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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지하철에서 문화읽기/철학자 탁석산

    [문화마당]지하철에서 문화읽기/철학자 탁석산

    문화는 삶의 양식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자주 잊곤 한다. 예술작품을 문화라고 생각하고 일상생활의 모습은 그저 생활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예술은 문화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우리가 연극이나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에 가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에서 보내지 않는가. 하지만 예술이 꽃피면 문화가 발전한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의 문화발전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도 하고 국제 영화제를 열기도 하니까. 물론 오케스트라와 영화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화충격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문화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 미국의 영화나 미술작품에서 문화충격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충격은 사소한 일상에서 온다. 자식이 말을 안 듣는다고 꾸짖다가 한 대 때렸는데 이웃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를 한다면 문화충격을 받을 것이다. 삶의 양식은 너무나 구석구석까지 젖어 들어있기에 아무리 빨라도 5년이 지나야 외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의 지하철은 한국문화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지하철에 예술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지하철과 똑같이 승객을 실어 나른다. 하지만 지하철의 내면 풍경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위를 하는가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서울 지하철은 쉴 틈이 없다. 우선 타려고 하면 줄을 서야 하는데 종종 무시된다. 갑자기 뒤에서 끼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리고 난 뒤에 타는 것도 아니다. 거의 동시에 내리고 타야 하므로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탔다고 해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기도 전에 앉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재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리가 된 후에도 소음 때문에 쉴 수가 없다. 정말 한국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큰소리로 자신의 소소한 일상까지 말하는데 한두 사람이 아니다. 한 10분만 들으면 그 사람의 하루 일정, 직업, 가족 관계도 다 알 수 있을 정도다. 지하철 안의 소음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심심할까 봐 잡상인이 수시로 나타난다. 추억의 팝송이나 가요를 크게 틀어주거나, 여름철에 팔을 지켜 준다는 긴 토시나 하수구를 뚫어 준다는 것 등을 판다. 한가하게 생각에 잠길 틈을 주지 않는 장터 분위기가 서울 지하철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물건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지하철에서 내리거나 갈아타는 데 편리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간이 있고 사정이 좋다면 내리기 전에 이동해 두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도 이동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통로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헤쳐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갈 정도로 급한 일이 있는지. 아마도 빨리 가야 1분, 2분 아닐까. 그리고 출퇴근 때가 아닌 낮에도 1, 2분을 다툴 정도로 급한 일이 있는 것일까? 더욱 의아한 것은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약자석을 찾아가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도 빈자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한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힘들게 계속 이동을 하신다. 나는 이런 신기한 현상을 해명하는 것이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계속 변하는 것이다. 앞으로 지하철 안 풍경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김홍도의 작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해석이 변할 수 있어도 작품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양식으로서의 문화는 변할 수밖에 없으며 그 변화에서 살아 있는 우리의 모습을 읽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문화다. 철학자 탁석산
  • 지갠뎃 “할리우드판 ‘프리스트’, 원작과 달라”

    지갠뎃 “할리우드판 ‘프리스트’, 원작과 달라”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한국만화 ‘프리스트’ 영화판 출연이 확정된 캠 지갠뎃이 원작과 영화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를 연기한 지갠뎃은 ‘프리스트’에서 뱀파이어 집단과 싸우는 주인공 이반 아이작(폴 베타니 분)의 파트너 역을 맡았다. 전작의 흥행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차기작으로 또다시 뱀파이어 영화를 선택해 화제가 됐다. 지갠뎃은 공포영화 사이트 ‘쇼크틸유드롭닷컴’(shocktillyoudrop.com)과의 인터뷰에서 “원작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다.”고 밝혀 ‘프리스트’ 영화판을 기다리는 원작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지금 대본과 원작 만화를 함께 보고 있는데, 서로 관련은 있지만 완전히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로는 (만화보다) 영화 대본이 더 좋다.”는 감상을 말했다. 지갠뎃은 두 작품에서 연속으로 비슷한 뱀파이어 역을 맡았다는 보도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그는 M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마도 전작의 이미지 때문에 잘못 알려진 것 같다. 영화에 뱀파이어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나는 뱀파이어가 아니다.”라고 자신의 배역을 설명했다. 또 “‘트와일라잇’과는 다른 종류의 뱀파이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이전 출연작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형민우 작가 만화를 영화화한 ‘프리스트’는 교회에 저항하게 된 신부가 조카딸의 복수를 위해 뱀파이어 무리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웨스턴 호러영화로 알려져 있다. 현지 연예매체들에 따르면 2010년 9월 개봉을 목표로 오는 8월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사진=reelmovienews.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 “北 2차 핵실험 나가사키급 이하”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국가정보국(DNI)은 15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달 25일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한 사실을 사실상 공식 확인했다. 폭발력은 수kt에 이른다고 밝혔다. DNI는 이날 발표한 간단한 성명에서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09년 5월25일 풍계리 일대에서 아마도(probably) 지하 핵실험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폭발력은 거의 수kt에 달했다.”고 밝혔다. DNI는 또 “이번 핵실험에 대한 분석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DNI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약 수kt”이라고 표현, 약 1kt에 달했던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때보다는 규모가 컸음을 확인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 사실과 위력에 대해 단정적이기보다는 애매모호하게 표현해 주목된다. 미국 정보당국이 밝힌 북한의 지난 2차 핵실험 위력은 그러나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위력인 15kt과 21kt에는 훨씬 못 미친다. 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과 맞먹는 위력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러시아는 폭발력을 약 20kt 내지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에 맞먹는다고 추정했었다.반면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포괄적핵실금지조약(CTBT) 기구는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의 규모를 1차 핵실험 때보다 조금 개선된 것으로 파악했다. kmkim@seoul.co.kr
  • 현대차 노조지부장 사퇴표명… 노·노갈등 심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 협상 과정에서 위원장 총사퇴 선언이 나오는 등 극심한 ‘노노() 갈등’을 겪고 있다. 실제 사퇴할 경우 새 집행부가 들어설 때까지 노사 협의를 필요로 하는 현대차의 모든 계획과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윤해모 지부장은 15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노조집행부 회의에서 돌연 집행부 총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윤 지부장의 임기는 올 9월까지다. 윤 지부장의 사퇴의사 표명에 대해 현대차지부는 대의원 등의 반발 속에 “내부 논의를 거쳐 1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개인 의견일 뿐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위원장 사퇴로 이어지면 노조 규약에 따라 노조 집행부도 함께 물러나게 된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임단협 협상 도중에 총사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노조 내부 갈등의 산물로 분석하고 있다. 윤 지부장은 올해 수차례의 임단협 과정에서 핵심 안건인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과 ‘공장간 일감 나누기’ 등을 놓고 현 집행부의 현장노동조직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와 마찰이 심해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노조의 일부 핵심 간부가 임단협 테이블에 참석하지 않는 등 갈등이 표면화됐다. 주간 연속 2교대제는 야간근무를 없애는 것으로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협의를 통해 같은 해 9월부터 전주공장에서 시범 시행하고, 올 1월 전면 실시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윤 지부장 집행부가 시범 시행 시기를 올 1월로 연기했고, 그나마도 일정이 미뤄지면서 내부 반발이 일었다. 또 노조 집행부가 회사측이 요구한 울산 공장의 ‘아반떼 일감 나누기’를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갈등을 빚었었다. 현대차 사측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만일 지도부가 총사퇴한다면 노조측 협상 파트너가 사라지면서 임단협이 원점으로 되돌아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면서 “생산 등 경영 전략에는 별 영향은 없겠지만 노사 협의가 필요한 다른 계획들은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2일 예정됐던 11차 노사 임단협 교섭은 16일로 연기됐으나 또다시 불투명하게 됐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의 이견도 집행부 총사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르지 않고 쟁의조정 신청을 계속 연기하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장미의 화가’ 김재학 작품전

    ‘장미의 화가’ 김재학 작품전

    20세기의 추상화를 넘어서 설치·영상 작품들이 홍수를 이루는 21세기 현대미술에서 아직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사실주의 화풍의 정물화(Still life)가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겠느냐? 하고 작가 김재학(57) 씨에게 묻는다면 그는 ‘그렇다.’고밖에 답할 수 없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이발소 그림’과 탤런트 태현실 등의 얼굴을 완벽하게 묘사해 주변에서 감탄을 받았던 그는 정규 미술 교육도 없이 독학으로 화가의 길을 걸어온 국내에서 몇 안되는 작가다. 인천 남중 2학년 때 미술반에서 활동하던 중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김 작가는 “사실주의 화풍에 대해 지적들이 있지만,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주영, 이구택, 홍라희, 이건희, 김보경, 박정구, 박성용 등 대기업 총수들의 초상화 작가로도 유명하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장미의 작가’로 더 알려진 김 작가가 극사실주의적 화풍으로 그려낸 꽃그림 30여 점을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전시한다. 그의 꽃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부에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전후로 꽃그림들이 팔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반면 김 작가는 “30분만 바라보고 있으면, 다른 작가들의 정물화와 달리 내 그림에서 품위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배경을 완전히 삭제하고, 빛의 반사를 다소 과장해서 그린 그의 꽃그림 정물은 선명하고 영롱하다. 사진을 찍어 포토숍으로 ‘뽀샵’처리를 해도 그런 느낌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정도다. 모델이 될 예쁜 꽃을 찾아 꽃시장을 열 바퀴 이상 돌아본다는 그의 꽃그림은 아마도 ‘Best of Best of Flower’ 일 수도 있겠다. (02)734-045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준모의 시시콜콜 예술동네] 제주 도립미술관 불안한 출발

    최근 다녀온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오는 26일 도립미술관 개관 준비에 한창이었다. 건물은 완공되었다. 하지만 야외에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조각품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둘러보니 비단 조각뿐 아니라 미술관 자체가 ‘공중에 붕 떠있는’ 형국이었다. 개관을 눈앞에 둔 미술관의 총 지휘자이자 선장역을 맡아야 할 관장직은 아직 공석이었고 이 자리에 전문가를 영입할지 아니면 도의 행정직 공무원을 임명할지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항간엔 관장선임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미술관에 대한 전문적인 소양은 눈꼽만큼도 없는 공무원들이 이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와중에 개관전시는 서울에 별도 팀을 꾸려 준비 중이란다. 아마도 3~4개의 기획전을 준비하는 모양인데 제주도립미술관의 정규 뮤지엄프로페셔널(Museum Professional)들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개관전만 열고 나면 임무가 끝나는 용역 팀들이다. 이렇다 보니 미술관 전문직들은 개관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공석이다. 돛대도 삿대도 없고, 선장, 갑판장, 조타수 모두가 없는 꼴이다. 때문에 미술관과 관련한 주요 사안은 공무원들이 지역 미술인들에게 자문을 구해 결정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공무원이나 미술인 모두 ‘미술관전문가’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미술관이면 필수적인 물품보관소(Locker Room)조차 없다. 설계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전시실에 놓인 소화기는 할론소화기가 아니라 분말소화기다. 게다가 미술관 방화시스템이 스프링클러인지 가스시스템인지 관계자 중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제주시에 있는 두 개의 미술관, 즉 도립미술관과 시립현대미술관의 차별화 또는 역할분담 같은 것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미술관의 성격을 결정지을 중장기 소장품 확보계획은 전혀 수립되지 않은 채 개관만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관전은 국립미술관을 비롯해서 개인 소장가들에게서 작품을 빌려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새집증후군’이 여전한 미술관에 누가 작품을 빌려 줄까. 작품을 빌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20여 쪽이 넘는 시설현황보고서(Facility Report)를 대여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만약 시설현황보고서를 제출해 빌렸다면 누군가 엉터리로 제출했거나, 아니면 소장자가 ‘도립’이라 믿고 대여해 준 것일 게다. 더 궁금한 것은 미술관장이 없는데 작품대여 계약서(Loan Agreement)에 누가 사인을 하느냐다. 용역계약을 맺은 이가 작품을 인수한다면 혹여 생길 불상사에 누가 책임질까. 제주도립미술관의 장래가 매우 걱정스럽다. 이는 부양능력 없이 육아장려금이 탐나 아이를 입양한 양부모를 보는 꼴이다. 현재 지자체들 사이에 미술관 건립이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것은 중앙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예산’을 마구 지원하기 때문이다. 일단 지자체는 짓고 보자고 덤빌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술관은 개관이 능사가 아니다. 준비되지 않는 미술관은 없느니보다 못할 수 있다. <미술 비평가>
  •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등을 구부린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밑동을 다독거렸다. ‘너는 올해도 꽃을 피우지 않는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피겠지.’ 엄마가 뱃속에 들어 있는 자기 아이를 기다리듯 할아버지는 사과 꽃 피기를 기다렸다. 삼 년 전 봄에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충청도 여행을 떠났다. 속리산과 충주댐을 둘러본 후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 그때 계단에서 묘목을 늘어놓고 있던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 “나 불렀는가?” 대머리 할아버지가 묻자 젊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옆에 서 계신 눈이 크고 얼굴이 새까만 할아버지요.” 무슨 일이냐며 할아버지가 다가가자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집었다. “이거 가져다 심으세요.” “그게 무슨 나문데?” “사과나무요. 그냥 가져가세요.” 할아버지는 공짜라는 말에 머뭇머뭇했다. “나한테만 왜 줘?”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의 뿌리를 물기 묻은 거적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할아버지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자기 아버지와 얼굴이 꼭 닮아 묘목을 한 그루 드리고 싶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무를 받아 든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자라는 손녀의 모습을 떠 올렸다. 하얀 피부에 웃으면 보조개가 팬 손녀가 늘 보고 싶었다. 여섯 살이지만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전화 목소리 듣기도 힘들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를 생각하며 입을 헤헤 벌렸다. 벌써 빨간 사과 알들이 또르르 손녀 손으로 굴러갔다. 새콤하고 단 맛이 나는 빨간 사과를 베어 먹으며 손녀가 흠뻑 웃는다. 잠시 손녀의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다음 날 할아버지는 텃밭으로 나갔다.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라고 했던 젊은 남자의 말을 곱씹으며 흙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안에 거름과 흙을 섞어 뿌렸다. 뿌리를 얕게 심은 후 흙을 다독다독 밟았다. 맨 나중엔 지주대도 세워 줬다. 4월은 아지랑이처럼 소리 없이 지나갔다. 텃밭은 고추와 상추와 무 같은 푸성귀들로 가득 채워졌다. 며칠만 게으름 피우면 푸성귀들을 제치고 풀들이 쑥쑥 자랐다. 할머니를 먼저 보낸 할아버지는 낡은 기와집에서 그 텃밭을 가꾸며 혼자 살았다. 가끔 마을회관 옆에 사는 대머리 할아버지가 드나들긴 했다. 그 날도 대머리 친구가 찾아왔다. 텃밭에서 풀을 뽑던 할아버지는 잠시 일손을 놓았다. “석주야, 풀 없애는 약을 뿌리면 될걸. 고생을 사서하는구나.” “고생은 무슨.”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 옆으로 와서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저 사과나무는 올해도 꽃이 안 피었네.” “응, 난 필 줄 알았거든.”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를 놀려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 난 처음부터 엉터리 나무라 생각했었다.” “설마? 사람을 믿고 살아야지.” 대머리 친구는 킥킥 웃었다. 차라리 나무를 뽑아 버리고 믿는 곳에서 새로 구해 심으란 말까지 했다. 그러더니 마을에서 생긴 소식을 하나 전해 줬다. “야, 우리 마을에 앞으로 요양 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더라.” “병원이 생기면 좋겠지.” 머지않아 할아버지도 그 병원에 들어갈 것만 같아 담담하게 대답했다. “너는 찬성이냐, 반대냐? 병원이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 “양쪽 다 이유가 있겠지.” “대답이 그게 뭐냐? 나 그만 갈란다.” 이 집 저 집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아줌마처럼 대머리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정신 좀 봐. 우리 집 개한테 아침 밥 주는 걸 잊었네.” 대머리 친구는 엉덩이를 털었다. 할아버지는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날씨가 무더웠다. 햇볕이 뜨거워진 8월에도 할아버지는 텃밭에 나갔다. 얼굴에 선 크림을 바르고 붉게 익은 고추를 따냈다. 할아버지는 고추를 한바구니씩 따 와 마당 평상 위에 부었다. 빈 바구니를 들고 다시 밭 가운데를 지나치던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었다. 사과나무 앞에서 입을 떡 벌리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머슬머슬 사과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초록의 긴 꽃자루에 하얀 꽃잎들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 할아버지는 반가움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곧 걱정이 앞섰다. 꽃이 피는 것은 열매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이일을 어찌한담. 내가 늦둥이를 어떻게 키워?” 할아버지는 안타까움에 속이 타 들었다. “이 녀석아, 남들은 벌써 굵직한 사과를 달았는데….”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익은 사과가 거리에 쏟아질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일을 생각하니 사과나무의 꽃이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워졌다. 할아버지는 늦둥이 사과나무를 찬찬히 살폈다. 잎 뒤에 누런 벌레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벌레가 아삭아삭 잎을 갈아먹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귓속에서 벌레의 움직임이 삭삭거렸다. “이런 고약한 것들! 언제부터 이 나무에 붙어 있었던 거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잎사귀들을 하나씩 들추며 벌레들을 없앴다. 벌레가 있는 걸 미리 알지 못해 사과 꽃이 늦게 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분을 죄다 빼앗기고도 늦게 꽃을 피운 사과나무를 할아버지는 칭찬했다. “너는 훌륭해! 대단한 나무야.” 할아버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자세이지.” 할아버지는 담배를 뽑아 물었다. 앞으로는 사과를 잘 길러야 할 엄마의 입장이 된 것 같았다. 사과나무는 하얀 꽃잎을 떨구고 마침내 콩알만 한 열매들을 달았다. 콩알만 하던 열매는 날마다 쑥쑥 자라 풋감만 하게 커졌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싸늘해졌다. 할아버지는 자나깨나 사과나무 걱정에 잠겼다. 추워지면 땅 속 뿌리가 물을 빨아올리기 힘들 거였다. “너를 잘 키워야 하는데, 어쩔거나?” 이파리들을 쓰다듬으며 할아버지는 나무에게 물었다. 사과나무는 대답이 없다. 할아버지도 방법을 못 찾았다. 할아버지는 하늘을 보며 부탁을 했다. 해야, 해야, 뜨거운 빛을 보름동안만이라도 더 쏟아 주렴. 그때 할아버지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 신호 음악이 울려왔다. 랄 라라 랄 라라. “여보세요.” “나야, 대머리.” “무슨 일인데?” “지금 마을 회관 쪽으로 빨리 와 줄래?” “왜?” “우리 초등학교 친구를 오십 년 만에 만났다. 네가 보고 싶대.” 대머리 친구는 점심을 함께하자며 할아버지를 불렀다. “와! 그 친구가? 알았다. 곧 갈게.” 할아버지는 간단히 몸을 씻은 후 나갈 때에 입을 옷을 골랐다. 벽에 걸려 있는 회색 바지와 윗도리 황토 옷을 집어 들었다. ‘에 헴’ 기침소리를 낸 후 할아버지는 텃밭의 사과나무에게 나들이를 알렸다. “얼른 다녀오마.” 할아버지는 골목을 빠져나와 사거리의 꽃가게 앞을 지났다. ‘무지개 꽃가게’란 간판만 붙었지 꽃보다는 비어 있는 화분들이 더 눈에 띄었다. 그동안 마을회관을 들락거릴 때 눈으로 스쳐만 다니던 가게였다. 바쁘게 걷던 할아버지가 그 꽃가게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옳지! 바로 그것이야. 내가 진즉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할아버지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손뼉을 ‘탁’ 쳤다. 가게 유리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기 저 큰 화분 얼마요?” 할아버지가 가리킨 갈 색 화분은 곡식을 빻는 절구통만 했다. 손녀의 키만큼 높아 사과나무가 편안하게 자랄 수 있어 보였다. 가게 아줌마가 놀라는 눈치였다. “저렇게 큰 화분을 어디다 쓰시려고요?” “아니, 그런 건 묻지 말고 얼마냐고요?” “그 화분 새 것 아닌데요. 옛날에 우리 집에서 쓰던 걸 놓아 뒀어요.” “그래도 가격을 알아야지요.” “필요하시면 할아버지가 그냥 가져가세요.” “그냥?” 이상하다. 사과나무를 준 젊은 남자처럼 꽃가게 아줌마도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말을 했다. “허허허. 그것 참. ” “제가 마을 어르신한테 왜 거짓말하겠어요. 크기에 비해 무겁지 않아 할아버지가 들고 가실 수 있을 걸요.”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아줌마는 화분을 끄집어냈다.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화분 밑바닥엔 붉은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깨끗한 옷에 흙 묻겠어요.” “그런 것 염려할 것 없소. 옷이야 다시 빨면 되니까.” 할아버지는 화분을 들고 집으로 다시 왔다. 그러고는 텃밭의 사과나무 앞에 그 화분을 내려놓았다. “이제 됐다. 추워지기 전에 너를 보호해 줄 수 있게 됐다니까.” 잽싸게 일할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할아버지는 화분 맨 밑바닥의 구멍을 막았다. 그 위에 비료 흙을 절반이 넘게 채워뒀다. 그러고는 사과나무 지주 대를 떼어냈다. 할아버지는 나무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가만가만 삽질을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흙을 떠 낸 할아버지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천천히 사과나무 뿌리가 드러났다. 할아버지는 사과나무를 화분으로 옮겨 넣었다. 할아버지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가 울렸다. 흙 묻은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왜 늦느냐.’는 대머리 친구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한마디 들은 뒤끝을 바투 마무리했다. “나 지금 못 간다. 아주 소중한 일이 생겼어. 그러니까 그 친구 데리고 네가 이리로 오너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가 심어진 화분에 흙을 뿌렸다. 친구들을 부른 후엔 손 움직임이 느려지고 꼼꼼해졌다. 그들이 오면 함께 따뜻한 방으로 화분을 옮길 참이다. 이제 사과나무는 남쪽 창가에서 햇볕을 받으며 잘 지낼 것이다. 할아버지는 겨울에 주렁주렁 달린 빨간 사과를 손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과나무야, 너를 늦둥이로 만들어 미안하다.”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사과나무에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작가의 말 늦게 난 자식을 늦둥이라 부릅니다. 부모들은 그 늦둥이를 키우며 각별한 사랑을 퍼붓지요. 내가 아는 50대 초반의 어떤 아저씨는 틈만 나면 자기 배 위에서 아이를 키우더라고요. 늦둥이 아이처럼 늦둥이 과일나무를 나는 보았어요. 사람이든 식물이든 기르고 가꾸는 엄마의 마음은 똑같은가 봐요. 그런데 나무의 엄마인 할아버지는 몇 점 엄마가 될 것 같나요? ●약력 전남 강진에서 출생했다.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물가를 맴도는 아이들’과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너는 어디로 갔니?’가 당선됐다. 전남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화집 ‘이상한 안경’ ‘너는 어디로 갔니?’ ‘별이 된 도깨비누나’외 다수를 펴냈다.
  • 부인사 대장경 천년축전 국제행사로

    부인사 대장경 천년축전 국제행사로

    대구 팔공산 부인사(符印寺·대구시 동구 신무동)의 대장경 발원 1000년을 기념하는 문화축전이 정부의 공식 국제행사로 치러진다. 대구시는 부인사 대장경(초조 대장경) 발원 1000년 기념 행사인 ‘2011 대장경 천년 문화축전’이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로부터 국제 행사로 승인돼 ‘2011 대구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와 ‘2011 대구 방문의 해’에 즈음해 개최된다고 14일 밝혔다. ‘대장경 천년 축전’은 경남도가 추진하는 합천 해인사 팔만 대장경 관련 축전과 공동으로 열리며, 날짜는 육상대회 기간을 전후해 2011년 7월1일~9월4일로 잠정 결정됐다. 팔만대장경 행사는 같은 해 9월23일~11월6일 열린다. 부인사 천년 대장경은 해인사 팔만 대장경에 앞선 고려 최초의 대장경으로, 1011년 제작돼 2011년이면 정확히 발원 1000년이 된다. 시 등은 축전기간 중 ▲2011명의 스님이 함께하는 3일간의 대장경 윤독을 통해 세계에 화합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초조 대장경 전장(轉藏)대회’ ▲초조 대장경 1000년 및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실크로드를 통한 천년 대장경의 재현’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민족 고유 전통의례와 결합된 국가 축제인 팔관회와 대구의 역동적 이미지를 재연할 ‘밀레니엄 팔관회’, 1000명의 시민들이 직접 참가해 대장경을 옮기는 역사 현장을 재현한 ‘초조 대장경 이운(移運)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 육상대회에 앞선 2010년에는 고려시대 부인사 일원에서 열리던 승시(僧市·불교용품을 사고팔던 곳)를 재현하고, 초조 대장경 영인(影印으로 촬영해 복원)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부인사 초조대장경은 총 2684권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일본 교토 난젠지(南禪寺)가 복사본인 1830권의 인본(印本·인쇄본)을 소장하고 있다. 대마도(600권)와 국내(254권)에도 흩어져 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글로벌 시대] 현명한 리더가 돼라/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글로벌 시대] 현명한 리더가 돼라/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A부서의 김 부장은 성격이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적도 없고 부하직원들이 김 부장을 무척 따르며 회사 내에서 인기도 좋다. 하지만 김 부장의 팀은 매번 실적이 저조해서 다른 팀이 보너스를 받을 때 부러워만 해야 했다. 이렇게 되자 결국 그의 부하직원들은 김 부장에게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착하고 부지런하고 미련한 상사보다는 성격이 좀 나쁘더라도 똑똑한 상사가 더 낫다고. 착하기만 한 상사는 처음에는 좋지만 방향을 잘 잡아주지 못하니까 똑같은 실수를 여러 번 하게 되고, 일도 제대로 못 배워 이직을 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힘이 좀 들더라도 일 좀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항상 투덜거리며 불만이 많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똑똑한 남 부장을 상사로 모시고 있는 B부서의 부하직원들을 부러워했다. B부서의 남 부장은 외국의 좋은 대학을 나와 젊은 나이에 초고속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확실한 목표를 정해주고 그 결과에 대해선 정확하게 따진다. 좋은 결과에는 포상도 푸짐하고 나쁜 결과에 대해선 칼같이 지적하고 불이익을 준다. 그는 과정에 대해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오직 결과와 숫자일 뿐이다. 또한 그는 항상 부하직원들의 인건비에 신경을 쓴다. 남 부장의 부하직원들은 생각했다. 우리는 인간이라고. 일의 결과와 함께 진행 과정의 애로 사항도 들어주고 같이 해결해 달라고. B부서는 업무 실적이 좋은 편이라 항상 보너스를 받지만 그와 함께 연말마다 부서 직원의 3분의1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타부서로 옮기고, 남아있는 직원들도 항상 경쟁을 해가며 일을 하기 때문에 팀 분위기는 남 부장의 성격대로 언제나 살벌하다. 그들은 A부서의 직원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김 부장처럼 남 부장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부하직원은 돈만 버는 기계가 아닌데. 과거 제조업 위주의 산업시대에는 남 부장처럼 똑똑한 상사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보다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움직여 남보다 저렴하게 빨리 물건을 만들어 내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리더도 연륜과 카리스마가 있어서 조직을 장악하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줄 아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였다. 그러나 감성과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달라진 현실에선 똑똑한 리더십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똑똑해졌고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특정분야에선 상사보다 더 똑똑한 부하직원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선 상사가 “내가 당신보다 더 많이 알고 똑똑하니 나를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면 그 순간부터 오히려 그의 리더십은 통하지 않게 된다. 지금은 똑똑한 리더십보다 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명한 리더는 우선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똑똑할 수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여러 결정을 내릴 때 그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절대 생략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신속하게 내려서 분명하게 전달하는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다. 또한 부하직원들이 리더의 결정에 협력하여 가시적인 결과를 향해 함께 전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경쟁사라는 적들을 향해 함께 단합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물론 현명한 리더가 되는 것이나 현명한 리더로 변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리더가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조직원들의 목소리도 커지며 따라서 고민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란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달라진 현실에선 이런 현명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 당장의 효율성을 떠나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 자본 예찬에 급급한 우파·무지한 좌파에 일침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 도발적으로 들리는 이 질문에 발끈하는 사람들 많겠다. 그런 사람이라면 먼저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조지프 히스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펴냄)부터 읽어 보길 권한다. 심기를 불편하게 한 문구는 바로 이 책의 부제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조지프 히스 토론토대 교수의 전공은 철학. 하지만 경제학에 대해 과감히 메스를 들었다. 이유는 “지금 유지되고 있는 체제(자본주의 체제)보다 더 나은 대안을 우리 손으로 마련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책은 시장과 자본을 예찬하기에 바쁜 우파와 대책없이 반대만 하는 좌파를 함께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우선 우파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완전경쟁에 가까울수록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말은 맞을까. 시장을 가능한 한 경쟁적으로 만들기만 하면 이상에 근접하게 된다는 논리는 하와이 근처까지만 가는 항공권과 같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휴가의 목적지가 하와이인데 항공회사에서 하와이 근처까지만 데려다 준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자신들의 논리를 위해 경제학자들은 수많은 변수와 외부효과를 배제해 버리지만, 경제학에 무지한 좌파는 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무료로 뭔가를 제공받으면 사람들은 그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려 들까. 이런 논리 역시 우파의 흔한 주장이다. 저자는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공공부조 제도는 복지국가의 발명품이라기보다 수천년간 인간 사회를 존속시켜온 아주 보편적인 제도라고 말한다. 또 도덕적 해이를 핑계로 사회보장제도 축소를 외치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몇몇 경제학자들의 논리에도 반기를 든다. 인센티브가 인간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며 영향을 끼칠 때조차 지극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만큼이나 평판에 신경을 쓰는 등 인간의 복잡한 심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좌파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공정무역을 살펴보자. 공정무역은 소비를 통해 인도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좌파의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정무역을 내세웠던 더보디숍이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으로 큰 손해를 입은 일화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상품이든 노동이든 가격을 직접 조절하려는 욕망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협동조합을 주식회사보다 더 윤리적이라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각종 협동조합을 자본주의의 첨병인 주식회사를 넘어서는 형태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주식회사도 그저 특수한 형태의 협동조합에 불과하며 모든 협동조합은 소유자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일깨워 주는 것이다.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더 자유롭게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고백에 고마워해야 할 이는 독자만은 아닐 성싶다. 아마도 속시원한 반박을 들어보지 못한 보수와 진보진영의 경제학자들이 돼야 하지 않을까. 1만 6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퍼거슨, 호날두의 ‘7번’ 누구를 생각할까?

    퍼거슨, 호날두의 ‘7번’ 누구를 생각할까?

    이적 시장의 ‘화수분’이었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마침내 ‘은하수 군단’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이로써 올 여름 히카르두 카카에 이어 호날두까지 영입하는데 성공한 레알 마드리드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신임 회장의 야심찬 계획 아래 ‘제2의 갈락티코’ 시대를 열게 됐다. 1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공식 홈페이지는 “호날두가 팀을 떠날 것이다. 스페인행 의사를 거듭 밝힌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와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이적이 사실임을 밝혔다. ‘흰색저지’를 입은 호날두의 이적료는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600억원)로, 이는 역대 최고 이적료였던 지네딘 지단의 7,600만 유로를 뛰어 넘는 엄청난 액수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휴가 차 미국 비버리힐즈에 머물고 있는 호날두를 직접 찾아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의 영입으로 새 시대를 열고 있다면, 맨유는 팀의 간판스타인 호날두의 이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팀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을 달았던 호날두의 이적으로 마케팅 측면에서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팀의 전력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온 그의 이적은 맨유가 지금과는 다른 스타일의 팀으로 거듭나야함을 의미한다. 현재 호날두의 대체자로 언급되고 있는 선수는 ‘나폴레옹’ 프랑크 리베리와 ‘프랑스의 미래’ 카림 벤제마 그리고 위건의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다. 이 중 호날두의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선수는 리베리다. 호날두 못지 않은 빠른 발과 화려한 개인기를 갖춘 리베리는 플레이메이커로서 능력까지 갖춰 맨유의 전술을 보다 다양하게 해 줄 카드로 손색이 없다. 리베리의 동향출신인 벤제마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날두의 완벽한 대체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온 데다 지난 시즌 올림피크 리옹이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해진 상태다. 리옹의 아울라스 회장도 “벤제마도 카카가 밀란을 떠났듯이 리옹을 떠날 수 있다.”며 이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에과도르 출신의 발렌시아는 리베리와 벤제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이적료가 장점이다. 벤제마의 경우 리옹이 싼 값에 내놓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3,500만 유로(약 65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리베리도 바이에른 뮌헨이 바이아웃 금액으로 5,000만 유로(약 877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이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위건은 발렌시아의 몸값으로 1,600만 유로(약 280억원)를 책정해 놓아 두 선수에 비해 손쉬운 영입이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맨유의 등번호 7번이 갖는 무게감이다. 멀게는 조지 베스트, 스티븐 코펠을 비롯해 90년대 이후에는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호날두로 이어지는 맨유의 7번은 팀의 에이스이자 맨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물론 7번의 출발이 늘 ‘수퍼스타’였던 것은 아니다. 유망주 혹은 기대주에서 출발해 진정한 7번의 주인으로 거듭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호날두의 경우가 그랬다. 2003년 입단 당시 18살의 애송이 호날두가 이처럼 크게 성공하리라 장담한 이는 없었다.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속에 맨유의 7번을 달은 데다 입단 초기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호날두는 ‘명장’ 퍼거슨 감독의 지휘 아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와 유럽 올해의 선수상인 발롱도르(ballond’or)’를 수상하는 세계최고의 선수가 됐다. 때문에 퍼거슨이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의 파격적인 No.7을 등장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분명 카카, 호날두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지구방위대’의 등장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많은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호날두가 떠난 7번의 빈자리도 축구팬들에게는 올 여름 이적 시장을 즐기는 또 다른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마르카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드래그 미 투 헬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드래그 미 투 헬

    공포영화 팬들에게 ‘드래그 미 투 헬’은 단연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신체를 가혹하게 대하며 짜증과 고통을 안기는, 혹은 혼령의 존재가 너저분하기 짝이 없는 근래의 공포영화들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팬들은 아마도 눈을 번쩍 뜨게 될 것이다. 감독 샘 레이미는 요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1980년대에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건 호러와 스릴러와 코미디를 결합한 일련의 영화들이다. ‘이블 데드’(1981년)와 ‘크라임 웨이브’(1985년)를 창조한 장인의 원숙한 터치가 깃든 영화가 바로 ‘드래그 미 투 헬’이다. 은행의 대출 담당자인 크리스틴 브라운은 평범한 얼굴 아래로 약간의 콤플렉스를 숨겨둔 인물이다. 그녀는 공석인 관리자 자리를 탐내고 있는데, 지점장은 그녀의 업무처리능력을 믿지 못하는 눈치고, 야비한 경쟁자가 가세해 그녀를 밀어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리고 대학교수인 남자친구와 잘 되고 싶은 그녀의 바람과 달리, 그의 어머니는 시골 출신의 변변찮은 크리스틴을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두 가지 일 탓에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 그녀에게 상상을 초월한 일이 벌어진다. ‘드래그 미 투 헬’의 생동감과 입체감은 보통사람의 절절한 사연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크리스틴은 도덕적으로 나약하고 값싼 권력에 쉬 도취되는 보통사람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인물이 영혼을 잃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하는 모습에선 (비현실적인 내용이지만) 현실감이 넘친다. 집시 노파가 내린 ‘라미아의 저주’는 삼일 동안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히다 마침내 가차없이 심판을 가한다. 거기에 몸을 사리는 어정쩡한 행동은 없다. 영화의 날이 너무 예리해서 흡사 냉혹한 운명의 심판대에 선 느낌을 준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이야기만큼이나 매력적인 스타일을 지녔다. 영화는 경제적으로 쓰인 효과음과 음악 외에 일체의 주변소음을 배제했다. 이로 인해 인물의 고립감, 공포감이 배가될 뿐 아니라, 앨프리드 히치콕의 스릴러를 빼닮은 서늘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득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레이미는 자신이 만들던 B급영화에서 다양한 효과와 설정들을 가져온 뒤 고전적인 악마영화와 짜임새 있게 결합해놓았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온전히 샘 레이미의 것임은 따로 말할 필요조차 없다. 속도의 완급 조절, 깜짝 효과의 리듬이 돋보이는 ‘드래그 미 투 헬’의 가장 큰 미덕은 ‘유머’다. 공포영화를 보다 호탕하게 웃는다? 레이미의 공포영화라면 가능하다. 그의 유머는 (영화의 분위기를 코믹하게 바꾸지 않는 대신) 잔뜩 웅크려 뻣뻣해진 관객의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풀어준다. 그리고 심신이 편해진 관객은 이어질 공포의 엄청난 속도를 지탱하게 된다. 이것은 정말, 어떻게 하면 관객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삼류 공포영화라면 불가능했을 효과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올해 여름 공포영화의 속 시원한 출발점이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 무궁화의 모든 것!

    무궁화의 모든 것!

    ‘무궁화의 모든 것을 보여드립니다.’ 국내 최초의 ‘무궁화 테마식물원’이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에 조성된다. 산림청이 무궁화 테마도시로 선정한 완주군은 지난해부터 고산면 오산리 일대 13만 3000㎡에 무궁화 식물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국내 자생종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개발된 신품종까지 180여종의 무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앞으로 세계나라꽃 전시관과 무궁화 전시관, 자생식물원이 조성될 이곳은 사철 각종 꽃이 피고 지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세계 180종 2만여 그루 식재 완주군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새로 조성되고 있는 드넓은 식물원이 눈에 들어온다. 완주군청 직원과 주민들이 2007년부터 3년째 열정을 쏟아 만들고 있는 무궁화 테마 식물원이다. 현재 8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황량했던 돌산이 나라꽃 동산으로 한창 탈바꿈하고 있다. 길가에 나뒹굴던 돌을 쌓아 친환경적인 산책로와 탐방로를 만들고 세계 각국을 돌며 무궁화 품종을 구해다 심었다. 무려 180여종, 2만여그루가 둥지를 틀었다. 무궁화가 돋보이도록 측백나무·회양목·철쭉류 등으로 완주군의 이니셜인 ‘WJ’와 ‘무궁화꽃’ 등 각종 모양을 형상화했다. 또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소나무와 자생화 등을 최대한 살려 테마원을 만들었다. 아욱과원에는 무궁화가 아욱과인 점을 감안해 각종 아욱과 식물을 심었다. 화목원에는 미선나무·말발도리·조팝나무·때쭉나무 등 완주지역 자생식물을 심어 아름다운 볼거리를 만들었다. 만경류원에는 등나무·어름·다래·능소화·인동초 등 넝쿨식물을 심고, 열매원은 앵두·자두·꽃복숭아 등 우리나라 고유의 식물로 꾸몄다. ●130여개국의 나라꽃 단지·자생식물원도 조성 완주군은 무궁화 동산과 함께 무궁화 전시관, 세계 나라꽃 전시관, 자생식물원 등 연계사업을 추진해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상 3층 규모의 무궁화 전시관은 1층에 200여그루의 무궁화를 전시하고 2층은 무궁화 지도, 자수, 그림, 역사자료, 화폐 자료 전시실로 꾸민다. 3층은 전망대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 세계 나라꽃 전시장에는 일본 벚꽃과 불가리아 장미, 스리랑카 연꽃 등 세계 130여개국의 나라꽃 단지를 조성한다. 자생식물원에는 이른 봄 눈속에서 꽃을 피우는 복수초를 비롯해 금낭화, 우산나물, 원추리, 관중 등 100여종의 초화류를 심어 자생화 교육장으로 활용한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우리 나라꽃의 아름다움과 우리 자생식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무궁화 테마 식물원을 조성했다.”면서 “무궁화는 6월 말부터 늦가을까지 100일 동안 꽃을 피우고 잎과 뿌리는 약재로 사용되는 매우 아름답고 유용한 우리 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에어프랑스 속도계 문제 작년 인지”

    에어프랑스가 최근 228명의 희생자를 낳은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의 속도계 문제를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8일(현지시간) 드러났다. AFP통신이 입수한 2장의 메모에 따르면 에어프랑스는 조종사들에게 에어버스 A330에 외부 속도계와 관련된 ‘상당히 많은 사고’에 대해 경고했다. 이 메모는 지난해 11월6일 작성된 것으로 조종사석과 부조종사석 계기판이 다르게 나타나고 자동조종장치가 차단되는 등의 문제가 적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어프랑스 소속 조종사 2명은 이 메모가 사실임을 확인해 줬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한 조종사는 “(메모는) 이번 참사를 설명해 줄 것으로 보이는 문제들을 에어프랑스가 2008년 11월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앞서 사고 발생 후 여객기 제작사인 에어버스는 속도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방법을 재숙지하도록 경고한 바 있다. 또 에어프랑스는 지난 7일 이번 사고 원인 규명과 상관없이 에어버스가 A330 기종의 속도계를 교체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부속도계 오류가 이번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조종사들은 비행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랑스의 한 노조는 노조원들에게 비행기에 장착된 외부 속도계 3개 중 적어도 2개가 교체되기 전까지는 비행을 거부하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다른 노조의 간부는 “아마도 속도계 문제가 이번 참사의 원인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 등 속도계가 사고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에는 이견이 있다. 이런 가운데 비행기 꼬리 부분이 발견돼 사고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깔깔깔]

    ●후유증 과속으로 스포츠카를 몰던 청년이 가로수를 들이받아 몇 주일 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1년후 그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남자를 만나게 됐다. “그때 당했던 상처는 다 나셨지요?” “아휴. 무슨 말씀이세요? 아마도 그 상처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을 것 같아요.” “후유증이 심하신가 보죠?” “말도 마세요. 퇴원할 무렵 간호원 한 명을 건드렸거든요. 결국 그녀와 결혼하게 됐지요.” ●시아버님의 걱정 TV에서 ‘아침마당’을 하고 있었다. 주제는 ‘건강특집’. 나이 드신 시아버지가 진지하게 TV를 시청하고 계셨다. 점점 시아버지의 표정은 근심으로 얼룩져갔다. 며느리가 조심스레 시아버지를 불렀다. 그러자 시아버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내가 아무래도 지금 저기서 설명하는 병에 걸린 것 같구나. ” 시아버지의 얼굴은 수심에 가득 차있었다. 그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자궁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죽산 조봉암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

    [신경림 누항 나들이] 죽산 조봉암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

    올해는 죽산 조봉암이 사형을 당한 지 꼭 반 백 년이 되는 해다. 1958년 1월에 이른바 진보당 사건으로 체포되어 다음해 7월 간첩죄로 처형되었으니 실로 일사천리의 고속 재판이었다. 그가 저지른 죄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뻔했으니 그 전전해 치러진 대선에서 너무 많은 표를 얻음으로써 보수정치인들에게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점이 그 하나요, 그때까지도 금기시되었던 남북의 평화통일을 주장했다는 것이 그 둘이었다. 그 재판이 가진 정치적 성격을 알고 있는 1심 재판부는 간첩죄에는 무죄를 내리고 국가보안법 일부에 비교적 가벼운 5년 형을 선고했으며, 진보당 간부들은 모두 무죄로 석방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검찰이 구형한 대로 간첩죄를 적용, 그에게 사용언도를 내렸으며, 이듬해의 상고심에서도 그대로 사형언도가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5개월 뒤의 재심청구가 대법원에서 기각된 바로 다음날(7월31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때의 비통하고 절망적이던 느낌을 나는 ‘그날’이라는 시에서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바도 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명명백백한 사법살인의 희생자인 죽산이 아직도 명예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크게 퇴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민주화를 성취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가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장황하게 죽산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그 재판과정에서 한 재판관이 보여준 용기있는 결단이 최근 새삼스럽게 생각나서다. 1심의 재판장이던 그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죽산의 평화통일론에 손을 들어주었다. 북진통일 이외의 어떠한 방식의 통일도 논해서는 안 되는 서슬 퍼런 시대에 말이다. 매일처럼 경찰의 노골적인 비호 아래 용공판사를 규탄하는 데모가 벌어졌고, 당국은 공공연히 그에게 사퇴 압력을 가했다. 그 뒤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하고 그가 사퇴한 것으로 알지만, 그가 남긴 기록 한 대목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책(아마도 ‘어느 재판관의 고뇌’라는 책이 아니었나싶다)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육이오 때 그는 부역자들을 재판하는 고역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급조된 계엄법은 재판관의 재량을 한껏 제한, 유죄인 경우 사형, 무기, 15년의 세 가지 형을 선고하는 자유밖에 주지 않았다. 그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거의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범법의 심증이 있을 경우에도 그것이 가벼운 것이면 무죄로 판결했다. 강제 동원되어 노래 몇 마디 부르고 박수 몇 차례 쳤다가 15년의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는 불행한 삶이 있게 하는 것이 법의 취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법이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인간 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통한 죽음과 죽산의 사법 살인은 서로 닮은 곳이 없다. 그런데도 문득 죽산 사건이 생각난 것은 그 재판관이 피의자에 대해서 가졌던 태도와 노 전 대통령을 다룬 검찰의 태도가 너무나 판이해서였다. 그 재판관은 피의자는 유죄가 확정되기까지는 일단 무죄라는 생각으로 피의자를 대했으며, 피의자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피의자를 조롱하고 망신주고 모욕하는 일을 법관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터부로 여긴다는 뜻의 진술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이런 합리적이고 온유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검찰에 몇 사람만 있었어도, 전직 대통령의 자결이라는 불행한 광경을 우리는 역사에서 보지 않았어도 좋았을는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새삼스럽게 그를 생각나게 하며 죽산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법도 역시 사람을 위해서 기능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인간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인간적인 사람들이 아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의 진술도 잊히지 않는다. 시인
  • [열린세상] 동아시아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동아시아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아마도 미래의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올해를 역사적인 해로 기록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드디어 2009년 통계로 중국이 일본을 앞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제 규모의 중·일 역전 현상은 머지않은 장래에 이뤄질 것으로 예측돼 왔기에 새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어쨌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덕분에 그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 것이다. 19세기 메이지유신 이래 동아시아 최강의 강대국으로 이 지역의 역사변동을 주도해 왔던 일본이 경제규모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게 되었다는 것은 향후 동아시아 질서의 엄청난 변화를 알리는 서곡이다. 더욱이 역사통계학으로 유명한 앵거스 메디슨의 추계는 2030년의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은 23.8%를 차지할 것인 데 비해 일본은 불과 3.6%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았다. 참고로 그의 추계에 따르면 미국은 17.3 %이고 서유럽이 13%이며 그 뒤를 이어 인도가 10.4%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수치만을 보고 판단한다면 미래의 세계 정치는 중국, 미국, 유럽, 인도의 4대 세력에 의한 다극 체제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추계는 순수하게 구매력으로 본 국내 생산량의 총량비교에 불과한 것으로 국력의 크기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경제규모 이외에도 군사력, 과학기술력, 소프트 파워 등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지는 종합 국력을 기준으로 보면 메디슨의 경제통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정치 판도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메디슨의 역사적 GDP 추계에 따르면 1820년 당시 세계 총생산량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은 32.9%, 서구와 인도는 각각 23%, 16%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은 3%, 미국은 1.8%에 불과한 생산량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걸쳐 진행된 동아시아 근대 세계는 역사상 매우 예외적인 시대로 자리 매김될지도 모른다. 이 시기 동안 일본은 군사적 패권국가로 대동아공영권 건설을 꿈꿨고 제2차 세계대전에 패망한 이후에는 또다시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제대국으로 재등장했다. 이 시기 일본의 성공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혼란과 분열 속에서 일본의 침략을 감수해야만 했고 전후에도 죽의 장막 속에서 장기적인 정체와 쇠퇴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21세기의 동아시아는 근대국가 시대의 세력판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짜기 시대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는 산업혁명이 야기한 기술혁신의 성과를 소수의 선진 산업국이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과학기술은 국경을 넘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으며 이 결과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의 수는 국가경제의 규모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는 평평하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21세기 한반도의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혁명적 변동 추이를 장기적 관점에서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더 이상 미·일·중·러 주변 4강 속의 한반도라는 구시대적 국제정치 인식의 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할 때다. 21세기 동아시아는 거대강국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중국과 여전히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이 협력과 공생 그리고 경쟁과 대립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다. 이 속에 한반도와 일본이 놓여 있는 것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동아시아 국제정치 인식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어른 팔뚝만한 대형 고등어 펄쩍펄쩍

    어른 팔뚝만한 대형 고등어 펄쩍펄쩍

    부산공동어시장에 최근 어른 팔뚝 크기의 대형 고등어가 대량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4일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대형 선망 선단이 일본 대마도 북방 20마일 근처 해역에서 잡은 대고등어가 지난 1일과 2일 500상자, 200상자씩 모두 9000마리 정도가 위판됐다. 지난 1일 위판된 500상자는 20여년만에 최대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위판된 고등어는 몸길이 40∼50㎝, 무게 1.5㎏대로 보통 고등어(300∼400g)보다 4~5배 무거운 참고등어다. 상자당(18㎏) 11만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대고등어가 대량 위판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대고등어는 간혹 보통 크기의 고등어 사이에 섞여 몇마리씩 잡히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처럼 많이 잡힌 것은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수산업계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다 수온 상승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그러나 “대고등어 출현은 자원 회복 조짐의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지만, 환경·기후 변화와 직접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北 미사일은 럭비공… 어디 떨어질지 몰라 ☞서러운 10급 공무원 ☞에어프랑스, 탑승객 가족에 “희망 버려라”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씨…”이외수 따라갔다가” ☞‘수도권·30대·女’ 불법사채 피해 가장 많아 ☞‘뜨거운 감자’ 정수근 복귀논란 ☞이문영 교수 “수십만 조문객 목소리 정부 반응없어 놀라워”
  • ‘블러드’ 주연 전지현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블러드’ 주연 전지현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빨간 앵둣빛. 비단 입술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톡톡 튀는 말솜씨도, 부쩍 성숙해진 생각도 뙤약볕 아래 영그는 앵두를 연상하게 한다. 무엇보다 새로 들고온 신작 ‘블러드’가 핏빛처럼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4일 ‘블러드’ 언론시사회 직후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지현(28)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어떠셨어요?”라는 물음부터 던졌다. “조금 잔인했다.”고 답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는다. “대작영화다 보니 상업적인 부분도 배제할 수 없는 거잖아요. 강조할 부분을 확실히 강조한 거죠. 장르가 판타지라는 점도 감안해주세요.” 주연다운 책임감이 말투에서 묻어났다. 그의 말대로 영화 ‘블러드’는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원작은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뱀파이어’. 프랑스·홍콩·일본의 합작으로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지난달 29일 일본 개봉을 시작으로 점차 개봉국가 수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전지현이 맡은 배역은 16세 뱀파이어 헌터 ‘사야’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인 사야는 아버지를 죽인 뱀파이어 수장 ‘오니겐’(코유키)을 죽이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다. “처음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도 사야의 매력 때문이었어요. 정체성이라는 원초적 갈등으로 고뇌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들었죠. 교복 입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도 너무 멋졌고요.” 2006년 말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한달, 중국에서 서너달 가까이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기에 오래 해외에 머무르면서 향수병을 앓아야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애 첫 액션 연기. 촬영에 앞서 3개월 동안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마했음에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죽을 만큼 힘들었다. 심지어 골목에서 미군 장교의 딸을 구해내는 장면은 한달 내내 밤에 비를 맞으면서 찍어야했다. 어느 날은 와이어 액션신을 찍다 크레인에 세게 부딪히고는 서러움에 엉엉 울기도 했다. “정신적·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다시는 액션영화 안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제 말을 들은 원규 무술감독님은 ‘이연걸, 성룡도 다 그렇게 말했지만 계속하더라.’며 웃으셨죠. 하지만 감독님도 나중에는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고생한 덕분에 화면 속 공중 날기, 180도 회전 발차기, 나무 거꾸로 매달리기 등은 진짜 뱀파이어마냥 자유자재다. 액션에 집중했지만, 감정 연기도 놓치지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스 출신 크리스 나흔 감독이 강조한 것도 ‘눈빛’이었다. “‘블러드’를 찍기 전에는 최초로 감정 연기를 하는 액션배우가 되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순진한 생각이었죠. 발차기 한번 하면 ‘컷’ 되는 식으로 기존 연기와는 많이 달랐어요. 하지만 촬영이 A·B 팀으로 나뉘어 각각 드라마·액션을 담당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상호보완이 됐어요.” 영어 대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부담감에 목소리가 양처럼 떨렸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한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그는 “영어도 액션도 못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으니 한 틀을 깨고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다국적 합작 영화에 한국 여배우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원톱 출연한 것도 의미가 크다. 외견상 화제가 된 것 외에도 배우로서 연기폭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와 달리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마치 하얀 백지가 된 느낌이랄까. 감독님도 저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기존 이미지보다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색깔을 더 많이 입히신 것 같아요.” 영화는 엔딩에서 속편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긴다. 시사회 뒤 열린 간담회에서 제작자 빌 콩은 “‘블러드’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한 영화다. 충분히 후속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속편을 찍는다면 주연으로 전지현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지현은 “그만큼 말씀해주시는데, 속편이 나온다면 또 출연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데뷔 13년차. 2001년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스타급 배우로 급부상했지만 이후 작품들이 흥행에 부진하면서 ‘CF 스타로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조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여유가 느껴졌다. “경력에 비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앞으로 더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내면의 깊이, 감정의 폭이 넓어질 거란 생각이 들면서 절로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나이 드는 게 두렵다기보다는 설레고 기대돼요.” ‘관객을 끄는 힘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지현. 그의 꿈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도 빨간 앵둣빛이지 않을까.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멀티플렉스 극장 예술영화 전용관 붐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예술영화전용관(이하 전용관)이 늘어나는 등 국내 다양성 영화 시장에 봄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CJ CGV는 이달부터 서울 구로·압구정·동수원점에 ‘무비꼴라쥬’ 전용관을 각 1개관씩 추가로 마련했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압구정·강변·상암·대학로·서면·인천·오리점에서 운영했던 7개관을 합쳐 모두 10개관을 전용관으로 꾸린 것. CGV는 또 내부적으로 인디·아트 영화팀을 신설해 국내 다양성 영화의 저변 확대와 지원사업을 체계적·집중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지난해 ‘아르떼’라는 브랜드로 건대입구·일산·부산 센텀시티점에서 3개관을 열었던 롯데시네마도 최근 대구·부평점에 추가로 2개관을 오픈했다. 메가박스는 동대문점에 처음으로 1개관을 마련했다. 이밖에 씨네시티(서울)와 씨너스 파주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개관을 꾸리고 있으며 야우리 시네마(천안), 메가넥스(안산)도 각 1개관씩 처음 오픈했다.멀티플렉스가 전용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상업적인 이미지를 벗고 영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이미지 상승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양성 영화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롯데시네마 홍보팀 임성규 과장은 “다양성 영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이윤을 떠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관객들에 대한 의무”라면서 “다양성 영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지방을 중심으로 전용관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용관에 대한 열기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지원사업 공모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영진위는 단관 극장과 멀티플렉스를 포함해 31개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26개관을 전용관으로 선정해 일부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멀티플렉스는 모두 10개관(32.2%)이 응모해 7개관(26.9%)이 선정됐다. 올해 공모에는 전체 44개관이 응해 29개관이 선정됐는데, 멀티플렉스는 19개관(43.2%)을 신청해 역시 7개관(24.1%)이 선정됐다.일각에서는 멀티플렉스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단관 극장의 몫을 빼앗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영진위 측은 극장의 의욕도 중요하지만 실제 운영 능력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양성 영화 상영 공간이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영진위 지원 대상은 매년 새로 정해지는 데 일부 멀티플렉스의 경우 기존에 지원을 받다가 새로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전용관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GV는 7개관, 롯데시네마는 2개관을 영진위 지원 없이 자체 운영하고 있다.영진위 영상문화조성팀 태은정씨는 “원래 단관영화관 중심으로 전용관 지원 사업이 이뤄졌으나 다양성 영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멀티플렉스의 신청도 허용했다.”면서 “요즘 들어 전용관이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도 생기는 등 지역적인 분포가 꾸준히 넓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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