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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30대 초반인 지역구 최연소 당선자가 소방공무원 출신인 경력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알아보니 그는 10년 남짓 119구조대원으로 근무해 왔다. 그런데 소속 정당의 인재영입 기자회견의 첫마디에서 그가 “평생의 꿈을 접고서 정치를 시작한다”고 밝힌 대목이 마뜩지가 않았다. 국회의원이 되려는데 왜 평생의 꿈을 접어야 하나. 그의 탓이 아니다. 현행법상 공무원에게는 정당가입이 금지되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 법의 취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라 하고 헌법재판소도 그간 여러 차례 이를 합헌으로 결정했지만 도무지 수긍이 가질 않는다. 심지어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즉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피선거권을 행사하려면 자신의 생업을 포기해야만 한다. 오늘날 국민이면 누구라도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참정권의 보장은 일부 귀족들이 공직을 독점했던 과거의 신분제 사회를 벗어나 있다는 대표적인 표상이다. 그런데 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는 데에 그이 같은 공무원에게 자신의 생업인 공직을 포기토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마땅한지가 의문이다. 그것도 한참 전인 선거일로부터 석 달 전에 그만둬야 한다. 당선은 물론이고 시기적으로는 정당의 공천 여부조차도 불확실한 때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라도 오랫동안 봉직하다가 퇴직을 앞둔 시점이 아니면 선뜻 입후보할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피선거권 행사를 위해서는 생업인 공직을 그만둬야 해서 젊은 공무원에게는 그의 말대로 “평생의 꿈을 접고서야” 가능한 모험이고, 마치 한판의 도박과도 같다. 반면에 판검사 등 고위직 출신의 공무원들에게는 공직선거 출마가 떨어져도 그만인 일종의 꽃놀이패와도 같다. 이렇듯 뜻있는 많은 이들이 사실상 배제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에서는 케네디 집안, 부시 집안, 아베 집안과 같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서 정치권력을 이어 가는 이른바 ‘선거귀족’들이 득세해 왔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선거에 입후보해서 만일 당선되면 권력분립원리상 겸직 금지가 마땅하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당가입은 물론이고 공직선거의 입후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독일의 공무원법은 선거에 입후보한 공무원에게 선거운동을 위한 휴가를 보장하며 만일 당선된다면 법상 겸직이 금지되기 때문에 해당 공직의 임기 동안에 휴직을 또한 보장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달리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활짝 열어 두고 있다. 그러니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 그이처럼 평생의 꿈을 접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독일의 주요 정당들에서 전체 당원들 가운데 공무원의 당원비율은 30~40%에 달한다. 특히 독일 녹색당은 태반이 공무원들이다. 현역 의원이 재선, 삼선에 다시 나서는 프리미엄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데도, 말단직의 공무원이 선거에 나서는 데에 뭐 그리 대단한 프리미엄이 있겠으며 또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겠는가. 게다가 현행 선거법은 오래전부터 공무원에게 직을 이용하는 선거운동을 따로 금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임기를 마치고서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서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남겨 둬도 좋겠다. 물론 다리를 놓아 두더라도 되돌아갈 이들이 많지 않을 법하다. 그러나 생업을 접고서 그리고 되돌아갈 다리가 아예 끊긴 가운데 치러지는 공직선거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니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는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마치 배수진 속에서 치르는 비장(悲壯)한 전투가 돼야 한다. 기본권은 국민 누구나가 일상에서 별다른 조건과 큰 위험 부담이 없이 누려야 마땅한 권리다. 공무원과 교사들에게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더욱이 오늘날의 평등사회에서 민주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참정권은 누구라도 가급적 제한 없이 누릴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듯 생업과 꿈을 포기하고서야 비로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여기에 어떻게 기본권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처럼 소방공무원 출신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국회의원 출신의 소방공무원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생각 주머니 작아질 것 같은데”… 바쁜 아빠·엄마는 유튜브를 틀어 줘요

    “생각 주머니 작아질 것 같은데”… 바쁜 아빠·엄마는 유튜브를 틀어 줘요

    일곱 살 윤호의 아침은 TV 앞에서 시작된다. 까치집 진 머리, 부은 눈으로 능숙하게 리모컨을 놀려 유튜브를 연결한 다음 유명 유튜버가 ‘어몽어스’라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영상을 재생한다.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친 엄마가 윤호를 식탁으로 여러 차례 부르지만 엄마 목소리는 귀에 닿지 않는다. 30분째 윤호의 눈과 귀는 유튜브에 고정 중이다. ●7세 94%가 하루 1시간 이상 유튜브 시청 만 3세 전 스마트폰을 잡는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미디어에 친숙하다. 최근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줄면서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18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어린이집에 재원하는 7세 아동 37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시청 습관을 조사한 결과 94.6%가 하루 1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답했다. 1시간 본다는 어린이가 54.1%로 가장 많았고 2시간(24.3%), 3시간(8.1%) 보는 어린이 순으로 많았다. 유튜브를 전혀 안 본`다고 답한 어린이는 단 2명(5.4%)에 그쳤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을까. 잠자기 전에 유튜브 영상을 본다는 답이 19.7%(12명)로 가장 많았다. 가족과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 밥을 먹을 때 시청한다는 어린이가 각각 11.5%와 8.2%를 차지했다. 차량으로 이동하거나(8.2%), 목욕할 때(3.3%) 유튜브를 즐겨 본다는 답변도 있었다. 한 어린이는 “식당에 밥 먹으러 가면 어른들끼리 얘기하고 저는 유튜브를 봐요”라고 말했다. 부모와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어린이는 없었다. 아이가 유튜브에 정신을 빼앗길 때 부모와 어른들은 다른 일로 바빴다. 한 어린이는 “유튜브 볼 때 엄마, 아빠가 요리나 빨래를 하거나 출근 준비를 해요”라고 말했다. “엄마가 유튜브 틀어 주고 저녁을 만들어요”, “내가 유튜브 볼 때 아빠는 게임하고 엄마는 TV 봐요”라는 이야기가 아이들 입에서 나왔다. ●아이들도 유튜브 장·단점 정확히 알아 어린이들은 유튜브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심심할 때 보기 좋은 재미있고 웃긴 동영상이 많고”, “좋아하는 장난감, 노래, 게임을 시간 제약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유튜브의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튜브의 중독성, 폭력적이고 잔인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어린이들도 걱정했다. 한 어린이는 “유튜브 볼 때는 계속 보고 싶어서 자기 싫고 양치하기도 싫다”고 했고, “욕이 많이 나오고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을 때리는 영상이 많다”고 우려했다. “밥 먹을 때 유튜브를 보면 어떤 음식을 먹는지 잘 모를 때도 있다”, “생각을 많이 안 해서 생각 주머니가 작아질까봐” 걱정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강원 동해시 동명어린이집 배복자 원장은 “영유아 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육적인 콘텐츠도 많기 때문에 모든 미디어를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우리 아이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부모가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 스스로 나쁜 미디어와 좋은 미디어를 가려 시청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나레디 훈큐리”… 나훈아, 짤·밈 넘어 존중받는 거장으로

    “나레디 훈큐리”… 나훈아, 짤·밈 넘어 존중받는 거장으로

    엄마 옆에서 TV공연 본 젊은 세대웅장·파격적인 무대에 뜨거운 반응소신 발언·초대 거절 사연 등 화제‘자존심 지키는 예술가’ 인식 생겨대한민국 사람들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 부르는 한 남자에게 빠졌다. 이 남자는 소크라테스에게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며 친근하게 묻는다. 바로 트로트의 황제 나훈아다. 가수 나훈아에게 빠진 사람들은 비단 어른들만이 아니다. 나훈아를 ‘할머니가 좋아하는 가수’, ‘엄마가 티케팅하는 가수’로만 알던 10대부터 30대까지 나훈아의 팬을 자처하고 나섰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30일 KBS에서 방영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는 중·노년층은 물론 청년층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콘서트의 전국 종합 시청률은 29.0%(닐슨코리아 집계)였고, 순간 시청률은 한때 41.4%에 달했다. 반응이 뜨겁자 KBS는 지난 3일 ‘나훈아 스페셜’을 편성하고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나훈아의 무대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청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훈아 콘서트와 관련한 ‘짤’(인터넷 이미지)을 생산하고 새로운 밈(meme·온라인 유행어)을 만들면서 나훈아 ‘덕질’을 시작했다. 콘서트에서 화제가 된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을 두고 ‘(플)라톤형’, ‘(하버)마스형’ 등 다른 철학자들을 패러디하고, 나훈아를 한국의 ‘프레디 머큐리’라면서 ‘나레디 훈큐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실시간으로 콘서트 반응을 공유하며 나훈아의 무대를 즐겼다. ‘엄마·할머니의 아이돌’이었던 나훈아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거듭난 것이다. “엄마가 보길래 옆에서 같이 봤어요. 옛날 노래 느낌이 나지만 무대도 웅장하고, 재밌었어요.” 초등학생 이모(12)양은 나훈아 콘서트를 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엄마가 TV를 열심히 보길래 옆에 앉아 함께 보기 시작했다는 이양은 음악 스타일은 어색해도 볼거리가 많았던 무대로 콘서트 방송을 기억했다. 20대 직장인 김모(28)씨도 부모 옆에 앉아 같이 나훈아 콘서트를 보기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김씨는 오후 10시에 친구들과 게임하기로 한 것도 잊고, 11시에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씨는 “왜 나훈아가 인기 있는지 알겠다”면서 “무대를 위해 옷을 수십 벌 갈아입고, 심지어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에 매우 놀랐다”고 감탄했다. 부모를 따라 보기 시작한 청년층을 사로잡은 나훈아의 매력은 웅장하고 다채로운 무대 연출이었다. 직장인 임모(30)씨는 “평소 어머니 친구분들 사이에서 티케팅 열기가 대단하다는 소문을 듣고, 나훈아가 어떤 무대를 보여 주는지 궁금했다”면서 “무대 위로 배와 기차가 몇 번씩 지나가고,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생긴 모형을 때리는 등 무대가 신선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들이 나훈아의 추석 공연에 빠져든 이유로 거장에 대한 ‘존중’을 꼽았다. 나훈아가 15년간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던 만큼 10·20대는 그의 무대를 접하기 힘들었다. 막연하게 ‘옛날 가수’로 생각하던 나훈아의 공연을 실제로 본 젊은 세대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부모님이 좋아하는 흘러간 옛 가수 정도로 생각하다가 무대를 보니 젊은 세대들도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하니 감명을 더 받았을 것”이라면서 “나훈아는 한 장르를 오랫동안 지켜온 대가다. 대가가 등장하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그에 대한 감동과 존중이 생긴다”고 평가했다. 또 “2013년 가수 조용필이 노래 ‘바운스’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끈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콘서트에서 나온 ‘소신 발언’과 과거 나훈아가 삼성이 제안한 거액의 무대 초대를 거절한 사연 등이 화제가 되면서 ‘자존심을 지키는 예술가’라는 인식도 생겼다. 하 평론가는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노년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나훈아가 그 이미지를 깨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즐길거리가 사라진 사람들에게 즐거운 무대를 선사했다는 의견도 있다. 임씨는 나훈아 신드롬에 대해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고, 요새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나훈아 콘서트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인 것 같다”고 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세상 밖 나오지 못하고… ‘미안해 아가야’, 매년 2월 그날이면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세상 밖 나오지 못하고… ‘미안해 아가야’, 매년 2월 그날이면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67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을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 직장인 이현지(37·가명)씨의 휴대전화 달력은 매년 2월 11일 알람을 울어 댄다. ‘미안해 아가야’ 여섯 글자가 무지근한 그날의 고통을 상기시킨다. 9년 전 이씨는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씨는 임신 테스트기에서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하는 순간 “지구 종말이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원래 피임을 철저히 하는데 딱 하루 제대로 못 했고, 너무 순식간이라 임신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임신 사실만으로 이미 공황 상태였는데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건 더 힘들었다. 이씨는 “동네 산부인과를 일일이 돌며 물어봤는데,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겨우 찾은 병원에서도 의사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수술 과정과 후유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대신 “어떻게 5주차까지 임신 사실을 모를 수 있느냐”며 이씨를 혼냈다. “젊은 사람이 몸을 함부로 굴렸다”는 말도 따라 나왔다.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 ” 수술의 충격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의사는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를 택했다. 이씨는 수술기구가 몸속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모습과 소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수술이 끝나자 의사는 몸에서 꺼낸 덩어리까지 보여 줬다. 이씨가 휴대전화 알람으로 매년 떠난 생명을 기억하는 것은 당시의 죄책감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씨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도 놀랐겠지만 솔직히 나도 충격이 커. 나도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혼자 울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씨는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렸다. 그의 어머니는 이씨의 동생을 가졌을 때 낙태를 고민했다. 터울이 너무 크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독교 집안인 탓에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이씨는 “원래 엄마랑 각별한 사이가 아니었다. 돌아가실 때도 큰 감정의 동요가 없었는데 수술하고 나니 저절로 떠오르더라”면서 “엄마가 살아 있었으면 내 편이 돼 줬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임신중절도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봐줬으면 ” 남자친구나 당시 룸메이트 외에 이씨가 자신의 낙태 경험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했는데, 정부가 내놓은 입법예고안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이씨는 “임신중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거다. 그래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낙태도 불법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미안해’ 9년 전 지운 아기, 아직도 죄책감 시달립니다

    ‘미안해’ 9년 전 지운 아기, 아직도 죄책감 시달립니다

    67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은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직장인 이현지(37·가명)씨의 휴대전화 달력은 매년 2월 11일 알람을 울어댄다. ‘미안해 아가야’ 여섯 글자가 무지근한 그날의 고통을 상기시킨다. 9년 전 이씨는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씨는 임신 테스트기에서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하는 순간 “지구 종말이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원래 피임을 철저히 하는데 딱 하루 제대로 못 했고, 너무 순식간이라 임신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임신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몸살과 함께 찾아왔다. 몸이 건강한 편이었는데도 그날 이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은 메슥거리고, 온몸이 아파 죽을 것만 같았다. 처음엔 야근이 잦아 그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게 임신 초기 증세였다. 임신 사실만으로 이미 공황 상태였는데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건 더 힘들었다. 이씨는 “동네 산부인과를 일일이 돌면서 물어봤는데,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겨우 찾은 병원에서도 의사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수술 과정과 후유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대신 “어떻게 5주차까지 임신 사실을 모를 수 있느냐”며 이씨를 혼냈다. “젊은 사람이 몸을 함부로 굴렸다”는 말도 따라나왔다. 수술의 충격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의사는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를 택했다. 이씨는 수술기구가 몸속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모습과 소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수술이 끝나자 의사는 몸에서 꺼낸 덩어리까지 보여줬다.이씨가 휴대전화 알람으로 매년 떠난 생명을 기억하는 것은 당시의 죄책감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씨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도 놀랐겠지만 솔직히 나도 충격이 커. 나도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혼자 울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씨는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렸다. 그의 어머니는 이씨의 동생을 가졌을 때 낙태를 고민했다. 터울이 너무 크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독교 집안인 탓에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이씨는 “원래 엄마랑 각별한 사이가 아니었다. 돌아가실 때도 큰 감정의 동요가 없었는데 수술하고 나니 저절로 떠오르더라”면서 “엄마가 살아 있었으면 내 편이 돼 줬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나 당시 룸메이트 외에 이씨가 자신의 낙태 경험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했는데, 정부가 내놓은 입법예고안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7일 현행 낙태죄를 유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만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예고안을 내놨다. 이씨는 “임신중절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거다. 그래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통증도 부채감도 여성만의 몫인데, 법으로까지 처벌하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적, 사회적으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아예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이라며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낙태도 불법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연락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낙태죄 개정을 앞두고 임신중절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과 윤리적인 비난 사이에서 남몰래 꽁꽁 숨겨둔 이야기를 clean@seoul.co.kr 으로 들려주세요.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의 선택은 죄가 아니라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겠습니다.
  • 1만3000년 전 거대동물 피해 발걸음 재촉한 엄마와 아기 발자국

    1만3000년 전 거대동물 피해 발걸음 재촉한 엄마와 아기 발자국

    1만3000년 전 엄마와 아기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1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영국 본머스대학교 연구팀이 미국 뉴멕시코에서 1만3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화석을 발굴했다고 보도했다. 화석은 총 1.5㎞까지 이어져 현재까지 발굴된 고대 인류 발자국 화석 중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다. 본머스대학교 연구팀은 미국 뉴멕시코주 남쪽 화이트샌즈국립공원에서 화석을 발굴했다. 1만3000년 전 인간이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플라이스토세(홍적세) 때의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이스토세는 약 258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지질 시대로 지구가 빙하로 뒤덮여 몹시 추웠고 매머드 같은 코끼리가 번성했다. 257만 년 전 발생한 인간의 유전자가 대부분 이때 형성됐다. 작은 성인과 아기 발자국으로 구성된 발자국은 1.5km까지 이어졌다. 발자국 모양과 깊이를 3D 스캔으로 분석한 연구팀은 “작은 성인이 2세 정도로 추정되는 아기를 안고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는 가설을 내놨다. 일반 보행 속도인 초속 1.2m보다 빠른 초속 1.7m 걸음으로 직선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란 설명이다. 당시 인근에 매머드와 거대 나무늘보, 늑대, 들소가 서식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연구팀은 “인근에서 다양한 포식자 발자국이 발견됐다”면서 “험난한 지형을 서둘러 가로질러 간 걸 보면 엄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로를 벗어나지 않고 직선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얼마 후 이들 발자국 위로 현재는 멸종된 거대동물(megafauna)이 지나간 흔적도 발견했다고 부연했다. 엄마 발자국이 홀로 되돌아온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간에 발자국이 끊겨 정확히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연구팀은 “엄마가 아니라 10대 남자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포식자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폭풍우를 만났을 수도 있다”면서도 “분명한 건 고대 인류에게도 ‘목적지’가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왔다 갔다 할 장소, 고대 인류가 형성한 사회 조직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오뚜기 3세 함연지가 공개한 남편·아버지와 쓰리샷

    오뚜기 3세 함연지가 공개한 남편·아버지와 쓰리샷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녀 뮤지컬 배우 함연지가 아버지와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함연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제주도 왔어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함연지는 4년 전 결혼한 남편과 함께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함연지는 “스무살에 만나 7년 연애를 했다”고 밝히며 방송을 통해 결혼생활을 공개했다. 함연지의 남편은 동갑내기로 대기업 임원 자녀로 알려졌다. 민족사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명 대학에 진학, 홍콩 소재의 회사에 다니며 장거리 연애를 이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연합 졸업파티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운 뒤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이날 방송에서 함연지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한강뷰 신혼집을 공개했다. 신혼집에서 두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달달한 부부 스트레칭으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또 이날 함연지는 재벌 3세 이미지에 대해 해명했다. “차갑고 도도한 드라마의 이미지랑은 거리가 있다”면서 자신은 “오히려 찌질한 성격”이라며 소심한 성격에서 비롯된 에피소드를 전했다. 함연지는 “스물한 살 정도까지는 가게에도 못 들어갔다. 예를 들어 엄마가 백화점에서 만나자고 하면 백화점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 백화점 밖에 서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성격 자체가 소심하다”고 밝혔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숨 멈춘 아기, ‘손가락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호주 경찰관들 감동

    숨 멈춘 아기, ‘손가락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호주 경찰관들 감동

    숨이 멈춘 10주 밖에 되지 않은 아기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해 아기의 목숨을 구한 경찰관들에게 ‘영웅’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7뉴스는 지난달 2일 퀸즈랜드주 그레이스미어 경찰서에 발생했던 기적같은 상황을 보도했다. 당시 그레이스미어 경찰서로 루카스라는 10주된 아기를 안고 한 엄마가 흐느끼며 들어섰다. 아기는 이미 숨이 멈추어 창백했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경찰서 안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30년 경력의 폴 제임스 경사는 즉시 아기를 받아 들고는 책상위에 눕혔다. 제임스 경사는 너무나 조그만 아기의 가슴에 그의 손가락을 조심히 대고는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다른 경찰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한달음에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는 제임스 경사를 도왔다. 한 경찰관은 아기의 머리를 받치고, 한 경찰관은 아기의 손을 잡고 혹시 혀가 말려들어가지 않게 아기의 입도 집중했다. 또한 한 경찰관은 즉시 응급구조대에 연락을 해 아기의 상황을 수시로 알리며 응급차를 요청했다.제임스 경사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지 30여 초만에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 아기의 입에서 헉하는 소리와 함께 숨이 돌아온 것. 숨이 돌아오면서 아기의 혈색도 돌아왔다. 제임스 경사는 “그래 아가 잘했어”라고 말했고, 다른 경찰관들도 “아기의 숨이 돌아왔어”, “아기의 입술이 움직였어”, “아기의 손이 움직였어”라며 숨이 돌아온 아기의 모습에 같이 기뻐했다. 숨이 돌아온 아기를 옆으로 누이자 아기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경찰관의 손가락을 꼭 움켜쥐기도 했다. 제임스 경사는 “아기가 도착하자마자 모든 경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아기를 구한 과정은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응급구조대 대원들이 도착하고 아기는 브리즈번에 위치한 퀸즈랜드 어린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기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 받았다. 이는 갑상선호르몬의 양이 인체에 필요한 양보다 부족하여 체내 에너지 대사가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5주간의 치료를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루카스는 엄마 품에 안겨 경찰서를 다시 방문했다. 건강해진 루카스를 반갑게 맞이한 경찰관들은 루카스에서 경찰견 인형을 선물하기고 했다. 한편 당시 상황은 한 경찰관의 보디캠에 그대로 녹화되었고, 언론에 공개된 후 너무나도 침착하게 아기의 생명을 구한 경찰들에게 ‘영웅’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매튜 하우스 그레이스미어 경찰서장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모든 경찰관들이 침착하게 대응하며 아기의 생명을 구해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여기는 호주] 숨이 멈춘 10주차 아기 살려낸 경찰관들…‘영웅’ 찬사 (영상)

    [여기는 호주] 숨이 멈춘 10주차 아기 살려낸 경찰관들…‘영웅’ 찬사 (영상)

    숨이 멈춘 10주 밖에 되지 않은 아기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해 아기의 목숨을 구한 경찰관들에게 ‘영웅’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7뉴스는 지난달 2일 퀸즈랜드주 그레이스미어 경찰서에 발생했던 기적같은 상황을 보도했다. 당시 그레이스미어 경찰서로 루카스라는 10주된 아기를 안고 한 엄마가 흐느끼며 들어섰다. 아기는 이미 숨이 멈추어 창백했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경찰서 안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30년 경력의 폴 제임스 경사는 즉시 아기를 받아 들고는 책상위에 눕혔다. 제임스 경사는 너무나 조그만 아기의 가슴에 그의 손가락을 조심히 대고는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다른 경찰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한달음에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는 제임스 경사를 도왔다. 한 경찰관은 아기의 머리를 받치고, 한 경찰관은 아기의 손을 잡고 혹시 혀가 말려들어가지 않게 아기의 입도 집중했다. 또한 한 경찰관은 즉시 응급구조대에 연락을 해 아기의 상황을 수시로 알리며 응급차를 요청했다.제임스 경사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지 30여 초만에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 아기의 입에서 헉하는 소리와 함께 숨이 돌아온 것. 숨이 돌아오면서 아기의 혈색도 돌아왔다. 제임스 경사는 “그래 아가 잘했어”라고 말했고, 다른 경찰관들도 “아기의 숨이 돌아왔어”, “아기의 입술이 움직였어”, “아기의 손이 움직였어”라며 숨이 돌아온 아기의 모습에 같이 기뻐했다. 숨이 돌아온 아기를 옆으로 누이자 아기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경찰관의 손가락을 꼭 움켜쥐기도 했다. 제임스 경사는 “아기가 도착하자마자 모든 경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아기를 구한 과정은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응급구조대 대원들이 도착하고 아기는 브리즈번에 위치한 퀸즈랜드 어린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기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 받았다. 이는 갑상선호르몬의 양이 인체에 필요한 양보다 부족하여 체내 에너지 대사가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5주간의 치료를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루카스는 엄마 품에 안겨 경찰서를 다시 방문했다. 건강해진 루카스를 반갑게 맞이한 경찰관들은 루카스에서 경찰견 인형을 선물하기고 했다. 한편 당시 상황은 한 경찰관의 보디캠에 그대로 녹화되었고, 언론에 공개된 후 너무나도 침착하게 아기의 생명을 구한 경찰들에게 ‘영웅’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매튜 하우스 그레이스미어 경찰서장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모든 경찰관들이 침착하게 대응하며 아기의 생명을 구해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저신다 아던(40) 총리가 지난 7일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뉴질랜드는 이전의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다. 식당과 술집도 북적인다. 지난 10일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열린 음악축제에는 5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11일 수도 웰링턴에서는 3만 관중이 호주와의 럭비 국가대표 대항전을 응원했다. 2차 유행 조짐이 뚜렷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도 방역 수준이 1단계로 내려가면서 경제활동과 실내외 활동에 대한 규제가 풀렸지만, 아직 이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재선 전망이 어두웠던 아던 총리.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17일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여 재선이 확실시된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세계는 여성 리더십에 주목했고, 그중 한 명이 아던 총리다. 뉴질랜드 정치분석가들과 학자, 언론은 국내외적으로 높은 지명도와 인기가 재선과 이후 국내 정치 성공으로 이어져 변화를 이끌어 낼지 눈여겨보고 있다. ●과반 의석 못 얻어도 20년 만의 진보연정 모색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현황판은 누적 환자 수 1505명, 사망자 25명이다. 9월 25일 이후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 영업과 대규모 모임 제한 같은 규제는 풀렸지만 외국인의 입국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당초 9월 19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이 코로나19 때문에 4주 미뤄져 17일 실시된다. 뉴질랜드 총선은 아던 총리와 주디스 콜린스(61) 국민당 대표 간 싸움이다. 이달 초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에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어 아던의 노동당이 이변이 없는 한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선거’라 불릴 정도로 아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향후 경제회복 대책에 대한 뉴질랜드 국민의 선택이다. 1996년부터 혼합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뉴질랜드 총선은 지역구 의원과 지지 정당에 대한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다. 국회의원 임기는 3년이며 정원은 120명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면 군소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 24년 만에 단독으로 내각을 꾸릴 수도 있다. 현재 연정에 참여한 보수 성향의 뉴질랜드우선당이 5% 득표에 실패해 의원을 1명도 내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노동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된다면 20년 만에 진보 정당만으로 연정이 구성되는 것이며, 경제와 기후변화 등에서 더 진보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공약 이행 미흡… 불만 있어도 리더십엔 엄지척 37세에 총리직에 오른 아던 총리 하면 활짝 웃는 모습과 약자와 피해자를 안고 슬픔을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주저도 없이 강력한 총기 규제 대책과 경제봉쇄 결정을 내리는 단호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죽지 않고 맞받아치던 모습도 생각난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은 공감과 배려, 소통의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위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2017년 11월 뉴질랜드의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뒤 단임에 그칠 수 있었던 그의 정치 인생을 돌려놓은 것은 세 차례의 위기였다. 첫 번째 위기는 2019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격사건이었다. 51명이 희생됐다. 아던 총리는 사건 발생 이튿날 머리에 검은색 스카프를 하고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안고 위로했다. 사건 발생 한 달도 안 돼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현직에서 엄마가 되고 6주간의 출산 휴가를 다녀오고, 갓난 딸을 데리고 유엔총회에 참석해 화제가 됐던 30대 여성 총리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위기의 리더십을 보여 주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19년 12월 20명이 사망한 화이트섬 화산 폭발이다. 아던 총리는 이때도 한달음에 폭발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들을 보듬어 안았다. 세 번째 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초기에 선제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강력한 경제봉쇄 조치와 방역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 정치전문가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민은 아던 총리가 당초 약속했던 경제·사회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만이 있지만, 연이은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그의 리더십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던 총리의 성공에는 이처럼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과 함께 야당의 리더십 부재도 한몫했다. 3년 전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기 전까지 9년간 집권했던 보수 국민당은 제1야당이 된 뒤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 5월 이후 세 번째 당대표를 맞아 선거를 치르고 있다. ●“압승 때 중도파 영향 급진 정책 한계” 분석도 아던 총리의 향후 최대 과제는 역시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회복이다. 팬데믹으로 더욱 골이 깊어진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려가 커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내놓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12.2%였다. 호주보다 2배 가까이 큰 폭으로 경제가 위축됐다.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비중이 큰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회복 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로 악화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면서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국채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9%에서 2020년 43%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GDP 대비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당은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채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대책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부진했던 주요 공약의 이행도 숙제다. 아던 총리는 3년 전 총선에서 무주택자를 위해 향후 10년간 양질의 주택 10만호를 지어 공급하고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주택공급 목표는 지난해 9월 대폭 하향조정됐고, 올 7월 기준 공급한 주택물량은 600여호에 불과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어린이 빈곤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혐오발언 규제 법안 및 양도소득세 인상도 연정에 참여했던 뉴질랜드우선당의 반대로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노동당의 어젠다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주택 부족 문제와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상위 2%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던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오히려 급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신에게 표를 던진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가 위기의 리더십에 이어 설득의 리더십으로 또 한 번 성공의 기록을 써내려 갈지 주목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경비행기 추락 속 기적… 엄마 품에 안긴 아기 살았다

    경비행기 추락 속 기적… 엄마 품에 안긴 아기 살았다

    엄마는 위대했다. 추락하는 경비행기 속에서 끝까지 아기를 품에 안았다. 콜롬비아에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두 동강 난 경비행기 잔해에서 한 살배기 아기만 비극 속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항공·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수도 보고타 북쪽의 우바테에서 경비행기 1대가 추락해 탑승하고 있던 성인 남녀 3명이 모두 숨지고, 아기 1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후 18개월인 아기는 가슴과 배를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숨진 이들은 아기의 아빠와 엄마, 보모였다. 엘티엠포는 “당국은 숨진 아기 엄마가 끝까지 자신의 몸으로 아기를 감싸 안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SNS에 올린 사진에 “어서 암 검사를”…딸 생명 구했다

    SNS에 올린 사진에 “어서 암 검사를”…딸 생명 구했다

    美 엄마가 올린 딸 사진에 누리꾼들 “암 가능성”눈에서 빛나는 흰 점…검사 결과 희귀 암 진단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덕분에 딸이 앓고 있던 희귀 암을 조기에 발견, 실명 위험을 막을 수 있게 된 미국 여성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동부 녹스빌에 사는 재스민 마틴은 지난 7월 30일 딸 사리야의 오른쪽 눈에서 작게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를 보고 이상하게 여긴 마틴은 며칠 뒤 딸의 사진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몇몇 누리꾼들은 “눈에 암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마틴이 딸을 소아과 의사에 데려가 진찰을 받았지만 의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모녀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소아과 의사의 진단이 미심쩍었던 마틴은 좀 더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테네시주 서부 멤피스에 있는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마틴의 친구는 사리야의 사진을 안과 의사에게 보여줬고, 안과 의사는 당장 아이를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사리야는 양쪽 눈에 희귀 어린이 암인 망막모세포종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에 따르면 망막모세포종은 매년 250∼300명의 어린이에게서 발견되는 안암(眼癌)이다. 주로 5세 미만의 아이들이 걸리며, 양쪽 눈에서 모두 망막모세포종이 유발되기도 한다. 망막모세포종은 방치할 경우 시력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사리야는 왼쪽 눈에 난 작은 반점을 레이저로 제거하고 항암 약물치료를 받았다. 최근 생후 17개월이 된 사리야는 지난달 말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마틴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힘들고 무서운 시간이었다”면서 “딸이 (치료를) 잘 이겨내 준 덕분에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마틴은 “생면부지인데도 딸의 눈이 암에 걸렸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세상엔 정말 선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에도 영국에서 가족사진 속 아이의 눈에서 흰 반점을 발견한 사진작가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간 결과 망막모세포종을 진단받은 사례가 있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풍 숲길 조깅 나갔다가 퓨마로부터 변 당할 뻔한 미국 청년

    단풍 숲길 조깅 나갔다가 퓨마로부터 변 당할 뻔한 미국 청년

    아침에 단풍이 곱게 물든 숲길에 조깅을 나갔다가 야생 퓨마(쿠거)와 맞닥뜨려 6분 정도 대치한 끝에 겨우 위급한 순간을 넘긴 남성이 있다. 미국 유타주에 사는 카일 버제스가 주인공이라고 영국 BBC가 15일 전했다. 그는 으레 저녁 때 뛰던 숲길을 이날따라 아침에 뛰어보겠다고 나섰다. 인적이 드문 이곳은 글자 그대로 뛰는 맛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 어미 퓨마가 나타났다. 버제스가 새끼들을 해칠 수 있다고 느낀 것이 분명해 보였다. 퓨마를 본 뒤 천천히 뒷걸음질 치는 버제스에게 적어도 세 차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 겁에 질리게 했다. 버제스는 “안돼 오지 마, 제발”이라거나 “저리 가“, “이봐 친구, 난 오늘 죽고 싶지 않다고”라고 외치면서 퓨마의 눈을 쳐다보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놓은 채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어미 퓨마가 위협적인 동작을 취한 순간, 그가 등을 돌렸더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산에서 멧돼지나 곰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뒤로 물러서되 불필요한 동작을 하면 안된다. 갑자기 뒤돌아 달아나면 최악의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카일은 6분쯤 지나 길가의 돌멩이 하나 집어 들었고, 퓨마는 등을 돌려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제야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6분이 무척 길었다. 만약 암컷이 날 쓰러뜨리려 했다면 완전히 그럴 수 있었다”면서 “나나 어미 퓨마 모두 무사히 가족 곁에 돌아갈 수 있어 기뻤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밤마다 불안해 숨 못쉬고 불빛만 봐도 놀라”…울산 화재 이재민 트라우마 심각

    “밤마다 불안해 숨 못쉬고 불빛만 봐도 놀라”…울산 화재 이재민 트라우마 심각

    “밤만 되면 불안해지고, 숨을 제대로 못 쉽니다. 간신히 잠이 들어도 불빛이나 물소리에도 깜짝 놀라 일어납니다.” 15일 오전 울산 남구 S비즈니스호텔 1층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만난 A(43·여)씨의 얘기다. 같은 시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는 또 다른 이재민 5명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화재 다음 날인 지난 9일부터 이재민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을 위한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A씨는 “불이 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밤마다 불길과 연기에 갇힌 그날의 악몽을 꾼다”며 “아직도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자욱한 화재 현장에 갇힌 듯 구토를 하고 쓰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맨몸으로 탈출한 A씨는 “병원에 가거나 동사무소에서 신분증을 만들고, 전화를 개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며 “경찰서, 구청, 지인들에게서 하루 수십 통의 전화가 오지만 대부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이재민들은 화재 당시 느꼈던 공포와 불안감 때문에 식사와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냄새, 소리, 빛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또 B(53·여)씨는 “매일 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 몸서리가 쳐진다”며 “잠을 못 잘 정도로 심장이 두근대고 자꾸만 안 좋은 생각이 들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당시 대피하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잠시 떨어졌는데,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며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C(22·여)씨는 “울산시와 남구청이 비즈니스호텔에 기거할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며 “비즈니스호텔에서 지내는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는데, 이재민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느니 자제해줬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재민들이 최근에 화재 현장을 다녀온 후 더욱 상실감을 느끼고, 트라우마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며 “상담사들이 이재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심리적 응급처치(PFA)’를 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센터는 상담 후 세밀한 심리지원이 필요한 고위험대상자에 대해서는 남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도록 조치하고, 센터 방문을 꺼리는 주민을 위해 객실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밤 불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과 상가, 인근 주택 등 주민 등 437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들 중 339명이 울산지역 5개 비즈니스호텔과 기타 숙박시설 등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아가 살아라” 엄마가 끝까지 안았던 한 살 아기만 살았다…경비행기 추락

    “아가 살아라” 엄마가 끝까지 안았던 한 살 아기만 살았다…경비행기 추락

    생후 18개월 아기 부상 속 생명 지장 없어숨진 의사 아빠, 비행기로 낙후 지역 의료봉사변호사 엄마, 위기 순간 아기 몸으로 감싸안아엄마는 위대했다. 추락하는 경비행기 속에서 끝까지 아기를 품에 안았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두 동강 난 경비행기 잔해에서 한 살배기 아기만 비극 속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콜롬비아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해 다른 탑승객들이 모두 사망했으나 한 살 아기만 살아남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항공·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수도 보고타 북쪽의 우바테에서 경비행기 1대가 추락해 탑승하고 있던 성인 남녀 3명이 모두 숨지고, 아기 1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후 18개월인 아기는 가슴과 배를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숨진 이들은 아기의 아빠와 엄마, 보모였다. 엘티엠포는 “당국은 숨진 아기 엄마가 위급한 순간에도 끝까지 자신의 몸으로 아기를 감싸 안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종간을 잡은 아버지는 의사로 몇 년 전부터 비행기로 낙후 지역을 찾아 진료하는 등 봉사단체에서 활동해왔다. 아기의 어머니는 변호사였다. 보모를 포함한 어른들은 추락과 동시에 즉사했다. 현지 언론들은 두 동강 난 비행기에서 아기가 살아남은 것이 ‘비극 속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추락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죽어가는 딸 안아보겠다는 정치범 호소 외면한 필리핀 교정당국

    죽어가는 딸 안아보겠다는 정치범 호소 외면한 필리핀 교정당국

    죽음을 앞둔 생후 3개월 된 딸을 옥중에서라도 안아보고 싶다는 필리핀 여성의 호소를 교정당국이 외면해 결국 딸이 외롭게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도시 빈곤층을 돕는 카다마이(Kadamay)란 인권단체에서 일하던 레이나 메이 나시노(23). 지난해 11월 마닐라에서 동료 활동가 둘과 함께 체포됐는데 총기와 폭발물을 불법 소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좌파 활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경찰이 무기 등을 몰래 갖다둔 것이라고 나시노 등은 항변하고 있다. 이때만 해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월경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경찰을 피해 다니느라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가보다 했다. 감옥에서 진찰을 받으니 임신 3개월째라고 했다. 나시노는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하면서 교정당국에 석방해달라고 청했다. 코로나19을 핑계로 계속 재판을 미루던 사법당국은 지난해 4월 코로나가 확산되자 나시노를 비롯해 22명의 정치범을 석방했다. 그녀를 변호하던 변호사단체는 교도소나 병원에서 모녀가 함께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판사는 거부했다. 지난 7월 1일 리버를 낳았는데 체중 미달인 채로 태어났다. 하지만 나시노는 다음달 13일 감옥으로 돌아갔다. 필리핀 법률에 따르면 엄마와 아기는 첫 한달만 함께 교도소에서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말레이시아 교도소에서 출산한 엄마들은 아기가 서너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지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생후 18개월 때까지 지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대법원 앞에 촛불을 켠 채 항의시위를 벌였지만 소용 없었다. 나시노의 어머니는 매주 딸의 석방을 청원하는 편지를 당국에 보냈지만 마찬가지였다. 나시노의 출산을 도운 의료진도 아기는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교도소는 모녀가 함께 지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등 온갖 핑계를 늘어놓았다. 여성 수감자에 대한 처우를 규정한 ‘방콕 룰’에 따르면 언제 아이를 엄마로부터 떼어놓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때를 고르도록 했다. 교도소는 변호사의 접견마저 코로나를 핑계로 허용하지 않아 전화로만 접촉할 수 있었다. 9월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리버의 상태가 나빠졌다. 설사를 매우 심하게 했다. 같은 달 24일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이 소식이 알려지자 추모와 동정의 글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났다. 마침 성전환 여성을 살해한 미군 해병대원을 사면할 정도로 관대한 법원이 여성 정치범에게 가혹하고 잔인하게만 굴었다는 데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다. 돈 있고 힘 있는 이들은 자녀 결혼식이나 졸업식에 참석하도록 일시 석방하면서 젊은 정치범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없는 것이냐고 따지곤 했다. 궁색해진 법원은 딸의 마지막을 지키는 철야 기도회와 장례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사흘의 외출을 지난 13일 허용했다. 하지만 교도소장이 개입해 14일 철야 기도회와 16일 안장식 3시간씩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놈의 팔자가 왜이리 사나운지~ 이승 미련일랑 싹 떨치길”

    “이놈의 팔자가 왜이리 사나운지~ 이승 미련일랑 싹 떨치길”

    “이렇게 구차하게 살라고 우리어머니 날 낳으셨나~. 이놈의 팔자가 왜이리 사나운지~. 이승에서 미련일랑 싹 떨쳐버리고 가시길~.” 경기 부천시 상동 한옥마을에서 지난 13일 진행된 경기도무형문화재 ‘자리걷이’ 굿공연에서 만신이 연달아 읊조렸다. 14일 부천시문화원에 따르면 굿공연을 이끈 정영도(72) 선생은 자리걷이 제61호 예능보유자로 2016년 11월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자리걷이는 죽은 사람의 누운 자리 부정을 걷는다는 의미로, 죽어서 넋이 아직 산 사람 곁에 있으니 넋은 제 자리를 잡아야 하고 산 사람과 분별시키는 절차다. 장례를 치른 후 관이 집밖으로 나간 뒤 관이 있던 자리에 음식을 차려놓고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푸닥거리로 ‘집가심’ 혹은 ‘방가심’라고도 한다. 죽은 사람의 넋이 저승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고 집안의 부정을 제거하고 맑게 해주는 의식이다.자리걷이는 부천문화원에서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관계자 외에 소수 인원만 참석해 온라인으로 치렀다. 이날 공연에서 죽은 망자와 가족들의 마지막 이별 의식들과 망자를 확인하는 과정을 생생히 그려냈다. 무속인 14명이 출연하고 장구·심벌즈·피리·대금·해금으로 구성된 원미산미문화마당이 악사로 흥을 돋아주며 잡신을 몰아내는 역할을 맡았다. ‘자리걷이’를 할 때 등장하는 생소한 도구가 있는데 고리버들 가지로 엮어 만든 ‘고리짝’이다. 무속인들은 가마니 손베틀로 이 고리짝에 장단을 맞춰 긁으며 앉은굿을 한다. 절차는 주당살을 풀어내는 ‘주당물림’을 시작으로, 넋대에 망자의 넋을 받아서 유가족과 만나는 ‘넋대내림’으로 이어진다. 만신은 넋대를 잡은 사람 옆에서 고리짝을 긁으면서 “넋이 돌아왔으면 둘러보고 일가친척 만나보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이어 망자의 한을 풀기 위한 ‘초영실’- 망자를 저승에 데리고 가고 저승사자를 잘 위무하는 ‘사재삼성’- ‘청귀벗기기’- 넉을 거두는 ‘방가심’-‘넋 건지기’-마지막 식사대접 ‘상식’-망자가 마지막으로 유가족과 인사하는 ‘후영실’-‘길가름’으로 진행된다.길가름은 망자의 한복과 속옷·양말·신발 등을 준비해 망자가 떠날 채비를 해 소창과 삼베를 각 3필씩을 갈라서 이승과 저승의 길을 가른다, 이별을 완성하는 자리다. 행사를 본 부천 중동의 한 주민은 “50년 넘게 살면서 이런 무속공연은 처음 봤는데 흥미스러우면서도 생소했다”며 “삶과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경외스럽기도 한데 고인 넋을 위로하는 행사를 부천에서 잘 계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 마지막 즈음 사재군웅 순서에서는 저승으로 떠나는 존재로서 망자와 마지막 이별을 확인하는 의식이 펼쳐졌다. 그러고는 여러 잡귀·잡신들을 풀어내 뒤따를 수 있는 탈을 막아내는 ‘뒷전’으로 굿공연이 끝났다. 이날 공연을 주도한 정영도 예능보유자는 부천 소사읍 장말(부천 중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원인모를 병으로 16세에 강신무가 됐다. 넘말의 유명한 만신이자 신내림을 해준 봉자엄마, 즉 떵덕쿵 만신 또는 넘말 신씨네 만신으로 불리던 김씨(1907~1992)에게 사사한 뒤 본격적인 무업의 길을 걷게 됐다. 신씨네 만신은 부천에서 큰만신으로 이름을 날린 광복엄마(1897~1960)의 신딸이었다. 광복엄마가 부천 신곡리 홍씨 마나님에게 배운 굿 문서가 이어져 부천지역 일대에 전승되면서 1대 홍씨 마나님, 2대 부천 넘말 광복엄마, 3대 부천 넘말 신씨네, 4대 부천 장말 정영도 만신으로 계승되고 있다. 최의열 부천문화원 사무국장은 “자리걷이는 옛날 우리 무속신앙이 원조”라며 “지금은 자리걷이가 큰 굿에 밀리고, 장례문화가 병원 영안실로 바뀌다 보니 많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경기도의회 웹드라마 ‘ 사랑하면 조례’ 크랭크 인

    경기도의회 웹드라마 ‘ 사랑하면 조례’ 크랭크 인

    경기도의회(의장 장현국)는 13일 지방의회 최초로 시도하는 웹드라마 ‘사랑하면, 조례?!’(제작사 코이픽쳐스) 촬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랑하면, 조례?!’는 경기도의회를 배경으로 젊은 도의원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의정활동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이야기를 밝고 유쾌하게 그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경기도의회의 역할과 도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계획이다. 드라마 주인공에는 ‘편의점 샛별이’(SBS)의 주연 배우 도상우, ‘한 번 다녀왔습니다’(KBS2)의 조연 배우 김주영이 각각 캐스팅됐다. 여기에 중견배우인 김정균(KBS 공채 14기 탤런트)과 영화 ‘살인의 추억’ 이후 명품 조연으로 자리매김한 배우 박노식이 함께해 극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장현국 의장은 배우들과 인사를 나눈 자리에서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가 처음 시도하는 이번 웹드라마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이후 다른 지역의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바라며, 드라마를 통해 도민들께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경기도의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랑하면, 조례?!’라는 드라마 제목은 중의적 표현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드러내는 ‘사랑하면, (원래)저래?’ 라는 뜻과 함께 경기도의회가 제정하는 조례에는 도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다는 것. 경기도의회 청사 및 경기도 일대에서 촬영에 들어간 웹드라마 ‘사랑하면, 조례?!’는 이후 편집 작업을 거쳐 오는 다음달 중 경기도의회 유튜브 채널 ‘이끌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9살 소년, 성폭행 위기 엄마 구하려다 살해돼” 인니 발칵

    “9살 소년, 성폭행 위기 엄마 구하려다 살해돼” 인니 발칵

    소년 시신 업고 도망갔다가 총 맞고 체포인도네시아에서 9세 소년이 성폭행당하는 엄마를 구하려다 범인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13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수마트라섬 동부아체군에서 10일 오후 삼술(35)이라는 남성이 가정집에 침입해 잠들어 있던 여성(28)을 성폭행했다. 피해 여성은 정글 칼을 든 삼술에게 저항하다 손을 베였다. 당시 피해 여성의 남편은 강에 물고기를 잡으러 집을 비웠고, 집이 팜농장 가운데 있어 도와줄 이웃이 없었다. 그때 아홉 살 난 아들이 다른 방에서 잠자다 엄마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술은 소년이 달려들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뒤 시신까지 둘러업고 달아났다. 경찰은 다음날 오전 축구장에 숨어있던 삼술을 포위했고, 그가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자 다리에 3차례 총을 발사해 체포했다. 그러나 그는 소년의 시신을 어디에 숨겼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경찰은 삼술을 계속 압박해 결국 인근 강에서 소년의 시신을 수습했다. 지역 경찰 수사대장은 “어머니를 지키려던 용감한 소년의 시신은 온몸이 베인 상처투성이라 가슴이 아팠다”며 “팔과 손가락, 어깨, 목, 턱, 가슴에 셀 수 없는 상처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삼술은 조사 결과 다른 살인 사건을 저질러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15년째 복역하던 중 교도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한 정부에 의해 최근 조기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전국 교도소에서 형량의 3분의2를 복역한 수용자 5만명을 순차 가석방하고 있다. 올 초 인도네시아 전국의 수용자는 27만여명으로, 공식 수용인원의 2배가 넘는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석방이 이어지면서 강·절도 등의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현지언론을 보도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여기는 동남아] 딸 살해한 아빠, 22개월 만에 가석방된 이유

    [여기는 동남아] 딸 살해한 아빠, 22개월 만에 가석방된 이유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정신 질환을 앓던 친딸을 살해한 아빠가 구속 22개월 만에 가석방됐다. 지극 정성으로 딸을 돌본 부모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준 딸의 이상 행위에 어쩔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33개월 형을 선고받고 구금 중이던 탄(66)씨에게 형량의 1/3을 감면, 12일 가석방했다. 판사는 “딸의 비정상적인 행위는 부모를 극단으로 내몰았으며, 탄 씨는 이타적이고 딸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아빠였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의 죄를 뉘우치고, 더 이상의 위험 행동 증후가 없는 점을 고려해 가석방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딸은 200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직업을 얻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생활해 왔다. 2012년 지하철에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고, 당시 ‘광장공포증’과 ‘강박관념적 하이포콘드리아증'(극도의 건강염려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병원 치료를 거부한 채 부모와 남자친구의 돌봄을 받으며 집에 머물렀다. 딸의 예민함은 나날이 심해져 부모에게 바닥 청소를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적으로 시켰다.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면서 아빠에게 엄마를 때리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부모는 딸이 원하면 고개 숙여 사죄하기도 했는데, 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선택이었다. 수시로 집에 들러 딸을 돌봐야 했던 아빠는 그랩(차량공유 서비스) 기사로 일했고, 딸이 부르면 만사를 제치고 집으로 달려왔다. 또한 딸은 새집을 마련한다면서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다. 남동생에게는 대학 학비로 부모에게 받은 5만 달러를 요구해서 받아냈다. 또한 부모의 사랑과 재정적 도움이 부족하다면서 부모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곤 했다. 모친의 연금 수령인을 본인 명의로 돌려놓기도 했다. 2018년에는 집 근처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주민 중 누가 ‘범인’인지 찾아낼 것을 강요, 집안에 초강력 환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해 10월에는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치료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집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고모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건이 발생한 2018년 11월, 고모의 집에서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아빠에 대한 욕설을 그치지 않으며 “포크로 아빠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딸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임을 직감한 아빠는 방에 들어가 강철봉을 집어 들어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딸은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아빠에게 달려들었고, 아빠는 강철봉으로 딸의 머리를 내리쳤다. 딸이 숨진 것을 확인한 아빠는 곧바로 경찰에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고 자수했다. 법원은 탄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 혐의로 33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보통 유사 범죄 행위에 대해 징역 10년, 벌금, 태형 등에 처한다. 판사는 또한 끊임없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딸을 돌보느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은 부모도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신 질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제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것을 깨닫도록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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