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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도 없이 홀로 올림픽 출전한 마라토너의 사연

    국가도 없이 홀로 올림픽 출전한 마라토너의 사연

    전세계 국가대표들이 모여 경쟁하는 올림픽에서 과연 나라도 없이 출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국가도 코치도 없는 한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 마라톤 선수로 당당히 출전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낡은 한 켤레의 마라톤화를 신고 출전을 앞둔 선수는 미국에 사는 난민 가우어 마리얼(28). 마리얼의 과거는 끔찍한 악몽 그자체다. 아프리카 중동부에 있는 남수단에서 출생한 마리얼은 어릴 때 부터 내전으로 오직 생존을 위해 물도 없이 사막을 뛰어다녀야 했다. 특히 그의 나이 20살 때 벌어진 내전으로 국민 2백만명이 사망했으며 이 기간중 가족 8명이 죽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후 마리얼은 전쟁 포로로 노예생활을 하다 이집트로 탈출 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난민 신분을 얻었다. 난민이 된 마리얼은 달리기 실력을 키워 지난해 첫 출전한 미국 내 마라톤대회에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기준 기록인 2시간 14분 대로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을 참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많았다. 먼저 남수단은 지난해 수단에서 독립한 신생국으로 올림픽 위원회도 없다. 이에 (북)수단 정부는 마리얼에게 “대표팀에 합류하라.”고 초청장을 보냈으나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마리얼은 “만약 내가 북수단을 위해 달린다면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은 2백만명을 욕보이는 짓”이라고 밝혔다. 마리얼의 이같은 사연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에도 전달됐고 IOC는 회의를 통해 지난달 중순 올림픽 깃발아래 독립 선수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조치했다. 최근 마리얼은 홀로 뒤늦게 런던에 도착해 마라톤 훈련을 하고 있다. 마리얼은 “내가 국가의 깃발을 들지는 못하지만 내 나라는 그 장소 그대로 있다.” 면서 “드디어 내 꿈이 실현됐다.”며 기뻐했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페이스 메이커(KBS1 밤 12시 20분) 마라토너 만호는 국가대표선수이지만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려온 보조 마라토너로 언제나 30㎞까지만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다. 생활이 여의치 않자 친구네 집에 얹혀살며 달리기로 치킨배달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 성일이 찾아와 페이스 메이커로 뛰어 달라는 제의를 한다. ●스펀지(KBS2 밤 8시 50분) 톰 크루즈와 제니퍼 로페즈의 이혼 사유라는 신종교, 사이언톨로지. 어떤 종교이길래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종교로 평가받는 사이언톨로지의 실체를 알아본다. 또 사이언톨로지에서부터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숭배한다는 종교까지, 신종교를 탐구한다. ●MBC 스페셜(MBC 밤 11시 15분) 한·베트남 수교 20주년 특집으로 17년째 베트남 얼굴기형 환자들을 무료로 수술해온 ‘세민 어린이 안면기형 돕기회’의 수술 여행을 카메라에 담았다. 1주일간 번개처럼 이뤄지는 수술 대작전. 그리고 선천적과 후천적 얼굴기형이 많을 수밖에 없는 베트남의 현실과 16년간 수술을 받고 미소를 되찾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2012년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꽃중년 신사들의 남다른 로맨스 드라마 ‘신사의 품격’. 대중문화 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드라마의 인기요인과 캐릭터의 매력을 심층 분석한다. 드라마 속 중년로맨스의 ‘직설적 화법’과 ‘섹시 코드’가 가진 현실적이고 코믹한 요소를 살피고 시청자의 공감 지수를 따져본다. ●세계의 아이들(EBS 밤 8시 50분) 이집트의 서쪽 끝 리비아 국경지역에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오아시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시와 마을이 있다. 사막과 오아시스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로, 모래썰매를 타고 놀거나 오아시스에서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는다. 사막과 오아시스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사막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대뜸 토크(OBS 밤 7시 5분) 이번 시간에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출연해 최근 ‘미디어렙 시행에 따른 결합판매 지원고시’ 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중소방송사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정책을 펼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은 옳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방통위의 잘못된 판단이나 정책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가능할지 들어본다.
  • [커버스토리] “女봐라” 112년 걸린 첫 양성평등 축제

    [커버스토리] “女봐라” 112년 걸린 첫 양성평등 축제

    오는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 런던올림픽 개막식에는 카타르와 브루나이, 그리고 그토록 완고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선수들이 리 밸리의 올림픽 스타디움 트랙에 당당히 들어서게 된다. 이로써 이번 올림픽은 참가하는 모든 나라가 여자선수를 출전시키는 첫 대회가 된다. 다음 날 오후 11시 30분에는 여자복싱 경기가 시작된다. 이번 대회 26개 모든 종목에 금녀(禁女) 빗장이 풀리는 것. 올림픽이 감동적인 건 늘 장벽과 한계를 뛰어넘는 몸짓이 이어지기 때문인데 여성이 올림픽에 처음 나선 1900년 제2회 파리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무려 112년이 걸린 셈이다. 근대 올림픽을 창안한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은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이라며 “여자의 역할은 고대 올림픽에서처럼 승리자에게 왕관을 씌우는 일”이라고 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망언인데 그가 193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생각을 버리지 않은 것처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늘 세상의 변화에 한두 발 뒤처져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고대 올림픽에선 몰래 참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여성이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근대올림픽 1회인 1896년 아테네 대회에는 주최 측의 만류를 뿌리치고 마라톤을 완주한 여성이 있었다. 자녀가 일곱이나 딸린 그리스의 35세 여성 마타 레비타가 주인공인데 그녀는 남자들의 레이스가 끝난 다음 날 혼자서 그 코스를 5시간 30분 동안 뛰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물론 스타디움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유럽을 벗어났네, 북반구를 벗어났네, 흑인도 출전했네 하는 얘기들이 대회마다 거듭되면서 올림픽의 감동을 더했지만 늘 ‘세상의 절반’에게는 ‘불편한 진실’일 따름이었다. 흑인 노예들을 마라톤 경주에 뛰게 하기 위해 사냥개들을 풀어 뒤쫓게 했다는 얘기는 고대가 아니라 1904년 3회와 1908년 4회 대회 때였으니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사슬을 목에 두른 노예와 노예주인이 나란히 촬영한 사진까지 전해진다. 파리 대회에서 22명의 여자선수가 골프와 테니스 경기에 처음 참가한 이후 올림픽 무대는 늘 조금씩, 생색 내듯 문을 열어 왔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 양궁이 추가됐고, 1912년 스톡홀름 대회에서 수영이 포함됐다. 여자육상이 허용된 것은 1928년 9회 암스테르담 대회였으며 그나마 800m가 가장 긴 종목이었다. 여자 마라토너가 스타디움 안에 들어오는 장면은 1984년 23회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1952년부터 20년 동안 IOC 위원장이었던 에이버리 브런디지는 “여자들은 수영, 테니스, 피겨스케이팅, 펜싱 등 여성에게 어울리는 운동만 해야 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공공연히 늘어놓았다. 같은 맥락에서 ‘강하게 빠르게 높게’란 올림픽의 이상(理想)도 남녀의 신체 차이를 외면했다는 여성계의 목소리도 있다. 1972년 스포츠 등 모든 교육 영역에서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타이틀 9’ 법안이 제정되면서 여성의 스포츠 참가가 불붙었다. 1952년 헬싱키 대회에 참가한 여자선수 비율이 10.5%였던 것이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20.7%가 됐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선 38.2%,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39.9%가 됐고 아직 런던 대회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5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탈락한 야구는 2020년 대회 재진입 시도를 위해 소프트볼과 국제기구를 하나로 합치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양성평등이 아닐까.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 [씨줄날줄] 페이스메이커/구본영 논설위원

    육상 장거리 종목에서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이 중요하다. 마라톤에선 우승자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한다. 다른 선수의 값진 우승을 위해 스스로를 버려야 하는 비운의 배역이다. 런던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연초에 개봉됐던 영화가 생각난다. 2012년 올림픽을 소재로 마라톤 대표팀 페이스메이커의 비극적 숙명을 다룬 동명의 영화다. ‘30㎞까지 우승후보를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라는 카피와 함께 김명민이 주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그러나 본분을 잊고(?) 나머지 12.195㎞까지 사력을 다해 질주하는 ‘사고’를 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그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비박(非朴) 주자 3인 중 유일하게 ‘유턴’한 셈이다. 그는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함께 완전국민경선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배수진으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측을 압박해 왔다. 그가 경선 레이스에 막차로 뛰어든 것은 그만큼 고심이 컸다는 방증이다. 측근들 중 일부는 참여를 만류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박 전 비대위원장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게다. 김 지사는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민주화를 완성한 깨끗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출사표를 내놓았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선수인 대기업을 때리는 게 경제민주화라면 반대한다.”며 여야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경쟁을 비판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청렴한 이미지에다 보수 우파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강점을 살리려는 승부수로 읽혀진다. 그러면서 경선 패배시 승리 후보를 지원할 거냐는 물음엔 “혼과 몸을 바쳐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의 가세로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울 것 같던 새누리당 경선이 다소 활기를 띠게 됐다. 하지만 그 자신이든, 다른 후보를 위해서든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마라토너들이 레이스에 몰입하다 보면 숨 막히는 고통 대신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대선 레이스에서도 승산을 떠나 최선을 다해 자신의 비전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당장이든, 차후에든 길이 열릴 수도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 트 황영조나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우승자 아벨 칼루이도 한때는 페이스메이커였다지 않은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마라톤 원로’ 최윤칠옹 64년 만에 런던 간다

    ‘마라톤 원로’ 최윤칠옹 64년 만에 런던 간다

    1948년 런던 하늘 아래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마라톤 경기를 뛰었던 최윤칠(84)옹이 64년 만에 다시 런던 땅을 밟아 그리운 얼굴을 만난다. 대한체육회는 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에 최옹과 함기용(82)옹을 참관단으로 초청한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대회 기간 마라톤 경기 등을 참관하고 선수촌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원로와 당시 자원봉사자 주디스 파월(89) 할머니가 재회한다는 점. 파월은 64년 전과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 선수단의 위상을 확인하고 싶다는 뜻을 담은 편지를 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 보내 왔다. 그는 편지에서 “64년 전 올림픽 때 한국 육상선수들이 발목을 다쳐 치료를 받으러 오면 최선을 다해 도왔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밝히며 두 원로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밝혔다. KOC는 이에 따라 파월을 초청해 두 원로와의 만남은 물론 선수단 격려 방문, 한국 경기 관전과 기자회견 등을 하게 해 주기로 했다. 베드퍼드대학에서 체육학과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파월은 물리치료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 선수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최옹은 광복 이후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워 참가한 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약 40㎞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근육 경련과 탈수증으로 기권해 ‘비운의 마라토너’로 불렸다. 메인스타디움 장내 방송으로 최옹이 1위로 들어오고 있다는 내용이 나와 많은 관중이 그가 1위로 골인하는 줄 알았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함옹도 당시 마라톤 후보 선수로 뽑혀 런던에 갔지만 최종 출전 선수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2년 뒤 보스턴 마라톤을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두 원로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선수단 결단식에도 참석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영광의 1위들

    영광의 1위들

    올해 대회 하프코스 남자부 1등의 영예는 1시간 15분 48초로 결승선에 들어온 미국인 에릭 도시(왼쪽·28)에게 돌아갔다. 2002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 하프코스 남자부 종목에서 외국인이 우승하기는 처음이다. 2010년 하프코스 여자부에서는 캐나다 출신 케이틀린 베스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온 도시는 경기 용인의 한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14년째인 도시는 입국한 뒤 이 대회까지 포함해 4개 대회에서 벌써 2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일주일에 6일씩 꾸준히 연습했다는 도시는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우승 비결을 밝혔다. 또 “약혼녀와 함께 참가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하프코스 여자부 우승은 주부 박순옥(오른쪽·40)씨가 거머쥐었다. 충북 청주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온 박씨는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2008년 체중 감량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박씨는 지금은 1년에 20~30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열성 아마추어 마라토너다. 일주일에 3회 10㎞씩 달리며 대회를 준비했다. 1시간 31분 21초의 기록을 세운 박씨는 “1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려고 신경 썼는데 1분 차이로 아깝게 실패했다.”면서 “내년에 다시 참가해 하프코스 1시간 30분 주파에 재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0㎞ 남자부에서는 경기 성남에서 온 임순택(43)씨가 1위에 올랐다. 임씨는 올해 7개 대회에 참가해 10㎞ 종목에서 2번이나 우승했다. 체중이 90㎏에 육박하는 등 건강에 위협을 느껴 2004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임씨의 현재 체중은 68㎏이다. 임씨는 “주변에서 ‘인간 승리’라고 한다.”면서 “나를 보고 마라톤을 시작한 지인들도 여럿”이라고 자랑했다. 10㎞ 여자부 1등은 인천에서 온 교사 홍서린(33)씨가 차지했다. 2008년 마라톤 애호가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마라톤에 발을 들여놓은 홍씨는 “남편에게 우승한 자랑을 실컷 해야겠다.”며 크게 웃었다. 신진호·명희진기자 sayho@seoul.co.kr
  • 순수하고 강렬했던 천재의 문학세계

    순수하고 강렬했던 천재의 문학세계

    “내가 더 달란 말이 아니오. 잘 알아요. 이건 자본주의 사회야. 자본주의 사회니까 자본 바깥에서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염소 같은 내가 또 내 분수를 잘 알지. 잘 아니까 더 달란 말은 아니야. 그러나 내가 일한 것만큼은 누가 줘야 될 것 아니야? 이치가 그렇잖아?(생략)”(247쪽, 단편소설 1948년 4월 발표한 ‘한 화가의 최후’ 중)  일제 식민지와 해방공간의 거친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낸 월북시인이자 소설가인 오원(梧園) 설정식(1912~1953)의 문학전집(산처럼 펴냄)이 나왔다. 올해 설정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남긴 시 60여 편과 장·단편소설 6편, 문학평론 4편, 그가 한국에 최초로 소개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하므렡’(햄릿)과 헤밍웨이의 ‘불패자’ 등 번역물 3편 등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한 시기는 해방 이후 4년여에 불과했지만 시인 정지용 등은 그를 천재라고 했었다.  해방 공간에서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했던 설정식을 왜 사람들은 알지 못했을까. 설정식이 월북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납북·월북 문인에 대한 해금 조치가 이뤄진 뒤에서야 조명되기 시작했다.  설정식의 삶은 한국의 역사와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함경남도 단천 출신인 그는 개신 유학자인 오촌(梧村) 설태희(1875~1940)의 4남 1녀 중 삼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물산장려운동을 전개했고 벽초 홍명희와도 친분이 있었다. 둘째 형 설의식(1901~1954)은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동아일보 편집국장직을 물러난 언론인이었다. 지사 집안의 분위기 덕분에 1929년 11월 광주학생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그는 경성공립농업학교(서울시립대 전신)에서 퇴학당한다. 이후 만주 펑톈으로 가 중국 랴오닝성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1931년 7월 한인과 중국 농민이 충돌한 완바오 산 사건에 연루돼 피신했다가 귀국해야 했다. 그 경험을 담은 ‘중국은 어디로’가 1932년 1월 중앙일보의 희곡 현상공모에서 1등에 당선됐다. 1932~1936년에 연희전문대(연세대 전신)에서 공부한 뒤 그는 1937년 9월 미국 오하이오주 마운트유니언대에 입학에 영문학을 전공했고, 1939년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2년간 셰익스피어를 연구하고 귀국했다. 1945년에는 미 군정청 공보처 여론국장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 1946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고, 그해 9월 임화를 통해 조선공산당에 입당한다. 1947년 8월 미군정에서 사임한다.  1946년 아버지의 죽음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청춘’, 미국 유학생활을 소재로 민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의 고뇌를 다룬 단편소설 ‘프란씨쓰 두셋’을 신문에 연재한다. 1948년 단편소설 ‘척사 제조사’, ‘한 화가의 최후’를 발표하고, 장편소설 ‘해방’을 연재하다 중단한다. 1947년에 첫 시집 ‘종’, 1948년에 시집 ‘포도’와 ‘제신의 분노’를 각각 출간했다. ‘제신의 분노’에서 시인으로서 문학적 입지를 굳혔다. 1949년 햄릿을 ‘하므렡’으로 완역해 간행했다. 6·25전쟁이 나자 설정식은 1950년 9월 자수 형식으로 인민군에 자원입대했다. 월북한 그는 1951년 7월 개성 휴전회담에서 조중대표단의 통역관으로 나타났다. 이때 종군기자였던 헝가리의 티보 메러이와 친분을 나누고, 도움을 받아 헝가리어로 ‘우정의 서사시’라는 책도 출간했다. 그러나 설정식은 1953년 7월 휴전회담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해 3월에 임화 등과 함께 체포돼 조선남로당숙청 때 미제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했다. 41살이었다.  그의 죽음이 부인 김증연씨와 자식들에게 전달된 것은 9년이 지난 1962년 9월이었다. 헝가리의 종군기자 티보 메러이가 잡지 사상계에 ‘한 시인의 추억, 설정식의 비극’이란 글을 기고한 덕분이다.  문학평론가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발문에서 “독립 자주의 민족이념, 전 인민을 위한 자유로운 민주주의, 그것의 실천을 위한 사상적 순수성을 다짐하는 수사의 강렬함”으로 그의 문학세계를 규정했다. 곽명숙 아주대 교수도 “논어와 장자 등 한문 고전들을 현학적이고 해박하게 펼쳐놓은 주지주의적 시의 특징을 남겼다.”고 했다.  시와 소설은 식민지 시대와 해방공간에서 느꼈을 청년 지식인의 고뇌, 정치적 성향 등이 물씬물씬 드러난다.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나이 든 막내아들이자 언론인 설희관씨가 전집을 엮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스라엘, 성지와 날선 긴장이 공존하는 곳

    이스라엘, 성지와 날선 긴장이 공존하는 곳

    이스라엘의 정신적 수도, 예루살렘의 구시가지(Old City)는 1㎢의 성벽으로 둘러쳐진 땅입니다. 이 좁은 땅 안에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아랍인과 유대인, 그리고 기독교를 믿는 여러 민족이 성벽 안에 나뉜 4개의 구역에 뒤섞여 삽니다. 예루살렘은 기원전 10세기 초 다윗 왕이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삼은 뒤, 약 3000년 동안 외침을 겪으며 부서지고 재건되기를 40여 차례나 반복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성지를 둘러싼 민족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요. 종교 성지와 날선 긴장이 늘 공존하는 곳, 이스라엘을 다녀왔습니다. ●무슬림과 유대인의 공통 성지 ‘바위의 돔’ 사원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50분간 차를 달린다. 무장한 군인의 검문을 통과해 예루살렘에 들어서면 곧 황금빛 돔 지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루살렘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이 이슬람 사원의 이름은 ‘바위의 돔’이다. 사원 가운데 놓인 널찍한 바위 때문에 이름지어졌다. 바위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승천한 자리인 동시에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제단이라고 알려졌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통 성지다. 구약성서는 또 이 바위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지어 언약궤(모세의 십계명 석판을 보관했던 도금형 나무상자)를 안치한 장소라고 전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1967년까지 이곳을 두고 싸웠다. 다른 아랍국가들도 탐을 내는 중요한 성지다. 이스라엘의 땅이 된 뒤인 지금도 입장할 때는 무장 군인의 소지품 검색을 받는다. 반바지나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어도 입장이 제한된다. 사원의 벽면은 푸른빛의 페르시안 타일과 코란의 문구로 장식돼 있다. 금요일이 되면 수천 명의 무슬림들이 사원을 찾아 기도한다. 다른 종교 시설 출입을 엄격히 금하는 유대인들도 아침 한 차례 이스라엘 군의 보호를 받으며 마당까지 입장한다. 적대적인 두 종교가 긴장 속에 공존하는 시간. 그 옛날 로마와 십자군, 무슬림이 공통으로 손에 넣고 싶어 하던 곳도 바로 이 바위를 중심으로 한 모리야 산과 예루살렘이었다. ●유대인의 자존심-통곡의 벽 ‘바위의 돔’ 사원 바로 아래엔 저 유명한 ‘통곡의 벽’이 있다. 솔로몬이 기원전 957년에 처음 세운 성전의 서쪽 벽이다. 유대인이 바빌로니아로 강제 이주 당할 무렵 처음 무너졌다. 페르시아에 의해 해방된 유대인이 재건한 성전과 벽을 로마 시대에 헤롯왕이 대대적으로 개축했다. 서쪽 벽은 폭 485m의 거대한 벽으로 거듭났지만 로마의 티투스 장군이 6년 만에 다시 무너뜨린다. 티투스 장군은 서쪽 벽의 일부를 남겨 놓았다. 유대인은 서기 135년 예루살렘에서 완전히 추방당하고 비잔틴 시대가 돼서야 1년에 한 번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유대인은 해마다 성전이 무너졌던 날 성안으로 들어와 서쪽 벽의 잔해를 두드리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통곡은 근현대까지 이어졌다. 유대인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 건 1967년 3차 중동전쟁이 끝난 뒤부터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남녀 유대교인이 따로 벽 앞에 선다. 기도하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벽에 머리를 대고 서서, 의자에 앉아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떤 이는 허리를 연신 구부렸다 펴며 기도에 열중한다. 독실한 유대교인 중 살림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따로 직업이 없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벽의 높이는 18m 정도. 벽돌 크기는 위로 올라가면서 달라진다. 여러 번 다시 세운 흔적이다. 돌 틈엔 쪽지가 무수히 꽂혀 있다. 오스만제국 시대부터 전 세계에서 순례 온 유대교인들이 소원을 적어 끼워 넣고 기도했다. 교인이 아니더라도 소원을 적어 꽂아 보는 것도 좋겠다. 쪽지는 정기적으로 수거된다. 운이 좋다면 서쪽 벽 부근에서 군인의 선서식, 13세가 된 아이의 유대교 성인식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해가 진 뒤 성곽 서쪽 다윗의 탑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레이저 쇼 ‘예루살렘 라이트 더 나이트’(Jerusalem Light the Night)는 예루살렘의 40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성벽 안쪽 면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영상물을 보여 준다. 외국인을 염두에 둔 듯 언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시청각으로만 의미를 전달한다. 여러 대의 프로젝터가 나눠 비추는 하나의 영상은 형태와 내용이 성벽 모양에 맞춰 치밀하게 계산돼 있다. ●기독교의 수난사-비아 돌로로사와 성묘교회 오는 8일은 부활절.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가 죽은 뒤 부활했다는 500m의 길 역시 이 좁은 구시가지 안에 있다. 이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은 전 세계의 순례자를 끌어들인다. 지난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한국인 약 3만 2000명 중 90%가 이 길을 찾았다. 길은 14개의 지점으로 나뉘어 있다. 예수가 재판을 받은 빌라도 법정 자리부터 로마군에 희롱당한 곳, 십자가를 지고 처음 쓰러진 곳 등을 지나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죽어 묻힌 곳까지 지점마다 교회나 작은 예배당이 있다. 통곡의 벽이 유대교의 수난을 상징한다면 이 십자가의 길의 종착지인 성묘교회는 기독교의 고난을 대변한다. 지금의 교회는 십자군에 의해 세워진 이래 개보수를 계속해 온 것이다. 10지점부터 14지점까지가 교회 안에 들어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한 사람 누울 정도의 편평한 돌이 보인다. 예수의 시신을 놓았다는 13지점이다. 윗면은 닳아서 반들반들하다.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돌 위에 물을 붓는다. 돌을 정성스럽게 닦다가 입을 맞추기도 하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한다. 예수가 묻히고 부활했다는 14지점은 작은 교회당처럼 생겼다. 밖에선 토굴 같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길게 줄을 서서라도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교회 주변의 크리스천 구역 상점가는 특히 쇼핑하기 좋다. 간혹 남다른 솜씨로 만든 기념품들을 찾을 수 있다. ●예루살렘 밖 여행지들-텔아비브·마사다 요새 예루살렘 성지 순례가 아니라도 이스라엘엔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사막의 모래바람과 터번 쓴 아랍인을 상상했던 여행자는 텔아비브의 도시 풍경에 충격 받을 수도 있다. 짙은 청색 바다에 이는 파도는 아침부터 서퍼들을 불러들이고, 파라솔 밑에 누운 비키니 여성들은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착장에 늘어선 수많은 요트의 돛대들은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솟아 있다. 육지 쪽으로는 고층빌딩들이 스카이라인을 만든다. 아침엔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남쪽으로 욥바까지 걸어가 그리스 산토리니 뺨치는 해안 도시 풍경을 감상하고 해가 떨어지면 텔아비브 도심으로 들어가 ‘잠들지 않는 도시’를 즐길 수 있다. 사해 인근의 마사다 요새도 빠트려선 안 된다. 유대인이 로마군을 상대로 2년간 최후의 항전을 벌인 곳. 434m 높이의 벼랑으로 둘러싸인 약 7만㎡의 편평한 땅에 지은 요새다. 로마군이 흙을 쌓아 경사로를 만들어 요새를 함락했을 때, 유대인은 굴복 대신 죽음을 택했다. 오늘날 이스라엘 장교 후보생들은 훈련 마지막에 이 언덕 꼭대기까지 행군한 뒤, 뜨는 해를 보며 임관 선서를 한다. 어떤 적에게도 항복하거나 민족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가파른 언덕을 걸어 오르려면 40분 이상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도 그럴싸하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사해가 한눈에 보이는, 이스라엘 최고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글 사진 예루살렘·텔아비브(이스라엘) 김민석기자 shiho@seoul.co.kr ●여행수첩 날씨 3~4월이 여행 적기다. 우기가 끝날 무렵이라 광야에 초원이 형성되고 꽃이 핀다. 햇살이 따갑고 일교차가 크므로 선글라스와 겹쳐입을 얇은 옷 여러 벌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바람도 강하다. 예루살렘 국제마라톤 예루살렘 국제 마라톤의 풀, 하프, 10㎞ 코스는 구시가지를 통과하고 박물관이나 대통령 관저 등 시내 명소도 지나간다. 지난달 16일에 2회째를 맞은 대회는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1만 5000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했다. 지난해 첫 대회보다 50%정도 늘어난 수치다. 내년 대회는 3월 1일 열릴 예정인데, 시는 스폰서 기업의 기념품 외에도 참가자에게 시내 관광지와 음식점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 책자를 준다. 환전 우리나라에선 이스라엘 세켈(1세켈=약 303원)을 환전할 수 없다. 달러를 가져가 현지에서 환전하는 게 좋다. 달러도 통용은 되지만 거스름돈을 세켈로 받는 등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 시내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 환전소가 있다. 안식일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 한다.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는 유대인의 휴일인 안식일(샤바트)이다. 유대인은 이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상점은 오후 2시를 전후로 문을 닫는다. 선물 구시가지의 크리스천 구역 상점을 이용하면 좋다. 안식일에도 문을 닫지 않고 신앙과 상관없이 살 물건이 많다. 가톨릭 신자의 선물을 사려면 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성물 판매점을 찾아가길 권한다. 은퇴한 수도사들이 직접 깎은 십자가나 성모상, 묵주 등이 예술작품에 가깝다. 값은 바깥보다 오히려 싸다.
  • 반기문마라톤 1만3000명 달린다

    충북 음성군 일원에서 오는 29일 열리는 제6회 반기문 전국마라톤대회에 1만 3000여명이 참가한다. 음성군과 군체육회는 지난 1일 참가 신청을 마감한 결과 풀코스(42.195㎞) 713명, 하프코스(21㎞) 1681명, 10㎞ 3000명, 미니코스(4.2㎞) 7778명 등 총 1만 3172명이 접수했다고 4일 밝혔다. 군은 참가 희망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10㎞ 이상 구간은 6일까지 팩스(043-873-1138)와 이메일(seo5166@hanmail.net)로 추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군은 이번 대회를 위해 여섯 가지의 꽃 11만 포기를 마라톤 구간에 심어 환상의 코스를 만든다. 당일 추첨을 통해 김치냉장고 등 총 2000만원어치의 상품이 경품으로 마련된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도 함께 달린다. 이 대회는 음성 출신인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참가비는 10㎞ 이상 3만원, 미니코스 1만원이다. 음성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문화마당] 영상시대의 문화잡지 ‘쿨투라’/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영상시대의 문화잡지 ‘쿨투라’/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지난 2005년 여름이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급히 연락해 서울 남산의 한 작은 찻집에서 만났다. 문학 소녀였던 그 친구는 20년 넘게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여전히 문학 관련 책을 출간하는 데 매진하고 있었다. 베스트셀러는 언제 낼 거냐는 말을 심심찮게 듣곤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 있게 한길을 걸어온 든든한 친구였다. 만나자마자 이 친구는 “문화 계간 잡지를 만들자.”며 진중하게 말을 끄집어냈다. 작심을 한 듯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을 도마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슨 황당한 이야기를 하냐며 손사래를 쳤다. 요즘 같은 영상시대에 문화 잡지를 누가 읽느냐며 만류했다. 이미 문학평론가이자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김서영을 비롯해 미술평론가 강수미를 끌어들여 놓고 나에게 찾아온 터였다. 그는 대중문화와 음악만 들어오면 다양한 문화 장르에 대한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1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문화 잡지가 발행되지 않았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무모한 짓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 2006년 문화계간지 ‘쿨투라’ 봄호가 출간되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2012년 ‘쿨투라’ 봄호가 지난달 27일 발간되었다. 벌써 통권 25호다. 계절을 맞을 때마다 토해 낸 문화 전령의 활자는 25권의 책으로 독자들과 만남을 거듭했다.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다. 문화 관련 단체 등의 어떤 도움도 없이, 책 광고 한 번 없이 이어 온 국내 유일의 문화 전문 계간지의 발자취였다. 이 기적 같은 일은 책을 낼 때마다 적자를 감수한 출판사와 편집위원들의 사명감과 자긍심, 또 소수 독자들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고독과 사투하는 마라토너의 길을 뛰어온 세월이었다. 그간 쿨투라의 편집위원은 문학평론가 이재복, 홍용희, 영화평론가 전찬일로 바뀌어 명맥을 이어 왔다. 문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쿨투라’는 그간 문학, 영화, 미술, 대중문화 등 서로 다른 문화의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글쓰기를 지향해 왔다. 거창한 담론을 내세우기보다는 현재의 살아 움직이는 문화적 역동성을 읽어 내고 전망을 모색함과 동시에 대중의 문화적 기호를 이끌 수 있는 문화 전문지로서의 자세를 견지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류와 관련한 김지하 특집 좌담과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대한민국 문화축제 지형도를 그려 낸 기획은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쿨투라’가 뉴욕에서 개최한 한류 좌담과 시네토크, 박제동 화백 전시회 등은 해외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았다. 지난달 27일 저녁 남산 문학의 집에서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쿨투라’ 봄호와 ‘오늘의 시’, ‘오늘의 소설’, ‘오늘의 영화’ 단행본이 함께 출판된 자리에는 김승옥, 윤후명, 안도현 등 문학인들과 이장호 감독, 영화 ‘완득이’의 이한 감독, 영화평론가 유지나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인들이 참석했다. ‘쿨투라’가 여러 문화 장르를 넘나든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날 이장호 감독은 “영화 시상식을 많이 다녀봤지만 전 장르에 걸쳐 문화예술인이 함께 모여서 하는 행사는 드물다.”면서 “20년 전 영화를 만들 때 만났던 김승옥, 윤후명 등 작가들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니 옛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그는 또 “돈도 되지 않는 문화 잡지를 만들고 시, 소설,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에까지 걸쳐 한 해의 결과를 집계하고 작가와 감독에게 상 주는 것을 작은 출판사가 6년 이상 해 왔다는 것은 여간 의미가 깊지 않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회성과 급변성이 대세인 영상시대의 광풍 속에 활자의 힘으로 문화를 끌어안고 가는 이 작은 책의 의미는 우리가 걸어온, 우리 문화의 지형도를 기록하고, 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데 있다. 그 본연의 모습으로 힘든 6년을 버텨 왔고 또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 ‘손기정 월계관’ 문화재 된다

    ‘손기정 월계관’ 문화재 된다

    손기정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라토너 손기정(1912~2002)이 일제강점기인 1936년 제11회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해 받은 금메달과 우승 상장, 시상대에서 쓴 독일산 참나무로 만든 월계관 등 3점이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손기정기념재단이 소장한 이들 유품이 세계신기록(2시간 29분 19초)으로 우승하며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 선수의 것으로, 체육사·민족사적 가치가 크다며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9일 말했다. 아울러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올림픽 역사상 한국이 처음 출전해 ‘코리아’(KOREA)와 태극기를 알린 제14회 런던올림픽 관련 유물과 1956년 홍콩에서 개최된 제1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우승컵도 문화재로 등록된다. 런던올림픽 관련 유물로 등록될 예정인 ‘제14회 런던올림픽 후원권’(가乙 NO.000001호)은 한국 대표단의 경비를 충당하고자 올림픽후원회가 1947년 12월 1일에 복권 형식으로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이다. 또 다른 등록 대상인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 페넌트(가늘고 긴 삼각기)’는 한국 대표 선수단이 가져간 것으로, 길이가 약 150㎝다. 1947년 6월 2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40차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런던올림픽 한국 대표팀 고문 자격으로 참가한 이원순(1890~1993)의 ‘여행증명서’와 ‘대표단 단복’ 등 2점도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조사된 올림픽 관련 단복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설연휴 볼만한 영화

    설연휴 볼만한 영화

    2012년 극장가의 첫번째 대목인 설 연휴에는 어떤 영화가 웃을까. 극장가는 관객 700만명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MI4)의 막바지 흥행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다양한 영화들로 관객 공략에 나섰다. 이번 설 연휴에 선보이는 화제작들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이번 설 연휴에는 지난 연말 MI4의 흥행 돌풍에 맥을 못 췄던 한국 영화의 대대적인 반격이 눈길을 끈다. 모두 장르와 색깔이 다른 작품들로 결과에 따라 올해 국내 영화계의 트렌드를 짚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화는 한국 영화에 비해 신작이 많지 않다. 하지만 3D 등 볼거리로 중무장한 영화들이 가족 관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물론 잔잔한 감동을 예고하는 비할리우드권 유럽 영화도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페이스 메이커:김명민의 휴먼 드라마 지난해 설 연휴에 코미디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 1위를 차지했던 김명민은 이번에 휴먼 드라마로 2연패를 노린다.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가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한다는 이야기. 인공 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한 김명민의 연기 투혼이 돋보인다. 하지만 다소 의도된 감동을 유발하는 작위적인 설정은 흠이다. ●댄싱퀸:황정민, 엄정화의 찰떡 호흡 ‘댄싱퀸’은 1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부부가 남편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 아내는 댄스 가수로 데뷔한다는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 약간의 정치 풍자에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주부 엄정화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중장년층 관객까지 공략한다. 다소 뻔한 캐스팅에 예상 가능한 전개가 아쉽지만, 세 번째나 커플이 된 두 배우의 찰떡 호흡이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부러진 화살:‘제2의 도가니’ 되나 5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석궁 테러 사건’을 토대로 사법 권력에 맞서 싸우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린 작품으로 13년 만에 복귀한 정지영 감독의 내공이 돋보인다. 실화의 이면을 다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도가니’ 열풍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 안성기, 박원상, 문성근, 김지호 등 출연 배우들도 호연을 펼쳤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네버엔딩 스토리:로맨틱 코미디 열풍 잇나 한날한시에 시한부를 선고를 받은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웨딩드레스가 아닌 수의를 고르고 결혼식장이 아닌 장례식장을 알아보러 다니는 일명 ‘장례 데이트’ 등 엉뚱하고 독특한 에피소드와 톡톡 튀는 인물 캐릭터는 눈길을 끌지만, 죽음을 앞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지지 못한다. ●장화신은 고양이:깜찍하고 친숙한 캐릭터 ‘슈렉2’에 처음 등장해 슈렉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장화 신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깜찍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고양이 푸스의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영화다. 고양이들의 댄스 배틀 장면과 현란한 칼싸움 등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다소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아쉽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생생한 3D 효과 쥘 베른의 공상과학(SF) 소설 ‘신비의 섬’과 ‘해저 2만리’를 원작으로 하늘과 땅, 바닷속 진귀한 생물체들과 신비로운 섬의 풍경 등 소설 속 세계가 3D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할리우드 장편 영화로는 최초로 영화 전체를 3D 카메라로 촬영해 원색적인 색채감과 공간감 등 3D 입체 효과가 볼만하다. ●자전거 탄 소년:11살 소년의 따뜻한 희망 찾기 냉정한 시선으로 유럽 사회의 문제를 일관되게 비판해온 다르덴 형제의 신작.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어두운 마음, 그리고 그 속을 뚫고 밝아 오는 작은 희망을 그렸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수작으로 ‘다르덴 형제의 가장 따뜻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요한 국면에 흘러나오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2악장이 큰 울림을 준다.
  •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연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외모를 기꺼이 망가뜨리는 배우가 있다. ‘연기 본좌’로 불리는 배우 김명민(40)이다. 새 영화 ‘페이스 메이커’(19일 개봉)에서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 주만호 역을 맡은 그는 인공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했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인공치아 때문인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만호는 자신의 외모를 돌보지 않을 것 같았다. 주만호를 보고 애처롭게 달리는 ‘병든 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공치아를 끼고 있으면 치아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이가 시리거나 침을 잘 못 삼켜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루저’인 주만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명확한 발음보다 부족하고 어수룩한 설정이 더 필요했다. →비주얼은 포기한 것 같던데, 화면에 잘 나오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얼마 전 영화를 봤는데 (내 얼굴을) 정말 못 봐주겠더라(웃음). 그런데, 제가 원래 비주얼로 승부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스크린에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기하면서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김명민이 보이면 그 인물에게 미안하다. 배우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사는 대변인인데, 만일 나의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인생이 별것 아닌 것처럼 비쳐진다면 직무 태만이지 않은가. →이런 철학때문에 ‘연기 본좌’라는 별명이 붙은 것인가. -(‘연기 본좌’라는 말만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미칠 것 같다. 매번 영화 홍보팀에 그 말만은 빼달라고 사정하는데, 꼭 들어간다. 그런 말이 알게 모르게 안티들을 양산한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씀해주시는 것은 알지만, 연기로 비교 기사가 나가는 것은 싫다. 연기는 개인의 취향이지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가끔 선배님들이 그 별명에 대해 물으시면 너무 민망하고 부담스럽다. →영화는 마라톤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 단축을 위해 투입된 페이스 메이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다소 생소한 소재인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마라토너는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몸 하나만으로 홀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극복하면서 완주해야 하는 경기다. 그것이 제가 연기를 해온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에 문제를 극복하고 달려야 하는 만호처럼 저도 영화를 찍다가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한 뒤로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주인공과 저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늘 30㎞ 지점까지 밖에 달릴 수 없었던 만호는 결국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게 된다. -좀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았다. 사실 이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페이스 메이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꿈을 포기한 채 열정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항상 무슨 일때문에 코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하는 98%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결승선에서 2%를 넘어설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준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이번에 정말 원 없이 달렸을 것 같다. 마라톤의 매력이 뭔가. -원래 조깅과 등산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남산을 달린다. 마라톤을 완주한 비공식 기록도 갖고 있다. 등산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는 반면, 조깅은 생각이 많아진다. 뛰는 동안 죽을 것 같은 사점(死點)을 수도 없이 겪고, 그때마다 인생의 힘들었던 굴곡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 사점을 극복하면 환희가 몰려오고 안정이 찾아온다. 마라톤이 30대 중반을 넘어야 좋은 기록이 나오고, 60~70대 할아버지들이 완주 경력을 갖고 있는 것도 달리면서 반추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과 마라톤은 닮았다. →배우로서 만호처럼 누군가의 등을 보고 달려야 했던 적은 없나. -연기는 자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와 비교한 적은 없다. 하지만, 무명 시절때 서러웠던 적은 많다. 감독이 내 잘못이 아닌데 나를 혼내거나 톱스타에게 쌓인 것을 나한테 풀 때 인간적으로 오기가 생긴 적도 있었다. 2002년부터 영화 세 편이 연거푸 엎어진 뒤 다 포기하고 해외로 이민을 가려고도 했다. 그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만났고, 배우로서 30㎞ 이후를 뛸 수 있게 됐다. →엄청난 체중 감량으로 화제가 된 ‘내 사랑 내곁에’에 이어 이번에도 상당히 몸을 혹사시킨 것 같다.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좀 멋진 모습으로 나올 생각은 없나. -이번에는 매일 촬영하면서 달리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이다. 팬들을 위해 멋진 역할을 맡겠다는 생각은 없다. 팬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자신이 지지하는 배우가 어디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고 제대로 ‘팬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드리는 것이 아닐까. →지난해 설 연휴때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자신있나. -없다. 영화가 잘 나오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이후는 제 손을 떠나는 것 같다. 운때도 맞아야 하고…. 흥행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두뇌싸움과 심리전의 묘미가 있는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이유 없는 살인마 연기는 못한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버지 작품에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어제도 이번 영화를 본 아들이 시종일관 울다가 집에 갔다. 아, 로맨틱 코미디는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웃음). 김명민이 인터뷰 도중에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진정성’이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시나리오의 진정성과 감독이 주는 신뢰감이다. 그는 이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어떤 캐릭터든, 어떤 감독과의 작업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도 늘 분수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남들의 평가 보다 두 단계 내려서 자신을 본다는 김명민. 연기자로서 겸손함과 진정성이 그를 일인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70억 대작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 UP&DOWN

    270억 대작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 UP&DOWN

    순제작비 270억원.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31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영화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마이 웨이’(My Way)를 두고 하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평균 총제작비가 21억 60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영화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흥행 마법사’ 강제규 감독이 ‘태극기 휘날리며’(2004)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란 점에서도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더군다나 한국의 장동건, 일본의 오다기리 조, 중국의 판빙빙 등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CJ엔터테인먼트와 SK플래닛이 동일 지분을 투자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의 성패가 향후 충무로의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마이 웨이’의 장단점을 짚어 봤다. 임일영·이은주기자 argus@seoul.co.kr [UP] 길을 찾다…할리우드 뺨치는 전투신 역사학자 스티븐 엠브로스의 저서 ‘디데이’에 실린 불안한 눈빛의 독일 병사 사진이 영화의 모태가 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에게 체포된 독일 병사는 놀랍게도 조선인. 그가 어떻게 머나먼 노르망디까지 가게 되었을까란 궁금증에서 영화는 비롯됐다. 인력거꾼 김준식(장동건)은 어린 시절부터 하세가와 다쓰오(오다기리 조)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육상 유망주.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의 난투극으로 김준식은 일본군에 징집된다. 몽골 노몬한 전선으로 끌려간 김준식은 일본군 대좌가 된 하세가와와 만난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러시아군으로, 독일군으로 군복을 갈아입는 두 사내의 이야기가 2시간 18분 동안 펼쳐진다. 영화의 최대 강점은 2차대전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밴드 오브 브러더스’(2001)를 필적할 만한 전투장면의 구현에 있다. 일본군 자살특공대와 러시아군 탱크부대가 격돌하는 노몬한 전투나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을 세공한 영상의 ‘때깔’은 한국 영화의 수준을 넘어섰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포로수용소 풍경이나 독일군과 소련군의 전투로 폐허가 된 전장 등 미장센도 빼어나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전쟁영화를 득도한 강우석 감독을 비롯해 이모개 촬영감독, 조근현 프로덕션 디자이너, 정도안 특수효과 감독 등 충무로 A급 스태프가 다른 영화의 4배에 이르는 14개월의 프리프로덕션 기간에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외양만큼은 품을 들인 대로다. 연기로 눈을 돌리면 김준식의 친구 이종대로 나오는 김인권이 가장 돋보인다.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는 감초 역할에 그치는 게 보통. 하지만 김인권은 전쟁으로 이성을 잃으면서도 단짝 친구 준식에게는 순박함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했다. 전쟁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무의미한 전쟁터에서 산화하는 인물들의 비장미에 있을 터. 강 감독은 주요 등장인물의 상당수를 흐름이 늘어질 타이밍에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몬다. [DOWN] 길을 잃다…2% 부족한 스토리라인 공식엔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보고 나면 허전하다. ‘마이웨이’는 너무나 정석적인 영화다. 6·25에 한정됐던 국내 전쟁 영화의 스케일을 2차 세계대전까지 넓혔고, 한·중·일 아시아 3개국의 국경을 뛰어넘는 인간애를 그리는 등 외연을 넓히고자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던 탓일까. 영화는 쓸 만한 ‘구슬’을 가지고도 이를 제대로 꿰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때문에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포탄 소리는 요란하지만, 영화의 깊이 있는 여운까지 남기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다소 작위적인 구성이 한몫했다. 준식과 다쓰오의 갈등과 화해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런데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못했다. 둘의 연결 고리도 약하고 개연성까지 부족해지면서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중심을 잃고 말았다. ‘달리기’가 두 사람을 이어 주는 끈이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출연 분량이 상당히 적은 판빙빙의 비중을 늘려서라도 주인공들의 드라마를 좀더 촘촘하게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부분도 적지 않다. 전쟁 포로로 잡혀간 준석이 홀로 연병장을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누구의 제지도 없이 말이다. 마라토너로서의 올곧은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전쟁의 치열함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두 주인공 대신 전쟁의 한복판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이종대 역의 김인권이 더 뇌리에 깊숙한 인상을 남긴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열었던 강제규 감독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압도적인 영상미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 줬다. 하지만 지난 7년 전과 비교해 한국 영화의 수준도, 관객들의 감각도 훨씬 높아졌다. 변화된 시장 상황을 좀더 예민하고 치밀하게 계산했어야 했다. 단선적인 캐릭터 탓일 수도 있지만, ‘모범생’ 같은 밋밋한 장동건의 연기도 아쉬움을 남긴다.
  • [김문이 만난사람] ‘마라톤 외교’ 정동창 阿 세이셸 공화국 명예총영사

    [김문이 만난사람] ‘마라톤 외교’ 정동창 阿 세이셸 공화국 명예총영사

    달린다는 것은 ‘생각’이다. 생각하기에 인생이 달라진다. 아름답고 숭고한 땀방울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또 달린다. 신영복 교수가 말했다. “달리는 것은 명상이며, 사색이며 육신을 뛰어넘는 비약이며 환희다.”라고. 맞다. 미치도록 달리다 보니 행복해졌고 비약하듯 인생이 확 달라졌다. 달리는 도중에 신영복 교수도 만났고 고(故) 법정스님과도 친해졌다. 산악인 엄홍길, 한복디자이너 김혜순과의 인연도 달리면서 맺어졌다. 하여 자타가 공인하는 ‘달리기 전도사’라고 한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달리면 행복합니다. 건강해져요!”라고 구호처럼 늘 외친다. 정동창(51)씨. 지난 10여년 동안 마라톤 완주만 무려 70회나 했다. 아마추어로서는 보기 드물게 뉴욕, 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등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대회에 참여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마라토너들에게는 꿈의 도전이라고 하는 그랜드 슬램을 상상하면서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이것이 진짜 마라톤이다.’ ‘달리면 인생이 달라진다’라는 책도 펴냈다. 정씨의 ‘달리기 인생’ 중 가장 큰 인연은 뭐니뭐니 해도 아프리카의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이다. 이 나라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위쪽 인도양 바다에 위치해 있다. 인구 8만여명(1인당 국민소득 1만 8000달러)에 불과한 이 나라는 영국 BBC 방송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천국’으로 선정했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한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대선 전) 등이 즐겨 찾았을 정도로 최근들어 휴양지의 새로운 로망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정씨는 어떻게 세이셸 공화국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우선 내년 2월 이 나라에서 제5회 세이셸 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2008년 2월 처음 시작한 이 대회는 국민들의 건강, 단합, 해외 관광객 유치, 국가 브랜드 이미지 고양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국제육상연맹이 공식 인정한 대회이기에 천혜의 자연 경관 속에서 달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라토너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세이셸의 많은 사람들이 더운 나라에서의 마라톤대회는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한국, 미국, 프랑스, 남아공, 독일, 나이지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참가할 만큼 세이셸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이 대회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정동창 세이셸 명예총영사다. “2004년 초 세이셸 공화국 외교부에서 메일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명예영사 신청을 받고 있으니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메일이 잘못 왔나 싶어 신경을 안 썼지요. 그런데 얼마 후 케냐에 주재하는 이석조 대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세이셸 공화국은 우리나라에 외교공관이 따로 없어 케냐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관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대사는 제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박항률 화백과 친한 사이였지요. 그래서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인연의 끈은 또 있다. 당시 정씨는 마라톤 전문여행사를 운영하면서 해외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한국 참가자들의 수속을 대신해 주는 일뿐만 아니라 외국 선수들을 우리나라 국제마라톤 대회에 초청하는 일 등을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3년 국내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케냐 선수들을 알게 됐다. 초청된 케냐 선수들은 대회가 끝나고 나서 항공편이 원할하게 연결되지 못해 발이 묶여 있었다. 이때 정씨가 선수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항공편이 연결될 때까지 3일 동안 숙식을 제공하면서 매일 아침 함께 남산을 달리고 별도의 시간을 내서 서울 관광도 시켜주었다. 본국으로 돌아간 케냐 선수들은 한 모임에서 케냐 외교부 사람들을 만나 한국에서 참으로 고마운 분을 만났다는 사연을 얘기하면서 정씨의 명함을 건넸다. 이런 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명예영사 추천을 받게 됐던 것. “생각지도 못했던 명예총영사가 된 후 여러 차례 현지에 가서 세이셸 공화국의 외교부 장관과 제임스 미셸 대통령 등을 만나면서 향후 할 일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때 제가 마라톤 대회를 열자고 제안했지요. 처음에는 반대를 했습니다. 아시아의 멀고도 생소한 한국에서 온 사람이 마라톤 대회를 열자고 하니 황당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더군요. 연평균 22도에서 32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에 마라톤 대회를 진행하기에는 무리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요. 하지만 국민 건강과 단합,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스포츠라고 여러 번 설득했습니다. 뉴욕과 런던,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대한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수차례 설명을 했더니 결국 받아들이더군요.” 정씨는 수도 빅토리아 해변을 출발하는 5㎞, 10㎞, 하프마라톤과 42.195㎞ 풀코스 구간을 직접 개발해 국제육상연맹의 인증을 받아냈다. 국제마라톤대회 심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그가 코스별로 몇 번을 직접 뛰어 보고 답사한 끝에 드디어 2008년 2월 제1회 세이셸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한국인이 해외에 마라톤을 수출하는 첫 쾌거를 이루어내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350여명 정도가 참가했으나 해마다 참가자 수가 늘어 지난해에는 내국인 1000여명, 외국인 400명(28개국)에 이를 만큼 세이셸 최대의 이벤트로 발전했다. 내년 2월 대회에는 31개국에서 12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끼는 점은 달리는 데 다소 회의적이었던 세이셸 국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라고 회고한다. 수도 빅토리아 시내에 아침, 저녁으로 조깅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해변을 달리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정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마라톤 대회가 끝나면 문화행사를 열었다. 첫해에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김영호 교수 등 유명 연주자들을 초청해 세이셸 국민들에게 차원 높은 문화를 느끼도록 했다. 2009년에는 이강소, 박항률, 금누리, 이용수, 김재민, 권기동 화백 등 우리나라 유명작가들의 초대전을 개최했다. 2010년에는 한복패션디자이너 김혜순의 패션쇼를 열어 우리의 아름다운 한복의 멋을 한껏 맛보게 했다. 이 같은 정씨의 노력에 힘입어 2009년 10월 세이셸 공화국 미셸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했고 이때 정씨의 숨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외교통상부에서도 정씨를 세이셸 공화국의 유일한 외교연락 창구이자 준외교관 자격으로 인정했다. 정씨는 2009년 6월 한·세이셸 경제기술협력(ETCA) 체결, 2010년 3월 대전광역시와의 자매결연, 2010년 7월 한·세이셸 항공운송협정체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세이셸에 가면 외교부 장관 등 정부 관리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때마다 저를 ‘미스터 마라톤’이라고 부르지요(웃음). 세이셸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해변 중 1위로 지목될 만큼 빼어난 해변경관을 간직한 나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 12배의 광활한 영해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석유 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고 참치는 세계 2위의 어장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참치 전쟁이라고 하는데 세이셸을 잘 활용하면 우리나라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씨가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것은 30대 후반. 직장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체중이 90㎏을 훌쩍 넘었다. 과중한 업무와 잦은 술자리 등으로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는 진단에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뛰는 것이 힘들어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점차 속보로 끌어 올렸고 어느 정도 체력이 붙자 조금씩 뛰기 시작했고 이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점차 여유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바뀌었다. 요즘도 그는 달린다. 달리면서 그날과 그달에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한다. 더러는 명상을 하면서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한다. 고민이 생길 때면 사무실 밖으로 나가 남산 산책로나 북악스카이웨이 코스를 후련하게 달린다. 그에게 왜 달리느냐고 물었다. “땀 흘린 만큼 돌아오는 정직한 보람과 행복의 참맛이 있기 때문이지요.” 편집위원 km@seoul.co.kr ■정동창은 1961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1986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석사(1994),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박사과정(2002)을 수료했다. 경원대, 배재대 관광경영학과 겸임교수 및 아주관광 부장(1986~1996)을 역임한 뒤 마라톤 전문여행사 여행춘추(1997~2011)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 세이셸 공화국 명예총영사이며 세이셸 관광청, 투자청, 에어세이셸 한국사무소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틈틈이 마라톤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호주, 뉴질랜드 100배 즐기기’(2001), ‘이것이 진짜 마라톤이다’(2002, 번역), ‘달리면 인생이 달라진다’(2011) 등이 있다. 특이사항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70여회 완주했으며 이 가운데 35회 이상을 보스턴, 뉴욕, 런던 등 세계 유명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외국어대 산악회, 100회 마라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라톤 전도사’ ‘미스터 마라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 [60대 ‘은퇴후 20년’을 말하다] “퇴직은 삶의 끝? 8만시간의 시작이죠”

    [60대 ‘은퇴후 20년’을 말하다] “퇴직은 삶의 끝? 8만시간의 시작이죠”

    “제 인생, 6만 5000시간이나 남았습니다. 보람 있게 채워야죠. 저는 정년퇴직을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2002년 40년간 봉직했던 교직을 떠나 61세의 나이로 새 세상에 발을 디뎠던 신정모(70)씨는 “정년 퇴직은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은퇴 후 그는 작심하고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신씨는 우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40년 교직생활에서 얻은 교육적 경륜, 학교 경영 노하우가 가장 큰 자산이었다. 신씨는 재직했던 초등학교에 강사로 나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되돌려 주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숲 해설’에 도전했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숲과 생태계의 정보를 알려주는 일이었다. 유아원 학습도우미 역할도 자처했다. 그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도 해소해야겠다고 작정했다. 그는 주저없이 기자직에 도전했다. 그는 전북의 실버뉴스레터에서 취재와 편집 일을 하고 있다. 남는 시간에는 주례로 나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이들을 이끌었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나날이었다. 어느덧 고희(古稀)에 접어들었다. 그는 스스로 85세를 삶의 종착역으로 설정했다. 향후 5년은 더 현장에서 뛸 계획이다. 여기에는 교육컨설팅 상담소를 개설하겠다는 포부도 들어 있다. 신씨는 “인생 이모작을 설계할 때는 가장 먼저 무엇을 잘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목표가 돈이든 사회 공헌이든 의지와 열정만 가지면 정년이 결코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씨의 이런 여생 디자인은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8만 시간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당히 에세이 부문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은퇴 후 행복한 노후 사례를 찾는 공모였다. 신씨는 “조금만 시야를 확대하면 ‘퇴직자들이 할 일’이 눈에 보인다. 적극적인 자세만 가지면 품격을 지키면서도 경제적 이익도 얻고, 일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귀띔했다. 여기에서 ‘8만 시간’이란 은퇴 후 남은 평균 여생을 시간으로 환산한 것. 한편 이번 공모전 사진 부문에서는 은퇴 후 마라토너가 되겠다고 결심한 김슬규(54)씨의 작품도 최우수상으로 뽑혔다. 시상식은 12일 오후 2시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린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공금으로 배 채운 ‘남승룡 마라톤’ 조직위

    올해 11번째 개최되는 전남 순천 남승룡마라톤대회가 선생의 얼을 기리기 위한 목적보다는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등 마라톤 조직위원회 위원들의 ‘잇속 챙기기 대회’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순천 출신의 남승룡 선생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에 이어 동메달을 땄으며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는 손기정을 제치고 1위로 뽑힌 세계적인 마라토너다. 오는 13일 열리기로 돼 있는 남승룡마라톤대회는 45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대회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순천시 9500만원, 전남도 1000만원의 보조금과 선수들의 참가비 6800여만원, 기관이나 업체 협찬금 2200여만원 등 총 2억여원의 예산으로 대회를 치렀다. 그러나 조직위는 이 가운데 참가비와 후원 협찬금 수천만원을 자부담으로 변칙 처리했으며, 전남도 보조금 1000만원을 사무국장 급여로 집행했다. 조직위는 또 행사화환, 조직위원들의 단체복, 고급한정식 식사비 등을 수개월이 지난 후 자부담이 아닌 참가등록비와 협찬금으로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제식구 배불리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마라톤 홍보책자, 참가 선수들의 단체보험, 의류 제작 등을 전·현 조직위원이 운영하는 특정업체와 수년째 계약을 해 왔다. 9회 대회 2800만원과 10회 대회 2100만원 상당의 참가 기념 티셔츠와 기념품은 당시 조직위 운영위원이 운영하는 K사가 납품했다. 운영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조직위는 K사에 바람막이 120벌(시가 360만원)의 공급을 맡겼다. 조직위는 또 전 사무국장이 운영하는 S인쇄소에 9회(1100만원)와 10회(860만원), 올해 대회의 홍보책자 제작을 맡겼으며, 대회 참가자 일일 상해단체보험은 역시 조직위 위원이 운영하는 보험업체와 계약하기도 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심판 사라진 동아국제마라톤…선수들 코스 이탈 ‘국제망신’

    국제마라톤 경기 대회 중 코스를 안내해야 할 심판이 사라지는 바람에 마라토너들이 집단으로 코스를 벗어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했다. 16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1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40㎞를 지난 삼거리 교차로 지점에 있어야 할 심판이 다른 지점에 있었고, 이로 인해 일부 선수들이 코스가 아닌 다른 길로 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국내 선수 가운데 1위를 달렸던 오서진(23·국민체육진흥공단), 2위 김지훈(23·고양시청) 등 4명이 피해를 봤다. 김지훈은 엉뚱한 길에서 뛰다가 팀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고 뒤늦게 원래 코스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3명은 계속 다른 길에서 뛰다 실격처리됐다. 경기 현장에서 레이스를 지켜본 육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프리카 선수들이 대부분인 선두 그룹 10여명이 40㎞ 지점을 통과한 뒤 10여분이 지나 오서진과 김지훈 등 국내 수위권 선수들이 나타났지만, 이때는 심판뿐만 아니라 표지판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최 측은 “원래 이 지점부터 차량과 섞여서 뛰는 곳임을 미리 선수들에게 알렸다.”고 했지만 달리는 데만 집중했던 선수들은 심판도 표지판도 없는 지점에서 원래 코스를 따라 우회전하지 못하고 직진하다 결국 레이스를 망친 것. 심판은 당시 삼거리 교차점이 아닌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아야 보이는 지점에 있었고 선수들은 심판을 보지 못한 채 직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육상경기연맹과 주최 측은 결승선에 골인한 순서를 바탕으로 순위를 발표했다. 하지만 육상 관계자들은 “레이스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발표된 순위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육상 관계자는 “국제대회 간판을 걸고 치른 경기에서 이렇게 허술한 대회 운영은 처음 봤다.”면서 “연맹과 주최 측이 코스를 새로 짜기만 하고 심판들은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경주마라톤서 선수들 집단 코스 이탈…순위 뒤죽박죽

    경주마라톤서 선수들 집단 코스 이탈…순위 뒤죽박죽

     경주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경기대회 중 진행 요원이 레이스 중간에 철수하는 바람에 마라토너들이 집단으로 코스를 이탈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경북 경주시 일원에서 벌어진 동아일보 2011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40㎞를 지난 지점부터 코스를 알려주고 차량을 통제해야 할 경기 진행 요원과 심판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리를 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정식 코스가 아닌 다른 길을 뛰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국내 선수 중 1위를 달렸던 오서진(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2위 김지훈(23·고양시청) 등 4명은 엉뚱한 코스를 뛰어 실격 처리를 받았다. 김지훈은 팀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뒤늦게 원래 코스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선수는 줄곧 다른 길을 달렸다.  사고는 아프리카 선수가 주를 이룬 선두그룹 10여명이 40㎞ 지점을 통과한 뒤 몇백m 지나 오서진과 김지훈 등 국내 1·2위 선수들이 나타났지만 경기 운영 요원과 안내 표지가 없어 발생했다.  표지판은 바람에 휩쓸려 쓰러진 상황이었고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선수들은 달리는 버스와 승용차 사이에서 위험한 레이스를 펼쳤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우회전하지 못하고 직진하다 결국 레이스를 벗어났다.  대한육상경기연맹과 주최 측은 결승선에 골인한 순서를 바탕으로 순위를 발표했지만 레이스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발표 순위는 효력이 없다는 게 육상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체육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린 선수가 무슨 죄가 있느냐. 명색이 국제대회라면서 이렇게 허술한 대회 운영은 처음 봤다.”며 혀를 찼다.  마라톤 대회에서 이와 비슷한 코스 이탈 사건이 발생하기는 1998년 동아 경주대회에서 김이용(38·대우자판)이 다른 길을 뛴 이후 13년 만이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마라톤 도중 ‘버스타고’ 3등 한 황당 마라토너

    마라톤 도중 ‘버스타고’ 3등 한 황당 마라토너

    영국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3위로 골인한 남성이 레이스 도중 버스를 탄 사실이 적발돼 메달이 박탈당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은 롭 슬론(31).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노섬벌랜드에서 열린 아마추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슬론은 32km 지점에서 버스를 탄 후 약 40km가 넘는 지점에서 몰래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부정은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들과 대회 디렉터로 참여한 전 올림픽 마라톤 메달리스트 스티브 클램의 의혹제기에서 시작됐다. 클램은 “참가한 선수 중 전반보다 후반 타임이 더 빠른 사람이 있다.” 며 “그 선수는 마지막 13km를 마치 올림픽 선수처럼 뛰었다. 골인하기 위해 다른 수단을 쓴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슬론은 “어처구니 없다.”고 일축하며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주최 측의 조사로 반칙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슬론은 향후 영국에서 열리는 모든 마라톤 출전자격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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