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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상 무시한 ‘송두율 사냥’ 안돼”/EBS ‘똘레랑스‘ 진행 홍세화씨

    송두율 교수를 다룬 일련의 KBS TV 프로그램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이번에는 EBS TV가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이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BS는 14일 오후 10시50분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에서 송두율 교수 사례를 중심으로 한 ‘해외의 고립 지식인’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진행자가 다름아닌 ‘파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56)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기 때문.각종 기고와 저술 등을 통하여 진보적인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온 그는 망명에 가까운 20여년의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02년 초 귀국했다는 점에서 송두율 교수와 ‘닮은꼴’ 인생이다. 기자와 만난 홍씨는 송 교수 문제와 관련,“그의 잘못이 없지는 않지만 작금의 ‘마녀사냥’은 해외에 고립된 지식인에게 체제 선택을 강요하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무시한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은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첫회 한총련 수배자 문제에 이어,지난 7일 두번째 방송에서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인공기를 불태운 것 등을 소재로 체제간 대립 문제를 다루었다.14일 3회는 당초 ‘비전향장기수’를 주제로 삼았으나,‘…고립지식인’으로 바꾸었다. 이쯤되면 홍 위원의 전력이나 KBS의 사례는 제쳐놓더라도 편향성 시비를 걱정할 법하다.실제로 기획단계에서부터 “우리도 KBS처럼 두들겨 맞는 것 아니냐.”“공영방송 EBS에는 걸맞지 않은 소재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내에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홍 위원은 “비판은 이미 각오했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그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른 입장과 견해들을 드러내고,그 접점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내 역할은 그것들을 소개·정리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우리사회에 부각시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그는 “나와 남의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상대의 잘못을 용서하는 뉘앙스가 들어간 ‘관용’과는 조금 다르다.”면서 “다름을 우월이나 적대감으로 몰아가 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항체”라고 설명했다.그는 “폐쇄·편향된 사회에서 ‘똘레랑스’를 외치면서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방송에 나서는 자세를 피력했다. 홍씨는 “원래 방송 활동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서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공중파 방송으로 ‘갈등과 대립을 공존의 방식으로 모색해보겠다.’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는 만큼 손을 안 보탤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그는 단순한 진행자 역할만이 아니라 소재와 주제 선정,내용 구성 등 제작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편집자에게/ “송교수 평가, 진실 밝혀진후 내려야”

    -‘송교수는 정치국 후보위원’(대한매일 10월2일자 1면) 기사를 읽고 국정원 조사 내용과 송두율 교수 본인의 해명을 볼 때 핵심적인 사실 관계가 달라 많은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송 교수가 독일에 체류하면서 한 발언과 입국 후 국정원 조사 전후 과정에서 달라지는 발언들을 보면서 여전히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국정원 조사에 대해 과거와 달리 허위나 강압에 의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국가기관의 조사 결과와 송 교수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팩트는 사라지고 갈등만 증폭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이 점에서 검찰의 송 교수에 대한 조사는 정치적인 목적,여론의 편향에 따른 것이 아닌 원칙과 사실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송 교수 자신의 주장대로 독일에서 학자로 활동하면서 북한을 왕래하고 북한을 학문적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송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뭇매는 분단국가의 한 비극으로 기록될 수 있다. 송 교수에 대한 평가는 실체적 진실이 명백히 드러난 다음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송 교수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되며 비난하거나 두둔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된다.송 교수가 희망하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화해자의 역할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폭넓은 이해는 진실이 명백히 드러난 다음에 이뤄지리라 기대한다. 김갑배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이사
  • ‘에덴의 동쪽’으로 돌아가다/명감독 엘리아 카잔 별세… 제임스딘·말론 브랜도 발굴

    |뉴욕 연합|‘제임스 딘’이란 10대들의 우상을 탄생시킨 영화 ‘에덴의 동쪽’과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 엘리아 카잔이 28일 맨해튼 자택에서 사망했다.94세. 연극계인 브로드웨이를 발판으로 영화계의 거장으로 성장한 카잔은 1909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났으며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왔다. 뉴욕에 정착한 카잔은 예일대에서 연극을 공부한 뒤 브로드웨이로 진출했고 영화에도 관심을 보여 동료들과 함께 몇 편의 실험성이 강한 전위적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1945년 첫 장편영화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를 내놓은 이후 1947년 반유대주의를 소재로 해 내놓은 세번째 장편영화 ‘신사협정’으로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1951년 카잔은 무대 시절 연출했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출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이 작품은 말론 브랜도라는 신인 연기자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1952년 카잔은 미국판 마녀사냥인 매카시 선풍이 불어닥치는 가운데 의회 반민주활동위원회에 소환돼 자신이 1934년부터 1936년까지 공산당원이었음을 고백하고 자신이 알고 있던 당원들의 이름을 댄다. 일종의 변절을 한 셈인데,‘혁명아 사바타’ ‘팽팽한 줄에 매달린 사나이’ ‘워터프론트’ 등이 그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1950년 이후 내놓은 제임스 딘 주연의 ‘에덴의 동쪽(1955)’을 포함해 ‘베이비 돌(1956)’ ‘군중 속의 얼굴(1957)’ ‘초원의 빛(1961) 등은 무려 21개의 오스카상 후보와 9개의 오스카상 주연배우상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10)박경리-물질문명 시대, 생명의 가치 회복

    진영은 연기가 바람에 날려 없어지는 것을 언제까지나 쳐다보고 있었다.“내게는 다만 쓰라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무참히 죽어버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진영의 깎은 듯 고요한 얼굴 위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겨울 하늘은 매몰스럽게도 맑다.잡나무 가지에 얹힌 눈이 바람을 타고 진영의 외투 깃에 날아내리고 있었다.“그렇지,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진영은 중얼거리며 잡나무를 휘여잡고 눈 쌓인 언덕을 내려오는 것이었다.-소설 ‘불신시대’중에서 혹시라도 선생을 그냥 찾아뵙는 것이 결례가 될 것 같아 근방에서 슈퍼마켓을 찾는데 퍽이나 외진 곳이라 그런지 갖추어 놓은 게 없다.선생은 당뇨가 있다고 했던가.단 것을 드시지 못한다니 무과당 음료수 박스를 사들고 결전의 준비라도 마친 양 용감하게 토지 문화관으로 들어섰다. 선생의 집 문턱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소문이 아닌데 미리 약속을 얻은 탓인지 선생은 무척 친절하게 일행을 받아주신다.감읍할 지경이다. ●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화두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소설을 쓰시다 무리하신 것은 아닌지요.” “내가 ‘현대문학’ 잡지를 참 곤란하게 하고 있어요.‘나비야,청산 가자’ 연재를 시작해서 석 달,3회까지 연재했거든요.한 회 한 회 원고 분량이 많아서 3회까지 하니까 무척 힘들었어요.재작년에 넘어져서 다친 허리가,연재 시작하면서 더 안 좋았어요.절실하게 써보려 했는데.이걸 쓰면서 혈압이 200까지 올라갔어요.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요.결국 쉬고 있어요.독자들에게 제일 죄송해요.” “…….” 나는 선생의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선생의 다음 말씀을 기다린다. “몸이 그러니까 의욕이 없어지고,그러면서 내 존재가 뭔가,굉장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새삼스럽게 문학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선생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연히 새로운 문학지 ‘숨소리’를 편집하고 계신 연세대학교의 최유찬 교수를 만나뵙게 되었다.두 분에게 번갈아 시선을 옮기는 나로 인해 설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선생은 ‘숨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문학이라는 것도 인류 전체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생태계 없는 문학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지요.최유찬 선생에게 부탁 드려서 ‘숨소리’라는 책을 내는 까닭도 그런 데 있어요.지금 이 토지 문화관도 다른 분들은 다 문학관으로 오해하고 있어요.내가 문학을 하니까 문학관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나는 처음부터 그건 반대고 문화관으로 하자고 했어요. 생태계,환경이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이 되어야 해요.거기에서 문학도 있고 모든 게 있을 수 있는 거죠.작년 초엔가,‘자연과 시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했을 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시인 선생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선도가를 불러 달라,그런 의식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고 내가 당부를 드렸어요.예술가들이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무슨 정치적인 문제 같은 것은 사람들 임의에 따라서 참여도 하고 안 할 수도 있지만 환경문제라는 건 예외가 있을 수가 없잖아요. 모든 사람들과 관련이 되니까.하다못해벌레 한 마리나 풀 한 포기도 다 관련이 있잖아요.지구의 생명을 받은 것은 다 의무가 있는 거지요.” “예전에 손수 농사를 지으시는 걸 보았습니다.여기로 옮기고 나서도 계속하고 계신지요.” “물론이에요.여기는 농사가 더 많아요.밑에 밭뙈기가 상당히 있고 산 안에도 밭이 있어요.여기로 와서는 농사가 더 절실한 게,작가들 와서 묵는 창작실에 부식을 대야 하니까요.전부 다 댈 수는 없지만 대체로 야채는 내가 농사지어 대고 있어요.금년에는 부토를 했는데 흙이 잘 안 맞아서 농사가 좀 시원찮게 됐어요.여기 와서도 농약과 화학 비료는 절대 안 쓰고 작으면 작은 대로 땅 힘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기왕이면 작가들도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데서 먹거리도 무공해로 먹는 게 좋지 않겠어요. 감자와 옥수수를 많이 하는데 올해는 옥수수와 배추를 실패하고.그래서 토마토,고추,상추 이런 것 좀 더 대고 했어요.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줄 수 있을 것 같아요.또 자연적으로 나는 것들이 있거든요.두릅이라든지.산에 도라지도 많이 심어놨어요.더덕,취나물,이름도 모르는 다른 나물들도 많아요.봄에는 냉이나 두릅 등 계속 농사지은 걸 먹죠.” 선생의 말씀에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리듬과 흥취가 있었다. 이 글을 쓰려니 며칠 전 멕시코의 칸쿤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심장에 칼을 꽂고 자결하던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우리들은 모두 땅의 자식들인데 내가 무관심하던 사이에 농민들의 삶은 나날이 수척해지고 있었던 것이다.인터뷰를 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선생의 말씀과 정신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을 순 없어 “선생님께서 농사를 지으시는 것은 자연과 접촉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적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한데요.” “그게 우리 삶의 본질 아니겠어요? 땅에서 가꿔서 우리가 존재한다는.농부를 찬양하는 말이 될지도 모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아니고 전부 소비성이거든요.땅을 가꾼다는 것은 규모가 손바닥만 하더라도 거기에는 생산이 있어요.그건 뭐냐면,생산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땅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에요.지난번에 내가 여기 중·고등학교 캠프에 갔었어요.사실은 내가 어디 나가서 얘기를 잘 못해요.어지러워서.그래도 애들이니까 한마디 필요하겠다 싶어서 나가서 이야기를 했어요.첫마디는 예절에 대한 것이었어요.예절이라는 것은 휴머니즘이다,상대방을 배려하는 거다,그것은 오랜 세월동안 정제된 데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다.그리고 또 하나가 이것이에요.옛날 농부들이 말하기로 내 자식 목에 젖 넘어가는 소리하고 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그것은 땅도 내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땅을 사랑하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기본이고 본질적인 거예요.지금 지구 온난화 현상도 있고 지구가 사막화되는 현상도 나타나는데,앞으로 곡식이 참 귀하게 되면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고 배를 불리겠어요? 한줌의 쌀이 있어야만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거죠.그런데도 없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옛날 말로 사람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한다고,많은 분들이 그저 설마 설마하면서 남은 죽어도 나는 살아남겠지,내 당대에는 괜찮을 거야,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계신데,하지만 우리 자손들이 있잖아요.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사람들이 죽고 스위스에서는 만년설이 몇년도에 가면 다 녹는다고 그래요.이거 다 녹으면 노아의 홍수 일어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 남의 일 같이 생각들 하신단 말이에요.들으면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단 말이에요.일반 대중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도자들부터 인식을 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끌고 나가야 할 지도자들이 일반 대중들보다 더 못해요.대중들은 절실히 인식하는데 지도자들은 표밭만 생각하니까.사람이 먹고 사는,곡식 나는 밭 생각은 안 하고 표밭만 생각하거든요.그렇게 생존하고 관계 없는 일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존해야 할 일은 뒷전에 밀리고 어떤 때는 그런 일이 아무 것도 아닌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거든요.” 나는 연방 머리를 끄덕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시장을 가봅시다.둘러보면 직접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건보다도 없어도 되는 게 더 많아요.없어도 되는 게 더 많다는 것은 말도 못할 낭비예요.낭비하면 쓰레기가 나와요.낭비와 쓰레기 이중적인 문제지요.쓰레기는 뭡니까.숨통을 막는 거예요.새만금이나 시화호,이런 문제는 그렇게 야만적일 수 없는 일이에요.나 혼자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해요.몇 사람의 이득,화폐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학살하는 겁니까.그렇게 많은 생명을 학살하고 그것을 영구히 없애버리면 다시 재생을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국인가를 입증하는 것이죠.지금 있는 농지도 농사 안 짓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서 새만금,그걸 죽여서 농지를 만든다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어요.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내가 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또 사람만 살자는 이야기도 아니에요.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이 다 살아야 해요.”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세상 일을 소상히 알고 계신데요.어떻게 이렇게 먼 곳 원주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듣고 보시는지요?” “서울이 시골보다 더 좁아요.직장이라든지 아파트라든지 하는 공간은 넓어도 좁아요.나는 공간이 없으니까 산 보고 하늘 보고,그러니 알죠.” “옛날에는 물질이 없어서 고통을 겪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물질이 더 많아져서 고통인 것 같습니다.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명이란 가두지 않고 풀어주는 것 “그렇죠.모든 생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순환이거든요.순환이라는 것은,먹이사슬도 하나의 순환이지만 우리 한 개인으로 보아도 일을 하고 또 그렇게 해서 먹고 하면 이게 순환이거든요.그럼 일은 뭐냐? 이렇게 물을 수 있는데,증권 주식 한다고 앉아서 하루 종일 컴퓨터 보고 있는 것,그것도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그것은 엄격히 말해서 죽어 있는 일이지 살아있는 일이 아니에요.살아 있는 생명을 다스리는 일,그것이 일이에요.예술가도 생명이 주예요,사실은.문장 하나,상황 하나,인물 성격 하나,이게 살아 있어야 하거든요.정치라는 것도 살아있는 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죽음의 방향으로 가면 안 되죠.이 시대엔 전쟁과 핵무기가 있어요.이건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에요. 대한민국만 보더라도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게 죽음으로 몰려가고 있어요.모두 다 잘 살려고 한다는데 과연 그게 잘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농약 주고 화학비료 주고 해서 질적으로 망가진 음식을 먹는 게 잘 사는 건지……모든 걸 가둬 놓는 것…… 생명이라는 건 가두는 게 아니라 풀어주는 거예요.이런 제도 속에서 사람들이 생존한다는 게 정상일 수가 없죠. 농촌에도 얼마나 이상한 병들이 많은지 몰라요.농약 때문에 그러는지.지금 이런 상황의 먹거리가 절대 좋은 게 아니거든요.그런데도 잘 산다는 게 이게 전부 양(量)으로 말하는 거죠.사람이 원래 추구해야 하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거든요.행복의 축이라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에요.그런데 지금 질은 점점 나빠지고 마치 옛날의 그 질을 옆으로 펴다 보니까 얇아져서 그게 양이 된 거예요.어떤 면에서 보면 더 생겨나는 건 없어요.있는 것에서 얇아지면양이 늘어나는 거고 양이 좁아지면 질이 좋아지는 걸 보여주는 거고.” 나는 사투리 억양이 강한 선생의 말씀을 교정하는 지금의 내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선생의 말씀을 들을 때 그것은 앞으로 나갔다 뒤로 가고 중복되거나 건너 뛰면서도 살아 있는 생생한 감동이 있었다. “선생님 옛날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았습니다.창작집 ‘불신시대’,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그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선생님 작품의 여주인공이 아주 결백한 성격을 갖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그것은 마치 선생님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기는 싫어요.결백하다기보다는 자유롭고 싶은 거죠.얽매이기 싫고.” 이하의 내 물음과 선생의 말씀은 생략이다.안타깝게도.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그렇게 많이 서운해하지 않으셔도 된다.내가 여쭈어 본 것은 더 내밀한 선생의 과거며 인생살이 같은 것이었으니까.선생의 사상에 관한 것이 아니니까.그러나 나는 선생의 사상만큼이나 선생의 인생을사랑하는 것 같다.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다 듣고 기록하고 싶은 것은 나의 감상벽인지? 탐구벽인지?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각 박경림 ●가혹한 운명 딛고 선 문학사 거봉 박경리는 1920년대가 낳은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작가이자 광복 후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높게 빛나는 설봉(雪峰)이다. 1927년 통영에서 출생,진주고녀를 졸업하고 잠시 후 결혼,황해도 연안에서 교사로 재직하기도 하였으며 1950년에 ‘계산’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박경리를 오늘의 박경리로 만든 하나는 선생의 작중 인물만큼이나 결벽하고 의지적인 선생의 성품이며 다른 하나는 가혹한 운명이다.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남편을 잃고 이후 아들을 잃고 다시 생명의 위기를 넘기면서 여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가혹한 고통은 선생 문학의 산실이다. 창작집 ‘불신시대’(1963)와 장편소설 ‘표류도’(1959),‘김약국의 딸들’(1962)‘시장과 전장’(1964),‘성녀와 마녀’(1967),‘파시’(1967) 등으로 이어지는 선생의 초기 소설은피폐하고 불순한 현실을 배경으로 결벽성 있고 의지가 강한 여성 주인공의 삶을 그려나가면서 운명과 맞서는 삶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1969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95년에 이르기까지 5부작으로 완성을 본 대하소설 ‘토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선생의 대표작이자 한국소설의 한계를 시험하는 의지의 극점이다.세대를 누적하면서 생을 이어가고 새로운 생을 모색하는 ‘토지’의 인물들은 삶의 만화경이자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다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다. 생명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같은 질문에 대해 인간은 속수무책의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피안의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박경리의 근본적인 사상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의 근원인 우주를 향해 열려 있는 구경적 세계관이다.그것은 종교가 아니되 감히 종교와 ‘맞먹는’ 힘을 갖는다. ●시집에 담긴 또렷한 이미지 박경리 선생 댁은 몇 년 전에 찾아 뵈었을 때는 허허벌판 가운데 있었는데 이번에는 토지문화관 바로 옆에 있어 한결 찾기가 쉬웠다.그때 허허벌판 가운데 약간 둔덕진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선생의 자택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것이 평생 외로운 삶을 살아온 선생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었다. 보통 사람들은 선생을 소설가로 생각하고 또 인정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시인으로서의 선생의 이미지가 또렷하다.나는 선생의 시의 애독자여서 몇 권 안 되는 선생의 시집을 새책방,헌책방에서 다 사보았고,그 간결한 어휘,담담한 어조,비약의 미(美),삶의 태도를 절절한 심정으로 내 것으로 만들었다.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박경리가 아니라 인간 박경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시집을 읽어야 하리라. 몇 년 만에 뵙는 선생은 무척 힘들어 하셨지만 연세에 비해 정정하시다.예전보다 따뜻해 보이는 실내가 나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한다.나는 선생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의지적이고 결벽성이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한 여인을 사랑하는가 보다.
  • 순종女와 악착女의 사랑 방정식/MBC 새 아침극 ‘성녀와 마녀’ 박경리 소설 원작 22일 첫 방송

    MBC 소설극장 ‘성녀와 마녀’(연출 강병문 백호민,극본 소현경)가 22일 오전 9시 첫 전파를 탄다.‘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후속작이다.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성녀’ 하란(서유정)과 적극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마녀’ 형숙(최유정)이 수영(정찬)을 사이에 두고 보여주는 사랑이 기둥 줄거리다. 얼핏 전형적인 여성상 이분법에 기대는 통속 드라마 같지만,작가 박경리가 1960년 여성지 ‘여원’에 연재했던 같은 이름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1년 정도는 멀리서 바라만 보는 성녀 같은 사랑을 할 수도 있겠죠.상황에 따라서는 남의 애인을 뺏을 수도 있겠고.”(서유정)“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게 마녀라면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어요.”(최유정) 실제로는 어느쪽이냐는 질문에 두 여자 주인공은 모두 “당연히 섞였다.”고 입을 모은다.“대부분 여성들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어느 한쪽만 단순화시켜서 말할 수는 없죠.”(서유정) 게다가 캐릭터들이 그냥 단면적으로 끝까지 가진 않는다.원작처럼끝부분에서는 ‘성녀’와 ‘마녀’가 각기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라는 것. 정인 책임 프로듀서는 “주인공들이 모두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스스로도 행복한 사랑,상호 보완 관계에서 출발해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사랑이 가장 옳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실상 묻혀 있던 박경리의 첫 연애소설 ‘성녀와 마녀’는 최근 43년만에 책으로 나왔다.발표됐을 당시 파격적 자유연애 스토리로 화제를 모으며 영화화되기도 했지만,정작 단행본으로 출간되지는 않았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열린세상] 대통령과 인기

    대통령은 인기를 얻기 힘든 자리다.국민의 시선과 기대가 집중되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의 대상이 된다.별것 아닌 말 실수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권력이 큰 만큼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대통령이라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구분하지 않는다.경제사정이 나빠져도 대통령 탓이고,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려도 대통령을 탓한다.심지어 과외열풍도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밀월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야당과 언론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풍토에서는 대통령이 인기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잘한 부분은 외면하고 잘못한 부분만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기란 믿을 것이 못된다.미국의 39대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재임 중 인기가 없었다.그는 대선 때 도덕정치론을 내세워 닉슨 행정부의 스캔들에 환멸을 느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선했다.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결단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 주는 데는 실패했다. 강력한 대통령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그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더구나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1980년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구출작전에 실패하자 카터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재선에 도전했으나 참패하고,81년 임기를 마치자 고향으로 돌아가 집짓기 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세계의 분쟁지역을 찾아가 평화를 중재했다.1994년에는 북한을 방문해서 남북화해와 정상회담을 주선한 적도 있다.이런 활동으로 카터의 이미지가 새롭게 부각되었고,미국인들은 지금 자랑스러운 전임 대통령으로 존경하고 있다. 카터와 대조적으로 재임 중에 인기가 비등했으나 결국에는 망국의 지도자로 매도되는 사람도 있다.아르헨티나의 페론이 대표적인 경우다.페론은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직을 맡았고 그가 죽자 부인 이사벨이 승계할 정도로 열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페론의 인기영합주의는 아르헨의 비극을 부르는 마녀의 유혹이었다.선심정책을 남발하여 경제파탄을 초래하고 국민들의 삶을 빈곤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한때세계 10대 부국의 하나였던 아르헨은 지금 국가부도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낙오자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따라서 페론은 이제 아르헨의 우상이 아니라 원망의 표적이 돼 있다. 막스 베버는 대의에 헌신하는 열정과 소명의식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강조했다.그것으로부터 신념의 윤리가 파생한다고 보았다.해야 할 일이면 기어이 해 내는 정신이 신념의 윤리다.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이것이 책임의 윤리다. 인기를 초월하여 신념의 윤리와 책임의 윤리를 실천한 대표적인 지도자가 링컨이다.1860년대 미국 사회의 보수 세력들이 노예해방을 주창하는 링컨의 진보정책을 신랄하게 공격했지만 그는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갔다.결국 암살까지 당하는 비운을 맞았지만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등 링컨이 이룩한 업적은 미국인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다. 페론과 링컨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국가 지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인기가 아니라 업적이라는 사실이다.인기가 있어도 업적을 남기지 못하면 실패한 지도자가 되고,인기가없어도 업적이 있으면 역사와 함께 살아있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노 대통령도 인기에 괘념치 않는 신념의 승자가 될 것을 기대한다. 김 호 진 고려대교수 정치학·전 노동부 장관
  • 전통극에 담아낸 고려도공의 혼/서울예술단 ‘청산별곡Ⅱ’ 문예진흥원 대극장 공연

    한국의 전통 뮤지컬 양식인 가무악의 맥을 잇고 있는 서울예술단이 ‘청산별곡Ⅱ,청자속으로 날아간 새’(신선희 작·연출)를 31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2000년 초연돼 호평을 받은 ‘청산별곡’을 새롭게 가다듬은 작품이다. 13세기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몽고군의 침략에 맞서 예술혼을 지키려는 한 도공의 집념과,연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전통 춤과 노래,악기 연주로 표현했다. ‘소리의 마녀’로 불리는 가수 한영애가 오랜만에 서는 무대란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연극배우 출신인 그는 이번 공연에서 사슴광대로 등장해 카리스마 넘치는 노래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젊은 국악작곡가 원일이 이끄는 라이브 국악 연주와 무용가 안애순이 안무한 개성적인 춤 등이 공연을 한층 풍성하게 한다. 고려시대의 그림자극,꼭두극,그릇춤 등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공연의 장점.금·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02)523-0986. 이순녀기자 coral@
  • “한국 애니메이션 잠재력에 베팅”/한국에 영화사 설립 佛제작자 레지스 게젤바시

    최근 영화 ‘플라스틱 트리’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벽안의 프랑스인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주인공은 국산영화 ‘플라스틱 트리’ 제작사인 ‘알지 프린스(RG Prince) 필름’의 레지스 게젤바시(52) 대표.98년 한국에 회사를 세운 뒤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그는 “어일선 감독의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선뜻 제작에 나섰다.”고 말했다.그 말에는 우리 영화계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의미가 들어 있다. 약간은 컬트적인 이 영화는 원래 투자자가 재정 형편이 어려워 손을 든 이후 한동안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그러다가 게젤바시 대표를 만났는데,그는 ‘플라스틱 트리’에 14억원을 투자했다.그에게 한국에 영화사를 설립한 이유와 한국 영화를 제작한 이유 등을 물어보았다. “87년부터 필리핀 중국 일본 한국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그러던 중 95년에 분산 제작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한 나라에 회사를 세우기로 했습니다.여러 조건을 검토해 한국이 최적지라는결론을 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국의 제작자를 움직였을까.“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애니메이션 기술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다른 영상 분야의 발전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습니다.또 교육열이 높고 일할 때 열정이 뜨거워 동기 부여만 잘 되면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잠재력도 느껴졌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애니메이션과 극영화와 관련해 골고루 경험을 쌓았다.그르노블 3대학(스탕달대학) 시청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딴 뒤 현장에 뛰어들어 CF감독,영화 아트디렉터를 거쳐 87년 극영화 ‘내게 탱고를 그려줘(Dessine-moi Tango)’를 감독했다.이후 ‘닌자 거북이’ 등 애니메이션 제작자 겸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2002년 MBC-TV에 방영한 애니메이션 ‘쥐라기 원시전’ 공동제작으로 한국 영화제작판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자신의 역할을 가이드에 비유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인력의 잠재적 창조력은 뛰어납니다.다만 이것을 국제 무대에 통할 수 있도록 하는 감각과 통찰력이 부족합니다.예를 들면 캐릭터나 작품 분위기가 너무한국적이어서 한국시장엔 어울리지만 해외판매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일본의 경우는 오래 전에 세계적 아이디어를 개발했기에 요즘엔 일본적 성향만으로도 먹히는 거죠.제 일은 이런 점을 보완하여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도록 세련되게 다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98년 한국에 본사를 세운 뒤 2000년 4월에는 파리에 자회사 ‘알지피 프랑스(RGP France)’를 세웠다.자신이 쌓아온 휴먼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에 따라 자회사는 유럽 영화계에서 한국작품의 기획·배급·합작·투자유치 창구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장선우·박재동 공동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리데기’의 유럽 배급권을 맡은 것을 비롯,‘청풍명월’과 곤충 캐릭터로 성서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등의 유럽 배급권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세계는 복잡다단해 아이디어를 갖고 작품을 제작한 뒤 세계 시장에 팔려고 하면 이미 늦다.”고 강조한다.이를 위해 현지 사정에 능통한 자매회사가 한국 작품의 컨셉트나 콘티 등 기초작업을 검증·조율하는 프리 프로덕션은 물론,주요 제작과정이 끝난 뒤 성우의 더빙이나 음향효과 등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맡아 작품의 시너지효과를 최대로 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런 원활한 협조체계는 역방향 즉,현지에서 제작 혹은 공동제작한 영화를 수입 배급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히트한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를 국내에 수입했다가 실패한 적도 있는 그에게 한국에서 영화산업하기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한국에서는 관객들이 예술영화를 찾지 않아 투자자를 찾기가 힘듭니다.그러나 관객 취향만 따라가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들고 영화 산업도 곧 죽습니다.마찬가지로 흥행성만 따지면 마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가 판치는 것처럼 영화도 ‘가벼움으로 인스턴트화’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예술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그는 예술성만이 아니라 상업성도 고려해야 함을 잘 알고 있는 비즈니스맨이었다.“투자자에게 지분이 되돌아가야 한다.그들을 만족시켜야 더 큰 투자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그의 해박한지식에 힘입어 화제는 영화지원 정책으로 돌아갔다.프랑스에서는 시나리오·제작·판매·배급 등 여러 단계에서 지원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많다.한국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프랑스에는 스크린쿼터 제도는 없지만 수입한 외국 영화에서 얻는 수익을 프랑스 영화 제작에 지원토록 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새 아이디어를 개발할 기회를 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영화속 특수효과의 기원 ‘스팀펑크’/음침함·아련함 두 얼굴 지닌 수증기

    미국 영화 속 어두운 도시의 밤거리.배트맨류의 야행성 영웅이나 갱들이 나올 듯한 장면에는 으레 음침한 분위기를 북돋우는 ‘장치’가 있다.맨홀이나 길바닥 틈을 통해 솟아오르는 하얀 수증기(steam).이 김의 정체는 물론 도시 지하의 난방용 파이프 같은 데서 나오는 수증기다.그런데 이 수증기가 어떻게 갱스터영화나 SF·공포영화 등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수단이 된 것일까. ●스팀펑크 “수증기의 원조는 나” 평론가들은 그 음습한 수증기의 기원을 스팀펑크(Steampunk)라는 어둡고 기괴한 대체역사물의 한 갈래에서 찾는다.대체역사는 역사의 한 시점에서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기존 역사와는 다른 가상세계를 펼치는 기법.G M 트레이빌리언이 1907년 발표한 에세이 등 역사학자들의 저작에서 먼저 발견된다. 대체역사 기법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역시 SF 장르.‘만일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은 ‘시간여행’이라는 SF의 전통적인 장치와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최초의 SF장르 대체역사물로 간주되는 L 스프라그 드 캠프의‘암흑이 안 왔더라면’(1939년)도 6세기의 시간여행자가 로마시대로 돌아가 ‘암흑시대’(중세)의 도래를 막는다는 내용이다. ●스팀펑크가 뭐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물이다.과학기술이 막 대중화되는 시대의 사람들에게는,마녀의 묘약이나 과학자의 증기기관이나 신비롭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런 만큼 스팀펑크 속의 수증기는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과학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의 신비스러운 원천이다.스팀펑크에는 여기에 중세의 마법,초자연적인 괴물들,고대의 유산 등을 두서없이 등장시켜 음침하고 혼돈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SF작가 마이클 무어콕이 1971년에 쓴 ‘공중의 장군’이 최초의 스팀펑크물로 간주된다.그러나 스팀펑크는 출생지보다는 미국에서 더 각광받았다.팀 파워,브루스 스털링,윌리엄 깁슨 등 이미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에 익숙했던 미국 SF 작가들은 대체역사라는 ‘가상시간’ 개념에도 쉽게 적응한 것.그래서 80년대 미국 SF계는 어두운 런던 밤거리를 헤매는 늑대인간과 우주인,고대문명의 유산들과 최첨단 과학무기들로 넘쳐났다. ●스팀펑크, 만화로 영화로 스팀펑크는 만화·영화·게임 등 다른 대중문화 장르에서도 활발히 차용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젠틀맨 리그’도 온갖 초자연적·환상적인 등장인물들로 가득한 동명만화 ‘이상한 신사들의 리그’가 원작이다.TV시리즈와 영화로 유명한 ‘스타트렉’이 과거의 지구 이야기를 언급할 때처럼 스팀펑크 기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예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본에서는 주로 애니메이션·게임 분야에서 스팀펑크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는데,과거에 대한 향수·애수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소화해냈다.애니메이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천공의 성 라퓨타’‘붉은 돼지’ 등의 예처럼 마법과 과학이 기묘하게 융합된 19세기풍의 세계지만,기존의 음침함보다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여기에서의 스팀(수증기)은 건강한 노동과 발전,역동성의 상징처럼 변용되어 쓰인다. 물론 ‘자이언트로보’처럼 첨단과학과 수호지 영웅들이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세계관에서는 금기시된 힘(원자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역시 일본에서의 스팀펑크는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라스트 엑자일’,게임 ‘파이널 팬터지’ 시리즈처럼 ‘…라퓨타’풍의 어딘가 아련한 팬터지 세계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
  • 하프타임 / 클리스터스 여자테니스 세계1위

    ‘붉은 마녀‘ 킴 클리스터스(20)가 벨기에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여자테니스 랭킹 1위에 올랐다.클리스터스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서 벌어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JP모건체이스 오픈(총상금 63만 5000달러) 단식 결승에서 린제이 대븐포트(미국)를 2-1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올시즌 6번째 타이틀을 거머쥔 클리스터스는 이로써 무릎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한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를 약 45점차로 밀어내고 생애 처음으로 정상에 우뚝 올라섰다.
  • [대한포럼] 향응 파문과 옷로비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민정수석실은 거짓말 시비에 휘말려 있고,청주지검도 대검 감찰부의 자체 조사를 받고있는 중이다.파문의 본질은 양 전 실장이 과연 향응을 받고 검·경에 청탁을 했는지,또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이다.그런데 ‘온정주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본질은 실종되고 다른 의혹들이 관심의 초점이 되어있는 묘한 짜임새이다. 당사자인 양 전 실장은 이미 사표를 내고 절로 들어갔고,나이트클럽 이모 사장도 이제는 탈세와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검찰수사를 지켜볼 일이나,아마 십중팔구 그렇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터여서 어쩌면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게되는 상황에 부딪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향응 파문은 의도했던 목적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실패한 로비이다.오히려 로비를 안 하느니만 못한 볼썽사나운 꼴이 됐다.국민의 정부 초기에 정국을 1년여 동안 마구 뒤흔들어놓았던 옷로비 의혹 사건과 영락없이 닮은꼴이다.역사의 반복에 고개가 갸우뚱거릴 정도다. 사직동팀 내사로 시작한 옷로비 의혹 사건은 사직동팀 보고 문건 유출에 따른 축소·은폐 의혹에 발목이 잡혀 파문이 확대되면서 검찰수사-국회 청문회-특검수사로 장장 1년여를 끌었다.특검수사까지 마쳤으나 옷로비 의혹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그토록 엄청난 국민적 에너지를 무엇 때문에 쏟아부었는가 의아할 정도다.사실 돌이켜보면 실체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관 및 재벌회장 부인 등 4명이 무리지어 고급의상실을 들락거리며,승용차에 몰래 실은 호피무늬 밍크코트 옷값을 놓고 티격태격했던 사건일 뿐이다. 그러나 당시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슈킨까지 들먹이며 한·러시아관계를 가까스로 복원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은 옷로비 기사에 밀려 늘 신문의 한쪽 귀퉁이에 실렸다.얼마나 서운했으면 꼼꼼한 김 전 대통령이 ‘나이든 노대통령이 밤잠도 안 자고 러시아 외교에 진력했는데…’라고 감정을 표현했을까.‘마녀사냥식보도’라는 불만도 이때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구속을 불러오고,당시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한다.박 비서관은 누구도 접근금지인,수영중인 DJ에게 유일하게 보고서를 들고 찾아갈 수 있는 청와대 핵심이었다.권력핵심들의 중도하차는 왜였을까.‘제사람 봐주기’ 위한 축소·은폐가 이런 예기치않은 사태를 불러왔다고 봐야한다. 현 향응 파문 전개과정도 이와 엇비슷하다.‘후속보도가 무서워 아랫사람을 자르진 않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결기어린 불만에다 민정수석실의 불충분한 1,2차 조사,뒤이은 축소·거짓말 의혹,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 제기….마치 참여정부의 ‘옷로비 의혹 사건’이라 이름지을 만하다. 그러나 옷로비 의혹은 임기말에 여러 부패사건이 불거지면서 국민의 정부에 교훈이 되지 못했다.실패한 로비조차 이처럼 ‘부당한 단죄’를 받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다시금 권력핵심들이 옷깃을 여미는 경계함을 가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것이다.당시 박주선 법무비서관은 “그동안 칼날 위에 서있는 기분이었다.”며 권력을 ‘불구덩이’에 비유했다.언제 형해(形骸)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회한 섞인 성찰이 아니었는가 싶다. 참여정부도 민정수석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거취가 아니라 결론에 이르는 길은 반드시 반부패여야 한다는 점이다.그것이 고3 딸을 걱정하며 눈물로 청와대를 떠난 ‘양길승’을 살리는 길이다. 양 승 현 논설위원 yangbak@
  • [씨줄날줄] 평창 진실게임

    #오늘의 진실게임: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방해설,연출:국회 동계올림픽유치지원특위,패널:특위위원 20명,출연자:김운용 IOC위원·딕 파운드 IOC위원·김용학의원·최만립 유치위부위원장·고건 총리 등#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러 가짜 가운데 진짜를 가리는 진실게임은 추리극을 보는 것처럼 시청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패널이 출연자와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대화를 통해 진짜를 골라낸다.가짜는 진짜처럼 보이려고 사실을 호도하고 둔갑시키려 무진 애를 쓴다.거기에 현혹돼 대부분의 패널과 시청자는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얼마간 가짜를 진짜로 믿는다.진짜를 확인하고선 무릎을 치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한다.오죽이나 복잡다양하고 위선이 판치는 사회기에 진실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야 할 정도인가. 평창 유치방해설의 공방은 그 진실과 상관없이 우리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축소판이다.스포츠가 왜 정치판처럼 얼룩지는지를 보여준다.방해설을 사실로 주장하는 쪽은 정부와 강원도유치위 관계자들의 입과 정황증거를 들며김운용위원의 책임론을 거론한다.유치실패에 따른 책임의 소재를 돌리는 데 일단 성공한다.국익을 개인의 자리와 맞바꾼 김운용위원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며 집단시위를 통해 공직사퇴를 요구한다.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2014년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없다. 수세에 몰린 측은 예의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이라며 이를 정쟁화로 유도한다.정부나 국회,유치위 관계자들의 소극적 방해사실 지적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직접증거가 드러나지 않자 반대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맞불을 놓는다.자신의 정치적,국제적 위상을 빌미로 삼지만 돈과 파벌,로비에 물든 체육계의 단면을 노출시킨다.2014년을 걸며 공직을 고집하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 읽혀진다. 그러는 사이 평창의 진실은 묻히고,민심은 갈라지고,정쟁으로 지새우며,나라꼴만 우습게 됐다.평창 진실게임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나.어느 대기업의 얘기를 들어보면 곧 진실을 알 수 있다는 항간의 정설은 무엇을 말하는가. 수많은 진실게임에서 잘잘못을 나무라고 다독이며 실패를 성공으로 이끌어갈 연출자는 없단 말인가. 박선화 논설위원
  • “개혁적이면서도 중용 대안언론 희망 본 두해”민용태 고대 교수의 대한매일 사랑

    TV에서의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랐다.17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집에서 운동복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고려대 민용태(閔鏞泰·60)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 그대로였다.그러나 대한매일을 손에 들고 우리 사회와 언론 시장을 해부하는 민 교수는 어느새 ‘비판적 지식인’으로 돌아와 있었다. ●“일부 거대 신문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민 교수가 대한매일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5년 전이라고 했다.민 교수는 “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를 극단적으로 폄하하는 일부 거대 신문에 환멸을 느꼈다.”면서 “그동안 구독했던 C일보를 끊고 대한매일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민 교수가 바라보는 일간 신문은 ‘하루의 진리’를 담는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매일 펴내다 보니 주로 그날의 뉴스를 쫓아가는 숙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신문은 어쩔 수 없이 대중의 본능과 호기심을 자극,인기를 얻으려는 보도 행태인 센세이셔널리즘에 영합하게 된다고 민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신문은 대다수 한국인이 함께 보는 유일한책이기도 하다.공기로서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민 교수는 “편파적 신문은 독자들에게 식상함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민 교수가 생각하는 ‘공명정대한 신문’은 사실 자체를 보도하는 것.동시에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양쪽 입장을 고루 보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민 교수는 “대한매일에서 공평무사한 신문의 전형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그 예로 지난해 10월 불거져 나왔던 ‘DJ 노벨상 로비설’과 최근의 ‘김운용 동계올림픽 무산설’을 들었다.그는 “대한매일은 다른 언론과 달리 사실에 기초하여 상반된 양쪽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보도했다.”고 평가했다.민 교수는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서 객관적인 보도 태도는 언론의 생명과 같다.”면서 “언론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객관성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채 마녀 사냥을 일삼는 언론은 이미 존재 근거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안을 제시하는 신문이 돼야 민 교수는 “언론은 비판도 중요하지만 대안 제시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이성적인 비판에만 치중하다 보면 도덕적인 대안 제시라는 공기로서의 의무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대신 언론이 좀더 거시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눈으로 사회를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사안 하나하나에만 매몰되다 보면 여론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민 교수는 “개혁적이면서도 중용을 지켜 나가는 대한매일이 한국 언론의 새로운 방향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민 교수는 “대한매일에는 특종은 많지만 여론을 이끌 ‘스타 필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충고했다.개인 필진과 매체는 ‘밀고 당기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대한매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스타 필진’을 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문화면에서는 정보 전달뿐 아니라 깊이 있고 풍요로운 해설에 좀 더 치중해 줄 것을 주문했다. 민 교수는 “독자들이 자전거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신문을 선택하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면에서 대한매일은 나의 대안이자 동시에 우리 국민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이런 책 어때요 / 세상을 움직인 악

    미란다 트위스 지음 / 한정석 옮김 이가서 펴냄 세계사에 돌출된 대표적인 악인들의 행적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경계한다.미치광이 황제 칼리굴라,‘동방의 폭풍’ 훈족 아틸라왕,스페인의 종교재판관 토르케마다,잉카제국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부헨발트의 마녀’ 알자 코흐 등 절대권력을 거머쥔 16명의 사악함을 다뤘다.신은 사랑과 용서를 표상하지만,역사는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잔혹함으로 가득하다.이반 대제는 살육의 축제가 끝나면 몇 주일 동안 제단 앞에서 스스로를 정화하는 의식을 거행했으며,‘피의 여왕’ 메리1세는 가톨릭교회의 이름으로 수백명의 신교도들을 불태워 죽였다.1만 9500원.
  • 검찰 ‘국민 알권리 무시’ 비난/브로커 접촉검사 3명 징계혐의 공개거부

    검찰이 강력한 자체 감찰을 실시하고도 세부내용의 공개를 거부,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검 감찰부(부장 柳聖秀)는 11일 법조브로커로 알려진 업자 박모씨와 접촉한 현직 검사 가운데 3명을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법무부에 징계하도록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부장검사급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관계자는 “박씨의 개입설이 나도는 사건은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돼 직무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검찰은 다른 검사 2∼3명도 징계 혐의점을 포착,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징계 혐의 내용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계좌추적 등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면서 “추가적으로 징계 혐의가 확인되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징계청구 대상자의 직급이나 혐의는 공개하지 않았다.검찰 관계자는 “‘마녀사냥식’이라는 일선의 반발이 워낙 강해 구체적 사항을 공개할 경우 감찰의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 용산경찰서가 지난 4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윤락업소 포주들로부터 사건무마 청탁과 함께 54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박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씨가 현직 판·검사 등 법조인 30여명과 통화를 하는 등 접촉한 사실을 밝혀내고 감찰에 착수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열린세상] 인터넷 상업주의의 폐해

    며칠 전 인터넷 유료 콘텐츠 사용료가 과다하게 나왔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들은 초등학생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하는 섬뜩함과 함께,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린이든 어른이든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스팸메일을 뿌리며 소비를 유혹하는 인터넷 상업주의에 아무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난감함이 앞선다. 인터넷 왕국임을 자랑하는 한국,그 양적인 팽창 이면의 어두운 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건설 왕국임을 자처하던 한국이 부실공사로 인한 다리와 백화점 붕괴,지하 가스 폭발,지하철 화재 등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겉만 번지르르하게 빨리빨리 완성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닌 것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몇 위라느니,인구의 몇 퍼센트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느니 하는 단순한 수량적 통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그렇게 잘 구축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쓰레기들만 운반되어 인터넷 환경 전체를 오염시킨다면,차라리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힘들여 구축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순수한동심을 멍들게 하고,판단력이 확고하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한정한 소비를 부추겨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우리 사회의 법규와 도덕의 이름으로 처벌되어야 마땅하다. 초등학생의 과소비를 유발시켜 자살로까지 내모는 상업적 콘텐츠뿐 아니라,미성년자 여부를 확인도 않은 채 무책임하게 내보내는 음란물 등은 백설공주를 유혹하는 마녀의 독사과와 같은 것이다.독이 든 사과를 백설공주에게 건네는 마녀는 누구인가? 그는 그 독사과가 백설공주를 해칠 것을 알면서 권했기 때문에 처벌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서둘러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썼을 뿐,그것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제약에는 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마녀에게까지 무한정한 자유를 줌으로써 선량한 많은 사람들,특히 미성숙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면,시급히 마녀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편리한 네트워크를 통해 선한 콘텐츠도 급속히 확산될 수 있지만,악한 콘텐츠는 더욱 빨리 확산될 수 있고,일단 확산되고 나면 이를 원상태로 되돌리기란 바닷가의 모래알을 주워담기보다 더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된다.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장난감 다루듯 하고,자연스럽게 기술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 간다. 태어날 때부터 주변에 존재하는 각종 미디어들과 이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이제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가르쳐야 한다.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소비자 교육뿐 아니라,콘텐츠를 제작해 내보내는 생산자 대상의 윤리교육도 절실하다.기술에만 익숙하고 윤리에 무감각한 생산자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에 힘을 쏟아 온 만큼,이번 기회에 부적절한 이용을 규제하는 법규도 꼼꼼히 정비해야 한다.해킹을 방지하거나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는 사람들의 처벌 법규뿐만 아니라,순수하게 인터넷을 이용하다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지책을 강구해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편리함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편리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뒤따르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교육과 법규가 필요한 것이다.마찬가지로,인터넷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책임과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며,이를 위해 법규의 정비와 미디어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인터넷 발전 속도만 자랑하지 말고,충분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과 윤리교육,그리고 법적 규제의 바탕이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나 은 영 서강대 교수 신문방송학
  • [대한포럼] 역풍 맞은 노동계 강공

    노동계의 강공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재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와 노조원들도 강경 일변도의 밀어붙이기식 투쟁방식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부산·대구·인천지하철 파업이 노조원들의 이탈로 조기 타결되고,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찬성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파업 불황’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승승장구하던 노동계의 ‘시기 집중’ 선제 공격형 투쟁전략은 조흥은행 매각반대 파업이 금융전상망 마비 위기로 치달으면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의 굴복을 강요하는 노동계의 불법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노동계의 노정(勞政)투쟁에 인내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자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23일 경제단체 회장 및 부회장단 성명을 통해 “노동계가 총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투자를 조정하고 고용을 줄이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노동계를 겨냥했다.투자 중단과 해외 공장 이전은 기존 인력 및 신규 고용 감축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고건 국무총리는 이틀 후 관계장관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노동계의 연대파업이나 불법파업을 ‘명분 없는 정치적인 투쟁’으로 규정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역풍은 여기서 멎지 않았다.외국인투자자들도 가세하고 나섰다.이들은 격렬한 노사분규는 과도한 임금 인상과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투자 이탈’을 들고 나왔다.특히 조흥은행 노사분규 타결을 기점으로 강성 노조로 분류된 기업의 주식에 대해 매물 공세를 퍼부었다.한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영국의 피치사도 국가신용도 하락 가능성을 내비치며 노동계를 압박했다. 이밖에 학계 및 일부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친노동자 정책 기조를 질타하면서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철밥통’ 노조에 근본적인 개혁이 가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들 노조가 대외적으로 비정규직 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강성 투쟁으로 자신들의 파이만 키울 뿐그만큼 하청기업의 납품단가와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여력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돌아가자 민주노총은 어제 긴급 해명에 나섰다.현대자동차노조의 사상 최저 파업찬성률,‘정치파업 조합원 외면’ 등은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파업 자체를 불온시하던 과거의 악습이 재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경기침체의 원인을 파업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노동계의 이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요즘 노동계는 ‘방어적 권리’인 노동3권을 ‘공격적 권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참여정부 출범 후 적극적인 공세를 통해 두산중공업 파업에서는 가압류 해제 및 무노동무임금 파기,철도노조 파업에서는 민영화 철회 및 해고자 복직,조흥은행 파업에서는 민·형사 책임 면제와 경영자 선임 참여 등 과거 정부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전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노동계가 소규모 전투에서는 승리했을지 모르나 전쟁에서는 패할지도 모를 기류가 힘을 얻고 있다.‘타협’과 ‘원칙’이라는 참여정부 노사정책 양축 가운데 ‘타협’이 실종될 수 있을 정도로 역풍이 거세다. 따라서 노동계 지도부는 노정투쟁의 기치를 올릴 게 아니라 올 투쟁전략과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단기 성과에 집착했다가 정부가 노사 힘의 균형 조정을 위해 약속했던 산별교섭 유도,노사분규 불구속수사 원칙,직권중재 최소화 등도 백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노동계 조직 내부를 뛰어넘는 지도력을 기대한다. 우 득 정 논설위원 djwootk@
  • 편집자에게/ 자영업자 세무관리 이유 제시를

    -‘고소득 자영업자 탈루조사 266개 전담반 가동’기사(대한매일 6월24일자 1면)를 읽고 국세청이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중점관리할 조사전담반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문제는 조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국세청이 오랫동안 고심해 왔던 과제다.탈세를 많이 하는 고소득 자영업자를 중점관리하는 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탈세방지는 전담반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해도,국세청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이다.이 시점에서 고소득 자영업자 전담반이 꼭 필요하면,그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과거에 비해 이들 계층의 탈세액이 어느 정도 증가했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전담반 설치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또 전체 세무행정개혁의 과정에서 이들 계층에 대한 중점관리가 필요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이런 절차없이 갑자기 이들 계층을 왜 중점관리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소득 자영업자 계층도 우리나라 국민이고,일부는 사회 지도층이다.이들 중에도 성실한 납세자들이 얼마든지 있다.세무행정도 이제 과학적인 정책집행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마녀사냥식 정책집행은 장기적인 세무행정체계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진권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스포츠 라운지]은퇴선언 아시아 최고센터 정은순

    “몸은 코트를 떠나지만 마음만은 남겨 놓겠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가 또다시 팬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10여년 동안 한국여자농구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킨 센터 정은순(32·185㎝).그의 영민한 플레이가 있었기에 한국은 쳉하이샤(204㎝)가 버틴 만리장성을 넘어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출산 등으로 지난해 여름리그부터 코트를 떠났던 정은순은 최근까지 복귀를 준비했지만 체력 부담과 주위 여건이 맞지 않아 은퇴를 결심했다. 정은순이 13년간 몸담았던 삼성생명은 다음달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개막전(삼성생명-우리은행)에서 은퇴식을 갖기로 했다. ●정은순의 추억 1987년 한국여자농구는 열여섯살의 인성여고 신입생 정은순을 주목했다.박찬숙의 대를 잇는 확실한 대어였다.정은순은 이 때부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국가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정은순이 쌓아 놓은 금자탑은 불멸에 가깝다.지난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과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잇따라 제패했다.또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농구선수권(ABC) 대회에선 95년부터 3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다.국내 농구판은 그의 독무대였다.98년부터 시작된 여자프로농구에서 팀을 5차례나 우승시켰고,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3차례 거머쥐었다.99년 8월3일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전에서는 여자 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99년 ABC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미들슛에 이은 추가자유투로 막판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던 기억,94∼95 점보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거두고 3연패해 우승컵을 내주던 쓰라린 기억….무엇보다 시드니올림픽은 죽어도 못잊을 겁니다.” LA올림픽 이후 16년만에 4강 쾌거를 일궈낸 희열도 소중하지만 개막식에서 북한의 박정철과 한반도기를 들고 선수단 맨 앞에서 입장했던 순간의 환희는 정은순 본인뿐만 아니라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제2의 인생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6개월된 딸(장나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좀더 하고 싶었는데 아기를 갖게 됐다.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예쁜 나연이에게 미안하지만뱃속에서 나연이가 크는 동안 얼마나 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출산과 동시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더이상 팀에서 기대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됐으며,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다른 구단들도 높은 연봉 때문에 선뜻 입단을 제의하지 못했다. 농구의 빈자리를 이젠 딸이 채우고 있다.하루 종일 아파트에서 나연이와 씨름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그는 “경험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코트로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나연이가 나의 모든 것이 됐다.”고 말했다. 칭얼대는 딸을 목욕시키고,분을 발라주며,기저귀를 채워준 뒤 토닥토닥 낮잠으로 인도하는 그의 손끝에는 제2의 인생을 모색하는 아시아 최고의 센터 정은순의 행복이 짙게 묻어 있었다. 이창구기자 window2@ ■프로필 ▲1971년 7월 18일생 ▲81년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입문 ▲87년 인성여고 1학년 때 국가대표 발탁 ▲90년 삼성생명 입단 ▲농구대잔치 5차례 우승(91·92·93·97·98년) ▲여자프로농구 5차례 우승(98여름·99여름·2000겨울·2001겨울·2002여름리그) 및 3차례 MVP(98여름·99여름·2000겨울리그) ▲아시안게임 2연패(90·94년) ▲아시아농구선수권 3연패(95·97·99년) ▲시드니올림픽 4강(2000년)·98년 3월 결혼 및 2002년 12월 딸 출산 ▲2003년 7월 공식은퇴 ■‘포스트 정은순' 누가될까 정선민(29·185㎝)의 미여자프로농구(WNBA) 진출과 정은순의 은퇴로 한국여자농구를 지키던 두 기둥이 한꺼번에 뽑혔다. 정은순과 정선민을 이을 차세대 센터는 누구일까. 정은순은 “팀 후배인 계령이가 나보다 훨씬 뛰어나 주저없이 은퇴하게 됐다.”면서 “나와 선민이의 뒤를 이을 확실한 센터”라고 말했다.삼성생명 김계령(23·190㎝)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한다.두 차례의 아시안게임에서 투포환 금메달을 거푸 따냈던 ‘아시아의 마녀’ 백옥자씨의 딸답게 파워가 넘친다.골밑슛은 물론 미들슛과 턴어라운드 페이드어웨이슛까지 겸비했다.오랫동안 드리워졌던 정은순의 그늘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 나느냐가 관건이다. 금호생명의 희망인 곽주영(19·185㎝)도 떠오르는 샛별이다.정은순 이후 15년만에 여고생농구 국가대표를 지낸 곽주영은 센터이면서도 3점슛까지 갖춘 만능 플레이어.그러나 키가 다소 작은 게 단점이다. 우리은행을 지난 겨울리그 우승으로 이끈 ‘슛블록의 여왕’ 이종애(27·187㎝)와 강영숙(22·187㎝)도 여자농구의 희망이다. 올해 프로무대로 뛰어들 대어로는 삼천포여고 정미란(184㎝)과 수피아여고 정선화(185㎝),그리고 남자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딸 신혜인(185㎝·숙명여고) 등이 꼽힌다. 이창구기자
  • 성추행 사건에 휘말린 두 교수 죽음이냐 재기냐 / 극단 로뎀 창작극 ‘노랑꽃창포’

    탤런트 김혜자의 모노드라마 ‘셜리 발렌타인’,고두심·김미숙 주연의 ‘나,여자예요’ 등 주로 섬세한 여성연극을 무대에 올려온 극단 로뎀(대표 하상길)이 창작극 ‘노랑꽃창포’를 선보인다. ●우리사회 병폐에 날카로운 ‘메스’ ‘셜리 발렌타인’같은 전작들이 중년 여성의 내적 갈등과 자아 찾기에 깊은 시선을 주었다면,‘노랑꽃창포’는 우리 사회의 병폐들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사회고발극의 성격이 짙다. 언뜻 봐도 극의 내용은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하다.‘클린보이’라는 애칭을 가진 환경운동가 윤우영 교수가 주인공.무분별한 신도시개발 계획에 맞서 1인 시위에 앞장서는 그를,젊은이들은 ‘행동하는 양심’의 표본이라며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어느날 동료 정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퍼지고,윤교수는 사건의 당사자가 과거 자신을 유혹했던 여학생 강나미임을 알게 된다.정교수의 진실을 밝히려면 먼저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야 하는 윤교수는 갈등에 빠지고,그러는 사이 정교수는 학생들의 퇴진 압력과 인터넷을 뒤덮은 비난여론에 시달리다 스스로의 진실을 입증하는 방편으로 자살을 택한다.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환경운동가,대학교수와 여제자간의 성추행 논란,마녀사냥식 여론에 휩쓸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교육자….최근 몇년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연상케하는 소재들이 하나의 줄거리로 얽혀 있어 마치 한편의 패러디 연극을 보는 듯하다.이런저런 오해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왜 이같은 내용을 택했을까. 작가 겸 연출가 하상길은 “개인의 목소리가 집단의 구호에 파묻혀 사라지는 안타까운 요즘 세태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진실의 실체를 알려하지 않은 채 군중이란 방패 뒤에 숨어 남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을 악용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다는 얘기다. 자칫 실제 사건들의 주인공을 옹호하고,현실을 왜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줄거리만 보지 말고,그 안의 주제의식을 봐 달라.”고 주문했다. ●강태기·김순이 30년만에 한무대 다수의 폭력앞에 힘없이 소멸되는 개인의 존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이 작품의씨줄이라면,부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족의 소중함은 날줄에 해당한다.부부간의 대화가 단절됐던 정교수는 죽음을 택하지만,윤교수는 아내의 사랑과 신뢰에 힘입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노랑꽃창포’는 연못가에 주로 피어 물을 맑게 하고,악취를 없애는 식물이다.가정이야말로 이 오염된 세상을 버텨내게 하는 ‘노랑꽃창포’같은 존재란 설명이다. 윤교수 부부역의 강태기와 김순이는 70년대 중반 화제가 됐던 연극 ‘에쿠우스’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지 30년 만에 한무대에 서게 됐다.매년 1∼2편씩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강태기이지만,그에겐 아직도 ‘에쿠우스’의 ‘앨런’ 그림자가 따라다닌다.당시 대학 1학년으로 ‘질’을 연기했던 김순이 역시 마찬가지.강태기는 “그때에 비해 서로 성숙한 상태에서 만나니 연기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두 중견배우의 무르익은 연기 못지 않게 강나미를 연기하는 신인 이승민의 열연도 기대를 모은다.이밖에 공호석,하덕성,임해린,이소령,염보나 등이 출연한다.20일∼7월27일제일화재세실극장(02)736-7600.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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