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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TV 하이라이트]

    ●침묵의 크리스마스(KBS1 밤 10시) 화려한 불빛과 음악 소리로 가득한 이날,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가 있다. 세상의 소리를 잃고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는 아시아 최초의 농아(啞) 사제 박민서 신부다. 침묵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는 박민서 신부. 이 시대의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침묵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1 대 100(KBS2 밤 8시 50분) 예능의 대세 개그맨 김준호, 씨엔블루의 이정신이 각각 1인에 도전한다. 1인에 맞서는 막강한 100인 군단으로는 연예인 퀴즈군단, 이화여대 간호대 풍물패 ‘꾼’, 서비스 강사 모임 ‘해피 바이러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새내기들, 서울대 생체재료화학 연구실 모임, 래퍼들의 반란, 그리고 64인의 예심통과자들이 함께 한다. ●빨간모자의 진실 2(MBC 오전 9시 45분) 동화의 해피엔딩을 지키는 에이스 요원 빨간모자가 비밀리에 특수훈련을 받고 있던 어느 날, 사악한 마녀에 의해 헨젤과 그레텔이 납치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빨간모자 없이 긴급작전을 수행하게 된 할머니와 늑대, 날다람쥐는 무시무시한 마녀에게 맞서 싸우다 그만 할머니까지 마녀에게 납치되고 만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열정적인 댄스를 보여준 ‘리틀 싸이’ 황민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각종 행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민우의 바쁜 일상을 쫓아본다. 한편 이런 민우에게도 말 못한 고민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물론 제작진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과연 민우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전북 전주시 금실 좋기로 소문난 이영두, 박순실 부부가 살고 있다. 7남매를 낳아 기르며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뒤로 하고, 요즘 부부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민화 그리기, 할머니는 한글 공부,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판소리까지. 새로운 삶의 즐거움에 푹 빠진 이 부부의 건강비결을 알아본다. ●성탄특집 거북소년의 꿈(OBS 오후 6시 10분) 디디에가 사는 콜롬비아 마을에서는 그를 거북소년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디디에의 등에 커다란 반점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디디에와 가족들을 쫓아내려 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유명 TV쇼 진행자가 디디에를 방송에 소개하면서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 3개월만에 코스피 2002.77

    3개월만에 코스피 2002.77

    미국발 훈풍에 금융시장이 화답했다.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2000선을 넘어서면서 삼성전자 주식도 150만원을 돌파했다. 환율도 연중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새해 기준금리를 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꺾이지 않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33포인트(1.38%) 오른 2002.77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9월 24일 2003.44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네 마녀의 날’(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아 개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각각 4837억원, 14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5000억원어치 넘게 사들이며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1월부터 매달 450억 달러(약 48조 2400억원)의 국채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사실상의 ‘4차 양적 완화’(QE4)를 내놓은 데 따른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한 덕분이다. 미국, 일본 등의 공격적인 돈 풀기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89% 오른 153만 3000원을 찍으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0원 떨어진 10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7일(1071.8원) 이후 최저치다. 장중 한때 1071원까지 떨어지며 107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를 자극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실물지표가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며 좀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은이 올 4분기 성장률을 확인한 뒤 새해 1월 경제전망 수정 발표 때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마오쩌둥의 부인은 왜 ‘마녀’가 되었는가

    ‘장칭’(로스 테릴 지음, 양현수 옮김, 교양인 펴냄)은 장칭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책은 아니다. 이런 표현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기존 주장들이 ‘장칭은 미친 년’에 그친다면, 이 책은 왜 미쳤는가 그리고 그런 여자가 어떻게 중국 정치를 쥐고 흔들 수 있었느냐를 세밀하게 추적해 들어갔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저자의 메시지는 문화대혁명의 오류에서 마오쩌둥을 구출해 내기 위해 장칭을 비롯한 4인방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80년 11월 시작된 재판에서 장칭이 “나의 행동은 오로지 마오쩌둥과 당의 노선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쩌렁쩌렁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을 때, 덩샤오핑의 중국 지도부는 오히려 곤혹스러워했고, 중국 인민은 통쾌하게 여긴 이유다. 결국 장칭 문제는 마오쩌둥의 문제였고, 그 마오쩌둥을 방기한 현 중국 지도부의 책임이었고, 동시에 공산체제 그 자체의 문제였다는 폭로였기 때문이다.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홍위병 욕하기 좋아하는 한국 극우들을 위해 이 상황을 한국적으로 번역하자면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의 말년 혼란은 부하들의 잘못이다, ‘부국의 아버지’ 박정희는 유신이 잘못된 것인 줄 알고 있었고 1980년대초 자진해서 권력을 내놓을 생각이었으나 차지철 같은 나쁜 놈들이 농간을 부렸다, 는 식의 해석은 다 거짓이라는 얘기다. 1980년대 초반 중국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가능했던 미국 연구자가 쓴 책이어서 중국 정치 풍경에 대한 세밀한 디테일들이 오히려 더 읽을 거리다. 3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WINE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붉은 빛 가득한 레드 와인의 향연. 메독의 가을은 마녀가 빚어낸 사랑의 묘약처럼 유혹적이고 향기로웠다. 메독의 8개 아뺄라씨옹으로 떠난 일주일의 여정 동안 매일 조금씩 다채로운 메독 와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1 수확을 모두 마친 포도밭. 하나둘 낙엽이 지고 있다 2 중세시대 고성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샤또 라스꽁브 3 전통과 현대 기술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샤또 씨싹 4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의 숙성고. 오크통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품격 스펙트럼을 지닌 와인 성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북쪽, 지롱드Gironde 강 서쪽 하구에 형성된 메독 지역Medoc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보르도 공항을 벗어나 처음 만난 메독의 첫인상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 이었다. 이미 수확을 마친 포도밭은 무척 한가로워 보였고 듬성듬성 낙엽마저 지고 있었다. 포도밭 너머로 드문드문 서 있는 고성古城들이 그나마 심심한 풍경에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메독은 원래 중세시대 귀족들의 사냥터로 숲과 늪지대, 거칠고 메마른 황야가 펼쳐진 별 볼일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토양은 포도를 재배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16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본 귀족과 상인들이 하나둘씩 포도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포도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점차 고품질 와인들이 생산되었고 1855년 등급 제정과 해외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메독 와인은 단번에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샤또 마고, 무똥 로칠드 같은 스타급 와이너리들이 이 지역에 속해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이너리도 수없이 많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메독 와인이 월드 클래스 와인으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메독와인협회의 까뜨린 블리망Catherine Vlimant은 무엇보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모래와 자갈, 점토질이 고루 섞인 특별한 떼루아’를 그 비결로 꼽았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경작하는 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yvignon으로 메독의 척박한 토질에 완벽히 적응해 그 어느 곳보다 수확량이 높고 품질 좋은 열매를 생산해 낸다고. 진한 색상과 약간 떫은 맛이 특징인 까베르네 쇼비뇽은 메독 와인의 특징 중 하나인 풍부한 타닌과 꽉 짜인 구조감을 만드는 데 주효하게 쓰인다. 특히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빈티지(생산년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메를로Merlot로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향이 까베르네 쇼비뇽과 조화를 이루며 강한 타닌 맛을 좀더 편안하고 온화하게 순화시켜 준다. 두 품종을 주원료로 와이너리마다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르므네르Carmenere 등을 소량 블렌딩하는데 그 비율과 양조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와인이 탄생된다. 몇몇 와이너리에서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이용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로 메독에서는 100% 레드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메독 와인이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물론 ‘떼루아Terroir, 포도 재배의 모든 조건’ 덕이 크지만 그 뒤에 감춰진 1%는 바로 ‘사람’이다. 몇 세대에 걸쳐 대물림되어 온 숙련된 양조 기술과 최상급 와인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메독 와인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또 다른 공신이다. 까다로운 규제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지켜 나가고 있는 AOC원산지 통제 명칭를 토대로 메독의 와인은 와이너리마다 서로 다른 스펙트럼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메독의 8개의 AOC가 닮은 듯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1, 2, 3 와인 시음을 통해 각 와이너리 특유의 향취와 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시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와인과 와인잔 4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에서는 시음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5 뽀이약 마을의 포도밭 전경 6 포도밭을 누비며 가는 기계차 7 포도밭 토양에 따라 재배되는 포도 품종이 달라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 마고 Margaux 뽀이약 Pauillac 언젠가 한껏 분위기를 낸다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한 적이 있다. 와인 이름도 빈티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 하나가 ‘마고Margaux’다. 와인에 대해선 생초짜였던 시절, 그래도 유명한 와인 한번 마셔 보자고 고른 게 바로 마고 와인이었던 거다. 마고는 메독에서 가장 유명한 AOC이다. 최상급 와인에 주어진 그랑크뤼 끌라쎄 등급을 획득한 와이너리가 21개로 가장 많다 보니 자연히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마고 하면 많은 이들이 샤또 마고Chateau Margaux만을 떠올리는데 이곳에는 약 74개의 와이너리가 운영되고 있다. 샤또 마고가 톱클래스 와이너리이긴 하지만 이 이외에도 가볼 만한 와이너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샤또 라스꽁브Chateau Lascombes는 중세시대 지어진 아름다운 고성에서 숙박하며 그랑크뤼 끌라쎄 2등급에 빛나는 고품격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특별한 와이너리다. 마고에서는 드물게 메를로 비율이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더 높은 와인을 선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매년 가을 100~150명 정도 인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알을 따는데 방문했을 때엔 이미 수확을 마친 터라 그 장관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대신 성에서 보낸 하룻밤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새벽녘 창문을 열고 내려다본 이슬에 촉촉이 젖은 포도밭 전경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니 말이다. 합리적 가격대의 마고 와인으로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Chateau Haut-Breton Larigaudiere도 가볼 만하다. 다만 지갑 단속은 단단히 해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해 몇 번 시음하다 보면 자꾸만 지갑이 열린다. 일행 중 4명이나 지갑을 연 것이 비단 분위기 탓만은 아니었을 거다. 메독 중앙부에 있는 뽀이약에도 마고와 견줄 만한 걸출한 와이너리들이 많다. 그중 샤또 랭츠 바즈Chateau Lynch-Bages는 1855년 등급 제정 당시 그랑크뤼 끌라쎄 5등급을 받았지만 2등급에 비견할 만한 품질을 갖춘 와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리 예약하면 가이드가 동행해 와이너리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고 시음도 준비해 준다. 연간 48만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규모 와인 양조장과 저장고도 볼 만하지만 옛 양조 도구들을 빠짐없이 전시해 놓은 박물관 같은 공간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와이너리 투어 후 주변 바즈 마을Village de Bages을 산책하는 즐거움도 꽤나 쏠쏠하다. 예쁜 카페에서 식사하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가득한 기념품 숍에서 쇼핑하는 동안 여행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1 샤또 퐁레오에서 생산된 와인들 2 비밀 창고처럼 꾸며진 양조장 입구 3 닭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레드 와인 4 신식 스테인레스 큐브를 이용하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 5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멋진 샤또 건물 반짝반짝 빛나는 메독의 보물 리스트락 Listrac 물리스 Moulis 생줄리엥 Saint-Julien 리스트락에 있는 샤또 퐁로Chateau Fonreaud와 레스따즈Lestage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고성에서 빚어낸 와인은 어떨까. 자신을 ‘포도 농사꾼’이라 소개하는 오너는 정말 평범한 시골 아저씨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와인은 결단코 평범하지 않았다. 입 안 가득 상큼함이 퍼지면서 남아 있던 아침잠을 한달음에 모두 날려 버렸다. 이런 와인이라면 아침부터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이날 점심은 물리스 AOC에 속한 두 명의 여성 와이너리 오너와 함께했다. 샤또 라 갸릭Chateau La Garricq의 마르띤느 까즈뇌브Martine Cazeneuve와 샤또 뒤쁠레스Chateau Duplessis의 마리로르 뤼르똥Marie-Laure Lurton 두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 여성 와이너리 오너 가운데서도 여러모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른바 ‘메독의 여인들’이다. 음식에 곁들여 나온 두 종류의 샤또 와인은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에 갖가지 아로마를 쏟아내는 것이, 식사 내내 끊임없이 수다를 풀어내는 두 여인과 꼭 닮았다. “물리스 와인은 구조감이 강해 양조 과정이 좀 까다롭죠. 와인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발효부터 숙성, 블렌딩 비율까지 늘 신경써야 하거든요. 대신 나이가 들수록 마시기 좋은 와인이랍니다. 안타까운 건 와이너리 규모가 작아 브랜드화 시키는 게 늘 어려운 숙제죠.” 마르띤느 까즈뇌브 오너의 설명에 마리로르 뤼르똥씨는 작은 끄덕임으로 동조했다. 아닌게아니라 물리스는 메독에서도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없는 물리스의 와인은 알고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자랑하는 메독의 숨은 보석이다. 사실 이번 와인 여행에서 큰 수확을 꼽자면 물리스 와인의 발견이다. 샤또 브라나스 그랑 뿌조Chateau Branas Grand Poujeaux에서 맛본 와인은 물리스 와인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소박한 여주인처럼 어떤 꾸밈이나 장식도 하지 않은 단아한 여인네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에는 마치 포인트를 준 듯 작은 반짝거림이 느껴졌다. 이곳은 포도를 발효시킬 때 뭉쳐진 껍질을 위에서 눌러 으깨 주는 전통적인 방법을 쓴다는데 이런 양조 기술의 차이가 모두 맛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물리스 와인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생줄리엥에 있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에 닿았다.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Chateau Leoville Poyferre는 루이 13세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포도알을 알콜 발효시키기 전 일정 기간 저온 상태에서 유지시켜 둡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진한 색과 풍부한 과일향을 얻을 수 있지요.” 오너인 디디에 꾸블리에Didier Cuvelier씨가 자신있게 설명했다. 직접 시음을 해보니 과연 자랑할 만했다. 와인에서 품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안쪽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더 재미난 와이너리 투어가 기대된다. 1 크뤼 브루주아인 샤또 뚜르 까스띠용의 2009년산 와인. 맛이 아주 부드럽다 2 음식을 곁들인 특별한 시음회 3 오크통에서 햇 와인을 뽑아내고 있다 4 먼 옛날 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허물어진 망루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전원 풍경에 담긴 뜻밖의 선물 생떼스떼프 Saint-Esteph 메독 Medoc 오메독 Haut-Medoc 크뤼 아르띠장은 메독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 명칭이다. 소유주가 와인의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운 좋게도 여정의 마지막 즈음 생떼스떼프에 있는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인 샤또 라 뻬르Chateau La Peyre를 방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크뤼 아르띠장이 그렇듯 이곳도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마침 바람결에 실려 시큼한 향이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 햇와인이었다. 이제 막 발효를 마친 2012년 산 와인이 아담한 저장고 안에 꽉꽉 채워져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가 큰 와이너리에는 없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시음을 마쳤다. 와인은 산도가 좀 높은 편이었다. 신기한 건 같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에 따라 신맛의 정도가 달랐다. 와인 애호가들이 왜 그토록 빈티지에 열을 올리는지 직접 체험해 보니 그 차이가 느껴졌다. 메독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한 덕에 오래 둘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알수록 더 매혹적인 와인이다. 메독과 오메독은 서로 반대쪽 끝에 자리해 있다. 지롱드강 상류 지역에 펼쳐진 광활한 오메독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샤또 씨싹Chateau Cissac도 그중 하나.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식 양조 기술을 적접히 배합한 이곳의 운영 철학은 와인에서도 그대로 배어난다. 입 안을 꽉 채우는 구조감과 그 위에 덧입혀진 다양한 향미가 메독 와인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도 멋스럽다. 메독에 있는 샤또 뚜르 까스띠용Chateau Tour Castillon은 이번 여행길에 방문한 마지막 와이너리. 가이드인 송현주 선생이 “지금까지 본 풍경보다 훨씬 시골 같을 거예요” 하고 미리 귀띔했다. 정말 그러했다. 시골스럽다 못해 야생의 언저리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거칠 것 없는 시야, 거리감 없는 강가, 언덕 위로 넘어가는 포도밭…. 시골집 식탁에서 이뤄진 와인 시음은 오히려 만찬(?)에 가까웠다. 와인은 음식과 궁합을 맞춰 봐야 한다며 몇 가지 음식이 푸짐히도 차려졌다. 와인에 취한 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한 건지, 이제껏 쥐고 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 나갔다. 와인을 테마로 피크닉, 산책, 콘서트 등 여러 가지 투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니 이를 어쩐다. 여행의 마지막에 메독을 다시 와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정은주 취재협조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www.sopexa.co.kr ▶Travel to Medoc 항공 에어 프랑스(www.airfrance.co.kr)를 이용해 파리를 거쳐 보르도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는 약 11시간, 파리에서 보르도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또는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기차(www.raileurope-korea.com)도 운행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보르도에서 메독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숙소 메독에서 묵어 갈 만한 숙소로는 골프 뒤 삐앙 메독Golf du Pian Medoc과 를레 드 마고Relais de Margaux, 꼬르데이양 바즈Cordeillan Bages를 추천한다. 골프 뒤 삐앙 메독과 를레 드 마고 두 곳은 골프 코스 안에 자리한 호텔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샤또 랭츠 바즈에서 멀지 않은 꼬르데이양 바즈는 외관은 오래된 고성 느낌이지만 심플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인테리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외부에 야외 풀장과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를 갖추고 있다. spot 또넬르리 나달리에 Tonnellerie Nadalie 메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크통 제조회사로 1902년 설립돼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프랑스 산림청 나무 경매를 통해 참나무를 공수해 오며 미국산 참나무도 소량 사용한다. 오크통에 사용되는 나무는 오랜 기간 젖고 마르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 작업만 2년 넘게 걸린다. 또넬르리 나달리에는 메독 지역을 비롯해 보르도 등 프랑스 전역과 해외 유명 와이너리에 오크통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일반인 방문도 가능하며 가이드 안내에 따라 오크통 제작 과정을 둘러볼 수 있다. www.nadalie.fr spot 라 와이너리 La Winery 프랑스 와인은 물론 전세계 와인을 취급하는 숍과 전문 시음 공간, 레스토랑, 피크닉과 공연장 등을 갖춘 와인 예술의 메카다. 와인셀러에는 보르도 지역이 50%, 프랑스산이 40%, 세계 와인이 10% 비율로 진열되어 있다. 1년에 5만5,000명 정도 방문하는데 그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메독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와인을 사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아도 야외 피크닉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메독에 가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www.winery.fr 와인 등급 그랑크뤼 끌라쎄 메독 와인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메독을 포함해 보르도 최고급 와인에게 주어지는 그랑크뤼 끌라쎄(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뉜다)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메독에는 60개의 그랑크뤼 끌라쎄 와이너리가 있으며 이 등급 순서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딱 한 번 1973년 샤또 무똥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바뀐 적이 있다). 이에 반해 크뤼 부르주아는 매년 심사를 통해 품질 좋은 와인들을 선별해 등급을 매긴다. 가장 독특한 카테고리는 크뤼 아르띠장. 아르띠장Artisan이란 우리로 치면 ‘장인匠人 정도 되는데 이 명칭을 단 곳은 소유주가 포도 재배부터 양조, 판매까지 직접 맡아서 해야 한다.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는 메독에서도 44곳밖에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해발 3800m 호수와 잉카의 후예들

    해발 3800m 호수와 잉카의 후예들

    하늘과 맞닿은 땅,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를 볼 수 있는 곳…. 남아메리카 대륙의 중심에 자리한 볼리비아를 일컫는다. 해발 3600m, 광활한 고원지대인 이곳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척박한 땅이며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잉카제국의 후손들이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행복지수만큼은 서구의 어느 나라들보다 높다. 찬란한 역사를 기억하지만 가난한 오늘을 사는 볼리비아인들,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EBS는 12일 오후 8시 50분, 공존할 수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공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볼리비아로 여정을 떠난다. 중남미 전문가인 차경미 교수가 여행길을 함께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넘쳐나지만, 아직도 수도 한복판에 주술사를 위한 마녀시장이 존재하는 나라, 끓어오르는 화산 옆에 물고기가 사는 곳이다. 1000년 전 풍습 그대로 살아가는 인디오와 세속적인 생업에 종사하는 인디오가 함께 존재한다. 볼리비아인들의 삶에선 이처럼 상반된 것들을 서로 인정하며 공존한다. 12일 방영되는 제1부 ‘우루족의 보물, 티티카카 호수’에선 볼리비아 융가스 지역의 죽음의 길, 일명 ‘데스 로드’를 거쳐 간다. 1930년대 파라과이 죄수들이 건설한 이 도로에선 400m에 이르는 아찔한 절벽에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위험천만한 길이 이어진다.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데스 로드를 지나야만 했다. 매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이곳을 통과하는 동안 끈적끈적하게 묻어나는 식은땀을 쏟아냈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렇게 데스 로드를 거쳐 해발 3800m에 자리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를 만난다. ‘신의 거울’이란 찬사를 받는 ‘티티카카 호수’다. 수많은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은 그곳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특별한 사람들을 만났다. 티티카카 호수 위에 사는 ‘우루족’이다. 오래전 내전을 피해 갈대를 엮어 섬을 만든 우루족. 갈대 섬 위의 수상생활 덕분에 그들의 삶은 재미있는 풍경으로 가득하다. 등교를 위해 매일 갈대 배를 운전하는 우루족 아이들에게 갈대 섬은 최고의 놀이터가 된다. 오랜 세월 동안 갈대만으로도 물 위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그들의 삶의 방식과 지혜는 무엇인지 티티카카 호수로의 여정 속에서 알아본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14~18세기 종교재판·마녀의 진실 파헤쳐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무당’이나 ‘신녀’(神女) 정도로 보면 되겠다. 실제로 특별한 능력이든, 과장된 포장이든 신비롭고 독특하게 알려진 존재, 마녀다. 많은 동화에서 사악하게 비쳐지지만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는 선과 악을 상징하는 네 마녀가 산다. 영화 ‘이스트윅의 마녀들’(1987)에는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와 인기를 끌었고 “그 마녀에게는 슬픈 사연이 있어.”라는 소설 ‘위키드: 괴상한 서쪽마녀의 삶과 시간’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때 살을 쭉쭉 빼준다면서 유행한 음식이 ‘마녀수프’였다. 특정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마녀사냥’이라는 말은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마술을 부리는 매부리코 노파나 유럽의 점쟁이 정도로 보기에는, 부정과 긍정의 이미지를 넘나드는 마녀의 존재는 실로 매력적이다. ‘대체 그 실체가 무엇이기에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오면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가.’ 이런 마녀의 근원에 접근한 인물이 프랑스의 대표적인 역사가 쥘 미슐레(1798~1874)다. 30여년에 걸쳐 저술한 ‘프랑스 역사’, ‘프랑스 대혁명사’ 등 걸작을 남긴 인물로, ‘마녀’(정진국 옮김, 봄아필 펴냄) 역시 그의 오랜 역사 연구의 결과물이다. 미슐레는 책에서 14~18세기에 걸친 종교 재판과 마녀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미슐레는 마녀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에 대해 “마녀의 풍속적 기록을 조사한 현대인은 별로 없다. 있더라도 그들은 주로 고대와 관련된 중세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 마녀는 “과거 천 년 동안 민중의 유일한 의사”, “운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는 여자”이다. 태생적으로 아름다움과 매력을 지녔고, 죽은 이를 불러오기도 했으며, 병을 치유하기도 했다. 신과 하늘만 바라보던 중세에 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고민들을 들어주고 소원을 이뤄주었다. 예를 들면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이나 가난의 고통이다. 사람들은 비밀스럽게 마녀를 찾고 신보다 의지하고 숭배했다. 중세 기독교가 이런 분위기를 달가워했을 리 없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여해 평등하게 즐기는 축제인 ‘사바’도 거슬렸다. 종교재판관과 수도사들은 마녀가 자신의 권력에 도전해 올 것이라고 확신했고,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존경의 대상에서, 맹목적이고 비인간적인 종교와 사회 제도의 희생양으로 추락한 것이다. 책은 이 과정들을 방대한 문헌 자료와 증언 등으로 뒷받침하면서 풀어놓는다. 곳곳에 삽화와 설화를 다양하게 활용해 마치 마녀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하다. 425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1만 9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내 모자 어디 갔을까(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잃어버린 모자를 찾아 나선 곰은 길에서 마주친 동물들에게 자신의 모자를 봤느냐고 묻는다. 곰의 모자를 본 동물은 아무도 없다. 모자를 영영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곰은 실의에 빠지고…. 작품 속 동물들 간의 소통을 통해 어린 독자들에게 대화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1만 1000원. ●도토리 마을의 빵집(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도토리 마을의 빵집 주인 부부는 ‘새로운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는데…. 자녀들은 이야기를 읽으며 항상 바쁜 일과 속에서 육아에 신경 써야 하는 맞벌이 부모의 처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도토리 마을의 다양한 직업군까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덤이다. 1만원. ●마녀 위니의 공룡 소동(밸러리 토머스 글, 코키 폴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펴냄) 1987년 첫 발간된 ‘마녀 위니’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풀린 눈을 지닌 익살스러운 모습의 마녀 위니와 자상한 까만 고양이 윌버를 주인공으로 박물관 ‘공룡 그리기 대회’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그리기 대회에 출품된 작품 중 피카소와 고흐의 화풍을 패러디한 그림을 찾아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 1만 500원.
  • ‘마녀의 빗자루’ 닮은 1만1천년 전 연필 성운

    ‘마녀의 빗자루’ 닮은 1만1천년 전 연필 성운

    동화 팬들이 본다면 ‘마녀의 빗자루’라고 부를만한 연필 성운(NGC 2736)의 새로운 이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13일자 보도에 의하면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천문학자들이 연필 성운의 새로운 모습을 칠레에 있는 라 시쟈 천문대의 ‘MPG/ESO 2.2m 지상 망원경’ 광시야(WFI)로 촬영했다. 이번에 공개된 이미지를 실제로 보면 기존의 연필 이미지보다는 동화나 영화 속에 등장하던 마녀의 빗자루와 더 흡사해 보인다. 연필 성운은 약 1만 1,000년 전 발생한 초신성 폭발 뒤 남은 잔해로, 남쪽 하늘의 별자리인 돛자리(Vela)의 작은 일부분이다. 이 돛자리 초신성잔해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로, 초기 초신성 폭발 시 발생한 충격파가 시속 수백만km로 확산됐지만 우주 공간으로 퍼쳐나가면서 그 속도가 둔화해 이 같은 모양을 띠게 됐다. 사진 속에서 연필 성운의 폭은 약 0.75광년이며 시간당 약 65만km의 속도로 성간 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또한 푸른색 부분은 이온화된 산소 원자들이 방출되는 부분으로 매우 뜨거우며, 붉은색은 수소가 방출되는 부분으로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다. 한편 연필 성운은 지구로부터 약 8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사진=유럽남방천문대(ESO)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국제 다큐영화제 21~27일 파주서

    국제 다큐영화제 21~27일 파주서

    비무장지대(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오는 21~27일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영화제에서는 36개국 115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지난해 30개국 101편보다 참여국과 상영작 모두 늘어났다. 영국 휴 하트퍼드 감독의 ‘핑퐁’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테리, 잉게 등의 모습에는 속절없이 늙어가는 인생에 대한 내밀하고도 솔직한 자화상과 회한, 용기가 담겨 있다. 국제경쟁부문에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30편이 출품됐다. 치열한 예심을 뚫은 13편이 대상(상금 1500만원)과 심사위원특별상(700만원)을 다툰다.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펑크록 밴드 ‘페르티 쿠리칸 니미패이뱃’의 레코딩과 콘서트 등 음악 여정을 담은 핀란드 영화 ‘펑크신드롬’이 우선 눈에 띈다. 펑크 음악을 통해 주류사회의 편견에 저항하는 장애인의 도전을 그렸다. 세계 최고 권투선수를 꿈꾸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의 런던올림픽 출전 준비과정을 그린 ‘카불의 권투소녀들’도 흥미롭다. 악명높은 탈레반 정권에서 여성 처형소로 쓰였던 국립경기장에서 올림픽 출전포기와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이슬람사회의 전통과 가족의 압력에 맞서 묵묵히 주먹을 휘두른다. 노르웨이 영화 ‘전장의 여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독일군 점령 당시 노르웨이의 야전병원에서 사람을 살리겠다는 선의로 복무했던 여성간호사들이 전쟁이 끝난 뒤 부역 혐의로 반역죄를 언도 받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다뤘다.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우간다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마녀사냥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나는 쿠추다’는 우간다 최초의 커밍아웃 게이인 데이빗 카토가 이른바 ‘쿠추’로 불리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석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동안 도라산역에서 열렸던 개막식을 올해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개막축하공연과 함께 이원화한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공동경비구역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 사람들과 그곳 풍경을 찍은 사진작가 김중만의 ‘DMZ People 사진전’도 열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초록 마녀/박정현 논설위원

    황금색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들이 실제 가장 선호하는 색깔은 초록색과 파란색이라고 한다. 미국, 러시아, 아이슬란드, 일본인 등의 경우도 비슷하다. 초록색이 신선함과 자연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어느 전직 지방자치단체장은 몇년 전 자신의 환경운동 경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초록색 넥타이만 고집하면서 보라색을 내세운 상대와 ‘색깔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장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창의력, 경쟁심, 열정, 성실 등의 상징으로 ‘초록색 리더십’이 꼽혔다. 매년 3월 17일 성 패트릭의 날이면 미국 시카고 강은 온통 아일랜드의 상징색인 녹색으로 물든다. 초록색은 좋은 의미도 있지만 나쁘게 묘사되기도 한다. TV영화시리즈 ‘브이’(V)에서 초록색으로 설정된 파충류의 피부와 혈액의 색깔은 징그럽기 짝이 없다. 혈액 색깔이 초록색을 띠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한다. 헤모글로빈 때문에 보통 붉은색을 띠지만, 황 성분을 많이 섭취하면 황화수소가 헤모글로빈과 반응해 녹색 또는 흑색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슈렉’의 피오나 공주의 얼굴색도 초록이다. 지금 국내 공연계는 ‘초록 마녀’ 열풍이다. 화제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Wicked)에 나오는 나쁜 마녀 엘파바의 피부색이 바로 초록이다. 국내 뮤지컬 사상 한번도 달성하지 못한 유료 점유율 95%를 뛰어넘으며 뮤지컬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위키드를 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한다. 길이 6m의 시계, 350벌의 의상으로 꾸민 웅장한 무대도 압권이지만 인기몰이의 비결은 단연 극적 반전에 있다. 나쁜 마녀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할 만큼 초록 마녀는 사실 착하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는 캔자스에 살던 도로시가 회오리 바람을 타고 오즈의 나라에 도착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쁜 마녀와 벌이는 얘기를 다룬다. 위키드는 이런 설정을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했다. 정의감에 불타는 모범생 초록 마녀 엘파바, 허영심 가득한 착한 마녀 글린다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맥과이어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인물을 만들어 냈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중세 서양에서 마녀사냥으로 숨진 사람은 5만여명에 이른다. 독일 철학자 니체가 말했던가. “괴물들과 싸우는 자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흑백 이분법은 늘 위험을 달고 다니는가 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美, 위키리크스 마녀사냥 중단하라” 어산지, 두달만에 모습 공개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1)가 미국 정부를 겨냥해 위키리크스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19일(현지시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1층 발코니에 나와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 영국 정부의 스웨덴 강제 송환을 피해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지 두 달 만이다. 그는 “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미국은 비밀 외교 전문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마녀 사냥을 끝내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이어 위키리크스에 국무부 외교전문을 넘겨준 미 일병 브래들리 매닝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망명을 허가한 에콰도르 정부와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서 자신의 망명 결정을 지지한 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도 “용감한 나라들이 정의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또 징역형을 받은 러시아 펑크밴드 푸시 라이엇을 들어 “자유를 탄압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단결되고 단호한 저항도 있음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10분에 걸쳐 준비해온 성명을 모두 낭독한 어산지는 자신을 기다려준 지지자들을 향해 양쪽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대사관에 들어가 어산지를 직접 체포하겠다는 뜻을 에콰도르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에 에콰도르 정부는 “영국의 위협은 국제법을 무시한 어리석은 행동”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곧이어 남미국가연합(UNASUR)의 긴급 외무장관 회의가 열리면서 영국과 남미 간의 외교 갈등이 불거졌다. 한편 크리스틴 흐라픈손 위키리크스 대변인은 발표에 앞서 “스웨덴 정부가 어산지를 미국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그동안 자신이 스웨덴으로 추방되면 재판 없이 신병이 미국으로 넘겨져 간첩 혐의로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앞서 어산지는 2010년 8월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해 12월 런던에서 체포된 뒤 스웨덴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보석허가를 받아 지난 6월 19일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신청했다. 2007년 개설된 위키리크스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군사기밀 9만건을 포함해 수십만건의 비밀정보를 유출해 세계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새음반] 내츄럴 컬러즈 (Natural Colors)

    [새음반] 내츄럴 컬러즈 (Natural Colors)

    ●내츄럴 컬러즈 (Natural Colors) ‘제2의 노라 존스’로 불리는 한국계 여성 싱어송라이터 프리실라 안(28)이 친숙한 팝 명곡과 즐겨 부르던 일본 노래를 다시 부른 커버앨범을 내놓았다. EMI 뮤직 재팬에서 기획한 앨범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이미지송, ‘마녀 배달부 키키’의 엔딩 테마곡 ‘상냥함에 둘러싸인다면’,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삽입된 전설적인 일본 록밴드 해피엔드의 ‘바람을 모아서’ 등 일본 노래와 비틀스의 명곡 ‘노르웨이의 숲’, 몽키스의 히트곡 ‘데이드림 빌리버’(Daydream Believer) 등 팝 명곡, 동일본 대지진 피해 난민을 위해 작곡한 ‘희망의 노래’ 등을 수록했다. 12곡 가운데 10곡은 커버곡인데도 남의 노래란 생각이 안 들만큼 프리실라 안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다. 약간의 비음이 곁들여진 청아하고 차분한 목소리는 여전히 듣는 이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다만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탁월한 재능을 떠올린다면 기획앨범보다는 정규앨범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워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석기·김재연 이틀만에 복당쇼?

    이석기·김재연 이틀만에 복당쇼?

    통합진보당이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례대표 부정 경선 논란을 빚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구당권파 측은 이틀 뒤인 25일 중앙위원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복당 안건을 올릴 것으로 알려져 신·구 당권파 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통진당은 이·김 의원의 출당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의원총회를 23일 오전 8시 국회에서 열어 표결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의총에는 김미희·이상규·오병윤 등 구당권파 측 의원들은 전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중도파인 김제남·정진후 의원은 참석 가능성이 높다.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당권파 측 의원들은 의원 13명 가운데 과반인 7명의 표를 확보했다고 판단, 출당 표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구당권파 측은 의총에서 제명 결정이 나면 오는 25일 중앙위에 현장 안건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복당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이 의원 측은 중앙위원 86명 가운데 구당권파 측 46명, 신당권파 측 40명으로 구당권파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제명 이틀 만에 두 의원이 복당되는 ‘정치쇼’가 벌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규 의원 등 구당권파 측은 이날 제명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의총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당규상 중앙위 결의가 이뤄지면 이론상 즉각 복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당권파 이정미 대변인은 “중앙위에서 복당 안건 자체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구당권파를 지지하는 원로사회단체, 노동계, 지방의원 등이 제명 반대 기자회견을 5차례나 잇따라 열기도 했다. 구당권파 김미희 의원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는 보수 언론과 한편에 서서 동료 의원을 정치 살인하는 당사자가 돼서는 안 된다.”며 심 원내대표에게 제명 의총 취소를 촉구했다. 원로사회단체는 의총에도 항의 방문한다는 계획이어서 물리적인 마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식물을 뿌리로 한 인류문화의 유사성 과연 우연일까

    버드나무는 땅이 끝나고 물이 시작되는 지점, 쉽게 말해 물과 뭍의 경계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여기서 ‘물가’는 종종 다른 세계, 예컨대 삶과 죽음의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는 동서양이 비슷하다. 조경학자 고정희가 지은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나무도시 펴냄)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버드나무를 마녀들의 나무라고 부른다. 마녀들이 자신이 속한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통로로 이용한다는 뜻에서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채찍질하는 나무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해리 포터 등 주인공들이 버드나무 둥치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수없이 마을을 오갔던 장면 말이다. 우리나라에 전해 오는 버드나무 관련 이야기들도 대체로 ‘서늘한’ 편이다. 하룻밤 풋사랑을 기다리다 죽은 천안삼거리 능수버들 처녀 이야기가 그렇고, 고구려 시조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를 사랑한 버들꽃 아가씨 ‘유화 부인’ 설화도 애절하다. 특히 이규보의 서사시 동명왕편에 등장하는 유화 부인 설화는 영국 웨일스 지방에 전해져 내려오는 케리드웬 여신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겹친다. 그뿐 아니다. 천안삼거리 능수버들 처녀 이야기는 보헤미아 지방의 젊은 부부 전설과 얼개가 놀랍도록 빼닮았다. 하나의 식물을 두고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는 게 단순한 우연일까. 책은 이처럼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식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16세기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튤립부터 2억 7000만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 온 식물들이 인류의 삶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피고 있다. 수로 부인의 진달래와 마고 여신의 복숭아나무, 심청의 연꽃처럼 우리의 신화와 전설에 담겨 있는 식물은 물론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라는 누명을 쓰게 된 사과나무와 비너스의 눈물이 변해서 생겨난 양귀비, 게르만 족에게서 거의 유일한 나무로 추앙받았던 마가목 등 서구 문화권에서 주목받았던 식물들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자는 헌화가와 함께 전해지는 수로 부인 설화에서 지중해의 플로라 여신이 떠오른다며 식물을 뿌리로 한 인류 문화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태초에 물과 연꽃만이 있었다는 이집트와 인도의 창조신화 또한 놀랍도록 닮아 있고 연꽃에서 솟아오르는 우리의 심청전 또한 재생설화란 측면에서 그와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심청이 연꽃을 타고 지상으로 돌아온 까닭을 치유와 위로를 담당했던 신과 자연의 역할에서 찾으며 인류를 보살펴 온 식물의 넉넉한 품을 강조하는 저자의 분석이 인상적이다. 1만 6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3%내외 성장률 전망에 ‘깜짝 처방’

    3%내외 성장률 전망에 ‘깜짝 처방’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국의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보통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금통위가 12일 이달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도 예상을 뛰어넘은 결정이다.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이달에 금리 인하 신호(시그널)를 주고 다음 달에 행동(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이날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런 예상을 깨고 한은이 깜짝 인하를 감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심상치 않은 경기 하강 때문이다. “13일 나올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 ‘정보’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금통위가 금리 인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숫자’가 나쁘다는 반증”(이재우 BoA메릴린치 상무)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3% 성장이 어렵다는 비관론도 내놓고 있다. ●2분기 성장률 얼마나 나쁘길래 코스피가 한은의 깜짝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급락한 것은 ‘마녀의 심술’(옵션 만기)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과 중국 성장률 부진 우려 등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비정상적인 장단기 금리 역전도 금리 인하를 앞당긴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공조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중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잇달아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가만히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노린 돈들이 국내 시장으로 들어와 환율 하락→수출 경쟁력 약화→경기 하강의 악순환을 부추길 수 있다. 2%대로 내려온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국제유가 하락도 한은의 금리 인하 부담을 덜어주었다. 금리 인하는 돈을 더 푼다는 의미다. 문제는 ‘풀린 돈’이 기업과 가계로 흘러들어 가야 하는데 한은도 이 대목은 장담하지 못한다. 유럽중앙은행이 여러 차례 금리를 내렸음에도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경기 하강세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한은은 0.25% 포인트 금리 인하로 올해는 성장률이 0.02% 포인트, 내년에는 0.09%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봤다. 경기부양 의지를 확실히 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추가인하 여지…‘불통중수?’ 가계 빚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경기 등이 워낙 안 좋아 과거처럼 금리가 내렸다고 무분별하게 빚을 더 내지는 않을 것”(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이라는 의견과 “이미 10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를 더 자극할 수 있다.”(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는 분석이 엇갈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여 부채의 질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김 총재와 인식을 함께했다. 김 총재는 추가 인하 여력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시장에서는 연내 한두 차례 더 인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가 2.75~2.50%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정책수단 비축과 효과 측면에서 신중론도 나온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금리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더 인하하는 것은 오히려 통화정책 효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악화땐 ‘한은 책임론’ 김 총재가 “선제적 대응”을 유난히 강조했지만 과거 ‘금리 인상 실기(失機)’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선제 대응론에 시큰둥해했다는 점과, 지난 10일 김 총재의 청와대 서별관회의 참석을 기준금리 인하로 연결 지은 시장의 해석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는 점에서도 이런저런 뒷말도 나온다. 시장에 금리 인하 시그널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통 중수’라는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김 총재의 ‘분석’과 달리 앞으로 가계 빚 문제가 악화되면 한은은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장기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른 구조조정 지연도 금통위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김재연, 애국가 부르는 자기 사진에 격분해…

    김재연, 애국가 부르는 자기 사진에 격분해…

    당 안팎에서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자신이 애국가를 불렀다고 보도한 신문들을 비난했다. 김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실에 쌓인 어제 신문을 정리하다가 그냥 버리기 아까운 장면인 듯 해서 모아봤습니다.”라면서 주요 일간지들의 1면 사진을 올렸다. 그는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그리고 경향신문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석기, 김재연이 애국가를 불렀다고 큼지막한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게 1면 기사거리인가요?”라고 썼다. 김 의원은 “애국가를 거부한 것도 아니고 부른 것을 가지고 이렇게 큰 사진을 싣다니… 게다가 저는 애국가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적도 없지요.”라며 “전형적인 색깔공세, 종북마녀사냥 프레임이지요.”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애국가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같은 당 이석기 의원과 함께 지난 2일 국회 개원식에서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불렀다. 많은 신문들이 보름여전 있었던 이 의원의 발언 파문을 떠올리며 이 장면을 1면 사진으로 썼다. 김 의원은 경향신문은 별도로 꼬집어 말했다. “총선 다음날 주간경향에서 전화가 와서(부장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은데…) 정기구독을 부탁하며 진보언론을 키워달라고 말하던 게 기억납니다. 이것이 진보입니까? 조선일보(멕시코 정권교체 사진),중앙일보(세종시 출범식 사진)도 어제1면에 이 사진을 싣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이어 “머지않은 날, 삐뚤어진 언론의 보도행태, 특히 진보를 표방하던 언론들의 의도된 오보들을 낱낱이 평가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해서도 밝혀낼 것입니다.”라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판중에 또 국보법 위반 시민단체 간부 구속 논란

    200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인 시민단체 간부가 같은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해당 단체는 “종북 광풍에 편승한 공안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호경)는 2009년 6·15청년학생연대에서 간부로 활동하며 범청학련 남측 본부 홈페이지에 140여건의 이적표현물을 올린 이모(37)씨를 5일 구속했다. 이씨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지난해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이적표현물을 제작·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이씨의 자택과 공익근무지였던 당고개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씨는 2000년 한총련 의장으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돼 2009년 6월 체포됐다. 이씨는 그해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씨가 같은 혐의로 다시 구속되자 이씨가 사무부총장으로 있는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는 “진보세력을 뿌리뽑기 위한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성일 민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이씨가 수배됐던 2009년 활동까지 거론하며 문제 삼고 있다.”면서 “상고심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안 탄압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한 사안으로 정확한 혐의사실 확인은 추후 조사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김재연, 애국가 부르는 사진 보더니 격분해서…

    김재연, 애국가 부르는 사진 보더니 격분해서…

    당 안팎에서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자신이 애국가를 불렀다고 보도한 신문들을 비난했다. 김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실에 쌓인 어제 신문을 정리하다가 그냥 버리기 아까운 장면인 듯 해서 모아봤습니다.”라면서 주요 일간지들의 1면 사진을 올렸다. 그는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그리고 경향신문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석기, 김재연이 애국가를 불렀다고 큼지막한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게 1면 기사거리인가요?”라고 썼다. 김 의원은 “애국가를 거부한 것도 아니고 부른 것을 가지고 이렇게 큰 사진을 싣다니… 게다가 저는 애국가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적도 없지요.”라며 “전형적인 색깔공세, 종북마녀사냥 프레임이지요.”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애국가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같은 당 이석기 의원과 함께 지난 2일 국회 개원식에서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불렀다. 많은 신문들이 보름여전 있었던 이 의원의 발언 파문을 떠올리며 이 장면을 1면 사진으로 썼다. 김 의원은 경향신문은 별도로 꼬집어 말했다. “총선 다음날 주간경향에서 전화가 와서(부장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은데…) 정기구독을 부탁하며 진보언론을 키워달라고 말하던 게 기억납니다. 이것이 진보입니까? 조선일보(멕시코 정권교체 사진),중앙일보(세종시 출범식 사진)도 어제1면에 이 사진을 싣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이어 “머지않은 날, 삐뚤어진 언론의 보도행태, 특히 진보를 표방하던 언론들의 의도된 오보들을 낱낱이 평가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해서도 밝혀낼 것입니다.”라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민주 상임고문 “종북세력 있다면 정치권서 배제돼야”

    문재인 민주 상임고문 “종북세력 있다면 정치권서 배제돼야”

    야권의 유력 대통령 선거 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 참석해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 정치 교체, 시대 교체라는 3대 교체를 이룰 수 있다.”며 대선 승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에서 문 고문은 달변은 아니었지만 시종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말해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이 나왔다.문 고문은 현안별로 정리된 구상을 풀어놨다.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서는 “만일 종북세력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배제돼야 마땅하지만 마녀 사냥식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압도하기 때문에 종북세력의 토양이 약해졌고 있다 해도 문제가 안 될 정도의 극소수일 것으로 봤다. 문 고문은 당내 경선 승리를 자신하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이 이뤄질 경우 “당내 지지 기반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므로 질 수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국정 경험도 없고 정당 지지 기반이 없어 취약하다는 약점도 지적했다. 지지율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크게 못 미치는 것에 대해 그는 “저는 이제 막 시작했고 우리는 후보들이 분산돼 있다.”면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그분 지지를 넘어서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격도 퍼부었다. 그는 “5·16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는 등 역사 인식이 너무 퇴행적”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과의 대선 야권 연대 문제에 대해 문 고문은 1997년, 2002년 대선 때 야권 연대 없이 승리했었다고 강조하고 “야권 연대가 국민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되면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라면서 “진보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달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종북 논란에 휘말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의 부정이 확인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원 자격이 문제 될 수 있다. 그분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고 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보면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해 그는 “같은 지지 기반을 놓고 경쟁하니까 가장 부담이 되는 경쟁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쟁이 훨씬 재밌고 역동적으로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에 나서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신이 친노(친노무현) 주자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친노가 확실하고 친노라는 딱지를 떼고 싶지도 않다.”면서도 “그러나 친노·비노, 호남·비호남으로 구분하는 프레임은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허구의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원을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를 경계했다. 최근 분위기는 문 고문에게 우호적이다. 리얼미터 등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문 고문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면서 당내 다른 후보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차이를 좁히고 있다. 그러나 28일부터 2박 3일간 부산과 거제 등지서 경청투어를 할 문 고문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토론에서도 문 고문이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친·인척 관리 등을 제대로 못 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동반 책임론이 제기됐다. 문 고문이 적극 해명했지만 시원스러운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당내 경선과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문 고문의 책임론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내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 “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 서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만 역할을 했으면 친·인척 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춘규 선임기자·이범수기자 taein@seoul.co.kr
  • 안홍준 “野 지지하려면 이민 가라” 발언 논란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지난 22일 창원 지역 상공인들에게 “대선 때 야당을 지지하려면 이민 가시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의원은 당시 창원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국회의원 초청 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25일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했다. 안 의원은 “요즘 아시죠. 민족해방(NL), 주사파, 종북세력…. 대선 잘못되면 대한민국 선진국(되는 것) 불가능하고 나라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현안도 중요하지만 이번 대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을 마친 뒤 그는 “동의하시면 박수 한 번 치라.”고 박수를 유도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지 않자 “뒤에 계신 분들 동의 안 하시는데 이민 가시라. 이민 가시라고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주통합당은 발끈했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증오의 정치를 퍼뜨리는 안 의원의 망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마녀사냥하듯 야당 의원들을 우리 사회에서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 인사들과 지역 상공인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재밌게 하려고 농담 조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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