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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Inside](1)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사건 Inside](1)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아파트 단지 지하실에서 남자 3명이 죽은 채 발견됐다. 2명은 날카로운 흉기에 찔리고, 다른 1명은 목을 맨 상태였다. 단지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한달 전 일어난 ‘울산 아파트 지하실 살인사건’은 폐쇄된 근무환경과 동료간 불신이 만들어낸 허무한 참사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나온 3구의 시신, 이들의 관계는?  지난달 20일 오전 8시 40분.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비상발전실에 이곳 설비기사 A(46)씨가 출근했다. 3인 3교대로 24시간씩 돌아가는 순환근무에서 이날은 A씨의 근무 차례였다. 그러나 A씨는 이날 일을 하러 나온 게 아니었다. 앞서 근무를 마치고 맞교대자인 A씨를 기다리고 있던 B(65)씨를 보자 그는 다짜고짜 칼을 꺼내들었다. 이어 B씨의 목과 배 등을 무참히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A씨는 B씨의 시신이 있는 비상발전실 문을 걸어잠근 뒤 태연히 근무를 했다.  A씨는 다음날 아침에도 전날과 같은 방법으로 출근한 C(56)씨를 살해했다. 이틀에 걸쳐 동료 2명의 목숨을 빼앗은 A씨는 발전실 천장 배관에 목을 매 자살했다.  3명의 시신은 22일 아침조회에 C씨가 안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일단 겉으로만 보면 누가 누구를 살해하고 자살을 했는지가 분명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살인의 흔적들. 하지만 제3자 개입에 의한 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또한 그들끼리의 칼부림이었다고 해도 왜 그랬는지 원인은 캐내야 할 터.  숨진 3명이 근무한 아파트는 700여 세대가 사는 중급 규모의 단지였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21~22일은 주말이어서 이들 외에 다른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 또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도 이들과는 다른 업체여서 서로 관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3명이 같이 일을 한 기간이 거의 4년이나 되는데도 그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다툼이 있었는지 등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범행장소인 비상발전실은 단지 안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지하실이었다. 경찰은 “지하 계단이 상당히 높은 데다 구석진 곳에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사망자 3명 외에 다른 사람은 드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탐문수사도 난항을 겪었다. 2명을 살해한 A씨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가족이래야 1년에 1, 2차례 만나는 정도였다. 그의 형은 동생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B씨와 C씨의 가족들 역시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결정적인 증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피살자들이 갖고 있던 수첩이었다.    ●책상에서 발견된 2개의 수첩…“나한테 감정 있나?”  숨진 3명은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는 자기가 다른 2명으로부터 심하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B씨와 C씨는 그런 상황들을 꼼꼼하게 수첩에 기록해 놓고 있었다. 정황을 정리하면 A씨와 C씨는 심각한 갈등관계에 있었다. 3명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은 C씨에 대한 불만을 A씨는 B씨에게 털어 놓았고, 마찬가지로 C씨도 나이가 가장 어린 A씨에 대한 비난을 B씨에게 얘기했다.  다음은 B씨의 수첩에 적힌 내용.  “C가 토요일 당직근무 때 내가 잠을 자는지 확인하러 온다고 하더라.”(A씨)/ “나는 기억이 안나는데.”(B씨) / “A는 자기가 부소장인 것처럼 굴어. 지난번에 소화전 점검하고서 과장한테 고자질한 것 같더라. 나한테 감정 있나봐.” (A씨)  또 다른 메모에는 A씨에 대한 C씨의 불만이 적혀 있었다. “(A는)관리소장과 상담하면서 자기한테 불리한 얘기는 안하고 남들 험담만 한다.”, “근무 교대시간이 너무 늦는다.”, “(젊은 사람이)예의가 없다.” 등 내용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에서도 다른 외부인의 침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B씨와 C씨의 사망시점도 그들의 아침 출근시간과 거의 일치했다. 경찰은 A씨가 두 사람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계획된 범죄?  혼자 생활하던 A씨는 모든 것을 계획했던 듯 자기집을 깨끗이 정리한 상태였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을 받을 수 없지만 A씨가 범행 전 살의를 가졌을 수 있다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세 사람의 갈등은 3구의 시신과 1개의 흉기, 2개의 수첩만을 남긴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C씨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주택관리사보 2차 D-3… 마무리 이렇게

    주택관리사보 2차 D-3… 마무리 이렇게

    제14회 주택관리사보 2차 시험이 오는 25일 전국 6개 지역본부, 14개 지사에서 치러진다. 이번 시험은 지난해 7월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을 적용,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분리돼 시행되는 첫 시험이다. 1차 시험은 지난 7월 17일 시행됐다. 이번 시험은 올해 1차 시험 합격자와 지난해 1차 시험 합격자에게만 시험 기회가 주어져 응시생이 대폭 줄었다. 지난 7일 응시지원을 마감한 결과 2차 시험의 최종 지원자는 예년의 20% 수준인 3658명으로 집계됐다. 100점 만점인 각 과목을 40점 이상 받고, 전 과목평균이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시험과목은 주택관리관계법규(관계법규)와 공동주택관리실무(관리실무) 두 과목으로 시험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10분까지 모두 100분이다. 시험 전문가들은 “시험 전날까지 실제와 비슷한 형식의 모의고사를 통해 시간 안배 및 마킹 능력을 높여 실전감각을 극대화하고, 시험당일에는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라.”고 조언한다. 21일 서울신문이 박문각 고시학원과 함께 2차 시험 마무리 대비 전략을 알아봤다. ●공동주택 관리부분 끝까지 정리를 시험 전문가들은 관계법규 시험에서는 주택법 및 임대주택법 중 공동주택의 관리 부분의 출제빈도가 특히 높다고 전했다. 이 부분은 시험 당일까지 반드시 확인하면서 대비해야 한다. 법령별로 살펴보면, 건축법에서는 건축절차·특별건축구역·강제이행금·건축선 부분을, 주택법에서는 주택의 건설·주택의 공급 부분을, 정비법에서는 정비사업의 절차·정비사업조합·관리처분계획을, 기타 법령에서는 시설물의 안전점검·정밀안전진단·승강기의 정기검사·전기사업 종류·소방대상물·특정소방대상물·방화관리대상물·소방시설·집합건물의 관리단 및 관리인 부분을 반드시 출제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수선충당금에 관련된 문제들이 최근 많이 출제되고 있으니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입주자 과반수 이상의 서면동의가 있을 때 이 돈을 하자진단 및 감정에 드는 비용의 용도로 쓸 수 있는데, ‘입주자’를 ‘입주자 등’으로 표시하면 틀린 보기라고 봐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동주택 하자보수 청구에 대한 문제도 매우 높은 빈도로 출제되는데,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청구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는 사업주체가 하자진단을 의뢰할 수 있지만, 비용은 ‘사업주체’가 아니라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틀리기 쉬우니 꼼꼼하게 정리해야 한다. 윤동섭 박문각 강사는 “이미 풀어본 문제를 중심으로 철저히 학습하면서도 요약집은 2회 이상 읽은 뒤 시험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시험 당일에는 공부에 대한 큰 욕심을 내지 말고 오답노트 같은 준비한 자료만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관리실무에서는 주택관리관련 법령을 잘 숙지해야 한다. 입주자·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분쟁조정위원회와 관련된 부분은 2차 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4대 사회보험이 올해부터 대폭 개정돼 고용과 산재보험, 장기수선계획에 관련된 법규도 반드시 챙겨 둬야 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주택관리관련 법령 숙지해둬야 고용보험에서는 가입자인 근로자가 ‘64세’가 된 날, 그날이 속한 달부터 고용보험료를 징수하지 않는데, ‘64세’를 ‘65세’로 바꾼 지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산재 및 고용보험료는 근로복지공단이 매월 부과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징수하므로 ‘부과’기관과 ‘징수’기관이 다른 점도 숙지해야 한다. 또 산재 및 고용보험료와 관련, 사업주는 근로자와의 고용관계가 끝나면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 보수총액이나 고용관계 종료일 등을 고용관계가 끝난 날이 속한 달의 다음 달 15일까지 공단에 신고해야 한는데, ‘15일’을 ‘14일’로 바꿔서 출제되는 경우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 박성진 강사는 “관리실무는 광범위하게 출제되는 특징이 있지만, 문제가 어려워도 기본에 충실해 쉬운 문제는 꼭 맞춘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차 시험에는 모두 2만 2813명이 지원하고 1만 7238명이 응시했다. 2008년 1만 9250명, 2009년 2만 2177명, 2010년 2만 1584명이 지원했던 것과 비교해 최근 4년간 시험에서 가장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다. 시험과목은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 등 3과목으로 치러졌으며, 합격자는 2915명으로 16.9%의 합격률을 보였다. 1차 시험 합격자는 이번 2차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곧바로 2차 시험을 볼 자격이 부여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도움말 박문각고시학원
  • [열린세상] 아! 그리운 황고집 선생님/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아! 그리운 황고집 선생님/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지난 14일은 작가 황순원 작고 1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즈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서 더욱 작가가 그리워진다. 2000년 작가의 장례식장을 지킬 때, 세 명의 여고생이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조문을 왔다. 그들에게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더니, 평소 작가를 존경하던 차에 부음을 듣고 하굣길에 들렀다는 것이다. 작가는 일평생 그 흔한 문인 단체의 감투 하나도 쓰지 않았으며, 문학과 관련이 없는 잡문 하나 쓰지 않았다. 작가의 소설 ‘독짓는 늙은이’에는 자신이 평생 만들어 온 독을 완성하기 위해 가마 속으로 몸을 던지는 송 영감이 나온다. 그 송 영감처럼 작가는 오로지 문학에만 모든 열정을 바쳤던 것이다. 그 결과 “소설가 황순원을 말한다는 것은 해방 이후 한국 소설사 전부를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훌륭한 문학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작가의 제자 중 소설가가 되기 위해 신춘문예에 근 10년을 투고한 이가 있다. 어느 해 그 제자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한 적이 있다. 1월 1일자 신문에 실린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을 보니 자신의 작품이 다른 한 작품과 함께 최종심까지 올랐고 자신은 탈락했는데, 심사위원이 작가라는 것이었다. 평소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 드렸으니 자신의 작품인 줄 뻔히 아실 텐데 어떻게 그러실 수 있냐 하면서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징징거렸다. 몇 년 후 그 제자가 신춘문예로 등단하자 작가는 제자를 불러 “이제야 소설다운 소설을 썼군. 그때 자네를 뽑았다면 아마 자네는 몇 년 못가 사라질 작가가 되었을 거네.”라는 말씀을 하셨다. 제자는 스승의 깊은 배려에 몸 둘 바를 몰랐고, 이후 더욱 정진하여 큰 작가로 거듭났다. 작가는 그렇게 제자들을 문인으로 키웠고, 그들은 지금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언젠가 작가는 60대 이후의 얼굴은 자기 책임이란 말을 했다. 환갑을 넘어선 작가의 얼굴은 순진한 소년의 모습 그것이었다. 그런 아름다운 얼굴은 물질적 탐욕과 권력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해온 이만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표로 받들 대가가 부재하는 시대라는 말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지식인, 부패한 교육자, 학연과 지연에 얽매여 온갖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패거리들. 권력욕과 물욕에 사로잡힌 이들의 비루한 얼굴을 보면서 올곧게 문학 외길을 황고집으로 살아온 대가 황순원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욱 그리워진다. 작가는 살아생전 자주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양평 계곡에서 제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자 중 말석에 있는 내가 흥에 겨워 “선생님 노래 한 곡 부탁드려요.”라고 외쳤다. 평소 노래를 절대 안 하시던 작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평양 가는 기차는 칙칙폭폭…….” 제자들 모두 겉으로는 환호를 했지만, 속으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소설 ‘학’을 보면 전쟁 당시 남쪽과 북쪽을 대표하는 성삼이와 덕재가 등장한다. 성삼이가 덕재를 호송하고 가던 중, 올가미에 묶인 학을 함께 놓아주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면서 덕재를 풀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가 부른 노래에서 이념과 분단의 장벽을 넘어 북쪽에 두고 온 고향으로 학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좌익과 우익,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마치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헛된 이념을 넘어 학처럼 훨훨 날아오르는 작가의 마음을 회복할 날은 언제일까. 그런 점에서 작가야말로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누구보다 먼저 드러내는 예외적 개인이 아니겠는가. 작가의 제자들 사이에는 문학 이외의 분야에서 스승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아마 이 글을 본 제자들이 나를 엄청나게 질타할지 모른다. 그래도 이 타락하고 황폐한 시대에 아름다운 스승님이 그리운 걸 어떡하겠는가. 선생님, 이번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한 못난 제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주말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 저축銀 구조조정안 발표 임박…8곳 안팎 ‘영업정지’ 가능성

    다음 주 발표될 저축은행 경영 진단 결과를 앞두고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영 진단 대상 85곳 중에 40여곳이 적극적인 자구책을 금융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한국·서울·신민 저축은행 등 7~8곳은 증자를 통한 자구책을, 4~5개 그룹 저축은행은 계열사 매각을 자구책으로 각각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나머지는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소극적인 자구책을 제출한 40여곳 가운데 15곳 안팎이 강제 구조조정 대상이며 이 중 8곳 정도가 ‘영업정지’ 처분 여부를 결정하는 경영평가위원회(경평위)의 결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에 맞추도록 한 데 대해 저축은행들이 제출한 자구책을 검토한 결과 40여곳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서 “조만간 저축은행 경평위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평위는 BIS비율이 1% 미만인 저축은행에 대해 제출한 자구책을 토대로 이를 실행할 기회를 줄 것인지 아니면 영업정지를 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곳으로 7인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금융위원장 비공개 자문기구다. 한국저축은행을 비롯해 증자를 결정한 7~8개 저축은행은 7월부터 증자를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저축은행은 다음 달 17일부터 200만주(100억원)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실권주는 일반공모를 실시한다. 지난주 자본 잠식 상태가 됐던 신민저축은행과 서울저축은행도 이미 강도 높은 증자 자구책을 제출하며 위기를 넘기고 있다. 신민저축은행은 지난 5월 28일 대주주가 120억원의 증자 예치금을 예치했고 서울저축은행 역시 지난 8일 9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계열사가 있는 대형 저축은행 10곳 중 절반가량은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커진 덩치 때문에 본연의 업무인 소액 대출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금융 당국의 시그널을 반영한 결과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은 사옥이나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을 자구책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고강도 자구책이 필요함에도 이를 마련하기보다 안전하다는 과장광고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박병우 투자자보호센터 사무국장은 “저축은행이 문을 닫더라도 가지급금 2000만원을 포함해 예금담보대출을 통해 4500만원까지 현금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이 이상의 금액을 예치한 경우 분산 투자를 권한다.”면서 “예금자 보호 한도 5000만원 역시 원금 기준이 아닌 원리금 합계 기준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예금의 경우 가지급금을 받기 위해서는 부모가 공동으로 동의해야 가능하다. 대출업무는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 되더라도 신규 취급만 안 될 뿐 기존 대출은 정상적으로 상환하면 되고 만기연장도 가능하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국제결혼 단꿈, 인신매매 악몽으로

    국제결혼 단꿈, 인신매매 악몽으로

    한가위 연휴 내내 김재민(가명)씨의 집에는 떠들썩한 웃음소리 대신 정적만 감돌았다. 노모는 빈 방에서 넋을 놓고 있는 아들을 보고 소리죽여 울었다. 숫기가 없어 이성을 잘 만나지 못하던 40대 중반의 노총각 아들에게 국제결혼을 권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외국인 배우자를 만났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실수’로 김씨는 사람도, 돈도, 믿음도 모두 잃었다. 김씨는 최근 인터넷에 오른 ‘몽골 여성 국제결혼 중개’ 광고를 보고 회원으로 가입했다. 항공료, 가입비까지 수천만원을 중개업체에 지불했다. 신부 측에도 지참금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건넸다. 몇 달 뒤 다른 3명의 남성과 함께 몽골로 날아갔다. 한데 모든 것이 이상했다. 업체 측은 김씨 일행을 작은 쪽방에 감금하다시피 한 뒤 은밀하게 아가씨들을 소개했다. 식사는 단무지에 쌀밥, 멀건 된장국이 전부였다. 맘에 드는 아가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지만 김씨는 몇 시간 뒤 경찰에 체포돼 철창에 갇혔다. 현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업체 주선으로 아가씨를 만났다.”는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주몽골 한국 영사관 관계자는 “몽골의 정서상 업체가 개입된 결혼 자체를 인신매매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결국 김씨는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고 나서야 경찰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결혼은 했지만 불행은 끝이 아니었다. 귀국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신부가 집을 나갔다. 수소문한 결과 한국에 먼저 온 애인을 찾으러 갔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남은 것은 금전적 피해와 극심한 정신적 고통뿐 이다. 김씨의 어머니는 “국제결혼 중매 업체를 통한 현지 결혼이 불법 인신매매로 통하는 줄 알았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돈벌이에 눈먼 일부 업체와 외국인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정부는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현행법상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씨처럼 자국민이 타국에서 억류되거나 벌금을 내는 등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에서 확인한 한국인 불법 결혼 중개 건수는 2008년 4건, 2009년 5건, 지난해 7건이었다.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등에서는 아예 불법 결혼 중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 지난해 기준, 국내 결혼이민자 가운데 60%가 동남아권에 집중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배우자를 만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결혼 피해사례는 2005년 64건, 2006년 96건, 2007년 72건, 2008년 137건, 2009년 176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국민이 타국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은 탓에 정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업체와 민간기관 또는 정부가 손잡고 국제결혼 자문기관을 만들거나 영리 목적이 아닌 정부 차원의 중개시스템 개발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남극 돌아간 ‘해피피트’ 연락두절…생사 불투명

    지난 6월 남극에서 무려 6,347km나 떨어진 뉴질랜드 해변에서 발견됐다가 지난달 말 고향으로 돌아간 황제펭귄이 연락두절돼 안타까움을 주고있다. 인기 애니메이션 제목을 따 ‘해피피트’(Happy Feet)라고 이름 붙여진 이 펭귄은 10주동안의 치료를 마치고 지난달 29일 남극으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당시 해피피트의 털에는 작은 GPS가 달려 펭귄의 생존여부와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일을 끝으로 펭귄의 신호는 끊겼다. 전문가들은 펭귄의 몸에 붙어있던 GPS가 떨어졌거나 펭귄이 수면아래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바다표범이나 범고래의 먹이가 됐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해피피트에게 GPS를 설치한 업체 측은 “GPS가 강력 접착제로 붙어있어 털갈이 전 5~6개월 동안은 떨어지지 않는다.” 며 “어떻게 떨어져 나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해피피트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결정한 이후부터 이 펭귄이 잘 살 수 있을지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많았다. 인간의 보살핌을 받은 펭귄이 자신의 가족과 재회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과 천적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 당시 해피피트를 남극으로 돌려보낸 리사 아길리아 박사는 “자연은 조금은 잔혹하다. 펭귄이 자연에서 생존하기를 기대한다.” 며 “다른 펭귄들을 만난다면 내년 쯤에는 가족을 이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저자와 차 한 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음식은 자연에서 온다. 흙과 물에서 자라는 식물과, 그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 또 그 동물을 먹고 사는 또 다른 동물…. 인간이 먹는 음식의 재료이다. 따라서 모든 음식은 그 음식을 만들고 먹는 지역의 자연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음식에는 한반도의 자연이 담겨 있다.’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황교익(49)씨의 신간 ‘한국음식문화 박물지’(따비 펴냄)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황씨는 “반도의 사람들은 홍수와 가뭄 등으로 항시 굶주렸으며 이러한 굶주림이 오히려 음식의 다양성을 가져왔다.”면서 “평소 먹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재료들도 배를 채우기 위해 요리를 하게 되고, 그 음식으로 탈이 나거나 죽지 않으면 새로운 음식재료로 편입됐다.”고 말한다. 즉 한국음식은 전적으로 한국의 자연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음식이란 무엇일까. 황씨는 두 가지 조건을 전제한다. 한국의 자연이 만들어 낸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첫 번째요, 현재 한국 땅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 두 번째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흔히 한국 음식이라고 할 때 수천년간 쌓인 한민족 음식전통이 녹아들어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한국 음식의 형태는 그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또 한국 음식을 밝히기 위해 ‘한국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란 조건을 하나 더 붙이는 저자는 음식에서의 주체는 조리사가 아니라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로소 그렇게 됐을 때 음식은 문화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향유자가 없는 문화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하여 한국 음식 그 자체보다 한국 음식을 먹고 있는 한국인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특히 “한국의 음식문화를 정리, 체계화했다는 책을 보면 대체로 조리법에 치중돼 있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왜 그런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고찰이 없어서 진정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는 일을 해 보고자 책을 쓰게 됐다.”고 부연한다. 10년 전부터 자료 채집을 해 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국 음식문화를 정리한다는 뜻보다 이 저술 자체가 ‘문화적인 일’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한국 음식을 한국인의 삶속으로 되돌리는 일이라고나 할까요.” 떡과 떡국의 경우 오래전 부족단위의 공동체로 꾸려지던 한민족의 삶과 기억이 녹아들어 있고, 그 삶의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추석과 설 명절에 꼭 해먹는 대표 음식으로 굳어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밖에 막국수, 새우젓, 부침개, 도토리묵, 간장과 된장 등의 기원을 추적하고 흔히 외국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소바, 오뎅, 짜장면, 단무지 등이 어떻게 한국음식으로 정착했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그동안 ‘맛따라 갈까 보다’ ‘소문난 옛날 맛집’ ‘미각의 제국’ 등의 책을 펴냈다. 저자는 다음에는 ‘서울음식’을 주제로 한 책을 펴낼 예정이다. 글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능라전통음식교육원 여는 탈북 여성박사 1호 이애란

    [김문이 만난사람] 능라전통음식교육원 여는 탈북 여성박사 1호 이애란

    서울 한강에 여의도가 있다면 평양 대동강에는 능라도가 있다. 비단 같은 능수버들이 그물처럼 펼쳐진 듯 아름답다고 해서 능라(綾羅)라 했다. 능라도에서 바라보는 부벽루와 을밀대의 경치가 무척 빼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럴 것이 경기민요 ‘양산도’에 보면 ‘대동강 굽이쳐서 부벽루 감돌고 능라도 저문 연기 금수산 어렸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나훈아의 ‘대동강 편지’에서도 ‘대동강아 내가 왔다 을밀대야 내가 왔다/우표 없는 편지속에 한 세월을 묻어놓고~/대동강아 내가 왔다 부벽루야 내가 왔다~’라고 한이 서리도록 불러댄다. 그만큼 능라도는 실향민들에게 ‘꿈에 본 고향산천’이기도 하다. 이 같은 ‘능라’의 향수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 들어선다. 다름 아닌 ‘능라전통음식문화평생교육원’(능라교육원)이 다음 달 1일 종로구 종로3가에서 정식 개원되는 것. 능라교육원은 국내 최초의 탈북자 전문 직업학교로 북한 특선 요리과정, 북한 연회 요리과정, 냉면과 온면 제조, 북한식 건강요리 등을 개설했다. 특히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위한 특별 코스로 생활문화 정착 및 스피치 강좌 등도 마련했다. 이 교육원은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탈북 여성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탈북자 전문 직업학교 탈북 여성박사 1호로 알려진 이애란(48)씨는 3년전부터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국내에 정착하지 못해 방황하는 탈북자들을 보면서 일자리를 마련해 줄 방도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식품영양학 박사)를 살려 탈북자들의 취업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능라교육원’을 개원하게 됐다.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이씨는 앞으로 탈북자들은 물론 북한요리를 배우고 싶은 남한 사람들에게도 문호를 적극 개방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오후 이씨를 만나기 위해 종로3가 국악로 입구에 위치한 북한전통음식연구원을 찾았다. 때마침 연구원 직원들이 추석을 맞이해 요리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연구원에게 무슨 요리냐고 물었더니 “개성약과입네다. 추석때 쓰겠다고 주문이 왔습네다.”라고 대답했다. 요리실 안에는 여러 개의 싱크대가 진열돼 있었고 4~5명의 요리사들이 북한요리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잠시 후 이씨와 마주앉았다. 먼저 추석 얘기가 오고 갔다. 그는 “추석이 가까워서인지 북한음식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많이 온다.”면서 그중 개성약과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개성약과는 북한에서 알아주는 고급약과라는 설명이다. “평양에서는 추석무렵이 되면 노티떡을 잘 해먹습니다. 찹쌀과 기장쌀을 섞어서 엿기름을 반죽시켜 삭힙니다. 그걸 5㎝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참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져서 완전히 식힌 다음 사기항아리에 조청이나 꿀을 발라서 차곡차곡 담아두었다가 먹는 평안도의 음식으로 이름 나 있습니다. 노티는 겨울까지 간식으로 먹는데 주로 부잣집에서 만들어 먹습니다. 건강에 좋은 당을 쓰는 발효음식이기때문에 인기가 아주 좋지요. 추석때면 온 가족이 모여 노티를 만들었던 추억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함경도 지방에서는 추석때 주로 감자를 재료로 한 음식을 많이 만든다고 했다. 개마고원, 부전고원 등 고원지대에서 나는 감자를 캐서 녹말국수를 비롯해 감자떡, 감자 오그랑죽 등을 주로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이 밖에 수수요리도 많이 한다는 그는 “추석 전날 여자들은 잠을 안 자고 요리를 하는데 남자들은 뒷짐만 지고 알건달처럼 편안히 지낸다. 이런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비슷한 것 같다.”며 웃는다. 그는 이번 추석연휴가 끝나면 연구원 자리에 이 같은 북한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라이스토리’라는 상표등록을 마쳤으며 해주비빔밥, 평양비빔밥, 평양식 샌드위치인 녹두지짐떡, 순대, 북한의 상류층만 먹는 꼬부랑국수(수프 없는 라면) 등 남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을 요리해 아주 저렴하게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쯤해서 얘기를 능라교육원으로 돌렸다. 교육원은 연구원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이어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계속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일자리를 얻겠다고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면서 먼저 와서 나름대로 정착한 탈북자로서 나중에 온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교육원을 개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저도 대학에서 조리실습을 할 때 믹서나 티스푼 같은 용어조차 못 알아들어 실습팀에서 왕따가 된 경험도 있지요. 제 전공이 음식인 만큼 음식을 통해 탈북자들의 취업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음식은 남과 북이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알아가는 데 가장 좋은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북한은 식량난을 겪으면서 전통요리의 맥이 끊기고 있습니다. 남한에 온 탈북자들이 그 맥을 잇는다면 장차 명품 관광산업으로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평양의 옥류관에 버금가는 북한 전통 음식점을 남한에 생기게 할 만큼 단단히(?) 교육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인다. 남한에서 유명하다는 북한 음식점을 돌아봤지만, 북한 음식 고유의 맛을 간직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있다고 했다. ●“탈북자 입장에서 탈북자 도울 것” 그는 북한 전통음식 외에 제과와 제빵과정 코스도 마련했다. 얼마전 인기 드라마였던 ‘제빵왕 김탁구’처럼 제빵왕을 배출시키는 것 또한 목표로 삼고 이미 탈북자 둘을 은밀히(?)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내년 4월 대전에서 열리는 국제요리올림픽에 출전시켜 제빵왕은 물론 요리왕까지 탄생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사진은 이씨를 비롯해 북한에서 요리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몇명 있다고 말했다. “교육원은 서울문화와 평양문화가 만나는 곳입니다. 통일문제를 이념적으로만 접근하게 되면 비인간적인 측면이 많게 되지요. 제 생각에는 생활문화적으로 다가가야 인간적인 통일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제가 교육원의 캐치프레이즈를 ‘통일은 밥상에서’라고 내건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지요.” 통일 얘기가 나오자 열변을 토하듯이 말을 이어나간다. “통일문제와 관련,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이 마치 점령군 같은 입장에서 얘기를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예를 들어 통일되면 북한의 땅값이 얼마이며, 또 자원은 얼마나 나갈 것이며 등등을 얘기하는 것은 북한주민을 자극하는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식민지’라는 말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 또한 식민지가 아닌 것이지요. 만약 북한 사람들이 우연히 남한 방송을 볼 때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침략자, 또는 점령군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남한이 우월적 지위에서 통일이나 통일비용을 자꾸 거론하는 것도 북한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게 느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탈북자들에게도 이와 비슷하게 대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문제와 갈등만 일으킬 뿐이지요.” 그는 이어 “배고픈 북한 주민들이나 탈북자들을 위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탈북자의 경우 먼저 온 탈북자가 나중에 온 탈북자들에게 이러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가장 좋다. 탈북자들이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비만 받아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가 아는 탈북자 중에 용접일을 하면서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를 만났을 때 가장 큰 고충이 언어의 소통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말귀를 알아듣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용접을 배우고 싶은 후배 탈북자가 있어서 직접 가르친다면 7년이 아닌 3년만에 비슷한 연봉을 받게 하겠다’고 자신하더군요. 우리 교육원도 바로 이런 점을 중요하게 여길 것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문의전화가 여러번 걸려왔다. 궁금해 하자 “남한사람들은 냉면집 차리는 것에 대해 어떤 로망을 가졌나봐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추석때 어떻게 지낼 것이냐고 했더니 “중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댁에 가서 함께 노티를 만들어야지요.”라고 하면서 웃는다. 그의 어머니(72)도 북한 고급 요리사 2급 자격증을 가졌으며 북한 진달래식당과 압록강각 등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이애란은 1964년 능라도를 바라보는 평양에서 맏이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6·25때 월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상검증에 의해 가족과 함께 양강도 삼수군 산림지역으로 추방당했다. 인민학교를 졸업하고 5년제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자 과학자가 되기 위해 수학공부에만 전념했다. 졸업 당시 7만여명이 참여하는 수학경시대회에서 2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출신성분으로 기대했던 김일성대학 진학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할 수 없이 1981년 혜산고등경공업학교에 들어가 졸업한 뒤 신의주경공업대학에 편입해 1989년 졸업했다. 이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혜산시 품질감독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1997년 미국에서 소설가로 활동하던 사촌 여동생의 소설이 문제가 돼 정치범으로 몰리게 되자 그해 8월 4개월된 아들 등 가족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3개월동안 중국과 베트남을 전전하다 한국에 도착한 그는 호텔 청소부, 신문배달, 보험 설계사 등 닥치는 대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틈틈이 모은 돈으로 건강음식점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2003년 9월 이화여대에서 북한 관련 강의 요청이 온 것이 계기가 돼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석사학위에 이어 2008년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때 평소 꿈이었던 사단법인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했고 2010년 경인여대 겸임교수에 지원해 47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현재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외에 (사)하나여성회 대표, 능라교육원 원장, 경인여대 겸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통일부장관상 (2008), 미 국무부의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2010), 국제 소롭티미스트 ‘루비상’(앞서가는 여성상·2010), 한국여성단체협의회 ‘2010 1호 여성상’ 등이 있다.
  • 홍준표 한나라 대표 “대북정책 ‘유연한’ 상호주의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7일 대북정책 기조를 유연한 상호주의로 전환하고, 대북 지원도 기존 퍼주기식 지원에서 벗어나 북한의 식량생산 기반 조성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의 대북정책도 상호주의 원칙은 유지하되 좀 더 유연한 상호주의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북정책 기조의 전향적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에 북한의 농업발전 및 식량자급 기반 확충을 위한 새로운 대북사업을 제안한다.”며 “북한이 원하는 2~3개 지역에서 관개개발, 간척개발, 토지정리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해 보자.”며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했다. 특히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 “역대 대북정책은 퍼주기식 식탁용 원조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북한의 농업생산력 회복을 통해 식량 생산의 기반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대북 지원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저수지·관개수로 조성 등 치수사업 외에 ▲북한이 누에고치 생산을 하고 한국은 견직을 하는 잠업지원사업 ▲참깨·녹두 등 고소득 작목 재배사업 ▲축산·과수·특용작물에 대한 경협식 계약재배사업 등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홍 대표는 이와 함께 “내가 직접 개성공단을 방문해 입주업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책을 찾아볼 용의도 있다.”면서 “개성공단이 활성화된다면 개성공단과 파주 일대를 연결하는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수 있고, 철원·고성 지역도 통일경제특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 카지노 자본 등을 유치하는 북한의 ‘금강산 특구’ 계획과 관련해서는 “남북 교류와 경협 추진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 당국은 (현대 아산과의) 금강산관광 계약 파기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금강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홍 대표는 또 비정규직 근로자와 대학생 자녀를 둔 저소득층 등 서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현재 정규직의 50% 수준인 임금을 80% 수준으로 상향시키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근로자도 4대 사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학등록금 인하 약속도 지킬 것”이라며 “저소득층 학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되, 강도 높은 부실대학 구조조정도 함께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졸 채용 확대를 위해 ‘학력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고,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부업체 이자율을 현재 39%에서 30%까지 낮추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위해서는 이공계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면서 “세계 수준의 이공계 100만 인력을 육성하고 이공계 우대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기고] 사회적 자본의 버팀목은 신뢰와 배려/김경중 한국윤리전략연구원장

    [기고] 사회적 자본의 버팀목은 신뢰와 배려/김경중 한국윤리전략연구원장

    얼마 전 법무부의 위탁을 받아 교도소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소속 지방관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렴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교육을 통해 알게 된 K교도관의 말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는 “수용시설에 있는 분 중에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호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냉대와 질시의 대상으로만 살다가 수용시설에 오는 경우가 많다.”는 어느 사형수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국가와 사회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일부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교육 전에 가지고 있던 해당 공직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편협된 생각임을 느꼈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잘못 판단하거나 왜곡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에서 오는 편협된 사고가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남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과 불신 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유연성·신뢰 등이 필요하며, 이 중 신뢰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 사회규범, 네트워크 사회구조 등을 의미하며 경제발전을 위한 중요한 원동력으로서 이익이 공유되는 특성이 있다. 사회적 신뢰는 개인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존립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으로서 성장을 이끄는 엔진으로 작용하며, 신뢰를 토대로 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이 현대사회의 기본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무형의 사회적 자원으로서의 신뢰는 21세기 선진사회의 필수 조건이며 사회·정치적 발전과 안정은 물론 경제 발전의 절대적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2위이며 그중 신뢰지수는 5.21로 24위라고 한다. 이러한 저신뢰의 심화는 사회 균열로 이어져 국가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경제 성장 못지않게 사회제도와 구성원들의 의식 및 태도의 선진화가 절실히 요구되는데, 개인별 소득수준이 아무리 높아져도 구성원들의 행태·사고 등이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 공자는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서’(恕)라고 하였다. 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의 정신은 사회에서 인간의 도리를 세우는 기본원칙이며 보편 윤리에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자본의 핵심적 요소 중에 신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배려’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모순과 갈등도 이러한 서 정신 결핍에서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신이나 조직이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면 우선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배려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국가차원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기고] ‘왕재산 사건’이 주는 교훈/이은재 한나라당 국회의원

    [기고] ‘왕재산 사건’이 주는 교훈/이은재 한나라당 국회의원

    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의 공작원 귄터 기욤은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의 개인비서로 잠입하여 주요 정보를 동독에 보고하다 1974년 체포되었고, 이 일로 브란트 총리가 사임하는 등 서독 정계가 충격에 빠졌던 일이 있다. 얼마 전 검찰이 발표한 ‘왕재산 사건’ 수사결과 역시 그에 못지않다. 이 사건은 매우 오랜만에 드러난 간첩단 사건일 뿐만 아니라 그 활동영역은 물론 활동기법 또한 고도로 전문화되고 치밀한 것이어서 놀랍기만 하다. 간첩혐의자들은 북한의 대남공작부서 225국(구 대외연락부)의 지시를 받으면서 십수년에 걸쳐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울지역당이니 인천지역당이니 하는 하부조직까지 만들어 국가 변란을 기도했다고 한다. 더욱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국가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고급정보가 모이는 입법부의 전 국회의장 비서관까지 연루된 데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얼마 전에 작고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남한 내부의 고정간첩이 5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던 것을 상기하면 더욱 소름이 끼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문제점은 바로 이것이다. 북으로부터 남파된 공작원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웃으로, 동료로, 상사로 평범하게 생활해 온 사람들이 이런 끔찍한 일에 관련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사주를 받은 이들이 이렇듯 장기간 암약하면서 대한민국을 흔든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보의식 해이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앞세워 검찰과 경찰의 대북·공안 수사체계가 붕괴되었고, 국정원의 대북정보팀 역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된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최근까지도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나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을 추종하는 인터넷상의 이른바 ‘종북카페’ 방문자가 줄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정부의 안이한 대응 탓이다. 남북 상호 간의 관계 개선과 국내에 암약 중인 불순한 종북좌파 세력들을 색출하여 척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왕재산 사건’ 발표를 두고 한쪽에서는 ‘정권 말기의 의례적인 공안정국 조성’ 의도로 폄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녕을 토대로 국가발전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과연 국민들 간의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과거 권위주의 정부였던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일련의 간첩단 사건이 조작·왜곡되어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일이 있다. 그 결과 정부는 최근까지도 법원의 재심을 통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조작·왜곡의 결과로 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만일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확실한 민주화를 위해 다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부 또한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공안사건의 처리에 있어 국민의 불필요한 우려를 유발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 ‘왕재산 간첩단 사건’은 검·경의 대북·공안 관련 수사체계를 회복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과 질서를 수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3)‘법가’ 대표주자 한비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3)‘법가’ 대표주자 한비자

    춘추전국시대(B.C. 772~221)는 전쟁의 시대였다. 하늘의 덕을 상징하던 왕자(王者)의 정치가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패자(覇者)의 정치로 바뀌었던 것. 하지만 혼란의 시대가 사상적으로는 커다란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극심한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정치철학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도가(道家), 유가(儒家), 음양가(陰陽家), 묵가(墨家), 종횡가(縱橫家), 법가(法家) 등 독특한 세계관에 바탕한 제자백가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법가를 대표하는 한비자(韓非子, 280~233)는 이러한 시기에 가장 늦게 등장한 사상가였다. 한비자는 한(韓)나라 왕의 측실 소생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큰 뜻을 품고 당대 최고의 대학자인 순자(荀子) 밑에서 배움을 구했다. 성악설(性惡說)에 기반한 순자의 사유는 한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한비자는 예치(禮治)를 주장하는 스승의 생각에는 끝내 동의할 수 없었다. 한비자가 보기에 세상은 인의나 도덕, 혹은 예 같은 이상적인 담론으로 구원될 무엇이 아니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혼탁했으며, 인간이란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사상은 무엇보다도 실제적이고 유용해야 했다.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무기는 말이었다. 그들은 화려한 변설(辨說)을 통해 자신들의 말이 갖는 가치와 명분을 설파했다. 하지만 진리들이 넘쳐나도 왜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일까. 어째서 그토록 훌륭한 가치들이 실현되기는커녕 또 다른 말을 낳는 수단이 되고 마는가. 그 수많은 말들 속에서 진정으로 어떤 말이 천하를 제패하는 귀중한 말이 되고 어떤 말이 그저 자신의 입을 나오는 순간 사라지는 운명에 처해지는가. 말과 말이 충돌하며 말들의 진리 게임이 펼쳐지던 시대, 한비자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놀랍게도 한비자는 심한 말더듬이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한비자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말을 아꼈던 사람처럼 보인다. “저에게 말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기를 꺼려 망설이는 까닭은 다음에 있습니다.” 한비자는 유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의 글은 보는 이를 감탄케 하는 간명하고 통쾌한 논리로 충만해 있었다. 송(宋)에 부자가 있었다. 비가 내려 담장이 무너졌다. 그 아들이 말하기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이웃집 노인도 역시 같은 말을 하였다. 밤이 되어 과연 그 말대로 재물을 크게 잃어버렸다. 그 집에서 아들은 대단히 지혜롭다고 여겼지만 이웃집 노인은 의심하였다. (‘세난’) 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말의 힘을 말에 담긴 진정성에서 찾는다. 진실된 말. 그런 말이라면 상대가 누구이건 어디에서건 말은 힘을 갖는다고. 하지만 한비자에게 말은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송나라의 부자에게 아들과 이웃집 노인이 건넨 말은 표면상 동일하다. 그런데 한 사람의 말은 그를 지혜로운 자로 여기게 만들었고, 다른 한 사람의 말은 그를 의심스러운 자로 여기게 만들었다. 하나의 말, 두 개의 가치. 그 자체로 훌륭한 말, 좋은 말은 없다. 정황상 옳은 말도 그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싫을 땐 폭력이 된다. 반대로 내가 스승이라 여기는 사람의 말은 뼈아픈 말들까지도 나를 키우는 배움의 말이 된다. 한비자는 이윤과 백리해 같이 지혜로운 자들이 군주에게 다가가기 전에 요리사와 노예로 살았던 사실을 지적한다. 이윤과 백리해는 비천한 신분으로라도 군주와의 관계를 먼저 만들고자 했다는 것. 그들이 지혜로운 이유는, 말에 앞서 관계를 만들어 냈다는 데 있다. 하여 이윤과 백리해의 말은 마침내 군주에게 가 닿을 수 있었다. 한비자는 말 그 자체의 힘을 믿지 않았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말로써 뜻을 이루겠다고 나서는 것을 어리석게 여겼다. 말의 힘은 믿음에서 생긴다. 믿음(信)은 말(言) 옆에 사람(人)이 서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말에서 사람, 즉 관계가 사라지면 말은 곧 죽고 만다. 우리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많은 말들도 마찬가지다. 관계의 장을 떠나면 말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쉽게, 그리고 자주 이 사실을 잊는다. 한비자는 종종 권모술수의 사상가로 소개된다. 아마도 이것은 한비자가 노골적으로 군주의 ‘통치술(術)’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면적인 평가는 한비자에게서 그의 시대를 분리시킨 결과다. 다시 말해 한비자가 법(法=형벌)·술(術)·세(勢) 등 실제적인 통치 수단을 강조했던 것은 그의 시대가 앞선 사상가들에 의해 숱한 이념으로 점철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념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났다. 그런데 이념을 말하는 어떤 사상가도 정치를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비자는 사람들이 침묵한 곳에서 묻는다. 그가 보기에 좋은 이념과 나쁜 이념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이념이 실현되도록 힘써야 한다. 아니 실현될 때에만 이념은 이념이 된다. 중요한 건 정치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죽기 전에 한비자를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훗날 전국 시대를 종식시키고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룩한 진왕(진시황)의 말이다. 당시 진왕은 누구보다도 일찍 그리고 높이 한비자를 주목했던 야심만만한 군주였다. 진왕 밑에는 한비자와 함께 순자에게서 공부했던 이사(李斯)란 인물이 있었다. 이사는 진왕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계책을 꾸민다. 진나라가 한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면, 한왕이 급히 한비자를 사신으로 보내 화평을 요청할 것이라는 것. 이사의 예측은 적중했다. 당대 최고의 사상가 한비자와 전국시대 최고의 전쟁 군주 진왕은 그렇게 마주 섰다. 막상 한비자와 진왕의 만남이 이루어지자 당황한 쪽은 이사였다. 이사는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한비자가 진왕의 총애를 받을까봐 두려웠다. 한비자와 진왕의 실제 만남이 어떠했다는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진왕이 실망을 느꼈다고도 하고, 진심으로 기뻐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만남은 한비자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이 났다.한비자의 죽음은 말의 힘이 관계에 기반한다는 그의 생각과도 관련이 깊다. 사람과 말이 맺는 관계의 차원에서 보자면, 당시 진왕의 곁에 있던 사람은 이사였지 한비자는 아니었다. 이사는 진왕에게 참언한다. 한비자는 왕족이라 결코 마음으로 한나라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살려 보낸다면 결국 진나라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왕은 이사의 말을 좇아 한비자를 옥에 가두었다. 결국 한비자는 이사가 건넨 독약을 마시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억울했지만, 그에게는 진왕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한비자의 죽음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사상이 새롭고 진취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것. 그가 죽은 뒤 천하를 통일하게 된 진시황이 한비자의 사상을 자신의 주요 통치 이념으로 현실화했다는 것. 하지만 한비자의 비극은 그가 일찍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상가로서 그가 삶을 통해 아무런 관계의 현장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미처 그런 자신을 성찰하지는 못했다는 것. 현실화되지 못하는 말의 허망함이라면 일찍이 한비자가 통찰했던 지혜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도 정작 자신의 운명 앞에서는 현장 없는 곳에 자신의 말을 세우고 말았다. 한비자는 영원한 말더듬이로 남았다. 이념이 삶의 척도가 되는 시대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비자의 법은 새로운 관계에 대한 사유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법 앞에서는 관계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법 앞에는 오직 법과의 관계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념이 사라지고 법만 횡행하게 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사회가 어떤 이상을 갈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정의’에 열광하는 것은 그저 우연일까. 문성환 남산 강학원 연구원
  • “죄의식 없던 해적들… 한국 와서 잘못 깨달아”

    “죄의식 없던 해적들… 한국 와서 잘못 깨달아”

    지난 1월 너무나도 생소한 아프리카 범죄자 5명이 국내에 압송됐다.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소탕됐던 해적단 중에 살아남은 자들. 평생 교육이란 걸 받아본 적 없는 문맹(文盲)의 그들이 한국에 와서 비로소 자기나라 글을 깨치고 있다. 그들에게 ‘파르바쇼’(소말리아 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은 부산구치소의 박흥열(44) 교도관이다. ●8일 상고심 선고공판 단독통역으로 박 교도관이 처음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지난달 22일 부산고법에서 열린 석해균 선장 총격 용의자 마호메드 아라이(23)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였다. 통역사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그가 나서게 됐다. 이날 활약으로 박 교도관은 오는 8일 열리는 나머지 해적들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단독통역으로 나선다. “해적들이 수감되기 전에는 소말리아가 아프리카 어디쯤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구치소 내 해적 전담반이 됐어요. 최소한이라도 말이 통해야 해적들을 관리하고 인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 2월부터 공부… 매일 4~5시간씩 대화 올 2월에 시작한 외국어 공부인데, 불과 7개월 만에 법정에서 통역하고 글을 가르칠 정도로까지 발전시켰다는 사실이 놀랍다. “해적들이 말은 되어도 글을 읽거나 쓸 줄을 전혀 모르니, 파르바쇼 공부 초기에 저한테 아무 도움이 안됐어요. 국내에 소말리아 관련학과는 물론이고 책 한권 나와 있는 것도 없고. 결국 해외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 교재를 구입했지요.” 어느 정도 기본적인 내용을 익히고 난 뒤에는 해적들과 대화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켰다. 매일 4~5시간씩 대화를 했다. 그의 노력이 닿았을까, 해적들은 현재 구치소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박 교도관에게 파르바쇼 외에 한글도 배우고 있다. “해적 중 한명이 저에게 ‘나중에 다른 교도소에 가게되면 선생님(해적들은 박 교도관을 그렇게 부른다)에게 꼭 편지를 써서 보내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박 교도관은 해적선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압둘라 후세인 마하무드(20)가 재판 과정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입으로 요리하는 요리사’란 별명을 얻었던 것처럼 해적들 대부분 밝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그립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소말리아에 있는 엄마, 아빠, 동생이 보고 싶다고. 자기 나라가 내전 상태에 있어 언제 죽을지 몰라 너무나 불안했다는 말도 하고요.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되지 않는 참담한 현실이 이 젊은 아이들을 흉악한 범죄로 내몬 주된 이유였음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그는 “해적들이 과거에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큰 죄의식이 없었지만 한국에 와서는 그것이 엄청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들이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게 됐으면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커버스토리] “정부 복지의 빈틈 ‘나눔의 문화’가 채워야”

    [커버스토리] “정부 복지의 빈틈 ‘나눔의 문화’가 채워야”

    “이제는 기부보다 나눔입니다.” 정진홍(74)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부라는 말도 언젠가는 사라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껏 ‘가진 사람이 베푸는’ 기부문화가 확산돼 왔다면 이제는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나눔의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정 이사장은 “빈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것을 나누고 또 타인의 것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복지가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나눔의 문화가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결코 선진국에 비해 나눔이 뒤처진 나라는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친척이나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십시일반 돕는 문화에 익숙하다.”면서 “재단이나 단체를 통한 기부문화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일 뿐 한국 사회에서 나눔의 문화는 견고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수해지역 돕기 봉사활동이나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재능기부 운동에도 관심이 높다. “돈을 나누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힘, 하다못해 시간이라도 남을 위해 나누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눔이 퍼지는 데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사태 탓에 금이 가버린 자선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자선단체들이 성장해 갈수록 이익단체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면서 “자선단체들이 올바르게 운영되도록 관리하고 감시하는 법을 마련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부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는 일부 시민들의 고정관념도 문제라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단돈 1000원을 기부하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라면서 “굳이 자선단체를 통하려 하지 않고도 나눔의 방법과 통로는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의 확산을 위해 부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주문했다. 정 이사장은 “부는 개인의 것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자산”이라면서 “부를 공동체가 나눠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을 사회적 캠페인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 등을 통해 넓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자산을 어떻게 의미있게 쓸지 모르는 시민들도 있다.”면서 “자선단체나 재단들이 개인들로부터 모인 자산을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각각 역할을 다양화하고 세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이제 독도를 가만 놔두자/이종락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이제 독도를 가만 놔두자/이종락 도쿄특파원

    일본인들이 반환요구운동을 벌이고 있는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가 보이는 홋카이도 네무로 시 노사푸를 최근 다녀 왔다. 독도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뜨겁게 갈등을 벌인 직후라 영토문제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던 터다. 일본이 독도와 같이 실효적 지배를 하지 못하고 있는 남쿠릴열도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계기가 됐다. 일본 본토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네무로 시에 들어서자 시내 곳곳이 북방영토 반환을 염원하는 플래카드와 벽보 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잊지 말자 일본의 영토 북방 4개섬’ ‘북방영토가 반환되는 날, 평화의 날’ 등의 글귀들이 눈에 띄었다. 북방영토 반환을 기원하는 상징물인 ‘4개섬의 조각 다리’에는 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횃불이 피어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평화의 횃불이라고 불렀다. 러시아 영토 쪽으로 바라보니 바다 안개 너머로 자그마한 섬이 눈에 들어왔다. 4개 섬 중에서 일본영토와 가장 가까운 하보마이 군도다. 노사푸에서 불과 3.7㎞ 떨어진 곳이다. 그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걸어서도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며 비통해했다. 자료관에 들어가니 일본인 관광객들이 반환을 요구하는 방명록에 서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반면 지난 2005년부터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지칭하고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제정한 시마네현은 일부 보수 우익 정치인 외에는 독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마네현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조차 2006년에만 해도 독도 문제에 ‘관심 있다’는 응답이 70%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에는 60%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1일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의 입국 저지를 위해 김포공항에서 벌인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과격한 행동들이 오히려 독도에 무관심한 일본인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이 TV화면에서 한 시민단체가 관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자민당 의원 3명의 사진과 일장기를 불태우는 장면을 보고 양국 간 독도 영유권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다고 했다. 최근 모 일본 신문사의 서울특파원을 선발하는 자리에서 면접을 본 기자 두명도 “독도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현안인 줄 몰랐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이제 시간도 제법 흘렀으니 우리의 과잉 대응에 대한 성과를 침착하게 따져봐야 한다. 솔직히 기자는 정치권에서 촉발된 이번 독도 문제에 대응하면서 우리가 무얼 얻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혹자는 강력한 독도 수호 의지를 보임으로써 독도의 영유권을 강화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도는 원래 우리 영토인데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마치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울은 대한민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떤 사람은 독도는 영토분쟁 중이어서 우리의 의지와 뜻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 일본의 논리에 말려드는 자충수를 두게 된다. 우리가 흥분하고 과민하게 보일수록 일본인들은 독도를 북방영토와 동일시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자는 지난 4월 16일 자 칼럼에 ‘조용하면서도 강한 해법’을 제시했다. 매년 일본의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표기가 강화될 때마다 맞대응하자는 제안이다. 독도영토관리사업이 마련한 독도 내 28개 사업내역을 매년 한두 개씩 현실로 옮기는 방식이다. 독도에 대해 일본이 야욕을 드러낼 때마다 조용히 맞대응하며 지배를 강화하는 방법만이 일본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독도를 영원히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얼마 전 일본 정부 관리가 “한국은 독도를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조급해하고 흥분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전한 말을 이제는 조용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jrlee@seoul.co.kr
  • 포스코 패밀리사 사장단 토론식 집중회의 첫 개최

    ‘앞으로는 사장단 회의도 보고받고 지시하는 회의에서 탈피해 토론을 합시다.” 포스코는 패밀리사(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주요 이슈를 정하고 토론하는 회의체를 신설한 뒤 처음으로 지난달 26일 25개 출자사 사장단 회의를 토론식으로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참석자들은 기업별 경영 이슈와 미국·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대응 방안, 노사 화합을 위한 경영 포인트 등을 주제로 집중 토론을 벌였다. 당초 2시간 예정이던 회의는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20분 늦게 끝났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악화된 글로벌 경영 환경을 타개하고 그룹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협력할 사항들에 대해 계열사 사장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했다.”고 전했다. 정준양 회장도 회의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과 관련해 “미국 신용등급 하락, 유럽 국가들의 금융 불안 등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며 “모든 포스코 패밀리사가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도전적으로 경영 활동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포스코는 추석을 맞아 외주 파트너사와 자재 공급사 등 거래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위해 추석 연휴 전 일주일간 자금을 조기 집행한다. 포스코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만 결제하던 일반 자재 및 원료 공급사, 공사 참여 기업에 5일부터 9일까지 매일 자금을 지급한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지구 똑 닮은 행성’ 36광년만 가면 만난다

    ‘지구 똑 닮은 행성’ 36광년만 가면 만난다

    훗날 빛의 속도로 36년을 날아갈 수 있다면 외계 생명체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구로부터 36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이 가장 지구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유럽남방천문대에 설치된 관측장비인 HARPS(고밀도 시선 속도계 외행성 탐사장치)를 사용해 돛자리 방향에 있는 오렌지빛 별(K형 주계열성)인 HD85512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이 지구와 가장 비슷할 것이라고 온라인 논문 초고 등록사이트(ArXiv.org)를 통해 공개했다. HD85512b로 명명된 이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3.6배로, 중심별을 공전하는 궤도는 지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 있다. 물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리사 칼테네거 박사는 “이 행성의 거리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조건을 간신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따르면 이 거리를 우리 태양계에 적용하면 금성의 위치보다 좀 더 먼 정도이며, 이 행성이 중심별로부터 받는 에너지양은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보다도 조금 많은 정도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산출한 수치에 의하면 이 행성의 지표를 덮고 있는 구름의 양이 최저라도 총면적의 50%를 넘고 있다면 중심별로부터의 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해,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구의 평균 구름양은 60%이며, HD85512b 대한 조건으로 여겨진 50%라는 수치도 무리한 상정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물론 수증기로 만들어진 구름이 생기기 위해선 지구처럼 대기가 존재해야 하지만 현재 관측 기구로는 이 같은 거리에 있는 행성의 대기 조성을 측정할 수 없다. 칼테네거 박사는 행성 형성 모델에 기초, 질량이 지구의 10배가 넘는 행성은 대기의 주성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추정되지만, HD85512b와 같이 질량이 작은 행성은 질소와 산소가 대부분을 차지해 지구와 비슷한 대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현재 물이 액체 상태인 온도에 있어 생명체가 존재가 가능한 영역으로 확인된 외계 행성은 이번이 두 번째로 발견됐다. 다른 후보는 글리제 581d로, 이 역시 HARPS를 이용해 발견했다. 이 행성들은 간신히 생명체가 존재 가능할 수 있는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또다른 후보로 여겨졌던 행성 글리제 581g는 지난해 발견 당시 가장 지구와 닮은 행성으로 칭해졌다. 하지만 이 가설을 둘러싸고 항상 논쟁이 있어 왔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 행성이 측계 이상으로 발생한 가상의 존재가 아닐까라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텍사스대학의 천문학 프로그램 디렉터인 만프레드 쿤츠 박사는 “새롭게 발견된 HD85512b의 표면 위를 외계 생명체가 활보하고 있다고 상상을 하기에는 추가 정보가 필요하지만 이론 상 유력 후보”라고 말했다. 쿤츠 박사에 따르면 HD85512b는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을 두 가지가 더 존재한다. 바로 이 행성의 공전 궤도가 거의 원형에 가까워 안정된 기후를 기대할 수있다 점과 중심별 HD85512가 태양과 비교해도 연령이 높거나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심별에서 초래되는 전자기 폭풍이 행성 대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 항성계는 형성된지 56억년이 지난 것으로 보여져, 원칙적으로 “생명이 발생해 진화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태양계의 연령은 약 46억 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의 유인 우주비행의 한계를 생각하면 지금 인류가 HD85512b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어렵다. 만약 추후 도달했다 해도 이 행성의 모습은 지구와 매우 다를 수 있다. HD85512b의 기후는 무더울 것이며, 중력도 지구의 1.4배에 달한다고 칼테네거 박사는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저널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에 게재될 예정이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그린경영] 효성

    [그린경영] 효성

    효성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친환경 섬유 등 녹색 소재 분야와 스태콤, 전기차 충전 시스템, 전기차용 모터 등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분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9월 한국전력 신제주변전소와 한라변전소에 스마트그리드 제품인 50MVA 스태콤 2기를 공급했다. 국내 최초로 효성이 상용화한 스태콤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때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더라도 출력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연전송시스템(FACTS)의 핵심설비 중 하나다. 차세대 교통수단인 전기차 충전 시스템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5월 개최된 ‘국제 스마트그리드 전시회’에 전기차 충전시스템을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전과 공동으로 제주 롯데호텔 등 제주 지역 5곳에 충전소를 건립했다.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쓰이는 61kW 고출력 모터도 개발했다. 효성이 개발한 전기차용 모터는 국내 최초 상용 전기차인 ‘블루온’에 탑재돼 기술력을 입증했다. 효성은 국내 최초로 리사이클 원사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효성은 2007년 말과 2008년 초 국내 최초로 어망 및 페트병, 원사 등을 재활용한 나일론 원사인 ‘마이판 리젠’과 폴리에스터 원사인 ‘리젠’을 개발, 출시했으며 친환경 인증 전문기관 컨트롤 유니온 사(社)로부터 세계 최초로 글로벌 리사이클 표준(GRS) 인증을 받았다. 이외에도 에어로쿨에코 등의 친환경 섬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의 10대 핵심소재 산업 중 탄소저감형 케톤계 프리미엄 섬유 개발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17년간 다녀온 어머니 묘, 알고보니…황당 사연

    17년 동안 엉뚱한 곳에 성묘를 해 온 한 여성이 억울한 사연을 호소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30일 보도했다. 캐서린 헤이우드(60)는 17년 전인 1994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장례업체를 고용해 장례식을 한 뒤 랭커셔 지방의 공동묘지에 안장했고, 이후 그녀는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묘를 찾아가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지난 2월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헤이우드는 아버지의 유해를 어머니의 묘 근처에 뿌렸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묘를 찾은 그녀는 묘지 관리사로부터 청천벽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헤이우드 어머니의 진짜 묘는 17년간 방문했던 묘에서 500야드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묘지 관리사는 헤이우드에게 각 묘들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까지 보여주며 그녀의 실수를 증명해보였다. 사연인 즉, 어머니의 장례식을 대행한 업체가 유해를 안장한 뒤, 유가족에게 실수로 잘못된 위치를 전달한 것. 그녀는 “17년 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기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의 묘를 찾아왔는데, 엉뚱한 사람의 묘 였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잠을 이룰 수 없을만큼 마음이 슬프다. 아버지의 유해조차 엉뚱한 곳에 뿌렸으니, 하늘에서 부모님이 화를 내실 것 같다.”면서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안녕~”…남극 집으로 향하는 뉴질랜드 황제펭귄

    “안녕~”…남극 집으로 향하는 뉴질랜드 황제펭귄

    뉴질랜드에서 발견돼 화제가 된 길 잃은 황제펭귄이 남극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올랐다. 뉴질랜드 공중파 채널3은 황제펭귄의 귀향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모험심 강한 어린 황제펭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해피 피트’(Happy Feet)에서 이름을 따온 ‘해피 피트’는 29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마치 영화처럼 집을 향하게 됐다. 10주 동안 펭귄을 돌보며 정이 든 웰링턴 동물원 직원들은 해피 피트의 안전한 귀향을 바라는 작은 파티를 열어 주었다. 동물원에는 펭귄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려는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모여들었고, 펭귄의 안전 귀환을 바라는 카드가 세계에서 도착했다. 웰링턴 동물원을 나온 펭귄은 미라마 번함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뉴질랜드 해양및 대기 관측선인 탕가로와 호에 승선했다. 발견당시 체온유지를 위해 눈인줄 알고 먹은 모래 등으로 쇠약했던 펭귄은 10주 동안의 보살핌으로 몸무게 28kg을 유지한 건강한 모습이었다. 펭귄은 4일 동안의 여정을 마치면 고향인 남극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펭귄이 다시 자신의 가족을 발견할 지는 또 다른 과제이다. 도착한 후에는 바다표범이나 범고래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해피 피트의 털에는 작은 GPS가 달려 펭귄의 생존여부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내년 털갈이를 하면서 GPS는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 해피 피트와 함께 승선한 리사 아길리아 박사는 “자연은 조금은 잔혹하다. 펭귄이 자연에서 생존하기를 기대한다.” 며 “다른 펭귄들을 만난다면 내년 쯤에는 가족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채널 3 뉴스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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