월 마지막 날에 강원 태백 시내와 태백산 일대에서 해넘이 행사를 연 다음 새벽 3시부터 산에 올라 일출을 감상하는 행사를 벌인다. 구문소, 매봉산 바람의 언덕, 흑백사진 같은 철암마을, 예수원, 귀네미마을,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추전역 등 둘러볼 명소도 많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5. 장흥 소등섬: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동진이 강릉이라면 정남진은 전남 장흥이다. 장흥에서 가장 빼어난 일출 장면을 선사하는 곳은 소등섬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됐던 남포마을 앞의 작은 섬이다. 득량만을 붉게 물들인 해가 소등섬 위로 떠오르는 풍경이 더없이 서정적이다. 삼산리 정남진 바닷가의 전망대(46m)에서 맞는 해돋이도 좋다. 소록도, 거금도 등 남해의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억불산 아래 우드랜드와 보림사, 맛집들로 가득 찬 토요시장 등도 둘러볼 만하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해송과 함께 보내는 일몰 화성 궁평항:경기도 화성 8경의 하나로 꼽히는 게 ‘궁평 낙조’다. 길이 2㎞, 폭 50m에 달하는 백사장과 수령 100년이 넘는 해송 500여 그루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펼쳐낸다. 길이 193m짜리 ‘피싱 피어’에서 맞는 해넘이 풍경도 빼어나다. 인근 화옹방조제는 반드시 들를 것. 서신반도와 우정반도를 잇는 4차선 도로로, 일직선으로 달리는 드라이브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송산면 고정리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공룡알 화석지도 있다. 화성시청 1577-4200. 부안 채석강:전북 부안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시루떡 수천 겹을 포개 놓은 듯한 바닷가 절벽이다. 채석강 일대에서 펼쳐지는 저물녘 풍경은 예부터 변산 8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나다.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듯 온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사라지는 해와 억겁의 세월이 깃든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인근 솔섬 일몰도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촬영 포인트로 꼽힌다.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내소사와 새만금 방조제, 곰소만 염전 등이 부안의 관광명소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224. 안산 탄도항:경기 안산 탄도항은 시화방조제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화성시 마산포에서 배를 타야 닿았던 섬이다. 지금은 도회지의 끝자락이 됐지만 아직도 갯마을 풍경을 적잖이 담고 있다. 탄도항 해넘이 풍경은 들물과 어우러질 때 한결 빼어나다. 포구와 누에섬을 연결하는 노둣길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와 붉은 노을이 어우러져 기괴한 풍경을 그려낸다. 시화호 갈대습지공원과 구봉도, 대부도 등이 안산의 대표 볼거리들이다. 물때는 탄도항 초입의 어촌민속박물관(032-886-2912)에서 알려준다. 창원 해양관광로:이제는 경남 창원에 통합된, 옛 마산에서 옛 진해에 이르는 바닷가에 해양관광로가 조성돼 있다. 장구섬 등의 무인도와 멀리 내륙의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길이다. 이 길이 전하는 풍경이 얼마나 빼어난지는 저물녘에 여실히 드러난다. 해가 진 뒤 10분여 동안 불이라도 난 듯 호수 같은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드는데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이란 느낌마저 든다. 저도 연륙교와 팔용산 돌탑, 주남호, 마산합포구 오동동의 ‘아귀찜 거리’를 묶어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경남종합관광안내소 (055)673-9503. ●철새 군무의 무대, 일·출몰 서산 간월호:지형적인 특성상 해넘이만 볼 것 같은 서해안에도 해돋이 명소가 많다. 그 가운데 충남 서산의 간월호 일대는 철새들의 군무와 어우러진 일·출몰을 볼 수 있는 명소로 꼽힌다. 해 질 녘엔 가창오리가, 동틀 무렵엔 기러기가 무리지어 날며 장관을 펼쳐낸다. 해 뜨기 전 검푸른 빛이던 간월호가 시간이 흐를수록 주홍빛과 금빛 옷을 갈아 입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탐조용 망원경을 가져가면 한결 빼어난 새들의 춤사위를 만끽할 수 있다. 서산마애삼존불상과 해미읍성, 개심사 등이 지척이다. 서산버드랜드 (041)664-7455. 하동 금오산:경남 하동을 3월 매화꽃, 4월 벚꽃의 고장으로만 알고 있다면 채 절반도 모르는 것이다. 하동과 남해 경계 어름에 있는 금오산에 오르면 남녘 다도해의 장쾌한 풍경 위로 해가 뜨고 지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정상까지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남해고속도로 진교나들목에서 불과 11㎞ 거리에 있다. 어른 손바닥만 한 벚굴이 나는 만덕포구와 북천역, 화개장터, 지리산 자락의 자연 차밭과 천년 차나무 등 볼거리도 많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80. 거제 홍포:경남 거제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전 구간이 일출·일몰 전망대나 다름없다. 거리는 고작 4㎞ 남짓에 불과하지만 품은 풍경만은 거대하다. 대병대도, 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죽 펼쳐져 있고 멀리 일본 땅 대마도가 아련하다. 해가 대병대도, 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질 때면 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 펼쳐진다. 상동동 계룡산(566m) 자락의 포로수용소 유적지도 유명한 해넘이 전망 포인트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거가대교 등 주변 볼거리를 돌아보자면 하루해도 짧다. 거제관광안내소 (055)639-3399. 무안 도리포:전남 무안의 해제반도는 서남해안에 치우쳐 있지만 북쪽으로 튀어나온 지형을 하고 있다. 이 덕에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명당’은 돌머리 해변 끝자락. 갯바위 위에 조성한 정자에 앉아 임자도 방향으로 잠기는 해를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무안은 볼거리보다 먹을거리가 풍족한 곳. 특히 ‘검은 비단’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해제반도 주변에 맛집이 즐비하다. 무안공용터미널 뒤편의 낙지 골목과 명산리 장어구이, 사창리 돼지 짚불구이 등도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무안군청 문화관광과 (061)450-5224.
  • 나를 치유해준 숲길, 이젠 내가 치유해야 할 길

    나를 치유해준 숲길, 이젠 내가 치유해야 할 길

    “백두대간 종주니 지리산 종주의 헉헉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이는 길 잠시 버리고 어머니 시집올 때 울며 넘던 시오리 고갯길, 장보러 간 아버지 술에 취해 휘청거리던 숲길… 그 잊혀진 길들을 걷고 걸어 그대에게 갑니다.”(이원규의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 연말연시 징검다리 휴가를 이용해 숲길 걷기가 열풍이다. 눈이 살포시 쌓인 숲길을 걷는 호젓함은 등산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숲길은 산림에 조성된 길과 이와 연결된 산림 밖의 길을 통칭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수직 형태의 길이 ‘등산로’라면 마루금을 지나지 않고 산자락을 잇는 수평한 길이 ‘트레킹길’이다. 등산의 매력이 ‘도전과 정복’이라면, 트레킹은 ‘사색’이다. 숲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을 느낀다. 숲이 잘 조성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세계적인 음악가와 철학자가 많이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숲길 조성 확산은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사업에 매몰돼 ‘짝퉁’ 숲길을 양산하고, 부실 관리로 산림 훼손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경제적 이익을 노린 상업적 투자가 발생하는 등 ‘불편한 진실’도 현실화되고 있다. 숲길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과 함께 이용자 스스로 질서를 지키는 착한 공정, 책임 여행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주민까지 살린 지리산 둘레길 국내 첫 장거리 도보 숲길이자 트레킹의 진원지가 된 ‘지리산 둘레길’ 전 구간(274㎞)이 지난 5월 25일 완성됐다. 2007년부터 조성에 나서 2008년 4월 27일 함양~남원(21㎞) 첫 구간이 개통된 뒤 5년 만에 하나로 이어졌다. 지리산 숲길은 지리산국립공원 외곽 5개 시·군(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산청·함양군)의 20개 읍·면, 117개 마을에 걸쳐 있다. 정상을 오르내리는 길이 아니라 임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 고갯길 등을 복원했다. 새로 만든 길이 전체 5%도 안 되는, 산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길이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올해 지리산 둘레길을 찾은 사람은 40여만명에 이른다. 연말까지 5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둘레길은 단절된 마을을 잇는 가교 역할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라진 5일장이 다시 등장하고, 오지에 버스 노선이 생기는 변화를 이뤄냈다. 트레킹길에 5만명이 방문하면 인근 지역에 45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53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6월 이용객(300명)과 주민(52가구) 대상 조사 결과 주민들은 민박과 특산물 판매를 통해 연간 307만원의 추가 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둘레길은 숲길의 ‘모델’이다. 길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완성됐고, 유지에도 주민 참여가 필수적이다. 숲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주민이 스스로 숲길 ‘지킴이’가 되면서 산림을 보호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용객들의 수요에 맞춰 길도 변화한다. 운봉~인월 구간 농로에는 가로수가 조성됐다. 그늘을 원하는 탐방객들의 요구를 주민들이 수용했다. 오미~방광 구간은 주민들의 요구로 두 갈래길이 생기는 등 ‘살아 있는 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의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사단법인 숲길의 이기원 사무국장은 “둘레길은 관광이나 정복을 위한 산행이 아닌 개인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순례길로 설계됐다.”면서 “속도와 경쟁의 일상에서 탈출해 여유를 느끼고, 소외된 농촌사회의 속 모습을 보며 함께 고민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산림청, 5대 명산 둘레길 구축 산행이 건강 중심에서 가족 중심의 체재·체험형 활동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숲길은 숲에서 생태와 역사를 배우고 문화 체험 등이 가능한, 새로운 트레킹 문화를 상징한다. 등산 인구 증가로 등산로 훼손이 심각한 점을 감안, 등산로에 집중된 이용객을 분산해 산림을 보호한다는 정책적 목적도 뚜렷하다. 숲길은 ‘철학’을 담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이용·보전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 활력 증진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 기존 길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원지역은 피하며, 전체 노선의 50% 이상은 숲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성 원칙도 만들어졌다. 산림청은 향후 2021년까지 1조 3000억원을 들여 전국 숲길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숲길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가 트레킹길(5600㎞)과 지역트레킹길(2000㎞)를 조성하고, 등산로(1만 2300㎞)를 정비하기로 했다. 국가 숲길은 백두대간·비무장지대(DMZ)·서부종단·남부종단·낙동정맥 등 5대 트레일과 설악산·속리산·덕유산·지리산·한라산 등 5대 명산 둘레길이 기본 축이다. 지역 숲길은 큰 틀인 국가 숲길과 연계, 지역 특성을 고려해 조성한다. 내포문화숲길과 서울둘레길, 남도오백리역사숲길 등이 대표적인 지역 숲길이다. 둘레길은 시작과 끝을 구분하지 않기에 ‘종주’나 ‘완주’의 개념이 없다. 길은 끝나지 않기에 오늘 선 자리가 언제나 시작점이다. 순위를 따지는 ‘대회’ 대신 ‘축제’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간 구분을 마을 이름으로 표시한 것은 탐방객들이 지역을 더 많이 알게 하자는 ‘상생’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이준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숲길은 길만 내서는 안 되고 운영 관리까지 고려한 착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역활성화에 기여하고 산림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한국적 숲길이 추구하는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택가 ‘짝퉁 숲길’ 등 문제도 우리나라는 주변에 산이 많은, 천혜의 인프라를 보유해 작은 노력으로 숲길을 조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숲길은 산림 훼손을 줄일 수 있고, 장애인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등 환경·복지와 연계가 가능해 효과는 배가 된다. 국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 숲길을 선보이고 있다. 둘레길·자락길·누리길·탐방로 등 명칭뿐 아니라 역사와 자연을 연계한 스토리텔링, 힐링 숲길 등 모습도 다양하다. 숲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건강과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하는 동시에 이용자는 최소 비용을 부담하면서 건강과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처럼 숲길이 전국에 걸쳐 ‘우후죽순’으로 조성되면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즉흥적이고 단기적 추진에 숲길의 일관성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도심 숲길의 상당 구간이 주택가와 대로변을 통과하고, 등산로와 구분이 안 되는 짝퉁 숲길이 등장해 불쾌감을 준다. 운영관리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즉각적인 보수가 이뤄지지 못해 이용에 불편을 주면서 오히려 인식이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용객의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지난 7월 한달간 5600㎏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에서 장사꾼이 몰려들고, 단체 관광객의 음주와 고성방가,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작물 훼손도 끊이질 않아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가 하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투자 움직임이 일고 있다. 펜션이 들어서는가 하면 편리하고 시설 좋은 민박으로 바꾸는 곳이 생겨났다. 자율이 제 역할을 못하면 제약이 뒤따른다. 리플릿의 유료화, 쓰레기 봉투 구매 등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고,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예약제 등이 고려될 수도 있다. 이기원 사무국장은 “지역민의 이기심과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고착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처음 같은 길’을 만들겠다는 꿈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2012 안방극장 총결산] 시청률 품은 중장년 KBS 연속극에 넝쿨째 굴러왔네

    [2012 안방극장 총결산] 시청률 품은 중장년 KBS 연속극에 넝쿨째 굴러왔네

    2012년 TV 드라마는 한마디로 주말극의 초강세와 미니시리즈의 침체로 요약할 수 있다. 중장년층이 위력을 과시하면서 안방극장에서도 ‘노령화’가 심화됐다. 인터넷과 DMB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드라마를 보는 젊은 시청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신 톡톡 튀는 드라마는 케이블TV 덕에 약진했다. ●KBS 연속극 시청률 TOP 10 중 6개 차지 주말 밤 8시에 방송되는 주말극은 그동안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올해는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빠른 전개와 젊은 감각에 현실적인 소재를 잘 버무려 전 연령층에서 사랑을 받는 장르로 거듭났다. 시집살이를 풍자한 ‘시월드’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대표적이다. 평균 시청률 33.1%로 올해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미니시리즈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주말극에 접목시켜 다양한 시청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주말극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고부 관계를 며느리의 관점에서 신선하게 풀어가며 공감대층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 40~6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시청했지만 40대 남성의 시청률도 높게 나타났다. 시청률 3, 4위도 KBS 2TV 주말연속극 ‘오작교 형제들’과 현재 방영 중인 ‘내 딸 서영이’가 차지해 주말극 초강세를 입증했다. 반면 시청률 10위 안에 든 밤 10시대 미니시리즈는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과 월화극 ‘빛과 그림자’ 등 단 두 편이었다. 두 작품은 사극과 시대극으로 중장년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다. 시청률 5, 6위도 KBS 일일극 2편이 차지했고 40대 꽃중년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이 공동 9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시청률 1위를 비롯해 10위권 내에 주말 및 일일극이 7편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시청률 20위권에 미니시리즈가 9편 올랐지만 올해는 6편에 그쳐 안방극장의 노령화를 뒷받침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인터넷과 DMB 등 다변화된 매체 환경으로 젊은 시청자가 이탈했고 TV 주시청층이 중장년층으로 올라가면서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드라마에 적극 반영하는 등 내용이 노령화되고 있다.”면서 “안방극장의 노령화는 자칫 타성에 젖은 상투적인 통속극을 양산해 장기적으로 드라마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KBS 측은 노하우가 쌓이고 주말극의 성격에 변화를 주면서 나타난 성과라고 설명했다. KBS ‘내 딸 서영이’의 제작을 맡고 있는 문보현 책임 프로듀서(CP)는 “KBS는 단막극 때부터 긴 호흡의 연속극에 적합한 작가나 연출자를 꾸준히 육성해왔고 최근 작가의 연령대가 대폭 젊어지면서 주말극에도 젊은 바람이 불었다.”면서 “기존의 원초적 선악 대립 구조에 기댄 복수극이나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 딜레마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캐릭터를 강화해 주말극 성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판타지 드라마 시들… 현실형 미니시리즈 인기 ‘드라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밤 10시대 주중 미니시리즈는 시대극이나 감수성 짙은 멜로, 시대상을 반영한 정극, 전문직 드라마 등이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유행했던 판타지나 타임 슬립(시간 이동) 장르의 인기가 시들해진 대신 현실에 천착한 묵직한 드라마가 대세를 이뤘다.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률 1위는 평균 시청률 32.9%를 기록한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이다.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김수현)과 비밀에 싸인 무녀 월(한가인)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멜로와 사극이 결합된 로맨스 사극으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을 동시에 매료시켰다. 신인이었던 김수현은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리며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2위는 1970년대 엔터테인먼트업계를 조명한 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드라마로 주목받았다. 주인공 강기태 역의 안재욱은 오랜 부진을 씻고 재기에 성공했다. 3위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시대의 영웅 각시탈의 활약을 그린 KBS 수목극 ‘각시탈’이 차지했다. KBS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정통 멜로의 부활을 알리며 4위에 올랐다. 선악을 오가며 섬세한 연기를 펼친 강마루 역의 송중기는 하반기 안방극장의 최대 스타로 떠올랐다. 의학 드라마는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며 전문직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켰다. KBS 월화극 ‘브레인’(5위)과 MBC 월화극 ‘골든 타임’(9위)이 대표적이다. 생명의 존엄성의 가치, 생사의 기로에 선 긴박감, 배우들의 호연은 이들 드라마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스타 캐스팅보다 웰메이드 드라마에 환호 샐러리맨의 애환을 그린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6위)와 TV판 ‘부러진 화살’로 불렸던 ‘추적자’(8위)는 현실 시대상을 반영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추적자’는 억울하게 딸을 잃은 한 형사를 통해 거대 권력에 대항하는 소시민의 눈물겨운 복수극을 그려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사회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반향이 더욱 컸다. 반면 지난해 ‘시크릿가든’의 인기로 촉발됐던 판타지물은 올해 인기가 시들해졌다.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SBS ‘신의’와 MBC ‘닥터진’ 등은 시청률이 저조했다. 부부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의 코믹 판타지극 ‘울랄라 부부’도 초반에 배우들의 명연기로 눈길을 끌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성적이 부진했고 신민아, 이준기, 유승호 등이 출연한 판타지 사극 MBC ‘아랑사또전’의 시청률도 기대에 못 미쳤다. 대신 케이블에서는 tvN이 ‘로맨스가 필요해2’, ‘응답하라 1997’ 등 젊은 시청자를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로 지상파 드라마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올해 미니시리즈는 현실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낸 진정성 있는 작품과 콘셉트와 색깔이 분명한 작품들이 성공했다.”면서 “매체 환경의 변화로 시청률과 화제성이 점점 별개로 돼 가는 만큼 내년에도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소재와 감성, 이야기를 담은 미니시리즈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교수는 “복수와 치유가 올해 미니시리즈의 화두였고 정치적 이슈로 현실을 자각할 수 있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면서 “올해 케이블 TV에서 지상파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장르적 성격이 강한 드라마들이 틈새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보완 역할을 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日서 한국인에 안전검증 안된 줄기세포 시술… 新마루타?

    日서 한국인에 안전검증 안된 줄기세포 시술… 新마루타?

    일본에서 한국인 환자들을 상대로 한 줄기세포 시술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특정 병원 한 곳에서만 매달 500여명의 한국인 환자들이 시술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행위가 사실상 금지돼 있으나 일본에서는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법률 및 제도 미비로 줄기세포 해외 원정시술이 성행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2010년에도 중국과 일본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사망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줄기세포 제조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의 한 병원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후쿠오카시 하카다구의 피부과 병원 ‘신주쿠클리닉 하카다원’은 매달 500명 가까운 한국인에게 줄기세포를 투여하고 있다. 이 병원은 한국 바이오벤처 회사인 알앤엘바이오로부터 한국인 환자들을 소개받아 이 회사가 배양해 보관하는 줄기세포를 주사 등으로 투여한다. 이 병원 의사 에나미 히사오는 “한국인 환자에게 본인의 지방으로부터 떼어낸 간엽(間葉) 줄기세포를 투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알앤엘바이오가 줄기세포 보관료 등으로 환자로부터 1000만∼3000만원을 받고 계약을 한 뒤 일본 등 규제가 없는 외국 의료기관에 협력금을 지불하고 환자를 소개한다고 한국 보건복지부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알앤엘바이오는 성체줄기세포 시술이 국내에서 금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 도쿄와 교토, 중국 옌지 등지의 병원과 제휴를 맺거나 아예 병원을 세워 ‘의료관광’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병원에서 시술을 희망하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채취, 배양한 뒤 해외 병원에서 시술하는 방식이다. 해외의 알앤엘바이오 제휴 병원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는 국회의원과 기업인, 유명 연예인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강남 등에서 의료관광단을 모집해 해외 관광과 연계한 고가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이 회사의 주선으로 해외 병원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사람은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 심장병, 류머티즘, 파킨슨병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줄기세포 원정 시술을 받고 있지만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에는 교토 시내의 클리닉에서 줄기세포를 투여받은 한국인 당뇨병 환자(남·73)가 폐동맥이 혈전에 막혀 사망한 사례도 있다. 줄기세포 학계의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 시술은 의학적인 검증 절차가 생략돼 있고, 대부분의 경우 주입된 줄기세포는 지방으로 분화돼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편법과 과장 광고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줄기세포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해외에서 아직까지 시술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은 한국인의 줄기세포 시술 성행 등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되자 관련법을 제정해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줄기세포의 배양과 사용 2단계에 걸쳐 규제하기로 하고, 필요할 경우 벌칙 부과도 검토하기로 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서울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애니맥스 22~25일 성탄특집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애니맥스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크리스마스 특집 프로그램을 특별 편성한다. 24일 오후 5시, 25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어린이의 친구 ‘날아라 호빵맨’ 크리스마스특집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엉뚱 발랄한 소녀 마루코의 크리스마스 소동기를 담은 ‘마루코는 아홉살’ 특별 에피소드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4시 30분과 오후 8시 30분,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오전 10시에 시청자를 찾아간다. 이 밖에도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의 극장판 시리즈와 ‘날아라 호빵맨’ 극장판 시리즈, 고전 애니메이션 ‘머털도사’ 시리즈 등이 방영될 예정이다.
  • “노태우를 단죄하며…” 생가 방화 추정 불…경찰 수사

    “노태우를 단죄하며…” 생가 방화 추정 불…경찰 수사

    대구 동구 신용동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2일 오전 4시 5분쯤 노 전 대통령 생가에서 불이 나 목조 마루 4곳과 안방, 작은방 문 일부가 검게 그을린 뒤 자연 진화됐다고 13일 밝혔다. 생가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60, 7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화재 발생 직전 노 전 대통령의 생가에 들어가는 장면과 곧이어 화염이 치솟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동구청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생가에서 누군가 불을 지른 흔적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었다. 화재 현장에는 ‘정의실천행동당’ 명의로 작성된 A4 용지 두 장짜리의 편지가 발견됐다. ‘노태우를 단죄하며’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노 전 대통령을 “쿠데타를 일으킨 도적의 똘마니”라고 표현하고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비자금을 조성하고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부정 축재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대통령직을 이용해 국민의 재산을 훔치는 도둑들이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생가에 불을 지른다.”는 내용도 있다. 경찰은 누군가가 생가 관리인이 밤사이 자리를 비우는 점을 알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와 피해 내역 등을 조사 중이다. 불이 난 생가는 부지 466㎡, 건물 면적 66.45㎡의 1층짜리 목조 건물 3동으로 구성돼 있고 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교 시절까지 살았다. 노 전 대통령의 일가와 종친은 2009년 이 건물을 보수한 뒤 생가 옆에 관리동을 신축해 이듬해 생가와 함께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현재는 동구청이 대구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생가를 관리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없는 페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데 역설적으로 페루에서 마추픽추를 지워야 또 다른 페루의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잉카 제국이 남긴 수많은 유산들에 앞서 페루의 자연을 먼저 이야기하려 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척박함과 아름다움의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사막과 100만 마리 바닷새들이 살아가는 절해고도, 그리고 하늘이라도 능히 담아낼 것 같은 넓고 아름다운 호수를 먼저 알아야 그 안에 깃든 문화와 역사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구 반대편에 나와 비슷한 키에 나보다 다소 검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도 그제야 새삼 깨닫게 되지요. ■ 개성 넘치는 자연, 천의 얼굴을 가진 사막 페루에는 독특한 기후를 가진 세 지역이 공존한다. 칠레까지 길게 이어진 태평양 연안의 해안지역과 안데스 산맥의 고원 지대, 그리고 아마존의 정글 등이다. 독특한 기후는 독특한 풍경을 낳는다. 마추픽추로 상징되는 오래된 풍경들 말고도 페루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많다. 다만 잉카의 유산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수도 리마를 통해 입국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1800마일(약 3000㎞)에 달하는 사막지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태평양 연안의 적갈색 땅은 그 전조였던 셈. 잉카의 제국에서 사막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유려한 곡선과 음영을 가진 전형적인 사막에서부터,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그로테스크한 마을 풍경까지, 척박하고 단조로운 풍경이 주는 감동은 넓고 또 깊다. 사막으로 가는 첫 관문은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다.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의 아르헨티나까지, 남북아메리카를 잇는 2만 6000㎞ 길이의 고속도로다. 리마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00㎞쯤 남쪽으로 달리면 이카(Ica)다. 건조한 사막 도시지만, 관개농업 덕에 아스파라거스 생산량 세계 1위에 오를 만큼 농업 도시로 성장했다. 이카 외곽에 와카치나 오아시스가 있다. 오래전엔 인근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으나, 농업용수로 끌어다 쓰는 통에 지금은 2개만 남았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의 와카치나에는 전해오는 설화가 있다. 오래전 한 여인이 한 달에 한 번씩 이 오아시스에 와서 목욕을 했더란다. 그러던 어느날 여인은 자신의 알몸을 훔쳐보던 한 남자를 거울을 통해 보게 됐고, 수치심에 달아나다가 오아시스의 인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딘가 우리 ‘선녀와 나무꾼’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건조한 기후 탓에 오아시스가 계속 말라가고 있다. 급기야 지방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물을 채워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현재는 50%만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물이고, 나머지는 공급된 물이다. 와카치나 오아시스 주변으로는 300m 높이의 모래언덕이 에둘러 펼쳐져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산을 힘겹게 오르면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움푹 파인 오아시스 마을 너머 수없이 중첩된 모래산들이 황톳빛 마루금을 펼쳐낸다. 모래 언덕 위엔 샌드 보드와 버기카, 지프 등을 타며 스릴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구역 내 캘리포니아 사막도 가볼 만하다. 와카치나 오아시스에 견주자면 전형적인 사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래가 바람을 만나 칼날 같은 경계선을 그리고, 그 위로 햇살이 깃들며 깊은 음영을 그려낸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와카치나와 달리 캘리포니아 사막은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 대중교통은 없고, 여행사에서 운용하는 어드벤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모래언덕을 지프를 타고 돌아보는데, 짜릿하고 스릴 넘친다. ■ ■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스 섬 사막도시 이카와 위도상 비슷한 위치에 파라카스 반도가 있다. ‘모래바람’이란 뜻의 반도는 퍽 인상적인 풍경을 지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자락들이 여인의 허리를 연상시키는 곡선을 그리며 바다로 줄달음친다. 파라카스 반도의 끝자락에서 한발짝 내디디면 바예스타스 섬이다. 1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바예스타스 섬으로 가는 들머리는 파라카스항이다. 페루의 주요 어항 가운데 한 곳이라는데, 우리의 항·포구에 견줘 한적하기 짝이 없다. 반면 항구 앞바다는 부산하다.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쫓고, 페루비안 부비새들은 수면 가까이 떠오른 물고기떼를 공격하기 위해 날개를 접은 채 화살처럼 내리꽂힌다. 펠리컨들도 경쟁하듯 자맥질에 한창이다. 바예스타스 섬까지는 19㎞, 배로 30분 정도 걸린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이 장관이다. 저 유명한 ‘칸델라브로’(Candelabro), 이른바 ‘촛대 그림’도 바로 이 길에서 만난다. ‘촛대 그림’은 파라카스 반도 위에 그려져 있는 문양으로 나스카 라인에 빗대 ‘작은 나스카’라 불린다. 세로 길이는 180m, 가로는 70m다. 폭은 4m, 선의 깊이는 30㎝ 정도다. 현지 가이드 호세는 “주변에 유기물이 없어 탄소연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만들어졌는지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나스카 라인이 있는 남쪽을 가리키고 있어 이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바예스타스 섬은 새들의 낙원이다. 남미 바다사자 등 포유류도 눈에 띄지만, 절대 다수는 새들이다.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섬에 서식하는 바닷새는 모두 60여종. 페루비안 부비새와 가마우지 등이 우점종이고, 훔볼트 펭귄 등 진귀한 새들도 세들어 살고 있다. 100만 마리의 새가 한 자리에 모여 재잘대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지, 혹은 수 만 마리 바닷새가 동시에 섬 주변을 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단언컨대, 그 순간 만큼은 배멀미를 하거나, 새똥 냄새에 역겨워하는 당신은 없다. 섬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새는 과나이 가마우지다. 인산질 비료로 이용되는 새똥, 구아노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섬에서 최초로 구아노를 채취한 이들은 16세기 잉카인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7년에 한 번씩 채취하는데, 대개 5월에 시작해 6개월쯤 소요된다. 한번에 채취하는 양은 6000t 정도. 1㎏ 당 1.25 유로(약 1750원)의 고가에 팔린다. 재정이 취약한 페루로서는 새들에게 톡톡히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바예스타스 섬은 모두 3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자세히 보면 섬 곳곳에 구아노가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돌담을 쌓아 뒀는데, 19세기 초반 그리스인들이 조성한 것이다. 잉카의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 또한 호수 남쪽 ‘태양의 섬’에서 태어났다고 페루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높이는 해발 3800m. 지구를 통틀어 배가 오갈 수 있는 호수 가운데 하늘과 가장 가깝다. 우리 백두산(2744m)도 티티카카 호수보다 낮다. 타원형으로 생긴 호수는 가장 긴 곳이 165㎞, 짧은 곳도 60㎞에 이른다. 이쯤되면 호수라기보다 바다에 가깝다. 최고 수심은 284m. 페루 북쪽의 아마존강과는 형제나 다름 없다. 같은 산에서 발원한 뒤 흘러 가는 방향만 달리한다. 호수는 페루 남쪽에서 볼리비아와 경계를 이룬다. 호수의 60%는 페루에, 40%는 볼리비아에 속한다. 티티카카에서 티티는 푸마, 카카는 회색(아이마라어), 또는 바위(케추아어)라는 뜻이다. ■ ■ ■ 잉카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 티티카카 호수엔 건기와 우기만 존재한다. 11~4월이 우기에 속하는데, 밤이 되면 비가 쏟아지고, 낮에는 흐리거나 맑은 날씨가 반복된다. 기온 또한 낮엔 30도 가까이 치솟고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호수 내 섬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우로스 섬’이다. 갈대섬과 갈대배로 유명하다. 현지 관광청 직원인 훌리오 세자르에 따르면 페루 지역에만 모두 73개의 갈대섬이 물에 떠 있다. 주민수는 800여 가구에 2900여명. 유치원 2개, 초등학교 5개, 고등학교 1개가 있다. 각각의 섬에는 5~10가구가 산다. 모든 가구는 혈연으로 연결돼 있다. 주민들은 갈대섬에서 태어나 갈대섬에서 인연을 만나고, 생을 마감한단다.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갈대섬 문화는 기원전 1000년쯤 볼리비아에서 먼저 시작됐다. 갈대섬 조성 방법은 간단하다.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갈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호수 바닥과 함께 물 위로 떠오른다. 뿌리 안에 많은 양의 공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호수 바닥과 연결된 부분을 자른 뒤, 이 블록을 다른 블록과 연결하면 섬의 기반이 완성된다. 처음에는 밧줄로 블록들을 연결하지만, 5년 정도 묶어 두면 갈대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 자라면서 자연스레 튼튼하게 연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반 위에 싱싱한 갈대를 한 층은 가로로, 그 위층은 세로로 얹고 단단히 밟아 바닥을 완성한다. 이 위에 갈대집 ‘우타’를 짓고 생활한다. 갈대섬은 모계 중심 사회다. 낚시로 물고기를 잡거나 물새알 채집, 새 사냥 등으로 끼니를 장만한다. 갈대는 집 짓는 자재이자 식량이다. 옥수수대처럼 뿌리 쪽 하얀 부분을 먹는데, 치아에 좋은 성분이 많아 섬 주민들이 평생 치과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유명세에서는 밀릴지언정 풍경의 깊이로는 몇 곱절 빼어난 곳이 타킬레 섬이다. 섬 내 가장 높은 곳은 4050m에 이른다. 섬에 들면 먼저 유칼립투스 나무가 진한 향기로 이방인을 맞는다. 섬은 전남 완도의 청산도를 닮았다. 섬 전체에 이리저리 돌담길이 나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당리의 보리밭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섬 주민들이 착용한 현란한 색상의 모자와 허리띠 등의 직물이다. 특히 남자들의 뜨개질 솜씨가 일품이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섬 총각이 장가를 들기 위해선 모자를 견고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혼인을 허락받기 위해 장인 앞에서 자신이 만든 모자로 시험을 치르는데, 모자에 물을 담아 물이 샌다거나, 모자를 세워 조금이라도 옆으로 쓰러지면 가차없이 퇴짜를 맞는다. 이렇게 튼튼한 모자를 만들기 위해선 꼬박 8개월~1년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섬에서 모자는 신분의 상징이다. 결혼 유무와 섬 내 지위, 심지어 기분의 좋고 나쁨까지 모자로 표현한다. 글 사진 이카·푸노(페루)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페루의 화폐 단위는 솔(Sole)이다. 국내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다시 솔로 바꾼다. 1달러에 2.5솔 정도다. 현지에서 ‘프라피노’(팁)를 줘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므로 잔돈을 여유있게 바꿔 가는 게 좋다. >>관광지마다 전통 복장을 하고 ‘모델’로 나서는 현지인들이 많다. 특히 프라피노를 요구하며 달려드는 어린이들의 ‘습격’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누구나 프라피노를 요구하는데, 2~3솔 정도가 일반적이다. 어린이를 위해 초콜릿 등 과자나 연필 등 학용품을 선물로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계절 옷을 전부 준비하는 게 좋다. 리마 등에서는 가벼운 복장으로도 충분하지만, 안데스 등 고산 지역과 사막에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한낮에도 덥긴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곧 서늘해진다. >>입국할 때 반드시 비행기 왼쪽 좌석에 앉을 것. 태평양 연안을 따라 리마까지 가는 동안 웅장한 안데스 산맥의 ‘백만불짜리’ 풍경과 줄곧 동행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택시를 탈 땐 흥정을 잘 해야 한다. 우리처럼 계기판 요금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 타기 전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정하는데, 특히 화폐 단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무심코 숫자만 불렀다간 솔이 아닌 달러로 계산해야 하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 [서울광장] 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이유/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이유/임태순 논설위원

    임기 말이 되면 실정이 겹쳐 국민들이 으레 등을 돌린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도 욕을 많이 먹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역시 더하면 더했지 못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의 과(過) 못지않게 공(功)도 분명 있으련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의 곁을 떠났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물론 안철수씨까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목소리로 통합을 들고나온 것만 봐도 얼마나 민심이 갈라졌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큰 짐이 되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는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도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소설가 공지영도 쌍용차 사태를 다룬 책 ‘의자놀이’에서 “쌍용차를 헐값에 매각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 각료들과…, 상하이차의 ‘먹튀’를 방조한 이명박 정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쌍용차는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4년간 경영하면서 4000억원 투자, 생산설비 확충 등 약속은 지키지 않고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과 핵심 연구원을 빼돌리는 등 단물만 빼먹고 철수했다. 정부가 상하이차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더라면 쌍용차가 저렇게 만신창이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쌍용차 사태는 온전히 MB 정부의 몫으로 남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009년 중반 노조원들의 파업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이 결정적일 것이다. 공지영은 의자놀이에서 한 노동자의 ‘경찰이 원없이 다 했잖아요. 우리는 마루타가 된 거잖아요.’라는 말을 인용해 경찰 진압이 살벌하게 이루어졌음을 고발하고 있다. 물론 의자놀이는 노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편파적이거나 과장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농성장에 물과 전기 공급을 끊고 테러 진압에 쓰이는 테이저건을 쏘며 발암물질이 든 최루액을 공중투하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생존권 투쟁을 하는 노조원들에게 불법기구나 물질을 사용하며 진압을 한 것이다.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직속 상관인 경찰청장을 제치고 청와대에 직보, 진압에 나섰다고 하니 그의 ‘의욕과잉’이 폭력 진압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권력의 남용이나 부당한 행사는 후유증이 크다. 조현오 경기청장은 나중에 경찰청장까지 됐지만 그의 무모함으로 인해 MB 정부는 큰 상처를 받았다. 공권력은 국민들이 경찰, 검찰 등 법 집행 기관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이 주인에게 폭력을 휘둘렀으니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의자놀이를 보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말까지 나온다. 얼마나 모멸감을 느꼈으면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버리고 싶다고 했을까. 공권력의 자의적 행사는 MB 정부 들어 유독 많았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구입 의혹을 야기한 공권력 집행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두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으나 부실, 축소 수사로 인해 특검이 다시 수사를 해야 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족에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칼자루를 쥔 사람들은 공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든 곧 잊게 되지만 공권력의 횡포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결코 잊을 수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게시판’ 등 한 번 등돌린 국민들의 생각을 강화시켜 주는 기제가 도처에 쌓여 있다. 정권에 대한 증오감, 거부감이 쉽게 증폭될 수 있는 취약한 사회 구조라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권력을 더욱 공정하고 엄정하게 행사해야지 그렇지 않고 정권의 전리품이나 프리미엄으로 여겼다간 그 사회의 소통과 통합은 요원해지기만 한다. stslim@seoul.co.kr
  •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후덕한 인상의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반하다 [반ː하다] [동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같이 쏠리다. 미치다 [동사] 「…에/에게」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 불국사도 석굴암도 좋고, 수학여행의 추억마저 좋은 너와 나는 이래저래 경주를 좋아한다. 그 경주의 남산에는 유독 그 마음이 넘쳐난다. ‘반하거나 미치거나’ 하는 경주 남산의 매력은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반할 수밖에 없는 남산南山 경주 왕궁의 남쪽에 자리해 이름 지어진 남산. 신라 사람들은 진짜 부처님이 남산에 살아 계셔 백성이 원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믿었다. 신라의 임금마저도 남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굳건한 믿음은 남산을 경주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품은 곳으로 남게 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신라인들의 믿음의 흔적을 쫓아 남산에 오른다. 신라인들은 남산의 웬만한 돌 위마다 불상과 탑을 세웠다. 또한 반반한 절벽이라면 여지없이 부처님이 자리한다. 13기의 왕릉, 4개의 산성 터, 147개의 절터, 118체의 불상, 96기의 탑, 22기의 석등, 19점의 연화대 등 남산에서 발견된 문화유적은 672점에 이른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골짜기에 불상의 파편이 떠 내려오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니 숨겨진 문화유적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백년을 거쳐 쌓은 믿음의 세월은 이처럼 단단하고 거대해 하루 만에 쫓아 눈에 담기에 부족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산에 오르는, 남산에 반쯤 미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까닭도 이러하다. 하루 혹은 이틀, 짧은 시간을 남산에서 보내는 이들이라도 남산에 반하고 만다.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성된’ 신라인의 종교이자 믿음은 남산이라는 자연을 만나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됐다. 경주 서남산의 문화유적 탐방 코스이자 산행 코스는 남산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삼릉에서 시작해 삼릉골(냉골)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골에서 마감하는 이 코스는 3~4시간의 온전한 등산 시간을 요한다. 문화유산해설이 곁들여지면 6~7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서남산 삼릉-용장골 코스는 삼릉, 냉골 석조여래좌상, 마애관음보살입상,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경주 삼릉계석불좌상, 상선암마애대좌불,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금오산 정상, 삼화령 대연화대,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용장사지 삼륜대좌불, 용장사터, 탑재와 석등대석, 용장계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의 문화유적을 순서대로 쫓는다. 길은 때로는 평탄하고 때로는 가파르며 험난하다. 흙길은 돌길이 됐다가 바윗길이 되고 다시 돌길과 흙길로 바뀐다. 다만 길을 따라 불상과 탑이 이어지는 건 한결같다. 비와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유적들은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이 길 위, 숲 속에 고이 앉은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다. 연화대좌에 앉은 이 좌상은 애초에 노천불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비바람을 맞을지언정 자연과의 조화를 깨트릴 수 없었던 신라인들은 전각 대신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나무를 기둥으로 세웠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얻었다. 절벽 아래 중생을 굽어 살피는 상선암마애대좌불을 지나면 곧 금오산 정상이다. 서라벌 벌판과 북남산을 굽어보려면 정상 못 미처 자리한 금송정터와 바둑바위에 오르는 것이 좋다. 막상 정상에서는 별다른 전망을 볼 수 없다. 하산 길, 용장사지 동편 능선 위에는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자리했다. 어느새 뉘엿거리는 해에 삼층석탑이 불그스레하다. 용장사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삼층석탑은 3층 옥개석까지의 높이가 4.5m다. 수많은 남산의 탑들처럼 기단은 따로 없다. 앞서 불상과 마찬가지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신라인들은 자연의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탑을 조성했다.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200m 높이의 기단은 이렇게 탄생해 2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완성했다. 서남산의 삼릉-용장골 코스에 비하면 동남산 기슭의 유적들은 찾기가 수월하다. 15분여 가파른 코스의 산행이 필요한 보리사 마애석불을 제외하면 산책 수준에 불과하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에서 시작해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리사 마애석불, 헌강왕릉, 정강왕릉, 서출지, 남산리 사지 쌍탑 등지를 둘러보려면 4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간중간 차로 이동해도, 걸어도 좋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은 부처골감실불상으로도 불린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 감실을 파고 부처를 새겨 놓았는데 후덕한 인상과 팔짱을 낀 손 모양 때문에 선덕여왕의 상이라는 설도 떠돈다. 바위에 올라 감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채색된 연꽃 그림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기는 조금 어렵다.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은 부처의 세계다. 높이 10m, 둘레 40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의 사방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불상과 탑이 새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선녀도 보인다. 경주 남산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이 가까이 자리했다. 양피사지와 염불사지의 쌍탑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염불사지 두 기의 탑은 복원과 동시에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안치했다. 민간에서 추진한 일이라 자부심이 크다. 1 노천불인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2 동남산 기슭에 자리한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다리품을 적게 팔고 만날 수 있는 신라의 아름다움이다 3 중생을 굽어 살피며 아래로 시선을 둔 상선암마애대좌불 4 동남산 가파른 산길을 350m 정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보리사 마애석불 상선암마애대좌불. 금방이라도 바위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남산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걷는 남산은 더욱 풍성하다. 유적지의 안내판이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과거 신라의 풍경이 그림처럼 피어 오른다. (사)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에 남산유적답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삼릉 코스, 동남산 코스, 동남산 산책, 남남산 산책 등 4개의 산행 코스와 삼릉 가는 길(둘레길 걷기)을 포함한 5개의 정규 코스를 해당 일에 맞게 운영한다. 매월 보름 전후 토요일에는 남산달빛기행을 떠날 수 있다. 저녁 7시 혹은 7시30분에 출발해 밤 11시30분경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이 또한 무료다. 문의 054-777-7142 www.kjnamsan.org ●미친 사람들 경주에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 남산 해설을 맡아 주신 (사)경주남산연구소의 김구석 소장도 그랬다. 신라의 흔적을 찾아 남산에만 3,000번 가량 올랐다는 그는 아예 남산 용장골에 집을 짓고 남산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답사 여행객 맞이와 강의에 그는 늘 바빠 보였는데 실제 경주에서 만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은 늘 바빴다. 자연에서 얻어 살다 야선미술관 박정희 관장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어제 캔 나물.” 아침 밥상에 놓인 나물 이름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어제 캔 나물이라니. 하기는 자연이 기른 채소를 어제 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직접 가꾼 텃밭과 들과 산에서 채취한 싱싱한 채소들은 야선미술관 밥상의 선식으로 오른다. 덖은 무는 갈빛, 맨드라미는 선홍빛 선차가 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상과 찻상은 자연히 건강을 부른다. 야선미술관은 박정희 관장(사람들은 편하게 야선 선생님이라 부른다)의 호를 따 이름한 미술관이다. 경주 동남산 기슭에 3년여 동안 지은 네 채의 한옥은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며 선식과 선차를 먹고 마시며 한옥에서 잠자리를 갖는 웰빙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야선 선생님은 대구의 서당에서 훈장을 했다. 십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에 기운은 없었다. 우연히 들렀던 경주 남산에 터를 잡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15년. 건강한 몸의 야선 선생님은 경주 남산의 건강 전도사가 됐다. 가진 것이 많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에 야선 선생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빚마저도. 3년여 한옥을 지으며 앞을 향해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잠자리와 먹을 것,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남았으니 확실히 가진 게 많아 보인다. 야선미술관의 익살맞은 작품 한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야선미술관의 모습. 선식과 선차는 사진 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한옥에서 맛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한옥 문화공간 진 한유진 대표 한옥을 허물고 집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가족들도 환영하지 않았다. 마침 남편이 해외에 있어 때가 잘 맞았다 한다. 간절한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한유진 대표가 남 보기에 ‘미친 짓’에 매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던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경주도 그런 곳이었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는 늘 아련하고 그리운 고향이었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경주 동성로의 한 켠에는 큰 대문을 지닌 기와집 한 채가 서 있다. 현대식 상가 가운데에 단아하게 자리해 저절로 눈이 가는 집이다. 집주인이자 집 한 켠을 빌어 ‘문화공간 진’을 운영하는 한유진 대표는 이 집의 대문에 먼저 반했다. 집 내부는 보지도 않고 ‘이 집이 내 집이 됐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2009년,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1942년 광산댁이 지은 한옥은 그런 바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여름에만 사용 가능한 전이 공간이라 대부분 철거를 하는 마루는 살리고, 처음에는 없었지만 살며 넓힌 실내 공간은 과감히 버렸다. 수리를 하며 발견된 세월의 흔적은 작은 정겨움이자 추억이었다. 한유진 대표는 울산에서 플로리스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직장도 울산이다. 한옥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경주에서 완전히 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집을 짓고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지라 침대와 식탁만 들고 이사를 감행했다. 살아 보니 그저 좋아 2년 넘게 살고 있다. 출퇴근 등 소소한 불편은 한옥의 매력을 이기지 못했다. 부채에 민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은 문화공간 진의 일일체험 중 하나다 한옥의 일부를 개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travie info 현재 문화공간 진은 생활 꽃꽂이, 규방공예, 민화 그리기 등으로 한옥 공간의 일부를 경주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꽃꽂이와 민화 수업은 한유진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2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민화 실력은 서라벌예술대전에서 특선에 뽑힐 정도로 훌륭하다. 여행자들은 토, 일요일에 열리는 단시간 일일 체험(체험비 1만2,000원)이 가능하다. 몇시간 전에 예약을 해도 되고, 지나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도 된다. 좋은 공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한유진 대표의 마음이다. 010-2717-3474 ●미치게 하는 맛 ▼아사가 경주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전통 찻집이다. 큰길에서 보이는 입구는 갤러리로 다기 등 차 관련 용품이 전시돼 있다. 작은 마당을 지닌 초가 찻집은 입구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작은 소품으로 가득한 찻집 마당이 볼 만하다. 판매하는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찻집에서 추천하는 차는 대추차. 진하고 달콤하다. 주전부리로 좋은 가래떡 구이 등도 판매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노서동 9-2 전화 054-771-7625 ▼아이차 분식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추어탕만 파는 전문점이다. 경상도식 추어탕 중에서도 호박잎이 들어간 전통 방식의 경주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서울식이나 남원식 추어탕과는 크게 다르므로 경상도식 추어탕이 익숙하지 않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생선구이가 따라 나오고 밑반찬도 꽤 많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만 문을 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줄을 서서 먹기 일쑤며, 한 솥만 끓여 팔고 문을 닫으므로 손님이 많은 날에는 오후 1시 가량에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 휴무. 교동쌈밥 옆 골목이라 찾기가 어렵지 않다. 6,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167-1 전화 054-741-5917 ▼고두반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가 맛집이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70~80% 이상 사용하고, 장작 가마에서 구운 소금으로 간을 본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경주 한우 전골이 주 요리인 고두반 밥상은 정선 큰집에서 보내 온 정선 더덕과 두부 샐러드, 콩전으로 시작해 곤드레, 민들레 김치, 비트 장아찌, 갓 김치, 감자 조림, 우엉 장아찌 등의 반찬을 낸다. 반찬은 아침마다 만든다. 1만3,000원. 다시마 가루를 넣은 두부와 가자미 식해, 돼지고기 수육이 함께 나오는 두부삼합도 맛있다. 2만5,000원. 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막걸리가 요리에 잘 어울린다. 월요일은 쉰다. 주소 경북 경주시 도지동 156-2 전화 054-748-7489 홈페이지 www.고두반.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리뫼 중요 무형 문화재인 고 황혜성 선생님에게 전수 받은 궁중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메뉴에 눈이 먼저 즐겁다. 전채 요리로는 구절판과 죽이 나오고, 주 요리로는 연저육찜, 두부소박이, 더덕구이, 신선로 등이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찹쌀로 빚은 왕주를 곁들여 천천히 코스를 즐기자. 용산서원과 더불어 자리해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수리뫼 코스 5만5,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657 전화 054-748-2507 홈페이지 www.surime.co.kr ▼교리 김밥 교리 김밥은 통영 김밥, 동대문 마약 김밥과 더불어 전국 3대 김밥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지단을 듬뿍 넣은 형태라 특이하다. 맛은 평범한 편인데 묘하게도 뜬금없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 줄에 3,400원으로 자리에 앉아 먹으려면 한 명이 두 줄 이상은 주문해야 한다. 경주 최부자집과 요석궁 사이 골목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96 전화 054-772-5130 ▼참가자미 횟집 경주에서 참가자미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고소한 참가자미를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 콩가루에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요즘 경주 사람들은 감포 중매인 참가자미 횟집(동천동 786, 054-773-3611)과 대풍(동천동 808-6, 054-771-4436)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경주 갈 일이 있을 때 간간히 들르는 대신 참가자미 횟집(용강동 1355-1, 054-774-6203)도 괜찮다. 참가자미 횟집은 시청 근처 시내에 몰려 있다. 첨성대, 대릉원 인근에서 택시를 타면 3,000~4,000원 정도 나온다. ▼삼미정 착한 가격과 착한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각종 버섯과 손두부를 넣어 빨갛게 끓여내는 두부전골이 7,000원. 돼지고기 수육과 파전도 괜찮다. 서남산 삼릉 입구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391-7 전화 054-745-8761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사)경주남산연구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연극리뷰] 박태원 원작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연극리뷰] 박태원 원작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아들이, 제 방에서 나와, 콤마, 마루 끝에 놓인 구두를 신고, 콤마, 기둥 못에 걸린 단장을 끄내들고, 콤마, 그리고 문깐으로 향하야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피리오드” “어듸, 가니” “대답은” “들리지 안헛다” “피리오드” 소설을 그대로 낭독하면서, 배우들의 몸짓이 이어진다. 객석 가까이, 책상머리에 앉아 글을 쓰는 자리옷(잠잘 때 입는 편한 한복)을 입은 사내(이윤재)와 무대 안쪽 여름양복 차림에 지팡이를 든 사내(오대석), 둘은 닮은꼴이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바가지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은, 소설가 구보 박태원과도 닮았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른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매우 독특하다. 박태원이 1934년 일간지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소설을 말 그대로 ‘고스란히 옮겼다’. 구보가 산책하며 보고 들은 것을 풀어낸 원작을, 성기웅 연출은 무대로 옮기고 해설을 곁들였다. 일테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벗’을 구보의 소설에 삽화를 그린 시인 이상과 이들이 믿고 따르던 선배이자 시인·기자였던 김기림으로 표현하거나, 구보가 머문 ‘다방’을 이상이 운영하던 ‘제비다방’과 조선인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 ‘낙랑파라’로 세밀하게 소개하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구보가 걷는 종로네거리부터 광화문 사이에 놓인 화신상회, 조선은행, 경복궁, 조선호텔 등이 영상과 음악으로 재현되면서 근대 초기 서울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구보는 종로네거리에 아무런 사무도 갖지 않는다. 처음에 그가 아무렇게나 내여놓았든 바른발이 공교로웁게도 왼편으로 쏠렸기 때문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식의 문어체 말투는 원작 그대로다. 여기에 성 연출은 구보와 김기림이 낙랑파라에서 가진 만남, 구보가 일본 도쿄 유학시절에 겪었을 법한 사랑 등을 상상으로 첨가했다. “그를 적마다 신문사선 날 두구 닦달이니, 온. 전번엔요, 원골 넴겨줬드니 숫제 그 원고허구 더불어 유꾸에후메(행방불명의 일본어).”라는 식으로 당시 지식인의 말투까지 자연스럽게 녹였다. 이상과 김기림, 화신상회와 당시 모던보이, 모던걸의 모습을 영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니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보니 공연시간이 2시간 가량으로 다소 길어진 듯하지만, 구보의 발자취를 따라 자유연애, 다방, 전차 등을 접하면서 1930년대 서울거리를 함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는 30일까지 공연한다. 3만원. (02)708-500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 펴낸 이상현 한옥연구가

    [저자와 차 한 잔]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 펴낸 이상현 한옥연구가

    한류 열풍 속에 한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치유와 위로, 복고가 유행어로 떠오르면서 전국의 고택을 찾아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스럽던 차에 이야기와 함께 떠나는 한옥여행 안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시공사 펴냄)이 나왔다. 개량 한복 차림으로 지난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한옥 연구가 이상현(47)씨는 “한옥은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만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한옥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모습을 바꿀 수 있어 어느 시대, 어느 환경에서나 뛰어난 적응력을 보인다.”며 한옥 예찬론을 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한옥을 과거에 가두는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이번 책이 한옥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옥 일상공간 비대칭… 단조롭지 않아 행정학을 전공한 이씨가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직장에서 ‘용평리조트 30년사’ 집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소설가의 꿈을 좇아 5년 만에 회사에 사표를 냈다. 하지만 소설보다 한옥에 더 끌려 전국의 한옥을 찾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아예 한옥 목수 일까지 익혔다. 그렇게 시작한 한옥 사랑이 10년을 넘었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전국의 한옥은 200채 정도 된다고 한다. 이씨는 이 중에서 개성이 강한 한옥 24채를 골랐다. 꽃담이 아름다운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여경구가옥, 안채로 들어가는 길이 미로 같은 경북 경주 양동마을의 향단, 한옥으로 지어진 성공회 강화성당, 근대사를 품고 있는 서울 종로구의 운현궁, 충청도에 있는 추사 고택 등. 개인 집 이외에 동헌과 서원, 향교, 제주도의 성읍민속마을도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풀어놓는다. 저자는 “이 책은 24가지 눈으로 보는 한옥 이야기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한옥 이야기를 통해 단조롭다는 한옥에 대한 편견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전통 한옥이라고 하면 보통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마당과 구들이 있어야 하고,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것이어야 한다.”고 요건을 설명했다. 이씨는 특히 한옥을 논할 때 마당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마당은 한옥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라면서 “한옥의 마당처럼 실생활 공간을 나눠 외부로 내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한옥은 건축 디자인의 기본인 대칭에서 벗어나 비대칭을 추구한단다. 물론 궁궐이나 사찰의 대웅전같이 의식을 행하기 위한 건물은 대칭으로 짓지만 사람이 머무는 일상 공간이라면 과감하게 대칭을 벗어 버린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비대칭의 묘미를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전남 보성군 강골마을 이용욱 가옥이다. “곳간의 흰 벽에 나무기둥이 가로 세로로 붙어 있어 마치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장식을 위해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벽을 쌓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정읍에 있는 김동수가옥도 “생활미와 건축미를 체험해볼 수 있다.”며 가볼 것을 권했다. ●이용욱·김동수 가옥 등서 묘미 느껴 한옥을 100%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마당을 안고 한옥을 볼 것, 대청마루에 반드시 앉아볼 것, 마지막으로 누마루(다락처럼 높은 마루방)가 있으면 꼭 올라가 볼 것”을 권했다. “마당을 안고 집을 봐야 산세와 어우려진 한옥의 참맛을 느낄 수 있고, 마루에 앉아 주위를 보면 너그러워지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강원도 춘천에서 서울로 올라와 한옥들이 몰려 있는 보문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여행하다 산세가 마음에 들어 충남 홍성 오소산 밑에 터를 잡았다. 60년 전에 지어진 방 세 칸짜리 한옥을 빌려 살고 있다. 2007년 한옥 개론서인 ‘즐거운 한옥읽기 즐거운 한옥짓기’를 펴낸 뒤 이번에 세번째 한옥 관련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옥을 보급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단다. 소설가 ‘지망생’의 글답게 읽는 맛도 있다. 사진이 좋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한옥을 테마로 주변의 볼거리 등 1박2일 주말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김균미 문화에디터 kmkim@seoul.co.kr
  •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조국은 사할린을 버렸다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조국은 사할린을 버렸다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사할린에는 ‘이제 곧 귀국한다’, ‘조선인이 먼저 떠난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1949년 7월 23일 마지막 일본인들을 태우고 간 귀국선 ‘운센마루’는 돌아오지 않았다.” 파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 귀국선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열여덟 살 청년. 그는 이제 팔순의 노인이 됐다. 경기 안산시 고향마을 영주귀국노인회의 고문 성점모(81)씨는 “일본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러시아 사할린(당시 일본령)으로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 1세대의 후손이었다. 2010년 12월 가까스로 아버지의 나라에 돌아왔지만 망향의 설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일본은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라 사할린 동원자의 재산권은 소멸했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버티기에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참다 못한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2295명은 지난 23일 “국가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성씨는 이 자리에서 사할린 동포들의 수난사를 기록한 수기 ‘망향의 반세기, 사할린 동포의 눈물 젖은 과거’를 서울신문에 제공했다. 성씨의 아버지는 하루 12시간 넘게 도로 건설에 노동력을 착취당했지만 우편저금 등의 명목으로 빼앗긴 임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수기에는 한인들의 고통과 분노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하루 한 줌도 안 되는 콩밥과 간한 청어 한 토막으로 2년을 버텼다. 분노를 참지 못해 반항하면 아이구… 때리고 또 때리고 죽도록 얻어맞았다.”(사할린 탄광에서 일했던 이기복) “어렸을 때 그물로 멸치를 잡던 일이 어제 같다. 그 멸치를 삶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 왜 그렇게 맛이 있던지.… 한 번이라도 가봤으면 한다.”(노동에 시달리다 현지에서 사망한 울산 출신 김길용) 광복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황국신민화정책’을 통해 일왕에 충성을 강요했던 일제는 전쟁이 끝나자 사할린 동포들의 국적을 박탈한 뒤 모르쇠로 일관했다. 소련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이들을 억류했다. 그들의 모국은 힘이 없었다. 동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련 국적을 취득하거나 무국적자로 남았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의 길이 열리는가 했지만 사할린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성씨는 “그때 ‘조선이라는 것은 잊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접고 러시아어를 배워 모스크바 법과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모국 대신 생존을 택한 이들을 새롭게 가로막은 것은 이념 갈등이었다. 북한과 소련은 한국 정부와 교류가 없었다. 사할린 동포들은 일본과 소련에서 귀향 운동을 시작했다. 경기도 출신 도만삼씨는 1977년 소련 공산당위원회 앞에 가서 “한국으로 보내 달라.”고 외쳤다. 소련은 어쩐 일인지 “귀국 준비를 하라.”고 답했다. 그러나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두만강 기슭이었다. 북한 장교가 ‘환영 인사’를 건넸을 때 도씨는 충격에 휩싸여 기절했다. 성씨는 “도씨 등 조선인 40명이 북한으로 추방된 뒤 한인사회는 공포에 휩싸여 귀향에 대한 말은 입 밖에도 낼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귀향의 꿈은 1980년대 고르바초프가 소련 사회를 개방한 뒤에야 찾아왔다. 1990년 6월 제주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소련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해 한국 가수들이 찾아와 사할린에서 위문 공연을 가졌다. 성씨는 “너무 늦었지만 드디어 잃었던 모국을 찾았다.”면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눈시울을 적셨다.”고 회고했다. 1992년부터 영주귀국 사업이 시작돼 지난 3월까지 4000여명의 동포 및 배우자, 장애 자녀가 귀국했지만 망향의 한은 지워지지 않았다. “남한 노인들이 말하더군요. ‘사할린 동포들은 사할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랏돈을 받는다’고. 나라를 잃고 설움 속에 헤맨 우리들의 고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28일 TV 하이라이트]

    ●수요기획(KBS1 밤 11시 40분) 라오스에서도 가장 오지인 시엥쾅도 농헷군 지역 사람들의 유일한 의료시설인 보건소에서 산모가 분만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설비만 갖춰진 이곳에서도 생명 탄생의 기쁨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분만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한국인 여의사 고은영씨.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파견되어 3년 전부터 그녀는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전우치(KBS2 밤 10시) 드디어 만나게 된 전우치와 강림. 그러나 강림은 이치로 분한 전우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암수를 써서 도망치고, 전우치의 재기로 처형 직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봉구는 이치의 경방자가 된다. 한편 보름달이 뜬 밤, 대궐의 비서각에서는 옥합의 두루마리를 몰래 꺼내 옮기려던 나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일일연속극 오자룡이 간다(MBC 밤 7시 15분) 용석(진태현)이 진주(서현진)에게 장가가길 바라는 기자(이휘향)는 진주와 인국(정찬)의 사이를 왜곡하여 소문을 퍼뜨린다. 한편 세라는 일부러 민우를 데리고 자룡(이장우)이와 공주(오연서)가 일하는 감자탕 집을 찾아온다. 두 사람에게 나가라고 소리친 공주는 점장에게 혼이 나고, 자룡은 공주를 위로한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결혼 6년차 주부이자 슬하에 다섯 살 딸과 네 살 아들을 둔 엄마 배우 염정아. 퇴근길 드라마촬영장 근처 마트나 백화점에서 가족들을 위해 어김없이 장을 봐서 집에 간다는 살림꾼이다. 치명적인 약점인 요리를 빼고는 뭐든지 알아서 척척 해내는 주부 9단으로 배우이면서 동시에 엄마로 살아가는 그녀의 육아일기를 공개한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5분) 2008년 2월 10일에 일어났던 숭례문 화재사건. 2010년에 시작된 복원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곳에서 많은 토수들이 복구를 위해 힘쓰고 있다. 그들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전돌 쌓기와 용마루를 칠하는 일이다. 원형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이들은 전통의 재료와 공법으로 전돌 하나하나를 쌓아가고 있는데…. ●이준한의 12시 세상조명(OBS 밤 12시 5분) 각계각층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 현안이나 사회적 이슈, 인물 등 뜨거운 관심의 대상을 주제로 진솔한 토크를 나눈다. 특히 대선을 향해 달려가는 정치인들의 솔직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전문 패널들의 해석과 전망을 정치평론가 이준한 교수의 날카로운 시선과 명쾌한 입담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
  • 의류 기부·장학금 전달… 방글라에 사랑

    의류 기부·장학금 전달… 방글라에 사랑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방글라데시까지 날아가 사랑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행장은 21일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진출한 방글라데시에서 구호방재부에 티셔츠 5000벌을 기부하고 현지 수녀원 및 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우리은행은 1996년 방글라데시에 진출, 현지 수도인 다카에 지점을 개설해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다카지점은 지난 10월 치타공에 출장소를 개설했다. 한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마루베니, 방글라데시 그라민폰 등 우량 외국계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영업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얀마 양곤사무소 개설을 비롯해 방글라데시(다카, 치타공), 인도(첸나이), 베트남(하노이, 호찌민),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등 동남아 영업 벨트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행장은 “이들 나라에 지속적으로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해 주고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의 글로벌 사랑의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영업점 우수직원들로 구성된 해외봉사단을 꾸려 다일공동체 등과 함께 베트남 호찌민에서 ‘밥퍼’ 나눔행사를 펼쳤다. 200여명의 현지 불우이웃에게 무료 배식과 생필품 등을 나눠준 것. 우리은행은 2006년 호찌민 지점 개설 이후 사랑의 집짓기,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사육사 발걸음에 놀라…‘꽈당 레서판다’ 인기

    사육사 발걸음에 놀라…‘꽈당 레서판다’ 인기

    사육사의 큰 발걸음 소리에 놀라 뒤로 발라당 넘어지는 새끼 레서판다의 모습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더 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삿포로시 마루야마 동물원에 사는 레서판다 한 마리가 또래들과 먹이를 먹다가 우리 안으로 들어오려고 발걸음을 내디딘 사육사의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 관광객의 카메라에 찍혔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새끼 판다는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놀라 네 발을 모두 하늘로 향하며 넘어진 뒤 자신이 놀란 소리가 사육사의 발걸음이란 것을 알고 재빨리 자리를 피한다. 한편 레서판다는 너구리판다로도 불리며 작고 귀여운 외모로 동물원에서 인기가 높다. 레서판다의 몸길이는 약 60cm이며 꼬리 길이 약 50cm이다. 몸무게는 3~6kg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식지는 높은 산 대나무숲 일대이며 히말라야, 중국, 미얀마 등이 분포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安, 단일화 협상중단 ‘시끌’… 중동 戰雲에 촉각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安, 단일화 협상중단 ‘시끌’… 중동 戰雲에 촉각

    누리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1위는 ‘안철수 기자회견’.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하자 온라인은 설왕설래로 들끓었다.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에 “당 혁신에 대한 의지를 먼저 보여 달라.”고 압박했다. 2~3위는 바다 건너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2위 ‘이스라엘-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둘러싼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충돌을 다뤘다. 더욱이 세계 최대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 출신 대통령에 대한 이집트 국민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중동지역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3위 ‘시진핑 시대 개막’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지난 14일 출범한 시진핑체제를 놓고 10년 주기의 중국 지도부 교체가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였다. 지난주에도 연예계 소식은 검색어 10위권에 4개나 올랐다. 4위 ‘아이유 아믿사 등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도치 않게 유출된 아이유와 은혁의 사진을 놓고 빚어진 누리꾼 간 의견 다툼이다. 둘의 열애설과 관련, 해명을 요구하는 카페 ‘아진요’(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가 등장하자, 곧바로 이에 맞선 ‘아믿사’(아이유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5위 ‘싸이 마돈나’는 지난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마돈나 콘서트에 특별 손님으로 초대받은 가수 싸이의 얘기다. 싸이는 무대 위에서 마돈나와 말춤을 췄다. 8위 ‘착한남자 종영’은 ‘대세남’ 강마루(송중기 분)의 인기를 대변한다. 마지막회에서 강마루는 서은기(문채원 분)를 대신해 칼을 맞았다. 후유증으로 기억을 상실한 강마루와 그를 잊지 못하는 서은기의 사랑은 7년 뒤 결실을 맺었다. 9위는 ‘윤계상 탈퇴 이유’. 지난 17일 한 케이블 채널에 출연한 윤계상이 그룹 GOD를 탈퇴한 진짜 이유를 밝히면서 다른 멤버들의 눈시울을 흠뻑 적셨다. 6위는 지난 13일 밤 11시 관측된 ‘서울 첫눈’, 7위는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호주에 1-2로 역전패한 ‘최강희호’의 ‘한국 호주전 역전패’, 10위는 SNS에 떠돌아다니는 ‘부산지하철 성추행’이다. ‘부산지하철 성추행’은 부산 지하철 2호선 냉정역에서 벌어진 20대 남자의 무모한 성추행 동영상으로, 피해자와 피의자의 얼굴이 드러나 2차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권력을 향한 허상들의 말춤(이철용 지음, 통비결 펴냄) 장애인이자 빈민운동가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저자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안철수 열풍에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1만 2000원. ●덕불고(정두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저자는 육군 3사관학교 7기생으로 중장으로 예편한 예비역 장성. 32사단장 시절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을 도입해 군 문화 개혁 운동을 벌인 주인공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탄생하고 이어졌는지 설명했다. 또 전역 이후에도 이 운동을 이어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를 꾸려 총재직을 맡고 있다. 1만 4000원. ●세상은 나의 멘토(UNGO아카데미 강사진 지음, 책마루 펴냄) UNGO란 UN과 NGO의 합성어다. 월드비전, 유니세프, 유엔난민기구, 한국국제협력단(KOICA), 참여연대 등 세계기구와 시민단체 쪽에서 활동하는 젊은이 13명이 모여 만든 아카데미다. 국제 활동이나 기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단체의 실무들을 다뤘다. 1만 5000원. ●하이테크 시대의 로테크(허원순 지음, W미디어) 현대의 속도 경쟁사회에서 행복의 키워드는 하이테크가 아닌 로테크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는 책에서 하이테크와 로테크, 하이콘셉트와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4개의 키워드로 현대 사회를 설명하고 문화의 안목을 키우라고 권한다. 1만 3000원. ●치바이스가 누구냐(치바이스 지음, 김남희 옮김, 학고재 펴냄)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 미술의 값어치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국적인 화풍을 보여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목공 출신 치바이스의 자서전. 피카소가 “치바이스가 있는데 왜 중국 사람들이 미술을 하러 프랑스에 오느냐.”고 되물었다는 일화는 물론 최근 작품이 피카소의 작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화가의 얼굴, 자화상(로라 커밍 지음, 김진실 옮김, 아트북스 펴냄) 미술 평론가로 신문에 관련 글을 기고하는 저자가 초상화 가운데 자화상에만 집중해서 써낸 책으로 뒤러,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뭉크, 반 고흐, 워홀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자화상에 대한 얘기들을 담았다. 화려한 도판과 함께 진행되는 평이한 수준의 설명이 흥미롭다. 3만 5000원.
  • 강남구민 사랑 담긴 배추 8600포기

    강남구는 16일 오전 9시부터 일원동 서울시 탄천물재생센터 내에 있는 마루공원에서 배추 8600포기로 김장을 담가 저소득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갖는다. 김장 담그기에는 구 부녀회원과 지역 내 기업 자원봉사 관계자 600여명이 참여한다. 이날 담근 김장은 지역 홀몸노인, 장애인, 소년소년가장 등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저소득층 2100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외식업중앙회 강남지회 등 16개 기관이 후원과 함께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특히 ㈜골프존은 후원금과 함께 직원 450여명이 직접 자원봉사자로 나서 김장 담그기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신연희 구청장은 “예부터 김장 담그기는 한 가정의 중요한 연중 행사로 여겨졌는데, 형편이 어렵고 일손도 없는 이웃들에게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지역 사회의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김장이 저소득층 주민들의 식탁에 올라 훈훈한 이웃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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