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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리사채 피해 이렇게 막아라

    고리사채 피해 이렇게 막아라

    서민들의 고리사채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고 하지만, 신용을 평가하는 잣대는 사실상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대출 절차가 간단한 불법 대부업체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사금융피해상담센터는 올들어 지난 9월 말까지 1787건의 사(私)금융 관련 제보를 받고, 불법 혐의 업체 124곳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8일 밝혔다.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사금융 피해방지 요령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대부업체로부터 연 66%가 넘는 이자를 권유받으면. -대부업법은 연 66%(월 5.5%, 일 0.18%)를 초과하는 이자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또 선(先)이자, 수수료, 사례금 등도 모두 이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원금에서 공제하도록 했다. 따라서 대부업자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경찰서 등에 고발한다. ▶이미 부당이자를 물고 있다면. -법률적으로 이자를 갚을 의무가 없다. 이미 낸 이자에 대해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소액사건(소송 목적액이 2000만원 미만) 심판제도’를 활용한다. 소송을 하려면 대출원금, 이자율, 변제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계약서와 입·출금 내역서, 무통장 입금표 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갚아야 할 원금이 남아 있다면 부당이자를 뺀 나머지 원금만 갚을 수 있도록 대부업자와 합의하는 것이 좋다. ▶실제 채무 내용과 다른 계약서 작성을 요구받으면. -이는 대부업자가 ‘이자율 제한’을 회피하면서 앞으로 부당한 채무 변제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반드시 실제 채무 내용과 동일한 계약서를 꾸며야 한다. 실제 수령액에 대한 확인증이라도 받아라. 이미 이중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증거 자료를 확보한 뒤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자율 위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소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보증인이 되었다면. -다른 사람이 인감 도장을 몰래 가져가 보증을 세운 행위는 형법상의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이 사람은 채권자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인감증명서 등 대리권을 나타내는 서류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본인 명의를 도용해 사채를 빌려 썼다면. -본인이 대출계약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과 서명, 날인 등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채무계약서에 친·인척 등의 인적사항을 쓰라는 요구를 받으면. -이는 원리금이 연체됐을 때 채권추심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대부업자가 친·인척 등에게 빌린 돈을 대신 갚으라며 폭언이나 협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은데, 대부업자로부터 손쉬운 대출을 권유 받으면. -흔히 선수금을 떼는 대출 사기업체가 이같은 권유를 한다.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을 알선해 준다고 속인 뒤 수수료만 챙겨 달아나는 이른바 ‘떴다방’이 늘고 있다. 이는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 은행에 대출이 가능한 지 문의한다. ▶빚을 갚으라는 협박을 받으면. -채무 변제에 대한 잘잘못은 사법 당국이 판단할 문제다. 협박은 불법행위다. 전화 녹취나 증인 확보 등 증거를 수집하고 대부업자를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면 지난 5월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대부업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고소 당하면. -사기죄는 처음부터 돈을 갚을 뜻이나 능력이 없는데도 상대방을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에 성립된다. 따라서 돈을 갚을 의사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부업자로부터 부당한 채무이행 통지를 받으면. -내용증명이 법적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내용증명인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요구를 묵인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채무완납 영수증이나 무통장입금증 등 자료를 확보해 놓아라. ▶대부업자가 연락을 끊어 빚을 갚을 수 없게 되면. -빌려준 쪽에서 채무상환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고 상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연체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대부업자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갚으려는 원리금을 공탁해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중·러 동포에 취업자유 허용해야

    중국과, 옛 소련권인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지의 동포에게 모국 방문 및 취업의 자유를 넓혀주는 방안을 법무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 안대로 ‘방문취업 비자’(H-2)가 새로 만들어지면 이를 발급 받은 동포는 5년동안 출입국을 자유롭게 하면서 한번에 2년까지 마음대로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같은 법무부의 정책 추진을 환영하면서 관련 법규가 하루빨리 마련돼 해당지역 동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 온 재외동포 정책을 보면, 속칭 ‘조선족’‘고려인’으로 불리는 중국·옛소련권 동포가 얼마나 차별대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타지역 동포들은 아무 제한 없이 이땅을 드나들고 일자리를 잡았지만 이들은 출입국과 취업에서 엄격하게 제한받아 왔다. 그 결과 밀입국과 불법체류가 성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신분이 법적으로 취약한 점을 악용해 임금 떼어먹기 등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가난한 집에 시집간 딸은 딸도 아닌가.’라는 한맺힌 절규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법무부가 추진하는 이 정책에 대해 정부 일부 부처에서 난색을 표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은 태도이다. 예컨대 중국당국과의 마찰이 예상되면 외교통상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면 된다. 중국이야말로 해외동포(화교)에게 갖가지 혜택을 주면서 적극 포용하는 국가인데, 우리가 중국동포에 대한 기존의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노동부도 노동시장 교란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새 정책이 노동시장에 무리 없이 정착하게끔 협조해야 마땅하다. 우리사회에는 이미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해져 내년에 40만명가량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그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어촌 총각의 결혼난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해외인력 유입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말과 핏줄, 문화가 통하는 재외동포를 보듬어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 [혁신 공기업 탐방] (30)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30)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물은 생명체의 근원이자, 국가 산업발전의 원동력인 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수자원의 종합적인 관리책임을 맡고 있다. 수자원의 총체적인 예측·확보·관리·공급하는 공기업으로 시대흐름에 맞춰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개발우선 정책으로 무작정 댐을 막아 수자원을 확보하던 방식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친환경적이고 차원높은 다목적 기술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 장관을 거쳐 지난 9월21일 수자원공사 사장이 된 곽결호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7일 곽사장은 대전 수자원공사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현안문제 해결과 혁신방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일하는 공기업 지향 조직·제도 개편 ▶수자원 관리 전문기업으로 향후 역점을 두고 추진할 내용을 소개해달라. -먼저 경영혁신을 통해 한 차원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물관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공기업도 이제 변화와 개혁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일 잘하는 기업, 경쟁력 있는 기업,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조직과 제도, 관행을 바꿀 것이다. 수자원시설에 대한 설계·운영 기준도 국제수준에 맞게 바꿔 나가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수자원 및 광역상수도 관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수자원 공급시설을 꾸준히 확충하고, 이상 기후에 대비한 치수·방재기능도 보완해 나갈 것이다. 지하수를 비롯한 해수담수화·해양심층수 등 대체 수자원 개발에도 활발히 나서겠다. 수익성있는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댐과 하천을 연계한 통합 물관리 체계도 구축하겠다. 또한 해외 프로젝트 참여도 적극 추진하겠다. ▶중점을 두고 추진할 내부혁신 내용도 소개해달라. -깨끗한 공사로서의 이미지 쇄신에 진력하겠다.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중심으로 개선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라 엄정한 인사관리를 할 것이다. 객관적인 기준과 투명한 절차에 따른 업무처리로 윤리경영은 물론 사회공헌기업으로서 위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다. 특히 내부혁신과 관련해서 3개월 단위로 ‘혁신프런티어’ 그룹을 만들어 운영할 방침이다. 이미 2∼3급을 주축으로 한 99명의 제1기 프런티어 그룹이 구성돼 효율적인 조직개편, 인력운영, 신규사업 등에 대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내부혁신을 통해 시대에 맞는 물관리 능력을 키우겠다. 기술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속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성장기반도 마련하겠다. ▶지금까지 외부로부터 평가받은 성적표를 공개한다면. -올해 3월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212개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수준진단에서 전체 6등급 중 5등급(3위)으로 평가받았다.2002년과 2003년도 경영혁신 점검평가에서도 공공기관 가운데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았다. 혁신 선도기관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 모든 업무와 가치관을 고객중심으로 재정립하겠다. 한편 내부 시스템도 강화, 국가 물관리 공기업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국민기업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쏟을 생각이다. ●환경과 개발논리 상생관점서 풀어야 ▶오래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탄강댐 등이 답보상태인데 이들 사업의 추진방향은. -개발이 우선시되던 시대에는 경제적 논리에 의한 효율성이 중시됐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중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자연환경 변화가 불가피한 댐 건설사업 등이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당연한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국민에게 맑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물로 인한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자원개발은 아직도 필요한 과제이다. 이에 못지 않게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환경보존도 중요한 문제다. 환경과 개발의 논리는 대결보다는 상생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이해 관계자들과 만나 폭넓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국적 물기업들이 공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는데 맞선 대응전략은. -현재 전세계의 물시장 규모는 500조원 규모로 이 중 8% 정도는 민간기업이 공급하며 다국적기업(베올리아·온데오 등)이 민간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들 다국적 물기업이 진입하여 베올리아의 경우 산업용수 시장에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국내의 수도시장을 보호하고, 장차 세계 물시장진출을 위해 ‘세계 3대 물서비스기업’이라는 발전전략을 세웠다. 수도시장에서 수자원공사가 대표 수도기업이 돼 고품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국가 수도사업 경쟁력 강화를 선도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年매출 1조 5000억원 세계 6위수준 ▶공사의 매출규모는 얼마나 되고, 정책상 개선이 절실한 부분은 없나. -1조 5000억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인데 2010년대에는 5조 5000억원으로 세계 3위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상하수도와 해외사업 등 신규사업 매출비중을 2010년까지 5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활발히 논의중인 광역과 지방 상하수도 관리주체 재조정 문제는 국민들 입장에 서서 효율성에 비중을 두고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수자원공사는 정부정책 수행기관으로서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따름이다. 대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물박사’ 곽결호 사장은 31년간 공직생활에 몸담아 온 곽결호 사장의 이력과 공적은 대부분 물과 인연이 깊다. ‘물박사’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물에 관한 전문가로 통한다. 그만큼 국내 수자원 정책과 그는 궤를 같이해온 셈이다. 상하수도와 토목관련 분야의 기술사 자격증만도 4개나 되고 환경공학박사 학위도 갖고 있어 수자원 분야에 대한 열의와 애정을 짐작케 한다. 곽 사장은 1974년 경기도 건설국 치수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1976년 건설부로 자리를 옮겨 상하수도 과장과 한강홍수통제관리소장 등을 거쳤다. 1994년 5월 상하수도국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됨에 따라 함께 이동, 하수도국장과 수질보전국장을 맡아 물관리 정책의 기틀을 다졌다.‘두주불사형’으로 협상력도 뛰어나다. 특히 한강을 비롯해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특별법’을 제정한 숨은 주역으로 수계관리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달성(59) ▲영남대 토목공학과·한양대 환경공학박사 ▲기술고시(9회) ▲환경부 환경정책국장·기획관리실장·차관·장관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시화 멀티테크노밸리사업 첨단복합 생태도시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로 조성되는 복합생태도시는 시화호 수질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시화·반월공단 환경개선과 지역발전이란 측면에서 오래전부터 구상돼 왔다. 시화 MTV사업은 올해 6월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됨에 따라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당초 예정된 317만평의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축소방안 용역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사업에는 4500억여원의 환경 개선비용이 투입되고 첨단 산업단지를 비롯, 시화호 주변을 첨단복합도시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2001년 8월 부처와 관할지자체 협의를 통해 개발계획이 확정됐고 인구·재해·교통협의까지 마쳤다. 특히 국내최초로 시민단체와 정부기관이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 친환경적인 지역 개발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한 관계자는 “MTV사업이 추진되면 9조원에 이르는 직접적인 생산효과 및 연 7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둬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업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시화지구의 지속적인 수질·대기질 개선을 염두에 두고 주거·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방조제를 연계한 각종 테마파크 조성사업 등이 병행 추진된다. 시화호 수질과 시화·반월공단 대기개선을 위한 특별대책이 마련된다. 또한 시화호 주변을 축으로 연결한 녹지대 확대와 철새서식지, 인공갯벌 등 생태보전을 위한 시설도 들어선다. 시화방조제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조력발전소가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이어 수변공원을 활용한 각종 테마공원까지 조성되면 시화호 주변은 여러가지 볼거리를 제공하는 생태종합 관광도시로 탈바꿈돼 많은 관광객들이 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발코니 대피공간 의무화

    아파트 발코니를 확장하려면 옆집과 경계부분 발코니에 2㎡ 이상의 대피공간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발코니까지 물을 뿌릴 수 있는 스프링클러 설치도 필수다. 스프링클러 살수(撒水) 범위가 발코니까지 미치지 못한다면 발코니 창에 방화판이나 방화유리를 설치해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6일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 허용과 관련한 발코니 화재안전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하면서 화재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이같은 기준을 마련했다.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시행된다. 발코니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는 옆집과 경계부분 발코니에 최소 3㎡ 크기의 공용 대피공간을 설치해야 한다. 또 살수 범위가 발코니를 포함하는 스프링클러 설치도 필수다. 발코니를 확장하려는 기존 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 옆집과의 경계가 철거할 수 없는 내력벽이라면 발코니에 가구별로 각각 최소 2㎡의 대피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 살수 범위가 발코니를 포함하는 스프링클러가 없다면 바닥판 두께를 포함해 90㎝ 이상 높이의 방화판·방화유리 시설도 있어야 한다. 이 때 발코니 바닥은 불연성 재료를 쓰고 발코니에 이동식 자동화재탐지기도 설치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도 필요하다. 발코니를 이미 확장한 아파트는 새로 도입한 기준에 맞춰 보완을 거친 뒤 관리사무소장의 확인을 받아 관할 지자체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축 중이거나 입주전인 기존 아파트는 사업주체가 입주자들로부터 신청을 일괄적으로 받아 지자체장에게 설계변경 신고를 한 뒤 구조변경을 해야 한다. 건교부 이재홍 도시환경기획관은 “입법과정에서 방재 관련 보완 자료가 추가 제출되면 재보완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더이상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초고층 건축물 방재성능 향상을 위해 건축위원회의 방재분야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코오롱그룹-이웅열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코오롱그룹-이웅열 회장家

    코오롱의 역사는 한국 섬유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 땅에 가장 먼저 나일론을 들여와 의생활에 혁명을 가져왔으며, 한때는 수출 한국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성숙산업에 따른 한계로 인해 코오롱은 재계서열이 점점 밀려났다. 섬유산업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는 모양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코오롱의 3세 경영이 닻을 올린지 올해로 10년째. 이웅열(49) 회장은 올해를 그룹경영의 ‘터닝포인트’로 만들기 위해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을 위해 노후화된 주력 사업에 다시 기름을 칠하고, 쪼이고, 닦고 있는 것이다. 혹독한 외환위기를 거치며 체질을 바꾼 코오롱이 재도약을 위한 또 한번의 체질 개선 시험을 치르고 있다. ●풍운아 이원만 창업주 코오롱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과 이동찬(83) 명예회장은 부자간이면서도 사업 동지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다. 이 창업주가 그룹의 외연을 넓히고 사업의 ‘바람막이’가 돼 줬다면, 이 명예회장은 그룹의 안살림을 챙겼다. 부자는 동업자로서 40년 가까이 함께 일하며 코오롱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 명예회장이 2세이면서 창업 1.5세대로 불렸던 까닭이다. 부자는 사업 파트너로서 환상의 듀엣이었지만 가정적으론 한때 애증의 관계였다. 기업가보다 정치가로서 더 알려진 이 창업주는 워낙 풍류를 즐기는 성격인 데다 이 명예회장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남은 전답마저 처분하고, 사업을 위해 훌쩍 일본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이 명예회장은 어린 나이에 모친과 누이동생을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선친은 이 명예회장에게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선친의 호방한 성품과 능숙한 화술 등은 당시 정·재계에서 유명했다. 이 창업주는 술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술자리에선 재담으로 좌석을 압도했으며,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는 ‘문화재’로 불리울 정도였다. 이 창업주는 193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 기반을 닦았으며, 해방 후에는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들여와 국내 섬유산업을 개척했다.1957년엔 국내 첫 나일론사 제조 공장인 한국나일론(현 ㈜코오롱)을 설립했으며,63년엔 나일론 원사 공장을 지었다. 그는 또 한국산업수출공단 창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오늘의 구로공단과 구미공단을 조성하는 산파역할을 했다. 이 창업주는 정계에도 발을 들여 대한민국 초대 참의원과 6,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인맥 만들기에 탁월한 수단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이 창업주는 1960∼70년대 정·재계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다. ●1.5세대 창업주 이동찬 명예회장 “이 명예회장은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항상 비서와 한 방에서 잡니다. 비서들에게 해외 출장은 그야말로 곤욕이었죠. 회장이 바로 옆에서 주무시는데 잠이 편히 옵니까. 출장에서 돌아오면 몸무게가 3∼4㎏은 그냥 빠져요. 그렇다고 1달러가 아쉬운 나라에서 잠자는 곳에 돈낭비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씀에 뭐라고 할 수도 없고요.” 코오롱 비서 출신의 한 임원 얘기다. ‘가장의 짐’을 일찍 떠안은 탓에 이 명예회장은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한 번은 이 명예회장이 1947년부터 50여년 이상 신었던 슬리퍼를 비서실에서 새 것으로 바꿨다가 된통 야단을 맞고, 쓰레기통을 뒤져 간신히 찾았던 적도 있다. 또 이 명예회장의 점심 메뉴는 주로 된장찌개와 칼국수, 수제비 등이었으며, 삼복 더위도 부채와 선풍기로 보냈다. 그는 15세 때 경리사원으로 부친의 사업을 도운 지 35년 만인 1977년 코오롱 회장에 올랐다. 그는 등산식, 마라톤식으로 표현되는 꾸준한 내실 경영으로 그룹의 체질을 다져놓은 이후 섬유와 무역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건설과 화학으로 확대했다.1980년대는 전자소재와 합성섬유 등 신업종으로 영역을 더욱 넓혔다. 이 명예회장은 과외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1974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직을 맡은 이후 1975년 농구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 등으로 다양한 단체에서 활약했다.1980년에는 대한농구협회 회장을 맡았으며,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서 스포츠 외교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경총 회장은 82년부터 무려 14년간이나 했다. 1996년 1월 이 명예회장은 10년 이상 경영수업을 받은 장남인 이웅열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고 선친처럼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3박4일’ 이웅열 회장 이웅열 회장은 5명의 누이들 속에서 컸지만 성격은 대단히 남성스럽다. 특히 스포츠를 좋아해서 축구와 야구, 테니스, 탁구, 당구, 골프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또 시작하면 프로(?)수준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의 별명이 ‘3박4일’로 불린 이유는 무엇이든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때문이다. 그의 학창 시절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다. 부친인 이 명예회장이 박하지 않을 정도의 용돈만 줬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재벌 아들이 ‘짜다’는 소리를 수시로 들었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이 회장은 활달하고 사교적이다. 전경련 e비즈니스 위원장을 맡아 재계 2∼3세의 리더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부회장, 류진 풍산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가깝게 지낸다. 그의 이같은 사교적인 성격은 조부인 이원만 창업주의 성품과 닮았다. 호방하고 풍류를 즐겼던 이 창업주는 사업가보다 정치인으로 이름이 더 잘 알려졌다. 1989년 그룹 기획조정실장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한 이 회장은 이동통신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그룹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파고로 계열사 매각과 신세기통신(현 SK텔레콤) 지분(1조 700억원어치)을 팔아야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회장은 당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미래를 팔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침통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코오롱의 어려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섬산업이 고유가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수익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권 장자 승계 코오롱 가문은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아들이 귀한 집안이다. 창업주인 이원만 회장은 슬하에 2남4녀를 뒀지만 이 명예회장은 1남5녀, 이웅열 회장도 1남2녀다. 그룹 경영은 장남만 참여하고, 딸들과 사돈가의 경영참여는 철저히 배제한다. 장자일계(長子一系)의 경영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코오롱가의 특징이다. 다른 그룹들이 사돈을 비롯한 친인척들로 방대한 족벌 경영체제를 이룬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명예회장과 숙부인 이원천 전 사장간의 경영권 분쟁이 친인척 배제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 창업주가 그룹경영을 맡고 있을 때는 사위들의 경영 참여가 적지 않았지만, 이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이같은 장자 승계의 원칙이 정해졌다. 이 명예회장은 그의 자서전 ‘벌기보다 쓰기가 살기보다 죽기가’에서 “우리 집 여자들은 아버지 사업이나 남편이 하는 일에 개입하는 법이 없다. 사위들이 처가 덕을 보고 한자리 하겠다면 득보다 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잘 해내는 경우에도 열등감이 생긴다. 능력이 없다고 ‘백년손님’이라 쫓아낼 수는 없는 일이니 난처해질 것이고, 훗날 내가 일선에서 물러날 땐 조용해지기 어렵다.”고 했을 정도로 철저히 장자일계의 경영구조를 갖춰 경영권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나 다툼을 미리 차단했다. ●김종필 전 총재와 한때 사돈 이원만가(家)의 혼맥은 국내 재벌가의 최정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될 정도로 화려하다. 이 창업주의 넓은 정계 인맥과 국내 굴지의 섬유그룹인 코오롱을 기반으로 정·관·재계 곳곳에 혈연 관계를 맺었다. 이 창업주와 이위문(작고) 여사는 2남4녀를 뒀다. 이 창업주의 영향력이 정·재계에 미치기 전에는 자녀들을 평범한 집안과 통혼시켰지만, 사업 성공에 이어 정치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던 시기엔 국내 내로라하는 집안을 사돈으로 맞았다. 이 때문에 정략 결혼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장남 이동찬 명예회장은 1944년 ‘학병으로 끌려가기 전에 장가부터 들라.’는 부친의 강요로 맞선을 본 지 1주일 만에 평산 신씨가(家)의 무남독녀 덕진(82)씨와 결혼했다. 이 명예회장 부부는 지난해 1월 결혼 60주년을 맞아 회혼례를 올리기도 했다. 장녀 봉필(72)씨는 54년 고향 인근 임병진씨의 아들 승엽(작고)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승엽씨는 삼경물산 사장을 거쳐 그룹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차녀 애란(63)씨는 노영태(63)씨와 혼인을 치렀다. 3녀 미자(61)씨는 포항지주인 박문학가(家)의 장남 성기(66)씨와 결혼했다. 성기씨는 한국바이린 사장을 역임했다. 차남 이동보(56) 전 코오롱TNS 회장과 막내딸 미향(51)씨의 결혼으로 코오롱가는 재계 혼맥도의 핵심으로 올라선다. 이 전 회장은 74년 제3공화국의 2인자였던 김종필 전 총재의 장녀 예리(54)씨와 결혼했다. 이를 통해 코오롱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 다리 건너 사돈이 됐으며, 최고 권력가와 혈연의 끈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결혼은 육영수 여사가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성격 차이로 갈라섰다. 이동보 전 회장은 1988년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분가했지만 부도와 구설수에 휘말려 고초를 겪기도 했다. 막내 미향씨는 삼립식품 창업자인 허창성 집안으로 출가했다. 식품종합그룹인 SPC의 허영인(56) 회장이 그의 남편이다. ●정략결혼과 3세 혼맥 코오롱가의 혼맥은 3세로 내려가면 더욱 빛이 난다. 이 창업주가 자신의 입지와 뜻을 펼치기 위해 손주들을 정략 결혼시킨 경우가 있어서다. 이 명예회장과 신 여사는 슬하에 경숙, 상희, 혜숙, 은주, 웅열, 경주씨 등 1남5녀를 뒀다. 장녀인 경숙(59)씨는 1969년 당시 공화당 의장 서리였던 고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3남 문조(65)씨와 화촉을 밝혔다. 이 전 국회의장은 도쿄대를 나와 경북대 교수로 있다가 1960년 정치에 투신해 5선 의원을 지냈다. 정계에선 대구·경북(TK) 인맥의 대부로 통했다. 국회의장을 비롯해 공화당 총재, 영남학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문조씨는 현재 영남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차녀인 상희(56)씨는 국내 대표적 ‘송상(松商)’으로 불렸던 고홍명 한국빠이롯드 회장 집안으로 출가했다.1973년 고 회장의 장남 석진(작고)씨와 결혼했다. 석진씨는 코오롱제약(옛 삼영신약) 사장을 거쳐 빠이롯드전자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부도로 인해 고통을 겪다가 98년 별세했다. 3녀인 혜숙(53)씨는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인 동혁(58)씨와 결혼했다. 현재 고려해운 회장인 동혁씨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학 석사 출신이다. 해운선사로서는 처음으로 타이완과 홍콩 등 동남아 항로에 진출해 해운업계의 프런티어 경영인으로 이름이 높다. 4녀인 은주(51)씨는 테니스 인연으로 신병현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장남 영철(55·의사)씨와 결혼했다. 신 전 부총리는 한국은행 총재와 상공부 장관, 무역협회장, 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냈다. 이들 부부 결혼식은 신 전 총재가 직접 주례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웅열 회장은 큰 누이 경숙씨의 소개로 1983년 황해도 출신인 서병식 동남갈포공업 회장의 장녀 창희(45)씨를 아내로 맞이했다. 서 회장은 1962년 고급벽지의 대명사인 갈포벽지를 만들어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부인 창희씨는 이화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이 회장 부부는 규호(21)와 소윤(18), 소민(16) 등 1남2녀를 두고 있으며, 규호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5녀인 경주(46)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최윤석(46)씨와 결혼했다. ●딸·며느리 모두 이대 동문 장자 경영과 친인척 경영 배제의 원칙 때문인지 코오롱가의 딸과 며느리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대외 활동보다 가정주부로서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교육에 애쓴다. 이 명예회장의 부인인 신 여사는 지금껏 바깥 사교모임에 한번도 참석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 여사는 집안에서 살림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한다.3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는 이 명예회장의 모친인 고 이위문 여사가 남편인 이 창업주의 호방한 성격과 바깥 활동으로 마음 고생이 매우 심했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고, 자식들을 바르게 키운 선례 때문이다. 코오롱가의 딸과 며느리들은 또 모두 이화여대 동문들이다. 장녀 경숙씨가 생활미술과를 나왔으며, 상희씨는 기악과, 혜숙씨는 가정학과, 은주씨는 도서관학과를 나왔다. 이 명예회장은 평소에 딸들을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장녀는 걷는 모양부터 급한 성격까지 나를 제일 많이 닮았으며, 둘째는 시댁에서 살림만 하는 편이지만, 항상 밝고 착한 데다 쓸데없이 친정에 오는 일이 없다. 셋째는 공부도 제일 잘했고, 바른 소리도 잘했다. 악바리면서 의리가 강하다. 넷째는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덜렁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 며느리 창희씨도 코오롱가의 여자답게 대외 활동보다 조용히 집에서 자녀 교육과 남편 내조에 열심인 한국적인 주부다. 사교 모임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창희씨지만 코오롱그룹 간부 부인들로 구성된 ‘코오롱가족사회봉사단’ 활동엔 적극 나서고 있다. golders@seoul.co.kr ■ 코오롱의 ‘李트리오’ 지금의 코오롱그룹 토대를 쌓은 주역 가운데 한 명이 고 이원천 전 한국나일론(현 ㈜코오롱) 사장이다.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의 동생이며, 이동찬 명예회장에겐 숙부가 된다. 이 전 사장은 일제시대 때부터 일본에서 형님인 이 창업주의 사업을 도왔다.1957년에는 한국나일론 사장직에 추대돼 코오롱의 ‘섬유시대’를 이끌었다. 당시 이원만-이원천-이동찬 3인은 코오롱에서 ‘이 트리오’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전 사장은 조카인 이 명예회장과 회사 분할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면서 나중엔 경영권 분쟁에 빠졌다. 이 전 사장은 결국 1976년 한국나일론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지분을 챙겨 원진레이온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1년만에 쓰러졌다. 이 창업주는 이후 장남인 이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맡겼고, 회장에 오른 이 명예회장은 동생인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을 분가시켰으며, 매제들도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떼게 했다. 이 명예회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숙부에 대한 회한이 커지는 요즘에도 회사 분할에 반대한 것은 옳은 일이 아닌가 싶다…. 숙부와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조카가 숙부의 세력을 완전히 퇴치해 버린 것 아니냐는 평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그룹을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이라면 나는 굳이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사업엔 실패했지만 이원천가(家)의 혼맥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형님인 이원만 창업주가 제3공화국의 실력자 김종필 전 총재와 인연을 만들었다면, 이 전 사장은 또다른 실세였던 정일권 전 총리와 혈연관계를 맺었다. 이원천가(家)는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을 지낸 정일권 집안과 사돈간이다. 고 정 총리의 딸 희경씨가 이 전 사장의 아들과 결혼했다. 또 이원천가(家)와 영풍그룹은 한 다리 건너 사돈간이다. 고 정 총리의 장남인 세훈씨가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딸 현주씨와 인연을 맺었다. 영풍그룹은 또 6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김세련씨 가문과도 연이 이어진다. golders@seoul.co.kr ■ 코오롱 이끄는 전문경영인들 ‘코오롱호’를 이끄는 대표 최고경영자(CEO)는 누가 있을까. 한광희(56) ㈜코오롱 대표는 코오롱그룹의 간판 CEO다. 그는 요즘 한계사업 정리와 차세대 먹을거리 준비에 분주하다.1976년 코오롱에 입사한 이후 기획관리 등 주요 사업부를 두루 거쳤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한 대표는 책상에 앉아 숫자놀이를 하는 것보다 현장 영업을 더 즐기는 실물형 CEO에 속한다. 민경조(62) 코오롱건설 대표는 23년간 건설에서만 근무한 전문경영인으로 위기관리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사내에선 따뜻한 집안의 가장 같은 CEO로 불린다. 수시로 사내 메신저를 통해 막내 직원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상하간 의사소통을 중시한다.“똑똑… 민경조입니다, 야근 힘들죠, 문제되는 게 뭔가요, 오늘 팀원들과 저녁 같이 합시다.”로 유명해 먼저 다가서는 CEO로 통한다. 논어를 1000번 이상 읽을 정도로 고전에 관심이 많다. 제환석(59) FnC코오롱 대표는 현장주의자다.2003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800개에 이르는 매장을 서울에서 제주까지 하나하나 찾았다. 지금도 주말을 이용해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제 대표는 또 CEO 명함 외에 ‘열사모’의 방장 직책을 갖고 있다. 열사모는 제 대표가 만든 모임으로 오프라인의 단체나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인 사원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가상의 모임이다.“스스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원 모두가 열사모의 열사”라고 말하는 제 대표는 열사모 방장의 이름으로 직원들과 곧잘 의견을 교환한다. 배영호(61) 코오롱유화 대표는 엔지니어로서는 드물게 미국 뉴욕지사 근무를 했다. 아무도 도와 주지 않는 해외 영업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죽기살기로 부딪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배 대표는 당시 직원 가운데 한국으로 되돌아온 유일한 사람이라고 한다. 첫 직장에 대한 그의 신의와 열정은 특유의 사업감각과 합쳐져 코오롱유화를 종합화학 회사로 도약시켰다. 김종근(55) 코오롱글로텍 대표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긴다. 직원 이름을 기억하고, 애로와 고충을 들어주며, 중요한 정보는 경영에 곧바로 반영한다. 또 직원들에게 책상에 앉아있지 말고 현장을 돌면서 문제와 해결방안을 찾으라고 한다.“사장님은 오늘도 지방사업장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바로 대표와 직원들간의 간담회 때문이죠. 간담회라는 자유로운 형식을 통해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61개 사업장인데 올해만 해도 벌써 세번째 라운딩입니다. 연초에 전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쁜 일정에도 사업장을 순회하고 계십니다.”한 직원의 이러한 설명에서 올 상반기에 비상장 5개사를 합병, 덩치가 커진 코오롱글로텍을 외형만큼이나 건실하게 키우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정통부 산하기관 ‘도덕적 해이’ 심각

    ‘세상 변한 걸 아직도 모르나….’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들의 비위와 ‘적당주의’의 업무 행태가 심각하다. 연구과제를 위한 정부출연금 등 연구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고, 심지어 증빙서류를 조작한 사례도 발각됐다. 기관들은 연구 파트가 많고, 업무가 관리적 측면이 강해 과거 잘못된 행태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정통부가 한나라당 진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한국무선국 관리사업단을 상대로 한 정통부 자체감사 결과, 이같은 도덕적해이 사례가 다수 나왔다. 이들 기관에서 52명의 관계자가 징계, 경고, 주의를 받았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15억여원의 정부출연금 중 미집행 연구개발(R&D)비 10억 5000만원을 3개월내 정산, 반납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가 적발됐다.15억원 가운데 연구개발비 4억 6000만원이 부당 집행돼 환수에 들어갔다. 이 중 1000만원은 관련업체에서 사무실 이전 공사비로 써 증빙서류 위조혐의로 이 업체를 고발할 방침이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와 한국무선관리사업단도 규모는 작지만 정부출연금을 부당하게 사용해 적발됐다. 무선국관리사업단은 상여금 부당지급 및 부적절한 수의계약으로 2명이 징계를 받았다. 감사 결과는 아니지만 지금도 산하 기관의 일부 부서는 연구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관련 업체들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에 워크숍 등의 행사 명목으로 ‘연구도 친목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의 모임도 가져 업체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 한때 자체감사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산하 기관들이 정부의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 관리적인 측면이 많다 보니 이같은 행태가 아직까지 남아 있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리사 오노 첫 내한공연

    리사 오노 첫 내한공연

    달콤한 보사노바 선율로 한국인을 사로잡은 일본 출신의 여가수 리사 오노(43)가 13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낭만적인 라틴’이라는 뜻의 ‘로망스 라티노(Romance Latino)’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그녀는 자신의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이미 CM이나 영화음악 등을 통해 익숙한 목소리를 그녀 특유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다 아우른다. 그 흔적을 다 살피기 위해서는 24시간도 부족하다. 유물 1만 1000여점의 위압감에 치여 관람을 포기하기 일쑤다.4만여평의 ‘광활한’ 박물관에서 길을 잃기도 십상이다. 6개 관과 특별전 등을 다 둘러볼 엄두가 안 나면 코스별로 관람하는 게 어떨까. 박물관이 선정한 명품이 테마별 관람 코스가 관람객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루트도 마련돼 있다. 코스만 충실히 다녀도 박물관의 절반 이상은 건지게 되는 셈이다. ●신라 금관·반가사유상과 만나다 박물관 추천 명품 50선은 주마간산(走馬看山)코스다. 이 것만 갖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다 봤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다. 관람의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층 고고관, 역사관부터 시작해서 2층 미술1관을 거쳐 3층 미술2관, 그리고 다시 2층 기증관에서 끝난다.90분 정도 걸린다. 첫 만남의 상대는 요령식동검(遼寧式銅劍).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검몸과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연결하는 한국식동검의 원형이다. 신라금관도 빼놓을 수 없다. 번성했던 신라왕족의 힘과 권위를 나타내며 국보 제191호다. 국보 3호인 진흥왕 북한산비는 신라의 영토를 크게 넓힌 진흥왕에 의해 세워졌다. 조선 후기 금석학자 김정희가 비를 조사했던 행적이 새겨진 금석문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김홍도의 풍속도첩도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서민들의 소탈하면서도 해학적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국보 83호인 반가사유상은 이번 코스의 ‘백미’다. 입가에 머금은 그윽한 미소, 살아 숨쉬는 듯한 얼굴 표정, 상체와 하체의 완벽한 조화, 손과 발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움직임 등이 이상적으로 표현된 동양불교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한국 문화의 정수 100선 명품 100선도 50선에 뒤처지지 않는다.2시간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전통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백제 무령왕비 관에 있는 관꽂이는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백제 문화의 대표작이다. 얇은 금판에 무늬를 새겼다. 중앙의 꽃병을 연꽃잎과 넝쿨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청자 칠보무늬 향로와 백자 매화·대나무·새무늬 항아리는 세계적인 명품인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대표한다. 각각 국보 95호와 170호다. 청자 향로는 음각, 투각, 상감 등 다양한 청자 기법이 집약돼 있다. 백자 항아리는 대나무, 매화, 새를 섬세하게 묘사해 한국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경천사 10층석탑은 1층 복도 맨 끝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높이만 13m로 2층까지 올라와 있다. 대표적인 고려 후기 석탑으로 1층 가운데 부처님을 중심으로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등을 새겼다. 기증관에 있는 청동제투구도 코스에 포함돼 있다. ●테마별로도 즐기세요 우리 역사와 미술을 즐길 수 있는 테마별 코스도 마련돼 있다. 이웃 나라의 문화여행도 가능하다. 5000년 역사탐방기 코스는 한반도에서 문명이 발생한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고고관과 역사관에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 코스는 2시간 정도 돌아다니면 된다. 대표 유물로는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 ▲현존 최고의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관리 허재의 석관 ▲구한말 대한제국의 황태자 책봉 금책 등을 만날 수 있다. 우리미술 바로알기는 그림, 도자기, 조각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미술관Ⅰ·Ⅱ에 몰려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은 2시간 걸린다. 여기에는 ▲18세기 작품인 작자미상 용감한 호랑이 ▲정조 임금의 서예 작품인 ‘임지로 떠나는 철옹 부사에게’ ▲고구려 6세기 작품인 원오리사지 출토 나한 입상 ▲조선 후기 이명기의 ‘강세황 초상’ 등이 있다.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등의 문화 유산을 감상하는 이웃나라 문화여행은 아시아관을 60분 정도 돌면 된다.▲중앙아시아 투르판 무르툭에서 가져온 ‘불법의 수호하는 신’ ▲중국 명 중기의 화가 임량의 ‘겨울 풍경속의 두마리 매’ ▲18세기 일본의 다색판화 작가 우케요에의 ‘도슈사이 샤라쿠, 생선장수 역할 배우’ 등 다양한 이국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청소년·어린이 코스 다양 박물관은 교실 밖의 훌륭한 역사·문화 학교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코스가 빠질 수 없다. 어린이 관람코스는 4가지가 있다.▲한민족의 시원(始原)을 보여주는 ‘선사시대 속으로! 맨처음 인류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삼국시대의 장신구를 소개하는 ‘청동에서 황금까지, 다채로운 고대의 장신구’ ▲번성했던 한민족의 불교 역사를 발견하는 ‘천년의 불교문화, 깨달음과 자비를 찾아서’ ▲조선조 다양한 계층의 문화가 담긴 ‘미술로 보는 조선의 생활과 예술’ 등이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관람시간도 각각 40분으로 짧게 잡았다. 수학여행을 온 청소년들을 위해 1시간30분,2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신라의 금귀걸이, 감산사 미륵보살·아미타불 등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들이 대상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61번째 원서…“눈물 닦고 희망을”

    61번째 원서…“눈물 닦고 희망을”

    “정말로 여성을 차별하지 않나요? 명문대 경상계열을 선호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제 나이 서른 셋인데 진짜 연령 제한이 없습니까.” 인사담당자들은 무거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 농담을 섞어가며 채용설명회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의 취업준비생들은 그 농담까지도 받아 적었다. ●500석 강당 가득 차 취업난 실감 1일 오후 고려대 경영대학 강당에서는 우리은행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경희대 중앙대 연세대에 이어 네번째이자 마지막 설명회였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청년 실업난과 ‘은행 고시’ 열풍이 맞물려서인지 500석의 강당은 가득찼고, 열기는 뜨거웠다. 질의 응답시간.“공대생인데 학과 차별은 없느냐. 성실성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석·박사를 우대하는가.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중 무엇이 유리한가….”질문은 꼬리를 물었고, 채용 담당자들은 연신 ‘정보 보따리’를 풀었다.“자기소개서 모범답안을 알려주십시오.”라는 질문에 우리은행 인사부 이동은 과장이 “받아 적으십시오.”라고 운을 떼자 대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사진을 잘 찍어야 합니다. 자기 자랑을 정감있게 표현해야 합니다. 간결체로 쓰세요. 문단을 잘 나눠서 쓰세요.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어떤 사람을 원할지를 생각해 보세요….”어찌보면 ‘뻔한’ 답안이었지만 인생의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들어도 새로운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외국대학 졸업자도 ‘구직행렬´ 설명회에는 고려대생만 참가한 게 아니었다. 서울 지역 대학은 물론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많았다. 외국 대학 졸업자도 있었다. 인도 스텔란메디스 대학에서 컴퓨터응용학을 전공했다는 이민희(25)씨는 “은행에서 금융공학 일을 하기 위해 정보기술(IT) 강국인 인도에까지 가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이라는 박정은(24)씨는 “2∼3년 유사업종에서 경력을 쌓아서라도 꼭 은행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공개 설명회는 오후 6시에 끝났지만 이날 행사의 ‘백미’는 이후 이어진 개별 상담이었다. 취업준비생들은 상담을 받기 위해 어두워진 캠퍼스를 떠나지 못했다. 진짜 면접 때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미리 ‘눈도장’을 찍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SP(개인고객 담당),PB(부자고객 담당),SRP(중소기업 담당),RM(대기업 담당) 등 은행 용어까지 꿰고 있었다. ●토익 800점이상·금융용어 술술~ 한 여학생은 “60곳에 원서를 넣었는데 모두 떨어졌다.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동은 과장은 “왜 떨어졌는지를 알게되면 합격할 수 있다.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생각하라.”고 말하며 힘들게 격려했다. 상담을 받기 위해 즉석에서 작성한 학교, 학과, 학점, 외국어 성적, 자격증 등의 기록을 보니 저마다 대단한 실력을 갖춘 듯 보였다. 토익(TOEIC) 점수가 대부분 800점을 넘었고, 증권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자산관리사와 같은 금융 자격증을 가진 학생들도 많았다. 인사담당자들은 “우리가 너무 쉽게 입사한 것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고 말했다. 상담은 밤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200명을 뽑는 이번 공채의 원서접수는 2일 9000여명이 지원한 가운데 마감됐다.200명은 취업의 기쁨을 누리겠지만 8800여명은 또 다시 입사지원서를 써야 하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박연영의 DVD 레서피] 달콤 씁쓰름한 반전의 묘미

    [박연영의 DVD 레서피] 달콤 씁쓰름한 반전의 묘미

    스펀지 빵 사이에 잼과 크림을 켜켜이 바르고 생크림을 덮은 것을 레이어 케이크라고 한다. 시폰 케이크처럼 통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평평한 빵에 원하는 시럽을 발라내서 쌓아 올리는데 잼을 바르느냐 휘핑크림이나 과일 무스를 바르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이렇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케이크와 달리 쌉쌀하고 거친 질감의 ‘레이어 케이크’도 있다. 바로 ‘록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의 프로듀서로 명성을 쌓은 매튜 본 감독의 동명 스릴러다. 단짝인 가이 리치가 연출을 고사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얼결에 감독직까지 맡게 되었다는데 데뷔작치고 밀어붙이는 뚝심이 보통 아니다. 가이 리치 식 화려한 유머와 요란한 편집 재주까지는 아니어도 영국 갱 무비의 세련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대니얼 크레이그를 차세대 제임스 본드로 낙점시킨 결정적인 영화라니 한층 더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레이어 케이크의 첫 맛이 달콤하다고 그 속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거나 떫은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한 영화잡지가 영화사상 가장 쇼킹한 장면 ‘베스트 25’를 선정했는데 ‘크라잉 게임’이 1위에 선정됐다. 여자 주인공의 전라가 공개되는 장면으로 국내 상영당시엔 삭제되어 볼 수 없었다. 지난 달 출시 된 DVD에는 이 장면을 무암전, 무삭제로 수록되었다.‘크라잉 게임’을 처음 보는 이들에겐 더욱더 충격적인 반전이 될 것이다. ●레이어 케이크 범죄에서 벗어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약 중개업자가 오히려 복잡한 마약거래에 휘말린다. 차세대 007 대니얼 크레이그가 피곤에 찌들어 있는 브로커로 분했다. 푸른 눈과 짧은 금발, 지적인 인상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화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듀란듀란, 카일리 미노그, 리사 제라드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노래를 모은 사운드트랙과 스피커를 자루에 씌웠다가 풀어놓기를 반복하는 듯한 특색 있는 음향효과가 돋보인다. 삭제장면,2가지의 다른 엔딩, 감독 음성해설, 대니얼 크레이그와 매튜 본 감독의 Q&A, 메이킹 필름 등 제법 풍성한 부가영상도 담겼다. ●크라잉 게임 여장한 게이와의 파격적인 동성애가 소재이다 보니 국내에선 일부 장면이 삭제된 채 개봉되었다. 그리고 12년 만에 암전처리와 삭제된 장면이 복구된 DVD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그보다는 인질과 IRA 요원과의 교감과 연민스러운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쫓는 연출이 더 힘 있게 다가온다. 중성적인 매력을 자랑한 제이 데이비슨과 IRA 단원과 인질로 분한 스티븐 레아, 포레스트 휘태거의 열연도 빛난다. 보이 조지가 나른하게 부르는 주제곡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DVD를 보는 즐거움이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 儒林(466)-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2)

    儒林(466)-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2)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2) 이러한 맹자의 설명은 맹자야말로 ‘비유의 천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름다운 우산의 나무를 땔감으로 쓰거나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서 도끼로 베는 것은 사욕을 채우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며, 소나 양을 방목시켜 풀을 뜯게 함으로써 나무를 반질반질하게 고사시키는 것은 인간의 양심이 아닌 금수와 같은 욕망에 맡기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유함으로써 이러한 사리사욕의 탐욕이야말로 성선을 불선으로 바꾸는 곡망(梏亡), 즉 ‘두 손을 꼭 묶는 수갑’이라고 말한 다음,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소행이 양심을 꽁꽁 묶어서 없애버리니, 꽁꽁 묶어서 없애는 것을 반복하면 양심을 보존할 수 없다. 양심을 보존할 수 없다면 짐승과 다름이 없다. 사람들은 그 짐승과 같은 모습만을 보고 일찍부터 높은 재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이것이 어찌 사람의 본래 모습이겠는가.…공자께서 ‘붙잡으면 보존되고 놓아두면 없어지고 나가고 들어가는 것에 일정한 때가 없어서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은 오직 마음뿐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를 두고 하신 것이다.” 맹자가 지적하였던 사람이 불손하게 되는 세 번째 이유는 ‘방실(放失)’이었다. ‘방실’이란 반성할 줄 몰라 마음을 보존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양심이 작용하지 못하는 타락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어리석음, 게으름과 같은 ‘놓아버린 마음(放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놓아버린 마음’이야말로 사람이면 누구나 타고난 성선을 파괴하는 최고의 악행인 것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다음과 같이 열변하고 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아니하며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 찾을 줄 모르니, 아아, 슬프도다. 사람은 개나 닭이 나간 것이 있으면 찾을 줄을 알지만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 있으면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길이란 다른 것이 없다. 바로 그런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맹자의 이 말은 금과옥조이다. ‘학문의 길이란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學問之道 求其放心而已矣)’이라는 맹자의 말은 맹자 사상의 골수 중의 골수이다. 그 놓아버린 마음을 찾으면 천연적으로 본래부터 사람들이 갖고 있던 어질고 선한 ‘성선지심’이 드러난다고 맹자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비유의 천재였던 맹자가 이 ‘놓아버린 마음(放心)’에 대해서도 적절한 예를 들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다. 맹자는 이 ‘놓아버린 마음’을 무명지(無名指)에 비유하였다. 무명지는 다섯 개의 손가락 중에서 네 번째에 해당되는 손가락으로 이름이 없다. 다른 손가락들과는 달리 별로 쓰임새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굳이 사용할 때에는 탕약을 저을 때나 쓴다고 해서 약지(藥指)라고도 불리는데, 하지만 별로 쓸모가 없어 ‘이름 없는 손가락’, 즉 ‘무명지’라고 불렸던 손가락이었던 것이다. 이 무명지를 ‘놓아버린 마음’에 비유하여 가르친 맹자의 설법은 과연 맹자를 유가에 있어서 불세출의 투장이라고 부르게 할 만한 탁월한 것이었다.
  • 선배들의 따끈따끈한 사랑

    선배들의 따끈따끈한 사랑

    “결식 아동 없는 학교 원년을 만들겠습니다.” 1일 오후 서울 문래동 영등포초등학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가득 머금은 교정 한편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희끗한 머리의 70대에서부터 30·40대 중장년층까지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졸업생들은 감개무량하면서도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행사는 이날로 개교 100주년을 맞아 총동창회에서 마련한 ‘결식후배 돕기 내리사랑운동’ 캠페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식사를 거르면서 공부를 하는 어린 후배들을 위해 마련됐다. 최근 석 달 동안 모은 성금은 3000여만원. 졸업생 기수별로 모두 150여명이 십시일반 모았다. 총동창회 권용인(56) 부회장은 “아직도 식사를 거른 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라면서 “어린 후배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돕자는 이번 행사는 한 동창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17회 졸업생인 이시덕(56) 사무국장이 총동창회 일을 맡던 중 변병권 교장에게 모교의 결식 아동 비율이 전국 최상위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전교생 650명 가운데 10%가 넘는 70명이 식사를 굶고 있었고,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공부에 전념하기 어렵다. 이 국장은 이를 총동창회에 알렸고,100주년을 맞아 졸업 기수별로 6만 3000여명의 졸업생들이 힘을 보태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국장은 “우리가 어릴적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식사를 거르는 후배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총동문회 차원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1억원까지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생활 장학금을 주는 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일제강점기에 이곳에서 학교를 다닌 일본인 5명도 참석했다.1939년 졸업한 일본인 가와치 하지메(78)씨는 “오늘 참석하기 위해 그동안 체력을 단련해왔다.”면서 “이곳은 15년 동안 교편을 잡았던 어머니와 제가 신세를 진 잊을 수 없는 나의 고향”이라며 감격했다. 총동창회 고문인 손동명(83)씨는 “일본에서는 지금도 매년 모임을 가질 정도로 모교를 잊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뜻깊은 행사가 어린 후배들에게도 뜻깊은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초등학교는 1905년 일본인들이 다니는 경성 영등포 공립 심상고등소학교로 개교했다.194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군 약품보급창으로 쓰이기도 했다.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을 비롯해 이택형 전 육군중장, 이명구 전 한양대 법대학장, 김명원 범우화학 회장, 탤런트 임채무·박주아, 코미디언 심형래, 라경민 배드민턴 국가대표 등이 이곳을 졸업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행정혁신 우리가 이끈다](1)서울 마포구

    [행정혁신 우리가 이끈다](1)서울 마포구

    시민이 느끼는 체감행정이 확 달라졌다. 최근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가 ‘혁신’이듯 공직사회에서도 그 변화 바람은 대단하다. 혁신이란 고객(주민)과 성과 위주로 업무처리를 하고, 웃사람일수록 솔선수범하며, 실천력을 담보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정의했다. 행자부는 이같은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전국 23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경진대회를 가졌다. 이번 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은 서울 마포구의 ‘말 한마디로 서류뗀다’에 돌아갔다. 혁신에 모범적인 5건의 우수사례를 통해 지방행정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말 한마디로 토지대장 등 민원서류를 뗄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서울 마포구청을 가면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청이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 28일 지방행정혁신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의 혁신사례는 말 한마디로 서류를 뗄 수 있는 ‘토지종합 민원창구 시스템’을 구축한 것. 이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구민들은 토지대장·건축물대장·개별공시지가확인서 등 각종 토지관련 서류들을 별도의 신청서류 작성없이 쉽게 뗄 수 있게 됐다. 마포구에서 토지관련 서류를 떼려는 사람은 구청 1층 지적과에 들러 민원창구에 앉아 관계공무원에게 말로 신청하면 된다. 요청한 서류가 발급되기까지는 채 10초가 걸리지 않는다. 이같은 ‘민원인 친화형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마포구 지적과에는 민원인들이 서류발급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곁눈질하며 빈 칸을 메우던 모습이 사라졌다. 마포구 지적과 조봉연 팀장은 “예전에는 서류 발급을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다.”면서 “이번 개선이 얼핏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서류 하나를 없애는 일이 예산 확보하는 것만큼 어려운 공직사회에서는 커다란 발상의 전환”이라고 자랑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7개월에 걸쳐 개발됐다. 시스템 개발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됐음에도 불구하고 마포구의 추가예산 반영은 전혀 없다. 한 유망 벤처기업이 마포구의 아이디어가 성공할 것임을 믿고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마포구의 이번 시스템은 그 자체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동시에 ‘산(産)·관(官)협동’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시범시행을 거쳐 이미 정착된 이 시스템 때문에 마포구청을 이용하는 민원인들의 체감 만족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서류발급을 위한 또 다른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장애인을 위한 섬세한 배려도 눈에 띈다. 우선 민원창구에 ‘근접센서’를 설치해 장애인이 접근하게 되면 장애인에게 자동음성으로 다음 행동 요령을 설명해준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민원안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컴퓨터 모니터를 양방향으로 설치해 업무처리 상황을 민원인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적행정시스템과 건축행정시스템 등 토지관련 개별 민원발급시스템을 상호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선해 과거에 비해 서류를 떼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점도 크게 달라진 내용이다. 전국 21개 시·군·구에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儒林(46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1)

    儒林(46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1)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1) 맹자의 대답 중 안연의 말을 인용한 ‘순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도를 아는 사람은 또한 순과 같다.(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라는 문장은 누구든 성선지심으로 도를 닦으면 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 명언이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맹자의 이런 ‘성선지설’은 서양철학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상으로 발전되었다. 스토아학파는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의 자연에 근거하여 공동의 이성법칙을 추구하였는데, 자연의 이성법칙에 따라서 행하기만 하면 이것이 바로 지선(至善)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성선설은 키케로(Cicero), 세네카(Ceneca)에서부터 루소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루소는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한 것인데, 문명과 사회제도에 영향을 받아 악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루소는 ‘자연이 만든 사물은 모두 선하지만 일단 인위(人爲)를 거치면 악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선은 천성에 속하고 악은 인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서양철학에서 루소가 ‘사람은 원래 선하지만 문명과 사회제도와 같은 인위를 거치면 악으로 변한다.’고 주장하였다면 동양철학에서 최초로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 역시 ‘사람은 선천적으로 선을 가지고 있지만 후천적인 환경과 감정의 제약 때문에 불선(不善)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부르짖었던 것이다. 맹자는 사람이 불선하게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들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함닉(陷溺)’으로, 주위환경의 제약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그 속에 빠짐으로써 성선의 기초가 허물어져 드러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맹자가 말하는 주위환경이란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환경과 혼란한 사회악과 같은 외부적 상황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다음과 같이 비유하고 있다. “넉넉한 해에는 자제들이 풍년에 힘입어 온순해지는 것이 많고, 흉년에는 자제들이 포악해지는 것이 많으니, 이것은 선천적으로 자질이 다른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빠뜨리는 것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이 문장에 나오는 ‘그 마음을 빠뜨리는 것’, 즉 ‘함닉’이 인간의 성선을 불선으로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 두 번째는 ‘곡망(梏亡)’이다. 곡망이란 인의지심(仁義之心)이 일어나지만 사리사욕의 훼방으로 성선의 마음을 잘 보존하여 기르지 못하고 오히려 소멸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우산(牛山)의 나무를 들어 ‘곡망’을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산의 나무는 원래부터 아름다웠다. 그러나 큰 도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땔감으로 쓰거나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찾아가 도끼로 베니,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또한 하늘은 비와 이슬을 내려주어 나무를 아름답게 자라나게 하지만 사람들은 소와 양을 방목하여 나무의 잎을 뜯어먹음으로써 반질반질하여진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원래부터 우산에 나무가 없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어찌 산의 본래 모습이겠는가.”
  • 총수 기소위기의 두산그룹 세계 담수설비시장 중형사업도 싹쓸이

    검찰의 칼끝이 총수일가를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위기’에 몰린 두산그룹이 주력인 중공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美 AES 수처리사업 49억원에 인수 두산중공업은 60억원을 들여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시에 ‘두산 하이드로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계열회사로 편입했으며, 이 회사를 통해 미 AES의 RO(역삼투압 방식) 수처리 사업을 49억원에 인수했다고 31일 밝혔다. AES는 RO 수처리 사업부문에서 원천기술과 미국 전역에 걸친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및 중남미 지역에서 80여곳의 담수 플랜트와 100곳 이상의 상하수도 시설을 공급했다. 역삼투압 막을 이용해 바닷물 속의 염분을 제거, 담수를 생산하는 기술인 RO는 다단증발법(MSF 방식), 다중효용 증발법(MED 방식)과 함께 3대 담수화 방식 중 하나. 전체 담수설비 시장 4조원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세계 대형 담수시장 점유율 40%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AES 인수를 통해 그동안 원천기술이 없어 진출하지 못했던 중소형 담수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RO 기술을 활용해 연간 2조원 규모의 상하수도, 오·폐수처리시설 등으로도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11억 5000만달러 규모의 담수설비를 수주했으며 올해도 카타르, 쿠웨이트, 리비아 등에서 5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원전설비 수주증가도 뚜렷 두산중공업은 또 지난해 1814억원이었던 원전설비 수주가 올해는 88% 증가한 3405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발전설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적 원전설비업체인 웨스팅하우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고,8월 말에는 중국 하얼빈전력집단과 협약을 맺고 2020년까지 50조원 규모인 중국 내 신규원전 시장에 공동진출키로 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2조 4500억원, 영업이익 2076억원에서 올해는 매출 3조 3000억원, 영업이익 2200억원으로 2001년 재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외적인 환경은 여전히 어둡다. 검찰은 이번주 중 두산비리 수사를 결론짓고 총수일가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기소할 계획이다. 사법처리 강도를 놓고 재계는 물론 국제 체육계·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는 박용성 회장은 두산중공업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행정혁신 우리가 이끈다 (1)] 서울 마포구

    [행정혁신 우리가 이끈다 (1)] 서울 마포구

    시민이 느끼는 체감행정이 확 달라졌다. 최근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가 ‘혁신’이듯 공직사회에서도 그 변화 바람은 대단하다. 혁신이란 고객(주민)과 성과 위주로 업무처리를 하고, 웃사람일수록 솔선수범하며, 실천력을 담보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정의했다. 행자부는 이같은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전국 23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경진대회를 가졌다. 이번 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은 서울 마포구의 ‘말 한마디로 서류뗀다’에 돌아갔다. 혁신에 모범적인 5건의 우수사례를 통해 지방행정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말 한마디로 토지대장 등 민원서류를 뗄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서울 마포구청을 가면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청이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 28일 지방행정혁신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의 혁신사례는 말 한마디로 서류를 뗄 수 있는 ‘토지종합 민원창구 시스템’을 구축한 것. 이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구민들은 토지대장·건축물대장·개별공시지가확인서 등 각종 토지관련 서류들을 별도의 신청서류 작성없이 쉽게 뗄 수 있게 됐다. 마포구에서 토지관련 서류를 떼려는 사람은 구청 1층 지적과에 들러 민원창구에 앉아 관계공무원에게 말로 신청하면 된다. 요청한 서류가 발급되기까지는 채 10초가 걸리지 않는다. 이같은 ‘민원인 친화형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마포구 지적과에는 민원인들이 서류발급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곁눈질하며 빈 칸을 메우던 모습이 사라졌다. 마포구 지적과 조봉연 팀장은 “예전에는 서류 발급을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다.”면서 “이번 개선이 얼핏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서류 하나를 없애는 일이 예산 확보하는 것만큼 어려운 공직사회에서는 커다란 발상의 전환”이라고 자랑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7개월에 걸쳐 개발됐다. 시스템 개발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됐음에도 불구하고 마포구의 추가예산 반영은 전혀 없다. 한 유망 벤처기업이 마포구의 아이디어가 성공할 것임을 믿고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마포구의 이번 시스템은 그 자체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동시에 ‘산(産)·관(官)협동’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시범시행을 거쳐 이미 정착된 이 시스템 때문에 마포구청을 이용하는 민원인들의 체감 만족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서류발급을 위한 또 다른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장애인을 위한 섬세한 배려도 눈에 띈다. 우선 민원창구에 ‘근접센서’를 설치해 장애인이 접근하게 되면 장애인에게 자동음성으로 다음 행동 요령을 설명해준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민원안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컴퓨터 모니터를 양방향으로 설치해 업무처리 상황을 민원인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적행정시스템과 건축행정시스템 등 토지관련 개별 민원발급시스템을 상호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선해 과거에 비해 서류를 떼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점도 크게 달라진 내용이다. 전국 21개 시·군·구에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지역플러스] 반포지하차도~한남대교 야간 통제

    서울시 남부도로관리사업소는 도로보수를 위해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올림픽대로 반포지하차도∼한남대교(하남 방면) 구간 야간 교통을 통제한다. 통제시간은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이며 4개 차로 중 1∼2개 차로가 통제된다.
  • [유망 자격증 20선] 임상심리사

    [유망 자격증 20선] 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의 활동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심리학적 접근법이 조명을 받으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임상심리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에서 오는 2008년부터 임상심리사를 배치, 징병 신체검사의 인성검사를 강화키로 한 것도 한 예라 할 수 있다. 또 경찰수사에 임상심리사 등의 심리전문가를 동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아동성폭력 전담센터에서는 지금도 임상심리사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밖에 일선 학교에서도 임상심리사의 전문상담을 통해 학교폭력 해법을 찾는 등 임상심리사의 역할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때문에 관련 자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과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 자격이 대표적이다. ●고도의 전문성 요구… 한해 합격자 50명 내외 국가기술자격인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 자격시험은 1급과 2급으로 나뉘지만, 현재는 2급 시험만 개설됐다. 신설된 지 3년째로 아직 2급 임상심리사도 100여명에 불과하다. 이 임상심리사 자격은 응시자격도 까다롭고, 시험 역시 만만찮아 심리학 전공자 외에는 접근이 어렵다. 공단 관계자는 “임상심리 실습수련 과정을 1년 이상 받은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하기 때문에 많게는 몇 천명씩 몰리는 다른 자격시험에 비해 지원자는 연간 300∼400명 정도로 적은 편”이라며 “합격률도 15% 정도로 낮아 합격자는 한 해 50명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전문자격으로서의 가치가 두드러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필기시험은 ▲심리학개론 ▲이상심리학 ▲심리검사 ▲임상심리학 ▲심리상담 과목에 대해 객관식으로 치러진다. 실기시험은 주관식 필기시험 형식을 띤다. 상담사례를 제시하고 실제 임상실무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험시간만 3시간에 달한다. 시험 수준에 대해 공단측은 “임상심리를 전공하지 않은 응시자는 힘들다.”고 귀띔했다. ●월 평균임금은 331만원… 경력 쌓은 후 교수로도 임상심리사는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심리검사나 상담, 심리재활, 심리교육 등을 실시하는 심리전문가다. 정신과 의사와의 차이는 약물치료를 할 수 없다는 점이며, 상담전문가와의 차이는 임상심리사가 보다 심각한 심리장애나 정신병리를 다룬다는 점이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임상심리사의 입지가 탄탄해진 데다 진출분야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에서 활동할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임상심리상담소를 운영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비행, 약물오남용, 성폭력, 미혼모, 가족문제 등 영역별 전문 임상심리상담소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그밖에 각종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경력을 쌓은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 입직하는 경우도 많다. 중앙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임상심리사의 월 평균임금은 331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위 25%는 100만원, 상위 25%는 5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고용안정센터 희망찾기 르포

    [안동환기자의 현장+] 고용안정센터 희망찾기 르포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내 나이 서른 하고도 7개월.”외식업체 점장이었던 이모씨가 지난 20일 대기표를 구겨쥔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고용안정센터에 실업급여 85만원을 타러 왔다. 집에 있는 날이 늘어갈수록 초조하다. 서른이면 ‘청춘’인데도 말이다. 석달 동안 30곳에 이력서를 내고 6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소식이 없다. 이씨는 둘째를 임신한 아내 보기가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다음 달이면 이마저 끊긴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고용불안의 시대. 어느날 사무실 입구에 붙은 정리해고 명단에서 내 이름 석 자를 발견한다면…. 기자는 서울·강남·북부 등 세 곳의 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만났다. 좌절과 희망의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는 ‘패자 부활전’. 용기있는 당신이라면 실직은 인생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되지 않을까. ●희망아, 희망아 어디에 있니? 지난 25일 오전 서울 수송동 서울센터.20대부터 40대까지 10명의 실직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흘 동안 집단상담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도록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날마다 6시간을 하루씩 번갈아가며 ‘나를 만나는 날’‘너를 만나는 날’‘희망으로 가는 날’을 경험한다. 나에게서, 우리에게서 취업의 해답을 발견해보자는 취지다. 강사 유명희(35·여)씨가 “여러분 모두 이 프로그램의 18기 동기”라고 소개한다. 어느새 동기가 된 참석자들. 짝을 이뤄 서로를 소개하고 즉석에서 자기만의 대화명을 만들자 서먹했던 분위기가 사라진다.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쓰라린 실패만 겪고 돌아온 엔지니어 출신 ‘진짜산’(43), 체불임금도 못받고 해고된 ‘프리덤’(35·여), 주차관리직에서 밀려난 두 아이의 아빠 ‘반석’(34), 실업급여 기간이 끝난 ‘파란’(32), 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목마름’(32·여), 취업재수생 ‘파이팅’(24·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취업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맛봤다는 것이다. 자기가 가장 버리고 싶은 것과 가장 갖고 싶은 것 한가지씩을 정해 교환하는 요술상점 시간이다. 마음 속에 억눌려 있던 아픔과 고민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씨는 각자 적어낸 것을 벽에 붙인다.‘경제적 안정’‘비전’‘용기’‘희망’‘지혜’. 이제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을 들고 나와 유씨와 대화를 나눈다. 진짜산은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자기의 ‘분노’를 ‘경제적 안정’과 바꾸고 싶다고 소망한다. 새 출발을 위해 이민을 선택했지만 가족들만 고생시켰다는 자책감이 그를 괴롭혀 왔다. 목마름은 ‘두려움’을 ‘희망’으로 교환한 뒤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떨군다. 소심한 성격 때문에 면접관 앞에만 서면 얼어붙는다는 파이팅은 ‘소심함’을 ‘용기’로, 파란은 거듭된 실패로 인한 ‘자책감’을 ‘지혜’로 바꿨다.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사흘 뒤 기자는 이들과 함께 ‘희망 2005-145호’라고 적힌 수료증을 받았다. 상장이라도 받은 듯 모두들 밝은 웃음이 넘친다. 혼자만의 희망이 아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희망. 그래서 더욱 힘이 나는 희망이 아닐까. ●실직자 하루 300~500명 몰려 서울 역삼동 강남센터 교육장.33명의 신참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좌석을 꽉 채웠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 등 천차만별이다. 출산이 얼마 안 남은 임신부를 포함, 여성도 절반이나 된다. 홍보 비디오를 시청하는 분위기는 흡사 예비군 훈련장이다. 무표정한 얼굴에 지루함마저 묻어난다. 생계가 급한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실업급여 액수다. 서울 제기동의 북부센터. 매일 300∼500명의 실직자가 밀려든다. 영세민 밀집지역이라 다른 곳의 2∼3배에 이른다. 센터 관계자는 “하루 500명 정도가 찾으면 2억원이 집행된다.”면서 “수급자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젊은 애들이 많은 게야.” 구직을 위해 온 노인들이 혀를 찬다. 센터에는 40∼50대보다 20∼30대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지난해 20대 실업급여 수급자는 13만 6213명.2002년 8만 7323명,2003년 10만 7791명 등 꾸준한 증가세다.30대는 2002년 8만 9173명,2003년 11만 1787명,2004년 14만 1620명이다. 실업급여에 의지한 자발적 실직자도 많다. 센터에서 만난 정모(26·여)씨. 그는 첫 직장에서 3년 만에 해고당했다. 지난달 다른 회사에 입사가 결정됐지만 포기했다. 임금이 낮아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나았다. 통신회사의 고객센터 상담원이었던 28세 여성도 내년 봄까지 실업급여로 버틸 참이다. ●억대 연봉자도 실업급여는 내 돈 피보험자가 55만명으로 국내 최대인 강남센터는 부유층 실직자도 많다.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외국계 금융회사의 전직 사장부터 명예퇴직한 대기업 이사까지 실업급여는 어쨌든 ‘받아야 할 내 돈’으로 인식된다. 상담창구에서 만난 박상호(59·가명)씨. 그는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정부부처 국장을 하다 2002년 대기업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계약기간 3년이 만료된 지난달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그에게 책정된 실업급여는 최고액인 105만원. 법률로 인정된 일일 실업급여 최고액 3만 5000원이 적용된 것이다. 박씨는 “당장 수입이 끊어진 마당에 많고 적고를 떠나 안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실직자 신세가 돼 보니 이제야 그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동감한다. 박씨는 “계약만료 전부터 중소기업의 재무이사나 감사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면서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꼭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퇴직금이 4억원이 넘는 수급자도 2주에 한번씩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구직활동 증명을 하러 온다. 센터 관계자는 “재취업이 되면 지급이 중단되지만 대부분은 인정된 기간 동안 끝까지 돈을 받는다.”면서 “재취업 때 받는 취업촉진 수당까지도 더 꼼꼼하게 챙긴다.”고 말한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는 이렇게 독백한다.“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15년 동안 갇혀 지냈던 그의 독백은 세상으로부터 감금당한 실직자의 심정과 닮아 있다. 센터 한 구석에서 생활정보지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던 김모(45)씨.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울고 싶은 심정이란다. 지난 5월까지 작은 광고회사의 관리부장이었던 그는 하루아침에 250만원 월급쟁이에서 97만원짜리 실업급여 수급자가 됐다. 동그라미 표시를 해도 큰 기대는 없다. 다단계판매원 아니면 단순노무직이다. 백수생활 넉달 동안 생긴 깨달음이랄까. 그는 “야멸차게 밀어낸 회사에 울분을 느껴봐야 내 몸만 상할 뿐”이라며 “빨리 털고 새 출발을 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거래처마다 문을 두드렸지만 선뜻 받아준다는 곳은 없다. 김씨는 “아파트 경비원을 하기에는 너무 젊다고 밀려나고, 관리직 경력을 살리고 싶지만 4대 보험도 적용 안 되고 봉급이 터무니없이 적다.”면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괴롭다.”고 긴 한숨을 내쉰다. 김씨의 가슴에 내려앉은 서릿발을 녹여줄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sunstory@seoul.co.kr
  •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벼락맞은’ 소시지 別味야!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벼락맞은’ 소시지 別味야!

    소시지를 먹는 방법으로는 흔히 가스레인지로 굽거나 전자레인지로 익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약간 독특한 방법으로는 볼록렌즈로 태양 빛을 모아 익히거나 뜨거운 온천물에 넣어 먹는 게 있다. 이 외에 전기를 활용해 소시지를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 물론 전자레인지도 전기를 이용하지만, 여기서 소개할 방법은 전기를 직접 이용한 것이다. 감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기가 찌릿하면서 동시에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전기가 통하면서 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전과 유사한 자연 현상인 벼락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벼락은 구름과 땅 사이에 일어나는 방전 현상인데, 벼락맞은 나무가 불에 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험시 유의사항 챙겨야 준비물을 챙겨 보자. 실험에는 프랑크 소시지, 칼, 금속 포크,110볼트(V) 코드가 연결된 전선, 변압기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 전원은 220볼트인데, 감전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이번 실험에서는 220볼트 대신 110볼트 교류전원을 사용한다. 우선 프랑크 소시지의 껍질을 벗긴 후 소시지 표면에 칼집을 낸다. 칼집을 내지 않으면 소시지가 열에 의해 부풀어져 터질 수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칼집은 필수다. 이어 소시지 양쪽 끝에 금속 포크를 꽂는다. 주의해야 할 점은 포크끼리 서로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크에 전선을 연결하고 전원을 넣은 뒤 2∼3분쯤 기다렸다가 소시지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전원을 끊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다음의 유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포크에 전원을 넣을 때 감전에 주의한다. 둘째,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포크나 소시지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셋째, 소시지가 탈 정도로 오랜 기간 전류를 흘려줘서는 안 된다. 넷째, 젖은 손으로 전기기구를 만지면 감전 위험이 커진다. ●전류와 저항이 ‘요리사’ 전선으로 연결된 포크에 전원을 켜면 약 2분 뒤 ‘지지직’ 소리와 함께 연기와 익는 냄새가 난다. 그런데 포크와 포크 사이의 안쪽 부분은 소시지가 뜨거워진 반면 바깥 부분은 변화가 없이 차가운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포크 사이에서만 전류가 흘렀다는 증거다. 역으로 얘기하면 포크 바깥 부분의 소시지는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도 전기가 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들어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기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소시지는 전기 저항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전기는 +극에서 -극으로 흐른다. 이 때문에 동일한 물체라고 하더라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전류가 흐르는 사이 전자는 -극에서 +극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가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와 충돌하면서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힘(저항)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힘의 일부가 열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전기 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힘이며,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전기 저항은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에 반비례한다. 이같은 전기 저항을 이용해 소시지를 구워먹을 수 있고 다리미, 전열기, 형광등, 초인종, 전기도금 등의 전기제품도 활용할 수 있다. ●감전이 위험한 이유는? 감전에 대해 좀더 알아 보자. 인체의 65∼70% 정도는 물이며, 이로 인해 전기가 쉽게 흐를 수 있다. 인체에 미약한 전류가 흐르면 느낌이 없지만, 전류 세기가 커지면서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게 되고 차츰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전류의 흐름을 감지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이 감전이다. 인체에 어느 정도 이상의 전기가 흐르면 ‘전기 소시지 구이’처럼 열작용에 의해 전기가 인체로 들어가는 부위와 나오는 부위에 화상이 생긴다. 체내에서는 세포를 파괴시키거나 혈구를 변질시키기도 한다. 특히 전류의 자극으로 근육이 수축할 경우, 온몸이 위축돼 심장 박동과 호흡 운동을 방해해 혈액 순환이 멈출 수도 있다. 또 감전됐을 때 쇼크를 받아 정신을 잃기도 하며, 의식이 멀쩡하더라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2차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기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항상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준의 서울 한성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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