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7-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300
  • [스타뷰] ‘뮤지컬 슈퍼스타’ 마이클 리

    [스타뷰] ‘뮤지컬 슈퍼스타’ 마이클 리

    국내 뮤지컬계에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는 많다. 하지만 마이클 리(42·한국명 이강식)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재미교포 2세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여년간 활동하다 돌연 한국행을 택했다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그가 보여 준 배우로서의 진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독보적인 가창력과 연기력, 뮤지컬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겸손함까지, 뮤지컬 팬들에게 ‘마이클 리’라는 이름은 브로드웨이에서 날아온 선물과도 같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지저스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마저스’(마이클 리+지저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브로드웨이로 돌아간다. 오는 10월 초연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엘리전스’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오픈런’(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공연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탓에 ‘기약 없는 작별’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더 큰 무대를 누비게 됐다는 뿌듯함과 한동안 그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벌써부터 한국에서의 다음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우리나라 뮤지컬계와 마이클 리의 첫 만남은 생경했다. 2006년 ‘미스 사이공’의 라이선스 초연에 주인공 크리스 역으로 이름을 올린 그에게 국내 언론은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한 배우’라는 것 외에 별다른 수식어를 찾지 못했다. 무대에 오른 그에게는 “가창력과 연기력은 일품이나 대사 전달이 안 된다”는 뜨뜻미지근한 평가가 내려졌다. ●혹독한 훈련으로 신뢰 쌓은 ‘미스 사이공’ 하지만 4년 뒤 그는 다시 ‘미스 사이공’으로 한국을 찾았다. 다시 한번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그는 4년 전보다도 더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2년에 걸친 전국 투어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신뢰를 쌓아 간 그는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시작으로 아예 한국에 눌러앉았다. 그를 팬들도, 공연계도 다시 브로드웨이로 보낼 수 없었다. 세상 모든 뮤지컬 배우들이 꿈꾸는 ‘꿈의 무대’인 브로드웨이를 뒤로하고 한국 무대에 매진했던 이유는 뭘까. 그는 “한국 활동은 내게 큰 기회가 됐다”고 돌이켰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몇 년 새 크게 발전해 있었습니다. 한국의 뮤지컬 산업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저를 알리고 싶었죠.” 그는 한국 활동에서의 성취 중 하나로 “브로드웨이에서는 맡기 힘든 배역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을 꼽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에게는 아시아인 배역이 주로 주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지저스와 유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유대인 제이미 등 피부색의 경계를 넘어선 도전으로 호평받기도 했으나 데뷔작인 ‘미스 사이공’의 베트남 장교 투이, ‘태평양 서곡’의 일본 사무라이 카야마 등 아시아인 배역을 자연스레 맡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제가 아시아계라는 건 배우로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시아계 배우가 필요한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제약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물론 열린 생각을 가진 연출자와 제작자를 만나 아시아인이 아닌 배역도 맡을 수 있었던 건 행운입니다.”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그는 비로소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한계를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 시인, ‘벽을 뚫는 남자’의 듀티율, ‘프리실라’의 틱 등 국가와 인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배역에 스스로를 던질 수 있었다. ●매번 파격적 배역… 소심남 듀티율 역할이 ‘딱’ 관객들은 그가 매번 새롭고 파격적인 배역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에 놀라움을 표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진중하고 중후한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이내 소심한 우체국 공무원(‘벽을 뚫는 남자’), 파격적인 의상과 분장으로 치장한 드래그퀸(‘프리실라’)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심지어 ‘서편제’에서 동호 역을 맡아 한국인의 정서를 탐구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벽을 뚫는 남자’의 듀티율을 가장 도전적인 배역으로 꼽았다. “한국의 뮤지컬 팬들은 배우의 이미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처음 캐스팅이 발표된 뒤 소심하고 덤벙거리는 듀티율이 저에게는 안 어울린다는 우려가 많았죠.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배우를 더 흥분시키곤 합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제가 왜 그 배역을 맡았는지 다들 이해하셨죠…. 그리고 사실 전 듀티율과 정말 닮았어요.(웃음)” 한국 활동에 매진하면서 브로드웨이에서는 2년 넘는 공백이 생겼다.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브로드웨이 대극장이든, 지하실의 작은 극장이든 모든 곳이 똑같은 무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찾은 한국 무대에서 그는 훌쩍 성장했다고 한다. “처음엔 한국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습니다. 지금 1시간이면 할 수 있는 걸 처음엔 5시간 동안 매달려야 했죠. 덕분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넘어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것에서도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좋은 청취자이자 더 진실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가 한국 뮤지컬 팬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듯, 그 역시 한국 활동이 “큰 선물”이었다고 돌이킨다. 그는 출연 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9월 1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를 다음달 말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단 하루 휴식을 취하고 바로 ‘엘리전스’의 리허설을 시작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엘리전스’는 영화 ‘스타트랙’으로 유명한 일본계 배우 조지 다케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편견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는 여기서 리더십과 정의감으로 반란을 이끄는 대학원생 ‘프랭키 스즈키’ 역을 맡는다. 2011년 리딩 공연부터 참여해 온 작품이어서 애착이 남다르다. ●2년 넘는 한국 활동은 ‘큰 선물’ 이었죠 한국계 배우가 일본계 미국인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아쉬워할 팬들도 있을 법하지만, 그는 국적과 민족을 넘어 ‘이방인’의 아픔에 주목한다. 스스로도 미국에서 ‘이방인’이었으며,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연기와 노래로 승화해 온 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하는 것이 내 외모와 피부색, 혈통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인이 검은 머리와 황색 피부를 가진 사람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죠. 이는 한국도 조만간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배우뿐 아니라 연출가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어쩌면 브로드웨이와 한국에서 모두 성공한 뮤지컬 연출가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계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한국에 살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한국에 터를 잡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예스”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 꿈꾸는 목표도 있다. “한국에는 재능 있는 후배가 많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후배들의 재능을 키워 주고 싶어요. 그게 연기든, 뮤지컬 제작이든, 무엇이든 말이에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유리 물결 걷는 선비… 신선 숨결 걷는 신비

    유리 물결 걷는 선비… 신선 숨결 걷는 신비

    덥다. 시원한 나무 그늘, 얼음장 같은 계곡물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마 조선의 선비들도 그랬겠지. 갓끈 풀고, 저고리 벗고 쉬어갈 곳 찾았을 것이다. 한데 선비 체면에 마냥 놀기만 하자니 뒤통수가 가려웠을 터. 쉬더라도 명승 속에서 인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런 여건을 갖춘 적당한 곳, 그 곳이 바로 ‘잊혀진 명승’ 안의삼동(安義三洞)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영남 지방의 이상향으로 꼽았던 곳이 이른바 안의삼동이다. ‘조선 선비들의 답사 일번지 원학동’(최석기 지음)이란 책에 이 같은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안의삼동은 경남 함양의 화림동(花林洞)과 심진동(尋眞洞, 현 용추폭포), 그리고 거창의 원학동(猿鶴洞)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옛날엔 안의현(1896년 안의군으로 변경)이 셋을 모두 품었다. 한데 1914년 일제강점기 때 안의군이 없어지면서 서상·서하·안의면은 함양으로, 북상·마리·위천면은 거창으로 넘어갔고, 지명도 갈리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넓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 원학동이다. 원학동은 북쪽의 덕유산, 서남쪽의 금원산과 기백산, 동쪽의 월봉산과 황석산 등에 둘러싸였다. 갈계리 계곡에서 내려오는 계곡수와 월성리 계곡의 사선대, 분설암, 강선대 등을 거쳐온 계곡수가 수승대 위에서 합류해 풍성한 명승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신선들이 산다는 별천지, 이른바 동천(洞天)으로 불렸다. 거창읍내를 기준 삼아 순서대로 짚어 오르자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수승대(搜勝臺) 관광지다. ‘원학동의 꽃’이라 할 만한 곳이다. 맑은 물과 고졸한 정자, 기이한 바위가 어우러져 절경을 펼쳐 낸다. 여러 선인들이 수승대의 경치를 칭송했는데, 독특하기로는 남공철(1760~1840)이 표현한 ‘유리세계’를 꼽을 만하다. 너럭바위 아래 계곡수가 모여 이룬 깊은 못이 있고, 주위의 울긋불긋한 나뭇잎이 물결에 비쳐 일렁이는 모양새가 반짝이는 유리와 같다는 뜻이다. 옛 이름은 수송대(愁送臺)였다. 이 이름엔 사연이 있다. 거창 일대가 백제에 속했을 무렵이다. 국력이 쇠했던 백제는 당시 강대국 신라로 사신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한데 신라로 간 백제 사신 가운데 온갖 수모를 겪다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탓에 신라로 가는 사신이 떠날 때면 위로 잔치를 베풀곤 했는데, 그때 이용됐던 곳이 근심(愁)으로 사신을 떠나보낸(送) 수송대였다고 한다. 수송대를 수승대로 바꾼 이는 퇴계 이황이다. 1543년 수승대 인근의 영승마을을 찾은 퇴계가 수송대에 얽힌 내력을 듣고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니, 수송과 소리가 같은 수승으로 고치라고 권유한 시에서 비롯됐다. 수승대의 핵심은 거북 모양의 바위다. 높이는 약 10m, 넓이는 50㎡에 이른다. 생김새가 거북을 닮아 구연대(龜淵臺) 또는 암구대(岩龜臺)라 불린다. 예나 지금이나 명물 위에 제 이름을 남기려는 욕심은 같았던 모양이다. 거북바위 벽면 여기저기에 사람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그 숫자가 무려 15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 모양이 얼마나 어지러웠던지 남명 조식(1501~1572)이 이 일대를 소요하다 “바위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한 짓”이라 일갈했다고 전한다. 거북바위 맞은편은 요수정(樂水停)이다. 자연 그대로의 암반을 초석으로 쓴 고졸한 정자다. 우물마루 형태의 건물에 올라서면 남공철이 표현했던 이른바 ‘유리세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승대에서 북상면 쪽으로 물길을 거슬러 오르면 월성계곡이다. 북상면 소재지에서 서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골짜기다. 월성계곡을 따라 1㎞ 남짓 올라가면 강선대가 나온다. 이름 그대로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곳이다. 황톳빛 암반과 묵직한 느낌의 정자가 인상적이다. 강선대에서 다리 건너 산자락을 따라 2㎞ 정도 올라가면 모리재다. 꼿꼿한 선비 정온이 1637년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고 청나라와 화친한 조정에 반대하며 낙향해 은거한 곳이다. 아무 모(某)에 마을 리(里)란 당호에서 보듯 자신이 산 곳을 알리지 않고 숨어 살겠다는 선비의 고집이 옛집 곳곳에 담겼다. 모리재는 마을 사람도 잘 모를 만큼 꼭꼭 숨어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오르는 길도 제법 가파르고 좁은 편이다. 꼭 둘러보고 싶다면 다소간의 어려움은 감내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부터 하길 권한다. 다시 강선대로 내려와 월성계곡을 따라 5.3㎞쯤 오르면 분설담(噴雪潭)이다. 계곡수가 바위에 부딪치며 포말을 일으키는 모양새가 꼭 눈이 내리는 듯하다는 암반지대다. 시냇가에 축대를 쌓고 그 옆에 도로를 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도로 변에 세워진 작은 표지판을 놓치지 말아야 분설담에 이를 수 있다. 분설담에서 5㎞ 정도 오르면 사선대다. 4명의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곳. 월성계곡의 정수와 같은 곳이다. 바위 위에 소나무가 자라 송대(松臺)라고도 불린다. 이 일대 풍경도 수승대에 견줄 만큼 빼어나다. 여러개의 바윗덩이를 쌓은 듯한 사선대와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길이 아름답다. 남명 조식, 동춘당 송준길 등이 여기서 소요했다고 전해 온다. 바위 꼭대기는 뜻밖에 평평하다. 탑의 옥개석을 닮았다. 바로 이 자리에서 신선들이 수담을 나눴을 터다. 거대한 바위 아래 ‘사선대’(四仙臺)란 글자가 선연하다. 조선 말 경상도 관찰사 김양순이 썼다고 전한다. 수승대 인근의 금원산 휴양림도 들러볼 만하다.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보물 제530호) 때문이다. 휴양림관리소 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물길 옆에 거대한 바위가 서 있다. 옛 가섭암의 일주문 노릇을 했다는 문바위다. 족히 3층 건물은 넘어서는 높이로, 단일 바윗덩어리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문바위 뒤편 산비탈엔 거대한 바위들이 포개져 이룬 동굴이 있다. 이 동굴 안 벽면에 마애여래삼존입상이 조각돼 있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아름다운 불상이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동굴로 스미는 한 줌 빛과 어울린 세 부처를 보자면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된다. 팁 하나.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가 24일~8월 9일 열린다. 낮에는 수승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밤에는 별빛, 달빛 맞으며 야외극장에서 연극 삼매경에 풍덩 빠질 수 있다. 연극제가 펼쳐지는 공연장 10곳 가운데 6곳이 수승대 일대의 야외극장이다. 최현우 매직쇼 등 부대행사도 다양하게 열린다. 글 사진 거창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가장 알기 쉽다. 이어 26번 국도, 37번 지방도로 갈아 탄 뒤 북상면에서 우회전해 내려가면 수승대다. 북상면에서 월성계곡 쪽의 볼거리들을 먼저 둘러보고 내려가도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고령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거창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거창읍내에서 수승대까지는 약 16㎞다. →맛집 거창엔 추어탕과 어탕국수를 내는 식당들이 많다. 중앙교 사거리 인근엔 추어탕 거리도 조성돼 있다. 거창추어탕(943-0302)이 많이 알려졌다. 위천구구식당(943-2399)은 어죽으로 이름난 집이다. 수승대 인근에 있다. 읍내에도 구구식당(942-7496)이 있는데, 맛은 비슷하다. →잘 곳 숲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금원산자연휴양림과 용추계곡휴양림 등을 권할 만하다. 월성계곡 등에도 크고 작은 캠핑장들이 마련돼 있다. 모텔은 거창읍내 버스터미널 부근에 모여 있다. 가조면 쪽엔 가조온천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백두산천지온천(941-0723) 등 여행의 피로를 풀 만한 온천이 여럿 몰려 있다. 마이다스온천모텔(941-1183) 등 숙박업소도 있다. 전통한옥마을인 황산마을에서 고택 체험을 하는 것도 좋겠다. 위천면에 있다. 거창군청 940-3000.
  • “과거와 다른 노동 환경에 적응하라” 창조경제 원조의 충고

    “과거와 다른 노동 환경에 적응하라” 창조경제 원조의 충고

    “이제 일자리 창출을 대기업이나 정부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또 이미 상실된 일자리들은 원래 형태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세계에서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 창조경제연구센터장은 1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창조경제 국제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바뀐 경제 환경에 맞춰 사람들의 마인드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혁신- 가치의 재창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서울형 창조경제의 방향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존 호킨스를 비롯해 미국 최고 혁신도시로 불리는 오스틴시의 시장을 지낸 리 레핑웰, 스타트업 위워크 공동창업자인 매슈 샴파인 등 국내외 전문가와 글로벌 기업,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호킨스는 먼저 과거와 달라진 노동환경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조직에 속해서 일했다면, 지금은 그런 개념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누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협력업체인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킨스는 서울형 창조경제를 위해 “시장에서 통용이 되는 개인의 좋은 아이디어와, 시민들의 네트워크, 훌륭한 관리체계, 변화와 교육, 적응력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韓·日 롯데 신동빈 체제로

    韓·日 롯데 신동빈 체제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의 후계자로 공식 확정됐다. 형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과의 25년에 걸친 후계 경쟁에서 승리한 셈이다. 롯데그룹은 16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핵심인 지주회사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후계 경쟁 승리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신 회장은 참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한국 롯데와 함께 일본 롯데의 경영도 책임지게 됐다. 신 회장은 이날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번 이사회 결정을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앞으로 신격호(93) 롯데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사회 결정에는 신 회장의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총괄회장은 애초 장남인 신 전 부회장에게는 일본 롯데를, 차남인 신 회장에게는 한국 롯데를 맡겼다. 1990년 당시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 근무하던 신 회장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면서 국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뜻 반영된 듯 견고해 보이던 한·일 분리 경영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어 올해 1월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사실상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 최근 열린 한·일 롯데 합동 임원 회의에서 ‘원 롯데, 원 리더’를 언급하며 신 회장에게 허리를 숙인 것은 롯데의 ‘일인자 신동빈’ 체제가 굳어졌음을 뜻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한국 롯데의 매출을 80조원으로 키워 내는 동안 일본 롯데는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면서 “이는 경영 성과를 중시하는 신 총괄회장의 후계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인제, 주민 하나 없는 마을에 전기 가설?

    단 1가구가 거주하는 강원 산골 마을에 대해 사업비 5억여원이 투입되는 전기 공급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군과 군의회가 마찰을 빚고 있다. 인제군은 16일 기린면 방동2리 아침가리마을 일대에 대한 ‘농어촌 전기 공급 사업’에 나서 전봇대를 세우는 건주공사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의회는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2013년 5억 5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하고 있는 아침가리 전기 공급 사업은 일부 주민이 사망하거나 거주지를 옮기는 등 여건이 변동돼 농어촌 전기 공급 사업 촉진법에 규정된 3호 이상의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의회는 “그동안 해당 지역 주민들은 땅 소유주의 묵인하에 집을 짓고 거주했지만 땅을 구입한 지주가 권리를 행사함에 따라 현재 거주하는 1가구도 조만간 이사할 계획이어서 사실상 주민 하나 없는 마을에 전기를 가설하는 꼴”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군은 사업을 시행하는 한국전력공사에 공사를 잠시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17일 마을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이 현지에서 실태조사를 벌여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벌써 예산의 절반 이상이 투입돼 현시점에서 중단할 경우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군의원들은 “이번 사업은 처음 추진할 때부터 이 같은 문제가 충분히 예상돼 군의회에서 만류했던 사안”이라며 “아직 환경 훼손이 이뤄지지 않은 지금 시점에 사업을 접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침가리계곡은 지상파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치렀으며 모 기업 대표 일가가 사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대우조선 감춘 2조 적자’ 産銀은 진짜 몰랐나

    2조원대 손실을 감춘 대우조선해양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31.5%)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회계장부를 누구보다 자세히 볼 수 있는 산은이 모를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부실이 알려지면 매각 때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산은도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6일 금융권과 대우조선에 따르면 산은은 대우조선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2009년부터 산은 재무본부장(부행장) 출신을 대우조선 재경실장(CFO)에 앉혀 왔다. 재경실장 자리는 누구보다 대우조선의 내부 곳간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김유훈 전 재무관리본부장에 이어 김갑중·김열중 전 부행장이 차례로 부임했다. 게다가 산은 기업금융4실장(대우조선 담당)은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대우조선 이사회에 참석한다. 지난해부터 이영제 실장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대우조선 측은 “전임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손실을 줄였다는 주장이 있지만 산은 모르게 손실을 숨길 수는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처럼 해양플랜트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 내지 못한 것은 대우조선 매각을 앞두고 주가 폭락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손실을 매 분기 나눠 처리하는 연착륙 방식이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산은도 대우조선의 부실 감추기에 어느 정도 동조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산은은 2009년 1월 대우조선의 매각 결렬 이후 재매각 절차를 밟기 위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 주가가 급락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손실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빅배스’(누적·잠재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회계 기법)만큼은 한사코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 초 새 사장을 제때 선임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대우조선으로부터 25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으며 실익을 챙기면서 정작 부실에는 눈을 감았다”고 쓴소리했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이사회에서 매월 말 결산보고를 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파악할 뿐”이라며 “손실은 예상했지만 정확한 규모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치킨 먹고 여성형 가슴 생긴 남자

    치킨 먹고 여성형 가슴 생긴 남자

    평소 즐겨 먹은 치킨 때문에 가슴이 여성처럼 변한 남성의 슬픈 사연이 공개됐다. 16일 중국 인민망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인 리(26) 군이 자신의 가슴이 여성처럼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최근 급히 병원을 찾았다가 그 원인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의료진은 리 군이 평소 즐겨 먹어왔던 프라이드치킨 속에 호르몬이 있어 그에게 여성형 가슴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리 군은 닭튀김 중에서도 닭 날개와 닭 다리를 너무 좋아해 거의 매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에 의료진은 리 군에게 치킨을 되도록 끊고 앞으로는 채소와 과일을 더 섭취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소식은 중국 현지언론은 물론 영국 메트로와 미러닷컴 등 외신에 소개될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메트로(위), 웨이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문화마당] 예술가가 가난을 벗어나는 길/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마당] 예술가가 가난을 벗어나는 길/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연극배우 손숙씨가 20여년 전 TV 드라마에 처음 출연할 때의 일이다. 요샌 좀 덜하지만, 연극배우가 TV와 영화판을 기웃거리는 걸 ‘대학로’에선 꽤 냉소적으로 보던 때가 있었다. 세계서도 유례없는, 150여개 소극장이 모인 대학로는 한국 연극의 터전이다. 여론의 중심지다. 순수예술의 젖줄이라 자부하는 이곳의 아비투스(habitus· 관행)로 볼 때, 그 표상인 연극배우가 대중예술인 TV 드라마에 얼굴을 내미는 건 불쾌한 일이었다. 순전히 ‘예술’을 버리고 ‘돈’을 취하는 일로 여겼다. 그 무렵 이미 연극계 스타였던 손숙씨가 이런 분위기를 몰랐을 리 없다. 대학로를 비롯해 타인의 시선쯤은 감수하겠노라 다짐했던 터였다. 한데 연극계 어른의 지적에는 마음이 쓰렸다. “손숙씨도 TV에 출연한다면서요?” 지금은 고인이 된 극작가 차범석씨의 말이었다. “선생님, 저도 먹고살아야죠!”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외려 대담하게 받아넘겼지만 서글픈 심정은 어쩔 수 없었다. 당시 한 분야를 대표하는 스타가 비난을 무릅쓰고 새 길을 찾아 ‘외도’를 감행해야 했던 절박함은 무엇이었을까? 궁핍이었다. 대학로 연극배우로는 최저생활도 어려운 현실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무용가나 미술가, 문학가라 해서 형편이 나은 것도 아니다. 3년 전 나온 정부 통계치가 딱한 처지를 웅변한다. 예술가 셋 중 둘은 본연의 창작활동으로 버는 수입이 월 100만원 이하다. 얼마 전 배우 A씨가 서울 대학로 인근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은 극심한 생활고가 원인이라 했다. 필시 그도 월수입 100만원 이하의 ‘보통 예술인’이었을 것이다. 정부는 재작년부터 이처럼 딱한 처지의 예술인을 돕는 전담 기관을 두었다. 다양한 지원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소득이 일정치 않은 가난한 예술가를 위한 ‘창작준비지원금’ 제도도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예술가들의 관심도는 높지 않은 것 같다. 가처분 소득이 늘면서 예술 소비자인 관객들의 주머니 사정도 이젠 많이 나아졌다. 정부도 예술 소비 진작을 목표로 각종 지원제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예술가=궁핍’의 등식은 바뀌지 않는다. 여러 원인 가운데, 문화경제학자 한스 애빙은 예술가들이 인지도와 명성 같은 비금전적인 보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 그러나 생활비도 빠듯한 보통의 예술가에겐 사치스러운 이야기이다. 눈을 돌려 보면, 예술계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다. 딴 세상도 있다. 요즘 공연예술의 총아인 뮤지컬은 비정상적인 고액 출연료가 문제다. 정점에 있는 한 아이돌 스타 출신 배우의 개런티는 회당 1억원에 이른다. 적어도 이 판에서 ‘궁핍한 예술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출연작 티켓은 박스오피스를 열자마자 삽시간에 동이 난다. 부조리해 보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굳이 문화산업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이미 오래전 예술은 공급자(예술가)와 소비자(관객)가 만나는 시장(市場)으로 진입했다. 영원한 창작의 주체로서, 예술가들이 이런 변화를 도약의 기회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범인(凡人)이 갖지 못한 초월적 재능을 순수니 상업예술이니 하는 편견에 가둬둘 필요는 없다. 연극이든, TV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배우는 아무 데서나 연기만 잘하면 된다. 어쩌면 이런 인식의 대전환이야말로 예술가가 가난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 [독박(讀博) 육아일기](17) 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독박(讀博) 육아일기](17) 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내 안의 생각이 모순의 연속일 때가 많다. 아기가 정말 예쁘지만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느끼기도 하고, 빨리 커서 나와 말이 통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지금의 귀여운 모습 그대로 천천히 자라길 바라기도 한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아서 서럽다고 하면서도 누구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다. 처절한 독박육아를 하다 보니 친정 엄마를 비롯해 나의 육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가족들을 향해 원망을 달고 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을 때도 있다. 아기를 낳은 날 밤부터 몇 번이나 아기를 잃어버리는 꿈을 꿨다. 규모가 아주 큰 기차역에서, 백화점에서, 인산인해 속에서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두려움과 공허함이 너무 생생했다. 잠에서 깨서도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새벽에 꿈에서 깨자마자 신생아실로 달려가 아기를 확인하기도 했다. 갓 출산한 산모가 왜 그런 꿈을 꿨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꿈을 꾸면서, 뱃속에서 내보내긴 했지만 여전히 얼떨떨하며 실감이 안 났던 나는 이 아기가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된 것 같다. 사실 아름다운 모성애가 아기를 낳는다고 곧바로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엄마로서 아기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본격적으로 생겨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모순된 꿈을 반복해서 꾸면서 내 것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며들었다. ●아기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에 경계심 가득 그래서였을까, 출산 직후부터 한동안 아기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어느 누가 내 아기를 빼앗아 가겠는가. 그렇지만 그 때의 기분은 딱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엄마로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내 탓이라고 대놓고 지적을 받을 때, 내 아이의 일인데 나에겐 결정권이 없을 때, 육아방식에 대한 근거 없는 질타, 원치 않는 육아방식의 강요 등. 엄마인 나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할 때 나는 아기를 빼앗기는 것 같았다. 스스로도 옹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남편에게도 차마 이야기하지 못한 일도 많다. 그런데 아직까지 가슴에 담아둘 정도로 그 기억들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출산 후 호르몬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게 극도로 예민했다. 산후도우미가 낮잠을 자라면서 젖을 다 먹은 아기를 내 품에서 휙 안아서 데려갈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도와주기 위한 일인데도 억지로 한두시간 잠이 들었다가 곧바로 아기를 다시 받아 안았다. 수유를 마치면 쉬라고 곧바로 아기를 데려갔는데 나는 그저 젖만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기가 울 때 “엄마 젖이 시원치 않아서 울어?”라고 농담을 툭 내뱉으면 짜증이 솟구쳤다. 아기를 보러 집에 온 손님이 아기를 제대로 안지 못해 쩔쩔매면서도 절대로 나에게는 다시 주지 않았을 때,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 나갈 때쯤 내가 아닌 남편에게 아기를 넘기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 이런 감정은 아기가 6개월 되었을 때, 꿈에서만 그리워하던 해외에 살고 있는 친정엄마를 드디어 만났을 때도 이어졌다. 이제 좀 편하게 다니라고 엄마가 항상 아기를 안아주셨는데 어딜 가든 바로 “할머니한테 와”하면서 아기를 데리고 가면 괜히 심술이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아기를 데려왔다. 끝까지 내어주지 않으면 버럭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18개월의 육아 기간 동안 남편과 크게 다툰 적이 세 번 정도 있다. 모두 아기에 대한 일에서 나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이름을 정하고 아기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보험을 가입하는 등의 절차를 남편이 처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아닌 부모님과 상의하는 일이 잦았다. 나에게 자세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최종 확인을 구하지 않은 것이다. 부모님과 이미 결정을 끝내고 실행에 옮긴 뒤 나에게 결과를 통보한 일도 있었다.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 아기의 일인데 나만 모르게 뭔가가 진행이 됐다는 자체가 싫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이 나서 가끔 울컥하면 남편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요즘도 육아 카페에는 “부모님이 정하신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묻는 고민 글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아기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 부부가 부모가 되고 처음으로, 아기의 평생을 이어갈 매우 중요한 선택을 하는 첫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름에는 집집마다 가풍을 따라야 하기도 하고 부모님을 비롯해 어른들의 의견을 중시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내 아이의 이름인데, 정작 엄마의 결정권은 쏙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족보의 항렬을 따라 돌림자를 반드시 써야 하는 어떤 집에서는 192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촌스러운 이름이 나와 “엄마인 나도 부르기가 싫다”는 투정도 있었다.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호적에는 올리지만 집에서 시부모님이 없을 때에는 다른 이름으로 아이를 부르는 집들도 있다. ●엄마도 부르기 싫은 아기 이름·엄마는 모르는 아기의 일 출산의 고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산모들이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비슷한 고민을 올릴 때마다 수 십개의 댓글이 “엄마 생각이 제일 중요하죠”, “강하게 반대하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우리 부부는 우여곡절ㅡ산후조리원에서 전화로 ‘대판’ 지르고 난 뒤ㅡ 끝에 둘이 원하는 대로 작명을 마쳤지만, 지금도 나는 육아 카페에 올라오는 이름 관련 고민에는 격한 공감을 보내며 앞장서서 댓글을 단다. 산모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아기의 출생신고를 할 때도 남편이 혼자 구청에 갔다. 양육수당을 본인 명의의 계좌로만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해서 남편 이름으로 아기의 양육수당을 신청하고 돌아왔다. 심지어 그것조차 핏대가 났다. “애는 내가 고생해서 낳았는데 돈은 왜 자기 이름으로 받아?”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그랬다. 그 돈이 남편의 비자금이 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기에 있어서 내가 제일 중요한 결정을 하고 나의 생각과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어떤 때에는 옷을 뭘 입힐까, 밥을 지금 먹일까, 기저귀를 지금 갈지까지 일일이 다 물어보는 남편에게 “좀 알아서 해. 왜 나한테 모든 걸 물어?”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정말 중요한 일에서는, 아기에게 내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고 싶었다. ●”엄마가 잘 해서 그래”…빈 말이어도 좋다 세 차례의 다툼 끝에 남편은 마치 나에게 질리기라도 한 듯이 전권을 넘겼다. 게다가 완벽한 독박육아였기에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 방식 대로 아기를 키울 수 있었다. 이것이 독박육아의 최대 장점이라고 애써 웃어 보인다. 나의 성질머리를 아는 남편은 아기가 넘어져 멍이 들어도 절대로 “엄마가 애 안 보고 뭐하고 있던 거야”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애들은 누구나 다치고 아파”라며 걱정말라고 나를 다독인다. 아기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다 엄마가 잘 해서 그래”라고 말해준다. 그게 자기가 편해지는 길이라는 걸 일찌감치 터득한 듯 하다. 나 역시 빈말인 걸 알면서도 그 한 마디에 모든 게 녹아 내린다. 반면 내가 그토록 부러워했지만, 육아 지원을 받는 엄마들도 고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부모 세대와의 육아 갈등은 엄마들 수다의 필수 단골 메뉴다. 아이를 봐주는 눈이 많을수록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는 입도 많아지는 것 같다. ●젊은 엄마 vs 할머니…세대간 육아갈등 어른들은 자신이 체험했던 육아 방식을 초보 엄마에게 전수해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겠지만, 젊은 엄마들에게는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이 썩 달갑지가 않다. 젊은 엄마들이 접하는 정보들이 30, 40년 전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이해시키기가 너무 어렵다. 모유가 안 나와 쩔쩔매는데 “물젖이라 애한테 별로 영양가가 없다”고 하거나, 자연분만이나 모유수유를 하지 못한 엄마를 두고 “애가 수술해서 약하다, 엄마 젖을 못 먹어서 아프다”고 하면 그게 아무리 옳을지라도 깊은 상처로 와닿는다. 아이가 아프면 누구보다 속상하고 힘든 것이 아이 엄마인데 “엄마가 제대로 못 돌봐서”라는 말을 들으면, 안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엄마의 마음을 후벼 파는 것 같다. 복직을 앞두고 가뜩이나 심란한데 아기에게 “엄마가 없어서 어떡하니. 불쌍해서”라고 말하면 엄마의 가슴은 더 찢어진다. 모든 게 서툰 초보 엄마의 마음은 그렇잖아도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아기의 먹는 것과 자는 것, 눈을 감고 뜨는 것까지 모두 내 책임인 것 같고 모든 게 내 탓 같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조언이 오히려 비수로 꽂힐 때가 많다. 어른들은 “가르쳐 주는 건데 왜 그렇게 과민반응하냐. 왜 말을 듣지 않냐”고 채근하는데 그럴수록 반발심이 든다. 내가 엄마인데 아기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리도 없고, 또 누구보다 내 자식을 가장 잘 알고 걱정하는 게 바로 나다. 그런 마음은 몰라주고 낯선 방식을 강요하면 잔소리로만 들린다.  ●”엄마인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아기의 키가 잘 자라고 다리가 길어지라고 어른들은 신생아의 다리를 쭉쭉 펴주고 꾹 눌러준다. 나도 어릴 때 그렇게 자랐을 거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 사이에선 일명 ‘쭉쭉이’를 너무 어린 아기에게 하면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콧대 높아지라고 코를 눌러주는 것이 오히려 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도 있었다. 못생긴 다리가 늘 콤플렉스이고 심한 비염으로 고생한 나는 누군가 내 아기의 다리와 코를 누르는 걸 보면 기겁을 했다.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만 “너도 다 이렇게 컸다”는 말로 무시되곤 한다. 옛날에 다 그렇게 했다는 걸 알지만 내 아기에게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엄마의 방식은 ‘예민함’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쭉쭉이’를 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들어주지 않아 화가 난다. 이제 갓 이유식을 시작한 아기에게 자꾸 이것저것 먹여 보려는 상황에서 그러지 말아달라고 말하면, 마치 엄마의 반응이 더 재미있다는 양 그 자리에서 아기 입에 과일 하나를 더 집어넣는다.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길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어쩜 아이만 보면 그렇게 한 마디씩 꼭 하시는지. 지난 겨울 아기를 안고 길을 걷는데 바람이 쌩쌩 부는데도 아기가 답답하다며 덮어주던 담요를 계속 걷어 치우고 양 팔을 바깥으로 쭉 뻗었다. 몇 번이나 어르고 달래도 빽빽 울어재끼고 난리를 쳐서 거의 포기하고 빨리 집에 가려던 참이었다. 아기와 씨름하며 버스정류장까지 10분 동안 걷는데 다섯 명의 아주머니가 “애기 춥다!”를 외쳤다. 마치 정해진 코스마다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아주 빠른 눈썰미였다. 다섯 번째 “애기 춥다”를 들은 뒤 나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춰 버렸다. 나도 아는데, 덮어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아기 추울까봐 너무 걱정되는데. 아무 개념 없이 찬바람 부는데 애를 덮어주지도 않는 모자란 엄마 취급을 받은 것 같았다. 당장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주저 앉아 울고 싶었다. 앞서 여름에는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양말 신은 우리 아기를 보고 “애기 더운데 양말 벗겨요”라는 말을 들었고, 신경이 쓰여 양말을 벗기며 길을 건넜더니 맞은 편에서 오시던 아주머니가 “애기 발 시려워”라고 핀잔을 주었다. ●주양육권자가 할머니일 경우 더욱 ‘속앓이’ 가끔씩 겪는 상황이야 다른 엄마들과 수다를 떨며 풀면 그만이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하루종일 아기를 맡기는 직장맘들의 속앓이는 더 심하다. 주양육권자가 아예 엄마에서 (외)할머니로 옮겨지다 보니 아이에게 1순위도 할머니, 육아방식도 할머니 방식 대로 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출퇴근 전후 약 6시간 안팎만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심지어 평일에 아예 할머니댁에 보내고 주말에만 상봉하는 ‘주말부모’들도 드물지 않다.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2 보육실태조사’에서는 영아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54.5%가, 유아의 경우 63.5%가 아이의 조부모로부터 양육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경우 매번 가서 아이를 데려오거나 보는 경우가 89.2%로 가장 많지만 가끔 데려오거나 보는 경우도 10.8%였다. ‘가끔’일 경우, 평균 11.1일 만에 아이와 부모가 만난다고 한다. 이럴 때 엄마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나마 친정 엄마에게는 투덜거리며 이야기할 수나 있지, 시댁에 아기를 맡기는 엄마들의 냉가슴 앓는 사연들은 글로만 봐도 괴로움이 전달된다. 할머니에게 100% 엄마처럼 완벽하고 원칙에 맞는 육아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아이를 양육하는 데 엄마가 갖는 기준은 있는 법인데 아기를 맡기는 입장에선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다. ●아무리 초보여도 존중받고 싶다…엄마니까 육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맡기지 말고 그냥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결론이 전부다. 할머니 집에 있을 때는 과자와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고 반나절 내내 TV를 보고 있는다 해도 그걸 불만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를 맡기는 엄마가 더 이상해지는 상황이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나날이 쌓여가지만 남편은 “부모님이 너를 도와주려고 고생하시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말한다. 그렇다고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이를 데려와 키우려면 어린이집에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하는데 남에게 맡겨 불안하느니 그냥 불만을 속으로 삼킨다. 게다가 어린이집은 빈 자리도 없고, 조건이 맞는 시터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아무리 초보여도 한 아이의 엄마다. 존중받고 싶다. 일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길수록 엄마의 주도권은 당연히 줄어들고, 또 100% 내 것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욕심이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부모권은 갖고 싶다. 가끔은 여전히 나를 아이로 보는 어른들의 시선, 그러나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현실. 이 모든 것들에 엄마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음만 아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14)수능 성적표보다 떨렸던 아이 검진표 (15)불어난 몸무게 만큼 고통과 행복이 함께 늘었다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 [경제뉴스 in] 외환 몫으로? 한투 ‘성골’로?… 김정태 고차방정식 시작됐다

    [경제뉴스 in] 외환 몫으로? 한투 ‘성골’로?… 김정태 고차방정식 시작됐다

    하나·외환은행 노사가 조기 통합에 전격 합의하면서 이제 초미의 관심사는 초대 합병은행장을 누가 맡느냐로 옮겨 가고 있다. 통합은행장과 통합은행명 등을 결정할 통합추진위원회는 오는 20일 발족한다. 하지만 김정태(JT) 하나금융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1년 전 김 회장이 조기 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만 해도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유력했다. 김 회장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계산이 서 있었다. 초대 합병은행장 자리를 외환에 내줌으로써 합병당하는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박탈감을 달래자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행장 자리를 줄 테니 책임지고 외환은행 노조를 설득하라는 것이었다. 꼭 자리가 걸려서가 아니라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김 행장은 그야말로 입술이 부르트도록 직원들을 설득했다. 문전박대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노조원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하지만 노조는 좀체 김 행장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대신, 김 회장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김 회장은 계열사 노사 협상에 그룹 회장이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응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김 회장은 회의석상에서 김 행장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오늘 안으로 책임지고 (조기 통합에 대한 노조) 합의서를 가져 오라”. 그러고는 9월 1일 합병하겠다고 공시까지 해버렸다. 김 행장의 속이 타들어 갔다. 하지만 노조는 끝내 김 행장을 외면했다. 결국 이날 저녁 김 회장은 노조에 연락했다. 만나겠노라고. 김기철·김근용 외환은행 전·현 노조위원장과 마주 앉았다. 폭탄주가 쉼 없이 돌았고 김 회장의 인간적인 읍소가 시작됐다. 노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예스”는 나오지 않았다. 이틀 뒤인 일요일, 금요일 밤 멤버가 다시 회동했다. 날 듯 날 듯한 결론이 계속 겉돌았다. 김 회장이 벌떡 일어섰다. “내가 제안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 제안을) 받든지 말든지 이제 (노조가) 알아서 하라.” 그 시각, 김 행장은 김근용 노조위원장의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김 회장과의 담판 사실을 알 리 없는 김 행장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음날 새벽 6시 노조에서 연락이 왔다. 협상을 재개하자는 내용이었다. 김 행장과 하나은행의 김병호 행장은 반신반의하면서 달려갔다. 이날 아침 8시에 이사회가 잡혀 있었지만 그전에 노조가 합의해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노조가 마음을 바꾼 데는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찬반 투표 결과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조기 합병 찬성 의견이 꽤 많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막판에 노조를 설득한 이는 김 회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한조 초대 합병은행장’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 진짜 합병 작업은 지금부터이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두 은행의 문화를 ‘하나’로 합쳐야 하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한투)에서 출발한 하나은행은 ‘비즈니스’ 유전자가 강하다. 한때 한국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외환은행은 “남은 것은 자존심뿐”이라는 얘기가 말해 주듯 엘리트의식이 유난히 강하다. 그런 엘리트들이 사실상 장돌뱅이 밑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점에서 외환맨들의 정서를 보듬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러자면 외환 출신 통합은행장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외환은행에서 발탁하되, 김 행장이 아닌 제3의 인물을 전격 선임해 분위기 쇄신을 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쉼 없이 조기 통합 필요성을 설파한 ‘큰형님’ 김 행장의 사전 정지작업이 없었다면 김 회장의 담판도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김 행장을 통합은행장에 기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단, ‘길게’ 갈 카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조직이 안정되면 행장을 전격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 유력 후보는 김병호 하나은행장이다. 장고(長考) 끝에 김 회장이 발탁한 차기 회장 후보군인 데다 취임한 지 반 년밖에 안 됐다. 현재 공석인 지주회사 사장으로 잠시 보냈다가 합병은행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시나리오도 유효하다. 다소 부담스럽지만 처음부터 통합은행장으로 바로 발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김병호 행장에게 필적할 만한 이를 지주 사장으로 내세워 ‘경쟁 구도’를 만들 공산이 크다. 차기 통합은행장은 ‘포스트 JT’(차기 그룹 회장)와 직결돼 있다. 김병호 행장은 하나금융의 ‘성골’로 꼽히는 한투 출신이다. 김 회장이 올 초 연임을 앞두고 전임자 인맥을 교통정리할 때 이현주 부행장 등 한투 핵심 멤버들은 상당수 힘을 잃었다. 그렇더라도 한투 출신들은 하나금융의 중추세력이다. 제아무리 JT라도 한투 출신을 완전히 배제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략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JT가 어떤 수를 내놓을지 흥미진진하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리쌍 신곡 ‘주마등’ 7개 음원차트 1위…3년 공백 과연 있었나 싶은 실력

    리쌍 신곡 ‘주마등’ 7개 음원차트 1위…3년 공백 과연 있었나 싶은 실력

    ‘리쌍 신곡 주마등’ 리쌍 신곡 ‘주마등’이 7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15일 0시에 발매된 리쌍의 새 디지털 싱글 ‘주마등’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멜론, 지니, 엠넷, 네이버뮤직, 올레뮤직, 소리바다, 몽키3 등 7개 음원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다. 리쌍은 3년 만의 신곡을 발표했으며, 특히 리쌍이 처음으로 제작하고 기획한 실력파 보컬 미우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리쌍컴퍼니 측은 ”오랜 작업과 고심 끝에 선보이는 음악인 만큼 완성도를 높여 진심을 전달하였기에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 대중성을 염두 해두진 않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곡을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음악들을 준비 중이다” 고 전했다. 리쌍의 신곡 ‘주마등’은 길의 예술적 감각과 감성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의 멜로디를 그려내었고 개리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의 뛰어난 가사 전달력은 어김없이 이번 곡에서 또 한 번의 진가를 발휘해 ‘주마등’이란 주제와 가사를 탄생시키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셈블리 첫 회 시청률 5.2% “무슨 내용?”

    어셈블리 첫 회 시청률 5.2% “무슨 내용?”

    어셈블리 어셈블리 첫 회 시청률 5.2% “무슨 내용?” 대하사극 ‘정도전’ 작가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은 KBS 2TV ‘어셈블리’가 첫 방송 시청률 5.2%를 기록했다. 16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부터 방송된 ‘어셈블리’ 1회 시청률은 전국 5.2%, 수도권 4.9%로 집계됐다. 한 주 앞서 시작한 이준기 주연의 MBC TV ‘밤을 걷는 선비’(7.7%)와 수애 주연의 SBS TV ‘가면’(11.3%)에 이은 3위 성적이다. ’어셈블리’는 조선소 해고노동자에서 국회의원이 된 진상필(정재영 분)과 그의 보좌관 최인경(송윤아)를 중심으로 국내 정치 현실을 담아내는 정치극이다. 1회에서는 진상필이 해고무효소송에서 패소하고, 최인경이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 말미에 진상필이 국회의원 전략공천 제안을 받는 모습이 그려혀 눈길을 끌었다. 어셈블리는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이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유쾌한 성장 드라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셈블리, 밤을 걷는 선비·가면 이어 3위 “해고노동자 정재영 전략공천 제안받아”

    어셈블리, 밤을 걷는 선비·가면 이어 3위 “해고노동자 정재영 전략공천 제안받아”

    어셈블리 어셈블리, 밤을 걷는 선비·가면 이어 3위 “해고노동자 정재영 전략공천 제안받아” 대하사극 ‘정도전’ 작가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은 KBS 2TV ‘어셈블리’가 첫 방송 시청률 5.2%를 기록했다. 16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부터 방송된 ‘어셈블리’ 1회 시청률은 전국 5.2%, 수도권 4.9%로 집계됐다. 한 주 앞서 시작한 이준기 주연의 MBC TV ‘밤을 걷는 선비’(7.7%)와 수애 주연의 SBS TV ‘가면’(11.3%)에 이은 3위 성적이다. ’어셈블리’는 조선소 해고노동자에서 국회의원이 된 진상필(정재영 분)과 그의 보좌관 최인경(송윤아)를 중심으로 국내 정치 현실을 담아내는 정치극이다. 1회에서는 진상필이 해고무효소송에서 패소하고, 최인경이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 말미에 진상필이 국회의원 전략공천 제안을 받는 모습이 그려혀 눈길을 끌었다. 어셈블리는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이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유쾌한 성장 드라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둘리 집 구경하고 문화창작 체험하고

    둘리 집 구경하고 문화창작 체험하고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던 서울 도봉구의 대전차방호시설이 창조와 평화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또 둘리뮤지엄과 기적의 도서관, 함석헌 기념관, 간송 전형필가옥 등을 이달부터 차례로 개관해 도봉구의 역사문화관광벨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도봉구는 이 같은 내용의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민선 5기 때부터 준비한 지역의 역사문화관광벨트가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면서 “이들 시설이 2013년 문을 연 김수영문학관, 원당샘공원, 방학동 은행나무, 연산군묘, 정의공주 묘역 등과 함께 도봉구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트는 24일 쌍문동의 둘리뮤지엄이 끊는다. 뮤지엄동과 어린이만화도서관동으로 구성된 둘리뮤지엄은 토종 문화캐릭터를 주제로 한 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다. 뮤지엄동에는 주차장, 상영관, 전시관, 체험관, 작가의 방, 어린이 실내놀이터, 카페 등이 조성됐다. 구는 둘리뮤지엄 개관과 더불어 둘리가 발견된 장소인 우이천 축대벽에 350m의 둘리 벽화를 김수정 작가와 조성하고 있다. 30일에는 전국 12번째로 기적의 도서관이 문을 연다. 도봉동에 지어진 기적의 도서관은 3세 이하 유아도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다. 9월 3일에는 한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이자 교육자, 언론인, 사상가인 함석헌 선생의 쌍문동 옛집이 기념관으로 바뀌어 문을 연다. 구는 유족으로부터 가옥을 매입해 전시실, 영상실, 안방 재현 공간, 열람실, 세미나실, 숙박 체험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9월 10일에는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킨 간송 전형필 선생의 방학동 가옥이 공개된다. 이 구청장은 “2011년 우연히 산행을 하다 선생의 가옥이 방치된 것을 보고 부끄러운 심정으로 복원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번 역사문화관광벨트의 화룡점정은 도봉동의 대전차방호시설 리모델링이다. 도봉동의 창포원식물원 바로 위에 일렬로 길게 이어져 있는 대전차방호시설은 1969년 북한 탱크가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1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5개동으로 구성된 이 구조물을 구는 문화예술창작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구는 현재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방과 전시실, 체험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구는 1단계 조성사업을 완료한 뒤 5만 2400㎡ 규모의 창포원과 연계해 이곳을 평화의 공원으로 꾸미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리쌍 신곡 ‘주마등’ 7개 음원차트 1위…3년 공백도 무색케 한 저력

    리쌍 신곡 ‘주마등’ 7개 음원차트 1위…3년 공백도 무색케 한 저력

    ‘리쌍 신곡 주마등’ 리쌍 신곡 ‘주마등’이 7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15일 0시에 발매된 리쌍의 새 디지털 싱글 ‘주마등’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멜론, 지니, 엠넷, 네이버뮤직, 올레뮤직, 소리바다, 몽키3 등 7개 음원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다. 리쌍은 3년 만의 신곡을 발표했으며, 특히 리쌍이 처음으로 제작하고 기획한 실력파 보컬 미우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리쌍컴퍼니 측은 ”오랜 작업과 고심 끝에 선보이는 음악인 만큼 완성도를 높여 진심을 전달하였기에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 대중성을 염두 해두진 않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곡을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음악들을 준비 중이다” 고 전했다. 리쌍의 신곡 ‘주마등’은 길의 예술적 감각과 감성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의 멜로디를 그려내었고 개리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의 뛰어난 가사 전달력은 어김없이 이번 곡에서 또 한 번의 진가를 발휘해 ‘주마등’이란 주제와 가사를 탄생시키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 국토기행] 울산 남구

    [新 국토기행] 울산 남구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상징인 울산 석유화학공단. 365일 멈추지 않는 석유화학공단의 불꽃을 품은 울산 남구. 포경산업을 살아 있는 고래생태관광산업으로 도약시키며 전국적인 관심을 끈 고래도시. 계절마다 꽃 옷을 갈아입는 울산대공원과 축구·야구·양궁장 등을 갖춘 울산체육공원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남구는 산업, 생태, 관광이 공존하는 미래형 복합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최대 도심 명품 공원 ‘울산대공원’ 산업도시 울산의 삶을 풍요롭게 바꾼 남구 울산대공원. 2002년 개장 이후 도심 명품 공원으로 자리잡으면서 친환경 생태도시 울산을 이끌고 있다. 울산대공원은 국내 최대 규모(3.69㎢)로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3.4㎢)보다 넓다. 둘러보는 데만 최소 3시간 이상 소요된다. 풍부한 녹지와 쉼터, 자연환경과 시설을 갖춘 ‘도심 명품 공원’을 콘셉트로 설계됐다. 도심 숲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서 울산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산림과 경관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수용된 임야 등을 활용해 ‘용의 형상’으로 시설물을 배치했다. 랜드마크인 풍차가 있는 풍요의 못과 호랑이발 테라스는 격동저수지를 친환경적으로 단장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비식물원과 노인들을 위한 파크골프장, 수영장, 어린이동물농장 등 89개의 다양한 시설물을 갖췄다. 국내 최고 수준인 장미원은 축제가 열리면 북새통이 된다. ●가족·연인과 함께하는 ‘고래바다여행’ 크루즈선을 타고 장생포 앞바다를 3시간여 동안 돌아보는 고래바다여행은 물살을 가르는 고래를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고래박물관도 있다. 12.4m 길이의 브라이드고래 골격 등 고래 관련 유물 283점이 전시돼 있다. 2009년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 4마리가 고래생태체험관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남구는 고아롱, 고다롱, 장꽃분, 장두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명예 구민으로 주민등록증까지 만들어 줬다. 고래생태체험관 옆에는 고래연구소도 있다. 지난 5월에는 고래문화마을(10만 2000㎡)도 문을 열었다. 1986년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전 고래잡이로 번성했던 옛 장생포마을이 재현됐다. 고래 해체장, 고래고기를 삶아 팔던 고래막 등 23개 동의 건물을 실물 크기로 볼 수 있다. 추억의 학교와 이발소 등도 마련됐다. 고래조각공원에는 실물 크기의 귀신고래, 혹등고래, 밍크고래, 향고래, 범고래 등을 만들어 놨다. ●월드컵·세계선수권 치른 ‘울산체육공원’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장인 문수축구경기장이 태양을 향해 비상하는 학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울산체육공원은 스포츠와 문화가 조화를 이뤘다. 문수산과 남암산을 배경으로 자연 호수와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한다. 호수의 대형 고사분수와 수생식물이 무성한 생태학습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자전거도로, 2002m 호반산책로는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시민들의 여가 활동 공간과 체력단련장으로 사랑받는다. 호수와 연접한 호반광장은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는 열린 공간이다. 울산체육공원 맞은편에는 최신 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문수국제양궁장이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개방한다. 옆에 바비큐장이 있어 주말과 휴일이면 바비큐를 즐기려는 주민들로 넘쳐난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고 첨단 시설을 갖춘 문수야구장이 문을 열었다. 야구 불모지 울산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 홈경기(일부)가 열리지 않는 날은 동호회 등 시민들에게 빌려준다. 관중석은 내야 스탠드 8088석과 외야 잔디 4000석 등 모두 1만 2088석이 있다. 주 출입구 앞에 설치된 길이 18m, 너비 3m, 높이 6m의 청동 재질 조형물인 ‘베이스 패밀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관중석은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그라운드와 같아 눈높이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상단 관중석에는 커플석을 마련했고, 일부 좌석에는 음료를 즐기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스탠딩 테이블을 설치했다. ●365일 꺼지지 않는 산업 불꽃 ‘석유화학단지’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밤이면 휘황찬란한 빛을 발한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광경은 울산 12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밤에 무룡산을 오른다. 석유화학공단에는 SK, 한화, 삼성, 효성 등 국내 화학업체들이 모여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물이다. 공장들은 24시간 쉼 없이 돌아간다. 석유화학공단의 불꽃은 365일 꺼지지 않는다. ●초미니 종교시설 갖춘 쉼터 ‘선암호수공원’ 선암호수공원은 40여년간 공업용수원으로 시민들의 접근이 금지됐던 선암댐을 2005년 63억 4000여만원을 들여 공원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남구 주민들의 쉼터가 됐다. 1구간에 길이 849m, 폭 2.5m의 산책로와 지압보도, 야생화단지, 코스모스·유채단지 등을 조성했다. 2구간에는 길이 651m, 폭 2.5m의 산책로와 1만 5000㎡ 규모의 수생 생태원, 댐 정상 전망대, 2400㎡ 규모의 연꽃 군락지를 만들었다. 연꽃 군락지는 겨울에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된다. 3구간은 길이 1.4㎞, 폭 1.5~2m의 산책로 가운데 1㎞가 황토로 포장됐다. 이곳에는 폭 2m, 길이 130m의 수상 구름다리, 전망데크와 쉼터, 물레방아, 높이 4.5m의 인공 폭포가 있다. 특히 초미니 종교시설은 주민들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사랑을 독점하고 있다. 안민사(절), 호수교회, 성베드로기도방 등이 있으며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이용객들이 남긴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안민사는 수험생들에게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 매년 입시철 수험생 부모들로부터 인기를 끈다. ●도심 속 숲길을 걷는 산책로 ‘솔마루길’ ‘소나무가 많은 산등성이’이라는 뜻의 솔마루길은 울산 도심을 연결하는 산책로다. 선암호수공원~신선산~울산대공원~문수국제양궁장~삼호산~남산~태화강 둔치 십리대숲을 잇는 24㎞ 구간에 조성됐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도 집 주위 야산과 숲에서 흙길을 걸으며 자연 생태를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솔마루길은 산책로뿐 아니라 구름다리와 건강을 위한 108계단, 데크산책로, 육교, 야생화밭, 산림욕장, 자연학습원 등이 조성된 다목적 문화 공간이다. 울산 시가지와 태화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신선산, 삼호산, 남산 위에 쉼터로 각각 정자를 지었다.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낮은 위치에 20~40m 간격으로 800여개의 돌고래 모양 가로등을 설치했다. ●미식가 입맛 유혹하는 활어와 고래고기 울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장생포 일대에서 갓 잡아 올린 자연산 활어와 고래고기를 즐긴다. 가족과 연인들의 맛 여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자연산 활어회는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고래고기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껍질, 혓바닥, 내장, 꼬리 등 부위에 따라 12가지 맛을 낸다. 그중 가슴살을 최고로 친다. 꼬들꼬들한 껍질과 껍질 안쪽에 붙은 기름의 녹는 맛이 일품이다. 붉은 살코기는 육회로 먹는 게 맛있다. 배를 썰어 넣고 참기름 등의 양념으로 무쳐 고소한 맛을 낸다. 목살과 가슴살을 얇게 썰어 초장이나 겨자 간장에 찍어 먹는 ‘우네’, 꼬리지느러미를 소금에 절였다가 뜨거운 물에 데쳐 내는 ‘오배기’, 고기를 썰어 막장·고추장에 바로 찍어 먹는 ‘막찍기’ 등도 인기다. 고래고기는 고단백 저지방에 저칼로리 음식으로 칼슘과 비타민 등이 골고루 함유돼 있어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졌다. 동의보감에도 ‘쉽게 피로하고 활동성이 떨어지며 가벼운 운동만 해도 맥박이 빨라지는 사람에게 고래고기가 좋다’고 적혀 있다. 최근에는 고래스테이크 등 퓨전 요리도 나온다. 스테이크는 살코기에 칼집을 내고 하루 동안 올리브유에 재어 둔 뒤 버터를 둘러 구운 것이다. 구운 채소와 어린이 주먹밥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더위야 가라… 원기 회복엔 장어구이 더위와 스트레스로 지친 몸에는 바닷장어구이가 최고다. 바닷장어는 먹장어(곰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로 구분된다. 울산에는 붕장어 요리가 많다. 회부터 구이, 탕까지 다양하다. 구이는 소금과 양념으로 나뉜다. 소금구이는 장어에 소금만 뿌려 구운 것으로 속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마늘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좋다. 담백하면서 깔끔해 장어 본래의 맛을 볼 수 있다. 양념구이는 비릿함이 없고 새콤달콤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바닷장어는 원기 회복과 면역력 증진, 두뇌 건강, 혈액 순환, 시력 개선, 피부 노화 방지 등 여러 방면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를 품은 대게… 된장찌개로 마무리 대게는 겨울에서 3월까지가 가장 맛있을 때다. 대게 요리는 역시 ‘찜’이다. 대게라고 해서 맛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종류만큼 맛도 다양하다. 대게 살을 한입 먹는 순간 바다의 향기가 가득 퍼져 온다. 몸통 부분은 희고 뽀얀 살이 꽉 차 있어 수저로 퍼 먹을 정도다. 게살을 먹는 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대게를 이용한 음식들도 많다. 대게찜을 맛있게 먹었다면 대게 내장 볶음밥과 대게 된장찌개로 마무리한다. 게 맛이 향긋하게 느껴지는 고소한 볶음밥과 대게를 넣고 푹 삶아 진국이 우러나온 된장찌개는 배불러도 식탐을 내게 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어셈블리, 호텔 간 정재영-송윤아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죠?” 무슨 일?

    어셈블리, 호텔 간 정재영-송윤아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죠?” 무슨 일?

    ‘어셈블리’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서 정재영과 송윤아의 연기합이 빛났다. 15일 방송된 어셈블리 1화에 등장한 정재영(진상필 역)은 송윤아(최인경 역)이 호텔에 간 장면에서 특히 그랬다. 정리해고를 당한 뒤 시위를 하던 상필은 동료 노동자인 배달수(손병호)의 부탁에 야권 노동자 후보로 공천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관련 보도를 접한 백도현(장현성)은 인경을 시켜서 상필을 데려오도록 했다. 두 사람은 현성에게 가면서 함께 호텔 복도를 걸었다. 이때 상필은 “여기 호텔인 거 알죠?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죠? 저 안 돼요”라고 말했다. 인경은 그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호텔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현을 만나자 깍듯하게 상필을 안내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서는 상필의 모습에 극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편 어셈블리는 국회를 배경으로 한 휴먼 정치 드라마다. 용감하고 단순하며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진상필이 진심어린 국회의원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어셈블리 어셈블리, 어셈블리, 어셈블리, 어셈블리, 어셈블리 사진 = 서울신문DB (어셈블리)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퓰리처상 소설, 뭐부터 읽을까

    퓰리처상 소설, 뭐부터 읽을까

    여름 독서 시장에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장편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4년 수상작인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전 2권·은행나무), 2015년 수상작인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전 2권·민음사)에 이어 1961년 수상 작가인 하퍼 리의 ‘파수꾼’(열린책들)이 가세하며 퓰리처상 3파전이 펼쳐졌다. 어느 작가의 작품이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프랑스의 장님 소녀 ‘마리로르’와 독일의 고아 소년 ‘베르너’가 1940년대 2차세계대전 전후로 겪는 10여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봄 출간 이후 1년 넘게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 6월엔 앤드루 카네기 메달 상도 받았다. 작가는 작품 완성을 위해 10여년간 2차대전 당시 쓰인 일기, 편지 등 방대한 자료를 조사했고 작품의 배경이 된 독일과 프랑스도 여러 차례 답사했다. 퓰리처상 선정단은 “2차세계대전의 참혹한 경험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단순한 문체와 우아한 구성으로 기술의 힘과 인간 본성에 대해 탐색한다”고 평했다. 출판사 측은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영화가 떠오르는 작품”이라며 “짧고 강렬하게 전달되는 생생한 묘사가 손에 땀을 쥐며 다음 장을 넘기게 한다”고 소개했다. ‘황금방울새’는 폭발 사고로 사망한 17세기 화가 카럴 파브리티위스의 실제 그림을 소재로 삼았다. 소설은 미술관 폭탄 테러로 어머니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 소년 시오가 우연히 명화 ‘황금방울새’를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한다. 상실과 집착, 운명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적나라한 대도시의 현실과 예술 암시장 등 흥미진진한 리얼리티로 돌파해 나간다. 32개국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출간 즉시 미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독일 등지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천재 작가’라는 수식을 안겨준, 1992년에 나온 작가의 첫 작품 ‘비밀의 계절’(전 2권·은행나무)도 개정판이 나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유럽축구통신] 올여름 가장 많은 거리를 여행하는 EPL팀은?

    [유럽축구통신] 올여름 가장 많은 거리를 여행하는 EPL팀은?

    매년 여름 프리시즌이 시작되면 많은 프리미어리그 팀이 아시아와 북미 축구 시장의 저변 확대와 팬 관리를 위해 해외로 떠난다. 그렇다면 프리시즌 중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하게 될 EPL 팀은 과연 어디일까?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이 다섯 팀이 과연 얼마나 많은 거리를 여행하며 어떤 도시에서 누구를 상대하게 될지 살펴보도록 하자. 1.첼시 첼시는 이번 여름 2014-15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기네스가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대회에 출전한다. 대회가 열리기 전 첼시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머물게 되며 미국 뉴저지에서 뉴욕 레드 불스와 첫 경기를 펼친다. 이후 첼시는 미국 남부 도시인 샬럿에서 PSG를, 수도 워싱턴에서 바르셀로나를 각각 상대하게 된다. 미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첼시는 8월 2일 아스널과 커뮤니티 쉴드 경기를 가지게 되며 8월 5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피오렌티나와 마지막 챔피언스 컵 경기를 끝으로 프리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프리시즌 동안 첼시가 총 이동하게 될 거리: 16,194Km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유의 첫 프리시즌은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첼시와 마찬가지로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대회에 출전하는 맨유는 시애틀에서 클럽 아메리카와 첫 대결을 펼친다. 이후 맨유는 각각 산 호세 어스퀘이크와 바르셀로나를 캘리포니아에서 상대하게 된다. 그리고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인 PSG와의 시합이 시카고에서 열린다. 프리시즌 동안 맨유가 총 이동하게 될 거리: 17,643Km 3. 아스널 아스널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에버튼, 스토크 시티와 함께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트로피 대회를 위해 참가 중이며 싱가포르 XI과 첫 경기를 가진다. 아스널이 승리하게 되면 에버튼 VS 스토크 시티 대결의 승자와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된다. 아시아 투어가 끝나면 런던으로 돌아와 에미레이츠 컵 대회에 참가해 리옹과 볼프스부르크 두 팀을 상대하게 된다. 아스널은 8월 2일 첼시와 커뮤니티 쉴드를 끝으로 프리시즌을 마무리한다. 프리시즌 동안 아스널이 총 이동하게 될 거리: 21,758Km 4.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시티는 다섯 팀 중 가장 적은 프리시즌 시합을 가진다. 우선 첫 번째로 호주 멜버른에서 멜버른 시티와 친선전을 가진 후 호주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대회에 출전해 유럽 명문 구단 AS 로마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다. 맨시티는 레알과 대결을 끝으로 프리시즌을 마무리한다. 프리시즌 동안 맨시티가 총 이동하게 될 거리: 33,982Km 5. 리버풀 리버풀은 이미 지난 14일 태국 방콕에서 태국 올스타팀과 경기를 치렀고 오늘 친선 매치를 위해 오늘 호주에 도착했다. 리버풀은 브리스번 로어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친선전을 가지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말레이시아 베스트 일레븐과 친선전을 끝으로 아시아를 떠나며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HJK 헬싱키와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를 치른다. 18일 간의 압축된 일정으로 리버풀이 가장 바쁜 프리시즌을 보내게 된다. 프리시즌 동안 리버풀이 총 이동하게 될 거리: 34,992Km 최용석 유럽축구통신원 fcpoint@hotmail.com
  • ‘영웅’이 인종차별주의자였다니…

    ‘영웅’이 인종차별주의자였다니…

    미국 소설가 하퍼 리(89)의 두 번째 장편 ‘파수꾼’이 14일 전 세계 1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팔리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첫 번째 장편 ‘앵무새 죽이기’ 이후 55년 만에 나온 것으로, ‘앵무새 죽이기’의 판매량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한국어판 ‘파수꾼’을 펴낸 출판사 열린책들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철저하게 베일에 싸였던 내용을 공개했다. 작품을 번역한 공진호씨는 “1950년대 당시 타이핑한 원고의 복사본을 미국 출판사 측으로부터 받아 그걸 토대로 번역했다”며 “편집자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은 처녀작인데 20대 중반 여성이 쓴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의 깊이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평했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였지만 내용은 ‘앵무새 죽이기’ 후속편이다.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뒤를 다루고 있어서다. 리가 1957년 이 소설을 출판사에 보여주자 편집자가 3인칭 어른의 시점이 아닌 1인칭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다시 쓰자고 제안해 여섯 살 여자아이 ‘진 루이즈 핀치’(별명 스카웃)의 시각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앵무새 죽이기’가 먼저 나왔다. ‘파수꾼’의 배경은 흑인 인권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던 1950년대 중반 미국 앨라배마주 가공의 도시 메이콤이다. 여섯 살 아이였던 스카웃이 20대가 돼 뉴욕에서 고향인 메이콤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향에 돌아온 스카웃은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었던 아버지 애티커스의 본모습을 보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정의와 양심의 상징으로 그려졌던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가 사실은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것으로 드러나 영미권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남성을 애티커스가 변호하는 ‘앵무새 죽이기’의 주요 내용은 ‘파수꾼’에선 간략히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공씨는 “‘앵무새 죽이기’가 아이의 시선에서 이상적인 아버지 모습만을 그렸다면 ‘파수꾼’에선 아버지의 본모습을 보고 우상을 타파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고, 그런 우상 타파를 통해 스카웃은 자주적인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고 설명했다. 원제인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은 성경 이사야서 21장에 나오는 ‘주께서 내게 이같이 이르시되, 가서 파수꾼을 세우고 그로 하여금 자기가 보는 것을 밝히 알리게 할지어다, 하셨도다’에서 따왔다. ‘파수꾼’ 원고는 지난해 8월 발견됐다. 친언니 앨리스 리가 고용한 변호사 토냐 카터가 리의 안전금고에서 분실된 줄로만 알았던 원고를 찾은 것이다. 미국 출판사 하퍼콜린스는 지난 2월 ‘파수꾼’ 출간을 발표했다. 일각에서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작가가 출판사의 꼬드김에 넘어가 ‘억지 출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앨라배마주 수사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으나 수사 결과 작가가 출간을 원하는 것으로 드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출판사 측은 “카터가 원고를 찾은 뒤 바로 리에게 가서 ‘고 셋 더 워치맨’(Go Set the Watchman) 원고를 찾았다고 하자 리는 ‘더 워치맨’(the Watchman)이 아니라 ‘어 워치맨’(a Watchman)이라며 바로 기억했다”고 전했다. 하퍼콜린스는 후속작에 쏟아지는 관심을 고려해 초판을 200만부나 출간했다. 열린책들도 이례적으로 초판을 10만부 찍었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7월 출간돼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무명 작가이던 리는 이 소설로 196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리는 ‘앵무새 죽이기’ 이후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도 일절 응하지 않으며 은둔해 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팔린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뒤 이야기를 다룬 하퍼 리의 신작 ‘파수꾼’에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가 2007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을 때의 모습(위)과 1961년 ‘앵무새 죽이기’로 퓰리처상을 수상할 때의 모습(아래). 열린책들 제공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