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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권자들이 본 대선공약] (3)여성직장인

    [유권자들이 본 대선공약] (3)여성직장인

    ‘남성 출산 휴가를 한 달간 100% 유급 휴가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또 12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 월 10만원의 아동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어떠신가요.’ 이는 대선 후보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놓은 여성·육아·보육 공약 중 일부다. ‘돈’을 준다는데 싫어할 유권자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여성 직장인들은 공약에 소요될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가부장적 직장 문화에서 이러한 장밋빛 공약들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여성 직장인들은 입을 모았다. 여성·육아·보육 공약의 수혜 당사자인 여성 직장인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공약에 대해 먼저 ‘나라 살림’부터 걱정했다. 공약을 이행할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간의 경험에 비춰 냉정하게 평가했다. 정지인(31·평원섬유)씨는 12일 “무슨 돈으로 (복지 공약을) 다 하느냐. 후보들이 유권자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표가 아무리 급해도 임기 5년 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막 지르는 듯한 여성·보육·일자리 공약을 보고 답답해했다. 정씨는 “후보들의 공약대로만 이뤄지면 정말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겠지만, 유권자도 알고 후보들은 더 잘 아는 비상식적인 공약을 내놓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현재 다섯 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이연재(36·외국계 S기업)씨는 “(공약 이행에) 얼마나 많은 재원이 필요할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어도 공약을 보기만 해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면서 “(공약과 달리) 다음 정부에서도 보육와 관련해 각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시스템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재원에 대한 근본 고민 없이 무조건 지원하겠다는 보육 정책에 대해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후보들 워킹맘 현실 너무 몰라” 여성 직장인들은 후보들의 일부 출산·육아 정책이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그야말로 ‘공약을 위한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예컨대 남편에게 주는 출산 휴가 등은 후보들의 진정성과 달리 국내기업 현실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백지은(28·EBS)씨는 “기본적으로 임산부 근무시간 조정과 남편 유급 출산 휴직은 기업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공약”이라면서 “대기업은 체면이나 눈치 때문에 동참할 수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기업에 부담이 가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울 때는 (기업들과) 협의라도 하고 그래야지, 일방적으로 법제화하겠다고 하면 모든 기업들이 따라올 수 있다고 보는지….”라며 혀를 찼다. 정씨는 “임산부에 유급 육아휴직을 주는 회사도 내 주변에는 많지 않다.”면서 “오히려 임신을 하면 그만 쉬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한다.”며 권고 사직이 빈번한 현실을 강조했다. 그래서 “이런 공약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며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성 직장인들은 18대 대선에서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후보들이 육아·보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네 살된 아들과 두 살된 딸을 키우는 김진영(40·공기업)씨는 “사실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보육에 귀가 솔깃하다.”면서 “방과후 서비스와 돌보미 케어서비스 등은 관심이 가는 공약”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은 맘에 든다.”고 전제하면서도 “요즘은 산후 조리도 친정 엄마들이 다 해줘야 할 정도로 개인 책임으로 미루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아이를 낳자마자 괜히 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씁쓸해했다. 또 “문 후보의 지역 단위 종합육아지원센터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면서 “지금 사회적 보육기능이 크게 육아, 교육 기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공동 육아시스템이 집 주변에 있을 정도로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시간별 맞춤형 보육서비스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딱 맞는 공약”이라면서 “같은 회사에서 교대 근무로 맞벌이하는 부부에게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백씨는 “두 후보의 공약이 내용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꼬집은 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원 마련에 더욱 신경쓸 것을 조언했다. 정씨는 “12세 미만 아동이 있는 집에 아동 수당을 주는 것은 실현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아동수당이 아직 생소한 개념이고 재원 부족으로 실현될 것 같지도 않다. 표심잡기 공약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어린이집 우선 입소’ 등 현실적 방안 필요 김씨는 “정부가 필수 예방주사 접종비를 지원하지만 ‘선택 접종’의 가격은 매우 비싸고 병원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면서 필수 접종의 현실화를 주문했다. 또 “최근 무상보육으로 전환되면서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까지 어린이집을 찾는 바람에 정작 ‘워킹맘’들은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면서 “우선순위를 두거나 현금 지원으로 바꾸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씨는 “여성들이 소득에 관계없이 문화적인 혜택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 전업주부도 그렇고 일하는 엄마도 그렇고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화적 소외계층으로 전락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각종 공연 예매사이트 공석에 한해 할인을 해주거나 문화복지카드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학폭 신고 앱, 농민 직판시장… 유권자는 ‘생활공약’ 원한다

    학폭 신고 앱, 농민 직판시장… 유권자는 ‘생활공약’ 원한다

    ‘18대 대선 후보의 공약은 유권자 눈높이에 얼마나 맞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유권자의 ‘희망 공약’ 1757건에는 학교 폭력과 청소년 자살 등에 대한 대책부터 잇따른 강력 사건으로 인한 골목 치안 대책, 아르바이트생의 처우 개선까지 소소해 보이지만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고 삶에서 체감하는 ‘생활 공약’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작 유력 후보들의 공약에는 유권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선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왕따·자살 많아 두려워요 선관위가 펴낸 ‘유권자 희망 공약 모음집’에는 심각한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환경 개선, 교양강좌 이수 의무화 등 학부모의 바람이 담겨 있다.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왕따 문제로 자살하는 학생이 많아 부모 입장에서는 두렵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신문고를 설치해 학교 돌보미 또는 경찰서에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교양강좌를 반드시 이수토록 학과 과정에 포함시켰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도 문제지만 교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충남에 사는 한 유권자는 언어 폭력 예방을 강조했다. “길을 걷다가 학생들이 심한 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그는 “욕설로 인해 심적인 갈등이 생겨 자살하지 않도록 언어 순화 운동과 예절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력 범죄에 대한 치안 대책을 요구하는 희망 공약도 많았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둔 엄마라고 밝힌 한 유권자는 “2008년 조두순 사건 이후 초등학교 근처를 경찰들이 순찰한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순찰차가 주정차하는 게 아니냐.”면서 “초등학교 앞에서 주차만 해놓은 순찰 활동이 무슨 범죄 예방 대책이 되겠느냐.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충남에 사는 유권자는 주택가에, 광주에 사는 유권자는 어린이공원에 방범용 CCTV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걱정 없이 출퇴근하고 등하교할 수 있는 나라’였다. 인천에 사는 한 유권자는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자식을 둔 부모나 밤늦게 퇴근하는 부모를 걱정하는 자식들이나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며 범죄 예방을 위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치료 지원 강화, 성범죄자 단속 및 처벌 강화, 경찰 인력 증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도 치안 인프라 강화로 ‘걱정 없는 밤길’ 조성과 경찰 인력 확충 등을 약속했다. 박·문 후보 모두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지만 예방보다 치료, 처벌 강화에 집중돼 유권자 눈높이에서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알바생 눈물 닦아주세요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도에 사는 20대 유권자는 “처음 3개월은 수습 기간이라는 이유로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수습 기간이 끝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식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체 물품을 한도 내에서 먹어야 하는데 정확한 식대 액수를 맞추지 못하면 본인이 비용을 채워넣어야 한다.”면서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힘들게 고생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대선 후보들이 현안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의 처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졌다. 경기도에 사는 다른 유권자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 4000원도 안 되는 일이 많다.”면서 “특히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더욱 그렇다. 시급은 짜고 식대비 따로, 교통비 따로 부담하면 한 달을 일해도 실제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최저임금도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최저임금의 지급 기준을 어기면 처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4580원, 내년도 최저임금은 불과 280원 오른 4860원이다. 강원도에 사는 한 농민은 직거래 확대를 통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희망 공약으로 냈다. 그는 “농축산 유통 과정의 불합리로 중간 상인만 배불리고 농민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당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농촌에서는 마을별 협동조합을 만들고 도시에서는 대형마트와 구·시·군청 앞 등에 농민시장 상설을 의무화해 직판 기회를 늘려야 한다.”며 구체적인 개선 방법도 제시했다. 광주에 사는 한 유권자는 “즐거운 귀성·귀향길이 될 수 있도록 명절 때라도 고속도로 통행료 반값 또는 무료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후보들의 공약 이행을 감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약 이행 정도와 진행 여부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확인하자는 유권자의 제안도 있었다. 김경두기자 newworld@seoul.co.kr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비운의 왕족’ 덕혜옹주 유품 첫 공개

    ‘비운의 왕족’ 덕혜옹주 유품 첫 공개

    덕혜옹주(德惠翁主)는 고종 황제의 외동딸로 1912년 태어났다. 아버지 고종 황제는 1907년 순종에게 양위했고, 나라를 빼앗긴 1910년 이래는 ‘덕수궁 이태왕’으로 불렸으니, 흔히 덕혜옹주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고 부르는 것은 비운의 왕족이라는 극적 효과를 노리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덕혜의 어머니가 궁녀 출신 복녕당(福寧堂) 양귀인(梁貴人)이라, 왕의 서녀에게 주는 작호인 옹주를 받았다. 덕혜는 7살이던 1919년 고종에 의해 황실의 시종 김황진의 조카 김장한(金章漢)과 약혼했지만, 일본이 왕실 사람들은 일본에서 유학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13살 때인 1925년 일본 유학을 떠났다. 20세에 대마도(쓰시마) 종가(宗家)의 소다케시(宗武志) 백작과 강제 결혼하여 3년 만에 딸(宗正惠)을 얻었으나 정신병 등 지병이 계속되었다. 1951년 이혼당했고, 유일한 혈육인 딸이 결혼에 실패하여 현해탄에 투신자살한 뒤 덕혜의 병세가 악화됐다. 1962년 1월 38년 만에 귀국했지만, 5년간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창경궁(昌慶宮) 낙선재(樂善齋)와 연결되어 있던 수강재(壽康齋)에 칩거했다. 계속된 치료에도 병세는 호전되지 않다가 1989년 4월 21일 사망했다. 덕혜옹주가 태어난 지 100년, 일본에서 귀국한 지 5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국립고궁박물관 2층에서 11일부터 대한제국과 조선왕실 여성의 복식·생활사를 보여 주는 전시회를 연다. 박물관은 “복식과 장신구, 혼수품 등은 도쿄에 소재한 일본 문화학원복식박물관(文化學園服飾博物館)과 후쿠오카 소재 규슈국립박물관 소장품으로 국내 첫 전시”라며 “복식박물관 소장품은 덕혜와 이혼한 소다케시가 조선 왕실에서 보낸 다른 혼례품과 함께 영친왕(英親王) 부부에게 1955년 돌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자료는 당시 일본 문화학원 전신인 문화여자단기대학 학장 도쿠가와 요시치카(德川義親·1886~1976)에게 기증되면서 현재까지 도쿄에 남게 됐다.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음식먹고 계산서 받아 보니… “우리보고 뚱보라고?”

    음식먹고 계산서 받아 보니… “우리보고 뚱보라고?”

    친구들과 함께 기분좋게 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뚱보라고 놀림을 당하면 기분이 어떨까. 더욱이 뚱보라고 몰래 비웃은 게 지금까지 친절하게 대하며 음식을 갖다준 웨이터라면? 미국 캘리포티아 스톡턴에서 친구모임으로 외식을 한 세 여자가 실제로 이런 모욕을 당했다. 크리스틴 두란, 크리스티나 우에타, 이사벨 로블레스 등 세 사람은 스톡턴의 한 식당에서 맛있고 기분좋게 음식을 먹었지만 계산서를 받아든 뒤 기분이 상했다. 계산서에서 자신들이 ‘뚱뚱한 여자들’로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기분이 상한 세 사람은 테이블을 담당한 웨이터를 불러 따졌다. “손님에게 뚱보가 뭐냐. 이럴 수 있는 것이냐.” 그러나 웨이터는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는 “다른 종업원이 테이블을 표시하기 위해 아마도 그렇게 적은 것 같다.”고 발뺌을 했다. 화가 난 세 사람은 식당 매니저를 불러 따졌다. 매니저는 ‘뚱뚱한 여자들’이라고 써 있는 계산서를 보고 터지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사과를 했다. 문제의 식당은 세 여자에게 “다음에 다시 방문해주면 가격을 50% 할인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스10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서울광장] 대동단결, 그 저주의 메타포/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동단결, 그 저주의 메타포/진경호 논설위원

    18대 대선에선 의미 있는 진동(振動)이 하나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매머드 이벤트에 가린 탓에 별 이목을 끌진 못했으나 동교동과 상도동이 굴곡진 한국 정치사의 또 한 능선을 넘은 것이다.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안동선. 1960~1970년대 ‘타도 박정희’를 외치며 김대중을 좇아 싸웠고 국민의 정부에서 영욕을 맛봤던 그들이 박정희의 딸 곁에 섰다. 한 손으론 군부독재, 또 다른 손으론 동교동과 맞서 싸웠던 김영삼의 수족 김덕룡은 김대중을 승계했다는 노무현의 비서실장 문재인에게로 갔다. 이젠 내리막 어느 중턱에서 낙조를 바라보며 쉴 법도 하건만, 대체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그들은 그렇게 또 비탈에 섰다. 역사의 화해라고도 하고, 늦깎이 철새들의 때 잊은 노욕이라고도 한다. 조건 없는 화해이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은들 숱한 정치놀음에 익숙해진 처지로 크게 마음 상할 일도 없다. 그들이 박근혜, 문재인에게 요구한 게 있는지, 약속을 받았다면 그게 뭔지, 다가올 시간이 말해줄 그 답을 지금 알 길도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동교동과 상도동의 크로스오버가 상징하는 화해와 연대의 메타포(은유·隱喩), 배척이다. 박정희와의 화해보다 노무현·친노에 대한 배격이고, 문재인과의 연대보다 박근혜·친박에 대한 거부다. 누가 좋아서가 아니라 누가 싫어서 그들은 힘겹게 걸음을 뗐다. 이번 대선에 담긴 부정과 배격의 진정한 메타포는 그러나 이들이 아니다. 대선정국 1년을 관통한 ‘안철수’다. 낡은 질서, 앙시앵레짐에 대한 거부,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배격이 ‘안철수 현상’을 낳았고, 집권세력에 대한 실권세력의 부정이 안철수를 키웠다. 그리고 갖은 수사로 띄웠지만 결국은 밟고 올라설 발판으로 상대를 삼으려 했을 뿐인 배타의 정치공학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아마도 두 사람은 ‘강자와 연대하면 결국 이용만 당할 뿐’이라는 마키아벨리의 잠언을 몰랐던 듯하다. 문재인은 안철수를 몰랐고, 안철수는 문재인과 민주통합당은 물론 제 자신과 ‘안철수 현상’ 자체를 몰랐던 듯하다. 그리고 세상은,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했다가 불과 사흘 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고는 문재인 지원 행보에 나서고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말을 더는 하지 않는, 형용모순의 안철수를 아주 몰랐던 듯하다. 누구는 절대 안 된다는 부정과 배격의 메타포에 가려, 누가 왜 돼야 하는지를 우리는 까맣게 잊었다. 박근혜는 절대 안 되기에 비(非)박근혜는 문재인-안철수의 플레이오프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정희는 돼도 ‘노무현과 그들’은 결코 안 되기에 정파와 지역을 뛰어넘는 월경과 전향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화 25년에 유례가 없이 보수와 진보가 제각각 타도를 외치며 대동단결하는 사이, 18대 대선은 이제 정치에 관심 없거나 안철수에 실망한 약간의 소수를 빼고는 제3의 완충지대가 실종된 채 단 하나의 대치전선만 남게 됐다. “아무개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군소후보의 핏빛 발언에 섬뜩한 분노를 느끼는 자와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끼는 자만 존재하는 극한 대치의 진영 대결만이 남았다. 아마도 새 대통령은 득표율 50%를 넘길 것이다. 1987년 개헌 이후 5명의 대통령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출발선이다. 축복이다. 그러나 또한 저주다. 그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을 뿐인 게 아니라 똘똘 뭉쳐 결사적으로 거부한 절반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100% 대한민국’이나 ‘새정치 국민연대’ 같은 레토릭만으론 헤쳐갈 수 없는 도전이다. 노태우는 12%, 김영삼은 6%, 김대중은 27%, 그리고 노무현은 24%의 지지율(한국갤럽 조사)로 임기를 끝냈다. 현재 지지율 23%인 현 대통령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일주일 뒤 축복과 저주를 한데 거머쥐고 탄생할 새 대통령에게 미리 묻는다. 당신은 이 전례 없는 대동단결에 담긴 분열을 이겨낼 수 있는가. 5년 뒤 퇴임 때 더 큰 박수를 받을 자신이 있는가. 그 무거운 통합의 책무를 아는가. jade@seoul.co.kr
  • [유권자들이 본 대선공약] “투표할 것만 강조하지 말고 20대도 정치개혁 주체로 봐달라”

    [유권자들이 본 대선공약] “투표할 것만 강조하지 말고 20대도 정치개혁 주체로 봐달라”

    대학생들은 이번 대선에서 20대가 여야 후보들의 표심 경쟁에서 ‘도구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20대를 위한 공약에 인색한 대선 후보들이 20대에게 투표할 것을 강조하며 표만 가져가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희오씨는 10일 “대선 후보들이 정치 개혁과 쇄신을 말하면서 정작 20대에게는 ‘투표하는 유권자가 되라’고만 하며 수동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후보들이 20대를 정치 개혁의 능동적 주체로 봐주고 20대의 권리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대학생들은 “말로는 대선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실제로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20대의 가장 큰 문제”라는 기성세대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반론을 폈다. 한림대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순영(23·여)씨는 “대학생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에서는 부재자 투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투표 시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면서 “20대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투표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이나라씨는 “반값 등록금 타령만 하는데 그것만 해결해 준다고 우리가 뽑아주는 줄 아느냐. 화려한 공약으로 대학생들을 현혹하려 했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라면서 “20대 표심을 이번 대선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봤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인터뷰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이번 대선에 저마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황지용씨는 이번 대선을 ‘꿈’에 비유했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꿈을 펼칠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희오씨는 대선을 ‘예능’이라고 표현했다.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라는 곡을 TV 토론에 빗대 “‘정희’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근혜’와 그걸 지켜보는 ‘재인’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토론”이라고 개사한 것처럼 대선과 관련된 패러디물이 흥미롭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나라씨는 이번 대선을 ‘시범 경기’에 빗대 설명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로 그해 팀 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듯 대한민국 향후 5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정엽씨는 대선을 ‘수술’이라고 정의했다. “망가져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치료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이제 비가 와도 공부할 수 있어요”

    “이제 비가 와도 공부할 수 있어요”

    “새 학교가 지어져 이제 비가 내려도 걱정 없습니다.” 미얀마의 양곤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툰십 맹가이수 빌리지는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곳에서 한국의 시민단체인 ‘황사를 막는 사람들’(황막사)과 부동산개발업체인 ㈜우리토지정보가 ‘마더홈스쿨’을 지어주고 장학금과 학용품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마더홈스쿨은 미얀마 민주투사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민족동맹(NLD)의 국민 교육기관으로 전국에 10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라고 하지만 우리 시골의 허름한 창고 수준이다. 그나마도 200㎡도 안 되는 교실에서 수백명이 공부하는 ‘콩나물 교실’이다. 학용품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7월 개교한 ‘마더홈스쿨1’은 초·중·고교생 1200여명이 교실 하나를 두고 돌아가며 사용한다. 이날 문을 연 ‘마더홈스쿨2’도 벌써 학생이 250여명에 이른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카인소(13)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징검다리가 생겨 정말 반갑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를 잃었다는 한 여학생은 4㎞나 떨어진 마을에서 목발을 짚고 등교한다. 교사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다. 대학생인 산상주으(23·여) 교사는 “고향 후배들에게 지식을 나눠 주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라며 “좋은 학교를 지어준 한국 기업과 단체의 후원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양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몸이 커서 슬픈 탈옥수…벽에 끼여 굴욕

    몸이 커서 슬픈 탈옥수…벽에 끼여 굴욕

    세계 최악의 탈옥수? 한 탈옥수가 자신의 몸집은 생각지도 않은 채 좁은 구멍을 통해 탈출하려다 몸이 끼어 버린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브라질 고이아스의 한 감옥에 수감돼 있던 죄수 3명은 오랜 시간 공들인 결과 벽을 허물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이중 2명은 날씬한 몸을 이용해 이 벽의 구멍을 빠져나가는데 성공했지만, 라파엘 발라다오라는 이름의 ‘뚱보 죄수’는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약 112㎏의 몸집 때문이었다. 먼저 빠져나간 죄수 2명은 라파엘이 구멍을 통과하길 기다렸지만 그가 몸이 끼어 빠져나오질 못하자 먼저 몸을 피했지만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마치 코미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하반신은 벽 안쪽 방에, 상반신은 벽 바깥쪽 복도에 노출된 이 죄수는 굴욕적으로 “도와달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고. 교도소 관리자들의 비웃음 속에 간신히 구출된 그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경찰관계자는 “그는 고통 속에서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면서 “아마도 자신의 복부 사이즈를 과소평가하고 탈옥 구멍을 통과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하늘서 살아있는 불가사리가 뚝…원인은 ‘불가사의’

    하늘에서 불가사리가 ‘뚝’ 하고 떨어지는 믿기힘든 일이 벌어졌다. 최근 영국 이스트 서섹스에 위치한 작업실을 나서던 예술가 줄리 앤 길버트(39)는 무엇인가 하늘에서 뚝하고 머리에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발 아래 떨어진 물체를 본 길버트는 오싹할 정도로 더욱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떨어진 물체는 바로 바다에서 사는 불가사리였기 때문. 오렌지 빛깔의 이 불가사리는 심지어 살아있는 상태였다. 길버트는 “처음에는 누군가 던진 공에 맞은 것이라 생각했다.” 면서 “무엇인가 질척한 느낌이 들어 아래를 보니 불가사리가 떨어져 있었다.”며 황당해 했다. 이 상황을 함께 목격한 동료 소니아 카넬(45) 역시 “내가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기괴하고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며 웃었다. 현지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된 이 사건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어떻게 불가사리가 하늘에서 떨어졌느냐는 것이다. 이에대해 길버트는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불가사의” 라면서 “아마도 폭풍에 휩쓸렸거나 갈매기가 먹이로 삼기위해 물고 날다가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이어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진 불가사리는 다시 바다로 보냈는데 잘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인터넷뉴스팀    
  • [대선 첫 TV토론] 네티즌 반응…朴 멘탈 사라짐, 李 대통령 가능성 사라짐, 文 그냥 사라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대립이 도드라졌던 TV토론회에 대해 네티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박근혜 저격수’를 자청한 이 후보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이어져 토론회 중간에는 실시간 검색어 1~10위 모두 이 후보와 관련된 검색어가 차지하기도 했다. 토론이 끝나고 나서도 이 후보와 그가 말한 박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 ‘다카키 마사오’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검색어 1,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정희 한때 검색어 1~10위 차지 네티즌은 “박근혜:멘탈(정신)이 사라짐, 이정희:대통령 가능성이 사라짐, 문재인:사라짐”, “이정희:나는 잃을 게 없다, 박근혜:나는 읽을 게 없다, 문재인:나는 낄 때가 없다.”는 촌철살인의 평을 내놓기도 했다. 트위터 이용자 @mica****는 노랫말을 바꿔 “이정희 후보의 거친 발언과 불안한 그네 공주의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문재인,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토론”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다른 트위터리안 @rih**도 “세상에 대선 토론회가 아침 막장드라마보다 재밌을 줄이야. 지금 대선토론이 그렇다.”고 말했다. ●진중권 “李 80점 文 60점 朴 40점”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이정희 80점, 문재인 60점, 박근혜 40점”이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또 “문 후보는 차분하고 침착한 자세를 보여주었지만 야권 주자라면 다소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며 “그 역할을 이 후보가 맡아버리는 바람에 한편으론 토론을 쉽게 풀어간 반면 다른 한편으론 존재감이 가려진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위터 이용자 @djte****도 “TV토론 박 후보가 많이 힘들어 보였지요. 이 후보의 난타와 동문서답을 문 후보는 즐기고 있었지요. 염려 마세요. TV토론은 박 후보 대세에 영향 ‘무’”라고 주장했다. TV토론 룰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대통령 후보 첫 토론인데 1분만 묻고 1분 30초만 답하고 끝. 상대가 재질문 재반박 입도 뻥긋 못하도록 도대체 누가 정해놓고 꼼수를 부린 것인지”라며 “시간 안에 자유롭게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게 누가 못 박아 놓은 것인지 세상에 이렇게 한심한 대선토론 처음 봅니다.”라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주민 학살한 마약카르텔 조직원에 징역 448년

    주민 학살한 마약카르텔 조직원에 징역 448년

    중미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을 무참히 살해한 마약카르텔 조직원이 4세기 넘게(?) 징역을 살게 됐다. 4년 전 과테말라의 한 마을에서 주민을 학살한 마약카르텔 조직원에 징역 448년이 선고됐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사건은 2008년 11월 30일 과테말라의 아구아 사르카 마을에서 발생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인접해 있는 이 마을에 마약카르텔이 급습해 주민 17명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당국은 수사에 나서 멕시코의 초강력 마약카르텔 ‘로스 세타스’에 속해 있는 조직원 빅토르 우고 모랄레스 곤살레스를 체포했다. 이번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법정에 선 그에게 과테말라 사법부는 수학적(?) 공식으로 형량을 정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피해자 1인당 25년씩 총 425년, 여기에 총기류 및 폭탄류 불법소지 혐의로 23년을 더해 징역 448년을 선고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08년 학살사건은 마약카르텔 간의 싸움에서 비롯됐다. 경마도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두 조직이 싸움을 벌이면서 죄없는 주민 17명이 희생됐다. 체포 당시 곤살레스는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완전무장한 상태였다. 방탄조끼를 걸친 채 M16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곤살레스는 선고공판에 철모와 방탄조끼를 입은 채 입장했다. 사진=리버티언론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고속도로 옆에 축구장 4개 만한 ‘초대형 싱크홀’

    고속도로 옆에 축구장 4개 만한 ‘초대형 싱크홀’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하루아침 새 엄청난 규모의 싱크홀(Sinkhole)이 출현해 통행자들을 놀라게 했다. 허핑턴포스트,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도버(Dover)시 인근 고속도로 옆에 나타난 싱크홀은 축구장 4개를 합친 만큼의 엄청난 규모다. 이 같은 현상은 고속도로 주변에 있던 대규모 호수의 제방이 무너진 뒤 다량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지반이 무너져 생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오하이오 수송관리부서 담당자는 “이곳에서 16년을 일했지만 한 번도 이렇게 큰 싱크홀을 본 적은 없었다.”면서 “이러한 일은 흔하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담당자들도 매우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도 강한 물줄기가 스며들면서 지반이 붕괴돼 구멍이 생긴 것 같다.”면서 “더 정확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싱크홀에는 무너진 호수의 물이 채워져 있으며, 고속도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싱크홀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버시민인 제니퍼 스미스는 “싱크홀은 지반이 약하다는 증거 중 하나”라면서 “싱크홀이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파인 웅덩이를 뜻하며, 최근에는 도심의 지나친 지하개발로 지반이 약해져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주통신] 美대선 낙선한 미트 롬니 어떻게 지낼까?

    [미주통신] 美대선 낙선한 미트 롬니 어떻게 지낼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에게 패한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는 현재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일(현지시각) 미트 롬니(65) 전 대선 후보에 관한 장문의 동정 기사를 보도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다시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고 있다는 것. 사실 선거 기간 동안 그는 패배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던 관계로 낙담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측근들은 “그는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40대와 같다. 아마 승부사로 태어난 것 같다.”며 롬니의 성격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호 요원들도 다 철수했고 그 많던 스케줄도 사라졌으며 워싱턴 정가로부터 4000km나 넘게 떨어진 조용한 마을의 저택에서 유일하게 아이패드를 벗 삼아 이메일 등 각종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롬니보다도 그의 아내 앤(63)이 평소 즐기던 승마도 거의 하지 않는 등 낙선 충격이 더 큰 것 같다고 지인들은 말했다. 이번 추수감사절에 다소 많은 지인이 방문하여 앤은 직접 요리를 하지 못하자 인근 음식점에서 다량의 닭요리를 주문해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진=대선 패배 후 직접 자신의 승용차에 기름을 넣고 있는 미트 롬니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1984년 10월 16일 밤. 아홉 살 종선이는 세 살 터울 누나와 함께 부산의 한 파출소에 있었다. 아버지가 새 신발과 옷을 사주고,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도 본 날이었다. 한낮의 행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종선과 누나는 파출소 앞에 나타난 검은색 차를 타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도착한 곳은 복지원. 종선은 일련번호 ‘84, 10-3618’을 달고, ‘소대’로 불리는 숙소에 배정됐다. 그리고 지옥은 시작됐다. 복지원 생활은 군대 생활이나 다름 없었다. 군 출신이라는 원장을 정점으로, 명령 체계는 중대장과 소대장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하얀색 속옷, 트레이닝복, 검정 고무신으로 일년을 버텼다. 오후 8시 취침에 새벽 4시 기상. 일어나면 30분 안에 모든 소대원들이 세면을 끝내야 했다. 아침식사를 시작하는 6시까지 종선과 아이들은 군가를 부르며 구보를 했다. 식단은 일년내내 같다. 꽁보리밥에 시래기 된장국, 생선이 썩은 듯한 전어젓과 소금 뿌린 배추김치가 전부다. 이나마도 먹는 시간은 몇 분 정도다. 조장이 부를 때 순서 안에 들지 못하면 얼차려를 받았다. 바지 고무줄이 끊어져 흘러내리거나 소매 속에 손을 감추면, 시키는 것을 제대로 못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조장의 기분이 언짢으면 가차 없이 기합이다. 기합보다는 맞는 게 오히려 낫다. 명치나 복부를 맨주먹으로 후려치고, 무릎을 꿇린 채 손등을 허벅지에 대고 손바닥을 때려도 구타가 차라리 나은 이유는 ‘금방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세게 맞아 뼈가 부러지고 척추나 허벅지를 잘못 맞으면 장애인이 된다. 그러던 중 “네 누나 미친년 다 됐다.”는 말이 들렸다. 결국 누나는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았다. 누나는 정신이상자를 수용하는 신관으로 옮겨졌다. 면회가 허용되지 않아 병동의 높은 창문에 매달려 누나를 살폈다. 종선은 그때 성폭행 현장을 목격했다. 극악무도한 성폭행에서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자유롭지 않았다. 이곳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복지시설이었다. 12년 동안 운영되면서 공식적으로 3500여명이 수용됐고, 이 중 513명이 폭행·질병 등을 이유로 사망했다. 시신 일부는 해부용으로 거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잔혹소설인가. 한종선(37)씨가 1984~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실제로 겪은 일이다. 29일 전화통화에서 종선씨는 “전화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참혹한 시간이 남긴 상처와 치욕의 응어리를 짧은 통화로 풀어내긴 곤란하다는 의미다. ‘살아남은 아이’(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문주 펴냄)에 그는 ‘그 3년’을 글로, 그림으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20년 전 이야기인데도 마치 어제 당한 일처럼 묘사가 매우 세세한 이유를 묻자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몸에 새겨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1987년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가 형제복지원의 부패를 수사하면서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태가 백일하에 까발려졌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 쏠린 전국적인 관심도 잠시, 당시 권력층의 외압으로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살아남은 피해자들에게는 잊으려 애를 써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자신의 경험을 올린 종선씨는 “블로그에 쓸 때는 가급적 정제하려고 했다. 책에 담은 내용도 많이 순화시켰다. 있는 그대로 더 심하게 쓰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1부가 종선씨의 기억이라면, 2부 ‘괴물들의 대화’는 전두환 정권에서 행해진 통치자의 폭거, 민간인을 향한 야만적인 국가 폭력, 침묵의 카르텔과 되풀이되는 비극 등을 살핀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이자 한국예술종합대학 영상원 교수는 ‘짐승들의 우리와 그 바깥 인간의 시간’에서 1980년대 초 브리태니커 판매원이었다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김용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과 복지시설의 행태, 당시 사회상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전 대표는 지난여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홀로 시위를 하던 종선씨에게서 기억을 끄집어내 완성시키고 세상에 알렸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형제복지원과 침묵의 카르텔’에서 형제복지원 사건과 왜 이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 알아본다. 종선씨는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이 과연 나랑 상관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일을 당하고 난 뒤에 목소리를 내면 이미 늦다. 상처는 평생 가기 때문이다. 앞서 끔찍한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방관하는 순간 공모자가 될 수 있다.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바꿔보자’거나 ‘갈아 엎어버리자’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폭력 속에서 잊혀진 인권을 환기시키는 기회로,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 1만 4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풀뿌리 문화와 한국인의 시 창작 열기

    [최동호 새벽을 열며] 풀뿌리 문화와 한국인의 시 창작 열기

    지난 13일 중국인민대학에서 열린 ‘번역가로서의 시인’이라는 국제세미나에 다녀왔다. 세계 10여개 나라에서 온 시인 번역가들과의 만남은 서로 다른 감성을 지닌 문인들과의 대화라는 점에서 세계문학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크로아티아에서 온 시인 키린과의 대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미 한국의 유명한 시인들을 알고 있었고, 한국인들의 남다른 시 창작 열기 또한 알고 있었다. 70대 여성이 시 창작 강좌에 나가는 영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아마도 이창동 감독의 ‘시인’이라는 영화를 봤던 모양이다. 한국에는 등단 시인만 대략 6000명이고, 자천타천 시인들을 합치면 그 몇 배가 될 것이며, 시인이 되려고 시 창작에 매진하는 사람들까지 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하자 놀라는 한편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16일 수원에서 있었던 시 창작 강좌에 갔다. 행궁동 옆에 있는 남창동 주민들의 요구로 필자가 몇몇 시인들과 함께 무료로 개설한 강좌였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었건만 시 창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60여명이나 참석했다. 수원뿐 아니라 경향 각지에서 멀다하지 않고 모여든 분들이었다. 직업이나 연령층도 다양했다. 개중에는 중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지냈거나 현직에 있는 분들도 있었다. 한 70대 할머니는 노래를 통해 시를 쓰고 싶다면서 시와 노래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했다. 강좌의 정점은 뒤풀이에 있었다. 동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음식을 장만해 참가자들을 대접하는 것이었다. 마치 마을의 축제와 같은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수원 화성에서 남문으로 향하는 남창동 사이의 옛길을 문화의 거리로 만들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었다. 수강 인원을 40명으로 묶었으나 더 늘려 달라, 대기 인원에라도 넣어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일주일 뒤인 23일 열린 맹문재 시인의 특강에는 44명이 참석해 2시간 넘게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미 많은 시인들이 활동하고 있건만 아직도 한국에는 좋은 시를 쓰고 싶고 문단에 등단해 공식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시인 지망생들이 넘친다. 분명 한국인들이 지닌 남다른 에너지의 발현일 것이다. 지난 10월 중순 학회에 참가할 일이 있어 시애틀을 방문했다. 미국의 입국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소문 나 있는데 다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친절하고 친근한 심사관의 태도에 당황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한국이 최고라고 했다. 아마도 한류문화의 스타들이 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섰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경험하고 있는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가 한국인들이 지닌 예술적이며 시적인 열정의 산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한국인에게 경비원이 다가와 한국에서 이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냐고 물으면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고 들었다. 한국인의 열정과 재능이 집약된 것이 스마트폰이며, 인간의 감정을 고도의 언어로 집약시켜 표현하는 것이 시 창작이라고 생각해 본다. 최고도의 집약적 언어가 시라면, 첨단기술이 집약된 것이 스마트 폰이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기 전 한국인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열정과 속도감은 이제 한국을 세계 최첨단의 일류 국가로 부상시키는 역동적인 힘이 되고 있다, 이를 더 멀리 더 높게 가져가려면 밑뿌리로부터 우러나오는 문화의 지층이 다져져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이에 호응하는 헌신과 봉사는 한국의 풀뿌리 문화 지층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문화행정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그리고 안에서 밖으로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문화운동을 통해 지역문화가 활성화될 때 내일의 한국은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창조적 선진국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이라 믿는다.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시인
  • 도굴단 조사하다… 0.8%만 탐사했는데 국보급 와르르

    도굴단 조사하다… 0.8%만 탐사했는데 국보급 와르르

    국내 해양 유물 발굴은 주꾸미와 도굴단이 늘 앞장서서 이끌어 주고 있다. 이번 전남 진도 오류리 해역의 수중 발굴 조사도 지난해 11월 검거된 문화재 도굴단이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도굴단은 ‘청자양각연지수금문방형향로’(靑磁陽刻蓮池水禽文方形香爐) 등 청자 34점(약 45억원 상당)을 2009년부터 도굴하다 덜미가 잡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수사 기록을 확보하고 오류리로 출동해 올해 9월 긴급 탐사를 벌였다. 10월부터 한 달 반 정도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지를 450×200m 구역으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10×10m 작은 구역으로 나누었다. 조사 대상지의 0.8%만 발굴했는데 12~13세기에 제작된 최상급 청자 3점과 1588년 제작돼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1597년 명량대첩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총통 3점 등 모두 92점의 유물을 건져냈다. ‘보물선의 요람’이라는 충남 태안 마도 앞바다처럼 장기 발굴을 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수중 발굴에서 닻돌이 9점이나 확인돼 갯벌 아래에 침몰한 고대 선박이 묻혀 있을 가능성도 높다. 문환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과장은 28일 “울돌목의 물살이 4노트(1노트=시속 1852m)까지 빨라지는 곳이라 침몰한 배들이 오류리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강진에서 만든 청자 수만 점을 실은 배들이 개성이나 강화도로 가다 침몰했다면 엄청난 도자기들을 발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순신이 명량대첩에서 왜선을 울돌목으로 유인해 대승을 벌인 것도 빠른 물살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추가 해저 발굴에서 일본의 조총이 한 자루라도 발굴된다면 소소승자총통이 명량대첩에서 사용됐다는 것을 확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에 발굴된 석제 포환의 존재도 명랑대첩의 유물일 가능성을 한껏 높여준다. 임경희 학예연구사는 “소승자총통은 사정 거리가 200보(120m)정도지만 개량형인 소소승자총통은 총구가 더 좁아 사정거리도 멀 것으로 추정되며 전쟁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인문학 강의의 기적/임태순 논설위원

    독일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1944년 성탄절과 이듬해 1월에 유독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원인 규명에 나선 정신의학자 빅터 E 프랭클은 ‘집단적 실망’이 대량 사망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당시 수용소에는 성탄절이 되면 연합군이 진격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런데 기다리던 12월 25일은 물론 다음 날이 되어도, 해를 넘겨도 연합군이 오지 않자 희망을 잃어 버린 유대인들이 발진티푸스에 맥없이 무너져 줄줄이 죽어갔다. 이처럼 인간은 마음을 놓아버리면(mindless) 한없이 약하고 무기력한 존재가 되지만 반대로 정신을 놓지 않으면(mindful) 어떠한 고난과 시련, 병마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힘을 갖는다. 경기도 화성의 한 운수회사에서 실시한 인문학 강의가 놀라운 효과를 가져와 눈길을 끌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셀프 리더십’, ‘연탄길 이철환 작가의 인문학 강의’ 등 강좌를 한달에 2시간씩 한 차례 들었을 뿐인데도 교육이 이루어진 4~7월에 평소 1~2건에서 5~6건 일어나던 교통사고가 신기하게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회사 측은 강의가 기사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남에 대한 배려감을 갖게 해 사고가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한다. 기사들도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다 보니 과속을 안 하게 된다고 맞장구를 친다. 최근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TV에서 행복학 강연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행복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그리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24위로 중하위권에 처져 있으며, 최근 한 보험회사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50대 10명 중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자가 6명이나 될 정도로 ‘불행공화국’이다. 삶에 대한 마음을 놓다 보니 하루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8년째 고수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은 생에 대한 만족감,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파트나 자동차 크기 등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만남, 소통 등 경험의 공유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행복감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너무 물질적 만족에 마음을 빼앗겨 왔다. 인문학은 문학·철학·사학을 버무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일깨워주고 인생을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문학을 충전해 황폐해진 우리들의 인성을 치유할 때도 됐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드라마로 날아서 영화도 쏜다

    드라마로 날아서 영화도 쏜다

    드라마나 영화 한 편도 제대로 성공하기 어려운 요즘, 두 장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쌍끌이 흥행’에 성공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쌓은 폭넓은 인지도를 영화 흥행에 십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올해 연예계에 ‘쌍끌이 효과’를 일으킨 스타들을 살펴봤다. ● 송중기, 한가인, 소지섭, 김수현 ‘쌍끌이 스타’ 누가 뭐래도 올해 가장 성공한 ‘쌍끌이 스타’는 바로 송중기다.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섬세한 감성 연기를 펼치며 주가를 올렸다.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시기에 영화 ‘늑대소년’이 개봉하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선보인 순정적인 멜로 연기가 영화에서 대사 한 마디 없지만 순수한 사랑을 하는 늑대소년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생방송이나 다름없이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에 인터뷰 등 영화 홍보 일정에 차질을 빚어 발을 동동 구르던 제작사도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이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주로 10~30대에 머물렀던 송중기에 대한 인지도가 드라마를 통해 40~50대로 넓어지면서 중·장년층이 대거 극장에 몰렸고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는 밑거름이 됐다.”면서 “드라마에서의 연기력 호평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만난 송중기는 드라마와 영화의 쌍끌이 흥행에 대해 “드라마의 강한 멜로적인 분위기가 첫사랑을 강조한 영화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영화 흥행에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건축학 개론’을 3~4번이나 볼 정도로 좋아했는데, ‘늑대소년’이 ‘건축학개론’을 넘어 멜로 영화 역대 1위가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회사원’으로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소지섭도 개봉 전 종영한 드라마의 덕을 톡톡히 봤다. MBC 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실패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그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은 SBS 수사극 ‘유령’에서 호연을 펼쳐 신뢰도를 회복했고 두 달 뒤 개봉한 감성 액션 영화 ‘회사원’에서 원톱 주연으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했다. 그런가 하면 상반기에는 여배우 한가인이 ‘쌍끌이 흥행’을 주도했다. 결혼 후 뚜렷한 흥행작이 없던 한가인은 오랜만에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안방극장에 복귀해 시청률 40%를 넘기며 왕년의 인기를 회복했다. 그녀는 드라마 종영 한 주 뒤에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8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에서 멜로 영화로는 드물게 관객 410만 명을 동원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대중의 인지도와 언론의 관심을 높인 것이 영화 흥행의 버팀목이 됐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김수현도 빼놓을 수 없다. 상반기 ‘해를 품은 달’의 주인공 이훤 역으로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인기를 누린 김수현에 대한 관심은 8월 개봉한 영화 ‘도둑들’로 이어졌다. 드라마가 뜨기 전 계약한 탓에 촬영분이 많지 않았지만, 제작진은 그가 나오는 장면을 십분 활용해 홍보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결국 10~20대 팬들이 대거 극장으로 몰리면서 연령층의 다양화는 ‘도둑들’이 1300만 관객을 기록하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현빈이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히트를 치자 배급사를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던 영화 ‘만추’의 개봉일이 갑자기 잡힌 것이나 문채원이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 출연하던 중에 영화 ‘최종병기 활’이 개봉하면서 흥행을 일군 것도 손꼽히는 사례다. ‘최종병기 활’의 배급을 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드라마 초반 여주인공 문채원이 연기력 논란에 휘말려 영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논란이 사그라지고 두 작품 모두 사극인데다 단아하지만 당찬 이미지의 캐릭터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흥행에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쌍끌이 스타’ 많아진 이유는? 이처럼 드라마와 영화에서 쌍끌이 흥행을 하는 스타들이 많아진 것은 제작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배우들은 활동을 재개할 때 기간이 오래 걸리는 영화 촬영을 먼저 마친 뒤 후반 작업을 하는 동안 드라마 촬영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예 소속사의 관계자는 “영화의 크랭크 업과 동시에 영화 쪽에서 조금씩 홍보가 흘러나오면 새 드라마도 힘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전 제작 기간을 포함해 5~6개월 드라마를 촬영하고 나면 후반작업이 끝난 영화의 개봉시기와 맞물리면서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영화 홍보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영화 흥행과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작과 상반된 이미지이거나 작품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거꾸로 영화 흥행이 드라마 흥행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제한된 관객에게 상영되는 영화보다 2~3달 동안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드라마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쉽기 때문”이라면서 “영화만 하는 배우들의 인지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점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영화 ‘완득이’로 530여만명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둔 유아인은 드라마 ‘패션왕’에서 처음 주인공 역할을 꿰찼지만 시청률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국민 첫사랑으로 스타덤에 오른 수지도 곧바도 KBS 드라마 ‘빅’에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됐지만 영화와는 상반된 천방지축 이미지로 시청률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과거에는 TV 드라마로 성공한 뒤 영화 쪽에서만 경력을 쌓는 배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TV 드라마로 대중과 거리감을 좁힌 뒤 영화로 ‘U턴’해 동시 흥행을 노리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연가자로서의 명성을 회복한 뒤 영화 ‘베를린’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석규나 현재 SBS 드라마 ‘대풍수’에 출연 중인 지성이 다음 달 로맨틱 코미디 ‘마이 PS 파트너’로 스크린 흥행을 노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TV 드라마의 흥행은 인지도를 높이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는 되지만 작품성까지 커버할 수는 없다.”면서 “지나치게 스타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흥행의 불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연평도 포격 2년] 섬 곳곳 주택개량 한창… 연습 포성에도 당시 공포에 몸서리

    [연평도 포격 2년] 섬 곳곳 주택개량 한창… 연습 포성에도 당시 공포에 몸서리

    “그래도 대대로 살아온 이곳이 좋지요.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까 두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갈 데가 없지 않습니까.”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포격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이곳 주민들은 김장을 하고 굴을 캐는 등 생업에 열중하면서 겨울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포격 이후 육지로 피란 나와 “다시는 연평도에 들어가기 싫다.”며 인천시에 정주할 곳을 요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포탄에 집이 날라가 연평초등학교에 임시로 마련된 조립식 목조주택에서 머물다 지난해 말 새로 지어진 자택으로 돌아온 김모(57·여)씨는 “‘예전처럼 섬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십년 넘게 삶의 터전이었던 섬을 떠날 순 없었다.”면서 “시간이 약인지 새집에 들어온 뒤 예전 생활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의 주민등록 인구는 포격 당시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22일 현재 2065명으로 2010년 1756명보다 300여명 증가했다. 장흥화 연평면 부면장은 “순수한 거주민이 늘어났다기보다는 군부대 증원으로 군 간부 가족들이 연평도로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을은 한눈에 보기에도 산뜻해져 있었다. 포격으로 파손돼 새로 지어진 32채 외에도 180채의 노후주택이 리모델링되었기 때문이다. 50채는 주택개량이 아직 진행 중이다.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은 정부지원금과 자부담 8대2 비율로 개량할 수 있다. 이 밖에 통합 초·중·고교, 상가, 숙박업소의 신축이 한창이어서 마치 마을이 공사현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중장비의 굉음이 들린다. 외지서 500여명의 공사인력이 몰려드는 바람에 여관·민박집의 방도 동이 났다.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신축되는 통합학교 건설현장에서 만난 최모(42)씨는 “우리도 공사장 인부 수를 잘 모를 정도로 공사인력이 많다.”면서 “숙박업소가 꽉 차 가정집 방을 빌려 잠을 자고 있다.”고 밝혔다. 포격 2주년을 맞아 23일 준공되는 안보교육장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안보교육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34㎡ 규모의 안보교육관과 피폭가옥 3채로 구성된다. 피폭가옥은 포탄을 맞아 철저히 부서진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는데 앞에는 ‘포격 1∼2분 전까지 사람이 있던 집입니다’라는 팻말을 붙여 놓아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 지붕은 포격에 날아갔는지 앙상한 철골 뼈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그을린 가스통, 종잇장처럼 구겨져 나뒹구는 가재도구는 그날의 참상을 말해주는 듯했다. 연평도를 상징하는 꽃게잡이는 지난달 중순 이후 조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꽃게 수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이달 말까지 예정된 가을철 조업이 중단되고 지금은 바다에 나가도 어구 수거작업을 하는 정도라고 한다. 선주인 유모(50)씨는 “봄에는 꽃게가 많이 잡혔어도 크기가 작아 제 값을 못 받았는데 가을에는 그나마도 나오지 않아 올해 꽃게농사는 엉망”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부둣가에 나가 5만원의 일당을 받고 그물에서 꽃게를 떼내는 작업을 하던 주민들도 덩달아 돈벌이를 못하고 있다. 가을조업이 시작된 9월 이후 두 달간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87만 820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량 감소했다. 어획고도 56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었다. 마을 여성들은 연평도 인근 갯벌에 나가 굴을 캐 그런대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조금’ 때라 오후에 나가 서너 시간 굴을 캐면 하루 7만~8만원을 벌 수 있으니 제법 짭짤한 돈벌이인 셈이다. ‘거문여’로 불리는 곳에서 만난 김모(73) 할머니는 “하루 6㎏ 정도의 굴을 캐는데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안정적이지는 못하다.”면서 “그래도 하루 3만 7000원 받는 취로사업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복귀한 뒤 대체로 일상적인 삶을 찾아가고 있지만 잠재된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연평도에 주둔하는 군이 사격연습을 하면 2년 전의 악몽이 떠올라 놀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민모(50·여)씨는 “며칠에 한 번씩 포소리가 들릴 때마다 군부대 연습이려니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밖에 나가보곤 한다.”면서 “면사무소에서 사전에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방송을 하지만 못 들을 때가 많다.”말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불시에 연평도를 방문했을 때는 갑자기 헬기들이 섬에 들이닥쳐 놀란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강박증과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옹진군은 정신건강 전문의 등 의사들을 주기적으로 연평도에 보내 우울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에게 상담과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병문 연평초등학교 교장은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지만 상처가 완치된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유관 부처와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연평도에 2박 3일 머물면서 느낀 것은 섬 사람들의 마음이 삭막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웃끼리 왕래나 대화가 포격 전보다 줄어들었고 대화를 하더라도 깊은 얘기는 되도록 삼가는 분위기다. 외지 사람들이 말을 붙이기는 더욱 힘들다. 지난 10여년간 6차례나 연평도를 찾았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박모(53·여)씨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포격사건 이후 이웃끼리 덜 친하게 된 것 같다.”면서 “어쩌다 이웃과 얘기를 나눠도 깊이 있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왔지만 이곳에서는 정치나 대선 후보들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모(56)씨는 “지난번 대선 때만 해도 누가 낫느니 하면서 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정말 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전제한 뒤 포격으로 부서진 집 신축이 주민 간 반목의 원인이 되었다고 귀띔했다. 전에 허름했던 집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말끔한 양옥으로 단장되자 이웃들이 시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민들 간에는 ‘로또를 맞았다’는 빈정거림도 나왔다. 실제 집과 창고가 신축된 주민은 “이웃의 눈총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인심이 흉흉해진 데에는 당국에 대한 불만도 작용하는 것 같다. 성조차 밝히기를 거부한 주민은 “포격사건 이후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발표해 섬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폭격 맞은 집이 새집으로 된 것 말고는 좋아진 것이 없다.”고 비꼬았다. 주민들은 가정용 보일러에 쓰는 기름에 대해 면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 등유가 드럼당 39만원인 것에 비해 면세유는 21만원에 불과해 면세유를 공급받을 경우 생활비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모(54)씨는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지만 정부가 주민들에게 정주환경을 보장한다며 섬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으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민 1인당 월 5만원의 정주생활지원금이 지급되지만 생활에 큰 보탬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주민들은 나아가 의료시설과 생활편의시설 부족을 하소연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00명이 넘어 보건소 만으로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국이 섬에 작은 병원이라도 하나 세워주거나 주민이 군부대 의무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모(51)씨는 “목욕탕 하나 없어 목욕을 하려면 인천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주민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섬에 살라고 하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내재된 불안과 불만, 포격 2주년을 맞은 연평도의 현주소다. 연평도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기고] 안전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이다/이주영 안전보건공단 문화홍보실 부장

    [기고] 안전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이다/이주영 안전보건공단 문화홍보실 부장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중국집 메뉴판 앞에서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만한 고민이다. 짬짜면이라는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는 곤란한 선택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짜장면을 선택하자니 짬뽕이 아쉽고, 짬뽕을 선택해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에서는 선택의 문제를 ‘기회비용’으로 설명한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한 가지를 선택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한 가지의 가치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선택에서부터 몇 날 며칠 고민이 필요한 결정까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택의 판단기준은 기회비용의 크기다. 누구나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보다 만족이 큰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 큰 후회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전’이다. 우리는 종종 ‘안전’을 외면하고 ‘위험’을 택한다. 물론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만만찮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사고는 안전에 대한 잘못된 선택의 결과다. 일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터에서는 9만 3000여명이 다치고, 2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일 250명 이상이 부상하고, 6명이 사망한 셈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도 18조원이 넘는다. 비약해서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안전을 외면한 대가로 치르고 있는 기회비용은 해마다 10만명 가까운 재해자 발생과 1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매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잘못된 선택이 반복될까? 아마도 위험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위험이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단지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일터에서 주로 발생하는 사고는 떨어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끼이거나, 날아온 물체에 맞는 등 5가지 유형이다. 단순한 사고유형이다. 산재통계를 보면 재해자 10명 중 7명이 이상의 5가지 유형에 의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이들 재해는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준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안전은 물이나 공기처럼 항상 우리 주위에 함께 존재해야 할 가치이며 행복한 삶을 위해 기본이 되어야 할 원칙이다. 안전은 생명·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때문에 안전은 경제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다. 위험의 기회비용인 안전의 가치는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안전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인식, 행동의 전환이 필요하다. ‘설마’ 하는 안이함, ‘눈 감고도 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 이제 일터에서나 일상에서나 주변의 위험을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또 안전 앞에 늘 겸손하자. 나와 동료, 가정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 작은 것부터 안전을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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