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 중간수사 결과 의문점
군 검찰이 14일 박노항 원사를 기소하면서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는 박원사를 둘러싼 각종 병역비리 및 군내 비호세력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받고 있다.
우선 정치인·군 장성·고위 공무원 등 이른바 ‘끗발 있는’ 사회지도층을 적시한 각종 ‘리스트’가 나돌고 있으나 시원스러운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검·군은 박원사 검거 이후 100여명을 조사해 50여명의 혐의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는 국민정서상 ‘잔챙이’만 솎아낸 것에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서영득(徐泳得·공군대령) 국방부 검찰단장은 “정치인등 사회지도층의 연루사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송구스럽다”면서도 박원사가 너무 ‘큰 인물’로 부풀려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급급했다.
?못 밝혀낸 정치인·고위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의 병역비리 출처불명의 각종 리스트가 나돌면서 정·관계 인사 수백명이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중간 수사결과는 이를 거의 거론하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리스트는 반부패국민연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전·현직 의원 55명의 아들 75명 등 210명의 명단.하지만 당시 검찰수사 결과 확인된 것은 한나라당 김태호의원 등 4명에 불과했다.또다른 의원 3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박원사 검거 이후의 지도층 병역비리수사가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날 개연성이 높아지자 새로운 리스트가 꼬리를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군 검찰은 98년 1차 수사 당시 군검찰 내부의 갈등으로 수사가 봉합된데 불만을 품은 일부세력이 이들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대의 ‘원조’리스트에 비해 새 리스트들은 관련자의 규모나 면제 내역,인적사항 등을 더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이와 관련,앞으로 검찰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연루 혐의에 대해 어떤 확인절차를 거칠지,‘공소시효 만료’라는 법률적 한계를 넘어 어떠한 징벌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무사·합조단의 조직적 비호 및 병역비리 개입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기무사의 병역비리 개입설과 국방부 합조단 헌병동료들의 조직적 비호설에 대한 수사결과도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
병역비리 1차수사 당시 수석 군검찰관이던 이모 소령(미국 유학중)의 지적처럼 “기무사 비리를 못풀면 병역비리수사는 반쪽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정서다.
당시 기무·헌병요원 22명의 병무비리 혐의가 포착됐지만7건만 사법처리된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소령은 박원사 검거와 무관하게 기무사에 대한 별도의 수사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박원사가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으며,지방의 병역비리는 대부분 기무사 요원들이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감사관실에서 99년말 기무사의 외압여부를 집중 감사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며 전면 부인했다.기무사도 “소수 직원들의 개인차원 비리는발견됐지만 조직적 비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주석기자 joo@.
*구속기소된 박노항 수사 전망.
박노항 원사가 군무이탈 등 혐의로 14일 구속기소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박씨가 개입한 병역비리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박씨를 기소하기 위한 혐의 입증에 주안점을둔 지금까지의 수사와는 달리 앞으로는 이번 사건의 핵심 사안이자 초미의 관심사인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연루 여부에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밝혀진 병역비리 알선책인 원용수 준위와 전 병무청직원 정모씨 외에 ‘제3,제4 알선책’의 존재 여부와 군 검찰로부터 이첩된 박씨 도피 비호세력에 대한 보완수사도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마라톤으로 치자면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고,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레이스’”라고 말했다.당초부터 수사가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페이스 조절’을 했다는 얘기다.
우선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연루 여부에 대해서 검찰은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이름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확실한 물증이 포착되기도 전에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역풍’을 맞게 되는 게 아니냐는 계산과 우려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검찰 주변에서는 정치인 자제들의 병역비리에 박씨가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지도층자제들이 병역면제를 받으려면 ‘사회관심자원관리지침’에 따라 반드시 국군수도통합병원의 정밀심사를 거쳐야 한다.박씨는 82∼93년까지 11년 동안 이 병원에파견근무하면서 병역 판정을 내리는 군의관 등과 지속적인 교분을 맺은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 결과에 대한 여론의 부담을 느끼는 검찰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최소한 정치인 1∼2명을 엮어넣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 과정에서 박씨를 통하지 않고 병무관련 고위층에 직접 선을 댄 인사들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또다른 알선책의 존재에 대한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도 예견되고 있다.박씨가 개입한 병역비리가 최소한 100여건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원준위와 정씨 외에 또다른 알선책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론되기 때문이다.검찰은 제3,제4의 알선책이 확인되면 박씨의 여죄도 부수적으로 드러날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수사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박씨가 부인으로 일관한다”며 고충을 토로하고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