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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도 없이 홀로 올림픽 출전한 마라토너의 사연

    국가도 없이 홀로 올림픽 출전한 마라토너의 사연

    전세계 국가대표들이 모여 경쟁하는 올림픽에서 과연 나라도 없이 출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국가도 코치도 없는 한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 마라톤 선수로 당당히 출전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낡은 한 켤레의 마라톤화를 신고 출전을 앞둔 선수는 미국에 사는 난민 가우어 마리얼(28). 마리얼의 과거는 끔찍한 악몽 그자체다. 아프리카 중동부에 있는 남수단에서 출생한 마리얼은 어릴 때 부터 내전으로 오직 생존을 위해 물도 없이 사막을 뛰어다녀야 했다. 특히 그의 나이 20살 때 벌어진 내전으로 국민 2백만명이 사망했으며 이 기간중 가족 8명이 죽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후 마리얼은 전쟁 포로로 노예생활을 하다 이집트로 탈출 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난민 신분을 얻었다. 난민이 된 마리얼은 달리기 실력을 키워 지난해 첫 출전한 미국 내 마라톤대회에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기준 기록인 2시간 14분 대로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을 참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많았다. 먼저 남수단은 지난해 수단에서 독립한 신생국으로 올림픽 위원회도 없다. 이에 (북)수단 정부는 마리얼에게 “대표팀에 합류하라.”고 초청장을 보냈으나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마리얼은 “만약 내가 북수단을 위해 달린다면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은 2백만명을 욕보이는 짓”이라고 밝혔다. 마리얼의 이같은 사연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에도 전달됐고 IOC는 회의를 통해 지난달 중순 올림픽 깃발아래 독립 선수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조치했다. 최근 마리얼은 홀로 뒤늦게 런던에 도착해 마라톤 훈련을 하고 있다. 마리얼은 “내가 국가의 깃발을 들지는 못하지만 내 나라는 그 장소 그대로 있다.” 면서 “드디어 내 꿈이 실현됐다.”며 기뻐했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
  • [사설] 런던올림픽 환희·감동의 드라마 기대한다

    인류가 창조한 최고의 축제인 올림픽이 영국 런던에서 개막됐다. 8월 1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하계 올림픽에는 전 세계 205개국에서 1만 6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26개 종목에서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그동안 닦아 온 기량을 겨루게 된다. 월드컵이 축구라는 단일 경기를 놓고 국가 간에 1대1로 맞붙는 결전의 장이라면, 올림픽은 다양한 종목에 참가한 선수 개인이나 팀이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발산하는 힘과 아름다움을 겨루는 축제의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극대화되는 월드컵에 비해 올림픽에서는 개인의 드라마가 부각되고 거기서 나오는 ‘휴먼 스토리’가 인류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참가국 모두가 여성 선수를 출전시켜 스포츠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게 됐다. 올림픽의 역사가 세계사의 단면인 것처럼, 한국의 올림픽사는 한국의 근대사이기도 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단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민족은 가슴 깊이 북받쳐 오르는 설움 속에 독립의 의지를 다졌다. 1948년 7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에 출전한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처음으로 독립국가 코리아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발전시켜가는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남북 선수단의 관계는 당시의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대회 22개 종목에 24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박태환, 장미란처럼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이름이 생소한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도 많다. 그러나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은 물론 그들을 단련시키고 훈련을 도와온 코치와 스태프 등 선수단 모두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들이다. 올해는 특히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의 여파로 우리 경제도 침체에 빠지면서 어려움에 처하거나 사기가 떨어진 국민이 적지 않다. 런던에서 보여주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이 국민 모두에게 큰 위안과 활력소가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더할 수 없는 기쁨이겠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우리 국민에게는 최고의 감동이 될 것이다.
  • [27일 TV 하이라이트]

    ●페이스 메이커(KBS1 밤 12시 20분) 마라토너 만호는 국가대표선수이지만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려온 보조 마라토너로 언제나 30㎞까지만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다. 생활이 여의치 않자 친구네 집에 얹혀살며 달리기로 치킨배달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 성일이 찾아와 페이스 메이커로 뛰어 달라는 제의를 한다. ●스펀지(KBS2 밤 8시 50분) 톰 크루즈와 제니퍼 로페즈의 이혼 사유라는 신종교, 사이언톨로지. 어떤 종교이길래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종교로 평가받는 사이언톨로지의 실체를 알아본다. 또 사이언톨로지에서부터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숭배한다는 종교까지, 신종교를 탐구한다. ●MBC 스페셜(MBC 밤 11시 15분) 한·베트남 수교 20주년 특집으로 17년째 베트남 얼굴기형 환자들을 무료로 수술해온 ‘세민 어린이 안면기형 돕기회’의 수술 여행을 카메라에 담았다. 1주일간 번개처럼 이뤄지는 수술 대작전. 그리고 선천적과 후천적 얼굴기형이 많을 수밖에 없는 베트남의 현실과 16년간 수술을 받고 미소를 되찾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2012년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꽃중년 신사들의 남다른 로맨스 드라마 ‘신사의 품격’. 대중문화 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드라마의 인기요인과 캐릭터의 매력을 심층 분석한다. 드라마 속 중년로맨스의 ‘직설적 화법’과 ‘섹시 코드’가 가진 현실적이고 코믹한 요소를 살피고 시청자의 공감 지수를 따져본다. ●세계의 아이들(EBS 밤 8시 50분) 이집트의 서쪽 끝 리비아 국경지역에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오아시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시와 마을이 있다. 사막과 오아시스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로, 모래썰매를 타고 놀거나 오아시스에서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는다. 사막과 오아시스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사막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대뜸 토크(OBS 밤 7시 5분) 이번 시간에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출연해 최근 ‘미디어렙 시행에 따른 결합판매 지원고시’ 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중소방송사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정책을 펼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은 옳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방통위의 잘못된 판단이나 정책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가능할지 들어본다.
  • 밀양 36.7도… 전국 열사병 주의보

    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24일까지 보고된 온열질환자 146명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24일에는 경북 칠곡의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70대 노부부가 폭염으로 인한 급성 폐 손상으로 숨졌다. 사고 당일 칠곡은 낮 최고기온이 36.4도를 기록해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24일 하루 전국에서 응급실로 이송된 온열질환자는 21명에 달했다. 불볕더위의 기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뚜렷한 비 소식이 없다. 25일 낮 최고기온은 밀양 36.7도, 대구 35.3도, 강릉 34.6도, 서울 32.1도까지 올랐다. 민간 기상전문업체인 케이웨더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요 도시의 열사병 예방지수가 28도를 넘어 ‘위험’ 또는 ‘매우 위험’ 단계에 이르렀다. 열사병 예방지수란 기온, 습도, 복사열, 기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열에 의해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수치다. 28도를 넘으면 마라톤 경기 등 실외에서 하는 격렬한 운동을, 31도 이상이면 모든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지난 17일 많은 비가 내린 뒤 장마가 끝났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달 18일 시작된 올 장마는 제7호 태풍 카눈으로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평년보다 일찍 사라졌다. 기상청은 “앞으로 대기 불안정이 원인인 국지성 집중호우 외에는 뚜렷한 비 소식이 없다.”고 예보했다. 무더위는 다음 달 초에 절정을 이룬 뒤 9월까지 이어지겠다. 특히 다음 달 초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지만 중순과 하순은 평년과 비슷하겠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반도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가운데 덥고 습한 남서풍이 불면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대도시는 열섬효과 때문에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반복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되도록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부산 시내버스 임금협상 극적 타결

    부산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협상이 전면 파업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극적으로 타결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버스운송조합과 버스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오전부터 새벽까지 동구 범일동 버스운송사업조합 회의실에서 밤샘 협상을 벌인 끝에 기본급 3.5% 인상과 무사고 보상금 월 3만원, 유급휴일 수당 1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총 10차례 임금협상을 벌여 왔으나 임금 9.5%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사측의 시급 2.2% 인상안의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가 25일부터 총파업을 결의했다. 하지만 노사는 부산시의 중재로 23일 오전부터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17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24일 오전 합의서에 서명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합의한 임금 3.51% 인상 수준에서 노조와 의견 일치를 봤다.”며 “노사 양측 모두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정부 내수활성화 대책] MB “발언은 무제한”… 자정 넘겨 9시간45분 마라톤 회의

    [정부 내수활성화 대책] MB “발언은 무제한”… 자정 넘겨 9시간45분 마라톤 회의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지난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 활성화 민관 합동토론회’는 10시간에 육박하는 ‘마라톤회의’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한 회의는 무려 9시간 45분이 지나고 이튿날인 22일 0시 45분에서야 끝났다. 이 대통령이 회의 전 “발언할 때 2~3분씩 제한 시간을 두지 말고 무제한으로 토론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소비, 주택 거래, 투자 활성화 등 3개 분야 주제에 대해 형식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민간 쪽의 손경식 대한상의회장, 허창수 전경련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이참 관광공사 사장 등 16명을 포함해 민관의 전문가 42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 내내 토론자들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를 하는 등 주의 깊게 들었으며 휴식 시간에도 차를 마시며 참석자들과 주제와 관련된 토론을 이어 가며 즉석 스탠딩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회의가 워낙 밤늦게까지 진행돼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마지막 휴식시간 때는 찐 감자와 옥수수로 야식도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특히 부동산 활성화와 관련, ‘뜨거운 감자’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부분에 대해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DTI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왔지만 자산이 많은 사람들까지 굳이 손발을 묶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려 일부 불합리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대기업도 ‘이즈음에서 어려울 때 힘을 한번 모아보자’, 경제단체도 ‘중소기업·대기업이 투자는 어떻게 하고 어려울 때 사회적 책임을 더 해 보자’ 하는 모습을 우리 국민에게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어려울 때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렇게 하는구나, 어렵지만 수출전선에 나서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정부도 수출보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3번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펴낸 소설가 김연수

    3번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펴낸 소설가 김연수

     이겼다의 반대말, 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살면서 꼭 1등을 하려는, 남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려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이기지도 않았지만 지지도 않은 상태도 있다. 소설가 김연수(42)의 6번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마음의숲 펴냄)은 달리기를 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심상을 보살피면서 시간을 늘려서 쓰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의 이야기 같다. 이야기의 태반은 달리기와 관련한 글이다.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커피전문점에서 지난 17일 만난 작가 김연수는 책표지 날개에 달린 사진만큼 잘생기지 않았다. 그의 도회적인 문장들이 사금파리처럼 반짝 윤이 나지 않아도 오래 마음에 머물다가 떠나가듯, 김천 사투리를 쓰는 그는 적당히 수줍어하고 적당히 뻔뻔하고 해서 덜 부담스러웠다.  산문집에서 그는 늘 바람을 가르고 일산 호수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김연수는 소설가의 글쓰는 일 말고 그 이외의 생활에 대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달리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책 읽기, 맥주 마시기 등등이다. 2002년부터 ‘빅이슈’ 등 다앙햔 잡지에 쓴 글들을 모았다. 1998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그에게 달리기는 소설 쓰기와 맞닿아 있다. 그러니까 그가 “매일 달릴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매일 소설을 쓸 수 없어요.”라는 말이고, “달리는 것은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게 어려워요.”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가 “40대는 달리기의 황금기다.”라고 말했다면 “40대는 소설 쓰기의 황금기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스물네 살에 문단에 데뷔해서 7권의 장편소설을 내고, 4권의 소설집을 묶어냈고, 에세이를 6권 썼다. 내년에 데뷔 20년인데 “많이 꾸준히” 써 왔다고 했다.  “20대에는 어떻게 하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쓰고 싶은데 쓸 방법이 없었다. 그때는 소설을 쓰고 못 쓰고가 재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재능이 있을 때 쓰고, 재능이 사라지면 못 쓰는 것이다라고.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서 바뀌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달리는 어떤 사람으로 바뀌어야 매일 달릴 수 있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연습에 얼마나 시간을 쏟아부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마라톤대회 2주 전에 32㎞를 달리면 42.195㎞를 완주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데도 절대적인 시간이 들어간다. 그 시간을 못 채우면 못 쓴 작품이 나오고, 절대적인 시간을 채우고 나면 잘 쓴 결과물이 나온다. 단숨에 도달하고 싶다고 해도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상은 인과의 사슬 속에서 움직이며, 우리의 삶은 장기적으로 평준화돼 간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에는 비평가의 험담에 쓰린 마음을 끌어안고 밤잠을 못 자고 고민하던 스물일곱 살의 젊은 김연수가 있는가 하면, “사랑했지만 어쩌다 보니 헤어진 애인”의 이야기나, “살아오면서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여러 번 상처를 입은” 순진한 김연수, 빵집 아들로 달력의 빨간 날에는 새벽까지 빵을 팔아대던 붉은 빰의 소년 김연수가 있다.  40대의 나이에 30대처럼 살면서 20대의 독자들과 호흡하는 김연수에게 연령과 달리기를 비교해 달라고 했다.  “10대는 달리기를 안 한다. 아예 달리기가 뭔지 모를 것이다. 20대에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0대는 전력질주를 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못 달린다. 30대는 달리려고 했는데 왜 나는 걷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다. 40대는 달리기의 황금기다. 전력질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이이기 때문에 기록도 제일 좋고, 달릴 수밖에 없다. 50대는 불안에 시달릴 것이고, 60대에는 달리기를 못 할 것이다. 최대한 늦게 뛰어야 빨리, 멀리, 오랫동안 뛸 수 있다. ”  우리의 인생으로 고스란히 연결되는 발언이다. 김연수는 “소설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게 시간을 조각내서 쓸 것인가, 365개로 조각을 내면 굉장한 소설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삶이 재능의 크기로 결정될 것도 아니고, 얼마나 질기게, 원하는 것을 향해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그러면 최소한 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100년의 전쟁상태와 식민지를 겪은 아버지 세대들은 패배자가 되면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생생하게 경험했지만, ‘우리’는 다른 식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커버스토리] “女봐라” 112년 걸린 첫 양성평등 축제

    [커버스토리] “女봐라” 112년 걸린 첫 양성평등 축제

    오는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 런던올림픽 개막식에는 카타르와 브루나이, 그리고 그토록 완고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선수들이 리 밸리의 올림픽 스타디움 트랙에 당당히 들어서게 된다. 이로써 이번 올림픽은 참가하는 모든 나라가 여자선수를 출전시키는 첫 대회가 된다. 다음 날 오후 11시 30분에는 여자복싱 경기가 시작된다. 이번 대회 26개 모든 종목에 금녀(禁女) 빗장이 풀리는 것. 올림픽이 감동적인 건 늘 장벽과 한계를 뛰어넘는 몸짓이 이어지기 때문인데 여성이 올림픽에 처음 나선 1900년 제2회 파리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무려 112년이 걸린 셈이다. 근대 올림픽을 창안한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은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이라며 “여자의 역할은 고대 올림픽에서처럼 승리자에게 왕관을 씌우는 일”이라고 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망언인데 그가 193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생각을 버리지 않은 것처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늘 세상의 변화에 한두 발 뒤처져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고대 올림픽에선 몰래 참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여성이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근대올림픽 1회인 1896년 아테네 대회에는 주최 측의 만류를 뿌리치고 마라톤을 완주한 여성이 있었다. 자녀가 일곱이나 딸린 그리스의 35세 여성 마타 레비타가 주인공인데 그녀는 남자들의 레이스가 끝난 다음 날 혼자서 그 코스를 5시간 30분 동안 뛰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물론 스타디움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유럽을 벗어났네, 북반구를 벗어났네, 흑인도 출전했네 하는 얘기들이 대회마다 거듭되면서 올림픽의 감동을 더했지만 늘 ‘세상의 절반’에게는 ‘불편한 진실’일 따름이었다. 흑인 노예들을 마라톤 경주에 뛰게 하기 위해 사냥개들을 풀어 뒤쫓게 했다는 얘기는 고대가 아니라 1904년 3회와 1908년 4회 대회 때였으니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사슬을 목에 두른 노예와 노예주인이 나란히 촬영한 사진까지 전해진다. 파리 대회에서 22명의 여자선수가 골프와 테니스 경기에 처음 참가한 이후 올림픽 무대는 늘 조금씩, 생색 내듯 문을 열어 왔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 양궁이 추가됐고, 1912년 스톡홀름 대회에서 수영이 포함됐다. 여자육상이 허용된 것은 1928년 9회 암스테르담 대회였으며 그나마 800m가 가장 긴 종목이었다. 여자 마라토너가 스타디움 안에 들어오는 장면은 1984년 23회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1952년부터 20년 동안 IOC 위원장이었던 에이버리 브런디지는 “여자들은 수영, 테니스, 피겨스케이팅, 펜싱 등 여성에게 어울리는 운동만 해야 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공공연히 늘어놓았다. 같은 맥락에서 ‘강하게 빠르게 높게’란 올림픽의 이상(理想)도 남녀의 신체 차이를 외면했다는 여성계의 목소리도 있다. 1972년 스포츠 등 모든 교육 영역에서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타이틀 9’ 법안이 제정되면서 여성의 스포츠 참가가 불붙었다. 1952년 헬싱키 대회에 참가한 여자선수 비율이 10.5%였던 것이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20.7%가 됐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선 38.2%,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39.9%가 됐고 아직 런던 대회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5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탈락한 야구는 2020년 대회 재진입 시도를 위해 소프트볼과 국제기구를 하나로 합치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양성평등이 아닐까.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 김성환 노원구청장 임기 2년의 기록 ‘나비효과’ 출판

    김성환 노원구청장 임기 2년의 기록 ‘나비효과’ 출판

    “기초자치단체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지구를 살리는 길입니다.” 19일 ‘나비효과’ 출판기념회를 갖는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노원의 날갯짓이 세상을 바꾼다’는 부제목은 그가 노원구에서 추진했던 다양한 실험들이 서울시와 중앙정부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는 “생명과 생태, 복지와 공공부문 혁신 등을 통해 노원구를 긍정적인 변화의 시발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구청장은 “삽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구호로 당선된 지 벌써 2년”이라면서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반환점을 돈 셈이어서 되돌아보자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책에서 “한국이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걸 하나만 꼽는다면 세계 1위를 달리는 자살률”이라고 밝혔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09년 기준 31명이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명보다 3배 가까이 높다. 관내 자살률 29.3명을 임기 안에 15명까지 낮추자는 목표를 제시할 때만 해도 가능하겠느냐는 걱정을 샀지만 이미 30%가량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심폐소생술 상설교육장 설치도 마찬가지다. 구민들이 심폐소생술만 익혀도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생명을 살리도록 돕는 게 자치구가 할 일이라는 얘기다. 또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기후변화야말로 인류에게 닥친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면서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을 벌이고, 에코센터를 건립해 환경교육을 실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과 협의해 에너지 효율을 65%까지 끌어올리는 공공임대아파트인 ‘제로 에너지 아파트’ 112가구를 하계동에 짓기로 했다. 김 구청장은 “한국은 에너지를 물쓰듯 하면서 늘어나는 수요는 핵에너지로 충당해왔다. 그런 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그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때아닌 방사능 아스팔트 문제로 홍역도 치렀다.”면서 ”그래도 여러 사업들이 잘 정착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까지 복지와 지속가능성에 집중했다면 후반기에는 그 성과를 교육 문제로 확산시켜 아이들이 잘 자라고 나눔이 넘치는 도시로 거듭나도록 애쓰겠다.”고 끝을 맺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北 “런던올림픽서 金 10개… 최고성적 낼 것”

    김정은 체제 이후 첫 올림픽 출전에서 북한은 어떤 성적을 올릴까. 새 지도자 아래 처음 맞는 대회이다 보니 북한에 런던올림픽은 새 체제가 견고하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선수들 역시 금빛 출격을 향한 포부를 밝히며 어느 때보다 인터뷰에 적극적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12일 리명순(여자탁구), 김미경(여자마라톤), 김충심·김성희(이상 여자축구), 박성철(남자마라톤), 김금옥(여자마라톤), 장성만(남자탁구) 등 주요 선수 8명을 자세히 소개하며 북한 당국의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 여자축구, 마라톤, 탁구, 유도, 레슬링, 역도, 사격, 양궁, 다이빙, 복싱,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 11개 종목에 51명의 대표를 파견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역도, 유도, 레슬링 등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으며 금메달 10개가 목표다. 한편 북한은 올림픽 출전을 대내 결속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TV를 통해 북한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방영하고 메달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씨줄날줄] 페이스메이커/구본영 논설위원

    육상 장거리 종목에서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이 중요하다. 마라톤에선 우승자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한다. 다른 선수의 값진 우승을 위해 스스로를 버려야 하는 비운의 배역이다. 런던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연초에 개봉됐던 영화가 생각난다. 2012년 올림픽을 소재로 마라톤 대표팀 페이스메이커의 비극적 숙명을 다룬 동명의 영화다. ‘30㎞까지 우승후보를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라는 카피와 함께 김명민이 주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그러나 본분을 잊고(?) 나머지 12.195㎞까지 사력을 다해 질주하는 ‘사고’를 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그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비박(非朴) 주자 3인 중 유일하게 ‘유턴’한 셈이다. 그는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함께 완전국민경선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배수진으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측을 압박해 왔다. 그가 경선 레이스에 막차로 뛰어든 것은 그만큼 고심이 컸다는 방증이다. 측근들 중 일부는 참여를 만류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박 전 비대위원장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게다. 김 지사는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민주화를 완성한 깨끗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출사표를 내놓았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선수인 대기업을 때리는 게 경제민주화라면 반대한다.”며 여야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경쟁을 비판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청렴한 이미지에다 보수 우파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강점을 살리려는 승부수로 읽혀진다. 그러면서 경선 패배시 승리 후보를 지원할 거냐는 물음엔 “혼과 몸을 바쳐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의 가세로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울 것 같던 새누리당 경선이 다소 활기를 띠게 됐다. 하지만 그 자신이든, 다른 후보를 위해서든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마라토너들이 레이스에 몰입하다 보면 숨 막히는 고통 대신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대선 레이스에서도 승산을 떠나 최선을 다해 자신의 비전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당장이든, 차후에든 길이 열릴 수도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 트 황영조나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우승자 아벨 칼루이도 한때는 페이스메이커였다지 않은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길섶에서] 신문 보기/주병철 논설위원

    신문기자로서 기사를 쓰는 것만큼 신문을 보는 것도 큰일이다. 아무도 신문을 본다고 옆에서 건드리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외부인은 “참 좋은 직업을 가졌다.”며 부러운 듯 쳐다본다. 내심 웃음이 난다. 그런데 신문 보는 걸 업(業)으로 삼다 보면 애환이 있다. 보고 즐기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신문을 보면서 재미있고 정보가 듬뿍 담긴 기사를 읽으면 무릎을 탁 친다. 독자들을 위해 그런 기사를 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강박관념이 동시에 온몸을 누른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기자 초년 때는 내가 출입하는 곳의 관련 기사만 죽어라고 읽었다. 중견기자 때는 내가 속한 부서와 관련된 기사를 봤다. 이후에는 기고나 칼럼 등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읽는다. 요즘에는 조금 달라졌다. 신문의 본면(本面)보다는 덤으로 끼워주는 간지면(間紙面)에 더 눈길이 간다. 물 제대로 먹는 법, 내 몸에 좋은 음식, 마라톤 제대로 하는 법, 좋은 휴가지를 찾아서 등등.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일상의 삶에 지친 것일까,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것일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1948 런던올림픽 참가 최윤칠·함기용옹의 덕담

    1948 런던올림픽 참가 최윤칠·함기용옹의 덕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태극기를 들고 참가한 첫 여름올림픽이 1948년 런던올림픽이다. 그해 1월 프랑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때 처음 태극기를 앞세우고 입장했지만 선수단 5명의 조촐한 행렬이었다. 64년 전 런던올림픽 때는 67명(임원 15명, 선수 52명)으로 규모가 부쩍 커졌다. 런던가는 길은 참 멀고 험난했다. 홍콩까지 배를 타고 갔고, 거기서부터 비행기를 타고 영국까지 갔다. 갈아타고 기다리는 사이 18일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쌈짓돈을 꺼내 올림픽후원권과 복권을 사서 마련한 8만 달러가 노잣돈 전부였다. 선수들은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도, 경유 중인 공항에서도 쉴 틈 없이 발을 구르고 땀을 흘렸다. 그래서일까. 정작 런던에 도착했을 때에는 기진맥진했다. 무서운 세월이 흘렀지만 함기용(오른쪽·82) 전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기억엔 그때의 일이 손에 잡힐 듯 또렷하다. 함옹은 1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당시 일들을 들려줬다. “요즘엔 10시간 정도면 런던에 가지 않습니까. 우리는 장시간 여행을 하다 보니 기진맥진했어요.”라고 회상했다. 이어 “애국애족하는 심정으로 태극기를 (런던 하늘에) 많이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못한 뜻을 이뤄 주세요.”라고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1948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마라톤에 배정된 티켓은 3장.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영웅 손기정(1912~2002년), 서윤복(89), 최윤칠(왼쪽·84)에 함옹까지 4명이 런던까지 함께 갔다. ‘없는 돈’에 그렇게 했던 건 마라톤에 거는 기대가 유달리 컸기 때문. 현지에서 3명을 추렸는데 함옹이 빠졌고 그는 코스 옆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그러나 1등으로 달리던 최옹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38㎞ 지점에서 기권하면서 주권 국가 한국의 첫 금메달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함옹은 4년 뒤 헬싱키대회를 앞두고도 오른쪽 발꿈치 통증으로 출전하지 못해 올림픽은 한(恨)이 됐다. 그런 함옹은 64년 만에 런던 땅을 밟는다. 이날 결단식에 함께한 최옹과 함께다. 몸이 허락하는 대로 마라톤 등 경기를 참관하고 선수촌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할 예정이라고. 당시 한국선수단 67명 가운데 생존자는 김성집 전 태릉선수촌장 등 5명이고 그나마 거동할 수 있는 이는 그 둘뿐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文 강한남자·孫 준비된 대통령·金 인생역전… 이미지 전쟁

    文 강한남자·孫 준비된 대통령·金 인생역전… 이미지 전쟁

    ‘강한남자’(문재인), ‘준비된 대통령’(손학규), ‘인생 역전 일꾼’(김두관). 민주통합당의 ‘빅3’대선 경선 주자들이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미지 메이킹’에 전력을 쏟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도 노태우의 ‘보통사람들’, 김영삼의 ‘신한국 건설’, 김대중의 ‘준비된 대통령’과 같은 이미지 마케팅이 치열했지만 유권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선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는 요즘에는 어느 때보다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샌님’이미지가 강했던 문재인 상임고문은 기존 이미지를 벗고 ‘강한 남자’로 거듭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지난 1월 7일 SBS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서 특전사 시절 사진을 공개하고 벽돌 격파 시범을 보이더니 지난달 24일에는 특전사전우회 주최 마라톤에 참석, 특전사 군복과 공수장비를 착용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문재인은 샌님’이라는 고정관념 깨기를 시도했다. 지난 8일에는 일산 대화동에 있는 고양 원더스 야구단을 방문해 타석에서 직접 방망이를 휘두르며 경희대 재학시절 학년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우승했던 실력을 과시했다. 다음 날에는 런던 올림픽 선수단 격려차 태릉선수촌을 찾아 유도 국가대표인 왕기춘·김재범 선수를 업어치기로 제압했다. 특전사에 복무할 때 배웠던 격투기 기술과 정훈 남자대표팀 감독에게 잠시 배운 기술을 두 선수에게 쓴 것이다. ‘강한 남자’ 이미지는 강한 리더 전략으로 연결된다. 문 고문은 지난 1일 세종시를 찾았을 때도 ‘강한 지방 선언’을 발표했고, ‘강한 복지국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강한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보다 젊고 강한 이미지를 위해 측근들이 문 고문의 흰머리 염색을 고민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강조하는 정책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저녁있는 삶, 희망이 있는 아침’이란 슬로건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다양한 정책으로 내용을 채우는 식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노동시간 단축, 좋은 일자리 정책’을 시작으로 11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일자리·여성·복지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정책 발표회를 통해 정시퇴근 및 연장·휴일근로 제한 등 노동 정책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입법화 등 비정규직 정책, 청춘연금 및 공공보육시설 아동 비율 50%달성 등 복지정책을 제시했다. 교수의 강연을 듣는 듯 항상 어렵고 점잖은 말만 해 왔던 그가 최근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는 등 ‘솔직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도 반전을 통해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대학생, 여성, 영유아 학부모 등을 만나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는 간담회도 열고 있다. 손 고문은 11일에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맘(mom) 편한 세상’ 정책간담회를 갖고 ‘성폭력·가정폭력 없는 사회’에 대한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1일 1회 정책간담회’는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한 그만의 공략법이기도 하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마을 이장에서 군수와 장관을 거쳐 도지사가 되기까지 자신의 인생역전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위만 빼면 지금도 서민”이라고 강조하며 엘리트 코스를 거쳐온 다른 야권 후보와 ‘청와대 영부인’으로 통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선 출마선언 때도 그는 항상 헤어 제품을 발라 뒤로 넘겼던 앞머리를 자연스럽게 앞으로 내리고, ‘노타이’에 흰색 와이셔츠, 다소 칙칙한 회색 정장을 입어 세련미와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 지난 1일에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라이브클럽에서 열린 외곽지원조직 ‘피어라 들꽃’ 창립제안모임에서 직접 드럼을 연주하기도 했다. 대선 행보도 ‘서민’과 ‘일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민생밀착형이 많다. 11일에는 서울 신길동의 한 주유소에서 일일 주유원이 돼 빨간 목장갑을 끼고 직접 손님을 맞으며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했다.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악수를 나누고 말을 건네는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도 보였다. 해남 땅끝 마을에서 출사표를 던진 김 전 지사는 지난 9일 광주와 세종시, 10일 최북단역인 경기 파주 도라산역을 방문한데 이어 22일까지 전국을 돌며 ‘서민과 통하는 2013 희망대장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유로존, 스페인은행 1차 구제금융 300억 유로 지급

    유로존이 스페인 은행권에 이달 말까지 300억 유로 규모의 1차 구제금융을 지급하고 스페인 재정적자 감축 최종 시한을 1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유로존은 또 은행권 구제금융 시 정부가 보증을 설 필요가 없으며 8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 상환 자금도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험 국가의 국채 매입 재개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은 10일 새벽(현지시간) 17개 회원국의 재무장관들과 9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한 끝에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재정적자 감축 마감 시한을 1년 연장하게 된 스페인은 재정적자를 2013년이 아닌 2014년 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낮추면 된다. 일부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재정적자 규정의 엄격한 준수를 강조해 온 유럽연합(EU)이 마감 시한을 연기하는 데 합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대신 스페인은 추가적인 긴축조치를 취하고 분기마다 EU에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한편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안이 발표된 이후 7%대를 웃돌던 스페인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되찾았다. 유럽 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6.78%를 기록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발달장애인 희망찾기] (상)부족한 아동치료 인프라

    [발달장애인 희망찾기] (상)부족한 아동치료 인프라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을 가진 주인공 초원이는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끝까지 완주해 낸다. 영화는 해피 엔딩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초원이의 삶은 어땠을까. 또 발달장애를 앓는 18만명의 또 다른 ‘초원이’들의 삶 역시 초원이처럼 행복할까. 불행히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발달장애인을 위한 종합지원계획을 만들었다.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긴 마라톤 여정의 첫발인 셈이다. 이에 맞춰 서울신문은 발달장애인들의 현실과 문제, 대안 등을 엮은 기획시리즈를 상·중·하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주> “여러분, 이번 시간에는 그룹 활동을 할 거예요.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6층 행동치료실에서 ABA(응용행동분석)유아교실이 열렸다. ABA유아교실은 자폐성 장애로 갓 판정받았거나 자폐 증세를 보이는 만 2~6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기초 학습과 문제 행동 수정 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장기치료 프로그램 많지 않아 이날은 남아 3명과 여아 2명 등 5명의 아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활동이 진행됐다. 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은 둥그런 테이블에 빙 둘러앉았다. “선호(가명)야, 여기 보자. 이번엔 무슨 시간이지?” 아이들 사이에 함께 앉은 치료사가 같은 말을 서너번 반복하고 손을 아이의 눈앞에까지 가져가 딱 소리를 내는 시늉을 하자 그제서야 선호는 치료사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한명 한명의 시선을 집중시킨 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빨간색, 파란색 등 색깔이 제각각인 링 모양의 나뭇조각 네댓 개가 쥐어졌다. “색깔이 다 다르죠? 같은 색깔끼리 맞춰서 막대기에 꽂아 넣을 거예요. 예지(가명)부터 시작해 보세요.” 예지는 일렬로 세워진 막대 5개를 한참 쳐다보다 가지고 있던 나뭇조각을 색깔별로 각기 다른 막대에 꽂아 넣었다. 한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다른 한 아이는 나뭇조각만 계속 만지작거리는 등 5명의 아이들은 활동에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물론 판단도 더뎠다. 하지만 “잘했어요. 대단하네요!” 하는 치료사들의 칭찬에 아이들은 싱글벙글했다. 이 모습을 치료실 옆 부모대기실에서 지켜보던 한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이 참 귀엽죠.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어린이병원과 같은 대형 병원에서 행동치료를 받고 있는 이 아이들은 발달장애아 중에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아들에게 신속한 조기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와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가입된 전문의는 370여명이나 이들 전문의가 모두 유아기 발달장애 조기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소아정신과 병원 중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발달장애 조기 치료 프로그램을 갖춘 병원은 많지 않다. 종합병원은 국립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10곳 내외에 그치며 이마저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치료실이 있다 해도 언어치료, 미술치료, 작업치료 등이 중심이며 발달장애아들이 보이는 자해나 공격 등 문제 행동 치료실을 갖춘 병원은 거의 없다. 결국 부족한 의료기관의 역할을 사설 치료실과 장애인복지관이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들은 지역과 시간대, 입소문 등을 고려해 괜찮다 싶은 치료실을 찾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자리가 나는 치료실을 되는 대로 전전하고 있다. ●신청·등록 통합관리 시스템 필요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들을 둔 안모(36·여)씨는 “위치와 가격, 시간이 적절한 치료실이나 복지관을 찾아 문의하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대기해야 한다.”면서 “비용은 조금 비싼 듯해도 입소문이 나지 않아 대기 시간이 짧은 치료실을 일단 다녀 보지만 정말 좋은 치료를 받아도 바로 효과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치료실을 계속 다녀야 하나 싶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남민 어린이병원장은 “발달 지연이 장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개입이 중요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꼭 받아야 하는 치료를 제때 받기 어렵다.”면서 “인프라를 확충하고 동시에 치료실 신청과 등록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1948년 런던올림픽 그때 그 태극기·휘장’ 찾긴 찾았다는데

    ‘1948년 런던올림픽 그때 그 태극기·휘장’ 찾긴 찾았다는데

    64년 전 런던 하늘 아래 대한민국의 위상을 처음으로 떨쳤던 그 태극기가 과연 맞을까. 정부 수립 보름여 전인 1948년 7월 29일 막을 올린 런던올림픽에 한국은 6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개회식에 입장한 선수단 기수가 누구였는지, 그가 들었을 태극기는 어찌 됐는지에 대해 아무런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당시 개회식은 우리 국호와 태극기를 세계 만방에 사실상 처음 알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데도 태극기의 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올림픽 참가 결정이 내려진 것이 미군정의 혼란기였고 폐회 뒤에도 건국 뒤의 혼란이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2010년 12월 발간된 ‘대한체육회 90년사’에도 기수의 신원과 태극기 보존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기수가 당시 농구 대표로 고려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안병석(1923~1984년) 선수였다는 주장이 9일 제기됐다. 외아들인 안모(68)씨가 태극기(위)를 비롯해 휘장(가운데)과 페넌트(아래), 농구대표팀의 붉은색 하의 유니폼을 뒤늦게 공개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태극기는 색이 조금 바랬지만 어느 한곳 해지지 않고 부드러운 천의 감촉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등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고. 휘장에는 오륜기와 함께 영문 이름 ‘KOREA’와 태극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페넌트에는 태극기와 ‘KOREA’ 그리고 ‘1948’이 또렷이 남아 있다. 하지만 부친의 유품을 공개한 안씨는 64년 동안 가보로 간직해온 이들 자료의 도난을 우려해 주소지와 자신의 이름도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당시 마라톤 선수로 출전했으며 오는 2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런던올림픽 참관단으로 다시 런던을 찾을 예정인 최윤칠(84)옹<서울신문 7월 5일자 27면>은 “안병석 선수가 선수단 기수로 활동한 것이 맞다.”고 회고했다고 대한체육회가 이날 전했다. 하지만 당시 선수로 참가한 이들 가운데 생존해 있는 다른 5명의 원로 중 일부는 “손기정(1912~2002년)옹이 기수였다.”고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이를 확인해야 할 대한체육회는 안씨의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안씨는 부친의 유품을 모아 올림픽박물관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독립국가 최초로 올림픽에 참가했던 감격을 알릴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64년 만의 런던올림픽 개회를 17일 앞둔 시점에, 이런 기초적인 사실 하나 정리하지 못한 우리가 부끄럽고 안쓰럽기만 하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런던올림픽] “1등 할래” 美 호언장담 하지만

    개막이 21일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 메달 순위를 두고 벌써 장외 신경전이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 개최국 중국에 종합 1위를 양보한 미국은 설욕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앨런 애슐리 스포츠운영국장은 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달 개수는 말하기 어렵지만 어떤 올림픽보다 잘 준비돼 있다. 메달 합계에서 가장 위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102개(금 36, 은 39, 동 27)로 중국을 제치고 종합우승했던 미국은 베이징에서 110개(금 36, 은 38, 동 36)의 메달을 땄지만 51개의 금메달(은 21, 동 28, 전체 100)을 딴 중국에게 뒤떨어졌다. 래리 프로스트 USOC 위원장은 세바스티안 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연초 “이번 대회 우승은 중국이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 “코에게 ‘그럴 리가 없다. 당신 말이 틀렸다는 것을 꼭 증명하겠다’고 윽박질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종목조차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줄고 있다. ‘효자 종목’인 육상 역시 런던에서는 변수가 많다. 미국은 4년 전 베이징에서 따낸 23개(금 7, 은 9, 동 7)의 메달이 역대 최악의 성적이었다며 이를 뛰어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미국의 뒤를 쫓는 나라들도 만만치 않다. 우사인 볼트(26)와 요한 블레이크(22)를 앞세운 자메이카를 비롯해 ‘장거리 강국’ 케냐도 마라톤을 중심으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베이징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사무엘 완지루가 갑작스레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지만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마라톤에서 우승한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30),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아벨 키루이 등이 버티고 있다. 한편 개최국 영국은 대회 메달 목표를 12개 종목 48개로 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베이징 때 11개 종목 47개 메달보다 단 1개 늘어난 소박한 목표. 금메달 예상 개수는 밝히지도 않았다. 영국은 사이클에서 6~10개, 수영·육상·조정에서 각각 5개의 메달을 딸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체육부 관계자는 “적으면 40개, 많으면 70개의 메달을 따 베이징에서의 4위 성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마라톤 원로’ 최윤칠옹 64년 만에 런던 간다

    ‘마라톤 원로’ 최윤칠옹 64년 만에 런던 간다

    1948년 런던 하늘 아래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마라톤 경기를 뛰었던 최윤칠(84)옹이 64년 만에 다시 런던 땅을 밟아 그리운 얼굴을 만난다. 대한체육회는 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에 최옹과 함기용(82)옹을 참관단으로 초청한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대회 기간 마라톤 경기 등을 참관하고 선수촌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원로와 당시 자원봉사자 주디스 파월(89) 할머니가 재회한다는 점. 파월은 64년 전과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 선수단의 위상을 확인하고 싶다는 뜻을 담은 편지를 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 보내 왔다. 그는 편지에서 “64년 전 올림픽 때 한국 육상선수들이 발목을 다쳐 치료를 받으러 오면 최선을 다해 도왔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밝히며 두 원로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밝혔다. KOC는 이에 따라 파월을 초청해 두 원로와의 만남은 물론 선수단 격려 방문, 한국 경기 관전과 기자회견 등을 하게 해 주기로 했다. 베드퍼드대학에서 체육학과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파월은 물리치료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 선수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최옹은 광복 이후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워 참가한 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약 40㎞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근육 경련과 탈수증으로 기권해 ‘비운의 마라토너’로 불렸다. 메인스타디움 장내 방송으로 최옹이 1위로 들어오고 있다는 내용이 나와 많은 관중이 그가 1위로 골인하는 줄 알았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함옹도 당시 마라톤 후보 선수로 뽑혀 런던에 갔지만 최종 출전 선수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2년 뒤 보스턴 마라톤을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두 원로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선수단 결단식에도 참석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7월1일 홍콩 주권반환 15주년]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덫

    중국과 영국 간 홍콩 반환 협상은 조차만기일(1997년)이 다가오기 훨씬 전인 1982년 9월 시작됐다. 영국은 홍콩 내 자국 자본이 대거 투자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권과 통치권을 분리해 주권은 중국에 반환하되 통치는 영국이 계속하려 했다. 반면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되 향후 50년간 자치에 의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법률제도·생활양식을 허용한다는 일국양제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식품·식수 공급이 중단될 경우 홍콩의 존속이 힘들다는 점에서 6년을 끈 마라톤 협상은 1984년 결국 중국의 뜻이 관철된 ‘영·중 공동선언’ 비준서를 교환하는 것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양국의 신경전은 반환이 이뤄지는 1997년 7월 1일 0시까지 계속됐다. 1992년 영국은 홍콩의 정치개혁에 착수해 기본권법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대폭 확대한 조례를 만들었다. 공동선언 발효 전에 홍콩의 시민권을 신장하고 민주주의를 확대해 중국의 통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당시 중국은 일국양제의 항인치항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홍콩 주민의 마음을 다잡았다. 물론 말처럼 홍콩에 정치적 자유를 내주겠다는 속내는 아니었다.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을 뽑는 투표인단을 대부분 중국 중앙이 지명하고 있는 점과 당초 계획과 달리 2017년으로 직접선거가 미뤄진 것은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 예다. 홍콩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은 물론 언론자유도 위축되고 있다는 게 범민주 진영의 평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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