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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에 ‘新 냉전 공포’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시도에 러시아가 초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유럽에 ‘신냉전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5일 “냉전 종식 후 러시아와 서방의 가장 심각한 대치”로 표현했다.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 등 동유럽에 MD체제 구축을 강행할 경우에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서부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경고했다.●英언론 “냉전종식후 가장 심각한 MD 대치”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4일 “미국이 동유럽에 MD체제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철회하고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할 필요가 없겠지만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MD체제 구축에 한층 많은 유럽국가들을 참여시키고 러시아 남부의 첨단 레이더기지를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태다. 이바노프 부총리는 또 “만일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새로운 냉전’이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잊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닌그라드는 유럽 국가들에는 러시아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격으로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유럽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면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의 미사일 사거리 안에 놓이게 돼 안보 위협을 받게 된다.●푸틴 후계자 유력 이바노프 제1 부총리 발언 주목 특히 이번 발언은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이바노프 부총리의 발언이어서 더 주목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벽 구축이 실현되면 유럽은 ‘화약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란 등 ‘불량국가’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폴란드와 체코에 요격미사일·레이더기지 건설을 통한 MD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를 저지하려고 노력 중이며 아제르바이잔의 공동기지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MD체제 구축이나 코소보 장래를 둘러싼 양국간 대립과 관련해 신냉전 도래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신냉전이 시작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유럽은 공포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측서 신냉전을 운운하는 것은 러시아의 연말 총선과 내년 초 대선 등을 앞둔 정치적 위기 조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기돈 크레머 22일 바이올린 연주회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면서도 특유의 색채를 지켜나가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22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1947년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크레머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받들어지는 인물.1997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의 젊은 음악가들로 현악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만들어 세계를 누비고 있다. 러시아연방에서 탈퇴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음악적 재능은 뛰어난 발트해 3국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내한연주회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10번의 아다지오 악장,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134, 현대작곡가 칸첼리의 ‘리틀 다넬리아다’, 피아졸라의 탱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들려준다. 말러와 쇼스타코비치는 현악 오케스트라 용으로 편곡한 것이다.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와 비발디의 ‘사계’를 묶어 ‘8seasons(8개의 계절)’를 펴내기도 했다.4만∼8만원.(031)783-8000.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EU·러시아 외교관계 갈수록 꼬인다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관계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에스토니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EU 신규 회원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양측은 18일(현지 시간) 러시아 사마라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EU순회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당국이 시위를 추진하던 반체제인사들을 체포한 것을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반체제 인사들이 체포된 것과 관련, 메르켈 총리는 “일부 인사들이 사마라에 오지 못하고 저지당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들의 견해를 표명할 기회를 갖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경찰이 시위를 앞두고 취한 예비조치”라고 맞받아친 뒤 에스토니아 등 구 소련에서 EU에 가입한 나라에서 러시아인들의 인권이 탄압받고 있다고 역공했다. 현재 양측의 가장 큰 현안은 올해 만료되는 동반자 관계 재협상 문제. 러시아의 육류 금수조치에 반발한 폴란드는 EU와 러시아의 포괄적 경제협력을 위한 동반자 관계 협상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또 리투아니아도 러시아의 10개월 에너지 공급 중단에 항의해 동반자협상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에스토니아가 옛 소련시절 세운 소련군 참전 기념동상을 철거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러시아는 EU측에 이들 신규 회원국들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해왔고 EU는 불가함을 밝혀왔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도 양측은 종전 입장만 확인하고 주요 현안에 대해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동선언도 채택하지 못할 정도로 관계가 더 악화됐다. EU 지도부는 러시아가 올 연말과 내년 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민족주의가 강화돼 양측의 관계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vielee@seoul.co.kr
  • [유럽연합 창립 50돌] 이상이 현실로(상)

    [유럽연합 창립 50돌] 이상이 현실로(상)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 대륙에 신명이 넘친다.25일 유럽연합(EU) 창립 50돌을 앞두고 축하 잔치가 동시다발로 터져나온다.1957년 유럽단일 시장 계획의 첫 골격을 마련한 ‘로마조약’을 체결해 일궈온 발전을 자축하는 흥겨움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축구장과 공연·전시장, 거리, 나이트클럽…. 열기는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25일 발표할 ‘베를린 선언’이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상을 현실로 바꾼 EU의 지난 50년과 현재, 정치공동체라는 이상을 향해 다시 뛰어야 할 앞날을 점검해본다. ‘이상이 현실로’ 1957년 로마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단 6개국이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개국 등 석탄철강공동체(ECSC) 멤버가 그들이다. 당시만 해도 주변국가나 유럽 대륙 너머에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5차례의 ‘확장 공사’를 거치며 EU는 매머드급 공동체로 거듭났다. 과정은 더뎠지만 반목의 역사를 딛고 한 분야씩 합쳐가면서 통상·통화·재정분야의 통합을 이뤘다. 마침내 올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받아들여 27개 회원국의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1946년 처칠 “통합 정치체제 필요” 역설 전대 미문의 역사적 실험 뒤에는 몇몇 정치인의 이상과 꿈, 강력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선구자는 ‘유럽통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모네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 처칠은 1946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유럽에서 전쟁을 막으려면 국가간 결합을 통한 하나의 통합 정치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프랑스 경제계획청장 모네의 석탄·철강 공동 관리 발상으로 연결됐다. 두 사람의 꿈을 이어받은 이가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슈망. 그는 1950년 유럽의 석탄·철강을 공동 생산·분배·관리하자는 이른바 ‘슈망 선언’을 제안하면서 EU 태동의 초석을 다졌다. 이에 따라 1953년 ECSC가 발족했다. 이들의 이상과 그를 실현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오늘의 EU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1985년부터 10년 동안 EU집행위원장을 지낸 자크 들로르는 “우리 공동체는 역사와 필요의 결실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6개국→27개국으로 ‘5차례 확장공사´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성공적 운영은 로마조약 체결로 이어졌다. 그 뒤 1958년 경제공동체(EEC)·원자력공동체(EURATOM)가 출범했다. 경제공동체를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생긴 자신감은 1967년 유럽공동체(EC),1968년 관세동맹,1979년 유럽통화제도로 결실을 맺었다. 이어 1993년 단일시장을 이룬 뒤 EU가 발족됐다.2002년에는 유로화로 단일화폐 시대를 열었다. 경제공동체를 EU로 확대발전시킨 주역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헬무트 콜 독일 총리. 미테랑은 1990년 1월 유럽연방 구상을 제시했고 그해 4월 콜-미테랑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1993년 1월까지 단일 시장과 경제금융 통합 완성 주장으로 이어졌고 1992년 2월 EU조약(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낳았다. 1957년 6개국이던 회원국 숫자도 1973년 영국·아일랜드·덴마크가 가입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어 1981년에 그리스,1986년에 스페인·포르투갈이 합류하면서 EC 12개 회원국 체제를 갖췄다.EU조약 체결 뒤 1993년 현재의 통합 형태인 EU가 1993년 출범했다.EU는 공동 경제·외교안보 정책과 내무·사법 협력 체제를 갖춘 뒤 1995년 스웨덴·핀란드·오스트리아를 새 식구로 맞이하면서 15개국 체제로 확대됐다. EU의 양적·질적 전환기는 2005년 5월.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몰타·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등 중·동부 유럽 10개국이 가입했다. 서부 유럽에 국한된 ‘통합’이 명실상부하게 유럽 대륙으로 확장한 것이다. ●올 경제성장률 2.7% 전망 EU는 현재 4억 9300만명이 지구촌 총생산의 30%를 산출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공동체다. 뿐만 아니라 인구 4억 9300만명으로 중국(13억 1000만명)·인도(11억명)에 이어 세계 3위다. 전체 면적은 423만 ㎢.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EU 25개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은 14조 2050억달러로 미국(13조 2620억 달러)보다 9430억달러가 많다. 또 경제성장률은 2.9%로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활기는 낮은 실업률과 생산성 증가, 낮은 인플레이션율에 힘입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U 집행위는 최근 27개 회원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며 미국(2.5%)을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제 및 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오랫동안 미국·일본에 뒤졌던 유럽이 무기력한 성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로화도 강세 행진을 이어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세계에서 유통된 유로화 가치가 8000억달러를 넘어서 달러 유통 규모를 추월했다.”고 전했다.2002년 1월 1달러 대비 1.1로 출범한 유로화는 현재 1.3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출범 5년 만에 기축통화인 달러를 따라잡을 정도로 성큼 성장했다. 이런 거시적 통계만이 아니라 미시적 변화도 두드러진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최근 ‘유럽을 사랑하는 50가지 이유’라는 변화상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모네와 슈망의 꿈대로 독일·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강국의 분쟁은 사라졌다. 또 독재에 신음하던 스페인을 비롯, 포르투갈·그리스, 중·동부 유럽 10개국에 민주주의가 안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80년 도입된 역내 정보통신시장 자율화로 전화요금이 1984년 이후 80%나 내렸다. 회원국 어디에서나 자국과 같은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항공시장 자유화로 이지젯이나 라인에어 같은 저가 항공사가 등장했다. 대학생 교환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vielee@seoul.co.kr
  • 영국군 3000명 연말까지 이라크 철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영국이 올해부터 이라크 주둔군의 철수를 본격화하고 덴마크도 철군 일정을 발표하는 등 파병국들의 ‘철군 도미노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이에 따라 미군을 추가 파병하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내우외환’의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21일 하원에서 “올해 수개월내 이라크 주둔 영국군 병력을 7100명에서 5500명 수준으로 1600여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군은 전쟁 중 4만명까지 늘었다가 현재 7100명 수준이다. 블레어 총리는 또 “영국군은 할 일이 남아 있는 한 2008년까지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말해 2008년까지 철군할 것임을 확인했다.영국 언론들은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올해 4월부터 철군을 시작해 이르면 2008년 말까지 철군을 완료할 것이라고 21일 일제히 보도했다. BBC방송은 바스라 주둔군 수백명을 앞으로 몇주 안에 귀국시킨다는 내용이 이번 철군 계획에 포함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1500명, 올해 말까지 3000명 정도의 병력이 감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도 이날 이라크 남부에 주둔중인 덴마크군 460명을 오는 8월까지 철수시키고 치안 책임을 이라크 군에 인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도 이라크 주둔 병력 감축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바스라 주둔 이라크군 사단이 이 지역 치안을 확보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드로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20일 화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을 비롯한 미 언론들은 영국군 철수 발표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추가파병을 적극 추진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의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NN은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영국군의 이라크 철수는 미국의 초당적 인사들로 구성됐던 이라크연구그룹이 제안했던 내용과 궤도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전에서 사망한 영국군은 130명에 이른다고 CNN은 전했다. 블레어 총리와 집권 노동당은 지난 2년 동안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여론 때문에 의회와 지방 선거에서 의석을 잃는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dawn@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프렌치리포트] (7) ‘여성천국’의 두 얼굴

    [함혜리 기자의 프렌치리포트] (7) ‘여성천국’의 두 얼굴

    프랑스의 여류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49년 발표한 ‘제 2의 성(性)’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사람은 여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되는 것이다.” 여자의 특색이나 능력을 모두 생리적 조건과 현상에서 설명하며 여자는 결국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일 뿐이라고 여겼던 기존의 남성본위 여성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프랑스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어떤 수준일까? 프랑스에서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법과 제도가 여성들을 특별히 배려하고 있다. 부부나 연인들 사이에서도 남자들이 쩔쩔매는 것을 보면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 우위의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선,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선 것만 봐도 여권(女權)이 급격히 신장됐음을 알 수 있다.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 기업대표자협회(MEDEF)의 로랑스 파리조 회장, 프랑스 국철(SNCF) 안-마리 이드락 사장 등 오랫동안 남성들이 독점해온 자리를 여성들이 차지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이제 남성만의 직업이나 금녀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남녀평등 사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부분도 있다. 가정폭력이다. 최근 남녀평등부 발표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으로 여성이 사흘에 한 명꼴로 사망했다.‘여성천국´ 프랑스의 너무나 다른 두 얼굴이다. ●‘프랑스(La France)’는 여성형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프랑스는 여성성이 무척 강한 나라다. 날씨마저 음산한 날이 무척 많다. 음양오행설로 본다면 음의 기운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르 프랑스’가 아니라 ‘라 프랑스’이듯이 프랑스라는 단어 자체도 여성형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여성들은 덩치는 작지만 성질이 무척 깐깐하다. 남성들은 소심하고 조용한 반면 여성들은 매사에 적극적이다. 특히 프랑스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움은 우리나라 여성 못지 않다. 파리에서 집을 구하면서 알게 된 메예르 부인의 일상을 들여다 보자. 파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교외에 살면서 파리시내 고급주택가에 있는 복덕방에서 일하는 그녀는 아이가 여섯이나 된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반이고, 막내가 여섯살이다. 프랑스에서는 등·하굣길에 부모들이 자녀들과 동행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다. 매일 등·하굣길에 아이들과 함께 하고, 직장에 나와서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살림도 한다. 그야말로 슈퍼우먼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어디에서 그런 파워가 나오는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프랑스 여성들은 4명 중 3명이 직장생활을 할 정도로 사회참여율이 매우 높다. 그러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키운다. 과거에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직장을 찾아 나섰고, 제한된 영역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여성들의 자아실현 의지 못지 않게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 지원과 시설확충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전히 심각한 가정폭력 여성을 배려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가정에서 배우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충격적이다. 2003년 여름의 일이다. 여배우 마리 트랭티냥이 리투아니아에서 동거남에게 머리를 수차례 얻어맞고 뇌출혈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정폭력은 저소득층이나 실업자,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 국한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상류층이나 지식인층 여성들조차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왔다. 이 사건 이후 여성단체들과 정부가 배우자 폭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남녀평등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사흘에 한 명꼴로 여성이 배우자나 동거인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2001년 보건부 조사에선 5일에 한 명꼴로 희생됐었다. 올들어 1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동거인에 의한 살인사건은 모두 113건. 희생자의 83%가 여성이었다. 남성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말다툼(54%), 술(29%), 이별(27%), 질투심(22%), 우울증(10%), 약물과용(8%) 등이다. 다른 통계도 있다.130만명의 여성들이 남편이나 동거인으로부터 신체적 폭력, 욕설, 심리적·성적 모욕을 받고 있으며 4만 8000명은 성관계를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성폭력 근절의 날인 지난달 25일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국가연합(CNDF)’ 주관으로 여성 5000여명이 파리에서 폭력을 근절하도록 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위했다. 남녀평등부는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충격적인 영상을 담은 계몽영화들을 제작해 텔레비전과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긴급 신고전화 설치 및 보호시설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가정폭력은 선진국 프랑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국가가 적극 나서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모습은 부럽기만 하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여권관련 제도 변천사 과거 프랑스에서는 남존여비 사상이 대단히 강했다. 여성은 남성에게 복종해야 했고, 기혼 여성은 남편의 허락 없이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런 남성우월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제도적 측면에서 프랑스 여성들의 지위상승은 매우 늦은 편이었다. 프랑스는 1944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여성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경구피임약을 사용하게 된 것이 1967년이다. 그 전에는 피임의 결정권이 남편에게 있었다. 결혼한 프랑스 여성이 자기 이름으로 은행에 계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70년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여권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1975년 낙태가 합법화됐으며,1976년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의 남녀평등법이 제정됐다.1985년 민법상 여성의 재산권이 대폭 강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더욱 획기적으로 발전했다.2002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남녀평등 및 사회통합부가 출범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 잔존하는 제도적인 불평등을 시정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받는다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도 설치됐다. 하지만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여성의 정계 진출이 뒤진 편이다. 의회 의원 중 여성의 비율이 12.3%에 그친다. 이 분야에서 2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2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성의 정계 진출이 미약하다. 지난달 28일 각의를 통과한 지역정치의 양성평등에 관한 법안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새 조치에 따르면 광역 지방정부 및 인구 3500명 이상 지방 정부의 고위직에 남녀가 고루 기용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각 정당은 지방선거 후보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 새 법안은 또 선출직 공무원을 대리할 수 있는 직책을 신설, 반대 성(性)을 가진 사람을 이 자리에 임명하도록 지방 정부에 요구했다. 이 법이 발효되면 4000명의 여성이 정치에 몸담을 수 있게 된다.
  • 러 “EU 육류 수입금지” 통보

    |파리 이종수특파원|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모든 육류 제품 수입금지 가능성을 통보하면서 양측의 통상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필리 토드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EU에 가입하는 불가리아·루마니아의 동물 검역 수준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내년 1월1일부터 EU 소속 25개국의 육류제품 수입을 금지할 의향이 있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러시아의 이같은 통보는 최근 EU 회원국인 폴란드 농산품에 대한 러시아의 금수조치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24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릴 EU-러시아 정상회의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다.폴란드는 현재 러시아의 금수조치가 2004년 우크라이나의 민주개혁을 지지한 데 대한 보복조치라고 반발하면서 EU가 폴란드 금수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친서방정책을 펴고 있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개 국가들에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vielee@seoul.co.kr
  • 반외교 ‘유엔총장 대세론’ 2가지 변수

    반외교 ‘유엔총장 대세론’ 2가지 변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2차 예비선거 승리로, 대세론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가도에 영향을 줄 두 가지 상황이 전개됐다. 하나는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반 장관에 대한 ‘관심 표시’이고, 또 하나는 유엔 외교가의 ‘여성 파워’ 도전이다. 지난 14일 워싱턴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시작때 부시 미 대통령은 반 장관에게 유엔사무총장 출마를 의식,“good luck”(행운을 빈다)이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이어진 오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반 장관의 유엔총장 출마 사실을 얘기하자, 부시 대통령은 반 장관에게 “왜 유엔 사무총장이 되려 하느냐.”,“유엔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 마치 면접 인터뷰 같은 풍경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출마 이유에 대해 “한국이 유엔의 도움을 많이 받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켰는데 이제 한국이 유엔에 기여하고 공헌해야 할 차례”라고 답변했다는 후문. 부시 대통령은 “한국이 훌륭한 후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격려성’언급도 했다고 한다. 한편 15일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바이라 비케 프레이베르가(68) 라트비아 대통령을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공식 천거했다. 유엔 창설 61년이 되는 시점에서 여성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유엔주변의 주장이 실제 움직임으로 표현된 것이다. 비케 프레이베르가 대통령은 라트비아 태생이지만 독일과 모로코를 거쳐 캐나다에서 몬트리올대학 심리학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 1998년 귀국,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2003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녀는 부시 미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로 알려져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유로2008 조별예선] 축구강호 ‘진땀승’

    ‘액땜일까?대이변의 서곡일까?’ 독일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를 비롯,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톱10’에 포진한 유럽 축구강국들이 본격 막이 오른 유로2008 조별예선 첫 판에서 가까스로 승점을 챙겼다. FIFA 랭킹 2위 이탈리아는 3일 조별예선 B조 첫 경기에서 약체 리투아니아(65위)를 맞아 1-1, 힘겨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일방적인 우세가 점쳐졌지만, 되레 킥오프와 함께 경기의 주도권은 리투아니아가 잡았다. 전반 21분 토마시 나닐레비시우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왼발 슈팅, 선제골을 터뜨리며 이변을 예고했다. 이탈리아는 전반 30분 필리포 인차기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내내 리투아니아의 파상공세에 시달렸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6위)도 축구 변방에 가까운 룩셈부르크(95위)와의 G조 원정경기에서 전반 18분 터진 요리스 마테이선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진땀승을 거뒀다. 독일월드컵 4강에 오르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독일(9위)은 아일랜드(38위)와의 D조 첫 경기에서 ‘신성’ 루카스 포돌스키가 후반 12분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날린 프리킥이 로비 킨의 발에 맞고 굴절되는 ‘행운의 골’로 1-0 승리를 맛봤다. D조의 체코(10위)는 웨일스(56위)와 홈경기에서 스트라이커 다비드 라파타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후반 31분 선제골과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그나마 잉글랜드(5위)와 프랑스(4위)는 강호의 체면을 살렸다. 잉글랜드는 안도라(132위)에 5-0 대승을 거뒀고, 프랑스는 그루지야(84위)에 3-0으로 이겼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월드바스켓볼챌린지] 드림팀에 졌지만 ‘젊은 꿈’ 시작됐다

    한국 농구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에 49-93의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다.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의 짜릿한 승리에 젖어있던 한국에 경종을 울린 순간. 이후 농구계는 대책마련에 나섰고,‘세대교체의 칼’을 빼들었다. 최연소로 발탁된 김진수(17·203㎝·사우스켄트고)를 비롯해 김민수(24·200㎝·경희대), 김태술(22·180㎝), 양희종(22·195㎝·이상 연세대) 등 ‘젊은 피’가 대거 발탁됐다. 전원이 모여 손발을 맞춘 시간이 겨우 1주일 남짓. 하지만 최부영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서 터키와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기대 이상 선전을 펼쳐 “높이와 스피드, 패기 모두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마지막 상대는 19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나선 ‘드림팀’ 미국이었다. 처음부터 결과는 관심이 아니었다. 김민수와 하승진(21·223㎝·밀워키), 김진수 등 한국 농구의 미래를 이끌 ‘영건’들이 주눅들지 않고 얼마나 가능성을 보여주느냐에 모아졌다. 하승진과 김진수는 ‘드림팀’ 관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겠다는 강박관념이 강했다. 하승진은 밀워키로 트레이드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 됐고, 김진수는 미국 사령탑을 맡고 있는 마이크 슈셉스키 듀크대 감독의 눈도장을 원하는 처지였기 때문. 김진수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스몰포워드 기대주로 명문 루이빌과 플로리다,UCLA가 이미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원하는 듀크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아직 입학 제의를 받지 못했던 것. 결국 긴장한 김진수는 6분52초 동안 무득점 1어시스트에 그쳤고, 하승진 역시 12분30초 동안 무득점 3리바운드에 그쳤다.‘젊은 피’ 가운데는 단연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가 돋보였다. 김민수는 미국 선수 못지 않은 탄력을 앞세워 골밑과 외곽에서 고른 득점을 올렸고, 거침없이 리바운드를 낚아냈다.4쿼터 종료 직전에는 통렬한 투핸드 슬램덩크를 꽂아넣어 자존심을 곧추세웠다.23분54초 동안 13점 5리바운드. 프로선수 가운데는 김주성(동부)과 방성윤(SK)이 분전했다. 김주성은 11점 5리바운드로 골밑에서 고군분투했고, 방성윤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21점을 쏟아부었다.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WBC 마지막날 한국-미국전의 승부는 결국 116-63, 미국의 압승으로 끝났다.‘황제’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로 꼽히는 ‘킹’ 르브런 제임스(클리블랜드)는 5개의 덩크슛과 3개의 3점포를 포함해 23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로 맹활약,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미국에 73-119로 패한 중국보다 1점이라도 덜 지겠다.”던 최 감독의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지만, 한국의 ‘젊은 피’들에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40분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월드바스켓볼챌린지] 드림팀 매직쇼

    미국 남자농구는 서울올림픽에서 전설적인 센터 아비다스 사보니스가 이끄는 러시아에 일격을 당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대니 매닝과 데이비드 로빈슨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나선 데다 다른 나라를 몇 수 아래로 깔보았던 그들의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다. 사보니스를 비롯, 미프로농구(NBA)에 숱한 선수들을 공급해 온 유럽농구의 강자가 바로 구 소련에서 분리된 인구 343만명의 리투아니아다. 리투아니아와 미국의 악연은 제법 질기다. 시드니올림픽 준결승에서 2점차 접전을 펼쳐 ‘드림팀’을 피마르게 했고,4년뒤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선 94-90으로 눌러 미국의 자존심을 뭉개 버렸다. 비록 3·4위전에서 미국이 승리해 체면치레를 했지만 실추된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꼭 2년 만에 두 나라가 한국땅에서 만났다. 공식대회가 아닌 친선경기 성격이 강했지만 자존심이 걸린 탓에 세계선수권 못지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경기는 끈적끈적한 수비를 앞세운 미국의 압도적 우세로 진행됐다. 미국은 2년 전의 미국이 아니었다. “40분내내 풀코트프레스(전면강압수비)를 쓸 수도 있다.”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의 말은 흰소리가 아니었다. 미국수비는 앞선에서 상대 포인트가드에게 찰싹 달라붙어 공격밸런스를 무너뜨렸고, 외곽에서도 슈터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슛 성공률을 떨어뜨렸다. 공격에선 무리한 돌파보다는 번갈아 경기조율을 맡은 커크 하인릭(10점)과 드웨인 웨이드(14점 4어시스트)가 공들여 ‘작품’을 만들어갔다. 리투아니아는 최고 수준의 센터진을 구축한 팀이지만 미국은 파워포워드들의 협력수비로 상대 침투를 봉쇄했다. 결국 리투아니아는 철저하게 외곽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설상가상 3점슛의 성공률(29%)마저 저조했다. 되레 미국은 13개의 3점슛(성공률 46%)을 상대 림에 쏙쏙 집어넣어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미국이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비타500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서 리투아니아를 111-88로 대파,‘아테네의 치욕’을 씻었다. 또 다가온 세계선수권(8월19일∼9월3일·일본)의 강력한 우승후보임도 입증했다. 유난히 가벼운 몸놀림으로 웨이드와 ‘짝패’를 이룬 카멜로 앤서니(19점)는 팀내 최다득점을 올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한편 한국은 세계랭킹 6위 이탈리아를 맞아 이규섭(16점)과 김주성(10점 6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61-96으로 패했다.3일 연속 경기를 치른 탓인지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무려 23개의 턴오버를 범하는 등 집중력까지 흐트러졌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BC]잠실에 별이 쏟아진다

    [WBC]잠실에 별이 쏟아진다

    ‘잠실벌에 별들이 쏟아진다.’ 질풍 같은 드리블로 수비를 따돌린 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가 비하인드백패스로 살짝 공을 건네주면 따라 들어가던 르브런 제임스(클리블랜드)가 원핸드 덩크슛으로 마무리 짓는다. 농구팬들이 상상 속에 그리던 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오는 11일부터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비타500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 출전하기 위해 미프로농구(NBA) 스타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사상 처음 한국땅을 밟는 것. 한·미농구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19일∼9월3일)에 참가하는 미국(세계 1위)과 리투아니아(4위), 이탈리아(6위), 터키(18위)가 출전하며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한 한국대표팀(23위)이 첫 선을 보인다. ●드림팀의 자존심 되찾는다 미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 등 NBA 스타플레이어를 출전시켜 몸 풀듯(?) 금메달을 따냈다. 지금은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드림팀’의 원조인 셈. 하지만 ‘불패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은 2002년 자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6위, 아테네올림픽 4위에 머물며 거푸 망신을 당했다. 드림팀이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은 이때가 처음. 일부 선수들의 차출 거부와 모래알 같은 팀워크,NBA룰과 다른 국제농구연맹(FIBA)룰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악재들이 겹친 탓이었다. 반면 유럽의 강호들은 탁월한 신체조건과 끈끈한 조직력으로 맞섰다. 절치부심한 미국농구협회는 명예회복을 별렀고 이름값보다 조직력으로 승부하기 위해 대학농구(NCAA) 최고 명장인 마이크 슈셉스키 듀크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단 3일 동안 손발을 맞추고 나선 아테네올림픽과 달리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2주간 라스베이거스에 캠프를 차린 데 이어 중국과 한국을 방문, 실전경험을 쌓는 것도 같은 맥락. 또 35세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보웬(샌안토니오)을 발탁한 것은 드림팀이 수비조직력을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대적인 세대교체도 단행했다.2003년 신인드래프트 1·3·5번으로 지명돼 NBA 최고스타로 우뚝 선 ‘삼총사’ 제임스와 카멜로 앤소니(덴버·이상 포워드), 웨이드(가드)가 전력의 핵을 이루고 있다. 가드와 포워드 라인의 화력은 역대 드림팀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삼총사는 7일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과의 평가전에서도 54점을 합작,119-73 대승을 일궈냈다. 드림팀의 아킬레스건은 브래드 밀러(새크라멘토·213㎝)와 드와이트 하워드(올랜도·210㎝)가 지키는 골밑. 결코 특급센터로 볼 수 없는 이들이 유럽 장대들과의 대결에서 얼마나 버텨낼지는 미지수. 또 세대교체로 인한 경험 부족도 우려된다. 무릎부상으로 빠진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같은 베테랑이 드림팀에는 없다. ●첫 출항하는 ‘최부영호’ 한국농구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4위에 머문 이른바 ‘도하의 비극’을 겪은 탓에 이번 세계선수권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이후 머리를 맞댄 농구계가 끌어낸 해법은 역시 세대교체였다. 이상민(KCC)과 문경은(SK)으로 대표되는 ‘농구대잔치 세대’를 배제하고 베이징올림픽을 겨냥, 역대 최연소인 김진수(17·사우스켄트고)와 김민수(24·경희대) 양희종(22) 김태술(22·이상 연세대) 등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 한층 빠르고 높아진 라인업을 구축했다. 당초 첫 시험무대였던 스탄코비치컵대회가 중동의 정세불안으로 취소된 탓에 이번 WBC가 ‘최부영호’의 데뷔무대가 됐다. 최부영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엉망이라 제대로 훈련을 못했다. 어차피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이번에는 한국 농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 보며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예상 베스트5로는 김승현과 방성윤(양희종)이 앞선을 맡고 포워드에 김민수(송영진)와 김주성, 센터로는 하승진이 나설 전망이다.18명 엔트리 가운데 서장훈(삼성)과 오용준(오리온스)은 재활이 시급해 제외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EU 줄기세포 연구 61조원 지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 법안을 거부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인간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지원키로 결정했다. EU 25개 회원국 장관들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을 갖고 2007∼2013년 배정된 연구 예산 510억유로(약 61조 3000억원)를 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EU 의장국인 핀란드의 마우리 페카리넨 산업장관은 “오늘의 결정은 유럽 연구를 발전시키고 유럽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줄기세포 연구 지원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EU 회원국들로 한정된다. 생식 목적의 인간 복제나 인간 유전자 변형, 연구목적으로 인간 배아를 만드는 실험 등에는 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독일 등 8개 반대 국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EU 집행위는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 프로그램에는 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를 포함, 리투아니아, 몰타,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는 합의안에 서명하길 거부했다. 이번 결정은 EU 전체 25개 회원국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졌다.EU는 지금까지 9건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했지만 지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브뤼셀 연합뉴스
  • [책꽂이]

    ●박정희 평전(전인권 지음, 이학사 펴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 박정희의 삶과 사상을 ‘심리적 고아’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책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권위체로의 투신을 통해 정신적 고아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 박정희의 행동은 존경할 만한 선배, 역사적 위인, 국가, 단체 등에 대한 존경과 숭배, 동일시로 나타났다고 해석한다. 박정희가 지닌 심리적 고아의 특성은 5ㆍ16 쿠데타와 유신 추진 등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국가주의적 정치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1만 6000원.●욕망과 지혜의 문화 사전(샤오춘레이 지음, 유소영 옮김, 푸른숲 펴냄) 한위육조 시기의 하안은 얼굴에 하얗게 분을 바르고 걸을 때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봤다. 그런가 하면 송나라의 매순은 향기가 주는 관능적인 즐거움에 빠져 매일 아침 화로 가득 향을 피워 관복을 훈증한 후에야 집을 나섰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키워드는 욕망. 욕망의 모호한 대사으로서의 몸, 살아 있는 유적지로서의 몸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류의 문명사를 읽는다.1만 3000원.●레비나스 평전(마리 안 레스쿠레 지음, 변광배·김모세 옮김, 살림 펴냄) 타인의 고통을 끌어안은 ‘이타성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네 문화의 철학자’로 불린다. 러시아의 변방 리투아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독일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전형이다. 책은 레비나스의 ‘타자의 철학’이 나올 수 있었던 사상적ㆍ종교적 배경을 살핀다. 탈무드 해석학자이자 유대인으로서의 삶과 유대주의의 보편성 확보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 등을 소개.2만 5000원.●독일 여성운동사(로제마리 나베-헤르츠 지음, 이광숙 옮김, 지혜로 펴냄) 독일의 여성운동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늦은 1840년대에 시작됐지만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책은 독일 여성운동의 흐름을 네 갈래로 정리한다. 독일 여성운동의 창시자 루이제 오토-페터스로 대표되는 인도적이고 계몽적인 방향, 클라라 체트킨과 무산계급 여성운동 세력들이 추구한 마르크시즘과 과격한 사회주의 방향, 여성들의 주적을 가부장제도로 규정한 과격한 페미니즘 방향,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하는 20세기 초의 시민여성운동 등이 그것이다.1만 5000원.●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세기의 눈(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0세기의 눈’ ‘사진미학의 교과서’ ‘사진의 톨스토이’ 등으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기. 그는 평생 연출사진은 찍어본 일이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일본의 미나마타 마을에서 중금속에 몸이 마비된 아이를 엄마가 품에 안도록 하고 사진을 찍은 유진 스미스처럼 현실을 왜곡하느니 차라리 사진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 것. 또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을 콘서트장에서 권총을 쏘는 것만큼이나 무례한 행동으로 여겼다.2만 5000원.●도시계획의 신조류(마쓰나가 야스미쓰 지음, 진형환 등 옮김, 한울 펴냄) 지속가능한 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도시이론으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압축도시)’의 개념을 소개. 이를 구체화한 도시설계이론으로는 미국의 ‘뉴 어버니즘’과 ‘영국의 ‘어번 빌리지’가 있다. 저자(가고시마대 교수)는 이런 계획기법이 선진국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최근 동향을 살핀다.1만 5000원.
  • SK건설, 루마니아 탈황시설 준공

    SK건설, 루마니아 탈황시설 준공

    |피테슈티(루마니아) 주현진기자|SK건설이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동유럽 지역에서 일괄 수주받은 석유화학 플랜트를 완공,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아르페킴 정유 공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된 ‘수첨 탈황설비 플랜트’란 1차로 걸리진 원유에 수소를 첨부해 황함량을 500 이하로 떨어뜨리는 설비다. 루마니아의 정유회사인 페트롬(오엠브이가 인수)이 발주한 플랜트 설비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스티의 북서쪽 근교 피테슈티시 아르페킴 정유공장 안에 있다. 이 탈황설비 플랜트의 하루 생산량은 약 2만 5000배럴에 달하며 공사 금액은 총 4600만달러다. 설계-구매-시공 등을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 루마니아의 관행이지만 SK건설은 유럽 유수의 선진 업체들과의 경쟁을 뚫고 이례적인 일괄 턴키식으로 수주했다. 손관호 SK건설 부회장은 “지난 2004년 4월 시작한 공사는 잦은 폭우와 한파에도 애초 계약했던 공사기간보다 2개월이나 앞당겼을 뿐 아니라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마무리됐다.”면서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한국 업체의 우수한 시공능력을 입증하는 한편 동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유럽 국가들은 점점 엄격해지는 유럽의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향후 지속적으로 노후화된 플랜트 시설을 현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SK건설이 이번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앞세워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 주변 국가에서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손 부회장, 게오르게 콘스탄티네스쿠 페트롬사 사장, 김대식 주 루마니아 대사, 이온 카르스토유 아르제시주 주지사가 참석했다. jhj@seoul.co.kr
  • 신냉전?… 체니 발언두고 美-러 대립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러시아의 ‘‘권위주의 체제’를 강력 비난한 데 대해 러시아가 반격에 나서면서 미국과 러시아간 신(新)냉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핵 해법에 이견을 노출한 데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미국이 견제하는 등 양국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백악관-크렘린 정면 충돌하나 체니의 발언은 지난 4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발틱-흑해지도자 국제포럼’에서 나왔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종교와 언론, 정당, 시민단체에 걸쳐 인권을 부당하게 억압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체니 부통령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일시 중단한 것과 관련,“에너지를 공갈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러시아가 주변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되돌리려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는 그루지야산 와인과 생수 수입을 금지하는 등 옛 소련 국가들의 친서방 노선에 제재를 가하는 중이다. 크렘린도 포문을 열었다. 드리트리 레스코프 대변인은 5일 “체니가 오히려 이웃 나라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발트해와 카스피해 지역의 친서방 국가들을 앞세워 반(反)러시아 차단선을 설치하려 든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언론은 “신냉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쓰는가 하면 ‘제2의 처칠’ 연설까지 들먹였다. 지난 1946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미국에서 “유럽이 철의 장막(옛 소련)에 의해 분할됐다.”고 말했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도 “체니의 연설은 도발적이며 러시아를 간섭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정책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며 러시아측의 비판을 일축했다. ●계산된 러시아 때리기(?) 체니의 이례적인 강경 발언은 사냥터 오발 사고로 야기된 정치적 ‘칩거’를 벗어나려는 단순한 ‘오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는 7월 G8(G7+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를 단단히 손보겠다는 심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인권을 문제 삼아 러시아의 WTO 가입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이에 반발해 미국의 보잉 대신 유럽의 에어버스를 30억달러(약 3조원)어치 구매하기로 했다고 6일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클라리넷 선율에 삶이 풍성

    클라리넷 선율에 삶이 풍성

    매주 수요일이면 그들은 어김없이 모인다.10대 학생에서 부터 주부, 학생, 자영업자,60대 후반의 은퇴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클라리넷. 어떤 이는 30여년 전 학창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이는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클라리넷을 손에 들었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클라리넷의 음색에 빠져 다른 악기를 팽겨치고 서초구 클라리넷 동호회 고정 멤버가 된 이도 있다. 클라리넷을 연주할 때 손가락을 쓰는 운지법이 말초신경의 혈액순환을 도와 치매를 예방해준다며 클라리넷 웰빙론을 펼치는 이도 있다. 각자 클라리넷에 빠져든 이유도 다르고 연주실력도 차이가 나지만 하나만은 공유한다. 클라리넷을 잡은 이후 삶이 풍요로워 졌다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1층 음악감상실에 가면 클라리넷 선율을 들을 수 있다. 글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서초구 동호회’ 연주실 프로 못잖은 열기 가득 ‘매주 수요일 그곳에 가면 클라리넷의 선율을 만날 수 있어요. 3·1절인 지난 수요일 오후 3시. 휴일이라 한산한 서울 서초구 양재역 근처 서초구민회관 1층 음악감상실에 가방을 하나씩 둘러맨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어! 못 온다더니 어떻게 왔어.”“아무래도 찜찜해서 안 올 수가 있어야지.”학생에서 부터 중후한 중년,60대 후반의 어르신, 주부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다양하다. 이들은 도착하자 마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연주실 한켠에 놓여 있는 긴 책상위에 짐을 푼다. 카메라 받침대를 연상케 하는 오면대(악보 받침대)와 악보가 먼저 나온다. 이어 종전과는 다르게 아주 조심스럽게 60㎝쯤 되어 보이는 악기를 내려 놓는다. 오늘의 주인공(으뜸 주인공은 역시 사람이다.) 가운데 하나인 클라리넷이다. 서초구 클라리넷 동호회(회장 곽준규·66)의 정기모임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다. 이 때 서초구가 운영하는 ‘동준모 교수의 클라리넷 교실´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1~8년 경력 물론 이들은 이미 기초를 다질 시기는 지났다. 짧게는 1년에서 부터 길게는 8년에 이르기까지 클라리넷 연주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굳이 이날 모임을 갖는 것은 이들이 모두 동 교수의 클라리넷 교실 수강을 통해 클라리넷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날이 모임일로 굳어졌다. ●교수의 수준 높은 지도 물론 연습을 하다보면 동 교수로부터 수준높은 지도도 받을 수 있다. 덤으로 얻는 소득이다. 서초구 클라리넷 동호회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초구의 문화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당시 동준모 교수(상명대 음대)의 클라리넷 교실이 개설됐다. 6개월 과정의 이 프로그램에 따라 한번에 20∼25명이 배출된다. 지금까지 8년 여동안 400여명이 거쳐갔다. 이들 동호회 회원들도 이 과정을 거쳤다. 서초구 클라리넷 동호회 회원은 30여명쯤 된다. 이 가운데 20여명은 골수 회원이다. 가히 마니아라고 할 정도다. 물론 연주실력은 아마추어지만 이들의 클라리넷 사랑 만큼은 뜨겁고, 깊다. ●“심신 건강에 그만이여~” 이들은 클라리넷이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딱´이라고 이구동성이다. 한마디로 웰빙 악기라는 설명이다. “관악기여서 호흡기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구요? 그것 모두 틀린 얘기예요. 오히려 폐활량이 커지고 더 건강해져요.” 김정원(61) 전 동호회 회장의 얘기다. 그는 클라리넷 연주경력 8년차로 동호회의 최고참 가운데 한명이다. 연극인 출신인 그가 클라리넷에 빠지게 된 것은 20대 때 연극 ‘리투아니아´를 보면서 부터다. 당시 그 연극의 배경음악이 클라리넷 연주곡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인상에 남았단다. ●“치매 예방에 도움” 후에 음악하는 선배에게 그 배경음악이 된 클라리넷 연주곡이 ‘최후의 전장´이라는 영화에 삽입된 ‘굿모닝´이라는 것을 알았고, 언젠가 꼭 클라리넷을 배우겠다고 마음 먹었는 데 그 꿈을 30 여년 만에 이뤘다. 김 전 회장은 “클라리넷이 다른 악기에 비해 서정적이어서 정신건강에도 좋지만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클라리넷을 연주할 때 손가락 끝으로 구멍을 막는 ‘운지법´이 말초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치매도 막아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호회 멤버들 가운데 50∼60대가 많았지만 김 전 회장의 클라리넷 웰빙론을 들은 때문인지 모두가 건강하게 보였다. ●해마다 2차례 연주회 이들은 매년 2차례씩 연주회를 갖는다.‘아마추어가 무슨 연주회를….´하는 생각에 망설이던 차에 동준모 교수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면 된다.”고 격려해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는 불우이웃을 위한 연주회도 계획 중이다. 이른바 ‘찾아가는 연주회´다. 보육시설이나 불이이웃 수용시설 등을 찾을 예정이다. 곽준규 회장은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는데 올해 이를 실현하게 됐다.”면서 “오는 6월쯤 수용시설 등을 찾아가서 음악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탬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호회의 본격적인 활동은 강좌가 끝난 8시 이후부터이다. 이들은 장소를 옮겨서 저녁을 같이 하면서 음악소식을 나누고, 악보 등을 정리한다. 자연스레 동호회원 간 유대감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동호회 회원 권은소(26·여)씨는 “피아노를 전공했는 데 클라리넷 음색에 빠져 배우게 됐다.”면서 “클라리넷을 배우는 것 못지 않게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과 어울려 견문을 넓히는 즐거움도 크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클라리넷 ABC 클라리넷 음색은 오보에 등 다른 악기에 비해 서정적이고 다른 악기와 조화를 잘 이루지만 연주는 그리 쉽지 않다. 색소폰 보다는 훨씬 연주가 어렵다는 게 서초구 클라리넷 동호회 회원들의 얘기이다. 대략 6개월∼1년정도면 연주할 수준이 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대체로 어린이들은 쉽게 배우지만 어른들은 1년쯤 걸린다. 어른은 그만큼 생각도 많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동호회 안살림을 맡고 있는 유동수 총무는 “서초구가 운영하는 클라리넷 강좌의 경우 한번에 50∼60여명이 등록을 하지만 초기에 20∼30여명이 어렵다며 중도에 포기를 한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서울시내에는 유료 강습소는 많다. 하지만 무료로 운영되는 클라리넷 강좌는 서초구가 유일하다. 클라리넷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동남아산 20만원짜리에서 부터 400만원짜리도 있다. 국산으로 50만∼60만원짜리 정도면 무난하다는 게 동준모 교수의 조언이다. 초기에는 나무로 만든 목관악기였으나 요즘은 나무와 재질이 비슷한 플라스틱으로 된 클라리넷이 주종을 이룬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동호회에서 있었던 이런 일 저런 일 8년의 연륜이 쌓이는 동안 서초구 클라리넷 동호회에는 각종 재미있는 얘깃거리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얘기를 듣다 보면 ‘아 이래서 마니아구나.´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 정년 퇴임 강연 대신 클라리넷 연주로 감동 선사 2005년 8월 동국대에서는 은퇴교수를 위한 ‘이색 강연회’가 열렸다. 당사자와 선후배들이 기념 강연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날 강연회는 클라리넷 연주였다. 동국대 사회대학원장을 역임했던 서초구 클라리넷 동호회 곽준규 회장의 정년 퇴임 기념 강연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클라리넷을 배운 지 4년째이던 곽 회장이 틀에 박힌 강연회 대신 그동안 틈틈이 닦은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싶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전반부는 곽 원장의 클라리넷 독주가 이어지고, 후반부는 동료교수들의 기타 등과 협연을 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 등 고난도 곡만 골라서 10여곡을 연주, 참석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물론 강연회인 만큼 전반부 연주회가 끝난 뒤 후반부에는 강연도 이뤄졌다. 곽 회장은 “도식적인 퇴임기념 강연회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클라리넷 연주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연주회를 가졌다.”며 그 때의 감동을 전했다. # 소리 안 난다며 반품하러 간 최여사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모(43·여)씨 얘기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2000년 초 클라리넷 강연을 등록한 최씨는 강습회에서 아무리 불어도 소리가 안나자 다음 날 바로 악기점에 가 “나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며 반품을 요구했다. 그만큼 클라리넷 연주가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지만 그런 최씨가 지금은 서초구 관내 모 교회에서 찬송가를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동료들의 격려와 설득에 다시 클라리넷 강좌로 발길을 돌린 최씨는 기초 6개월을 배운 뒤 노력을 통해 교회에서 찬송을 연주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월드이슈] 性착취 받는 세계 아동 200만명

    [월드이슈] 性착취 받는 세계 아동 200만명

    아동 성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족쇄’를 채우고 신상을 공개하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성 폭력에 신음하는 세계 어린이들의 눈물 뒤에는 성 관련 산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터넷 환경은 ‘아직 괜찮다.’는 우리의 위안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모른다. 각국의 아동 성 범죄 실태와 대책을 짚어 본다. 단돈 1만원에 3번이나 팔리며 성착취를 당한 필리핀 소녀 엘레나(가명·15). 그녀의 부모는 500페소(약 1만원)를 받고 마닐라의 구인업소에 그녀를 팔았다. 그녀는 2주일 만에 북부지역 팜판가주의 한 가정집에서 일하게 됐다. 그녀는 그곳에서 집주인인 경찰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엘레나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울먹거리며 소개업체에 그 사실을 알렸지만 브로커는 그녀를 마닐라의 성매매 업소에 넘겼다. 엘레나는 마닐라 항구에서 헤매다 구조됐다. 스웨덴 10대 소녀 니나(사진 오른쪽·가명)는 친구집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다 납치됐다. 그녀는 동유럽 보스니아로 팔려갔다.2년 동안 성착취를 당한 니나는 3000달러(약 300만원)의 몸값을 지불한 구호단체에 의해 구출됐다. 니나는 세상의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소녀가 됐다. ●“그곳엔 엄마·아빠도, 인권도 없다.” 세계적인 아동 성착취의 그늘에는 초국가적인 ‘아동 성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의 극빈층 소녀들이 제물이 된다. 유니세프(유엔 아동보호기금)는 전 세계적으로 성착취 아동이 2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에서만 각국에서 팔려온 32만여명의 아동이 상업적으로 성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동남아시아는 최소 10만명 이상의 아동이 ‘섹스 관광’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멕시코도 1만 6000여명이나 된다. 아시아와 동유럽의 소녀들은 ‘우편배달 신부’라는 이름으로 성착취를 당한다. 호주에서는 최근 5호주달러(약 4000원)에 성착취를 당하는 아동들의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현지 언론들은 “성착취를 당하는 아동들의 나이가 12∼14세로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아동구호기구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지난해 4월 스리랑카 2만명, 콩고 1만 2000명, 우간다 650명의 소녀가 성과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미성년자 군인 30만명의 절반이 소녀이다. 국제 인신매매 조직과 연계된 아동 성착취는 공급과 수요,‘풍선효과’가 고스란히 작용한다. 공급은 성매매와 관련된 처벌이 강한 국가에서 약한 국가로 이동한다. ●유럽·동남아시아 ‘글로벌 포주´들 기승 유니세프에 따르면 매년 120만명의 아동이 매매된다. 한 해 1500명 안팎의 과테말라 어린이가 북미 지역과 유럽으로 팔려간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가봉의 아동은 가나, 부르키나 파소, 말리, 토고의 다이아몬드 광산과 농장에 팔린다. 영국 경찰의 ‘아동학대조사반’은 히드로 국제공항을 감시한다. 동유럽이나 아프리카 소녀들의 손을 잡고 입국하는 ‘글로벌 포주’들이 적발된다. 히드로 공항이 소녀들의 유입 창구이다. 매일 수백명이 감시 대상에 오른다. 태국 경찰청은 지난해 검거된 국제 아동 범죄단으로부터 방콕에서 130㎞ 떨어진 관광지 파타야가 동남아 아동 성매매의 ‘교환지역’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인터넷이 키운 ‘악(惡)’아동 포르노그래피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아동 포르노는 수만건 이상이 검색되며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2001년 조사된 미국의 아동 포르노 거래액은 연간 20억∼30억달러(약 2조∼3조원)였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 아동 포르노 방송에 출연해 연간 수십만달러를 벌어들이던 19세 소년의 이야기를 지난해 12월 전했다. 그 소년의 고객 1500여명에는 변호사, 의사, 교사도 포함돼 있었으며 상당수가 체포돼 기소됐다. 이 소년은 13세때부터 이 일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독일과 덴마크 정부가 인터폴을 통해 일본의 아동 포르노 배포를 알려와 일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유럽 리투아니아도 10∼12세의 아동이 출연한 포르노를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폴 등 각국 수사기관이 아동 포르노 제작과 유통망을 추적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 아동포르노 보관만해도 처벌 세계 각국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신상 공개(서울신문 2월22일자 7면 보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학교에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아동 포르노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네티즌까지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음란물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해 인터넷에서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한 교사가 학교에서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확인돼 큰 사회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어린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 등 800만명의 명단이 이중 작성되는 허점을 보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주는 교사나 직원, 통학버스 기사를 채용할 때 지문이나 신상 자료를 제출받아 연방수사국(FBI) 등의 범죄자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한다. 버지니아주는 매년 교사와 재계약을 의무화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신규 채용 뒤 3년과 8년째에 재심사한다. 1994년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메건법이 제정된 후 이 법이 시행되는 여러 주의 교육 당국은 성범죄 사건이 보도된 신문 스크랩 등을 주끼리 주고 받고 있다. 이탈리아 교육부는 2001년부터 경찰 기록과 대조 작업을 거쳐 교사 16만여명을 신규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탈리아는 지난해 아동 포르노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유치원 교사와 신부 등 186명을 체포했다. 미국 몬태나주에선 2004년 12월 여자 친구를 유괴한 뒤 살해한 20대가 평소 아동 포르노에 탐닉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 포르노를 내려받은 네티즌도 처벌하려는 의회의 입법 노력에 불을 지폈다. 메인주에선 100여개의 아동 포르노를 컴퓨터에 보관한 25세 청년에 유죄가 선고됐다. 또 호주의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에선 가석방된 성범죄자를 다시 감옥에 집어넣어 무기한 복역하게 만드는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G8(선진 7개국+러시아) 내무장관 회담에선 아동 성착취범의 DB를 국제적으로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P2P유통 동영상 90%가 포르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범죄의 급속한 확산에는 휴대전화와 P2P(개인 파일공유 서비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 미디어 인프라의 진보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코네티컷주에서는 7명이 넘는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20대 남자가 붙잡혔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서도 14세 여학생을 꾀어 성폭행한 26세 남자가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 닷컴’이 공통적으로 거론됐다. 이 사이트는 지난 달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일어난 14세 소녀 살인 사건에도 오르내렸다. 이 사이트는 5600만명의 회원 가운데 4분의 1이 10대다. 범죄의 타깃이 된 것은 10대 대부분이 이 사이트의 화상 채팅 프로그램에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사용 연령이 낮아지고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날수록 성 범죄 대상의 연령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한다. 범죄자와 미성년의 1대 1 접촉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미성년 대상 성 범죄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 포르노의 확산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동 포르노는 성 착취는 물론, 피해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긴다는 점에서 과거 인터넷 유료 사이트 등에서는 유통이 금지됐다. 그러나 포르노 유통의 축이 P2P로 옮겨오면서 종전같은 자발적 검열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P2P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콘텐츠의 90%가 포르노물이었다.‘어린이’나 ‘아동’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아동 포르노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모든 네티즌을 ‘범죄 콘텐츠’의 잠재적 공급자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바이올린과 현악 앙상블의 만남

    바이올린과 현악 앙상블의 만남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젊은 현악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이끌고 한국에 온다. 파가니니가 환생했다는 얘기를 듣는 크레머는 현란한 기교와 뛰어난 곡 해석, 끊임없는 실험 정신으로 음악팬들에게 변함없이 환영받는 인물. 국내에도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그의 도전 정신은 루이지 노노, 슈니트케, 아르노 패르트 등 실력있는 현대 작곡가와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는 피아졸라와 누에보 탱고를 그의 음악속에 끌어들였다. 특히 그의 음악적 기획력은 높이 평가된다. 다양한 주제 한두 가지를 택해 연주하는 테마공연을 통해 바이올린 선율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전해주는가 하면 파가니니로 분장한 채 직접 대형 스크린에 뛰어들어 신들린 듯 바이올린을 켜기도 한다. 때론 영화속에서 신비로운 소리를 들려주는 등 현대의 새로운 예술 장르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다음달 6,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그의 8번째 내한 공연. 첫날 6일에는 올해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세계 처음으로 공연한 아우어바흐의 ‘슬픔의 성모에 대한 대화’를 연주할 예정이다. 또 사계중 ‘봄’을 테마로 잡아 데샤트니코프, 피아졸라, 스톡하우젠 등 봄을 노래한 현대 작곡가들의 곡을 특유의 재기 발랄함과 완벽한 앙상블로 선보인다. 둘째날인 7일에는 ‘러시아의 경의’라는 부제를 달아 거장 지휘자 예후디 메뉴힌에 의해 초연된 구 소련출신 작곡가 칸 첼리의 ‘V&V’를 비롯해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차이코프스키의 ‘플로렌스의 회상’을 독특한 해석으로 연주할 계획이다. 이번에 함께 공연하는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구 소련에서 망명한 크레머가 97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국가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로 창단한 실내악단이다.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발틱 국가들의 음악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이 실내악단은 1년에 5개월은 크레머와 함께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02)580-1135.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당선자

    쌍둥이 동생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총리직을 포기한 형의 우애가 결실을 맺었다. 전날 치러진 폴란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쌍둥이 동생 레흐 카친스키(56) 법과 정의당 당수가 시민강령당(PO)의 도널드 투스크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개표가 끝난 24일 카친스키는 54%를 득표, 투스크(46%)를 여유있게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45분 차이로 먼저 태어난 야로슬라브는 지난달 25일 총선에서 막판 역전승을 거뒀음에도 동생을 위해 총리직을 당내 경제 전문가인 카지미에르즈 마르친키에비츠에게 양보한 바 있다. 카친스키는 지난 6일 12명의 후보가 뛰어든 1차투표에서 33%를 득표, 투스크(36%) 후보에 뒤졌으나 결선투표에서 짜릿하게 뒤집어 형제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사상 유례없는 쌍둥이 대통령·총리 탄생은 무산됐지만 이들 형제는 앞으로 당과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경제 회생의 적임자로 꼽혀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려온 투스크 후보는 그가 외쳐온 시장지향적 개혁에 불안감을 느낀 장년층과 소외계층이 막판에 등을 돌렸기 때문에 고배를 마신 것으로 보인다. 실업자, 연금 생활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카친스키의 구호가 먹혀든 셈이다. 어릴 적 형과 함께 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카친스키는 1970년대 반공산당 운동에 참여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80년 그단스크의 연대노조 파업에 참여하며 레흐 바웬사와 인연을 맺었다. 바웬사를 도와 합법화를 쟁취해낸 카친스키는 90년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안장관에 임명됐다. 카친스키는 지난 2000년 6월부터 1년 남짓 우파 정부에서 법무장관으로 일하며 강력한 반부패 단속을 벌여 대중적 인기가 상승, 이듬해 법과 정의당을 창당했으며 2002년부터 바르샤바 시장으로 일해왔다. 가톨릭 가치관과 전통을 중시하고 동성애와 낙태에 반대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카친스키는 결선투표 전 투스크에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장을 제의하는 등 우파 연립정부 구성에 적극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그의 당선은 헝가리, 체코, 리투아니아 등 동구권과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대륙의 우파 득세와 비슷한 맥락이란 의미도 갖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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