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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아역 배우’ 셜리 템플, 잠들다

    ‘영원한 아역 배우’ 셜리 템플, 잠들다

    ‘셜리 템플 사망’ 1930년대 대공항 시절 미국뿐만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영원한 아역 배우’ 셜리 템플이 10일 밤 86세로 타계했다. 11일(현지시간) LA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셜리 템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셜리 템플의 사망소식에 미국인들은 슬픔에 잠겼다. 곱슬머리의 천사 같은 얼굴, 빼어난 춤과 노래 솜씨로 대공황 시절 아픔을 달래주었던 아역 배우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셜리 템플은 3살 때 영화 ‘What’s to Do?’로 데뷔, 1950년까지 총 43편에 출연했다. ‘브라이트 아이즈(Bright Eyes)’, ‘스탠드 업 앤 치어(Stand Up and Cheer)’, ‘컬리 탑(Curly Top)’ 등 출연작마다 크게 히트, 독보적인 인기와 명성을 누렸다. 1935년 7살 때 아카데미상 아역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현재까지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 수상자로 남아있다. 셜리 템플은 결혼 후 은퇴, 정치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1967년 의원직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도와 유엔 미국대표에 지명된 데다 1974년 주 가나 미국 대사, 1989년 주 체코슬로바키아 미국 대사를 지냈다. 1972년 유방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바젤위원회와 바젤규제의 역사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바젤위원회와 바젤규제의 역사

    바젤은 약 20만명의 인구를 가진 스위스 제2의 도시이면서 유명한 제약사의 본점 소재지, 시계 및 예술품 박람회의 개최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바젤’을 들을 때 도시 이름보다는 은행의 자본건전성 규제인 ‘바젤 자기자본비율’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처럼 바젤 규제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막상 바젤은행감독위원회(바젤위원회)의 역사, 바젤Ⅰ·Ⅱ·Ⅲ의 내용 등은 쉽게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젤위원회와 바젤 규제가 무엇이기에 은행 등 금융권에서 그 동향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바젤위원회의 시작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로 인한 자본 흐름의 자유화, 본격적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등 국제금융 환경이 변하면서 각국 은행을 비롯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익이 되는 기회를 찾아 매우 활발히 활동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국제적 연계성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자국 소재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에 초점을 기울인 기존의 감독 체계로는 국제적으로 영업하는 은행(국제영업영위은행)을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1974년 독일 헤르슈타트 은행의 도산이 이 은행과 거래하던 은행들 및 국제외환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영업영위은행들에 대한 감독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 결과 1974년 말 주요10개국(G10) 중앙은행 총재회의의 결의로 스위스 바젤에 사무국을 둔 바젤위원회가 설립됐다. 설립 초기 바젤위원회는 국제영업영위은행에 대한 감독 공백 최소화 및 적정 감독수준 유지를 목표로 최소한의 금융감독 절차 및 원칙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바젤위원회의 첫 번째 성과는 1975년 발표된 ‘은행 국외점포 감독에 관한 일반 원칙’으로서 국외점포 형태 및 감독 고려사항별로 진출국과 본국의 감독당국 간 책임을 구분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후 경제 및 금융환경이 변하면서 바젤위원회의 활동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특히 1980년대 초 외채 과다국들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나라별로 다른 규제 수준이 글로벌 공정 경쟁 여건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퍼졌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중반 이후 바젤위원회 작업의 초점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자본적정성 규제 원칙을 마련하는 데로 옮겨졌다. 1988년 7월 발표된 ‘자기자본 측정 및 자기자본에 대한 국제적 통일기준’(바젤Ⅰ)은 일반인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위험가중자산 대비 8%의 자본비율을 국제영업영위은행들이 준수해야 할 최소 자본건전성 수준으로 제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젤Ⅰ은 바젤위원회 회원국의 범위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국제은행감독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계된 바젤Ⅰ이 도리어 은행들의 효율적 위험관리기법의 발전을 저해하고 규제회피 행위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공통으로 준수되는 은행 리스크 관리의 최적 관행 수립을 목표로 바젤Ⅰ개정 작업이 진행됐으며, 약 6년이라는 장기간의 작업을 거쳐 2004년 6월 ‘신(新)바젤자기자본협약’(바젤Ⅱ)이 발표됐다. 바젤Ⅱ는 다양한 위험요인을 반영하고 차등적인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한편 개별 은행에 위험측정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 자본비율 산정방식의 개선을 도모하였다. 또한 최저자기자본비율(필라 1) 규제 외에 각국 정책당국의 감독기능(필라 2) 및 시장규율(필라 3) 강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 종합적인 은행감독체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바젤Ⅱ의 큰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바젤Ⅱ로도 위기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하여 바젤위원회는 기존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을 아우르는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바젤위원회는 G10 위주의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 외연을 확대했다. 2009년 3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7개국에 이어 6월에는 주요20개국(G20) 전체 및 홍콩과 싱가포르에도 문호가 개방되면서 현재 27개 회원국 체제가 이루어졌다. 위기 극복 및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바젤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바젤위원회는 2010년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의 승인을 거쳐 12월 16일 ‘은행 부문의 복원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규제 체계’ 및 ‘유동성 리스크 측정, 기준 및 모니터링을 위한 글로벌 규제 체계’ 등 두 개의 문서로 구성된 바젤Ⅲ를 발표했다. 바젤Ⅲ에서는 손실흡수력이 가장 높은 보통주 자본의 비율을 일정 수준(4.5%) 이상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부채와 자본의 중간 성격을 지니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의 자기자본 인정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자본의 질을 향상시켰다. 아울러 위기로 인해 자본이 빠르게 소진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은행들에 최저자본비율에 더하여 2.5%의 추가자본(자본보전완충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한편 국가별로 당국이 경제 성장 추세에 비해 은행의 신용공급이 지나치게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2.5% 한도 내에서 추가자본(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위험가중치를 고려하지 않고 총익스포저(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액) 대비 3% 이상의 자본을 유지하도록 하는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신설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가 은행들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서 유동성 규제 체계가 도입됐다. 이 외에도 바젤위원회는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 주목해, 이른바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대해서는 추가 자본규제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완전한 규제란 있을 수 없으며, 바젤 규제 역시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교훈으로 하여 바젤Ⅲ가 설계됐지만, 거래기법과 금융상품이 날로 복잡·다양해지고 금융기관들이 규제를 피해 수익을 올리려는 유인이 존재하는 한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허점이 발견되고 그에 대응해 앞으로 바젤Ⅳ,Ⅴ가 출현할지도 모를 일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초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절한 규제 정비는 불가피하다. 다만 지나친 규제는 금융산업의 발전 및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공동기획 서울신문·한국은행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 제2차 세계대전 중 44개 연합국이 체결한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1944년 구축된 국제 통화협정 체제다. 미 달러화와 금 및 다른 국가 통화 간 고정 교환 비율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체제는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이 재정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면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1년 달러를 금(금 1온스=35달러)으로 바꿔주던 ‘달러의 금태환’의 정지를 선언함에 따라 붕괴됐다. ■위험가중자산 신용대출, 담보대출 등 은행의 자산에 내재된 위험 수준을 계량화한 수치(위험가중치)를 곱한 뒤 이를 다 더한 자산규모를 뜻한다. 은행의 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는 이 위험가중자산, 분자는 은행의 자기자본이 된다. 예를 들어 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경우 각각의 금액에 신용등급에 따라 0~150%의 위험가중치를 곱하여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한다. 현재 바젤 규제에서는 신용위험(차주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실가능성), 운영위험(은행 내부 절차의 부적절성, 인적 오류 등으로 인한 손실가능성), 시장위험(보유자산의 시장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가능성) 등을 반영하여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 [서울광장]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진경호 논설위원

    올해, 다시 말해 5년마다 한 번씩 맞는 새 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통령을 묘사하는 키워드는 ‘불통’이 될 모양이다. 야당은 연신 주술을 외듯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불통’을 읊조리고 있고, 안녕들 하신지 묻기 바쁜 세상은 온통 ‘불통’이란 단어로 안부를 전한다. ‘불통’은 이제 세상의 모든 모순과 불의, 그리고 내 고단한 삶의 시발(始發)을 뜻하는 모태어가 된 듯하다. 억울할 법도 해 보인다. 불통이라니, 아니 얼마나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박 대통령의 입을 대신하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 큰 입으로 ‘자랑스러운 불통’이라는 형용모순의 해괴한 표현까지 끄집어낸 걸 보면, 그래서 뭇매를 자청한 걸 보면 청와대의 분기탱천이 가늠된다. 박 대통령이 정녕 ‘불통령’인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시장과 산업현장 등을 돌며 만든 박 대통령의 ‘깨알수첩’과 네티즌들의 거친 욕설까지도 끌어안은 청와대 홈페이지, 그 어느 정부에서보다 많은 성과를 거둔 민원해결 실적 등은 청와대가 주장하듯 분명 ‘소통의 증거들’이다. 역사와의 대화 못지않게 바닥 민심과의 소통을 무겁게 생각하는 게 정치인 박근혜의 캐릭터인 듯도 하다. 그러나 정작 소통은 이런 ‘증거’가 아니라 ‘인식’에 의해 존재 여부가 가려진다. 소통이라 말하고 불통이라 듣는다면 둘의 관계는 불통이다. 투입요소가 아니라 산출 결과에 의해 소통과 불통이 결정되는 것이다. 대중권력에 기반한 현대 정치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초인적 능력을 발휘한다 한들 대중이 외면하면 그만이다. 정치학자 노이슈타트의 말처럼 ‘설득’(소통)과 ‘흥정’(정치력)의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리더십이 빛을 보는 것이다. 정치학자 그린슈타인이 2000년 펴낸 역저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부터 빌 클린턴까지 11명의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대중과의 소통’, ‘조직·인사 능력’, ‘감성지능’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분석한 이 연구에서 대통령 평가는 결국 소통에서 갈렸다. 조직·인사 능력이 형편없었던 루스벨트와 별다른 실적도 없고 사생활이 문란하기 짝이 없던 존 F 케네디, 정치 경험이 일천한 로널드 레이건이 역대 가장 뛰어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건 바로 대중과의 소통과 정치력에서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통찰력과 조직관리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상황파악 능력이 뛰어났던 리처드 닉슨 등이 인색한 평가를 받은 것도 소통에서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취임 첫해 성적표가 50% 안팎의 지지율로 마무리될 듯하다. 한국 갤럽의 지난 16~19일 조사에선 48%, 리얼미터의 16~20일 조사에선 51.8%로 국정지지도가 내려앉았다. 대선 때 얻은 득표율 51.6% 언저리를 맴도는 수치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열 달 동안 쉼 없이 달렸건만, 5차례의 해외 순방 등을 통해 26개 나라 정상과 30차례에 걸쳐 회담하고 이를 통해 그들과 신뢰를 쌓고, 그 힘으로 북한발 안보위기와 요동치는 동북아의 격랑을 헤쳐왔건만, 게걸음 치던 경제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건만,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시큰둥하다. 게다가 불통이란다. 시쳇말로 본전도 제대로 못 건진 셈이다. 불통 비난에 담긴 메시지는 둘 중 하나다. 소통 방식이 잘못됐거나, 야당의 덧씌우기 공세에 패했거나…. 무엇이든 새 정부의 청와대는 프레임 전쟁에서 지고 있다. “공약의 완급을 조절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공약 파기”라는 야당의 딱지 붙이기에 파묻혔고, 작금의 철도파업 논란의 와중에선 ‘공기업 민영화’가 이제 더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돼 버렸다. 이 홍보수석은 국정 홍보와 대통령 이미지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억울해할 게 아니라 긴장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자처한다면 말이다. jade@seoul.co.kr
  • [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올 한 해 국제뉴스의 최고 이슈메이커를 선택하라면 단연 에드워드 스노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년 5개월 남짓 국제부 기자로 일하면서 단일 인물·사건으로 스노든을 가장 많이 기사화하기도 했지만, 그의 폭로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파문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컴퓨터 기술자인 스노든은 지난 6월 10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NSA가 ‘프리즘’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을 시도하고 컴퓨터를 해킹, 이메일을 들여다본 사실을 폭로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가디언 보도 직후 미 정보당국은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스노든의 주장은 과대망상에서 비롯됐으며, 자신들은 합법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성명이 거짓말로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디언은 스노든의 1급 기밀문서를 인용, 전 세계 970억건의 도·감청이 이뤄진 지역과 국가별 정보 수집 빈도를 담은 ‘첩보감시 세계지도’를 세상에 공개해 버렸다. 다급해진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프리즘이 미 의회가 허가한 비밀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화살을 맞은 공화당은 스노든을 국가 기밀을 국외에 넘긴 ‘반역자’로 지목, 무차별 색깔론으로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는 미 워싱턴포스트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을 통해 점점 더 확산됐다. 주미 대사관을 포함해 38개국의 외국 공관 인터넷과 팩스가 도청당한 사실이 드러났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전 세계 35개국 정상의 개인 통화도 감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메르켈이 도청당한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말렸을 것”이라면서, 짐짓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고 변명한다. 결국 이 해명도 NSA의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NSA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불법 도·감청 행위를 시인하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현재 진행형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조사로 댓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을 위한 의도적인 여론 조작’이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개인적 일탈’이라는 변명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익을 위한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두 정보기관장의 뻔뻔한 해명에도 수법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의도에서 너무나 판이한 두 사건을 보고 있자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나마 미국은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개혁의 길을 선택했다. 거짓은 숨길수록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는 더 커진다는 사실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직접 경험했던 역사적인 교훈 덕분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2013년 12월 국정원과 대한민국의 솔직한 고백이 필요한 때다. goseoul@seoul.co.kr
  • 렌즈로 바라본 세상… 볼 만한 사진전 셋

    렌즈로 바라본 세상… 볼 만한 사진전 셋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작가가 바라본 세상은 그 시선에 따라 고스란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된다. 우연일까. 두 사진 거장의 전시가 연말부터 시작해 해를 넘기며 국내 관람객과 만난다. 미국인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포착한 스위스 출신의 유대인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89)와 ‘점프 샷’으로 알려진 필립 할스먼(1906~1979)이다. 비슷한 시기, 한국과 동남아 10개국의 대표 사진작가들도 ‘시차: 변화하는 풍경, 방랑하는 별’이란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다. 냉소… 다큐사진 선구자 ‘로버트 프랭크’전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로버트 프랭크’전은 20세기 현대사진 역사의 거장을 국내에 본격 소개하는 자리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미술관이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랭크의 원판 사진 115점을 내걸었다. 2004년 ‘미국인’ 연작 일부가 국내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전반을 소개하는 자리는 처음이다. 70년간 작가가 찍어온 사진들은 과감한 노출과 구도,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않은 기괴한 표현을 통해 정치·사회적 상징성을 드러낸다. 목 아랫부분만 등장하는 인물사진, 배경에 초점을 맞춰 인물은 흐릿하게 표현된 여배우 사진 등은 당시 분위기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낯선 앵글의 작품들이었다. 거대 미술재단(구겐하임)의 후원을 받았음에도 미국을 조롱하고 냉소적으로 묘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작가에 대한 평가는 급격히 바뀌었다. 작가는 스위스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취리히, 바젤, 제네바의 아틀리에를 돌며 사진을 배웠다. 1947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작가는 남아메리카와 유럽의 모습을 주로 렌즈에 담았다. 이후 미국 전역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촬영한 미국인 시리즈 중 일부를 골라 1958년 출간한 사진집 ‘미국인들’에는 세계대전 승리 이후 한껏 들떠 있던 미국, 미국인이 담겼다. 성인 6000원, 학생 5000원. 점프… 필립 할스먼 ‘점핑 위드 러브’전 피사체가 뛰어오르는 순간을 포착한 일명 ‘점프 샷’으로 유명한 사진가 필립 할스먼의 사진도 한국을 찾았다.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점핑 위드 러브’전은 200여점의 사진을 통해 작가의 농익은 솜씨를 엿보게 한다. 작가는 라이프 매거진 표지에 101번이나 사진을 실으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진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활짝 웃으며 즐겁게 뛰어오르는 모습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나 메릴린 먼로, 화가 마르크 샤갈도 예외가 아니었다. 작가는 ‘사람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작가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작품을 남겼다. 리처드 닉슨·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외에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등의 내면을 끄집어냈다. 먼로의 사진은 사후 50년 만에 국내에선 처음 공개되는 컷이다. 성인 1만 2000원, 청소년 1만원. 아시아… ‘한-아세안 현대미디어아트’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28일~12월 5일), 서울시청 시민청(12월 3~13일)에서 열리는 ‘2013 한·아세안 현대미디어아트전’은 감춰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아시아 10개국에서 초청된 18명의 작품과 함께 한국 작가 5명이 각각 아시아 2개국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작품 등 9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작품들에는 역사적 사건이나 정신에 대한 재해석, 변화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 아세안 국가들의 정체성이 녹아 있다. 전통의 계승과 미래적 가치라는 아시아 국가 공통의 고민도 담겼다. 전시를 기획한 신수진 아트디렉터는 “예술가들이 바라본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 갈등과 화합, 변치 않는 과거에 대한 존중 등의 메시지가 실려있다”고 설명했다. 무료 관람.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한길 “아버지 대통령 각하 호칭 ‘어버이 수령’ 닮았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7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34주기 추도식에서의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발언과 관련,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는 극존, 찬양 호칭은 (북한) 부자세습 정권의 ‘어버이 수령’이란 신격화 호칭과 매우 닮아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러한 호칭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며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을 북한 세습체제에 빗대어 비난,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또 손 이사장의 추도사에 대해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 ‘한국에는 독재가 필요하다’ 등 온갖 망언들이 쏟아졌다고 한다”며 “이 땅에서 다시 영구집권을 꿈꾸는 유신잔존세력들이 독초처럼 우리 사회에 자라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지금 헌법 불복 세력과 싸우고 있다”고 규정한 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 헌법 불복이라면 이를 비호하고 은폐·방조하는 행위 역시 헌법불복”이라며 “헌법불복 행위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은 방조이며 헌법에 대한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을 동원한 조직적 대선개입은 정권 연장 차원의 범죄이며, 이를 은폐·축소하는 수사 방해나 외압 역시 중대범죄”라면서 “워터게이트 사건도 은폐기도가 더 큰 쟁점이었다”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집권세력은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 사실이 탄로나자 이를 덮으려 온갖 무리수를 둔다. 참으로 철면피한 일로, 분통이 터진다”며 “이런 식으로 한다면 앞으로 어떤 수사결과, 재판결과가 나오든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정국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경질된 윤석열 전 수사팀장에 대해선 “죄가 있다면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맡은 바 직무에 충실했다는 것”이라며 “이건 죄가 아니라 훈장을 줘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박 대통령의 사과 및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 천명을 비롯, ▲국정원장-법무장관-서울중앙지검장 문책 ▲윤석열 전 팀장의 특임검사 지명을 통한 특별수사팀의 수사권 보장 ▲국정원 등 국가기관 제도개혁 등을 거듭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드 톡톡] “잘하라는 뜻에서” 말레이시아 대학 김정은에 박사학위

    [월드 톡톡] “잘하라는 뜻에서” 말레이시아 대학 김정은에 박사학위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경제체제로 손꼽히는 북한을 이끌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경제학 박사가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김 제1위원장이 말레이시아 헬프 종합대로부터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 대학이 외국 수반에게 명예박사 칭호를 준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3일(현지시간) “도대체 왜 이 대학이 세계에서 가장 고장난 경제 체제를 가진 나라의 지도자에게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는지 알아봤다”며 “이 대학은 1986년에 설립된 진짜 대학이었다”고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이날 김 위원장에게 박사 학위를 수여한 이유를 설명한 헬프대 폴 챈(70) 총장의 서한을 게재했다. 폴 챈 총장은 “김정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리를 만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교육을 이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전 세계의 열린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학 박사인 챈 총장은 “앞으로 6년 안에 북한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대화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북한으로 몰려들어 지원과 투자를 제안할 텐데 내가 그들보다 다소 앞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971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으로 중국이 개방됐다면서 이제 북한 차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교육의 기회에 굶주려 있다”며 “(북한과 같은) 폐쇄 사회에서 더 많은 말랄라(파키스탄 여권운동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정은 말레이시아 대학 명예경제학 박사 된 사연

    김정은 말레이시아 대학 명예경제학 박사 된 사연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경제체제로 손꼽히는 북한을 이끌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경제학 박사가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김 제1위원장이 말레이시아 헬프 종합대로부터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 대학이 외국 수반에게 명예박사 칭호를 준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23일(현지시간) “도대체 왜 이 대학이 세계에서 가장 고장난 경제 체제를 가진 나라의 지도자에게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는지 알아봤다”며 “이 대학은 1986년에 설립된 진짜 대학이었다”고 전했다. FP는 이날 김 위원장에게 박사 학위를 수여한 이유를 설명한 헬프대 폴 챈(70) 총장의 서한을 게재했다.  폴 챈 총장은 “김정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리를 만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교육을 이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전 세계의 열린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학 박사인 챈 총장은 “앞으로 6년 안에 북한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대화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북한으로 몰려들어 지원과 투자를 제안할 텐데 내가 그들보다 다소 앞서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971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으로 중국이 개방됐다면서 이제 북한 차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교육의 기회에 굶주려 있다”며 “(북한과 같은) 폐쇄 사회에서 더 많은 말랄라(파키스탄 여권운동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한층 유연해진 이란 대통령 34년 만에 美대통령 만날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서방 국가의 경제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서방 세계에 “철천지원(크나큰 원한)의 시대는 갔다”면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건설적인 관계를 맺자고 호소했다. 앞서 18일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개발 의도를 강력 부인한 데 이어 나스린 소투데 변호사를 비롯한 정치범 10여명을 전격 석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 중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미국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경우 이는 1979년 이후 34년 만의 양국 간 정상회동으로,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비견되는 대형 이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부고] ‘닉슨 인터뷰’ BBC 간판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미국 언론인들을 제치고 인터뷰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 BBC의 간판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31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숨졌다. 74세. 유가족은 프로스트가 이날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발한 크루즈 여객선 퀸 엘리자베스 선상에서 연설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프로스트는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 3년 뒤인 1977년 인터뷰해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받아내 세계적인 명사가 됐다. 2008년에는 프로스트가 닉슨 전 대통령과 인터뷰하기까지의 뒷이야기를 담은 영화 ‘프로스트 대 닉슨’(론 하워드 감독)이 제작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미·중 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시진핑 환송직후 골프장行 ‘화제’

    [미·중 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시진핑 환송직후 골프장行 ‘화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끝내기가 무섭게 현지에서 연거푸 두 차례나 골프를 즐겨 화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이틀간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시 주석 일행을 환송한 직후 곧장 서니랜즈 내 9홀 골프장으로 직행했다. 하와이 고향친구 세 명이 라운딩 동반자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오전에도 한 차례 더 골프를 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현지에 더 머물면서 골프를 즐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고향친구까지 미리 부른 것은 아예 작심하고 골프를 계획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서니랜즈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고 싶은 욕심에 시 주석에게 당초 예정에 없던 ‘번개 정상회담’을 제안한 게 아니냐는 농담까지 회자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라운딩을 하기 위해 부인 미셸과 두 딸을 따로 스키 여행을 보내고 혼자 플로리다에 갔을 정도로 못말리는 골프광이다. 한편 시 주석은 지난 7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중국 최고급 술 마오타이(茅臺)로 건배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오타이는 1972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국교 정상화를 위해 방중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을 위해 주최한 만찬에서 건배주로 사용됐다. 시 주석이 이런 상징성이 담긴 마오타이를 준비한 것은 이번 회담을 새로운 대국관계 구축의 이정표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8일 산책에서 각각 자신의 불우한 성장기를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총리였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의 실각 이후 10대 소년 시절 하방(下放)당한 경험을 얘기하며 “당시 중국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정상회담 평가 전문가 인터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정상회담 평가 전문가 인터뷰

    지난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이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역사상 최고의 파격적 형식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두 정상이 완전하고 절대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획기적 회담 결과는 두 강대국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데탕트(긴장완화)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이번 회담의 형식과 결과가 새로운 미·중관계의 서막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로 인해 세계질서가 다시 쓰여지는 것인지에 대해 세계는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양국의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회담의 성과와 향후 양국 관계 전망을 들어봤다. ■앨런 롬버그 美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 “美·中정상 새 관계 구축 성공적” “두 정상 간 새로운 관계 구축이 목표였다고 본다면 이번 회담은 성공적이다.” 앨런 롬버그 미국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은 9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끝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롬버그는 국무부 정책기획국 부국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 분석관 등을 역임한 미국 내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다.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나. -양국이 당초 설정한 회담의 목표는 두 정상 간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회담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협력’을 말했고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회담 결과는 앞으로 양국 관계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줄 것이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의 의미를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 간 만남에 견줬는데. -양국 관계가 의미심장하고 진지하게 변화할지, 전략적 긴장관계가 완화될지 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싶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8시간이나 만나는 등의 파격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점에는 동의한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의 형식에 의기투합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타이밍상 오는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는 것보다 시기를 앞당긴 건 잘한 일이다. 수도에서의 퍼레이드나 공식 만찬 등 격식을 갖춘 회담에 비해 이런 비공식 회담은 이점이 많다. 원고 없이 오랜 시간 대화하다 보면 진정한 속내를 교환할 수 있다. →두 정상의 친분이 두터워진다 하더라도 시 주석의 경우 중국 특유의 집단 지도체제 때문에 재량권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색이 ‘넘버원 권력’인데, 이런 식의 회담이 아예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시 주석이 이런 파격적인 형식의 회담을 수용한 것 자체가 그의 파워를 보여 준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시 주석은 국가이익과 직결되는 현안을 다루는 데는 조심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정상도 마찬가지다. 시 주석이 귀국한 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와 논의하게 되는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도 각종 현안에 대해 내각은 물론 의회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시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보나. -후 전 주석에 비해 시 주석이 더 개방적인 성격인 것 같다. 대화를 피하지 않고 원고 없이 말하는 경우도 더 많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국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완전한 합의’를 이룬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반적인 톤은 긍정적인 게 틀림없다. 물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국이 강한 어조로 미래의 협력을 말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중국의 대북 입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나. -2010년 북한의 도발(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 북한을 감싸고 돈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자세는 협조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붕괴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본다. →최근 재개된 남북대화를 미·중은 지지할까.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모든 나라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주의깊게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대화 테이블에 올린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비핵화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화 기류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북한이 확실하게 대화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나. -단기간 내 도발은 안 할 것이다. 지금은 도발하면 중국으로부터 ‘징계’와 불이익을 받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왜 대화 기조로 돌아섰을까.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 대화를 재개하는 게 유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진찬룽 中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中의 변화는 北태도 수정 전략” “중국은 제3자와 북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지만 이번 정상 회동에서 보듯 많이 달라졌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북핵 불용(不容)’을 함께 천명했고,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때도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화를 종용하고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를 하기 전까지 중·북 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중·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중국의 대북 전술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진 부원장은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박사 출신으로 중·미 관계, 중국 국내와 한반도 문제 등에 정통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미 두 정상의 북핵 불용 선언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보나. -북에 근신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더 이상 도발할 경우 아무도 북한과 상대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의 대북 태도 변화가 이번 정상회담에 반영됐나. -과거 중국은 북한의 기분을 살피느라 제3자와 북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으나 이제는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는 북에 대한 압력 행사다. →중국은 대북 문제에 있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북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 때 ‘대화’는 언급했으나 중국이 요구한 비핵화는 말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는 어렵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서는 등 미국에 이어 한국과도 만난다. 반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북·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한·미가 대북 공조를 이룬다면 북한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고 결국 우리의 요구(비핵화)에 응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대북 정책 변화를 말하나. -아니다.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만 중국은 북한이 정책을 바꾸기만 바랄 뿐 북이 계속 완충지대로 남길 바란다. 다만 북의 태도를 수정하기 위해 전략만 바꿨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이 ‘북핵 불용’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란 반응도 있는데. -일관적인 입장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미가 뜻을 모아 재천명한 것은 처음이어서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중·미 양국 지도자가 개인적인 신뢰를 형성하고, 중국이 요구한 새로운 대국 간 관계에 대한 의견 일치를 이뤘다. 북핵·군사교류 개선·사이버 안전·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다. 양국 정상 간 상호 방문, 통신, 전화 등의 교류를 강화하고 각 부문 간 소통을 넓혀 양국의 갈등을 관리하기로 했다.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 영토분쟁 문제에 있어 미국에 우리의 반대 편에 서지 말아 달라고 말했지만 미국 측 발표로 볼 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은 누구에게 더 이득인가. -중국이다.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 기존에 랜초미라지 서니랜즈로 초청됐던 원수들은 모두 영어권 국가나 미국의 맹방이었다. 이번에 중국을 초청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친구라는 점을 인정하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오바마는 이번 회담에 대한 미국 엘리트층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초청했다. 미 엘리트층은 아직 중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오바마가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 →아메리칸드림과 시 주석이 주창한 ‘차이나드림’은 시 주석의 말처럼 서로 통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반론이 많은데. -차이나드림은 당초 중국 내 좌우 간 이데올로기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해 탄생한 개념이다. 외부 세계에서는 이를 민족주의 회귀로 해석했다. 중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한 뒤 다시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면서 국가도 더불어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미로 이 개념을 개선했다.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부분이 포함되면서 아메리칸드림과도 통하는 부분을 갖게 됐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미·중 정상회담] 美 “닉슨·마오 이후 가장 중요한 회담” 中 “신형 대국관계 구축 의지 확인”

    전례 없이 파격적이었던 이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면서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의 만남 이후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회담은 파격적이고 회동 시간이 8시간이나 됐으며, 두 정상 모두 임기(오바마는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열려 의미가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크로퍼드 목장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그때 장 주석은 임기 말이었고 회동 시간도 1~2시간밖에 안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인민대 국제관계연구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도 “신형 대국관계 구축에 대한 양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한편 군사협력 등 구체적인 이슈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매우 큰 성과”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두 정상이 격식을 벗어던짐으로써 인간적 친밀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형식을 중시하는 중국 지도자가 무려 8시간이나 미 정상과 얼굴을 맞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평가다. 특히 과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회담장에서 준비한 원고를 낭독하는 수준의 대화를 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답답함을 토로한 전례에 비춰 보면 엄청난 진전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중국이 집단 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이 현안을 좌우하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도 있다. 랜초미라지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두정상 ‘적과의 동침’ 커플 될까

    7~8일(현지시간)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백악관이 아닌 휴양지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 대통령들은 인간적 친밀도를 과시하는 휴양지 회동을 주로 동맹국 정상에 대한 ‘선물’ 격으로 활용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6일 과거 라이벌 국가의 정상들이 인간적 유대관계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몇몇 사례에 빗댔다. 1985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처음 만났을 때 강하게 끌렸고, 당초 15분으로 예정된 환담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레이건은 나중에 “고르바초프에게는 그전 소련 지도자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따뜻함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갈수록 두터워졌고 고르바초프는 획기적인 개혁·개방에 나서게 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베이징으로 날아가 1주일 동안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마오타이를 건배하며 신뢰를 쌓았고, 중국은 국제사회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뒤 “그(푸틴)의 눈에서 영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믿을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고, 미국은 동유럽에서 미사일방어(MD)망 구축을 포기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시 주석이 종전 중국 지도자와 달리 인간적 관계를 맺는 데 적극적이며 미국민들과의 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평하고 있다. 랜초미라지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오바마·시진핑 새달 첫 회담… 北核 해법 나오나

    오바마·시진핑 새달 첫 회담… 北核 해법 나오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5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주요 2개국(G2)인 미·중 정상이 회동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달 7~8일 시 주석과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 있는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만날 예정”이라면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오는 26~28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21일 시 주석이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트리니다드 토바고,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 중남미 3국을 국빈방문한 뒤 미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시기와 장소 두 가지 측면에서 특이하다. 우선 두 정상이 오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날 것으로 예상돼 왔다는 점에서 보면 회담 시기가 3개월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미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조사 논란 등으로 처한 정치적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 외교적 ‘빅 이벤트’를 급하게 마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집권 2기에 약해지는 국내정치적 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곤 했다”고 보도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취임 후 2년 만에 미국을 처음 방문한 데 반해 시 주석은 취임 후 3개월 만의 방미라는 점도 이번 정상회담이 ‘번개 만남’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는 대목이다. 시 주석이 중남미 3국을 방문한 뒤 귀국 길에 미국을 들르는 것도 일정이 급하게 추가된 느낌을 준다. 정상회담 장소도 ‘오바마 스타일’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자들에 비해 실무적인 백악관 정상회담을 선호해왔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도 별로 활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서부의 캠프 데이비드’로 불리는 서니랜즈를 회담 장소로 택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서니랜즈는 언론재벌로 주영 대사를 지낸 고(故) 월터 아넨버그가 만든 휴양지다. 11개의 인공호수와 9홀 골프장 등 위락시설을 갖춘 이 곳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대통령 등이 휴가를 즐겼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매년 새해를 이 곳에서 보냈다.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1990년 이 곳에서 가이후 도시키 일본 총리에게 국빈만찬을 대접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곳에서 휴가를 즐겼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같은 고급 휴양지를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 장소로 택한 것은 격식을 벗어나 인간적인 친밀감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정상이 ‘노 타이’는 물론 반바지 차림으로 함께 망중한을 보내는 그림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핵과 이란핵, 시리아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파격적 대접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그외에도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많은 민감한 의제가 놓여 있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를 마냥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마오쩌둥이 사랑한 최고급 술 마오타이의 하소연

    [투데이 인사이드] 마오쩌둥이 사랑한 최고급 술 마오타이의 하소연

    중국 최고급 술의 대명사인 마오타이(茅台). 중국인들이 국부로 추앙하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마셨고, 국빈 만찬 등에는 빠짐없이 테이블에 올려져 국주(國酒)로 불린다. 1972년 마오쩌둥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 회동 당시 전 세계 TV를 통해 두 정상이 마오타이를 마시는 모습이 방영돼 더욱 유명해졌다. 그런 마오타이가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사정 행보 속에 공직자들이 마오타이를 멀리하기 시작한 데다 유해 성분 논란으로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가격이 연일 폭락하고 있다. 제조업체인 구이저우(貴州)마오타이의 주가도 폭락해 지난 8개월간 무려 990억 위안(약 18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지난해부터 내림세로 돌아선 마오타이의 가격은 최근 들어 더욱 급격한 하락세다. 17일 현재 가장 보편적인 500㎖짜리 페이톈(飛天)마오타이 알코올 함량 53도 제품은 도매가 기준 895위안(약 1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주류도매업체 바이주후이(百酒匯) 관계자는 “1500위안에 거래되다 춘제(春節·설) 직후 1300위안으로 내렸고, 이제는 800위안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 시내 37개 마오타이 전문점의 소매가는 여전히 1319위안이지만 지난해 초에 비하면 1000위안 넘게 빠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후룬(胡潤)의 중국인 선물 선호도 조사에서도 마오타이의 순위는 지난해 5위에서 올해는 13위로 밀려났다. 마오타이는 알코올 함량 38도, 43도, 53도 등으로 종류가 수십 종이다. 알코올 함량이 높고, 제조된 지 오래된 제품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60년 숙성 제품의 경우, 경매에서 수백만 위안에 낙찰되기도 한다. 그런 탓에 뇌물성 선물용이나 접대용으로 애용돼 왔다. ‘마실 사람은 안 사고, 산 사람은 마시지 않는다(喝者不買, 買者不喝)’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오타이의 가격 하락은 공직사회에 불어닥친 반부패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중순 마오타이 가격이 떨어지자 중국 언론들은 같은 해 3월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가 공금을 이용한 고급 술과 담배 등의 구입 제한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 지도자인 시 주석이 강력하게 부패 척결을 추진하면서 마오타이의 수난은 한층 심해졌다. 마오타이 주 소비 집단인 군에는 아예 금주령이 내려졌다. 공직자들이 당국의 눈을 피해 생수 페트병에 마오타이를 채워 마시다 적발됐다는 보도가 나온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시 주석이 처음 주재한 보아오(博鰲)포럼 만찬장에는 마오타이가 아닌 비교적 저렴한 창청(長城) 와인이 나왔다. 몰락을 초래한 또 다른 이유는 품질 때문이다. 지난 연말 마오타이는 물론 주구이(酒鬼) 등 유명 백주에 가소제가 함유된 사실이 드러난 것을 시작으로 연일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합성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암 등을 유발한다. 백주는 물 이외에 첨가제 없이 수수 등 100% 곡물만을 발효시켜 빚는 증류주다. 하지만 대부분 제조업체들은 증류주 원액에 싸구려 알코올 주정을 비롯해 각종 화학물질을 섞는다. 중국중앙(CC)TV는 최근 고발프로그램을 통해 백주에 20~30개 종류의 첨가물이 들어간다고 폭로했다. 당국은 백주 제조 시 주정 등 일부 첨가제를 넣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이들 혼합 제품을 100% 순수 증류주라고 광고하는 데다 백주 제조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어떤 원료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중국 백주질량감독검사센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백주 제품이 100% 증류주로 만들어진 것인지, 각종 첨가제를 섞어 만든 것인지 검사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시중 판매 백주에 대한 성분 파악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술이나 알코올 주정 보관 용기로 여전히 플라스틱 통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소제가 함유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연말 언론 보도로 백주의 가소제 함유 문제가 불거지자 유명 백주 회사들은 “백주를 대량으로 보관할 때 사용하는 용기를 가소제가 새는 플라스틱 통에서 스테인리스 통으로 바꿨다”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없다는 얘기다. 업체들이 각종 첨가물을 섞어 백주를 만드는 것은 돈 때문이다. 한 업자는 “증류주 원액만으로 술을 만들면 원가가 비싸 원액과 물, 그리고 주정을 혼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독특한 백주의 향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화학 첨가제를 넣는다”면서 “3위안짜리 백주나 마오타이 등 초고가 백주나 똑같다”고 말했다. 증류주 원액으로 만든 백주는 t당 1만 8000위안인 반면 주정과 각종 첨가제를 섞어 만든 백주는 원가가 t당 3000위안으로 여섯 배가량 차이 난다는 것이다. 마오타이는 물론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우량예(五梁液), 수이징팡(水井坊) 등도 마찬가지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말 홍콩에서 페이톈마오타이 53도 제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가소제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기준치보다 1.2배 높은 ℓ당 3.3㎎이 검출됐다. 최근에는 마오타이 제조용 수수 생산 농지에서 고농축 농약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 주간지가 폭로하기도 했다. ‘가짜 마오타이’가 범람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마오타이 생산지인 구이저우성 상무청의 천유타이(陳有台) 부처장은 지난해 4월 “시중에 유통되는 마오타이의 90%는 가짜”라고 확인했다. 생산업체가 유통량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데다 유통업체들이 많아 유통 경로를 파악하기도 어려워 상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들다는 항간의 소문이 확인된 것이다. 제조업체 측이 “시중 유통량의 5%만 가짜”라고 해명했지만 누구도 믿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공장 바로 앞의 전문점에서조차 가짜 마오타이를 팔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 같은 인식 탓에 군 등 특수 집단에만 특별하게 납품되는 ‘특공’(特供) 제품이 인기를 끌지만 최근에는 특공도 대부분 가짜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론 마오타이의 몰락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오타이에 대적할 만한 고급 술이 사실상 없는 데다 어차피 ‘체면’으로 마시는 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제 발전으로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독주보다는 저알코올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어 마오타이가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마오타이는 최근 올해 매출 목표를 20% 하향 조정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정신질환’ 지도자가 위기 극복 더 잘한다고?

    대선을 앞두고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이때, 성공적 리더십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터프츠 의대 교수인 정신과 의사 나시르 가에미가 쓴 신간 ‘광기의 리더십’(학고재 펴냄)이다. 위기 때는 정신적으로 정상인 지도자보다 정신질환이 있는 지도자가 더 낫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그 근거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지도자들의 인생과 업적을 통해 정신의학적으로 규명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정신질환은 우울증과 조증 등 사고력과는 무관한 기분 장애 등 평범한 수준의 것으로, 그들이 실제로 혹은 항상 그런 질환을 보였다는 게 아니라 질환에 동반되는 여러 요소들이 지도자의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위기시에 빛난 광기의 리더십을 보인 이들의 공통적 특성은 총 4가지.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를 가진 지도자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냉철하게 간파한다. 영국의 처칠 총리와 미국 링컨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간디와 마틴 루서 킹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을 가졌고, 미국의 두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케네디는 시련과 역경에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반면 저자는 리처드 닉슨, 조지 W 부시, 토니 블레어같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리더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난국을 헤쳐 나가지 못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나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리더십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저자는 나치 지도자 24명을 2년에 걸쳐 면담한 결과, 그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었고 선동적 정치가인 히틀러에게 조종당했다고 분석한다. 1만 8000원.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특혜’는 없다… 스스로 돈 버는 美 대통령들

    ‘조지 워싱턴부터 아들 부시까지 퇴임 후로 본 미국 대통령의 역사’(레너드 버나도·제니퍼 와이스 지음, 이종인 옮김, 시대의창 펴냄)는 낄낄거리며 읽어나가기 좋다. 일단 다루는 대상이 온 국민의 안줏거리, ‘정치’와 ‘대통령’이다. 거기다 퇴임 뒤 얘기다.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기 바빴던 현역 때와 달리, 권력의 금단증상을 겪던 시절 얘기니 그 얼마나 인간적(?)이겠는가. 그 깨알 같은 재미에다 서양인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체가 뒷받침됐다. 그래도 역시 눈에 띄는 건 한국 상황과 겹치는 부분이다. 그전에 차이점은 감안하고 봐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에게 대중의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의회의 독재를 막으라는 사명을 줬지만, 그렇다 해서 왕이 될 빌미만큼은 한사코 주지 않으려 들었다. 정치인을 싸잡아 비난하는데 일가견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포퓰리즘에 대한 저항은 쉽게 인정한다. 그러나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은 비교적 약하다. 아니, 약한 걸 넘어서 은연중에 왕이길, 그것도 성왕(聖王)이길 바란다.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진영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개명했다는 진보 진영도 매한가지다. 제왕적 대통령이 그렇게 싫다면서도 분권형 총리 정도만 얘기하지 의회 권한 강화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 의회 권한 강화가 보수 대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과 강력한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이유로 든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건 반대하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제왕이건 성왕이건 왕은 왕이라는 점이다. 이런 차이를 감안하면 재미는 배가된다. 일단 미국은 19세기 말까지 대통령에게 월급이나 비용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과 동시에 땅 팔고 집 팔아 직원 채용하고 만찬을 차려야 했다. 재테크에 능한 대통령이야 버텨낸다. 재주 없는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 전 재산을 탕진했다. 작은 정부, 균형 예산을 강조한 버지니아주 출신 대통령들, 그러니까 오늘날 미국 보수주의의 정신적 고향이라 부를 만한 대통령들의 눈물겨운 사연이 나열되어 있다. 연방파와 공화파의 대비가 빼어나 흥미롭게 읽힌다. 그 가운데 우리 귀에 익숙한 사람 하나 고르라면 역시 토머스 제퍼슨이다. 세계 최고 도서관 가운데 하나인 미국 의회도서관은 지금도 도서관 설립 초기 제퍼슨의 기여를 기리고 있다. 영국군이 도서관을 불태웠을 때 책을 채워준 이가 제퍼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공화주의 계몽의 이상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제퍼슨의 결단 덕분이 아니다. “1814년 재정 상태가 너무 위태로워지는 바람에 애지중지하던 장서 6000권을 미 의회에 팔아야” 했다. 그 대금 2만 4000달러는 “당시 시세의 절반”이었고 이 돈은 빚잔치에 쓰였다. 장서가였던 제퍼슨은 그 책들이 아까워 몇 해를 끙끙 앓았다 한다. 한 술 더 떠 연금도 없었다. 국회의원이나 법관들, 장군들에겐 혜택을 주면서 대통령만큼은 단 한 푼도 안 줬다. “왕족의 특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 덕에 퇴임 뒤 고향에 갈 기차 삯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거나, 죽어서 장례 치를 돈도 없거나, 죽은 뒤에도 자식들이 몇 년 간은 빚잔치를 벌여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보다 못한 철강왕 카네기가 1912년 전직 대통령이나 그 미망인에게 사비를 털어서라도 연간 2만 5000달러를 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왕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굳은 신념(?) 덕분에 반세기 가까이 흐른 1958년에서야 연금지급 방안 등이 담긴 전직대통령법이 만들어졌다. 요즘 분위기는 역전됐다. TV출연이나 자서전 출간 등으로 떼돈을 버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때문에 스스로 이런저런 혜택을 반납하는 대통령들도 나왔다. ‘4년 중임제’ 논쟁도 흥미롭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중반 이미 6년 단임제 주장이 나왔다. 원래 4년 중임제는 미국 헌법에 정해진 게 아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3선 제안을 물리치고 낙향함에 따라, 위대한 공화주의 전통 운운하면서 굳어진 일종의 관례다. 그러던 것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을 하자, 1951년에서야 헌법에 중임제 조항이 들어갔다. 이것 역시 왕의 출현을 막으려는 조치다. 중임제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첫 1년은 바짝 일하지만, 나머지 3년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데 몰두하더라는 것이다. 18년 집권을 막겠다며 7년 단임제로 갔다가, 7년은 너무 길다고 5년으로 줄였다가, 레임덕 등을 감안해 4년 중임제로 바꾸려는 한국 상황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전직 대통령 기념관 문제도 비슷하다. 미국에서도 늘 미화 논란이 따라붙는다. “레이건기념도서관에서는 이란-콘트라사건이 언급되지 않고, 클린턴기념도서관에는 르윈스키 성추문은 논외 사항이고, 닉슨기념관에서는 워터게이트 범죄를 다루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통치사료에 기반을 둔 엄정한 연구센터라기보다 관광객 유치사업으로 취급받는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도 소개해뒀다. 그럴 바에야 객관적 사료만 추출한 종합적인 대통령 박물관을 만들자는 주장과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지금 같은 방식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도움된다는 반론이다. 저자가 전직 대통령의 긍정적 모델로 꼽는 이들은 민주당의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정도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카터는 전직 대통령들의 모임 ‘디 엘더스’를 통해, 클린턴은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통해 나름의 활동영역을 개척하고 있어서다. 저자가 결론부에 이들을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국의 열악한(?) 전직 대통령 문화 덕에 그보다는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와 리처드 닉슨 얘기가 더 솔깃하다. 후버는 대공황으로 나라를 말아먹었고,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내쫓겼다. 퇴임 뒤 조롱받았고, 공화당 정치인들조차 유령 취급했다. 이들에게 발언권을 되돌려준 건 묘하게도 민주당 대통령들이었다. 성급하게 한국 상황을 대입할 필요는 없다. 그러고 보니 후버는 비록 적국이라도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만큼은 아낌없이 추진했고, 닉슨은 중국 따윈 깔아뭉개 버리자고 으르렁대다가 막상 집권하고서는 중국과 관계개선을 이뤄냈다. 역시 개인적 캐릭터,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넘어 대통령의 가장 큰 미덕은 책임 있는 행동이다. 아무리 큰 오점이 있어도, 그래야 훗날 찾는 사람이 생긴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웃기지만 슬픈 ‘아이러니 코미디’ 보여 드릴게요

    웃기지만 슬픈 ‘아이러니 코미디’ 보여 드릴게요

    어라? 이 사람 알고 보니 꽤 진지하다. 그동안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늘 웃긴 모습이었다. 최근작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비열한 연기로 3시간짜리 공연이 가라앉을라치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맛깔난 감초가 됐다. 앞서 ‘전국노래자랑’에선 송해와 사이비 교주를 패러디하며 관객들을 쓰러뜨렸다. 태생도 코미디언이고, 얼굴을 알린 것도 TV시트콤이라, 이 사람의 인생이 코미디이고 생활이 개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뮤지컬 ‘어쌔신’에서 새뮤얼 비크 역을 맡아 한창 연습 중인 정상훈(34)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불쌍해서 눈물이 나는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연습을 할수록 ‘관객이 나(비크)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무대 위로 올라와 날 안아주고 싶을 걸’이라는 생각을 해요. 찌질한 게 우습지만, 알게 되면 정말 슬픈 인물이죠.”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어쌔신’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기획자 스티븐 손드하임(82)의 명작 중 하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암살미수범 쥬세피 장가라, 링컨 대통령 암살자 존 윌크스 부스, 레이건 대통령 암살미수범 존 힝클리 등 미국 대통령 암살에 관한 실존인물 9명을 다루었다. 2004년 처음 무대에 오른 뒤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 등을 휩쓸었다. 정상훈이 연기하는 비크는 자신이 겪는 가난, 이혼, 조울증 등을 정부 탓으로 보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 이 사람의 인생역정이 어떻길래 그는 이런 연민을 갖게 됐을까. 그는 비크로 돌변하며 설명을 대신했다. 비크가 레너드 번스타인(작곡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녹음해서 보내는 장면이다. “네가 하루만 시간이 돼서, ‘샘 괜찮아? 포기하지 말고 있어. 네게 정말 좋은 기회가 올 거야.’라고 해줬어도. 그게 얼마나 걸렸을까 1분? 30초? 하지만 너는 네 스포츠카에 왁스를 칠하거나, 네 친구들과 파리행 비행기를 탔겠지.” 그는 “비크의 독백은 처절한 외로움의 상징”이라고 했다. “다들 제가 코미디를 잘 한다고 하죠. 그런 말을 들으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죠. ‘난 지금 굉장히 해맑게 웃고 있지만 여러분은 따라 웃지 못할 거예요. 얼굴은 웃지만 속으로는 너무 슬퍼서 주체할 수 없지 않나요’ 라는 아이러니를 던지는 거죠. 이 작품에서 그걸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소재와 정서적 벽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스꽝스럽고 미치광이들이 나오는 블랙코미디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서 “인물들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고, 속이 후련해지기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의 바탕에는 연출을 맡은 배우 황정민에 대한 신뢰도 깔려있다. 그는 ‘황정민 연출’에 대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연기를 섬세하게 바라보고 살려낸다. 큰 틀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칭찬에도 침이 마른다. “황정민과 박성환(귀토 역), 최재림(오스왈드 역), 최성원(장가라 역), 이정은(사라 제인 무어 역) 등 연기를 잘하고 호흡이 척척 맞는 사람들”이라면서 “연기로 보나, 손드하임의 음악으로 보나 대단한 작품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변신을 할 작정인가. 그는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코믹 연기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의 행복감을 드러내는 것뿐”이란다. 지난 9월 결혼에 이어 내년 3월 아들 출산을 앞두고 있어 행복하다니 당분간 그의 코미디 연기는 날개를 달 듯하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뮤지컬 ‘어쌔신’ 20일부터 내년 2월 3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4만~8만원. (02)744-4033.
  • [美 선택 2012] 하츠로케이션 오바마 압승… 딕스빌 무승부

    6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의 작은 산골 마을 두 곳에서 가장 먼저 실시된 대선 첫 투·개표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우세를 보였다. 뉴햄프셔주 딕스빌노치에서 이날 0시 실시된 투표 결과 오바마와 롬니는 각각 5표씩을 얻었다. 민주당원 2명, 공화당원 3명, 무당파 5명 등 모두 10명이 참가한 이날 투표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으며, 즉각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딕스빌노치는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맞붙은 1960년부터 미 대선의 첫 테이프를 끊는 곳으로 유명하다. 2008년 대선에서는 오바마가 이곳에서 15표 대 6표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눌러 1968년 이후 민주당 후보로서는 첫 승리를 기록했다. 결국 이번엔 4년 전보다 투표율도 떨어지고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 하락한 셈이다. 그러나 이 마을이 공화당 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점에서 동률을 기록한 오바마의 성적이 그리 불길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딕스빌노치에서 약 130㎞ 떨어진 뉴햄프셔의 다른 마을 하츠로케이션에서도 비슷한 시간 투·개표가 실시됐다. 1996년부터 첫 투표 행렬에 가세한 이곳에서는 오바마가 23표를 얻어 9표에 그친 롬니를 압도했다. 이들 두 마을의 개표 결과는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에서 전체 미국 대선 결과를 짐작하는 것은 무리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뉴햄프셔가 부동층주(스윙 스테이트) 가운데 하나인 점을 들어 오바마에게 유리한 대선 결과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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