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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전승이란 이런 것” 대니얼 강(강효임) LPGA 투어 2주 연속 정상

    “역전승이란 이런 것” 대니얼 강(강효임) LPGA 투어 2주 연속 정상

    재미교포 대니얼 강(28·강효림)이 4타 차 열세를 뒤집고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대니얼 강은 10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555야드)에서 열린 마라톤클래식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타를 줄인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자신보다 4타 앞서 경기를 시작한 리디아 고를 1타차 2위(14언더파 271타)로 밀어내고 지난주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투어 통산 5번째 우승을 신고한 대니얼 강은 상금 25만 5000달러(약 3억 300만원)를 챙겼고, 시즌 상금 56만 6280달러(약 6억 7000만원)를 쌓아 이 부문 1위에도 올라섰다. LPGA 투어 2주 연속 우승은 2017년 11월 중국의 펑산산(토토 재팬 클래식-블루 베이 LPGA) 이후 대니얼 강이 처음이다. 4타 열세를 뒤집은 역전승이었다. 전반홀 대니얼 강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지만 리디아 고도 보기없이 버디만 2개 잡아내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더욱이 12번홀(파4) 보기로 타수를 한 개 더 까먹어 리디아 고와의 거리는 5타 차로 더 멀어졌다. 사실상 승부가 끝난 듯 보였다.그러나 대니얼 강은 13번(파4), 14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리디아 고가 14번(파3),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격차는 1타 차로 좁혀졌다. 대니얼 강은 17번홀(파5)에서 공동 선두로 따라잡을 수 있었던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마지막 18번홀(파5) 리디아 고가 3~4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보기 퍼팅도 홀을 비켜가면서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대니얼 강도 18번홀(파5) 두 번째샷이 벙커에 들어갔지만 너끈하게 벙커를 탈출한 뒤 네 번째 샷을 홀컵 가까이 붙이고 침착하게 파를 잡아내 리디아 고를 1타 차로 따돌리는 대역전극으로 2주 연속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사흘 내내 선두를 달리며 2년 4개월 만의 투어 16승째에 바짝 다가섰던 후반홀 14번홀부터 이어진 막판 부진이 18번홀 더블보기까지 이어지는 불운에 고개를 떨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리디어 고 vs 대니얼 강, 투어 16승이냐 2주 연속 우승이냐

    리디어 고 vs 대니얼 강, 투어 16승이냐 2주 연속 우승이냐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3)가 28개월 만의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6승째를 올릴 기회를 맞았다.리디아 고는 9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555야드)에서 열린 마라톤 클래식 3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4개를 잡아 3타를 줄인 중간합계 16언더파 197타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1라운드 공동선두에 이어 단독선두를 꿰찬 2라운드에 이어 사흘째 연속 선두를 놓치 않았다. 2주 연속를 벼른 2위 대니엘 강(미국·12언더파 201타)을 4타의 적지 않은 타수 차로 앞섰다. 리디아 고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통산 16승을 달성한다. 15세이던 2012년 LPGA 투어 첫 승을 거두고, 2015년에는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 ‘천재 소녀’ 소리를 들었던 그는 2018년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을 빼곤 최근 4년 동안 우승은 물론, 리더보드 상단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지난 2월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했지만 컷 조차 통과하지 못했다.그러나 LPGA 투어 재개를 앞두고 타이거 우즈(미국)를 가르친 경력이 있는 숀 폴리의 지도를 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첫 대회인 지난주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28위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까지 눈앞에 뒀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2014·2016년)나 우승한 리디아 고는 2번홀(파3) ‘탭 인 버디’를 직후인 3번홀(파4) 보기로 까먹었지만 6번홀(파3 다시 한 타를 줄인 뒤 후반 16번(파4), 17번(파5)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그는 “내일도 공격적으로 치겠다 자신감을 갖고 전략적으로 임하겠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골프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최종일 ‘절친’인 대니엘 강과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게 된 리디아 고는 “대니엘 강은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이들 중 한 명이다. 내 경기에 집중하겠지만 그와 즐겁게 치겠다.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주 연속 우승 도전 가능성을 남겨둔 대니엘 강도 “즐거운 일요일이 될 것 같아 기다려진다”며 리디아 고와의 대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안양시 소속 직장운동부 인권침해 조사…침해 사례 발견 못해

    안양시 소속 직장운동부 인권침해 조사…침해 사례 발견 못해

    경기도 안양시기 시 소속 직장운동부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했다. 시는 지난달 20일간 실시한 조사에서 침해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6일 밝혔다. 예방교육도 함께 실시한 이번 조사는 최근 일부 지자체 운동부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비대면 설문조사와 애로사항을 청취했으나 다행히 선수단 내 인권침해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은 역시 익명성을 보장하는 비대면 설문과 훈련장, 숙소를 방문, 점검을 병행했다. 담당공무원과 체육회관계자로 구성한 점검반은 폭력행위와 인권침해 여부 파악, 발생예방을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폭력 등 인권침해 행위 예방을 강조하고,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가정폭력 등 4대 폭력예방 교육을 했다. 아울러 4대 폭력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경찰서, 외부기관 상담센터,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점도 알렸다. 시는 앞으로도 직장운동부 지도자와 선수들을 대상으로 경기도에서 실시하는 인권침해 예방 및 성평등 교육을 수료토록 하고, 매년 1회 이상 직접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관·경 협력체계를 구축, 인권침해 발생 시 피해자 보호와 함께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시 직장운동부는 시청 소속인 육상, 수영, 인라인롤러 3개 팀 31명이 활동하고 있다. 마라톤, 역도, 복싱 등 3개 팀 21명이 안양시체육회 소속이다. 선수 44명에 감독, 코치는 8명이다. 선수단 전체에서 남성이 36명을 차지하고 나머지 16명은 여성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보스턴 마라톤 테러범 사형→종신형 “유죄 단정한 배심원 걸러내지 않아”

    보스턴 마라톤 테러범 사형→종신형 “유죄 단정한 배심원 걸러내지 않아”

    2013년 4월 15일(이하 현지시간)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근처에 폭탄 둘을 매설해 3명이 죽고 260명 이상을 다치게 한 조하르 차르나에프(27)에게 내려졌던 사형 선고가 종신형으로 감경됐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2015년 5월 15일 차르나에프에게 내려졌던 사형 선고와 관련, 재판부가 이미 그가 유죄라고 단정한 배심원들을 걸러내지 못했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해 다시 재판하라고 31일 판결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키르기스스탄계 미국 국적으로 체첸인의 피가 흐르는 그는 형 타메를란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는데 사흘 만에 타메를란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세상을 떠났다. 총격전 현장에서 달아나 보스턴 근교 워터타운 집 뒷마당에 감춰둔 보트에 숨어 지내던 그는 하루 뒤 붙잡혔다. 차르나예프는 남은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는데 재심 결과 다시 사형이 언도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2시 50분쯤 두 폭탄이 보일스턴 가에 있는 코플리 광장 근처 결승선 근처에서 폭발했는데 일명 ‘압력솥 폭탄’으로 불리는 사제 폭발물로 압력솥에 금속물체와 볼 베어링 등이 들어가 있었다. 첫 폭발 후 12초 만에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나 마스터스 완주자들이 한참 결승선을 통과하던 시점이었다. 이날 희생된 이들 중에는 여덟 살 소년 마틴 리처드, 29세 여성 크리스틀 캠벨과 보스턴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중국인 유학생 뤼링쯔도 있었다. 사건 사흘 뒤 총격전 과정에 27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찰이던 숀 컬리어가 테러범에 의해 경찰차에서 습격 당해 숨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가랑비처럼 스며드는 도박… ‘중독의 늪’ 눈물겨운 탈출기

    가랑비처럼 스며드는 도박… ‘중독의 늪’ 눈물겨운 탈출기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스며 있는 도박은 중독과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경각심이 크지 않은 영역이다. 대부분 재미 삼아 한두 번 해보다가 어느 순간 중독의 늪에 빠져들고 만다. 특히 심리적 유혹뿐 아니라 돈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어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어쩌다 도박’은 국내 최고 도박중독치료 전문의 세 명이 도박 중독에서 탈출하지 못해 힘겨워했던 중독자, 가족들과 8주간 상담, 치료하며 함께 울고 웃었던 기록이다. 각종 효과적인 치료 기법을 망라해 한국 문화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한다. 한국은 `도박 공화국´의 오명을 받아온 지 오래다. 로또, 소싸움 등 일곱 가지 도박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식이 투기로 변질돼 도박화했고 누구든 인터넷과 스마트폰 클릭으로 도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저자들은 ‘어쩌다’로 시작된 도박이 ‘중독’이라는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은 수십만명에 달하고 치료받기까지 10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엄청난 중독 규모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소홀한 건 바로 도박 중독을 질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풍토와 인식 부족 탓이 크다. 도박이 단순히 심리적 문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뇌 기능 장애라는 관점에서 중독이 왜 생기고 얼마나 위험한지, 벗어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도박 중독은 `병’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치료는 90%가 아닌 100%를 목표로 해야 하며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마라톤을 뛰는 자세를 가질 것을 조언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코로나19 탓에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 가을 축제 실종되나

    코로나19 탓에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 가을 축제 실종되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경북 북부지역 각 시·군이 계획한 가을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경북 안동시는 25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규모 체육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9월 6일과 19일에 각각 개최하려던 안동마라톤대회와 ‘제60회 안동시민체육대축전’을 취소했다. 시는 앞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관광객 안전을 위해 ‘국제탈춤페스티벌2020’을 취소한 바 있다. 시는 애초 오는 9월 25일부터 열흘 동안 탈춤공원과 하회마을 일원에서 탈춤페스티벌을 하기로 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매년 외국인 5만 명 이상을 포함해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찾는 글로벌 축제이다. 문경시도 10월 12∼31일 문경새재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2020년 사과축제’를 온라인 행사로 바꿔 열기로 했다. 사실상 올해 사과축제 개최를 취소한 셈이다. 대신 사과 인증샷 찍기, 경품추첨, 사과 글짓기 등의 행사는 오는 9월 개설하는 문경사과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조기 수확하는 사과 품종인 ‘양광’과 ‘감홍’을 구매하는 것도 홈페이지 내 개별농가에서 할 수 있다.축제 취소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영주시와 봉화군도 취소를 검토 중이다. 이들 시·군은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지침이 강화되는 가운데 다른 시·군에서 축제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고 정부도 행사 취소를 권고하고 있어 고민스럽다는 입장이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10월 9~18일 개최 예정인 ‘영주풍기인삼축제’를 온라인축제로 대체해 농가 판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봉화군은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봉화읍 체육공원과 지역 송이산 일원에서 ‘송이 향에 반하고 한약우 맛에 빠지다!’를 주제로 올해 송이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불투명한 상태다,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자 상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7·여)씨는 “올들어 봄철축제부터 가을축제까지 닫는다고 하니 당장 살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각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축제 취소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으나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주민들이 널리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영주·봉화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제주도 올해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취소하기로

    제주도 올해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취소하기로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는 코로나 19 지역사회 확산 방지 및 전 국민적 방역활동 동참을 위해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25회의 역사를 가진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가 취소된 것은 1997년 IMF사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초 5월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는 9월 6일로 연기하면서 행사 개최를 준비해왔으나, 광주·전남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연장, 수도권 지역 감염자 확산, 도내 3차 감염자 발생 등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행사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참가신청자의 참가비 환급 등은 마라톤축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제주도관광협회 마라톤 사무국(064-741-8771)로 문의하면 된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동구 칼럼]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이동구 칼럼]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는 이 한마디로 충분했다. 무려 4년간이나 지속적으로 당했던 일들에 대해 절박한 심정으로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청하면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니 실수로 받아들여라”라고 했다고 한다. 더구나 친구나 기자에게조차 문자와 사진을 보여 줘도 믿지 않았다고 하니 아마 자신이 시장을 모함하는 나쁜 비서, 아니면 이상한 여성 공무원으로 오해받는 것 같은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때도 주변 공무원들의 반응 또한 비슷했다. 단체장들은 대부분 기회 있을 때마다 성추행, 성폭행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관련 조직을 만드는 데도 열성을 보였다. 박 전 시장의 경우 양성평등을 위해 젠더특보라는 자리까지 만들었다. 이런 단체장들이 여성 비서나 직원에게 성추행 등 부적절한 행위를, 그것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이어 왔다는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박 전 시장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비서실과 보좌진 등 주변 인물들이 시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방조하거나 부추긴 의혹도 적지 않은 데 있다. “여성 비서가 낮잠을 깨워야 시장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거나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잘 나오니 주말 새벽에 나오라”는 등의 해괴망측한 말들로 여비서에게 부당한 일을 시킨 것은 모두 시장의 최측근들이다. 자치단체장 주변에 포진한 비서진, 보좌진은 시장이나 지사가 직접 임명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의 비율이 높다. 서울시엔 이번 사건 당시 무려 60여명이 넘는 어공들이 시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산하기관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늘공(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여비서나 여직원들이 쉽게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도 못 된다. 설사 고통을 호소해도 무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이나 지사는 인의 장막에 두텁게 가려진 채 중세 전제군주처럼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못 할 게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실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은 여성을 성추행한 뒤 돈으로 입막음하려다 구속·기소돼 시장직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시장이나 구청장, 군수 등에 의한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 또한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공공기관 재직자의 성희롱 호소가 16.5%로 민간 사업체 종사자 6.5%보다 월등히 높았다. 신독(愼獨·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가)하는 성인·군자쯤으로 믿고 맡겨 두기에는 자치단체(장)의 성인지 감수성과 시스템이 너무나 허술하다. 집무실을 유리로 바꾸고, 침실을 없애는 조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지방자치제도가 올해로 25년째다. 자치에 필요한 제도나 재원 등 풀뿌리민주주의를 위한 구색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올 1월에는 지방일괄이양법이 제정돼 내년부터 중앙행정 권한의 지방일괄 이양이 가능해졌다. 재정분권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지난 7일에는 대통령 직속의 ‘제2기 자치분권위원회’가 출범, 자치경찰 등 지방분권의 완성을 위해 관련 법의 제·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자치단체와 단체장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지방자치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시장, 도지사, 구청장, 군수 등 단체장의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가 미약하다면 자치 확대에 따른 권한 강화를 경계해야 한다. 단체장의 성추문이나 비리들은 무소불위한 권력의 집중 때문이다. 지방의회나 지자체의 성폭력 감시 시스템으로는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을 가진 단체장을 감시·견제하기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도입될 자치경찰제는 무소불위의 단체장에게 더 큰 권력을 안겨 줄 소지가 높다. 정부는 행정의 지방 이양만 서두를 것이 아니라 풀뿌리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킬 지방의회의 강화, 지역 언론의 감시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더불어 양성평등 사회를 위해 성인지 감수성과 도덕적 소양을 높일 방안과 제도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을 공천하는 여야는 무한 책임감으로 해결책을 내야 한다.
  • 미국증시, 다우지수 0.6% 상승 마감…국제유가는 2.8% 급등

    미국증시, 다우지수 0.6% 상승 마감…국제유가는 2.8% 급등

    미국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유럽연합(EU)의 부양책 합의에도 핵심 기술 기업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혼조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EU 부양 합의가 호재로 작용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9.53포인트(0.6%) 상승한 26,840.4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46포인트(0.17%) 오른 3,257.30에장을 마쳤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6.73포인트(0.81%) 내린 10,680.36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EU가 추가 부양책에 합의한 점이 투자 심리를 개선했다. EU 정상들은 마라톤 회의 끝에 7500억 유로의 경제회복기금 도입에 합의했다. 기업 실적이 양호했던 점도 증시를 지지했다. 전일 장 마감 후 발표된 IBM의 2분기 순익과 매출은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코카콜라와 록히드마틴 등도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발표했다. 어닝스카우트에 따르면 S&P 500 지수 기업 58개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81%가 예상보다 양호한 순익을 기록했다. 유럽의 부양책과 양호한 실적으로 주요 지수는 상승 출발했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기술 기업 주가는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나스닥은 장 초반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운 이후 곧바로 보합권으로 반락했다. 장 후반에는 낙폭을 키웠다. 전일 8% 가까이 급등했던 아마존 주가는 이날 장 초반 1% 이상 올랐지만, 이후 빠르게 반락해 1.8% 내려 마감했다. 애플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일제히 1% 이상 하락해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340포인트 이상 올랐던 다우지수는 기술주 낙폭이 커지면서 상승 폭을 줄였다. 이날 업종별로는 기술주가 1.06% 하락했다. 에너지는 6.15% 급등했고, 산업주는 1.31% 올랐다. 한편 국제유가는 2.8%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1.15달러 오른 배럴당 41.96달러로 청산됐다. 8월물은 이날로 만기가 도래했고 3월 5일 이후 최고로 올라 마감됐다. 9월물도 1달러(2.4%) 뛴 배럴당 41.92달러에 체결됐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은 1.04달러(2.4%) 상승해 3월 6일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44.31달러를 기록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90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EU, 코로나기금 1030조원 합의

    90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EU, 코로나기금 1030조원 합의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1일(현지시간) 7500억 유로(약 103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17~18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정상회의는 90시간이 넘는 ‘마라톤회담’으로 이어지며 EU 역사상 가장 긴 정상회의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됐다. AP통신 등은 이날 EU 27개 회원국이 천문학적인 경제회복기금과 1조 740억 유로 규모의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합의가 완료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현재 유럽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경제회복기금 관련 합의안에 따르면 회원국이 갚을 필요가 없는 보조금은 3900억 유로, 대출금은 3600억 유로로 각각 배분됐다. 당초 보조금은 5000억 유로 규모로 책정됐지만 대출금 형태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네덜란드 등 재정건전국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액수가 줄었다. 이탈리아가 EU로부터 820억 유로의 보조금과 1270억 유로의 저리 대출금을 지원받게 되는 등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회원국들은 이번 합의로 큰 힘을 얻게 됐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5개 국가는 ‘검소한 5개국’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 규모 축소 등에 한목소리를 냈다. EU는 이들 국가에 예산 분담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환급금을 인상해 주는 것을 대가로 합의를 이끈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스트리아의 연간 환급액이 기존보다 2배 늘어난 5억 6500만 유로로 책정됐고, 네덜란드가 받을 환급액은 기존보다 3억 5000만 유로 늘어난 19억 2000만 유로로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합의된 재정 규모와 회의 기간 등에서 EU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총 1조 8000억 유로(약 2467조원) 이상의 금액이 이번 회의에서 합의됐으며, 전체 예산의 3분의1이 기후변화 대응에 책정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부양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흘 이상 진행된 이번 정상회의는 5일간 이어졌던 2000년 프랑스 니스 정상회의 다음으로 가장 길었던 회담으로 남게 됐다. 당초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이번 정상회의가 전격적인 합의를 이룬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이 열린 벨기에는 코로나19 주간 발병률이 32%로 늘어나 2차 확산의 ‘핫스폿’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EU 지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벨기에는 앞서 18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261명(월드오미터 집계 기준)으로 나타나 5월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90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EU, 코로나기금 1030조원 합의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1일(현지시간) 7500억 유로(약 103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17~18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정상회의는 90시간이 넘는 ‘마라톤회담’으로 이어지며 EU 역사상 가장 긴 정상회의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됐다. AP통신 등은 이날 EU 27개 회원국이 천문학적인 경제회복기금과 1조 740억 유로 규모의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합의가 완료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현재 유럽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경제회복기금 관련 합의안에 따르면 회원국이 갚을 필요가 없는 보조금은 3900억 유로, 대출금은 3600억 유로로 각각 배분됐다. 당초 보조금은 5000억 유로 규모로 책정됐지만 대출금 형태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네덜란드 등 재정건전국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액수가 줄었다. 이탈리아가 EU로부터 820억 유로의 보조금과 1270억 유로의 저리 대출금을 지원받게 되는 등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회원국들은 이번 합의로 큰 힘을 얻게 됐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5개 국가는 ‘검소한 5개국’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 규모 축소 등에 한목소리를 냈다. EU는 이들 국가에 예산 분담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환급금을 인상해 주는 것을 대가로 합의를 이끈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스트리아의 연간 환급액이 기존보다 2배 늘어난 5억 6500만 유로로 책정됐고, 네덜란드가 받을 환급액은 기존보다 3억 5000만 유로 늘어난 19억 2000만 유로로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합의된 재정 규모와 회의 기간 등에서 EU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총 1조 8000억 유로(약 2467조원) 이상의 금액이 이번 회의에서 합의됐으며, 전체 예산의 3분의1이 기후변화 대응에 책정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부양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흘 이상 진행된 이번 정상회의는 5일간 이어졌던 2000년 프랑스 니스 정상회의 다음으로 가장 길었던 회담으로 남게 됐다. 당초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이번 정상회의가 전격적인 합의를 이룬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이 열린 벨기에는 코로나19 주간 발병률이 32%로 늘어나 2차 확산의 ‘핫스폿’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EU 지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벨기에는 앞서 18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261명(월드오미터 집계 기준)으로 나타나 5월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EU 정상들, 90시간 협상 끝에 코로나 극복 1030조원 지원 합의

    EU 정상들, 90시간 협상 끝에 코로나 극복 1030조원 지원 합의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대륙 경제를 되살리는 데 7500억 유로(약 1030조원)를 쏟아 붓기로 합의했다. 27개 회원국이 나흘의 마라톤 협상 끝에 21일(이하 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3900억 유로(약 534조원)의 보조금에 3600억 유로(약 493조원)의 저금리 대출금을 묶은 획기적인 경기 부양 패키지에 합의했다. 보조금은 갚을 의무가 없는 자금이다. 정상들은 지난 17일 아침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90시간 이상 협상을 벌여 지난 2000년 프랑스 니스에서 닷새 동안 정상들의 협상을 벌인 이후 두 번째로 긴 협상을 벌였다. 다만 곧바로 실행되지 않고 회원국 간 기술적 조율을 거쳐 유럽의회 심의를 통과해야 실행된다. 지난 5월 경제회복기금 초안을 처음 제시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된다. 메르켈 총리는 “매우 안도했다”며 “EU가 마주한 최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묘사했으며, 소피 윌메스 벨기에 총리도 “EU가 미래에 이렇게 투자한 적은 없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해냈다! 유럽이 하나로 뭉쳤다”고 반겼다. 그는 그 뒤 기자회견에서도 “유럽이 ‘행동하는 힘’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향후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유럽의 여정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수혜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는 향후 EU로부터 820억 유로(약 112조원)의 보조금과 170억 유로(약 173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금을 지원 받을 예정이다. 경제회복기금 및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에 대한 협상의 최대 쟁점은 네덜란드를 ㅣ비롯해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이른바 ‘검소한 4개국’에 핀란드까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나라들에 5000억 유로를 보조금으로 제공한다는 제안에 반대하는 바람에 교착됐다. 마르크 뤼트 네덜란드 총리가 이끈 이들 나라는 처음부터 3750억 유로를 상한으로 정한 데다 더 이상 추가 요구를 봉쇄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4000억 유로 이하를 제시했다. 한때 마크롱 대통령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검소한 4개국’이 유럽의 계획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일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등이 북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반영, 보조금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낮은 3900억 유로로 제시해 합의를 도출했다. 검소한 나라들은 EU 회계 기여분에 대한 리베이트를 챙김으로써 실리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과정의 다른 쟁점은 법치를 존중하는 정부에 연계해 어떻게 지출금을 분배하느냐였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나라들의 분담금을 보류하는 정책을 취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압박했다. 유럽 이사회(EC)는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7500억 유로를 차입해 국제 지원금을 배분할 것이다. 이런 지출 계획을 회원국 정부가 거부할 여지가 있다. 한편 EU는 앞으로 7년 동안 1조 1000억 유로의 예산을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병원에서만 86일, 내가 코로나19에서 살아돌아오기까지

    병원에서만 86일, 내가 코로나19에서 살아돌아오기까지

    바박 코스로샤히(61)가 코로나19 증상으로 입원한 지난 3월 22일(이하 현지시간)은 영국의 어머니 날이었다. 그로부터 86일 뒤 퇴원했다. 그가 입원한 동안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4만명이 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들과 달리 오랜 투병 끝에 퇴원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BBC가 석달 가까이를 돌아본 그의 육필 체험담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솔직히 난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매우 조심했다. 손을 열심히 씻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고 늘 내 차를 탔다. 그러나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알고 있다. 그달의 13일은 정말 13일의 금요일이었다. 내 파트너가 날 보러 왔는데 난 조금 뭔가 잘못 됐다고 느끼게 됐다. 돌아보면 약간의 열이 났는데 체온이 낮아서겠거니 생각했다. 그냥 느낌 뿐인가 했다. 늘 코로나를 의식했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다음날 온도계로 체온을 쟀더니 섭씨 38.5도가 나왔다. “뭔가 심각해지는구나” 싶었다. 상담 전화를 걸었더니 앰뷸런스를 부르기 전에 일주일만 버텨보라고 했다. 그 시간에 열이 펄펄 끓고 몸은 더 나빠졌다. 이제 방에서 방으로 옮겨가는 일조차 힘겨워졌고 아침에 뭘 먹으러 주방에 가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죽을 맛이었고 결국 한 친구가 999에 전화를 해줬다. 웨스트 미들섹스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3월 22일이었다. 새벽 4시에 날 데리러 온 것이 놀라웠다. 입원하자마자 간호사가 닭 요리를 건넸는데 먹질 못했다. 그 방과 마지막 음식만 기억나곤 나머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취되기 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문자를 보냈으며 의사와 얘기도 했다는데 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3주 반이 지난 뒤 깨어났는데 중환자실이었다. 마취를 한 것은 기관을 절개해 호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산소 치료를 받았다. 왼쪽 폐가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깨어난 뒤에도 내가 왜 그곳에 있는지 질문할 수조차 없었다. 그냥 거기 있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내 안경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지만 말할 수가 없었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간호사들이 내게 종이 뭉치를 건네며 뭐라도 써보라고 했다. 물을 달라고 적기 시작했는데 내 글씨는 삐뚤빼뚤해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글자판을 건네며 글자를 짚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W를 짚으면 그 옆 글자가 짚혔다. 하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짚을 수가 없었다. 며칠 뒤에야 글씨를 쓸 수 있었다. 물리치료사가 중환자실에서 내게 “걸어서 이 병원을 나갈 거야”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 보라고 했다. 몸 움직임을 늘리는 것이 재활의 초점이었다. 처음에 의료진은 날 보고 침대 끝에 앉아보라고 했다. 그 뒤는 일어나 걸어서 의자에 앉아보라고 했다. 결국 난 보행기에 의지하고 산소를 제공받아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잘하시네요. 당신은 마라톤을 하신 거나 진배 없어요”라고 격려해줬다. 난 “내 나이 예순하나야. 내가 왜 마라톤을 하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농으로 대꾸해줬다. 그렇게 30일이 지나자 물리치료사가 일어서보라고 했는데 일어설 수가 없었다. 더 나아지긴 할 수 있을까 혼잣말을 했다. 호흡이 가빴다. 기계에 딱 달라 붙어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설 수 있었다. 물리치료사는 그보라고 했다.그 때부터 목표가 생겼다. 걸어서 이 병원을 나간다는 것이었다. 치료사가 그렇게 말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입원한 지) 약 50일 뒤에 난 일반병동으로 옮겨 퇴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오한이 들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오한이 인다며 간호사를 불렀다. 몇 초 만에 네 명의 의사가 보러 왔고, 30분 만에 내 병상을 밀고 정밀 진단을 받게 했는데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내가 그렇게 오래 입원한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목 근육들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다. 의료진은 내개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법을 일러주고 내가 얼마나 해내는지 테스트를 했다. 물을 여러 번 마시게 해 그때마다 목 근육을 강화하게 했다. 결국 의료진은 내 기도 삽입관을 빼도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말은 어떤 줄도, 튜브도 붙이지 않은 자유인으로 집에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감동 받은 것은 딱 둘, 국민건강서비스(NHS)와 우리 가족이었다. NHS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여기 있지 못했다. 그들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는 늘 불평해왔는데 필요한 일을 했고, 어떤 지출도 낭비되지 않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내 목숨을 구했다. 퇴원하는 기분을 여러분에게 설명할 수가 없다. 나무들이 황량했을 때 입원했는데 퇴원할 때는 신록이 무성하다. 정말 대단한 감정이다. 물론 지금 난 서서히 회복하는 단계에 있다. 난 직원들에게 금방 돌아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쯤 은퇴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내 몸에서 나간 것은 분명하지만 입원했던 후유증은 한동안 날 힘들게 할 것이다. 짧은 거리를 걸어도 호흡이 가팔라지고 퇴원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아주 부드러운 음식만 먹고 있다. 집에 온 뒤 2~3㎏ 체중이 불었다. 하지만 진짜 이란식 케밥을 맛있게 먹고 싶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비서 괴롭힌 이유가 ‘잘 웃지 않아서’라니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비서 괴롭힌 이유가 ‘잘 웃지 않아서’라니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의 단순한 실수’ 혹은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해 피해자가 더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 지난 13일 박 전 시장의 비서로 일한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공개한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또 지난 16일 피해자가 서울시에서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라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비서’란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일까. 세계비서협회(IAAP)는 비서를 “숙달된 사무기술을 보유하고, 직접적 감독 없이도 책임을 수행할 능력을 발휘하며, 솔선수범의 자세와 분별력을 갖고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간부적 보좌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협회가 제시하는 비서 수칙 중에는 상사의 습관과 성격 등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등 상사의 심기 관리에 관한 수칙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직무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숙련된 기술, 정확한 표현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수칙이 훨씬 많다. 그러나 남성 상사들은 여성 비서에게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아니라 왜곡된 성 역할을 강요한다. 남성 상사가 여성 비서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 웃음을 강요하고, 업무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사적인 심부름을 지시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비서들은 직장 내 성폭력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도 시달리고 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를 통해 ‘비서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일부 제보 사례를 확인했다.A씨는 어느 날부터 업무에서 배제됐다. 회사 대표는 ‘A씨가 일을 똑바로 못 한다’는 취지로 A씨를 험담했고, A씨를 빼고 다른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등 A씨를 따돌렸다. A씨는 “대표가 나를 가리켜 ‘평소에 잘 안 웃는다’고 비난하고 다녔다”며 “어떻게 항상 미소를 유지할 수 있나”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A씨는 “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B씨는 상사가 집에서 만들어 먹을 음식 재료를 사다 주고, 상사가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고, 상사가 입은 옷을 세탁해야 했다. 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았다. 상사의 그날 기분에 따라 업무를 끝내는 시간도 달라졌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다. 또 가해자 개인의 일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업무상 위력이 작용하는 직장 내 권력 구조 속에서 하급자는 상급자로부터 성폭력과 갑질 등 각종 인권침해를 당해도 인사상 불이익, 나쁜 소문 등이 두려워 저항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같은 구조 속에 있는 동료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상사가 헛기침과 눈빛만으로도 문제를 은폐할 수 있는 위계 구조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발생한다. 구조적인 문제다. 우리는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피해자에게 ‘4년 동안 뭘 하다 이제 와서 말하느냐’, ‘왜 진작 일을 그만두지 않았냐’는 비난은 실상 가해자를 감싸는 질문이다.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이제 겨우 말문을 여는 것이고, 피해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이다. 특히 두 번째 질문은 피해자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 박 전 시장 사건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직장 내 성폭력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이 문제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다.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에게 온전히 그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가해자의 ‘실수’가 아니다. 제대로 수사하고, 제대로 기소하고, 제대로 처벌해야 하는 ‘성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5sjin@seoul.co.kr
  • 코로나 경제회복기금 진통… EU 정상회의 하루 더 연장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논의를 위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하루 더 연장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앞서 17~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가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등에 대한 회원국 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18일 보도했다. EU의 지나친 예산 확장정책에 반대해 왔던 이른바 ‘검소한 4개국’(frugal four)을 중심으로 경제회복기금의 규모·형식·조건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며 정상회의는 하루 뒤인 19일 정오에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회원국들이 대면으로 만나 진행된 일정이었다. 7500억 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과 1조 740억 유로(약 1457조원) 규모의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이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다. 경제회복기금은 EU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이를 회원국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현재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EU 집행위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검소한 4개국’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등이 반대하는 구도다. 반대편에 선 이들 국가는 EU 내 대표적인 재정건전국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의 예산 확장정책에 반대하는 등 한목소리를 내 왔다.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과 관련, 대규모 공동 채무에 반대하고 보조금보다는 대출금 형태로 기금이 운용돼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해 온 기존 입장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핀란드도 이들 4개국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 경제회복기금 중 보조금 비중을 5000억 유로에서 4500억 유로로 줄이는 안을 내놓고 설득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취중생] 상사가 비서 괴롭힌 이유, 웃지 않아서였다

    [취중생] 상사가 비서 괴롭힌 이유, 웃지 않아서였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시장의 단순한 실수다’ 혹은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고 해 피해자가 더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 지난 13일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공개한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들과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비서로 일한 피해자에게 음란한 문자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며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혔고 집무실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했습니다. 최근 4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박 전 시장의 가해행위는 2018년 ‘미투’ 운동이 정치·문화·예술·교육 등 사회 각계 각층으로 퍼져나간 이후에도 계속된 것입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또 지난 16일 피해자가 서울시에서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라는 말을 하고, 박 전 시장으로부터 결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박 전 시장의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비서’란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를 가리키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세계비서협회(IAAP)는 비서를 다음과 같이 정의(영문을 국문으로 번역한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서는 숙달된 사무기술을 보유하고, 직접적인 감독 없이도 책임을 수행할 능력을 발휘하며, 솔선수범의 자세와 분별력을 갖고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간부적 보좌인이다.” 세계비서협회가 정의하는 비서 수칙들 중에는 상사가 사소한 일로 방해받지 않도록 한달지 상사의 습관과 요구사항, 성격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등 상사의 심기 관리와 관련한 수칙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행하는 업무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숙련된 기술, 정확한 표현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수칙이 훨씬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상사들은 여성 비서에게 비서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성 역할을 강요합니다. 남성 상사가 여성 비서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 웃음을 강요하고, 업무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사적인 심부름을 지시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여성 비서에게 성 역할 강요 이로 인해 비서들은 직장 내 성폭력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를 통해 ‘비서에 대한 상급자의 갑질’ 제보 사례를 일부 확인했습니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 발생 일시와 지역, 직장 이름, 제보자 이름과 나이 등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비서로 일한 A씨는 어느 날부터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회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A씨가 일을 똑바로 못 한다’는 취지의 말로 A씨를 험담했고, A씨를 빼고 다른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등 A씨를 따돌렸습니다. 또 A씨가 하던 일을 다른 직원에게 맡겼고, A씨가 업무상의 이유로 전화를 해도 연락을 안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대표가 A씨를 괴롭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얼굴 표정 때문이었습니다. A씨는 “대표가 나를 가리켜 ‘평소에 웃지도 않고 표정이 안 좋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어떻게 항상 미소를 유지하고 있을 수가 있나”라고 말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만큼이나 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고 A씨는 말합니다. B씨는 상사의 사적인 심부름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상사는 자신이 집에서 만들어 먹을 음식 재료를 B씨에게 사오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는 일도, 자신이 입을 옷을 세탁하는 일도 스스로 하지 않고 모두 B씨에게 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B씨의 퇴근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상사의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C씨는 상사의 가족을 수행하는 일까지 했습니다. 상사 배우자가 어느 모임에 갈 때도 데려다줘야 했고, 때로는 상사의 아들·딸을 ‘모시러’ 가야만 했습니다. C씨는 휴일에도 쉴 수 없었습니다. 그의 상사는 C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말과 공휴일마다 골프를 치러 다녔습니다. 이렇게 초과근무를 하는 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C씨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또 단순히 가해자 개인의 일탈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업무상 위력이 작용하는 직장 내에서의 권력 구조 속에서 하급자는 상급자로부터 성폭력과 갑질 등 각종 인권침해를 당해도 인사상 불이익, 나쁜 소문 등이 두려워 저항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또 직장 동료들도 같은 구조 속에 있기 때문에 동료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상사가 눈빛만으로도 문제를 은폐할 수 있는 위계 구조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발생합니다.여성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협한다 우리는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 피해자에게 ‘4년 동안 뭘 하다 이제 와서 말하느냐’, ‘왜 진작 일을 그만두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2차 가해는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잘못된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이제 겨우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이고, 두 번째 질문은 피해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입니다. 특히 ‘왜 그만두지 않았냐’는 식의 질문은 피해자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시장의 ‘기분 좋음’은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 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면서 “이는 사실상 성차별이며, 성폭력을 조장·방조·묵인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박 전 시장 사건에서 잊지 않아야 할 점은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점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에게 성적인 접근을 하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에게 그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박 전 시장 사건은 박 전 시장의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검찰이 제대로 기소하고, 법원이 제대로 처벌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성폭력’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안양시 ‘온라인 독서마라톤 대회’ 개최…책속으로 떠나는 행복레이스

    경기도 안양시는 심신단련과 함께 책 읽는 문화 조성을 위해 ‘온라인 독서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12월 21일까지 진행하는 대회는 독서와 마라톤을 접목시킨 이색 행사다. 한 쪽 당 2m로 환산, 참여자가 독서기록일지 작성을 통해 신청한 독서코스를 완주하는 온라인 독서운동이다. 안양시립도서관 도서대출회원으로서 시립도서관 홈페이지 독서마라톤 코너에서 11월 3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독서마라톤 코스는 평촌 중앙공원(걷기코스, 5km), 안양1번가(단축코스, 10km), 안양예술공원(하프코스, 21km), 관악산(풀코스, 42.195km) 등 4개 지역으로 개인 독서량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중앙공원 5km를 선택하면 2500쪽를 읽어야 한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에게는 독서마라톤 완주인증서가 제공되고, 코스별 우수 완주자는 수상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시기에 독서를 통하여 위안을 얻고, 읽은 책을 공유하여 마음의 위안을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박원순 시장 기분 좋게 만드는 ‘기쁨조’ 역할 강요받았다”

    “박원순 시장 기분 좋게 만드는 ‘기쁨조’ 역할 강요받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16일 피해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의 비서로서 시장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를 돕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장 비서 업무의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었으며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면서 “이는 사실상 성차별이며 성폭력 발생과 성역할 수행에 대한 조장, 방조이자 묵인과 요구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측은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는 이유로 주말 새벽 출근해야 했고, 서울시 인사들이 결재를 잘 받을 수 있게 시장의 기분을 살피라며 심기 보좌 또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운동을 마치고 시장실 샤워실에서 씻을 때 비서가 속옷을 가져다줘야 했으며 샤워를 마친 시장이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을 챙기는 일도 비서 업무였다고 피해자 측은 밝혔다. 피해자는 아침저녁으로 시장의 혈압을 재야 했는데 박 전 시장으로부터 “자기(피해자)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라는 성희롱 발언을 듣기도 했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를 서울시는 철저히 무시했다. 피해자는 2016년 1월부터 반기마다 인사이동을 요청한 끝에 지난해 7월에야 비서실을 나갔다. 올해 2월 다시 비서 업무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피해자는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어 고사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인사 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피해자 측은 밝혔다. 피해자 측은 A씨 외에도 서울시에서 발생한 성추행 피해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회식 때 노래방에서 허리 감기 ▲술 취한 척 뽀뽀하기 ▲집에 데려다준다며 택시에서 추행하기 ▲바닥 짚는 척 다리 만지기 등이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일상적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성폭력 사안 발생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난 4월 행정직 비서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지난 8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뒤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등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정치적 진영론과 여성 단체에 휩쓸리지 말라’, ‘힘들었겠지만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다’라는 식의 위로를 가장한 2차 가해성 메시지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가 전날 내놓은 진상규명 대책으로는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청 6층(비서실)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 자료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등에는 “진상규명 필요를 말하면서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 등으로 호칭하는 이중적 태도를 멈추고 적극적인 성폭력 문제 해결과 문화 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박원순 낮잠 깨우기, 여성 비서만…샤워 때 속옷도 챙겨”(종합)

    “박원순 낮잠 깨우기, 여성 비서만…샤워 때 속옷도 챙겨”(종합)

    A씨 돕는 여성단체, 구체적 피해 상황 밝혀“‘혈압 네가 재면 높게 나와’ 성희롱 발언피해자 전보 요청, 박 전 시장이 직접 불허서울시 전현직 공무원들이 압박성 연락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인 전직 비서 A씨 측이 또 다른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밝혔다. A씨를 돕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6일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서면 자료를 내고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쟀는데 피해자(A씨)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는다’고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여성 비서의 업무로 부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이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이 단체들은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A씨 등 직원 증언을 토대로 박 전 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또 다른 성 비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료에서 의혹의 당사자를 ‘시장’이라고만 기재했다. 일례로 자료에는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면서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했다”는 증언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줘야 했다. 샤워를 마친 시장이 그대로 벗어두면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냈다”는 내용도 나온다. 자료에는 “시장은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잤는데 이를 깨우는 것은 여성 비서가 해야 했다”면서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지만, (서울시 관계자 등이)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피해자에게) 해당 일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기재돼 있다.이들은 또 박 전 시장이 직접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에 따르면 A씨는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는 박 전 시장의 인사 원칙을 근거로 전보 요청을 했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은 “누가 그런 걸 만들었느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인사 이동을 만류하고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A씨는 이 단체 측에 진술했다. A씨는 2016년 1월부터 반기별로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좌절되다가 지난해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고 이 단체들은 전했다. 이 단체들은 A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후 서울시 전 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등으로부터 압박성 연락을 연이어 받았다고 밝혔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들은 “너를 지지한다”면서도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말하거나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면서도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하는 얘기 등을 했다고 이 단체들은 전했다. 때로는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는 압박성 전화 내용도 있었다고 이 단체들은 주장했다. 아울러 이 단체들은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자료를 확보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서울시 “조사단 구성 제안 응해 달라” 입장문 양 단체의 발표 후 서울시는 ‘여성단체 발표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냈으나 전보 불허, 여성 비서의 업무 내용, 피해자가 받은 압박성 연락 등 구체적인 주장 사안에 대한 해명이나 반박은 빠져 있었다. 서울시는 “조사단 구성을 위한 제안을 15일과 16일 등 두 차례에 걸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에 공문으로 보냈으나 회신이 없는 상태”라면서 “16일 두 단체가 입장 발표를 통해 요구한 제안사항도 대폭 수용해 조사단 구성에 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조사단 구성을 위한 서울시 제안에 (양 단체가) 조속히 응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예정대로 유관중, 이번 주 최종 결정”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예정대로 유관중, 이번 주 최종 결정”

    코로나19의 미국 내 재확산 우려에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갤러리 입장을 노크하고 있다. 마침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메이저리그(MLB)의 ‘제한적 관중 입장 가능성’ 발언이 나온 터라 더욱 주목된다.미국 골프닷컴은 16일 “다음달 초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 하루 2000명의 갤러리 입장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이번 주 내에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틀간 프로암도 진행할 것”이라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의 말도 덧붙였다. 골프닷컴은 “LPGA 투어가 이달 말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으로 약 5개월 만에 투어를 재개한다”면서 “마라톤 클래식에 갤러리가 들게 되면 미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첫 종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회는 16일 밤(한국시간) 개막한 미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같은 오하이오주에서 열린다. 메모리얼 대회는 당초 오하이오 주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갤러리를 입장시킬 계획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무관중 대회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2019~20시즌 마지막 대회인 9월 첫째 주 투어챔피언십, 2020~21시즌 첫 대회인 9월 둘째 주 세이프웨이오픈까지 무관중을 확정한 PGA 투어도 이후 US오픈부터 다시 갤러리 입장을 타진하고 있다.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는 이날 “미국골프협회(USGA)가 개최지인 뉴욕주와 유관중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파우치 소장은 이날 볼티모어 지역 방송인 MASN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감염률이 정말 낮다면 야구장 관중 입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100%는 불가능하지만 띄어 앉기로 입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개막 예정인 MLB에 제한적인 관중 입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워싱턴 내셔널스 팬으로 알려져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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