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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글에서 ‘잃어버린 세계’ 발견? “동화 속 세상 같아”

    정글에서 ‘잃어버린 세계’ 발견? “동화 속 세상 같아”

    멕시코 정글에 동화에서나 등장할 것만 같은 독특하고 이색적인 풍경이 화제로 떠올랐다. 멕시코를 횡단하는 시에라마드레 산맥 인근에 펼쳐진 이곳은 언뜻 보면 ‘잃어버린 세계’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졌다. 정글 속에 펼쳐진 정원 안에는 각종 신비로운 조각상과 기둥들이 즐비하고, 한쪽에는 작고 아담한 폭포가 보는 이들을 시원하게 한다. 길게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좁고 긴 계단 위로 대나무로 만들어진 정원이 있고, 작은 돌들을 촘촘하게 박아 만든 또 다른 오솔길을 지나면 각종 독특한 석재로 만든 아름다운 터널도 있다. 이 동화 속 ‘잃어버린 세상’의 주인은 영국의 백만장자로 알려진 에드워드 제임스다. 재력있는 예술 후원가로도 유명했던 그는 멕시코의 정글 한가운데에 ‘괴짜스러운’ 조각상들을 모은 공간을 창조했다. 그는 평소에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이용해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나 마그리트 등을 전폭 지원할 만큼, 독특한 예술작품과 예술세계를 선호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원의 가이드는 “에드워드는 20년을 투자해 이 정원을 건설했다. 하지만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며 여전히 최종 디자인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그는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깜짝 놀랄만한 것을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드워드는 이 정원 건설을 위해 수 년 간 자신의 땅에 난초 수 천 송이를 심어 길러왔는데, 1962년 일시적인 한파로 이 꽃들이 모두 시들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에 정원 건설 관계자들에게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멘트 꽃’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주위의 증언에 따르면 그의 상상력은 시멘트 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복합적 구조를 가진 조각상을 직접 디자인하거나 예술적 철학과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창조해내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작업을 ‘재미’로 즐겼으며, 종종 옷을 입지 않고 정원을 거닐고 수풀 사이에서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에드워드는 1984년 이탈리아에서 사망했으며 한때 정원 건설 및 입장이 금지돼 있다가 1990년대에 들어 멕시코 정부가 이를 관광지로 승인하면서 매년 7만 5000명이 찾는 유명한 ‘잃어버린 세계’가 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물구나무서서 韓라면을…희한한 女모델 화제

    물구나무서서 韓라면을…희한한 女모델 화제

    ”혹시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아닌가?” 늘씬한 여성모델이 상반신과 하반신이 뒤집어진 형태로 길거리에 서있는 초현실적인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기묘한 사진은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 패션 사진작가 마르틴 트랑블레(44)의 작품이다. 중국풍 거리에서 지방시(Givenchy),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등 유명의류를 걸친 여성 모델들의 자신감 넘치는 포즈와 시선은 여느 패션 화보와 다르지 않다. 다만 모든 모델들이 거꾸로 서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흡사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데 한 여성 모델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국내 N브랜드의 ‘S컵라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실 해당 사진들은 유명 영국 패션 잡지인 ‘Schön! Magazine’에 정기적으로 게재되는 화보 중 하나로 일명 ‘반 중력(gravity-defying) 촬영기법’으로 촬영된 것이다. 트랑블레는 해당 사진의 촬영법을 이렇게 전한다. 먼저 길거리 배경 사진을 먼저 촬영하고 다시 스튜디오에서 모델 전신 샷, 의류 샷, 신발 샷, 헤어 샷 등을 따로 촬영한 뒤 마지막에 ‘포토샵’으로 합성하는 것이다. 참고로 해당 화보는 사전 준비기간 2년, 후반 보정작업에만 160시간이 쓰였다. 트랑블레는 “이 모든 것은 스스로 만들어낸 아이디어”라며 “정상적인 세계와 뒤집어진 세계를 한 화면에 연출해 이를 연결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미학은 일상의 작은 창조도 섬세함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

    “미학은 일상의 작은 창조도 섬세함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

    한때 이 책을 본 많은 고등학생들이 미학을 전공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말도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진학을 한 뒤에 후회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뒤따른다. 이 책의 저자는 “세월이 흘러 고쳐 쓸까 생각을 했는데, 구성이 너무 촘촘하게 돼 있어 어려웠다”면서 책의 완벽함을 에둘러 설명했다. 올해 출간 20주년을 맞은 ‘미학 오디세이’와 그 저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 이야기다.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출판사 휴머니스트 사옥에서 만난 진 교수는 “미학은 미와 예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생활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미학은 예술을 해부하고 분석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개개인의 일처리 방식에서 일어나는 작은 창조조차 조금 더 섬세한 감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자타 공인 미학 입문서의 대표작인 ‘미학 오디세이’는 일단 그 역할에 충실했다. 1993년 1권을 탈고하고 이듬해 세상에 내놓으면서 대중에게 생소했던 미학을 소개해 확산시켰다. 네덜란드 판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와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조명한 1, 2권은 근대철학의 관점에서 소통의 예술을 이야기했다. 10년 후 낸 3권으로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판화가인 피라네시를 통해 탈근대의 미학을 소개하면서 시리즈를 완성했다. 초판 이후 지금까지 83만권 정도 팔려 나갔고, 여전히 읽힌다. 20주년 기념판에는 미술사가 유홍준의 추천사를 덧대고, 저자의 회고를 담은 ‘나는 미학 오디세이를 이렇게 썼다’가 붙었다. 미학은 여전히 어렵다는 말에 진 교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꺼내 들었다. 산초 판자가 대단한 미각을 가진 자신의 조상에 대해 자랑하는 장면이다. “마을 사람들이 그들에게 포도주 맛을 평가해달라고 했대요. 형이 맛보더니 ‘훌륭한데 끝에 쇠맛이 조금 난다’하고, 동생은 ‘좋은데 끝에 가죽맛이 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비웃었는데 통을 비워보니 바닥에 가죽 끈이 달린 작은 열쇠가 있었다죠.” 남들보다 더 섬세하게 오감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끔 해주는 게 미학이라는 설명이다. 정치논객으로 이름 날리는 요즘이라, 얘기가 정치비평 쪽으로 흘러가자 그는 “논객질을 빨리 접고 싶다. 논객으로 유명해진다고 해서 책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러다가 욕 먹으면 책 판매가 줄어든다”며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에 미학 개론서가 없어서 이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을 끝내면 본격적으로 미학사를 쓸 계획을 세워두었다”면서 미학자로서 본령을 확인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국내여행 | [trekking seoul] 가을, 서울을 거닐다

    국내여행 | [trekking seoul] 가을, 서울을 거닐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서울의 길은 매번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늘 먼저였다. 하지만 더는 미루지 말자. 걷기 좋은 가을이 아닌가. 성곽길 + 홍제동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팔도 각지의 명산마다 둘레길 조성이 한창인가 싶더니 서울에서도 새로운 길이 조성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홍제동 개미마을에서부터 인왕산 성곽길까지, 서울의 어제와 오늘이 녹아 있는 길을 걸었다.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나다 성곽길 성곽길의 존재는 낯설지 않다.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을 잇는 18km의 길로 삼청동, 성북동의 맛집을 찾으러 갔다가 한번쯤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격적인 도보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가 있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산 성곽길이 개방되고, 인왕산 성곽길도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됐다. 서울시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목표로 성곽길을 차례로 정비하고 있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리라. 게다가 성곽길을 오르는 일은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서울이 서울이기 이전, ‘한양’으로 불리던 시절 말이다. 도심 한복판에 14세기 한양 도성을 품고 산다는 것은, 집 안 가장 좋은 자리에 가족사진을 걸어두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뿌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현재의 서울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로 연결된다. 성곽길은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성곽길이 자리잡은 능선은 아무리 높아도 400m를 넘는 곳이 없다. 북악산과 인왕산이 300m, 남산이 200m이고 낙산은 100m에 불과하다. 반나절, 아니 2시간만 할애하면 충분하다. 현재 성곽길은 총 4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이번에 오른 길은 가장 최근에 복구를 마친 인왕산 성곽길이다. 정상은 해발 338m로 성곽길이 있는 산 중에서는 북한산 다음으로 높다.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점점 도시는 멀어지고 자연이 가까워진다. 인왕산 정상에 다다르면 도시는 어느덧 아득해진다. 서울의 상징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청와대와 남산 타워,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물줄기는 물론이고 도심을 감싼 관악산, 북한산, 남산 등도 조망할 수 있다. 꼬불꼬불 휘어진 성곽길 너머로 자연과 도심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며 마주한 성곽길이 인왕산 풍경 속에 녹아들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선을 만들어낸다.▶travie info 성곽길 4구간의 총 거리는 6km이지만 복원된 성곽을 오롯이 걸으려면 자하문에서부터 사직터널까지 걷는 게 좋다. 자하문~사직터널 길은 약 3.5km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직터널에서 출발할 경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사직로를 따라 도보로 10분, 자하문에서 출발할 경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0212, 1020, 7022번 버스로 환승, 자하문고개 정류장에서 하차한다.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인왕산 성곽길에 오르는 다른 길도 있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좀 의아할 수 있겠다. 홍제역은 인왕산 양끝점인 사직터널, 자하문 중 어느 곳과도 가깝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인왕산 등산로를 따라 30분~1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성곽길에 합류할 수 있다. 산책처럼 걷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홍제동 개미마을을 보기 위해서다. 개미마을은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마을이다. 한국전쟁 이후 임시 거처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인왕산 자락에 천막을 치고 살았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미국 서부 인디언 같아 ‘인디언촌’이라고도 불렸다. 물론 지금은 천막이 사라지고 마을의 이름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중 하나다. 임시 거처 대신 판잣집이 들어서고 얼기설기 얽힌 전깃줄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러던 마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한 기업의 후원으로 마을 담벼락에 크고 작은 벽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경사진 마을 벽을 따라 집 지키는 강아지,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 낮에도 밝게 빛나는 밤하늘이 수놓아졌다. 주민들이 내다놓은 화분, 꽃무늬 계단은 벽화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마을에 대한 소문은 입에서 입을 타고 흘러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결국 이 마을을 바꾸어 놓은 건 재개발이 아닌 ‘예술’이었다. 개미마을은 최근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등장하면서 영화 촬영 명소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마을이 유명해졌다고 해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여전히 슈퍼는 하나뿐이고(마을 초입 버스정류장의 동래슈퍼가 유일한 상점이다), 마을버스가 아니면 오고가기 힘든 곳이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요한 개미마을을 떠나며 생각한다. 우리는 단지 잠시 그곳을 들른 이방인일 뿐이라고. 개미마을 찾아가기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에서 07번 마을버스 타고 종점 하차▶travie info 개미마을에서 성곽길 오르기 개미마을 끝에 서면 인왕산 등산로가 나타난다. 인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초입이다. 인왕산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고 가파른 바위도 많다. 산행 내내 기묘한 암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나무 숲의 정경을 관람할 수 있다. 절정은 정상 부근에서 온다. 인왕산의 상징이기도 한 기차바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압권이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청와대 부근과 그 너머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경리단길 + 팔각정 서울의 밤, 불야성의 틈새를 찾아서밤이 길어졌다. 불야성의 도시는 점점 더 밝고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진정 도심에서는 고요하게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거대한 인파가 파도처럼 치고 빠지는 종로와 이태원에서 감히 그런 공간을 찾아보았다. 이 번잡스러운 도시의 틈새를.팔각정 달빛기행 달빛기행이라는 것이 있다. 달이 꽉 찬 보름 무렵에 서울 4대 고궁을 활보하며 야경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탓에 고즈넉한 야경 감상은 말할 것도 없고 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9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창경궁 달빛기행은 1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고 한다. 이쯤 되면 나만의 달빛기행을 개척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팔각정은 어떨까.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올라가며 드라이브를 하고 팔각정에서 야경을 즐기는 코스는 최고의 데이트로 꼽힌다. 팔각정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로 서울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불구불 긴 도로를 거슬러 올라온 뒤라 도심이 제법 멀어져 있다. 망원경을 한번 잡으면 한동안 손에서 떼지 못하는 이유다.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 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 담은 추억이 1년 후 시간의 세례를 거쳐 도착하게 될 것이다. 팔각정에 이르기 전 부암동에서의 데이트는 덤이다. 부암동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에서부터 색색의 손만두로 유명한 ‘자하손만두’ 등 가볼 만한 곳이 지천이다. 그러나 행여 소화를 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북악스카이웨이를 걸어 오르겠다고 했다간 도중에 오도가도 못하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특히 밤에는 길이 제법 어둑어둑하니 차량을 이용할 것. 여백의 야경이 주는 맛 경리단 길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소월길’이었다. 고요한 밤 여유롭게 산책하기 원한다면 이 길만한 곳도 없다.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경리단 길로 내려가기 전에 잠시 들르면 좋다. 꼼데가르송 건물 옆 나무데크를 따라 소월길에 오르면, 빽빽한 나무 사이 좁다란 길이 이어진다. 인적도 드물고 소리도 차단되어 마치 세상과 격리된 기분마저 든다. 드문드문 보이는 가로등만이 불빛의 전부.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처럼 이질적이고도 환상적이다. 그러다가 길을 빠져 나오면 시원하게 쭉쭉 뻗은 6차선 도로에서 차들의 불빛이 일렁인다. 여기서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며 경리단 길로 진입할 수 있다. 경리단 길에는 오래전부터 이곳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가야랑’이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의 이름이 됐을 정도로 전통 있는 집이다. 지금은 전라도식 한정식을 내놓는 ‘호남정’으로 바뀌었지만 각종 세계 음식점 사이에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맞은 편 ‘비스테카’도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난 곳이다. 비스테카는 이탈리아어로 ‘스테이크’라는 뜻이다. 특히 이곳의 디저트인 티라미스는 맛있기로 유명해 이 티라미스만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한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배불리 먹고 난 뒤엔 야경을 즐길 차례다. 비스테카에서 조금 아래 위치한 마을버스 정류장에 서면 해방촌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모인 주택가의 불빛은 화려하지도 눈부시지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다. 가만히 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오랜 시간 무수한 곡절을 겪어 온 해방촌 마을의 이야기가 속닥거리는 것만 같다. 연남동 둘레길 발견하는 골목의 재미그 어느 곳보다 소박한 동네가 있다. 스스로 ‘둘레길’이라는 이름을 단, 연희동의 남쪽 연남동이다. 홍대에는 없는 이야기, 둘레여서 더 매력적인 연남동 골목을 구석구석 기웃거려 보자.얼마 전부터 들려오는 소식. 홍대 앞 예술가들이 떠나고 있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근 상수동, 합정동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연남동도 그중 하나다. 크고 화려한 건물 대신 그들이 선택한 곳은 골목 사이사이의 작은 건물들이다. 세탁소 옆에 갤러리가, 주택가 사이에 비누공방이, 문 닫은 재래시장 건물에 카페가 문을 열었다. 시장 골목의 착한 커피 커피 리브레 ‘착한 커피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조그맣게 세운 입간판을 제외하면 간판도 없다. 미닫이로 된 낡은 뒷문에는 ‘혼수이불’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고 한약방에서 약재를 보관하던 수납장은 원두 진열대가 됐다. 아이스커피든 우유가 들어간 커피든 가격은 4,000원으로 동일하고 원두를 사면 그나마도 무료다. 주인장이 직접 산지에서 커피를 사와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으니 착한 커피집이 맞다. 인테리어나 홍보에서 거품을 뺀 대신 커피 맛은 발군이다. 특히 향긋한 원두 향미를 잘 살려낸 카페라떼가 추천 메뉴. 영업시간 오후 1시~오후 9시 휴무 매주 월요일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227-1 문의 02-334-0615허름해서 더 매력적인 툭툭 누들타이 툭툭 누들타이는 홍대 인근 거주자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곳이다. 어두컴컴한 실내 천장에 커다란 팬이 돌아가고 있고, 오픈 키친에서는 태국인 주방장들이 요리에 열중해 있다. 적당히 허름한 테이블과 의자는 태국 여행의 기억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인기 메뉴인 팟타이에 라오맥주를 곁들이면 최상의 궁합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태국 요리에 쓰이는 소스도 판매한다. 팟타이 9,000원, 뿌님 팟퐁커리 2만4,000원. 영업시간 낮 12시~밤 11시 휴무 매주 월요일, 매월 세 번째 일요일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37 B1 문의 070-4407-5130227-17번지로 GO! 피노키오책방+은나비공방 동진시장 골목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세탁소, 그 뒤편에 재미있는 공간이 있다. 북디자이너의 작업실 ‘형태와 내용 사이’, 동네 책방 ‘피노키오’, 액세서리 가게 ‘은나비공방’이다. 이 세 가게가 모여 있는 건물이 바로 227-17번지다. 그중에서도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만을 판매하는 피노키오책방은 연남동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곳. 만화방에는 없고, 서점에서는 비닐에 싸여 있어서 읽을 수 없었던 책들을 이곳에서는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심지어 아예 바닥에서 편하게 읽으라고 인조잔디를 깔아놓았다. 은나비공방은 상담과 예약이 필요하다. 주로 은을 이용해 주문 제작하는 이곳은 철저히 사전주문으로 제작되며, 홍대 프리마켓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17 문의 피노키오책방 070-4025-9186, 은나비공방 070-8627-9254 낮술 한잔 할까요 토끼바 동진시장 골목에 채 진입하기 전, 토끼바라는 이름의 독특한 가게가 있다. 풀네임은 ‘토끼바: 바닥병 가끔은 제정신’. 수상한 이름의 기원은 두 주인장에게서 나온 것. 홍대에서 각기 ‘바닥’과 ‘병’이라는 가게를 운영했던 그들이 연남동과 연희동으로 자리를 옮겨 ‘토끼바’와 ‘가끔은 제정신’을 운영했다. 그 이름들을 다 갖다 붙여 만든 게 지금의 토끼바다. 간판 밑에는 아무렇게나 써 놓은 ‘낮술’ 두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낮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벌러덩 드러누워도 전혀 눈치볼 필요가 없다. 호프냉장시스템을 도입하여 언제나 신선한 맥주를 제공한다. 다크에일의 이름은 ‘몸’. 바이젠 맥주의 이름은 ‘마음’이다. 하우스맥주 6,000원, 안주 1만원대. 영업시간 오후 1시~밤 12시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383-93 문의 010-9838-5768 메뉴판 없는 레스토랑 Grammo “예약은 필수, 메뉴는 날마다 다릅니다.” 이탈리안 파스타, 프렌치 가정식, 스페인 오믈렛 등 유럽 가정식을 기반에 둔 그람모 키친은 메뉴판이 없다. 그날의 메뉴는 SNS를 통해 공지한다. 당일의 신선한 재료를 기반으로 메뉴를 결정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더 이상 만들지 않기 때문. 식전에는 파티셰가 직접 구운 호밀빵과 오렌지꽁포트를 제공한다. 감자 뇨끼(파스타의 일종)를 주문하니 “강원도에 계신 아버지께서 직접 재배한 감자 100%로 만든 뇨끼”라고 알려준다. 평일에는 단품 요리만, 월요일에는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최병구 셰프의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런치 코스는 2가지 메인요리, 디너 코스는 3가지 메인요리가 제공된다. 1만9,000원, 꼬꼬뱅 2만2,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39-29 문의 010-5146-3030짜장면 없는 중국집 연남동 차이나타운 예전에도 연남동은 그리 낯선 동네는 아니었다.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식당이 작은 차이나타운을 이루고 있어 대만식, 중국식 가정식을 맛보기 위해 알음알음 찾아오는 동네였다. ‘락락’, ‘향미’, ‘하하’, ‘띵하우’ 등은 2대, 3대에 걸쳐 제대로 된 ‘요리’를 선보인다. 대만식 우육탕면을 맛보고 싶다면 향미로,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군만두가 당긴다면 하하로, 식사 후 간단히 한잔 하고 싶을 때는 저녁에만 띵하우로 향하면 된다. 정식 요리는 1만원대며, 간단히 맛을 보고 싶을 때는 5,000원 미만의 요리를 시키면 술안주로 적당하다.커피의 맛, 책의 향기 The Story Book Cafe 연남동 주민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문을 연 지 갓 한 달된 북카페가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더 클래식 세계문학전집’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미르컴퍼니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로 모든 책을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자기계발서, 인문서적, 여행 에세이 등도 꽂혀 있지만 문학서적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말소리도 음악도 거슬리지 않는 편안한 공간이어서 세계문학 전집을 독파해 보겠다는 야심을 실현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메리카노 2,900원. 영업시간 평일 오전 9시~밤 10시30분, 주말 낮 12시~밤 10시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39-18 오색 지하보도의 변신 연남지하보도 연남동보다 더 낱낱이 파헤쳐 보고 싶다면 연남지하보도에서 길을 시작할 것. 어둡고 칙칙한 지하보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여행자를 맞아들인다. 지하보도를 지나 연남동 주민센터까지 산책하듯 걸어간다. 초행이어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 방향이 아리송해질 무렵이면 작은 카페들이 나타나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연남동에는 한적한 동네를 예쁘게 수놓는 카페들이 퐁당퐁당 자리하고 있다. 지하보도의 약도를 떠올리며 골목을 헤매는 것도 좋다.글·사진 Travie writer 전은경
  • “아이언맨보다 매력적… 로다주 긴장해야 할 겁니다”

    “아이언맨보다 매력적… 로다주 긴장해야 할 겁니다”

    “영화 ‘아이언맨’ 같은 영웅담이지만 훨씬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배우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긴장해야 할 겁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한지상(31)은 재치 있는 발언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프랑스 혁명기의 영웅담을 소재로 다음 달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 그는 배우 박건형, 박광현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됐다. 안방극장으로, 스크린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두 배우들한테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선명한 이목구비, 강렬한 눈빛에서 뿜어나오는 그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스칼렛 핌퍼넬’은 영국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낮에는 영국의 한량 귀족 퍼시로, 밤에는 로베스 피에르 공포정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결사대의 수장 스칼렛 핌퍼넬로 이중생활을 하는 영웅의 이야기다. 프랑스의 여배우 마그리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퍼시는 마그리트를 프랑스의 첩자로 오해하면서 돌아서고, 로베스 피에르의 수하인 쇼블랭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한지상은 주인공 캐릭터를 ‘완벽하진 않지만 개성 있는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한량 귀족이면서 능구렁이 같은 퍼시는 모두가 우러러볼 영웅은 아니에요. 하지만 악에 맞서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뻔한 영웅담을 풀어놓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있어요.” 또한 사랑에 빠져 앞뒤 가리지 않고 헌신하다 배신으로 뒤통수를 맞는, 지금까지의 영웅담과는 달리 로맨틱한 부분이 유달리 많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빚어낼 스칼렛 핌퍼넬은 어떤 매력일까. 그의 새 무대에 특히 여성관객들이 거는 기대는 뜨겁다. 9일 막 내리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예수를 배반하고 고뇌에 빠지는 유다 역으로 크게 호평을 받았다. 섬세한 내면 연기, 폭발적인 가창력에 여성 팬들은 “‘한유다’의 섹시함에 정신줄을 놓았다”며 열광하고 있다. 대형 뮤지컬 스타 등극이 눈앞의 현실이 됐는데도 그는 오히려 덤덤하다. “인터넷 검색은 잘 하지 않아요. 그냥 주변사람들이 얘기해주니 아는 정도예요.” 분명한 사실은 ‘지저스’가 그를 배우로 우뚝 세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맡은 캐릭터를 제가 원하는대로 표현해도 거리낌이 없게 됐다고 할까요.” 천상 배우인 듯 재능이 넘쳐나는 그이지만 고교시절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수줍은 성격에 모범생 소리만 들었다. 그러다 “공부가 아닌, 내 속의 무언가를 끌어내는 일을 하고 싶어” 성균관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 후 대학교 2학년이던 2005년 시험 삼아 뮤지컬 ‘그리스’ 오디션을 보러 갔다 덜컥 합격해 무대에 데뷔했다. 배우라는 이름표가 좋아 군복무를 할 때도 무대(서울경찰홍보단 호루라기연극단)를 떠나지 못했다. ‘넥스트 투 노멀’ ‘서편제’ ‘환상의 커플’ ‘완득이’. 최근 2년여 쉬지 않고 다작을 하면서 스스로 일중독자가 된 느낌도 든다. 그런 그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처방이 무엇일지 물었다. 역시, ‘배우 중독’ 증세가 심각하다. “미치도록 한 여인을 사랑하는, 세상에 다시 없는 로맨티시스트 연기를 해보고 싶네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스칼렛 핌퍼넬’ 16년만에 공연

    프랑스 혁명 이후 로베스 피에르가 정권을 장악한 18세기 말, 1년 동안 1만명 이상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공포정치가 펼쳐진다. 영국 귀족 신분인 퍼시는 친구들과 비밀결사대 ‘더 리그’를 결성, 낮에는 귀족으로 밤에는 혁명가 ‘스칼렛 핌퍼넬’로 활약한다. 퍼시는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마그리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혁명의 여파로 마그리트의 가족들이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퍼시는 마그리트를 프랑스의 첩자로 오해한다. 한편 더 리그와 핌퍼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로베스 피에르의 수하 쇼블랭은 핌퍼넬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면서 퍼시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영국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이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6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음악은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했다. 18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18세기 프랑스를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의상과 무대가 볼거리다. 퍼시 역에 박건형·박광현·한지상, 마그리트 역에 김선영과 바다가 열연한다. 7월 6일~9월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5만~13만원. (02)1577-336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13년 만에 이룬 꿈 ‘마그리트’ 김주원

    13년 만에 이룬 꿈 ‘마그리트’ 김주원

    ‘목선이 아름다운 발레리나’ 김주원이 애절한 사랑을 그리는 여인으로 돌아온다. 김주원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서 홀로서기를 선언한 지 9개월 만에 오르는 무대는 ‘마그리트와 아르망’.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13년 만에 이루어진 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영국 로열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프레데릭 애쉬튼(1904~1988)이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했다. 애쉬튼은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처연한 사랑 이야기를, 그의 뮤즈이자 20세기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과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에게 헌정했다. 폰테인이 사망한 뒤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다가 당대 최고의 무용수로 꼽힌 파리오페라발레 출신의 실비 길렘(48)이 20년 만에 부활시켰다. “2000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길렘과 니콜라 르 리시가 올린 공연을 보고 빠져들었다”는 김주원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에 맞춰 이야기를 전달하고 안무를 풀어내는 것이 정말 대단했다”고 떠올렸다. “35분짜리 단막작이지만 함께 올라간 다른 작품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강렬했고, 길렘의 연기는 ‘난 영원히 마그리트를 못할 거야’라고 느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마그리트는 줄리 켄트(아메리칸발레시어터), 니나 아나니아쉬빌리(그루지아발레단) 등 세계적인 프리마 발레리나만 연기했다. ‘폰테인을 위한 헌정 공연’이라는 의미가 짙어 로열발레단이 쉽게 공연을 허락하지 않는 탓이다. 김주원은 지난해 말 프로필과 공연 영상, 함께 공연한 무용수들의 평가까지 발레단이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어 보냈고, 결국 얻어냈다. 동양인 발레리나로서는 처음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김현웅(워싱턴발레단)은 아르망 역을 맡아 오랜만에 국내 팬을 만난다. 볼쇼이발레단과 로열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던 이렉 무하메도프를 비롯해 황혜민·엄재용·한상이(유니버설발레단), 윤전일(루마니아 국립오페라발레단), 이원철(전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오른다.공연은 4월 5~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517-024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피카소 그림 등 명작 7점 네덜란드 미술관서 도난

    피카소 그림 등 명작 7점 네덜란드 미술관서 도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퀸스트할 미술관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해 피카소와 모네 등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 7점이 무더기로 도난당했다고 AFP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테르담 경찰 대변인은 “오전 3시쯤 작품을 도난당했으며 철저하게 준비된 범행으로 보인다.”면서 “누가 어떤 경로로 들어오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를 찾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라진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광대의 초상’(그림) ▲앙리 마티스의 ‘희고 노란 옷을 입은 책 읽는 여인’ ▲클로드 모네의 ‘런던의 워털루 다리’와 ‘런던의 채링 크로스 다리’ ▲폴 고갱의 ‘약혼녀라 불리는 열린 창 앞의 여자’ ▲마이어 데 한의 ‘자화상’ ▲루치안 프로이트의 ‘눈을 감은 여인’ 등 모두 7점이다. 해당 작품들은 지난해 사망한 네덜란드의 대부호 빌럼 코르디아가 설립한 트리톤재단의 소유로 창립 20주년을 맞아 퀸스트할 미술관에서 19~20세기 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특별전시회를 기획했으며 지난주부터 일반인에게 그림을 공개해 왔다. 트리톤재단은 과거에도 화가 1~2명의 그림을 전시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모든 화가의 그림을 동시에 전시한 것은 처음이다. 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 가운데는 도난당한 6명의 화가 작품 외에도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마르크 샤갈, 로이 리히텐슈타인, 피에트 몬드리안, 마르셀 뒤샹, 르네 마그리트, 오귀스트 로댕, 앤디 워홀의 그림 150점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퀸스트할 미술관 측은 이날 국영 라디오를 통해 “범인이 미술관에 침입한 즉시 비상벨이 울렸지만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도망쳤다.”면서 “도난된 미술품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우리 집 안방의 언론과 언론파업/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우리 집 안방의 언론과 언론파업/신동호 시인

    옛날 신문지에서 풍기던 휘발유 냄새는 왠지 새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아버지 손에 전달하기 전에 나는 갓 배달된 냄새로 세상을 읽었다. 흑백사진 속의 현장들은 대문 밖 일들에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신문을 펼쳐든 아버지는 또 얼마나 근사했던가. 하루종일 작은 가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아버지였지만 세계와 소통하는 듯 보였다. 그 풍경이야말로 어른들의 영역이라 여겼고 지금도 나는 버릇처럼 신문을 펼쳐든다. 그 안에 진실과 새것이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면서 말이다. 고백하자면, 대학생이 되어서 운동권이 된 것은 1980년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그해 봄의 기억은 온통 걱정이던 어른들의 얼굴이다. 여순사건과 6·25전쟁을 지나온 아버지는 특히 더했다. 불안한 아버지의 등 뒤에서 건너본 신문지 1면. 폭동, 간첩, 내란과 같은 단어들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러나 대학에서 만난 1980년 5월의 진실은 너무나 기가 찼다. 계엄철폐를 외치던 학생들을 향한 발포,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민들과 벌인 끔찍한 전투. 어렵게 들어간 학보사를 그만두고 나는 금서였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와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었다. 활자와 전파를 매체로 진실을 보도하는 저널리스트, 기자의 꿈도 그때 접고 말았다. 진실의 그릇이라고 끊임없이 언론을 짝사랑하면서 동시에 의심하는 악습까지 얻었다. 그로부터 삼십 몇 년이 흘렀다. 지금도 정부는 나치독일의 괴벨스같이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기자들은 견디다 못해 파업을 하고 있다. 거짓말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기술로 괴벨스는 히틀러의 환심을 샀다. 언론을 정치에 이용한 최초의 인물로, 괴벨스는 대중들의 증오를 한없이 가중시켜 결국 국가를 파멸로 몰아갔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이런 행동이 2012년 서울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그리트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을 통해 보는 것을 경계하라 했다. 현대사회는 안방에서 세계와 삶을 본다. 보는 삶에 현혹되면 나의 삶은 세계의 부산물에 불과해지기 쉽다. 가난할수록, 지식이 충분하지 못할수록 활자와 매체에 더 지배되고 거짓에 더 노출된다. 마그리트는 그래서 보는 것보다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식을 쌓은 기자의 양심이 중요한 건 이런 까닭이지 싶다. 알 기회가 없고 언론이 진실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범부들에게 우리 언론이 괴벨스와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 또한 그들이다. 흥미 경쟁으로 치닫던 ‘경마저널리즘’과 뉴스 결정권자가 취사선택하여 내용을 왜곡하는 ‘게이트키핑’은 시청자를 우매하게 만들었다. 없는 사실을 생산하고 쟁점을 만들어 대중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몰아가는 언론의 모습은 독자를 지치게 만들었다. 권력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소위 진보언론들조차 이런 행동을 따라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실로 언론의 위기는 정부의 탓만도 아니다. 여기에 디지털의 발전이 극적으로 더해졌다. 디지털 문화가 가져온 쌍방향성, 다방향성은 단일한 시선에 대한 도전이며 기성 언론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다. 이제 안방에서 몇몇 아버지들은 스스로 세상을 읽고 뉴스를 생산한다. 소셜네트워크 안에서는 능동적인 행동을 통해 복합적인 시선이 시시각각 부딪친다. 등 뒤에서 아버지의 신문을 넘겨보던 아들도 나름대로 자기의 시각으로 가세하며 사건의 생산자가 곧 뉴스의 생산자인 경우도 많아졌다. 기성의 언론은 다종다기한 시선과 경쟁해야 하는 이 상황을 억지로 외면하고 옛 향수에 젖어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여전히 언론이 우리의 안방에 진실을 전달해 주길 바란다. 서로 각자인 세계를 연결하고 분석하며 그 의미를 집어낼 수 있는 이들은 기자들이다. 관청이 먼 서민들의 입이 되어 줄 이들도 그들이며 저 깊숙이 감춰진 정보를 캐낼 수 있는 것도 그들뿐이다. 하루빨리 기자들이 제자리에 돌아와 진실과 새것을 알려주면 좋겠다. 그때 나도 아들 앞에서 위엄 있게 신문지를 펼쳐 읽고 싶다.
  • “살 사람이 없어서…” 45억원 유화 강탈 2년여만에 돌아와

    “살 사람이 없어서…” 45억원 유화 강탈 2년여만에 돌아와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45억원 상당 작품이 박물관에서 도난당했다가 매수자를 못 찾아 2년 만에 되돌아왔다. 브뤼셀 르네 마그리트 박물관의 큐레이터 앙드레 가리트는 지난 6일(현지시간) 2009년 9월 박물관에서 강탈당한 마그리트의 1948년 작 누드 유화 ‘올랭피아’를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보험회사와 일하는 전문가와 접촉해 조건 없이 돌려주겠다고 해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도난 당시 최대 300만 유로를 호가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는데,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워낙 유명해 매수자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강탈 당시 2명의 강도 중 한 명은 아시아인이었으며 한 사람은 프랑스어를, 다른 사람은 영어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은 이 작품을 다시 전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AFP 등 외신들은 전했다. 이 박물관은 마그리트가 24년간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한 자택에 마련됐으며, 그림 외에도 약 100점의 유품과 문서들이 소장돼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세상과의 원초적인 교류 ‘느낌’

    나 이외의 타자와 갖는 원천적인 교감인 ‘느낌’에는 철학이란 말이 종종 붙는다. 굳이 철학이란 말을 붙이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감각의 생리적인 작용에 머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느낌을 잘 쓴다면 나와 남에게 충분히 유용한 것이고 세상과 알차게 교류하는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의가 아닐까. 그러면 과연 느낀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느낌의 태동부터 작용, 세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느낌의 모든 것을 중·고교생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느낀다는 것’(채운 지음, 너머학교 펴냄). 저자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뒤 잠시 교사로 근무하다 미술사를 공부해 지금은 연구공간 수요+너머 남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 미술사에 천착하는 전문가답게 40여점의 동·서양화를 비롯해 문학, 음악, 만화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동반해 느낌의 정의를 쉬운 글과 화법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보는 느낌은 생각과 학습 이전에 일어나는 세상과의 원천적이고도 근본적인 교류다. 그것은 바로 살아 있다는 것의 증거이고 앎 이전의 문제요, 앎 밖에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생각하고 말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능력이자 서로 나누면 열 배, 만 배로 커지고 즐거워지는 게 바로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느낀다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예술가들은 바로 ‘느낌의 달인’이라고 짚는다. 적어도 일반인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기보다는 더 잘 느끼는 사람이란 뜻이다. 사과를 그리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었던 사과를 모두 잊었다는 세잔이며,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계를 버젓이 한 화면에 담은 르네 마그리트, 나무와 곤충의 마음을 읽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 나우시카를 비롯한 숱한 예술인이며 음악가, 종교인, 철학자의 일화들이 아주 편하게 소개된다. 느낌의 달인은 비단 예술가들만의 영역과 경지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만물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감에 충실한 채 눈에 안 보이는 미세한 징후까지 민감하게 느끼고 다른 세계를 전달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문득 자신과 세상의 변신을 꿈꾸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비움을 통해 제 시선에 머물지 않는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소통과 흐름을 일궈 낸다는 주장이다. 1만 2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서울시립미술관, 베르나르 브네 작품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베르나르 브네 작품 전시

    예술작품이 농담으로든 진담으로든 ‘설(說) 풀기’라 불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미의 풍부함 때문이다. 같은 작품을 두고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저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설 풀기’를 부인하는 프랑스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오는 4월 14일까지 열리는 ‘베르나르 브네-페인팅 1961~2011’전이다. 브네의 작품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원호 모양의 철 조각 설치작품들. 국립현대미술관 등 많은 곳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브네의 회화작품에 집중한다. 초기작에서 후기작까지 모두 40여점을 내걸고 브네의 그림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추적하는 방식이다. 브네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적나라하게 쓰여 있는 수학공식. 작품 제목도 ‘정사각형의 대각선 계산’, ‘y=2×2+3×-2’ 등 작품에 그려진 수학공식 그대로다. 버젓이 파이프를 그려 놓고는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어둔 벨기에 화가 르네 마그리트와 대조된다. 전소록 학예사는 “브네는 구상, 추상 같은 기존 구분을 넘어선 작품을 추구했으며 가장 간단명료하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한 화가”라고 설명했다. (02)2124-88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남동길, 어디까지 가봤니?

    한남동길, 어디까지 가봤니?

    길에도 생성과 소멸의 법칙이 작용한다. 요즘 가장 뜨는 길은 서울 한남동의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부터 이태원역까지 2차선 도로다. 앞서 명성을 얻었던 신사동 가로수길은 주차공간 부족과 주말이면 발에 치이는 온라인 쇼핑몰 화보 촬영으로 뒷골목까지 ‘세로수길’로 불릴 만큼 비대해졌다. 2008년 5월 국내 최초로 컵케이크 전문점 ‘라이프 이즈 저스트 어 컵 오브 케이크’를 한남동에 연 이샘씨는 “이태원과 연결된 한남동은 외국인이 많아 새로운 문화가 편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며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상점들이 좀 더 한가로운 한강진역 쪽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제일모직이 옛 월간미술 자리에 연 ‘꼼데가르송’은 변화된 한남동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68)가 만든 브랜드 ‘꼼데가르송’은 프랑스어로 ‘소년처럼’이란 뜻인데 여성이 언제까지나 소년처럼 귀엽게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가와쿠보의 패션 철학이 담겨 있다. ●패션매장, 예술이 숨쉬는 젊음의 거리 전체 5층의 매장은 계단 없이 터널로 꼼데가르송의 13개 브랜드를 연결한다. 지하 1층은 갤러리, 지상 1층에는 유기농 건강식 카페가 운영된다. 제일모직의 김하리 차장은 “젊은 길거리 패션을 표방하는 ‘플레이’는 10만원대, 패션쇼 무대에 소개된 꼼데가르송 재킷은 150만~250만원대로 20~30대 건축가, 디자이너 등의 관심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번 가을·겨울을 겨냥한 꼼데가르송 패션의 특징은 인체의 근육, 장기 등을 패딩(충전재)을 사용해 외부로 표현한 것. 울룩불룩한 패딩 장식이 부담스럽다면 찍찍이로 마감한 안감 주머니에서 떼어내면 된다. 한남동이 고급스러운 예술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 데는 2004년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역할이 크다. 리움은 2년 만에 기획전 ‘미래의 기억들’을 열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말이면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부부가 많고 기자가 찾았을 때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일본인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사실 리움이 생기기 전의 한남동은 국제학교가 있는 주택가였다. 이태원에 오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한식당과 상점만 있었다. 하지만 리움이 생기면서 건너편에는 디자이너 최정화가 만든 대안 전시공간 ‘꿀’(전화 070-4127-6468)이 들어섰고, 올 초에는 복합문화공간 ‘테이크 아웃 드로잉 한남동’도 생겼다. ‘꿀’은 현재 연극 공연과 설치미술 조성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월요일을 제외하면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카페·레스토랑, 그림같은 한접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심상찮다. 우선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 수석주방장을 지낸 에드워드 권이 대중적인 레스토랑으로 만든 ‘더 스파이스’가 한강진역 3번 출구 앞에 있다. 점심이 2만~4만원대로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육중해 보이는 검은 출입문은 살짝 부담스럽다. ‘더 스파이스’ 바로 옆의 화랑처럼 보이는 검은색 건물은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제과·제빵그룹 SPC가 운영하는 디저트 갤러리 ‘패션 5’다. 1층은 빵가게, 2층은 식당으로 운영되는데 살바도르 달리의 입술 소파, 르네 마그리트 벽면장식 등으로 내부를 꾸몄다. 대형 벽돌가마를 놓고 푸딩, 나이테 모양의 독일 정통 케이크 바움쿠헨 등을 직접 구워 판매한다. 한남동 거리가 뿜어내는 신선한 예술 에너지로 지루한 일상에 활기를 넣어볼 일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연극리뷰] ‘코끼리에 관한 오해’

    [연극리뷰] ‘코끼리에 관한 오해’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코끼리에 관한 오해’(장익렬 연출, 극단 숲 제작)는 작가의 말마따나 ‘호접몽(胡蝶夢)’이다. 무대는 폐쇄된 다락방. 다락방이라는데 어디 한 곳 창문 하나 붙어 있지 않다. 입구마저 너무 좁아 천천히 기어다녀야 할 판이다. 그 문은 바깥에서 거대한 쇠사슬로 묶였는지, 엄마가 드나들 때마다 쇠사슬을 풀고 묶는 소리가 요란하다. 색깔은 검은색과 회색 톤이 주종을 이루는 무채색이다. 그러다 보니 유난히 붉은색이 눈에 띄는데, 붉은색은 딱 세 곳에 쓰였다. 엄마의 입술, 소설을 쓰는 아들의 원고지, 엄마가 아들에게 선물로 손수 짜주려는 스웨터. 엄마는 자신의 뱃속에서 스웨터 짤 실을 뽑아낸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함께 혈연과 혈연의 의무감이 낳는 폭력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엄마는 바깥 세상은 모두 썩었고 다락방이야말로 유일하게 순결한 공간이라 믿기에 지독히도 사랑하는 아들을 다락방에만 가둬 둔다. 아들 역시 그런 엄마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코끼리라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찾아온다. 연미복 차림의 신사들이 쏟아지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기억하는지. 꼭 그와 같은 인물인데, 엄마에게서 벗어나라고 아들을 부추긴다. 여기에 넘어간 아들은 끝내 엄마를 제 손으로 죽이는 파국을 맞이하는데, 죽어 가며 엄마가 지르는 외마디에서 기가 막힌 반전이 시작된다. 엄마는 4년 전에 이미 죽고 없단다. 알고 보니 아들이 죽인 것은 엄마가 아니라 코끼리였다. 이때부터 영화 ‘메멘토’ 때처럼 관객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코끼리와 엄마는 아들의 내면에서 싸우던 두 개의 자아였던가. 회색빛 우중충한 다락방은 그런 두 자아가 충돌했던 내면 세계였고 쇠사슬은 외부와 차단된 병적인 심리 상태를 나타냈던 것이었다. 결국 죽인 것이 코끼리라는 것은 스스로 성장을, 혹은 살인을 거부한다는 뜻이었을까. 잠재의식 속에 숨겨둔 모친 살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밤마다 꾸는 꿈이었던 셈인가. 다락방 바깥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동굴 속 울림소리처럼 처리된 것은 꿈결에 들었던 바깥 소리였던가. 2007년 제9회 옥랑희곡상 자유소재 부문 당선작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불과 1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임에도 상징적인 대사와 행동이 촘촘히 박혀 있어 극의 밀도가 대단히 높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내면의 상처 치유하는 법 나누고 싶어”

    “책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나누고 싶었어요.” ‘서늘한 미인’, ‘예술가의 방’ 등의 저서를 통해 미술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자랑해온 김지은(40) MBC 아나운서가 이번엔 자기계발서 ‘나를 더 사랑하는 법’(앨리스 출간)을 내고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는 특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영화감독 미란다 줄라이와 행위예술가 해럴 플레처가 2002년부터 7년 동안 전 세계 5000여명의 네티즌들에게 낯선 사람의 손을 잡고 사진 찍기, 과거의 나 자신에게 충고하기 등 총 70여개의 과제를 내주고 인터넷에 올린 결과물을 추린 책이다. 응답자들은 과제를 따라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내면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2007년부터 미술 시장과 경매 등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뉴욕 크리스티 대학원에 입학했던 김 아나운서는 유학 시절 우연히 이책을 발견하고, 2년간 틈틈이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엔 자기 계발서라 관심이 없었는데, 읽어 보니 공중에서 나를 비추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 나온 대로 사진을 찍기 위해 낯선 외국 사람과 손을 잡고 보니 서로 공통점을 찾는 ‘아는 사이’가 되었고, 과거의 자신에게 충고를 하면서 아직도 변하지 않은 현재의 내면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됐죠.” 그는 번역하면서 5000여명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게 됐고, 지난해 한국에서도 15개 과제에 600여명의 응답을 엮은 ‘나를 더 사랑하는 법’ 한국편도 함께 펴냈다. 한국편에는 휴대전화에 늘 간직하고 있는 문자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늘 다니는 나만의 길에 대한 이야기 들려주기 등의 과제가 담겼다. “책을 만들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미처 하지 못한 말이나 주변의 오해 또는 억울한 일, 사랑으로 인한 상처로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 역시 한동한 이혼의 상처로 힘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치유를 받았어요.” 어린 시절 르네 마그리트의 ‘투시력’이라는 그림을 보고 줄곧 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앞으로도 예술을 통해 세상을 보고,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책을 번역하다 보니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제 책을 통해 나이가 들면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분들이 큰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옛 대우빌딩 세계최대 미디어아트 건물로

    옛 대우빌딩 세계최대 미디어아트 건물로

    오후 6시 사방은 깜깜한데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건물(옛 대우빌딩)은 환하게 빛난다. 굵고 검은 선으로 단순화된 현대인들이 건물 외벽의 전면 위를 걸어다니고, 르네 마그리트의 ‘우산을 쓴 사람’이 줄줄이 외벽을 타고 내린다. 서울역에서 빠져나온 시민들은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도시의 장관을 담는다. ●줄리언 오피·양만기 비디오작품 등 상영 서울스퀘어의 모든 공공미술을 시공한 가나아트갤러리 측은 23일 “작품을 선보인 지 약 일주일 됐는데 1시간에 10분씩 상영하는 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소개했다. 한국 근대화의 상징인 대우빌딩이 세계 최대의 미디어아트 건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18일부터 서울스퀘어 건물의 4층부터 23층까지의 외벽은 가로 99m에 세로 78m의 미디어 캔버스가 됐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6만개를 촘촘히 박아 1년10개월 동안 3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겨울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10분까지 정시마다 10분씩 LED로 줄리언 오피와 양만기의 비디오 작품이 서울스퀘어 외벽에서 상영된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언 오피는 영국 록 밴드 블러의 앨범 ‘더 베스트 오브’의 표지 작업으로 친숙하다. 한국에서는 그의 굵고 검은 선으로 움직임이 강조된 인물이 등장하는 신용카드사 TV 광고로도 소개됐다. 앤디 워홀 이후의 팝 아티스트로 칭송받고 있지만 줄리언 오피는 자신의 작품을 ‘사실주의’라고 말한다. 인터넷 홈페이지(www.julianopie.com)를 통해 아기 턱받이 등의 예술 상품을 팔 정도로 대중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양만기는 남산을 중심으로 시간과 계절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에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중절모에 우산을 쓴 사람이 중첩된 환상적인 화면을 선보인다. 기네스북에도 오를 예정인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캔버스는 건물 외벽을 대형 스크린처럼 꾸미는 서울시의 미디어 파사드 심의를 통과한 1호 작품이다. 서울시는 브뤼셀의 덱시아타워나 도쿄의 샤넬타워처럼 서울스퀘어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지만 빛 공해나 광고화를 우려해 두 달이 넘도록 신중하게 심의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캔버스는 반사체 표면의 밝기인 휘도가 적당해 야간 운전자의 시야에 빛 번짐 현상 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한 달 전기료는 아파트 두 채에서 쓰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스퀘어의 소유주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다. 기차를 타고 상경한 지방 출신들에게 1970년부터 위압적인 서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서울스퀘어는 대우그룹 ‘세계 경영’의 상징이기도 했다. 건물의 리모델링은 끝났으며 입주사들을 위해 내부를 정비 중이다. ●시민들 “상영시간 늘려달라” 뜨거운 반응 건물 5층에서 힐튼호텔로 이어졌던 구름다리와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고(故) 김수근씨가 일부 설계한 외벽은 선컨 가든 형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선컨 가든 입구에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대담한 색상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 나무 등이 설치됐고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과 론 아라드, 지니서, 박선기, 김은주의 작품이 서울스퀘어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스퀘어에 설치된 미술 작품들의 총 가격대는 60억원 수준이다. 줄리언 오피의 작품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서울스퀘어에 미디어센터가 설치되어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서울스퀘어에서 상영되는 줄리언 오피의 작품 속에서는 익명의 군중이 강처럼 걸어간다. 오피는 “인간에게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다.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은 항상 움직이고 움직임으로 인해 살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미술관서 만나는 그림책

    미술관서 만나는 그림책

    국내에서는 동화책에 실리는 그림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봤자 어린이 그림책인데….’라면서 홀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트렌드는 그렇지 않다. 그림책 원화에는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의력, 책읽는 능력을 길러주는 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힘있는 동화책만이 엄마와 아이들 세상에서 살아남는다. 그림책 원화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두 개의 전시회가 준비돼 있다. 우선 2008년 볼로냐 국제그림책원화전에서 입상한 작가 99명의 작품 495점과 2007년 원화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아이너 투르코프스키의 작품 19점이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3월1일까지 공개된다. 볼로냐 국제그림책 원화전은 이탈리아 중북부 볼로냐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전 기간 동안에 열리는 그림책 원화 공모전. 일러스트업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유명 출판사 관계자와 작가 및 일반인이 참관하는 행사로, 다양한 소재와 기법의 현대미술과 맞닿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시작은 리자 난니의 ‘그곳에는 숨겨진 소중한 것이’, 마리안나 풀비의 ‘고귀하신 폐하’, 글렌다 스브렐린의 ‘재즈 가족’이 있다. 한국작가로는 이경국의 ‘바보 이반’이 포함돼 있다. 전시기간 동안 5~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미술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02)797-0263. 성곡미술관에서는 칼데콧상 최다수상자(3회)인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동화 원화를 전시한다. 날아다니는 양배추, 연잎을 타고 하늘을 나는 개구리, 고래 모양을 한 구름 등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나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위즈너는 CJ문화재단이 개최한 제 1회 그림책 축제의 초대작가다. 원화 이외에도 성곡미술관 별관 1층에는 위즈너의 ‘허리케인’에 영감을 얻은 설치작가 노동식의 ‘민들레 홀씨되어’, 2층에는 위즈너의 ‘구름공항’에 영감을 얻은 ‘구름이 되다’가 설치돼 있다. 본관에는 ‘CJ그림책 축제’에 응모한 전 세계 46개국의 원화작가 50명의 수상작품 150점이 전시돼 있다. 한 작가당 세 작품이 전시돼 각 나라만의 문화적 특징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고경숙의 ‘위대한 뭉치’가 수상했다. 이와 별도로 미디어아트작가 최승준의 ‘디지털 방명록’, ‘반딧불의 숲’ 등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3월1일까지.(02)737-765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샤갈의 아라비안 나이트(리처드 F 버턴 지음, 김원중·이명 옮김, 세미콜론 펴냄)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이 ‘아라비안 나이트’ 300여편의 이야기 가운데 직접 4편을 뽑아 자신의 컬러 석판화와 드로잉 26점을 함께 수록했다.1만 6000원.●그림 읽는 CEO(이명옥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사비나미술관 관장인 저자가 창의적 예술가들의 사례를 토대로 창의성의 조건을 짚어냈다. 르네 마그리트,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살바도르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 뿐만 아니라 젊은 사진작가인 주도양 등 국내 작가들의 발상전환 사례도 포함됐다.1만 5000원.●한권으로 읽는 불교(우더신 지음, 주호찬 옮김, 산책자 펴냄)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가 중국에서 꽃피고 한반도와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정수가 되는 과정을 짚었다. 중국 탱화와 불상, 불교건축 등 도판 300여개와 중국 불교경전의 내용을 곁들였다.2만 3000원.●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피에르 아도 지음, 이세진 옮김, 이레 펴냄) 고대철학·사상의 권위있는 연구가인 저자는 고대의 철학과 오늘날 일반적인 철학의 개념에는 심원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대철학 사조들의 특징을 정리하고, 고대철학에 대해 우리가 편견을 갖고 있었던 부분들을 교정해 준다.2만 2000원.●미술투자 성공전략(이호숙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를 지낸 아트딜러 이호숙씨의 미술품 투자 방법서. 초보 컬렉터들을 위해 기초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내용을 담았다.1만 3000원.●세계인과 한국인 사이(고철종 지음, 다산라이프 펴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고품격 한국인으로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방송사 현직 기자인 저자가 미국 연수 경험을 토대로 일류국가 국민의 모습을 살펴본 책.1만 1000원.●문명의 엔드게임(전2권)(데릭 젠슨 지음, 황건 옮김, 당대 펴냄) ‘거짓된 진실’을 쓴 미국 급진적 무정부주의자인 저자가 다시 한번 현대문명을 신랄히 비판했다.“문명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고위층의 재산은 하위층의 목숨보다 값지다. 이것을 생산이라 부르고 정의라 부른다.” 등의 주장으로 지배체제의 폭력과 거짓을 까발렸다.1권 2만원,2권 1만 9000원.●별빛이 흐르는 밤(임정의 사진, 에디션뿔 펴냄) 건축 전문 사진작가로 유명한 지은이가 하늘의 별을 찍은 사진작품 72점을 모았다. 장시간 노출로 찍은 사진들이어서 달빛과 배경 등에 따라 하늘색이 바뀌기도 하며, 직선이나 동심원을 만드는 별들의 동선이 한폭의 그림 같다.2만 3000원.●지리산에 사는 즐거움(이창수 지음, 터치아트 펴냄) 8년째 하동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 농사를 짓고 사는 사진작가가 지리산에서 찍어 모은 사진에 짧은 글을 곁들인 에세이집. 지리산 자락의 흙내음, 매화향이 끼쳐올 듯 정겹고 넉넉한 전원풍경들이다.1만 3000원.
  • [거리 미술관 속으로] 여의도 한화증권 앞 ‘물고기’

    [거리 미술관 속으로] 여의도 한화증권 앞 ‘물고기’

    건조한 도시 한복판에 뜬금없이 나타난 물고기 한 마리. 완벽한 직선에 가까운 빌딩숲에서 유연한 곡선미를 뽐낸다.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빌딩 앞에 놓인 작가 심현지(65)의 ‘물고기’(1995년작·10×5.7×1.4m)는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도회 속에서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이다. 직선과 회색, 파란색의 차가운 색이 주를 이루는 건물과 대조적으로 물고기는 부드러운 곡선에 금빛과 빨강 계열의 몸통을 가지고 있다. 색상의 화사함만으로도 차가운 주변 분위기에 생명감과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몸통에는 색색깔의 유리가 비늘처럼 모자이크돼 있다. 수천개의 반사점을 가지고 있는 유리조각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화려하게 빛을 분산시킨다. 해가 지고 나면 태양의 역할을 건네받은 가로등이 또 다른 빛의 프리즘을 만들어낸다.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 등에서 뿜어나오는 물줄기는 안쓰럽기보다 오히려 청량감을 준다. 보기만해도 즐거워지는 이 환경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작가의 손은 남아나질 않았다. 유리 조각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서 손을 베이는 것은 다반사였다. 아름다운 유리공예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사용한 연장은 전기톱에 드릴, 콤프레셔…. ‘중노동’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과정은 험난했다. 이렇게 태어난 작품은 만인에게 즐거움을 준다. 물고기는 여의도 지역 직장인들에게는 만남의 장소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즐겨 등장하는 배경으로 활용되며 공공미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작가는 국비유학을 떠난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건너가 집안일, 육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건축미술과 유리공예를 배웠다. 작가의 후속 작품이 궁금하다면 성공회 대성전과 소성전의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전당 벽화를 관람하기를 권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명화 메이크업’ 예쁜 Girl~

    ‘명화 메이크업’ 예쁜 Girl~

    빈센트 반 고흐, 르네 마그리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광고를 통해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술관의 아트숍이나 팬시 용품점에 가면 이들의 그림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제품 또한 가득하다. 유명 화가의 전시회에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고 활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에 대한 향유 욕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아름다움을 절대 가치로 추구하는 화장품과 예술 작품의 만남은 절묘하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요즘 아트 마케팅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제 화장품 가방 안에 명화 하나쯤 넣고 다니는 것은 기본처럼 여겨진다. 화장품 회사 ‘코리아나’는 최근 출시한 아이섀도와 립파레트 케이스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기다림’과 ‘처녀들’을 새겨 넣었다. 황금빛을 모티브로 에로틱한 여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해온 클림트와 화장품의 만남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거울이 달린 팩트 뚜껑 전면에 클림트의 그림이 인쇄돼 있어, 언뜻 보면 명화 표지의 수첩 같은 느낌이다. 이달 초에 첫 생산·출시된 이 제품은 일주일 만에 판매 완료됐다고 한다. 코리아나 화장품 조만철 브랜드 매니저는 “여성들이 늘 소지하는 아이섀도나 립파레트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갖고 싶은 화장품으로 기획했다.”며 “작가에 대한 일반적인 선호도가 높아서인지 기대 이상으로 판매가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선보인 엘지생활건강의 캐시캣 미니빈 시리즈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담겨 있다. 아이섀도, 아이밤 등의 종이 상자에 고흐의 작품 ‘고흐의 방’,‘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작품을 바탕으로 삼은 뒤 깜찍한 브랜드 캐릭터를 삽입,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색조전문 브랜드 클리오는 2년 전부터 아트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가즈와 국내 회화작가인 이성수의 ‘코드-에로티시즘’을 제품에 담은 아트 블러셔와 박윤경, 김덕기, 박향수 등 국내 유명작가들의 예술작품으로 제품을 포장해 반향을 일으켰다. 독특한 색감과 감각적인 케이스로 출시 한 달 만에 초도 물량이 매진된 아트 시리즈는 클리오의 메가히트 상품으로 여전히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아트 스페셜’ 아이섀도 용기에 화가 김부자씨의 ‘갈 봄 여름 없이’와 ‘꽃의 요정’이라는 작품을 넣었다. 신선한 화장품을 표방하는 제니스웰은 극사실화 화가인 이사라씨와 손잡았다. 코스푸딕 라인 패키지에 들어간 이사라씨의 작품은 모두 5점. 이국적인 느낌의 꽃과 열매가 실사처럼 자세하고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꽃, 잎, 과일, 채소 등 먹을 수 있는 음식 재료를 사용한 제니스웰의 코스푸딕 컨셉트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니스웰은 코스푸딕 라인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카드 및 기타 화장 소모품 액세서리에도 극사실화 패키지를 사용할 계획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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