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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김정일 연구](4)경영개념 도입

    ‘실리 보장’.이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부터 강성대국 건설을 외치면서 경제사업의 맨 앞자리에 내세우는 지침이다.‘통 큰 지도자’로선전되는 김국방위원장이 경제를 직접 챙기면서 ‘작은 것’에까지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지난해 6월 어느날.점퍼 차림으로 측근 간부들을 거느리고 신의주 화장품공장 현지지도에 나선 김국방위원장은 꾸짖는 어투로 ‘강령적 과업을 제시’(지시)하고 있었다. “공장 건물만 요란하게 지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경공업공장에서는 인민들에게 실지(실제로) 필요한 상품을 많이 생산해야지,멋따기 놀음(멋내기)을해서는 안됩니다” 허세만 앞세우고 ‘실제적인 이익’(실리)은 따지지 않고있다는 따끔한 질책이었다. 김국방위원장의 실리 중시 지침은 올해 신년사설을 통해 전 주민들에 하달됐다. 김국방위원장이 실리 중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9월부터.먼저 정부조직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정무원을 내각으로 바꾸면서부총리를 종전 9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37개부(部)와 위원회를 32개 성(省)과 위원회로 대폭 축소했다.이는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돼온 연합기업소와 공장들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을 전후해서 북한의 기업소와 공장들이 크게 달라지기시작했다.기업소와 공장들의 변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이다.이는 남한판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연합기업소와 큰 공장 50여곳이 일반 기업소와 공장으로 축소·개편됐다. 북한이 ‘우리식 새로운 기업소 조직 형태’라고 자랑해오던 ‘연합기업소’의 명맥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성진 제강연합기업소와 상원 시멘트연합기업소 등 몇 곳에 지나지 않는다.기업소와 공장에서는 경영혁신도 함께이뤄지고 있다. 부분적이나마 ‘기업경영의 독자성’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채산제가 확산되고 있다. 조직 축소와 경영혁신에 대한 김국방위원장의 의지는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지난 1월 평북지역 경제부문을 현지지도하면서 ‘공장·기업소들의관리운영사업을 개선하며 경제사업에서 새로운 혁명적 전환을 일으키는 지침’을 제시했다고 그 당시 노동신문은 전하고 있다.그는 또 비슷한 시기 평북지역 토지정리사업 현지지도에서 도 간부들에게 ‘얼렁뚱땅하여 기름예비를조성하는 것’(얼룽뚱땅하여 기름을 많이 타 가는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이에 따라 지금 북한에서는 자재를 낭비하거나 기업관리를 무책임하게 한 사람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국방위원장이 이처럼 기업소와 공장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가하고 있는것은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을 빼고 낭비 요인을 줄여 내실을 기하고 효용을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김국방위원장의 실리 중시는 북한에서 추진되는 각종 대형사업에서도 반영되고 있다.지난 98년까지만 해도 전체 건설사업 가운데 경제나 주민들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정치선전물 공사 비중이 40%선에육박했으나 지난해부터는 10% 수준 미만으로 낮아졌다. 기업소와 공장의 대대적인 관리·운영방식의 변화가 계획경제의 틀을 새로짜는 방향으로 움직일지,아니면 부분적으로나마 시장경제 쪽을 향할 것인지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유은걸기자 eky73002@
  • 각의, 소득세법개정안 의결

    정부는 2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개인 기부금과노인·장애인의 이자소득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및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두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개인이 학술·종교·문화 등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현행 소득금액의 5%에서 10%로 확대된다. 또 고아원·양로원·재활원 등 사회복지시설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그리고 사립학교에 기부할 경우의 소득공제 혜택이 ‘연간 소득금액의 5% 한도’에서 ‘기부금 전액’으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근로소득자가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을 구입하면서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자금을 빌리면 연간 180만원 한도에서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는다. 근로자 본인의 교육비 공제 범위도 대학교에서 대학원으로 확대된다. 국무회의는 이와 함께 낙동강 수계 물 관리 및 주민지원 법안을 의결,낙동강 상류지역 중 일정거리를 수변구역으로 지정해 공장·축사·음식점·숙박시설 등의 설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아울러 국무회의는 변리사법 시행령을 개정,현재 상대평가제인 변리사시험합격자 결정방식을 오는 2001년 1월부터 일정점수 이상 득점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제로 변경하도록 했다. 국무회의는 또 내달 1일 의약분업 시행에 맞춰 의료보호대상자가 의료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연간 330일에서 365일로 연장하는 내용의 의료보호법시행령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무회의는 이밖에 건축법시행령을 고쳐 내달 1일부터 신고만으로 건축할수 있는 단독주택의 규모를 현행 100㎡ 이하에서 330㎡이하로 확대했다. 이도운기자 dawn@
  • 행정정보 공개/ 제대로 돼가나

    행정정보 공개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실효성있는 행정정보 접근이 어렵다는게 공직사회안팎의 지적이다.우리나라에서 행정정보 공개는 지난 94년부터 시작됐다.처음에는 국무총리 훈령으로 ‘행정정보공개 운영지침’에 의해 시범적으로 운영됐다.그러던 것이 98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 실시됐다. 훈령으로 운영되던 때는 정보공개 대상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불과했다.나중에는 헌법재판소나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과 입법기관,정부투자기관,특수법인에까지 늘어났다.정부기록보존소의 영구보존 국가기록물이 포함된 것도 이 때부터다.공공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5일이내(부득이한 경우 15일 연장 가능)에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 건수도 꾸준히 늘었다.지난 한해 전국 각급 행정기관에 접수된 각종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4만2,930건으로 98년 2만6,338건에 비해 63%가증가했다.94년 첫해에는 1만2,113건이었다. 제도적인 보완도 뒤따랐다.불복 구제절차가 법제화된 것은 큰 변화다.처분기관에 재심의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상급기관에 심의를 요청하는 행정심판,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행정소송 등이 법적으로 보장돼있다.인터넷 등으로 공개청구와 처리를 실시하는 기관이 늘어나는 등 제도 운영 역시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견실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문제점이 상존하고있다. 우선 공개여부 판정기준이 모호하다.지난해 전국적으로 정보공개심의회가 335차례 열렸지만 절반에 가까운 158건이 ‘결정 곤란’으로 판정났다.정보공개에 따른 분쟁의 소지를 방지하고 행정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또한 신속하고 적절한 불복구제를 위한 전문기관의 설치가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부 기관에서는 정보공개 이용을 위해 비치하게 돼있는 주요문서목록 등도아직 마련하지 않고 있는 등 준비가 미흡하다. 정보 청구방법의 다양화 방안도 모색 돼야한다. 지난해 전체 청구의 86%가행정기관에 직접 출석한 경우였다.전자적 정보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지침이 필요하다.현재 각급 기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구축하고 있는 인터넷 정보공개시스템이 정착되면 정보공개청구사례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는 시간에 따라 자산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정보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공개여부 결정에서 공개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운기자 jj@. *시민단체 지적 문제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보공개청구제도의 문제점으로 우선 정보공개청구를전담하고 있는 주무부서가 없는 점을 들고 있다. 현재 정보공개청구는 각 부처 총무과 문서계에서 접수받아 해당 부서로 넘기는 체계로,약간이라도 까다로운 자료의 경우 정보공개청구자는 같은 문의를 여기 저기에서 여러 번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비공개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 점을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98년 영동군에 화학무기 폐기 실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국가보안’의 이유로 비공개했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제도의 비공개 사유는 국가안보 등 국가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정보,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등 크게 8가지로 분류돼 있으나 문제는 이 판단을 일선 실무자가 자의적으로한다는 데 있다.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비정기적으로 열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더욱이 시민단체 등 정보공개청구자가 행정 소송 등 구제 절차를 밟으려 하면 ‘공식적으로는 비공개 대상인 정보가 비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경우도발생한다. 그밖에 공무원들의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무사안일과 인식 부족,이용자인 국민들의 권리 의식 미비도 제도정착을 지연시키는 문제로 꼽을 수 있다. 공무원들은 실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자기 업무에 부담을 주는 귀찮은일’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다.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체계적 교육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뤄지지 않고 정보공개를 청구할때 그때 그때 설명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 실제로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이경미 간사는 “정보공개청구제도에 대해시민단체 간사들이 공무원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자신들의 알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점,그리고 비싼 수수료의 문제도 앞으로 극복돼야할 부분이라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金正鎭 행자부 행정능률과장. “대체로 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자치부 행정능률과 김정진(金正鎭)과장은 19일 행정정보 공개제도의 운영에 대해 ‘양호’ 점수를 매겼다.제도 운영실무책임자로서 당연한 답변이겠지만,시민·사회단체 등 수요자들의 평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과장은 이에 대해 “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2년 밖에 안됐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주문했다. “시행 2년째에 정보공개 청구실적이 전년도보다 63%나 늘어난 것은 제도에대한 인지도와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정보 공개율이 90%에 육박하는것도 나름대로 내실있게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아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다.사회단체등이 요구하고 있는핵심자료는 아직 개인정보 공개 등과 맞물려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점을 대표적으로 꼽았다.하지만 “사법시험 내용이 공개되는 것 처럼 사회의 요구에따라 점차 공개의 폭이 넓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법적 정비도 준비중이라고 소개했다.“이의신청 절차를 줄이고 처리기간도 단축시킬 계획이고,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열람수수료 인하도 포함돼있다”고 귀뜸해주었다.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 비공개에 대한 사유를 구체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것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만들어 올 하반기 정기 국회 회기내에 제출할 계획이다.개인적으로는 행정기관의 판공비도 공개돼야 한다는견해지만 현재 재야단체의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일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김과장은 “법이 개정되더라도 당장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개인정보 보호’만 하더라도 최근 각종 판례를 통해 사회적 개념이 정립되고 있어 이런 추세가 제도에 반영되려면 좀 더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과장은 “전반적으로는 앞으로 2년쯤 더 지나고 나면 인터넷 등을 통해행정정보 공개제도가 우리사회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운기자. *외국의 사례. 현재 정보공개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미국,스웨덴,프랑스,캐나다,오스트리아,호주,뉴질랜드,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네덜란드,벨기에 등 14개국에서법으로 보장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7년 법제화한 정보자유법(FOIA·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통해 ‘누구라도 연방 정부 기록에 접근권을 지닌다’고 규정했다.미국에서는 CIA(중앙정보부)가 지난 60년대 반정부 성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미국인들과 사회 단체들을 불법적으로 감시해왔음을 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통해 밝혀냈다. 또 비밀리에 수감중인 죄수들을 대상으로 세뇌용 약품의 실험 대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과 양로원 노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의약품의 성능 시험을 한것 등을 공개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99년에야 정보공개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그러나 지난 82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형식으로 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해 풍부하고 구체적인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그중 정보공개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각인시킨 일로 ‘약해(藥害) 에이즈 사건’은 지난 84년 일본 후생성이 혈우병 환자에게 사용되는 비가열 혈액제재가 에이즈를 감염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 제약업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숨긴 채 환자에게 시판·투약되도록 방치해 에이즈 감염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발뺌하던 생물제재과장의 파일에서 관련 서류가 발견됐고 이를 후생성 장관이 과감히 공개했고 이후 정보공개의 중요성을더욱 크게 인식할 수 있었다. 또 ‘관관접대(官官接待)’ 역시 일본 시민단체가 치중하고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관관접대란,거짓 출장이나 가공 접대로서류를 통해 예산을 소모하는 것을 말한다.지난 95년 ‘전국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가 도도부현(都道府縣)과 일부 시에 대해 자치단체의 지출항목인 식량비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행해 조사결과 관관접대 비용은 무려 300억엔에이르렀다. 박록삼기자
  • ‘스매싱 펌킨스’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공연

    처음이 곧 마지막이 돼버렸다. 국내 얼터너티브록 팬들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90년대 최고의 록그룹 ‘스매싱 펌킨스’의 내한공연이 확정됐다.다음달 4일 오후8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예매를 시작한 지 나흘만인 지난 15일 플로어에 서서 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F석(6만5,000원)이 이미 매진될 정도로 이들의 내한공연은 화제를 낳고 있다. 어쩌면 생애 단한번 스매싱 펌킨스를 만나는 기회일 지도 모르기 때문.스매싱 펌킨스가 지난달 23일 해체를 공식화했고 서울공연 이후 일본과 하와이를거쳐 가을쯤 미국에서 조촐한 은퇴공연을 가질 예정이다.팬들은 기획사에 전화를 걸어 “스매싱 펌킨스를 만날 수 있게 해주어 너무 고맙다”고 격려하기도 한다. 선배그룹 ‘너바나’의 리더이자 얼터너티브 록의 원조격인 커트 코베인이“더이상 록의 저항은 없다”며 자살한 이후 코베인의 유지를 받들어 록음악계를 버티어온 스매싱 펌킨스의 해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빌리 코건은은퇴를 선언하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스파이스 걸스가지배하는 음악세계에서 더이상 록이 걸어야 할 길은 없다”고 단언했다고외신들은 전한다. 이들의 해체소식은 지난 2월 앨범 ‘머시나,더 머신즈 오브 가드’를 발표한지 석달이 채 안돼 이루어진 일이어서 더욱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앨범 녹음중 은퇴한 다시 레츠키 대신 서울공연에는 그룹 ‘홀’ 출신의멜리사 아우프 더 마이어가 참가한다. 그러나 국내팬들은 코건이 “끝이 아닌 더 매력적인 음악을 선보이기 위한시작일 수 있다”고 말한 데 집착할 지도 모르겠다.그리고 그들에게 물어볼지도 모를 일이다.“록의 저항정신을 계속 지필 수는 없느냐”고. 임병선기자
  • 할리우드 신예감독 제임스 맨골드 ‘처음 만나는 자유’

    열일곱살 소녀가 보드카에 아스피린 한통을 털어삼킨다.학교 전체를 통틀어유일하게 대학진학을 못한 열등생.자살은 미수에 그치고,그 일로 그는 가족에 등떼밀려 정신병원에 갇힌다. 풀풀 먼지날리는 일상을 문득 낯선 눈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영화에는있다.‘캅랜드’로 이름을 얻은 할리우드 신예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그 점을간파한 듯싶다. 99년작 ‘처음 만나는 자유’(원제 Girl,Interrupted)는 카메라를 일상의 눈높이에다 고정시킨 다음,작은 이야기를 큰 울림으로 변주할줄 아는 영화다. “세상의 혼돈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자살을 기도했던 수잔나 케이슨(위노나 라이더)은 끌려가다시피한 정신병원에서 또다시 강경한 벽과 맞닥뜨린다. ‘경계성격장애’라 진단받은 그의 눈에도 그곳의 또래 소녀들은 모두 비정상이다.심리불안으로 줄창 통닭만 먹어대는 데이지,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자해로 얼굴이 일그러진 폴리, 마법의 나라에서 사는 게 꿈인 룸메이트 조지나….기름처럼 겉돌던 수잔나는 6년째 요양원 생활을 하면서도 적응을 못해방황하는리사(안젤리나 졸리)를 사귀면서 마음을 연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긋는 것인지,중반을 넘어선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세상의 질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리된 이들은 자신들을 비정상이라 몰아친 바깥세상이 차라리 더 모순덩이로 보인다.그 항변을 떠맡은건 리사다.그는 번번이 탈출을 시도하지만 끝내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되돌아온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에게 세상과 화해하는 길을 열어놓는다.“인간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역류가 있다”며 스스로를 학대하던 수잔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집으로 향한 차안에서 그는 독백한다.‘의지가 꺾였거나 비밀을간직하고 있다고 미친 것은 아니다. 진실하지 못하면 누구나 미친 것일 수도있다’도발과 반항적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 한편으로 상복이 터졌었다.올 초 개봉된 ‘본 콜렉터’에서의 여자경찰때와는 전혀 다르게 상처받은 영혼의 내면을 잘 연기했다.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전미 방송영화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등을 따냈다. 60년대 시대배경과 올드팝,미디엄샷으로 뽑아낸 화면이 안정적이다.에피소드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 탓에 영화의 스케일은 오히려 왜소해졌다. 인기광고에서 훔쳐온 듯한 제목도 실패다.이 제목으로는 여성 버디무비의 민감한주제의식을 온전히 전달할 수가 없다. 24일 개봉황수정기자 sjh@
  • 남북 화해시대/ 양승현기자 訪北記

    벅차오르는 설레임과 흥분,약간의 긴장감으로 뒤범벅이 된 첫 방북.특별수행원과 기자들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안착한 것은 정확히 13일 오전 10시20분.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 일행보다남과 북을 잇는 ‘하늘길’을 9분 먼저 열었다. ◆순안공항 첫 취재의 행운/ 공항에 도착하자 수행원과 기자들이 항공기에서내릴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취재가 빡빡하겠구나’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쳤다. 가까스로 10인승인 작은 버스를 타고 환영행사장에 도착하니 김대통령의 전용기도 이미 안착해 있었다.그때서야 공항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조화(꽃술)를 손에 든 한복 차림의 수만 환영 인파들,인민군 육·해·공군 의장대…. 바로 그 때였다.평양시민들의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손에 든 조화가 세차게 흔들리면서 공항은 갑자기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아주 순식간이었다. 아직 김대통령이 탑승해 있던 전용기 앞문은 채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어,뭐지?’ 공항 입구 저편에서,한 150m 정도 됐을까,갈색 인민복차림에 퍼머머리를한 낯익은 사람의 뒷짐을 지고 카펫 위를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었다.환영인파의 ‘결사옹위,김정일’ ‘만세’ 소리에 느릿한 박수로 화답하는 여유를 보였다.이를 보자 평양 시민들은 발을동동 구르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예상깬 파격 의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생각으로 수첩에 적기 바빴다.혹시나 했지만,정부관계자 누구도 확인해 주지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그 때까지 출영 사실을 알지 못했다.‘기자로서 정말행운이구나’는 벅찬 감회도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카펫 중앙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누구도 곁에 다가가지 않았다.통상적인 공항 환영행사 때에 흔히 볼 수 있는 의전에 관해 조언하는 이조차 없었다.그는 유일한 중심이었고,그가 결심하고,판단하고,행동하는 그모든 것이 곧 의전이고 격식이며,관행이 되는 듯 했다.김위원장 스스로 표현했듯이 그는 ‘오랜 은둔생활’을 파격(破格)의 방식으로 청산하고 한국기자에게 처음으로 불과 1m50㎝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대중’ 연호는 없어/ 일부 언론에서 환영인파들이 ‘김대중’을 연호했던 것처럼 보도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시했다.그는 조금의 거침도,약간의 막힘도 없이 행동했다.시민들이 외쳐댄 ‘결사옹위’가 독특한 억양으로 ‘김대중’을 연호하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켰을 뿐이다. 2박3일 평양 체류기간 내내 기자를 안내한 리윤철씨(38)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제가 담당하는 기자선생이 장군님을 처음 취재하고,악수까지 나눴다고 전해지면서 제가 우리 안내원들 사이에 으뜸이 됐습니다”고 했다.김위원장은 북측에 이러한 카리스마의 지도자다. 김위원장은 뒤에 우리측 인사에게 “내가 공항환영 행사에 나가는 것을 김용순비서가 말렸는데 나갔다.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주변에서 ‘빨간불’을켠다.내가 새 총으로 이 빨간불을 모두 깨트리면서 나갔다”고 말했다.기자의 첫 느낌은 ‘어릴 때부터 받은 지도자 수업이라는 게 정말로 무섭구나’였다. ◆초조한 기다림/ 14일 오후 목란관 만찬은 서울에서 궁중음식 재료를 공수,요리사 20명과 그릇만을 북측의 도움을 받아 김대통령이 초청한 자리였다.공식,특별 수행원들이 모두 와 있었다.이 때에도 오후 3시에 시작된 단독정상회담이 무려 3시간50분 동안 계속됐기 때문에 김위원장이 나올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대기실에서 기다린 지 10여분이 지난 오후 7시 외교부 의전담당자가 “김위원장이 오실 것같다”면서 “두 분이 나란히 여러분을 앞을 지나가시면 박수로 환영해달라”고 요청했다.7시5분 입구가 떠들썩해지면서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예상을 깨고 김위원장은 일렬로 기다리던 우리측 수행원들을 보자 차례로 악수를 청했다.“회담이 잘됐구나”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김정일위원장과 처음으로 악수/ 재빨리 특별수행원 사이로 끼어들었다.“대한매일 양승현기잡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힘찬목소리로 “반갑습네다”며 악수했다.기자가 서있는 것에 대해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취재현장에서 기자로는 처음으로 그와 악수를 나누는 행운을얻은 것이다. 그의 손은 작은 편이었으나 손마디가 굵고 탄력이 느껴졌다.그는 만찬장도압도했다.‘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계를 설정해 놓고서는 자기식의 자유로움과 격의없음을 거침없이 표현했다.앞테이블에 앉은 양복 차림의 박재경장군 등 군장성들을 헤드테이블로 불러내 김대통령에게 직접 술을 따르게 하고,남측 특별수행원들이 권하는 술잔을 “여러 차례 마셨습니다”면서도 ‘원샷’이었다.옆자리의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고은(高銀) 시인의 ‘대동강 앞에서’라는 즉석 시낭송도 그가 빚어낸 작품이었다. [양승현 정치팀
  • [新 김정일 연구](2)’먹는 문제’ 해결사

    찬바람이 밖에서 매섭게 몰아치던 지난 96년12월27일.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김정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집회 비밀연설을 통해 당간부들을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식량난으로 굶주림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당 일꾼들이 앉아서 회의만 하고 있고 뭣들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그러면서 “지금처럼 정세가 복잡한 때에 내가 경제실무사업까지 맡아보면서 걸린 문제들을 풀어줄 수 없다.수령님은 생전에 나에게 절대로 경제사업에 말려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질책의 강도를 높여갔다. 그로부터 약 1년1개월이 지난 98년1월16일.김정일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연형묵 전 총리가 당 책임비서로 있는 자강도의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현지지도에 나섰다.김일성 사망이후 위기타개와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군부 다스리기에만 매달려오던 그가 이례적으로 직접 민생과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김정일은 종전처럼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군부 추스리기에 나서는 한편 그해 3월9일 성진제강기업소를 시찰하는 등 경제부문에 대한현지지도의횟수를 점차 늘려갔다.과학기술발전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1월11일엔 연초 첫 나들이로 평성에 있는 과학원을 시찰했다. 다시 1년이 지난 올해 1월24일.두툼한 방한복에 털모자를 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찬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평북 태천군 들판에 나타났다.그가 엄명을내려 추진하고 있는 토지정리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올들어 김정일은 무려 8차례에 걸쳐 토지정리사업장을 비롯해 발전소,양어장,기계공장 등을 시찰하면서 독려의 고삐를 죄어가고 있다.이처럼 그가 경제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식량난 해결과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체제안정을 이룩할 수 없음을 절감한데다 당과 군부를 완전히 장악해 권력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에 이젠 경제부문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김정일의 독려로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9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식량사정 역시 눈에 띄게 나아졌다.이에 힘입어 북한측은 경제회복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또 김정일이 이번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종 여유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그러나 아직도 북한에서 식량은 크게 부족한 상태이다.더욱 공장을 돌리려 해도 전기가 부족해 산업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먹는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면서 종자혁명,감자농사혁명,두벌농사(이모작)및 양어사업의 전군중적 운동을 다그치고 있다.이와함께 증산과 농사의 기계화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토지정리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김정일은 ‘토지정리는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한 대자연개조사업이며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이라며 토지정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감자농사혁명에 쏟고 있는 그의 관심과 독려도 대단하다. 김성진.그는 감자가 많이 나는 백두산 인근 산골짜기인 양강도 대홍단군 당 책임비서에 지나지 않는다.그렇지만 북한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거의 없다.지난 98년 10월 그곳을 현지지도한 김정일이 ‘동무야말로 진짜배기 혁명가,참된 당일꾼’이라고 극찬하고 그를 따라 배울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이 때 김정일은 ‘감자는 흰 쌀과 같다’며 감자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이처럼 김정일은 토지정리사업과 감자농사를 통해 식량난 타개를 추구하면서 정보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획경제의근간인 연합기업소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힘쓰고 있다. 이제 김정일은 경제사령관으로 전환기 북한경제의 한 중심에 서 있다.그러나 농업구조와 군수중심의 산업구조의 과감한 개혁과 개방,시장경제의 도입없이는 곧바로 한계에 부닥치고 말 것이다. 유은걸기자 eky73002@
  • 남북 화해시대/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의 ‘평양 2박3일’

    6월13일 오전 9시48분. “지금 38도선을 넘는다”는 기내방송이 나왔다. 비행기를 타고 38선을 넘는 게 사실인가? 꿈이 아니겠지…. 가벼운 흥분이일었다.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렸던 예술공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으나 베이징에서비자가 안나오는 바람에 취소된 적이 있어 이번에도 하루가 연기돼 걱정이앞섰던 터였다.38선을 넘었다는 얘기에 걱정이 일시에 사라졌다. 해안선을 따라 올라갔다.평양 순안공항에 접근할 때는 한창 모내기하는 북녘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경지정리가 자로 잰듯 했다.북녘 땅을 직접 보자 가슴이 뭉클했다. 순안공항에 직접 영접나온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연호하는 인파를보고 “이번엔 뭔가 결실을 맺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시인 고은 선생과 같은 조가 돼 한차를 타고 가며 차창 밖 연도의 시민들을 유심히보았다.그들의 얼굴에서 통일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겹겹이 병풍을 친듯 늘어선 연도의 인파들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동승한 안내원은 “옛날 쿠바 카스트로나 캄보디아시아누크가 왔을 때도 이 정도는아니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숙소인 주암산(酒巖山)초대소에 여장을 풀었다.바위에서 술이 나왔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곳.부벽루와 대동강 능라도,을밀대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었다.바로 점심을 먹고 만수대 예술극장을 찾았다.입구에서 ‘평양시 예술인들의 음악·무용종합공연’이라는 대형간판이 우리를 맞았다.아리랑,청산벌에 풍년이 왔다네,천안삼거리를 듣는 일행들의 얼굴은 숙연해져 있었다. 평양의 첫 날은 흥분과 감격속에서 보냈다. 다음날 인민학습당과 만경대소년궁전을 둘러본뒤 옥류관에서 냉면을 배부르게 먹고 ‘조선콤퓨터회사’를 찾았다.북한의 컴퓨터 기술수준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듯 했다.특히 회사를 충실히,샅샅이 보여준 데 감명을 받았다. 모든 것을 다 개방하고 솔직하게 서로 주고받자는 자세로 보였다. 이어 인민문화궁전에서 경제분야 회의를 가졌다.우리측 특별수행원 24명 중경제와 관련해 방북한 우리측 인사 10명과 북한측 경제관계자들이 얼굴을 마주했다.북측에서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 회장을 비롯,박동근 조국통일연구원 참사,정명선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김정혁 조국통일연구원 실장,박세윤 조선콤퓨터회사 총사장,조헌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연구원등이 참석했다.이렇게 남과 북의 다양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앉은 것은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역시 처음이었다.북한의 정 회장이 먼저 인사말을 했다. “이렇게 만나게 돼 정말 기쁩니다.그동안 통일이 안돼 상호 재력의 낭비가심했습니다. 이제 사상과 제도를 초월해 각 부분의 발전을 기해야겠습니다. 민족통일을 위한 실제적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92년 기본합의 사항을 아직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민족의 객관적 기대와 요구를 저버린 것입니다.그이후 진행된 민간협력은 일부 시범사업에 불과합니다.세계 모든 민족이 힘을 강화하는 데 대결로 서로의 힘과 지혜를 합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이번 회담을 통해 민족의 교류협력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할 얘기가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해달라”라고 덧붙였다.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 회장,이원호(李源浩) 중소기협 부회장과 참석인사들은 대체로남북 경제협력이 92년 합의한 기본 틀내에서 빨리 이뤄져야 하며 투자보장협정과 남북경제협력공동위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답했다. 내가 북측 인사들에게 말했다.“92년 기본 합의사항에 나와있는 남북경제협력공동위를 하루속히 설치해야 한다.투자보장 협정이나 이중과세 방지협정을비롯해 지적재산권 및 신분보장 등 속히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민간차원의 대북 창구문제는 우리측 경제단체들이 상의해서 북측과 대화채널을마련하겠다. 중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대만기업을 우대하는 것처럼 남한기업에도 우대조치가 있어야 한다.북측이 지난번에 개정한 외자유치법에서도 남한기업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박동근 참사는 “남쪽에서는 남북관계 특수가 있다고 얘기되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대통령이 평양에 오실 때 기업인을 많이 대동,구체적인 정리안을 갖고 계실 것으로 보이는데,그게 뭔지 얘기해달라”고 했다.그는 김재철 회장의 글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것까지 알고 있을 만큼 우리 방북단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그날 저녁에는 역사적인 남북공동합의문 5개항 합의가 있었다.김정일 위원장은 방북단을 목란관으로 초대했다.국빈 대접을 위해 특별히 지은 곳으로 한쪽 벽에는 동해바다 물결위의 찬란한 일출이,반대편은 삼지연의 불붙는 듯한 일몰로 장식된,대단한 만찬장이었다.이날은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간 요리사들이 남쪽요리를 만들어 내왔다. 만찬은 화기애애하고 파격적인 만남의 장이었다.김정일 위원장이 일일이 잔을 돌리며 우리 기업인들과 건배를 했다. 마지막 날인 15일.오전에 평양에서 50㎞ 떨어진 닭공장 ‘동화협동농장’을찾았다.콤비나트 형태로 돼 있어 농장에서는 옥수수나 콩을 재배하고 사료를만들어 닭,오리,돼지,거위 등을 키우는 곳이었다.특히 최신설비가 갖춰져 사료 제조와 알 부화가 자동 처리되고 있었다.이곳은 김 위원장이 세번이나 와서 현장지도를 했을 정도로 현대화된 공장이다. 점심 때에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위원장이 식사를 베풀었다.김 대통령과김 위원장은 나를 비롯한 경제인들을 따로 불러 직접 술을 따라주고 건배를제의했다.“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잔을 부딪쳤다. 역사의 현장,평양의 2박3일은 파격이었다.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경제협력이한없이 확대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제인으로서 진한 감격을 느꼈고,그것은 햇볕정책이 거둔 결실이었다. 정리 김태균기자 windsea@
  • [발언대] 매향리주민 안전 국가차원 대책을

    발언대에서 미 7공군과 함께 근무하는 공군작전사령부 조종사의 글(대한매일 6월1일자 7면)을 읽었다.그는 매향리사격장 민원과 관련해 일고있는 일부의 반미 움직임과 미군 동료들의 회의감을 걱정하면서 매향리사격장은 공군전투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곳이며 이전은 미봉책이라고 주장했다.또 한미공군전력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국민의 이해를구하는 한편 매향리주민이 겪는 불편에 대해 애정어린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매향리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입장이 다르다.이곳에서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본다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휴전중인우리나라에서 존재하는 전쟁터가 있다면 그곳은 바로 매향리이다. 거의 매일밤낮없이 계속되는 폭격과 기총사격 때문에 아이들은 경기를 일으키고 노인들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매향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항상 오폭사고와 그 위험 속에서 불안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매향리 주민들은 미군의 사기와 안보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50년 가까이전쟁터에서 살아왔다.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생활상의 불편이 아니라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이상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그 심각성은 매향리 주민의 대부분이 육체와 정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역학조사 결과에서 입증됐다.그러나 보다 심각한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지켜온 삶의 터전을버려야 한다는 것이다.매향리 주민전체는 지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주민의 안전을 위해 연습탄을 사용한다거나 기총사격표적을 이동한다는 식의 미봉책이 아니다.정말 이곳이 사격장으로 필수적인지,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는지,사격장으로 존속될 경우매향리가 주민의 거주환경으로써 적합한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근본적인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그런 다음 국가차원에서 주민들의 안위을 위한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사태해결의 핵심일 것이다. 매향리 주민으로서 이번 사건이 반미감정 확대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평화를 위해 이국타향에서 근무하는 미군들의 노고와 한·미연합군이 한반도평화에 이바지한 공에 대해 우리 모두 인정하는 바이다. 다만 우리는 대대로 지켜온 삶의 터전에서 안전한 삶을 영위하고 우리의 고향인 매향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사격장 폐쇄를 요구하는 것이다.더불어 우리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려다 구속된 전만규 위원장의석방을 촉구하는 바이다. 최종구 [매향리에서]
  • [언론개혁을 말한다](8)언론사’1인 소유구조’개선 시급

    “시민단체 일각에서 거론된 바 있는 ‘언론활용론’은 부도덕한 주장으로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그러나 이같은 주장을 공박하기에 앞서 시민단체가 아직 성숙되지 못한 현실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개혁이 우리사회의 대표적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로 부각된 가운데 언론개혁론자들은 시민단체가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해 왔다.이는 현 정권에 대해서는 ‘기대난망’이라는 결론을 내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 4·13총선을 전후해 시민단체 일각에서 ‘언론활용론’이 나돌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시민단체의 맏형격인 참여연대의 김형완(40) 협동사무처장은 언론개혁론자이다.다만 ‘목소리’는 차분하다.전업시민운동가인 그는 참여연대에서 웹사이트 운용·퍼블릭 억세스(매체수용자들의 매체참여)·인터넷방송 업무 등참여연대 내부매체의 총괄책임자이다.현재 맡고 있는 업무도 그렇지만 그는둘째형(한겨레 김형배 편집부국장)이 80년 조선일보에서 강제 해직당한,‘개인적 경험’이 계기가 돼 언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인물이다.그는“기성매체는 보도태도도 문제지만 구조적 속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고 “족벌·재벌언론사들의 횡포는 소유지분문제,경영투명성 확보 등이 해결되지 않고는 기자들만의 노력으로는 언론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고말했다.그는 또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어쨌든 4년에 한번씩 선거를 통해거르고 있으나 언론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대가 시민단체로 몰리고있다”고 분석했다.일부 수구언론에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실리와 명분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불거진 반작용이라는 것.참여연대가 언론개혁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그는 “참여연대가 언론개혁에 주체적으로 나서기에는 아직은 동력이 부족하다”며 “가까운 시기에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 남북 정상회담/ 시민 표정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북한 주민들이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을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감동과 놀라움에 휩싸였다. 대다수 국민들은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남과 북이한핏줄임을 새삼 확인하며 회담의 성공을 기대했다.일부 시민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편길석(片吉錫·67·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씨는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모습을 보니 너무 감격스럽다”면서 “나도 죽기 전에 평양에 한번 가보고싶다”고 활짝 웃었다. 순안공항에서 회담 장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가는 길목에 환영나온 평양시민들의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본 황재환(黃在換·70·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면)씨는 “벌써 통일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면서 “남과 북이 한핏줄임을 확인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주부 문은경(文銀景·25·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두 정상이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김재우(金在雨·51·건축업·경기 용인 수지읍)씨는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다 정상회담이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근처 부동산소개소로 가서 텔레비전을 봤다”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마중나온 것을 보고 북한이 생각보다 적극적인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정상회담의 성공을 낙관했다. 유창순(柳昌淳·71·황해민보사 편집국장)씨는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하는모습을 보니 50년 동안 가시지 않았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향민 2세인 조남일(趙南一·32·변리사)씨는 “두 분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면서 “빨리 북한에 있는 친지들을 만날 날이 오면 좋겠다”고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대전시 동구 성남동 형제의 집 미전향 장기수인 김용수씨(68) 등 3명은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힘들었던 일이 눈녹듯 사라졌다”면서 “정상회담이 분단을 종식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근본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할 원칙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향민 이성만(李成萬·64·평북 중앙도민회 총무부장)씨는 “김 위원장이공항에 나와 대통령을 영접하고 차에 함께 타는 모습을 보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통령이 우리를 대신해 고향 땅을 밟아주셔서 망향의 한이 풀리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소설가 황석영(黃晳暎)씨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황씨는 이날 오전 인천 뉴스타호텔에서 ‘분단시대의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갖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것은 그들도 인정하는 사실인데 굳이 이를 들먹여 북측을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북측도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만을 상대하려는 접근방식을 버리고 남측을 협상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잠실운동장內 녹지 2만여평 공원으로 단장

    서울시는 10일 잠실종합운동장내 녹지공간 2만1,500평을 새롭게 단장해 도심속의 소공원으로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서울올림픽 당시 테러방지용으로 설치한 높이 3m의 3단 철책 울타리 2,300m중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영장과 야구장사이 640m 구간을 1.3m 높이로 낮추고 그동안 폐쇄했던 출입구 6곳도 열어시민들이 언제라도 들어가 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이 일대 보도 주변에 덩굴장미 1,280그루를 심어 봄부터 가을까지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장미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고시촌 산책/ 제2외국어 살리는 지혜 모을때

    전세계 인터넷 콘텐츠의 90%가 영어로 되어있다는 것은 상식이다.지금 일본은 인터넷시대에 있어서 2류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일본정부의 지도층은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자는 주장을 제기했고,일본열도가 한때 영어 논쟁의 열풍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른바 영어는 이제 단순히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우리의 각종 고시제도 역시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회계사시험이나 행정고시에서 영어를 토플·토익으로 대체하고,감평사·변리사뿐만 아니라 사법시험에서도 영어를 필수화해야 한다는논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의 다원적 발전’ 차원에서 본다면 어떠한 외국어를 필수화하고 다른 외국어는 선택에서 제외해도 괜찮다는 주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논리의 비약’이다.인터넷이 미래의 중심축이라고 해도 지구촌의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실제로 움직이고 설득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언어’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지향하는 단일 세계화의 근간이 아무리 ‘영어로의 언어통일’이라고 외쳐도,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낱 ‘폭언’이다.더구나 이미 제2외국어를 꽤 오랫동안 공부해온 수험생이나,이들을 위해서 직업적으로 강의하는 분들의 심기가 편치 않을 것임은 최근의 외국어 논쟁의 향방이 얼마나 당사자들에게는 냉엄한 현실인가를 여실히 말해주는 대목이다. 변화와 개혁이 가진 양날의 칼은 한편으로는 발전을,다른 한편으로는 희생자를 만들어 왔다.무엇이 대의(大義)이고,무엇이 더 시급한 일인가하는 물음은 제도의 희생자들을 무마시키는 어색한 논리가 되어왔다.제2외국어권에 종사하는 그 분들.비록 목소리는 작지만 그들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며 지식인의 한 부류임에 틀림없다.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성숙한 모습.그것이 비단필자만의 지나친 욕심은 아니리라고 믿고 싶다. ◆ 김 채 환 고시정보신문 발행인
  • [발언대] 매향리 사격장 꼭 필요…주민피해 국가 보상을

    미 7공군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공군작전사령부의 조종사이다.최근 매향리사격장 피해와 관련된 국내 일부 여론의 반미 움직임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위해 멀리 고향을 떠나 이국 땅까지 왔으나 환영받지 못하고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나”라는 회의를 토로하는 미군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매향리 사격장은 그동안 주한 미공군의 항공작전능력 신장과 한·미연합 대비태세 유지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실전적 훈련을 통한,공군의 전투력 유지를 위해 공대지 사격장은 필수적이다.보병이 총을 쏠 줄 모르고,포병이 대포를 쏠 줄 모른다면 나라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마찬가지로 공군의사격훈련은 전투력 유지에 있어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사격장 이전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매향리 사격장을 대신할 다른 지역을 선정할 경우 또 다른 민원이 제기될 것은 뻔하다.국토면적이 좁은 현실에서 사격장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일 것이다. 매향리 사격장에서 전투준비태세 유지 훈련을 하고 있는 미7공군은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해 실제 폭탄이 아닌 연습탄만을 투하하고 있으며,기총사격표적도 안전을 고려하여 이동을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제 한·미연합 방위체제의 핵심전력인 양국 공군은 한반도 안정과 전쟁억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국민의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주민들이 겪은 불이익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와 함께 이에따른 보상과 근본적인 대책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하여 지금까지 쌓아온 양국군의 우호관계와 협조체제에문제가 발생하기 않기를 바란다. 차영헌[공군작전사령부 중령]
  • [사설] 6·8 재·보선이 남긴 문제들

    16대 총선 뒤 전국적으로 처음 치러진 6·8 지방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 약진’,‘민주당 부진’,‘자민련 선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당의 승패를 떠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지역주의가 강고(强固)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사상 최저수치를 기록한투표율(21%)이 말해 주듯 오늘날 국민들이 정치를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경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7개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용산을 포함해서 4개 지역에서 승리했으나 부산 수영·경북 청송·서울 송파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지역주의를 읽을 수 있고,대전 유성과 충북 괴산에서 자민련의 승리 또한 지역주의의 반영으로 읽혀진다.국민들은 물론 일부 양식있는 정치인들이 지역주의의 극복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지역주의가 특정 지역 주민들의 심층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지역주의의 극복이야말로 진정 온 국민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6개 지역에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은 인천중구 하나를 건졌고 32개 선거구의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21곳에서 승리한 데 반해 민주당은 8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자민련은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영패했다.이번 6·8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각당은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해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로 해석하고,자민련은 캐스팅 보트를 위임해준 지난 총선 민의가 재확됐다고 주장한다.한편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렵게 시험해본 ‘상향식’ 후보 공천이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그러면서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을 고려해 충청권에서 자당 후보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자제한 사실을 애써강조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민주당이 원내 안정세력 확보와 남북 정상회담에집중한 나머지 경제 등 민생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생각된다.크게 깨우쳐야 할 대목이다. 다음은 충격적으로 저조한 투표율 문제다.아무리 지방선거라도 21%이라는투표율은 4·13총선의 57.2%와 98년 6·4지방선거 52.7%의 절반에도 미치지못한다.심한 경우 12.6%와 10.1%의 투표율을 보여 대표성 문제마저 심각히거론되기에 이르렀다.비록 현실 정치가 불만스럽다 하더라도 이같은 투표 기피행위는 결국 주민 스스로를 정치에서 소외시키는 자해행위로 귀착된다.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사설] 마약없는 사회를 위해

    마약이 우리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범정부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매년 10%정도 늘어나던 마약사범이 최근에는 20%대로 급상승, 지난해 1만명을넘어섰다.마약은 이제 우리사회의 밑바닥까지 깊숙이 침투,본인과 가정의 파탄은 물론 각종 강력범죄의 발생요인으로 지목되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이런 가운데 오늘 대한매일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마약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국민대회는 마약퇴치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뜻깊은 행사가아닐 수 없다. 과거 특정계층에서 은밀히 유통되던 마약류가 회사원·전문직종사자·학생·주부층으로 확산되고,사회 중추 역할을 해야할 20∼40대가 82.7%를 차지하고 있다.더욱이 마약류가 환각증세를 유발하는 대마초·필로폰 등에서 최근코카인·헤로인·엑스터시·LSD 등 마취성과 중독성이 강한 류로 다양화되고있다. 여기에 국제조직을 통한 대량유입 등 마약의 국제화·선진국형화 현상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제 마약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단속위주에서 예방과 재활에 중점을두는 정책으로바꿔야한다. 마약은 한번 손대면 끊기가 힘든 속성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또 단속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경미한 사범이 재활의 기회를잃고 평생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특히 우리나라 마약관련 업무는 검찰·경찰·국정원·세관·복지부·교육부 등 여러 부서로 분산돼 있고 별도의 예산도 없어 정책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마약이 일반화된 미국의 경우 국가마약통제정책국이 77년 설립된 뒤 88년에는백악관 직속기구로 기능이 강화돼 강력한 마약퇴치 정책을 펼수 있는 것은좋은 예이다.이 기구는 마약의 예방과 계몽,치료재활연구,정책분석평가,유관기관의 정책평가를 총괄하고 있다.일본도 약물남용대책 추진본부가 70년 총리실에 설치돼 정책의 수립과 평가,단속과 재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들어 마약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마약류 대책협의회’ 구성이 추진됐으나 결실을 보지 못한 상태다.지금까지도 대검찰청 주재로 마약 관련부서의 업무 협조를 위한 마약대책협의회가 수시로 운영되어왔으나 책임있는 예방교육과 재활치료 및 효율적인 단속업무를 위해서는 정책의 통일성과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마약소비가 이미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부작용이 크게 번지고 있어마약범죄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체계 수립은 절실한 과제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마약범죄는 늘어난다.늦기전에 종합적인 마약퇴치체제를 갖춰 우리사회에 마약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 하수도사업, 공기업-민간위탁 추진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하수도사업을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또 하수처리사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국고재원은 사업내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방교부금에서 지방양여금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는 7일 행정자치부,환경부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이같은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안은 하수도사업을 행정조직에서 분리해 하수처리서비스는 공기업이나사기업형태의 전문사업조직에서 담당하고 지자체는 사업에 대한 관리기능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하수처리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개선목표를 달성하려면 하수도사업의 전문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하수시설의 계획과 관리를 위해 현재 시·군 등 기초 지자체별로 하는하수도사업조직을 수계나 유역별로 광역화하도록 지자체간 광역기구 설치를유도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지자체가 하수관 개·보수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국고지원 비율을 하수처리장보다 높게 조정하기로 했다.하수관개·보수가 시급하기 때문이다.현재 지자체별 하수처리장에 대한 국고지원비율은 도는 50%,시·군은 70%인 반면 하수관 개·보수의 경우는 각각 20%와 30%로 낮다. 하수처리장으로 실제 유입되는 하수량이 설계때의 용량과 20% 이상 차이가나는 곳이 전체의 44%인 46개소나 된다.하수관이 낡은 게 주요인이다. 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98년말 현재 112개 하수종말처리장의 74.1%인83개소의 유입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100ppm이하다.하수종말처리장의 BOD 수치가 평균치인 100ppm 이하면 오염된 생활하수와 빗물이 하수처리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노후된 하수관을 통해 밖으로 그대로 유출돼 주변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될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곽태헌기자 tiger@
  • [막오른 재벌 대혁명] (4)경영권 세습 개혁

    금융시장의 현대 담당자 A씨는 3월 말부터 불안했다.다른 금융기관의 현대담당자들이 현대에서 돈을 빼낸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현대의 불투명한 경영에서 불안감을 느끼기는 A씨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현대에서 돈을 빼냈다.심리적인 불안은 너도나도 돈을 빼내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몰고 왔다. 현대사태에 대해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현대가 이번에 시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현대사태는 국내 최대 재벌이 시장에 무릎을 꿇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시장이 원하는 재벌개혁의 방향은 무엇일까.방송통신대의 김기원(金基元)교수는 “경영 능력이 검정되지 않은 재벌 2∼3세들이 퇴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더 이상 대물림은 안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벌 2∼3세들이 ‘알아서’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은크지 않다.정주영(鄭周永) 3부자가 퇴진한다는 현대의 발표에도 사람들은 못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소유구조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의핵심은 소유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재벌의 대주주와 친족들은 5.4%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계열사상호출자 등을 통해 실제로는 100% 사유물인 것처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소유구조를 개선하려면 은행처럼 기업지분 소유한도를 둬야 한다는 견해도있다.재벌이 갖고 있는 생명보험사,증권사,투신사 등의 금융기관은 철저히재벌과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기관은 재벌이 계열사의 내부지분율을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투신도 고객이 맡긴 자금을 불리기보다는 계열사에 지원하는 데 사용하다 부실해진 대표적 사례다. 사외이사 같은 지배구조 개선제도의 한계도 지적된다.공정위 관계자는 “경영진 견제를 목적으로 한 사외이사의 대부분은 경영진에 의해 임명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기관투자가,채권은행단,소액주주,우리사주조합 등에서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재벌개혁 5대원칙을 바탕으로 재벌개혁의 세부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재경부 조원동(趙源東)정책조정심의관은 “지배구조개선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재벌의 계열사를100% 독립체로 만들 필요는 없고 소유지배구조만 바꿔 느슨한 협력체로 만들어 전문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하도록 한다는 게 대략적인 방향이다. 재경부는 집단소송제와 단독주주권제도 등을 도입해 소비자와 소액주주들의권한을 강화하면 재벌의 횡포를 상당 부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재벌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느냐에 있다.회사가 불량제품을 만들어 팔았을 때 피해자 한 명이 소송을 제기해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도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집단소송제는 한때 논의되다가 기업들의 로비로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 순국선열 묘소·동상 관리 엉망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과 민족정기 회복에 몸 바친 선열들의 묘소와 동상·기념비 등 애국심을 일깨우는 귀중한 시설물이 내팽개쳐지고 있다.관리 주체가 국가보훈처,문화재관리청,지방자치단체,각 기념사업회 등으로 분산돼있어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관리비 예산이 부족한것도 원인이다. 사적 330호인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은 상해임시정부 요인이었던 김구·이동녕·조성환·차리석 선생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유해가 안치된곳.그러나 공원에는 애국지사들의 묘소나 기념물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표지판조차 없다. 김구 선생의 묘비는 비바람에 퇴색해 회색으로 변했고,비둘기와 까치 등의배설물을 뒤집어 쓴 채 외롭게 서 있다.봉분에도 잡초만 무성하다. 이봉창 의사의 동상은 다 쓰러져가는 울타리 안에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다. 주변에는 솔방울과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다.곁에 나란히 있는 이봉창·윤봉길·백정기·안중근 의사의 묘소와 묘소로 올라가는 계단은 언제 청소를 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다. 공원관리사무소 직원 이모씨(53)는 “하루 평균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와 무책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면서 “8명의 직원으로는 쓰레기 청소도 버겁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산공원에도 안중근 의사를 비롯,순국 선열 10명의 동상과 9개의 기념비가있으나 사정은 효창공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동상과 기념비들은 건립된지30년이 넘어 심하게 녹이 슬었고,심지어 표면이 떨어져 나간 것도 있다. 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공원내 동상 관리에 배정되는 예산은 연간 180만원 안팎.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동상에 스며든 녹과 기단의 화강암에 낀 때를 제거하려면 동상 1개당 2,000여만원이 든다”면서 “예산이 모자라 1년에한번 비둘기 배설물만 닦아 낸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애국선열 묘역의 이준 열사,이시영 선생, 광복군 18인묘소와 위훈비 관리도 엉망이다.이준 열사 위훈비는 이끼와 거미줄로 범벅이돼 있고 흉물스런 철조망이 묘소를 둘러싸고 있다. 묘역 입구에 사는 이시영 선생의 며느리 서차희(徐且喜·90)씨는 “예전에는 정부에서 묘소 관리를 도와주곤 했는데,요즘은 지원이 거의 없어 동네 사람과 참배객들의 힘을 빌려 청소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선양정책과 신명철(申明澈)서기관은 “공원·기념비·묘소 등의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현 상황에서는 시설물의 소재 파악조차 힘들다”면서“관리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는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경빈(尹慶彬)광복회장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산재해 있는 독립운동유적지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면서 “선열들의 넋이 깃든 곳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을 국민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남제주 송악산 개발 ‘제동’

    지방자치단체와 업자,주민,환경단체간 찬반 논쟁이 한창인 제주도 남제주군송악산 관광지 개발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이홍철 부장판사)는 5일 진모씨 등 주민들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낸 ‘송악산관광지 개발사업 시행승인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 행정처분상 위법 사유가 있어 신청인들이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행정처분 효력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로 말미암아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수 있기때문에 본안 판결 선고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송악산 관광지 개발사업은 이들 주민들이 낸 ‘송악산 관광지 개발사업 시행승인 취소청구 소송’이 끝날 때까지 토지매입 등 일체의 행위를못하게 됐으며 재판 결과에 따라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범도민회,제주환경연구센터,한라산 지킴이 등 도내 6개 환경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진씨 등 주민들은지난해 12월 제주도가 사업시행자인 남제주리조트개발(주)(대표 金益珍)에송악산 분화구 지역 안에 숙박시설과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사업을 시행토록 승인하자 지난 3월30일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지질구조를 갖고 있는송악산 분화구 지역에 위락시설이 들어설 경우 귀중한 자연자원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사업 시행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었다. 남제주리조트개발은 올해부터 오는 2005년까지 프랑스 아코르사·이태리 사토리사와 합작으로 1차로 4,800억원을 투입,대정읍 상모리 산 1 일대 95만7,856㎡에 호텔(777실),콘도미니엄(185실),모노레일,해양레저 및 해저관람시설,워터파크 등을 시설하기로 하고 지난 3월25일 준공식을 가졌다. 제주 김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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