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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누가 거짓말을 시키는가

    국회 ‘옷 로비 의혹’청문회는 TV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거짓말 경연장’이라는 씁쓸함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많은 사람들에게,불리하면 ‘잡아떼고 볼 일’이라는 자조만을 남겼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도대체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일까. 이형자,배정숙,연정희,그리고 정일순씨 등 핵심 증인들은 쟁점 사안마다 진술을 달리했다.개개인의 증언때는 모두 그럴듯해 보였다.증인들이 다소곳하게 차례로 나서 책상을 치고 눈물을 보이고 때로는 간절한 호소의 눈빛을 보일땐 한점 숨김없이 가슴을 열어놓은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잠시 후 다른 증인이 나서 앞 사람의 증언을 뒤집는 것을 보는 순간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없었다.일부 증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진실을 강조했다.“건강이 도저히허락하지 않지만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하나님이 기회를 주신만큼 죽을 힘을 다해 증언하겠다”고 다짐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범부의 시각에서 보면 이들의 행태에 대해 갖가지 의문 부호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핵심 증인들은 왜 변호사를 대동했을까.변호사와의논해서답변한다는 것은 진실과 관계없이 유리하게만 증언하겠다는 뜻이 아닌가.어떻게든 법망은 피하고 보겠다는 심산은 아니었을까. 증언의 쟁점은 대충 이런게 아니었나 싶다.김태정 전검찰총장의 부인인 연정희씨가 호피코트를 언제 입어보고 돌려줬나,연씨가 신동아그룹 최순영씨에 대한 수사 내용을 흘렸는지 여부,배정숙씨가 이형자씨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했는지,그리고 이형자씨는 남편 구명을 위해 로비를 했는지 등.증언은 물론 크게 엇갈렸다.연씨와 정씨의 진술은 대체로 비슷했는가 하면 동생들의진술을 등에 업은 이형자씨는 이들과는 천양지차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이들의 상반된 증언중 어느 쪽이 옳다 해도 결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연씨가 옷을 받고 돌려준 날만 해도 그렇다.옷을 받은 날이 이씨등의 주장대로 지난해 12월 19일이고 그것을 반환한날이 1월 5일 이후라 하더라도(본인 주장은 12월 26일∼1월 5일) 결국 그것을 반환했다지 않는가.물론 보유한 기간이 길면 뇌물을 받을 의사가 있었던것으로 간주된다는게 야당의 주장이지만 옷 값을 대납한 사람도 없지 않은가.수사기밀 누설도 그렇다.언니 동생 하는 사이에 그런 정도 얘기를 주고받았대서 탓할 사람은 없을성 싶다. 배정숙씨가 중간에 서서 도움을 주려 했다고 해도 그렇고,더구나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려 한 흔적이 있더라도 법률적으로큰 흠이 없다면 인지상정으로 치부할 수 있지 않을까. 만일 외화도피 혐의를 받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이 무혐의로 풀려났다면문제가 달라진다. 아니면 이형자씨가 ‘남편이 구속됐으니 대납해 준 옷값을 돌려달라’며 고발했다면 첨예한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이형자씨가 ‘옷 값 대납’을 거절했다는 데서 출발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나라가 시끄러웠고 지금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관부인들과 고급 옷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가 언론의 선정주의와 야당의 정략이 결합해 몇 사람의 여성을 마녀로 몰았다.그리고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체가 없는 사건을 도마에 올려놓은 이번청문회는 말들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여기서 사소한 오류라도 잡히면 ‘마녀’로 몰리기 쉬운분위기였다.바로 이런 분위기가 증인들에게 거짓말을 강요한 셈이다. 이번 청문회가 여야 국회의원이 아닌 전문 카운슬러에 의해 진행됐다면 그결과가 어땠을까.보다 진실된 답변과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확실히 모르지만 상대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 말이 맞을 것이다”,또 “동생은 총장부인이고 교우는 어려운 처지에 있어 중간에서 도와주고 싶었다”라든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편을 구하고 회사를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백방으로 로비 했는데 실패했다” 이런 진솔한 대답이 나왔을 법도 하다. 金在晟 편집부국
  • 인터넷은 동호회 세상

    ‘11사단 9연대 제대하신 분’‘영락고 9회 3학년4반 모여라’‘노세 노세,젊어서 노세’‘타락한 자들의 모임’‘텔레토비를 싫어하는 사람들’‘깨어있는 고딩(고등학생)만이 세상을 바꾼다’‘영원한 사랑을 믿는 사람들’‘키키의 마녀수업’‘장수풍뎅이·사슴벌레 수집’‘먹을 것을 사랑하세요?’‘슬픔을 간직한 사람들’‘힙합 세상속으로!’ 인터넷의 ‘미니 동호회’들이 네티즌들을 촘촘히 엮어주는 새로운 ‘사이버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최근 동호회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클럽 서비스’들이 크게 늘면서 동호회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서비스 사이트들은 특히 동호회 개설을 위해 20∼30명의 발기인이 필요하고 1∼2주를 기다려야 하는 PC통신과 달리 신속·간편하게 동호회를 결성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때문에 컴퓨터,영화·예술,스포츠·레저,학교·지역,경제,정치·법률 등 분야별로 더욱 세분화되고 회원수도 보통 10명안팎으로 ‘소수정예화’돼 더욱 적극적인 회원활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동호회를 개인 홈페이지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동호회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무료 전자우편인 ‘한메일’을 제공하는다음커뮤니케이션즈의 ‘다음 카페’(cafe.daum.net).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한뒤 기존 한메일 회원을 중심으로 1만5,000여개의 동호회가 들어섰다.한메일넷 회원으로 가입하면 즉석에서 원하는 동호회를 개설할 수 있어 간편하다. 인터넷광고 회사인 온네트(www.onnet.co.kr)가 지난 4월 문을 연 ‘클럽 포유’(club.onnet.co.kr)도 최근 들어 하루 50∼100곳씩 동호회가 늘고 있다. 전체 동호회 수는 2,200여곳.특히 인터넷 동호회 서비스 최초로 화면을 자기구미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실시간메시징 서비스 ‘소프트메신저’를 제공하는 ‘디지토’(www.digito. com)는 ‘클럽 오프너’(club.opener.net)라는 동호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 곳에는 현재 1,000여개의 클럽이 활동중이다. 소프트메신저를 통해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전해줄 수 있어 회원끼리 더욱 친해질 수 있다. 세대별 맞춤 서비스 ‘인츠’(www.intz.com)도‘인츠클럽’을 서비스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국민이 잘못해 IMF 왔나‘환란 무죄’ 네티즌들 반발

    법원이 환란(換亂) 책임과 관련한 1심 재판에서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PC통신 네티즌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국민의 여론과 감정을 무시한,‘재판부의 양심을 잃은 처사’라고 지적했다.실직자를 대량 양산하는 등 국민의 고통은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2심 재판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PC통신 천리안 회원 ‘고른세상’은 22일 ‘환란 책임 누가 지나’라는 글에서 “경제정책을 다룬 그들에게 책임이 없다면 (환란이) 국민 책임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이어 “두사람의 직무유기가 아니라면 이는 상급자인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TIGERK’는 ‘법원에 분노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정당한 법정 판결이었는지는 몰라도 국민의 법 감정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양심이 사라진판결”이라고 결론지었다.또 ‘K3BSMAN’은 ‘사법부의 법대로 논리’라는글에서 “국민여론이 좋지 않더라도 법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말이 안된다”면서 “그들이 언제 법대로 살았냐”고 비아냥거렸다. 고위관리는 물론 정치권과 경제,금융인도 환란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지적도 있었다. ‘RUN2DIE’는 ‘무죄는 아니다.하지만 그들 탓도 아니다’라는 글에서 “경제 파탄의 책임은 당시 정치·경제의 핵심 인물에 있는데 이를 외면하는재판부는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KONIK’는 “환란의 주역은 재벌과 그에 놀아난 은행들”이라고 지적하고“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받고도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그들을 보면 개혁의 당위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SUNDAL20’은 “당시의 정책수립자와 여야 정치인,경제인 등이 서로 네탓이라고만 우기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한탄했다.“진짜 환란 책임자를가려 달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2심 판결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반면‘달아달아’는 “이번 판결은 두 가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담는다”고 전제한 뒤“(소신있는 판결로 보여) 현 정부가 독재정권이라는 말은 틀렸다는 점과 사법부가 마녀사냥을 거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오늘의 눈] 財界 노사정위 복귀 유보 유감

    지난 15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는 재계가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결정할 것으로 잔뜩 기대를 모았었다. 경총 고위관계자들조차 이번 회의가 3개월 동안 끌어온 노·정과의 ‘장외갈등’이 일단락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였다.그러나 회의는뜻밖에도 ‘불참’쪽으로 결론이 났다.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재계의 노사정위 복귀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회원사들이 정부의 친(親)노동적 태도에 불만이 컸지만 사무국 간부들의 맨투맨 설득으로 복귀선언은 시간문제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좋았던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민주노총의 제보로 정부가 81개 사업장에 대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한다는 설이 나돌면서부터였다.이 때문에이번 회의는 일부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정부가 경솔하게 행동하고 있다며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번 조치는 특별감독이 아닌 단순한 노무관리 지도”라며 재계의 주장을 반박했다.노동부 관계자는 “노무관리 지도는 노사관계가불안한 사업장에 대해 자율적 해결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일 뿐 위법사항을조사,시정하는 특별감독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후 상황을 놓고 볼 때 재계는 정부측에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재계는 그동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및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을 놓고 정부가 노동계에 치우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우지 않고 있다.물론 재계 내부에 모처럼 무르익은 노사정위 복귀 분위기에 정부가어설프게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했다면 반성을 해봐야 할 대목이다.그러나 정상적인 행정조치였다면 이를 마치 ‘마녀사냥’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경총의 태도는 사려깊은 행동이었을까.우리 경제가 아직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터널을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외국 기업들이 우리의 노사관계에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정위의 정상화가 갖는 의미가 자못 크기 때문이다. 경총은 오는 27일 최고 의결기구인 회장단 회의에서 노사정위 참여 여부를재론한다.이제 무엇이 이성적인 판단인지,‘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주기를간곡히 희망한다. 김환용 경제과학팀기자dragonk@
  • 대중문학으로 재조명 받는 추리문학 진단/역사/우리나라 추리소설

    소설은 재미 있어야 한다는 오락적 기능을 강조할 때,우리는 먼저 추리소설을 떠올린다.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면서 느끼는 지적 유희의 쾌감이 어떤 다른소설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정전(正典)장르에 의해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비(非)정전 하위 장르들이 주목받으면서 추리소설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추리소설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중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 같은 미스터리가 폭넓게 읽힌다.또 우리와는 달리 장르의구분이 무의미한 만큼 대중소설 작가라고 해서 평론가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없다.그 작품들은 물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대표적인 추리소설가로 으레 언급되는 작가가 ‘쥐덫’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애거사 크리스티다.크리스티의 작품은 셰익스피어보다도 14개가 더 많은 103개 국어로 번역돼 5억부 이상 팔렸다.크리스티가 생전에 발표한 추리소설은 모두 86권.특히 ‘빅4’로 꼽히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오리엔트 특급살인’‘ABC살인사건’‘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비롯해 피해자가범인이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예고살인’ 등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자신의 소설을 압도하는 기이한 실종사건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크리스티는이른바 ‘골든 에이지’ 추리소설의 대표작가로 견고한 독자층을 형성하고있다.골든 에이지는 1920∼40년대 추리소설의 전성기를 일컫는 말로,누가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밝히는 수수께끼 플롯에 치중하는 작품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세를 다룬 현대소설인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대표적인 추리소설로 빼놓을 수 없다.‘장미의 이름’은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탈리아의한 수도원에 잠입한 영국의 수도사 윌리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교황이 아비뇽에 유폐되면서 교권이 무너지고 유럽에 창궐한 페스트의 여파로 농민반란이 뒤따르는 등 중세 봉건제의 토대가 심하게 흔들리던 시대,교회의 반발로 이단심판이 본격화돼 마녀사냥이 벌어지던 시대를 그렸다.에코가 14세기중세를 무대로 한 까닭은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의 분석적인 사고가 14세기초 영국의 스콜라 철학자 오컴의 윌리엄이 등장한 이후에야 가능했기 때문이다.오컴의 윌리엄은 유명론(唯名論)의 주창자로 기호해석에 관한 진보적인이론을 전개한 인물이다. 이처럼 비교적 완성도 높은 추리 장르의 소설들은 최근에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움베르토 에코에게 적잖은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영국 추리작가 엘리스 피터스(본명 에디스 파지터)의 ‘캐드펠 시리즈’다.최근 제10권 ‘고행의 순례자’(북하우스)까지 나온이 시리즈의 배경은 12세기 초 중세 영국 미들랜드 지방의 시루즈베리.인간고통의 내면을 끈질기게 탐구함으로써 중세인의 사상의 궤적을 좇는다. 이시리즈는 중세의 의상과 색채,소리를 생생하게 묘사,12세기 영국인들의 삶과분위기를 실감나게 살려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엘리스 피터스가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레이먼드 챈들러 계열의 하드보일드(hard-boiled) 소설이 ‘타락’했기 때문이다. 하드보일드는 1920년대 말 미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소설의 한 유형으로 프랑스에서는 ‘흑색소설(roman noir)’의장르에 포함된다.추리소설에 있어서하드보일드는 범인을 찾는 과정은 다른 추리소설과 비슷하지만,주인공이 지적인 추리가 아니라 행동과 완력을 통해 범인을 밝힌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때로는 범인이 스스로 실토하는 경우도 있어 모험소설과 추리소설의 경계를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한다.개성이 강한 등장인물과 복잡한 플롯,장식적인 배경 등이 특징으로 골든 에이지와 함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장르로 꼽힌다. 이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에드거 앨런 포의 창조적 계승’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80,90년대에 들어 스스로의 한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학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말았다.충격만을 위한 잔혹,반전을 위해 존재하는 반전 등이 그주된 요인이다. 반면 엘리스 피터스가 주도하는 현대 영국 추리소설은 문학적 측면을 크게강조한다.미국의 레이먼드 챈들러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영역을 개척해현대 미국 미스터리의 원형을 구축한 작가라면,엘리스 피터스는 전후 미국추리소설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영국 미스터리계를 일으켜 세운 인물이다. 또 국내에 새로 소개된 추리소설로 시선을 끌만한 것으로는 미국 여성작가셰리 홀먼(34)의 역사 미스터리소설 ‘도둑맞은 혀’(문학사상사)가 있다.중세 성지 순례단이 순례 여행중 겪는 의문의 사건들을 추적하는 내용으로,실존 인물인 펠릭스 파브리 수사가 지은 ‘펠릭스 파브리 수도사의 여행기’를토대로 한 작품이다. 이집트와 시나이 산, 성 카타리나의 유골이 있는 고대수도원 등지를 직접 답사해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추리소설의 효시라고 할 에드거 앨런 포와 뒤이어 등장한 코넌 도일과 길버트 체스터튼이 미스터리의 토양을 일궜다면,1920년대 이후의 애거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은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를 연 작가들이다.도서출판 청년사에서는 ‘코넌 도일의 정통적 계승자’‘미국 추리소설 그 자체’란 평을 듣는엘러리 퀸이 가려 뽑은 세계 초(超)단편 추리소설 걸작선 ‘미니 미스터리’(청년사)를 최근 내놓았다.이 책에는 세계 유명 추리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안톤 체홉,찰스 디킨스,기 드 모파상,마크 트웨인,잭 런던 등 거장들이쓴 추리소설도 발굴해 싣고 있어 눈길을 끈다.또 민음사에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최신작 ‘빛이 남아 있는 동안’을 오는 12월에 펴낼 예정이다. 한편 국내 추리소설로는 추리소설선집 ‘99 올해의 추리소설 아웃사이더’(신원문화사)가 나와 있다.김성종·이상우·노원 등 원로 작가에서부터 신진작가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들이 망라돼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일본에서 지난해 세금을 가장 많이 낸 작가는 추리소설가 니시무라 교타로(西村京泰郞)라고 한다.선진국일수록 또 사회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추리소설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미국이나 일본,영국 등 등 추리문학 선진국의 경우추리소설은 생활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추리소설이란 말은 150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나라마다 다양한 용어로 불려 왔다.영미에서는 탐정소설(detective story 혹은 mystery story)로,프랑스에서는 경찰소설(roman policier)이란 말로 통용됐다.특히 경찰의 수사력에 역사적 배경을 둔 프랑스의 ‘로망 폴리시에’는 중국식 추리소설이라 할 ‘공안(公案)소설’과도 일맥상통한다.최근의 국제적인 추세를 보면 범죄소설(crime novel)이라는 말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탐정소설이라는 용어는 추리소설이 일본에 처음 도입된 메이지 말기에 일본인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추리소설은 소설의 발달과 더불어 탄생했다.소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신화나 설화,민담,전설 등의 구비문학 혹은 ‘천일야화’에까지 이른다.추리소설의 기원 역시 멀리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서 가깝게는 볼테르의 ‘자디그’까지 소급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근대적 의미의 추리소설은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모르그가의 살인’(1841)에서부터 출발한다.그 뒤 19세기 말 영국의 코넌도일에 와서 하나의 양식으로 굳어졌다- 우리나라 추리소설 우리의 추리문학은 어떤가.누구나 명탐정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의 이름을들먹거리지만 정작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편견과 무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 문단에서 추리소설에 관심을 보인 것은 1918년 코넌 도일의 작품 ‘충복’이 ‘태서문예신보’에 번역·수록되면서부터.1930년대 들어서는 외국작품 소개와 함께 국내의 순수 창작물도 여러 편 선보였다.당시 우리 추리문학의 대부였던 아인(雅人) 김내성이 일본어로 쓴 ‘타원형 거울’(1935)이대표적인 예다.그는 ‘마인(魔人)’‘가상범인’‘백가면’‘살인예술가’등을 발표하며 추리작가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그러나 60년이 넘는 한국 추리소설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추리문학의현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영미권의 정통 추리소설도,일본작가 모리무라세이이치(森村誠一)류의 사회파 추리소설도 찾아보기 힘들다.어정쩡한 형태의 ‘불륜’ 추리소설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순문학 내지 고급문학에 기울어져 있는 사람들은 추리소설이란 장르를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작가나 출판사들 또한 문학작품에 ‘추리소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이러한 문학적 자기비하 현상이 계속되는 한 한국 추리문학의 앞날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추리소설이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추리적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코넌 도일의 작품을 노골적으로 베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같은 유사 추리소설은 더이상 나와서는 안된다.변호사였던 존 그리샴,국제담당기자였던 프레드릭 포사이드,호텔맨이었던 모리무라 세이이치,의사였던 로빈쿡 등이 확실한 ‘전공’을 갖고 추리소설을 썼듯이 현대의 추리작가에게는무엇보다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이 요구된다. - 국내 선보인 캐드펠 시리즈 ?성녀의 유골 ?99번째 주검 ?수도사의 두건 ?성 베드로 축일장 ?죽음의 혼례 ?얼음 속의 처녀 ?성소의 참새 ?귀신들린 아이 ?죽은 자의 몸값 ?고행의 순례자 - 읽을만한 추리소설 ?애거사 크리스티:쥐덫 ?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 ?패트리샤 콘웰:악의 경전 ?로빈 쿡 :미필적 고의 ?엘러리 퀸:재앙의 거리 ?모리무라 세이이치:인간의 증명 ?존 그리샴:거리의 변호사 ?프레드릭 포사이드:재칼의 날 ?이안 맥완:암스테르담 ?김성종:제5열
  • 매주 수요일은 페미니즘 영화 보는날

    연말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여고 맞은편 카페 ‘파라문의 정원’을 찾아가면 갖가지 페미니즘 영화를 보고 토론을 나눌 수 있다. 해마다 여성영화제를 개최하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마련한 ‘수요 시네마’가 열리는 것.이 행사가 처음 시작된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이 곳에는 많은관객들이 몰렸다. 첫 상영작은 샐리 포터 감독의 79년작 ‘스릴러’.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재조명했다. 다음 작품은 14일 ‘침묵에 대한 의문’.마를렌 고리스 감독의 82년 작으로 3명의 여성이 한 남성을 살해한 이유를 캔다.또 21일에는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가,28일에는 샹탈 액커맨의 ‘나,너,그,그녀’가 상영된다.‘피아노’는 한 불구여성이 자기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나…’는 일상생활 속의 어긋나는 남녀관계를 담았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영화 3편을 심야상영한다.상영작은 참석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영화나 최신작 중에서 고른다.아울러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에는 사진강좌도 열리는데 오는 22일의 첫모임에서는 ‘사진의 현대적 의미와 이미지론’이 주제이다. 이들 행사에는 대학의 사진학 강사인 박영숙씨,비디오 아티스트 윤동경씨,대학로 소극장 ‘오늘 한강 마녀’의 안미라 극장장,중앙대 영화학 강사인김선아씨 등이 참여한다. 행사를 기획한 안미라씨는 “페미니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말까지 다양한영화를 상영할 것”이라면서 “남녀 성차별 철폐의 논리를 넘어서 페미니즘적인 배려와 수용의 논리를 펼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영화 관람료나 행사 참여료는 없다.(02)3476-0662박재범기자
  • [이어령의 새 천년읽기]밀레니엄 게이트(上)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이다.하지만 생태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로렌츠의 보고서를 보면 비둘기의 싸움처럼 잔인하고 치열한 것도 없다.상대방이 죽어 쓰러질 때까지 계속 쪼아대기 때문이다.평화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영어의 경우 peace에 감탄부호를 붙여 동사형으로 사용하면 “비 사이렌트! ”( 입닥쳐,조용히 해 )와 같은 뜻이 된다. 평화의 어원인 라틴어 팍스가 전쟁과 정복의 지배언어로 쓰여왔다는 것은일리치의 지적이 아니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팍스 로마노나,팍스 브리타니카는 어느 강대한 제국(帝國)이 무력으로 세계를 제패하여 천하를 통치한 시대를 뜻한다.말하자면 로마인이,영국인이 입닥쳐라고 소리치면 온 천하가 숨을 죽이고 조용해지는 것을 평화라고 불렀던 시대이다.그래서 조지 오웰이 그린 1984년의 가상적인 나라에서는 아예 “전쟁”을 “평화”라고 부른다. 20세기초 자유 무역제도가 처음 생겨나게 되었을 때 신문들은 이제 이 지구상에서 전쟁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고 했다.그리고 소련이 해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에도 역시 신문들은 전쟁없는 영구한 평화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 마자 1차대전이 일어났고 걸프전이 벌어졌다.결과적으로 20세기의 역사는 전쟁으로 막을 열고 전쟁으로 막을 내린 시대가 되었다.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90년까지 총 2천 340주 가운데 이 지구에서 진정 전쟁으로부터 해방된 주는 겨우 3주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앨빈 토플러는 적고 있다.전쟁을 장마철에 비유하고 평화를 그 먹구름사이로 잠시 내비친 햇빛이라고 정의한 사람은 역시 천재였다. 동양인들도 예외가 아니다.투표 계산을 할 때에도 곧잘 애용되는 한자의 정(正)은 올바르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그 자원(字源)을 분석해보면 군사들이 남의 나라 성을 쳐들어가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갑골문자의 정자는 오늘의 발 足자처럼 썼는데 위의 口는 나라를 에워싼 성벽을 나타낸 것이고 아래의 止자는 발 모양을 그린 것으로 행진을 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正자는 征服의 征자나 무력의 武자와 뿌리가 같은 것으로 전쟁이 곧 정의라는사상을 담은 글자이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의 父자도 두 손에 도끼를 들고 서있는 전사의 모양이아닌가.그래야만 살았고 그래야만 가정과 나라를 지켰던 것이 ‘삶의 문법’이요 ‘생존의 규칙’이었다.그러나 같은 전쟁의 패러다임이라고 해도 파워폴리틱스의 서구 문명과 문치교화(文治敎化)의 모럴 폴리틱스로 대비되는 유교문명은 서로 다른점을 지니고 있다.볼테르가 부러워한 것처럼 서양에는 글짓기를 하여 관리가 되는 과거(科擧)제 같은 것은 없었다.그 대신 서양에서는 등자(橙子)가 발명되어 말을 타고도 싸움을 할 수 있게 되면 곧 기사(騎士)와 기사도(騎士道)가 생겨나게 되고 그 힘을 밑받침으로하여 봉건제가 생겨난다.그러다가 대포가 발명되면 이번에는 그 견고했던 성채가 무력해지면서 봉건제도도 함께 붕괴하고 만다.이렇게 모든 기술과 사회제도가 전쟁 패러다임에 의해서 부침해온 것이 파워 폴리틱스를 내세운 서구문명의 전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근대문명도 모두가 전쟁패러다임에서 파생된 것들이다.베니치아의귀족들이갈릴레오의 망원경에 거금의 지원금을 내준 것은 결코 지구가 도는지 해가 도는지의 지적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그것은 오로지 먼 바다에 떠있는 배가 적의 군함인지 아닌지를 식별해 내는 군사장비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을 뿐이다. 남태평양 섬의 어민들은 이상하게도 자기네들이 잡은 싱싱한 물고기를 놓아둔 채 서양에서 들여온 통조림고기를 사 먹는다.그들은 선진 문명의 상징물로 부러워하고 있는 그 통조림이 바로 나폴레옹이 개발한 전쟁 산물이라는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것이다.병사들이 전쟁터에서 먹을 수 있는 보존식을 개발하기 위해서 나폴레옹은 현상금을 걸었고 1804년 아페르가 통조림의 원리를 발명하게 되었다.오늘날 평화로운 도시의 슈퍼마켓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통조림문화에 귀를 기울이면 유럽대륙을 향해 끝없이 쏘아대던나폴레옹의 포성이 울려오고 있는 것이다. 산업문명의 꿈을 실현시킨 공산품의 표준화도 나폴레옹의 전술에서 비롯된것이다.대포의 바퀴를 끼우고 빼낼 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보나파르트의권력은 모든 나트의 홈과 그 크기를 똑같이 만들어내게 한 것이다.서구 근대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기술과 그 발명품들은 크든 작든 나폴레옹의 발상처럼 전쟁터에서 발명된 것들이다.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가 급속도로 개발되고 실용화된 것은 그것이 적진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는 전쟁무기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펜실배니어 대학에서 최초로 개발된 아니액 컴퓨터 역시정확하고 빠른 탄도계산을 위해 미 국방성이 발주한 전쟁장비였다. 술집에까지 불황을 가져왔다는 인터네트의 새 문명은 어떤가.그것 역시 “부루터스 너마저”이다.펜타곤의 컴퓨터가 적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를대비하기 위해 미 군부가 그 자료들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고 네트워크화한것이 바로 인터네트의 기원이다.원격 화상회의의 기술개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군 수뇌부들이 적의 핵 공격을 피해 각지로 흩어져있어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군사 참모회의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군사기술이다.더 이상 장황한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군수용 반도체의 수요가없었더라면 어떻게 한가롭던 플람 과수원의 “산타클라라의 골짜기”가 연일 다우 지수의 신기록을 갱신하는 “실리콘 밸리”로 변할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전쟁 패러다임속에서 나온 서구문명의 특성을 세인트 조지 콤플렉스라고 부르기도 한다.그것은 악령을 퇴치하고 공주와 결혼을 하는 서구 영웅전설의 원형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사랑과 평화의 선행사는 언제나 악령 죽이기라는 그 전쟁으로 되어 있다.그러므로 악령이 없을 때에는 악령을 스스로만들어내야만 한다.그것이 이따금 서양사회를 휩쓸고 지나가는 마녀 사냥이며 나치에 있어서의 유태인이다. 소련의 퇴장으로 악령이 사라지게 되었을 때 재빨리 이슬람-유교 커넥션이라는 새로운 악령을 만들어낸 것이 한때 지식계에 선풍을 몰고온 헌팅턴의“문명의 충돌”이다.20세기의 전쟁 책임을 서양 문명에 몰아세우자는 것이아니다.그렇게 하면 우리 자신이 바로 악령만들기의 또 하나의 세인트 조오지 컴플렉스의 감염자가 되는 것이다. 문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 상생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다시 보여줌으로써 서구 문명자체를 탈구축하려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참여할수 있는 것이다.부국강병으로 상징되어온 20세기 전쟁 패러다임을 땅에묻으려고 하는 것은 양차 대전에 수백만의 사상자를 내고 진저리를 친 서구문화권의 당사자들이다.오히려 그 낡은 패러다임을 뒤늦게 좇으려고 하는 것이 근대화의 무지개를 뒤^^는 그 주변 국가들이다.그 증거로 2차 대전후 계속된 국지전쟁은 모두가 비 서구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동아시아도 그런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홉스 바움의 말대로 서구중심의 20세기 문명은 끝나가고 있다.“인구면에서만 보아도 20세기의 전성시대에는 인류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유럽 백인들이 이제는 6분의 1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구 식민지에서 유입된 이민들에 둘러싸여 바리케이트 안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의 사회 조직 하나를 두고 보더라도 그렇다.20세기의 기업은 군대조직을 그대로 빼다 옮겨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군대의 총 사령관이 기업에 오면 재벌 총수가 되고 작전 참모실은 기획실이나 비서실이 된다.국 과장의 조직체계는 사단 연대 대대의 피라미트 구조이고 사병은 바로 사원이다.보초대신 수위가 서있는 것까지 똑같다. 그러나 드라카의 지적대로 21세기의 기업은 군대 조직이 아니라 교향학단조직을 모델로 하게 된다고 말한다.서구문명의 파워 폴리틱스 자체가 모럴폴리틱스로 변해가면서 상극의 갈등원리가 상생(相生)의 융합원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관리체제는 참여체제로, 독점은 분유(쉐어)로, 일방통행은쌍방향으로 탈구축되어 간다.기능을 위주로하는 공장이 이제는 감동을 나누는 예술 무대의 원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쟁의 패러다임이 평화의 패러다임으로 변한다는 것은 ‘생산’이 ‘창조’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금까지는 현실주의자들이 한 기업이나 사회를 이끌어갔다면 앞으로 오는 새 천년은 꿈꾸는 자의비저너리에 의해서,그리고 강자(强者)가 아니라 적자(適者)에 의해서 그 자리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전쟁의 시대에 평화를 꿈꾸는 덕치주의를 펴다가민족의 존립마저 상실할 뻔했다.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덕치주의가 새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려는 이 때에 서구의 낡은 파워 폴리틱스,리얼 폴리틱스의 유산을 상속한입양아처럼 되어 있다.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지구 최후의 분단국에서 살고있으며 북한은 굶주리면서도 핵과 미사일의 무한 강병(强兵)정책을 만방에고하고 있다.그를 빌미로 일본의 극우론자들은 평화헌법에 다시 색칠을 하자고 하고 전쟁의 진저리였던 “기미가요”가 다시 울려퍼지게 되었다. 대체 이런 상황에서 평화의 열두 대문을 세우자는 것이 어리석고 무의미하게 보일는지 모른다.그러나 몽고병의 전화속에서 우리는 그냥 항쟁만 한 것이 아니라 수십년동안 역사상 유례가 없는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냈다.그런평화에의 의지가 이 나라를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며 21세기 새벽에 온 세계를 향해 평화선언을 하고 평화의 밀레니엄 게이트를 기공할 수 있는 자격을갖게 한 것이다.지금 새 천년을 향해서 떳떳하게 평화를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대체 몇이나 될 것인가.남의 나라 영토를 뺏지 아니하고도,폭력으로 노예를 부리지 아니하고도 이 정도의 부와 문화를 누리며 사는 나라가 한국 말고 대체 또 어느 나라가 있을 것인가. 임진왜란을 겪은 한국이었지만 일본인에 주자학을 가르쳐 병마(兵馬)를 충효로 바꾸는 문승지효(文勝之效)로 3백년간 왜적의 침략을 막을 수 있었던그 힘의 원천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이제야말로 그 문화의 힘이 새로운 천년을 지배하는 원동력이 되는 세상이다.100만의 한국인이 그 서원(誓願)의 글을 담아 자신의 서명을 평화의 대문 벽위에 새겨갈 수만 있다면 팔만대장경과도 같은 원력은 온 세계 사람들에게 퍼지며 미사일보다 강한 방벽을 만들어 낼 것이다.평화가 한 나라만의 것이 되었을 때에는 한 마리의 양처럼 약하지만 그것이 열 나라 백나라의 것이 되었을 때에는 사자무리보다도 강하게 된다. 낙원을 의미하는 영어의 파라다이스는 원래 아랍말로 나무도 꽃도 없는 황무지를 뜻한 것이라고 한다.전쟁과 환경오염의 20세기 문명의 뒤안길에 버려진 난지도에 이 평화의 대문을 세운다면 우리는 악취속에서 난초의 향내를맡고 쓰레기 더미에서 푸른 잔디의 생명력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힘으로 20세기의 황무지를 21세기의 낙원의 땅으로약속하는 평화의 열두 대문 하나가 이곳에 세워지는날 2002년 월드컵 손님으로 찾아온 온 세계의 젊은이들은 이곳에 모여 새 천년의 평화와 행복을 다짐하고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를 지배해온 세인트 조지 컴플렉스를 푸는 거대한 상생의 사당이 될 것이며 십년마다 평화의 역사를 정리하는 현대사의 타임 터널이 되어줄 것이다.팍스 로마노의 개선문을 뒤집어라,그러면 한국의 평화와 행복의 그 열두 대문 밀레니엄 게이트가 될 것이다.
  • [사설] 햇볕정책 일관성 있게

    북한의 서해도발 사태를 계기로 대북(對北) 포용정책인 세칭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논쟁이 봇물터지듯 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여야간 설전에 가위 적대적이라 할만치 핏발이 서 있고 일부 언론마저 쌍심지를 켜며 가세하고 있다. 야당이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언론이나 개인이 저마다자기주장을 펴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다.그러나 대북정책은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고 이러한 정책의 특성상 비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또비판을 하자면 분명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일고 있는 햇볕정책 반대론은 건설적인 비판이나 논리를 갖춘반론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이고 비논리적이다.감정적이며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란 인상마저 풍긴다.정권차원의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인상이 짙고 국가정책을 희화화(戱^^化)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이번 서해 도발사태가 햇볕정책이 북한을 오도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자면 강풍정책을 쓰던 때에는북의 도발이 없었어야 한다.그러나 80년대 이후에만 북한은 무려 24차례의크고 작은 군사도발을 해왔다.이번 사태에서도 도발 의도가 차츰 분명해지고 있듯이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한 긴장조성의 수단으로 거의 정례적인 군사도발을 해오고 있다. 반대자들은 또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햇볕정책을 쓰는 것은 일종의 짝사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지는 평양에 우리 기업인들이 수없이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햇볕정책이 안보능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햇볕정책은 냉전체제를 뛰어넘어 남북분단 극복을 위한 통일철학이다.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최선의 정책이란 것은 미국이나 한반도 주변국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햇볕정책에대한 국민의 지지도도 압도적으로 높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야당과 일부 언론이 이번 서해도발이 마치 햇볕정책에서 비롯된 것처럼 사태를 오도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대북정책을 정쟁(政爭)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지울 수 없다.북한의 이번 도발 목적중엔 김대중(金大中)정부가 햇볕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나아가이 정부가 국내 보수세력의 반대를 이겨낼 힘이 있는지 테스트해보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남북문제를 정쟁 도구화하는 것은 부도덕할 뿐아니라 위험하다.햇볕정책에 대한 정략적이고 비논리적인 공격은 중단돼야한다.
  • [대한광장] 언론개혁 절박하다

    언론개혁은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을 깨뜨리고 불합리한 구조를 정리하여 언론계를 갱신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즉,언론인의 사회의식수준을 높임으로써 그들의 양심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위해 굽힘없이 발양될 수있도록 주변환경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개혁해 나가는 작업이라 하겠다. 한국언론은 적어도 과거 30여년간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는 시민들이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하고 있을 때,독재자와 그 동조세력의 목청과 용어와 형식논리를 오히려 더욱 미화·확대하여 유포시킴으로써 군사주의적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민주주의의 발전을 늦추는데 협력해 왔다.물론 많은 지식인과 평범한생활인도 긴급조치와 계엄령,반공법,국가보안법 등의 합법적 억압 때문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유린당하는 처지에서 언론인만이 양심을 정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음을 양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압제와 저항의 시대가 역사속에 묻히고 개인적 자유와 사회적 평등이 함께 존중되면서 과거를 청산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아야 할 때이다.이 시대는 언론이 정치권력의 일부였거나 상업세력의 광고인이었거나 일부 지식인만의 무대였던 과거와의 명백한 결별을 요구한다. 첫째, 언론은 공·사인을 막론하고 특정인을 영웅이나 마녀로 만드는 시민적 의제설정에만 바빴다.이 기능적 과정에서 언론은 예사로 개인의 인권을침해하고 타인의 사생활을 흥미거리로 삼아 사람을 농락하기를 즐겨왔다.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은 제로였던 것이다. 둘째로 우리 언론인은 취재현장에서의 용기가 지나쳐 어리석은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취재를 빙자하여 사적(私的) 서류를 절취하거나 공무원을 사칭하면서 뉴스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대단한 능력쯤으로 여긴다.기자가정보제공자의 신원을 쉽게 밝혀버리거나 기사가 나가기도 전에 관련정보를누설하는 등 약속위반이 다반사인 상태에서 취재원 쪽에서는 기자에게 비밀정보를 제공할 엄두도 낼 수 없는게 현실이어서 시민사회 전체는 언론의 초법적 행위에 익숙해져 있다. 셋째로 언론기업의 거대화와 집중화로 인한 여론독점은 언론자유의 본질적가치에이르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로운 교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이미 관료구조화된 언론기관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는 대신,권력이나 자신들의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와같은 구태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 언론이 민주주의에 필요한 공적 정보를 사회에 전달하고 권력을 감시하면서 사회생활의 여러 영역에서도 속도감있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먼저 확실하게 개혁되어야 한다.속보와 특종도 중요하지만 성실한 자세로 수용자의 사랑을 받으며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건전한 모습이다.공중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은 독립적인 사회적 제도로서의 의미가 희박하고 선거에 의해 권력이 창출되는 대의민주제의 발전이라는 앞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그러므로 개혁된 언론은 공공의 안녕을 위해 더욱 신중한 취재보도를 해야 마땅하다. 제 아무리 시민세력이 독려한다고 해도 언론주체가 개혁되지 않으면 현실의 언론상황을 타파하고 새 전통을 수립하려는 언론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그러므로 성공적인 개혁을위해서는 이를 선도할 언론계 내부의 힘이 필요하다.역사관과 민족관이 올곧고 이기심을 최소한으로 자제할 수 있는 언론인들이 양심을 담보로 결집한 역량이 넉넉할 때,언론개혁 선도진영은 하나의 운동으로서 이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도 이제는 외형경쟁이나 이익경쟁 대신 전달내용의 질적 경쟁을 통해 매체간 건설적인 비판과 상호감시를 활성화하여 언론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그래야 상업적인 선정언론과 권력추종적인 편파언론의 허물을 벗고 민중의 알 권리에 화답하여 객관세계를 진실하게 감시하는 민주주의적 참언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언론개혁은 결코 정치권력이 위로부터 압력을 가하거나 법제적 통제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강조한다. [柳一相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 美 오리건大 교환교수]
  • [김삼웅 칼럼] 여론몰이와 三人成虎

    전국책 ‘위지(魏志)’에 ‘삼인성호(三人成虎)’란 고사가 있다.방총의 이야기로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게 되면 없는 호랑이도 있는 것으로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방총은 위나라 태자와 함께 인질로 조나라로 잡혀가게 됐다.떠나기에 앞서혜왕(惠王)에게 말했다. “지금 누가 시장터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을 수 없지.” “두번째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똑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반신반의하게 되겠지.” “세번째 또 다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때는 믿게 되겠지.” “대체로 장마당에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그런데도 세 사람이 똑같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나타난 것이 되고 맙니다.” 근거가 없는 소문(여론)에 군왕이 너무 현혹되지 말라는 충간이다. 비슷한 얘기가 춘추시대 말기의 대학자 증자(曾子)의 고사에도 전한다. 증자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극진한 효자다.어느날 증자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자가 사람을 죽였다.소문을 들은 마을사람이 증자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베를 짜고 있던 증자의 어머니는 “내 자식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다”하고 베만 계속 짜고 있었다.조금 뒤 또 한 사람이 달려와 같은 말을 했다.증자의 어머니는 여전히 베만 짜고 있었다.그러나 세번째 또 한 사람이 달려와똑같은 말을 전하자 그제서야 증자의 어머니는 베틀에서 일어났다. 착한 아들을 믿는 어머니의 마음도 여러 사람의 말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여론이란 무섭다.대낮 장터에 나타나지 않는 호랑이도 여럿이 봤다고 주장하면 나타난 것으로 되고,효성이 지극한 자식도 살인범으로 인식된다. 이 고사를 분석하면 사실과는 상관없이 여론이 형성되는 경우이고 형성된여론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게 된다는 점이다.최근 여러날 동안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옷사건 보도가 ‘삼인성호’식,‘효자살인’식은 아니었을까. 고관부인들이 떼지어 다니면서 고가의 쇼핑을 하거나 재벌부인의 로비가 이루어졌다면 백번 지탄받아 싸다.아무도 그들을 감싸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론몰이식·마녀사냥식 폭로성 보도가 국민을 선도하고 진실을밝히는 언론의 본분과 도덕성에 부합하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다.기사의 비중도 ‘연구’ 대상이다.그 무렵 러시아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한·러 정상회담과 남북차관급회담 합의가 이루어졌다.국익이나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볼 때 옷사건에 못지않은 비중을 갖는 사건인데도 언론은 옷사건에 밀려 작은 기사로 취급했다. 옷사건에 이어 터진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파문의 보도와 논평도똑같은 행태가 돼서는 곤란하다.어디까지나 진실규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언론이 비정상적인 보도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그런 여론을 따르지않는다고 집권자가 민심을 모르는 ‘오만’과 ‘독선’에 빠졌다고 질타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남용이다. “지도자는 여론의 잘못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단순히 여론을 대표하는것만으로는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발자크의 주장은 지도자가 갖춰야할 책무이기도 하다.지도자가 여론을 경시해서도 안되지만 여론에 밀려 인사나 정책에서 원칙을 잃을 때 국가의 기저가 흔들리게 된다.그때 언론은 또지도자가 원칙없이 갈팡질팡한다고 질타할 것이다. 언론의 권력감시와 비판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그래야 권력의 오만과독선을 견제하고 투명한 국정을 이끌면서 개혁을 하게 만든다.전제가 따른다.언론이 진실추구와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자체의 개혁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스스로는 공정하지도 못하고 ‘갑골(甲骨)’에 덮여 개혁을 외면하면서 상대에게만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론의 ‘오만’과 ‘독선’이 아닐까. 언론은 정부나 사회의 비리를 파헤치는 한편 자체 개혁과 비리도 밝히려는도덕성을 보여야 한다.먼저 ‘언개연’과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언론개혁 그리고 ‘원철희(元喆喜)리스트’등에 거론되는 언론계의 자체 정화에 나서야한다. [주필 kimsu@]
  • [대한광장] 언론·시민단체의 선정적 상업주의

    그 들끓던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은 홍두깨 같은‘파업유도’발언으로 다시 종적을 감추고 있다.새 먹이가 나타나자 미련없이 버리고 몰려가는 하이에나를 연상케 한다. 정확히 표현해서‘고급옷 로비설 의혹 보도사건’은 의혹의 실체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두 가지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하나는 KBS기자들사이에서 나온 것인데,연정희씨를 두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마녀사냥식보도를 했다는 고백이다.이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것이고 민심을 이반케 한 셈이 된다. 문제는 이것이 공식적인 사과나 반성이 아닌 일부 기자 사이에서 후일담형식으로 표현됐다는 점이다.더 큰 문제는 두번째 반응이다.여론몰이를 주도했던 한 신문은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고 넘어가려고 한다.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이번 사건의 요체는 언론의 선정적 상업주의에 있다.경제적 고통으로 지쳐있는 데다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비쳐지는 개혁에 대한 실망감으로 끓고 있는 민심에 지배계층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상업적 영리를 추구했다는 것이다.그런데도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 옷로비 의혹사건 보도를 보고 여전히 지난 세월 두텁게 형성된 보수층의 반발과 저항을 실감한다.그래서 현 정권은 정책수행에 보다 정교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사안의 중요성보다 김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뭔가 발을 걸고싶어 하는 보수세력의 발호로 보인다.현 정권에 조금만이라도 흠이 보이면 가차없이 물고 늘어지는 보수언론이 이들을 대변했음은 물론이다.지난 세월 김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던 이들 언론들은 사건의 진상보다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에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더군다나 현 정권과 상대적 우호관계를 갖고 있던 신문이 첫 보도를 내보내자 우호적인 신문조차 그러는데 ‘잘 만났다는 듯’ 더욱 거칠게 몰아붙인 것이다. 옷로비사건이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그래서 지난 정권에선 관대하게 통용되던 그릇된 관행이라도 이 정권에선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본다.특히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의 저의가 어떤 음흉성을 내포하고 있기때문에 한치의 허점도 보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민운동단체들의 경박한 상업주의다.지난 7일 시민·사회단체는기자회견을 갖고“재벌개혁,사법개혁,정치개혁은 흐지부지되고 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는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으로 무시되고 있어 민심이 현 정부를 떠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여론의 주목을 끄는 사안이면 시민단체 역시 앞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상품화하는 상업주의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왜 상업주의인가?언론이 독자 확보를 위해 그렇듯이 시민운동단체는 회원 확보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민심이 현 정부를 떠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민심이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상심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정부도 일정한 책임이 있음을 전제하더라도 다수의 보수 신문들이 사사건건 정부의 개혁정책을 반대하고 딴지를 걸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그런 보도를 근거로 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줏대없이 편승한 것이다.언제부터 그렇게 언론보도를 신뢰했는지 묻지않을 수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혁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정부를 압박하는 것 자체는 나무랄 바 아니다.그러나 이들이 정말 우리 사회의 개혁을 염원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왜냐하면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이들에게 언론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플레이의 대상’일 뿐이다.아직도 모르고 있을까?지금까지 보수적인 신문들이 정부의 개혁정책에 줄기차게 반대해왔다는 사실을말이다. 재벌개혁과 정치개혁 등 제반 개혁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언론의 개혁이다.이번의 무책임한 마녀사냥식 보도에서도 우리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을깊이 인식해야 한다.언론이 재벌편을 드는데 재벌개혁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언론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개혁을 기대할 수없다. 제도적 개혁과는 별개로 기자들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시점이다.KBS기자는“광풍이 몰아칠 때 기자 한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그 심정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그러나 이 혼돈의 시대에‘아니오’하고 일어설수 있는 지조 있고 용기 있는 기자들이 나와야 한다. [金東敏 한일장신대 교수·언론학]
  • “옷 로비 보도 마녀사냥식 이었다”

    ‘고급 옷 로비사건’을 취재한 KBS의 한 검찰 출입기자가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의 언론보도는 ‘마녀 사냥’식이었다”는 내용의 취재 후일담을 사내 컴퓨터 통신망에 올리면서 최근 한국방송공사 보도국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기자는 “연정희씨는 이형자씨로부터 밍크코트를 받은 사실이 없을 뿐더러 소문 내용의 대부분은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그렇게까지 욕을 먹어야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은‘광풍이 몰아칠 때’ 기자 한 개인으로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같은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자 이 사건을 취재했던 또 다른 기자는 “의혹과 소문만으로 한 개인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 “근거없이 비난하기를 좋아하는 언론인과 그런 비난을 좋아하는 독자,시청자들은 모두 한가지”라고질타했다. 게시판을 본 한 기자는 “보도와 관련,상부의 압력이나 지시가 있었다면 못하겠다고 맞서든지,아니면 양심선언이라도 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지운기자 jj@
  • 金泰政법무 전격 경질 배경·의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일 검찰내 지휘책임을 물어 김태정(金泰政) 법무부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정국수습의 필요성 때문이다.진형구(秦炯九)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파문이 노동계로까지 급속 확산되면서 정부 노사정책의 근간마저 흔들릴 기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진부장의취중(醉中)발언 파문을 조기 수습하지 않을 경우,정부 정책 및 공권력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김장관 경질이라는 강도높은 처방으로 나타났다. 검찰 조사 결과 진부장의 발언이 실언으로 판명났음에도 불구,김장관을 경질하고 당사자인 진부장을 직권면직(해임)한 데서도 발언파문에 대한 김대통령의 상황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김중권(金重權) 비서실장도 “정부의 노사정책 기조에 의혹을 증폭시킨 것과 관련,도의적인 책임과 지휘책임을 물어해임한 것”이라고 말해 이번 파문의 비중이 ‘고급옷 로비 의혹’파문과 비견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함을 인정했다. 실제 김대통령은 ‘옷파문’으로 김전장관이 여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당할 때도 버팀목이 되어왔다.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김전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진실에 근거하지 않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굴복해 인사를 단행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했다.이는 김전장관에 대한 두터운신임을 반증하는 대목으로,그의 정권교체에 기여한 공로와 통치권 차원의 검찰권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혀진 바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이번 경질 결정은 공직사회를 겨냥한 경종의 의미도 더해진다.김비서실장도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김전장관에게 지휘책임을 물은 것도 이를 감안한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의 강도높은 공직기강확립과 부정부패척결 작업을시사하는 언급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김전장관 전격 경질은 ‘급한 불끄기’ 측면도 강하다. 검찰이 검찰간부의 발언내용을 하루 만에 조사했고,장관에게 지휘책임을 물었다는 설명을 국민들이 완전히 납득할지는 미지수다.때문에 파문의 진로는아직 ‘시계(視界) 제로’인 상황이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국민의 정부 국정진단(6)-여야 새 패러다임 구축을

    ‘고가의류 로비의혹’사건이 한창이던 지난달 31일 국민회의 확대간부회의장.이만섭(李萬燮)상임고문과 김영환(金榮煥)정세분석실장,박범진(朴範珍)홍보위원장 등이 “민심의 흐름이 심각하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도 “옳은 지적”이라고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마녀사냥’언급 직후 분위기가 돌변했다.지난 2일 당8역회의에서 김대행은 당의 일치단결을 강조하며 일사불란한 수습쪽에 무게를 실었다.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일었다.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8일 “1인 또는 소수가 좌우하는 정당구조가 문제”라며 “당내 권위주의는 자칫 독선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당내 민주화도 권력 분산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재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지난 3일 저녁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서울 송파갑 선대본부 사무실에는 환영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소속의원만 줄잡아 40여명이 몰렸다. 같은 시각 안상수(安相洙)후보의 인천 계양·강화갑 선대본부 사무실은 ‘가슴졸인’선거과정에 비해 의외로 썰렁했다.기껏 근처 지역구 의원 4∼5명만이 자리를 지켰다.한 주요당직자는 송파갑쪽에 모인 의원들에게 ‘SOS’를 보내다 여의치 않자 본인마저 송파갑으로 ‘달려갔다’는 후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벌써 신경전에 들어간 모양”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소속 의원들이 이총재의 정치적 입지가 총선공천권 행사로까지 이어질 것을 감안,미리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공천제도가 민주화되지 않는다면 구시대적 줄서기 행태가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향식 의사결정체계의 폐단을 꼬집었다. 여든 야든 21세기 정당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컫는 당내 민주화나탈(脫)권위주의,권력분산 등에 둔감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들이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여당은 여당답게,야당은 야당답게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국회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국민회의는 과거 야당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옛 야당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어정치권의 산술적인 평균 수준은 오히려 내려갔다”고 평했다.주요 사안마다야당을 끌어안지 못하고 내치는 여당이나,사사건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모습에서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는 푸념이다. ‘고가의류 로비의혹’사건도 예외가 아니다.국민회의는 사태수습의 적기(適期)를 놓친채 계속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한나라당은 ‘호기(好機)를 놓칠세라’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정치공세에 치중했다는 비판이다. 이는 여야의 정치력 부재와 직결된다.여야가 명백한 원칙이나 ‘게임의 룰’에 입각한 금도(襟度)는 상실한 채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의원은 “상대에게 이기면 모든 것을 갖고 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제로섬’의 정치풍토가 문제”라며 “제도적으로 철저한 삼권분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여야가 정책개발을 통한 선의의 대결로 나아가야 한다”면 “정책이 당과의정활동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 소모적인 정쟁(政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찬구기자 ckpark@
  • [굄돌] 마녀사냥 이야기

    파스칼이 태어나던 해 사법관이던 그의 아버지는 한 ‘마녀’(魔女)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주었다.까닭은 그 마녀가 부린 주술 때문에 위험에 빠진 갓난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과연 마녀의 주술이 아이의 목숨을 위협했는지,아니면 정말 고양이 한 마리로 아이의 목숨을 건졌는지는 알 수 없는일이다.다만 파스칼의 아버지처럼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사법관마저 마녀의주술을 믿었으며,나아가 그와 거래를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마녀란 남녀 마법사 중에서 여자 마법사를 일컫는 말이며,마법사라는 말 ‘소르시에’도 원래 ‘운명’을 뜻하는 ‘소르스’에서 온 말이다.좌우간 그들은 식탁에 포크가 출현하던 16세기부터 ‘인민재판’의 형식으로 역사의무대에서 사라져야 했다.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감소시켰던 1,000년 전의 페스트가 이 때도 그들의 파괴적인 집단 감수성을 지배하고 있었다.그것을 배경으로 ‘사탄의 앞잡이들에 대항해서 마을을 지켜오던 유력인사’였던 마법사가 도리어 사탄의 한 패로 몰려서 사법관 앞에 끌려오고,‘귀신과 교통 능력이 있다’해서 죽음의 통과의례를 관장하던 마법사들이 그들의 은혜를 입었다는 ‘손님’들과 함께 장작더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거꾸로 그들은 자신을 화형에 처하도록 심판한 주교나 사법관을 마법사라고불렀으며, 경우에 따라 사면을 제의받은 경우에도 단호하게 거부했던 것으로알려졌다. 즉 마법사들을 용납해 왔던 사회적 조건들이 달라졌으므로 그것은당대의 사회체제와 정신환경을 설명하는 불가피한 사건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현실을 왜 과거 서구 기독교 문명권이 집단환각 상태에서 저질렀던 이 비극에다 맞춰 비추어보는지 알 수 없다.생각하면 타고르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입옷을 불태우던 간디의 모습이 오히려 관심을 끄는데도 말이다.‘비가 올 때는 우산을 써라’라는 말도 매우 새삼스럽게 들린다.아마 자신이처한 운명을 역설해 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5년전에도 모 대학 총장의 발언 때문에 ‘마녀사냥’이란 말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그렇다면 문제는 누군가 여론에 의해서 마녀나‘마녀사냥’감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그 조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우리의 현실적풍토일 것이다.마녀는 조물주의 이상적 이미지의 안티테제다.그러므로 이 안티테제의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다른 ‘마녀사냥’ 이야기가 지금도 어디선가 틀림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치석 서울용두초등학교교사
  • 국민의 정부 국정 진단(4)-공동여당 불협화음

    “마녀사냥식은 안된다”“도덕적으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전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옷파문’해법이다.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유임으로 이어졌다.후자는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인식이다.유임 반대 표시로 이해됐다. 두 사람은 이처럼 옷파문을 놓고 견해가 다르다.눈에 띄는 변화다.그렇지만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김총리가 김대통령를 겨냥해 이례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이 그것이다.다시 말해 두 사람이 정면으로 시각차이를 드러낸 모습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콘크리트 연대’가 줄곧 유지돼 왔음을 반증한다.상호 신뢰가 받침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여당간 불협화음은 적잖이 노출됐다.‘하부구조’에서 ‘DJP’를 충실히 받쳐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한지붕 두가족’은 적잖이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양당간 대화채널은 기능발휘에 미흡했고,국정혼선은 필연으로 귀결됐다. 그 핵심에는 연내 내각제 개헌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국민회의나 청와대측은 연기를 바란다.몇몇 관계자들은 심심찮게 연기론들을 쏟아내고있다.심지어 8월까지 논의중단 합의 이후에도 연기론이 나왔다.정계개편론도 곁들인다.이는 자민련측의 반발을 가져왔다.갈등의 불씨는 점점 더 커질 뿐이었다. 2차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의 신경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양측은 중앙인사위 등 몇몇 자리를 대통령 직속이냐,총리 직속이냐 하면서 맞섰다. 잇따른 정책혼선 역시 공동여당의 구조적 문제에서 출발했다.양측은 서로못마땅하다.국민회의측은 자민련이 발목을 붙잡는 것으로 이해한다.‘내각제 몽니’라는 해석도 곁들인다.반면 자민련측은 국민회의측이 독주하고 있다고 불만이다.이런 신경전은 정책조율 과정에 잡음을 일으키고는 했다. 공동여당의 ‘위력’은 국회 본회의에서 입증됐다.지난달 4일 정부조직개편안은 공동정권 출범 이후 네번째로 강행처리됐다.두 여당이 뭉친 결과였다. 그러나 그 한달 전에는 한나라당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때 내부반란이 나왔다.둘이 합쳐도 ‘영원한 과반수’가 아님이 입증된 셈이다. 결국 공조혼란의 본질은 ‘불신’에 있다.‘DJP’간에 구축된 신뢰가 하부구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최대 현안인 내각제 문제가 풀려야 자연스럽게 해결될 전망이다.DJP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주목할 만한 ‘지침’이 나왔다.‘당정간·공동여당간 정책 이견이 있을 경우 김총리가 결정한다’는 게 요체다.국민연금 혼선은결국 김총리 주도로 가닥을 잡게 됐다.여여간 갈등을 빚던 중대선거구제 전환도 김총리의 수용으로 해결됐다. 이는 운영의 조화로 문제점을 극복해가는 한 과정이다.견제보다는 보완으로 엮어 나가는 정치실험이다.이와 관련해 대화채널을 보다 폭넓게 구축해야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동국대 백경남(白京男)교수는 “국정협의회,8인협의회 등 여권내 협의체가어떻게 돌아가는지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를 정례화,논의구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교수는 또 “권력구도나 정당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21세기에걸맞은 중·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은 뒤 그 기준에 따라 국정운영 기조를 맞춰 나가면 여여 갈등 해소는 물론 정책혼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 ‘옷 로비의혹’수사 정치권 반응

    검찰이 2일 ‘고급 옷 로비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여야의 반응은 엇갈린다.여당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불공정 수사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진상이 드러난 만큼 더 이상의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며 “모든 공직자와 가족들은 이번 사건을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정균환(鄭均桓)총장은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할 것”이라며 “당과 정부에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동채(鄭東采)기조위원장은 “여론은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치개혁에도 더욱 채찍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고위 공직자들은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수신제가(修身齊家)에 더욱 치중해 스스로의 주변과 몸가짐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공직자들은 국민의 공복으로 올바른 공직자상을 새로 정립해야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나라당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김종필(金鍾泌)총리를 항의 방문하는 등 강력한 대여공세를 펼쳤다.한나라당은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와 ‘옷 로비 의혹사건 진상조사특위’를 잇따라 열어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집중 성토했다.오히려 의혹만을 증폭시켰다는 주장이다.“김태정(金泰政)장관의 유임은 ‘DJ비자금 사건’수사를 보류해준 당시 검찰총장인 김장관에대한 보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현직 장관부인은 무죄,전직 장관부인은 유죄’라며 김장관 부인의 무혐의 처리를 비난했다.심지어 김장관이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을추진해온 것을 빗대,‘아내 안심하고 의상실보내기 운동’도 해야 하느냐고꼬집었다. 특히 야당의 주장을 ‘마녀사냥’으로 표현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시국인식’도 문제삼고 나섰다.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민의의 현주소를 잘못 읽고 있는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얼버무릴때 작은 종기로 환부가 더 넓게곪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곽태헌 최광숙기자 bori@
  • 金대통령 金법무 유임결정 안팎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일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을 유임시키기로 한것은 크게 3가지 분석이 가능하다.본질적으로는 원칙과 법절차를 중시하는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기인한 것이지만,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큰 밑그림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한 경종으로 읽혀진다.김법무장관부인의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견을 갖고 몰아붙여 국정운영에상처를 내는 식의 ‘파워게임’을 인정치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두번째는 인사를 포함한 통치행위를 둘러싼 여권내 갈등조짐의 재발 방지를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개각 등 제반 국정행위가 김대통령의 구상과 생각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메시지로,불필요한 잡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있다. 세번째는 김장관에게 성실히 직무를 수행토록 지시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국정운영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이해된다.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껴안고 감으로써 흔들림없이 국정을수행해 나가겠다는 의지의표현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김장관의 유임을 발표하면서 함께 ‘12만달러 파문’에휩싸인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가 맡고있던 대통령 경제고문직을 해촉한 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물론 청와대측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발표했지만,상황이 정리되면 ‘도의적 책임이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는’ 김대통령 특유의 인사스타일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유지사측은 “지난 3월이후 유지사가 경제고문직 사퇴의사를 갖고 있었으며 지난 1년반 동안 경제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돼 경제고문직이 필요없게 된 것”이라며 해촉배경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양승현기자 **
  • “투명하게 조사후 金법무 거취 결정”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일 ‘라스포사 옷파문’사건과 관련,“사건에 책임있는 사람은 지위고하,친소(親疎)를 막론하고 바르게 처리할 것”이라며“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 문제는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국정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에 대해 먼저 죄송하다”면서 “임명장을 줄 때 부인들도 참석시켜 주의를 주었는데 일부 지도층의 사려가부족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5박6일간의 러시아·몽골 국빈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뒤 가진 귀국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수사 결과 김장관 부인의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잘못이 없는데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안될일”이라고 단언했다.이어 “대통령 인사를 그런 식으로 한다면 많은 후환을 남기게 될 것”이라면서 “공신력있는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5%는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처리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해 김장관 문제 처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대통령은 또 “이번 사건을 유리속을 들여다 보듯 투명하게 처리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남북관계에도 언급,“단언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특사,장·차관급간의 당국자 대화가 있을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빈방문 성과에 대해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 한층 더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했다”면서 “몽골과도 정치·경제·문화 분야에 걸쳐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저녁 청와대에서 김종필(金鍾泌)총리,김영배(金令培)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박태준(朴泰俊) 자민련총재와 4자회동을 갖고 정국수습 방안을심도있게 논의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金대통령, 옷로비 의혹 관련 발언 전문

    국민 여러분에 대해 먼저 정권의 지도층에 있는 가족 때문에 심려를 끼친데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 된 뒤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줄 때 부인도 참석시켜 주의줬는데 한두 사람 사려가 부족한 일을 한 것 아닌가 해서가슴아프고 국민에게 죄송합니다.러시아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리 뛰고저리 뛰는데 한국 신문에 이 문제만 부각되는 데 낙심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입장은 확실합니다.투명하게 유리속 들여다보듯이 처리하겠습니다.책임 있는 사람은 지위고하,친소를 막론하고 바르게 처리하겠습니다.이번 기회가 정부의 지도층이나 그 가족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정부가 마음을 다잡고 철저히 밝히는 태도를 취하는 것도 전화위복이라고 봅니다. 김장관 문제는 수사 결과에 따라서 결정될 것입니다.수사 결과 부인이 잘못이 있으면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그러나 잘못이 없는데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대통령이 인사를 그렇게 하면 후환을 남기게 됩니다.투명하게 조사하도록 지시했고,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봤습니다.35%는 도덕적으로 문제삼아 무조건 해임해야 한다고 답변했고,65%는 법적으로 하자가 있을 때만 처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 여론도 제 생각과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투명하게 할 것이고,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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