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마도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비닐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분열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1,454
  • 1400광년 떨어진 ‘별’ 탄생하는 순간 포착

    1400광년 떨어진 ‘별’ 탄생하는 순간 포착

    별이 탄생하는 극적인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유럽남부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 ESO)는 칠레천문대 ALMA 망원경을 이용해 촬영한 아기별 HH 46/47의 모습을 공개했다. 지구로부터 무려 1400광년 떨어진 돛자리(Vela)에 위치한 HH 46/47는 별이 일반적으로 생성되는 과정을 그대로 거치고 있다. 별은 일반적으로 가스나 먼지구름 등이 서로 끌어당기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연구에 참여한 칠레대학 디에고 마도네스 교수는 “관측된 HH 46/47는 허빅-아로 천체(Herbig-Haro object) 단계”라면서 “어린별이 우주로 방출하는 분출물 속도가 시속 1백만 km에 달할 만큼 생각보다 엄청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별의 생성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태양계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알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 허빅-아로 천체(Herbig-Haro object) 1950년대 천문학자 조지 허빅과 걸리러모 하로가 발견한 것으로, 가스나 먼지 구름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작은 성운 모양의 천체.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열린세상] 증세 정국 누구 잘못인가/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증세 정국 누구 잘못인가/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결국, 올 것이 왔다. 증세 논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통령이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조달하겠다고 수도 없이 강조했지만, 그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세상이 모두 알고 있다. 급기야는 세율이나 세목을 변경하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라는 황당한 논리로 불난 곳에 부채질을 한다. 불을 꺼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대통령이 수정을 지시했지만 묘책이 나올 리가 없다. 수정된 개정안은 근로소득세액공제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이 증가하는 구간을 조정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 설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조악한 방법이다. 세 부담이 증가하는 목표 구간을 정하고, 그 이하의 소득금액에 대해서는 증가한 세 부담을 마지막에 깎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증세를 위해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하였는데, 이를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편법을 택하다 보니 세법이 누더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안쓰러운 사람은 개정작업을 수행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다. 위에서 내려온 수행목표는 세수가 늘어나도록 세법을 고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세율을 건드리지 말라는 조건도 붙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생각해 낸 묘책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의료비 100만원에 대하여 소득공제 대신 15만원의 세액공제가 되면, 한계세율이 15%보다 높은 납세자는 세 부담이 증가한다. 개정안은 소득공제가 가지는 누진적 혜택을 없애면서, 이와 함께 세액공제되는 금액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실질적인 증세를 가져왔다. 소득공제 항목은 대부분 비용을 공제하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렇게 의료비를 일단 과세소득에 포함하는 개정안은 증세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기재부 공무원들이 이를 몰랐을까. 세법 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세수를 더 확보하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걷으라고? 대기업이 더 내야 한다고? 이미 우리나라 부자나 대기업은 다른 국민에 비해서 충분히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여력이 더 있을지 모르지만 그 부작용도 우려되고, 얼마나 더 걷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먼저 해결하라고? 고소득 자영업자가 누구를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거니와 사실 세무조사에도 한계가 있어서 생각만큼 세수가 늘지도 않을 것이다. 일을 하는 처지에서는 주변이 온통 야속할 것 같다. 애초 정부에서 홍보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언론에서 이번 개정안을 중산층 증세로 몰아간 것도 그렇다. 개정안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한 것에 핵심이 있고, 이는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현저하게 증가시킨다. 고소득자는 충분히 불만이 있을 법하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도 약간 증가하는 것인데, 이를 가지고 중산층 증세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민주당도 아주 좋은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민주당도 지난 대선에서 훨씬 많은 복지공약을 제시했었다. 아마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더라도 별수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어서 개정안을 비난하는 것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야속한 것은 여론의 화살을 맞자 바로 잘못했다고 하면서 수정을 지시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정책이 잘못될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매우 잘되어 그 의사가 바로 반영된 것인가. 그러나 요 며칠의 행태는 잘못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윗사람의 모습처럼 보여 안타깝다. 잘못이 있다면 증세는 안 된다고 하는 제약조건을 설정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에게 있다. 마치 자신들은 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듯이 며칠 만에 수정을 지시하는 행태는 실제로 일을 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꺾는다. 하루 만에 수정안을 내놓는 것도 세법의 중요성에 비추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연일 언론에서는 복지에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그 방안을 만들었을 때 그 수고를 먼저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세만의 노래는 어찌된 셈인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서늘하게 서글퍼지면서 눈물이 쑥 빠지게 하였다. 아마도 이러저러한 곡경을 겪으면서 굽도 젖도 못하는 그의 딱한 신세 때문에 목소리에 청승이 실린 까닭이었다. 그는 어렵사리 접소에 남게 되든지 아니면 접소에서 배송되든지 둘 사이에 놓인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의 딱한 신세가 내성 떠난 지 사흘 뒤인 샛재 비석거리에서 다시 한번 외대를 당하게 되었다. 온 집안이 눈에 띄게 초례청을 차린답시고 분주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월천댁은 그 바쁜 중에도 마당가에 몰래 옹솥을 걸고 익모초를 달이고 있었다. 구월이에게 먹일 상약인 듯한데, 자궁이 빈약하여 유산할 걱정이 있는 산모는 감꼭지나 벼 뿌리를 삶거나, 아니면 호박 넝쿨의 곧은 순을 고아 먹이면 자궁을 튼튼하게 보전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익모초가 가장 효험이 있다 해서 달이는 눈치였다. 소금 짐을 짊어지고 십이령길에 올라야 할 차인꾼 두 사람이 삼남이*를 비딱하게 쓰고 분주하게 설치고 있었고, 말래 접소에서 동자치 노릇하던 월이도 와 있었다. 이웃 아낙네들 역시 품앗이를 한답시고 숫막을 들락거리며 매통을 갈거나 짚방석을 깔고 앉아 전병을 굽고 술을 담근다며 난리 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 북새통 피우는 광경을 바라보는 길세만은 예상과는 달리 초연한 낯빛이었다. 구월이가 배고령과 맺어질 줄 진작부터 알고 있던 눈치였다. 바쁜 중에 마침 천봉삼을 발견한 월이가 박우물로 달려가서 옹가지에 시원한 물을 떠다 일행들에게 대접하였다. 냉수 한 바가지를 벌컥벌컥 들이켠 천봉삼이 월이에게 물었다. “임자… 월천댁이 울바자 밑에서 무얼 달이나?” “감꼭지와 익모초인 듯하오.” “그렇다면 자궁을 도울 상약임이 분명한데…. 구월이 배태하였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팔의 나이에 자궁이 그토록 약하다는 것인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대꾸하는 말버슴새가 야무지던 월이의 대답이 듣기에 따라서는 무언가 은휘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서 천봉삼이 돌아서다 말고 다잡아 물었다. “내가 남의 일에 공연히 잘난 체하고 헤집고 들었나?” “아니오.” “아니라니?” “사실 약탕기에 끓고 있는 상약이 자궁을 받쳐 주는 상약인 것은 분명한데, 구월이가 먹을 약은 아니오.” “그래, 그럼 누가 먹을 약이오?” “너무 헤집고 들지 마세요. 실은 제가 먹을 약을 달이고 있소.” “아니…? 임자 배태를 했더란 말이오?” 천봉삼의 떨리는 목소리에 월이가 대답은 않고 돌아서며 얼굴만 붉혔다. “임자, 접소에 겹경사가 났소. 그런데 임자가 몸이 그토록 쇠약해질 때까지 내가 보살피지 못했구려. 더욱이나 이 바쁜 와중에 혼주되는 월천댁이 임자에게 먹인답시고 약탕기를 달이고 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소.” “그래서 저도 놀랐습니다. 은인을 만난 게지요.” 그로부터 이틀 뒤에 월천댁 숫막의 협소한 마당에는 조촐한 초례청이 마련되었다. 혼례식에는 정한조와 곽개천과 천봉삼 내외와 공원 몇 사람이 참례하였다. 신혼부부를 위하여 접소의 공원들이 갹출한 50냥 가까운 축의금이 마련되었으나 그 돈을 부부에게 건네지 않고 월천댁에게 건네주었다. 혼례에 쓰일 물자는 모두 이웃의 품앗이로 마련되었다. 사추리 밑까지 샅샅이 뒤져봐야 불알 두 쪽만 달그락거리는 가난뱅이라고 야무진 말투로 험담을 늘어놓았던 월천댁은 목돈을 건네받자, 고맙고 무안했던 나머지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신혼의 부부는 안방에 버젓하게 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웠다.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 짜낸 기름을 접시에 붓고 심지를 넣어 붙인 접싯불이 두 사람의 자태를 희미하게 비추었다. 때죽나무 기름은 연기가 나지 않아 신방을 밤새워 밝혀 두어도 그을음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십이령에 때죽나무가 흔치는 않지만, 월천댁은 혼사 때 쓰려고 때죽나무 기름까지 짜 두었던 것이었다. 배고령은 아내인 구월이의 목덜미를 가만히 끌어안으면서 귓속말을 하였다. “우리가 지붕이 엄연하고 삿갓반자가 쳐다보이는 안방에서 두동베개를 베고 눕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꿈만 같구먼.” “누가 아니래요…. 사실 그동안 아비 묘 앞에서 이녁과 관계를 가질 때, 가시가 등줄기를 파고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 “이녁이 날 소박놓을까 그때마다 이 악물고 참았소.” “사추리에 파고드는 가시 때문에 아파서 내지르는 소리를 난 감창소리로 알고, 처자의 몸으로 일찌감치 살송곳 맛을 들였구나 했지. 잔뜩 끌어안고 흔들고 뿌리치는 것이 모두 요분질로만 알고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곤 하였지….” “이녁이 그 맛을 들이게 주선해 주기도 했지만, 아프기도 했지요. 이녁이 정분을 거두고 날 상종하지 않을까 등줄기가 멍들고 허벅지가 가시에 찔려도 참았지요.” “오늘밤은 등메 위에 누웠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모두가 엄니 덕분이오.” *삼남이:대로 결어 만든 모자
  • “한국 성문화·사회 변화 ‘선데이서울’에 고스란히”

    “한국 성문화·사회 변화 ‘선데이서울’에 고스란히”

    “‘선데이서울’에는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그 이면에 가려진 성(性)문화 등 변화하는 사회 현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토드 헨리(42) 교수는 13일 오전에도 서울신문 자료열람실을 찾아 1970~80년대를 풍미한 서울신문의 인기 주간지 ‘선데이서울’을 뒤지고 또 뒤졌다. 지루한 장마와 불볕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지난달 12일 이후 그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달째 열람실에 ‘출석’ 중이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헨리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해방 이후 한국의 성문화’. 외국인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연구다. ‘선데이서울’은 서울신문이 1968년 9월 창간해 연예계 소식뿐만 아니라 가려진 사회 이슈들까지 두루 다뤄 재미와 정보를 챙긴 국내 최초의 본격 오락 잡지다. 1991년 12월 휴간될 때까지 23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선데이서울’은 1970~80년대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던 한국 사회의 뒷얘기를 시시콜콜 다뤘기 때문에 한국의 성문화와 사회상을 연구, 조명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입니다. 좋은 연구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헨리 교수는 ‘별들의 고향과 내 마음속의 경아’ ‘행실 나쁜 아내와 막벌이꾼의 순정’ ‘제비족과 꽃뱀들의 천국’ 등의 기사를 읽으면서 “재미있지 않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유별난 관심은 1993년 일본 오사카 간사이대에서 시작됐다. “당시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다 간사이대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죠. 재일교포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과 친해지게 됐는데, 그들이 일본 사회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걸 알게 된 후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유대인으로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끼며 자란 탓일까. 내친김에 1999년 고려대 어학당에 입학해 ‘한국어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역사’를 공부했다. 직업 외교관의 꿈도 접었다. 이후 2006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일제 식민지 시기 경성의 도시 공간’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근대 동아시아사 교수로 재직하다 2009년부터 UCSD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 그는 한국 사람보다 더 진하게 ‘한국식’으로 산다. “요즘 같은 날씨엔 시원한 콩국수를 즐겨 먹는다”면서 “아마도 전생에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K팝의 열기가 식어 버릴까 봐 누구보다 걱정하는 그다. “가수 싸이 열풍 덕분에 미국 내에서 한국학에 대한 교육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어요. 해외에서 한국학을 꾸준히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지역 한인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글 사진 최해국 정보지원팀장 seaworld@seoul.co.kr
  • [오늘의 눈] 우리에겐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다/강국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우리에겐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다/강국진 사회부 기자

    정부가 지난 8일 ‘2013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이 ‘진보’나 ‘보수’라는 정치적 정체성에 상관없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지금껏 세금폭탄과 줄푸세로 한껏 재미를 봤던 현 여권은 부메랑을 제대로 맞았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12일 정부 세법개정안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민주당은 당초 새누리당이 ‘저작권’을 가진 ‘세금폭탄’을 외치고 있다. 내 의견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정부 비판에 동참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세법개정안의 당초 취지를 지지한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세법개정안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대답했다. 물론, 썩 공감을 얻진 못했다. 정상회담 관련 기록물 유출이나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에선 정부를 옹호하던 분들이 세법개정안에는 분노를 참지 못한다. 나는 정반대다. 이번 만은,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보편복지를 위한 보편증세’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원점 재검토’라는 박 대통령 발표에 더 불만이 많다. 내가 내는 세금은, 아마도 이번 세법개정안 덕분에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이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나는 ‘3대 비급여를 포함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과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 지급’ 그리고 ‘영유아보육 및 유아교육 완전 국가책임제’같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지한다. 그 공약들이 후퇴하는 데 분노한다. 그 공약들뿐 아니라 내가 지지하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무상의료를 하려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그것도 훨씬 더 많이 내야 한다. 아마도 심리적 마지노선은 ‘왜 부자들은 놔두고 월급쟁이 유리지갑만 뜯어가느냐’일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소득에 더 많은 세금’이라는 누진세의 원칙을 지지한다. 그렇지만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부족하나마 누진세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나 공무원 직급보조비 과세 조치 등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성과도 포함돼 있다. 비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같은 개혁이 포함되지 않은 건 아쉽지만, 일부 부족을 이유로 전부 반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사를 살펴봐도 복지국가는 부자들과 서민들이 전쟁을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화해와 양보를 통해 이뤄졌다. 물론 우리가 낸 세금을 4대강 사업(대운하)을 위한 보(댐 혹은 갑문)를 짓는 데 쓰거나, 그렇잖아도 공급과잉인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쓰는 건 누구보다도 반대다. 예산낭비를 지적하는 비판의식은 우리 공동체를 위한 더 좋은 예산운용이라는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발적으로 증세에 동의해주는 대신, 정부를 향해 이렇게 요구하는 건 어떨까. “우리는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의료, 고속도로가 아니라 사회안전망, 무기구매보다 평화에 투자하는 국가를 원한다.” betulo@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소리 잘하는 배고령입니다.” “배고령? 바른말 잘한다는 그 배고령?” “어허, 세상일 알고도 모르겄네. 이 육실할 년이 하필이면 낼모레가 환갑인 배고령에게 가랑이를 벌려주다니… 아이고 내 팔자야… 10년 과수로 독수공방하다가 고자 대감을 만난다더니… 이년이 숱한 남정네 놔두고 하필이면 몇 해 못 가서 환갑이 될 노닥다리 등짐장수와 배꼽을 맞추었네그래. 배고령이 언변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더니, 똥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재간까지 있는 줄 어느 누가 알았겠나.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이라더니 이런 봉패가 있나….” “봉패라니요? 구월이가 본데없는 산중 처자라고 모두 손가락질하는지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있습디다. 배고령이 구월이와 견주어 연세가 약간 지긋하다 하나 아직 허리도 튼튼해서 소금 짐을 지고 치받이길을 치고 오르는 데 아무런 구애가 없고, 양도가 절륜하답니다. 뿐만 아니라, 심성도 진국이어서 내자를 위하는 마음 한 가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오. 언변도 얼음에 박 밀듯 매끄럽고 언문에도 통달하여 장거리에 나가서 흥정을 해도 막힘이 없는 사람이오. 경위 밝고 보비위도 잘하여 장모님도 범절 차려서 깍듯이 모실 것입니다. 통도 크고 능갈치는 재간도 출중하여 조선팔도 어느 장거리에 내놓아도 남의 견모가 된 적이 없습니다.” “보비위 잘하는 놈치고 쓸개 안 빠진 놈이 없지…?” “배고령이 그처럼 데데한 사람이 아니랍디다.” “누가 그런 말을 하였소?” “이번에 접장이 된 정한조 도감이 그럽디다.” “도감 어른이 접장이 되었소?” “되다마다요. 사실은 혼례 치를 겸사해서, 접장이 된 축연도 해야 하오.” 월천댁은 다시 한번 까무라칠 뻔했지만, 정한조가 접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순간적으로나마 시름을 잊게 되었다. 사실 정한조가 접장이 된다는 소문은 파다했으나 아직 임소에서 통기는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평소 마음속으로부터 정한조에게 한없는 신뢰를 보내는 월천댁의 심사를 달래주는 데는 효험이 있는 말이었다. 월천댁으로 하여금 마음을 돌려 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주선하고 숨어버린 구월이까지 찾아내어 모녀 사이에 손찌검이 오가지 않도록 달래주느라 사흘간 동분서주하는 동안, 말래 접소에는 그동안 빈자리로 있던 내성 임소의 접장에 정한조가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당도하였다. 정한조가 감당했던 도감 자리에는 도공원이었던 곽개천이 천거되었다. 도감이 접장으로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떠들썩했던 그날, 해가 나절가웃이 될 무렵 말래 접소에는 생긴 것도 반반하고 입성도 단정한 한 상노아이가 찾아와 정한조에게 언문으로 쓰인 짧은 편지 한 장을 은밀히 전달하고 돌아갔다.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워 두 발짝 앞에 있는 사람의 형용도 분별하기 어려운 한저녁, 베잠방이 차림의 정한조는 동배간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서 몰래 접소를 나섰다. “분복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여 형단영척(形單影隻) 의지할 곳이 없어 공규를 지키며 외롭기 그지없기는 접장 어른과 쇤네 역시 다를 바 없어 전전불매(輾轉不寐)입니다. 오늘밤 소찬을 마련하여 접장 어른 모시려 하니 허물하여 내치지 마시고 쇤네의 와실(蝸室)을 찾아 주십시오.” 작은 쪽지였지만 여인으로부터 난생처음 받아본 언문 편지였다. 그러나 썩 내키지 않았다. 연서라는 것이 애당초 그에겐 낯선 것이기도 했지만, 접소의 동배간들 몰래 울진 관내에선 명자(名子)가 떠르르하다는 기녀의 집을 찾아간다는 것도 분복에 겨운 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행담(行擔) 짜는 놈은 죽을 때도 버들잎 입에 물고 죽는다 하지 않았던가. 분수에 넘치는 일을 대중없이 넘보다 보면 필경 화근이 되어 환난을 겪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나절가웃에 걸려 있던 해가 먼산주름 뒤편으로 껄떡 넘어가고 산허리에 저녁 이내가 어렴풋이 걸릴 제, 매미 소리 또한 숲속에서 지악스럽게 울어대면서 마음이 어느새 동하여 정한조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접소를 나서고 말았다. 향임의 집은 접소에서 흥부장으로 향하는 한길로 가다가 왼편으로 꺾어든 언덕 아래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발새 익은 길은 아니었지만,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집은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간 초옥에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데, 울바자 밖으로 정한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문틈으로 내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향임이가 몸소 뛰어나와 맞이하였다. 다가오는 궐녀에게서 지분 냄새가 설핏하였다. 외짝 지게문이 달린 휑뎅그렁한 방안에는 조선팔도 어느 고을 기방 풍속이 그러하듯 차려둔 가재도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다만 빗자루 하나가 벽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멍석 위에 등메가 덧깔린 방 가운데는 개다리소반에 주안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산해진미가 차려진 것은 아니었다. 울진 흥부장 저잣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찬들이었다. 그처럼 조촐한 주안상이 정한조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딱 벌어진 다담상에 주과가 즐비하였다면 아마도 좌정하기가 거북했을 것이었다. 향임의 도량이 그만치 깊다는 것을 차려진 주안상에서 익히 엿볼 수 있었다. 향임이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그 무릎 위에 두 손을 포개 얹고 다소곳이 인사를 건네었다. “오늘밤 오시지 않으셨다면, 짧은 여름밤이었다 하나 이렇게 앉아 뜬눈으로 새웠겠지요.” 그 말에 정한조도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나 역시 편히 잠들지 못하고 조리를 치거나 등걸잠으로 밤을 새웠겠지요.” 향임이가 임기응변으로 둘러대는 정한조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거들었다. “성가시게 여기지 않으시고 편역을 들어주시니 고맙습니다.”
  • [주말 영화]

    ■해운대(EBS 일요일 밤 11시) 2004년 세계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게 엄청난 사상자를 내며 지구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준 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은 예기치 못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단 한순간의 실수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연희 아버지를 잃고 만다. 이 사고 때문에 만식은 연희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만식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연희를 위해 멋진 프러포즈를 준비한다. 한편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 박사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5년 전 발생했던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흡사하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대한민국도 쓰나미에 안전하지 않다고 수차례 강조하지만,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난방재청은 지질학·통계적으로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칠 확률은 없다고 단언한다. . ■알포인트(OBS 토요일 밤 10시 15분) 1972년 베트남 전쟁 막바지에 200명의 부대원 중 혼바우 전투에서 혼자 살아남은 최태인 중위는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의 본대 복귀 요청은 철회되고, CID 부대장은 그에게 비밀 수색 명령을 내린다. 2월 2일 밤 10시. 이날도 사단본부 통신부대의 무전기에서는 ‘당나귀 삼공’을 외치는 비명이 들어오고 있다. 6개월 전 작전지역명 ‘로미오 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으로부터 계속적인 구조요청이 오고 있었던 것인데….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다. 3일 뒤 좌표 63도 32분, 53도 27분. 로미오 포인트 입구, 밀림으로 들어가는 9명의 병사 뒤로 가려졌던 낡은 비문이 드러난다. ■독립영화관 가시(KBS1 토요일 밤 1시 5분) 재건축 회사에 근무하는 윤호는 엄마가 재산을 모두 가지고 사라진 뒤로 그런 사실을 잊어버리려는 듯 결혼을 준비하며 악착같이 일에 매달린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앞에 엄마한테 빌려준 돈을 되돌려 달라며 서희란 여자가 나타나고 윤호는 그런 상황이 어이없기만 하다. 괴롭히는 서희 때문에 엄마를 찾아가보기도 하지만 엄마 희수는 피하기에 바쁘다. 한편 세경과 결혼을 준비하던 윤호 역시나 경제적인 어려움과 불안함에 세경의 부모님께 신임을 얻지 못하고 결국 세경마저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런 윤호에게 남은 건 엄마가 남긴 빚과 자신이 혼자 독립하려고 빌린 사채뿐 윤호의 삶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 성인지 사업, 양성평등과 무관한 것 많다

    ‘성인지 예산 사업 집행 100%’ 달성을 자랑한 국가기관들이 실제로는 엉뚱하게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2 회계연도 성인지 결산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지 사업 예산 규모는 총 11조 2725억원으로 정부 총지출액(325조 4000억원)의 3.5%에 해당한다. 결산서를 제출한 국가기관 34곳 중 성인지 성과목표를 100% 달성한 기관은 9곳에 이른다. 그나마도 이들 기관에서 실시한 성인지 사업 중 일부는 성인지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을 편성·집행할 때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양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인지 예산 제도의 취지다. 국세청은 지난해 ‘조세박물관 운영’ 사업을 성인지 사업으로 정하고 사업 수혜자를 여성 방문객으로 설정했다. ‘성인지’를 단순히 ‘여성 혜택’으로 인식한 것이다. 게다가 성인지 결산서 자체평가 항목에는 ‘청소년의 능동적 참여와 흥미 유발’, ‘전시실 개편 등 방문객 만족도 증가 유도’와 같이 성평등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적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관 교육훈련 지원’ 사업 결산서 자체평가 항목에 “고충민원 조사 활동시 민원인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생기지 않도록 조사관에 대해 성인지력 교육을 2회 실시해 성과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을 한 것만으로 성평등 목표를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책처의 설명이다. 정책처는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이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지만 아직 ‘성인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라면서 “각 부처에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 교육을 의무화하고 적절한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 적극적인 성인지 사업 발굴을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나 좀 구해줄래?”…쓰레기통 빠진 라쿤 가족

    “나 좀 구해줄래?”…쓰레기통 빠진 라쿤 가족

    ”바쁘지 않으시면 저 좀 구해주실래요?” 대형 쓰레기통에 빠진 라쿤들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한장으로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든 이 사진은 최근 미국 뉴욕의 한 대형 쓰레기통 속에서 촬영됐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미국 너구리인 라쿤 가족으로 인근 숲에 살다 먹잇감이 없자 도심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을 촬영한 여대생 데니크 페이나도(19)는 “밤늦게 남자친구와 길을 걷다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뚜껑을 열었는데 그 속에 라쿤들이 있었다” 면서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데 물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히 보니 라쿤들이 나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이었다” 면서 “아마도 먹잇감에 이끌려 쓰레기통에 들어갔지만 나오지 못하고 갇혀 버린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곧 페이나도와 남자친구는 ‘라쿤 구출작전’에 들어갔고 긴 널판지를 쓰레기통 안에 기대, 라쿤들이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페이나도는 “얼마후 라쿤 가족들이 하나둘씩 쓰레기통에서 빠져나와 숲으로 사라졌다” 면서 “다시는 보기 힘든 재미있는 광경이었다”며 웃었다.        사진=멀티비츠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독일서 만난 ‘낯선 자아’와의 더부살이

    독일서 만난 ‘낯선 자아’와의 더부살이

    ‘이 동네 민들레꽃은 너무 크고 징그러워/언제든 비교하는 내 안의 이방인, 너를 데리고 다니기가 버겁다’(이방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레지던스 작가로 지난해 봄과 여름을 독일 베를린에서 보냈던 김이듬(44) 시인. 스스로를 ‘열려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그곳에서 ‘내 안의 이방인’과 더부살이를 했다.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있던 곳과 비교해 뭐가 더 낫고 낫지 않은지 잣대를 들이대고 있더라고요. 편견이 많고 이물덩어리인 나, 지질한 자아가 자꾸 보였어요.” 이렇게 낯선 자아와 인연, 풍경, 사건들과 조우했던 5개월여의 시간이 67편의 시로 쓰여졌다. 그의 네번째 시집 ‘베를린, 달렘의 노래’(서정시학)다. 시편들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팽팽한 긴장과 불안, 격렬한 사유를 한 움큼 덜어냈다. 대신 “자유의지로 선택한 유배지에서 겪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지상중계로 전한다”는 허수경 시인의 발문처럼 자유롭게 부유하며 때로는 감성 어린 기행에세이로, 때로는 상냥한 편지로 날아든다. ‘저는 환희 속에 시를 써 본 적이 없어서/당신을 만난 기쁨 때문에 시를 쓸 수 없어서/편지를 씁니다’(손수건 나무) 시의 고백대로 시인은 그간 괴로움과 슬픔 속에서 시를 잉태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방의 땅에서 그는 변화를 겪었다. “그간 투덜거리는 시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파독 광부·간호사 등 이민자, 유학생 등 추운 땅에서 고생해온 분들을 만나니 내가 생각했던 잔혹함이 더 큰 잔혹함을 겪었던 사람들 속에선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더군요. ” 베를린에서 맺은 인연들은 “네가 해를 가져왔다”고 시인을 담뿍 반겼다. 이제 남겨두고 온 사람들에게 떠나온 시인은 시로 태양을, 온기를 건넨다. ‘나보다 훨씬 가난한 여자들이 나를 위해 곰 인형을 샀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싱거운 소리를 하다가 가을이 오면 같은 유행가를 큰소리로 부르는 거 그들이 읽어주는 시를 듣고 인상 쓰는 거 울지 않고 포옹하는 거 먼저 뒷모습을 보여주는 거 돌아와서 불을 켜고 더 깊이 외로울 거’(태양이 머무는 곳) 급할 때면 터지던 모국어가 태아를 길러낸 자궁 속 양수처럼 자신이 발현한 물과 같다는 깨달음도 찾아왔다. ‘목 근처에 오크목보다 좋은 향기가 나는 이온수로 가득 찬 이동식 욕조가 있습니다 이 안에 태아가 있다면 푸르스름하고 미성숙한 뼈를 가진 아가가 있다면 그 애는 자궁으로 가게 하세요(…중략) 몸을 씻은 후에 들어오지 말고 눈물과 오물, 고름을 닦아내지 말고 오세요(…중략) 욕을 할 때의 모국어는 나를 지원합니다 슬프게 합니다 당신은 여러 면에서 불결하고 매력적인 모국입니다’(모국어)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지난 5~6월은 인문학이나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학생들이 악기나 붓을 들던 손으로 피켓을 들게 된 이유는 바로 대학 구조조정이었다. 게다가 지금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자수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대학 정원이 너무 많아 2018년이 되면 대학 정원조차 못 채우고 2020년이 되면 10만명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된다. ■은희(KBS2 오전 9시) 은희는 자신이 떠날 테니 정태를 도와줄 것을 금순에게 부탁한다. 한편 은희가 떠난 것을 안 성재는 병원을 뛰쳐나와 사력을 다해 달려보지만 은희는 서울행 버스와 함께 떠나버렸고…. 그렇게 4년이 지난 후. 성재가 제대하는 날, 모두 화기애애한 두부공장 식구들. 그리고 은희는 청계의 한 봉제공장에서 씩씩한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를 보라(MBC 오전 11시) 해양산업의 인재를 길러내는 인재양성 집합소, 인천 해사고등학교를 소개한다. 이곳은 전문성을 강조하는 마이스터 고등학교답게 해양훈련부터 비상탈출 훈련까지 해외 취업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바다를 누비는 마도로스가 되고자 오늘도 노력하는 인천해사고 학생들의 일상을 엿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킬링필드라는 고통과 아픔을 가진 나라, 캄보디아의 작은 시골 마을 출생인 소카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붙어 있는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빈곤한 나라에 사는 소카가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 힘든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보육원 생활을 선택했다. 하지만 12살 사춘기가 시작된 소카에게는 낯선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엄마 없이 살아보기(EBS 밤 8시 20분) 대나무 천국, 전남 담양을 찾는다. 초록빛 대나무 숲에 바람따라 발길따라 도착한 아이들은 숲의 끝에서 작은 집 한 채를 발견한다. 비밀스러운 숲을 찾은 두 명의 엄살쟁이들은 4남매의 맏이 은별이와 3형제의 막내 승균이. 귀찮게 하는 동생도, 형의 잔소리도 없는 이 비밀의 숲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족(OBS 밤 11시 5분) 소싸움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는 전북 정읍에서 이름을 떨친 소가 있다. 바로 이진철씨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정읍 1호’다. 주위에서도 정읍 1호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진철씨는 10월에 있을 전국대회를 정읍 1호의 데뷔전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세 살인 정읍 1호가 대회를 잘 치러낼 수 있도록 진철씨는 연습 경기를 만들어 주려 하는데….
  •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게 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독립하는 형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안은 현재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안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론이었다. 이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최종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금융위원회 안에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과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금소원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쌍봉형 모형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둘러싼 행정체계는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지만 아직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찬반이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이 분리될 수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정책기능과 금감원을 통한 감독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정부행정조직인 반면에 금감원은 민간조직이면서 정부조직의 기능을 하는 복잡한 조직이다. 이렇게 다소 기형적인 체제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접근 대신에 금감원에서 소비자담당 기구를 독립시키느냐 마느냐의 논쟁으로 결론이 나게 된 것이다. 어떤 행정조직도 완벽할 수 없어서 기존의 조직을 없애거나 새 조직을 신설한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고와 관행이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은 같은 상황에 봉착하게 될 뿐이다. 금소원을 신설하는 것이 개악이 되지 않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금소원이 독립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저에는 기존의 금감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금감원은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사회적 큰 파문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금소원이 생기면 이러한 사태가 자동으로 근절될 것인가. 감독기구라는 막강한 갑이 하나 더 생기면 사회구조가 약자 편으로 움직일 것인가. 이것은 정치가 개입하지 않고, 관치가 결탁하지 않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원리를 이해하는 금융소비자가 전제되지 않고는 어렵다. 둘째, 금소원은 마치 소비자를 대변하고 금감원은 업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몰고 가는 이분법의 논리는 옳지 않다. 금감원이 금융업계를 위해서 일한다고 느끼는지 금융기관에 물어볼 일이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감독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도 포함된다. 금융기관이 건실하게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셋째, 금소원은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아마도 출발은 금감원의 금융소비보호처가 그대로 분리 확장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기구란 팽창 지향적 속성이 매우 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독기구가 갖는 막강한 권력을 앞세우고 업계를 볼모로 기구를 확장하려 할 것이다. 처음부터 예산의 재원부터 소속 직원들의 신분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작해야 한다. 넷째, 금소원의 신설이 성공적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이다. 자산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과 시장행위를 감독하는 금소원은 같은 사안으로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조정과 협력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밀리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처 간 조정이 안 되는 것으로 유명한 우리의 현실에서 과연 발전적 조정이 가능할 것인가. 업계는 공동검사라는 허울 좋은 이중검사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없다면 또 다른 관치가 추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서비스의 공급자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진화해 가는 복잡한 금융상품들에 대해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리스크는 생각지 않고 무모하게 고수익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을 국가가 해결해 주는 것이 소비자 보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부기구가 신설된다 해도 공급자와 소비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일제히 관람객에게 등돌린 개코원숭이 미스터리

    일제히 관람객에게 등돌린 개코원숭이 미스터리

    동물원에 사는 개코원숭이들이 일제히 관람객에게 등을 돌리고 움직이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멘 디에렌파크 동물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112마리의 개코원숭이 전체가 일제히 관람객들에게 등을 돌리고 얼음처럼 꼼짝않고 있었던 것. 특히 원숭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물론 이때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 20년 간 이같은 사태(?)가 4차례나 반복됐지만 그 원인을 동물학자 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현지 동물학자 위즈브렌 랜드먼은 “3일 간 관찰한 결과 원숭이들은 공포에 질려있었으며 나무나 바닥에 앉아 있을 뿐 거의 움직이거나 먹지 않았다” 면서 “이는 야생에서 천적을 만났을 때의 행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관람객 티셔츠의 그려진 천적 그림이나 지진의 느낌 등을 받아 그같은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야생에 사는 개코원숭이는 물론 전세계 동물원 원숭이도 이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 동물원 측 관계자는 “이 미스터리 현상의 원인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며 “일부 원숭이들이 던져준 사과를 먹는등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영탁 미래와 세상] 돈이란 무엇인가?

    [이영탁 미래와 세상] 돈이란 무엇인가?

    돈은 차가울까? 따뜻할까? 아니면, 돈은 추할까? 아름다울까? 참 대답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것은 결국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마치 같은 칼이라도 의사가 사용할 때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사용하면 흉기가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 몇 해 전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부모 없이 외롭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을 한 자선단체에 기부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상은 할머니에게서 빼앗아가기만 했는데도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전부를 세상에 베풀었다. 그래서 그 단체에서는 할머니가 기부한 돈으로 할머니의 이름을 딴 별도 기금을 만들어서 소년소녀가장이나 불우한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경우라면 누가 보아도 돈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새벽 무렵 야채장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길을 건너다 그만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 바람에 아주머니의 가방에서 한 뭉치의 지폐가 쏟아졌고, 돈은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흩어졌다. 사고 자동차는 그 길로 뺑소니를 쳐버렸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뛰어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는 아주머니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흩날리는 돈을 줍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외쳤지만 돈을 줍기 바쁜 사람들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뒤늦게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아주머니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이렇게 보면 돈은 정말 비정하고 추한 모습이 된다. 그렇다고 돈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만일 돈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가는 오로지 나를 가진 사람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돈은 그저 모으고 과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의 모습을 만들고, 돈에게 따뜻한 체온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있다. “부귀영화는 구할 때에 괴로움을 겪어야 하고, 얻고 나서는 지키느라 괴로움을 겪어야 하며, 후에 그것을 잃으면 다시 괴로움을 겪어야 하니 알고 보면 전혀 즐거움이 없다.” 그런데도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귀를 그토록 열망하면서 살아갈까? 아마도 돈이 지닌 양면성보다는 우선의 편리함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기 때문일 게다. 돈은 잘만 사용하면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더 많다. 물질 위주의 사고방식은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옳지 않고 위험하다. 물질만능주의는 결국 정신적 측면을 소홀히 함으로써 인간사회를 황폐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개인이든 나라든 애써 일궈낸 부를 오랫동안 지탱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와 같이 물질적인 것이 정신적인 것을 압도한 데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최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 돈은 원래 시장 안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데 유용한 도구다. 그런데 지난 30여년간 모든 것의 상품화로 인해 돈으로 거래되는 영역이 크게 넓어졌다. 예를 들어 건강, 교육, 공공안전, 국가보안, 환경보호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시장경제가 시장사회화함으로써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줄어들었다.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다. 이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의 경계는 어디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시장경제인가, 시장사회인가?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선을 긋기는 쉽지 않겠지만 토론의 광장이 마련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상단 일행을 호궤시키기 위해 내아에 주안상이 차려졌다. 먼저 행중이 술고래들이란 것을 알고 술을 동이째 들여놓았고, 살찐 걸귀를 잡아 대접과 접시에 안다미로 수북수북 담아내었다. 현령은 상단이 적소를 섬멸한 것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나서 반수 권재만과 곁에 앉은 사람만 겨우 들리도록 귓속말로 담소하였다. 들밥이나 못밥 따위로 주린 배를 채우던 행중에게는 문자 그대로 진수성찬이었다. 그러나 귀엣말을 나누는 두 사람의 담소 내용이 궁금했던 정한조는 줄곧 귀를 기울이며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곁에는 향임이라 부르는 기녀가 구부려 세운 무릎 위에 두 손을 다소곳이 포개 얹고 그린 듯이 앉아 그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게걸스러운 다른 행중과 달리 음식을 달갑잖아 하는 정한조의 모습을 진작부터 눈여겨보다가 기녀가 가만히 말을 건넸다. “처음부터 곁에서 지켜보았으나, 도감 어른께서는 주찬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으십니다. 무슨 까닭이라도 있으신지요?” “우리 행중이야 조밥에 소금국으로 배를 채우는 처지인데, 차려진 음식이 못마땅해서가 아니오. 지금 당장 이 산해진미가 구미에 당기지 않을 뿐이오.” “두 분 안전께서 나누는 담소에 사뭇 귀 기울이고 있으니, 산해진미인들 구미에 당기겠습니까. 필경 연유가 있겠지요.” 정한조는 비로소 곁에 앉은 기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좌석에 흩어져 수발하는 새파랗게 젊은 기녀들에 비하면 대여섯이나 손위로 보이는 삼십대 후반의 나이였다. 그에 걸맞게 차림새도 수수하고 얼굴도 얌전하였으나, 야무지고 다부진 성품을 말하듯 콧날이 오뚝하고 정수리의 가르마도 아주 선명하였다. 사리분별이 분명한 계집사람으로 보였다. 나이로 보아서도 얼추 행수 기생이 분명했다. “연유가 있다… 저 두 분의 담소가 궁금한데 엿듣지 못하는 것이오.” “좌석을 너무 멀리 두셨군요. 쇤네가 멀리서 눈치를 보자 하니 두 분께선 무슨 담판을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좌석이 멀기는 임자나 시생이나 매한가지인데, 어찌 담소하는 내막을 구슬 꿰듯 거침없이 알아챈단 말이오?” “쇤네는 기적에 이름을 올린 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소년의 나이에 기적에 이름을 올렸지요. 그동안 쌓은 견문이라 해보았자, 문틈으로 엿본 마당가의 동정일 뿐이지요. 그러나 서당개 삼 년이면 등 너머로 훔쳐본 글귀로 풍월을 짓는다 하였습니다. 쇤네도 멀찌감치 비켜 앉아 딴청을 피우는 선다님들의 고갯짓만 훔쳐보아도 그 속내를 얼추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행수라면 필경 안전 곁에서 수발해야 마땅할 터인데 어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앉아 있소?” “안전께서 그리 하라시니 쇤네는 따를 뿐입니다.” “장담할 수 있소?” “아녀자의 좁은 소견이니 장담은 아직 이르다 하겠으나 나중 보면 틀림이 없겠지요.” “다른 한 가지가 궁금한 게 있소. 예방(禮房)을 겸하는 호장은 그대로이나, 저기 앉아 있는 이방(吏房)은 낯설어 보이는데, 옛날 이방은 어디 갔소?” “옛날 이방은 균세빗(均稅色)으로 물러앉았습니다. 얼마 전에 예방 자리를 채운 분은 시탄빗(柴炭色)이었는데, 지금은 또다시 염세빗(鹽稅色)을 물려받았습니다.” “저희들끼리 직임을 거래했다는 것이오?” “쇤네가 목도한 적이 없으니, 잘 모르는 일입니다.” 이방이나 염세빗이나 시탄빗 역시 염전이 있는 울진 작사청에 있는 이서배들 사이에선 누구나 앉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자리였다. 앞다투어 그 자리를 꿰차려 했기에 돈을 받고 양도하는 일은 이제 와선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었고, 이서배들에게 끌려다녀야 하는 수령들도 자리를 돈으로 사고판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였다. 이방은 이서배들의 대표였고 수령은 모든 업무를 이방을 통해서 집행했다. 이방은 다른 이서들의 차임을 결정하는 최고의 직임이었다. 이방은 도서원이었고 도서원은 토지와 염전의 세금 부과를 결정하는 서원들의 우두머리였다. 그 자리를 시탄빗이었던 이서가 돈을 주고 예방 자리와 염세빗 자리를 꿰차고 말았다. 물론 건네준 돈의 출처는 시탄빗 행세하면서 거둬들인 구린 돈일 것이고, 수백 냥에 이르는 돈을 건네주었기에 장차 이방과 염세빗을 겸하면서 울진 해안가에 있는 60여호의 염호들은 식산을 꾀하려는 이방의 가렴주구에 적지 않게 시달리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반수 권세만이 현령과 담판을 짓자고 하는 내막은 근자에 간벌(間伐)을 가장하고 송금(松禁)을 어겨서 결옥된 염간(鹽干) 두 사람을 방면하게 해달라는 청원이었다. 토염을 굽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땔나무였는데, 염전에 곁꾼으로 들어온 지 며칠 안 되는 염간들이 물색 모르고 금강송에 도끼날을 먹였다가 발각된 것이었다. 정한조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현령과 반수 사이의 귓속말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연유가 거기에 있었다. 말래 도방에서 만났을 때, 반수와 도감 두 사람은 현령에게 그 청원을 넣기로 합의한 터였다. 그러나 근자에 염세빗을 꿰찬 이방이 수령의 분부를 속시원하게 들어줄지 그것이 의심스럽게 된 것이었다. 정한조가 잠시 뜸을 들인 뒤에 기생 향임을 보고 넌지시 물었다. “새로 이방이 된 사람의 성품은 어떻소?” “여색을 밝힌다는 것 이외에 아는 것이 없습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에 능숙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잠시 전인 것 같은데?”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못 걷는 아들 성장시킨 엄마의 따뜻한 등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못 걷는 아들 성장시킨 엄마의 따뜻한 등

    “어? 쟤는 왜 업혀 가지?” “바보야, 절름발이잖아. 절름발이.” 세일이의 등굣길은 늘 수군거림으로 가득하다. 아이들의 시선은 한 곳으로 꽂힌다. 허공에서 앞뒤로 흔들리는 세일이의 힘없는 다리다. 그럴수록 엄마는 등에 업힌 세일이를 힘주어 추스르며 말한다. “엄마랑 약속한 것 잊지 마.” 하지만 엄마와의 약속은 지키기 힘들 때가 더 많다. 기어서 복도를 지나는 그에게 아이들이 “야, 너는 개처럼 기어 다니냐?”며 조롱할 때면 눈물이 비어져 나온다. 소아마비는 전염된다며 버스에서 내리라는 기사 아저씨의 호통엔 분이 치받아 오른다. 엄마도 약속을 지키기 힘든 눈치다. 화장실 간다는 말을 못해 수업시간에 오줌을 싸 버린 아들을 업고 오는 엄마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다. 엄마는 하루 두번 세일이를 업어 나르며 등의 온기를 전하듯, 아들의 가슴으로 삶의 소중한 가치와 지혜를 건네준다. ‘엄마의 등’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인 셈이다. 책은 실제로 소아마비로 어머니 등에 업혀 매일 등하교했던 고정욱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1960~1970년대, 자가용도 휠체어도 귀할 때였다. 문학박사인 작가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이자 그리운 학교는 어머니의 등 학교다. “내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닙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묵묵히 업고 학교에 다니신 우리 어머니 등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입니다.”(작가의 글에서) 초등 3학년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컴플라이언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컴플라이언스

    1일 개봉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2004년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무려 70건이 넘는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사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패스트푸드점의 매니저인 산드라(앤 도드)가 장난 전화를 받는다. 둘째, 경찰이라는 말에 그녀는 고분고분하게 반응한다. 셋째, 카운터 직원인 베키(드리마 워커)가 조사라는 명목 아래 성폭력을 당한다. 매니저는 애원하는 직원의 말보다 강압적인 남자의 말을 더 믿었으며,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베키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두려워 순순히 응해야만 했다. ‘컴플라이언스’는 보기가 괴로운 영화다. 사기 전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재빠르게 대처하게 된 한국인은 영화를 보다 분통이 터질지도 모른다. 외국의 평을 읽어보면 미국에서도 ‘컴플라이언스’를 보던 도중 관객들이 극장 밖으로 빠져 나갔던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비정상적인 주문을 하는데, 전화를 받은 사람이 최면이라도 당한 듯이 행동한다. 설령 전화를 건 자가 수상하다고 의심했던 인물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다. 우선 자기 앞가림하기에 바쁘고 굳이 경찰에게 따지다 피해를 당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해보자. 그들은 왜 얼토당토않은 전화 한 통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였던 걸까. 혹자는 시골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순진함을 언급할 법하다. 그건 아니다. 순진하다고 해서 저항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컴플라이언스’의 도입부에 삽입된 짧은 장면에서 범인은 간단하게 상대방을 제압한다. 방법이라고 해봐야 단순한 명령밖에 없다. 그는 공중전화에 대고 “존칭을 붙여”라고 거칠게 외친다. 권력을 동반한 폭력은 상대방을 얼어붙게 한다. 아마도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급작스러운 무형의 폭력이 요구하는 바를 따르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베키를 비롯한 직원들이 이상할 정도로 순종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해고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다. 보통의 영화라면 더러운 일을 당한 인물은 패스트푸드점의 일자리 따위는 즉각 때려치우고 떠나버린다. 현실은 다르다. 매니저는 지사장의 눈치를 보고, 종업원들은 매니저의 평가에 민감하다. 지옥이 따로 없는 일을 당하면서도 울분을 삭이는 베키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서글퍼진다. 폭력은 얼굴을 숨긴 채 뱀처럼 매끄럽게 작동한다. ‘컴플라이언스’는 폭력 앞에서 무력해진 인간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묘사한 작품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각자 맡은 자리에 매인 인물들, 무표정한 얼굴로 식사하는 손님들, 폭력적인 상황의 중심에서 꼼짝달싹 못하는 인물들을 실시간에 가깝게 관찰한다. 그것은 정녕 우리와 격이 다른 타인의 모습일까? 영화는 사건의 해결보다 전개 과정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씁쓸한 후일담을 다룬 짧은 종결부는 긴 여운을 남긴다. 상업영화가 쉽게 가는 길을 포기한 냉정한 자세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평론가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천봉삼은 홧김에 술 한 방구리를 단숨에 비워버렸다. 불과 달포 전까지는 적굴의 염탐꾼으로 행세하였다는 것을 그들이 눈치챈다면 아마도 기절초풍할 것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기가 차서 가슴이 써늘했다. 지금은 인질이 되어 행중에 끌려다니는 고달픈 신세가 되었으나, 머지않은 장래에 이 수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적굴 사람들과 동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피붙이를 순식간에 비명횡사시킨 뒤에 그 자리를 뜰 수 없어 버티는 월이를 두고 도망할 수는 없었다. 두령이란 자가 그에게 간자 노릇하라고 십이령길로 내몰았으나 사실 따지고 보면, 건성으로 염탐하는 것처럼 잠행하였을 뿐 산적들에게 결정적인 첩보를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직토한들 지금 당장 믿어주지도 않을 것이었다. 그 혐의로부터 홀가분하게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적소의 두령을 잡는 것이었다. 높을재를 넘어 안동과 고령, 상주까지 상로를 개척한답시고 떠난 행중이었으나 내막은 도타해서 잠적해버린 두령의 뒤를 쫓는 일이 아닌가. 우연찮게 안동 상인들과 마주쳐서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대접을 받았던 일행이 이튿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벌써 길을 떠난 뒤였다. 일찍 깨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그들의 행동은 민첩하였다. 곽개천과 천봉삼 일행은 아침 선반 머리에 일어나 매야 저잣거리를 이리저리 수탐하고 나서 중화 지나서 길 걷기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미역 짐을 지고 높을재로 향했다. 매야에서 일찍 발행하면 높을재에서 유숙하고 수비로 가거나 걸음이 빠른 축들은 깊으내까지 가서 사처 잡을 수도 있었다. 일행은 해질녘에 동막에 당도하였다. 일찌감치 안면이 있는 숫막에 들어 사처 잡고 또한 수소문하였으나 별반 소득이 없었다. 행상들이 많이 모이는 높을재 숫막에서도 역시 도타한 두령의 행방 따위는 냄새조차 없었다. 수비에 당도하여 내륙에서 매야로 가는 행상에게 미역 짐을 좋은 값으로 흥정해서 홀가분하게 되었으나 다른 소득은 없었다. 울진 소금 상단은 자주 들르지 않는, 매야 저자와 영양 수비에서 오가는 다른 상단과 안면을 트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그런데도 곽개천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은 없었다. 그것이 속으로는 손톱여물을 써는 천봉삼과 다른 점이었다. 수비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높을재 숫막에 당도한 천봉삼은 곽개천에 가만히 일렀다. “우리 행중이 두령의 행방을 쫓으려 했다면 허행을 한 것 같습니다.” “허행이라니요?” “시생도 그동안 많은 고초와 시련을 겪어 어진혼이 나간 주제입니다. 이제 겨우 기신을 차리고 보행하게 된 터라 사리분별이 옹색할 수도 있겠으나, 그놈이 매야 쪽으로는 잠적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천봉삼의 말을 귀여겨듣기는 하였으나, 곽개천은 그다지 심각한 일은 아니라는 듯이, “그럴 수도 있겠지요……” “상단의 포망을 천행으로 빠져나가 잠행을 했다면, 은신하기 좋은 산협이나 안면이 있는 고향 근처에서 배회하기 마련일 텐데, 우리가 다녔던 내왕 상로는 산협이긴 합니다만, 내왕이 번다하여 이목이 두려운 곳이니, 쓸개 빠진 놈이 아니라면 떠돌이 비렁뱅이 노릇으로 연명할 각오를 했더라도 이쪽으로 발길을 놓기가 수월치 않았을 터이지요. 게다가 이곳은 수구(瘦軀)를 이끌고 찾아올 궐자의 고향도 아니지 않습니까. 설령 가근방이 고향이라 하더라도 눈총받고 살아왔을 것이 뻔한데 스스럼없이 찾아올 리 만무겠지요. 어떻게 보면 궐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엉뚱한 곳에 은신해서 또다시 우리 상단에게 설치하고 설분할 궁리를 트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럴싸한 얘깁니다. 그러나 우리의 내왕 행보가 궐자의 행방을 수탐하지 못했다고 해서 허행한 것은 아닙니다. 내왕 행보에 여러 행상을 만나 통문을 놓았으니 궐자가 이쪽 상로에 발길을 놓았다는 낌새만 있어도 필경 급주를 놓아 우리 접소에 통기할 것이오. 그뿐이 아닙니다. 매야 저자에서 영양과 진보에 이르는 상로를 얼추 둘러보았으니 십이령길만 다니던 우리 상단이 또 다른 상로를 개척하였다는 소득도 있지 않았습니까. 돌절구도 밑 빠질 날이 있더라고 끈질기게 찾다보면 언젠가는 우리 손에 잡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상단이 궐자를 잊지 않고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하는 것이오.” “궐자는 눈매가 무서워 눈치도 빠르고 행동도 민첩할 뿐 아니라, 곁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좀처럼 놀라지도 않는 담력도 가졌습니다. 언문을 진작부터 통달했음은 물론이고, 진서에도 별로 막히지 않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궐자가 선다님 행세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일입니다. 고향이 어딘지 적실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가근방 출신인 것만은 틀림없어요. 그러나 궐자는 쫓기는 처지이고 우리는 뒤를 쫓고 있는 입장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오. 궐자가 문자와 식견에 통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십이령과 고초령길쯤은 얼음 속 들여다보듯 하고 있습니다. 한편은 도망하고 한편은 뒤를 밟고 있다면 어느 쪽이 유리한 것입니까. 식견보다 지리에 밝은 쪽이 아니겠소. 궐자의 꿍심이 어디에 있든 우리 상단이 필경 궐자를 잡아 추살(椎殺)시킬 것이오. 궐놈이 우리 상단 차인꾼 두 사람을 순식간에 척살하지 않았소. 그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두 눈을 부릅뜨고 허공을 지켜보게 됩니다. 우리 상단이 해야 할 일 중의 또다른 한 가지는 지금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모를 길세만의 행방을 찾는 것입니다. 그 동무가 소임을 소홀히 한 죄는 도저히 비켜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연(解緣)이야 할 수 없겠지요.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징치를 당하든 장문을 당하든 죄벌은 야무지게 치러야 탈면(頉免)이 될 것이고, 그러고서 다시 동무로 되돌아와야 할 것인데, 그 방정맞은 동무가 어디서 말뚝잠으로 지새우는지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으니 그것이 딱할 따름이지요.”
  • 센카쿠 일촉즉발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과 일본의 영토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중국 해양경찰선(해경선) 4척이 26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12해리 수역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과 대치했다. 중국 해양국이 해경선 2350, 2101, 2506, 2166호가 이날 센카쿠 열도 12해리 수역을 항해하면서 법 집행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일본 방위성도 중국 해양경찰선과 해군 구축함 등 5척이 이달 일본 열도를 시계 방향으로 일주하는 항해를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군함들은 지난 2일 대마도 해협을 통과해 북상하면서 홋카이도 북단의 소야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한 후 일본 열도를 돌아 25일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이 해역을 통과했다고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함참 해당)가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 군함이 일본을 일주하는 형태로 항해한 것이 확인된 경우는 처음이며 이들 군함은 태평양에서 해상 보급과 진영을 갖추는 훈련 등을 실시했다. 중국 해경선의 센카쿠 열도 12해리 항해도 처음이다. 중국 해경국이 지난 22일 현판식을 하고 공식 출범을 대외에 알린 후 중국 해경선들은 24일 센카쿠 열도 접속 수역을 항해했다. 앞서 일본 방위성은 중국군의 조기경계기인 윈(運)8 1대가 24일 처음으로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이 공해 상공을 오가는 왕복 비행을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해양감시선보다 무장 수준이 높은 해경선과 조기경계기를 투입함으로써 일본을 자극한 만큼 일본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여 센카쿠 열도 지역에서의 양국 간 갈등이 다시금 점증될 전망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이준 “사람만한 넓적부리황새, 장지갑만한 바퀴벌레”…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

    이준 “사람만한 넓적부리황새, 장지갑만한 바퀴벌레”…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

    엠블랙 이준이 사람만한 몸집을 가진 넓적부리황새에 대해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준은 자신이 겪은 기이한 일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넓적부리황새, 거대 바퀴벌레 등을 언급하며 MC들의 빈축을 샀다. 이날 이준은 “내 방에서 장지갑만한 바퀴벌레를 본 적이 있다”면서 “바퀴벌레 표정이 보일 정도로 엄청 컸다”고 고백했다. 아무도 믿지 않자 그는 “기네스북에 등장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미국바퀴 특징을 쳐보고 한국바퀴, 또 기네스북에 오른 세상에서 제일 큰 바퀴벌레를 쳐봤는데 그만한 바퀴벌레가 없었다”면서 “생김새는 한국 바퀴벌레인데 거기서 크기만 확장시킨 거였다”고 설명했다. MC들이 말도 안된다고 하자 그는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증인도 있다. 엄마도 같이 봤다”면서 “(엠블랙 멤버)승호 형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엄마도 ‘그게 있더라’라고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준은 다른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구에 “사람만한 새가 있다. 머리가 저보다 크다. 인터넷에서 넓적부리 황새라고 쳐봐라. 이걸 아무도 안 믿는다”고 말해 MC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이준이 언급한 ‘넓적부리황새’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대형 황새로 ‘구두(shoe)와 같은 부리(bill)’라는 뜻의 ‘슈빌’(shoebill)로도 불린다. 몸집은 115~150㎝ 정도이며 날개를 편 몸은 최고 230~2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준 바퀴벌레 언급에 네티즌들은 “이준이 말한 바퀴벌레, 일본 방사능에 오염됐나”, “이준이 말한 바퀴벌레, 후쿠시마에서 왔나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