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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라에서 죽은 생쥐가…충격적인 소비자 고발 영상 논란

    콜라에서 죽은 생쥐가…충격적인 소비자 고발 영상 논란

    외국에서 청량음료를 살 때는 이상한 물체가 들어있지 않은지 꼭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코카콜라에서 죽은 생쥐가 나왔다는 고발 영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고발자는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주의 프레이레에 사는 남자 디에고 페레이라다. 남자는 "패트병 안에 무언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그럴 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영상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3분 20초 분량의 영상은 1.5리터짜리로 보이는 코카콜라 1병을 앞에 둔 촬영자(페레이라)의 자기소개로 시작된다. 그는 "아르헨티나 프레이레에 사는 디에고 페레이라"라고 실명을 밝히고 영상을 촬영하게 된 사유를 간단히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패트병을 오픈하지 않았다며 플라스틱 마개가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그의 설명대로 병은 밀폐된 상태다. 하지만 병속엔 무언가 둥둥 떠 있는 게 보인다. 페레이라는 "이제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보자"면서 병을 들고 정원으로 나간다. 잠시 후 노란색 양동이를 들고 다시 나타난 그는 마개를 따고 콜라를 양동이에 붓기 시작한다. 콜라가 다 빠져나간 뒤 병을 보면 충격적이다. 병에는 죽은 생쥐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페레이라는 "지금 얼마나 지독한 냄새가 나는지 모른다"면서 "이제 지금 우리가 마시는 것이다. 더 맛있으라고 이런 걸 집어넣은 것이냐"고 말한다. 그는 "코카콜라에 항의했더니 공장이 얼마나 청결한지 직접 와보라.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어이없어 한다. 영상이 공개되자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누리꾼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저런 음료를 마신 거냐" "이런 일이 벌써 몇 번째냐. 도대체 바뀔 기미가 안 보인다"는 등 회사를 질타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청량음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국민 1인당 청량음료 소비량은 연 131리터에 이른다. 사진=영상 캡처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사설] 남북 정상회담 전 한·미 비핵화 로드맵 조율해야

    지난달 26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싸고 관련국 간 치열한 기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꺼내 든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미 행정부가 구상하는 리비아식 해법, 즉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 원칙이 정면충돌하면서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기나 한 것이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이런 양측의 대치 속에 애초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언급하며 ‘북핵 폐기-평화협정 일괄 타결’을 주창했던 우리 정부도 북·중 정상회담 이후로는 리비아식 해법에 고개를 저으며 ‘포괄적 타결, 단계적 검증’을 강조하는 등 갈피를 잡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와 북한의 상황이 다른 만큼 리비아식 해법을 오롯이 북핵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북핵 6자회담을 좌초시킨 ‘단계별 행동-보상’ 방안을 재가동하는 것 모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미국과 북한이 각자 한 발씩 물러나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이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 합의를 끌어내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우리 정부는 일단 5월 안에 남·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대원칙에 합의하고, 이후 북핵 폐기와 검증, 보상을 단계별로 이행하는 그림을 그리는 듯하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방안이 북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리는 것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반면 북은 거꾸로 미국의 체제 보장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한 섣불리 핵 폐기에 나설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북·미 양측의 견해차 속에서 우리 정부의 구상이 꽃을 피우려면 결국 미국의 ‘일괄타결론’과 북의 ‘단계적 해결’의 물리적 간극을 최대한으로 좁히는 데 달렸다고 본다. 핵 폐기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고, 검증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상응한 보상을 더 구체화하는 카드로 미국과 북한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핵 폐기의 출구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명확히 제시한다면 6개월 내 비핵화 완료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고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바심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북핵 해법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이기에 앞서 오는 27일 남북 정상이 가장 먼저 꺼내야 할 우리 운명이 달린 의제다.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한·미 양국의 교감과 공조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결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없는 사안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와 남북 화해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미국과의 북핵 로드맵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
  • 北 리용호·中 왕이 “양국 정상회담 성과 실천에 옮겨야”

    北 리용호·中 왕이 “양국 정상회담 성과 실천에 옮겨야”

    왕이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북한과 중국이 지난주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3일 베이징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등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베이징에 도착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양국 주요 관심사와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왕 부장과 리 외무상 모두 “북·중 정상회담 성과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현재 상황에서 북·중 전통 우의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은 양국 및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 최고 지도자의 베이징 회담 성과를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대화와 담판을 촉구하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과 평화 메커니즘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북·중 베이징서 ‘외교장관’ 회담... “북중 관계 발전”

    북·중 베이징서 ‘외교장관’ 회담... “북중 관계 발전”

    북한과 중국이 지난주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3일 베이징(北京)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등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양국 주요 관심사와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성공적인 방문을 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과 북·중 관계 발전 및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추진에 대해 중대한 인식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상황에서 북중 전통 우의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은 양국 및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 외교 부문은 각급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최고 지도자의 베이징 회담 성과를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과 한반도 정세 완화에 기울인 노력에 찬성하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대화와 담판을 촉구하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과 평화 메커니즘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리용호 외무상은 “북중 양국 지도자의 성공적 베이징 회동은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면서 “북한은 중국과 함께 양측 지도자의 공동 인식을 잘 실천하고 고위급 상호 방문과 각 급별 외교 소통을 강화하며 북중 전통 우호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중은 양국 최고지도자의 베이징 회담이 가리킨 방향에 따라 한반도 유관 문제에 대해 중국 측과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리 외무상과 왕 국무위원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한반도 문제 등 주요 의제에 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 시 동행했으며, NAM 각료회의에 참석한 뒤 러시아에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리 외무상이 다른 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경유할 때 중국 측 고위인사와 만나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며 “양국 외교장관 간 회담은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많이 회복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리 외무상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우군인 중국 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러시아를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 내용 공유하고, 러시아 측과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류현진 시즌 첫 경기 피안타 5·볼넷5 묶어 3실점 조기강판

    류현진 시즌 첫 경기 피안타 5·볼넷5 묶어 3실점 조기강판

    3과 3분의2이닝 동안 75개 투구 .. 삼진은 단 2개제구력 난조로 스트라이크 40개에 불과, 4회말 2사 3루에서 교체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2018시즌 첫 등판에서 제구에 애를 먹으며 조기 강판당했다. 류현진은 3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방문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3⅔이닝 동안 5안타와 볼넷 5개를 내주고 3실점했다. 삼진은 2개를 잡았다. 류현진의 한 경기 볼넷 5개는 지난해 5월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6개)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시범경기에서 새로 장착한 투심 패스트볼과 변형 커브를 점검하는 데 주력한 류현진은 이날도 포심, 투심 패스트볼은 물론 커브, 커터,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애리조나 타자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제구, 특히 커브를 마음먹은 곳에 던지지 못하면서 볼넷을 많이 내주고 투구 수도 늘면서 고전했다. 류현진은 4회도 채우지 못했지만 75개의 공을 던졌다. 이중 스트라이크는 40개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3-3 동점을 허용하고 4회말 2사 3루에서 교체됐다. 구원 투수 페드로 바에스가 4회를 실점없이 마무리해 류현진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7.36으로 치솟았다.애리조나에서 활약했던 투수 김병현의 시구로 시작한 이날 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은 1회초부터 류현진에게 힘을 실어줬다. 애리조나 선발투수 타이후안 워커를 상대로 톱타자 족 피더슨의 2루타에 이른 코리 시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고, 1사 후에는 야스마니 그란달의 우중월 투런포가 터져 3-0으로 앞서 나갔다.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도 1회말 첫 두 타자는 평범한 내야땅볼로 요리했다. 하지만 ‘천적’으로 꼽히는 폴 골드슈미트에게 가운데 펜스를 바로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했다. 류현진을 상대로 지난해까지 타율 0.429를 기록했던 골드슈미트가 올시즌 9타수 만에 터트린 첫 안타였다. 이어 류현진은 A.J. 폴록에게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좌익선상을 타고 흘러나가는 2루타를 얻어맞아 시즌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크리스 오윙스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체인지업으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고 추가 실점은 막았다. 2회에는 2사 후 알렉스 아빌라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투수 워커를 유격수 땅볼로 요리했다. 선두타자 제이크 램의 1루수 쪽 안타성 타구 때 빠른 베이스 커버로 직접 아웃시키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류현진은 3회 큰 고비를 맞았다. 첫 타자 데이비드 페랄타의 큼지막한 타구를 좌익수 맷 켐프가 호수비로 걷어냈지만 케텔 마르테에게 중견수 뒤로 빠지는 3루타를 내줬다. 이후 제구가 심하게 흔들렸다. 골드슈미트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폴록을 빠른 볼로 3구 삼진으로 쫓아내 한숨 돌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오윙스를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뒤 램에게 연속 볼 네 개를 던져 밀어내기로 두 번째 실점했다. 안타 한 방이면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기분 나쁜 흐름을 끊으려 했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닉 아메드를 좌익수 뜬 공으로 잡아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2회까지 30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3회에만 투구 수 30개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4회에도 선두타자 아빌라를 볼넷을 내보내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몰고 갔다. 워커를 3루 땅볼로 병살처리했지만 페랄타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마르테에게 중견수 쪽 3루타를 내줘 3-3 동점이 됐다. 다저스 벤치는 류현진을 더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바에스가 골드슈미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 류현진은 이날 3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 대통령, “항구적 평화 ·인권 향한 4 ·3 열망 잠들지 않을 것”

    문 대통령, “항구적 평화 ·인권 향한 4 ·3 열망 잠들지 않을 것”

    대통령으로는 현직 두 번째로 제주4 ·3 추념식 참석“국가권력 폭력·희생, 반드시 진상규명 ·명예회복” 약속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저는 오늘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는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추념일 추념사에서 이같이 말한 뒤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4·3 추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참석 이후 1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제주도민께 사과했다”며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족과 생존·희생자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고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며 “이제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그러면서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70년 전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고,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거지·대문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했다”며 “4·3은 제주의 모든 곳에 서려 있는 고통이었지만 제주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섬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60년 4월 27일 관덕정 광장에서 ‘잊어라, 가만히 있어라’ 강요하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제주의 청년 학생들이 일어섰고, 수많은 4·3 단체들이 기억의 바깥에 있던 4·3을 끊임없이 불러냈다”며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3년간 50편의 ‘4·3연작’을 완성했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4.3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임흥순 감독의 ‘비념’과 김동만 감독의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고(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는 세월’, 가수 안치환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문 대통령은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4·3이 단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줬다”며 “드디어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금 제주는 그 모든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고 있다”며 “우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리는 오늘 4·3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상생은 이념이 아닌 오직 진실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좌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4·3 희생자와 제주도민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 넘어섰다”며 “고 오창기님은 4·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 3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고, 아내·부모·장모·처제를 모두 잃었던 고 김태생님은 애국의 혈서를 쓰고 군대에 지원했다. 4·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다.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 하귀리에는 호국영령비와 4·3희생자 위령비를 한자리에 모아 위령단을 만들었다. ‘모두 희생자이기에 모두 용서한다는 뜻’으로 비를 세웠다”며 “제주도민이 시작한 화해의 손길은 이제 전 국민의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이라며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고,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며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쩜 이렇게 똑같은 얘기가, ‘쌍둥이 영화’ 나오는 이유들

    어쩜 이렇게 똑같은 얘기가, ‘쌍둥이 영화’ 나오는 이유들

    ‘정말 좋은 얘기라면 베껴도 좋다.’ 할리우드에서는 통하는 진리인데 이보다 더한 경우도 많다. 똑같은 얘기를, 그것도 거의 동시에 배포하는 ‘쌍둥이 영화’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2월 개봉된 콜린 퍼스 주연의 ‘The Mercy’는 1968년 세계일주 요트 레이스에 참여한 영국의 아마추어 선원 도널드 크로허스트가 가짜 네비게이션 자료를 활용해 거짓말을 하다가 배에서 의문스럽게 사라진 실화를 다루고 있다. 너무 각별한 스토리라 그럴까, 제임스 마시와 사이먼 럼블리 감독이 각자 만들었다. 퍼스가 주연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던 스튜디오카날은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한 상황을 피하려고 다른 작품의 판권을 사들였다. 인터넷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의 시니어 에디터인 키스 시만턴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로 똑닮은 영화가 제작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둘셋, 더 많은 각본을 발견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다만 제작되지 않을 뿐”이라며 “예를 들어 덩케르크 철수에 대해 다룬 영화가 하나도 없다가 지난해 두 메이저영화사가 제작한 ‘Darkest Hour’와 ‘덩케르크’를 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 마크 월버그와 윌 페럴은 경찰 버디 영화에 의기투합해 ‘Cop Out’을 만들기로 했다가 약간 느낌만 다른 각본을 제작 중이던 다른 스튜디오로 옮겨 ‘The Other Guys’에 함께 출연했다. 시만턴은 왜 이렇게 닮은꼴 영화가 자주 등장하는지 이유를 묻자 “시장에 먼저 이유를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드웨인 존스가 헤라클레스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스튜디오는 ‘우리는 다른 헤라클레스 영화에 우리는 각본을 판매할 권리를 갖고 있다. 헤라클레스 전설은 누구나 저작권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이 하기 전에 우리가 하면 대단한 일이지 않나?’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나은 것인지는 결국 시장이 답할 수밖에 없다. 아들이 아버지가 되는 내용의 영화가 쏟아졌던 1980년대 말이 그랬다. 처음에 더들리 무어가 주연한 ‘Like Father Like Son’이 나오자 저지 레인홀드의 ‘Vice Versa’가, 조지 번스의 ‘18 Again’에 이어 톰 행크스가 주연한 ‘Big’이 마지막으로 나왔다. 하지만 ‘Big’이 1억달러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올려 페니 마셜이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 이 기록을 돌파한 영예를 차지했다. 돈도 들이지 않고, 세 편의 전작을 재탕했지만 마지막 작품이 가장 낫다는 평가를 들었다. 다음은 판박이라 할 정도로 닮은 영화들의 사례다.왼쪽이 2013년 3월, 오른쪽이 3개월 뒤에 개봉됐다. 왼쪽은 1억 7000만달러, 오른쪽은 2억 500만달러를 벌었다. 흥행은 오른쪽이 더 됐지만 왼쪽은 두 편의 속편이 제작돼 2016년 ‘London Has Fallen’에 두 주연이 그대로 출연했고, 세 번째 ‘Angel Has Fallen’이 내년 개봉된다.‘No Strings Attached’이 2011년 1월, ‘Friends With Benefits’이 6개월 뒤 세상에 나왔다. 놀랍게도 두 작품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1억 4900만달러로 똑같았다. 두 여자 주인공은 영화들이 개봉하기도 전에 ‘Black Swan’에서 호흡을 맞췄다.왼쪽이 1998년 10월, 오른쪽이 불과 한달 뒤 개봉됐다. 왼쪽이 1억 7100만달러를, 오른쪽이 3억 6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가족 친화적인 영화였지만 픽사의 스티브 잡스와 존 라세터가 드림웍스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첸버그가 디즈니 영화 부문을 떠나면서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비난하며 거센 입씨름을 벌였다. 카첸버그가 6개월 먼저 개봉하려고 온갖 수작을 다한다고 언론이 또 싸움을 부추겼다.프랑스어로 제작된 왼쪽이 2015년 9월, 영어로 만든 오른쪽이 이듬해 5월 나왔다. 왼쪽이 49만 7000달러, 오른쪽이 4900만달러의 박스 수입을 올렸다. 재비어 지아놀리(프랑스) 감독은 2016년 3월 인터뷰를 통해 “촬영에 들어가기 한달 전에 그 영화가 제작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게 그 얘기는 끔찍했다”고 털어놓았다.1998년 5월 제작된 왼쪽이 3억 4900만달러를, 2개월 뒤 만들어진 오른쪽이 5억 5300만달러를 벌었다. 당시 인기 절정의 TV 시트콤 ‘Friends’ 한 편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챈들러가 잠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니카에게 “어느 게 Deep Impact이고 어느 게 Armageddon이야?”라고 물으니 “로버트 듀발 나오는 게 Deep Impact야. Armageddon은 네가 내일 아침 일어나면 무슨 일이 생길지를 다룬 거야”라고 답한다.왼쪽이 2006년 2월 개봉됐고 오른쪽은 같은 해 10월 공개됐다. 박스오피스 수입은 각각 4900만달러와 260만달러였다. 각본을 다 썼다고 오른쪽 영화 각본가인 더글래스 맥그래스가 제작자에게 환호성을 지르며 전화한 것이 2003년이었는데 제작자인 빙엄 레이는 “이미 내 책상 위에 있는데”라고 답했다. 맥그래스는 “그럴리가요? 이제 막 끝냈는데”라고 대꾸했는데 나중에 보니 왼쪽 작품 극본이었다.1997년 2월 제작된 왼쪽이 1억 7800만달러를, 2개월 뒤 개봉된 오른쪽이 1억 2200만달러로 조금 못 미쳤다. 왼쪽 주인공 피어스 브로스넌은 직전에 007 시리즈의 주연을 낙점받았는데 그의 배역이 해리 달튼이라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공유하게 된 티모시 탈튼과 같은 라스트네임이란 이유로 주목받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요동설 vs 낙랑=평양설… 北·中 국가대항전으로 번지다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요동설 vs 낙랑=평양설… 北·中 국가대항전으로 번지다

    한사군의 중심군현인 낙랑군의 위치에 대해 한국의 고대사학계는 평양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경에는 이른바 젊은 역사학자들이 여럿 나서서 이런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한 보수 언론은 이들에게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나아가 이들은 낙랑군의 위치에 대한 질문에 “낙랑군이 평양에 있다는 건 우리뿐 아니라 제대로 된 학자는 모두 동의한다. 100년 전에 이미 논증이 다 끝났다.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한국일보’, 2017년 6월 5일)”라고 말했다.●南학계는 일제 학자 주장 비판 없이 수용 이들의 말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00년 전 조선총독부에서 ‘낙랑군=평양’이라고 못 박은 이후 이 문제를 가지고 논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논쟁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두만강 북쪽 700리 공험진이라고 한·중 사료에 숱하게 나오는 고려·조선의 북방강역을 함경남도 함흥평야로 조작한 이케우치 히로시의 설을 지금껏 추종하는 것처럼 일체의 논쟁 없이 추종한다는 뜻이다. ‘낙랑군=평양’설에 대한 비판은 숱하게 있었다. ‘후한서’(後漢書)의 ‘광무제본기’ 주석에 “낙랑군은 옛 (고)조선국인데, 요동에 있다(在遼東)”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서 낙랑군이 고대 요동에 있었다는 중국 사료가 숱하기 때문이다.●北 고조선 노예제와 왕험·낙랑 규명 논쟁 그럼 북한 학계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한 학계도 남한처럼 ‘낙랑군=평양’설이 100년 전에 논증이 끝난 문제라고 생각할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남한과 다른 것은 북한 학계가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북한 학계의 고조선사 논쟁은 크게 두 방향에서 전개되었다. 하나는 고조선의 사회 성격에 대한 논쟁이고, 다른 하나는 고조선의 강역과 중심지, 즉 왕험성의 위치와 낙랑군의 소재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고조선의 사회 성격에 대해서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역사 발전 5단계설 중에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였다. 마르크스는 인류 사회의 생산 관계를 토대로 ‘①원시 공동체 사회→②고대 노예제 사회→③중세 봉건제 사회→④근대 자본주의 사회→⑤공산주의 사회’의 다섯 단계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이중 고조선의 사회 성격이 노예제 사회인지 봉건제 사회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사회경제사학자 김광진(金洸鎭)은 ‘력사과학’ 1955년 8~9호에 발표한 ‘조선에 있어서 봉건 제도의 발생 과정’에서 조선 역사에는 노예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1935년 철학박사 학위를 딴 고고학자 도유호(都宥浩)가 ‘력사과학’ 1956년 3호에 ‘조선 력사상에는 과연 노예제 사회가 없었는가’를 발표해 김광진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노예제 사회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김광진이 재반박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10여 차례의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 논쟁은 경성제대 출신의 김석형이 ‘력사과학’ 1961년 3호에 ‘조선 고대사 연구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리론상의 문제’를 발표함으로써 정리돼 갔다. 노예제 사회였던 고조선이 봉건제 사회인 고구려·백제·신라로 발전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이론이 북한 학자들의 지지를 얻어가면서 고조선은 노예제 사회로, 삼국은 봉건제 사회로 견해가 정리됐다. 고조선이 노예제 사회라는 것은 나중에 요동반도의 강상 무덤과 누상 무덤에서 대규모 순장(殉葬) 유골이 발굴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낙랑=평양설 北서 中사료 근거로 비판 고조선의 수도인 왕험성과 낙랑군의 위치 문제도 숱한 논쟁을 거쳤다. 도유호를 비롯한 고고학자들도 처음에는 고조선의 도읍과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으로 보았다. 그러자 문헌 사학자들이 중국 사료를 근거로 평양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와중인 1958년 북한은 리지린이란 학자를 북경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보내 고조선사를 연구하게 했다. 와세다대 출신의 리지린은 해방 후 과학원 력사연구소 고대사연구실에서 근무했고, 1959년 ‘력사과학’ 5호에 ‘광개토왕비 발견 경위에 대하여’를 발표했지만 그가 어떤 경로를 거쳐 유학생으로 선발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북경대 지도교수가 고사변(古史辨) 학파의 중심이었던 구제강(顧剛·1893~1980)이란 사실은 범상한 대목이 아니었다. 중국의 신문화운동을 이끌었던 고사변 학파는 중국인들이 그간 사실로 받아들였던 숱한 역사적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옛것을 의심해서 가짜를 판별한다”(疑古辨僞)라는 말로 상징되는 고사변 학파는 구제강과 첸쉬안퉁(錢玄同·1887~1939), 북경대 총장을 역임한 후스(胡適·1891~1962) 등이 중심이었다. 이중 첸쉬안퉁은 한자(漢字)를 폐지하고 로마자 식의 병음자모로 바꿔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고사변 학파는 중국 고대사의 숱한 문적들은 유학자들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심지어 공자가 쓴 ‘춘추’(春秋)도 공자가 아닌 노(魯)나라 사관들이 집단으로 쓴 것이라고 보았다. 구제강은 ‘첸쉬안퉁 선생과 고대 사서(史書)를 논하다’(與錢玄同先生論古史書)라는 논문 등에서 중국 고대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시대가 뒤로 갈수록 전설 속 고대사의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는 것이다. 주(周)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된 전설상의 인물은 우(禹)였는데, 공자 때에는 요순(堯舜)으로 끌어올려졌고, 전국(戰國)시대에는 다시 황제(黃帝)·신농(神農)씨로 끌어올려지고, 진(秦)나라 때 삼황(三皇)이 나오고, 한(漢)나라 이후 반고(盤古)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둘째 “시대가 뒤로 갈수록 전설상 중심인물에 대한 내용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공자 때의 순(舜)임금은 ‘다스리지 않고도 다스려지는(無爲而治)의 성군(聖君)’이었지만 맹자(孟子) 때에는 효자의 모범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1926년 ‘고사변’ 제1권을 출간한 이래 1941년의 7권까지 350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사마천 이래 이른바 ‘중국을 위해 치욕의 역사는 감춘다’는 ‘위한휘치’(爲漢諱恥)의 춘추필법으로 중국의 사가들이 왜곡했던 이(夷)의 역사, 즉 한국 고대사를 새롭게 밝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유학사관 비판 구제강, 중화사관 못 벗어 그러나 고사변 학파의 중심인물인 구제강 자신은 끝내 ‘위한휘치’의 춘추필법을 벗어나지 못한 중화주의 역사가였다. 1931년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차지하고, 만주와 몽골을 중국 본토에서 분리시키는 ‘만선사관’(滿鮮史觀)을 제창하고, ‘중국본토론’을 내세우자 구제강은 1936년 ‘변강연구회’(邊疆硏究會)를 창립해 이에 맞섰다. 일제의 ‘중국본토론’은 만주·몽골과 조선 등은 중국의 영토가 아니니 중국은 본토에 대해서만 통치권을 가진다는 이론이었다. 곧 일제가 만주·몽골을 차지하겠다는 것인데 구제강은 이에 맞서 만주·몽골 등은 중국사의 강역이란 논리로 맞섰다. 구제강은 1939년 2월 자신이 주간을 맡고 있는 ‘변강주간’(邊疆周刊)에 ‘중화민족은 하나’라는 글을 게재해 여러 민족의 혼합으로 중화민족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공산당에서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이 하나의 ‘중화민족’이란 논리로 소수민족의 강역을 중국 영토라고 우기는 국가 이념의 토대가 됐다. 그는 또 운남(雲南)에서 발행하던 ‘익세보’(益世報)에 “‘중국본부’라는 한 이름은 빨리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평론에서 중국인들이 중화와 이민족을 나누는 전통적인 화이관(華夷觀)을 비판했다. ‘중국본부’라는 용어를 쓰면 일제가 만주와 몽골을 낚아채 갈 것이라는 경고였다. 고사변 학파를 주도할 때는 유학사관이 왜곡한 고대사를 의심하자던 구제강은 막상 한중 고대사에 이르자 중화 사관으로 돌아섰다. 좋게 말하면 애국적 중화 사가(史家)가 된 것이었다. 그는 위만조선의 도읍이 대동강 남쪽에 있었고, 따라서 낙랑군도 평양에 있었다는 ‘낙랑=평양’설을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에서 온 유학생 리지린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리지린은 중국 고대사서에 ‘낙랑=요동’설이 숱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구제강의 학문 지도를 받기 위해서 유학을 간 것이 아니라 단지 학위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지도교수인 구제강과 제자 리지린 사이에 일종의 국가대항전이 전개되는 셈이었다. <계속> 北·中 공동 고고유물 발굴 1964년 강상·누상무덤서 ‘요동도 고조선 강역’ 고증 북한은 중국과 1963년 조·중 고고발굴대를 조직해서 만주 지역의 고고유물 발굴에 나섰다. 1964년 요동(遼東)반도 끝자락 여대시(旅大市·여순과 대련)의 감정자구(甘井子區) 후목성역(後牧城驛)에서 강상(崗上) 무덤과 누상(樓上) 무덤이 발굴되면서 고조선의 강역이 평남에 국한되었다는 조선총독부의 주장과 달리 만주까지 걸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기전 8~7세기쯤의 무덤인 강상 무덤에서는 140명의 순장(殉葬) 무덤이 발견됐고, 누상 무덤에서도 주인을 따라서 죽인 50여명의 순장 무덤이 발견됐다. 고조선이 노예를 순장했던 노예제 사회였다는 사실이 유적·유물로 드러난 것이었다.
  •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미국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우리의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 동맹국에 핵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즉각 보복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소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비위가 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화 통화로 “만약 당신이 군비 경쟁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하지만 4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끊임없이 ‘세계 질서 파괴자’란 오명을 감수하며 거침없이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1조 4693억 달러(세계 12위)로 1위인 미국(19조 3621억 달러)의 13분의1에 불과하다. 국방비 지출은 692억 달러로 미국(6860억 달러)의 10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푸틴 정권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해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공격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 지난달 4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 등 여러 의혹도 사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4개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4일부터 러시아 외교관 150명을 추방했고, 러시아는 다시 이들 국가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등 서방과의 ‘신(新)냉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고립을 자초하는 일련의 행보에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뿐 아니라 지난 18년간 러시아 사회를 이끌어 온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정서가 함축돼 있다. 2000~2008년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3·4대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대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5대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실세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6대 대선을 통해 크렘린으로 복귀한 뒤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는, 지난 18일 76.7%의 높은 지지율로 7대 대선에 승리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엘리트층 어느 누구도 푸틴이 2024년 이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임기에서 장기집권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판 ‘차르’(황제) 푸틴의 집권 요인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압박을 대내 정치에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옛 소련 시절과 같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국민들을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러시아의 국방력을 자랑했고 언론들은 연일 미·영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보도하는 등 반(反)서방 정서를 자극했다. 모스크바타임스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스타니슬라브 벨코브스키는 AFP통신에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외부 대립을 지속하면서 결속을 응축시키는, 일종의 자기파괴적 에너지로 이끌어 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국내 기반 역시 서방과 갈등이 심할수록 공고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푸틴의 높은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수출의 80%를 원유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2012년 푸틴의 3선 이후 국제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2015년 GDP 성장률은 -3.7%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푸틴의 국내 기반은 확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일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보다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푸틴 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연말 여론조사업체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성인들의 81%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18~24세 청년층의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특히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달했으나 청년층에서의 찬성률은 67%로 높았다고 WP는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가장 많은 외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가 역설적으로 푸틴의 권위주의 정부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대는 푸틴 이전의 러시아를 알지 못하고 푸틴 이외의 러시아 지도자를 상상하지 못한다. 졸업 후 언론인을 꿈꾼다는 한 청년은 WP에 “스마트폰을 통해 푸틴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독립 언론의 기사를 접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야당에 정권을 넘기고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은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과 새로운 협력을 선언했고 2년 뒤인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역대 정부들이 러시아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지 않고 패전국 취급했다는 피해의식을 느껴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ABM 탈퇴를 선언하고 MD 구축에 나서자 이 같은 인식은 확산됐다. 푸틴은 이를 활용해 ‘러시아의 수호자’ 이미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푸틴은 특히 2008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총리로 물러날 때부터 자신이 러시아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측근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2011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열풍과 함께 리비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는 것을 보고 그 배후에 서방 국가들이 있으며 서방의 다음 목표는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푸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맞서는 공세적 방어전략에 따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는 단호함을 보여 줘 국민들로부터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인식을 심었다. 리언 에런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월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보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제국을 확장할 때 ‘러시아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사용해 왔고 이는 푸틴의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집권 기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러시아인의 70%가 신자인 동방정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동방정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한 비잔틴(동로마) 제국(395~1453년)의 유산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스, 세르비아 등 동유럽 대다수 국가의 제1종교다. 역대 러시아 황제는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와 동방정교의 수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마찬가지로 푸틴도 동방정교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정교회의 정치적 후광을 받았다. 2011년 1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듬해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도움 요청을 받은 그리스 동방정교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의 에프라임 신부는 동방정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허리띠’를 지참하고 러시아로 가 39일 동안 이를 순회 전시했다. 이 기간 3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불임여성도 잉태하게 한다는 이 성물에 참배했다. 공항에서 에프라임 신부를 영접한 푸틴은 자연스럽게 이 성물의 첫 번째 참배객이 됐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생중계로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푸틴은 성물을 러시아로 가져온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12년 2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키릴 대주교는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푸틴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국제 규범 위반에 스스럼없는 푸틴 정권의 성향상 신냉전은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의 러시아 전문가 블라디미르 이노젬세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냉전 당시 소련 지도자들과 달리 유럽의 기존 질서를 약화시킬 그 어떤 정책도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이라고 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남주 “지진희와 멜로, 남편 김승우 드라마 안 보더라”

    김남주 “지진희와 멜로, 남편 김승우 드라마 안 보더라”

    배우 김남주가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보인 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2일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앵커 ‘고혜란’ 역을 맡은 김남주와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이날 김남주는 3회까지 19금 판정을 받았던 드라마 멜로에 대해 “남편 김승우는 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극 중 남편 ‘강태욱’ 역을 맡은 지진희와 전 연인 ‘케빈 리’ 역을 맡은 고준과 성숙한 멜로를 선보인 바 있다. 김남주는 “내가 없었을 때 봤을 수도 있지만 내가 아는 김승우 씨는 안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대 배우였던 지진희에 대해 “멜로 경험이 많더라. 자기 신보다 상대배우를 위해 더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MBC ‘섹션TV 연예통신’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하! 우주] 금성의 구름 속에 미생물 존재 가능성 있다

    [아하! 우주] 금성의 구름 속에 미생물 존재 가능성 있다

    금성의 산성 구름 속에 미생물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국제 학술지 ‘우주 생물학’(Journal Astrobiology) 최신호에 실린 이번 연구논문에서 미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의 산자이 리메이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산화황이 풍부한 금성의 상부 대기층이 외계 미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리메이 박사는 “금성은 자체적으로 생명이 진화할 수 있는 긴 시간이 있었다”면서 “금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기간은 화성보다 훨씬 길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금성은 한때 20억 년 동안 지표에 물을 지닌 거주 가능한 기후로 알려져있다. 물론 지구에서도 미생물의 대부분인 박테리아는 대기권으로 휩쓸려 올라가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자들이 특수 제작한 풍선으로 대기권을 조사한 결과, 41㎞ 높이의 성층권에서도 박테리아가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옐로스톤 온천이나 심해 열수 분출구, 오염된 지역의 독성 폐기물, 또는 세계 곳곳의 산성 호수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사는 미생물의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라케시 모굴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대 교수는 “우리는 지구의 생명체가 매우 강한 산성 환경에서도 번성하며 이산화탄소를 먹고 황산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금성의 구름 많고 반사율 높은 산성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와 황산을 함유한 물방울로 구성돼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성의 표면 온도는 온실가스 효과로 섭씨 462도에 달해 생물체가 살 수 있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서늘한 상부 대기층에는 ‘어두운 부분’이 존재하는 데 그 속에 있는 미확인 입자들이 지구상에서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박테리아와 비슷한 것을 연구팀이 알아냈다. 특히 이 어두운 부분은 지구상의 호수나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류의 개화와 비슷해 금성 대기에도 조류가 번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사진=E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월드피플+] 에베레스트 21번 등정 세계新…한 셰르파의 무한도전

    [월드피플+] 에베레스트 21번 등정 세계新…한 셰르파의 무한도전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오르는 것을 꿈꾸는 그 곳,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무려 21번이나 등정한 사람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세계 최다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을 갖고있는 카미 리타 셰르파(48)가 22번 째 도전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한 번도 등정하기 힘든 세계 최고봉을 무려 21번이나 올랐지만 그의 이름이 생소한 것은 직업이 셰르파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어로 '동쪽 사람'을 뜻하는 셰르파(Sherpa)는 등산안내자이자 도우미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유명 산악인에 가려 그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히말라야 등산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존재가 바로 셰르파다. 현재 리타의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은 총 21번으로 다른 두 명의 셰르파와 함께 세계 공동 1위다. 그러나 나머지 두 명이 은퇴하면서 이제 새로운 기록은 그의 발끝에 달려있다. 리타는 "내 조국의 영광과 셰르파 공동체를 위해 세계 신기록 경신에 나선다"며 지난달 31일 22번째 도전을 향해 베이스캠프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처음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것은 1994년이다. 고산지대에서 태어나 살아온 덕분에 리타는 고소 적응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산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직감적으로 느낀다. 천부적인 자질과 불굴의 의지 덕에 전세계 산악인들이 그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로 현재 미국의 상업 등반회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역사적인 등반 도전은 전세계에서 온 29명의 대원들과 함께할 예정으로 짐 운반과 루트 개척 등은 역시나 그의 임무다. 리타는 "이번 등반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5월 29일 정상에 올라 22번째 깃발을 꽂을 것"이라면서 "계속해서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해 올해 내 25번 째 기록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검찰,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 애경에 ‘무혐의’

    검찰,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 애경에 ‘무혐의’

    검찰 “공소시효 지났다”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가습기 살균제 업체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다만 검찰은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해당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는 계속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박종근)는 공정위가 지난 2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지난달 29일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애경은 2002∼2011년 SK케미칼이 제조한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팔았고, 이마트는 2006∼2011년 애경으로부터 이 제품을 납품받아 ‘이마트(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이들 3사가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물질이다. 지난 2016년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했을 때에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물질의 유해성이 인정돼 존 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CMIT와 MIT에 대해서는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이들 회사는 검찰 수사를 피해갔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환경부가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인정하는 공식 의견과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며 재조사에 나섰고, 올해 2월 SK케미칼과 애경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검찰은 법리적인 검토를 한 결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검찰은 CMIT와 MIT의 유해성에 기반을 둔 이들 회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는 계속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참사넷)는 2016년 8월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 등 3개 회사의 전·현직 임원 20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 혐의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1살 미아 브룩스 ‘모터홈’에서 올림픽 출전 꿈 키우는 스노보더

    11살 미아 브룩스 ‘모터홈’에서 올림픽 출전 꿈 키우는 스노보더

    이제 11살 소녀인데 부모들은 그녀를 모터홈에서 먹고 재운다. 비싼 유럽의 호텔과 리조트를 돌아다니는 비용을 아껴 스노보드 훈련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란다. 미아 브룩스(영국)의 모터홈 벽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챔피언 클로이 킴(미국)과 안나 가세르(독일)의 서명이 담긴 포스터들이 장식하고 있다. 브룩스는 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스위스 라스에서 열리는 영국 프리스타일스키·스노보드선수권에 참가해 평창 빅에어 동메달리스트 빌리 모건, 엑스게임 메달리스트 제임스 우즈와 기량을 겨룰 예정이라고 BBC가 1일 전했다. 영국의 파크 앤드 파이프 프로그램 매니저인 레슬리 맥케나는 “그녀는 아주 아주 잘해요. 11살 때 할 수 있는 최고로 잘해요”라고 칭찬했다. 방송의 스키 선데이 해설위원인 에드 리는 “슬로프에서 처음 보자마자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영국에서뿐만 아니라 지구를 통틀어 스노보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젊은 인재 중 한 명이란 점을 의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이 배출한 인재들을 생각해보자. 6년 동안 여자 슬로프스타일을 지배한 제니 존스와 두 차례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올림픽 동메달을 딴 모건인데 미아는 쉽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덧붙였다.체셔주 샌드바흐에서 사는 브룩스는 생후 18개월째에 할아버지 데이비드 딕이 스키 강사로 일하던 키스그로브 스키센터에서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부모 니겔과 비키는 스노보드에 빠져 프랑스 샤모니에서 스키 시즌만 다섯 해를 보내고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가는 건 당연했다. 니겔은 “눈 위에서 6주를 보냈는데 금방 우리와 수준을 맞췄고 스노파크, 점프대와 레일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슬로프스타일이 주 종목이지만 하프파이프 경기에도 나선다. 여섯 살 때 영국 실내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국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세계루키투어(WRT)로 승격돼 전세계의 15세 이하 톱 클래스 선수들과 대결한다. 니겔은 “이건 다른 차원이고 모두는 훨씬 진지한 선수들이다. 우리야 뭐 모터홈에서 지내는 세 명의 히피일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브룩스는 스위스 코르바슈에서 열린 WRT 대회에 처음 데뷔해 슬로프스타일 3위를 차지했다. 아빠는 “딸애는 WRT 역사에 가장 슬퍼 보이는 3위였다”고 했고, 미아는 “기뻤지만 더 높이 올라갔어야 했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 다음 이탈리아 리비뇨 대회는 우승했고, 스위스 다보스 주니어 슬로프스타일 대회와 올해 다스 그롬 오픈에서도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리는 “미아가 엄청나게 먼저 출발을 한 것은 맞지만 이제 11살 밖에 안됐다는 것을 기억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최고의 위치에 가는 길은 길고도 길다. 어릴수록 대단한 압력을 느낀다. 케이티 오르메로드가 평창에서 다쳤지 않았느냐. 스포츠는 잔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은 지금까지 “밀어붙이기만 하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 애써왔다. 리는 “미아 부모들은 똑똑하다. 스노보드를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그녀를 돌볼 수 있으며 더욱 중요하게는 즐기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맥케나는 스포츠과학에서 흔히 얘기하는 ‘본래 동기화(intrinsic motivation)’ 개념을 예로 들었다. 기교나 기술을 배우다보면 재미가 반감돼 자신이 왜 도전하는가를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 나이 또래가 참가하는 국내 대회마다 시상대 위에 올랐지만 메인 타이틀이 없는데 그 대회에서 월드컵 우승자인 오르메로드와 올림픽 출전 경험이 이는 에이미 퓰러와 대결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브룩스는 어른스럽게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올해”라고 다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커버스토리] 내·안·남·철… 공무원, 선망과 비난 사이

    [커버스토리] 내·안·남·철… 공무원, 선망과 비난 사이

    35만 8135명.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장에 들어와 실제로 시험을 치른 응시자 수다. 이 가운데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만 1665명. 실제로 시험을 치른 응시생 가운데 96.7%(34만 6470명)는 다시 도전하거나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연간 30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릴 만큼 공무원은 선망의 대상이자 인기 직업이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 일·가정 양립 정책 등의 소식에는 ‘아까운 내 세금’, ‘공무원만 살기 좋은 나라’ 등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연금이나 받아먹으려는 복지부동’의 대명사가 된 102만 9528명(2017년 기준)의 공무원은 실제로 ‘공공의 적’이 됐을까. 서울신문은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국민 1000명을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공무원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국민 10명 중 3명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무사안일’, ‘복지부동’, ‘비리청탁’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렸다. 인사혁신처의 바람직한 공무원 인사를 위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 혹은 이미지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8%는 긍정적인 단어(1534개)를 언급했다. 전체 답변 2262개(설문 응답자는 1000명) 가운데 부정적 응답은 728개(32.2%)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무원의 업무 전문성이나 책임감, 사명감 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적었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단어로 ‘창의적’이라는 표현을 언급한 경우는 12개(0.5%)에 불과했고, ‘자율적, 적극적’이라는 단어도 15개(0.7%), ‘전문적’은 83개(3.7%)에 그쳤다. 대학생 조모(22)씨는 공무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견을 개진한다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필수 덕목 ‘친절·친근·책임감’ 등은 언급도 잘 안 해 공무원의 필수 덕목으로 자주 언급되는 ‘친절, 친근’(113개·5.9%), ‘책임감, 사명감’(106개·4.7%), ‘성실, 노력’(97개·4.3%), ‘봉사, 애국심’(93개·4.1%)도 자주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청렴, 정직, 깨끗, 투명, 공정’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국민은 전체의 9.0%(204개)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번 인식 조사는 지난해 11~12월 1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객관식 답변 문항이 아닌 주관식 답변을 도출하기 위해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지원 인사처 기획재정담당관실 사무관은 “정부 출범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운영을 해야 했고, 국민들이 현재의 공무원과 공직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처가 국민들을 상대로 공무원에 대한 인식 전반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긍정적 단어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안정적, 정년, 연금’(594개)으로 전체의 26.3%를 차지했고, 좋은 일자리(181개)는 전체 답변의 8.0%였다. ‘공무원=안정적 일자리’라는 인식은 공무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부정적 단어 가운데 ‘철밥통, 무사안일’(238개·10.5%)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됐고, ‘권위적, 보수적, 불통’(194개·8.6%), ‘부정부패, 비 리청탁’(136개·6.0%)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정년보장으로 대표되는 공무원은 저성장 시대에 높은 임금을 받고 짧게 일하기보다 길게 일하고 싶은 욕구에 부합하는 직업”이라면서 “공무원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지원 인원이 몰리는 이중적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 “민원 내도 부서 떠넘기기… 답변 토씨까지 똑같더라” 이번 인식 조사에서도 공무원의 인기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직업안정성’(51.9%)이었다. ‘국가에 대한 사명감’(16.7%), ‘정책을 개발하고 직접 실행할 수 있다’(14.3%), ‘적절한 보수 수준’(9.0%) 등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았다. 특히 학생(72.2%)과 무직(67.0%)인 경우 자영업(52.6%), 블루칼라(43.5%), 화이트칼라(48.7%), 가정주부(51.7%)보다 직업안정성을 공무원의 인기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짙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정모(32·여)씨는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실력만 있으면 합격할 수 있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공직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묻는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직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사안일’(23.1%)이 꼽혔고, ‘폐쇄성’(20.6%), ‘민관유착’(16.3%), ‘부정부패’(13.7%)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국민들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고유의 업무에만 치중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동네 공터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경험이 있는 손모(35·여)씨는 “학교부지라는 말만 반복할 뿐 어떻게 공터를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며 “부서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룰 뿐 답변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유형별로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문제점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읍·면·동 등 일선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폐쇄성’(21.2%), ‘무사안일’(20.9%)이 문제라고 인식했다. 도청이나 광역시청 등에 근무하는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에 대해서는 ‘무사안일’(31.4%),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문제점으로는 ‘폐쇄성’(22.3%)과 ‘무사안일’(22.3%)이 꼽혔다. 검찰, 법원 등에서 근무하는 사법부 공무원은 ‘민관유착’(22.9%), ‘부정부패’(22.9%)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다른 공무원 직군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업무상 주민센터를 찾는 일이 잦은 황모(34·여)씨는 “센터에 가면 민원 응대하는 공무원들만 바쁘고, 가장 뒷자리에 앉아 있는 책임자들은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여유 있는 자세를 보면 도저히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 중앙부처 명분과 관행으로 덮인 ‘그들만의 리그’ 정부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정부 부처 사람들을 만나 본 한 전문가는 “기재부는 자신들을 ‘정부 부처 위에 있는 정부 부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행안부도 지방자치단체를 대변한다는 ‘명분’과 지자체를 통제한다는 오랜 습관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국민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처 간 기싸움이나 칸막이 행정은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로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과 공직사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으로 언급된다”며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공무원은 고쳐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굳어진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일선 공무원들이 실제로 야근하지도 않으면서 가짜로 초과 근무를 등록하는 등 일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모습도 전체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도 태업하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공무원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서울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포토 다큐&뷰] 신비의 소리 천년의 울림…장인의 손끝 열정의 떨림

    [포토 다큐&뷰] 신비의 소리 천년의 울림…장인의 손끝 열정의 떨림

    지난 2월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세계인의 축제이며 평화잔치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지구촌에 울려 퍼졌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범종으로 알려진 ‘오대산 상원사 동종(銅鐘)’(통일신라 725년·국보36호)을 표현한 ‘평화의 종’ 소리에 맞춰 개회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한 것이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구현하며 70억 세계인에게 ‘평화를 향한 염원과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감동을 주었다. 범종(梵鐘)은 사찰의 법구사물(法具四物) 중 하나로 고대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 만들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범종은 정교한 세부장식과 웅장한 울림소리로 동양 삼국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종 안에 추를 매달고 종 전체를 흔들어 소리를 내는 서양종과 달리 표면에 치는 자리를 만들고 그 부분을 당목(撞木)으로 쳐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사람이 우는 듯 소리가 죽었다 되살아나기를 1분 넘게 반복하는 ‘맥놀이 현상’은 듣는 이로 하여금 환희심을 일으킨다.●백제 제철단지 진천… 원광식 주철장 평생 바쳐 신라 종소리 재현·7000개 종 제작 예부터 살기 좋은 고을이라 ‘생거진천’(生居鎭川)으로 불리던 충북 진천은 고대 철(鐵) 생산 유적지와 고대 제철로가 발견된 곳으로 일대가 철을 대량 생산, 공급했던 백제의 중요한 제철단지(製鐵團地)의 하나로 판단되고 있다. 원광식(77·국가주요무형문화재 제112호·범종제작성종사 대표) 주철장(鑄鐵匠)은 통일 신라의 종소리를 찾아 평생을 바친 장인이다. 경기 화성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종 제작을 업으로 살아온 할아버지와 8촌 형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17살 때, 충남 예산 수덕사가 광복 후 최대 규모의 종 제작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은 원씨가 범종 제작에 평생을 걸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원씨는 머리를 깎고 수덕사에 들어가 대웅전이 보이는 한구석에 주물공장을 세운 뒤 꼬박 3년을 보낸 끝에 “종소리가 30리를 간다”는 수덕사의 종을 완성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며 범종 제작자로서 명성을 얻어 나갔다. 하지만 옛날 장인들이 만들어낸 신비의 소리를 재현하지 못했던 까닭에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허전했다. 천년의 종소리를 재현해 내겠다는 열망에 빠진 그는 종 제작 비법을 밝혀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절을 방문해 일제가 빼앗아간 신라·고려시대의 종 5개를 실리콘으로 복제해 이 중 1개를 주물기법으로 복원했다.결과는 참담했다. 신라종의 은은한 소리와는 영 딴판이었다. 그래서 옛 조상들이 사용했던 ‘밀랍주조’ 기법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기법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을 뿐 조선 중기 이후 맥이 끊겨 국내 어느 문헌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스스로 비법을 찾아내는 도리밖에 없었다. 혼자서 종을 만들고 부수기를 수없이 되풀이했다. 밀랍주조법의 비밀이 종 틀의 주재료인 흙의 성분에 있다는 판단에서 종 틀로 쓸 흙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야 했다. 마침내 신라 수도인 경주 일대를 샅샅이 뒤져 문양을 새기거나 미려한 거푸집을 만들기에 좋은 뻘돌(이암·泥巖)을 발견했다. 7년간의 연구 끝에 흙틀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가 재현해낸 전통밀랍주조기술은 범종의 모형을 정교하게 만든 뒤 이를 곱게 빻은 이암 가루에 전분 등을 섞은 흙으로 거푸집을 만들어 싸고, 안의 밀랍을 녹여낸 자리에 1200도의 쇳물 (동과 주석 합금)을 부어서 만들어내는 작업이다.●“은은한 소리 오래가도록 종 밑 울림통 파 놓아” 외길 인생도 맥놀이 같아 그의 공장인 성종사(聖鐘社)의 작업장은 때마침 주문이 들어온 범종을 만드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거푸집에 쏟아지는 펄펄 끊는 쇳물은 빨갛다 못해 샛노랗게 끓어 올랐다. 쇳물을 운반할 용기가 레일을 타고 용해로에 다가가자, 커다란 쇠갈고리로 들어 올려 시뻘건 쇳물을 들이붓는다. 다시 서서히 공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용기 속의 쇳물이 마지막 거처로 옮겨갈 차례다. 거푸집을 해체하고 열흘가량 마무리 잔손질을 하면 비로소 맑고 긴 여운을 지닌 아늑한 ‘신라의 소리’를 제대로 품은 범종이 태어나는 것이다.원 장인은 “은은한 소리가 오래가도록 종 밑에 울림통을 파 놓은 것이 우리 선조들의 지혜” 라고 말했다. 종 표면의 아름다운 문양도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곳에 자리해야 한다. 그는 “표면의 무늬가 종의 좌우를 비대칭으로 만들어 맥놀이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달려온 외길 인생은 범종 소리의 맑고 긴 맥놀이에 사로잡힌 세월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종만도 조계종의 본산인 조계사를 비롯해 오대산 상원사 범종, 광주 민주의 종, 충북 천년대종, 싱가포르 복해선원 종 등 7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절이나 지방자치단체에 걸린 이름값 하는 종들은 모두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장 앞마당에는 크고 작은 범종 서너개가 매달려 있다. 원씨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당에 나와 종을 친다. 그는 “인간은 기껏 백년을 살지만 종은 천년 이상을 간다”며 “지나온 시간은 천년 전 장인의 지혜를 배우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을 이었다. 종을 치는 그의 손끝에서 식을 줄 모르는 장인의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글 사진 진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정해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뒤흔드는 심쿵 자판기

    정해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뒤흔드는 심쿵 자판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아는 동생 정해인이 선사한 설렘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 제작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에서 게임회사 아트디렉터 서준희 역을 맡은 정해인. 장난기 많은 성격에 그저 귀여운 동생인줄만 알았는데 윤진아(손예진)를 바라보는 다정한 눈빛과 무심한 말투 속에 숨겨진 진심만큼은 결코 숨겨지지 않았다. 진아의 지치고 힘든 현실 속에서 휴식과 위로의 존재가 돼주며 방송 첫 주부터 많은 이들을 심쿵하게 만든 정해인의 설렘 모먼트를 되짚어봤다. #1. 거짓말 하지 않는 입꼬리 잠든 진아를 지켜볼 때도, 혼자 춤추는 진아를 바라볼 때도, 함께 우산을 쓰고 걸을 때도 준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진아의 앞에서 준희의 입꼬리는 그 무엇보다 정확했던 것. 오랜 시간 ‘그냥 아는 사이’였던 진아와 준희는 평소에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편하게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준희의 다정한 눈빛과 미소는 진아를 향한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2. 취중진담 강세영(정유진)과 점심 약속을 잡은 준희를 보고 그의 마음을 착각하고 있는 진아는 “남자는 예쁘면 그냥 마냥 좋냐?”라고 물었다. “좋지”라는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지만, 이내 곧 “누나가 더 예뻐”라고 말해, 술을 마시던 진아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흘렀지만, 준희의 취중진담만큼은 고스란히 전달됐다. 지난 첫회에서 “불행히도 아직까진 윤진아가 제일 낫네”라는 비슷한 대사가 있었지만, 그 때의 장난스러웠던 분위기와 달리 묘하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3. 손예진의 구원남 무작정 찾아온 전 남자친구 이규민(오륭) 때문에 난감해진 진아를 위해 “남친 코스프레”를 하며 도와준 준희. 회사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다정하게 진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부모님의 초대를 받은 규민이 진아의 집에 찾아오면서 곤란한 상황에서도 준희가 나섰다. 준희의 구원은 다시 필요해졌다. 진아의 집에 나타난 준희를 양다리 상대로 오인한 규민이 진아의 팔목을 잡으며 큰소리를 친 것. 이에 돌변한 눈빛으로 “그 손 놔”라며 규민을 제압했다. 진아의 든든한 ‘구원남’이라는 별명을 얻기에 충분했다. 방송 전부터 쏟아졌던 기대에 부응하며 새로운 멜로 남주로 등극한 정해인. 서서히 내면의 감정이 드러나는 섬세한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연기에 대한 호평을 받은 이유는 정해인의 꼼꼼한 대본 숙지와 완벽한 캐릭터 분석이 빛을 발했기 때문. 현실적이지만 현실에 없어서 더 설레는 남자 준희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매주 금, 토요일 밤 11시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길섶에서] 저성장, 미세먼지/황성기 논설위원

    몇 년째 서울에 사는 육순 가까운 일본인이 미세먼지를 푸념하며 옛날 일을 들려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도쿄 동네의 마을 확성기에서 “광화학 스모그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밖에서 노는 것을 삼가 주세요”라는 안내가 나오면, 어른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막는 바람에 속상했다는 추억이다. 벌써 40년 전 일이니, 대기의 질 개선에 노력을 해 온 지금의 도쿄에는 없어졌을 법도 한데 지난해에도 주의보가 발령된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선진국의 환경개선 노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광화학 스모그는 공장이나 자동차 배기 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태양광(자외선)을 받으면 생기는 광화학 옥시던트를 가리키고, 미세먼지는 배기가스 등의 미세한 입자 그 자체를 뜻하지만 대기 오염물질이란 점에선 도긴개긴이다. “고도 경제성장기의 유소년 때 공해투성이 환경에서 질 나쁜 음식을 먹으며 살아온 우리 몸이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 일본인. 일본처럼 저성장에 접어든 우리이지만 언제쯤이면 대기오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 이놈의 미세먼지. marry04@seoul.co.kr
  • ‘유기견 출동’ 금지했더니… 119 출동 75% 줄었다

    경기 소방, 긴급·비긴급 선별해서 출동 ‘문 개방’ 등 일부 신고는 자체 해결 유도 김부겸 “소방관 심부름꾼 취급 막을 것” “생활민원 출동 제한 전국 확대” 목소리 30일 충남 아산에서 소방관 1명과 소방관 임용예정 교육생 2명 등 3명이 동물 구조를 위해 출동했다가 참변을 당하면서 소방관들의 잡다한 생활민원성 출동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방관들이 긴급하지 않은 일에 불려 다니느라 본연의 임무인 화재 진압 및 구조·구급 업무에 집중할 수 없고 긴급하지 않은 일은 다른 조직에서 맡는 게 안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생활민원성 출동을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전국 최초로 이달부터 소방관의 생활민원성 출동을 금지한 경기도의 경우 생활안전사고 출동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가 신고자의 위험 정도를 ‘긴급’과 ‘비긴급’으로 나눠 출동 여부를 판단하는 ‘생활안전 출동기준’을 마련한 이후 119에 걸려온 각종 생활안전신고의 25%에 대해서만 소방관 출동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현관문 개방 요청은 ‘비긴급’으로 분류해 열쇠업체를 이용, 자체 처리하도록 유도하되 집안에 응급 환자가 있거나 긴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출동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준 적용 이후 이달 9∼26일 접수된 119 생활안전신고 1830건 중 25.5%(466건)는 소방대원이나 의용소방대원이 출동했으나 62.3%(1140건)는 시·군 등 유관기관에 이첩하고, 12.2%(224건)는 자체 처리하도록 유도했다. 119가 출동한 생활안전신고 가운데 133건은 긴급, 217건은 잠재적 긴급으로 분류된 신고였으며 116건은 비긴급 신고이지만 출동했다. 유관기관으로 이송하거나 자체 처리하도록 안내한 신고는 개와 고양이 등 동물 관련이 863건, 문 개방·누수 등 생활민원이 501건이었다. 비긴급 생활민원에는 ‘장롱 속에서 쥐소리가 난다’, ‘비둘기가 빌라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문 번호가 기억나지 않으니 열어달라’, ‘주차비를 냈는데 주차할 곳이 없다. 조치해 달라’, ‘TV가 나오지 않는다’, ‘대리기사가 안 온다’ 등이 있었다. 도재난안전본부는 이와 관련해 소방대가 위급한 곳으로 출동할 수 있도록 각 시·군이 생활민원에 24시간 대응하는 부서를 신설해 운영하거나 민간위탁을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도내 소방관들의 구조를 위한 출동 중 생활안전신고와 관련한 출동 건수는 2016년 5만 1669건(전체 출동 건수의 64.2%)에서 지난해 9만 1814건(전체 출동 건수의 78.8%)으로 77.7%나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고 현장 출동 건수는 2만 8801건에서 2만 4609건으로 14.6% 감소했다. 한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아산 사고 직후 “소방관이 긴급 구조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직무직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소방관 직무직에 명시를 해서라도 소방관을 개인 심부름꾼으로 취급하는 일이 없도록 열쇠를 따 달라거나 개를 돌봐 달라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단독] 미투 피해자에 “왜 도망 안갔나?” 못 묻는다

    [단독] 미투 피해자에 “왜 도망 안갔나?” 못 묻는다

    부적절한 언행 따른 2차 피해 예방 경찰청, 일선 지구대에 교육 강화 지시 권력 뒤에 숨은 추악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최근 성범죄 수사 관행을 개선하라는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피해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경찰의 성범죄 수사 관행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30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미투 캠페인 관련 지역경찰 대응 강조사항 지시, 지역경찰 성범죄 신고 처리 시 유의사항’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한 지역 경찰 대응 강조사항을 일선 경찰관에게 하달했다. 문건에는 “각 지구대 파출소장은 전 지역 경찰 대상으로 교육하라”고 강조했다. ‘신고 접수 시 유의사항’으로는 단순 상담신고라도 반드시 여성청소년수사팀에 통보하고, 피해자 진술 거부를 이유로 상담을 종결하지 말아야 하며, 성범죄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증거가 없어서, 해도 안 될 텐데” 등 수사를 미리 예상하는 듯한 언행을 절대 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 “친고죄다,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너무 오래전이라 증거가 없어 수사가 어렵겠다”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이지 말고 “여청수사팀에 인계해 검토가 이뤄지게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출동과정 중 조치사항’에는 “사안의 경중을 불문하고 타 신고에 우선해 출동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장 도착 시 조치사항’에서도 피해자 상태부터 우선 파악하고, 피의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 조치하고 같은 차량에 동승을 금지하고 조사할 때도 분리 조치하라고 명시했다. 특히 피해자를 탓하거나 모욕·수치심을 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피해자의 성경험이나 성폭력을 당할 때 기분 등 사건과 무관한 질문이나 합의를 종용하는 언행을 금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권위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설마 그럴 리가” 등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따지듯 취조하지 말 것 등과 같은 지침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성범죄 조사 시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거 해봐야 되지도 않을 것 같은데…상대방 처벌 원하세요 ▲조심하지 그랬어요 ▲요즘같이 무서운 세상에…여자가 겁도 없이 ▲남자보다 술을 더 먹었네요 ▲옷 입은 게 좀 그런데 원래 그렇게 입고 다녀요 ▲싫다고 안 했어요 ▲도망 안 가고 뭐했어요 ▲옆에 사람들도 많은데 소리도 안 질렀어요 ▲강제로 했다면서 왜 식사하는데 따라갔어요 ▲왜 여태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신고한 이유가 뭐예요 ▲우리도 신이 아닌 이상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데 왜 자꾸 우리한테 그리 따지듯이 말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진술하면 범인 못 잡아요 등이 예시됐다. 성범죄 사건을 조사할 때보다 민감하고 주의 깊게 대응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경찰이 미투 운동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지만, 경찰의 기존 수사 관행이 부적절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이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져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잦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성폭력을 대하는 경찰관에 대한 성 인지 교육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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