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가 본 W세대]개성과 감성 ‘톡톡’ 인터넷 캐릭터 ‘스노 캣’
인터넷에 요즘 10, 20대가 좋아하는 ‘스노 캣(snow cat)’이라는 캐릭터가 살고 있다.자그맣고 통통한 고양이인 스노 캣은,의인화한 고양이 즉 고양이의 탈을 쓴 사람으로 세상만사를 귀찮아 하는 ‘귀차니즘’이라는 유행어를만들어 내기도 했다.귀차니즘이란 ‘저쪽에 물이 있다.목이 마를 때 어떻게하나?’란 질문에 ‘마셨다 치자.’는 식으로 생각하고 답한다.
순진하고 무기력한 아이 같기도 하고,때론 냉소적인 지식인 같기도 한 귀여운 아웃사이더 스노 캣.외로움 잘 타고,게으르고,만사가 귀찮은 듯하고,사람들하고 잘 섞이지 못한다.하지만 주류사회에 서늘하면서도 귀여운 일격을 날리는 것이 주특기! 이를테면 ‘콩쥐팥쥐’는 콩을 좋아하는 쥐와 팥을 좋아하는 쥐 이야기라는 식의 패러디가 횡행한다.
매일 홈페이지(www.snowcat.co.kr)를 찾아가 일기를 읽는 마니아들은 미묘한 동질감을 느낀다.이런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안도감과 연대감.스노 캣은많은 사람과의 교류를 꿈꾸지 않는다.오히려 아무하고도 교류하지 않고 꼼짝없이 방에 틀어박혀 혼자 살기를 꿈꾼다.그래서 스노 캣은 누구나 좋아하는캐럭터는 아니다.불끄기가 싫어서 엄마가 방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 꺼달라고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TV 프로그램 소개 지면을 펴놓고 하루종일 채널을 돌리면서 뒹굴뒹굴 굴러본 사람에게 어울린다.
그래서 마니아들은 어김없이 인터넷 특유의 ‘리플 달기’를 통해 이러한아이콘과 콘텐츠를 확산시켜 간다.스노 캣이 좋아하는 펫 메스니의 음악,쿨픽스 디지털 카메라,폴 오스터의 소설,주성치의 영화는 이들 마니아 집단의공통문화다.이쯤 되면 스노 캣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문화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그래서 수적으로는 적지만 그들 나름대로 하나의 세계를 갖는 스노 캣 마니아들이 거기 있다.스노 캣의 성별은 남자도여자도 아니다.내가 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최선의 세계다.스노 캣은 바로‘나’이고,나를 둘러싼 문화이자,라이프스타일 코디네이터이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작가의 사회 진출과 함께 1997년 탄생한 이 캐릭터는다양한 사회의 양상 중에서,특화한 한 면을 잡아내었다.어떻게 보면 반사회적이고 반문화적이기조차 한 이 문화 생산자는 그래서 더욱 마니아 집단을사로잡는 것인지도 모른다.감성과 가치관까지를 공유하지만,주류를 꿈꾸지도 집단화하지도 않는 개별적 공동체.그들은 독립적으로 살기를 꿈꾸며,또 살아 있는 캐릭터를 공유한다.
한가지 덧붙이자.그렇다면 그들은 일방적으로 스노 캣을 모방하는가? 그렇지 않다.그들은 끊임없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클럽을 만들고,피드백을하고,의사소통을 한다. 스노 캣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스무살의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개성과 감성의 독특한 집합체로 보는 것이다.출신지로구분하는 이상한 지역주의도 없다.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된다는 것은 매력적이다.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세상의 다원성이 강화되어 간다면,이것은 분명히 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