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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SBS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보는 이의 웃음을 얻기 위한 비현실적 캐릭터 설정과 비슷한 상황 반복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을까. 집단 작가제를 도입,보통 가정에서 흔히 있을 법한 신선한 소재와 상황을 찾아내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평가를 받았던 SBS 시트콤 드라마 ‘순풍 산부인과’가 비교육적이고 황당한 내용과 진부한 연출로 시청자들의불만을 사고 있다. 6일 방영된 장면.송추로 나들이를 간 오혜교(송혜교)와 이선생(이창훈)의 다정한 모습과 달리 권작가(권오중)는 허간호사(허영란)의 자존심을 무참하게짓밟는 언행으로 일관한다.“얘는 요리는 잘해요” 식의 상식없는 발언이 남발되고 남성이 보더라도 어쩌면 저렇게 교양없이 행동하느냐고 반문하게 만드는 상황이 많다. 화가 난 영란이 오중의 뺨을 갈기고 집에 돌아와 밤새 눈물로 지새운 뒤 오중에게 전화 걸어 하는 말이 “오빠,오늘 집에 있을 거지? 맛있는 것 해가지고 갈께”이다.영란을 애처롭게 만들어 시청자의 동정을 사자는 것이라 해도 몇주일째 같은 내용이 반복되다보니 시청자로서는 ‘또 그 얘기인가’하는반응 밖에 나올 수 없다.제작진이 가학적인 심성을 갖고 있지는 않나 의심될 지경이다. 감초 역할을 하는 미달의 비교육적인 언사도 문제로 지적된다.이날 방송분에서 영규가 “할머니 뭐 하시느냐”고 묻자 “라면 먹어”라고 답한다.달포전 하도 버릇없이 굴어 사찰로 보내져 인성교육을 받았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미달의 행동을 아이들이 따라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높다.5일에는 느닷없이 그간 가정적이던 오박사(오지명)의 불륜 문제를 다루어 온 가족이 시청하는 시트콤에 적절한 소재인가 하는 의문을 낳았다. 똑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6일 방영분에서 영규가장모(선우용녀)에게 먹거리를 빼앗기는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이에 분개한 영규가 장모가 먹고 있는 바나나와 아이스크림을 가로채서 먹는 장면을되풀이 연출한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느낌마저 주었다. 상황설정이 반복돼 시청자들이 플롯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한때이 드라마의 미덕쯤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그러나 ‘이정도는 용서되겠지’ 하는 방심을 제작진이 떨어내지 않고서는 시청자의 마음과 웃음을 얻기어려울 것이다. 임병선기자 bsnim@
  • [음반 리뷰] 건반으로 달랜 시각장애의 아픔

    피아니스트 케빈 컨은 우리에게 알려진 게 너무 없다. 오죽했으면 3집 ‘서머 데이드림스’를 국내 라이선스 발매한 레코드사가컨이 소속한 리얼 뮤직사에 뮤직비디오를 보내달라고 했다가 “컨이시각장애인인 줄 몰랐나”라는 ‘황당한’ 회신을 받았겠는가.그는 선천적 장애인은아니다.리얼 뮤직에서 그의 개인사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한 까닭에 시력을잃게 된 이유를 알 수도 없다.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성악가가 장애를 하나의 ‘인기요소’로 활용하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컨의 음악이 너무 아름답고 영롱하다는 사실.차차 흐려지는 시야에 낙담하고 분노하는 것이 당연할것 같은 이 음악가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1·2집이 수입음반으로 소개돼 마니아 사이에선 그 이름이 꽤 알려졌지만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방송가나 음악PD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것은 장애도 아니고 드라마 취향적인 음악적 성향도 아니었다.그것은 이 아티스트가 꿈꾸고 있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통찰이 피아노 건반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국내발매된 네번째 앨범 ‘인 마이 라이프’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은 적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받은 엘튼 존의 ‘위 올 폴 인 러브 섬타임’과 존 레넌·폴 매카트니 콤비가 작곡한 비틀스의 ‘인 마이 라이프’ 리메이크.뒤의 노래는 그가 형과 함께 지내던 골방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며 장애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기억들이 아름답게 점철된다. 애절한 바이올린과 하프 선율이 통속적이라 느껴질 즈음 그렇게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는 깊이가 감지된다.얼핏 들으면 TV드라마 삽입곡으로 귀에 익을만한 멜로디지만 손때묻은 건반음은 날렵하기만 하다.우리 귀에 익은 조지윈스턴이나 데이비드 란츠 류와는 거리를 두는 부분이 있다. 두번째 트랙 ‘러브스 퍼스트 스마일’을 컨이 특별히 한국 팬들을 위해 피아노 솔로로 연주한 보너스 트랙이 마지막에 실려있다.그의 따뜻함은 피아노건반 위에 머무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임병선기자
  • 한국 1위 기업에 삼성전자

    [홍콩 연합] 아시아의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들 가운데 삼성전자를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다. 홍콩의 영자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가 아시아 11개국의 경영진 3,500여명에게 ▲상품,서비스의 질 ▲고객요구 반영의 혁신성 ▲장기적경영비전 ▲재무구조 ▲경쟁력 강화노력 등 5개 부문에 걸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아시아 200대 기업을 뽑은 결과 삼성전자는 평점 6.21로 한국기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 주간지는 아시아 11개국에서 각각 10개 기업씩을 선정하고 나머지 90개기업은 아시아에 본부를 두고 있지 않지만 아시아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다국적기업을 선정했다. 한국에서 선정된 10개 기업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평점) 1.삼성전자 2.현대자동차(5.99) 3포항제철(5.98) 4.SK텔레콤(5.87) 5.삼성생명(5.76) 6.삼성물산(5.63) 7.삼성화재(5.43) 8.롯데쇼핑(5.41) 9.제일제당(5.34) 10.국민은행(5.30)
  • 네티즌 “이 책은 꼭 읽어요”

    인터넷 북리뷰 ‘부꾸’는 지난해 12월1∼22일 이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3,398명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읽을만한 책을 조사한 결과 ‘로마인 이야기7’(한길사)과 ‘빌게이츠 생각의 속도’(청림출판)가 뽑혔다고 밝혔다. 11개 부문별 선정 도서는 다음과 같다. ▲인문일반 쎄느강은 좌우로 흐르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홍세화·한겨레신문)▲역사 로마인이야기7(시오노 나나미·한길사)▲철학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김경일·바다출판사)▲문학(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신경숙·문학과지성사)▲문학(시)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있을 거다(황지우·문학과지성사)▲문학(비소설) 오체불만족(오토다케 히로타다·창해)▲사회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돈댑스콧·물푸레)▲경제·경영 빌게이츠 생각의 속도(청림출판)▲예술 내친구 빈센트(박홍규·소나무)▲자연·과학컴퓨터 성공적인 웹사이트의 10가지 비결(데이비드 시큐·소나무)▲실용 영어공부 절대로하지마라(정찬용·사회평론)
  • [리뷰] 국립-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국내의 대표적인 두 발레단이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무대에 올린 ‘호두까기인형’이 지난 26일 나란히 막을 내렸다. 국립은 26년째,유니버설은 14년째 공연하는 이 전막발레는 늘 이맘때 팬들을찾아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아울러 팬들은 이 공연을 두 발레단 역량을 직접비교하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 19일 오후3시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본 유니버설의 ‘호두까기인형’은 총 15차례 공연 가운데 네번째 무대로,주역은 임혜경(클라라)과이준규(호두까기왕자)였다. 유니버설의 무대는 명성 그대로 화려했다.러시아 키로프발레단에서 직수입한무대세트·의상은 사실감이 넘치면서도 아름다웠다.1막의 함박눈과 눈싸움,2막의 눈썰매 등 막이 오를 때마다 인상적인 장면으로 관객의 눈길을 곧바로붙들어맸다. 1막 눈송이춤에서는 유니버설이 자랑하는 군무진이 마음껏 기량을 뽐냈고 2막의 다양한 캐릭터 댄스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주역진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아쉬웠다.올해 발레협회 신인상을 받은임혜경은 미모와 빼어난 몸매가 돋보였지만,남성무용수들과 호흡을 제대로맞추지 못해 관객을 조마조마하게했다. 이번 공연에 무려 여섯 커플을 주역으로 내세웠으나 어느 한 커플도 ‘스타’임을 자부할 수 없는 유니버설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다. 낮공연이라서인지 오케스트라를 쓰지 않고 녹음으로 때운 것도 무성의해 보였다. 국립의 ‘호두까기인형’은 9차례 공연 가운데 22일 오후7시 공연(국립중앙극장 대극장)을 보았다. 주역은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 김지영(클라라)과 이원국(호두까기왕자). 국립이 김지영-김용걸,김주원-이원국의 기존 ‘스타 커플’을 해체하고 새로운짝짓기를 했다고 해서 팬들은 공연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결과는 ‘대성공’이라고 할 만하다.김지영의 ‘넘치는 끼’는 이원국의 부드러움과 원숙함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두 사람 모두 최상의 기량을 발휘했다.이밖에 간간이 끼워 넣은 코믹한 춤들이 밝은 웃음을 자아내는 등 객석에는즐거움이 넘쳤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초라한 세트·의상과 조명,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부족한 군무 등은 ‘국립’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았다. 가령 국립의 스타들과 유니버설의 무대장치,군무진을 합쳐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면?그러나 이는 실현성 없는 기대이므로 발레팬들은 내년 말에도 국립의 ‘흥겨움’과 유니버설의 ‘화려함’중에서 하나를 택해야만 할 것이다. 이용원기자 ywyi@
  • 홍콩誌 아시아최고 모범기관으로 선정

    성업공사가 ‘올해의 아시아 구조조정기관’으로 선정되는 개가를 올렸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유력 금융전문 주간지인 ‘인터내셔널 파이낸셜 리뷰(IFR)아시아’는 29일 성업공사를 20세기 마지막 해의 아시아에서 가장 빛나는구조조조정 모범기관으로 뽑았다.아시아지역에 본·지사를 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IFR 기자들이 인터뷰를 포함한 종합평가를 해 결정했다. 성업공사는 부실채권 시장의 기반을 조성한데다 투자자 발굴,국제입찰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 등의 이유로 금융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취임 1년을 맞은 정재룡(鄭在龍) 사장의 뛰어난 경영능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IFR아시아는 “성업공사가 세계 유수의 부실채권 정리기관과 합작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이익을 높이고 부실채권 처리시간을 줄여 자산가치 하락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IFR아시아는 성업공사 외에 올해의 은행으로는 씨티은행과 살로먼스미스바니를,아시아 최고 외자도입국에는 필리핀을,아시아 구조조정 자문기관에는리먼 브라더스를 각각 선정했다.아시아 채권발행 및 주식발행기관에는 메릴린치,아시아 여신기관에 씨티은행,아시아 최다 유동화전문기관에 체이스 맨해튼 아시아가 각각 뽑혔다. 곽태헌기자 tiger@
  • “북한 경제도 작년 바닥쳤다”

    북한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북한경제리뷰’는 26일 재일 친북단체인 통일평론사 기관지‘통일평론’을 인용,북한 경제가 지난해 10·11월 바닥을 치고 급속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북한경제리뷰’는“금속,기계,화학 등 주요 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연간 60만㎾의 전력생산 능력을 갖춘 중소형 수력발전소와 평남 안주의지하 가스발전소 건설로 에너지 부족도 해소됐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 중앙통신도 지난 24일 “90년대 시련은 끝나고 경제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통신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100년만의자연재해 등으로 90년대는 6·25전쟁 이후보다 더 어려웠으나 경제가 정상궤도에 들어서고 주민생활도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통일부는 북한이 국제사회 지원과 농업생산량 증가로 올해에는 10년 만에 첫 플러스 성장을 거두며 회생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북한은 지난해 마이너스 1.1%의 성장률을 기록,9년 만에 가장 좋은 경제 성적을 올렸다. 3·4분기 들어 북한의 공업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나 늘었으며 식량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22.4%나 떨어지는 등 생산량 증가,식량난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노동집약적인 농수산업과 건설·철강 부문의 생산 증가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회복의 추진력인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올 10월까지 4억3,00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평균 21% 가량 늘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해제조치가 발효되는 내년 2월 말 이후엔 북한 경제는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석우기자 swlee@
  • 20세기 세계스포츠지도자 30인 ‘김운용 IOC위원 뽑혀’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이 ‘20세기 세계 스포츠계를 이끈지도자 30인’에 뽑혔다. 스위스 로잔에서 발행되는 월간지 ‘올림픽 리뷰’는 신년특집을 위해 전세계 196개 올림픽위원회(NOC)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근대올림픽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프랑스),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스페인) IOC위원장,주앙 아벨란제(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 전회장,프리모 네비올로(이탈리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전회장,애버리 브런디지(미국) IOC 전위원장 등 5명을 20세기 세계 스포츠를 이끈 지도자 5인으로 선정했다. 이 잡지는 이들 5명외에 25명을 추가,20세기 세계 스포츠의 발전과 올림픽운동의 증진에 공을 세운 지도자 30인을 선정했는데 김운용 집행위원 겸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은 여기에 뽑혔다. [유세진기자]
  • [연극 리뷰] ‘여우와 사랑을’

    네온 불빛 휘황한 대학로 번화가 중심에 섬처럼 웅크리고 있는 극단 목화의아룽구지소극장.요즘 이곳에는 우리 땅에서 사라진 ‘여우’를 만나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지난 5월 극단 목화가 이곳에 둥지를 튼 기념으로 시작한 ‘오태석연극제2’의 마지막 작품 ‘여우와 사랑을’(오태석 작·연출)의 관객들이다. 서울에서 돈벌어 고향인 용정에 아담한 불고기 집을 차리는 게 소원인 연변처녀들.이들은 ‘책임자 오라버니’인 사기꾼 서경수가 시키는대로 ‘윤동주사상 실천 선양회’를 사칭해 돈벌이에 나선다. 극악스런 서울살이의 규범을그대로 따르기로 한 이들은 백화점 수입 재고품 판매상술에 합세하고, 한국에서 멸종된 여우를 발견하는 이에게 500만원을 준다는 뉴스에 만주산 여우를 수입해 팔아넘길 계획을 짠다.그러나 수입동물 거래처인 사모님이 갑작스레 살해되고 체류기간 만기일이 다가오자 급기야 장기매매업자로까지 나서게된다. 극은 동포애를 믿고 조국을 찾은 연변처녀들의 힘겹고 슬픈 서울살이를 통해물신주의와 부패, 무의식적환경파괴에 빠져든 황폐한 우리 사회를 통렬히풍자한다.수입품을 더 팔아먹기위해 ‘국산품 애용행사’를 악용하는 악덕기업,2천500만원짜리 애완견을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모님,귀순용사와 연변동포에 냉담한 사회,여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파헤쳐진 자연환경 등은 제3자인 이들의 눈과 입을 통해 섬뜩할 만큼 객관적으로 형상화된다. 주제는 무겁지만 객석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오태석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생략과 비약,기상천외한 연극적 유희들이 질펀하게 어우러져 좀체 생각할 짬을 주지 않는다.96년 예술의전당 공연당시 조상건 정진각 정원중 등 목화의 고참 연기자들이 능수능란하게 해냈던 배역을 물려받은 젊은 배우들의연기도 생동감 넘치게 무대를 채운다.마지막 장면에서 연변처녀들은 우여곡절끝에 서울에 도착한 만주산 여우를 세관원 몰래 야산에 풀어놓는다.오태석은 20세기가 가기전 한국의 산에서 멸종된 여우처럼 어느샌가 까마득히 사라질지 모르는 따뜻한 인간미와 정서의 회복을 되새기고 싶었던 모양이다.2000년1월30일까지.(02)745-3966. 이순녀기자 coral@
  • [리뷰] 문봉선‘…붓길따라 오백리’전

    한국화가 문봉선의 ‘섬진강,붓길따라 오백리’전이 아트스페이스 서울과학고재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이 수묵화전은 부드럽게 감겨드는 이름을 달고 있으나 타이틀만 믿고 태평하게 부드러운 그림을 기대했다간 실망한다.실망보다는 예기치 않는 각성과마주친다는 편이 올바르다.우리 산천을 그리는 수묵 풍경화가 부드러움을 완전히 모른 체하기는 어려울 터이나 작가는 부드러움에 그다지 유의하지 않는다.문봉선은 섬진강 주변 풍경을 결코 유(柔)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객들은 전시장 첫 그림부터 작가의 ‘사나운’ 눈길을 느낀다. 조금만 한눈팔면 화폭에다 실현시키고자 한 풍경과 느낌이 흩어져 버릴세라눈을 부르뜹고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사납다는 말이다.그래선지 그의 그림은 보기가 편치 않다.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크게 뜨고 이것저것을 구별해야한다.작가는 관람자에게 편안한 거리 같은 걸 배려할 생각이 없다.자기 고집대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연한 먹물을 슬쩍 바르는 데서부터 붓에 먹물을 시늉만 묻히고 짙게 그리는갈필에 이르기까지 곧은 한 길을 걸으려는 의지가 느껴진다.보는 눈을 편하게 해줄 셈으로 형상을 다듬을 마음도 없고 색채를 베풀 생각도 없다.조약돌같이 매끈하기만 한 한국 풍경화에 익숙한 눈에는 문봉선의 수묵화는 발부리에 채이면 아픔을 주는 울퉁불퉁한 돌멩이같다.아픈 각성에도 불구하고 그의그림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작가는 전북 진안에서 발원하여 남해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212km의 섬진강수계를 수년간 직접 답사했다고 한다.작품 ‘섬진강 전도’는 무려 22m 길이다.이런 수치들보단 그저 부드럽기만 한 눈으론 잡아내기 어려운 어스름이나 새벽,말갈기처럼 일어선 대나무숲 등과 지지않고 눈싸움을 벌이는 작가의고집이 더 귀중해 보인다. [김재영기자]
  • 교포설립 亞포털사이트 美서 돌풍

    [로스앤젤레스 연합] 재미교포 천성우(千成宇·30·미국명 조지프 천)씨가설립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클릭2 아시아.콤’(click2asia.com)이 한국 등아시아 지역의 정보를 전하는 인터넷 미디어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클릭2아시아는 지난 10월 문을 연 이래 한달 평균 접속횟수가 9,000만번에 달하고 페이지 리뷰 기준으로는 400만페이지에이르고 있다.가입 회원은 3만5,000여명. 84년 미국으로 이민 온 천씨가 중국계 미국인 친야오씨(28)와 함께 설립했다.제공하는 뉴스는 정치,경제,사회에서 문화,종교,스포츠,오락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으며 특히 연예와 사업,여행 분야의 경우 상호 정보교환이 가능하도록 사이트를 구성해 놓았다. 클릭2아시아는 홍콩의 위성방송인 스타TV와 실리콘 밸리 소재 투자회사인아시아 테크벤처투자 등의 투자를 통해 앞으로 1년간 2,500만달러 이상을 투입한 뒤 3년 뒤부터 이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미국내 아시아계 인구는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교육수준과 경제력이 높아 인터넷 가입률은 64%로 미국인(34%)의 거의 두배다. 전체직원 40명 가운데 한국인과 중국인이 각각 15명과 10명으로 가장 많으며 나머지는 일본인,필리핀인,베트남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천사장이 95년 설립한 ‘코리아링크.콤’(korealink.com)도 가입자 18만5,000여명으로 북미 최대의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권위있는 인터넷 조사기관들로부터도 최우수평가를 받았다.
  • [연극 리뷰] ‘백댄서’ ‘99 교실이데아’

    ‘학급붕괴’를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해버릴 수 없게 된 요즘,우리 청소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어떤 꿈을 꾸는 지를 보여주는 두편의 연극이 대학로에서 공연중이다. 극단 말죽거리가 인켈아트홀에서 공연중인 힙합뮤지컬 ‘백댄서’는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라는 백댄서와 가수 지망생들을 주인공으로하고 있다.춤과 음악에 대한 열정,그리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하는이들은 불나방처럼 기획사에 모여들고,철저하게 자본의 법칙이 적용되는 이곳에서 꿈의 허상을 깨닫는다.무리한 기획사 스케줄을 맞추느라 처음 가졌던 목표따위는 까맣게 잊고 기계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던 이들은 기획사에서 쫓겨나면서 오히려 진정한 댄서와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꿈꾸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코믹한 대사와 ‘청소년의 언어’인 힙합과 테크노의 강렬한 비트로 표현됨으로써 주관객층인 청소년들의 공감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제의식이 극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듯해 아쉽지만 모처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뮤지컬이란 점에서 점수를 줄 만하다.2000년1월23일까지(02)529-4769극단 한강의 ‘99교실이데아’는 ‘청소년의 꿈’이란 주제를 독특한 형식으로 펼쳐낸다.‘나’라는 개별성은 사라지고 모두 똑같은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교육,꿈꾸게 하기보다는 경쟁을 부추기는 이그러진 학교의 모습이 아이들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수험생을 찍어내는 공장같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자유를 찾아 서성이지만 아무데도 갈곳이 없는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넌 누구니’라고 자문하며 절망에 빠진다.이들이 지친 영혼을 위안받는 안식처는 젝스키스,HOT 등 그들의 꿈을 대신 눈앞에 펼쳐보이는 대중스타들뿐. 기존 청소년극과 달리 대사는 가급적 배제하고 힙합과 랩,반복적인 움직임이 이를 대신하는데 이같은 극적 구성은 청소년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극에 몰입하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기성세대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깊은 동감을 이끌어 낼 만한 무대이다.31일까지.소극장 오늘한강마녀(02)762-6036이순녀기자
  • ‘IMF 2년’외신 반응

    세계 각 국의 외신들은 대부분 한국경제가 97년에 시작된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로부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으며,아시아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경제회생에 대한 자만심과 내년 총선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개혁을 늦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서울에서 열린국제경제포럼에서 ‘한국경제는 위기가 표면화된 2년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통화위기는 이제 완전히 극복됐다’고 경제회복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타임스도 전날 “한국은 IMF 체제에 들어간지 2년이 지난 지금,김대중대통령이 지난 11월 19일 한국의 금융위기 완전극복을 선언할 정도로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의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도 지난 11월 25일 “올 10개월 동안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에 비해 85% 늘어난 102.5억 달러로 이는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며 “김대중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환영입장을 밝힌 뒤 대규모 외국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같은 달 17일 “한국과 태국이 97년에 시작된 금융위기로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홍콩의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지난 2일 “한국이 지나친 자만심으로 아직 남아 있는 개혁의 필요성을 도외시함으로써 또다시 난국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도 “한국정부의 과제는 재벌개혁과 경제 구조조정이지만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김대통령의 개혁노력은 상당한 도전을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연극 리뷰] ‘메디아 왈츠’

    극단 표현과 상상의 ‘메디아 왈츠’는 억압적인 현실에 갇혀 지내는 한 주부와 자신을 옭아맨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진 신화적 인물 ‘메디아’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새로운 여성상’의 화두를 던지는 여성연극이다. 유리피데스의 희랍극에 등장하는 메디아는 남편이 자신을 배반하자 남편의새 애인과 아이들을 독살하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강인한 여성.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포는 다섯편의 독백으로 구성한 희곡‘여성의 역할’에서 메디아를 새롭게 조명했다.연극 ‘메디아 왈츠’는 다리오 포의 희곡가운데 두 편을 선택해 재구성한 작품. 극은 여자와 메디아의 얘기를 오가면서 희화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동시에 전달한다.전신마비로 누워있는 시동생과 아기를 돌보느라 정신없는여자는 건너편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남자,수시로 걸려오는 음란전화,그리고이기적인 사랑에 집착하는 연하의 청년에 둘러싸여 숨막히는 일상을 보낸다. 게다가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남편은 여자가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자물쇠를 채워뒀다.여자는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앞집 아주머니에게 수다로 털어놓을뿐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편 메디아는 고통의 굴레를 끊어낸 댓가로 죽음의 위협을 받지만 스스로얻어낸 자유와 해방감에 희열을 느끼며 과거를 회상한다. 연출자 손정우는 “여자가 메디아로 동화되는 과정을 통해 2000년대 우리에게 다가올 진정한 여성상에 대한 비전을 시각화했다”고 말했다.이미지극을지향하는 극단답게 무대를 간략히 세우는 대신 음악과 시각적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리오 포의 특기인 익살스런 대사가 주제의 무거움을 많이 덜어냈지만 메디아의 독백은 비장함이 지나쳐 부자연스런 느낌이다.12월19일까지 대학로혜화동1번지.(02)763-6238이순녀기자 coral@
  • [음반리뷰]쉰들러·레헬의 새앨범 ‘파이프스 앤 폰스’

    교회음악 정도로 쓰임새를 한정했던 파이프오르간에 대한 편견과 단견은 CD를 걸자마자 찬탄으로 바뀌었다.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허문 ‘온 더 웨이’와 ‘세컨드플러쉬’에 이어 올 여름 내한공연을 담은 ‘라이브 인 서울’로 낯익은 ‘살타첼로’의 두 멤버,독일의 오르가니스트 페터 쉰들러(39)와 헝가리계 독일인 색소폰 주자 페터 레헬(34)이 ‘파이프스 앤 폰스’를 내놓았다. 이 앨범은 너무나도 유명한 찰리 헤이든의 ‘퍼스트 송’으로 시작해 오페라 팔리아치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작곡가 레온카발로의 ‘마티나타’,알비노니의 ‘아다지오’,헨델의 ‘라르고’ 등의 클래식 소품과 성악곡 그리고 피아졸라의 탱고 클래식 등으로 첫번째 테마를 꾸몄다. 두번째 테마는 레헬의 연주를 쉰들러가 뒷받침해주는 블루 스위트로 레헬의이전 작곡 스타일과 뚜렷이 구별되는 ‘블루 스위트’를 비롯,리듬감이 돋보이는 ‘다이알로그’와 서사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세븐 투 헤븐’을 담고 있다.이에 비해 쉰들러의 연주를 레헬이받쳐주는 세번째 테마‘오르가눔 스위트’에선 무곡 사라반드,창작 성가곡인 ‘레시트’와 ‘테데움’ 등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오르간 연주를 들려준다.특히 마커스 팔러의 가슴을 두드리는 듯한 나직한 퍼커션이 특이하다. 그리고 살타첼로의 레퍼토리였던 ‘진도아리랑’을 다시한번 감칠맛나게 연주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 음반은 결국 성가,오페라 아리아,정통소품,민요와 독창적 재즈세계의 벽을 모두 아우르는 대담한 기획을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녹음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성 요셉성당과 헤르츠 제수 성당에서 24비트 96㎑방식의 디지털마스터링으로 했다.녹음방식을 자랑하는 것만으로도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을정도로 대단한 음질이다.
  • [뮤지컬 리뷰]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원작의 ‘태풍’

    셰익스피어의 고전극 ‘템페스트’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태풍’은 모처럼뮤지컬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작품이었다. 사납게 일렁이는 파도에 배가 난파당하는 첫 장면부터 객석을 압도한 무대는 마지막 또 한차례의 태풍이 몰아칠때까지 그 웅장함을 잃지 않았고,동서양을 아우른 아름다운 음악은때론 장중하게,때론 경쾌하게 이어지며 2시간이 넘는 극의 중심을 든든히 지켜냈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태풍’은 망망대해속에 떠있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바깥 세상의 온갖 탐욕과 아집,계략을 사랑과 화해,용서로 승화시키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뮤지컬로는처음으로 제작된 이 작품을 연출가 이윤택은 가급적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만의 연극적 상상력을 발휘해 무대위에 재창조했다. 무인도에 추방된 충신 프로스페로(신구)가 마법의 힘으로 일으킨 태풍에 휘말려 섬에 도착하게 된 알론조왕의 아들 퍼디넌트(남경주)는 프로스페로의딸 미란다(이정화)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섬의 다른 곳에 떠밀려온 알론조왕(송용태)은 간신들로부터 암살당할 위기에 처하고,또다른 조난자들인 광대와 주방장은 프로스페로 이전에 섬을 지배하던 반인반수의 캘러번과 결탁해섬을 되찾을 궁리를 한다. 극은 이들 세 그룹을 통해 오만군상의 인물을 보여준 뒤 퍼디넌트와 미란다의 극중극 결혼식 장면에서 모두를 화해시킨다. 회전무대를 이용한 대형 무인도 배경,전통 선무와 검도 등을 응용한 다양한춤,하늘을 가뿐히 날아다니는 요정 등 공을 많이 들인 볼거리가 눈길을 잡아맨다.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에 있다.체코 작곡가데넥 바르덱의 대중적인 선율은 정악·범패를 근간으로 한 김대성의 음악과이질감없이 녹아들어 귀에 착착 감긴다.미란다와 페르디난드의 이중창 ‘나는 당신을 느껴요’,요정 에어리얼의 ‘사랑은 공기같은 것’등은 극장문을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입안에 맴도는 곡들.남경주 이정화,두 주연배우의 가창력도 나무랄데 없다. 다만 프로스페로의 카리스마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간혹 주변인물의 코믹함이 과장된 점 등은 아쉬움으로남는다.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23-0986이순녀기자 coral@
  • [리뷰] MBC‘로그인 H.O.T쇼’…맹탕 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21일 저녁 방영된 MBC의 ‘로그인 H.O.T쇼’를 일컫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공중파 방송에서 특정 가수의 이름을 딴 쇼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일체의 기획을 맡긴 것 자체가 파격에 가까운 일.손쉽게 10대 팬을 브라운관 앞에 불러모으려고 방송사와 방송인들이 국민 재산인 공중파를 기획사에 팔아치웠다는눈총을 받기 쉬웠다. 방송사와 방송인의 책임의식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당연한 수순. MBC는 H.O.T의 소속사 S.M엔터프라이즈가 이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언론 등에배포했을 때 즉각 불쾌한 반응을 보인 뒤 S.M측의 기획안을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어설프기 그지 없었다.쇼는 멤버 강타의 어린 시절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폈던,수연을 둘러싼 토니와의 라이벌 관계를 동화 수준으로 그린 ‘드라마 클릭’,기성세대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10대 문화를풀어보는 ‘부자퀴즈’등으로 꾸며졌다. 멤버들의 아버지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촬영한 식이었다. 기성세대와의 간극이 상식퀴즈로 좁혀진다고 믿고 깔깔대는 순진함이 안쓰럽기만 했다.‘가을의 전설’도 그야말로 어설픈 개그맨 흉내내기에 그친 것은마찬가지였다. ‘서베이 H.O.T’란 코너는 이 겨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청소년들에게 물어보았다고 했으나 설문조사 내용은 일체 소개하지 않는 용감함을 보였다.대신 ‘마음껏 춤을 배워 보고 싶다’는 꿈이 1위로 나왔다며 같은 기획사 소속인 S.E.S,플라이 투 더 스카이 멤버들과 함께 춤동작 몇가지 배워보는 것으로 때웠다.기획사의 소속 가수 끼워팔기식 홍보전략에 방송사는 속수무책인 셈이었다. 이들의 음악에 관한 정보도 립씽크로 일관한 ‘아이야’등 몇곡을 소개한 뒤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는 뮤직비디오‘투지’를 보여준 것이 고작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는 H.O.T를 90년대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받들어온 이들을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H.O.T측의 기획미비보다 더 비판받아야 할 것은 방송사와 방송인의 책임의식 방기다.‘10대가 바라보는 10대의문화프로그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앞서 따져보고 새겨야 할 일은,공중파가 방송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이다. 임병선기자 bsnim@
  • [리뷰] KBS-2TV‘초대’

    “승진(김상경)아,내 앞에서 미연(김민)이를 사랑한다고 말해봐”“승진아,내 앞에서 영주(이영애)를 사랑한다고 말해봐”“말해봐”“말해봐”15일밤 방영된 KBS-2TV ‘초대’의 한 장면.‘초대’를 왜 시청자들이 외면해왔는지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승진의 아이를 가진 미연이 ‘너죽고 나죽자’며 그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더니 자신의 친구 영주가 그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고 둘을 맺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한때 동석(이창훈)과 오누이마냥 키워온 정을 헌신짝버리듯 정리해 시청자를 의아하게 한 영주가 미연과 승진의 관계를 알고는둘의 재결합을 재촉한다. 두 여자가 승진에게 진정 사랑하는 여자를 지목하라고 고문(?)하는 이 장면에서 승진 대신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했을 이는 정작 시청자들이었을 지 모른다. 세 갈래의 각기 다른 사랑과 결혼,성의식을 보여준다는 연출의도는 간 데 없고 결국 한 남자를 두고 벌인 두 여자의 치정극을 아름답게 포장한 것으로극이 전락한 것이다. 조금은 합리적인 체 알콩달콩 ‘계약동거’하다 결혼에 이르는 현태(이민우)와 사빈(추상미)커플을 전형으로 제시하려는 제작진의 태도도 이들이 드라마의 주요 갈등과 유기적 연관을 맺지 못한 채 칙칙한 분위기를 얼토당토않게윤색하는 데 그쳐 실패한 느낌이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보고서는 “순결함(영주),자유로움(미연),책임을 동반한 자유로움(사빈)의 세갈래 사랑이 모두 남성이 보는 성이데올로기를 강요한 데 지나지 않는다”며 “남성의 성이야기에 여성들을 초대한다는 의미였냐”고 따졌다. 16일 함께 막을 내린 MBC의 ‘국희’와 경쟁한 점을 들어 12∼15%의 시청률을 기록한 ‘초대’가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을 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직 사랑이란 감정에 익숙하지 못한 청소년 팬들을 ‘착취’해 얻어진 결과라면 이는 제작진에게도 불행한 외도였을 것이다. 당초의 기획의도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성과 결혼의식을 조명해본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한 방송사 관계자가 지적했듯이 ‘역겹고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알아본다. 임병선기자 bsnim@
  • [음반 리뷰] 소피 무터 ‘비발디의 4계’

    한때 독일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소피 무터(사진)에게 연민을 느꼈던때가 있다.13살이 되던 1976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발탁된 뒤 줄곧 이름을 날렸지만,이 대지휘자가 1989년 세상을 떠나기까지는 베를린필하모닉이그렇게 불리웠듯 ‘카라얀의 악기’로서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뛰어난 연주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의 음악이 아니라 카라얀의 음악을 했다는…. 무터가 36살이 된 올해 ‘그라모폰’ 레이블로 내놓은 비발디의 ‘4계(季)’는 그녀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기에 충분할 것 같다.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비야르네 피스쿰이 이끄는 노르웨이의 젊은악단 트론하임 솔로이스츠다. 이 음반에선 지금까지의 어떤‘4계’와도 다른, 그녀 자신만의 매력을흠씬 풍기고 있다. 무터의 ‘4계’를 말하며 카랴얀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녀가 15년전인 1984년 카라얀과 이 곡을 녹음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무터는 당시 빈필하모닉과 녹음한 ‘4계’를 EMI에서 펴냈고,이 음반은 국내에서도 적지않게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4계’는 겉모습에서 부터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EMI것에서 그녀는 검은 연주복 차림에 심오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유럽판에는그녀가 울창한 숲속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앉아있고,곁에 카라얀이붉은 스웨터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사진을 썼다)그러나 그라모폰에서 그녀는온통 파스텔 색조인 공간에서 여성적 매력을 최대한 발산한다. 음악도 자켓이 풍기는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80여명이 참여한 카라얀쪽이 유려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면,불과 16명의 트론하임에서는 화려하면서 톡톡튀는 개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두 음반의 우열을 가리려 든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트론하임음반의 해설지에 “카라얀 것이 고급의 진한 레드와인이라면, 트론하임 것은잘 익은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펑 소리내며 빠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쓴누군가의 표현은 매우 적절한 것 같다. 붉은포도주는 붉은포도주 대로, 샴페인은 샴페인 대로 즐기면 되지 애초부터 종류가 다른 것을 비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서동철기자 dcsuh@
  • [연극 리뷰] ‘내게 거짓말을 해봐’

    ‘장정일을 위한 변명?’지난 5일부터 홍익대앞 소극장 씨어터제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다. 원작소설은 판금됐고,영화 ‘거짓말’은 개봉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 연극은 어찌됐든 ‘도대체 원작이 어떤 내용이길래…’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을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각색·연출을 맡은 시인 겸 영화평론가 하재봉은 ‘유부남 조각가와 한 여고생의 일탈적 성관계’라는 것 외에는 일반인에게 알려져있지 않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보여줌으로써 작가 장정일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한다고 했다.실제 그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너무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만 접근한데 실망해 연극화를 결심했다”고밝히고 있다. 영화 ‘거짓말’이 두 남녀의 성행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연극 ‘내게…’는 38세 조각가 제이의 억압된 의식과 자기모멸에 무게를 두고 있다.여고생 와이에 대한 집착과 탐닉도 그의 이같은 비정상적 내면이 표출되는 과정으로그려진다.초등학교 5학년때 죽은 제이의 아버지는 군인장교 출신으로 항상엄격하게 제이를 가르쳤다.아버지에게서 당한 폭력과 정신적 억압은 평생 그의 삶을 조종했고,이는 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변형돼 나타난다.연극은 무대를 철창처럼 꾸미고,중앙에 군복입은 아버지를 등장시키는 기법으로 원작의정치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연극 ‘내게…’가 아무리 영화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상업성’의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연출자는 원작을 각색하면서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을 생략하고,와이를 끝까지 처녀로 남아있게 했다.그러나 이러한 ‘자기검열’(연출자의 표현을 빌자면)에도 불구하고 반라의 제이와 와이가 나누는 성적인 대화와 몇가지 동작은 연극 특유의 현실감을고려하면 민망하기 이를데 없다.더욱이 ‘충격적인 생생한 라이브무대’를내세우면서 은근히 ‘벗는 연극’임을 드러내는 홍보문구를 대하면 이같은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어쨌든 그동안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채 논란만 무성히 나돈 ‘거짓말’에 대한 평가는 이제 연극무대에서나마 관객의 몫으로돌아오게 됐다.12월31일까지.(02)338-9240이순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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