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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극단선택 시도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거부된 후 끝내 투신

    [단독] 극단선택 시도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거부된 후 끝내 투신

    50대 정신질환자 번개탄 피워 숨지려 시도현장 경찰 출동해 사태 수습, 응급입원 추진인근 정신병원, 병실 없다는 이유로 입원 거부결국 4일 후 18층 아파트서 투신, 끝내 사망 번개탄을 피워 사망하려 했던 50대 정신질환자가 응급입원이 거부된 뒤 4일 후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첫 신고를 받고 환자를 인근 정신병원에 응급입원 시키려 했지만 주변 병원 5곳으로부터 병실이 모두 찼다는 등의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했다. 치료 공백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해 4월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이 시민 5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대응 역량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부실한 대응이 반복되고 있었다. 9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새벽 3시 30분쯤 경남 김해시 구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엄마가 자살을 시도했다. 방에 문을 잠그고 번개탄을 피우는 것 같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조현병 증세를 보인 정모(51·여)씨는 술을 마신 채 안방 내 화장실에서 숯에 불을 붙여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다행이 김해 중부경찰서 왕릉지구대 경찰관과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출동했고, 정씨는 별다른 외상 없이 구조됐다. 정씨는 평소에도 “전파 공격을 당하고 있다. 머리에 칩이 있다”는 등의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며 조현병 증세를 보였다. 자칫하다간 정씨의 인명은 물론이고 아파트 내에 큰 불이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병실 없다” 등 이유로 응급입원 거부당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정씨의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구대 근무자들을 통해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봤다. 그러나 입원이 가능하다는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H병원은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른 H병원은 당직 의사가 없고, 응급입원은 18~23시까지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N병원도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J병원은 당직의사가 없어 입원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씨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 경찰은 정씨를 순찰차에 태우고 시도별 지정 정신의료기관(행정입원이 가능한 의료기관) 중에 하나인 D병원에 직접 찾아 갔다. 그러나 실랑이 끝에 문전박대만 당했다. 응급입원이 무산된 정씨는 4일 후인 지난 7일 새벽 아파트 18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한 경찰관은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은 자신의 생명은 물론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음에도 김해 중부경찰서 관할 내 정신병원은 야간에 정신질환자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며 “최근엔 김해에서 왕복 300㎞에 이르는 사천이나 고성, 진주 지역 정신병원으로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야간에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지만, 대형병원 위주라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많은 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조현병 앓던 딸 23년간 돌보다 결국 살해한 엄마… 징역 4년

    조현병 앓던 딸 23년간 돌보다 결국 살해한 엄마… 징역 4년

    중학생 딸에 조현병 앓게 되자직장 관두고 23년간 지속 간호지난 5월 잠자던 딸 살해변호인 “번아웃 증후군 겪는 심신미약 상태”중학생 때부터 조현병을 앓고 있던 딸을 23년 동안 돌보다 결국 살해한 엄마에게 1심에서 실형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엄마가 오랜 기간 딸을 정성껏 돌봐 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녀의 생명을 함부로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여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던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펴 왔다 해도 자녀의 생명에 관해 함부로 결정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중학생이던 딸이 조현병 등 질병을 앓게 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3년간 딸을 돌봤다. 지속적인 간호와 치료에도 딸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지난 5월 집에서 잠을 자던 딸을 살해했다. 변호인은 A씨가 당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등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있으면 딸을 살해할 수 없어 남편이 없을 때 살해했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변호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계속된 노력에도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골대가 막은 이강인 원더골…VAR 춤춘 발렌시아, R마드리드 4-1 대파

    골대가 막은 이강인 원더골…VAR 춤춘 발렌시아, R마드리드 4-1 대파

    ‘슛돌이’ 이강인(19·발렌시아)의 원더골을 골대가 방해했다. 발렌시아는 카를로스 솔레르의 페널티킥 해트트릭에 힘입어 레알 마드리드를 대파했다.발렌시아는 9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2020~21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홈 경기에서 페널티킥 해트트릭을 기록한 솔레르의 활약을 앞세워 레알 마드리드에 4-1 승리를 거뒀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 끝에 거함을 상대로 1승을 건진 발렌시아는 9위(3승2무4패)로 뛰어올랐다. 레알 마드리드는 4위(5승1무2패)로 밀렸다. 헤타페와의 2-2 무승부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장한 이강인도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VAR)이 난무했다. 그만큼 박스 안에서 다양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반 23분 카림 벤제마가 선제골을 터뜨렸을 때까지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전반 35분 솔레르가 균형을 맞추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막시 고메스의 크로스가 박스 안에 있던 마르코 아센시오의 팔꿈치에 맞으며 발렌시아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솔레르의 킥은 레알 마드리디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선방에 막혔다. 솔레르가 흘러나온 공을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찼으나 골대를 맞혔다. 유누스 무사가 이를 마무리 했으나 VAR 결과 솔레르의 킥보다 쿠르투아의 발이 먼저 떨어졌다는 판정이 나오며 페널티킥을 다시 차게 됐다. 이번에는 솔레르가 깔끔하게 성공했다. 전반 43분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자책골이 나왔다. 고메스가 상대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찬 크로스를 레알 마드리드의 라파엘 바란이 미끄러지며 걷어낸다는 것이 공중으로 높이 솟았다가 골문 안쪽을 향했다. 쿠르투아가 골문 안쪽으로 쓰러지며 급하게 쳐냈으나 VAR 결과 공이 골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판정됐다. 후반 2분에는 이강인이 거함을 완전히 무너뜨릴 뻔했다. 상대 골문을 등진 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솔레르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180도 회전을 하며 그대로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다. 멋진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쿠르투아의 손을 스친 뒤 골대를 맞히고 말았다. 아쉬움을 삼킨 발렌시아는 후반 9분 고메스가 박스 안에서 마르셀로의 다리에 차여 넘어졌고, VAR 판독 결과 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역시 솔레르가 마무리 했다. 9분 뒤에도 무사와 박스 안에서 경합을 벌이던 세르히오 라모스의 핸드볼 반칙이 나왔다. VAR을 거쳐 어김 없이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또 다시 솔레르가 차분하게 성공시켰다. 이강인은 후반 35분 근육 경련이 일어나 교체됐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들어 가장 긴 시간을 소화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 됐다. 홀린듯한 레알 마드리드의 하루는 이렇게 끝났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아들만 14명 낳은 끝에 결국 딸 출산 성공한 美부부

    아들만 14명 낳은 끝에 결국 딸 출산 성공한 美부부

    아들만 무려 14명을 연달아 출산한 부부가 15번째 임신 끝에 드디어 딸을 품에 안았다. USA투데이 등 미국 현지 언론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주에 사는 케이터리 슈완트(45)와 제이 슈완트(45) 부부는 30년 동안 꿈에 그리던 딸을 출산했다. 슈완트 부부는 수년 전부터 지역 일간지에 사연이 소개되는 등 유명인사였다. 결혼 후 지금까지 14명의 자녀를 출산했는데, 공교롭게도 14명이 모두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대학생 시절인 1993년 결혼한 커플은 슈완트 부부의 장남은 올해 벌써 28세다. 이후 부부는 쉬지 않고 출산을 이어갔다. 13번째 아이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당시, 슈완트 부부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자녀의 성별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아들만 낳았기 때문에 귀여운 여자아이를 갖고 싶다”고 소망하기도 했다.14번째 자녀마저도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15번째 아이가 생겼고, 모든 가족의 축복을 받은 아이가 드디어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부와 오빠가 된 14명의 소년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장남인 타일러는 “우리 집에는 분홍색 옷이나 물건이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가 (딸을 낳을 것을 대비해) 분홍색 아기 옷을 구비해 뒀는지 모르겠다”면서 “부모님은 마침내 딸을 낳으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12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며 기쁨을 표했다. 이어 “부모님은 아마도 또 아들을 낳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여자아이 이름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지금까지 우리 집은 아들로만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동생을 위해) 변기 시트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완트 부부는 “막 태어난 딸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보호를 받는 아이가 될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승리 눈앞 바이든의 ‘반쪽’, 풀타임 교직 병행하는 첫 퍼스트 레이디 될듯

    승리 눈앞 바이든의 ‘반쪽’, 풀타임 교직 병행하는 첫 퍼스트 레이디 될듯

    조 바이든(78)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현지시간) 프라임타임대 연설을 통해 대선 승리를 선언할지 초미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핵심 참모들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렇게 조심스럽고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하는 가운데 그가 당선의 영광을 누린다면 부인 질 바이든(69) 여사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백악관에서의 내조와 풀타임 직장을 병행하는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여성 잡지 마리끌레르가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7일 오전 8시(한국시간) 현재 조지아(99% 개표), 네바다(92% 개표), 애리조나(94% 개표), 펜실베이니아(96% 개표) 4개주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다. 조지아는 표 차가 4182표, 펜실베이니아는 1만 4541표, 네바다는 2만 137표, 애리조나는 3만 9400표다. 여전히 대선 승리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 가운데 253명만 확보한 상태다. 여러 주에서 재검표 요구가 잇따르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불복을 재다짐한 상황이어서 그녀의 남편이 당선인으로 불리는 일은 더욱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사실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은 느슨하게 규정돼 있고 처우도 열악하다. 봉급이라고는 한푼도 없고, 4년이나 8년 동안 내리 공적 임무만 잔뜩 부과된다. 행사 계획을 짜고 만찬 준비를 하는 등 허드렛일만 널려 있다. 역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퍼스트 레이디라면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 빌에 의해 백악관 건강보험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은 것, 로라 부시가 어린이 문맹 퇴치 캠페인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여성들 억압에 대해 의회에 나와 연설한 일, 미셸 오바마가 소아 당뇨병을 퇴치할 캠페인을 벌이고 여성의 교육 기회를 개선하는 것과 군인 가족을 지원한 일이 손에 꼽을 만한데 질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눈길이 간다. 1951년 뉴저지주에서 질 트레이시 제이콥스로 태어난 그녀는 필라델피아 외곽에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다섯 자매의 맏이로 달리기를 아주 좋아했고, 장난꾸러기로 악명을 떨쳤다. 브랜디와인 주니어 칼리지 대학에서 패션산업을 공부한 뒤 델라웨어 대학으로 편입, 영어를 전공했다. 공립 고교와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 읽기를 가르쳤고, 정신병원에서 10대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읽기와 영어로 석사 학위를 땄고, 2007년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과정이던 1970년 빌 스티븐슨과 결혼했으나 4년 뒤 이혼했고 일년 뒤 막 상원의원에 당선된 조를 만났다. 조의 남동생 프랭크가 다리를 놓았다. 질은 2008년 잡지 보그 인터뷰를 통해 “그가 문에 들어섰는데 스포츠 코트에 슬리퍼를 끌고 왔다. 난 속으로 ‘주님, 이런 남자랑은 백만년이 돼도 엮일 것 같지 않아요’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는 나보다 아홉 살 위였다! 하지만 우리는 필라델피아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다. 집에 돌아와 문앞에 섰는데, 70년대 사내들은 문앞에서 추근대곤 했다. 뭐 난 그리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쨌든 그는 악수를 하더니 잘 자라고 인사했다. 난 계단을 올라가 엄마를 불렀는데 새벽 1시가 넘었더라. ‘엄마, 마침내 신사 분을 만났어’라고 말씀드렸다”고 털어놓았다.1977년 6월 17일 뉴욕에서 결혼했는데 다섯 번째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녀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지 자신이 없어서 뿐만 아니라 그에겐 (대선 막판까지 아버지를 힘들게 했던) 헌터와 (2015년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보 두 아들이 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부인은 1972년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언니와 함께 먼저 세상과 작별했다. 질은 보그 인터뷰를 통해 “난 그들에게 또 한번 엄마를 잃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100% 확신했다. 커다란 일보였다”고 돌아봤다. 두 아들과 1981년 6월에야 함께 살게 된 친딸 애슐리를 양육하느라 직장을 잠시 쉰 그녀는 곧바로 교직에 돌아오면서 동시에 학위 공부에 매진했다. 남편 조가 반세기 상원의원으로 일하는 내내 교직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부통령 부인으로 미셀 오바마를 도왔지만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NOVA)에서 영어 교수 일을 계속했다. 세컨드 레이디가 바깥 일을 병행하며 월급을 받은 것도 그녀가 처음이었다. 미셸도 그녀가 두 일을 병행하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놓곤 했다. 2016년 한 인터뷰를 통해 “질은 늘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었다. 재미있게도 난 까먹다가 ‘아 그렇지, 낮에도 직장을 다니시지!’라고 탄성을 지르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시험지를 덮었다. 그러면 난 ‘보세요! 당신은 직업이 있잖아요! 말해줘요! 그게 어떤 일인지 말해줘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질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돕거나 미셸을 도와 군인 가족을 응원하는 캠페인을 함께 주도했고, 올해 암 환자들의 고충을 듣는 투어를 남편과 함께 했다. 올해 대선 유세에 적극적으로 합류해 처음으로 교직 일을 여러 차례 휴가를 내 빠졌다. 그녀는 CNN 방송에 “남편이 늘 날 응원했다. 그리고 이번은 알다시피 나도 변화를 원하기 때문에 그를 응원할 결정적 기회다. 난 새로운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퍼스트 레이디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로 여러 일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CNBC 인터뷰를 통해 “교육이 올바로 서야 한다. 그 다음 군인 가족이다. 난 전국을 돌며 공짜로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좋은 읽기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학교에서의 평등이 요구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있어서도 미국의 지위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유세를 하면서도 온라인 교직 훈련 과정에 참여했다고 일간 워싱턴 포스트가 전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연초에 CBS 선데이 모닝 인터뷰를 통해 “백악관에 들어가도 난 계속 가르칠 것이다. 난 사람들이 교사를 평가하고 그들의 기여를 알게 하며 그들의 직무를 고무시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기는 호주] ‘바비 인형’이 꿈꾸는 성형중독녀, 비용만 1억 6000만원

    [여기는 호주] ‘바비 인형’이 꿈꾸는 성형중독녀, 비용만 1억 6000만원

    '살아있는 바비인형'이 되고 싶어 성형 중독에 빠진 호주 여성의 인터뷰가 보도되어 화제다. 그녀가 그동안 성형을 하는데 지불한 비용은 약 20만 호주달러(약 1억6000만원)로 그녀의 성형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난 5일 호주 채널7 더 모닝쇼에는 성형으로 유명해진 타라 제인(31)이 생방송에 출연해 성형 과정, 비용, 성형 중독이라는 비난에 대한 생각을 소상하게 밝혔다. 호주 멜버른 출신인 타라 제인(31)은 성형외과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다가 성형의 세계에 입문했다. 한번 시작한 성형은 멈추지를 못했다. 그녀는 자신을 '살아있는 바비 인형의 한정판' 정도로 생각하기를 원한다. 완벽한 바비 인형이 되기위해 그녀는 가슴성형만 5번, 코성형 6번, 엉덩이 수술, 라미네이트, 끝없이 이어지는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받았다. 그동안 성형에 들어간 비용은 약 2십만 호주달러. 그녀는 "성형은 아주 비싼 취미이다. 끝없이 보톡스와 필터를 맞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한번에 들어가는 비용만 2000 호주달러에서 5000 호주달러"라고 알렸다. 제인은 자신의 성형에 대해 매우 자신만만 하다. 그녀는 "나에게 성형은 자신감"이라며, "오늘날 여성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아름다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형은 최상의 내가 될 수 있게 하는 자신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내 나이가 31이지만 21살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인은 자신의 성형모습을 SNS를 통해 알리면서 9만명의 구독자와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의 자신만만한 성형을 워너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형중독녀'라며 비난과 악플이 쏟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는 "나도 내가 성형중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악플은 오하려 나를 더욱 강하게 하고 성공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다른 사람의 비난에 신경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위해 노력하고 그러면서 행복감을 느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인은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지난 3월에도 유럽에서 성형시술을 받다가 호주로 귀국했다. 그녀는 "당시 엄마와 함께 유럽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엄마가 옆에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유럽으로 가서 다시 성형수술을 받을 생각이다. 그녀는 더 선명한 초록색 눈색깔을 위해 눈성형, 얼굴 리프팅, 갈비뼈 척출을 통해 더욱 잘록한 허리선을 만들 생각이다. 거기에 현재 1050CC의 가슴 보형물도 1500CC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내 나이가 어때서”… 지구촌 지도자 ‘70대 시니어’ 전성시대

    “내 나이가 어때서”… 지구촌 지도자 ‘70대 시니어’ 전성시대

    네타냐후·스가·두테르테·수치 모두 70대77세 우드워드·90세 버핏 현장서 맹활약유럽은 젊은 편… 마크롱 등 30~40대 여럿 다양한 경험과 경륜이 위기 대처에 도움변화·혁신 약하지만 극단 안 치우쳐 장점세대 격차 줄여 조화로운 공존 여부 관건70대 지도자 전성시대다.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인, 언론인까지 70대가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거의 70대다. 더욱이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민주당 후보 모두 70대여서 도널드 트럼프나 조 바이든 중에서 누가 당선되든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세우게 됐다. 민주당 경선에 나왔던 버니 샌더스(79)와 엘리자베스 워런(71)도 모두 70대다.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나이와 리더십의 상관관계로 관심이 옮겨 가고 있다. ‘나이 70이 세계 지도자들에게는 50세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학자들까지 등장했다. 70대가 50대처럼 아무 문제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2차대전 후 美베이비붐 세대 정부·의회 장기 포진 70대 정치 지도자는 미국만이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71) 이스라엘 총리, 스가 요시히데(72) 일본 총리,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75) 필리핀 대통령도 모두 70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3년 뒤면 70대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한국의 야당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팔순이고, 2022년 대선 출마가 유력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년 뒤면 70세다. 이에 반해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확실히 젊은 편이다. 30대·40대 총리와 대통령이 여럿 있다. 또 51살에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60대 여성 지도자 3명이 유럽의 정치와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다. 20~30년 전에 비하면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철저한 체력 관리에 교육수준까지 높아져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길어졌다. 관건은 할아버지와 손주만큼이나 벌어진 세대 격차와 문화적·사회심리적 차이를 줄여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지도자 평균 연령대가 1990년대와 비교하면 많이 올라갔다. 세대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한국에 ‘386세대’가 있듯이 미국에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까지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포진하고 있다. 1992년 47세의 빌 클린턴과 45세의 앨 고어가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하면서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보다 20년 이상 젊어졌다. 이어 빌 클린턴과 1946년생 동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50대에 대통령이 됐고, 이어 2008년에 1961년생인 버락 오바마가 48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보다 한 살 적은 69세의 힐러리 클린턴과 70세의 트럼프가 맞붙어 트럼프가 당선됐다. 이로써 1946년에 태어난 미국 대통령은 세 명으로 늘어났다. 정치인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체력과 판단력, 사고의 유연성과 포용력이 중요한데 과연 70~80대가 이런 자질을 유지하고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현실 앞에서 이 같은 추정은 힘을 잃었다. 트럼프는 현재 74세이고, 바이든은 78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959년생 61세로 젊은 축에 속할 정도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80세이고,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두 살 적은 78세다. 펠로시는 2년 전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8시간이나 쉬지 않고 발언한 기록도 세웠다. 젊은 의원들도 따라오지 못할 강한 체력을 보여 줬다. 지난 3일 선거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10월 말 현재 미 연방 하원의원 36명과 상원의원 14명의 나이가 75세 이상이라고 한다. 만약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신설할 ‘기후변화 차르’를 존 케리(76) 전 국무장관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힐러리 클린턴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72)가 맡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美 70대 지도자 공통점은 고학력 백인 남성 경제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90세이고, 루퍼트 머독은 89세다. 임원급 헤드헌팅회사인 크리스트콜더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새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나이가 15년 전보다 20% 높아졌고, 주요 기업 CEO 중 40%가 60대 이상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국장은 77세로 50년 가까이 취재 현장에서 특종 보도와 책을 매년 펴내고 있다. 미 대선 후보 토론회를 진행했던 CBS방송의 레즐리 스탈도 79세다. 전문가들은 이들 70대를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물결로 보고 있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 평균 나이는 미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43)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49) 캐나다 총리는 40대다. 핀란드 여성 총리는 35세이고 테러와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리더십을 높이 평가받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갓 마흔을 넘었다. 미 테네시대학이 수집 분석한 세계 지도자 자료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들의 평균 나이는 1950년대 이후 꾸준히 높아진 반면 유럽 지도자들의 평균 연령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떨어지기 시작해 세계 평균에 크게 밑돈다.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의 총리나 대통령의 중간 나이값은 52세이고, 8명은 45세 이하라고 한다. 70대는 딱 한 명이다. 포린폴리시 최근호에 나이와 세계 지도자에 관한 글을 기고한 잭 골드스톤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미국의 70대 정치 경제 지도자들의 공통점으로 고학력의 백인 남성을 꼽았다. 미국 남성들은 확실히 윗세대보다 오래 건강하게 활동적으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DC와 뉴욕에 거주하는 남성의 2015년 기준 기대수명은 1990년보다 13.7년 늘어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미국인들의 75%가 자신의 건강이 좋거나 매우 좋다고 답했다. 1991년에는 66%에 그쳤다.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 조직의 경직화 초래 우려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70대가 넘으면 가장 큰 걱정이 치매다. 트럼프나 바이든 모두 치매에 걸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미 하버드대 의대가 올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75세가 넘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1995년 25%에서 18%로 크게 낮아졌다.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조기진단과 예방활동 등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골드스톤 교수는 여러 근거를 종합해 볼 때 70대 고령의 대통령이라고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다양한 경험과 경륜이 현재 미국 사회가 맞닥뜨린 여러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젊은 세대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단을 내리고 변화와 혁신에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지만, 극단으로 치우칠 가능성은 낮은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 차이가 있다지만, 최고 지도자의 고령은 주요 리스크 요소이고, 경험에서 나온 확고한 신념은 변화와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 조직을 경직되게 할 수도 있다. 인구 구성상 밀레니얼과 포스트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젊음과 변화,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지도층의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얼과 포스트밀레니얼 세대는 나이나 성, 정체성보다는 개인 그 자체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또한 기존의 정당이나 정치 조직에 대한 불신이 강한 편이다. 정당보다는 시민 사회단체에 더 관심이 많고 이데올로기보다는 기후변화와 같은 특정 이슈에 천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젊은 세대를 제대로 알고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70대의 기성 정치·경제·사회 지도자들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경험을 공유할 때 간극을 좁힐 수 있다. 세대마다 전성기가 있고 역할이 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정경심 “이번 사건 수십년 인간관계 송두리째 무너뜨려…삶에 회의“

    정경심 “이번 사건 수십년 인간관계 송두리째 무너뜨려…삶에 회의“

    “이번 사건은 지난 수십년 간의 저의 인간관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렸습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진행된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에 나선 정 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검찰이 징역 7년과 벌금 9억원, 추징금 1억 6000여만원을 구형할 때 눈물을 훔쳤던 정 교수는 최후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수시로 북받치는 감정을 제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정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최성해 당시 동양대 총장에게 (표창장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면 (최 총장이) 발급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으며, (최 총장에게) 표창장을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겠느냐”고 반문했다. 입시비리 전반에 대해서도 “결혼 이후 계속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이 학업을 철저히 챙기는 극성 엄마가 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취했으며, 사모펀드 비리에 대해서는 “공직자였던 배우자(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정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자신이 받은 상처와 고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순간 저와 아이들, 친정 식구들, 시댁 식구까지 망라해 온 가족이 수사대상에 오르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파렴치한으로 전락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면서 “사는 것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고 말했다. 내내 혐의를 부인하던 정 교수 진술 말미에 다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이 누린 삶에 대해 통상적 기준으로 판단하면 예외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저희에게 주어진 혜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는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의 범행을 박근혜·최서원(본명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빗대며 “도덕적 비난을 넘어선 중대 범죄”라면서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입시비리에 대해 “부의 대물림, 합격이라는 목표를 위한 도를 넘는 반칙, 입시시스템의 공정을 해진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사모펀드 비리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지위를 이용해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과 상호이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선고 기일은 다음달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 소년·소녀 범죄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청소년 범죄를 막을 실마리가 보인다. 서울신문은 보호처분(보호·교화 목적으로 소년 재판부가 내리는 결정) 경험이 있는 소년 15명과 소녀 12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단어 총 5만 4956개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르스프락시아의 도움을 받아 각각 분석했다. 단어의 언급 빈도를 살피고, 단어의 관계와 맥락을 파악해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는 ‘의미망 분석’ 작업을 진행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요 화제인 ‘겉의미’ 단어와 내면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반영한 ‘속의미’ 단어를 추출했다. 단순히 소리 내어 말한 언어의 양(발화량)뿐 아니라 해당 단어가 화자에게 갖는 영향력과 화자가 느끼는 감정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드러난 소년과 소녀의 생각은 같은 듯 달랐다. 소년에게선 고민을 터놓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엿보였다. 소녀의 언어에선 엄마와 친구 등 기댈 존재가 없다는 데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6호 보호처분 시설인 경기 양주 나사로 청소년의 집과 전북 고창 희망샘학교, 법무부 산하 한국소년보호협회의 강원생활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광주남부지소의 도움을 받았다.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네트워크 분석] 소년·소녀 범죄자의 인터뷰에서 뽑아낸 핵심 단어들의 관계와 맥락을 그린 ‘네트워크 분석’ 지도. 핵심 단어(원 안) 및 연관어(원 둘레)가 각각의 군집을 이루고, 군집 간 화살표는 선후관계를 뜻한다. 소년들은 생각 없이 → 친구들과 놀다가 → 비행을 저지르고, 소녀들이 지향하는 인간관계는 친구로 귀결된다. [감정 분석] 단어에 담긴 소년·소녀 범죄자의 감정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에 꼽힌 긍정어와 부정어. 소년들은 ‘사고’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고 소녀들은 ‘싸우다’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다. ●소년을 설명하는 단어 ‘없다’·‘어른’·‘폭력’ “별생각이 없어요.” 소년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핵심 단어는 ‘없다’였다. 이 추상적인 말의 뒤를 ‘학교’, ‘친구’, ‘생각’ 등이 이었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없고, 학교나 친구도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소년들은 범죄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별로 해 본 적 없다. 눈에 띄는 결과는 주변 어른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주제별로 단어를 나눠 보니 ‘부모’와 ‘학교’가 ‘범죄’와 같은 그룹으로 묶였다. 구체적으로 부모는 ‘가출’을 유발하는 ‘싫은’ 존재,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였다. 소년에게 범죄의 트리거(결정적 계기)는 부모와 학교의 외면이었다. 세훈(15)이는 학교장이 가정법원에 직접 사건을 접수하는 제도인 ‘학교장 통고제’로 두 번째 보호처분을 받았다. “예전부터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말을 안 들으면 보호관찰 중이라는 사실을 다른 애들한테 말하겠다’고 해서 대들었더니 다시 시설로 보내졌어요.” 전교생 앞에서 부당한 경험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세훈이는 반성할 생각이 없었다. “한 번 문제아로 찍히면 끝이에요. 불합리해요.” 세훈이는 원망했다. 소년들은 ‘때리다’, ‘싸우다’ 등 폭력 관련 어휘에 가장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폭력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인 동시에 ‘내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기도 했다. 힘의 논리로 서열을 다퉈 온 이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형(19)이는 동네에서 ‘잘나가는’ 형들이 후배들을 불러 토너먼트식으로 싸움을 시킨 일을 떠올렸다. 먼저 피를 흘리거나 못 싸우겠다고 얘기하면 지는 게 규칙이다. “학교나 동네별로 주먹질을 시켜요. 때리지 않으면 형들한테 맞으니까 그게 무서워서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소년들도 나고 자란 보육원과 쉼터, 범죄를 저질러 가게 된 소년원과 보호처분 시설에서 만난 형들에게 맞는 일이 흔했다고 털어놨다. ‘여자친구’ 혹은 ‘여자’도 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이성은 양가의 의미였다. 성 자체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축이라면 결혼과 가정이라는 미래를 함께 쌓아 나갈 만한 이성과의 만남이 또 다른 축이다. “비행으로 갑자기 큰돈이 생겨 중학교 2학년 때 성매매를 해 본 적 있다”는 고백처럼 성에 대한 관심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소년범 대부분이 부모와의 정서적 관계가 단절되다 보니 현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지 못했고, 학교 역시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바꿔 말하면 소년 범죄 해결의 실마리가 어른에게 있다는 의미다. 소년들은 보호처분 경험 자체보다 시설에서 만난 믿음직한 어른의 존재에서 변화의 계기를 찾았다. 아이들은 “나를 문제아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해 준다”는 시설 선생님을 통해 어른,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신을 일부 해소하고 있었다.●소녀를 설명하는 단어 ‘관계’·‘엄마’·‘동성친구’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어요.” 소녀에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핵심 단어는 ‘엄마’와 ‘친구’였다. 소녀 범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소년보다 훨씬 관계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방법을 몰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뒤틀린 관계가 범행의 동기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소녀에게는 이성보다 동성이 더 중요했다. 가정 안에서는 아빠보다 엄마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았고, 학교에선 남자친구나 남자 선후배가 아닌 동성 친구와의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도피처로서의 친구 관계가 두드러졌다. 친구에게 기대는 것도 엄마에게 받지 못한 애정과 친밀감을 채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다. 학교 선생님은 이미 관계가 틀어진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성은 피상적인 관계에 그쳤다. 남자친구 혹은 남자 선배를 지칭하는 ‘오빠’란 단어에는 친밀함 외에 ‘무섭다’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소녀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느끼는 단어는 ‘(친구와) 싸우다’였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단어는 ‘친하다’였다. 이런 심리를 바탕에 둔 소녀들은 친밀감에서 비롯된 범죄의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인터뷰에서도 “친구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비행을 저질렀다”는 소녀들이 많았다. 서율(18)이도 ‘뒤에서 나를 욕하고 다닌 애한테 따지고 싶다. 나 대신 싸워 달라’는 친구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친구 부탁은 어지간하면 다 들어줘요. 거절하면 친구들이 기분 나빠하잖아요. 그러다 멀어지기라도 하면 진짜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비행 청소년 무리에서 소녀들은 부탁에 못 이겨 조건만남(성매매) 혹은 조건사기(성매수남의 돈을 빼앗는 것)에 가담하거나, 자신보다 어리고 무리에서 겉도는 ‘희생양’을 물색해 대신 성매매를 하도록 내몰기도 했다.소녀들은 “사람을 사귀고 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년원과 시설 보호를 끝마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마주할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 배경에는 가정에서부터 관계 맺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소녀들은 소년처럼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는 단정적인 진술을 하진 않았지만 어른을 ‘있더라도 제 역할을 못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주제별로 단어를 분석해 보니 ‘엄마’라는 주제는 ‘없다’, ‘아니다’, ‘때리다’ 등 부정적 단어와 짝을 이뤘다. 소녀들은 “엄마가 나한테 진짜 관심이 없었다”거나 “엄마가 나를 버려두고 남자들만 만나러 다녔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신화화된 ‘자애로운 어머니상’에서 벗어난 엄마의 모습에 대한 실망과 상처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엄마의 돌봄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딸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이런 기억은 소녀들의 삶에서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녀들은 엄마와의 완전한 단절보다 관계 회복을 소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락은 안 되지만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애증 어린 마음과 “엄마가 나한테 편지를 써 주면 좋겠다”는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공존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여기는 남미] 빨간 속옷 입어 성폭행?…페루 법원 황당 무죄 판결

    [여기는 남미] 빨간 속옷 입어 성폭행?…페루 법원 황당 무죄 판결

    페루의 합의재판부가 황당한 이유로 성폭행사건 용의자를 무죄 방면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형사합의재판부는 최근 열린 선고공판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에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면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겠지만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논리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재판부는 피해여성이 빨간 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페루 리마 남부에 사는 피해여성(20)은 인터넷으로 만난 22살 남자와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밤 11시 넘게 이어진 술자리 끝에 남자는 여자를 성폭행했다. 여자는 성폭행 혐의로 남자를 고발하자 검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남자를 기소했지만 정작 재판에선 엉뚱하게 사건이 전개됐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여자가 빨간 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강제로 성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사건을 심리한 세 판사는 "빨간 팬티는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최고의 속옷"이라며 여자가 자신을 유혹했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피해여성을 상담한 심리학자의 의견은 송두리째 무시됐다. 심리학자는 "피해자가 성격상 단호하지 못해 성관계를 강력히 거부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과감하게 자극적인 빨간 속옷을 입는 여자에게 해당하는 소견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엉뚱하게 피해여성의 엄마에게까지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밤 11시를 넘겨 딸이 귀가하지 않았으면 부모가 찾아 나섰어야 하는데 자식을 돌봐야 하는 엄마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황당한 논리로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여성단체들은 일제히 재판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여성단체들은 "속옷의 색깔에 집착하며 피고를 무죄 방면한 건 재판부가 피해자를 두 번 죽인 것"이라며 3인 판사의 실명을 공개하고 사법부에 파면을 요구했다.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루스 라모스는 "황당한 판결로 성범죄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기본적인 상식도 갖추지 못한 판사들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19금’ 등급만 올리면 ‘막장하우스’도 괜찮나요

    ‘19금’ 등급만 올리면 ‘막장하우스’도 괜찮나요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지난 3일 4회분을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높여 방송했다. 드라마에 대해 선정성, 폭력성 수위가 너무 높다는 항의가 빗발친 탓이다. 그러나 ‘19금 등급’이 자극적 전개를 위한 면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펜트하우스’는 첫 회부터 가정폭력, 복수, 출생의 비밀, 시체 유기 등 자극적인 요소들을 쏟아부으며 4회 만에 시청률 13.9%(닐슨코리아 기준)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1~3회에서 15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미성년자 납치와 집단 괴롭힘, 선정적인 불륜 묘사, 자녀를 밀폐된 공간에서 구타하는 아버지 등 폭력적 묘사로 시청자들의 항의도 쏟아졌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없다”, “아이들이 채널 돌리다 잠시라도 볼까 겁난다”는 항의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그러진 상류 사회와 비뚤어진 욕망의 모습을 담기 위한 의도라지만, 자극을 위한 자극만 있을 뿐 설정과 상황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4회 방송에 한해서 19세 이상 시청 등급을 적용했다. 드라마 관계자는 “이후 회차의 등급은 방송 전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최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들을 중심으로 19세 이상 시청 드라마가 잇따라 전파를 탔다. 특히 수사 등 장르물 중심이었던 ‘19금’은 파격적인 설정의 치정극이나 멜로물까지 확대됐다. 현재 방송 중인 MBN ‘나의 위험한 아내’도 1~3회에 등장한 납치, 외도 장면 탓에 성인 등급을 적용했다. 지난 5월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는 높은 등급에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흥행했다. ‘부부의 세계’를 만든 모완일 PD의 전작 ‘미스티’(2018)도 3회까지 19세 이상 시청가였다. “소재와 표현의 범위를 넓히고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이 꼽는 장점이다. 등급 상향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예전보다 낮아지면서, MBC ‘나쁜 형사’(2018) 등 지상파도 장르물에서 ‘19금’을 붙였다. 문제는 등급이 자극적 묘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프로그램들은 사전 심의 없이 내부 심의를 거쳐 자체 등급을 붙이고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 여부를 가린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연령과 소재에 맞는 19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들은 존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깊이 있는 메시지와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자극만 추구하기 위해 등급을 높이는 것은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나 ‘스카이캐슬’은 상류층의 욕망과 그 문제를 조밀하게 드러내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에 비해 ‘펜트하우스’는 단순 쾌감이나 사건이 주는 표피적인 자극 이상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시체 유기까지 나온 ‘펜트하우스’…19금이면 ‘막장’ 괜찮나요

    시체 유기까지 나온 ‘펜트하우스’…19금이면 ‘막장’ 괜찮나요

    폭력성·선정성 시청자 비판 쇄도…4회 등급 높여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지난 3일 4회분을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높여 방송했다. 드라마에 대해 선정성, 폭력성 수위가 너무 높다는 항의가 빗발친 탓이다. 그러나 ‘19금 등급’이 자극적 전개를 위한 면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펜트하우스’는 첫 회부터 가정폭력, 복수, 출생의 비밀, 시체 유기 등 자극적인 요소들을 쏟아부으며 4회 만에 시청률 13.9%(닐슨코리아 기준)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1~3회에서 15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미성년자 납치와 집단 괴롭힘, 선정적인 불륜 묘사, 자녀를 밀폐된 공간에서 구타하는 아버지 등 폭력적 묘사로 시청자들의 항의도 쏟아졌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없다”, “아이들이 채널 돌리다 잠시라도 볼까 겁난다”는 항의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그러진 상류 사회와 비뚤어진 욕망의 모습을 담기 위한 의도라지만, 자극을 위한 자극만 있을 뿐 설정과 상황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4회 방송에 한해서 19세 이상 시청 등급을 적용했다. 드라마 관계자는 “이후 회차의 등급은 방송 전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다양성 아닌 자극 위한 ‘19금’ 지양해야” 최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들을 중심으로 19세 이상 시청 드라마가 잇따라 전파를 탔다. 특히 수사 등 장르물 중심이었던 ‘19금’은 파격적인 설정의 치정극이나 멜로물까지 확대됐다. 현재 방송 중인 MBN ‘나의 위험한 아내’도 1~3회에 등장한 납치, 외도 장면 탓에 성인 등급을 적용했다. 지난 5월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는 높은 등급에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흥행했다. ‘부부의 세계’를 만든 모완일 PD의 전작 ‘미스티’(2018)도 3회까지 19세 이상 시청가였다. “소재와 표현의 범위를 넓히고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이 꼽는 장점이다. 등급 상향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예전보다 낮아지면서, MBC ‘나쁜 형사’(2018) 등 지상파도 장르물에서 ‘19금’을 붙였다. 문제는 등급이 자극적 묘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프로그램들은 사전 심의 없이 내부 심의를 거쳐 자체 등급을 붙이고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 여부를 가린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연령과 소재에 맞는 19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들은 존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깊이 있는 메시지와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자극만 추구하기 위해 등급을 높이는 것은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나 ‘스카이캐슬’은 상류층의 욕망과 그 문제를 조밀하게 드러내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에 비해 ‘펜트하우스’는 단순 쾌감이나 사건이 주는 표피적인 자극 이상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지난해 호주 산불에서 살아남은 코알라 야생으로 돌아가요

    지난해 호주 산불에서 살아남은 코알라 야생으로 돌아가요

    이 코알라 기억하시겠나요? 지난해 11월 호주 산불 현장에서 화마를 피해야 하는데 어디로 피해야 할지 몰라 큰일을 당할 뻔했는데 한 여성에 의해 황급히 구조된 그 코알라, 머턴입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 캥거루 아일랜드 야생공원이 산불 화마로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코알라 서른 마리가 숨지고 수백개의 우리가 파괴됐죠. 하지만 머턴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소식에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성금이 전 세계에서 답지해 공원이 종 다양성을 복원하고 머턴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력을 회복했다고 영국 BBC가 2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구조 당시 화상에다 굶주림, 탈수까지 겹쳐 아주 상태가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정신적 충격이 컸는데 다른 고아 녀석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어느 정도 회복해 야생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랍니다. 그렇게 머턴이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대나 미첼과 그녀의 아들이 나무 위에 올라간 머턴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합니다. 머턴과 헤어지는 일은 슬프지만 코알라가 야생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에게 더 좋은 일일 것입니다. 화마가 덮치기 전 그곳에는 5만 마리의 코알라가 있었는데 지금은 5000~1만 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곳 공원에는 수백 마리의 어린 코알라 고아들이 남아 있어 이들도 조금 더 자란 뒤 머턴처럼 야생으로 돌려보낼 거랍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홍준표 “국민의힘 속좁은 좁쌀정치 보궐선거 이길까 의문”

    홍준표 “국민의힘 속좁은 좁쌀정치 보궐선거 이길까 의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리더십을 비판하며 당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홍준표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저조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느슨한 지지층과 서울 지역 당협 조직이 와해되는 악정(惡政)에도 불구 과연 우리가 이길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이다”라며 글을 썼다. 김종인 위원장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홍 의원은 “더구나 김종인 위원장이 우리당 후보들을 모두 폄하해버려 어느 후보가 선택받더라도 상처뿐인 출마가 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책없이 우리끼리 쪼개고 제외하는 속좁은 좁쌀 정치를 어떻게 우리 지지층들이 받아 주겠는가”라며 “부산시장 선거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홍 의원은 “부산 조직도 상당수 와해되고 곧 저들은 부산지역 최대 숙원인 가덕도 신공항도 발표할 것인데 그걸 무슨 타개책으로 돌파 하겠는가”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태극기 세력이 가장 강한 부산에서 그 세력을 업고 정규재 주필(팬앤드마이크)이 출마 할려고 한다. 김종인은 아무나 나서면 찍어 주는 부산으로 얕잡아 보고 초선의원에게 출마 종용하고 다른 중진이나 다선 의원들은 배제하면서 부산 시장감이 없다고 질러 대 부산 사람들이 뿔이 나도 단단히 났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우리당 최대 지지 지역인 TK에서 민주당 34%, 우리당 30%로 역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 졌지만 보궐 선거도 없는 호남에 가서 표 구걸이나 한가하게 하고 있다”며 “대구에 가니 주호영 원내 대표는 아마 다음 총선때 광주에서 출마 하나 보다고 대구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야 나가 버리면 그만 이지만 이 당을 지켜온 우리들만 또 다시 형극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라며 걱정을 쏟아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장애는 불쌍한 게 아니에요” 어른들 편견에 맞선 아이들

    “장애는 불쌍한 게 아니에요” 어른들 편견에 맞선 아이들

    교통사고로 척수마비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정호는 스티븐 호킹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를 꿈꾼다.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지만 정호는 농구와 축구를 할 수도 있고 수영도 잘한다. 그런데도 태민이와 어른들은 휠체어에 앉은 정호만 보고 ‘바보’라며 아무것도 못 할 아이로 취급한다. 엄마가 일하러 나간 사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정호 곁을 지키는 당찬 여동생 유나 덕분에 정호와 친해진 태민이가 어른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슈퍼맨처럼-!’은 어린이들의 시각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워가는 과정을 다룬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다. “푸른 가로수에도 똑같은 이파리는 단 한 개도 없죠”라는 밝은 노래로써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말을 못하거나 몸을 떠는 등 장애도 다양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나와 다르다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이 아주 쉽게 설명된다. 장애가 있어도 공부와 운동을 잘할 수 있고 다른 친구들처럼 꿈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게 씩씩한 정호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보행기(워커)를 밀면서 걸으려면 비장애인도 어려울 만큼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태민이가 배워가는 장면으로 차근차근 와닿기도 한다. 유나와 태민이는 정호를 마냥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여기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보탤 뿐이다. 정호도 “나도 할 수 있다”며 당당하게 도전한다. 그런데 어른들만 정호를 불쌍하고 부족한 아이로 본다. 이를 태민이가 적극적으로 나서 돌려놓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다뤄져 아이들이 배꼽을 잡으며 더욱 친근하게 흡수할 수도 있다. 2013년 장애인먼저실천상 우수실천상을 받은 작품에는 격주 일요일 오후 공연에 전문수화통역사가 노랫말과 대사를 수화로 전달한다. 수화통역사 두 명이 90분간 이어지는 공연을 나눠 모든 대사를 전달하는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청각언어장애인들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종인 “후보 선출 잡음 없을 것” 오세훈 “당내 없단 말 말라”

    김종인 “후보 선출 잡음 없을 것” 오세훈 “당내 없단 말 말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중진 의원들과 오찬, 서울 전·현직 중진들과 만찬을 차례로 하면서 내년 4월 보궐선거 준비에 고삐를 바짝 당겼다. 일각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선 다시 광주로 향하며 혁신 플랜을 수정할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한정식집에서 서울 지역 중진 정치인과 ‘막걸리 회동’을 가진 후 “여기 참석하신 분 중에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생각하는 분도 몇 분 있겠지만 이주 안으로 경선룰이 확정되면 각자 뭘 해야 하는지 알 것”이라며 “후보 선출에 별로 큰 잡음은 있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려는 인사는 많지만 후보 난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또 “내년 서울 보궐선거는 뭐니 뭐니 해도 집값하고 세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을에 청구될 재산세 고지서에 얼마가 찍힐지 국민에게 알리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참석자의 의견에도 동의했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만찬에는 주호영 원내대표, 정양석 사무총장, 송언석 비서실장과 서울 지역의 권영세·박진 의원, 김성태·김용태·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 전 시장 등은 김 위원장에게 “당 안에 후보 없다는 말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찬에서는 부산 중진과 만나 선거 전략을 경청했다.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서병수 의원 및 김도읍·조경태·하태경 의원이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시장 후보로 경제전문가를 언급했고 중진들은 당외 인사 영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부인 김미경 여사도 국민의힘 입당 원서를 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지지율이 대구·경북(TK)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뒤졌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에 ‘김종인 사퇴’ 요구가 이어지기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TK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낮다는 한국갤럽 조사가 나왔다. (이유는) ‘김종인 효과’라고 본다”며 “‘민주당 2중대’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결과 T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30%)보다 높았다. 김 위원장은 안팎의 ‘리더십 흔들기’에도 호남 민심 잡기를 이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3일에도 광주를 방문해 예산·정책 관련 논의를 한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리뷰] “똑같은 이파리는 한 개도 없죠”…어린이 눈으로 편견 깨는 ‘슈퍼맨처럼-!’

    [리뷰] “똑같은 이파리는 한 개도 없죠”…어린이 눈으로 편견 깨는 ‘슈퍼맨처럼-!’

    교통사고로 척수마비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정호는 스티븐 호킹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를 꿈꾼다.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지만 정호는 농구와 축구를 할 수도 있고 수영도 잘한다. 그런데도 태민이와 어른들은 휠체어에 앉은 정호만 보고 ‘바보’라며 아무것도 못 할 아이로 취급한다. 엄마가 일하러 나간 사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정호 곁을 지키는 당찬 여동생 유나 덕분에 정호와 친해진 태민이가 어른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슈퍼맨처럼-!’은 어린이들의 시각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워가는 과정을 다룬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다. “푸른 가로수에도 똑같은 이파리는 단 한 개도 없죠”라는 밝은 노래로써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말을 못하거나 몸을 떠는 등 장애도 다양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나와 다르다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이 아주 쉽게 설명된다.장애가 있어도 공부와 운동을 잘할 수 있고 다른 친구들처럼 꿈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게 씩씩한 정호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보행기(워커)를 밀면서 걸으려면 비장애인도 어려울 만큼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태민이가 배워가는 장면으로 차근차근 와닿기도 한다. 유나와 태민이는 정호를 마냥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여기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보탤 뿐이다. 정호도 “나도 할 수 있다”며 당당하게 도전한다. 그런데 어른들만 정호를 불쌍하고 부족한 아이로 본다. 이를 태민이가 적극적으로 나서 돌려놓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다뤄져 아이들이 배꼽을 잡으며 더욱 친근하게 흡수할 수도 있다. 2013년 장애인먼저실천상 우수실천상을 받은 작품에는 격주 일요일 오후 공연에 전문수화통역사가 노랫말과 대사를 수화로 전달한다. 수화통역사 두 명이 90분간 이어지는 공연을 나눠 모든 대사를 전달하는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청각언어장애인들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임정욱의 혁신경제] 트럼프가 재선되면 안 되는 이유

    [임정욱의 혁신경제] 트럼프가 재선되면 안 되는 이유

    남의 나라 선거에 이처럼 관심을 갖고 열을 내보기는 처음이다. 매일 현지 선거상황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듣고, 읽는다. 유튜브 덕분에 현지와 시차 없이 생생하게 현지 TV보도 뉴스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된 덕분이기도 하다. 내일 투표가 시작되는 미국 대선 얘기다. 예전에 미국에 약 7년간 살아 봤지만 현지에 거주할 때도 이렇게까지 선거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는 세계 정세는 물론 미국과 한국에 있는 내 가족과 친구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치고 미국에 친척이나 친구가 없는 사람이 없다. 자녀를 유학 보낸 사람도 많다. 이들이 최근 “과연 미국이 살 만한 나라인가”에 대해 회의했다. 이번 대선은 그런 물음에 해답을 줄 것이다. 2008년 말 오바마가 당선될 당시 “역시 미국은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백인이 주류인 나라에서 흑인 대통령을 낼 정도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혼란에 빠졌다. 미국이 내가 예전에 알던 나라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황당한 사람이지만 대통령이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이후 그의 임기 동안 인종 갈등, 반이민정책, 멕시코 국경장벽 등 수많은 논란을 불러 왔다. 그래도 사상 최고의 경제호황 덕분에 트럼프가 재선해도 괜찮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많았다. 호전된 북미 관계도 작용했다.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쭉 절대로 트럼프가 재선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그 이유다. 우선 그는 최악의 리더십을 가진 리더다. 리더들에게는 공통적인 덕목이 있다. 정직성, 청렴성, 경청의 자세, 비전, 적절한 권한 이양, 겸손,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공감능력 등이다. 트럼프의 리더십은 여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다. 겸손은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고 언제나 자기만큼 뛰어난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자랑한다. 공감능력은커녕 전쟁에서 희생된 용사들이나 코로나로 희생된 가족들이나 의료진을 의심하며 조롱한다. 희망적인 미래비전 대신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는 음모론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대립·분열을 만들어 낸다. 굳이 긍정적인 면을 평가하자면 활발한 소통 능력 정도인데, 그것마저도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그의 은밀한 욕망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사람이 당신의 직장 상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인성, 리더십에서는 최악인데 부하들을 괴롭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무엇보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저런 리더를 본받아 너도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지나친 미국 우선 정책과 우방에 대한 홀대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표심을 얻은 것은 이해하지만 유럽의 나토와 한국 등 전통의 우방국들을 “미국을 등쳐 먹는” 나라들로 묘사하며 말도 안 되는 청구서를 내밀 때마다 당혹스럽다. 세 번째는 반이민 정책이다. 위대한 나라 미국을 만들 수 있었던 바탕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힘이었다. 실리콘밸리만 가 봐라. 그 수많은 혁신회사들을 만들고 지탱하는 힘은 러시아, 인도, 중국, 한국 등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넘어온 이민자들이다. 그것을 전면 부정하고 빗장을 닫아 건다면 미국의 힘은 빠르게 약화될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피난(?) 온 미국의 한인 교포들을 많이 만나 봤다. 모두 대단한 실력을 지닌 최고의 인재들이다. 그런데 이들 상당수가 미국에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질시를 요즘에 직접 경험했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빠른 극복을 위해서도 트럼프가 물러나야 한다. “코로나 걸려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며 큰소리치며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부정하는 그의 존재 자체가 미국에는 재앙이다. 물론 트럼프가 패배하더라도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매일 트위터를 통해 증오, 혐오, 공포, 선동의 메시지를 쏟아 놓을 것이다. 아니 직접 트럼프TV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증폭시킬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면 적어도 그를 매일 뉴스에서 만날 일은 없어질 것이다. 어서 빨리 트럼프 이후의 미국을 만나고 싶다.
  • 비대면성, 자기관리, ‘플랫폼’ 집

    비대면성, 자기관리, ‘플랫폼’ 집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가운데 트렌드 도서들이 앞다퉈 내년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대면 확대와 온라인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일과 조직 문화가 바뀌며 자기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고한다. 또 집의 역할이 다양화한다는 관측도 보인다.‘트렌드 코리아 2021’(미래의창)은 코로나 이후 경제를 바이러스의 앞글자 ‘V’를 붙여 ‘V노믹스’라 이름 붙였다. 업종별로는 빠른 회복을 보이는 ‘V형’, 느리고 완만한 회복을 보이는 ‘U형’을 비롯해 등락을 거듭하는 ‘W형’, 가속하는 ‘S형’, 코로나로 특수를 보는 ‘역V형’ 유형을 제시한다.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면성이다. 국내 여행과 화상 커뮤니케이션, 홈웨어 시장은 ‘역V형’, 비대면 성향이 높은 온라인 쇼핑과 캠핑,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의미하는 ‘호캉스’, 일상과 운동을 조화한 옷을 가리키는 ‘애슬레저룩’ 등은 ‘S자형’으로 분류한다.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은 줄고 온라인 활동이 늘어난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1’(김영사)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규제에 가로막혔던 원격 진료가 시작되는 등 교육, 업무, 그리고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활동이 확대한다고 내다봤다.이런 상황에서는 자기계발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2021 트렌드노트’(북스톤)는 “바이러스 앞에서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의 새로운 화두는 자기관리”라고 말한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은 연예인이나 셀럽이 아닌 직장인이나 육아맘이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직장인’, ‘#직장인스타그램’ 언급량이 2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포스트 코로나 시대 마이크로 트렌드’(정한책방)는 “대세가 아니었던 마이크로한 삶의 모습이 이제는 ‘뉴노멀’로 다가와 새로운 삶의 규칙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싱긋)은 이를 가리켜 ‘전지적 자기관리 현상’이라 명명했다. 자기 관리력이 약한 사람은 코로나19로 반복하는 일상을 가리키는 ‘루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도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21’(부키)에서 개인의 변화를 넘어서는 세대 변화도 예고한다. 코로나19와 비대면 확대가 기존의 관성을 바꾸고 혁신을 이끌다 보니 새로운 주도권과 질서가 필요해진다. 김 소장은 “IMF 세대와 코로나19 시대의 ‘팬데믹 세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은 15~25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이자 영향력이 없었던 IMF 세대와 달리 팬데믹 세대의 온라인 영향력은 그 누구보다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은 방송과 신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유튜브와 SNS의 영향력이 더 강력한 시대”라고 덧붙였다. 책들은 또 기존 출퇴근 문화가 원격·재택 근무로 전환하면서 의식주 전반의 판이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집’의 존재감이 커지고 역할도 다양해지는 ‘레이어드 홈’ 현상을 짚었다. 그동안 집이 의식주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휴식과 놀이를 넘어 창의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트렌드 모니터 2021’(시크릿하우스)은 “현재의 집은 일과 일상생활, 여가생활 등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플랫폼´”이라고 명명한다. 책은 또 비대면 상황에서의 업무가 확장하고 지속한다면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충분히 잘 듣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책은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보다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믿을 수 있는 정보로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리더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된장국…라면…된장국…된장국… “이젠 반찬 있는 밥 먹고 싶어요”

    된장국…라면…된장국…된장국… “이젠 반찬 있는 밥 먹고 싶어요”

    세 끼 모두 챙겨먹는 아동, 14.2%P 줄고“식사 챙겨주지 않아 결식” 2년 만에 6배급식 바우처로 편의점 도시락 섭취 잦아 “아동기 영양섭취 고려한 복지 행정 필요”초등학교 5학년인 민서는 된장국이 싫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른 반찬 없이 된장국과 쌀밥만 먹는 날이 많아져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사는 민서네 가족은 한국으로 귀화한 베트남 출신 엄마가 일용직 노동으로 번 돈으로 살아왔다. 코로나19로 지난 5월 엄마의 일감이 끊겼고 몇 달째 저축해 둔 돈을 헐어 썼다. 수입이 줄다 보니 밥상이 단출해졌다. 쌀이 떨어져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많다. 급식 바우처를 받아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인스턴트 식품을 사먹기도 한다. 민서 엄마는 “딸이 과일을 좋아하는데 비싸서 사주지 못해 미안하다. 석 달 전부터 마스크 필터 끼우는 일을 나가고 있어 밥도 챙겨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보호자가 일하러 나간 사이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화재를 당한 인천 초등학생 형제들처럼 저소득층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더라도 최후의 보루인 공공영역의 돌봄 시스템은 중단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굿네이버스가 최근 발표한 ‘아동 재난대응 실태조사’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끼니를 거르는 아동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6월 만 4~18세 아동과 보호자 67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일상과 건강의 변화 등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세 끼 모두 챙겨 먹는 아동’은 35.9%에 그쳤다. 2018년 똑같은 항목으로 조사했을 땐 50.1%였던 점을 고려하면 14.2% 포인트 감소한 셈이다. 특히 결식아동 가운데 ‘식사를 챙겨 주지 않아 결식한 아동’ 비율은 7.6%로 2018년 조사 때인 1.3%보다 6.3% 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식사 횟수뿐만 아니라 영양 불균형 우려도 제기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류나니 사회복지사는 “학교에 가지 않는 저소득층 아동에게 급식 바우처가 제공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바우처를 쓰기 편한 편의점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인스턴트 식품 섭취가 잦다”면서 “노인 대상 반찬지원 제도처럼 성장기 아동의 영양 섭취를 고려한 복지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돌봄 공백에 놓인 아동을 위해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는 기관도 있다. 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1월부터 신청을 받아 80여명의 아이들에게 주 1회 식사를 제공한다. 조민정 사회복지사는 “노인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복지관 공간을 활용해 저녁에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데, 가족 전체가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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