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김금지 연극배우(굄돌)
7년전인가? 남편이 「고대앞 사건」으로 기소됐을때 난 『기막혀! 별꼴이야!』했다.
그날 비가 주룩주룩 내린 날이었는데 나하고 친한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열리는 날이어서 남편과 같이 참석하기로 하고 내가 먼저 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약속에 철저한 남편이 좀 늦게 나타나더니 『비를 맞아서 집에가서 옷갈아 입고 오느라고 늦었어!』했다.『왜 비를 맞아요? 우산 또 잃어버렸어요?』했더니 지나가는 얘기로 『고대생들 집회에 와 달라기에 갔더니 교문앞에서 경찰들이 막더군! 그래 항의하는 구호 부르다가 비맞았어!』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시퍼 그냥 지나쳤는데 그날부터 TV에 신문에 「고대앞 사건」의 주범으로 대문짝만하게 오르내려 참 옆에서 보기 어이 없었다.남편이 갑자기 극렬한 투사로 부각돼기도 하고 재판정에서는 큰 죄지은 피고가 돼서 서 있기도 하고 집앞에 전경이 쫘악 깔리기도 하고….
한거라고는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한것 뿐인데….또 남편은 원래 멋적어하고 그때 운동권 노래도 잘몰라서 입만 벙긋벙긋 했는데 그것가지고 몇년을 물고 늘어지고 몇십번을 재판정에 드나들고….
겨우 작년에야 그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난 그후부터 법이라는게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는게 아니라 마구 괴롭히고 귀찮게 구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법대로 하자』라든가 『법에 호소하자!』라든가 그런 말을 입밖에 내기가 싫다.
더구나 이번에 「마광수」교수의 구속사건을 보고는 정말 「싫다! 싫어!』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든가 더 나아가서 「즐거운 사라」같은 야한 소설을 썼다고 규제를 가해야 된다라든가 또는 싫다,좋다,옳다,그르다의 논란이야 있을 수 있지만 기소까지는 몰라도 구속을 하다니! 도주의 우려도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는데 왜 그렇게 수갑채우고 구속하기를 좋아하는지! 나라망신 안하려면 빨리 마교수 풀어주고 그 자신 법정에서 자유롭게 싸울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난 생각한다.사건 터지자마자 책방에 달려가 「즐거운 사라」사려고 했더니 다 거둬갔다고 한다.야한소설 읽으면 큰일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