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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 울지마’ 이유리 “김수현 작가가 추천”

    ‘사랑해, 울지마’ 이유리 “김수현 작가가 추천”

    탤런트 이유리가 김수현 작가의 추천으로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극본 박정란ㆍ연출 김사현 이동윤)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진행된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유리는 “김수현 선생님의 추천으로 합류하게 됐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선생님께서 기존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라 더욱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이번 작품에 참여하는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 동안 이유리는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 필모그라피를 쌓아왔으며, 젊은 연기자에도 불구하고 김수현 사단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연기력을 인정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이유리는 “김수현 작가님은 내 인생에 있어 너무 감사한 분이다. 내게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한 연기자가 한 작가 선생님을 통해 이렇게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에 난 참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존 여성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이유리는 이번 드라마에서 밝고 솔직한 성격의 조미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유리는 “이제까지는 조용 한 역할을 많이 해 이유리하면 참하고 착할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발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고 덧붙였다. 한편 아픈 상처를 사랑과 용서로 치료하는 가슴 따뜻한 드라마가 될 ‘사랑해, 울지마’는 이유리를 비롯 이정진, 오승현, 이상윤 등의 네 명의 주인공과 이순재, 강부자, 김미숙, 김창숙 등의 중견 연기자들의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오는 17일 오후 8시 15분 첫 방송.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랑해,울지마’ 오승현 “연애하고 싶어”

    ‘사랑해,울지마’ 오승현 “연애하고 싶어”

    “이제는 신중하게 결혼 할 남자를 만나고 싶다.” 4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배우 오승현이 결혼에 대해 이 같이 밝혀 눈길을 끌었다. 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진행된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오승현은 “현재 애인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동안 유학설, 결혼설 등 설이 많았다.”며 “이제는 나이도 있고 혼수할 돈도 어느 정도 벌었으니 결혼할 남자를 신중하게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사랑해,울지마’에서 오승현은 부잣집 딸이자 대학 전임강사인 민서영 역을 맡아 화려하고 열정적인 인물을 연기하며 ‘백설공주’ 이후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게 됐다. 이에 대해 오승현은 “공백기 동안 여러 작품과 접촉했지만 적당한 작품을 찾지 못했다.”며 “그러다 공백기간을 허무하게 보내는 것이 싫어 사업을 시작했고, 좋은 결과가 있어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오승현은 쥬얼리 사업을 런칭했으며, 리서치부터 디자인 작업까지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한편 아픈 상처를 사랑과 용서로 치료하는 가슴 따뜻한 드라마가 될 ‘사랑해, 울지마’는 오승현을 비롯 이유리, 이정진, 이상윤 등의 네 명의 주인공과 이순재, 강부자, 김미숙, 김창숙 등의 중견 연기자들의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오는 17일 오후 8시 15분 첫 방송.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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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직 드라마… 새 트렌드로 뜰까

    전문직 드라마… 새 트렌드로 뜰까

    올 한 해 대한민국을 설레게 한 ‘사극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안착할 드라마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전문직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각 방송사에서 새롭게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전문직 드라마는 현재까지만 해도 세 편.MBC는 12일부터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한 20부작 수목드라마 ‘뉴 하트’를,1월6일부터는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시즌드라마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를 방영할 예정이다.‘태왕사신기’와 ‘옥션 하우스’의 인기를 이어갈 후속작으로 의학 드라마를 연이어 편성한 것.SBS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20부작 수목드라마 ‘온 에어’를 내년 2월 27일부터 방영한다. 작가와 프로듀서, 배우와 매니지먼트사 등 TV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뉴하트´·‘온에어´ 등 전문직 드라마 줄줄이 대기 이처럼 전문직 드라마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내년에는 전문직 드라마 열풍이 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전문직 드라마는 2007년 한 해에도 적잖이 선을 보였다.‘하얀거탑’‘히트’‘에어시티’‘개와 늑대의 시간’‘외과의사 봉달희’‘옥션하우스’‘로비스트’ 등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 속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로비스트, 비밀 요원, 경매사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들이 전문직을 소재로 했다는 시도는 인정되지만, 아직은 대부분 실험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문직 드라마는 전문직의 실상을 드러내기보다 무조건 선망받는 직종 위주로 설정해 외형상 화려함을 부각하는 데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오히려 전문직에 대한 허상을 키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문직에 대한 허상만 키운다” 전문직 드라마에 의학드라마나 법정드라마, 수사드라마가 많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의사, 법조인, 경찰은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극적인 요소가 풍부하고 현실에서도 선망받는 직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드라마의 작품성은 소재가 아니라 대본의 완성도에 있으며, 얼마나 디테일을 잘 갖췄느냐에 달려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전문직 드라마라는 용어는 사실 개념이 불분명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직업에 대한 디테일을 잘 살린다면 주부나 그밖의 직업군을 다룬 드라마도 전문직 드라마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석진 교수도 “전문직에 대한 판타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개연성에 바탕을 둔 리얼리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 드라마들의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양한 소재를 시도하긴 했지만 충분한 사전 취재와 준비로 디테일을 잘 살리지는 못했다는 것이다.‘개와 늑대의 시간’은 스릴러적인 성격으로 장르 드라마에 가까웠고,‘에어시티’는 과도한 애정구도로 유사 멜로로 흘렀으며,‘로비스트’도 개연성없는 억지스러운 전개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하얀 거탑’은 완성도는 인정되지만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온전히 우리 드라마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치밀한 디테일, 리얼리티가 성공의 핵심 어쨌든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수한 미드(미국 드라마)와 일드(일본 드라마)를 많이 접한 영향이기도 하고, 영화적인 재미를 TV드라마에서 충족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커진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한 소재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SBS 드라마국 고흥식 책임프로듀서는 “전문직 드라마의 제작 활성화는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소재를 다뤄 한국 드라마의 지형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제 드라마의 성패가 유명 배우 캐스팅에 달려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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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영원한 공주’ 김자옥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영원한 공주’ 김자옥

    [다시보는 선데이서울-표지모델편 ⑥] 누가 그녀를 56세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1970년 MBC 2기 공채 탤런트로 입문했으니, 37년의 관록이 붙은 연기자임에도 소녀 같은 이미지는 여전하다. 단지 나이에 걸맞게 ‘공주표’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 이혼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딸 가진 극성 엄마들이 결혼생활을 훼방 놓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김자옥이 바로 그 ‘문제의 어머니’로 딱 걸렸다. KBS 1TV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이기적이고 자기 자식만을 끔찍하게 위하는 신세대 어머니의 캐릭터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자옥은 극중에서 정애리와 대조적인 캐릭터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정애리가 자식 교육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산업화시대의 어머니라면, 김자옥은 많이 배웠고 적잖은 돈과 명예까지 쥐고 있어 과시 욕구를 주체할 수 없는 탈산업화시대의 어머니다. 양극화 되어가는 우리 현실에서 여전히 먹고 살 문제로 고민해야하는 빈곤층과, 어떻게 하면 영속적 지위를 유지할까를 도모하는 부유층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자옥은 이경실이 입원했을 때 네 차례나 병실 문병을 가 연예계의 ‘의리녀’로 불리기도 한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연예인 한두 명쯤은 쉽게 만난다는 동부이촌동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가수 오승근과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한데, 아내가 신경 쓰지 않도록 궂은일은 미리 해결하는 자상한 남편 덕분이라고. 표지=통권 509호 (1978년 8월 20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 드라마 ‘열아홉 순정’ 옥금역 배우 김미경

    드라마 ‘열아홉 순정’ 옥금역 배우 김미경

    “드라마속 엄마도 사람인데 화내고 질투하고 악악거리며 싸우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고무줄 바지를 입고 시아버지와 시동생들,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는 엄마가 있다. 언뜻 생각하면 헌신적이고 지고지순할 것 같은데, 행동이나 말투가 전혀 그렇지 않다. 시청률 40%를 돌파한 KBS 1TV 인기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에서 배우 김미경(44)이 열연하는 대가족 며느리이자 엄마인 옥금 역. 너무나 현실적인 우리네 엄마 모습 그 자체다. 1985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이래 91년 드라마 ‘카이스트’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시청자들과 만나온 그를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났다. 후배들과 함께 연기를 이야기하고 대본을 읽는 등 작업실로 쓴다는 그곳에서 2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베테랑 배우의 연기관과 꿈을 들어봤다. ●“엄마들 응원에 힘 얻어요.” ‘…순정’에서 그가 연기하는 옥금은 극중 유일하게 누구한테나 화를 내고 툴툴거리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고교 동창이 시어머니가 돼 시부모와 부딪치고, 원치 않는 며느리를 얻어 못마땅해 하는 등 가족들과 하루도 쉬지 않고 갈등을 겪는다. 그가 툭 던지는 대사와 행동 모두가 그를 대가족의 피곤한 며느리이자 엄마로 만들어 버린다. “드라마속 엄마는 부잣집 철없는 엄마거나 지고지순한 캐릭터가 많은데, 진짜 엄마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여자가 아닌 엄마로서 느끼고 받아들이는 최대한을 표현하려 하지만 아직도 60%정도만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가족을 아우르는 비중있는 역할인 만큼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지만, 사실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는 고민도 많았다고. “대본을 받아 보니 매일 싸우는, 웃을 일이 없는 역할이더라고요. 옥금처럼 우울한 모습으로 변할까봐 걱정이에요(웃음). 특히 여자들끼리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거나 고민하며 드러눕는 모습 등은 실제 제 성격과 너무 달라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지요.” 젊은 시청자들은 “신세대 며느리를 괴롭히는, 골치 아프고 고리타분한 엄마”라며 싫어하지만 엄마들 사이에서는 인기 최고이다. 그는 “엄마 시청자들은 같은 엄마 입장에서 지지해 주고,‘더 세게 나가라.’며 응원도 해줘요. 제 속에 있는 옥금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더 끄집어 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극중 커플들의 다소 비현실적인 사랑에 대해 그는 “사랑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그들의 감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원수 같은 고교 동창을 결국 시어머니로 받아들인 옥금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태왕사신기’에서 대장장이로 그는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송지나·김종학 콤비의 MBC 역사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다. 광개토대왕(배용준 분)에게 최고의 갑옷을 만들어 주는, 세상에서 무서울 것 없는 대장장이 바손 역을 맡아 남자보다 더 남자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연극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송지나 작가의 작품에만 4번째 출연이다. “송 작가는 참 매서운 사람이에요. 새로운 배우를 발굴할 줄 알죠.‘카이스트’ 출연 이후 서로 신뢰감이 생겼고, 이번 역할도 제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글을 써주고 있어요.” 그러나 베테랑인 그도 사극 촬영은 힘들다고 털어놨다. 제주도와 부여·나주·완도·익산 등지를 돌며 하루 종일 산속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밤새 망치질을 하며 바손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내년 초까지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게 보낼 것 같다는 그는 연극 공연의 꿈도 접지 않았다고 했다. “연극이든 드라마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노골적인 리얼리즘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감추거나 걸러내지 않고 실생활을 그대로 보여 주는 작품 말이죠. 드라마 출연 이후 틈틈이 습작한 글이 7편이 됐는데, 이들 중 몇편이 리얼리즘 드라마로 탄생할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웃음)” 글 사진 일산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영화 ‘폭력서클’서 첫 주연 정경호

    영화 ‘폭력서클’서 첫 주연 정경호

    “고등학교 시절로 정말이지 다시 돌아가 보고 싶었거든요. 이번 영화 찍으면서 그 소원을 풀었어요.” 19일 개봉하는 ‘폭력써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다다픽쳐스, 감독 박기형)의 정경호(23)에게 이번 영화는 데뷔 이후 첫 스크린 주연작.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열기가 뜨거운 해운대의 작은 카페에서 지난 14일 만난 그는 “10대 시절의 감수성을 되찾을 수 있는 영화여서 촬영 기간 내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며 환한 얼굴이었다. ‘폭력써클’은 남자 고등학교를 무대로, 폭력에 노출된 10대들이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하드보일드 액션. 그는 육사 진학을 목표로 공부든 운동이든 못하는 게 없는 모범 고교 1학년생 주인공 ‘상호’를 연기했다. 친구들과 축구모임을 만들어 리더가 된 상호는 불량서클 패거리와 뜻하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되면서 폭력서클로 오해받고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포스터에 ‘하드보일드 리얼액션’이라는 장르가 명기됐을 만큼 폭력수위가 높은 영화(18세 이상 관람가)가 됐다.“10대 주인공의 학원물인 만큼 10대 관객들이 많이 봐줬음 했는데, 관람등급이 높아져 너무 안타깝다.”는 그는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 관객들에게 학창시절의 향수를 퍼올려줄 거라서 극장을 나선 뒤 술 한잔 맛있게 들이킬 수 있을 영화”라고 자신했다. “아직은 뭐든 닥치는 대로 배우고 싶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한 그에게 이 영화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김해와 부산 일대에서만 근 6개월을 붙박혀 영화를 찍는 동안 함께 출연한 또래 배우들과는 흉허물 없는 단짝친구가 됐다. 강렬한 액션으로 일관하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감상적 멜로라인을 엮는 장희진, 극중 절친한 친구 이태성, 불량서클의 ‘짱’을 연기한 연제욱 등이 그들.“출연진이 모두 또래들이라 6개월쯤 가까이 지내다 보니 식구처럼 돼 버리더라고요. 모텔에 방을 잡아 놓고 숙식을 함께 해결했으니 왜 아니겠어요? 다들 방문도 안 걸어 잠그고 잤을 만큼 친해졌고 정도 무지 많이 들었죠.” 몸 만들기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각이 나오는 멋있는 싸움이 아니라 고교생들이 벌임직한 막싸움이라서 연습에 더 많이 애를 먹었다.”며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하지 않는 그야말로 ‘리얼액션’이라 두달을 ‘싸움 연습’에만 꼬박 매달려야 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된 당구장 패거리 싸움 대목. 경기도 양수리 세트장에서 찍었는데, 그 장면을 뽑아내느라 무려 72시간을 갇혀 지냈다며 웃었다. “영화를 본 주변분들이 교복이 썩 잘 어울린대요. 그 다음엔 꼭 이렇게 물어봐요, 실제 고교시절은 어땠냐고. 모범생 축에 들었어요. 중앙대 연극학과 진학을 목표로 잡아놓고, 학교와 연기학원만 왔다갔다 하며 기숙사 생활을 했으니까요.” 아버지(KBS 정을영 PD) 영향으로 동화책보다 방송대본을 더 많이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덕분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연기자의 꿈은 자연스럽게 영글어갔다. 그토록 간절히 꿈꾸던 연기자로 연착륙한 지금,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이다.“너무 행복하죠, 하루하루가. 꾸미지 않고 자신있게 드러내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꾸밈없는 연기, 지금 제겐 그게 전부예요.” 몸이 열이라도 모자라게 바쁘다.7세 지능을 가진 20세 소녀의 성장영화 ‘허브’(감독 허인무·내년 1월 개봉예정)에서는 순진한 경찰관이 되어 여주인공 강혜정의 첫사랑을 연기했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조만간 TV에서도 만나게 된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05일 TV 하이라이트]

    ●리얼다큐 여자(EBS 오후 9시30분) 새벽 2시, 김옥진씨의 전화벨이 울린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의 목소리. 단잠을 깨우는 전화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 산모의 집을 향한다. 김옥진씨는 태아들이 편안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산모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출산 현장을 지켜나가는 조산사 김옥진 씨를 만나본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천자문 아기도령. 어른도 읽기 어렵다는 천자문을 태어난 지 23개월만에 독파했다. 천자문에 나온 글자라면 척척척 읽어 내려가는 규석이의 놀라운 장면을 순간포착했다. 박상민의 ‘눈물잔’만 들으면 감정까지 잡으며 열창을 하는 개가 있다. 보리의 열창에 가수 박상민까지 감동한 사연을 공개한다.   ●글로벌 코리안-수단의 새해맞이(YTN 오전 10시30분) 전통적인 이슬람 국가인 수단은 요란하고 특별한 새해맞이 행사는 없는 편이지만, 새롭게 몸과 마음을 다진다는 의미로 강가에서 달걀과 진흙을 서로 던지는 소박한 행사를 갖는다. 하지만 이 전통행사도 외부와의 교역이 늘고 서구식 문화가 유입되면서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MBC 오후 8시20분) 교복을 입은 은민을 본 태경은 기가 막힌다. 자존심 상해 부끄러워하던 은민은 태경이 머리까지 톡톡 치자 울상이 된다. 한편 은민 엄마는 은민의 성적이 점점 떨어지자 과외 선생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은민 엄마가 과외선생을 수소문하는 것을 본 희정은 넌지시 시동생 태경의 이야기를 꺼내본다.   ●클래식 오디세이(KBS1 밤 12시45분) 새해를 맞아 지난해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신인 연주자들과 함께한다. 모스크바 국제 콩쿠르,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네 명의 신인 연주자들을 초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연주를 감상하고, 콩쿠르 준비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일일드라마 ‘별난여자 별난남자’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하는 부부 이영하·박정수 커플이 중학교 시절 친구들을 찾아간다. 키 크고 잘 생겨서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이영하. 어릴 때부터 연예인의 기질이 있었고 끼가 많았던 박정수. 두 중년 스타의 요절복통 학창시절 스토리가 공개된다.
  • [일요영화]

    [일요영화]

    ●강박관념(EBS 오후1시50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데뷔작이다. 비스콘티의 작품이라는 것 말고 1934년 발간된 제임스 케인의 소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를 각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소설의 모티프는 ‘강박관념’을 포함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여섯 차례나 영화로 옮겨졌다. 할리우드에서도 1948년 라나 터너, 존 가필드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제임스 케인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아류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마흔 살이 넘어 낸 처녀 장편인 이 소설과 ‘이중배상’ 등으로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알베르 카뮈가 ‘우편배달부’에서 영감을 얻어 ‘이방인’을 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잭 니컬슨과 제카 랭 주연 리메이크작 ‘우편배달부’(1981)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몰래 트럭을 훔쳐 탄 떠돌이 청년 지노(마시모 지로티)는 포강 인근 농가에 가게 된다. 이 곳은 주세페 브라가나(후안 데 란다)와 조반나(클라라 칼라마이) 부부가 매점을 운영하는 곳이다. 지노와 사이가 깊어진 조반나는 함께 도망가려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지노와 조반나는 다시 사랑의 감정을 불피우고, 결국 교통사고로 위장해 주세페를 살해하게 되는데….1943년작.14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니벨룽겐의 반지 2부-반지의 저주(KBS2 오후 11시15분) 지난주부터 선보이는 독일 영화‘니벨룽겐의 반지’ 2편이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대서사시로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가 신들을 주로 다뤘다면, 이 영화는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니벨룽겐’는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1부에서 크샨텐의 후계자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대장장이의 손에서 자란 지크프리트(벤노 퓌어만)가 포악한 용을 처치하고 영웅으로 떠오른 뒤 원수를 갚는 과정을 그렸다면,2부에서는 지크프리트와 아이슬란드의 여왕 브룬힐트(크리스타나 로큰), 군터 왕(새뮤얼 웨스트)의 여동생 크림힐트(알리샤 위트)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을 둘러싼 모험이 펼쳐진다. 지크프리트는 군터 왕의 음모로 마법에 빠져 브룬힐트를 잊고, 크림힐트를 사랑하게 된다. 또 군터 왕의 꼬임으로 그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브룬힐트와 결투를 벌인다. 패배한 브룬힐트는 어쩔 수 없이 군터 왕과 결혼하게 되지만, 자신을 이긴 사람이 군터 왕이 아니라 지크프리트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2004년작.90분.
  • [박은영의 DVD레서피] 얼음처럼 차가운 폭력의 미학

    요즘 영화를 얘기할 때 ‘하드보일드’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펄펄 끓는 이 단어는 1930년대 미국 소설에서 왔는데 냉혹하면서도 극단적인 폭력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지칭한다.‘신 시티’와 ‘시티 오브 갓’은 신의 은총이 미치지 않는 죄 많은 두 도시의 ‘하드보일드’ 유혈극이다. 전자가 코믹스 원작을 충실하게 재생한 펄프 누와르라면 후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 극인데 이상하게도 두 영화의 맛은 하나같이 혀가 데일 것 같이 뜨겁고 그 시선은 얼음처럼 차갑다. 부패한 권력자들과 동물적 욕망이 가득한 ‘신 시티’에는 괴물 같은 외모를 지녔거나 늙었거나 혼란을 겪고 있는 영웅이 등장한다. 그들은 악 앞에서 망설임 없이 내면의 꿈틀거리는 폭력을 표출하는데 나중엔 이들이 영웅인지 악당인지조차 분간이 안 될 정도다. 흑백 화면에 아주 부분적인 색채만을 가미한 영상도 캐릭터만큼이나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시티 오브 갓’은 ‘갱스 오브 뉴욕’과 ‘록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의 중간쯤에 있는 영화다. 열 살도 안 된 아이들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총싸움으로 소년들이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광경이 리우데자이네루의 슬럼가에서 날마다 벌어진다. 브라질 하층민의 잔혹한 현실을 진술하는 이 영화를 보고 갱이 되겠다는 이들은 없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메라워크는 감각적이고 경쾌하며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신 시티 로버트 로드리게스, 쿠엔틴 타란티노 여기에 원작자 프랭크 밀러까지 참여한 ‘신 시티’는 가공할 만한 이미지의 향연을 보여준다.CG로 증축된 가공의 흑백 도시는 차갑고 어두우며 혈투가 벌어지는 액션 신에서는 눈이 부실 정도로 흰 피를 뿜어낸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코믹스가 살아서 뛰노는 듯한 강렬한 영상, 희망 없는 도시와 패배한 영웅들의 건조한 내레이션은 근사한 대조를 이루며 묘한 흥분마저 불러일으킨다. 미키 루크, 브루스 윌리스, 클라이브 오웬, 제시카 알바, 베네치오 델 토로, 엘리야 우드 등 배우들의 연기는 크로마키 화면 위에서 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시티 오브 갓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아이들의 사실적인 연기다. 출연 배우들은 실제 영화 속 아이들처럼 브라질 슬럼가에서 뽑은 비전문배우들인데 영화 촬영에 앞서 6개월간 연기지도를 받고 실제 그 인물이 된 듯한 연기를 해냈다. 그 흥미로운 연습 과정과 제법 긴 분량의 메이킹 필름,‘시티 오브 갓의 분노’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부가영상에서 볼 수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브라질의 열기와 하늘, 갱들의 전쟁 등 자연과 폭력이 어우러진 영상은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로 감각적이며 화질도 기대 이상이다. 총격 신의 폭발하는 사운드와 세련된 스코어도 매력 있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2) 여성이 일할 만한 나라(뉴질랜드)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2) 여성이 일할 만한 나라(뉴질랜드)

    뉴질랜드는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어느 나라보다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나라다.‘효율성의 걸림돌’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들의 권리는 무시될 수 없고 그만큼 여성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적 지위를 유지한다. 이를 받쳐주는 원동력은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이 달려 있는 육아 문제를 여성에게만 맡기지 않는 국가 사회적 인식이다. 정부나 기업이 육아에 대해 책임감을 가짐으로써 여성들이 마음껏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오클랜드(뉴질랜드) 이재훈 특파원| 지난 7일 오전 7시20분. 뉴질랜드 유명 방송국 TVNZ의 사업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는 셰릴 가비(34·여)는 출근 준비로 분주하다. 아들 대니얼(2)에게 시리얼로 아침을 먹인 뒤 함께 승용차로 출근길에 나선다. 50분 걸려 방송국에 도착하면 셰릴과 같이 아이를 회사로 데려오는 부모를 위해 따로 마련된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방송국 2층에 위치한 차일드케어 센터(Childcare Centre)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면 셰릴이 퇴근하는 오후 5시까지 대니얼은 이곳에서 50여명의 또래 친구,5명의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뉴질랜드에서는 육아 문제를 여성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모성 보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육아는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의무’라고 정부나 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마련한 육아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부담없이 일하는 뉴질랜드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일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육아는 사회의 책임” TVNZ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 중심 거리 빅토리아 스트리트에 있다. 차일드케어 센터는 이 건물에서도 가장 접근하기 쉬운 2층에 있다.2세 이하 영아와 3∼4세 유아를 위해 두 개의 침실과 실내외 놀이방, 목욕탕과 식당, 컴퓨터 이용실 등이 마련된 센터에서 50여명의 아이들이 장남감 놀이, 종이접기, 낮잠자기 등 저마다 하고 싶은 놀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모두 TVNZ 직원의 자녀들이다. 셰릴은 원래 주치의가 있는 병원 근처 사설 센터에 대니얼을 맡긴 적도 있다. 하지만 대니얼이 자꾸 울면서 엄마를 찾는 바람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 넉달 전 회사 내 시설로 옮겼다. 업무 도중 잠시 짬을 내 대니얼을 품에 안은 셰릴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 바로 찾아볼 수 있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며 대니얼의 뽀얀 볼에 입을 맞춘다. TVNZ은 지난 89년 이 보육 공간을 만들어 사설 센터보다 15% 가량 싼 값에 직원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고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뉴질랜드의 기업들은 기업이나 사회가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줘야 할 의무를 갖게 된 점을 알고 있다. 현재 TVNZ의 여성 직원 비율은 전체 980명 가운데 47%로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다. 뉴질랜드에서는 공공기관이나 대학, 병원, 방송국 등에서 직원들을 위한 자체 차일드케어 센터를 마련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 직원들은 보통 공공 또는 사설 센터를 이용하며 국가로부터 수입에 비례한 육아보조금을 노동시간당 2.34달러 정도 지급받는다. 때문에 사설 센터의 주당 이용료는 180∼200달러(한화 13만∼15만원) 정도지만 가계에 큰 부담은 없다. 뉴질랜드 정부는 또 만약 사설 차일드케어 센터가 정부의 인가를 받으면 아동 수에 따라 일종의 운영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160명 돌보는데 선생님 45명 같은 날 오후에는 중심가에서 택시로 5분 거리인 르무에라 로드의 오클랜드 대학 차일드케어 센터를 찾았다.2년전부터 이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사무직원 수지타 쉐티(29·여)는 업무를 마치고 4살된 딸 선지나의 도형만들기를 도와주고 있었다. 수지타 역시 매일 아침 선지나와 함께 출근한 뒤 사무실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센터에 선지나를 맡기고 오후 5시까지 업무를 본다. 임신 8개월째인 수지타는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역시 대학이 마련해준 센터에 맡기고 자기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수지타는 “내가 어릴 때 엄마는 집에서 육아와 가정 일로 분주해 다른 직업을 가진다는 건 꿈도 꾸지 못했지만 지금의 우리는 육아의 부담을 덜고 자기 일을 가질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1970년 만들어진 오클랜드 대학 차일드케어 센터는 오클랜드 시내 4곳에 분산 운영된다. 학생과 교수, 사무직원과 대학 부설 병원 직원 등의 생후 6개월 이상 5살 미만 영유아 자녀 160여명이 45명의 자격증을 갖춘 선생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2살 이하 영아들을 위해선 ‘몇 시에 기저귀를 갈았다.’,‘오늘은 아이가 자꾸 칭얼거린다.’는 등의 상세한 육아일기를 부모에게 제공하고 3∼4세 유아들을 위해서는 예술과 과학, 언어 등의 공부도 시켜준다. nomad@seoul.co.kr ■ 지금 뉴질랜드에선|오클랜드(뉴질랜드) 이재훈 특파원| 지난 7일 오전 호텔방으로 배달된 뉴질랜드 유력 일간지 ‘뉴질랜드 헤럴드’를 펼친 기자는 졸린 눈을 다시 한번 비벼야 했다. 뉴질랜드의 모성보호에 대해 취재하러 간 기자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건 바로 ‘선거 2005, 차일드케어-국민당이 세금으로 가족들을 유혹하려 한다.’는 신문의 1면 톱 기사 제목이었다. 뉴질랜드 제1야당 국민당이 오는 9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엄마 이상의 그 무엇’이 되고픈 여성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이다. 공약의 골자는 “한 가정의 취학 전 아이 한명당 연간 1650뉴질랜드 달러(이하 달러)의 세금을 환불, 아이 키우는 비용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신문은 ‘3살 된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사라와 마크 부부의 경우 1년 수입은 8만달러 정도. 이 가운데 아이를 사설 차일드케어 센터에 맞기는 비용은 주당 180달러로 1년에 8820달러 정도인데 국민당이 이 비용 가운데 1650달러를 보전해 주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집권 노동당이 이제까지 보전해준 세금은 연간 310달러 상당이었다. 하지만 노동당은 2007년부터 3∼4세 취학 전 아동을 주당 20시간 국가가 의무 교육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사람들마다 화제는 ‘이 공약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였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 사설 차일드 케어 센터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킨더케어 러닝센터(Kindercare Learning Centre) 로젠느 살루니 센터장은 “나도 4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매주 200달러를 지불하고 있는데 1650달러면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 직원 수지 왓슨은 “뉴질랜드의 미취학 아동이 모두 14만명이라 이를 위해선 1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해야하는데 이 역시 다른 세금 부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모성보호라는 이슈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주요 공약으로 신문 1면 톱을 장식하고 발길 닿는 곳마다 육아 문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현실성 여부를 토론하는 나라. 뉴질랜드는 그래서 ‘여성 선진국’이란 이야기를 들을 만한 나라였다. nomad@seoul.co.kr ■ 여성정책과 실태 |오클랜드(뉴질랜드) 이재훈 특파원| 뉴질랜드는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해준 나라다. 헬렌 클라크 총리, 아넷 킹 보건장관, 매리언 홉스 환경장관, 케리 프랜더게스트 수도 웰링턴 시장이 모두 여성이고 국회의원 120명 가운데 여성의원은 35명으로 29%를 차지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비율은 60.8%로 남성의 75.0%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 5월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경제활동 기회, 정치적 권리, 교육 성취도, 보건복지 수준 등 5개 평가항목을 바탕으로 발표한 ‘여성의 권리와 남녀불평등조사’ 보고서에서 뉴질랜드는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국가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최하위권인 54위였다. 집권 노동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레슬리 소퍼 의원은 뉴질랜드 여성의 지위가 높은 이유를 국가 태생의 역사에서 찾았다. 지난 5일 웰링턴 국회의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소퍼 의원은 “19세기 초반 유럽인들이 섬나라 뉴질랜드를 개척하고 정착하는 데 여성들이 큰 역할을 했고 이후 여성들의 교육수준도 높였기 때문에 여성의 지위가 자연스레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높은 여성 지위와 여성의 정치·경제 참여비율은 자연스레 여성을 위한 법과 제도를 갖추게 만들었다.1972년 남녀 동등임금법을 만들어 지난해 여성의 임금수준을 남성의 87%까지 끌어올렸고 1986년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부를 만들었다. 여성부는 내각 최상급기관으로 모든 이슈를 여성의 입장에서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1990년에는 기업내 남녀 고용 비율을 똑같이 맞추게 하는 동등고용법을 만들었으나 3년 뒤 집권당이 노동당에서 국민당으로 바뀌면서 폐기됐다. 하지만 1999년 재집권한 노동당이 법안 마련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2007년부터는 모성보호를 위해 정부기관이 모든 3∼4세 아동들의 교육을 주당 20시간 책임지는 의무 육아교육시스템도 시행할 예정이다. nomad@seoul.co.kr 협찬 KT
  •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오후 8시20분)의 가파른 상승세에는 주인공 한혜진의 호연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줄줄 흘러내리는 촌티와 푼수끼로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이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리얼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 시청자들은 한결같이 “한혜진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헤쳐나가는 금순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해 내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최근 그녀는 자신의 1주일치 출연료 약 500만원을 독도수비대에 기탁해 화제다. 지난 2002년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그녀는 지금까지 드라마 11편·영화 1편 등에 출연한 ‘신인답지 않은’신인. 하지만 전작인 ‘그대는 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연이나 단역으로만 출연해 제대로 얼굴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당시에는 ‘연기자의 길이 내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많은 고민도 했죠. 하지만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하다보니 큰 배역의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데뷔후 한동안 큰 배역을 맡지 못해 조바심이 났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 하게 되면서 오히려 연기 공부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며 미소짓는다. ‘그대는 별’에서 지고지순한 이미지로 호감을 산 그녀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통해 정반대의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택했다.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처음엔 많은 분들이 ‘어색하지 않을까.’하고 걱정하시는 눈치더라고요. 하지만 전 자신이 있었어요. 누구나 양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잖아요?제 내면속에도 금순 캐릭터에 가까운 내면이 분명히 있거든요.”오히려 전작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단다. 그녀는 집에서 별명이 ‘시어머니’일 정도로 꼼꼼한 성격을 갖고 있다.“장점이자 단점이에요. 표정·대사 하나에도 완벽을 기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원하는 대로 화면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잊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웃음)” 방송가에서 ‘효녀’로 알려진 그녀는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부모님께서 인천의 한 건설현장 ‘가설 식당’에서 일을 하시는데, 어릴적 제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고생을 무척 많이 하셨다.”고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꼭 집을 사드리고 싶다.”며 울먹였다. 차기작에서는 지독한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녀는 연기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전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지금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연기잖아요.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씨 처럼 장애우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내 그분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바람의 파이터’ 양동근

    [눈에 띄네~ 이 얼굴]‘바람의 파이터’ 양동근

    ‘바람의 파이터’가 이렇게 뜰 줄 누가 알았으랴.‘엎어졌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속설을 깨고 영화는 개봉 2주만에 전국 관객 150만명을 넘어섰다.이 흥행 돌풍의 중심에는 단연 배우 양동근(25)이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최배달 역의 첫 캐스팅 대상은 가수 비였다.하지만 제작이 난항을 겪자 비는 중도하차했고,양윤호 감독은 ‘짱’에서 인연이 있던 양동근에게 “너밖에 없다.”며 러브콜을 보냈다.‘쿨’한 성격답게 그는 “네.”라는 한마디로 제의를 받아들였고,그렇게 양동근표 ‘바람의 파이터’가 탄생하게 됐다. 가발로 판명된 더벅머리가 ‘각설이’같다는 불평도 있지만,홈페이지 게시판은 대부분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로 채워져있다.그도 그럴 것이 황소의 뿔도 꺾었다는 최배달의 ‘리얼 액션’에 한치도 모자람이 없는 열연을 펼쳤기 때문.한겨울에 도복 하나만 걸친 것도 모자라 맨 손 맨 발로 빙벽에 올랐고,‘NO 와이어·대역·컴퓨터그래픽’이라는 원칙 아래 실제로 상대를 가격하는 액션을 가감없이 연기했다.5일동안 700㎏이 넘는 싸움소의 뿔을 부여잡고 촬영하는 일도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뿐만 아니라 감정 연기도 최배달의 삶을 살리는 데 한몫했다.겉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배달의 사랑은 그의 수줍은 듯한 표정 때문에 더 애틋하게 느껴졌고,싸움장면은 타오르는 눈빛 때문에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일본 배우 가토 마사야는 “눈에서 느껴지는 힘이 대단한 배우”라고 치켜세우기도. 1998년 ‘짱’으로 데뷔한 양동근은 ‘화이트 발렌타인’‘해적 디스코왕 되다’‘와일드 카드’‘마지막 늑대’등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아왔다.이제 그는 ‘바람의 파이터’로 흥행 배우의 대열에도 올라섰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2003 베스트브랜드 경영대상 / 사전 통째로 수록… 검색기능 탁월

    ● 샤프전자 ‘리얼딕’ 사프전자는 전자사전시장에서 독보적 명품회사로 자리잡고 있다.이번 대한매일 조사 결과,인지도 등에서 70%를 차지해 수위를 차지했다. 정통 옥스퍼드 영영사전 등의 ‘리얼딕시리즈’에서는 국내 유일의 미국식 정통발음 ‘TruVoice’를 채용하고 있다.무엇보다도 사전을 통째로 수록해 취업시험,유학,통역,해외여행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스펠링체크,블랭크워드 검색,와일드카드 검색,점프 검색기능도 있어 활용범위가 넓은 것도 장점이다.기존 제품과 달리 넓은 LCD 화면에서 제공,신속한 단어검색을 할수있다.
  • 올 여름 헤어스타일과 모발관리 / 과감하고 섹시~ 머릿결 ‘찰랑찰랑’

    자외선,바닷물,수영장 염소,땀….어찌보면 여름을 대표하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머릿결의 적이다.여름에는 머리를 많이 감게 되고,자외선이나 수영장 염소 등으로 머릿결이 크게 상하거나 푸석푸석해지기 쉽다. 한번 상한 머릿결을 다시 ‘찰랑찰랑’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더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머릿결,상하도록 방치하지 말고 조금만 더 신경쓰자. ●그냥 감지,뭐? 안돼!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머리도 자주 감게 된다.이때 샴푸는 하루에 한번 정도만 사용하고,거품을 많이 낸 뒤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 두피를 마사지해 주면서 맑은 물로 충분히 헹구어야 한다. 저녁에 머리를 감았다면 완전히 말린 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물에 젖어 약해진 머리카락이 자는 동안 엉켜 더욱 손상되기 때문이다. 보다 순하고 부드러운 것,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최근 새로 나온 샴푸는 대부분이 우유,쌀 등 천연 성분을 사용해 자극이 적다. CJ의 프리미엄급 샴푸 ‘식물나라 인조이어 라이스데이’는 쌀을 이용한 프리미엄급 샴푸.영양공급,보습,자외선차단,두피건강유지 등 4가지 기능을 갖춘 쌀의 배아와 쌀겨 추출 성분이 들어있다. 애경은 샴푸·린스 겸용인 ‘마일드 샴푸’를 출시했다.카모마일,세이지 등 7가지 천연 허브 추출물이 두피를 보호하고,모발 표면을 윤기있게 가꿔준다. 태평양은 민트성분과 프레시 아로마 향이 첨가된 ‘쿨 민트 후레쉬’를 내놓았다.비듬과 가려움을 방지하고 밀에서 추출된 단백질 성분이 함유돼 모발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밖에 스위스 화장품 브랜드 라우쉬는 깨끗한 허브로 만들어 아토피성 피부염 등 민감한 피부에도 쓸 수 있는 샴푸를 선보였다.자연주의 화장품 오리진스도 건조해지고 손상된 모발과 두피를 보호 해 주는 트리트먼트 헤어팩을 새롭게 출시했다. ●시원해보이는 스타일은 올 여름 유행스타일은 여성스런 섹시함과 귀여운 곱슬머리(컬러 헤어)에 초점을 둔 ‘과감’과 ‘섹시’이다. 비달사순 인터내셔널의 수석 디자이너(에디토리얼 디렉터) 피터 그레이는 2003년 봄·여름 헤어컬렉션에서 여성스러우면서도대담한 느낌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이같은 스타일은 약간의 손질만으로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 스타일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여름에 인기있는 스타일은 긴 생머리.그러나 올해는 층을 많이 내고 자연스럽게 뻗치도록 한 가벼운 짧은 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찰랑찰랑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머리 끝에 왁스나 젤을 발라주는 것이 포인트. 웨이브 머리는 자연스러운 굴곡을 만들어내는 굵은 웨이브 파마가 주류를 이룬다.모발에 층을 많이 낸 후 파마를 하면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이밖에 앞머리를 모두 넘기고 정수리 부분을 띄워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이나,머리를 감아 올려 고급스러운 비녀를 꽂은 ‘업 스타일’도 여름철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최여경기자 kid@
  • 드라마주인공 겹치기 출연 “헷갈리네”

    방송가에 탤런트가 부족해서일까? 주연급 배우들이 드라마 속에서 너무 자주, 비슷한 캐릭터로 중복 출연하여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KBS2의 일일드라마 ‘결혼합시다’에서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리는 악녀로 나오는 주인공 임지은은 MBC 아침드라마 ‘황금마차’에서도 비슷한 캐릭터의 주인공으로 나온다.일명 ‘살인미소’로 신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김재원은 오는 10월말까지 주중에는 재벌2세,주말에는 조직폭력배로 나올 예정이다. 현재 SBS주말드라마 ‘라이벌’에서 폭력조직의 말단 행동대원인 그가 26일부터 방송될 MBC월화드라마 ‘내사랑 팥쥐’에서는 주인공인 재벌후계자 승준 역도 겸해야 한다. 자신만의 ‘청순한’이미지를 벗고 ‘라이벌’의 깡패 역을 소화하고자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그가,재벌 후계자에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라며 머리색을 다시 갈색으로 바꿔 두 드라마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 조연급으로 가면 이같은 상황은 더욱 빈번하다. MBC 아침드라마 ‘황금마차’에서 부부로 나오는 한진희-박정수는 KBS1 주말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에서도 부부로 출연한다.한진희는 KBS2 일일드라마 ‘당신 옆이 좋아’에서는 이효춘의 남편으로도 나온다.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극중 주인공 장서희의 아버지인 태양일보 국장 은진섭으로 출연중인 박근형은 KBS 월화드라마 ‘러빙 유’에서도 주인공 박용하의 아버지인 재벌 회장으로 나온다. SBS ‘라이벌’에서 극중 김재원의 단짝 콤비인 깡패 윤기원과 조폭두목 최준용은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SBS수목드라마 ‘정’에서도 각각 주인공 유준상과 김석훈의 친구인 코믹한 캐릭터로 나올 예정이다. 한 네티즌은 “겹치기 출연은 드라마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면서 “결국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아 스타들의 생명까지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연기자나 방송국은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현진기자 jhj@
  • 아카펠라로 듣는 재즈

    아카펠라로 듣는 재즈? 얼핏 들으면 생소하지만 이미 국내 드라마나 TV광고에도적지않게 등장하고 있다. 11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에서 아카펠라 재즈의진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첫 내한공연을 갖는 스웨덴 5인조 아카펠라팀 ‘더 리얼그룹’.세계최고의 화음을 자랑하며 ‘가장 인간적인 목소리로 따뜻한 정을 전하기 위해 노래한다’는 아카펠라재즈그룹이다. 스톡홀름 왕립 아카데미에서 만난 여성보컬 2명과 남성보컬 3명이 멤버. 84년 그룹 결성이후 3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조지 마틴,바비 맥페린,바바라 헨드릭스,투츠 텔레만스등 거장들과 1,200여회의 공연을 해왔다. 아카펠라에 치중하지만 교향악단이나 밴드,합창단과도 공연한다. 이번 내한공연은 2년만에 내놓은 앨범 ‘Commonly Unique’ 발매에 맞춘 투어.업템포 팝이 주조를 이루는 새 앨범에선 여전히 악기를 쓰지않았다.대신 보코더나 필더,게스트 보컬을 활용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공연에선 아침의 상큼함이 느껴지는 편안한 가사, 멜로디의 타이틀곡과 멋드러진휘파람 소리가 담긴 ‘빅 배드 월드’를 비롯해 클래시컬한 느낌의 ‘스테이’‘아이즈 오브 어 차일드’ 등 감칠맛 나는 노래들을 선사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새 영화/ 개 달리다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로 알려진 재일교포 2세 최양일 감독의 ‘개 달리다’는 극중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영화내용의 절반은 암시해준다.타락한 형사와 야쿠자에 창녀.제목이 은유하듯 영화는 ‘개같이’ 살아가는 바닥인생들의 이야기를 역설적일 만큼 코믹하게 얽어매고 있다. 무대는 도쿄 신주쿠.신주쿠경찰서의 형사 나카야마(기시타니 고로)는 야쿠자에게 마약단속 정보를 빼주고 뒷돈이나 받아먹는 파렴치한이며,히데요시(오스기 렌)는 그에게 빌붙어 사는 한국인 정보원이다. 나카야마와 한국계 야쿠자 조직 두목을 오가며 정부 노릇을 하는 모모는 상해 출신의 창녀.그런 모모를 나카야마 몰래 히데요시가 짝사랑한다. 형사와 야쿠자 정보원이 내내 함께 엉켜 이야기를 이어가는 버디 무비다.모모가 변사체로 발견되기까지는 키득키득 긴장없이 웃게 만들던 영화가, 히데요시와 모모의 내통관계가 탄로나면서 일순간 스릴러로 급반전하는 느낌이다. 신주쿠 골목골목을 돌며 히데요시와 나카야마 일행이 쫓고 쫓기는 후반부가박진감 넘친다. 비밀도박,폭력,사기,매춘,마약 등 일본사회의 구린 부분을 들쑤시며 길게 호흡하던 카메라는 질주하는 두 남자를 따라잡느라 정신없이 흔들린다. 하드보일드 소재의 영화가 관객을 흡인하는 힘은 따로 있다.알쏭달쏭 감독의자의식만 출렁대는 많은 영화들 틈바구니에서 근래 보기드물게 리얼리티를견지하고 있어서다. 비루한 사회와 음울한 삶에 대해 빙빙 둘러 말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표현해낸 감독의 솔직담백함,그게 이 영화의 힘이다.김덕수 사물놀이 음악이 엔딩타이틀곡에 삽입됐고,인기 듀오 클론의 구준엽이 랩송을 했다.일본에서는 98년 개봉됐다.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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