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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책 한 권만 읽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책 한 권만 읽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러시아 시인 만델슈탐은 평생 동안 딱 한 권의 책만 읽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독자라고 했다. 예전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시인이라서 뭔가 비유적으로 말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 청소년의 독서 현황을 접하다 보니 새삼 만델슈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10년 국민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한 학기에 평균 29.5권의 책을 읽는다. 고등학생은 대학 입시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7.6권을 읽는다. 고등학생이 한 학기에 7.6권을 읽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 부족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9.5권이건 7.6권이건 그것이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면접에 응하는 학생들이나 연구실에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꼭 지난 3년 동안 주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물어본다. 학생은 매우 곤혹스러워하며 어렵사리 몇 권의 책을 생각해 낸다. 그러면 나는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해 말해 보라고 한다. 학생은 아까보다 더 곤혹스러워한다. 대부분의 경우 오래전에 읽어서 잘 생각이 안 난다, 읽긴 읽었는데 정리가 잘 안 된다, 이런 식의 답변이 되돌아온다. 더 심한 경우에는 아예 책의 저자와 내용을 다 뒤섞어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나는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이 읽어서, 혹은 너무 많이 읽으려고 애를 써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일선 교사들도 모두 독서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서 강박증이 생긴다. 여러 출판사와 기관과 단체에서 제공하는 ‘○○○를 위한 권장도서 목록’, ‘필독 100선’, ‘필독 50선’ 같은 독서 목록들은 원래 책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된 것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조급증을 선사하고 있다. 시간은 촉박한데 목록에 있는 100권은 기필코 다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이때부터 독서 목록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인터넷을 떠도는 온갖 정보들과 고전에 대한 내용 요약은 이 전쟁의 필수적인 무기다. 전쟁이 끝난 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제목과 저자의 이름뿐일 때가 많다. 이런 식으로 읽을 거라면 일 년에 100권을 읽건 1000권을 읽건 별 의미가 없다. 차라리 무거운 고전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훨씬 낫다. 만일 일 년에 딱 한 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우리는 그 한 권의 책을 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를 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여러 권장 도서 목록을 비교도 해보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인지 자문도 해볼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이미 독서다. 필독서 목록에 있는 책을 1번부터 숨 가쁘게 읽어 나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런 다음 꼭꼭 씹어 먹듯이, 관련 서적도 읽어 가며, 마음에 와 닿는 대목에는 줄도 쳐 가며, 이런저런 생각도 해 가며, 긴 호흡으로 책을 읽는다. 일 년에 한 권만 읽을 예정이므로 시간은 충분하다. 이렇게 읽다 보면 해당 책뿐 아니라 해당 책의 내용과 관련된 온갖 지식과 정보가 자연스럽게 나의 것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책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우리의 뇌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장기증강(LTP)이란 것인데, 함께 연결되는 신경세포들의 연결 강도와 빈도가 회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그 영향력이 매우 장기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무언가를 처음 할 때는 언제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되지만 하면 할수록 시간과 노력이 단축된다는 뜻이다. 이 장기증강 덕분에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결국 수월하게 10권, 100권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학생 일인당 평균 독서량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오고 있다. 아마도 각급 학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를 장려해 온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독서량의 증가가 곧 지적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서 방식의 질적 제고를 위한 좀 더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 유럽 빅 5리그, 최고의 ‘패스 달인’은 누구?

    유럽 빅 5리그, 최고의 ‘패스 달인’은 누구?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이다. 골을 넣는 팀이 승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축구는 경기를 지배하는 팀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팀이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 바르셀로나다. 그들은 엄청난 패스 성공률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한 뒤 상대 골망을 흔든다. 결국 패스를 잘하는 팀이 축구를 지배하고 있단 얘기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가장 패스를 잘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아마도 축구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이 질문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샤비 에르난데스다. 스페인 출신의 샤비는 단순히 패스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하고 가장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 지난 5월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통해 그것을 직접 확인했다. 이는 기록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영국의 축구 통계 전문 업체 OPTA(옵타)에선 ‘최근 2년간 유럽 빅5 리그(EPL, 라 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1) 패스 성공 횟수 톱20’을 발표했는데, 바르셀로나 소속의 샤비가 총 5,799개의 압도적인 숫자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 세르히오 부스케츠(3,970개)보다 무려 1,800개가량 많은 수치다. 3위는 레알 마드리드의 사비 알론소(3,891개)였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흔히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로 유명한 알론소는 지난 시즌 레알의 중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3위까지 모두 스페인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무적함대라 불리는 스페인 대표팀이 유로 2008에 이어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까지 잇따라 제패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클럽 팀의 측면에서 봤을 때, 단연 바르셀로나가 돋보였다. 샤비(1위), 부스케츠(2위), 다니 알베스(6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7위), 헤라드 피케(9위), 리오넬 메시(15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16위) 등 20명 중에서 무려 7명이 이름이 올렸다. 반면, 레알은 알론소 혼자였는데 이는 레알이 바르셀로나와의 중원 싸움에서 밀린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알론소를 보조해줄 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외의 선수도 발견됐다. 바로 지난 시즌 잉글랜드 칼링컵을 우승한 뒤 2부 리그로 강등된 버밍엄 시티의 배리 퍼거슨이다.(맨유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아니다) 퍼거슨은 무려 3,485개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10위에 랭크됐다. 매우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PL에서 그것도 하위권을 맴돌던 팀의 미드필더가 유럽 빅5 리그를 통틀어 10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EPL 선수 중에는 첼시의 존 테리(3,353개)도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 수비수인 그가 첼시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더구나 기록상으로 EPL 내에서도 퍼거슨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그만큼 첼시가 수비지역을 자주 볼을 돌렸고 그 중에서 테리를 거쳐 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위권 안에는 수비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바르셀로나의 피케를 비롯해 인터밀란의 하비에르 자네티(간혹 미드필더를 수행하기도 한다), 바이에른 뮌헨의 필립 람, AC밀란의 티아구 실바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를 막는 것 뿐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패스 실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것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지난 시즌 EPL 최다 우승(19회)을 기록한 맨유에선 단 한명의 선수도 포함되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이 올 여름 스네이더처럼 수준급 미드필더의 영입을 노렸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퍼거슨은 인터뷰를 통해 영입 종료를 선언했지만, 맨시티와의 커뮤니티실드와 리그 초반 성적에 따라 추가 영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생사 기로의 순간 모녀의 문자메시지

    생사 기로의 순간 모녀의 문자메시지

    “가끔 말다툼은 했지만 엄마를 사랑해.” “알고 있단다. 엄마도 너를 무척이나 사랑해. 아직도 총소리가 들리니?” 지난 22일 노르웨이 우토야섬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현장에 있던 16세 여학생이 어머니와 주고받은, 절절하고 다급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친구들과 함께 여름캠프에 참여한 줄리 브렘네스(왼쪽)는 오후 5시 40분 어머니 마리안 브렘네스(오른쪽)에게 첫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여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경찰에 서두르라고 해.” 마리안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마리안은 발을 동동 구르며 “5분마다 네가 살아있다는 문자를 보내다오, 제발.”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2시간 동안 어머니와 딸은, 어쩌면 살아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화를 나눴다. 딸이 “무서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라고 불안해하자, 어머니는 “나도 알아, 어디든 꼭꼭 숨어서 절대 움직이지 말거라. 경찰이 가고 있어.”라고 다독였다. 가까스로 줄리는 해안가로 몸을 피했다. 이번에는 딸이 “해안가 바위 틈에 숨었어. 많이 무섭지만 패닉 상태는 아냐.”라며 안심시켰다. 어머니는 “천만다행이다. 총쏘는 사람이 경찰 복장을 하고 있다니 조심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는 “경찰이 섬에 도착했대. 총 쏜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확실하지 않으니까 누군가 구해주러 올 때까지 가만히 있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진정시켰다. 딸이 “이제 경찰이 그를 잡았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모녀는 지옥 같은 학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줄리의 친구 5명은 모두 희생됐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런던통신] ‘4천억 투자’ 맨시티의 FW 영입 히스토리

    [런던통신] ‘4천억 투자’ 맨시티의 FW 영입 히스토리

    ’부자구단’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신의 사위’ 세르히오 아게로(23) 영입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게로는 맨체스터에 도착해 메디켈 테스트를 맞췄고 개인 협상만을 남겨둔 상태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27일(현지시간) “맨시티가 3,900만 파운드(약 700억원)의 이적료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지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게로 본인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맨체스터에 도착해서 계약을 진행 중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며 맨시티 이적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현재로선 특별한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아게로가 맨시티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또한 이는 이적을 선언한 카를로스 테베스와의 이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아게로는 오랜 기간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아틀레티코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매번 이적이 무산됐고 결국에는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한 맨시티의 품으로 향하게 됐다. 아마도 아게로는 아르헨티나 동료인 테베스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며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새 시즌 팀의 주축 공격수로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아게로 영입이 곧장 맨시티의 전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UAE의 아부다비 그룹의 후광을 받고 있는 맨시티는 최근 몇 년 사이 공격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자해왔다. 그들은 호비뉴, 조, 크레이그 벨라미, 로케 산타 크루즈, 테베스,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마리오 발로텔리, 에딘 제코 영입에 약 3,3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뿌린 만큼 열매를 거두진 못했다. 호비뉴는 간혹 번뜩이는 재주를 선보이며 맨시티를 이끌었지만 영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AC밀란으로 떠났다. 맨시티는 호비뉴 영입을 위해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는 3,250만 파운드(약 585억원)을 지불했지만, 호비뉴가 맨시에 남긴 것은 41경기 14골이 전부였다. 이는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의 떠오르는 유망주였던 조는 2008년 1,800만 파운드(약 324억원)에 CSKA 모스크바를 떠나 맨시티로 이적했지만 대부분 임대 생활을 하며 21경기에서 1골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블랙번에서 300억원에 맨시티로 팀을 옮긴 산타 크루즈도 3골이 그쳤고 ‘악동’ 벨라미는 좋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빅네임 선수들에 밀려 2부 리그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500만 파운드(약 450억원)을 들여 아스날에서 영입한 아데바요르는 만치니 감독과의 불화로 맨시티에 등을 돌렸고 결국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현재도 팀 훈련에 불참하며 타 클럽 이적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발로텔리는 골 넣는 것보다 사고를 더 많이 치고 있으며 ‘500억 사나이’ 제코는 여전히 적응 중에 있다. 결과적으로 맨시티가 유일하게 투자 효과를 본 선수는 테베스 뿐이다. 지역 라이벌 맨유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테베스는 팀의 주장 역할을 수행하며 63경기에서 43골을 성공시켰다. 테베스는 맨시티가 승리한 거의 모든 경기에서 골을 터트렸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매번 팀을 떠나겠다는 폭발 발언으로 인해 구단을 흔드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아게로는 맨시티가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한 9번째 공격수다. 그리고 그는 맨시티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이자 리그에서도 페르난도 토레스 다음으로 비싼 선수다. 아게로는 이제 테베스를 대체해야 한다. 분명 그에 따른 압박은 엄청날 것이다.(지난 시즌 토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적어도 한 시즌에 20골 이상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아게로는 맨시티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아니면, 앞선 선수들처럼 천문학적인 이적료만 기록한 채 쓸쓸히 팀을 떠나게 될까?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엄마, 살인마가 총을 쏴” 노르웨이테러 母女의 문자

    “엄마, 살인마가 총을 쏴” 노르웨이테러 母女의 문자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잔혹한 총기난사테러 당시 한 소녀가 몸을 피한 채 어머니와 몰래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2시간에 걸쳐 주고받은 이 메시지에는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총을 난사했던 당시 아비규환 분위기가 생생히 드러나 있었다. “엄마 사람들이 죽어가요.” 지난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우퇴위아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년캠프에 참석했던 줄리 브렘네스(16)가 어머니 마리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오후 5시 10분. 하르스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쉬고 있던 마리안은 처음에는 딸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몰랐다. 상황을 알아보려고 TV를 켜자 뉴스에는 한 남성 테러범이 우퇴위아섬에 있던 아이들에 무차별 총기를 난사했다는 속보가 타전되고 있었다. 마리안은 “순간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고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이내 침착을 되찾은 마리안은 딸에 “경찰이 곧 도착할 게다. 제발 5분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살아있는 지를 알려주겠니.”라고 문자를 보냈고, 모녀의 문자메시지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줄리는 해안에 있는 바위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함께 캠프에 참석했던 남동생은 범인이 총기난사를 시작하자마자 바다로 뛰어들어 목숨을 구했다. 줄리는 재빨리 소년 2명과 한 소녀와 함께 바위 뒤에 숨어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줄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테러범의 총에 희생됐다. 줄리는 “엄마, 경찰에게 서둘러 달라고 해줘요.”, “바위 뒤에 숨어 있어요.”, “미친 남자가 계속해서 총을 쏘고 있어요.”라며 어머니에게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어머니는 이에 “뉴스를 보니 테러범이 경찰복을 입고 있다.”, “테러범이 완벽하게 제압되기 전까지는 나오지 말라.”고 침착하게 당부했다. 위급한 순간이었지만 줄리와 어머니는 문자메시지로 뜨거운 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줄리가 “엄마, 가끔 제가 소리를 지르긴 하지만 정말 사랑해요. 무섭긴 하지만 용기 잃지 않을게요.”라고 사랑을 고백했자 어머니는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잘 알고 있어, 딸아. 엄마도 똑같은 너와 마음이야.”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둘의 마지막 메시지가 오간 건 오후 7시 1분. 드디어 광기어린 테러범이 대테러 경찰들에 제압되고 줄리가 경찰에 무사히 구조된 것. 줄리는 “어떤 뉴스가 나오고 있나.”고 묻자 “경찰이 섬에 도착했고 이제 널 구해줄 거다. 경찰이 범인을 잡았다는 구나.”란 마리안의 대답으로 이들의 긴박했던 대화는 끝이 났다. 한편 폭탄테러와 총기난사로 총 76명의 생명을 앗아간 브레이빅은 극우주의자로, 무슬림 이민자로부터 서유럽을 구하려고 이 같은 테러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애초 단독범행을 주장해왔지만 최근 열린 첫 재판에서 브레이빅은 연계된 조직이 2개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탄저균을 사용해 생물학테러를 일으키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한 비핵화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리 남북 접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신중했다. 중국 전문가들이 “동력이 생겼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까지 이어질지는 시기상조라며 온도 차를 보였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만남은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의 첫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3단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보다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낙관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6자회담보다는 미국과의 1대1 협상을 선호해 왔다.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들이 현재는 성숙돼 있지 않다. →남북 수석대표가 2년 7개월 만에 만난 동기는. -양측이 긴장이 더이상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바로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런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위한 장애물은. -아직 공통 의제조차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대화 무드를 타고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나. -회의적이다. →미국이 대북 식량을 지원할까. -그럴 것이다.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 주립대 교수 →6자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있다. 분명하게 비핵화 과정에 들어서야 하고 천안함 사건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남북 대표가 만난 동기는. -아마도 북한이 일시적으로 도발보다는 외교를 택한 것 같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도발 중단 의지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한·미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사찰 수용과 핵실험 중단 등을 북한이 수용할까.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북한은 핵시설을 완전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까. -가능하다. 북한은 많은 경제적·정치적 양보를 기대할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6자회담이 곧 재개될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동력이 생겼으니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공전돼 당사국들의 재개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으로 변화의 기운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일단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각국의 자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의장국으로서 각 국을 상대로 재개조건 마련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 남북 접촉을 계기로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됐으니 조만간 움직임이 있지 않겠는가. 북·미 대화는 북한이 더 적극적인 만큼 미국이 수용하면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한국으로서도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돼 순차적 대화 명분을 살린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 →6자회담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6자회담 재개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목적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재개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6자회담 재개 이후의 성과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재개했을 때의 안건이 관건이 될 것이다. 북한의 행태로 봤을 때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합의에 따라서는 곧 재개 수순에 돌입할 수도 있다. →북한은 아직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사과하지 않았는데. -북한은 끝까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이 전제조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한국 정부 역시 부담 때문에 거둬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고집을 받아들일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북·미 대화 전망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미국의 결단이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측의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6자회담 재개 전망은. -남북 대화와 6자회담은 내년 2~4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런 큰 행사만으로도 볼 때 내년에는 남북 간에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6자회담 재개하는 데 걸림돌은. -남북한은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계기로 수면하에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여부가 걸림돌이 될 것이지만 오히려 이런 과제가 놓여 있어 남북한이 정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남북한의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북·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북·일 관계는 납치 문제로 인해 당분간 답보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일본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북한에 대화를 제기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6자회담과 남북회담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일본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도쿄 이종락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서진 “거친 계백에 끌려 출연… 실제도 거친 남자”

    이서진 “거친 계백에 끌려 출연… 실제도 거친 남자”

    배우 이서진(40)이 또다시 사극을 들고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이번엔 5000명의 결사대로 5만명의 대군에 맞서 싸운 황산벌 전투로 유명한 백제의 명장 계백이다. 25일 첫 방송하는 MBC 월화 드라마 ‘계백’의 주인공이다. 지난 21일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열린 충남 논산시 건양대학교에서 이서진을 만났다. ‘다모’, ‘이산’에 이어 ‘사극 불패’를 달성할지 주목된다. →이러다 ‘사극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겠다. -솔직히 ‘이산’ 이후로 사극을 멀리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2년간 정말 많은 대본을 받았는데, 썩 와닿는 역할을 찾을 수가 없었다. 대본이 재미없거나 억지스럽게 웃기려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중엔 성공한 것도 있지만(웃음). ‘계백’의 대본도 꽤 예전에 받았는데 무협에 가까워 처음엔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새로운 대본이 나오고 감독이 정해지면서부터다. 무엇보다 ‘이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면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솔직히 전작의 이미지가 남아 있어서 새로운 인물을 연기해도 시청자들이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대본 작업을 거치면서 극 전개도 빨라졌고 배우로서 계백의 거친 면모에 매력을 느꼈다.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산이 주로 궁 안에 머무르는 군주였다면, 계백은 전장의 야전사령관처럼 거친 인물이다. 전에는 언제나 깨끗한 의복을 갖췄지만, 이번에는 극 초반 노예 복장으로 나오기도 한다. 승산이 없는 전쟁을 이끄는 장군 역할이다 보니 흥하는 조선의 역사를 만드는 군주와는 다른 느낌이다. 어찌보면 더 외로운 인물인 것 같다. 계백은 실존 인물이지만, 역사적 고증이 많지 않아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 넣을 수가 있어서 조선 시대보다 재밌게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많은 남자 배우들이 계백 역할을 탐냈다던데. -황산벌 전투를 앞두고 사랑하는 가족을 죽이면서까지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의 모습은 극적인 부분이 많다. 물론 연기적인 면에서는 의자왕이 더 보여줄 것이 많겠지만, 계백은 상당히 멋있는 인물이다. 목숨을 걸고 수십만 대군에 맞섰던 5000명의 결사대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병사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극이지만, 동시대 사람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 않겠나. -항상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역사 드라마도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계백은 한 사람의 충신으로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고, 드라마에 그런 부분을 그려보고 싶다. 군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도 필요하지 않나. 한 사람의 장군으로서의 고뇌와 인간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 보고 싶다. 아울러 패전국의 이미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백제의 역사도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여름의 사극 촬영은 상당한 고역이다. 게다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사극 ‘무사 백동수’와의 정면 대결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첫 촬영 때 황산벌에서 갑옷을 입고 전투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지금껏 입어본 갑옷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출연을 후회할 정도였다(웃음). 덥고 힘든 것은 지나면 그만이지만, 정작 힘든 것은 연기적인 부분이다. ‘무사 백동수’가 무사들끼리의 일대일 싸움에 힘을 기울인다면, ‘계백’은 나라 대 나라의 대규모 전투 장면이 많다. 말을 타고 하는 화려한 액션도 많고, 군사들도 많이 동원돼 촬영장도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말들도 지쳐 실려나갈 정도다. →‘이산’, ‘주몽’, ‘선덕여왕’ 등을 히트시킨 김근홍 감독과 ‘다모’의 정형수 작가가 손잡아 화제다.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은데. -김 감독과는 비슷한 나이 또래라 통하는 면이 많고, ‘계백’ 출연을 결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드라마도 잘 찍지만 현장 장악력이 뛰어나다. 잠시도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부분이 없고, 머릿속에 모든 대본이 있다. 김 감독의 그런 스마트한 면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정형수 작가는 자주 못 뵙지만, 보자마자 “살려달라.”고 하더라(웃음). 잘 해보자는 의미로 생각한다. ‘다모’의 좋은 느낌을 받아 잘됐으면 좋겠다. →올해 초 한 자산운용회사의 본부장(상무)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았다. 한류 콘텐츠 발굴 및 투자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왕이나 장군 연기를 하다가 회사 생활하기 힘들지 않나. -남들처럼 정시에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있을 때 나가는 편이다. 한류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도 많이 다뤘다. 아직 큰 성과는 없지만 많이 배웠다. 단순히 ‘얼굴마담’ 역할은 아니다. 금융 쪽이 제 얼굴만 보고 투자해주는 그런 곳이 아니다. 냉정하다. 애초 드라마 촬영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회사와 계약했고, 일단 제가 없어도 큰 타격이 없다(웃음). →항간에 정치에 입문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결혼 계획은. -정치 입문 제의도 없었고, 앞으로 할 생각도 없다. 결혼 생각도 전혀 없다. 어머니도 독촉하지 않으신다. 너무 놀지 말고 좋은 작품 많이 하라고 하시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사극에서 정의롭고 바른 역할을 많이 맡았지만, 실제론 직설적이고 거친 성격이다. 코믹한 것도 잘 맞는다. 앞으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사극은 멀리하려고 한다. 현대극에도 많이 출연할 생각이다. 그래도 사극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洪대표 “울릉도 방문 日의원 입국 막아야”

    洪대표 “울릉도 방문 日의원 입국 막아야”

    한나라당 홍준표(얼굴) 대표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계획과 관련, “이들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2일 한 방송 대담프로에 나와 “대한민국 헌법은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일본 극우 의원들이 한국에 오는 목적이 한국의 헌법질서를 부정하자는 것인 만큼 국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이들을 입국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만일 한국인이 대마도를 한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일본으로 간다면 일본은 이들을 받겠느냐.”면서 “한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러 오는 의원은 출입국관리법상 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 발언에 앞서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21일 “일본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을 저지하기 위해 입국 전날인 31일부터 다음 날까지 독도에서 해경 경비대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보초를 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세계적 옻칠예술가 전용복

    [김문이 만난사람] 세계적 옻칠예술가 전용복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500여년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도료나 아교 등으로 덧칠을 해 놓아 원래의 ‘모나리자 미소’를 잃은 지 오래다. 만약 무덤에서 다빈치가 일어나 그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장탄식을 하겠다. 좀 더 오래가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을 놓고 후회막급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고민하는 다빈치에게 우리 전통의 옻칠을 얘기해 주자. 1500년 전의 고구려 벽화나 700여년 전의 팔만대장경 글씨가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우리 조상의 옻칠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 그저 산에 나는 옻을 사용했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참에 제대로 보여 주고 싶다. 그만큼 옻칠은 나무의 결이나 그림을 고스란히 살려 주는 동시에 장구한 세월을 견디는 생명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옻이란 무엇인가. 옻을 잘 모르는 사람도 ‘옻오리탕’ ‘옻닭도리탕’ 정도는 들어 봤을 것이다. 또 ‘옻이 올랐다’는 얘기도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알기 위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옻칠 예술가 전용복(58)씨를 만나러 간다. 인터뷰에 앞서 유명한 일화를 떠올렸다. 지난해 7월이었다. 문화재청이 주최한 ‘전통공예의 산업화·세계화 심포지엄’에서 전씨는 직접 옻칠한 손목시계를 선보였다. 옻을 입힌 제기와 상, 장롱 등은 수없이 보았으나 손목시계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확 주목을 끌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손목시계는 8억원과 3억원짜리 1개씩, 그리고 5000만원짜리 30여개. 4년 전 세이코 시계 회사의 주문을 받아서 시계 금박에 옻칠을 해 영원 불멸의 작품을 만들었던 것. 또 있다. 1991년 11월 13일. 도쿄 시내의 국보급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1920년대 일본의 고급 문화를 담은 호텔, 연회장, 예식장으로 쓰인 복합 건물)이 오픈되는 날이다. 거기엔 이례적으로 태극기가 휘날렸다. 전씨가 3000여명에 달하는 일본 옻칠 장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3년 만에 완벽하게 복원해 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60년 전 조선의 장인들이 나라 잃은 울분을 삭이며, 피와 땀을 흘렸던 과거의 한을 떠올리며 대역사를 재현해 내 일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이다. 미술관 엘리베이터나 사계절 산수화 등의 창작품에는 전씨의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음은 물론이었다. 서울 화양리 네거리에 위치한 ‘전용복 옻칠예 아카데미’. 자리에 앉으면서 “옻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거봐요, 기자라는 사람이 저러니 참으로….”라고 야단부터 맞았다. “옻은 만년의 신비를 갖고 있습니다.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지요. 첫째, 옻칠은 지구상에서 그 어떤 물질보다 오래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둘째, 옻칠은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이므로 자연 친화적이며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생성합니다. 셋째, 옻칠은 아름다움을 가장 오래도록 간직하게 해 줍니다. 옻칠만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움은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지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수액을 제공하는 옻나무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 4월 중국 문화부 중외문화교류중심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전용복 칠화전’을 가졌다. 이때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신해혁명 100주년을 맞는 중국 땅에서 서양인들이 선망해 오던 칠공예를 아시아 문화 발신의 기점을 만든 전용복 선생에게 큰 기대와 함께 경의를 표한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걸어간 거대한 발자국이 드디어 대륙 땅에 찍히는 순간 옻칠은 다채롭고 찬란한 아침 햇살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에서 24년을 살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가 당당히 중국 문화부 초청으로 전시회를 가진 무대였으니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중국 문화부 관계자 뤼진은 “이번 전시는 만년의 빛이라는 테마로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전시를 얘기하는 전씨에게 요즘 무슨 일로 바쁜지 물었다. “서양 가구에 옻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크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지요. 다시 말하면 전통적인 옻칠을 갖고 우리의 생활공간에 어떻게 아름답게 접목할까 하는 것입니다. 4년 전부터 연구해온 것을 구체화하고 있지요. 한국의 전통 옻이 친환경적 소재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전씨는 또 “옻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옻을 이용한 작품 개발 등 순수 예술도 있지만 이제는 일반 서민들도 옻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중화해야 한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화에도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얘기를 하나 꺼낸다. 다름 아닌 오는 11월 세계 유네스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방한할 때 세계 문화재 보존을 위한 전 세계 투어 전시회 협약을 맺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일대와 미국 남미 등에서 옻예술 전시회를 갖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의 전통 옻예술이 서양 세계를 향해 떠나는 최초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본에서 귀국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소식을 듣고 한 수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들 중 몇몇이 선발돼 ‘옻칠예 아카데미’에서 작품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수제자로 할 만한 사람은 15명. 전씨는 현재 세 가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첫 번째는 창작 전시 작품, 두 번째는 주거공간에 쓰이는 생활작품, 그 다음에는 후진 양성을 위한 일이다. 그는 얼마 전 부산 영산대 석좌교수로 초빙을 받았고 올가을 학기부터는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가구 회사인 바로크C&F와 협약을 맺어 서양 가구에 우리의 전통 옻을 입히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완성된 물건이 1만년 가는 것은 옻밖에 없습니다. 살균력이 좋고 전자파도 잘 흡수합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산업 부문에도 적용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예술적 접목도 다양할 때가 됐지요. 젊은 작가와 젊은 디자이너, 그리고 우리 공예를 지켜온 사람과 결합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실험작품을 내놓았다. 앞서 얘기한 옻칠한 금속시계뿐만 아니라 비올라·첼로 등 악기에도 옻칠을 했던 것. 특히 피아노의 경우 음향판에 옻칠을 했더니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완성된 물건에 옻은 어떻게 칠할까. 오묘한 색깔은 어떻게 빚어낼까. “옻나무 수액을 처음 채취했을 때에는 막걸리 색깔과 비슷합니다. 이에 열을 가하면 맥주병 색깔로 변하지요. 이런 정제 과정에서 돌가루를 적당히 섞어 가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옻을 음용하다 보니 옻나무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요즘에는 중국에서 수입해야 할 형편입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훨신 많은 1년에 70t 정도 사용하고 있지요.” 그는 6·25전쟁이 끝날 무렵 부산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살림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길거리에서 과일과 국화빵 장사를 했다. 연탄 배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심을 두었던 것은 동네 어귀마다 자리한 나전칠기 가구나 장롱을 만드는 곳이었다. 화가가 되는 꿈도 꾸었다. 소나무 판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또 손재주가 좋아 목재소에서 헌 나무토막을 주워 와 토끼집이며 개집을 직접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 생활을 견디며 청년이 돼 해병대에 입대했고 전역한 뒤 목재 회사에 입사했다. 1978년 당시 월급은 57만원. 솜씨가 워낙 좋아 회사로부터 특별 배려를 받았다. 열정과 패기까지 있어 젊은 나이에 기획실장과 디자인 회사 재정까지 맡았다. 잘나가던 그에게 어느 날 ‘전용복식 가구’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회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경기 마석에 예린공예사를 차렸다.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공예품을 만들어 내려는 뜻에서 예린(藝鱗)이라고 했던 것. 이후 그의 작품은 서울에 있는 고급 가구상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향인 부산으로 옮기면서 가구공방 운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활로를 모색하던 중 도자기 위에 옻칠을 한 ‘와태칠 기법’을 생각해 냈다. 독학으로 1200년 전의 기술을 익히면서 옻칠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가구와는 점점 멀어졌고 순수한 옻칠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로 탈바꿈했다. 1986년 한국현대공예미술전에 와태칠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거머쥐는 등 타고난 실력을 발휘했다. 얼마 후였다. 일본인 무역상이 오래된 ‘오젠’ 밥상 하나를 들고 와 수리를 부탁했다. 그 일본인은 도쿄예술대학에서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밥상 윗부분에는 고운 빛깔의 나전으로 두 마리의 학이 아름다운 자태로 입혀져 있었다. 전씨는 새것처럼 깔끔하게 수리를 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메구로가조엔 복원 작업에 참여했고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일본 교과서에 실렸으며 한때 귀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옻칠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혼의 정수(精髓)이자 영원불멸의 유산입니다. 일본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도 ‘나는 조선의 옻칠장이’라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 땅의 옻칠 문화를 되살리는 데 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전용복씨는…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1년 일본 메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을 3년에 걸쳐 복원해 내 세계적인 옻칠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23년 동안 일본에서 살다가 1년 전 귀국했다. 지난 4월 중국 정부 초청으로 전시회를 가져 그의 진가를 새삼 입증했다. 그의 이력은 이렇다. 1980년 예린 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83년 일본 한국문화원 초대 전시회, 1986년 한국 현대미술전 대상 수상, 일본 이와테 현 미술공방전 특상(1988),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통령 표창장 수상(2000), 이와테 현 가와이무라 약사도칠예관 명예관장(2000), 대통령 표창 수상 기념 개인전(2001), 이와테 칠예미술관&동관대표 취임(2004), APEC기념작품전시회(2005), 세계 최고급 옻칠 시계 발표(2008), 온스타일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공동 기획 아트도네이션 작품 기증(2009) 등이다. 현재는 서울 화양리에서 제자들과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생활공간에 어떻게 옻을 적용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 로맨틱 허니문 성지 ‘뉴칼레도니아’

    로맨틱 허니문 성지 ‘뉴칼레도니아’

    어떤 실력 좋은 사진작가도, 어떤 훌륭한 카메라도 아직까지 내 눈에 박혀 있는 그곳의 풍경을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의 눈이 가장 좋은 카메라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 곳, 뉴칼레도니아. 그곳의 물빛은 눈이 시리다 못해 한순간 가슴이 먹먹해져 버릴 정도로 곱고, 땅 빛은 태곳적부터 이어져온 생명체들을 다 품고도 남을 정도로 깊다. 지난 2009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소개된 이후 새로운 허니문 여행지로 떠오른 뉴칼레도니아에 대해 사람들은 맹그로브 나무가 만들어낸 자연 무늬인 ‘하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그 하트는 고개만 돌리면 눈앞에 펼쳐지는 뉴칼레도니아의 수많은 절경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보석 박은 하늘… 푸른 빛깔 바다… 고생대 토양 뉴칼레도니아까지 직항편을 운항하는 에어칼린을 이용해 밤 늦게 통투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9시간 30분 동안의 비행은 결코 짧지 않아 피로감도 느껴졌다. 하지만 수도 누메아로 가는 길, 밤하늘에 빼곡하게 박힌 별무리를 보자 금세 눈이 동그래졌다. 우리나라 교외에서 보던 것처럼 쏟아질 듯한 느낌보다는, 단아하게 한땀 한땀 보석을 꿰매 놓은 자수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찾은 곳은 누메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우웬토로 공원.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진지였던 공원에는 전쟁 때 실제 사용됐던 대포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포신 너머로는 바다가 만(灣)에서부터 완곡한 곡선을 그리며 뻗어나가고 있다. 라이트블루부터 다크블루까지, 각기 다른 채도의 푸른색을 띠며 빛나는 바다는 원주민들이 몸에 감아 두르는 전통의상 ‘파레오’의 나염만큼이나 선명했다. 햇볕을 받으면 바다의 깊이와 바닷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산호 군락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낸다는 뉴칼레도니아 관광청 직원의 ‘합리적인’ 설명을 듣고도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신비로웠다. 누메아에서 택시 보트를 타고 15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에스카파드 아일랜드 리조트’로 대표되는 메트르 섬에 닿는다. 수상방갈로 25개가 S자 모양으로 줄지어 만 한쪽을 둘러싸고 있는데, 방갈로에는 바다로 직접 연결되는 계단이 있어서 언제든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 남부의 야테 호수와 블루리버파크에서는 ‘태곳적 흙’을 밟아볼 수 있다. “이곳의 토양은 2억 6000만년 전 하나의 판이었다가 8000만년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의 토양 그대로입니다. 쥐라기 시대 때 공룡이 밟고 다녔던 바로 그 흙과 똑같습니다.” 에코투어 전문 가이드 프랑수아 트란의 설명이다. 이곳에는 7000만~8000만t의 철이 묻혀 있다. 때문에 토양 색도 붉은색인데, 니켈이나 옥 등 함유돼 있는 광물에 따라 검은색이나 노란색, 초록색을 띠는 흙도 곳곳에 눈에 띈다. 9000㏊에 이르는 블루리버파크에서 수백종의 나무와 희귀 동물을 만나는 것도 묘미지만, 무엇보다 뉴칼레도니아의 두 상징물을 접하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국조(國鳥)인 카구와 아로카리아 소나무다. 카구는 하늘색에 울음 소리가 개 짖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바킹 버드’(barking bird)라고도 불린다. 울음소리보다 더 특이한 것은 날지 못하는 새라는 점이다. 아로카리아 소나무는 태고부터 뿌리를 내린 고생대 식물이다. 40m 넘게 높이 솟아올라 있지만, 사실 침엽수림이라는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잎이 두껍고 둥글어서 손을 대도 따갑지 않기 때문이다. 카구가 울지 못하는 이유, 아로카리아 소나무 잎이 뾰족하지 않은 이유는 똑같다. 자신을 해칠 천적이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이렇게 진화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울음소리로 유인해 불러내기도 전에 알아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카구는 사람이 바로 옆까지 다가가도 경계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참고로 뉴칼레도니아에서 독이 있는 생물은 물뱀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입이 작아 사람을 물 수 없다고 한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뉴칼레도니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과 느긋함의 근원은 바로 이런 무해한 자연환경이 아닐까. ●소나무숲과 바위가 만든 천연 풀 ‘일데팽’ 누메아에서 비행기로 20분 정도 걸리는 일데팽은 인구가 190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특히 신혼부부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환상의 휴양지로 손꼽힌다. 일데팽이라는 이름은 ‘소나무섬’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섬 곳곳에서 웅장하게 솟아 있는 아로카리아 소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일데팽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바로 오로 만과 자연풀장이다. 수면과 같은 높이의 바위들이 바다를 막고, 이 ‘천연 필터’를 거친 바닷물이 유입돼 형성된 거대한 수영장이다. 빽빽한 소나무 숲과 바위로 둘러쌓인 자연풀은 팔뚝만 한 크기의 물고기와 갖가지 색의 열대어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투명해서 흡사 수족관에서 스노클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지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때라 우리나라의 초여름 정도 날씨이지만, 자연풀의 물은 따뜻해서 걱정 없이 몸을 담글 수 있었다. 뉴칼레도니아의 연평균 기온은 24도로 축복받은 기후라고들 한다. 또 섬인데 전혀 습하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360도 파노라마’ 펼쳐지는 아메데 섬 등대 누메아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아메데 섬은 등대섬으로도 불리는 무인도다. 누메아 모젤항에서 아메데 섬으로 향하는 유일한 배인 매리디호를 타면 40분 정도 걸린다. 아메데 섬에 도착하면 다양한 해양 스포츠가 기다린다. 특히 바닥이 유리로 돼 있는 ‘글라스 보텀 보트’는 깊은 바닷속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다. 물론 바닷물이 워낙 맑아서 유리 바닥이 아니라 그냥 바닷속을 봐도 무리지어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바다거북도 만날 수 있다. 이 섬의 상징인 56m짜리 하얀 등대 역시 꼭 한번 올라가봐야 할 곳이다. 247개의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바다 멀리 산호군락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가까이에선 산호가루가 섞인 새하얀 모래사장이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특히 바다 한가운데에서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라군(산호초로 형성된 호수)은 아무리 오랫동안 바라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다. 뉴칼레도니아의 라군은 길이 1600㎞에 넓이는 2만 4000㎢인데, 유네스코 역시 그 가치를 인정해 지난 2008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뉴칼레도니아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건설업계 단체장 선출 하마평따라 협회 들썩

    건설업계 단체장 선출 하마평따라 협회 들썩

    건설업계가 후임 단체장 선출을 놓고 들썩이고 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주요 건설단체 수장의 임기가 차례로 만료되면서 후임자 선정을 놓고 다양한 설들이 오가는 상태다. 일부 단체장과 부단체장 임명을 놓고는 관례대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조합이나 협회 구성원들과 마찰 조짐까지 보이는 곳도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수장 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곳은 오는 11월 단체장 임기가 끝나는 건설공제조합이다. 건설단체총연합회 소속 18개 건설 단체 중 내년 3월까지 5곳의 자리가 바뀌는 가운데 최대 관심을 끄는 곳이다. 건설관련 조합 가운데 조합원수 1만 2200여개사, 자본금 5조 3000억여원(2008년 기준)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2008년 11월 취임한 송용찬 이사장은 임기를 마치면 예정대로 물러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후임자를 놓고 하마평만 무성하다. 최근 큰 물갈이가 이뤄진 국토해양부에선 퇴직한 국장급 인사가 후임자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건설공제조합은 강성 노조가 인사철마다 낙하산 인사를 놓고 간부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4월에도 국토부 산하의 지방청장 출신이 임원으로 영입되면서 노조의 반발을 샀다. 자본금 3조 8000억원(2008년 기준)대의 전문건설공제조합도 11월 이철수 이사장이 퇴임하면서 수장이 교체된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그동안 국토부 출신을 이사장으로 맞으면서 전형적인 ‘전관예우’ 단체로 지목받아 왔다. 2008년 서울시 출신의 이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전관예우가 보은 인사 논란으로 잠시 변질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다 조합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왔다. 해외건설협회는 내년 2월 수장이 바뀐다. 이재균 해외건설협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해외건설협회는 그동안 기획재정부 등 경제관료들과 국토부 관료들이 단체장을 맡아 이번에도 고위 관료 출신이 자리를 옮겨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주택협회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예정이지만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주택협회 고위 관계자는 “아무도 선뜻 맡으려는 사람이 없어 당분간 수석부회장의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한국건설감리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도 내년 2~3월 단체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본격적인 후임 회장 물색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단체장 교체가 안팎으로 더욱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이 겹치면서 정치적 변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재균 해외건설협회장은 벌써부터 연고가 있는 부산지역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이 회장은 부산고 출신으로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의 내년 총선 출마도 업계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소통하라

    7월 5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교정, 지루한 장마 가운데 끼인 맑은 날이었다. 등록금 투쟁, 청년실업,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앞둔 정년연장 논쟁 같은 세대 갈등이 그칠 것 같지 않던 날,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echo·메아리)붐 세대는 소통했다. ‘58년 개띠’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와 ‘28세 젊은 논객’ 한윤형씨는 ‘우리와 너희 그리고 함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세대는 모두 공동체를 중시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민족주의로, 에코붐 세대는 공부나 취직 등 필요에 의해서다. 장래 선택은 부모의 결정이 중요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에코붐 세대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가 고민이고 에코붐 세대는 취업과 은퇴하는 어른들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힘들다. 인구학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이 에코붐 세대다. 그래서 두 세대는 같고도 달랐다. ●서로의 세대에게 -(정과리 교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응원에서 나타났던 역동성은 굉장하다. 난 에코붐 세대를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기라’는 의미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와 유명해짐), 즉 현재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즐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현재와 과거·미래를 연결하기 싫거나 두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가 부족하다고 느껴야 미래가 있는데 현재를 부족하다고 느끼기 싫은 것 같다. 힘은 좋지만 비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노동과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윤형) 잘 짚어 주셨다. 뭔가 없어도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우울한 현실보다 낫긴 한데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리가 없어진다는 느낌이다. 대중문화에서도 매일 여러 작품이 나오니 3~4년전 걸작조차 관심이 떨어진다. 반면 기성세대는 전반적으로 자기 자식에 대해 말하는 것과 사회 젊은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정반대다. 청년 실업이 70만명이라는 데 대해 좌·우파가 공히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고, 좋은 곳으로만 가려 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시험에 매몰된 학생들을 비판하지만 집에서는 자식에게 반대로 얘기한다. -(정 교수) 사실 우리 세대가 자기모순이 심하긴 하다. 젊은 시절 트로츠키나 마르크스주의자가 자기 자식은 미국에 유학보내면서도 갈등이 없다. 사회적 요구도 강하고 개인적 욕망도 강해 고민하기 힘드니 이 둘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공동체의 향수 -(정 교수) 베이비붐 세대에는 민족주의가 지배했다. 1987년 이전까지 개인은 곧 민족이었다. 지배권력이든 저항세력이든 마찬가지였다. 국민교육헌장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민족의 에이전트(대리인)였다. 그래서 유학을 가는 것도 꺼림칙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자유로운 개인이 생겨났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공동체의 요구를 떼어내고 자기를 생각하는 세대가 됐다. 2000년대에 절정이었고, 에코붐 세대는 오히려 자신의 요구에 의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세대로 보인다. -(한윤형) 학교에 밥터디가 있다. 한때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취업 공부나 학교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반면 동아리는 황폐화됐고, 취업스터디모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필요에 의해 다시 공동체를 원하는 것이 맞다. ●젊음의 편린 -(정 교수) 장래에 대해 부모님의 요구가 강했고 거부하기 힘들었다. 대학 때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와 살아야 하는 미래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반면 1970년부터 국민총생산(GNP)이 북한을 넘어서고 중동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대림건설, 외환은행 등 좋은 직장도 대학만 나오면 취업했다. 석사학위로 충남대학교 교수직에 취업했다. 제5공화국 시절, 독일 유학파인 이규호 교육부 장관이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면서 대학수와 입학생이 대거 늘었다. 서강대 공대에서는 졸업이 안 될까 불만을 품은 학생이 교수를 칼로 찌른 사건도 일어났다. 1987년 민주항쟁에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이유도 이때 입학생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모순이 있다. -(한윤형) 2001학번인데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한때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하는 것이 널리 퍼졌다면 요즘은 다시 부모님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한 팀이다. 부모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먼저 요구를 하고 서로 발맞추어 나간다. 어떤 기성세대는 자식들이 ‘엄마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엄마도 해방된다는데 에코붐 세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부모가 경제적으로 다소 넉넉하고 자식도 공부를 잘하는 경우지만, 그 밖의 대학생은 부모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등록금도 비싸고 취직해 독립하기도 힘들고, 부모가 최후의 도피처 아닌가. ●취업, 은퇴 그리고 재취업 -(정 교수) 최근에 프랑스에서 정년을 연장하려다 고등학생까지 데모하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도 일각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있는데 후속 세대의 사회 진입을 위해 정년은 지켜야 한다. 단, 퇴직한 이들이 포스트 사회를 이룰 정도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주인공이 된 기존 사회와 협력과 갈등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생물학적으로도 같은 종을 모아놓으면 퇴화하지만 다른 종을 붙여놓으면 환경이 진화한다. -(한윤형) 정년 연장 문제가 민감하지만 이로 인해 청년을 덜 뽑을 수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한정된 문제는 아닐까 싶다. 청년 인구가 줄고 있으니 노년층을 부양하는 의무가 많아질수록 청년들도 정년 연장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부모가 좋은 자리에 있다면 내 취업 준비 기간은 늘어난다. 아직 에코붐 세대에게 정년 연장은 이슈화되지 않은 것 같다. ●등록금이라는 업보 -(정 교수) 학교가 현상유지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시스템에 들어갔다. 발전 강박에 휩싸인 채 진화를 해야 하니 재원이 필요하고 등록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등 유럽식으로 국가에서 등록금을 해결해 주든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해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 물론 힘든 문제다. 기여입학제 역시 형평성 논란에 하위권 대학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으니. -(한윤형) 유럽처럼 대학생 수를 줄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으로 집값을 다소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국립대에서 싼 등록금으로 학생을 빨아들이면 등록금 경쟁의 평형을 깨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리 이경주기자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kdlrudwn@seoul.co.kr 정과리 1958년생,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2008년 한국 사회의 변화에서 ‘청년’이 가진 의미를 분석한 평론집 ‘들어라 청년들아’를 출간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정치 세력이 ‘청년 문화’를 많이 이용했지만 ‘청년’은 한국인이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투사해 온 중요한 상징체라고 지적했다. 또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으며 젊은 세대는 신인류가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해 왔다. 한윤형 1983년생, 서울대 철학과 재학중. 고 3때 서울대와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한 논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면서 유명해졌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뉴 라이트 사용 후기’, ‘안티 조선 운동사’,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등 사회 서적을 꾸준히 출간해 오고 있다.
  • [나와 통일] (25) ‘통일부 인턴’ 맥네어·추정한

    [나와 통일] (25) ‘통일부 인턴’ 맥네어·추정한

    추정한(21·미 미들베리칼리지 정치학 전공)과 제이 맥네어(24·미 데이비슨칼리지 정치과학 전공)는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냈다. 통일부에서 마련한 ‘해외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남북회담, 남북경협 업무 등을 배우고 하나원, 판문점 등을 방문했다. “북한과 통일문제에 한발짝 다가선 계기가 됐다.“고 했다. 지난 15일 1기 과정을 수료한 이들을 만나 인턴십 한달간의 소회와 통일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제이 맥네어 한 달은 조금 짧았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을 만나 북한을 이해하는데 많은 배경지식도 얻었지만 그럴수록 생기는 질문에 대해선 답을 다 얻을 수는 없었다. 추정한 전에는 꼭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안정적으로 이양되면 2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탈주민도 크게 늘고 생각보다 북한 내부 상황이 불안정해서 10년이면 통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맥네어 궁극적으로는 되겠지만 10~20년 안에는 힘들 것 같다. 50년 후쯤엔 가능하지 않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북한에는 종교나 신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얘기였다. 탈북자 대학생들에게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신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들었다. 추 나는 탈북 대학생들이 남한에 온 뒤 그냥 평범한 대학생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점에 놀랐다. 사투리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 똑같이 연예인 얘기를 하는, 내 또래 대학생이었다. 탈북주민 가운데 대학을 가는 비율은 6~7%로 아주 극소수였다. 통일이 되면 적어도 50년은 서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통일보다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대학생들은 인권에 관심이 적은데 아마도 정치적 견해 때문인 것 같다. 맥네어 맞다. 많은 미국사람들이 “남한과 북한은 미국의 사우스 다코다, 노스 다코다 처럼 원래 다른 곳 아니냐.”고 생각한다. 통일보다는 북한은 실패한 국가이고, 어떻게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인권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추 판문점은 갈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콘크리트로 된 국경을 보면서 ‘중국과 맞닿아 있는 북한 국경은 진짜 탈북자들이 목숨을 걸고 건너오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맥네어 나는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발짝만 넘어가면 북한인데 관광객들이 드나드니까 국경이 가짜 같았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긴장감이 매우 팽팽했던 건 사실이었지만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긴장감을 조성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추 통일은 북한의 상황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체제의 정착 여부에 따라 통일의 가능성도 달라진다. 김일성→김정일 때와 달리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10년내에 통일이 될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30~40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맥네어 주변국가의 정책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이 받는 영향이 다르다. 이들은 돌아가면 정치적 탄압을 받는 난민인데도 중국은 탈주자(defector)라는 용어를 쓴다. 인권문제를 이슈화해서 중국이 책임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열린세상] 선진국의 조건 돈, 몸, 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선진국의 조건 돈, 몸, 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 속에서 솔깃한 구호가 들려 온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나라들이 선진국이었던 만큼 이참에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로 가자는 것이다. 어렵게 삼수까지 하면서 유치한 평창 올림픽이 다시금 우리 특유의 합심과 끈기로 세계적인 성공 사례가 됐으면 좋겠고, 또 그 덕에 대한민국이 스키점프하듯 훌쩍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면 돈 건강, 몸 건강, 정신 건강일 것이다. 우선 더욱 경제 성장을 이뤄 잘살아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돈이 많은 중동 산유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부자 나라라고 반드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버는 과정이 공정하고, 또 돈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가 건강해야 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몸이 건강하다. 거리는 언제나 조깅족이나 사이클링족으로 활기를 띤다. 우리 사회도 생활체육이 널리 보급됐지만 보신 식품, 보약, 심지어 성형수술에 의존하는 건강관리 풍조가 여전하다. 돈보다는 땀과 시간으로 몸 건강을 유지해야 선진국이다. ‘돈’과 ‘몸’ 상태는 그런대로 선진국 대열. 하지만 정신 건강을 물으면 우리는 자신이 없다. 아니 무모한 자신감이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에 가려진 해병대 병사 4명 총격 사망 사건과 그에 대한 대처가 좋은 사례다. 여전한 군대 내 병사들 간 구타나 가혹 행위도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정서적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를 다루는 군대와 일반 사회의 태도는 너무나 후진적이다. 문제의 김 상병은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 불안, 성격장애, 정신분열증 등이 확인돼 부대 전입 후 특별관리대상”이었다는 것이 해당 부대 소초장의 진술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상병은 부대가 아니라 병원으로 보내 의사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했다. 우울증, 성격장애, 피해망상, 분열증과 같은 소위 정신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와 편견이 피할 수 있는 참혹한 사건을 방치한 꼴이다. 그 와중에 일부 언론은 ‘군기가 빠져서’ 그렇다느니,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해병대 정신’은 어디 갔냐는 식의 ‘정신 나간’ 말과 글을 쏟아냈다. 우울증은 도파민 등 뇌의 신경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뇌질환의 일종으로, 성인인구 10명 중에 1명 정도가 이 질환을 경험한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2가 자살을 생각하고, 피해망상이나 분열증과도 연관이 있다.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병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는 “아프다.”는 사실을 감추려 하고, 사회는 집단적인 무지를 드러낸다. 정신력과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는 잘못된 상식이 만연해 있고, ‘정신병 환자’ ‘미친 사람’ 딱지를 붙이는 고약한 사회심리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의사 만나기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신과 의술은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정신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정신건강은 후진국 수준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쯤으로 여기고 의사를 찾아 쉽게 치료받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재미를 선사하던 최진실과 같은 우울증 연예인들의 죽음에 속수무책이었고, 얼마 전 해병대 참사도 미리 막지 못했다. 아마도 하루 평균 24명이 자살을 선택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자살률 1위의 오명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선진국인 미국의 정신건강 관리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20세기 초 실용주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 등이 미국정신건강협회를 설립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사회운동에 나섰고, 1917년 1차 세계 대전 때부터 육군과 해군에서 ‘정신 건강’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1946년 국가 정신건강법 제정, 1955년 의회 내 ‘정신병 및 정신건강위원회’와 1977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가 설립됐고, 1980년 이후로는 어린이, 노인, 이민자 중 정신병 환자들이 인권·고용이나 복지 부문에서 소외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배려 정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올림픽 유치의 기쁨이 돈과 몸 건강, 그리고 ‘아픈’ 사람을 배려하는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기를.
  • [김문이 만난사람] 마라토너서 ‘댄싱 위드 더 스타’ 댄서로 변신한 이봉주

    [김문이 만난사람] 마라토너서 ‘댄싱 위드 더 스타’ 댄서로 변신한 이봉주

    불꺼진 무대, 남녀가 야릇하게 춤을 춘다. 남자는 야광옷에 야광봉을 흔들어댔다. 마치 클럽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인은 원숙한 몸짓으로 남자를 리드한다. 둘은 ‘시대별 유행댄스를 접목하라’는 미션으로, 고난도의 테크토닉 춤을 추었다. 이어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았다. 지난주 한 방송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 나오는 장면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남자의 변신이었다. 남자는 다름 아닌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1)였기 때문. 촌스럽고 순진하게 생긴 ‘봉달이’가 미모의 젊은 파트너인 최수정(아래 사진 오른쪽·26)씨와 호흡을 척척 맞추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길을 떼지 못하도록 압권을 연출했다. 이 경기에서 그는 과연 언제까지 살아남을까.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에서 이씨를 만났다. 그는 집이 수원이지만 요즘에는 양재동에 위치한 댄스 연습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수염을 말끔히 깎고 모자를 썼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봉달이 특유의 미소는 여전했다. 요즘 얼마나 바쁘냐고 했다. “하루에 5~6시간 (댄스)연습합니다. 오전 11시부터 양재동에 나와 파트너와 연습하고 쉬었다가 다시 저녁에 하고…, 다른 일은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그러면서 조금은 멋쩍게 웃음을 짓는다. 마라토너가 댄서로 (물론 잠시겠지만)변한 자신을 생각해서이겠다. 그렇다면 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을까. “5개월 전 이 프로그램 출연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지요. 안 한다고 했습니다. 달리기만 해 온 사람이 스포츠 댄스를 한다는 것이 영 낯설고 두려움도 있었고요. 마라토너로 알려진 제가 혹시 잘못했다가 이미지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계속 설득이 들어왔어요.” 결국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계기는 무엇일까. “주변 사람이 그랬습니다. ‘마라톤도 스포츠고, 댄스도 스포츠다. 이것저것 떠나 무엇을 도전한다는 것은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을 결정했지요. 만약에 (살아남아) 상금을 받는다면 마라톤 꿈나무에게 지원하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집사람도 많이 반대했는데 나중에 그런 얘기를 했더니 허락하는 눈치였습니다.” 부인 얘기가 나오자 약간 짓궂은 질문을 했다. 젊은 파트너하고 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부부 싸움은 없었는지 말이다. 피식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연습하느라 늦은 시간에 집에 오면 사소한 문제가 연결되면서 여러번 트러블이 생겼지요. 한때는 후회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많이 해 주는 편입니다. 연습 안 하는 날에는 집에서 함께 춤을 추는 일도 생겼습니다. 아내는 춤을 못 추기 때문에 동작은 안 되고 자세 정도 잡습니다.” 그는 마라톤과 스포츠 댄스를 비교하는 대목에서 “시간을 많이 뺏기고 고난도 연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마라톤은 평소 연습한 대로 이를 악물고 달리면 되지만 음악을 듣고 표정을 지어야 하는 연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서바이벌에서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현재는 5등 안에 들어 있지만 이번 주에는 떨어질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실력이 워낙 쟁쟁해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한계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저는 마라토너 이봉주잖아요.(웃음)” 그는 연습을 하면서 자신 있는 점 한 가지를 들었다. 매일 수십 ㎞를 뛰는 사람이어서 체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다른 출연자들을 보면, 한두 시간 연습을 하면 매우 힘들어하는데 이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발연기와 유연성을 연습할 때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화제를 바꿔 요즘에도 달리기를 계속하는지 물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집근처 둑방길 15㎞를 달립니다. 동호회도 있지만 거의 혼자서 달리지요. 버릇처럼 돼 있기 때문에 안 달릴 수가 없어요.” 그의 집은 수원과 화성의 경계에 있어 농촌마을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그는 달리면서 마음 같아서는 마라톤을 괜히 일찍 그만두었나 하는 생각도 했단다. 나이가 지금보다 한두 살만 젊었어도 멋지게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역과는 다를 터. 체중은 전성기 때보다 조금 늘었다고 했다. 날렵한 몸매라고 거들면서 슬쩍 몸무게를 물었더니 60㎏ 정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씨에게는 아들 둘이 있다. 최근 인터넷에 아들 얼굴이 공개돼 ‘얼짱 아들’로 화제가 됐다. 아들의 마라톤 DNA는 어떨까. “지금 초등학생인데 소질이 없어요. 운동회 때 학교에 가 봤거든요. 6명이 달리는데 6등으로 골인했습니다.(웃음)” 이참에 달리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물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걷든지 뛰든지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고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일반 물이나 스포츠 드링크 종류도 무난합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세계적인 선수에게 ‘원 포인트 레슨’ 차원에서 물었다.“단계적인 스케줄을 짜야 합니다. 짧은 거리에서 긴거리를 달리면서 서서히 호흡과 리듬을 채워줘야 합니다. 훈련량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무리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고요. 나이는 상관없지만 사전 훈련량은 꼭 필요합니다.” 다음 달 대구에서 벌어지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씨는 이 대회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 육상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변확대를 기대하고 있지요. 중요한 것은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육상 꿈나무들에게도 좋은 볼거리와 훌륭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마라톤 얘기로 넘어갔다.“지영준 선수가 현재 잘해 주고 있지만 뭐든지 대회를 앞두고는 훈련을 확실히 했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승 여부를 떠나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달리는 경험 또한 좋은 기회이지요. 지영준 선수가 잘 달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도 더운 날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충분한 훈련과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면 달리는 데 부담이 줄고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마라톤 전망은 어떨까. 대답이 단호했다. “선수들이 없습니다. 저변이 약합니다. 기대할 만한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아마추어 마라톤 인구는 많은데 엘리트 마라토너의 계층이 취약합니다.” 마라톤 현실을 지적하는 이씨에게 마라톤 발전을 위한 계획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올가을에는 모 실업팀 감독을 맡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몇 군데 제의가 왔고 지금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려온 만큼 후배들에게 달리는 방법을 잘 전수해 주겠다는 의욕을 피력했다. 지금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은 오늘내일 그만둘 것이고 진정코 하고 싶은 것은 후진양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마라톤 외에 영화를 자주 본다. 최근에는 아들 둘과 함께 ‘트랜스포머3’를 관람했다. 가족과 함께 달릴 수 있는 것은 아직은 영화인 것 같다며 멋쩍게 웃는다. 그에게 잠시 밖에서 사진촬영을 하자고 했다. 만나는 장소가 서초구민회관 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가 왔다. 우산을 쓰고 나오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대화내용을 얼핏 들어보니 아들인 것 같았다. 다정한 아빠의 목소리였다. 전화를 끊고 히죽 웃으며 나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씨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댄스 연습하러 가야지요. 파트너가 오라는 시간에는 무조건 달려갑니다. 아마도 이번주 (서바이벌에서)금요일이 고비인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면서도 내리는 비 사이로 봉달이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이봉주는… 20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끈기의 마라토너’… 2009년 은퇴까지 풀코스 41회 완주 197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농가의 3남 2녀 중 막내였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축구선수를 꿈꿨다. 중학교 때는 복싱과 태권도를 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상 꿈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돈이 안 들어가는 육상을 택했다. 천안농고에 진학하면서 육상부에 들어갔지만 장학금을 주는 곳을 찾아다니느라 삽교고와 광천고로 옮겨 다녔다. 그가 육상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고 3때. 전국 체전 10㎞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였다. 이후 서울시 육상팀에 입단한 뒤 야간인 서울시립대에 진학했다. 1990년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2시간 19분 15초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해 마라톤 선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뒤 1993년 코오롱 마라톤팀에 들어갔고 이후 정봉수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인 마라톤 레이스에 들어갔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은메달을 땄고 1998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2위, 그해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9년 이른바 ‘코오롱 사태’ 때 팀을 떠나 무소속 선수가 됐으나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 7분 20초로 한국 최고기록을 세우면서 2위를 차지해 건재를 과시했다. 이후 삼성전자에 입단, 2001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육상 스타로 떠올랐다. 이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2007년 서울 국제마라톤대회 우승 등을 이끌었다. 2009년 은퇴할 때까지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41회 완주했다. 이는 세계 마라톤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기록이다. 마라톤 인생 20년의 처음과 끝을 전국체전에서 장식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또 1등보다는 2등으로 레이스를 마친 경우가 많았지만 ‘은근’과 ‘끈기’로 대변되는 배달민족의 정서와 많이 닮아 더욱 사랑을 받았다. 소처럼 묵묵히 발을 내디디면서 기록과의 끝없는 싸움을 했다. 자신을 위협할 라이벌도, 무섭게 치고 올라올 후배도 없는 상황에서 고독하게 달렸다. 현재는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 42년 간 물 대신 석유 1.5톤 마셔온 中노인 충격

    40년 넘게 등유를 ‘과음’해온 중국 남성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 일간지 충칭만보가 12일 보도했다. 충칭시에 사는 71세 노인 A씨는 42년 전엔 1969년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병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기침이 끊이지 않고 온 몸에 기력이 없으며, 가슴이 심하게 답답한 증상이 나타났다. 약이란 약은 모조리 찾아 써보기도 하고 의사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가정형편으로 더 이상 치료가 어려워질 무렵 누군가 그에게 등유(원유로부터 분별증류하여 얻는 끓는점의 범위가 180~250℃인 석유)를 마셔볼 것을 권했다. 일반적으로 석유라 불리는 이 기름이 상한 몸을 치료해준다는 속설을 믿은 것. A씨는 “처음에는 기름 특유의 냄새 때문에 한 모금 마시는 것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몸이 점차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면서 “심한 기침과 가슴의 답답한 증상도 어느 정도 호전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등유 마시기를 습관화 한 그가 42년 동안 마신 양은 무려 1.5t. 일주일에 서너번 주유소에 들러 등유를 사는 것이 일과가 됐고, 이를 지켜본 이웃들은 “이 노인에게 기름은 귀신을 쫓는 부적과도 같다. 한 번도 기름항아리를 몸에서 떼어낸 적이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마도 지금까지 노인이 큰 문제없이 지내온 것은 그의 위가 일반인과 비교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이미 몸에 내성이 생긴 상태고 거의 중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유를 계속 마실 경우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노인은 현재 진료와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그가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왜소한 몸집을 가진데다, 이미 청력이 일부 손상된 것으로 알려져 가족과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9) ‘태극마크’ 선배님 고마워요

    지난 5월 17일, 태릉선수촌에서 첫 합동 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선수촌 뒷문을 통해 오륜관으로 향하고 있는데 트랙을 뛰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과 마주쳤다. 어울려 뛰는 선수들 중 평소 친분이 있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서울시청)가 보였다. 취재가 아닌 선수 자격으로 마주친 거라 왠지 어색해 주춤거리고 있었는데 상화가 먼저 “언니, 왜 왔어?”라고 물었다. “나 여자럭비 국가대표 됐어.”라고 크게 대답하고 보니 화끈거리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평생 그 종목에 인생을 걸고 태극마크를 단 그들에 비해 너무 쉽게 국가대표가 됐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민망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후 50여일. 나를 ‘기자’로 대하던 스포츠 스타들이 슬슬 나를 ‘선수’로 보기 시작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 KCC 감독에게 전화를 걸면 “어이쿠, 국가대표님.” 하며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허 감독은 무거운 ‘고구마(럭비공)’ 들고 달리려면 살도 더 쪄야 하고 체력도 더 키워야 한다면서 밥 위에 고기를 듬뿍 얹어줬다. 농구대표팀 이정석(삼성), 양희종(인삼공사)은 “럭비 안 하고 왜 (취재) 왔어요?”라며 나를 다그친다. 11일에는 행사차 라마다송도호텔을 찾은 ‘핸드볼 에이스’ 김온아(인천시체육회)와 우연히 만났다. 흠뻑 비를 맞고 운동한 뒤 사우나까지 마친 새까만 민낯이 창피해 “나 요새 럭비해.” 했더니 “뉴스에서 봤어요. 하체가 진짜 좋은데요?” 하며 내 허벅지를 만졌다. 수비를 잽싸게 따돌려야 하는 럭비에도 핸드볼 페인팅이 유용할 거라며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끊을 때는 민망해진다. 그들은 으레 “그래, 그럼 다음에 휴가 나오면 한잔 하자.”고 한다. 운동을 시작한 후 나의 화려했던(!) ‘알코올 라이프’는 (당분간) 중단됐다. 하지만 같이 운동하는 처지에 혼자 유난 떠는 기분이 들어 찝찝해지는 것이다. 나는 소심하게 “나 술 끊었는데….”라고 얼버무린다. 럭비팀 동료들은 물론 다른 국가대표들에게도 미안하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게 ‘마이웨이’다. 스키점프팀 강칠구(하이원)는 다정한 문자를 보냈다. “두려워하지 말고, 환경을 보지 말고, 네게 주어진 기회에 과감하게 도전해라. 넌 소중하니까.” 응원을 아끼지 않는 ‘국가대표 선배’들의 넘치는 격려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나날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축구] K리그 화끈한 골 잔치

    승부 조작 파문으로 축구계가 우울한 분위기지만 주말과 휴일 프로축구 K리그 17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8개 경기장은 시원한 골 잔치로 후끈 달아올랐다. 3경기에서 축구에서 가장 흥미진진하다는 3-2 ‘펠레 스코어’가 나왔고, 포항은 무려 7골을 터뜨렸다. 역전 드라마도 이어졌다. 29골이던 한 라운드 역대 최다골 기록도 32골로 갈아치웠다. K리그 사상 최초로 필드 플레이어인 수비수 이윤의가 선발 골키퍼로 나온 상주는 FC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33분 김정우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1-0으로 앞서 갔다.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골키퍼로 프로무대 데뷔 뒤 처음 선발 출전한 이윤의는 전반 서울이 날린 7개의 유효 슈팅을 훌륭하게 막아내 팀 연패의 사슬을 끊는 일등공신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서울의 공격은 후반 들어 더 매서워졌고,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이윤의가 이를 모두 막아 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서울은 후반 9분과 20분 데얀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상주는 후반 39분 김민수의 동점골로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지만, 서울은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방승환의 결승 헤딩골로 3-2 진땀승을 거뒀다. 경남FC는 제주 원정에서 전반 41분과 후반 12분 제주 박현범과 산토스에게 연속으로 골을 내줬지만 후반 31분 윤일록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33분 윤빛가람의 동점골, 46분 김인한의 결승골로 3-2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신인 윤일록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부산도 대구에 전반 0-1로 끌려가다 후반에만 상대 자책골을 묶어 3골을 터트리며 3-2 역전승을 거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로 떠나는 지동원의 고별 경기를 준비한 전남은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수원에 3-1로 역전승했다. 성남과 인천은 난타전 끝에 2-2 무승부를 거뒀다. 포항은 대전을 홈으로 불러들여 K리그 역대 최다 점수 차인 7-0, 이른바 ‘야구 스코어’ 승리를 거뒀다. 전반 5분 김재성을 시작으로 황진성, 모따(2골), 신광훈, 고무열, 김기동까지 모두 6명의 선수가 골 맛을 봤다. 특히 김기동은 43일 만에 자신의 K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을 39세 5개월 27일로 늘렸고, 통산 39골 40도움을 기록하며 ‘40-40 클럽’ 가입도 눈앞에 뒀다. 광주는 강원에 2-0 승리를 거뒀다. 울산과 전북은 득점 없이 비겼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궁금해 죽겠네” 트랜스포머3의 3대 의문과 정답

    “궁금해 죽겠네” 트랜스포머3의 3대 의문과 정답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마이클 베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트랜스포머3’가 역대 최고 성적으로 ‘트랜스포머 쓰나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영화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기발한 의문점’이 쏟아지고 있다. 첫 번째 의문. 옵티머스 프라임의 전투력은 오토봇 중 최강인가? 옵티머스 프라임(이하 옵티머스)는 오토봇 족을 이끄는 수장으로, 강한 전투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2편에서는 디셉티콘의 공격에 목숨을 잃고 마지막 전투 직전에야 부활하고, 3편에서는 제트팩까지 얻어 멋지게 하늘을 나는가 싶더니 이내 ‘거미줄’에 걸려, 오토봇과 인간부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사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만 한다. 이에 옵티머스의 전투력이 도마에 올랐는데,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오토봇 중 최강 전투력의 소유자는 옵티머스가 아닌 범블비”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범블비는 3편에서 가슴과 어깨 부분의 외형적인 디자인에서 진화했고 건물 벽을 타고 달리는 등 아찔한 액션을 구사한다. ‘수장vs수장’의 싸움에서는 옵티머스가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그 외의 자질구레한 전투에서 범블비의 역할은 막강하다. 범블비의 전투력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주인공을 지키는 수호로봇이라는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범블비 뿐 아니라 아이언하이드와 재즈의 활약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투력을 둘러싼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오토봇을 알고 싶다면, 오토봇끼리 싸움을 붙여보는 수 밖에 없을 듯. 두 번째 의문.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 분)는 어떻게 전쟁 통에서 하이힐을 신고 그렇게 ‘잘’ 뛸 수 있을까? 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 분)의 새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휘틀리는 모델 출신답게 영화 내내 아찔한 노출의상을 입고 몸매를 자랑한다. 긴 다리를 더 길어 보이게 하는 하이힐은 여배우의 필수 아이템. 그녀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건물이 무너지고 고철이 날아다니는 전쟁통에서 하이힐을 고수한 채 달리고 또 달린다. 하이힐을 신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이 구두를 신고 미친 듯이 달린다는 것은 차라리 맨발보다 못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영화 내내 하이힐을 벗지 않았던 것일까. 정답은 카메라 앵글에 있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일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촬영 내내 하이힐을 벗지 못하게 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풀샷이 아닌 몇몇 장면에서는 플랫슈즈를 신고 뛰었다.”고 고백했다. 추가로 완벽한 몸매만큼이나 흐트러지지 않는 그녀의 메이크업과 헤어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1,2편에서 활약한 메간 폭스는 전투가 치열해지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머리를 질끈 올려 묶거나 그을린 메이크업 등으로 현실감을 더했지만, 휘틀리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에도 탱글탱글한 고데기 컬과 보송한 메이크업(특히 입술)을 자랑한다. 아마도 마이클 베이 감독이 그녀의 하이힐에만 신경을 쏟았기 때문이 아닐까. 세 번째 의문. ‘트랜스포머3’는 정말 시리즈의 종결일까?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일찌감치 트랜스포머3를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종결하겠다고 예고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는 ‘대박 상품’이 진정 여기서 품절 될 것인가에 이미 많은 팬들의 의문을 쏟아지고 있다. 스토리 측면에서 봤을 때, 1편에서는 지구에 등장한 오토봇, 2편에서는 수장(옵티머스)를 잃은 오토봇의 최대 위기, 3편에서는 부활을 꿈꾸는 디셉티콘·오토봇 배신자와 오토봇·인간부대 간의 싸움을 그렸으니 나올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나온 셈이다. 만약 새 시리즈가 나온다면 오토봇의 고향인 사이버트론에서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대적하기 이전 상황을 그리는 일종의 프리퀄(유명 영화나 책과 관련해 그 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정도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밖에도 네티즌들이 제기한 ‘트랜스포머3 의문점’에는 ▲2편에 등장한 ‘스키즈’와 ‘머드플랩’즉 마티즈 콤비는 왜 등장하지 않는가. ▲말 못하는 범블비, 언제쯤 말 할 수 있게 되나. ▲수 십층의 빌딩을 중간에서 무 자르듯 뚝 잘라 넘어뜨리는 것이 가능한가. ▲존 말코비치는 네임벨류에 비해 턱없이 작은 비중의 역할을 왜 수락했을까. ▲외계행성과 외계생명체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등이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 의문점들에 정답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시론] 공직자의 책임을 생각하며/라영재 협성대 행정학 교수

    [시론] 공직자의 책임을 생각하며/라영재 협성대 행정학 교수

    대한민국은 선진국일까? 우리나라는 2년 전 미국발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올해는 세계 9번째로 무역 규모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59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23위로 지난해보다 1단계 상승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6위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선진국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별 시민들이 생각하는 삶의 만족도는 그리 높은 것 같지 않다. 왜 시민들은 경제적 풍요 속에서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걸까. 평균적인 일반 가정의 경우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폭보다 집값이나 전셋값과 같은 주거 비용이나 교육비 증가 폭이 훨씬 크다. 그나마도 직장인의 고용 안정성이 약화돼 가고 청년 실업의 악화로 인해 우리 가정과 미래 세대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모두가 치열한 생존 경쟁 중인데 매일매일의 뉴스에서는 정치인의 정파적 다툼과 무책임한 공직자의 모습만 비친다. 현재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앞다투어 복지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인지 선별적 복지인지 등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정책적 지향을 불문하고 선결 과제가 있다.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공직자의 책임을 확실하게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에 복지 논쟁을 해도 늦지 않다. 공자는 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하여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정치와 행정을 엄격하게 나누지는 않았지만 정치인과 관료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을 정치인이라고 한다. 시험을 보고 공직에 들어가 주민자치센터에서 일하는 일선 공무원부터 중앙정부의 장관까지 이들을 공무원이라고 한다. 맡은 권한과 책임은 다르지만 모두가 국민이 위임해 준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부패와 예산낭비 같은 부조리한 공직 행위 등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있을까. 혹 말장난으로만 책임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못 궁금하다. 공자가 이들의 책임성에 점수를 준다면 낙제점이 아닐까. 다산 정약용은 정치란 바르게 함이자 백성들이 고르게 잘살도록 해 주는 일이다(政也者 正也 均吾民也)라고 했다. 공자와 같은 주장으로 목민관은 백성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책무이며 공직자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워야 태평성대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위직일수록 권한과 정책적 영향력은 크지만 실무자와 달리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는 “여러 손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산도 역시 현재의 공직자들에게 낙제점을 줄 것이다. 20 여년이나 된 지방자치를 보면 특히 예산을 낭비하고 국민들의 세금이 줄줄 새는데 공직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무책임 정치와 행정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853억원을 투자해 만들어진 인천 월미도의 은하레일은 안전성 논란으로 운행이 정지돼 있다. 용인 경전철은 운행하면 적자가 불가피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30년 동안 6조원을 줘야 한다는데 관련 시장과 공무원, 이를 정당화시켜 준 연구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우리 공직사회의 현주소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샌델의 정의론은 30만부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만큼 경제적 풍요 속에서도 정치, 행정, 경제적 권력자와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불평등 정도가 심화돼 가고 있고 우리 자신도 부지불식간에 권력자와 부자가 되기 위해 불나방처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는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 무책임을 보면서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이라는 인순이의 노래로 위로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권한을 위임받아 정치하고 행정하는 공직자들이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책임성을 조금만 더 높여 준다면 시민들의 행복지수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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