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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도 아닌데 또 빗방울?…내일 전국에 비·주말은 쾌청

    장마도 아닌데 또 빗방울?…내일 전국에 비·주말은 쾌청

    화요일과 목요일에 비가 온데 이어 금요일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가 내리겠다. 비가 그친 뒤 주말에는 맑고 쾌청한 날씨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28일 금요일에는 발해만 부근에서 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새벽에 수도권부터 비가 시작돼 낮에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가 밤이 되면 그칠 것”이라고 27일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 전북, 경북권은 10~40㎜, 전남권, 경남권은 5~10㎜이다. 비가 내리는 동안은 대기불안정 때문에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많겠으며 중부지방과 전북, 경상권에서는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많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비가 잦은 이유는 중국 북동지방에 정체하고 있는 고도 5㎞ 부근 상층 저기압에서 주기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로 인해 오는 2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아침 기온은 10~15도, 낮 기온은 20~25도로 평년(아침 최저기온 11~16도, 낮 최고기온 22~27도)보다 낮은 기온분포를 보이면서 선선하겠다. 28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9~17도, 낮 최고기온은 19~26도이며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서울 21도, 부산 22도, 대전 23도, 광주 24도, 대구 26도, 제주 28도 등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그들의 시선] “직업에 귀천이 있죠” 장례지도사에서 유품정리사의 길을 걷는 남자

    [그들의 시선] “직업에 귀천이 있죠” 장례지도사에서 유품정리사의 길을 걷는 남자

    “‘이런 걸 치우지도 않고 사셨네…’, ‘왜 쓰지도 않고 이렇게 놔뒀어요…’ 마지막 이삿짐 정리하는 걸, (고인이) 보고 계실 거라는 생각에 잔소리를 많이 해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혹시라도 듣고 있거나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착각인 줄 알지만….” 죽은 자에게 잔소리한다는 김새별(46)씨. 그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그들의 마지막 흔적을 지운다. 주로 범죄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 또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머문 공간을 청소한다. 김씨는 고독하게 세상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 이삿짐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다.■ 유품정리사 이전에 10년간 장례지도사로 일했다 김새별씨는 유품정리사 이전에 장례지도사로 10년간 일했다. 장례지도사 길을 걷게 된 것은 20대 초반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죽음 때문이었다. 죽은 친구를 염습(殮襲)한 장례지도사의 태도에 감동 받아서였다. 그는 1999년 지인 소개로 서울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장례지도사 일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24살 때였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주변 시선이 무섭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나이 드신 분들은 못 배우고 무식한 사람들, 오갈 데 없이 할 거 없는 사람들이 그런 일 한다고… 빌어먹어도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그랬으니까요. 근데 저는 괜찮았어요. 돌아가신 분들을 내가 깨끗하게 목욕시켜 보내드린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느 유족 부탁으로 시작한 유품정리사의 길 김씨는 이후 10년간 장례지도사로 일했다. 그러던 중 한 유족에게 부탁받은 일을 계기로 유품정리사 길을 걷게 됐다. 당시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딸은 퇴근 후 각혈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발견했다. 장례가 끝난 뒤,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딸이 장례지도사였던 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참혹하게 돌아가신 분의 공간을 가족이 청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례지도사에게 부탁한 거죠.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요청이 많아졌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고,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품정리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외로운 죽음과 마주하다 김씨는 2009년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를 설립, 본격적으로 유품정리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수많은 죽음의 현장과 마주했지만, 그는 지금도 매순간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죽음의 형태가 40~60대 고독사인데, 대부분 세상과 단절을 의미하는 술병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인에게는 삶의 마지막 친구가 술인 것이다. 그런 외로운 죽음의 현장과 마주할 때,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김씨. 그러나 방 한쪽 수북이 쌓인 술병과 달리 “무슨 이유인지 아끼느라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들을 볼 때면, ‘인생을 왜 이렇게 사셨을까…’란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고인이 이삿짐 정리 과정을 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면서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유품 중 재산적, 정서적 가치가 있는 통장이나 사진 등은 모두 정리해 유족에게 전달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폐기 처분 한다. 김씨는 이 과정 전부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긴다. 간혹 물건이 없어졌다고 오해하는 유족이 있어서 시작했다. 그는 “초창기에 그런 일을 몇 번 겪었다”며 “이후 현장에 들어가면, 사진을 찍었다. 영상 기록을 시작한 후,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오해하는 유족의 말보다 더 씁쓸한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대해, 김씨는 “죽음 앞에서 매정한 유족과 마주할 때”라고 답했다. 그는 “도둑이 든 것처럼 이것저것 뒤져놓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대체 이게 뭐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겨울 이불을 꺼내서 고인이 돌아가신 자리를 덮은 뒤, 그 위를 발로 밟으며 무언가를 찾았던 흔적을 보면 많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차마 버리지 못하는 유품도 있다고 밝혔다. 유족이 버려달라고 말했지만, 안타까운 사연을 품은 유품으로 판단되면, 일정 기간 사무실 한쪽에 보관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타까움에 보관하고 있는 유품들이 있다. 나중에 유족이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1년 정도 보관한 뒤 폐기 처분 한다”며 “실제로 유품을 찾는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20여 년간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며 트라우마도 생겼다. 아이가 죽은 곳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20대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바닥에 반듯하게 누운 딸 주변에 인형들이 놓여 있었다. 김씨는 “저도 애를 키우다 보니 그날만 생각하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그날 이후, 아이들이 죽은 현장은 안 간다”고 털어놨다.■ 삶의 흔적을 지우고,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김씨는 죽음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2015년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출간했다. 그의 책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도 제작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이다. 김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 현장 기록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유품정리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누군가가 영상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는 연락을 해 왔어요. 지금까지 20편도 안 올렸는데, 문자나 메일이 100통도 더 왔습니다. 한 편당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이런 마음으로 계속하려고 합니다.”■ 여전히 직업에 귀천은 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싸늘한 시선이 존재한다. 그는 “직업 얘기를 듣고, 깔보고 무시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많이 좋아졌다, 라고 하지만, 여전히 직업에 귀천은 있는 것 같다”라며 편견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씨는 유품정리사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정말 고인과 유족의 입장에서 일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수익 측면으로 접근해 ‘블루오션이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면, 다른 일 하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접한 김씨. 그는 좋은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었을 때 슬퍼하고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아름다운 죽음인 것 같다. 그런 사람 없이 혼자 쓸쓸하게 돌아가시는 것만큼 외로운 죽음이 어디 있겠나. 죽기 전, 작별 인사도 못하고, 고마웠다고 말 한마디 해줄 사람 없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싶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gophk@seoul.co.kr
  • “아빠가 꼭 껴안아 살아남은 에이탄 깨어나라” 교황도 성원

    “아빠가 꼭 껴안아 살아남은 에이탄 깨어나라” 교황도 성원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에서 추락 참사가 발생한 케이블카는 종잇장처럼 구겨졌는데 어떻게 다섯 살 아이 혼자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탑승객 15명 가운데 14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25일 현지 언론들은 에이탄 비란이 다리 등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고 토리노 병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케이블카가 20여m 아래 슬로프로 추락한 뒤 산 비탈면을 구르는 상황에서도 아빠 아밋(30)이 아이를 품에 안고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보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문은 “현재로서는 무엇이 이 아이를 구했는지 얘기하는 게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아마도 숨진 아빠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아이를 껴안아 충격을 완화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에이탄의 얼굴이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는 점이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며 “이런 비슷한 사고에서는 기적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정밀 검사 결과 뇌도 손상되지 않은 것을 확인됐다.  이탈리아 국민은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사연에 주목하는 한편, 유일하게 살아남은 에이탄의 쾌유를 성원하고 있다. 그가 치료를 받는 병원에는 인형과 편지 등이 답지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사고 지역 관할인 노바라 교구의 교구장인 줄리오 브람빌라 주교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데 대해 깊은 슬픔을 표시하고 희생자 가족에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하라고 밝힌 뒤 에이탄의 위급한 상황을 염려 속에 지켜보고 있으며,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5시간에 걸친 뼈 접합 수술을 무사히 마쳐 최대 고비를 넘겼으나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후가 좋아 갈수록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는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아이가 기침과 함께 때때로 자발적 호흡을 하는 등 의식을 되찾기 위한 신호를 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에이탄은 이스라엘 국적으로 약학을 전공하는 아빠 아밋과 엄마 탈 펠렉비란(27), 두살배기 남동생 톰, 외증조부 이츠하크 코헨(81)과 외증조모 바버라 코헨코니스키(71)를 한꺼번에 잃었다. 특히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던 외증조부모는 얼마 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벌인 전쟁의 참화에 넌더리가 나 머리도 식힐 겸 이탈리아 파비아 시에 사는 에이탄 네를 보러 왔다가 변을 당했다. 아밋의 누이 아야는 사돈댁 조부모가 “이스라엘에서는 로켓들이 떨어졌는데 이탈리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모 아야와 급히 이스라엘에서 날아온 삼촌 등이 에이탄의 곁을 지키고 있다.  이들 일가족 외에도 이탈리아 연구자 세레나 콘센티노와 이란 출신 동료 무함마드레자 샤하이사반디, 비토리오 조를로니와 그의 아내 엘리사베타 페르사니니, 그들의 여섯 살 아들 마티아, 로베르타 피스톨라토와 앙헬로 비토 가스파로 부부가 안타까운 죽음을 당했다. 마침 가스파로의 45회 생일을 축하하는 여행 중이었다.  현지 일간 라 스탐파에 따르면 피스톨라토는 변을 당하기 직전 푸글리아에 있는 누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푸니쿨라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여긴 천국”이라고 적었다.  이탈리아 당국이 케이블카 추락 원인 규명에 착수한 가운데 산악구조대 관계자는 “와이어 파열과 비상 브레이크 미작동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대쪽에서 하강하던 케이블카가 비상 브레이크 작동으로 멈춰선 점을 고려하면 사고 케이블카의 기기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케이블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규제로 일년 이상 멈춰있다가 최근 운행을 재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최초 운행은 1970년 8월이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대적인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됐는데 400만 유로가 투입됐다. 와이어에 대한 정밀 점검은 지난해 11월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中폐광 박쥐똥 청소부 의문의 사망”…점점 커지는 ‘연구소 유출설’

    “中폐광 박쥐똥 청소부 의문의 사망”…점점 커지는 ‘연구소 유출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연구소 유출설’과 관련해 보다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연구소 유출설’의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퍼즐 조각’에 대해 보도했다. 퍼즐 조각 1. “첫 확진 전 우한 연구원 코로나 유사 증상” WSJ은 전날에도 미국 국무부가 지난 1월 15일 발간한 비공개 보고서(팩트시트)에 “첫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오기 전인 2019년 가을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 및 계절성 질병에 부합하는 증상을 보이며 아팠다고 믿을 근거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때 국무부에서 코로나19 기원 조사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애셔는 지난 3월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세미나에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아팠던 것이 ‘첫 번째 코로나19 집단감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실 내 고도로 보호된 환경에서 일하는 3명이 같은 주에 독감(인플루엔자)에 걸려 입원하거나 중태에 빠질 정도가 됐는데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퍼즐 조각 2. 폐광서 박쥐 배설물 치운 광부들 감염WSJ은 후속 보도에서 “우한 연구소 기원설은 중국 남서부 대나무숲이 우거진 한 구리 폐광에서 출발한다”고 전했다. 2012년 4월 광부 6명이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이곳에 들어갔다 나온 뒤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이들 중 3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과학자들이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여러 종류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했는데, 우한 실험실에서 연구돼오던 그 바이러스가 현재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원인이라는 것이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WSJ은 우한 연구소가 이 같은 정황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정보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中 당국, 구리 폐광 접근 차단 중 WSJ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해당 폐광 인근에 검문소를 세우고 언론을 포함한 외부의 접근을 차단 중이다. 산악자전거로 문제의 구리 폐광에 접근해 취재를 벌였던 한 기자는 중국 정부에 5시간 동안 구금돼 조사를 받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도 모두 삭제됐다. 발열과 기침 증상…입원 직전 피 토하기도 폐광에 들어가 박쥐 배설물을 치우던 광부들의 당시 상태는 쿤밍의대 소속 교수 보고서에 상세히 기술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쿤밍시는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성도다. 2012년 4월 2일부터 폐광에서 박쥐 배설물을 청소했다는 광부 1명은 같은 달 25일 입원하기 전까지 2주 동안 발열과 기침 증상을 보였고, 입원 직전에는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CT 촬영 결과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보이는 폐렴도 나타났지만, 여전히 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이후 1주일 동안 폐광에서 일했던 30∼63세의 광부들이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측은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중난산에게도 원인을 찾기 위해 도움을 구했다.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한 중난산은 사스 검사를 조언하며 박쥐 배설물의 종류를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부 6명 중 3명 사망 같은 해 8월 중순까지 광부 6명 중 3명이 사망했고,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이 박쥐 배설물 연구를 위해 폐광을 조사했다. 이들은 박쥐 6종의 배설물을 확인했으며, 절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 광범위한 호흡계 및 소화계 감염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로, 매우 다양한 종이 있다. 이 중에서 새로운 사스 계열의 바이러스가 나왔고, 이들은 여기에 ‘RaBtCoV/4991’라고 이름 붙였다. 폐광 박쥐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종간 상호 교차해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로 진화하기 쉽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진은 2016년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폐광 갱도만 언급했을 뿐 여기서 사망한 광부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퍼즐 조각 3. 우한 연구소에서 진행한 ‘기능획득 연구’ 이와 함께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진행한 ‘기능획득 연구’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러스 연구에서 기능획득 연구란, 돌연변이를 유발해 새로운 생리적 기능을 획득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박쥐에서 뽑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인간에게 전염 가능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드는 연구다. 바이러스와 관련한 기능획득 연구는 미래에 다가올지도 모르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연구 중인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또 기능획득 연구가 생물무기 개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 2014년 해당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연구소 유출설’ 명확한 조사 요구하는 목소리 커져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우한의 연구소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18일 상원 청문회에서 우한 기원설에 대해 “나는 중국인들이 무엇을 했을지 어떤 설명도 갖고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앞서 지난 11일에는 팩트체크 행사인 ‘유나이티드 팩트 오브 아메리카’에 나와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그것(코로나19 자연발생)에 대해 확신이 없다. 나는 우리 능력이 허용하는 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가 찾아낼 때까지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그걸 조사한 사람들은 그게 동물 감염원으로부터 출현했고 그 이후 사람에게 감염된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이었을 수도 있고, 우리는 그걸 알아내야 한다”며 “따라서 그게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들여다보는 조사에 완전히 찬성한다고 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음모론을 공개 비판했던 27명의 과학자 중 3명이 연구소에서 사고로 발생했을 개연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돌아섰다고 WSJ은 전했다. 하버드·스탠퍼드·예일대 전문가가 포함된 18명의 과학자 그룹도 우한의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고 연구소 기원설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난 13일 촉구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4일 CNBC에 출연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실에서 유출됐다는 정황 증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1년 전엔 코로나19가 아마도 자연에서 유래했고 실험실에서 나왔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했다며 “왜냐하면 그게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진정한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WHO 기원조사팀, ‘연구소 유출설’ 명확히 해소 못해 이처럼 전문가들이 연구소 유출설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나 정보가 없는데도 보다 명확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당국이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WHO가 주도한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방문하고 코로나19와 연관성이 ‘극히 적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조사팀의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주 개막한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가 조사를 요구한다고 해도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실행이 무산되는 구조다. 오히려 중국은 WHO가 중국 외에서 발생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한연구소·中당국 “연구소 직원들, 항체 없어” 반박 WSJ의 전날 보도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측과 중국 당국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구소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최고 권위자인 스정리 박사는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지 않았다면서 WHO 조사팀 현장조사 시 연구소 직원 전원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소 코로나바이러스팀에서 이직한 직원도 현재까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2019년 가을 연구소 직원들이 아팠다는 정보와 관련해선 “가끔 아픈 사람이 있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한두명이 아팠을 텐데 이는 확실히 별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WSJ 보도를 정면 부인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까지 해당 연구소의 직원과 연구원은 코로나19 감염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WHO 전문가들도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이 끊임없이 실험실 유출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비판했다. WHO가 우한에서 추후 코로나19로 명명된 ‘정체불명의 폐렴’이 퍼지고 있다고 처음 확인한 시점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첫 확진자는 12월 8일 감염된 4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다만 10월부터 12월 초 사이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에서 폐렴 등 코로나19에 걸렸을 때와 유사한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가 92명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은 코로나19 초기 상황과 관련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고 비판받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파우치 “코로나19 자연발생? 확신 못해…더 조사해야”

    파우치 “코로나19 자연발생? 확신 못해…더 조사해야”

    미국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국 정부의 비공개 보고서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의 감염병 권위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과 폭스뉴스 등은 24일(현지시간) 파우치 소장이 지난 11일 팩트체크 행사인 ‘유나이티드 팩트 오브 아메리카’에 나와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파우치 소장은 “나는 그것(코로나19 자연발생)에 대해 확신이 없다. 나는 우리 능력이 허용하는 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가 찾아낼 때까지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그걸 조사한 사람들은 그게 동물 감염원으로부터 출현했고 그 이후 사람에게 감염된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이었을 수도 있고, 우리는 그걸 알아내야 한다”며 “따라서 그게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들여다보는 조사에 완전히 찬성한다고 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지난 18일 상원 청문회에서 “당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이뤄진 연쇄적 배양으로 발생했을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겠느냐”는 랜드 폴 상원의원의 질문에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 “나는 중국인들이 무엇을 했을지에 대해 어떤 설명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나는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질문을 던진 폴 상원의원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자금 지원을 받아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다가 이게 유출됐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연구소 유출설’을 주장해왔다. 바이러스 유출설은 주로 미국의 우파 매체와 정치인들 사이에서 그 믿음이 퍼져 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4일 CNBC에 출연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실에서 유출됐다는 정황 증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1년 전엔 코로나19가 아마도 자연에서 유래했고 실험실에서 나왔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했다며 “왜냐하면 그게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진정한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대량발병이 일어난 뒤 지금 정도의 시점에는 그 질병이 발원한 동물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는 아직까지 동물로부터 기원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연구실에서 유출된 것이란 가설을 지지하는 정황 증거를 제공하는 보고서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우리가 언젠가 확실히 알게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내부 고발자가 나오거나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실험실 유출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2019년 11월쯤 코로나19와 일치하는 증상으로 몸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때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직전이다. 올해 3월 조사를 벌인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은 우한 현장조사를 한 다음 내놓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30대그룹 1인당 수익 年 1%씩 줄고 인건비는 2.4%씩 증가

    “대기업 10곳 중 6곳 호봉제 적용 원인” 최근 5년 사이 국내 30대 그룹 상장사의 직원 1인당 인건비가 719만원 늘어난 반면 1인당 영업이익은 255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1인당 인건비는 연평균 2.4%씩 증가했는데 수익성은 1.0%씩 감소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16~2020년 30대 그룹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금융업 제외) 184곳의 재무실적과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종업원 1인당 매출은 9억 9382만원, 1인당 영업이익은 6235만원, 1인당 인건비는 8026만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인당 매출은 3720만원, 인건비는 719만원 올랐지만 1인당 영업이익은 255만원 줄어든 셈이다. 생산성 면에서는 실속이 없었던 성장이었다. 그나마도 이 기간에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30대 그룹 상장사의 1인당 영업이익은 연평균 6.8%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두 회사를 제외한 지난해 1인당 영업이익은 3905만원인데 이것은 2016년(5168만원)보다 1263만원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통계는 전체적으로 대기업의 실적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1인당 생산성은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이익을 임직원들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내외부의 요구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최근 5년 사이 종업원수가 연평균 1.1% 증가한 것도 1인당 평균치에 영향을 미쳤다. 한경연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꼽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미국·독일·일본 등의 경우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가 보편적인데 반해 한국은 대기업 10곳 중 6곳이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임금이 오르는 호봉급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수년간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이뤄졌음에도 성과가 없었다”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국내 기업도 직무·성과에 연계한 임금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고시원도 3.3㎡당 5000만원… 中 대졸 청년 ‘개미족’ 내몰렸다

    고시원도 3.3㎡당 5000만원… 中 대졸 청년 ‘개미족’ 내몰렸다

    텐센트 등 효과 3년 전 홍콩 GDP 넘어중산층 밀집 15년 만에 집값 30배 폭등우리나라 ‘국평’ 118㎡가 43억원 넘어투기 세력 몰려… 자가 보유율 24% 그쳐위장 결혼 등 통해 대출 늘려 집에 올인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각국 정부들이 쏟아낸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기조, 민간기업의 재택근무 확산 등이 맞물려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37개국 집값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연간 상승률도 5%를 기록해 2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젊은 세대의 노동 의욕을 꺾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데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고속성장 중이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광둥성 선전을 24일 둘러봤다.●학군 좋은 지역은 44㎡ 호가가 25억원 한인 밀집지역인 푸톈구 향미후의 둥하이화위안 아파트. 1990년대 말 차범근 전 축구감독이 프로팀 선전핑안을 이끌 때 살던 곳으로 일반적인 중산층 거주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민주택쯤 되는 118㎡(전용면적 84㎡) 아파트 가격이 2500만 위안(약 43억원)을 넘었다. 선전의 4대 명문 중학교 가운데 하나가 근처에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푸톈구의 유명 ‘학군아파트’ 궈청화위안은 한술 더 떠 44㎡짜리 매매 호가가 1500만 위안(약 25억원)에 달했다. 그나마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향미후의 대표 주상복합단지인 둥하이궈지의 최고급 펜트하우스(870㎡)는 우리 돈 300억원이 넘는 초고가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약 1130만원)를 갓 넘긴 중국의 집값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곳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정판섭 삼성부동산 대표는 “선전에서 부동산 일을 시작하던 2006년만 해도 둥하이화위안 시세는 70만~80만 위안 정도였다. 아파트 값이 15년 만에 30배 넘게 올랐다”며 “한인 상당수가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임대료가 저렴한) 써커우 쪽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광둥성 광저우와 홍콩 사이에 있는 선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30만명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하지만 1979년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1904∼1997)이 이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자 운명이 바뀌었다. 1990년대까지 홍콩과 마카오 자본으로 경공업 공장을 운영하던 선전은 2000년대부터 미국 전자산업 하청기지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화웨이와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업종을 잘 발굴한 덕분에 선전은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다. 지난해 선전의 GDP는 2조 7670억 위안으로 핀란드나 그리스 등 어지간한 유럽 국가보다 크다. 2018년에는 홍콩도 넘어선 상태다.●매년 50만~60만명 ‘차이나드림’ 찾아와 하지만 선전의 고속성장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해마다 50만~60만명의 젊은이가 이곳을 찾아와 ‘차이나드림’을 꿈꾸지만, 주택 공급이 이에 못 미친다. 이를 눈치챈 투기꾼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가격 거품을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선전 주민들의 자가보유율은 24% 정도로 경쟁도시인 상하이, 광저우의 절반 수준이다. 이 지역 집들 대부분을 외지의 투기세력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선전의 평균 집값은 전국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1㎡당 8만 위안(약 1400만원)을 돌파했다. 3.3㎡당 우리 돈 4500만원에 육박한다. 선전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하다는 ‘농민방’조차도 도심 매매가는 1㎡당 10만 위안(약 1750만원) 이상이다. 농민방은 ‘지방에서 올라온 농민공이 사는 방’이라는 뜻으로, 10㎡ 안팎 공간에 침대와 TV가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 고시원과 비슷하지만 냉방기기가 없다. 이런 주택이 초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언젠가 재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어서다. 이제 선전은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으로 보이던 홍콩까지 뛰어넘을 기세다. 로이터통신은 “홍콩 부동산 가격이 반정부 시위 장기화로 예전 같지 않다. 이 틈을 타 텐센트가 자리잡은 난산 등 선전의 일부 지역 집값이 홍콩을 앞질렀다”고 전했다.●집 한 채만 사면 ‘인생역전’ 사금융 대출까지 선전 도심에 집 한 채만 있으면 누구나 우리 돈 수십억원대 자산가로 등극한다. 이 때문에 집을 사려고 마음먹은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선전 지역 후커우(주민등록)가 있으면 집을 살 때 최대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가령 1500만 위안짜리 집을 사려고 하면 1000만 위안 정도는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현재 선전 시중은행의 30년 만기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연 4.9%다. 1000만 위안을 빌렸다면 이자로만 매달 4만 위안(약 700만원)을 내야 한다. 중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일반인은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그래도 상당수는 맞벌이 부부의 월급에다 사금융 대출까지 ‘영끌’해 버틴다. 이자 상환이 너무 힘들면 그때 팔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사이에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기에 ‘남는 장사’라는 논리다. 일부는 주택 매매 금액을 부풀려 신고하는 ‘업계약서’를 만들다가 적발되기도 한다. 은행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 ‘이자까지 대출로 갚겠다’는 계산이다. 잘만 하면 내 돈 한 푼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다. 최근에는 위장이혼·위장결혼 사례가 들통나 충격을 줬다. 현행법상 선전의 후커우를 가진 부부는 각자 한 채씩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부부가 재산을 늘리고자 위장이혼을 결심한다. 남편 A는 자신의 아파트를 부인 B에게 양도하고 이혼한다. 그는 곧바로 여성 C와 재혼해 아파트 두 채를 새로 산다. 이번에는 C가 A에게 주택을 몰아주고 또 이혼한다. A는 집이 두 채가 된다. 그가 전부인 B와 재결합하면 이들 부부는 대출 가능 아파트 4채를 갖게 된다. 이 밖에도 각 아파트 단지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 가격 이하로는 팔지 말자’고 담합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 모두가 집값 폭등이 만들어 낸 웃지 못할 촌극이다. ●‘개미족’에게 결혼과 출산은 남의 이야기 이제 선전의 젊은이들이 월급만으로 집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선전의 한 소식통은 “대졸 취업자 대부분은 (집을 살 여력이 없어) 시 외곽으로 나가 월 5000위안(약 88만원) 안팎의 원룸에 거주한다”고 전했다. 선전 지역 노동자들의 월평균 소득이 1만 1000위안(약 190만원)임을 감안하면 버는 돈의 절반가량을 집세로 내는 셈이다. 하지만 누구나 저 정도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텐센트 등 일부 고임금 기업을 빼면 상당수가 월 4000~5000위안 정도 받는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들에게는 번듯한 원룸도 사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우준샨(40)은 월 1600위안짜리 농민방에서 살고 있었다. 광둥성에 사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농민방조차 버거운 청년들은 방 하나에 침대 4개를 두고 생면부지인 이들과 나눠 쓰기도 한다. 월 1000~2000위안이면 생활이 가능하다. 중국과 홍콩 등에서 ‘개미족’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90년대 이후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높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는 고학력 저소득 계층을 말한다.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기성세대의 욕심으로 안식처를 구하지 못하고 떠도는 중국 청년세대의 모습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 더욱 씁쓸하다. 글 사진 선전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30대 그룹, 매년 1인당 영업익 1%씩 줄고 인건비는 2.4% 늘었다

    30대 그룹, 매년 1인당 영업익 1%씩 줄고 인건비는 2.4% 늘었다

    최근 5년간 국내 30대 그룹 상장사의 직원 1인당 인건비가 719만원 늘어난 반면 1인당 영업이익은 255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1인당 인건비는 연평균 2.4%씩 증가했는데 수익성은 1.0%씩 감소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16~2020년 30대 그룹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금융업 제외) 184곳의 재무실적과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종업원 1인당 매출은 9억 9382만원, 1인당 영업이익은 6235만원, 1인당 인건비는 8026만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인당 매출은 3720만원, 인건비는 719만원 올랐지만 1인당 영업이익은 255만원 줄어든 셈이다. 생산성 면에서는 실속이 없었던 성장이었다.그나마도 이 기간에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30대 그룹 상장사의 1인당 영업이익은 연평균 6.8%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두 회사를 제외한 지난해 1인당 영업이익은 3905만원인데 이것은 2016년(5168만원)보다 1263만원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통계는 전체적으로 대기업의 실적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1인당 생산성은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이익을 임직원들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내외부의 요구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최근 5년 사이 종업원수가 연평균 1.1% 증가한 것도 1인당 평균치에 영향을 미쳤다. 한경연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꼽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미국·독일·일본 등의 경우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가 보편적인데 반해 한국은 대기업 10곳 중 6곳이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임금이 오르는 호봉급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수년간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이뤄졌음에도 성과가 없었다”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국내 기업도 직무·성과에 연계한 임금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대선경선 한 달 앞둔 與…‘박원순계’·‘86그룹’ 표심 어디로

    대선경선 한 달 앞둔 與…‘박원순계’·‘86그룹’ 표심 어디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예비경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 권력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대선주자와 결합하지 않아 중립지대로 평가받았던 86(19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과 박원순계 의원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3일 정치권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건 박원순계 의원들이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대신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기로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최측근이었던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20일 ‘나는 왜 그와의 동행을 결심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했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도 이 지사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친이재명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일찌감치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대변인을 지낸 허영 의원은 이 전 대표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부터 4선까지 10여명의 의원이 다양하게 분포한 86그룹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86그룹이 자신들만의 대선후보를 세우지 못하면 박원순계와 마찬가지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주변에서는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86그룹 소속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임 전 실장과 이 장관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86그룹은 중립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를 제외한 후보들의 추가 출마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찌감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출마선언을 한 데 이어 이날 같은 당 이광재 의원도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 통합을 위해 도전하겠다”며 “27일 노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었던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출마선언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용진·이광재 의원은 지역과 세력을 두고 경쟁하는 빅3와 달리 어젠다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판도를 흔들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쇼핑몰과 식당에서 옅은 웃음 라티파 UAE 공주, 생존 확인 요청에 응답?

    쇼핑몰과 식당에서 옅은 웃음 라티파 UAE 공주, 생존 확인 요청에 응답?

    화장실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가족에 의한 감금 생활을 폭로했던 두바이 통치자 딸이 쇼핑몰과 유명 레스토랑에서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이 잇따라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그녀의 근황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운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셰이크 무함마드 빈라시드 알막툼(71)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의 딸인 셰이카 라티파 알막툼(35) 공주가 두바이의 쇼핑몰에 앉아있는 사진이 지난 20일 2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됐다. 복수의 라티파 지인들은 사진의 여성이 라티파이며 두 여성이 그녀의 친한 친구들인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이 촬영된 장소는 두바이의 에미리트 몰(MoE)로 확인됐다. 사진에는 촬영 일시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다. 방송은 지인들을 통해 사진에 등장한 두 여성에게 문의했으나 이들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사진의 광고판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광고가 나오며, 이 영화가 UAE에서 개봉된 것이 지난 13일이었던 점에 비춰 최근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속 라티파 공주는 카메라를 보며 경직된 듯 옅은 웃음을 보이고 있는데 두 친구 중 한 명은 ‘MoE에서 친구들과 사랑스러운 저녁’이라고 적었다.22일에는 같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두 번째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설명에는 “앞서 비체 마레에서 사랑스러운 음식을”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은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 있는 유명 식당인데 더 이상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다. 아마도 에미리트 몰에서 시간을 보내기 전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다는 얘기로 보인다. 역시 라티파 공주의 표정에는 미묘한 웃음만이 스칠 뿐이다. 라티파 공주 석방 운동을 벌여온 ‘프리 라티파’의 데이비드 하이는 성명을 통해 “중대한 긍정적인 상황 전개가 있었다. UAE 당국이 자세한 내용을 적절한 시점에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BC 방송도 라티파 공주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SNS에 올라온 것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 전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UAE에 라티파 공주의 생존 확인을 요청했던 유엔은 “UAE 측이 라티파의 생존을 확인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해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라티파 공주는 2018년 두바이에서 미국으로 도주를 시도했다가 해상에서 붙잡힌 뒤 종적을 감췄다. BBC는 지난 2월 다큐멘터리 ‘사라진 공주’ 편에서 라티파가 외부 접촉을 차단당한 채 ‘감옥’ 같은 곳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폭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영상에서 라티파 공주는 좁은 화장실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앗 화장실 급해” 신칸센 열차 조종실 3분 비운 기관사 징계 받을 듯

    “앗 화장실 급해” 신칸센 열차 조종실 3분 비운 기관사 징계 받을 듯

    지난 16일 시속 150㎞로 일본 중부 시즈오카현을 달리던 일본철도(JR) 센트럴의 도카이도 신칸센 열차 히카리 633호를 운전하던 36세 기관사는 갑자기 아랫배에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화장실이 급했지만 조종실을 비워선 안됐다. 해서 차장에게 대신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공교롭게도 조종 면허가 없는 차장이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에라 모르겠다’며 3분 동안 조종실을 비우고 승객칸 화장실을 다녀왔다. 당시 160여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자리를 비운 사이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었다. 하지만 회사는 당국에 보고하고 사과한 뒤 이 기관사에게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영국 BBC가 21일 전했다. JR 센트럴 사규에 따르면 기관사는 몸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지령실에 연락한 뒤 차장에게 운전을 대신 맡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다만 차장은 반드시 조종 면허를 갖고 있어야 한다. 회사는 기관사뿐만 아니라 차장도 징계할 예정이다. 아마도 운행 당시 지령실에 보고를 하지 않은 책임을 차장에게도 물을 것으로 보인다. JR 센트럴의 간부 하야츠 마사히로는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었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신칸센 열차가 이렇게 느리게 달리는가 싶어 찾아보니 실제로 히카리 633호의 평균 속도는 시속 181㎞로 나타났다. 물론 도카이도 신칸센의 평균 속도는 시속 285㎞다.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의 3대 도시를 이동해 일본 교통의 대동맥으로 꼽힌다. 일본은 안전 규칙을 잘 지켜 아시아에서도 철도 관련 사고가 가장 드문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에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사고는 2005년 서부 아마가사키 시에서 탈선 사고로 107명이 숨진 일이었다. 반면 신칸센은 57년 역사에 한 번도 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종락의 시시콜콜] 순자 의원이 문 대통령 앞에서 울먹인 까닭은

    [이종락의 시시콜콜] 순자 의원이 문 대통령 앞에서 울먹인 까닭은

    문 대통령과 한국계 하원의원 4명과 간담회에서순자 의원 “의원 선서때 한복 입어 감격”“한국인 엄마의 강인함을 본받고 싶어”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0일 오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엔 한국계 하원의원 4명도 모두 참석했다. 민주당 앤디 김 외교위 위원을 비롯해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 공화당의 영 김(김영옥) 하원 의원과 미셸 박 스틸(박은주) 하원 의원이 함께했다. 지난 1월 하원 의원 취임선서 때 한복을 입고 참석, 선서를 해 큰 화제가 된 메릴린 의원은 문 대통령 앞에서 울먹이는 표정까지 보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미국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순자 의원이 왜 울먹였을까. 아마도 자신의 절반인 한국의 대통령을 보면서 질기면서도 강인한 미나리 같았던 그의 삶이 순간 생각났던 건 아니었을까.순자 의원은 1962년 9월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씨와 미군인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태어났다. 1살 반 때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가 버지니아주의 포트리 기지로 배치되면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클라크애틀랜타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전공했다. 노던 생명보험사, 스타벅스 등을 거쳐 타코마 시의원으로 선출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2년간의 시의회 경험 뒤 타코마 시장에 당선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시장으로 재직했다. 타코마 시장으로는 첫 동양계였으며, 흑인 여성으로 타코마 시장에 당선된 것도 처음이었다. 지난해 11월 하원의원에 당선됨으로써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첫 흑인 미국인이자, 230년 역사의 의회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됐다.그는 한국인들도 촌스러워하는 ‘순자’라는 한국 이름을 자랑스러워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참 재밌는 것이 순자라는 이름은 제가 태어난 시기를 알려주고 있어요. 한국에서 특정 이름이 특정 기간 인기가 있었는데 제 이름이 그렇거든요”라고 말했다. 1960년대 초에 태어난 많은 여자 아이들이 ‘순자’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을 가리킨다. 순자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취임 선서때를 떠올리며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하게 돼 매우 감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의정 활동이나 언론과의 인터뷰때 마다 한국계란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타코마 시장 시절인 2016년 워싱턴대학 잡지에 “이 나라에 이민자로 온 엄마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그녀의 회복력과 인내력, 강인함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노스웨스트 아시안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흑인인 여성이라고 규정하며 “학교에서 잘하는 것은 내 부모가 내게 불어넣은 가치였기 때문”이라며 한국인 혈통을 이어 받은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임병선의 시시콜콜] “사기 인터뷰로 다이애나빈 망쳐” BBC 26년 만에 사과

    [임병선의 시시콜콜] “사기 인터뷰로 다이애나빈 망쳐” BBC 26년 만에 사과

    “마틴 바시르, 거짓말과 가짜 서류로 인터뷰 성사시켜” 남동생 스펜서 백작 지적에 성의 없는 조사 “잘못 없다” 이혼 후 파파라치들에 늘 쫓긴 다이애나빈 애통한 죽음 지난해부터 22억원 들여 재조사 “사기로 인터뷰” 결론 유족에 사과 편지, 받은 상 반납하는 등 한참 늦은 반성 해리 왕자 “어머니 목숨 잃었지만 언론은 바뀐 것 없다”영국 BBC는 지난 1995년 11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고통스럽게 남편의 불륜을 처음 털어놓는 인터뷰 동영상을 20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대법관 출신 존 다이슨 경이 주도한 독립 조사 결과 인터뷰를 성사시키려고 BBC 직원 마틴 바시르(58)가 사기에 가까운 행동을 했음을 인정한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유족들이 보고 싶지 않아 할 동영상을 올리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 윌리엄 왕세손은 성명을 내 “다시는 문제의 동영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 언론사들이 게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마 뒤 홈페이지에서 1분 30초 분량의 인터뷰 동영상은 사라졌고 대신 윌리엄 왕세손이 침착하게 성명을 읽는 동영상이 게재됐다. 바시르는 다이애나빈의 남동생 얼 스펜서 백작에게 누나와의 인터뷰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위조된 은행 서류를 제시하며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 부부에 관한 정보를 흘렸다고 말해 이들 남매를 화나게 만들었다. 또 다이애나빈의 개인 편지를 누가 훔쳐봤다거나, 그녀의 차가 추적당하고 전화가 도청됐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마도 바시르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니 당사자가 솔직히 인정하고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 좋겠다고 남동생을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바시르의 거짓말에 속은 스펜서 백작은 인터뷰를 마련했고 다이애나빈은 별거한 지 3년이 됐으며 남편 찰스 왕세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현재 부인)와 불륜 관계임을 털어놓아 영국 사회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00만명 가까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남긴 말 “이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복잡했다.(Well, there were three of us in this marriage, so it was a bit crowded)”는 사람들의 입에 오랫동안 오르내렸다.부부는 이듬해 파경을 맞았고 파파라치들에 내몰린 왕세자빈은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비운의 교통사고로 사랑하던 두 아들과 영원히 작별했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에게 이 인터뷰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음은 물론이다. 스펜서 백작은 인터뷰 다음해에 속은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사는 자체 조사를 벌인 끝에 바시르에게 잘못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BBC가 인터뷰 25주년을 기념한답시고 동영상을 방영하는 등 상처를 다시 건드리자 스펜서 백작은 다시 공개 폭로에 나섰다. 이번에는 바시르가 위조한 은행 서류를 제시하는 등 물증을 동원했다. 자신이 위조된 서류를 안 봤더라면 바시르를 누나에게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재조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이슨 경은 140만 파운드(약 22억 4000만원)를 들여 6개월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한 보고서를 통해 스펜서 백작의 주장이 맞았다고 인정했다. BBC의 1996년 조사도 스펜서 백작을 만나지도 않는 등 “참담하게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또 바시르가 BBC 관리자들에게 위조 서류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등 적어도 세 차례 거짓말을 했으며, 바시르의 설명 상당 부분이 “믿을 수 없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일부는 정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 방송도 “자사의 특징인 높은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윌리엄 왕세손은 성명을 내 “기만적인 인터뷰 방식이 어머니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해당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를 아프게 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BBC의 잘못이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알아 형언할 수 없이 슬프다”면서 “BBC가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듬해)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어머니도 자신이 속았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밝혔다. 이어 “가짜뉴스의 시대여서 공영방송과 자유언론이 지금보다 중요한 적이 없었다”면서 “(BBC의) 잘못은 내 어머니와 가족뿐 아니라 대중도 실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의 인터뷰가 담긴 파노라마 프로그램이 다시 방영돼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다.해리 왕자는 형보다 훨씬 어조가 강했다. 그는 ”악용의 악습과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더 심해져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비윤리적 관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어머니의 유산을 보호함으로써 모두를 지키고 어머니의 삶과 함께한 존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분께는 감사하다”면서 “정의와 진실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는 사과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두 아들은 물론 찰스 왕세자, 스펜서 백작 모두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방송은 아울러 이듬해 영국아카데미(Bafta) TV 상 등 이 인터뷰로 받은 모든 상을 반납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주 방영하려다 연기됐던 조사 결과 내용을 방영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BBC 의장을 지낸 그레이드경은 바시르의 행동보다 방송사의 “은폐”가 더 나쁘다고 꼬집었다. 바시르는 은행 서류를 위조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면서도 그것이 다이애나비가 인터뷰에 응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유지했다. 무명이었던 바시르는 이 인터뷰로 유명세를 얻어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클 잭슨과 인터뷰를 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징계를 받는 등 물의도 많이 일으켰다. 잭슨의 전 매니저는 2003년 바시르와 인터뷰한 것이 6년 뒤 잭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보조 수단이던 약물이 그날 이후 필수품이 됐다는 것이다. 바시르는 2016년 BBC로 돌아와 종교 담당 에디터로 있다가 지난주 보고서가 제출되기 몇 시간 전 건강 문제를 이유로 퇴사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명숙 공식행사 참석해 축사 까지...경기도 주최 DMZ포럼에

    한명숙 공식행사 참석해 축사 까지...경기도 주최 DMZ포럼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기도가 주최한 공식행사에 처음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 전 총리는 21일 오전 10시 일산 킨텍스에서 경기도 주최로 열린 ‘2021 DMZ 포럼’에 내빈으로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개회사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에 크게 기여 하신 한명숙 전 총리께서 귀한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한 전 총리는 축사에서 “지자체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평화부지사를 두고 이렇게 집중적이고 열정적으로 DMZ라는 이슈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평화만들기를 주도해 주시는 경기도지사님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어 독일의 동방정책을 예로 들며 “남북평화를 위한 정책은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계승돼 우리의 소원인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22일 열리는 한미정상 회담에 거는 기대를 밝히면서 “‘평화만들기’라는 가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라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 정치적으로 굉장히 골이 깊은 갈등의 뿌리는 분단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치는 반드시 어떠한 정권이라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베를린 선언하시면서 냉전이 끝나고 남북의 문이 열렸다. 그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10.4선언으로 계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그 다음 정권 10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이 평화만들기 가치가 계승되지 않고 단절됐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했다.남북의 평화와 협력 정책을 다시 계승하게 됐고 3차의 남북정상 회담을 이끌어 내, 북미회담으로 연결시키는 다리를 놓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독일은 1969년 사민당 총리가 동방정책을 추진했는데, 그이후 정권이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평화통일의 가치가 계속해서 계승되고 이어져 1990년 10월 3일 45년 만에 통일을 했다”며 “이러한 사례를 보면서 많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는 통일의 가치를, 그 전에 평화만들기의 가치를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계승해서 ‘우리의 소원은 평화’라는 가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오늘 ‘레츠 DMZ(포럼)’ 이 행사도 큰 틀에서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는 한 전 총리 이외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해찬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임동원 렛츠 디엠지 조직위원회 위원장(전 통일부 장관),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22일까지 이어지는 포럼은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평화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의 연사가 참여해 한반도의 평화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데스크 시각] 체니의 ‘네버 트럼프’ 전쟁/박상숙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체니의 ‘네버 트럼프’ 전쟁/박상숙 국제부장

    ‘현재 공화당에서 정직함보다 더 큰 죄는 없다.’ 대선 사기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빅 라이’(Big Lie)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리즈 체니가 공화당 지도부에서 축출되자 터져 나온 개탄이다. 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아니라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전직 대통령의 거짓 주장에 동조하기를 거부한 죗값을 물어 당의 ‘넘버3’를 끌어내린 건 미 언론의 자조대로 ‘바나나 리퍼블릭(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체니가 누구인가.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실세 부통령을 역임한 ‘보수의 원류’ 딕 체니의 맏딸로 가족의 오랜 터전이자 친트럼프 성향이 강한 와이오밍을 지역구로 둔 터라 트럼프와 여러 면에서 죽이 잘 맞는 동반자였다. 와이오밍의 주요 산업은 석탄·석유. 트럼프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일방 정책은 체니에게 표심을 다지는 축복이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표 통상, 이민, 환경 정책에서 딴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당연히 트럼프의 1차 탄핵심판 때 그를 엄호했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향한 억지 출생지 논란에도 기꺼이 트럼프와 한배를 탔던 그였다. 공화당이 똘똘 뭉쳐 3선으로 당 서열 3위까지 오른 체니를 속전속결로 제거한 건 와이오밍의 험악한 민심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몰표를 준 이곳 유권자들은 체니에게 ‘이름만 공화당원’(RINO·Republicans In Name Only)이라며 돌을 던졌다. ‘비호’로 찍힌 체니는 사실상 재출마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세에 몰려 있다. 와이오밍의 분위기에서 백악관과 의사당을 모두 내준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설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뾰족한 전략은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 파워’가 여전한 트럼프에게 영혼을 파는 건 쉽고 확실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정당에서마저 개인숭배라니,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돌기도 하나 보다. 입에 쓴 약을 뱉듯 반대자와 이견을 제거하는 소위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세계 정치판에서 점점 일상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발달로 유권자들의 요구와 비판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면서 이런 경향은 짙어지는 상황이다.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오로지 인기와 당선에만 목매 극렬 지지자들의 아우성에 휘둘린 정치인과 정당이 일으킨 분열과 갈등 사례를 찾으려고 멀리 갈 것도 없다. 특정 인물의 신격화,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오만함, 문자폭탄을 동원한 반대파 제거 등 민주주의 위기 양상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인류 역사에서 이질성과 다양성을 제거한 집단은 일치단결한 모습으로 단기적으로 성공한 듯 보이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가 닥쳤을 때 다양성의 부재로 멸망의 길을 걸었다. 이견과 다툼은 시끄럽고 불편하지만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항체와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앵무새’가 되기를 거부한 체니는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네버 트럼프’ 기치를 높이 들며 4년 뒤 대선을 바라보는 트럼프를 향해 “백악관 근처에도 못 가도록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반격을 선포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위험하고 반민주적인 트럼프 개인숭배에 빠진 공화당의 현실을 꼬집으며 “역사가,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용기를 내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종종 미국에서 부는 바람은 한국에서 폭풍으로 바뀐다. 공화당의 블루칩에서 졸지에 트럼피즘의 희생양이 된 체니의 ‘네버 트럼프’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란다. okaao@seoul.co.kr
  • [책 속 한줄] 후드티로 감싼 삶

    [책 속 한줄] 후드티로 감싼 삶

    그래도 나에 대한 한 가지 믿음은 있다. 앞으로 내가 어디로 향하든, 그 가운데서 무엇을 선택하든 아마도 그 일이 내게 가장 자연스러우리라는 확신 말이다. 그저 눈앞의 하루를 제멋대로 살아가는 게 다인 삶이지만, 쌓은 게 없는 대신 나는 듯이 뛸 수 있지 않겠는가. 등에는 배낭, 발에는 운동화 그리고 내 몸에 딱 맞는 후드티 한 벌.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113쪽)새벽 5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 퇴근 뒤엔 뛰어서 아이를 데리러 가는 워킹맘, 아이가 잠들 때나 주말에는 만화평론가와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활동가로 움직이는 저자는 ‘후드티 애호가’다. 몸에 편해서, 주머니가 있어서 입은 전투복 같은 후드티는 어느새 치열한 일상의 증인이자 어디든 갈 수 있는 든든한 방패가 됐다. 쉴 틈 없이 바쁜 그에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렇게 사느냐’는 물음들이 따라온다고 한다. 대단한 욕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좀더 궁금증을 갖고 주어진 일상을 채워 가는 것이기에 의기소침해진다는 말이 공감을 부른다. 투박한 옷에 가려 겉으로는 잘 도드라지지 않지만 그 안에 많은 것들을 감싸고 있는 후드티가 꼭 우리 일상 같다. 후드티를 입고 가는 어떤 길이든, 스스로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길 바라는 믿음이 필요할 때가 많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갓난아기도 목숨 건 ‘유럽행’…모로코 불법이민자 8000명 구름떼

    갓난아기도 목숨 건 ‘유럽행’…모로코 불법이민자 8000명 구름떼

    ‘아프리카의 유럽땅’ 세우타에 이틀간 8000명 넘는 불법이민자가 몰렸다. 목숨 건 유럽행에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뗀 갓난아기도 포함됐다. 스페인국민경호대는 18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서북단의 스페인령 세우타 앞바다에서 어머니 등에 업혀 국경을 넘던 갓난아기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바다를 건너 세우타로 향하는 모로코 불법이민자 행렬에 갓난아기를 안은 여성이 끼어들었다. 보트가 육지에 다다르자 갓난아기를 둘러업은 여성은 차가운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저 앞에 뭍이 보였지만 아기를 등에 업고 헤엄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페인국민경호대 소속 후안 프란시스코 경관은 재빠르게 구명튜브를 챙겨 흠뻑 젖은 아기를 건져 올렸다. 덕분에 아기는 무사히 구조됐다.구조된 아기를 포함, 17일부터 이틀간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넘어간 불법이민자는 8000여 명, 이 중 1500명가량은 미성년자다. 모로코 북동부 해안에 자리한 세우타는 지중해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 대륙을 마주한 유일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영토다. 스페인이 1580년 점령해 아직도 주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가난과 정치적 박해를 피해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주요 경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린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모로코에서부터 헤엄쳐온 불법이민자와 그들이 나눠 탄 보트로 세우타 앞바다는 그야말로 물 반 사람 반이 됐다. 불법이민자들은 국경을 따라 설치된 길이 6㎞ 높이 6m짜리 철책선을 기어 올라 세우타에 발을 들였다. 스페인은 경찰과 무장병력을 동원해 밀입국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성인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를 제외한 불법이민자 절반은 이미 모로코로 추방했다.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이민 행렬에 스페인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프랑스 파리 방문 일정을 급거 취소하고 세우타로 향한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갑작스러운 이주민 유입은 스페인과 유럽에 심각한 위기”라며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란차 곤잘레스 라야 스페인 외교부 장관도 “정부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주재 모로코 대사를 초치해 단속 강화를 요구했다. 사상 유례 없는 불법이민의 배경에는 모로코의 감시 소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로코가 스페인을 압박할 요량으로 이주민을 일부러 통제하지 않는 거라는 해석이다. 앞서 스페인이 모로코 반군 세력인 폴리사리오해방전선 지도자 브라힘 갈리의 입국을 허용한 데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코로나19에 걸린 갈리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모로코는 스페인이 자국에 알리지 않고 갈리를 받아들인 것은 “동반자 정신에 어긋난다”며 뒤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파우치 “미국 1년 내 백신 부스터샷 필요할 것 같다”

    파우치 “미국 1년 내 백신 부스터샷 필요할 것 같다”

    미국에서 1년 이내에 코로나19 백신의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19일(현지시간)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행사에서 백신의 면역 효과를 강화하거나 효력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로 맞는 부스터샷에 대해 “나는 그게 1년 이내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뒤 1년 이내의 시점에 부스터샷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 보건 당국자가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맞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백신 효력의 지속성이 최소한 6개월, 그리고 아마도 상당히 더 길게 간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우리가 첫 접종을 한 뒤 1년쯤 이내의 어느 시점에 부스터샷이 거의 확실히 필요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왜냐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 효과의 지속성이 홍역과 비슷하게 평생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지난 8일 CDC의 연구진이 백신의 면역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하는지는 물론 미국에 이미 들어온 특정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겨냥한 부스터샷이 필요할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제약사 화이자의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도 8∼12개월 사이에 부스터샷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불라 CEO는 또 화이자가 향후 18개월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60억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라 CEO는 “향후 18개월간 나는 60억회분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올해 30억회분을 만들 것이다. 상반기에 10억회분을 만들었으니 따라서 하반기에는 추가로 20억회분이다”라며 “이는 2022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40억회분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물량이 한 회사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나는 충분한 (백신) 물량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은 또 미국의 4∼6세 어린이들은 올해 말 또는 내년 1분기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12∼15세 청소년까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긴급사용 승인이 이뤄진 상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레시피의 함정, 너무 믿지 마세요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레시피의 함정, 너무 믿지 마세요

    자랑은 아니지만 가끔 음식이 맘에 든다며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 달라고 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반응은 몇 가지가 있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 주거나 한쪽 눈을 찡그리며 “영업 기밀입니다” 하고 허허 웃어넘길 수 있다. 아니면 정색을 할 수도 있다. 레시피도 하나의 지식재산이란 관점에서 볼 때 태연하게 그걸 요구하는 행위는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말이다.레시피는 요리사에게 중요한 것일까. 관련해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유명 요리사가 평생을 걸쳐 메모해 놓은 레시피 북을 누가 몰래 훔쳐 달아났는데 정작 요리사 본인은 껄껄 웃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레시피 계량을 자기만 알 수 있게 암호화해 놔서 훔쳐 간 레시피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레시피에 나오는 숫자를 굳이 수고스럽게 암호화시켜 놓을 필요는 없다. 레시피만 가지고 원본과 완전히 똑같이, 또는 멋있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기란 꽤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접하는 레시피들은 대부분 완벽하지 않다. 레시피는 완전한 요리 제작법이라기보다 하나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요리학교에서 분명 같은 레시피와 재료, 도구를 가지고 요리를 만들었는데 딱 수강생 수만큼의 다른 맛의 요리가 나왔다. 시작과 끝을 똑같이 따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간단한 요리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간단하지 않다.집에서 달걀을 으깨 만드는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든다고 해 보자. 초간단 레시피라면 아마도 이런 설명이 붙을 것이다. ①그릇에 달걀을 깨어 넣고 적당히 소금, 후추 간을 한 후 잘 섞어 준다. ②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후 섞은 달걀물을 넣어 준다. ③휘휘 젓다가 적당히 달걀이 익으면 접시에 담아 낸다. 겨우 세 단계라니. 놀랍도록 쉬워 보인다. 하지만 이 레시피는 불완전하다. 전체적인 과정을 설명해 놓았지만, 사실 각 과정에 들어 있어야 할 디테일이 빠져 있다. 달걀 온도는 상온인지 냉장고에서 꺼냈을 때의 온도인지, 달걀을 익힐 때 불의 세기는 얼마가 적당한지, 프라이팬 종류는 무엇이 좋은지, 버터는 소금이 들어간 가염버터를 써야 하는지 아니면 무염버터여야 하는지, 버터를 적당히 녹이기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버터를 고소하게 브라우닝시켜야 하는지, 달걀이 적당히 익은 정도란 어느 상태를 이야기하는지, 소금, 후추 간은 대체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인지. 너무 편집증적인 반응이 아니냐고? 영국의 유명 작가인 줄리언 반스는 그의 요리 에세이에서 “왜 요리책의 레시피는 수술 지침서처럼 정밀하지 못하는가”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각의 디테일은 최종 결과물의 상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전혀 사소하지 않은 중요한 요소들인데 우리가 보통 접하는 레시피에는 대부분 디테일이 생략돼 있다. ‘두께 12㎜짜리 스테인리스 논스틱 프라이팬을 2000W 출력의 인덕션에서 표면 온도를 195도까지 올린 다음에 파워 5에 놓고, 상온 21도를 유지한 달걀을 부어 2분 35초간 저어 가며 익히라.’ 어떤 레시피에도 이렇게 명시해 놓지 않는다. 집집마다 구비하고 있는 조리 도구와 화구의 출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설명해 왔다면 요리고 뭐고 당장이라도 스마트폰을 켜고 배달앱을 실행시키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정보의 교류가 많지 않던 시절에야 손수 휘갈겨 쓴 레시피북이 중요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전 세계의 수억 가지 레시피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한술 더 떠 요리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 주는 유튜브 영상은 어지간한 요리 책보다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해서 당신을 훌륭한 요리사로 만들어 주는 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법만 본다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게 아니듯 결국 해 보면서 노하우를 익히는 수밖에 없다. 음식은 손맛이라고 했던가. 손맛이 정말로 손에 간이 되어 있어서라기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체득한 감각을 멋지게 부르는 우리식 표현이다. 레시피를 너무 맹신할 필요는 없다. ‘소금, 산, 지방, 열’을 쓴 열정적인 요리사 사민 노스랏은 레시피를 믿지 말고 오직 자신의 혀와 감각을 믿으라고 강조한다. 계속 맛을 보며 원하는 맛의 방향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그의 조언은 효과가 있다. 레시피를 통해 과정과 방법은 참고만 하되 음식의 최종 완성은 나의 손끝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 그것이 요리의 묘미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 사랑꾼 당신, 바다랑 거리없이 포옹

    사랑꾼 당신, 바다랑 거리없이 포옹

    예부터 경북 울진은 오지였다. 나라님이 계신 서울에서 보면 손이 잘 닿지 않는 등허리 아래쪽 같은 곳이 울진이었다. 거기서도 맨 아래 있는 후포, 그 후포 바다 위로 난 스카이워크 끝에 조형물이 하나 있다. 바다 위로 솟구치는 반인반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용이다. 조형물엔 뜻밖에 중국 여인 선묘(善妙)와 신라 고승 의상대사의 애사가 담겼다. 사랑 이야기엔 늘 발걸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지 않던가. 울진 여정 중에 선묘와 의상의 사랑 이야기를 찾아나선 건 그래서 당연했다. 용의 모습을 한 여인의 이름은 선묘다. 바닥에 박힌 안내판은 선묘와 신라 고승 의상대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조형물이라는 식으로 짤막하게 설명을 끝냈다. 궁금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온 건 당연한 수순. 나라 안의 여러 절집 창건 설화에 의상이 등장하는 건 흔하게 봐 왔지만 관광시설물의 경우는 생경하다. 사실과 전설이 뒤섞인 선묘와 의상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시점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동문수학하던 시절이다. 당시 젊은 의상과 원효는 불교 공부를 위해 당나라로 가다 한 무덤에서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며 하룻밤을 보낸다. 이 대목이 선묘룡(善妙龍) 전설의 분기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원효는 진리를 깨닫고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의상은 내친걸음 당나라까지 직진한다. 661년, 천신만고 끝에 의상이 도착한 곳은 지금의 산둥반도인 등주였다. 의상은 이 지역을 다스리던 유지인 주장을 찾아 관아에 머물기를 청했다. 타고난 기상이 빼어났던지, 관아에 기숙하던 의상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집 딸의 마음을 훔치게 됐다. 그 딸의 이름이 바로 선묘다. 그녀는 의상에 대한 연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그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의상의 불심은 돌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추 10년 뒤인 671년, 양주 지상사에서 지엄대사를 사사한 의상이 신라로 돌아가게 됐다. 의상은 배에 오르기 전에 선묘의 집을 찾았지만 해후할 수는 없었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선묘가 바닷가로 달려갔으나 의상이 탄 배는 이미 점처럼 멀어졌다. 발만 동동 구르던 선묘는 용이 돼 의상의 배를 호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빈 뒤 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후 의상과 선묘룡이 이 땅에서 행한 이적들은 꽤 많이 알려졌다. 경북 영주 부석사의 부석(浮石)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한데 이들이 당도한 곳이 신라 어느 포구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니까 울진군에서 후포 바다 위에 선묘룡의 조형물을 세운 건, 이들이 당도한 곳이 울진 후포일 수도 있다는 완곡한 주장인 셈이다. ‘금석문의 보고’ 성류굴(천연기념물 155호)에 신라 진흥왕의 행차 기록 등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울진 주민들의 바람 섞인 주장이 전혀 맥락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선묘룡 조형물이 있는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울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바다 위에 높이 20m, 길이 135m 규모로 조성됐다. 스카이워크 끝자락 57m 구간은 바닥이 강화유리여서 스릴이 넘친다. 스카이워크 뒤편의 등기산에도 후포 등대 등 볼거리가 많다.불영사는 의상대사와 선묘룡의 창건 설화가 담긴 곳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 중 하나로 꼽히는 불영계곡(명승 6호) 안에 터를 잡은 절집이다. 의상과 선묘룡이 연못을 지키던 독룡을 쫓아내고 불영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경내 불영지(아마도 독룡이 지키던)에 부처(佛)의 그림자(影)가 비친다 해서 불영사다. 전설을 알고 나면 절집과 계곡 둘러보는 맛이 한층 깊어진다. 울진 북부의 국립해양과학관도 찾을 만하다. 코로나19 탓에 예약제로 운영된다. 하루 3회차, 총 600명만 관람할 수 있다. 반드시 홈페이지(www.kosm.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인 바닷가 해중전망대는 여전히 폐쇄 중이다. 글 사진 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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