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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국제화 등 견해차 좁혔지만 재발방지책 이견 여전

    국제화 등 견해차 좁혔지만 재발방지책 이견 여전

    남북한은 22일 개성공단에서 제5차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문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수정안과 재수정안을 주고받는 등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재발방지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양측은 25일 6차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일부 협의가 진전된 부분도 있었지만 좀 더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방지 부분에 대한 입장 차가 가장 크다. 우리측은 재발방지 보장을 위해 북측의 확고한 약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이날 제도적 보호장치 문제를 논의할 별도의 기구를 마련할지를 놓고도 논의를 진행했다. 김 단장은 “이 문제는 제도적 보상장치 항목에 포함할 수도 있고 따로 갈 수도 있다”며 “어떤 기구가 필요한지, 어떤 내용을 할 것인지 (북측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에만 두 차례 전체회의를 여는 등 남북은 2~4차 회담에서 ‘밀린 진도’를 서둘렀다. 오전 10시 제1차 전체회의에서 남측은 지난 3차 회담(15일)에서 북측이 제시한 합의서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낮 12시부터 열린 2차 전체회의에서 북측은 재수정안을 제시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 김 단장과 북측 단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이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김 단장은 회담 전망과 관련,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남북이 국제화 문제 등 일부 항목에서는 견해차를 좁혔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6차 회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회담은 출발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측 대표단이 북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자 북측 관계자들은 소지한 책도 검색하는 등 한층 강화된 형태의 짐 검사를 했다. 회담에 앞서 박 부총국장이 먼저 “날씨가 점점 어두워지는데 회담을 잘해서 어둠을 걷어내자”고 건넸다. 이에 김 단장은 “장마도 있지만 때가 되면 맑은 하늘 아래 곡식이 익는 철이 올 때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회담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김 단장과 박 부총국장은 선문답처럼 날씨에 빗댄 입씨름을 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부산① 해운대 어데까지 가봤노?

    부산① 해운대 어데까지 가봤노?

    ‘해운대’라는 이름에 오버랩되는 백사장과 파라솔의 향연 말고, 즐비한 횟집과 술집, 으리으리한 호텔들로 병풍을 둘러친 거리 말고, 해운대 어디까지 가봤나요? “이것 한번 잡숴봐” 해운대시장 해운대 앞 대로로 5분 정도만 걸어 나오면 왼편의 한 골목을 자치하고 있는 재래시장이 나온다. 규모는 작지만 ‘부산스러운’ 시장의 느낌만은 오롯한 곳. 골목 끝에 자리한 손바닥만한 공간의 수선집이나, 우뭇가사리 묵을 콩국에 말아 후루룩 먹고 떠나는 시장 상인의 모습에 정감이 넘친다.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이 극찬했던 선술집 ‘봉자네’는 지역 토박이들도 손에 꼽는 애주가들의 방앗간. 값도 싸지만 인심도 푸근해서 자주 찾는 곳이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394-193 문의 051-746-3001 한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득 채우는 파라솔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축제가 끊이지 않는 해운대는 밤이건 낮이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언제나 생생한 기운으로 와 닿는 곳이었다. 으리으리한 건물들과 잘 짜여진 도시의 면모는 몇년 전 해운대 방문 때보다 더 화려해졌다. 호주의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했다는 영화의 전당, 번쩍번쩍 눈이 부신 센텀시티의 건물들, 해운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모습이었다. 사람과 건물이 넘쳐나는 도시. 그러나 센텀시티의 높은 건물들을 쿨하게 지나친 차는 해운대해수욕장도 송정해수욕장도 아닌 복작복작한 시장, 혹은 호젓한 소나무 숲길, 작은 포구 마을에 멈춰섰다. 방금 전까지 건물이 빽빽한 도심 속을 달려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무언가. 정말 해운대의 모습이 맞단 말인가. 내 편견을 깨 버린 해운대가 거기 있었다. 해운대포구여행 부조화 속의 조화, 삼포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는 와우산 자락에 위치한 삼포. 그중 청사포다. 등 뒤로 도시의 번잡함을 외면한 마을에는 멀리 등대 두 개, 횟집과 조개구이집 그리고 이국적인 카페가 한풍경을 이루고 있다. “여기가 내가 처음 부산에 와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곳이에요.” 동행한 해운대구청 박영희 주무관의 말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포구의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에 빨갛고 하얀 등대 두 개가 화룡점정이다. 옛날에는 횟집밖에 없었다는 이 작은 어촌마을은 그래서인지 요즘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라고. 횟집 사이에서 별스러움을 뽐내는 카페는 한편으론 이상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부산에 왔다면 청사포 조개구이를 먹어 봐야 한다. 사실은 이곳에는 횟집이 더 많았었지만 언젠가부터 조개구이집이 유행처럼 늘어났다. 청사포 왼편으로 늘어선 조개구이집들은 밤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자글자글 조개 굽는 재미에도 그렇겠지만 달빛 은은한 어촌 마을 밤 풍경이 발길을 유혹하지 않았을까! 또 다른 포구인 구덕포는 송정해수욕장의 오른편에 자리한 어촌마을. 듬성듬성 앉은 나지막한 집들과 홀로 생뚱맞게 자리를 잡고 있는 높은 건물…. 레저를 즐기는 사람도 많고 자동차들도 많은 송정해변과 더욱더 비교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바라보니 구덕포는 송정해변과 해변 끝에 있는 죽도 공원까지 한눈에 보일 만큼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레저 관광을 테마로 구덕포 한 쪽에 해양레저콘트롤하우스를 짓는 중이라고. 사람이 많이 찾는 포구를 찾는다면 단연 미포다. 미포 가는 길은 울산과 부산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이 지나가는 철로를 끼고 있어 기차 건널목 특유의 표식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곧 신시가지로 철로가 옮겨가지만 아직까지는 철커덩철커덩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마음이…>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이용되었고 덩달아 관광객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포로 접어들어 포구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들과 배가 한눈 가득 들어온다. 오륙도로 떠나는 유람선과 고기잡이배, 노점을 펼쳐놓은 할머니, 복잡하지만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 고스란히 눈 안에 맺혔다. 달맞이고개 탐방 밤에도, 낮에도, 언제라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을 향해 만을 따라가는 달맞이길에는 여기저기 멋진 장소와 풍경이 자리했다. 오래 전부터 부촌이었던 이곳엔 갤러리들, 스튜디오와 레스토랑 등이 길 안쪽에 빼곡하다. 언덕 초입에 있는 갤러리 몽마르트르의 박덕남 부관장의 말에 따르면 갤러리 방문객이 한 달 평균 200~300명에 달한다고. 맥화랑의 장영호 대표 또한 사람들이 운동복을 입고도 갤러리를 찾아온다며 갤러리가 친숙해지는 것 같아 기쁘단다. 그래서 더 다양한 전시와 강좌를 준비하며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런 변화는 갤러리 자체의 노력도 있겠지만 해운대구가 달맞이길에 10년에 걸쳐 나무데크 인도를 설치한 것도 그 영향이 크다. 올해 3월 완공한 이 길 덕분에 산책 삼아, 운동 삼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달맞이길 아래로 총 2.2km의 산책로를 만들어 달빛을 받으며 걷는 ‘문탠로드’를 개발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름에 걸맞게 밤 11시까지 불을 밝혀 숲길임에도 늦은 밤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달맞이길에서는 해운대구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들도 많다. 그중 해월정은 달맞이 고개 언덕 위에 있는 팔각정으로 공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길목에 위치해 찾아오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2005년 APEC 개최 기념으로 세운 해마루도 있다. 언덕 꼭대기에 자리해 탁 트인 바다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달맞이 고개를 넘어 송정해수욕장의 끝 죽도공원에 있는 송일정까지 길따라 차례로 만나게 되는 이 세 곳의 팔각정에서는 오륙도는 물론, 날이 맑으면 대마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좀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달맞이고개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찾는 것도 좋다. 유리외벽으로 전망이 좋아 친구나 연인끼리 많이 찾는 메르씨엘 레스토랑뿐 아니라 길을 따라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서 있어 다양한 맛의 커피도 즐길 수 있다. 글 차민경 기자 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해운대구청 www.haeundae.go.kr ▶travie info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서머 패키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Summer Fun+패키지’를 운영한다. 숙박객들은 아이리얼 파크,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 부산시티투어버스 중 하나를 즐길 수 있다. 2박 이상일 경우 케이크 만들기, 샌드위치 만들기 등의 실내 프로그램과 야경코스를 돌아보는 ‘달을 향해 하이킥’, 이기대-오륙도를 트레킹하는 ‘오륙도 상륙작전’, 태종대를 둘러보는 ‘왕의 정원을 찾아라’ 등 야외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이용할 수 있다. 야외 프로그램은 체험 프로그램 전담팀 FaCeFun, Activity, Cool, Entertainer가 동행해 체험을 돕는다. 가격 객실 22만~51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해운대 해변을 이용할 때 파라솔과 선베드, 즉석카메라를 선착순으로 대여해 준다. 문의 051-749-7001 www.echosunhotel.com 반짝반짝 빛나는 티파니21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 것과 바다 위에서 육지를 보는 것은 사뭇 다르다. 특히 저녁시간, 불빛이 반짝이는 광안대교를 먼 바다에서 즐기는 것은 압권이다. 높이 솟은 센텀시티는 낮보다는 밤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티파니21은 하루 네 번 운항한다. 투어는 시간대에 따라 런치·쿠키·디너·나이트로 나뉘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항로는 비슷하지만 런치·쿠키 투어에는 오륙도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 요금 런치(낮 12~2시) 6만6,000원, 쿠키(오후 3시30분~5시) 4만4,000원, 디너(오후 7~9시) 9만9,000원, 나이트(밤 10시~자정) 7만7,000원. 문의 1577-7721 www.coveacruise.com ●mini interview┃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 서미희 대표 바람을 부르는 바다 “송정이 얼마나 좋은 서핑포인트인데요.” 송정 최초의 서핑학교인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의 서미희 대표는 말했다. 파도가 아주 높은 곳은 아니지만 중급자나 초급자에게 이만한 바다도 없다고. 보통 서핑 하면 외국만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송정은 동해와 남해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여름에도, 겨울에도 바람이 계속 불어 1년 365일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실제로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하지 않았는데도 송정 바다에서는 서핑,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미희 대표는 우연히 송정바다에 들렀다가 서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을 보고 송정의 가치를 발견한 뒤 17년째 송정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서핑이 자주 방송에 노출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서미희 대표가 운영하는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에서는 서핑강습뿐만 아니라 장비 일체를 대여해 준다.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주소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동 711-9 문의 051-704-0664 surfschool.co.kr
  • 임진왜란 승전은 소나무 덕분?

    임진왜란 승전은 소나무 덕분?

    신목(神木). 민간신앙에서 ‘신령이 강림하여 머물러 있다고 믿는 나무’를 뜻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는 소나무를 한반도 수호신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얘기다. 소나무야 오래전부터 한국인에게 그 어떤 나무보다 친근한 나무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무로, 전체 산림 면적의 27%를 차지한다. 혹한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과 옹골진 자태는 강인한 기백과 지조의 상징으로 즐겨 회자됐다.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에는 못 들어도 추운 계절의 세 벗인 ‘세한삼우’(소나무, 매화, 대나무)로 사랑받아왔다. 그런데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소나무가 조선을 구했다는 것이 저자인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나아가 소나무에 대한 이해가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까지 강조하니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소나무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기로서니 어떻게 조선의 생명을 지킨 주역으로까지 격상시킬 수 있을까. 먼저 저자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남 창녕의 화왕산 인근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농사에 대한 애정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접목시켜 중국농업경제사를 전공했다. 이후 인문학과 식물, 특히 나무를 결합하는 공부에 몰두해 ‘세상을 바꾼 나무’‘나무 열전’‘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등 나무로 역사와 문화를 읽는 저술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역사학자이자 나무 연구가인 저자가 소나무와 한반도, 그중에서도 조선의 역사에 얽힌 인연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결과물이다. 시작은 소나무로 만든 전함에 대한 관심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검토하던 저자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왜구가 한반도에 출몰한 이유 중 하나가 소나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내용이었다. 세종 3년(1421) 8월 24일 일지를 보면 전라도 관찰사가 임금에게 왜선 한두 척이 해도에 드나든다고 보고하면서 그 까닭으로 왜구가 소나무로 만든 배를 노리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을 통해 저자는 신라때부터 한반도를 위협하는 존재였던 왜구가 조선 양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한편으로 소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병선을 호시탐탐 노렸음을 처음으로 조명하고 있다. 소나무로 만든 조선의 전함은 왜구의 침략에 대비한 조선 왕조의 핵심 국토방위 전략이었다. 일본 병선과의 성능 비교와 개선 노력은 조선 전기 내내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그러나 선박관리 소홀과 담당자들의 비리, 목재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폐로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소나무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조선은 2, 3차 대마도 원정을 통해 왜구를 선제 제압하기도 했으나 삼포왜란, 을묘왜변 등을 겪으며 왜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이어갔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국가 최대의 위기였다. 저자는 임진왜란을 ‘조선의 거북선과 일본의 안택선 간의 싸움’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거북선이 승리한 이유로 전함의 재료인 소나무의 우수성에 주목했다. 왜군의 주력 함선인 안택선은 빠른 속도가 장점이지만 소나무보다 재질이 무른 삼나무로 만들어져 거북선과 충돌시 쉽게 부서졌다. 왜구 침입에 맞서기에 조선의 병선 체제는 충분치 못했다. 하지만 소나무라는 우수한 선박 재료, 전술적 우수성을 지닌 거북선과 판옥선, 그리고 뛰어난 전략과 리더십으로 해전을 진두지휘한 이순신 장군이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막강한 병력의 일본 수군에게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책은 이 밖에 조선시대 소나무의 쓰임과 남용 사례 등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왕가의 관곽 제작과 궁궐 신축 및 보수, 사찰 건립과 목장 조성, 기근 시 구황식품으로 활용된 사례들을 사료를 통해 정리했다. 또한 조선 왕조가 대를 이어 수시로 정책을 보완하면서 소나무 보호 노력에 힘쓴 과정도 곁들여 다각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저자는 “역사학자들은 나무를 임학의 영역으로 생각했을 뿐 역사학의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역사학도 생태사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소나무만으로 조선시대의 산림 정책과 전함을 분석한 것은 생태사학에 대한 시론”이라고 말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내년 지방선거 누가 뛰나] 호남권 ‘안철수 바람’ 최대 관심

    [내년 지방선거 누가 뛰나] 호남권 ‘안철수 바람’ 최대 관심

    호남권은 ‘안철수 신당’ 변수와 맞물려 선거 구도를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반민주당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탓이다. 안철수 신당이 정당 진용을 갖춘 뒤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점쳐진다. ■광주시장 호남 정치의 상징인 광주시장 선거가 최대 관심사다.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어느 도시보다 높다. 기존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안철수 신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로 나타날 수도 있다. 민주당 후보로는 현직인 강운태 시장이 가장 유력하다. 강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재선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고 있지만 무등산의 국립공원 지정, 2015년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건설 등 굵직한 현안 해결로 같은 당내 후보군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실제로 자천타천 거론돼 온 이용섭(광산 을), 강기정(북구 갑), 장병완(남구) 의원 등은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신당’ 변수와 현역 신분으로 당내 경선에 나올 경우 ‘국회의원 배지’를 버려야 하는 모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철수 측에서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소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거론됐으나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석 전 의원과 광주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전남도지사 3선인 박준영 도지사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다. 4선의 민주당 이낙연(영광·함평·장성·담양군) 의원과 3선의 주승용(여수시 을) 의원 간의 당내 공천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의원의 출신지가 각각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으로 나뉘면서 소지역주의 구도가 형성됐다. 주 의원은 당내 인지도와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의 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한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전남 일선 시·군 예산 담당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국회활동을 겸한 ‘예비 도지사 후보’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신당’ 쪽으로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과 김효석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북도지사 김완주 지사의 3선 출마 여부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 실패,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무산, 전주·완주 통합 무산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이 물거품이 된 데 대한 ‘책임론’이 비등하다. 송하진 전주시장, 민주당 국회 유성엽(정읍), 김춘진(고창·부안) 의원 등의 출마도 예상된다. 송 시장은 최근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향, 다른 길을 가며 계속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유 의원은 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은 후보다. 대선에 출마했던 정동영 전 의원의 지사 출마설도 회자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대한민국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24시간이 모자란다. 누구라 할 것도 없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매우 역동적이다. 새로운 풍경은 사회 트렌드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꾼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다. 이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 ‘신 대한민국 24시’를 주 1회 게재한다. #풍경 하나 “이 더위에 왜 길을 나서느냐고요?” “당신도 한번 걸어 보세요 스스로 행복해진답니다.” 요지경이다.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4~5시간 걸어 보란다. 그러면 행복해진다니. 태양이 작렬하는 7월의 제주섬에는 올레꾼들이 넘쳐난다. 오직 걷기 위해서 돈 써 가며 비행기 타고 제주에 온 사람들이다. 이해불가다. 하지만 무작정 간세다리(게으름뱅이를 뜻하는 제주어)처럼 걸어 보란다. 그것도 혼자서. 그러면 왜 제주 올레길이 행복한 길인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고….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고 다들 행복해했다. 불 같은 7월. 사람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기꺼이 올레길을 걷는다. 푸른 바다와 오름, 곶자왈 숲을 따라 살포시 펼쳐지는 제주의 속살에 모두들 열광한다. 걸음걸음을 뗄 때마다 내 안에 쌓이고 쌓였던 무언인가가 눈녹듯 사라져 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치유’라고 불렀다. 내 안의 상처를 걷어내자 내면은 깊이를 더해 갔다. 어디 올레꾼들만 행복할까. 올레길 마을 제주섬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던 올레길 주변 동네 구멍가게는 다시 문을 열었다. 소박한 시골집은 ‘할망민박’이란 이름을 달았고 할망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 올레길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레길에서 만나 서귀포 작은 포구에 신혼집을 차린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지….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올레길을 찾았던 어머니의 허한 가슴은 아직도 여전할까. 실연의 아픔으로 올레길에서 눈물을 떨구었던 젊은 도시 여자는 다시 사랑하게 됐을까. 직장을 잃은 막막한 마음을 올레길에 쏟아냈던 50대 가장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울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한 해 200만명이 자신들의 사연을 올레길에 쏟아낸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올레길은 세상사에 상처받아 치유받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친구 같은 존재”라며 “올레길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제주는 올레가 대세다. 아직도 ‘치유의 길’ 제주 올레 한번 걸어 보질 않았나요? #풍경 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 서복에게 동방의 나라에 있다는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명했다. 서복은 불로초를 찾아 한라산까지 왔다가 서귀포 정방폭포 암벽에 ‘서복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서복과지’(徐福過之)라는 글귀를 남겼다. 진시황이 불로초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제주섬. 제주는 요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의 세상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항저우, 하얼빈, 광저우…. 중국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유커를 제주로 실어 나른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은 거미줄이 다 돼 간다. 저녁 무렵 제주시내는 우루루 길거리 쇼핑에 나선 유커들로 만원이다. 가게마다 빨간 중국어 간판과 메뉴판은 필수가 됐다. 지난해 1만 2000여명의 대규모 인센티브 여행단(기업의 포상휴가)을 제주로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신제주에는 중국기업 바오젠의 이름을 붙힌 거리도 등장했다. 중국어가 거리를 지배하고 중국 화폐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바오젠거리는 흡사 중국 어느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하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여권과 지갑을 넣은 작은 전대를 허리춤에 꽉 조여 맨 유커들. 좌변기를 사용할 줄 몰라 당황하기도 하고 해수탕에서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풍덩 탕 속에 뛰어들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떼를 지어 우루루 도로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호텔이고 식당이고 아무 곳에서나 독한 중국산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유명 관광지 화장실과 일부 식당가에는 친절한 좌변기 사용 안내문도 등장했다. 아마도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 이후 우루루 동남아로, 중국으로, 일본으로 난생 처음 해외관광을 떠났던 우리의 모습도 그러했으리라. ‘닥치고 쇼핑.’ 저녁이 되면 제주시내 쇼핑거리는 유커들 차지다. 중국에선 명품 대접을 받는다는 중저가 국산 화장품은 단연 유커들의 최고 인기상품. 인삼과 꿀, 담배, 술을 닥치고 쇼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여야만 지갑을 연다. 제주 오일장 할망들도 중국어 한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유명 면세점은 매일 즐거운 비명이다. 하루 내내 유커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고 매장 안은 밀려드는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유명 면세점 한 곳의 한 달 매출액만 1610만 달러 수준이다. 유커들이 제주에서 자고 먹고 쇼핑하는 데 쓰는 돈은 1인당 157만원 정도(2013년 5월 제주관광공사 외국인 관광객 실태조사)다. 큰손들도 수두룩하다. 전세기를 타고 제주의 특급호텔 카지노에 머물며 수억원을 베팅하거나 면세점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를 싹쓸이하기도 한다. 싸구려 중국 여행 가서 중국 사람들이 해주는 발마사지 한 번 안 받아본 한국 사람 어디 있을까. 제주에서는 전세 역전이다. 밤이 되면 관광에 쇼핑에 지친 유커들의 발마사지는 이제 한국 사람의 몫이다. 영주권을 주는 5억원짜리 고급 콘도도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제주에는 중국 영사관도 들어섰다. 다들 이구동성이다. 중국의 해외여행 바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1~3시간 비행의 뛰어난 접근성에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한류 바람, 세계자연유산 신비의 화산섬 제주로 유커들이 계속 몰려들 거라고. 중국인들이 뽑은 신혼여행지 1위 제주섬.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설레는 여행을 제주에서 하고 싶단다. 과연 그럴까? 한때 엔화를 팍팍 뿌렸던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제 제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교수(관광학)는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아울러 중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게 불 것”이라며 “동북아에서 접근성이 우수한 제주가 이들의 휴양 관광지로 계속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풍경 셋 여행만 가지 말고 아예 제주에서 눌러살아 볼까. 먹고살기 팍팍했던 배고픈 시절 섬 사람들은 하나둘 섬을 등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뭍으로 뭍으로 떠났다. 예전에 제주섬도 그랬다. 땅은 척박했고 거센 바다는 아버지를 삼켜버리곤 했다. 믿거나 말거나,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시절, 제주섬 여성들의 일등 신랑감은 철도 기관사였다. 기차가 없는 제주섬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이니. 세상사 돌고 돈다 했던가. 제주섬은 요즘 뭍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든다. 지난해 인구가 무려 6000여명이나 늘어났다. 모두 뭍에서 제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아니 이민 온 사람들이다. 제주는 이주가 아니라 이민이라 불러야 한다. 외국어 수준의 제주 사투리와 낯선 풍습들. 어딜 가든 텃세가 없으리라만은 ‘육지것들이’ 하는 제주섬의 텃세는 등급이 다르다. 예전에는 정 붙이고 살지 못하고 다시 떠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도시 사람들은 과감하게 제주 이민에 나선다. 수두룩하던 제주 변두리 시골 빈집은 이제 모두 그들이 차지했다. 5분이면 탁 트인 푸른 바다고 5분이면 한라산 울창한 숲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서울에서 역유학 온 도시 아이들로 가득하다. 옛말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던가? 이젠 말도 사람도 모두 제주로 보내는 시대다. “어디 제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 빈집을 구할 수 있나요?” 제주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민자를 위해 시골 빈집 구하기 바쁘다. 제주에서 ‘안단테 안단테’ 느린 삶을 즐겨 보겠다는 이민자들이다. 바야흐르 르네상스 제주다. 수년 전 대구에서 이주, 섬 속의 섬 우도에 카페를 차린 이상국(48)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제주로 이주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과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한 박자 느린 일상 등은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한 큰 즐거움”이라고 자랑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야구 입문 50년…살아 있는 전설의 타자 백인천

    [김문이 만난사람] 야구 입문 50년…살아 있는 전설의 타자 백인천

    다 알지만 지구는 둥글다. 해와 달도 둥글다. 그리고 공도 둥글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모형은 둥근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원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수레바퀴를 이용해 힘의 균형, 힘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 뉴턴의 물리학적 측면에서도 원은 힘의 균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도형으로 여긴다. 수박, 토마토, 사과 등 대부분의 맛있는 과일이 둥근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둥글기 때문에 이변도 많이 생긴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야구 경기에서는 어떨까. 공도 둥글고 방망이도 둥글다. 파울도 많고 땅볼도 많다. 그러나 둘 다 제대로만 맞으면 큰 이변이 생긴다. 경기를 뒤집는 홈런이다. 까닭에 야구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의 높아진 수준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나 류현진 선수의 경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기면 짜릿하고 지면 안타까워한다. 에라, 비오는 날 공통분모나 다름없는 야구 얘기나 실컷 해 보자. 전설의 타자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4할 1푼 2리. 아직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주인공은 백인천(70)씨다. 그가 올해로 야구에 입문한 지 50년이 됐다. 비록 현역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원한 야구 선수처럼 살아간다. 야구장을 직접 찾기도 하고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후배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한다. 우리나라 홈런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1960년 6월 제15회 청룡기쟁탈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서울시 예선에서 경동고와 휘문고가 맞붙었다. 경동고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포수로 출전한 백인천 선수는 3회 초 휘문고 투수 이명우의 볼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뜨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홈런은 서울운동장 야구장 개장 이래 고교 선수가 터뜨린 첫 홈런이 됐다. 이후 백인천 선수는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명성을 날렸다. 1962년 1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쑹산(宋山) 구장에서 홈런을 쳤다. 이 역시 쑹산구장 개장 이후 첫 홈런이었다. 주최 측은 홈런상으로 은 트로피를 수여했고 홈런공이 떨어진 지점에 기념패를 박아 백인천의 홈런을 기렸다. 이 대회 이후 백인천은 1963년 일본 프로야구계에 진출했고 곧바로 3할대를 유지하는 수위 타자가 됐다. ‘프로야구 일본 진출 1호’인 그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으면서도 일본 프로야구 생활 18년간 타격왕과 최다 2루타, 최다 3루타 등의 기록을 세운다. 40세 때에는 한국으로 귀국해 MBC청룡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어 4할 1푼 2리의 시즌 타율 기록을 세웠고 아직도 경신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원년 최다 안타, 타격왕, 득점왕, 최고 출루율, 최고 장타율도 기록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전설의 타자를 만났다. 아파트 입구에서 동호수를 찾아 헤매고 있을 때 백씨와 마주쳤다. 동네 헬스클럽에서 막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중이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제가 프로야구 생활을 한 지 벌써 50년이 됐네요. 현역 선수로 뛴 20년 동안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습니다. 이제는 건강해지는 프로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1996년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의료원에 입원했거든요. 그때 프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새삼 알았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절망 속에 허덕이다가 건강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야구에 미쳤듯 운동에 미치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이젠 보다시피 이렇게 다 좋아졌어요.” 그의 집 안에는 현역 시절 야구공이며 배트, 모자, 각종 트로피 등이 진열돼 있었다. 건강을 과시하듯 MBC청룡 시절 4할 타율을 기록했던 배트를 꺼내 왕년을 회상하면서 스윙 자세를 취한다. 과연 운동만으로 그의 건강이 회복됐을까. 물었더니 침과 운동 요법을 병행하면서 구운 소금을 꾸준히 섭취했단다. 1년 전에 다친 고관절도 다 붙었고 뇌경색으로 가물가물했던 기억력도 완전히 회복했다며 웃는다. 18년 가까이 건강 찾기에 공들인 끝에 지금은 골프도 치고 사그라졌던 근육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나이 70이지만 다시 청년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팔뚝 근육을 자신 있게 드러내 보인다. 야구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에 대해 “여러 가지로 발전했지만 섬세한 면에서 아직 부족하고 프로답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현역 시절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공의 반발력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번트를 잘 안 하고 한 방 날리는 것을 자주 노린다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출신 선수들에 대해서는? “외국에 나가면 길게 가는 선수가 있고 짧게 가는 선수가 있습니다. 박찬호는 밑바닥(마이너리그)부터 출발해 오래갈 수 있었고 추신수도 그렇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2군부터 시작했습니다. 밑바닥에서 고생한 경험 때문에 오래갈 수 있었지요.” 요즘 타율이 내려앉은 추신수 얘기를 꺼냈더니 “타율은 바뀌지만 타점과 홈런은 안 바뀐다”고 하면서 원 포인트 레슨을 한다. 추신수는 5월까지만 해도 타율이 3할 3푼 3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2할대로 떨어졌다. 백씨는 한국야구 최고의 이론가나 다름없다. 가장 큰 문제는 타격할 때 발사 자세에서 배트를 쥔 손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추신수는 전형적인 어퍼스윙 타자이기 때문에 밑에서 위로 퍼 올리는 타격을 합니다. 이런 유형의 타자들은 장타력을 지녔지만 체력적 부담이 크게 됩니다. 시즌 초반 체력에 문제가 없을 땐 홈런과 타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5월에는 3할대 타율과 7개의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수가 늘고 원정의 피로가 겹치면서 퍼 올리는 타격 자세는 부담을 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배트를 쥔 손이 떨어지는 것, 지나치게 넓은 보폭, 어깨가 먼저 열리는 자세에서는 결코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살인적인 경기 스케줄을 잘 견뎌내야 살아남는다고 했다. “홈런보다 정확도를 높이는 쪽이 추신수에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트를 쥔 손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몸쪽 공을 좀 더 공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류현진 선수에 대해서는 어떤 지적이 나올까. “류현진도 원정 경험을 잘 견디는 것이 관건이다. 팬들은 이기길 바라지만 상대가 있다. 프로는 냉정하며 그에 따른 정신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야구 중독자가 돼야 한다. 심한 중독자가 돼야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 선수에 대해서는 “성격도 좋고 비교적 적응을 잘하고 있다. TV를 통해 경기를 쭉 지켜보고 있다”면서 일본 감독들이 대부분 후배인데 만나면 힘도 좋고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수준과 관련해서는 “거의 일본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야구 인생 50년을 회고한다. “처음 일본 갔을 때 일본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아침마다 ‘야구 중독자가 되자’고 몇 번이고 다짐했습니다. 방망이에 무거운 쇠붙이를 붙이고 계속 스윙 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그걸 개발했는데 요즘에는 많은 후배 선수들이 그렇게 하더군요. 결국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었습니다. 후회 없는 야구 인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4할 타자는 미국에 4명이 있고, 일본에는 없다. 그만큼 그의 기록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타자와 투수의 대결에서 누가 유리할까 물었더니 “그건 모릅니다. 잘 맞은 공도 수비수가 잡아 버리면 아웃되는 것이 아니냐”며 웃는다. 그의 고향은 평북 철산이다. 아버지가 중국에 사업차 갔을 때 출생했고 3세 때까지 중국에 살다가 북한에서 유치원을 다녔다. 광복 이듬해 해주를 통해 바닷길로 가족들과 함께 월남했다. 장충초등학교에 다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을 갔고 졸업은 효제초등학교에서 했다. 중학교는 성동중학에 입학했다가 경동중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친형의 권유로 전학을 했다. 그가 야구를 하게 된 계기가 된다. 이후 경동고에 진학하면서 야구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광복 후 고등학생으로는 최초의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그때부터 야구에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질은 별로 없었어요. 스포츠는 반복 연습입니다. 집에서 타이어 매달고 연습하다 보니 팔에 힘이 생기더군요. 시간만 되면 공을 쳤죠. 나중에는 저절로 신 나더라구요.” 그는 1983년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그리고 2002년 롯데 감독을 끝으로 야구장을 떠났다. 지금은 건강 관리에 전력을 쏟고 있다. 앞으로 야구 아카데미를 만들어 야구팬, 그리고 야구 꿈나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1982년 당시 4할 1푼 2리를 기록했던 방망이를 들고 지그시 미소를 짓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백인천은 누구 1943년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서 태어났다. 3세 때 북한 철산에서 유치원을 다녔다. 광복 이듬해 가족들과 함께 월남했다. 성동중학에 입학했으나 경동중학으로 전학하면서 야구 방망이를 잡게 됐다. 1960년 경동고 시절 서울운동장에서 개장 이후 첫 홈런을 쳤다. 1962년 타이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쑹산(宋山)구장 개장 첫 홈런 타자가 됐다. 1963년 일본 프로야구 진출 1호 선수가 됐다. 일본에서 타격왕과 최다 2루타, 최다 3루타 등의 기록을 세운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귀국해 MBC청룡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었다. 이때 기록한 4할 1푼 2리의 시즌 타율(80경기)은 현재까지 경신되지 않고 있다. 이후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을 역임했다. 1999년과 2006년에는 각각 SBS와 tvN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건강 관리에 힘쓰면서 한국 프로야구은퇴선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영민 타격상(1959년), 대한체육회 대한민국 최우수선수상(1962년), 일본 프로야구 수위 타자, 베스트나인(1975년),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출장(1967, 1970, 1972, 1979년),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감독상(1990년) 등을 받았다.
  • 부동산시장 약세 맞지만 연말까지 지켜봐야…

    부동산시장 약세 맞지만 연말까지 지켜봐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4·1 부동산대책이 반짝 효과로 끝났다는 시장의 반응에 대해 “연말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일시적인 ‘충격요법’을 쓰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행복주택과 관련해서는 젊은 층이 거주하고 커뮤니티, 편의시설 등의 여러 시설이 들어가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보완책과 다양한 인센티브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0층에서 이뤄졌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가 아무래도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지 않겠나. 재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지금 8개 국적 항공사에 대해 특별 안전점검을 하도록 지시했다. 8월 중순까지 안전점검을 한 후 결과를 참고해 종합적인 항공 안전대책을 수립하려 한다. 종합적이라고 하는 것은 항공기나 조종사 등 항공과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항공과 관련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자세히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사고 원인을 놓고 한·미 양국이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조종사 과실을 부각하는 듯한 데버러 허스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의 브리핑이 도마에 올랐다. -허스먼 NTSB 위원장은 파악한 사실을 얘기한 것이고,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려면 블랙박스, 음성기록장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독해야 한다. 조종사, 승무원의 증언도 객관적인 데이터와 맞추고 난 뒤라야 전체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어떤 쪽이 그럴듯하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사고 원인의 실체와 관계 있을 수도 있고, 무관할 수도 있다.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시간을 두고 객관적, 과학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항공도 항공이지만 철도나 기존의 사회간접자본(SOC)이 노후화돼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 대책은 있나. -철도, 항공, SOC는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한 부분도 있다. 사고는 나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사고가 발생했다면 초기에 잘 대응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철도, 항공, SOC 관련 매뉴얼이 2577개다. 5월부터 전체 매뉴얼을 점검했다. 현장에서 매뉴얼을 잘 숙지해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본부뿐만 아니라 지방청, 산하 기관 등의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매뉴얼 숙지 정도를 점검했다. 앞으로도 문제점을 계속 보완할 것이다. SOC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때가 1960, 1970년대 이후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보면 오래된 SOC가 많은 게 사실이다. 30년 이상 된 SOC가 전체의 11%쯤 되고 10년쯤 지나면 30년 지난 SOC 비율이 25% 가까이 올라간다. 기본적으로 SOC의 수명을 길게 만드는 것을 강구해야 하고, 유지 관리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안전 분야 매뉴얼을 다듬는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시설물 6만개에 대한 안전점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A등급부터 E등급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97~98%는 안전한 단계인데 점점 노후화되면 바꿀 부분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달재터널 안을 지나던 버스가 전소된 사건이 있었다. 버스가 터널에 들어선 뒤 불꽃이 일어났는데 이를 곧바로 인지해서 몇십초 만에 사람들을 모두 터널 밖으로 대피시켰다. 버스는 전소됐지만 한명도 다치지 않았다. 매뉴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5월에 전체 점검을 했고 담당자들이 철저히 숙지토록 했다. 전체 매뉴얼 2577개 하나하나에 요약한 내용을 1페이지 붙여 숙지하도록 했고 훈련도 하고 있다. 매뉴얼대로 하면 사고 가운데 90% 이상은 안 날 사고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4·1 부동산대책이 반짝 효과로 끝났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7월부터 거래절벽도 현실화되고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은 생각해 봤나. -주택 가격 측면에서 보면 6월부터 약세로 돌아선 것은 맞다. 거래량을 보면 6월까지 증가하다가 7월 들어 급격히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7월부터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많이 줄어든 건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특단의 대책을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달리 봐야 한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양도세 면제 등의 기한이 연말까지다. 4·1 부동산대책에서 정한 단기적 대책 기한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 법이 통과되지 않아 시작도 안 된 부분도 많이 있다. 일단은 4·1 부동산대책의 성과가 어떻게 되는지, 주택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지, 당분간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8만 가구를 넘고 있다. 건설업체나 은행의 돈이 여기에 묶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1가구 2주택, 3주택 제한을 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 필요한 것과 현실적,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 현실화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주택 관련 세제는 어떻게 되나. -기획재정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했으니 진행 상황을 보고 필요하면 의견을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해외 건설 덤핑 문제는 국가적으로 보면 손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덤핑은 민간 업체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 개입하면 아마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것이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행복주택에 대한 견제구가 많다. 다른 땅에 지을 수는 없나. -그동안 임대주택 공급이 효과적으로 안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도시 외곽에 대규모 단지를 지을 경우 거주하는 사람들의 통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별로 효과가 없었다. 행복주택 개념은 도심의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짓자는 것이다. 대규모 단지로 공급하면 여러 사회적 갈등과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가구 수를 줄여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고, 철도역사라든지 유수지, 사용하지 않는 국공유지 등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행복주택을 기획했다. 이는 임대주택 공급의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역사 위를 복합 개발해서 임대주택과 상가를 두면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의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과 신혼부부 등에게 우선 싸고 교통 편리한 곳에 주택을 공급하자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개념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걱정을 하지만 젊은 계층이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여러 커뮤니티 시설, 편의시설, 공원·체육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가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임대주택과는 훨씬 다른 개념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반발이 심한데.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다. 이미 발표된 것도, 향후 발표할 지구도 지역에서 염려하는 부분들을 커버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제시할 것이다. 각종 인센티브도 생각하고 있다. 적절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접점을 찾겠느냐 하는 부분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 현재 가다듬고 있다. →철도 경쟁력 도입 방안을 놓고 코레일과 대립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6월 말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철도산업 전체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 것이냐를 놓고 코레일 간부와 노조, 전문가들을 많이 접촉했다. 여객사업 부문에서 수서발 KTX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논쟁의 초점인데 수서발 KTX는 자회사 형태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형태는 코레일 30%, 연기금 70% 출자로 하되 민간에 지분이 매각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과연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처음부터 계약할 때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정관에 지분을 매각하려면 5분의4의 찬성이 있어야 매각하게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는 식으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유수의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받았는데 이 정도면 지분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법률 검토를 받았다. 진정성을 가지고 설명드리겠다. 정리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취임 한달 맞은 변종립 이사장을 만나다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취임 한달 맞은 변종립 이사장을 만나다

    서슬 퍼렀던 군사정권 시절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별들의 잔치’였다. 주로 군 참모총장급이 임명됐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산업부 실장급(1급) 이상 고위공무원 몫이었다. 그 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장(2급) 출신인 변종립 이사장이 이사장직에 공모했을 때만 해도 이런 전례를 들어 ‘적임자가 없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변 이사장도 “과거 이사장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국장 출신으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신감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1일 찜통 같은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전력 수급이 비상이다. 이달부터 ‘문 열고 냉방영업’ 행위를 단속하고 있는데 현장 상황은 어떤가. -이달 들어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업소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달 계도 기간에 명동과 강남역 일대를 둘러봤다. 명동거리에 있는 의류·화장품·신발 상점 등 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하는 곳도 있고, 일부는 ‘문을 열어 놓고 냉방을 하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문 열고 냉방영업 하는 곳이 많았는데 이달부터는 많이 달라졌다. →문 열고 냉방영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있지만 상인들은 손님을 끌기 위한 영업전략이라고 한다. 우선 상인들과의 소통이 필요하지 않나. -명동거리는 같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은데다 경기도 안 좋아서 호객행위 등 경쟁이 치열하다. 상인들은 문 닫고 영업을 하는 것보다 전기세를 더 내더라도 손님을 모으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다만 상인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면서 1일부터 과태료 부과 사실을 알리고,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밝혔더니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 절전 캠페인에 협조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고 본다. 어떤 기관인가. -에너지관리공단 주요사업은 에너지 효율과 수요 관리,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기반 구축,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 등이다. 기기·설비·건물 등에 등급을 매겨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수요 관리에 대한 교육, 홍보, 캠페인 등도 펼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품 보급과 기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리를 한다. 비화석 연료 확산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했는데 어떤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나. -에너지 전문 기관으로서 전문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많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사업 내실화가 필요하다. 사업의 공정성, 윤리· 투명 경영이 중요하다. 최근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이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데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이사장으로 취임해보니 조직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업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고 소통 채널이 없었다. 비슷한 업무들이 부서별 흩어져 있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각자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 에너지 효율을 관리하는 전문 기관에 걸맞게 바꿔 나가겠다. →업무·조직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과장급 직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서에서 뽑았다. 공유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만들고 분산된 업무 기능을 모으기 위한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다. TF팀에 조직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직보하라고 했다.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단계적으로 고쳐 나갈 계획이다. →전력 수급이 심각한가. 현재 상황은. -7~8월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에는 장마도 있고 7월 말~8월 초에는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데 8월 둘째 주는 수급상 심각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예비전력이 최소 400만㎾이상 확보돼야 하는데 8월 둘째 주부터는 예비력이 최대 마이너스 200만㎾까지 떨어지는 등 전력난이 우려된다.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정부 시책에 잘 협조해서 해결하도록 하겠다. →전력 문제는 원전 23기 중 10기가 가동 중단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정부에서 관리를 잘못하고 국민에게 어려움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명동과 강남역 일대에서 캠페인을 할 때도 상인이나 국민들은 협조 하겠다, 알고 있다, 절전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냐 하면서도 정부가 잘못해서 국민들이 고생한다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력 상황이 어려우니까 우선은 같이 절전에 동참에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나 국민, 기업 등에도 홍보하고 부탁하고 있다. 에너지관련 공공기관의 비리 등은 별도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밝혀지고 개선돼야 한다. →원전은 양면성이 있다.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는 원전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지만 막상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원전 없이 전력 수급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 원전을 건전하고 안전하며 신뢰있게 운영함으로써 에너지 문제 해결에 접근해 나가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의 전략낭비가 심한 편인가. -전기를 물쓰듯 물을 전기 쓰듯 하는 것 같다.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집에서 TV 켜놓고 에어컨 틀고 플러그는 그대로 꽂아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지 않는 TV는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는 뽑아 둔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9510㎾h이다. 일본 8110㎾h, 독일7108㎾h이다. 소득대비(GDP) 전력소비량(㎾h/달러)은 한국이 0.5806으로 일본(0.2033), 독일(0.2805), OECD평균(0.3337)보다 훨씬 높다. 낮은 전기 요금도 문제다. 전기요금을 4% 정도 인상했지만 OECD 등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전기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싼 편인가. -가정용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를 100으로 봤을 때 일본 280, 미국 140, OECD 평균 188이다. 이는 미국의 72%, 일본의 36% 수준이다. 전기 요금의 원가 연동제, 누진제 손질, 산업·교육·일반용 차별화 등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전기요금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선거 때마다 물가 안정, 서민 경제 부담 등의 이유로 밀렸는데 전기요금의 개선은 국민들이 합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절전이 생활화되려면 전기 사용에 대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가정에서 에너지 줄이는 방법은 뭐가 있나. -100W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100W 줄이기에 1000만명이 참여하면 원전 1기를 운영할 때 나오는 전력량을 세이브할 수 있다. 100W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력 피크 타임에 TV 1대 끄기, 백열등 2개를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으로 바꾸기, 오후 2~5시 사이에 에어컨 30분 끄기 등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나부터 실천하자는 마음이 모이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라벨에 1~5등급의 효율등급, 에너지요금, CO2 배출량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 소비자들이 고효율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장, 건물에 대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관리시스템(EMS) 인증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에너지 효율관리 시스템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친환경에너지가 관심인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양광 열풍이 불었는데 바람이 잦아들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크다. 우리나라가 수출로 경제 성장을 했듯이 태양광도 국내 보급만으로는 힘들고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추진했던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수요처가 줄었다. 이 때문에 기업도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소극적이다. 산업부 에너지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때 태양, 풍력, 연료전지 등 세 가지 트랙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추진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바이오 폐기물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오 폐기물 분야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신재생 에너지의 정책 방향도 선회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저탄소 녹색도시 사업을 열심히 한다. 우리는 어떤가.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보조금 받아서 저가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오래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는 중국이 역할을 하도록 하고 우리나라는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 우위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전력난과 상관없이 합리적인 에너지소비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단순히 비용을 아낀다는 측면이 아니라 습관화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플러그를 뽑고 전기를 끄는 것 등이 귀찮고 불편하겠지만 습관이 되면 저절로 하게 된다. 협조를 당부 드린다. 대담 최용규 산업부장 정리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변종립 이사장은 ▲1961년 서울 출생 ▲경신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행시 27회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국장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국장, 기후변화에너지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국장
  • 밴드 선율과 만난 ‘팔방미인’ 소리꾼의 보컬

    밴드 선율과 만난 ‘팔방미인’ 소리꾼의 보컬

    이자람(34). 20세 때 춘향가를 8시간 동안 완창한 ‘최연소, 최장 시간 완창 기록’ 보유자다. 촉망받는 젊은 소리꾼으로 입지를 다지며 동시에 뮤지컬 서편제의 주연 배우로 활약했다. 또 브레히트의 희곡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사천가’ ‘억척가’의 작가이자 음악감독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 이규대씨와 함께 부른 동요 ‘내 이름 예솔아’의 주인공으로 온 국민에게 사랑받기도 했다. 팔방미인으로 소문난 이자람은 국내외를 오가며 바쁘게 활동하는 가운데 밴드 활동까지 이어 가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과 탁월한 표현력은 그가 활동하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전매특허다. 지난 4월에는 밴드 결성 9년 만에 첫 정규 1집을 냈다. 제목은 ‘데뷰’. 자조적이면서도 결연한 분위기의 밴드는 어쿠스틱 기타 리듬을 타고 흐르는 이자람의 보컬을 통해 일상의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기존 어쿠스틱 음악과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멤버들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자람을 포함한 밴드 구성원 5명은 무대 위에서 온전히 하나의 합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오랫동안 끈을 놓지 않고 밴드를 이어 온 힘이다. 향하(퍼커션), 곰군(드럼), 병성(베이스), 민기(기타) 등이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11일 밤 EBS ‘스페이스공감’에서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이끄는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무대를 방영한다. 다분히 일상적인 소재에서 독특한 표현력으로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한다. 이자람의 담백한 보컬이 돋보이는 깔끔한 편곡으로 편안한 포크 록을 들려줄 예정이다. 아마도이자람밴드는 각자 개인 안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면모를 손쉽게 표현한다. 그래서 아마도이자람밴드에 있어 밴드 활동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나 외도가 아닌, 자신의 창작 세계를 더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또 다른 표현 방법이다. 우아한 목소리로 헤어진 연인에게 독설과 저주를 퍼붓는가 하면 밥통 안에서 썩어 가는 밥으로 떠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9년 만에 드디어 ‘데뷰’ 하는 이 밴드의 ‘우아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희귀언어’ 쓰는 다문화가정 걱정 마세요…한국어교육 앱 나왔다

    ‘희귀언어’ 쓰는 다문화가정 걱정 마세요…한국어교육 앱 나왔다

    우즈베크어, 미얀마어, 네팔어 등 국내 사용자가 드문 이른바 ‘희귀언어’를 사용하는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문제를 풀어줄 한국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이 출시됐다. 외국인 생활지원 솔루션 개발업체 이음과소통은 숙명여대 다문화통합연구소와 손잡고 국내 거주 외국인, 귀화인 등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한국어 학습을 돕기 위한 스마트폰 앱 ‘코리안 톡톡’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앱은 총 15개국 언어로 한국어 교육이 가능하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8%가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가장 큰 걱정거리가 ‘언어문제’라고 답했다. 특히 지난달 기준 150만여명에 달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인구 비율이 높은 중국(49.9%), 미국(9.3%), 베트남(8.1%) 등 국가의 언어는 번역 서비스, 학습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국내 사용 인구가 적은 언어는 그나마도 부족한 실정이다. 코리안 톡톡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언어 교육을 지원한다. 지원 가능 언어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외에 몽골어, 캄보디아어, 미얀마어, 네팔어, 인도네시아어, 우즈베크어, 파키스탄어, 스리랑카어, 태국어, 필리핀어, 방글라데시어, 키르기스스탄어 등이다. 개발사는 라오스어, 아랍어 등 매년 2~3개 언어를 추가해 3년 후까지 총 25개 언어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콘텐츠는 실생활에 주로 사용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자음·모음·단어 공부 등 한국어 기본 학습 외에 일상생활, 직장생활, 결혼생활과 관련된 회화 문장을 모았다. 또 한국 생활에 필요한 예절, 가족제도, 음식문화, 명절·기념일 등 정보도 제공한다. 한국어 문장은 현재 2600문장 정도 담고 있는데, 제작사 측은 향후 3년간 매년 5000문장 정도씩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음성 읽기 기능도 포함돼 각 문장은 직접 음성으로 듣고 따라 읽으며 익힐 수 있다. 문장 번역 등에는 관련 언어 전문가 및 국어학자들이 참여했다. 이외에 한국생활 도우미 목록, 국제전화 서비스, 국가별 지원센터 응급 전화 기능도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됐고, iOS 기반은 3개월 뒤 출시된다. 특히 코리안 톡톡은 언제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한 모바일의 특성을 살려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어 학습 접근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 학습은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고 있으나 센터 방문,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러닝 학습 형태가 많았다. 강석훈 이음과소통 대표이사는 “산업안전공단의 ‘위기탈출 다국어회화’ 등 한국어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기존 앱도 일부 있으나 사용 가능 언어, 문장 등이 많지 않았다”며 “코리안 톡톡은 인구 수가 적어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는 소수언어 사용자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등·하굣길에 도박장 들어선다니…” 교사·학생들 뿔났다

    “등·하굣길에 도박장 들어선다니…” 교사·학생들 뿔났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 앞 경마도박장 입점을 반대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9일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고등학교에서 만난 성백영 교감은 “교직에 26년째 몸담고 있는데, 학생들이 직접 인터넷 등에 학교 앞 도박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글을 올리는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 “그만큼 어린 학생들도 ‘학교 밀집 지역에 사행사업장이 들어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심여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다. 한국마사회가 성심여중고, 원효초교 등이 모여 있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16-48에 대형 화상경마장을 이전하려 하자 학생과 교사, 주민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화상경마장 설치 예정지는 성심여중고로부터 직선거리로 230m, 원효·남정 초등학교와는 각각 560m, 780m 떨어진 곳이다. 마사회는 이곳에 지하 7층, 지상 18층 건물을 지어 오는 9월 기존의 용산역 경마장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학생과 주민들은 이 사실을 지난 4월에야 알게 됐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08년 화상경마장 축소, 생활밀집 지역으로부터의 격리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마사회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0년 3월 용산역의 화상경마장을 현 위치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 용산구도 민선 4기 박장규 전 구청장의 임기 만료 하루 전날 건축허가를 내줬다. 성 교감은 “두 달 전쯤 구의원 3명이 학교로 찾아와 학교 앞에 경마도박장이 들어서는 걸 알려 줘 알게 됐다”면서 “2010년 이전 승인이 났다고 하는데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성 교감은 “학생들이 상당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면서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 경마도박장이 들어서면 불법 성인오락실과 유흥업소들도 같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고 선생님들께 자주 묻는다”고 말했다. “요즘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많은 상황에서 학교 앞에 버젓이 위해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에 대해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오죽하면 지난 6월 성심여고 1학년 학생이 자발적으로 다음 아고라에 반대 서명 글을 올려 1000여명에 가까운 반대 서명을 받아내고, 성심여중 2학년 학생이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글을 올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성 교감은 이어 “기말고사 마지막 날인 오늘 학생회 대표들이 청와대와 농식품부, 서울시 등에 민원서를 제출하겠다고 알려 왔다”고 덧붙였다. 성 교감은 “가장 우려되는 건 학교 주변에 경마장이 들어서면 풍선효과처럼 유흥업소 등 위해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 돈을 잃은 사람들이 어린 학생들을 해치는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라면서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시설로부터 보호는 못할망정 쉬쉬하며 학교 코앞에 경마도박장이 들어서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용산구는 농식품부와 한국마사회에 이전 승인 취소 및 사업 철회를 요청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상반기 부진 일본차 하반기 대공습 시작

    상반기 부진 일본차 하반기 대공습 시작

    일본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는 ‘엔저 현상’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일본 자동차의 판매는 예상보다 부진하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일본차들이 대대적인 가격 할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8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월 동안 팔린 일본차는 1만 163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1300대)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럽차가 24%, 미국차가 16.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에서 수입되는 제품의 원화 표시 가격이 낮아진다. 지난해 5월 100엔당 1500원이 넘었던 원·엔 환율은 현재 1100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일본차를 사기 좋은 조건이란 얘기다. 하지만 올 초만 해도 엔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환율이 실제 수출입에 영향을 주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는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차가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엔저가 가격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타 관계자는 “가장 잘나가는 차종인 캠리는 대부분이 미국산”이라면서 “지난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미국 공장에서 생산돼 엔저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닛산의 주력 차종인 알티마도 미국산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의 주요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되는데, 엔저로 부품가가 떨어지면 완성차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차 수입업체들은 엔저 효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차 값을 내리는 등 가격 공세를 펴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달에 이어 캠리 2.5를 200만원, 3.5 모델은 400만원, 하이브리드는 300만원을 깎아준다. 스포츠카인 토요타 86은 700만원 할인을 한다. 닛산은 인피니티 M37모델을 한 달 동안 600만원 깎아준다. 또 혼다도 어코드 2.4와 3.5 모델을 각각 100만원, 200만원씩 할인해 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영화 리뷰] ‘마스터’

    [영화 리뷰] ‘마스터’

    바다에 포말이 부서진다. 군함이 지나간 흔적. ‘마스터’(The Master·11일 개봉)의 첫 장면은 이 영화가 바다 위를 떠돌 듯 삶에서 표류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불안하고 공허한, 그래서 무엇이든 붙잡고 싶은 현대인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레디(호아킨 피닉스)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정신적 외상을 입고 방황하는 남자다. 백화점의 사진사로 취직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고객과 싸우고 쫓겨나듯 일을 그만둔다.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와의 관계는 텅 비어 있다. 그런 그를 구원하는 것은 심리 연구단체 ‘코즈’의 랭카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다. 스스로를 “작가이자 의사이고 핵물리학자이자 이론 철학자”라고 소개하는 랭카스터는 코즈의 ‘마스터’라 불리는 지도자다. 갈 곳 잃은 프레디는 우연히 진리(Aletheia)라는 이름을 가진 랭카스터의 고급 유람선에 흘러든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묘하게 서로에게 끌린다. 프레디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랭카스터에게 조금씩 마음을 의지하고, 랭카스터 역시 자신의 이론을 연구하기 위해 프레디를 가까이 둔다. ‘마스터’는 1954년 창시된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다.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 론 허버드는 랭카스터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사이언톨로지라는 단어 하나로 이 영화의 모든 걸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처럼 사이언톨로지는 영화를 이해하는 작은 실마리에 불과하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삶의 의미를 묻는 인간이 믿음을 찾고, 다시 잃고, 방황하는 과정이다. “스승과 제자는 폴 토머스 앤더슨에게 언제나 중요한 문제였다”(이용철 영화평론가)는 말처럼 이 과정을 조각하는 것은 데칼코마니 같은 프레디와 랭카스터다. ‘마스터’ 역시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레디를 랭카스터는 다시 바다로 밀어낸다. “가 보게. 발 붙일 곳 하나 없는 망망대해로. 그 어떤 마스터도 섬기지 않고 사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알려 주겠나. 아마도 자네가 최초의 인물일 테니까.” ‘매그놀리아’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펀치 드렁크 러브’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폴 토머스 앤더슨은 미국의 젊은 거장으로 꼽힌다. 인간의 황폐한 영혼과 불안한 믿음을 완벽하게 재현한 두 배우는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go” “444444”…아시아나 사고로 사망한 中여고생이 남긴 글

    “go” “444444”…아시아나 사고로 사망한 中여고생이 남긴 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충돌 사고로 사망한 두 중국인 여고생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마지막 글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사망자는 중국 저장성 장상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재학중인 왕린지아(17)와 예멍위안(16)으로 밝혀졌다.중국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15일동안 여름 영어 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여객기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들은 미국 명문대를 탐방하고 현지 학생들과 함께 미국 문화를 체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린지아는 출국 직전인 5일 오후 3시31분 웨이보에 “go(간다)”는 짧은 글을 올렸다. 1시간 전인 오후 2시 19분에는 “아마도 시간은 연한 커피 안에서 울퉁불퉁한 기억의 윤곽을 평평하게 해주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10대 소녀의 예민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 또 다른 사망자인 예멍위안은 4일 오후 9시 5분 자신의 웨이보에 “444444”란 글을 올렸다. 4는 중국에서죽을 사(死)와 같은 발음 때문에 불길한 숫자로 여겨지고 있다. 예멍위안이 왜 이런 글을 올렸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중국 언론들은 두 사람이 혹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은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다. 왕린지아와 예명위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많은 중국인들이 두 사람의 웨이보를 찾아와 명복을 빌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와 핵 위험

    [최동호 새벽을 열며]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와 핵 위험

    국민이 모두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부품 문제로 핵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하고 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품질 검사표가 조작되고 불량품이 사용되었으며, 관계자의 집에서는 거액의 현금 다발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의 주변을 맴도는 상태에서 국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국무총리는 ‘중대한 국가적 범죄’라고 했고, ‘그 근본을 파헤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몇 달이나 참고 기다려도 적절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 일각에서 ‘이 문제는 전 정부에서 해결’했어야 하는데 이를 그냥 덮고 지나왔다고 하는 면피성 해명도 있었다.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발표하는 주변적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은 견딜 수 있지만 원자력발전소에서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핵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해방시켜 달라는 것이다.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는 그 위험의 교훈적 사례이다. 그러나 원자력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사건을 목격하고도 한국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로 일관했으며, 장막 뒤에서 실무책임자들은 부품성능이나 기술성적을 조작하면서 핵발전소를 가동시켜 왔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는 국가적 재앙이자 인류의 재앙이다. 일본은 사고의 전모를 발표하지 않는 채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필자는 우크라이나에 학술세미나를 위해 갔다가 키예프에 있는 체르노빌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음산한 입구부터 지옥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그리고 흑백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인류가 어떻게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될 것인가를 예감했다. 특히 사고가 일어나기 전날인 1986년 4월 25일 체르노빌 인근 도시 프리피아트 시가지를 걸으며 행복한 미소와 함께 유모차를 밀고 가는 부부의 얼굴을 보았고, 폭발 직후인 4월 26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부들이 삽으로 폭발 현장의 잔해물들을 치우면서 동료들과 웃음을 나누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그들은 작업을 빨리 끝내고 가족들과 행복한 저녁을 나누고자 했을 게다. 1995년 사건 9주년을 맞이해 우크라이나 보건장관은 사망자 12만 5000명, 방사능 피해자 200만명이라고 보고했으며 방사능 피해는 상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1991년에 발표 자료에 의하면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는 인구가 700만명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기형아 출생이나 이상 동물들의 징후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후쿠시마 사고의 위험 등급도 체르노빌과 같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감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시멘트로 덮은 구조물 속에서 아직도 폭발음이 들린다는 보도도 있다. 오염된 일본 농수산물이 한국으로 검역과정 없이 반입되고 있다는 공포의 괴담은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진실로 큰 문제는 최근 신고리 1호기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와 유사한 폭발위험이 있다는 보도다. 이미 영광 4호기와 5호기 등이 재가동과 가동 중단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시안을 찾아 서진정책을 발표했다. 동북아 질서 개편의 국가적 비전으로 의미 있는 일보전진이다. 그러나 만약 국내에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모든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급한 국내외 과제가 산적해 있겠지만 최우선 국정과제를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근본적 해결에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 직원이 모두 무덥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시중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아주 시원하게 지내도 좋으니 원자력발전소 문제만은 현 정부에서 확실히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복잡하다고 해서 지금 해결하지 못한다면 또 언제 해결하겠는가. 위험을 과장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현안에서 국내의 핵발전소 문제보다 더 시급하고 위협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시인
  • [마을변호사 제도 시행 한달] 마을변호사 절반 서울에 거주… 시골 노인 이메일 상담 엄두 못내

    [마을변호사 제도 시행 한달] 마을변호사 절반 서울에 거주… 시골 노인 이메일 상담 엄두 못내

    법률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야심 차게 시작한 마을변호사 제도가 시행 한달이 됐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변촌(변호사가 없는 마을) 주민들은 마을변호사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해하고, 변호사들은 상담해 주고 싶어도 요청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읍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4일 서울신문이 마을변호사 시행 한달을 맞아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마을변호사 제도는 변호사 배정, 홍보, 법률 상담 시스템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법무부, 안전행정부,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5일 전국 246개 읍·면·동에 414명의 변호사들을 배정했다. 그러나 마을변호사를 희망한 489곳 중 절반가량인 243곳이 변호사를 배정받지 못해 여전히 무변촌으로 남았다. 접수 당시부터 도에서 군 단위로 신청하는 마을 수의 제한을 뒀지만 그나마도 대도시로만 지원자가 몰렸다. 신청한 대로 모두 배정받은 지역은 경기, 세종, 부산뿐이다. 마을변호사가 한명도 배정되지 않은 군 가운데는 신청 이후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여전히 배정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3개 면에서 마을변호사를 신청했지만 한명도 배정받지 못한 경남 거창군 관계자는 “신청 이후에 소식을 전혀 들은 적이 없어 배정이 안 된 줄도 몰랐다”면서 “많이 신청하면 탈락할까 봐 고심 끝에 3곳만 어렵게 선정해 신청했는데 한명도 배정이 안 됐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을변호사 대부분이 해당 마을에 상주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근본적인 상담 시스템상의 한계도 지적된다. 취지는 좋지만 운영 방식 및 체계가 실정에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로 각 마을에 배정된 전체 414명의 변호사 중 절반이 넘는 212명이 서울을 근거지로 하고 있다. 제주도에 배정된 마을변호사는 전체가 서울 출신이다. 매뉴얼 및 홍보 자료에는 필요 시 출장 상담이 가능하다고 돼 있지만 서울에서 제주도로의 출장 상담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나머지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메일이나 전화, 팩스를 통해 이뤄지는 상담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를 제외한 농어촌 주민 상당수가 고령층인 탓에 팩스나 이메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가 유일한 상담 수단이지만 휴대전화 번호는 공개돼 있지 않다 보니 사무실로 전화했다가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전남 보성군의 한 주민은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을 곳을 찾다가 마을변호사가 있다는 얘길 듣고 수소문 끝에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는데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라”면서 “번호가 바뀌거나 자리에 없으면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떻게 상담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마을변호사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홍보 부족이다. 법무부 등은 각 지역 단위별로 홍보 지침을 내렸지만 막상 홍보를 위한 지원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보 포스터와 팸플릿이 배부됐지만 숫자는 턱없이 적었다. 팸플릿의 경우 읍·면 사무소에 2~3매씩 배부돼 담당 공무원들조차 내용을 돌려 봐야 하는 실정이고, 포스터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외진 게시대 귀퉁이에 붙어 있거나 아직 붙이지 않은 곳도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을변호사는 이장들의 구두 홍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 관계자는 “1개 면만 해도 행정동이 20~40개인데 2~3개 팸플릿으로 홍보가 제대로 될 리 없다”면서 “이장들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왕 시행할 거면 지역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 한달 만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제도를 도입, 시행한 관계 부처와 담당자들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마을변호사는 전화 상담을 기본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심도 있는 상담은 어렵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전화하면 일반적인 절차를 설명해 주며 안심시키는 정도”라면서 “역할을 더 늘리려면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협 관계자도 “마을 사건은 복잡하거나 내밀한 것이 별로 없으니까 전화나 팩스로 웬만하면 해결되리라고 본다”면서 “출장 상담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역 주민에게 친근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쏟을 것”이라는 막연한 대답을 내놨다. 한편 홍보와 관련해서는 공통적으로 “모두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읍·면 단위로 하다 보니 속도가 느리지만 포스터를 추가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주민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안행부, 변협 담당자들은 이날 첫 번째 실무협의회를 열고 향후 홍보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글로벌 시대]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통치철학/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글로벌 시대]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통치철학/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 중에 한반도와 국토 및 인구 규모가 가장 유사한 나라는 영국(UK)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영국으로 하여금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건설’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역사상 위대한 통치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롤 모델이 되고 있는 지도자는 단연 엘리자베스 1세(1533~1603)가 아닐까 싶다. 영국 의회와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추앙을 받았던 여왕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미혼으로 통치권자에 올랐다. 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 순탄하지 못한 노정도 경험했다. 당시 유럽 국왕들과 혼사를 기피하면서 그녀가 자주 했던 말은 “자신은 영국과 결혼했다”였는데, 조국에 대한 사랑과 충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의 진정한 위대함은 44년간의 오랜 재임 동안 영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 달성에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영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시킨 것이다. 중상주의 정책을 펼쳤고, 세계 최강의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해 전 세계 무역루트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여왕이 이토록 강력한 성취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국내 정세 안정에 있다. 영국과 유럽 전역은 신교와 구교 간의 참혹한 종교전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신교도였지만 가톨릭 신도와 의례를 탄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과의 ‘통합과 소통’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일궈냈다. 정치적 안정 없이 어떤 성취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또 그녀의 뛰어난 통치스타일은 유능한 인재를 등용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국정운영을 맡겼던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윌리엄 세실 경을 중심으로 측근들이 여왕을 보좌했고, 여왕은 그들을 신뢰하고 존중했다. 세실 경은 여왕 즉위 해부터 재임 말기(1598)까지 무려 40년간 최고행정관으로 보좌했다. 그는 종신총리에 가까운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았다. 정치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다. 그녀는 “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I see, and say nothing)는 원칙을 고수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챙기는 것이 아니라 측근들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들의 협력과 경쟁이 국정의 활력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여왕은 국익을 위해 ‘실용주의적’ 외교정책을 견지했다. 강한 군대를 육성했지만 섣불리 군대를 동원하지 않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이슬람국가와도 협력했다. 교황청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오스만튀르크와 무역협정(15 80)을 맺은 것이 그 한 예다. 무엇보다 통치자로서 여왕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에게 엄정했고 잘못에 솔직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최측근이라도 잘못하면 처벌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죽기 2년 전에 가진 의회연설에서 정부의 특혜정책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확보했다. 위기를 솔직함으로 헤쳐 나간 셈이다. 필자를 포함해 누구나 직면하는 문제는 말과 행동, 의지와 능력이 늘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간은 늘 사람의 말을 희미하게 만든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여왕이 남긴 “셈페르 에아뎀”(Semper Eadem, 항상 같기를)이라는 모토가 시대를 초월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의지와 각오가 한결같기를 기대해 본다.
  • [열린세상] 개성공단의 기계는 격을 따지지 않는다/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성공단의 기계는 격을 따지지 않는다/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덥다. 벌써 덥다. 전력이 부족하다고 하니, 속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 수도 없다. 무엇 하나 화끈하게 시원한 게 없다. 이제 여름에 접어들면서 장마도 시작됐다. 날은 지금보다 더 더울 것이며, 습도도 올라 불쾌지수 또한 증가할 것이다. 고온과 습도에 노출된 공장의 기계가 장기간 멈춰 서 있으면, 기계는 녹이 슨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말은 그래서 어느 공장이든 가장 중요한 구호인 것이다. 개성공단의 기계가 녹이 슬고 있다. 멈춰진 기계, 근로자가 없는 공장, 봉인된 작업장, 한낮에도 어두운 공단…. 멈춰선 공단은 기업을 망하게 한다. 기업이 망하면 기계는 고철이 된다. 고철이 된 기계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그냥 고철이다. 그러니 기업인의 마음만 타들어 가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여름은 뻔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고철이 된 기계 앞에서 속이 숯검댕으로 변한 기업인들 앞에서, 그리고 이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불안한 국민 앞에서 우리는 ‘격’ 따위를 따지고 ‘형식’을 논할 것이다. 친하게 지내자면서,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면서 ‘친구의 조건’을 따지는 유체이탈 화법만 난무할 것이다. 그래서 불안했던 지난봄과 같이 우리와 북한은 비수처럼 날카로운 말 폭탄만 서로의 심장을 향해 던질 것이다. 동원된 군대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훈련을 할 것이고 그 훈련은 외신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이 또 높아졌다고 전달될 것이며, 결국 바캉스를 즐기는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이 태양 아래 읽는 신문 한편의 국제면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나 아는가. 그때쯤 되면 개성공단의 기계는 이미 녹이 슬고, 기업인은 사라질 것이며, 남북관계는 고철이 된다는 것을…. 고철이 된 남북관계 앞에서 화해니 협력이니, 신뢰니 하는 말들은 아무런 위안이 안 된다는 것을…. 이렇게 되면 우리는 동맹의 그늘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의 꿈으로 치부될 뿐이고, 자주국방의 과제는 고작 헬리콥터를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는 선에서 자위해야 할 뿐이며, 독이 한층 올라 방방 뛰는 북한 앞에서 우리는 결국 “한·미 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핵은 더욱 강력해질 뿐이고, 우리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길 없어 워싱턴에다, 베이징에다 “북한이 왜 이래요?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어야만 하는 무기력에 빠질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에 더 의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형식이 내용!”이라고 외쳐만 대는 꼴이 될 것이다. 소장학자로서 나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참 미안하다. 20년 전 내가 대학에서 배운 북핵위기, 남북관계, 동북아 국제정치의 내용들을 교수가 된 뒤에도 똑같이 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교류보다 안보와 위기가 더 분량이 많은 강의 말이다. 동남아와 유럽의 젊은이들이 국경을 넘어 그들 지역을 무대로 직장을 구하고 삶의 질과 폭을 넓혀가고 있는 사이 우리 젊은이들은 고질적이고 원초적인 국가안보 문제의 구조 속에 갇힌 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상상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옆에 살고 있으면서, 세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글로벌이라는 개념은 고작 미국으로 유학가거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으로 국한이 된 것이다. 평화 없는 곳에 글로벌 상상력은 한여름 밤의 꿈이다. 녹이 슬고 있는 개성공단의 기계는 신뢰 부재의 남북관계 현주소가 아니라, 신뢰를 쌓고자 하는 인내력의 부재를 상징한다. 불안한 한반도의 여름, 결국 찾을 곳이 동맹의 그늘뿐이라면, 이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 젊은이들을 다시 이 좁은 반도에 가두어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화를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가 부르짖는 ‘글로벌’이라는 구호는 한여름 밤 짜증나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불과하다.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태산의 옥황상제와 풍진세상

    [최동호 새벽을 열며] 태산의 옥황상제와 풍진세상

    세상이 답답하다. 쉽게 풀리는 일은 거의 없고 일마다 첩첩산중이다. 경제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다 앞길이 난망하다. 남북문제만 하더라도 잘 풀릴 것 같더니 다시 자물쇠가 잠겨 있다. 지난 5월 하순 중국 산둥성 태산에 올랐다. 공자의 고향 곡부에 들렀다가 태산을 오르기로 했다. 오전에는 비가 조금 내리고 하늘은 음울했다. 운무가 휘도는 하늘 거리를 걸어 정상으로 향했다. 대개 6000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청제궁(靑帝宮) 문을 넘어서니 태산의 진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과연 태산의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중국 진시황을 필두로 역대의 황제들이 봉선 의식을 했다는 현장에 서게 된 것이다. 우선 한 무제가 세웠다는 무자비가 눈에 들어왔다. 대략 2m 높이의 무자비는 천하를 평정하고 태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한 글자도 새기지 않았다는 무언의 전언이 수천의 글자보다 더 많은 의미를 느끼게 했다. 한 무제는 다섯 번이나 태산에 올라 제사를 지냈고, 청나라 건륭제 또한 열 번이나 태산에 올랐다고 한다. 모두 자신의 공적을 하늘에 고했다고 했으나 아마도 자신의 공적을 헤아려 보고 잘못을 돌아보면서 백성에게 하늘의 명을 받아 자신이 천하를 다스리고 있음을 알리는 정치적인 의미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 왜 이렇게 황제들이 태산에 올라 하늘에 제를 지내려고 했을까. 태산은 도교의 중심이며 민간 신앙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는 상징적인 오악지존의 산이라고 한다. 수많은 중국인이 지금도 태산에 오르는 것은 소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일 것이다. 태산의 정점에는 중심에 옥황상제를 모시는 옥황정이 있고 좌우에 이를 보좌하는 전각이 있었는데 동쪽은 관일정, 서쪽은 망하정이라 한다. 동쪽은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고 서쪽은 황하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하니 이 같은 명당이 더 있을 수 있겠는가. 옥황정 앞마당에는 태산극정(泰山極頂)이라는 표지석 중심으로 동심건(同心鍵)이라는 열쇠가 석책에 무수히 쌓여 있었다. 이 열쇠는 언제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다는 약속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떻든 태산의 중심에 옥황상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이야기나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태산의 정점에 옥황상제가 있다는 것은 동양인 상상력의 중심에 민간 신앙의 최고 신격으로 그가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하나의 충격이었다. 역대 중국의 황제들이 봉선 의식을 행한 것도 바로 민중의 마음속에 있는 하늘의 신에게 제사를 드린 것일 터이다. 동악 태산 옥황정의 기둥에 새겨진 편액의 글씨가 건륭제의 필체임을 확인했을 때 건륭제의 소망 또한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공자 또한 태산에 올라 ‘등태산이소천하’(登泰山而小天下)란 말을 남겼다고 맹자가 전하는 글귀를 새긴 바위가 있었다. 태산을 등정하고 돌아 내려 오는 길에 산하를 굽어보니 천하의 절경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전에 비가 내린 탓인지 하늘은 맑고 가끔 일어나는 운무가 선선한 바람을 몰아와 더욱 풍치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 절경이 절경뿐이겠는가. 한국에 돌아와 보니 지금의 답답한 국내외 정세를 풀기 위해 다시 한 번 태산에 올라 그 답답함을 옥황상제나 하늘의 신에게 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물론 하늘의 신에게라도 새로운 대화의 문을 열어달라고 기원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 정세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남북의 문은 굳게 닫혀 있으니 진퇴양난의 길에 가로막혀 일찍 다가온 여름이 더욱 답답하다. 동북아의 질서 개편이 시동되어 새 역사의 시대가 한층 임박한 상황에서 ‘태산이 높다 하되 못 오를 리 없다’는 옛 시조를 다시 한 번 읊조리며 풍진 세상의 여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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