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PUTIN] “우크라 전쟁으로 비료값 폭등, 식량난과 기근·소요 촉발할 수”
세계 최대의 미네랄비료 업체인 야라 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세계 식량 공급망에 충격이 가해져 식량 값 폭등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르웨이에 본사가 있고, 한국을 비롯해 6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야라 인터내셔널은 러시아에 상당한 양의 원자재를 의존하고 있는데 이미 가스 도매가 상승 때문에 비료값이 폭등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이 가격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베인 토레 홀세더 회장은 7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전쟁 전부터 상황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공급망 교란까지 겹쳤다. 북반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는데 비료 수요가 급변해 아마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농업과 식량에 가장 큰 생산국이다. 러시아는 동시에 식물과 곡물이 자라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칼륨과 인산염 등을 엄청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홀세더 회장은 “세계 인구의 절반은 비료 덕에 먹거리를 얻는다. 해서 몇몇 작물 경작지에서 비료가 사라지면 소출은 50% 줄게 된다”면서 “내게는 글로벌 식량위기로 나아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 위기가 얼마나 크게 올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야라 사무실에도 미사일이 날아왔는데 다행히 11명의 직원이 부상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아직까지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선적 일정 등이 엉크러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BBC 인터뷰를 마친 몇 시간 뒤 러시아 정부가 비료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홀세더 회장은 유럽 식품 생산에 쓰이는 주재료 가운데 4분의 1정도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 기사가 뜨기 전에 “우리는 추가로 확보할 공급처들을 찾고 있지만 시간이 빠듯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이동 때문에 농민들과 생산성이 낮은 경작지들에게 더 큰 비용을 불러와 결국 식품값 폭등을 불러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원자재 말고도 질산염 비료 생산에 중요한 암모니아를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들어간다. 야라 인터내셔널은 유럽 공장에 제공할 천연가스를 러시아의 공급에 의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스 도매가가 급등해 유럽 생산량의 40%정도를 일시적으로 생산 중단한 일이 있었다. 다른 생산업체들도 공급량을 줄였다.
선적 운임이 치솟고, 마찬가지로 칼륨 공급원인 벨라루스도 제재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지난해 비료 값이 무섭게 올랐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평가를 하고 있지만 조금 더 폐쇄하는 것을 논의해야 하는지 말하긴 이르다고 했다. 아울러 결정적인 포인트에 이를 때까지 계속 생산하는 일을 “아주 강한 의무”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홀세더 회장은 세계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식량 생산에 있어 러시아 의존도를 낮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우리는 경작을 포기하지 않는 농민들에게 비료가 흘러갈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강한 대응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딜레마이긴 한데, 솔직히 아주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음을 규탄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는 팬데믹이 덮치기 전부터 글로벌 식량생산 시스템이 직면한 어려움으로 인식됐다. 홀세더 회장은 전쟁이야말로 “재앙 중의 재앙”이라며 지금은 이 정도 충격으로도 글로벌 먹거리 공급망이 흔들릴 정도로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 가난한 나라일수록 식량 안보에 불안정이 심화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2년 동안 5억명 이상이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었음과 함께 이제 진짜 걱정할 일의 맨처음에 기근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흑해 연안은 세계적인 곡물 생산지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두 나라는 세계 상위 5대 곡물 수출국으로, 세계 총 칼로리의 약 12%가 이들 지역에서 나온다. 2018~2020년 기준 전 세계 밀의 34%, 보리의 26.8%, 옥수수의 17.4%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생산의 49.6%를 담당한다.
이 지역의 곡물은 흑해를 거쳐 전 세계로 수출되는데 러시아 침공 이후 곡물 운송은 일체 중단됐다. 마리우폴은 이미 러시아군의 수중에 들어갔고, 최고의 물동항 오데사는 러시아군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터키, 이집트 등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집트는 2020년 기준 식량의 86%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예멘의 식량구호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밀의 절반은 우크라이나산이다. 빈곤국에 분배할 곡물과 식량을 조달하는 WFP는 지난해 140만톤의 밀을 구입했으며 그 중 70%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나왔다.
이들 지역에서는 식량위기가 정국 불안이나 소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9년 곡물가격 급등은 2010년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아랍의 봄)의 방아쇠를 당겼다. 2007~2008년 호주의 흉작으로 세계 밀 가격이 급등했을 때 코트디부아르 등 40개국에서 시위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