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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철의 플레이볼]보스턴,보스턴 언론,김병현

    지난주 가장 큰 야구 뉴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이 2년에 1000만달러짜리 계약을 한 것.10만달러를 가지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10만달러는 연봉이 아니고 지난해 성적에 따른 보너스였다. 그런데 이 ‘대박 계약’을 전하는 보스턴 언론의 시각은 냉소적이다.“김은 내년 시즌 제 5선발이며 왼손타자와 상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엡스타인 단장의 말을 인용한 것은 좋다.그러나 김병현이 왼손타자에게 피안타율 .227,오른손타자에게는 .221로 엇비슷한 기록을 보인 것은 애써 무시하고,굳이 출루율이 .319 대 .259라는 점을 내세워 왼손타자에 약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여기까지도 독자에 대한 서비스라고 이해하자.지난해의 ‘가운데 손가락 사건’에 대해 토를 달고 또 브론손 아로요가 롱릴리프 겸 예비 선발이며,지난 포스트시즌에서 김병현은 아무런 기여도 못했지만 아로요는 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자기 지역 팀 선수의 계약에 대한 보도를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지 동양적인 정서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러나 보스턴 언론의이런 풍토는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다른 지역의 팬들은 테드 윌리엄스를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오른손타자로 인정하고 있다.그는 1942년과 47년 두 차례나 타격 3관왕을 차지했다.그러나 그 두 해 모두 최우수선수(MVP)가 되지는 못했다.41년에는 .406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율에 홈런왕이 되고도 MVP 투표에서는 근소한 차로 밀렸다.특히 47년에는 단 1점차로 MVP를 놓쳤는데 10위표조차도 주지 않은 기자가 있었고,팬들은 그 기자가 보스턴 지역의 신문사 소속일 것이라고 의심할 정도였다. 보스턴 언론의 이런 풍토는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로 잘 알려져 있듯이 1918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했다.그때까지만 해도 16차례의 월드시리즈에서 6차례 우승한 최고 명문 구단이었다.보스턴 차 사건으로 미국 독립운동의 깃발을 올렸고,교육·문화의 중심지인 보스턴이 상업도시인 뉴욕에 미국 문화의 정수라는 야구에서 밀린다는 사실은 자존심 상하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한 마디로 우승을 시키지 못하면 개인 기록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 보스턴 언론이나 팬들의 심정이다.김병현이 계약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어떤 목표로 야구를 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스포츠투아이’상무이사 sunnajjna@hanmail.net
  • 발기부전치료제 신규처방 시알리스, 비아그라 추월

    제2세대 발기부전치료제인 미국 릴리사의 시알리스가 국내에서 비아그라를 제치고 신규처방률 1위에 올랐다.신규처방률이란 의사들이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들에게 처방할 때 특정 약제를 제시하거나 권고하는 비율이다. 홍콩의 시장조사 기관인 에이콘 마케팅리서치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6대 도시의 비뇨기과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시알리스의 신규처방률이 비아그라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내 시알리스 보급사인 한국릴리측이 최근 밝혔다.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에는 시알리스의 신규처방률이 25.6%로 비아그라의 55.5%에 크게 뒤졌으나,11월과 12월에는 41.6%,44.4%로 비아그라의 41.2%,32.8%를 앞질렀다.그러나 기존 환자를 포함한 전체 처방률에서는 시알리스가 37.3%로 비아그라의 42.3%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억기자
  •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캄닝 첫 내한/12일 호암아트홀서 독주회

    아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동북아시아의 한국·중국·일본에 몰려있다.그런데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하나 나왔다.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당당히 2등을 차지한 싱가포르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캄닝이다.그가 12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첫 내한독주회를 갖는다. 싱가포르가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캄닝은 1975년 태어났다.아버지는 역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캄기용.6세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여 영국의 메뉴힌 음악학교를 거쳐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제이미 라레도,펠릭스 갈리미어에게 배웠다.석·박사 과정은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마쳤다. 캄닝은 1991년 메뉴힌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주니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1995년 사라사테 콩쿠르 1위를 차지한데 이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캄닝은 싱가포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영국의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과 런던 심포니,미국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카나다의 토론토 심포니,벨기에 국립교향악단 등이 다투어 초청하고 있다. 내한 연주회에서는 슈베르트의 ‘론도’,베토벤의 소나타 작품 96,코릴리아노의 소나타,캄기용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피아노는 메뉴힌 음악학교의 코치 겸 반주자인 캐럴 프레슬랜드.로버트 코헨,랄프 커쉬바움,실비아 로젠베르크 등과도 자주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편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퀸 엘리자베스 입상자 초청 시리즈’는 캄닝에 이어 6월에는 지난해 임동혁을 제치고 우승한 피아니스트 세버린 폰 에카르트슈타인,11월에는 1995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박종화,12월에는 1997년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이 즈나이더의 무대를 차례로 마련한다.(02)751-9606. 서동철기자 dcsuh@
  • 주5일시대 달라지는 삶의 질/‘파격’ 시도한 갈릴리교회

    서울 구로구 구로5동 신도림역 부근의 대한예수교장로회 갈릴리교회(당회장 인명진 목사)는 주5일근무제와 관련,파격적인 조치를 통해 개신교계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지난해 7월5일 한국 개신교 사상 처음으로 금요 저녁예배를 연 이후 지금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오고 있다. 갈릴리 교회도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형식에 따라 매주 일요일 세 차례의 주일예배를 열어왔으나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주일예배 중 저녁예배를 금요일 오후 7시30분으로 옮긴 것.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예배 참석자가 고작 20∼30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매회 100여명을 넘는다.전체 신자 수가 7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교회측에 따르면 예배 참석자는 20∼30대의 젊은 신자가 주를 이루지만 점차 중장년·노인층이 늘고 있으며 다른 교회 신자들의 참석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최근에는 다른 교회로부터 벤치마킹 차원에서 잇따라 문의를 해오고 있다. 갈릴리교회가 금요예배를 시작한 동기는 인명진 당회장의 철저한 신념에 따른것.지난 86년 현재의 장소에서 갈릴리교회를 개척한 인 목사는 줄곧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목회의 으뜸정신으로 삼아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개혁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목사·장로·권사들에 대한 시무투표제를 실시해 교회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한 것이나 인근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토요일 네차례에 걸친 외국인 예배를 열고,헌금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기독교인터넷방송 C3TV를 설립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교회측이 금요예배 실시이후 보수적인 교회와 신자들로부터 시달림을 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주일성수(主日聖守),즉 일요일인 안식일 예배를 지켜야 한다는 교리를 무시한데 따른 비난과 항의를 감수해야만 했다.그러나 금요예배에 대한 갈릴리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주일성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정상 주일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적극적인 목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지는 않다.금요예배 참석자가 늘면서 신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시급하다.그래서 외부 인사 초청 강연이나 가족단위의 프로그램을 시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성호기자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진은숙씨 그라베마이어賞 수상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진은숙(사진)씨가 그라베마이어(Grawemeyer)상 2004년 수상자로 결정됐다.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사람은 루토슬라브스키(1985)와 리게티(1986),코릴리아노(1991),다케미츠(1994),탄둔(1998),불레즈(2001) 등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들이다.이 상을 받는 것은 이들과 같은 반열의 작곡가로 공인받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진씨의 수상작은 바이올린 협주곡이다.지난해 1월 켄트 나가노가 지휘하는 베를린 독일교향악단(DSO)의 연주로 초연됐으며,영국 BBC심포니와 베를린필하모닉 등이 연주할 예정이다. 진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강석희 교수,독일 함부르크 음대에서 리게티에게 배우고 1988년부터 베를린에서 현대음악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국제음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그라베마이어상은 미국의 실업인 찰스 그라베마이어가 1984년 모교인 켄터키 루이빌 대학에 900만 달러를 기부하여 만들어진 뒤 해마다 세계 최고의 작곡가에게 주고 있다.시상식은 내년 4월 루이빌 대학에서 열린다. 서동철기자 dcsuh@
  • ‘고개숙인 남자’ 80%가 질환서 비롯… 치료·예방 필요/ 올 겨울엔 ‘사랑’할거야

    많은 남성들이 아직도 성기능 장애의 일종인 발기부전을 ‘갱년기 통과 의례’쯤으로 여기고 있다.그러다 보니 발기부전을 겪을 무렵이면 삶이 송두리째 달라져 무기력한 노후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흔히 갱년기 장애로 치부하는 발기부전은 신체의 부조화나 선행 질환이 초래하는 병증으로,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병이다.온갖 ‘보양식’을 탐닉하면서도 의료적 치료는 기피하는 발기부전의 실상을 들여다 본다. ●사례 개인사업을 하는 최용준(42·가명)씨는 여름휴가철인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 동안 아내와 딱 1번 잠자리를 같이 했을 뿐이다.30대 중반 이후 못해도 한달에 3∼4회는 부부관계를 가졌으나 지난 여름을 전후해 문제가 두드러졌다.처음엔 권태기려니 했으나 이내 문제가 있다는 걸 의식할 정도가 됐고,최근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서야 당뇨성 발기부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올해 46세인 이정범(가명)씨는 이렇다 할 병증이 없는데도 2년쯤 전부터 심각한 발기부전 현상을 체험했다.아내에게는 “직장일이 피곤해서…”라며 얼버무렸으나 병증이 계속되자 아내 몰래 진찰을 받고서야 심인성 발기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 이렇듯 흔하면서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감추고 지나치기 쉬운 발기부전은 한마디로 ‘만족스러운 부부관계에 이를 정도의 발기상태에 이를 수 없거나 발기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질환’이다. 남성의 성 능력을 좌우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40대 이후 매년 1∼2%씩 줄어들어 70대에 이르면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이른바 갱년기 장애 현상이다.우리나라의 경우 갱년기를 맞은 40대 이후 남성의 80% 정도가 성욕 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발기부전의 경우 80% 정도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에서 비롯되며 나머지 20%가 심인성이었다.최근 대한당뇨병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은 성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완전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전체적으로는 조사 대상의 65.4%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발기부전 증상을 보였다.이는 당뇨병을 앓지 않는 정상 남성의 4.6%보다 5배 이상 높은 유병률이다.당뇨나 심혈관계질환과 관계없이도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음주와 흡연,스트레스,비만,영양결핍,수면·운동부족 등으로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든 까닭이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는 “과거에는 원인의 90%정도가 정신 문제라고 여겼으나 지금은 75∼80%가 육체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분 성적 죄책감이나 위축감 등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된 심인성 발기부전,혈관·신경계나 내분비계 이상,당뇨병 등에서 비롯된 기질적 발기부전이 있으며,고혈압 치료제나 항우울제,신경안정제 등 약물 부작용에서 기인한 발기부전도 전체의 25%에 이른다.전립선 절제술,방광·요도 적출술,음경 절제술 등 외과적 수술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 및 예방 남자의 성기를 이루는 음경해면체 조직은 평소 수축된 상태로 있다가 성적 자극이 주어지면 체내의 cGMP라는 성분이 동맥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늘리며 이로 인해 발기가 된다.이때 발기에 관여한 cGMP는 PDE5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돼 발기상태가 풀리게 되는데,최근 시중에 나와있는 시알리스(릴리)나 비아그라(화이자),레비트라(바이엘,GSK) 모두 PDE5 억제를 기전으로 하고 있다.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주사,패치 등을 이용하는 호르몬 요법도 자주 사용된다.주사의 경우 2∼4주에 1회씩 6개월∼1년 정도 맞는다.그러나 호르몬 요법은 전립선과 심폐기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물론 심인성의 경우 심리적 치료도 병행한다. 발기부전도 예방이 중요하다.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는 물론 금연,절주가 필수적이다.비만한 사람에게서 많이 분비되는 효소 아르마타제는 남성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성욕을 떨어뜨리며,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혈관을 파괴하거나 중추 신경을 마비시켜 발기 능력을 떨어뜨린다. 심재억 기자 jeshim@ ■발기부전 치료 홍삼 효과 탁월 홍삼이 발기부전 치료에 탁월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열린 유럽성의학회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김수웅 교수는 이같은 내용의 ‘발기부전치료에서 홍삼의 효과’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발표에서 발기부전환자 31명에게 홍삼 캡슐을 복용케 한 결과 대상자의 85.7%의 발기상태가 개선됐다고 밝혔다.반면 위약(가짜약)을 복용한 환자들 가운데 발기상태 개선을 경험한 환자는 14.3%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김 교수는 “연구 결과 별도의 처방약을 사용하지 않고 발기부전을 치료하는데 홍삼의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중대용산병원 김세철 교수는 ‘아시아인과 서구인의 성생활 차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9개국의 성인 2만7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서유럽국가가 평균 48%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동아시아 국가는 평균 31%로 조사 대상 권역 중 가장 낮았다.”며 “유럽이나 미주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성생활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밝혔다.또 연간 1회 이상 성관계를 가진 비율도 남유럽 국가가 79%였던 반면 동남아지역은 67%로 12%포인트나 낮았다고 소개했다. 심재억기자 ■누가 누가 더 세나/ 비아그라 VS 시알리스 VS 레비트라 효능 열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지난달 15일부터 일주일동안 열린 제6차 유럽성의학회(ESSM)에서는 각국의 저명한 의학자들이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선발 주자인 비아그라,그에 도전장을 낸 시알리스와 레비트라의 효능을 두고 열띤 논전을 벌였다. 최근 시알리스를 국내에서 출시한 미국의 릴리사를 비롯,비아그라를 출시한 화이자와 레비트라의 바이엘과 그락소스미스앤클라인(GSK)의 의뢰를 받아 각각 임상 및 효능시험을 해온 이들 전문가들은 이번 학회에서 각기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양보없는 ‘효능 싸움’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참가자들은 “논전이 이처럼 치열했던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에서 특히 발기부전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독일의 하르트무트 포르스트 박사의 연구 결과가 이목을 끌었다.포르스트 박사는 150명의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약품명을 알리지 않은 채이들 3개 약품을 복용토록 한 결과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67명이 시알리스를 가장 좋은 약으로 꼽았으며,레비트라는 45명(30%),비아그라는 20명(13%)이 선호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해 사실상 효능 측면에서 시알리스의 손을 들어주었다.그는 “가장 많은 환자들이 시알리스를 선호한 것은 무엇보다 긴 약효 지속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그리스의 D.하치크리스토 박사는 “비아그라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 발기부전 환자 463명을 대상으로 레비트라를 복용토록 한 결과 62.3%의 발기상태가 향상됐다.”며 레비트라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벨기에의 H.클레이스 박사는 “비아그라를 장기 복용하고 있는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시알리스와 레비트라를 같이 복용케 한 뒤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20%만 치료제를 바꾸고 싶어했다.”고 비아그라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 75번째 생일맞은 ‘미키 마우스’

    ‘디즈니 제국’의 대표 캐릭터인 생쥐 미키 마우스가 18일로 75회 생일을 맞았다. 수세대에 걸쳐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미키는 1928년 11월18일 단편 만화영화 ‘증기선 윌리’에서 첫선을 보였다. 미키는 당시 26세의 만화가 월트 디즈니와 아내 릴리언이 탄 뉴욕발 로스앤젤레스행 기차 안에서 태어났다.디즈니가 오리지널 만화 주인공인 토끼 그림을 잃어버려 대안으로 생쥐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지저분하고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생쥐에 대한 일반의 선입견을 깨고 동정과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새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이후 미키는 20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 됐고,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성장시켰다. 미키는 디즈니의 자산 1호.연간 140억달러에 이르는 각종 캐릭터 상품 매출의 20%를 미키가 벌어주기 때문이다. 김균미기자 kmkim@
  • 비구상으로 구성한 산·바다·나무/ 故유영국화백 1주기전 내일부터 갤러리현대서

    한국 모더니즘 제1세대 작가이자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고 유영국 화백 1주기전이 5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사장 윤명로)과 갤러리현대가 공동 주최하는 이 전시에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WORK’(1999년)와 미공개작 10점을 포함해 모두 40여점이 나온다.전시작은 도쿄 체류기인 1937∼1942년의 초기 작품들과 1985∼1999년의 후기 작품들로 구성됐다.작가가 생존할 당시 재제작한 초기 추상릴리프 작품들과,작가의 고증에 따라 공예가인 장녀 유리지(서울대 미대) 교수가 다시 만든 릴리프 작품들도 전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1916년 강원도(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1935년 자유로운 학풍의 도쿄문화학원 서양화과에 입학하면서 추상작업을 시작한 이래 2002년 86세로 타계할 때까지 추상회화의 외길을 걸었다.자연을 바탕으로 추상작업을 벌인 만큼 그의 화면에는 산,바다,나무 등 자연풍경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특히 산은 그의 그림의 뿌리다.특히 60년대 말부터는 산이라는 특정한 모티프가 화면에 두드러지게 등장한다.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나의 그림의 대상은 자연이다.그것은 선과 면과 색채들로 구성된 비구상적인 형태로서의 자연이다.” 유영국은 도쿄 오리엔탈사진학교를 졸업할 만큼 사진에도 조예가 깊었다.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들은 모두 경주 남산의 문화유적들을 담은 것이다.라이카라는 소형 카메라를 사용해 찍은 이 작품들은 대부분 주제 그 자체만을 시각화했을 뿐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심지어 배경도 생략한 채 선택된 피사체만을 드러낸다.유영국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최인진 한국사진사연구소장은 “유영국은 결코 사진을 찍어 그것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만,자연을 선과 면과 색채로 구성된 비구상적인 형태로 관찰할 수 있게 해준 유력한 도구였다.”고 지적한다.(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
  • ‘영혼의 그림’에 담은 神의 존재/‘손문자展’ 16~25일 유나갤러리

    화가 손문자(61)는 평범한 일상과 자연 속에서 신의 임재를 체험한다.그리고 그림을 통해 그런 신앙을 표현한다.종교적 열정과 신앙은 그의 예술의 촉매이자 상징적 의미의 원천이다.“영원을 볼 수 있는 종교적 신앙을 가진 사람만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말은 누구보다 그에게 잘 어울린다. 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청담동 유나갤러리에서 열리는 ‘손문자 작품전’은 영성으로 충만한 자리다.이번 그림의 주제는 산상수훈.예수가 갈릴리 호숫가 산 위에서 기독교인으로서의 덕행에 관해 한 설교가 바로 산상수훈이다.작가는 자신의 따뜻한 그림을 통해 예수처럼 자기를 부정하고 겸손하게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살 것을 권한다. 산상수훈의 주제는 오병이어의 이미지와 더불어 한층 뚜렷하게 드러난다.갈릴리 언덕을 묘사한 기하학적인 도형,팔복을 뜻하는 여덟 개의 동그라미 그리고 예수의 기적을 암시하는 물고기가 그의 그림의 포인트다.작가는 이 상징적인 도상들을 비슷한 계열의 절제된 색채로 보여준다.손문자의 그림은 궁핍한 이 시대,신의 사랑을 만천하에 전해주는 ‘영혼의 그림’이다.(02)545-2151. 김종면기자 jmkim@
  • 서재응 ‘9승 피날레’/플로리다전 쾌투… 9승12패로 시즌 마감

    서재응(사진·뉴욕 메츠)이 9승째를 따내며 올시즌을 마감했다. 불운 속에 최근 4연패에 빠졌던 서재응은 28일 프로플레이어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6이닝 동안 5안타 2실점(1자책)으로 막아 승리를 챙겼다.이로써 서재응은 지난 8월27일 애틀랜타전 이후 승리를 추가하며 올시즌을 9승12패,방어율 3.82로 마쳤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서재응은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뒤 마이크 레드먼드에게 2루타,미겔 카브레라에게 적시타를 허용,첫 실점했지만 카브레라를 2루에서 견제구로 잡고 래니 해리스를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5회 제럴드 윌리엄스,앤디 폭스에게 연속안타,후안 페에레의 고의 사구로 맞은 2사 만루의 위기에서 2루수 마이크 모르데카이의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고 레드먼드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서재응은 6회를 삼자 범퇴로 넘긴 뒤 2-2로 맞선 7회 교체됐고,메츠 타선이 모처럼 5안타로 7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여 9-3으로 이겼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봉중근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3으로 쫓기던 5회 2사 뒤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와 지미 롤린스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넘겼다.애틀랜타는 6-7로 역전패했다. 한편 최희섭의 시카고 컵스는 14년 만에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디비전시리즈에 합류했다.컵스는 이날 홈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연속경기에서 1차전을 4-2,2차전을 7-2로 이겼다.컵스는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따돌리고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민수기자
  • 새달 2~10일 부산국제영화제

    새달 2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www.piff.org)가 2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아픔의 자리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분위기가 예년과 다르지만,그래도 필름은 어김없이 돌아간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해운대의 메가박스 10개관이 메인상영관이다.여기에 남포동의 부산극장 3개관,대영시네마 3개관,수영만의 야외상영관 등 모두 17개관에서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올해의 특기사항은 뭐니뭐니해도 상영작의 양이 역대 최대라는 것.세계 60개국의 244편이 쏟아진다.처음 공개되는 작품만도 무려 123편이다.무슨 작품을 누구와 어떻게 봐야 좋을까? 난감할 예비관객들을 위해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아봤다. #가족과 부담없이 어린 아이가 주인공인 진한 감동드라마를 찾는다면,필리핀에서 온 ‘마그니피코’를 기억해두자.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꼬마 주인공이 가족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에 눈물샘이 터질 것이다.일본 애니메이션 ‘가라쿠타’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도시 뒷골목의 주인공과 친구인 고양이가 엮는 이야기가 유머로 버무려졌다.애니메이션으로는 덴마크산 ‘곰이 되고 싶어요’도 인기가 좋을 듯하다.야외상영관쪽으로 가족나들이를 갈 요량이라면 뉴질랜드산 ‘웨일 라이더’도 좋다.여성을 홀대하는 관습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로,뉴질랜드의 수려한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가족사랑을 일깨워줄 다큐멘터리도 있다.중국 샤칭 감독의 ‘마지막 순간까지’,쿵후스타 청룽(成龍)의 가족사를 그린 ‘용의 흔적:청룽과 그의 잊혀진 가족’이 그들이다. #연인과 오붓하게 ‘뮤리엘의 웨딩’‘브리짓 존스의 일기’류의 로맨틱 코미디에 점수를 주는 팬이라면,러시아산 ‘릴리아에게 사랑을’을 보면 된다.닭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볼품없는 노처녀가 사랑을 찾는 줄거리.달콤하면서도 듬직한 메시지까지 깃든 사랑이야기로는 ‘덴마크식 러브스토리’가 있다. 사랑의 방식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보고 싶다면 케이트 허드슨·나오미 와츠 주연의 ‘프렌치 아메리칸’이 제격이다.미국인 여자가 프랑스인 남자를 사랑하면서 겪는 문화적 충돌이 흥미롭다.이밖에 조지 클루니·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참을 수 없는 사랑’,블랙코미디 ‘유니와 라이다’,죽은 연인을 못 잊어 그가 그린 그림 속의 배경을 찾아다니는 홍콩영화 ‘꿈꾸는 풍경’도 눈에 띈다.소꿉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줄거리의 인도네시아산 ‘7번째 집’과 10세기 왕과 왕비의 사랑을 그린 인도산 ‘아나핫’은 이국적 정취의 로맨스를 전한다. #낯설지만 특별한 추억을… 영화제측은 비평가들이 엄선한 8편을 마니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내 머리 속의 깃털’(벨기에·토마 드 티에르 감독),‘릴리아에게 사랑을’(러시아·라리사 사딜로바),‘명일천애’(중국·유릭 와이),‘미소’(한국·박경희),‘산딸기’(일본·니시카와 미와),‘솔트’(미국·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카트린 부인은 어디에?’(스페인·마크 레샤),‘투쟁’(오스트리아·루트 마더) 등이다.익숙하지 않은 화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그해 가을 부산에서 본 영화’로 오랫동안 각인될 수작(秀作)들이다. 황수정기자 sjh@
  • ‘장애는 없다’ 두팔로 후지산 정복/두다리 잃은 美대학생 릴리 도전 사흘만에 정상에 올라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미국의 대학생이 일본 후지산 정상에 섰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재학생인 키겐 릴리(22)는 손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네 바퀴 산악자전거를 타고 등정에 나선 지 사흘 만인 4일 오전 해발 3776m 후지산 정상에 도달했다. 후지산 정상을 두 다리가 없는 사람이 밟은 것은 릴리가 처음이다.릴리는 정상에서 “무척 피곤하지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면서 “다음에는 미국 워싱턴주의 레이니어산과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산(6960m)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릴리는 산악자전거의 입산을 막는 후지산 순찰대원을 8시간 동안이나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는가 하면,경험이 거의 없는 화산재와 화산석을 통과하는 등 온갖 난관을 헤친 끝에 정상을 정복했다. 알래스카 솔도트나 출신인 릴리는 지난 1996년 자동차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고,이후 미국 콜로라도주의 엘버트산과 캘리포니아의 섀스타산에 올라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줬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베이징 6者 회담 / 6자회담 폐막 외신반응

    CNN과 BBC 등 세계 유수 언론과 AP,AFP 등 통신들은 29일 북핵 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베이징 6자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CNN은 북한이 미국이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대신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종전과 다를 바 없는 제안을 내놓았으며 미국의 비타협적 자세로 차후 회담 전망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영국의 BBC방송도 6자 회담이 북핵 위기를 종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6자 회담에서 일부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신화통신은 왕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말을 인용,“차후 회담이 반드시 순조롭지만은 않겠지만 회담에 참여한 6개국은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찾아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통신은 이어 회담에 참가한 6개국은 모두 이번 회담이 유익했다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이같은 중국측 발표는 이견은 덮어두고 드러난 합의만 강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BBC도 6개국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가 공통된 목표이며 북한 핵위기는 외교적 경로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다만 어떤 방법으로 이같은 목표를 이룰 것인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핵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북한의 위협과 관련,미 전문가들은 북한은 보통 회담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더 세게 나오는 전략을 구사해왔으며 이번도 다르지 않은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대사를 역임한 제임스 릴리 전 대사는 MSNBC와의 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일본,중국은 북핵 위기에 대처하는 데 있어 결속력이 크게 강화됐다면서 북한이 자신의 위협을 실행에 옮기면 북한의 입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은 “엄포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북핵 위기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고 분석했다.홍콩 중문(中文)대학의 우궈광(吳國光) 교수는 “북한의 전략은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이는 것으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것을 알고 있지만 역시 타협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콩 링난 대학의 폴 해리스 교수는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야 잘 알려진 바이지만 핵심 사안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 거부도 향후 회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지금은 북·미 양측이 타협을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1994년 제네바 합의와 유사한 협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세진기자 yujin@
  • 이런 책 어때요

    ■루트66을 달리다;전상우 지음 늘봄 펴냄 17년째 미국 대사관에서 공보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35일동안 자동차로 미 대륙을 횡단한 경험을 토대로 쓴 미국문화 견문록.작가 존 스타인벡이 ‘The Mother Road’라고 부른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인 루트66.총연장 4000㎞의 이 역사적인 길을 달리며 저자는 진정한 미국의 역사를 발견한다.저자는 “미국은 도시 이전에 도로를 개척했고,그 도로 사이에 도시를 건설한 나라”라고 말한다.이 책에는 ‘길 위에 만들어진 나라’ 미국의 역사와,여행 길목마다 만나게 되는 문화명소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실렸다.1만 3000원. ■유전자 인류학;존 H. 릴리스포드 지음 /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인류의 기원에 관한 논쟁은 주로 화석자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과거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인류의 유전자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아무리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도 그 결과는 인류의 유전자에 남아 있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뉴욕주립대 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생물학적 인류학에 근거,세대와 세대를 잇는 유전자 기호를 지렛대로 인류학의 수수께끼를 파고든다.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후손일까,1000년 전 바이킹이 아일랜드를 침공했다는 증거를 오늘날 아일랜드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등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룬다.1만 8000원. ■부실채권 정리;정재룡·홍은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부실채권 정리는 ‘금융의 하수구’에 비유할 수 있다.부실채권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병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세계 최고의 제조업 기술을 갖추고도 만성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일본이야말로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공동저자인 정재룡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홍은주 MBC 경제담당 해설위원은 이 책에서 IMF사태 직후 부실채권으로 몸살을 앓았던 당시 상황을 소상히 다룬다.헐값 매각 시비에 시달리며 부실채권을 처리한 현장실무자들의 증언도 담겼다.1만 5000원. ■위대한 항해자 마젤란1·2;베른하르트 가이 지음 / 박계수 옮김 한길사 펴냄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한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1권에선 항해사의 꿈을 키웠던 마젤란의 어린 시절과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 대한 동경,포르투갈에서 에스파냐로 망명한 뒤 카를로스 1세의 신임 아래 항해를 준비하는 과정 등을,2권에선 출항 후 선원들의 반란과 진압과정,필리핀에서의 죽음,마젤란의 업적과 역사적 의의 등을 다뤘다.저자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중세의 지구관을 깬 마젤란의 항해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견과 함께 근대를 열어나가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한다.각권 1만 2000원. ■담화의 놀이들;란다 사브리 지음 / 이충민 옮김 새물결 펴냄 문학하면 보통 잘 짜여진 이야기나 기승전결의 빈틈없는 흐름,일관성 등을 연상한다.하지만 실제 문학텍스트들은 이와는 영 딴판인 경우가 많다.예컨대 ‘전쟁과 평화’엔 역사적인 ‘논고’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숱하게 나오며,‘죄와 벌’의 구절들 또한 글읽기를 방해할 만큼 니체철학에 대한 고뇌로 점철돼 있다.저자(카이로대 교수)는 문학에서 단죄되고 백안시돼온 ‘여담(餘談)’을 화두로 문학담론에 내재된 ‘이성중심적’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한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텍스트 제국주의’에 대한 해체요,거꾸로 읽는 수사학사(史)다.2만 9000원.
  •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 美 식품의약국 판매 허용

    |워싱턴 연합|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일 바이엘 글락소의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화학명 발데나필)의 판매를 허용했다. FDA는 레비트라를 복용한 남성들이 위약을 복용한 남성들에 비해 평균 5배 정도 발기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보고서들에 근거해 이 약의 시판을 허용했다. 이로써 발기부전 환자가 3000만명에 달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미국 시장을 놓고 선두주자인 파이자의 비아그라와 레비트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승인을 받은 또 다른 발기부전치료제인 일라이 릴리의 시알리스는 아직 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올 하반기쯤 미국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비아그라·시알리스 이어 레비트라 연내 시판/‘강한 남자’ 3파전

    500억원에 가까운 시장규모에 해마다 30∼50%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놓고 국내외 제약회사들의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다.특히 경구용 치료제의 경우 지금까지 시장을 석권하며 신드롬을 형성해 온 미국 화이자의 ‘비아그라’에 맞서 역시 미국의 일라이 릴리사가 36시간까지 약효가 지속되는 ‘시알리스’를 개발,국내 시판에 나섰고 독일의 바이엘과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레비트라’를 공동 개발,연내에 판매할 예정이어서 한판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새로운 발기부전 치료제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최근에는 의료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약품을 직접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보다 정확한 정보가 요구되고 있다.발기부전 치료제,어떻게 작용하며 무엇이 다른지 짚어보자. ●어떤 것이 있나 발기부전 치료제의 주력은 경구용 제제.지난 98년 화이자가 비아그라를 시판,‘신드롬’에 가까운 관심을 끌면서 지난해만 400억원에 이르는 판매 실적을 올려 국내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90%를 석권했다.여기에 맞서 새로운 상품 개발에 주력해 온 곳이 미국의 일라이 릴리사와 독일의 바이엘,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이다. 일라이 릴리사는 지난해 비아그라의 단점을 보완한 시알리스를 개발,유럽과 미국에서 본격적인 시장확보에 나선데 이어 지난달부터 국내 시판에 들어갔다.그런가 하면 바이엘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를 개발,유럽에서 본격적인 시판에 나선 데 이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얻어 금명간 미국에서도 판촉에 나설 예정이다.한국에는 연내에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비아그라 열풍에 맞서 분투한 일양약품의 ‘유프리마’는 관상동맥 질환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도 안심하고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혀밑에서 녹여먹어야 하는 이용상의 불편때문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어떻게 작용하나 이들 가운데 약효와 기능성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레비트라이다.이들은 모두 ‘PDE5 억제’를 기전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남성의 성기에는 음경해면체라는 스펀지조직이 있는데,이곳에 피가 몰리면 해면체가 팽창하면서 발기가 된다.이때 cGMP라는 물질이 해면체 속의 혈류를 차단함으로써 발기를 유지하게 되는데,이 cGMP를 분해하는 효소가 바로 PDE5이다.즉,PDE5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cGMP의 농도를 유지해주면 발기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들 세 상품은 공통적으로 PDE5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지만,여기에 작용하는 물질이 비아그라는 ‘실데나필’,시알리스는 ‘타다라필’,레비트라는 ‘발데나필’로 각기 다르다.각 제품의 특성과 약효가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효능과 특징 시알리스는 36시간,비아그라와 레비트라는 4시간 정도 약효가 지속된다. 이 점을 두고 릴리측은 “환자들이 제기한 가장 큰 불만은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 항상 성관계를 미리 계획해야 할 뿐 아니라 약을 복용한 뒤 4시간 안에 성관계를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며 “이런 문제를 시알리스가 해소했다.”고 주장한다.여기에 맞서 화이자측은 “10명의 환자중 4시간이내에 1회의 성관계를 갖는 사람이 9명이나 돼 4시간의 약효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비아그라는 복용후 30∼60분 정도가 경과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레비트라는 보통 15분,시알리스는 16분 정도면 효과가 나타난다.또 비아그라의 경우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고 복용할 경우 흡수율이 최고 29%까지 떨어지나 시알리스나 레비트라는 음식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부작용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레비트라 모두 ‘PDE5’에 작용하므로 사람에 따라 두통과 얼굴 화끈거림,구토,구역질,실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또 협심증 치료제인 질산염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이를 사용할 경우 혈압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질산염 제제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된다. 화이자측 관계자는 “심혈관 질환자가 비아그라를 복용한 뒤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확률은 3.9% 정도로 가짜약의 4.9%보다 낮다.”고 말한다.다른 제약사도 이 점에 있어서는 큰 입장차이가 없다. ●기타 파마시아 코리아의 ‘듀얼 챔버’ 등 주사제는 경구용 치료제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경구용 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안정된 수요체계를 확보하고 있다.동아제약은 자체 발기부전 치료제를 출시하기로 하고 최근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늙지않은 老兵만화같은 마운드인생 / 42세 현역 최고령 투수 김정수

    세월을 향해 투혼을 던진다.”불혹을 훌쩍 넘긴 SK의 김정수는 아직도 시속 14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며 마운드를 굳게 지키고 있다.야구선수로선 이미 환갑이 지난 셈이지만 아직도 지칠 줄 모르는 투혼으로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이젠 주연인 선발투수 자리는 후배들에게 물려주고,빛이 나지 않는 조연인 원포인트 릴리프로 물러서 있지만 공을 던질 때는 여전히 처음 마운드를 밟았을 때의 설렘 그대로를 온몸으로 느낀다. ●등판 때마다 프로야구사 새로 써 김정수는 현역 최고령 투수(6일 현재 41세13일)다.이 때문에 그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는 새로 써야만 한다. 지난 4월8일 LG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선발 정민철의 뒤를 이어 7회 구원 등판함으로써 박철순(전 OB)의 최고령 투수(40세5개월22일)기록과 백인천(전 MBC)의 최고령 출전(40세9개월16일) 기록을 한꺼번에 깼다. 박철순의 최고령 승리 투수(40세5개월)와 최고령 세이브 투수(40세4개월),김용수(전 LG)의 최다 등판(613경기) 기록도 경신이 가능한기록이다. 2003년 8월 6일 현재 581경기에 출전해 92승77패34세이브,방어율 3.28을 기록중이다. 이같은 노익장의 원동력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정신력이다.물론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라고 말한다.“나를 지탱한 버팀목은 체력보다는 정신력”이라면서 “은퇴할 때가 됐다고 해이해지면 성적이 떨어져 결국 야구공을 놓게 된다.”고 지적했다. ●‘컷 패스트볼’ 신무기 익혀 아울러 배울 것은 배운다는 자세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 것이 아직도 마운드를 지키는 비결이라고 털어 놓는다.이번 시즌을 앞두고서도 신무기를 개발했다.지난 시즌 함께 뛴 외국인 투수 파라에게서 ‘컷 패스트볼’을 배운 것. 체력 관리를 위해 젊은 시절 결코 마다한 적이 없는 술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술은 죽을 때까지 마실 수 있지만 야구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훈련 내용도 나이에 맞게 맞췄다. “해마다 몸이 변하는 것을 느낀다.”면서 “올해는 근력이 떨어진 것 같아 웨이트트레이닝 시간을 늘렸다.젊은 선수들과 다르게 내 몸에 맞게 만든 프로그램이 있다.”고 밝혔다.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은 지난해 “투수의 생명은 유연성인데 (김)정수는 유연성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그의 눈물겨운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늘 오늘이 마지막 등판이라고 생각하며 마운드에 오른다.”면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풀 수 없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노장이라 실수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고 부상이라도 입으면 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의 세계는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나이 들었다고 봐주는 법은 절대 없다.이같은 마음고생을 겪으며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의 마음 한 쪽에는 언제부터인가 사명감도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다.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야구선수라는 직업을 택한 것”이라면서 “딸 셋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같은 어려움은 겪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프로근성 가득한 반문을 했다. ●만화 주인공 ‘까치’ 빼닮은 삶 그는 글러브를 낄 때마다 자신이 야구에 모든 것을 바쳤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야구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우고 느꼈다.승리와 패배를 겪으면서 기쁨과 슬픔,좌절과 희망을 맛봤다.그러기에 쉽게 글러브를 벗어 던질 수가 없다. 그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를 받는다.‘IMF 사태’ 이후 조기 퇴직자가 늘면서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한 세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한 ‘40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남초등학교 3년 때 야구를 시작한 그는 광주 진흥고와 연세대를 거쳐 지난 1986년 해태(현 기아)에 입단했다.데뷔 첫해 한국시리즈에서 최다승(7승)을 따내며 팀의 우승을 이끌어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2000년 이후 SK와 한화를 전전하다 지난 6월 다시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별명은 ‘까치’다.프로야구를 주제로 한 이현세의 인기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주인공 ‘까치’와 삶의 궤적은 물론 반항적인 기질,뻗친 머리카락 등 외모까지 쏙 빼닮았다. 그는 ‘까치’의 캐릭터 가운데 승부근성을 가장 좋아한다.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한 것도 사실은 승부근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투혼’을 던진다는 각오로 야구장으로 향한다. 글·사진 김영중기자 jeunesse@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불경기로 달라진 佛휴가문화

    |파리 함혜리특파원|세계 공용어가 된 ‘바캉스(휴가)’라는 말이 원래 프랑스어에서 온 데서 알 수 있을 만큼 프랑스 사람들에게 바캉스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프랑스 사람들은 여름 한철을 근사하게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또 바캉스를 다녀와서는 다음해 바캉스를 기다리며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올해도 여지없이 바캉스 시즌이 찾아왔지만 경기침체와 물가고,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높은 실업률을 방증하듯 바캉스 풍속도가 확연히 바뀌고 있다. ●친척,친구 집에서 알뜰 피서 바캉스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몇년 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외국 여행도 자제하는 편이다.외국을 가더라도 프랑스보다 물가가 싼 스페인,포르투갈이나 모로코,튀니지 등 북아프리카를 선호하고 있다.국내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비싼 호텔보다는 시골에 있는 가족 별장이나 친척 집 등에서 알뜰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된 때문이다. 4일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만난 트로포 가족은 파리에있는 친척 집에서 3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북부 셸부르에서 왔다는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휴가는 가야겠고,외국으로 가자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파리의 친척 집에 다니러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크리스틴은 “8월 중순에 스페인에 있는 친구 집으로 휴가를 갈 계획”이라며 “예년에는 평균 2주일은 여행을 했지만 올해는 12일 정도만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을 줄 모르는 수십년만의 찜통 더위를 식히려는 파리 시민들로 수영장마다 초만원이다.주말에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다. 파리시에서 마련한 센강변의 인공백사장 ‘파리 플라주’는 다른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지 않은 파리 사람들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파리 플라주를 찾은 베르트랑은 “지난해에는 이집트로 휴가를 갔지만 올해는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그냥 파리에 머물기로 했다.”며 “아이들이 바닷가에서처럼 모래성 쌓기도 할 수 있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파라솔 아래서 독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파리 플라주를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2명 중 1명은 “올해 바캉스 안간다” 여행사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각종 상품을 30∼40%까지 할인해 내놓고 있다.할인 여행상품 전문 여행사인 래스트미니트의 경우 13박14일짜리 장기체류 상품(항공료 및 식사포함)으로 모로코 525유로(약 70만원),튀니지 360유로,터키 330유로 등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여름에는 바캉스를 포기해야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캉스 관련 사설 조사기관인 BVA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사람 2명 중 1명(49%)은 올해 휴가를 떠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들은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꼽았다.또 바캉스를 떠날 계획인 사람들(51%) 중 75%는 프랑스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평균 10명 중 6명은 바캉스를 떠나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계 결과다.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 자료에 따르면 1999년의 경우 프랑스인의 62%가 여름이나 겨울에 바캉스를 다녀온 것으로나타나 10년 전인 1989년(61%)과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다. BVA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는 전통적인 프랑스 사람들의 바캉스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 울상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지중해 연안지방의 산불,남서해안지대 폭풍,문화예술계 파업,유로 강세,대미관계 악화 등 악재가 줄줄이 겹치면서 프랑스 관광업계는 울상이다. 프랑스 최대의 바캉스 지역인 지중해 연안의 경우 산불로 캠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고,해수욕객이 몰리는 대서양 연안은 대형 유조선 ‘프레스티지호’의 난파 사고로 오염되면서 손님이 35% 이상 줄었다.문화예술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무더기 여름축제 취소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어 아비뇽의 호텔 및 식당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올여름 들어 유럽 전역이 가뭄에 시달릴 만큼 무더위가 계속돼 예전에 햇볕을 좇아 프랑스를 찾던 북구 관광객들이 굳이 프랑스로 오지 않고 있다.”며 “날씨마저 프랑스를 버렸다.”고 말한다. 남부 바르지방에서 발생한 산불로 마르세유,니스,칸을 중심으로 하는 코트다쥐르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던 많은 유럽인들이 예약을 취소했다.코트다쥐르 지역 호텔협회 미셸 찬 회장은 “유럽지역 관광회사들에 우려할 만한 사태가 아니라는 전문을 1500건이나 보냈지만 예약 취소 사태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관광객 감소가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지난해 유조선 ‘프레스티지’호의 파손으로 대서양이 오염되면서 남서부 아키텐 지역은 관광객이 35%나 급감했다.아비뇽 연극제와 액상프로방스의 현대예술 축제,라로셸의 프랑코폴리 대중음악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3개 지역의 호텔 등 관광 관련 업계는 한달 평균 140만∼220만유로의 관광수입을 놓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의 관광수입은 345억유로.내외국인을 합해 7680만명이 프랑스에서 바캉스를 보내거나 관광을 즐겼다.관광업계는 올여름 관광 수입이 제발 지난해 수준만큼이라도 되길 바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lotus@ ■백화점도 매출 ‘뚝'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주요 백화점의 올 여름 정기바겐세일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과 잇따른 파업 등으로 인해 4월 이후 쌓인 재고를 소진하는데 역부족이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파리시내 대형백화점의 올 여름 정기바겐세일이 8월 첫 주말인 지난 2일 마무리됐으나 매출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최고급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와 봉마르셰는 지난해 매출보다 1% 줄었으며,지역 백화점을 많이 보유한 프렝탕 백화점만 1.6%의 상승세를 보였을 뿐이다. 파리 시내 일반 상점들의 매출도 예년 수준에 크게 못미쳤다.파리상공회의소가 상업밀집지역인 파리 6구 렌거리에 있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가 지난해보다 낮은 매출을 올렸다고 응답했다.파리상의 산하 경제연구소(COE)에 따르면 7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5% 감소했다. 파리시내 상인조합의 자크 페릴리아 회장은 “바겐세일을 시작한 직후의 매출이 높아 큰 기대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매출은 형편없이 줄었다.”면서 “올해 매출은 2001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매출 부진은 가계소비의 전반적인 침체와 무관치 않다.올해 프랑스 가계소비 지수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1.75포인트 하락했다. 이같은 추세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심리적 불안감을 부추겼고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관광객의 감소도 매출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갤러리 라파예트의 경우 한해 매출의 30% 정도를 외국 관광객으로부터 올리는데 올해의 경우 지난 2·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6%에 불과하다. 한편 고급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대형 백화점과 달리 중저가 상품들을 위주로 하는 대형 상점들은 그럭저럭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모노프리는 6월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3% 상승했다.
  • 다국적제약사 한국릴리 조사 / 발기부전환자 70% 민간요법 의존

    발기부전 환자 10명 중 7명은 아직도 병원보다 민간요법이나 스태미나식 등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증상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4명 중 1명 꼴로 암시장 등에서 치료제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또 이들은 아내나 의사보다 주로 친구와 발기부전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신형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를 개발,국내 시판을 준비중인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릴리가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전국 5대 도시에 거주하는 40∼59세의 발기부전 환자 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발기부전 환자의 라이프스타일’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상담원과의 대면조사 방식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기 전 가장 먼저 취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67%가 ‘스태미나 음식과 민간요법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고 답했으며 이어 ‘생활습관 변화 노력’(15%),‘성 보조기구 이용’(5%),‘운동’(4%) 등의 방법을 사용해 봤다고 대답했다. 그런가 하면 응답자의 25%는 의사의 처방없이 암시장 등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아직도 출처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응답자의 80%가 발기부전과 관련된 고민을 ‘친구’와 상담한 반면 아내나 의사와 상담한다는 사람은 각각 10%와 5%에 그쳤으며,전체의 57%는 자신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우자에게 숨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발기부전 환자의 54%가 자신의 발기부전 사실을 안 뒤 병원을 찾기까지 2∼3년이 걸렸다고 답했다.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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