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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투자 저연봉’ 3인방

    직업을 갖기 위해 들인 투자와 시간에 비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분야를 CNN머니가 16일 소개했다. 이들 직업은 학위를 얻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열정이 있어야만 일할 수 있는 근로조건이나, 대학동기들보다 연봉 수준은 십년씩 뒤처진다. 우선 건축가는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는데 7년, 박사 학위를 받는데 3년반 이상 걸린다. 건축사 시험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인턴으로 또 3년을 일해야만 한다. 석사학위를 받은 건축가는 5만∼8만달러의 학자금 빚을 지게 된다.2005년 미국 건축조합 조사에 따르면 인턴 첫 해에는 고작 3만 4000달러를 받는다. 요리사가 되려면 대부분의 주방은 에어컨 시설이 없기 때문에 여름에는 37도가 넘는 열기를 견뎌야만 한다.2∼4년 과정의 요리학교 졸업장을 따려면 수만달러가 든다. 하지만 졸업 직후 받는 연봉은 3만 2000달러에 불과하다.3∼4년 경력이 쌓이면 5만 5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요리사들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12시간이며 주당 80∼100시간 근무도 허다하다. 노력과 연봉이 가장 불균형한 직업은 대학 연구원이다. 박사학위를 받는데 6∼8년이 들고, 조교수라도 되려면 박사후 과정에 몇 년을 더 투자해야 한다. 박사후 과정 동안 강의하고, 실험실을 운영하며, 논문을 출판하지만 연봉은 4만 3000달러를 넘지 못한다. 지난 10년간 박사후 과정 기간은 두배로 늘어났다. 미시간 주립대 취업정보센터의 필 가드너는 “박사가 종신직을 얻으려면 매우 힘들어 그 기간동안엔 결혼이나 애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연간 10만달러를 벌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직업으로는 곡예 운전사, 경매인, 결혼중매인, 수석 운동장 관리인, 패션 유행 예측자 등이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2)남사고와 ‘정감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2)남사고와 ‘정감록’

    한번은 영조 임금이 대신들에게 “도대체 남사고가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살아생전 그는 미관말직에 종사한 하급관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후 200여년 뒤 조정에서 그 학식과 인품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큰 인물이었다.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1509∼1571)는 선조 초기 천문 교수로 발탁됐다. 보통 천문을 비롯한 잡학(雜學)의 교수는 중인 출신이 많았다. 하지만 남사고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유학자이면서도 당대 최고의 천문지리가로 평가를 받았다.‘정감록’의 핵심개념인 이른바 십승지설(十勝地·최고의 피란지에 관한 주장)도 그 한 뿌리가 남사고에 닿아 있다. 남사고는 예언서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지었다는 ‘남사고비결’이란 책이 18세기 이후 크게 유행했다. 구한말엔 ‘격암유록’이란 예언서도 추가로 발굴됐다. 남사고처럼 이름난 예언가는 역사에 드물다. 그런 비상한 재주에도 불구하고 실상 그는 늘 곤궁했고 박복했다. 몸에 병이 많아 늘 죽음과 직면할 정도로 큰 고통을 겪었고, 한겨울엔 몸에 걸칠 외출복이 없어 친구 집에 문상조차 못 갔다. 너무도 불우했던 남사고는 굽이굽이 용틀임하며 달려가는 산줄기를 그리워했고, 밤하늘 별자리를 바라보며 외로운 마음을 달랬을 것이다. ●남사고와 불영사 남사고는 경북 울진 출신이다. 그는 어렸을 때 자주 불영사(不影寺)를 찾아갔다. 이 절은 산자수명하여 부처를 비춘다는 불영계곡 안에 있다. 전설에 따르면, 소년 남사고는 절간에서 한 노승을 만났는데 그는 소년이 남다른 인물이 될 줄로 짐작해 3권의 비결을 내주었다. 천편(天編)은 별자리의 운행과 그 운세 등 천문에 관한 모든 사항을 항목별로 적어 놓았다. 지편(地編)은 산천의 지세와 명당 등 풍수를 자세히 논한 것이었다. 마지막 인편(人編)은 한번만 사람 얼굴을 쳐다보면 그 명운(命運)을 알아맞히는 방법을 기록한 비밀스러운 책이었다. 노승은 이 책들을 건네주며 신신당부했다. 아무쪼록 덕을 쌓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뒤 어느 날 노승은 남사고의 공부를 점검하러 집으로 찾아갔다. 당연히 제1권인 천편부터 차례로 공부하고 있으리라 짐작했으나, 남사고는 인편에 실린 각종 비술에 빠진 나머지 천편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노승은 남사고가 비결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쓸까 염려한 나머지 남사고의 집에 불을 질러 책을 모두 태워 버렸다. 그러고는 불영사를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사고의 지리 공부 졸지에 비결을 빼앗긴 남사고는 새 각오로 삼천리강산을 두루 유람하였다. 그제야 지리 공부의 요체를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명당을 얻더라도 결국 덕을 많이 쌓는 사람만이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깨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남사고가 아버지 무덤을 아홉 차례나 이장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그는 지리를 완전히 터득한 고수였던 지라 가장 좋은 자리를 택해 아버지의 묘를 썼다. 그런데 써놓고 보면 더 좋은 자리가 문득 눈에 띄곤 해 옮겨 쓰기를 되풀이하였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비룡승천(飛龍昇天·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양)형의 명당을 얻어 다시 이장을 하였다. 그때 지나가던 한 술사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 “구천십장(九遷十葬·아홉 번 묘를 옮겨 열번 장사를 지냄) 남사고야, 비룡승천을 좋아 마라. 고사괘수(枯蛇掛樹·말라 죽은 뱀을 나뭇가지에 걸친 모양)가 아닌가?” 남사고는 깜짝 놀라 산세를 다시 살폈다. 죽은 용이 분명했다. 그 술사를 만나 한 수 배우려 했으나 이미 자취를 감춘 다음이었다. 생각 끝에 남사고는 지각유주(地各有主)라, 명당도 저마다 임자가 따로 있어 인력으로 바꿀 도리가 없다는 깨침을 얻었다. 그는 별로 하자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묘 자리를 구해 아버지의 유해를 평안히 모셨다. 요컨대 사리사욕에 사로잡히면 눈이 멀어 명당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고, 설사 요행히 명당을 차지하더라도 발복(發福·복이 나타남)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남사고의 실패를 약간 달리 해석한다. 조상이 지은 죄가 워낙 많아 남사고가 일껏 명당을 잡더라도 쓸모없게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른바 구천통곡(九遷痛哭·아홉 번 옮기고 통곡함)을 통해 남사고는 덕을 쌓는 것이 최우선이란 고승의 가르침을 확인했다 한다. 앞의 이야기는 한낱 설화에 불과하지만 지관 남사고의 면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남사고의 명예언 지리 공부를 마친 남사고는 서울에 놀러 갔다. 그는 권판서를 비롯해 당대의 석학들과 두루 사귀었다. 그는 이미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터득했기 때문에 서울 친구들에게 몇 가지 예언을 들려주었다. 첫째, 곧 조정에 당파가 생겨날 테니 조심하란 것이었다. 둘째, 왜적이 난리를 일으키는데 만일 용(辰) 해에 전쟁이 일어나면 나라를 구할 수 있으나 뱀(巳) 해에 전란이 시작되면 나라는 영영 망하고 만다. 셋째, 지금 사직동을 둘러보니 왕기(王氣)가 서려 있어 거기서 임금이 나올 것이다. 넷째, 태릉이 들어설 곳을 가리키며 장차 태산에 봉해진다고 하였다. 첫째 예언은 선조 8년(1575)부터 동인과 서인의 분당이 일어나 사실로 입증됐다. 둘째 예언 역시 용 해인 임진년(선조 25)에 왜적이 쳐들어와 꼭 맞아떨어졌다. 셋째도 사직동에 살던 선조가 뜻밖에 대통을 이어 1567년 등극함으로써 적중했고, 넷째는 명종의 모후(母后)인 문정왕후가 죽은 뒤 태릉에 묻혀 기정사실이 됐다. 이처럼 남사고의 예언 능력은 신기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한번은 그가 하늘 별자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더니 자미성(紫微星·어진 사람의 운명을 관장하는 별)이 빛을 잃어버리는 참이었다. 아마 자기가 죽을 날이 다 된 모양이라며 남사고는 서울을 떠나 귀향길을 서둘렀다. 죽어도 집에 가서 죽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중에 남명 조식이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하늘을 바라보니 자미성은 회복세에 있었다. 그제야 남사고는 자미성의 변화가 남명의 죽음을 예고했다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는 끊임없이 수련을 쌓았고 그 결과 자신이 죽을 날을 알아 맞힐 정도가 됐다. 천문 교수 임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하늘에는 태사성(太史星·천문 담당 벼슬을 상징하는 별)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 현상을 목격한 남사고의 상관은 자기가 세상 떠날 날이 되었다고 지레 짐작해, 동료들을 모아놓고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러자 남사고는 크게 웃으며 “죽을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며칠 뒤 남사고는 태연한 표정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사고와 퇴계 이황의 만남 남사고는 도술에도 능했다 하는데 흥미로운 설화가 전한다. 그가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을 방문했을 때였다.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퇴계 집안은 검약하기 그지없어 밥상에는 보리밥과 고추장밖에 다른 반찬이 없었다. 남사고는 도술을 부려 잉어회를 만들었다. 그러자 퇴계는 손사래를 치며 남의 잉어를 빼앗아 먹을 수 없다며 한 점도 먹지 않았다. 설화 속의 퇴계는 실상 남사고보다 예언과 도술에 능통하다. 귀신에게 홀린 제자를 구해 주기도 하고,9대 자손에게 닥칠 위기를 미리 예견한다. 퇴계는 일찍이 여우의 구슬을 삼킨 적이 있어 축지법도 쓸 줄 알았다고 한다. 설화의 세계에서 보는 퇴계는 만능인간, 초월적 존재다. 이는 물론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민중은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가 자기들의 편에 서서 따뜻한 보호자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퇴계를 만능의 인간으로 형상화했다. 남사고가 밥상에 올린 잉어회를 퇴계가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민중은 물론 남사고와 같은 예언가를 기꺼이 믿고 의지한다. 하지만 학덕이 높은 퇴계에게는 그 이상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사고가 익힌 지리와 천문이 한낱 기술이라면, 퇴계의 학문은 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삶의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민중의 인식을 본다. ●십승지는 남사고의 작품인가 그렇다 해도 많은 사람들은 남사고의 특별한 지식과 능력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정감록’의 중심개념인 십승지설이 ‘남사고산수십승보길지지(南師古山水十勝保吉之地)’에서 발견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민중은 남사고 같은 예언가라면 당연히 훌륭한 피란지를 점지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남사고’는 ‘정감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여러 산들 중에서 소백산(小白山)이 으뜸이요, 지리산(智異山)이 다음이다.”라고 했듯, 길지는 주로 소백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큰 마디에 몰려 있다. 이를 지역별로 나눠 보면 경상도가 4개, 전라도 3개, 충청도 2개, 강원도 1개다. ‘남사고’의 이런 길지는 ‘정감록’외 다른 예언서에 나오는 한국 최고의 길지들과 대동소이하다.‘정감록’에 언급된 길지를 출현 빈도순으로 정리해보면, 경북 풍기, 충남 공주, 경남 가야산이 각 10회로 으뜸이다. 다음은 경북 안동으로 9회이며, 경북 예천과 전북 운봉은 각 7회, 태백산·소백산 및 충북 보은은 6회, 경북 개령·봉화, 강원 영월, 충청 단양, 전북 무주 및 부안이 각 5회로 각기 정상급 길지로 손꼽힐 만하다. 그밖에 충북 진천도 4회나 된다. 십승지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길지는 해안선이나 큰길에서 떨어진 곳에 있다. 길지를 선정하게 된 이유가 전쟁, 전염병 및 흉년의 세 가지 피해(三災)를 벗어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해안지방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데다 조선후기엔 이양선의 출몰이 잦았고, 임진왜란이나 정묘호란 때 외적은 큰길을 따라 진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로변과 해안은 길지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흉년이 들지 않는 장소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참 어려웠다. 그런데 최고의 길지 가운데는 전북 부안처럼 해안 고을도 있었다. 부안이 십승지로 부각된 것은 물론 다른 이유에서였다. 신라 말 민중적 미륵불교를 창시한 진표 스님이 미륵보살로부터 간자(簡子)를 받은 곳이 바로 부안이었다. 그때 이후 부안은 세상을 구할 진인이 출현할 땅으로 민중의 가슴속에 길이 기억됐다. 공주는 충청감영(忠淸監營)의 소재지로 조선시대엔 가장 큰 대로변에 위치했다. 그럼에도 계룡산이란 풍수상의 일대명산을 거느리고 있어, 길지 중의 길지로 손꼽혔다.‘정감록’은 계룡산 사상 즉 진인이 계룡산에 도읍해 새 세상을 연다는 예언이 핵심이다. 따라서 공주를 빼놓은 길지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길지들, 특히 그 대표가 되는 십승지는 과연 남사고가 창안했을까?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면 남사고가 전국을 유람하며 길지를 점지한 것은 사실이었다. 남사고는 전국의 지세를 하나의 유기체로 파악했다.‘산수비경’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만주 땅을 할퀴는 형상이다.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했다. 경북 포항의 영일만 동쪽에 있는 호미곶은 우리나라의 동쪽 끝 땅이다. 우리 땅을 용맹스러운 호랑이로 보고 그 꼬리라는 뜻에서 호미(虎尾)라 부른 남사고였다. 그는 전국의 여러 명당 가운데서도 유독 소백산을 중시했다.“이 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活人山)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남사고’를 보면, 소백산 주변에 십승지의 상당수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이런 점에서 십승지설은 남사고의 뜻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믿어도 좋겠다. 그런데 사실 조선시대의 지관(地官)들은 누구나 전국의 길지를 논했다. 그들에겐 공통된 의견도 있었다. 태백산 이남에 길지가 많다는 것인데, 특히 소백산, 작성상(황장산), 주흘산, 희양산, 청화산, 속리산, 황악산, 덕유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남쪽 구간에 명당이 많다 했다. 십승지를 비롯한 전국의 길지는 남사고 한 사람이 모두 찾아낸 것은 아니었다. 남사고는 선배 지관들이 앞서 제기한 논의를 일단 종합했던 것이다. 이것이 다시 후배들에게 이어지면서 길지에 관한 논의는 더욱 풍부해졌다.‘남사고’는 한 사람의 단독 저술로 간주되기 곤란하다. 그것은 18∼19세기 조선의 지관들이 선배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작해 만든 공동저작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후배들은 전설적인 지관이며 명예언가인 남사고의 이름을 빌렸던 것이다. ‘남사고비결’도 여러 번 다시 쓰였다 영조 9년(1733)에 적발된 ‘정감록’ 사건엔 ‘남사고비결’이 등장한다. 무신년에는 피가 흘러 내(川)를 이룬다는 등 흉흉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실록·영조 9년8월18일 병인). 마침 영조 4년(1728) 무신년에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 남부지방을 휩쓸었던 터여서 조정은 이 ‘비결’의 등장에 경악했다. 이 ‘비결’과 제목이 똑같은 예언서는 현재도 남아 있다. 당연히 ‘정감록’에 포함돼 있다. 그러면 현존하는 ‘비결’은 영조 때 발각된 것과 같은 내용의 예언서일까? “무신·기유(戊申己酉)년: 제갈량(諸葛亮·제갈공명)이 이미 죽었으니 어느 성 한쪽 금성(錦城)이 피폐하도다. 경시(更始·개혁의 시작)는 자리를 긁고 범증(范增)은 등창이 나는구나.”라고 하였다. 책사(策士)로 유명한 제갈공명과 범증이 이미 죽거나 병들었다 했다. 나라에는 제대로 일을 도모할 만한 신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판국이라 개혁은 제자리를 맴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쟁 또는 반란을 예언했다는 영조 때의 ‘비결’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비록 예언서의 명칭은 ‘남사고비결’이라 했지만 알고 보니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세상은 날로 바뀌기 마련이다. 따라서 후배 술사들은 새로운 내용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들은 새 예언서가 이미 알려진 예언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때로 새 술도 헌 부대에 넣으면 값비싼 명품으로 둔갑된다. 이것이 시장의 논리다. ●남사고의 ‘격암유록’과 신종교 남사고는 예언계 최고의 브랜드였고, 그래서 끊임없이 이용됐다.19세기 말엔 ‘격암유록’이란 낯선 예언서가 등장했다.‘정감록’을 상당부분 모방하고, 그 무렵에 태동하고 있던 신종교의 선교에 도움이 될 내용을 덧붙인 것이었다.‘격암유록’은 뒷날 증산교의 종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일부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 단체는 남사고가 지었다는 ‘궁을가’를 기꺼이 인용한다. 이 역시 위작(僞作)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궁궁을을”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궁궁”도 십자가,“을을” 역시 십자가라는 것이다. 역사상 남사고는 궁핍한 예언가였다. 하지만 후세의 사람들 중엔 그 이름을 팔아 기름진 음식과 호사를 누리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민중이 남사고에게 걸었던 희망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의정부 주민·업체 대립 심각

    의정부 일대 아파트 단지에 대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인상 문제를 놓고 처리업체와 주민들의 입장이 맞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시와 관련업계, 아파트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의정부시는 최근 쓰레기처리업체들이 경영압박으로 현재 가구당 월 1450원인 수거비를 2000원으로 38% 인상해 줄 것을 요구, 시가 중재에 나섰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아파트에 보냈다. 이에 앞서 H농장 등 처리업체들은 지난달 각 아파트에 인상된 수거료로 재계역을 요구, 응하지 않으면 수거를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가구당 수거료가 지난 2001년 수준에서 동결된 데다가 유류대는 62.7%, 침출수 해양투기 처리비는 27.3%가 올랐고, 지난 1월1일부터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따라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39.6t에서 47.9t으로 늘어나 처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파트측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업체측이 일방적으로 수거료 인상을 통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최악의 경우 단독주택처럼 음식물쓰레기 수거봉투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거료 인상은 원칙적으로 업체와 아파트간 계약이지만 주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현재 가구당 150원인 시의 수거료 지원금을 늘리고 업체에도 인상률을 낮추도록 종용중”이라면서 “그래도 부분적인 수거료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기도내 자치단체들은 대부분 시가 직접 음식물쓰레기를 수집, 운반해 처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넘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고, 의정부와 고양·이천 등은 처리업체와 아파트간 계약 방식을 택하고 있다.포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다양한 경력의 힘 보여줄게요”

    “다양한 경력의 힘 보여줄게요”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학력·연령파괴로 참신한 화제를 몰고온 외환은행 공채에 합격한 주부 양미경(39)씨는 16일 “두 아이의 엄마라는 점 때문에 사실 지원을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실업고를 졸업한 뒤 백화점 경리사원으로 일하던 양씨는 결혼후인 1994년 치과의사인 남편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건너갔다. 지금 11살,5살인 두딸을 돌보느라 전업주부로만 지내던 그녀는 처음에는 영어가 서툴러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영어를 못 하니까 남편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죠.”서른살이 넘어 하와이 브리검 영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 그리고는 지난 2001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로 이주한 뒤 파트타이머로 일하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 왔다. 그러다 최근 신문에서 공고를 보고 지난 2월 귀국, 외환은행 공채에 지원했다. 양씨는 이번 신입 여성행원 중 최고령. 그녀는 “50살 넘은 분과도 함께 공부했던 만큼 일하는데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함께 입행한 조기진(28)씨는 사병으로 입대해 지난 2월 대위로 전역한 직업군인 출신. 간부후보생 시험을 거쳐 장교가 된 뒤 강원도 화천, 양구 등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했다. 이공계 출신(서울 시립대 전자전기학)으로 11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김효영(29)씨는 테니스강사, 해충박멸 등의 파트타임 일을 하다 ‘뱅커’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여상과 전문대를 졸업한 고나영(25)씨는 3년반의 증권회사 생활을 접고 전직한 경우. 투자상담사와 세무회계관련 등 무려 6개의 자격증으로 취업의 벽을 뛰어 넘었다. 고씨는 “원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었는데 그때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각 항공사에서 승무원을 뽑지 않아 꿈을 접었다.”면서 “이번에는 공채에다 학력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자격증만 믿고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외환은행 홍보모델로 얼굴을 먼저 알린 강민주(25)씨도 이번 공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안양 호계지점에서 기업예금업무를 맡고 있는 강씨는 “홍보모델의 경험을 살려 은행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동참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오은정(26)씨도 외환은행 구로지점에서 비정규직으로 2년반 동안 일하다 이번에 사표를 내고 신입직원공채를 통해 다시 입행했다. 토익 900점에 중국어에 능통하며, 금융관련 자격증을 3개나 갖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송두율칼럼] ‘이민시대’의 윤리

    [송두율칼럼] ‘이민시대’의 윤리

    며칠 전 외국인이 밀집해서 사는 베를린의 한 구역에서 화재가 발생, 터키와 폴란드 출신의 이주자 9명이 숨지고 많은 사람이 중화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했다.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란 중에 외국인들이 소방관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면서 앞으로는 외국인의 거주를 허가할 때 독일어 해득능력을 철저히 시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하여 불의의 상황 속에서는 독일사람도 사태판단을 잘못해서 피할 수 있는 재난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9월 중순에 있을 총선에서 외국인문제를 쟁점화해서 유권자의 표를 더 얻어 보겠다는 얄팍한 발상이 낳은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작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론 언어는 원활한 상호이해를 위한 극히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필자는 뉴욕의 한국식당을 찾을 때 그곳서 일하는 멕시코 출신의 종업원들의 능숙한 우리말 구사력에 종종 놀란다. 독일에서도 한국식당에서 일하는 네팔출신의 요리사를 본 적이 있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한국인 고용주사이의 갈등도 적지 않고, 불법고용과 저임금문제 때문에 현지의 경찰이나 노조와의 분쟁도 자주 있다. 문화적 요소들이 경제적 이해관계와 얽혀, 인종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소수민족으로서 우리 동포들이 겪은 1992년 4월의 로스앤젤레스의 흑인폭동은 이러한 갈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었던 사건이다. 물론 외국 땅에서만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30만이 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살고있는 한국에서도 임금체불이나 인권침해로 인해 여러 가지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근저에는 물론 외국인, 그것도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정서나 편견도 놓여 있다. 지하철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앉아 있으면 그 옆자리가 설사 비어 있어도 그 자리를 애써 피하려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던 아내에게도 이 경험은 쉽사리 지울 수 없는 서울의 어두운 인상 가운데 하나였다. 독일의 외국인노동자나 이주민정책을 참고할 만하다고 해서 서울로부터 기자나 시민운동가들이 종종 독일을 방문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 역시 문제는 많다. 특히 통일이후 옛 동독지역에서 외국인이주자들에 대한 테러사건이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옛 서독지역의 상황이 이와 비교해서 크게 양호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동독지역에서 휴가를 한번 보내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필자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도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그러한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는 옛 서독지역보다는 외국인들과 접촉기회가 적었던 이 지역이 통일 이후에 누적되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외국인이주자들을 쉽게 속죄양으로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직도 있다. 현재 자국내 취업인구의 10% 전후를 외국인노동자가 차지하는 서유럽사회와 비교할 때 한국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아직은 덜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이제는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넘는 자본이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노동력의 이동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고개를 돌리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빈국에서 부국으로 향한 인간의 대이동행렬은 까다로운 출입국수속절차나 밀입국저지를 위해서 만든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사이의 높은 장벽과 같은 물리적 수단만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부국의 이주통제정책은 지구적 범위의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옥스퍼드대학의 이민문제전문가 스티픈 캐슬(S. Castle)은 지적하고 있다.‘이민(移民)의 시대’(Age of Migration)가 제기하는 새로운 지구적 과제해결에 한국도 이제는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떤 경우에든지 외국인노동자를 노동력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확고한 자세야말로 과제해결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 누리사업 절반이 ‘F학점’

    누리(NURI·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사업 첫해 전체 사업단의 60%가 넘는 68곳이 선정 취소되거나 지원비가 삭감돼 국가 예산의 방만한 운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누리사업은 지방대·지방자치단체·산업체 등이 공동사업단을 구성해 지역발전에 필요한 특성화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으로 2004년부터 5년간 1조 4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5일 ‘누리사업 1차 연도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전체 112개 사업단 가운데 7개 사업단을 선정 취소하고,61개 사업단의 사업비를 삭감했다고 밝혔다. 선정 취소된 곳은 제주대의 ‘첨단관광 정보시스템 인력양성사업’과 충북대의 ‘나노기술 기반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 7곳이다. 이들 사업단은 기자재 구입비에 과다한 예산 투입, 취업률 달성 미달, 교육과정 개선 미흡 등으로 평가단 평균 점수가 총점의 60%에 미달된 곳으로, 연간 총 72억원에 이르던 사업비 지원이 중단되고 2년간 같은 사업 신청이 금지된다. 또 사업비를 방만하게 운영하거나 교수 확보율이 목표치에 미달되는 등 실적이 부진한 61개 사업단에 대해서는 총 173억원의 지원금이 삭감됐다.또한 재정집행 부적정 등 이유로 경고를 받은 13개 사업단의 14개 협력대학이 자진 탈퇴해 38억원의 사업비 지급을 중단했고, 개인 카드를 쓰거나 대응자금을 내지 않는 등 부적정하게 쓴 2억 3400만원을 추가로 삭감했다.따라서 지난해 지원된 2200억원 가운데 13%인 286억원이 지원 중단 또는 삭감됐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삭감된 286억원을 지난 5월 선정된 예비사업단에 대신 나눠줄 예정이다. 이렇듯 첫해 절반이 넘는 사업이 부실 운영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전략을 세워 ‘목돈’을 사용한 경험이 없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정부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안일성과 도덕적 해이에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뒀다.”고 설명했다.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사업단별 사업 목표의 타당성 등을 철저히 따지지 않고 사업단이 제출한 서류 위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한 교육부도 예산 낭비를 방조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육부는 누리사업을 통해 1년 만에 ▲77개대 입학정원 1만 341명 감축 ▲교원 확보율 12.4%포인트 증가 ▲학생 충원율 100% 달성 ▲교육과정 1328건 개선 등의 성과도 보였다고 덧붙였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남산3호터널 부분통제

    서울시 서부도로관리사업소는 16∼31일 16일동안 오후 11시∼이튿날 오전 6시까지 남산 3호 터널 상·하행선을 부분 통제한다고 15일 밝혔다. 터널에 화재 탐지설비를 놓기 위해서다. 쌍굴터널(2개) 가운데 한 개를 막고 다른 터널만 통행하도록 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또 남부순환로 대치교(잠실∼양재)도 같은 기간에 교통 통제한다. 대치교의 이음부를 교체하기 위해 왕복 8개 차로 가운데 2개를 막는다.
  • [사설] 퍼붓기 허점 드러낸 누리사업

    지방대의 역량을 한층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누리사업(NURI)의 1년 성적표가 나왔다.112개 사업단 가운데 7곳이 지원대상에서 탈락되고,61곳이 지원액을 삭감당했다. 일단 절반이 넘는 사업단에서 문제가 일어난 만큼 ‘F’학점을 받은 셈이다. 누리사업은 2008년까지 해마다 2200억원씩 1조 4000억원을 투입하는 획기적인 교육사업이다. 현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 지표와도 궤를 같이한다. 누리사업은 준비단계에서부터 이미 시행중이던 두뇌한국(BK)21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따라서 나눠먹기식이 아닌 집중과 선택이라는 과감한 정책을 썼다. 또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지원비의 일괄지급이라는 새로운 방식도 도입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육성 목표에만 몰입하다 현실과 여건에 대한 충분한 진단을 하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들이 전략을 세워 ‘목돈’을 사용한 경험이 없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실토한 것은 그를 방증한다. 교육부는 ‘중환자의 병인을 파악하지 않고 링거만을 투입, 시한을 연장시키는 조치’라는 우려의 소리를 듣지 않도록 선정부터 관리까지 세심한 신경을 썼어야 했다. 상당수의 지방대들이 재정 지원이라는 ‘잿밥’에만 관심을 갖고 선정에 따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다.‘나랏돈은 공짜’라는 식의 도덕적 해이로는 치열한 대학 경쟁 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입학정원 감축, 교수 충원 등 긍정적 측면을 살려갈 수 있도록 누리사업 관리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 “한국인은 특별한 음악적 재능 가져”

    “한국인은 특별한 음악적 재능 가져”

    세계 첼로계의 거장이 한국의 음악 발전을 위해 매년 일정한 금액의 기부 의사를 밝혔다. 주인공은 현재 강원도 대관령 용평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알도 파리소 미 예일대 교수.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음악제를 찾은 그는 매년 음악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 한 명을 선정, 뉴욕과 서울 무대에 데뷔시켜 전세계에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해마다 5000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부금이 엄청난 액수는 아니지만 세계 음악계의 거장이 자라나는 한국 음악인들을 지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파리소 교수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을 좋아하는데 한국인은 특별한 재주가 있다.”면서 “특히 어느 나라 사람보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지난해 처음 시작했지만 전세계 음악인들의 참여가 늘면서 올해는 더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었다.”면서 “몇 년안에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음악회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공연·행정·학생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제로 발돋움한 만큼 이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이 음악제에서 발탁된 우수한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공 악기와 관계없이 전문 연주가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 한 명을 음악제의 강효 예술감독이 선발해 주면 자신이 직접 나서 돕겠다고 했다. 강효 예술감독은 파리소 교수의 뜻에 따라 ‘파리소 상’을 제정할 방침이다. 음악제가 열리는 그 해 가장 우수한 학생 한 명을 선발해 뉴욕 카네기 리사이틀홀과 서울무대 연주회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브라질 출신인 파리소 교수가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이같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신도 브라질에서 국제음악제를 열었지만 7년 만에 막을 내린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가 끊임없이 지원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 그는 이 음악제를 이끌고 있는 김진선 강원도 지사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인 제자 7명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음악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곳에나 달려가 힘을 보태고 있다. 캐나다 밴푸 페스티벌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었으며, 예일대 여름 프로그램인 노포크 페스티벌도 돕고 있다. 파리소 교수는 “민족이나 나라는 달라도 세계음악에 도움이 된다면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막을 올린 대관령국제음악제에는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도호 가쿠엔, 노던 로열 칼리지 등 명문 음악학교에서 온 전 세계 13개국 학생 150여명이 참가, 대관령의 대자연속에서 평화의 하모니를 길어올리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호세 카레라스 30일 예술의전당서 독창회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는 호세 카레라스(59)가 다음달 30일 한국의 팬들을 찾는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중 한 사람인 그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음색, 섬세한 표현으로 짙은 호소력을 지닌 최정상의 리릭 테너다. 그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7번째. 지난 2003년 소프라노 신영옥씨와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빅 콘서트’를 가진 이후 2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그의 목소리는 20,30대 청년 시절에 비해 다소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더 원숙해진 음악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특히 그는 41세인 1987년 파리에서 ‘라보엠’영상 촬영중 백혈병으로 쓰러져 살아날 확률이 10%도 안 된다는 청천변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병마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해 ‘인간승리’의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끔찍한 병마와 싸우던 1990년 로마 월드컵 당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전세계를 열광시켰다.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때에는 개·폐회식의 음악감독을 맡아 조국 스페인 음악의 전통과 향취를 화려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그는 오페라 출연을 1년에 한두 작품으로 줄이고, 콘서트와 리사이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또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호세 카레라스 국제 백혈병 재단’에 기부해 따뜻한 음악가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유난히 여성팬이 많은 그는 최근 요리책을 펴내 스페인어권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자신이 출연한 오페라의 작품 배경이 된 지역 요리를 레서피와 함께 소개한 것. 이번 독창회는 기존의 ‘3 테너’콘서트 같이 여러 출연자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콘서트 형식과 달리 혼자 무대에 올라 카레라스 성악 예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체육관이나 운동장 공연이 아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택한 것도 혼신의 힘을 다하려는 카레라스의 이런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스페인 가곡, 이탈리아 가곡 등을 선보인다. 반주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지휘는 동향(바르셀로나)출신인 데이비드 히메네스가 맡는다. 지난해 5월 체코에서 카레라스와 듀오 콘서트를 가진 소프라노 박미혜씨가 특별출연한다.(02)-541-6234.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햄버거 No 야채 Yes “건강하고 공부도 잘해요”

    ‘잘 먹으면 공부도 잘해요.’ 학교 급식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없애자는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잘 먹여주세요.’(Feed me better) 캠페인이 학생들의 학습 및 행동 능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잘 먹여주세요’ 캠페인에 참여한 학교 학생들이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고, 싸우는 횟수도 줄었다고 보도했다. 제이미 올리버(30)가 처음 캠페인을 시작한 영국 그리니치의 학교 학생들은 오후 수업에 훨씬 집중된 태도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설탕이 많은 스낵과 정크 푸드 대신 야채와 과일 등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공격적인 성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키드브룩 학교의 교사 트리샤 제프는 “설탕이 첨가되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식품이 학생들의 집중력과 행동을 악화시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제이미 올리버는 올 초부터 채널4 방송을 통해 닭튀김, 햄버거, 도넛 등의 정크 푸드 대신 샐러드, 토마토 파스타, 닭구이 등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학교 급식을 바꾸자는 ‘잘 먹여주세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은 큰 반향을 일으켜 30만명이 지지 서명을 했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억 8000만파운드(약 5141억원)를 학교 급식 향상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이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식품 산업 종사자 350여명은 이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고 인디펜던트는 14일 보도했다. 치킨 너겟(닭튀김)과 버거를 생산하는 요크셔의 그람피안 컨트리 푸드그룹은 줄어드는 판매량 때문에 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올리버는 ‘벌거벗은 요리사’란 TV프로그램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번 캠페인 방송도 한국 케이블TV를 통해 지난달 방영됐다.‘잘 먹여주세요’ 캠페인의 내용과 요리법, 가정에서의 실천방법 등은 인터넷(www.feedmebetter.com)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사회 개혁 이대로 좋은가/이의영 군산대 경제학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최근 우리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실상들을 지켜보며 참담하고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삼성의 적나라한 정·경·언·검 유착의 실태, 두산의 형제의 난과 초법적인 가족회의의 운영, 여전한 거대규모의 불법 비자금과 분식회계, 현대의 대북사업 비리설, 경악할 만한 도청 X파일, 부동산과 건설 그리고 국책사업으로 얽혀 있는 건설족들의 복마전. 이것이 전부일 것인가. 군사정권 시절부터 민간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의와 개혁을 주장하며 떠들썩한 개혁정책을 내세워 왔다. 이제는 개혁이며 혁신이 피곤하다고들 말한다. 일컬어 개혁피로증후군이다. 개혁을 말하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하고, 개혁을 주장하면 반기업적이고 반시장적이라고 공공연히 몰아붙인다. 그러나 어이가 없다. 그럴싸한 개혁의 모양은 있었으나 개혁의 능력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실세들의 본질은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반시장적이다. 거대재벌들이 시장을 통한 이윤추구에 몰두하기보다는 비자금을 동원한 정경유착과 특혜를 통한 사익추구에 여전하다. 일컬어 이윤추구보다는 지대추구(rent seeking)를 지향하는 것이다. 지대추구야말로 반시장적인 행태의 전형이다. 이를 개혁하자는데 누가 반시장적이라 하는가. 재계를 대표하는 양대 조직인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대표급 재벌들의 불법 비자금을 통한 지대추구적 행태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가관이다. 게다가 두산의 경우는 가족회의라는 해괴한 전근대적 모임에서 명예회장직을 해임하고 이제는 명예회장이 아니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언한다. 기업의 의사결정구조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다른 재벌들은 안 그런가. 두산사태의 당사자는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의 회장이다. 부끄럽다. 그러나 당사자는 당당하다. 전혀 죄의식이 없이 형제간의 싸움을 확대시키고 있는 듯하다. 싸움에 앞서 대한상의 회장직을 먼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체면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두산의 박용성 회장은 바로 얼마 전 정·재계 대표인사들과 함께 투명사회협약식에 참석했다. 국민들과 대통령 앞에서 투명한 기업경영을 서약했다. 그러나 모두 다 자신의 것은 감추고 환히 웃으면서 손을 마주 잡고 ‘너나 잘 하세요.’ 거짓 맹세한 것은 아닌가. 분식회계를 대상으로 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쇼가 아니었는가. 연구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3000 달러 주변의 성장 변곡점에서는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동력산업이 관건이지만,1만 달러 성장 변곡점에서는 기업구조와 경제시스템의 효율성 개혁이 경제성장의 관건이다. 개혁과 성장의 이분법적 논란을 이제 그만 접고 재벌개혁과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재벌의 반시장적 구조와 시장교란행위를 근절시키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창달하여 성장의 발판을 삼아야 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어두운 치부들과 앞으로 드러날 X파일의 검은 실상들을 계기로 이제야말로 우리사회 개혁의 실태를 되돌아보고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재벌개혁·경제개혁·정치개혁의 과제는 이미 충분히 논의되어 있어 이 좁은 지면에서 다시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 동안의 논의를 토대로 이번이야말로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마지막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최근의 일련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연정’보다는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개혁의 완수를 역사가 맡긴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해 주기 바란다.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 [서울광장] 에드거 후버와 정형근, 그리고 ‘X파일’/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에드거 후버와 정형근, 그리고 ‘X파일’/이용원 논설위원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안기부(현 국정원)의 도청 전문조직인 미림팀 팀장이 몰래 보관해온 녹음테이프·녹취록의 내용이 일부 공개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사찰 목적으로 정계·재계·언론계 등의 주요인사 동향을 도청함으로써 시작됐다. 이어 그 결과물인 테이프·녹취록은 미림팀장의 사유물이 되었고, 그는 이를 무기 삼아 특정기업에 거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거부하고 오히려 국정원에 신고하는 바람에 테이프·녹취록은 위력을 상실하는 듯하더니, 우여곡절 끝에 언론사로 흘러들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기관이 취득한 정보의 사유화 현상이 이번 사건의 본질 가운데 한부분인 것이다. 정보기관을 이용, 개인의 약점을 수집해 이를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쓴 대표적인 인물로는 에드거 후버(1895∼1972)를 들 수 있다.29세의 나이에 미연방수사국(FBI) 초대 국장을 맡은 그는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48년간 자리를 유지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은 8명이 거쳐갔고 그 대부분은 후버를 갈아치우려고 애썼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궁지에 몰린 후버가 당사자의 X파일을 내놓는 식으로 대응하면 그것으로써 교체 시도는 중단됐다. 에드거 후버를 거론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인물이 국내에 있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그 사람이다. 물론 후버와 정 의원이 처한 위치가 다른 것처럼 두 사람이 정보를 이용하는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정 의원 역시 정보기관의 고위 간부를 지냈고 그쪽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그 자신 후버에게 대단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 정 의원과 후버의 이미지가 일정 부분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정의원은 안기부 재직 중인 1992년 ‘존 에드거 후버’라는 두권짜리 책을 번역, 출간했다(커트 젠트리 지음, 고려원 간). 안기부를 나온 3년 후에는 ‘조작된 신화 존 에드거 후버’라는 또 다른 번역서를 내놓았다(앤터니 서머스 지음, 고려원, 전 2권). 한 사람에 관한 전기를 두차례 번역했다는 사실은 정 의원이 후버에게 어느 정도 경도돼 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특히 첫번째 책 ‘역자의 말’에서 그는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느낌은 ‘후버의 신화는 후버 자신이 만들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비밀을 창조했고 그 비밀을 교묘하게 활용, 신화를 만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듣기에 따라 상당히 섬뜩한 말이다. 그는 국회에 진출한 뒤 저격수로서 명성을 날렸다.2002년 대선 정국에서 국정원 도청 관련자료 1000쪽 분량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 초 열린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자에 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현직이 아니라면 파악하기 어려운 사안까지’ 제시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당시 언론은 정 의원의 놀라운 정보력에 감탄했지만 그것으로 그칠 일은 아니다. 이는 국정원 내 인물이 제공하는 정보를 정 의원이 활용하는 ‘정보의 사유화’가 여전히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안기부 X파일’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에 따라 국정원 조직 개편 등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 기회에 ‘정보의 사유화’를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판도라의 상자’는 사회의 한구석에 숨어 지속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강원도립大교수 33%가 ‘비리교수’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11일 교수채용 과정에서 돈을 받거나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사기 등) 등으로 강원도립대 및 강릉대 교수 9명과 관련업체 대표 5명 등 대학비리사범 14명을 적발,6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법처리된 강원도립대 교수 8명은 이 대학 교수 27명의 약 33%에 해당, 대학비리가 만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강원도립대 관광과 학과장인 심모(46) 교수는 지난해 2월 관광과 특성화 사업의 일환인 홈페이지 구축용역을 수주하게 해준 대가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차명계좌로 47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심 교수는 또 지난 2001년 12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실제로 하지 않은 세미나·행사 등 속칭 유령강의를 만들거나 허위의 증빙서류를 첨부해 정부 지원금 4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강원도립대 김모(46) 교수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에 대한 인건비 등을 허위 청구하는 수법으로 1억 4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5)지적 재산권 지켜라

    [일본을 다시본다] (15)지적 재산권 지켜라

    |도쿄 특별취재팀|지난해 5월19일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제11회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이 ‘신산업창조전략’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나카가와 리포트’라고도 불리는 이 보고서는 앞서 2003년 1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일본 산업의 비전을 수립하자고 결의한 지 꼭 반년 만에 탄생했다. 경제산업성 산업구조과 공무원들은 이를 위해 북으로 훗카이도에서 남으로 오키나와까지 300여개 기업의 공장과 연구소 등을 누비며 700여명을 면담, 일본 산업의 강점과 과제에 대해 들었다. 그 결과 불과 1장에 불과하던 초안은 콘텐츠·바이오·로봇 등 미래를 이끌 신산업군과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등을 담은 156페이지짜리 최종보고서로 거듭났다. 일본이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신화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장기불황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필요성을 인식,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유망 신산업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2000년대 들어 주류를 이룬 첨단산업의 중심에 있는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지키기 위해 복제품 형사처벌 등의 보호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흔히 콘텐츠는 ‘저장·전달될 수 있는 인류의 모든 표현 및 지식’으로 정의한다. 이를 전자적으로 창조, 변환해 저장·전달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 디지털 콘텐츠로 게임, 온라인포털, 영상, 모바일 콘텐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본은 탄탄한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단일국가로는 미국 다음으로 안정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3월 발간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2004 해외 디지털콘텐츠 시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는 169억 8200만달러로 추정되며, 오는 2008년에는 276억 7100만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2000년 IT기본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3년에는 콘텐츠전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5월에는 콘텐츠촉진법을 제정, 인재육성과 기본첨단기술 개발, 자금조달제도 등에 대한 지원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 문화정보관련산업과 와쿠다 하지메 과장보좌는 “모든 산업에서 생산자의 이윤보다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따지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일본산만 고집하기보다 한국산 드라마나 게임이라도 소비자가 만족하면 수입을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재 교류나 작품 공동제작 등을 지원해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일본의 신산업 발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짝퉁’이다.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각국은 넓은 시장을 확보했지만, 그만큼 거대한 ‘가짜 생산력’의 위협에 시달리게 됐다. 일본디지털콘텐츠협회 이와타 요이치 기획추진본부장은 “중국의 음반 시장 규모가 980억엔 정도인데, 이 가운데 90%가 모조품”이라면서 “복제기술도 나날이 좋아져 점점 더 가려내기가 힘들고,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영업기밀 누설과 모조품 제작에 대해 형사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한 ‘재판외 분쟁처리제도(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를 도입, 지적 재산권 분쟁을 변호사뿐 아니라 변리사까지 다룰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외교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베이징과 상하이에 콘텐츠 전문가를 파견, 기업과의 상담 등을 통해 지적재산권 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 방안은 중국산 유사품 등에 심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의 요청에 의해 구체화됐다. 정부는 강력한 법안을 마련해 기업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편 각 기업이 영업비밀이 새어 나갈 우려가 있는 중국에 공장을 두기보다는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낮은 등급의 기술이 필요한 산업은 중국에, 하이테크 기술이 필요한 산업은 일본 내에 공장을 운영하는 이원화 체제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wisepen@seoul.co.kr경제산업성 지적재산정책실 나쓰오 후토시 과장보좌는 “현재 기업들은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 법안을 시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법률명은 나라마다 다르더라도 집행은 EU처럼 전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모방품, 해적판 방지 조약을 만들어 아시아 각국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산업본산 ‘도카쓰 테크노플라자’ |지바 특별취재팀|일본 지바현 외곽에 위치한 도쿄대 가시와캠퍼스 옆에는 면적 2200평,7층 규모의 ‘도카쓰 테크노플라자’가 들어서 있다.98년 11월 문을 연 이 곳에는 현내 10개의 대학 및 고등전문학교와 40여개 기업이 바이오테크놀로지(BT)와 나노테크놀로지(NT) 등 신산업 분야를 공동연구·개발하는 ‘대학연구교류 오피스’가 설치돼 있다. 테크노플라자는 제조업이 중심을 이루는 지바현의 지역적 특성을 토대로 지자체, 대학이 힘을 합쳐 독특한 클러스터를 형성한 곳이다. 지바현 내의 제조 기업은 15만곳, 사업소만 20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 4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지자체와 기업 사이에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양보다 질적인 면의 성장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현은 94년 정부 산하 ‘신산업비전 협의회’에 산학협력 연구소 건립을 제안, 허가를 받아냈다. 현과 정부는 플라자 건립 당시 토지매입 비용 등 100억엔을 투자했고, 지금도 연간 2억 2700만엔을 지원하고 있다. 때마침 테크노플라자 건립 이듬해인 99년 생명과학, 물성연구소, 우주선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도쿄대 가시와캠퍼스가 지바현으로 이전을 시작, 결과적으로 지자체·대학·기업이 함께 성장의 기반을 닦는 ‘윈·윈게임’이 됐다. 플라자에 입주한 기업은 입주기간은 5∼7년이며 그 기간동안 플라자 내의 연구실과 기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플라자에는 100여개의 첨단기기가 마련돼 있으며, 일본 내에 몇 개 없는 마이크로 애널라이저(X선을 통해 물체의 원자구조를 파악하는 기계) 등 수억엔을 호가하는 고가의 장비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wisepen@seoul.co.kr ■‘포켓몬’ 경제 효과는 |도쿄 특별취재팀|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일본의 ‘아니메’를 떠올릴 정도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니메의 작은 캐릭터 하나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01년 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면서 국내에서만 304억엔을 벌어들였으며,2004년 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200억엔의 수입을 올렸다. 경제산업성은 현재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의 60%가 일본산으로 추정하고 있다. 캐릭터가 한번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의 경우 텔레비전 방영 외에도 게임과 DVD, 영화, 책 등으로 제작된 것은 물론이고 장난감, 이름을 딴 식품, 옷 등 여러 아이템으로 만들어져 모두 2조 3000억엔의 수익을 냈다. 영화의 경우 극장개봉을 통해 얻는 수익 말고도 부수적인 관광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이 지 감독의 99년 작 ‘러브레터’의 무대가 되는 오타루는 98년 1136명의 관광객이 찾아온 데 비해 개봉연도인 99년에는 4232명이 찾아왔고,2000년에는 6614명,2001년에는 1만 1827명이 방문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소수 거장들이 시장을 주도, 이들이 은퇴하면 일본 애니메이션계가 통째로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디지털콘텐츠협회 기획추진본부 기획조사부 국제실 나미코시 노리코 과장대리는 “왕성하게 활동중인 일부 중견작가들에게 의존하는 구도를 개선하기 위해 매년 신인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콘텐츠공모전을 여는 등 신예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wisepen@seoul.co.kr 협찬 : POSCO
  • 스님도 담넘는다는 ‘불도장’

    스님도 담넘는다는 ‘불도장’

    오는 14일은 말복.더위에 지친 몸을 위한 보양식을 찾을 때다.입맛 없는 여름철에 몸을 보할 수 있는 건강식으론 흔히 삼계탕이 꼽히지만 여름 보양식의 으뜸은 단연 불도장(佛跳牆,호티아오치앙)이다.불공 드리던 스님도 그 냄새에 이끌려 담을 뛰어넘는다는 불도장.그 깊은 맛과 멋의 세계에 빠져보자.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광둥성 지방의 고급요리 불도장은 원래 중국 광둥 지방의 고급요리다. 한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특급호텔 중식당을 중심으로 확산돼 지금은 웬만한 고급 중국 레스토랑에서도 불도장 맛을 볼 수 있다. 불도장 요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 청나라때 푸젠성의 한 관원이 집에서 연회를 열었는데, 그의 부인이 20여 가지의 각종 고기를 소흥주 항아리에 채운 뒤 한참을 고아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맛본 사람들은 크게 감탄했고, 훗날 정춘발이라는 요리사가 그 부인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는 특히 해산물을 많이 써 맛과 향을 보탰다. 불도장 요리는 이렇게 진화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늘과 바다와 땅의 합작품 불도장의 재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고 진귀하다. 몸에 좋은 것은 거의 다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에서 23년동안 일해오고 있는 조리장 유방녕(49)씨는 이렇게 말한다.“불도장에 이것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육·해·공, 즉 들짐승과 해산물, 날짐승이 모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요.”‘도원’에서는 돼지고기 힘줄, 도가니, 관자, 전복, 해삼, 상어지느러미, 오골계 등을 주된 재료로 사용한다. 또 자연송이와 표고버섯 등이 1인분에 한 두 쪽씩 들어간다. 이밖에 은행, 인삼, 동충하초, 산약, 녹각 등 약재도 곁들인다. 불도장에 쓰이는 재료는 각 중식당의 전통이나 주방장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재료의 양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도원’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죽순, 양 허벅지, 돼지발굽 힘줄, 부레, 사슴 힘줄, 상어 입술, 돼지내장, 비둘기알, 오리, 조개, 새우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불도장 재료 중에는 국내에서는 유통 자체가 불법인 것들도 적지 않다. ●소흥주로 맛낸 찜 혹은 탕 불도장의 조리법은 간단한 편이지만 상당한 정성이 필요하다. 유 조리장은 자신의 불도장 조리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불도장은 찜과 탕의 중간 단계다. 불도장 재료를 토기에 담고 노계(老鷄)를 이틀 정도 고아 만든 육수를 채운다. 늙은 닭을 쓰는 것은 그 육수가 진하기 때문이다. 소금과 소흥주를 넣고 180도쯤 되는 펄펄 끓는 찜통에서 5∼6시간 동안 흠뻑 쪄낸다. 그렇게 하면 건더기는 흐물흐물해지고, 바닥에는 그야말로 진국만 남는다. 조리의 핵심은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일. 요리할 때 ‘숨쉬는 그릇’, 즉 토기를 사용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코냑 한 방울의 여유와 미학 불도장은 다른 음식에 비해 재료가 고급이고 다듬는데 손이 특히 많이 간다. 정성으로 똘똘 뭉친 음식이다. 불도장을 먹을 때는 굴소스 원액에 홍초와 생강즙을 첨가한 불도장 소스를 찍어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코냑을 한 방울 떨여뜨려 먹기도 한다. 그러면 해산물 특유의 냄새가 줄어든다. ■ 어디서 먹을까?서울프라자호텔 ‘도원’(02-310-7345)에서는 불도장을 1인분에 6만 5000원(세금, 봉사료 별도)에 판매하고 있다. 불도장이 포함돼 있는 봉황(1인 19만원)과 도원(1인 26만원)등 두 가지 코스요리도 마련돼 있다. 서울프라자호텔이 운영하는 서울역사 4층에 위치한 캐주얼 중식당 ‘티원’(02-392-0985)에서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불도장 세트 메뉴를 5만원(1인분, 세금별도)에 판매한다. 서울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는 중식당 ‘타이판’(02-317-3237)의 불도장(1인 6만원, 세금·봉사료 별도)외에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실란트로(02-317-3062) 뷔페에서도 불도장이 있다. 점심 4만 2350원, 저녁 4만 4770원(세금·봉사료 포함)이다. 불도장으로 유명한 일반 중국 레스토랑으로는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02-396-2442·1인 6만원·부가세 포함)과 강남구 역삼동 대려도(02-555-0550·1인 9만원·부가세 별도)가 있다. ■ ’서울 광화문 장뚜가리’ 퓨전 한식당 ‘장뚜가리’ 세종문화회관점은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음식점이다. 이 집에서 파는 ‘김치감정’과 ‘12오겹살’의 맛에 매료돼 일본 관광객은 물론 주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 아사이 TV에 ‘한국의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집이 원조 맛집들이 즐비한 광화문에서 새로운 ‘외식 코드’로 자리잡은 비결은 젊은 감각에 맞춘 깔끔한 맛과 분위기에 있다. 강원도 사투리로 ‘장독’을 의미하는 장뚜가리의 대표 메뉴는 ‘12오겹살’. 오겹살의 두께가 자그마치 ‘12㎜’에 이르는데 이 두께가 가장 맛있는 오겹살 두께라고 한다. 일반 오겹살의 두께가 5㎜안팎인 것과 비교해 두배이상 두껍다. 고기도 수입산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최고 품질의 국내산 돈육만 고집한다. 무엇보다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고기를 굽기 전에 파인애플과 양파로 비린내를 제거한 뒤 아삭한 김치와 함께 구워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오겹살의 고소한 맛의 여운이 입안에 오래 감돌아 감칠맛을 낸다. 김치는 전남 순창과 광주에 주문 제작해 가져온다. 무공해 유기농으로 재배된 배추를 원료로 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담아 1년 이상 숙성된 묵은 김치다. 김치감정은 조선시대 궁중 수라간에서 왕을 위해 만든 매운 김치찌개의 맛을 재현해 낸 것이다. 잘 익은 김치를 사용해 조미료를 넣지 않았으며,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멸치로 다시 한번 국물을 우려냈다. 찌개에 돌솥밥이 곁들여 나오는데 시원한 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살얼음 동동주와 김치치즈계란말이를 함께 먹으면 무더위쯤은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 모든 메뉴를 이 집 사장인 유성호(38)씨가 직접 고안해 낸 것이다. 유씨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시절 한식당 주방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살려 2년간 전국을 돌며 김치와 돼지고기의 맛을 찾아다녔다.12오겹살은 직접 1∼20㎜까지 잘라 구워 먹으며 수십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것이다. 김치도 유씨가 직접 맛을 보고 선별한다. 장뚜가리 1호점인 광화문점을 외국계 은행에 다니던 부인 김지현(35)씨에게 맡기고 최근 이곳에 2호점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유씨는 음식은 비법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철저한 맛에 대한 연구와 분석, 여기에 정성을 더하면 새로운 전통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충남 당진군 ‘게눈 감추듯’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입맛에 착착 당기는 이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내도(안섬)에 이처럼 밥을 해치우는 것을 묘사한 ‘게눈 감추듯’이라는 간판을 내건 간장게장 집이 있다. 주인 이은순(48)씨는 “집에서 20년간 간장게장을 담가 먹어왔는데 맛을 본 이웃들이 ‘맛있다. 음식점 한번 내봐라.’고 해서 1년3개월 전 게장 전문점을 차렸다.”고 말했다. 뛰어난 맛은 담글 때의 비법도 있지만 원료가 좋기 때문이다. 주인이 해마다 5월 인근 포구나 태안 안흥항 등에서 알이 꽉 찬 꽃게만을 골라 사온 뒤 냉동시켜 1년 내내 쓴다. 냉동시켜야 게장을 담글 때 살이 빠져나가지 않고 질기지가 않다. 비린내도 안 나고 맛이 좋아지는 점도 있다. 냉동게를 꺼내 8시간쯤 내놓으면 자연히 녹는다. 이를 제조한 간장에 통째로 담가 냉장고에서 3일간 숙성시킨다. 게장을 담그는 간장은 감초, 월계수잎, 참숯, 양파, 파, 마른 고추 등을 넣고 3∼4시간 졸인 뒤 식혀 만든다. 참숯과 감초는 혹시 남아 있을 비린내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넣고 있다. 숙성된 게장은 잘라서 손님상에 올린다.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 순수한 게장맛이 나지만 매운 맛을 즐기는 이에게는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주기도 한다. 꽃게도 국산이나 곁들여 나오는 녹두빈대떡, 머위무침, 늙은오이무침 등 밑반찬 원료도 모두 직접 가꾼 것이다.1인분에 꽃게 한 마리가 들어간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돌솥밥이 함께 나온다. 아직은 덜 알려져서인지 주말보다 평일에 손님들이 많다. 인근 직장인들이 평일에 찾아서다. 이 집은 50m 거리에 ‘대현수산’이라는 수산물 판매점도 운영, 산 꽃게와 주꾸미, 낚지 등을 시중보다 20%쯤 싸게 살 수 있다. 지금은 금어기로 9월 들어서야 구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70m 앞이 바닷가여서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 점은 이 집을 찾는 또 하나의 덤이다. 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 어린이 ■ 마법전사 미르가온 21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마법세계를 구하러 떠나는 어린 전사들의 모험담.(02)764-8760. ■ 꼬방꼬방 28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전래동화로 엮은 극단 사다리의 놀이음악극.(02)382-5477. ■ 고양이가 말했어 21일까지 인켈아트홀2관. 초등학생 지영이의 성장기를 그린 인형극.(02)741-3934. ■ 클래식 ■ 광복 60년 경축 대음악회 15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안익태, 윤이상, 진은숙의 작품세계를 만나보는 자리.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이들 작곡가 3인의 작품 연주를 통해 광복 60주년의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다. 소프라노 박정원, 베이스 양희준, 오보에 이윤정 등이 협연.(02)580-1135 ■ 클래식 나들이 15일,18∼ 21일 영산아트홀.(02)586-0945. ■ 박진희 이재향 두오 리사이틀 11일 영산아트홀 (02)587-5961 ■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 14일 금호아트홀.(02)302-1533. ■ 한일정상 콘서트 12일 양재횃불회관.(02)2068-8000. ■ 미술 ■ 해피니스(Happiness)전 한전플라자 갤러리 젊은 작가들을 통해 아름다운 개인의 상상을 찾는 작업. 회화, 조각, 설치, 사진등의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 8명과 1팀의 작품 전시. 유승호 홍경택 홍성도의 작품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한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강용면과 프로젝트 그룹 옆은 즐겁게 미술과 소통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02)540-5584. ■ 김관형전 사진과 드로잉의 절묘한 만남. 머릿속 오만가지의 상념과 모습들을 스케치한뒤 이를 사진으로 찍었다. 작가는 말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거짓이 된다는 사실이 싫어 생각을 그림으로 묘사해낸다는 설명.30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온.(02)733-8295. ■ 김기린전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작업한 모노크롬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사각의 틀속에 파란색과 분홍색 등으로 수많은 점을 찍어낸 단색 회화는 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23일까지 갤러리 토포하우스.(02)734-7555. ■ 김시연전 자신을 둘러싼 환경, 생활들을 관찰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삶을 소금이라는 특수한 물질과 접목시켜 나간 설치미술. 소금을 인간 감성의 정제물로 여겨 작가의 감정에 대입하고 있다. 서초동 세오갤러리.(02)583-5612. ■ 뮤지컬 ■돈키호테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셰르반테스의 명작을 뮤지컬로 본다. 삽입곡 ‘더 임파서블 드림’으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김성기 류정한 강효성 출연.(02)501-7888. ■ 청년 장준하 15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 독립군이 되려 중경 임시정부로 가는 대장정을 그린 뮤지컬. 조한신 작·연출, 서영주 최성원 출연.(02)722-1467. ■ 밑바닥에서 21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물. 막심 고리키의 원작을 세미 뮤지컬로 각색. 왕용범 연출·박용전 작곡, 황태광 이창욱 출연.(02)745-2124. ■ 풋루스 10월16일까지 연강홀. 반항과 억압, 사랑과 고통 등 분출하는 젊음의 열정을 춤과 노래로 풀어낸다. 서지영 이한 김영민 출연.(02)766-8551. ■ 연극 ■ 셜리 발렌타인 13~9월 11일 우림청담시어터 중년여성의 자아찾기 여정을 그린 연극. 배우 손숙의 농익은 연기가 빛나는 모노극으로 강북 산울림소극장에 이어 강남으로 무대를 옮긴다. 글렌 월포드 연출.(02)569-0696. ■ 바람의 아들 11∼13일 한강 둔치 럭비구장. 재일교포 김수진 연출가가 이끄는 천막극단 신주쿠양산박의 내한공연.(02)352-0766. ■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9월25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작품. 임영웅 연출, 박정자 정세라 출연.(02)334-5915. ■ 왕비,100년 만에 외출하다 12일∼9월11일 상상아트홀. 명성왕후의 일대기를 그린 1인극. 박영 작·이승옥 연출. 박정재 출연.(02)765-4565.
  • [농촌 ‘국제결혼 바람’ 그후] 한집 건너 외국인신부…무관심·언어장벽 고통

    [농촌 ‘국제결혼 바람’ 그후] 한집 건너 외국인신부…무관심·언어장벽 고통

    ‘윗집은 베트남 며느리, 한집 건너 아랫집은 필리핀 며느리’요즘 농촌에선 농촌 노총각에게 시집온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 출신 주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연부락마다 한집 건너 외국인 주부가 있을 정도로 이들은 농촌 가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어와 문화, 관습 차이 등으로 ‘한국인 주부’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에게서 태어난 혼혈2세는 피부색 때문에 소외되는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수 약자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은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농촌에 늘어나는 외국인 주부 경주시 건천읍에서 버섯 농사를 짓는 최모(48)씨는 올초 베트남 처녀(26)를 아내로 맞았다. 그동안 만나는 한국 처녀마다 모두 ‘농사일이 싫다.’면서 등을 돌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겨우 가정을 꾸렸다. “배운 건 농사일밖에 없고 장가는 가야하는데 시집오겠다는 여자는 동남아 여자뿐이더군요.” 경북도가 최근 실시한 ‘농촌거주 외국인 주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북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부는 모두 1544명. 이 가운데 농촌지역 거주 여성은 1292명으로 83.7%를 차지,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 여성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별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4개국이 93.6%를 차지했고 거주 기간은 2년 이하가 24.8%,3∼5년이 31%로 최근 5년 사이에 한국에 시집온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평균 연령은 31.8세로 20대(38.9%)와 30대(40.1%)가 79%를 차지했다. 특히 주택 및 농지보유 현황, 영농규모 등을 종합평가한 생활수준 조사에 ‘상’은 2.5%에 그쳤고 ‘중’은 54.8%,‘하’는 39.6%로 분류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붓감을 구하지 못한 40대 농촌 노총각들의 국제결혼이 최근 5년 사이 러시를 이루면서 농촌에 외국인 주부가 급증했다.”면서 “이들 가운데 10가정 중 4가정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앞으로 빈곤에 따른 가정해체 등 정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시안 혼혈 2세도 크게 증가 경북 구미에 사는 석호(4·가명)군은 ‘발달성 언어장애’를 겪고 있다. 아직 우리 말에 서툰 엄마(40·필리핀) 때문이다. 엄마는 “농사일에 바쁘고 가르쳐주는 곳도 없어 인사 등 기초적인 말 이외에 아직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면서 “말뿐만 아니라 한국관습도 서툴러 앞으로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외국인 주부가 급증하면서 혼혈 코시안(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여성에서 태어난 2세)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경북도 내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코시안은 모두 1534명. 국제결혼 가정 가운데 자녀가 1명인 가정이 44.6%로 가장 많았고 2명 38.8%,3명 이상 16.6%로 조사됐다. 5명을 낳은 외국인 주부도 8명이나 됐고 외국인 주부 중 20∼30대 여성비율이 약 80%여서 앞으로 더 많은 코시안이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혼으로 코시안 자녀를 둔 농촌가정들은 요즘 아이들이 커가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바로 인종차별과 혼혈아에 대한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 때문.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6살 난 여자아이를 둔 박모(52·경북 청송군)씨는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르지만 나중에 아이가 피부색이 다르다며 멸시를 받을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낳지 말 것을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외국인 주부 정착 지원나선 자치단체 1990년대부터 농촌지역에 외국인 주부가 하나둘 늘어났지만 이번에 경북도가 처음으로 실태조사에 나설 정도로 그동안 자치단체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이번 조사 결과 농촌지역 외국인 주부는 한국어교육과 컴퓨터교육, 기술교육, 요리강습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북 예천군은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을 위해 3개월 과정의 한글교육과 음식, 전통예절 등 ‘국내적응 교육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영천시는 지역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외국인 주부들의 갈등을 상담해주는 창구를 마련하고 문경시는 2세 양육비 지원과 의료보호확대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경북도는 출신국과 국제통화 비용을 전액 감면해 주거나 정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또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양, 어학, 제빵 등 교육 프로그램에 수강료 감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세환 경북도 여성정책계장은 “베트남 출신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문제”라며 “바쁜 농촌생활 현실을 고려해 자원봉사자를 가정으로 파견해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권오복 예천 국제결혼가족모임 회장 “더 이상 국제결혼을 색안경 끼고 보지 마세요.”. 경북 북부지역 국제결혼가족모임 회장인 권오복(43·경북 예천군 보문면)씨는 “농촌 총각 4명 중 1명은 외국인 아내를 두고 있을 정도로 우리 농촌에서는 국제결혼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앞으로 국제결혼 부부가 10만쌍 정도는 더 늘어나야 농촌 총각들의 결혼난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지난 2003년 9월 베트남 처녀(23)와 결혼했다. 권씨는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처음 베트남에 신부감을 구하러 갔을 때는 ‘이 방법밖에 없을까’라며 많이 망설였지만 2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결혼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재 예천지역에만 국제결혼 부부가 90쌍이 넘는다. 권씨는 이들의 친목도모와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2월 국제결혼가족 모임을 만들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아내들의 고향은 저마다 다르지만 만나면 늘 가족같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서의 화두는 2세 교육문제다. 권씨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엄마가 우리나라 말과 문화에 서툴다 보니 교육문제가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늘리기 사업이 국가 정책사업으로 확대되고 그 핵심에 국제결혼이 있지만 결혼한 외국인 아내에 대한 한글교육과 문화적응 등은 관심밖이다.”면서 “한글학교 상설화와 면단위까지 유아교육시설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씨는 국제결혼 실패 원인으로 부부간 이해부족을 들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한국 문화적응도 중요하지만 남자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베트남여성과 ‘결혼할래요’ ‘신부찾아 베트남으로 베트남으로’ 요즘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상대는 중국이나 필리핀보다 베트남 여성이 단연 인기다. 왜 베트남 신부를 선호하는 걸까? 대구지역 K 베트남전문결혼업체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직 70∼80%가 농업에 종사하는 등 농경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여성들은 농사일에도 익숙하고 농촌 사정에 밝아 결혼 후 한국 농촌에 적응이 빠르다는 것. 특히 불교 문화권에서 자란 베트남 여성들은 한번 결혼하면 좀처럼 헤어지지 않고 자식 교육에 평생을 헌신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어 한국 농촌 노총각들의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최근 대구지역에는 농촌 노총각들을 대상으로 베트남 여성을 소개해주는 전문 중매업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농촌 노총각들이 베트남 여성을 선호하자 자치단체와 새마을단체 등이 나서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적극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새마을운동 성주군지회는 최근 성주군을 찾은 베트남 타이옹우옌성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지역 농촌 노총각과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주선키로 합의했다. 유충하(41) 사무국장은 “양측이 신랑, 신부에 대해 개인재정 상태와 성실성 등에 대해 보증을 하기로 했고 9월 중 예비조사를 위해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결혼 성사 후에도 베트남 여성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한글교육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예천군은 농촌총각 가정이루기 사업을 전개, 농촌 총각 16명을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주선하기도 했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하는 한국 신랑은1년치 곡식을 장인, 장모에게 바치고 신부를 데려갔던 베트남의 옛 풍습에 따라 500∼1000달러 수준의 지참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정보공개청구제 어떻게 운영되나

    정보공개청구제 어떻게 운영되나

    서울신문의 이번 조사를 통해 정보공개청구제가 원칙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같은 사안에 대해 기관 또는 담당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제도의 공신력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우선 공개 여부부터 엇갈렸다. 공개, 부분공개, 비공개로 나뉘어져 지자체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공개된 자료 역시 질적으로 천차만별이었다. 정보를 공개한 9개 지자체 가운데 대전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부실한 자료를 공개해 사실상 정보로서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대전시만 비교적 충실한 자료 공개 정보 공개를 요청한 내용은 해당공무원의 이름, 징계를 받을 당시의 직위, 현 직위, 징계사유, 징계수위, 감사종류 등이었다. 실명은 밝히지 않아도 좋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정보를 공개한 지자체 가운데 6가지 요구사항을 모두 공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5곳에서 완전공개를 통보했지만 사실상 부분공개를 한 셈이다. 부분적으로 공개를 했지만 그마저도 상당수가 부실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북의 경우다. 정보공개청구 당시 개인별 징계상황을 상세히 공개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징계 종류별, 징계 사유별 통계자료만 제시했다. 비공개로 자료를 받아볼 기회를 박탈하지는 않았지만 청구자의 의도와 맞지 않는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그 외 대구 등은 징계사유에 대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표기했다.‘성실의무위반’ 또는 ‘업무추진소홀’ 등으로는 해당 공무원이 공직수행 중에 어떤 이유로 감사에 적발됐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나마 가장 나은 자료를 공개한 지자체는 대전이다. 대전시측은 징계자 이름을 제외한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기술했다. 특히 징계사유에 대해 ‘중소기업육성기금 부당 인출사용’,‘서구 복수지구 구획정리사업 보상금 재원 불법차입’ 등으로 내용을 설명했다. 또 울산은 실명을 안 밝혔지만 징계 당사자의 성(性)은 공개하는 성의를 보였다. ●일선 공무원이 공개여부 판단 동일한 내용의 청구사항에 대해 이렇듯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온 것은 법규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정보공개법의 법적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각 조문들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다.’ 또는 ‘∼하지 않을 수 있다.’ 등으로 규정, 법률해석상의 여지가 지나쳐 자의적인 판단의 남발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몫은 청구내용을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법적 불명확성을 보완할 가이드라인도 없어 일선 공무원들 역시 판단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의 김재광 연구위원은 “같은 부서에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도 하고 청구시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등 문제점이 큰 게 사실”이라며 “이는 행정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명확한 운영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9월쯤 정보공개운영지침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8가지 비공개 사유가 실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사례와 판례를 중심으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 일선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행자부는 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정보공개 실태를 상시 점검해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정보공개청구제는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행정투명성 확보와 시민감시기능 활성화를 위한 기초인 셈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해당기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우편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최근엔 인터넷상에 통합사이트(info.egov.go.kr)가 개설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 수수료는 청구인 부담이다.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해당기관은 10일 내에 공개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공개될 줄 알고 신청하나” 고압적 태도 “공개될 줄 알고 신청했습니까?” 정보 공개를 신청한 직후 한 지자체 담당자는 전화를 걸어와 대뜸 이같이 물었다. 고압적인 태도와 정보 접근권 자체를 묵살하는 질문. 정보공개제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제도 개선에 앞서 담당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의 시급성이 드러난 대목이다. 제주도는 정보 비공개 이유에 대해 “사사로운 개인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의 담당자는 공무를 수행하다 잘못을 범한 공무원을 ‘사사로운 개인’이라고 정의했다. 정보공개청구 취지에 대해 “음주운전 등 공무원 신분을 떠난 개인 비위사실이 아닌, 공무수행으로 인한 감사 지적사항을 공개해 달라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지만, 이 담당자는 “공무원도 사사로운 개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 담당자는 “실명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 담당자는 또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게 적발사항만 공개하기 위해서는 편집을 해서 보내야 하는데 이는 정보공개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있는 정보를 공개하게 돼 있지 정보를 생산하라고는 안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민간 전문가는 물론 주무부처인 행자부에서도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정보 공개를 위해 해당자료를 담당자가 새로 생성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 청구건은 생성이 아닌 검색의 재조합만으로 충분한 내용”이라면서 “생성과 검색의 의미를 정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소한의 합리적 노력은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정보 공개 청구 이후 각 지자체 담당자들은 청구자의 직업과 정보 사용처에 대한 질문을 공통적으로 물어왔다.“사용처를 알아야 공개를 해도 할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요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정보공개법이 개정되면서 사용목적을 기재토록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이와 관련, 행자부측은 “정보공개청구제는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게까지 개방된 마당에 그런 질문은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전문가들 견해는 정보공개청구제는 지난 1998년 정보공개법이 제정돼 벌써 시행 7년째를 맞고 있지만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공직자들조차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서울시립대 법학과 경건 교수는 “공무원들이 정보공개청구제를 시민들의 권리가 아닌 민원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의 민간위원인 경 교수는 “정보는 애초에 행정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동체 전체의 것이지 정부가 독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관리로 인한 마비는 막아야겠지만 정보공개에 대한 인식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 교수는 비공개 처리행태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법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상 비공개 대상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의무는 아니고 비공개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고 있는 것일 뿐”이라면서 “설사 일정부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하도록 부분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 비공개란 있을 수 없으며, 부분공개가 원칙이라는 얘기다.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하승수 변호사도 “공무원에 대한 정보는 공개가 원칙일 뿐더러 특히나 공개를 요구한 내용이 개인비리나 불법행위가 아닌 공무원으로서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잘못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면 실명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부분공개를 해야 한다.”면서 “부분공개를 의무화한 정보공개법에 어긋난 조치”라고 덧붙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비공개는 예외적인 상황이며 원칙적으로 최대한 공개하자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실 담당 공무원으로서는 정보를 공개한 후 생길 수 있는 책임문제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인천 주안역 상가 석면 검출

    인천 주안역 지하상가에서 암을 유발하는 석면이 검출됐다. 8일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부추연)’에 따르면 인천시 남구 주안역 지하상가 천장 4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보건학교실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백석면이 2∼7% 검출됐다. 분석 결과 주안역 지하상가 관리사무소 입구와 10번 출구에서 각각 3∼5%,5번 출구에서 2∼4%의 석면이 발견됐다. 모 상가에서는 조사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5∼7%가 검출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석면이 1% 이상 함유된 건축물을 위해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철거할 경우 반드시 노동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카락의 5000분의1 정도의 미세 석면먼지를 발생시켜 대기중을 떠돌다 인체에 들어가 암을 일으킨다. 주안역 지하상가는 1만 2000㎡의 넓이에 290여개의 상점이 입주해 있으며 하루 평균 10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부추연은 지난 6월과 7월에도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와 김포공항 천장에서 1∼5%의 석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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