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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뷰/ KBS2 새 월화드라마 ‘RNA’

    유전공학의 발전은 ‘신의 선물’인가,아니면 ‘악마의 미소’인가. 10일 첫 방송을 내보내는 KBS2의 새 월화드라마 ‘RNA’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이 드라마는 KBS가 침체된 드라마 분야를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야심작으로 모두 16부작이다. 유전공학의 무분별한 발전에 대한 ‘RNA’의 시각은 부정적이다.그리고 잘못된 유전공학 기술이 가져온 결과를 특수효과를 통해 소름끼치게 표현하고있다. 첫 회에서는 어린 세미의 집에 도둑이 들고 세미가 염력을 써서 도둑 한 명을 죽인다.세미는 다른 공범에게 납치돼 차에 태워진 채 끌려가던 중 다시염력을 발휘,차를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한다.이 사고로 세미는 심한 화상을입고 일본에 가서 치료받는다.10여년이 지난 뒤 세미(배두나)는 과거의 사고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자라난다.세미의 주위에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수지(김채연)와 불행한 가정환경때문에 원조교제에 빠지는 명숙(김효진),세미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태영(박광현) 등이있다.세미에게 과거의 기억이 돌아올 조짐이 보일 즈음 수지를괴롭히던 발레선생이 옥상에서 떨어져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앞으로 방송분에서는 화상 치료를 받을 때 일본 의료진에 의해 세미의 뇌에 이식된 우주공학박사의 기억분자와 원래 가지고 있던 염력이 합쳐지면서 세미가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머리카락을 주무기로 수지를 성폭행한 범인들을 살해하는 등 섬뜩한 장면들을 보여주게 된다. ‘RNA’는 오랫만에 등장한 SF공포물로 일단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공포물’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몇가지 우려되는부분이 있다. 우선 살인이 너무 잦다.첫 회에서만 도둑 2명과 발레선생 등 모두 3명이 숨진다.앞으로 수지를 성폭행한 범인들이 세미의 손에 줄줄이 죽어나간다.얼마나 많은 피가 화면에 비춰질 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여기에다 왕따,성폭행,원조교제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계속 사용된다. 장택동기자 taecks@
  • 리뷰/ K2 ‘부부클리릭-사랑과 전쟁’

    “어,우리 부부 이야기네?” KBS2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금 밤 11시)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정법원 내 ‘가사조정위원회’를 배경으로,이혼을 결심한부부를 통해 부부생활의 문제점을 짚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IMF로 사업에 실패한 남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내의 갈등을 다룬 ‘정공팔 대 고춘자’를 시작으로 지난달 30일 자식교육을 위해 술집에 취직한 아내의 이야기인 ‘아내의 아르바이트’까지 8개월여 동안 모두34회 방송됐다. 드라마의 주요 소재는 성(性),경제문제,고부(姑婦)갈등 등이다.이밖에도 의처증과 의부증,술과 도박,종교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짚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이혼하는 것이 좋을지,아니면 그대로 살아야 할지에 대해 전혀 ‘판정’내리지 않는다.대신 시청자들이 생각하도록 한다.우편,전화,PC통신 등을 통해 시청자의 생생한 반응을 모아,다음 방송 때 결과를 알려준다.시청자들은자신의 경험 등에 비추어 갖가지 견해를 제작진에 보내고 있다.한 회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이 5,000∼2만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이 높다. 제작진은 바로 이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갖는다.‘아내의 아르바이트’가 나간 뒤 인터넷과 PC통신에는 ‘아이한테 너무 욕심을 부리다 불화가 생긴것인 만큼 용서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남편이 받은 충격이 일생동안 부부관계를 지배할 것이기 때문에 이혼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시청률도 20%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꾸며지지 않은 현실적인 소재와 주인공이 나오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가깝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연출을 맡고 있는 장성환PD는 분석한다.제작진은 현실에 바탕을 둔 소재를 찾기 위해정신과 의사,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심지어 연기자들의 이야기도 좋은 소재가된다”고 장PD는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출연자 섭외.드라마 한편을 찍으려면 3∼4일 이상 야외에서 꼬박 현지 촬영을 해야 하는 탓에 연기자들이 대부분고개를 젓는다.제작진은 인기탤런트보다는 연기력 있는 조연급 탤런트 위주로 캐스팅을 하고 있다. 장PD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하루 평균 186쌍이 이혼하고 있고 신혼 이혼,황혼 이혼 등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부부관계에 감춰진 진실과도덕성을 밝혀 부부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아 보겠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
  • 연극 리뷰/ ‘김치국씨 환장하다’

    남북정상회담의 실현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커진 요즘,분단상황을 코믹하게 그린 연극 한편이 대학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극단 연우무대의 ‘김치국씨 환장하다’(장소현 작,최용훈 연출)는 웃기는 제목만큼이나 황당하고 기막힌,결코 웃을 수 만은 없는 우리의 현실을 재치있게 엮어낸다. 홀홀단신 월남해 김밥장사로 억대 재산을 모은 구두쇠영감 김치국(강신일)은 어느날 자신이 18억원을 북한돕기 성금으로 냈다는 신문기사를 본다.놀랄틈도 없이 방송사 기자들이 들이닥치고,얼결에 숨은 선행자로 떠받들여진다. 황당해진 김치국은 뭔가 잘못됐다며 해명하지만 아무도 그의 얘기를 믿으려하지 않는다.한편 TV에서는 김치국이라고 자처하는 인물이 각종 프로그램에나와 설쳐댄다. 이 모든 상황에 그저 기가 막혀있는 김치국에게 또다른 황당한 일이 닥친다. 수사기관이 그를 영웅심리를 이용하려는 남파간첩으로 몰아세운 것.억울하게 수사당하는 와중에 김치국은 북에서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형이 있음을기억해낸다. 연극은 김치국이라는 한실향민이 겪는 황당무계한 사건을 포복절도할 웃음으로 풀어내면서 그 이면에 분단과 통일에 관한 메시지를 튀지않게 깔고 있다.‘빨간 소시지와 파란 시금치가 조화를 이뤄야 제대로 된 김밥’이라는김밥통일론이나 북에 있는 형 김평천과 김치국의 유일한 차이가 신체 은밀한 부위의 좌우 치우침에 있다는 설정은 남북통일과 이념대립에 관한 기발한비유이다. 그러나 내용상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도 있다.형 김평천이 어린 시절동생을 여러번 위험에 빠트리게 했고,지금도 뒤늦게 나타나 곤경에 처하게했다는 설정과 이 때문에 김치국이 형을 ‘죽일 놈’이라고 여기고,‘나는나대로,형은 형대로 남과 북에서 살면 된다’고 말하는 부분은 기존의 이분법적인 남북관계인식을 그대로 투영하는 듯해 다소 혼란스럽다. ‘린다 김’사건을 비롯해 현실을 종횡무진 누비는 경쾌한 풍자는 연극을 보는 내내 폭소를 자아내지만 간혹 극 전개와 상관없는 말장난이 끼여들어 흐름을 방해하는 점도 아쉽다.7월23일까지,연우소극장(02)762-0010이순녀기자
  • 음악 리뷰/ RATM의 내한공연을 보고

    무대에 걸린 중남미 혁명영웅 체 게바라의 붉은 별과 3집 타이틀 ‘더 배틀오브 로스앤젤레스’에서 따온 ‘더 배틀 오브 서울’ 휘장,그리고 뒤집혀진성조기. 체 게바라 신봉자이자 세계 최고의 하드코어 밴드,‘레이지 어게인스트 더머신’(이하 RATM)은 그렇게 서울의 밀림에 혁명 근거지를 마련했다.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모인 5,000여명의 한국팬은 이들의 혁명정신에 흠뻑 교화됐다. 위악으로 가득찬 세상이 못 참겠다는 듯이 외쳐대는 잭 드라로차.게바라가혁명을 위해 총을 들었듯 기타를 무기로 진지한 실험을 선보였던 탐 모렐로. 그들이 80분동안 열정을 쏟아낸 공연은 ‘작은 혁명’이라 할만했다. ‘킥 아웃 더 잼스’로 포문을 연 무대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뛰면서 동참했다.전자효과음 같은 기타연주로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캄 라이크 어 밤’,손바닥으로 긁으며 도저히 기타로 낼 수 없는 듯한 다양한 소리의 향연을 펼쳐낸 ‘뷸렛 인 더 헤드’,게바라 사진 앞에 앉아 경의를 표하듯 연주했던 ‘슬립 나우 인 더파이어’,신들린 듯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울부짖었던 ‘프리덤’ 등 모두 15곡을 한번의 멘트 없이 속사포쏘듯 소화했다. 압권은 앙코르로 들려준 데뷔앨범 수록곡 ‘킬링 인 더 네임’.탐은 지미 헨드릭스 이래 최고의 실험적 기타리스트라는 찬사가 허튼말이 아님을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현란한 신시사이저음을 구사했다.관객들은 “Now youdo what they told you.Fuck you,I won 't do what you tell me”를 따라 부르며 가운데 손가락을 공중에 날렸다. 이 순간 RATM의 혁명은 완성되었다.자본주의에 대한 분노를 노래하면서 상업적 판매망을 활용한다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그들의 음악은 저항으로서의 록정신을 되살려냈다. 록의 정신이 퇴색했다는 한탄이 넘쳐나는 요즘,RATM과 함께 구르고 뛰고 함성을 질러댔던 이 땅의 젊은이들은 록이 하나의 혁명임을 온몸으로 느꼈으리라. 아쉬웠던 건 예고된 내용보다 공연이 서둘러 막을 내렸고 진행미숙으로 공연이 시작된 뒤 뒤늦게 입장한 관객이 많았다는 점이다.혹시 놓치신 분은 이번 공연실황을다음달 중순 케이블 m·net(채널27·www.mnet27.com)에서 즐길수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
  • [뉴패러다임 경영 CEO에 듣는다] 자산관리공사 정재룡사장

    국내 부실기업의 채권을 정리하는 전문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처리해야 할 부실채권 규모가 큰데다 국내에서는 아직 부실채권이 투자할만한 상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캠코의 정재룡(鄭在龍·54)사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최첨단 금융기법 개발에여념이 없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양산된 부실채권을 해외금융시장에 한푼이라도 더 받고팔기 위해서다.이를 통해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된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부실채권 정리가 마무리되는 2003년 이후에는 캠코를 미국의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못지않은 국제 투자전문회사로탈바꿈시킨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경기고·서울법대를 나온 정 사장은 경제기획원 대변인,통계청장,재정경제부 차관보에 이르기까지 28년간을 거시경제전문가로 보냈으며,지난해 1월부터 캠코 사장을 맡고 있다. ■대우 해외채권 정리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9월말까지 인수를 원하는 채권은 모두 인수한다.현재 해외 부실채권은 담보와 무담보 채권을 포함해 모두49억2,000만달러선이다. 인수를 위해 오는 25일부터 캠코의 해외채권 실사팀이 도이체방크 지사가있는 영국 런던으로 간다.대우채권을 보유한 48개국가 190개 금융기관들이낸 대출서류 등 매입제안서를 실사한 뒤,인수를 원하면 1주일 단위로 매입하게된다.가격은 구조조정위원회가 결정한 39.9%선이다.현재 2조원의 현금을달러로 마련해 놓았고 그 정도에서 매입할 생각이다. ■자산공사가 관리 중인 공적자금의 규모와 부실채권 정리계획은. 공적자금20조5,000억원에 금융기관 출연액 등 모두 21조5,734억원이 있다.5월말 현재 금융기관으로부터 74조5,889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였고 이 가운데 27조3,830억원을 정리하여 14조9,202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올 연말까지 부실채권 10조원을 추가정리,공적자금 5조원을 더 회수할 계획이다.구체적으로는 7·11월에 각각 1조원 규모의 국제입찰이 예정돼 있다.법정관리나 화의 중인 기업의 부실채권인 이른바 ‘특별채권’ 2조5,000억원과 일반 담보부 채권 1조원 등 모두 3조5,000억원을 대상으로 한 자산담보부증권(ABS)도 8차례 발행할 계획이다. ■부실채권을 미국에서 많이 사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실채권은 ‘조(兆)단위’로 매각돼 국내에는 이를 살만한 자본이 없다.또 부실채권의 매입에대한 개념이 미국시장외에 형성된 곳이 없다.미국의 경우,89년 저축조합 부도로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RTC라는 자산관리회사가 뉴욕의 록펠러센터 매각 등 자산관리를 6년간 했다.여기있던 사람들이 골드만 삭스 등의 유명 투자회사를 설립했다.일본 등 다른 나라는 아직까지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개념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국부의 해외유출이란 비난도 있는데. 국부유출은 허구의 개념이다.우리나라에 있는 부실기업을 외국에 파는 것은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유치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A란 기업을 외국에 3,000억원에 팔았다고 가정했을 때,바뀌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소유권뿐이다.직원도 우리나라 사람을 채용,고용효과도 크다.또 A기업의 자산가치를 5,000억원으로 높여 2,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더라도 기업이 경영을 잘했기때문으로 그만큼 회사가 회생한 것이고 자산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미국 투자가들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은. 국제입찰을 해보면 우리생각보다 낙찰률이 높다. 입찰에는 골드만삭스,론스타,모건스탠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투자전문기관들이 참가하고 있다.우리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본다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나. 지난 5월말 처음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부실채권 매각을 했다.그동안 매달 3,000억원 규모로 부실채권을 담보로 한 ABS를 발행해왔는데 5월들어 처음으로 5%에 해당하는 150억원어치를 10만원 단위로 판매했다.예상외로 호응이 좋아 모두 팔렸다.시중은행의 정기예금보다금리가 1∼2%높기 때문이다.앞으로 일반인 판매물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이밖에 부동산 공매물건도 법원 경매보다 조건이 좋아 관심들이 많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와 자산관리회사(AMC)의 차이점과 향후 추가설립 계획은. CRC는 말 그대로 부실기업 인수에 중점을 둔 회사다.AMC는 부동산 등에 중점을 둔 회사다.CRC나 AMC는 모두 우리와 합작사가 각각 일정지분을 갖고 설립한다.경영권은 합작사가 맡고 우리는 부사장을 맡고 직원을 파견한다.경영에 있어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현재 CRC는 현재 3개가 있으며 연내에 2∼3개 더 추가로 만들 생각이다.AMC는 3개가 있고 모두 7개로 늘릴 계획이다.합작사로는 골드만삭스와 도이치뱅크,모건 스탠리 등이 선정됐다.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나 재교육 시스템은 어떤가. CRC나 AMC가 만들어질 경우 직원을 파견,선진 기법을 배울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또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해외투자기관과 연계해 매달 직원 20명을 선정해 3주동안 미국 등지에 연수를 보내는 ‘선진 금융인턴쉽 제도’를 두고 있다. ■해외에서의 캠코 인지도가 높다고 들었다. 지난해 홍콩에서 발행되는 금융전문지인 인터내셔녈 파이낸셜 리뷰지(IFR)로부터 올해의 아시아 구조조정기관 상을 받았다.이밖에 CNN,유로머니지 등 유수 언론에서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다.캠코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제일이나 다름없다. ■구조조정 완료이후 세계 부실채권시장에 대한 진출 가능성은. 공식통계는 아니나 세계시장에는 현재 4조3,000억달러(한화 4,000조)정도의 부실채권이 있다.2003년말까지 부실채권 정리를 마무리하고 세계적인 투자전문회사로위상을 재정립,세계시장 투자에 나설 생각이다. 박현갑·조현석 기자 eagleduo@
  • 연극 리뷰/ ‘청춘예찬’

    누구나 청춘을 거치지만 모든 청춘(靑春)이 푸른 봄빛을 띠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색빛 절망에 갇혀 스스로를 할퀴고 상처내는 젊음도 적지않다.극단동숭무대의 ‘청춘예찬’(박근형 작·연출)에 등장하는 주인공 ‘청년’과그의 친구들도 너무 일찍 세상에 발목잡혀 어두운 그늘속에 숨어버린 남루한청춘들이다. 4년째 고교 2년생 딱지를 달고 있는 ‘청년’(박해일)은 학교엔 별 관심없이술담배로 나날을 보낸다.집에 돌아와서는 이혼한 늙은 아버지에게 ‘집에서놀지말고 노가다라도 좀 뛰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청년의 친구 용필은 감방에 있는 아버지를 일본의 야쿠자라고 거짓말하고,패거리 여자친구는 잘못을 저지른 동료의 손톱을 뽑아버리겠다고 위협한다. 어린 나이에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청년에 비해 청년 주변의 어른들은 마치아이같아 보인다.아내에게 염산을 던져 눈을 멀게한 청년의 아버지는 때때로이혼한 아내를 찾아가 용돈을 타쓰고,청년을 훈계하던 담임교사는 ‘여긴재수가 없어’라며 훌쩍 뉴질랜드로 떠난다.청년이 다방에서 만난다섯살 연상의 여종업원은 뚱뚱하고 못생긴 얼굴에 간질병을 앓고 있다. 연극은 초라하고,궁상맞고,그래서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등장인물들에게 관객들이 섣부른 연민을 갖지 않게끔 장치했다.검은 계단만이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앙상한 무대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 지리멸렬한 인생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목에 힘주지않고,호들갑 떨지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런 청춘은 예찬받을 자격이 없는가’고 관객에게 나지막이 묻는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미덕은 무대 정면에 온통 반짝이는 별을 달아 희망을 암시한결말부분에서 빛이 바랜 느낌이다.주인공들이 신산한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근거없이 제시하는 희망은 어쩐지 맥이 빠져보인다. 지난해 4월 혜화동1번지에서 초연돼 동아연극상,백상예술대상,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연극’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7월30일까지.강강술래소극장.(02)764-8760이순녀기자
  • 록 뮤지컬 ‘렌트’ 한국판 탄생

    ‘최근 10년동안 만들어진 뮤지컬중 가장 박진감 넘치며 미국적인 작품’(뉴욕타임즈)‘미래로 향한 뮤지컬의 지향점’(버라이어티)‘뮤지컬의 분수령’(런던타임즈)전세계 유력 언론으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5년째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뮤지컬 ‘렌트’가 국내에 상륙한다.‘갬블러’‘라이프’등 외국 히트뮤지컬을 주로 공연해온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예술의전당과 공동으로 오는7월5∼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판 ‘렌트’를 공연한다.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록뮤지컬.‘라보엠’에 등장하는 19세기 파리 뒷골목의 시인,철학자,화가 등은 ‘렌트’에서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허름한 아파트에 세들어사는 작곡가,비디오 아티스트 등으로 탈바꿈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딛고 진정한 예술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치열한 사랑과 열정이라는 주제만은 변함없다.작곡가 조나단 라슨이 작가 빌리 아론슨과 7년에 걸쳐 제작한 ‘렌트’는 96년1월 뉴욕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올린 뒤 그해 토니상4개부문,드라마부문 풀리처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면서 객석점유율 5년 연속 1위라는 흥행신화를 만들어냈다.브로드웨이 대작뮤지컬 제작비의 10%에 불과한 적은 돈을 들인 ‘렌트’의 성공비결은 다름아닌 ‘파격’에 있다. 에이즈,동성연애,마약중독 등 자본주의사회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정면으로 무대위에 끌어들이는 한편 이를 90년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음악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중산층의 정서에 맞고 휴머니티를 강조하는 말랑말랑한 뮤지컬에 길들여져있던 관객들은 이 낯설고 도발적이면서 가슴밑바닥을 두드리는 묘한 매력의 ‘렌트’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5만5,000달러의 저작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계약한 신시는 오페라극장 규모에 맞춰 원작보다 훨씬 스케일있는 무대를 꾸민다.원래 ‘렌트’는 중극장용이어서 무대기법보다는 소도구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제공하는데 반해 신시의‘렌트’는 2개의 회전무대를 이용해 장면을 전환하는 등 대극장의 부피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재즈댄스,탱고 등 춤을대폭 보강하고,코러스도 미국‘렌트’보다 10여명 더 늘려 풍부한 앙상블을 자랑한다.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출연진 전원은 음악을 위주로한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다.남녀주인공인 로저와 미미역의 남경주,최정원을 비롯해 전수경 주원성 이희정 등 출연배우들은 공연내내 가스펠,리듬앤 블루스,하드록,그런지 펑크록,발라드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40여곡의 노래를 쉴새없이 불러야한다. 연출은 ‘조선제왕신위’로 올해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윤우영이 맡았다.‘명성황후’‘겨울나그네’의 조연출로 뮤지컬 감각을 익힌 바있는 윤우영은 “동성애와 에이즈 등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실정에 맞게 손질했다”면서 “완성도 높은 음악과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우리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오는 20일까지 예약하는 관객은 표값의 20%를,처음 3일간은 프리뷰 공연으로 30%를 각각 할인해준다.(02)580-1300이순녀기자 coral@
  • 리뷰/ 정보와 재미 ‘한 바구니 담기’성공

    교양과 오락의 조화. 지난 5월 19일 첫 방영한 MBC ‘와! e-멋진세상’은 흥미와 진지함 두 가지를 모두 좇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교양프로그램이지만 방송시간(금 오후7시25분)으로 볼 때는 흥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자칫한쪽으로 기울면 비난을 면키 어렵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신 인류를 찾아라’와 ‘신체험,멋진 도전’,‘신비법을찾아라’등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신 인류…’에서는 진지한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신체험…’,‘신비법…’에서는 흥미가 보다 강조된다. ‘신인류…’에서는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룬다.1회에서 방영된 네덜란드 동성애 부부 가정의 이야기는 동성애에 다른 색다른 접근을 시도했다.성(性)문제에 초점을 두는 대신 두 남자동성애 부부가 장애인 2명을 포함한 6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면서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 일반인들이 동성애를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줬다.2회의 ‘일본 누드유치원’은 자연과 함께 사는법을 가르치기 위해 계절에 상관없이 웃옷을 입지 않고 수업을 받는 특이한일본의 유아교육법이 재미있게 그려졌고 3회 ‘영국의 못생긴 모델’,4회 ‘다큐멘터리 발명시대’편에서는 흔하진 않지만 이상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프로그램의 흐름을 좇다 보면 그동안 ‘소수’라는 이유로 가졌던 선입견과 편견을 자연스럽게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체험…’과 ‘신비법에…’에서는 해외의 이색현장에 리포터를 투입해직접 체험을 하게 한 뒤 외국의 재미있는 기술 혹은 특이한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찾고 있다.코끼리조련법,살아있는 물고기기절시키기 등 재미있는 장면 위주로 진행됐다. 또 담백하고 진지한 이미지의 손석희 아나운서를 주MC로 세우고 보조MC에는인기있는 연예인들을 매주 바꿔 등장시키는 MC의 구성에서도 균형을 찾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인다. 한편 해외 사례위주로 진행하다보면 소재의 부족으로 인해 균형감각을 잃을가능성이우려되기도 한다.연출을 맡고 있는 이여춘CP는 “해외통신원 및 리포터 보강,인터넷의 적극적 이용 등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다양하게 찾아 정보와 재미를 함께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
  • 리뷰/ 英 로열셰익스피어 컴퍼니 ‘말괄량이 길들이기’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그리고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다듬어진 탄탄한 극적 구조속에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고전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그러나 동시에 여성길들이기라는 소재 때문에 근래에 이르러서는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논란의핵심이 되기도 한다. 딸들을 소유물처럼 아버지가 임의로 결혼시키는 관습,한 여자를 두고 당사자의 뜻과는 상관없이 남자들끼리 벌이는 내기와 흥정,그중에서도 말괄량이 주인공을 강압적으로 길들이는 남편의 성공담 같은 줄거리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성적 담론과 권력구조로 풀어보려는 현재의 눈으로 보자면 당장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인다. 고전으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낡아보이는 소재를 어떻게 현재의 관객에게 호소력있게 전할 것인가.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무대는 그같은 과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냈다.‘바로 여기’‘바로 지금’이라고 희미하게 읊조리는 말로 시작되는 공연에서 떠돌이 배우들이펼치는 원작의 극중극은 인터넷으로 접속되어 관객들이 함께 보는 극단의 홈페이지 공연이 된다. 컴퓨터 모니터인듯 간결하게 디자인된 금속성의 무대는 최대한 간결하게 운영하면서 무대 중앙에 또 하나의 무대를 세우고 푸트라이트처럼 조명을 설치한 것은 인터넷으로 접속한 극중극이라는 컨셉을 시각적으로 잘 받쳐준다.그에 비해 셰익스피어 시대의 의상을 정확하고 풍족하게 되살린 의상은 고전의 품격을 우아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셰익스피어의 백미인 언어를 고스란히 전하려는 무대에서 고전에 대한 영국인들의 경외심이 느껴지면서 대사를 일일이 번역하지 않고 줄거리만 전달해 달라는 극단측의 요구가 이해된다.공연을 보다보면 대사는 이해하지 못해도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마치 모두 알아듯는 듯한 묘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배우들의 정확한 발성을 통해 전달되는 운문대사 특유의리듬과 멜로디가 마치 음악처럼 아름답다.실내악 연주처럼 정확하게 앙상블을 이루며 움직이는 배우들의 경쾌한 등·퇴장과 동작들이 극단의 저력을 재삼 확인해준다. 다만 극중극에서 고전의 복원에 치중한 나머지 당시 사회적인 문맥과 극중극으로 처리된 전체구조를 살펴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이 작품의 보편성,즉 권력으로 푸는 남녀관계를 뛰어넘어 정체성과 환상에 대해 언급하는 셰익스피어의 속내에 대한 해석은 지극히 절제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이혜경 연극평론가·국민대교수
  • 홍콩誌 보도 “한국 부실채권 신속처리 성공”

    한국이 금융개혁에서 가장 성공한 부문은 부실채권을 신속히 대손상각 처리한 것이라고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이 잡지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자산관리공사는 부실금융기관들로부터 부실채권을 채권잔액 기준 74조6,000억원에 매입했으며 이중 3분의1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14조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한국 자산관리공사의 최대 고객은 미국 텍사스에 본사가 있는 론스타 펀드로 이 회사는 부실자산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론스타 펀드는 자산관리공사가 실시한 3차례의 경매에서 채권 잔액의 36∼51%를 지불하고 16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모든 부실채권이 잔존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악성채권은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그러나 80년대 미국에서 소형 저축기관들이 위기를 맞았을 때 부실채권 처리에 대한 전문기술을 습득한 론스타의경우 과다 채무자들에 대해 이자상환기간 유예,만기연장, 출자전환 등을 통해 상환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 주고있다. 론스타 펀드의 한국 현지법인인 론스타 코리아의 스티븐 리 대표이사는 초기에 매입한 부실채권의 상당 부분은 이미 정리가 끝났다면서 부실채권 처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얼마나 수익을 낼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 사업은 잘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연합
  • 리뷰/ 서혜경 피아노 리사이틀

    지난 1월 기성연주자만이 참가하는 미국 팜비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여더욱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지난 14일 광주를 비롯하여대전,부산,익산 등 지방도시 순회연주를 시작했다. 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혜경 피아노 리사이틀은 고도의 기술과 표현력을 요하는 슈만,스크리아빈,스트라빈스키의 대작들을 거대한 스케일로 연주했다. 슈만의 소나타 제2번을 비롯한 네 곡에선 다양한 음악성과 함께 이 작곡자의독특한 문학적인 향기를 풍기게 했고 스크리아빈의 소나타 제5번에서는 작곡가의 신비주의 사상을 잘 해석해 들려주었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에서는 매우 어려운 기교를 훌륭히 구사하면서,영혼을 불어넣은 인형인 페트루슈카를 주인공으로 한 러시아 민요 소재의이 발레음악을 오직 피아노 한 대로 리얼하게 그려주었다. 더구나 강렬한 리듬과 날카롭고도 대담한 화성으로 이루어진 이 곡을 거대하게 전개했다.포르티시시모로 건반을 두드릴 때엔 서혜경의 온 몸이 소용돌이쳤는데 남자 피아니스트도 이 여류피아니스트의 크나 큰 호소력을 따르기 어려울 것이다. 스트라빈스키가 서혜경의 연주를 듣는다면 “내 작품이 이렇듯 뛰어난 줄 몰랐다”고 감탄할 것이며,하이페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그는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에 신이 분노할 것이다”라는 평을 쓴 버나드 쇼가 연주를 듣는다면 “코리아의 한 여류 피아니스트가 처음으로 신에 도전하는 연주를 한다”고 절찬할 법도 하다. 서혜경은 철학자 니체가 내세운 아폴론형과 디오니소스형의 상반된 두 타입을 이번 독주회에서 절묘하게 보여주었다.슈만의 여러 곡에서는 조형적인 아폴론형을 나타내는가 하면 스크리아빈과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에서는 도취적인 디오니소스형을 표현함으로써 연주에서 가장 필요한 논리와 감정을 오묘하게 조화시키는 높은 경지를 이번에 다시금 보여준 것이다. 서혜경의 이번 독주회는 세계 피아노 연주사에 기록될만한 큰 업적을 남겼다고 본다. 김원구 음악평론가.
  • 뮤지컬 ‘스모키 조스카페’ 18∼31일 내한공연

    ‘하운드 독’‘러빙 유’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로큰롤의 황제로 군림한 엘비스 프레슬리.또다른 로큰롤의 대명사인 코스터스와 벤 E 킹,그리고 비틀스와 롤링스톤즈.50·60년대 젊은이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들 뒤에는 제리 리이버(작사가)와 마이크 스톨러(작곡가)라는 황금 콤비가 있었다. 1950년 17세 동갑내기로 처음 만난 이들은 R&B에서부터 팝,재즈 등 다양한장르의 음악을 연속 히트시키며 7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비치 보이스,바브라 스트라이샌드,지미핸드릭스,에디트 피아프 등 당대 유명 가수들도 앞다투어 곡을 녹음했다. 리이버와 스톨러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연출가 제리 작스(영화 ‘마빈스 룸’의 감독)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해 95년 이들을 위한 뮤지컬을 만들었다.일정한 줄거리없이 두사람의 대표작 40여곡을 들려주는 뮤지컬 리뷰형식의 이 작품은 삽입곡중 하나인 ‘스모키 조스 카페’의 제목을 그대로빌려 무대에 올려졌다. 막올린 첫해 토니상 7개부문 후보에 오르고 이듬해 그래미상 최고 뮤지컬상을 받는등 5년째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행진중인 ‘스모키 조스 카페’가 18∼3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96년 브로드웨이와 쌍벽을이루는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호평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유럽,호주,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인기리에 순회하고 있다. ‘스모키 조스 카페’의 뮤직넘버들은 웬만한 올드팝 팬이라면 반색할 만한곡들로 채워져있다.엘비스 프레슬리의 ‘하운드 독’‘제일하우스 록’,리버피닉스의 ‘스탠 바이 미’,우리 영화 ‘태양은 없다’의 주제가로 익숙한‘러브 포션 넘버 나인’등은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특히 사랑받은 곡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멤버인 B.J.크로스비를 비롯한 9명의 출연진은 단순한원세트 무대를 배경으로 잠시도 쉴 틈없이 화려한 노래와 춤을 선사한다.노래의 이미지에 딱 맞는 의상과 표정,환상적인 하모니,코믹하고 박진감 넘치는 율동은 특별한 줄거리가 없어도 공연내내 지루함을 못느끼게 한다.오히려스톨러는 “줄거리가 없는 것이 이 작품의 성공요인”이라며 “관객들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보러오면 된다.우리의 노래에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평했다. 중년을 넘긴 관객에겐 거칠것 없던 젊은 날의 추억을 음미하는 자리로,그 이후 세대에겐 테크노나 힙합과는 다른 맛을 내는 지난 시대의 음악을 라이브로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듯싶다.화∼금 오후8시,토 오후 3시·7시,일 오후2시·6시.(02)2005-5114이순녀기자 coral@
  • 리뷰 / 서울시향 새 상임지휘자 에름레르 취임 연주회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산하단체의 하나로 노동쟁의에 휘말려 줄곧 어수선했던 서울시 교향악단이 외국의 저명한 상임지휘자를 영입해새 출발을 했다. 상임지휘자 정명훈 퇴진 이후 키타옌코를 맞아 과도기를 수습해가고 있는 KBS교향악단과 함께 연륜이나 연주 수준,영향력 등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고있는 서울시향은 최근들어 문화한국,국제적 도시 서울의 위상에는 너무나도걸맞지 않은 초라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사 왔다.서울시향의 43년 역사속에는 숭고한 뜻을 가졌던 김생려씨를 비롯한 음악가들의 노력과,그래도 문화적양식을 갖췄던 몇몇 관리들의 배려에 힘입어 1,000여만 시민의 자랑과 긍지가 됐던 시절도 있었다.이제야말로 시교향악단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저질서구문화에 황폐화 된 서울 시민의 마음을 정서적인 면에서 가다듬어줄 수있는 선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때이다. 음악적인 면에서 볼때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의 음악감독 마르크 에름레르의영입은 어쩌면 시향에게는 과분한 떡인지 모른다.개인적으로는 KBS향이 키타옌코를 영입했으면 시향은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 출신 지휘자를 영입하는것이 더 슬기로운 일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지난 11일 연주회에서보여준 에름레르의 지도적 역량은 탁월한 것이었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속에서 성장한 소비에트연방의 대표적 지휘자이지만 오늘의 신러시아시대에도 세계에 자랑할만한 음악가임이 분명하다.그는 확고한음악적 신념을 가지고 진지하게 음악에 접근하는,어떤 의미에서는 정통적인음악해석의 최후의 보루이다. 서구나 미국의 음악가들과는 달리,지나친 상업주의 틀속에 물들지 않고 자기 음악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그렇다고 권위주의적인,군림하는 지휘자가 아니고 인내와 포용,부드러운 음악적인 영도력을 지녀 시향을 이끌어가기에 적절한 인물로 보인다. 그런 지휘자이기에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은 근래드문 감동의 연주였다.오베론 서곡의 진지함,그라프 무르자를 독주자로 맞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의 해석도 오랜 동안의 굳은 체제속에서도 긍지와 사명감을 잃지 않은예술가의 참모습을 읽게해 주는 것이었다.시향의 앞날에 서광이 비치는 연주회였다. 이상만 (음악평론가)
  • 음반 리뷰/ 디디 브리지워터·로라 피지

    흑인 여성 재즈보컬리스트인 디디 브리지워터는 전설적인 목소리의 엘라 피츠제럴드에 필적할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카산드라 윌슨,다이안 리브스,다이아나 크롤 등과 함께 현존하는 재즈의 4성으로 일컬어진다. 이에 비해 로라 피지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시비와 공격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인물.그러나 그가 지닌 뛰어난 대중적 친화력은 평론가들도 인정하는 대목. 디디의 ‘Live at Yoshi's’와 로라 피지의 ‘더 라틴 터치’가 비슷한 시기에 나와 흑백대결은 물론 정통 재즈와 월드 뮤직의 어깨겨룸 양상을 보여 이채롭다. 디디는 지난 97년 헌정앨범 ‘디어 엘라’로 40회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보컬상을 수상한 경륜의 보컬리스트.정규 앨범 가운데 세번째 라이브 앨범인 본앨범은 98년 4월23일부터 엘라의 생일인 25일까지 펼쳐진 미 캘리포니아주의 일본인 소유 재즈클럽 요시이에서의 공연 하이라이트를 모았다.레퍼토리 또한 ‘디어 엘라’수록곡 중심. 원래 ‘디어 엘라’는 오케스트라와 빅밴드의 연주를 깐 것이었지만 이번 라이브에선 ‘언디사이디드’‘미드나잇 선’‘스테어웨이 투 더 스타스’등을 티에리 엘리즈(피아노)중심의 3인조 라인업을 바탕으로 직선적이고 쾌활한재즈의 맛이 살아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스테어웨이…’에선 트럼펫의 와와 테크닉을 응용,노래를 부르면서도 쉼없이 재담을 섞는 제임스 브라운의 곡 ‘섹스 머신’,엘리즈의 과감한 피아노 편곡이 돋보이는 ‘체로키’,거칠것 없는 스캣 즉흥발성으로 인간의 목소리보다 훌륭한 재즈 악기가 없음을 입증한 ‘왓 어 문라잇 캔 두’ 등을즐길 수 있다. 반면 로라는 스위스계 독일인과 이집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우루과이에서 성장한 점을 반영하듯,국적을 가리지 않는 음악적 잡식성을 과감히 드러낸다.보사노바는 물론 살사,맘보,차차차,스페인 음악,트로피컬 리듬(열대 원주민들의 춤곡)등의 소화가 그럴듯 하다. 스윙의 왕 베니 굿맨이 일찍이 즐겨 연주한 멕시코 음악의 고전 ‘퍼비디아’에서 살랑거리는 로라의 보컬은 감미롭기 그지 없고 느릿한 열대 야자수가 연상되는 뮤트 트럼펫 연주가 일품인 ‘라 멘티라’,트로피컬 리듬이 깔린‘솔라멘테 우나 베’에 이르면 감탄이 절로 난다.이 여인의 유혹에는 달짝지근한 맛이 잔뜩 묻어난다. 두 음반 모두 카리브해의 어느 곳과 미국의 재즈 전문클럽을 연상시키는,공간적 상상력이 날개를 한껏 펼친다. 임병선기자
  • 리뷰/ 한국茶器문화상품 특별전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도공의 후예인 14대 심수관(沈壽官)이 지난90년대 초 경기도 이천의 한 가마를 찾았을 때다.주인은 조선시대 찻주발(茶碗·다완)을 재현해놓고 이 세계적인 도예가의 말문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심수관이 던진 말은 그러나 그릇의 ‘예술성’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다. “이렇게 그릇이 얇으면 뜨거워서 차를 어떻게 마시지?”심수관은 ‘찻주발은 차를 마시기 위한 그릇’이라는 당연한 전제를 얘기했을 뿐이지만,도공들은 쓰임새를 도외시한 채,그렇다고 ‘예술품’도 아닌 것을 만들면서 도예가연하는 자신들에 대한 뼈아픈 일침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없었다. 지금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 가면 이천의 도공들을 만날 수 있다.민속박물관과 이천도자기사업협동조합이 지난 20일부터 ‘한국다기(茶器)문화상품특별전’을 열고 있다.(5월1일까지)특별전은 그 때 인상지워진 이천 도자기를 다시보게 만든다.이천을 중심으로전국 도공이 참여한 ‘다기명품 100인전’을 둘러보고 나서는 “심수관이무슨 소리를 할지 한번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100인전’에 출품된 찻그릇은 대부분은 차를 우려내는 주전자(茶罐·다관)와 물을 식히는 주발(熟盂·숙우),그리고 찻잔과 찻잔받침이 한벌을 이룬것들이었다. 그런만큼 ‘전통적 방법으로 차마시기’에 머문 한계는 있어 보였다. 특별전이 내건 목표가 ‘차 문화 및 도자기 문화의 대중화’라면,차 마시기를 도(道)닦기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찻그릇이라는 ‘하드 웨어’의 다양화로 차문화라는 ‘소프트 웨어’의 활성화를 노리는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0인전’은 한벌의 다기가 청자와 분청사기·백자에서부터 현대적인 기법에 이르기까지 100가지 양상으로 한자리에 펼쳐졌다는 것만으로장관이었다.무엇보다 관람객 대부분이 “이것은 한벌 갖고 싶은데…”라며어느 전시회보다도 관심있게 진열품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이제 우리 도자기가 장식성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루는 단계로 나아간다는 실증이 아닐 수 없었다. 민속박물관 마당에서 다기 및 소품판매전이 함께 열리는 것도 이런 변화와일맥상통한다.이천과 광주의 가마에서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다.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반드시 ‘…100인전’을 보기 전에 사라는 것이다.처음엔 좋아보인 물건도 ‘…100인전’을 보고 나면 눈에 찰 리 없다. 물레를 돌리며 관람객들이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도예교실은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도자기에 대한 인식을 깊이 심어주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28일에는 윤용이 원광대교수와 박종한 아인다기연구소장이 ‘다기학술발표회’를 갖고 29일에는 들차시연회,30일에는 전통다례시연회도 열린다.시각은오후2시.(02)734-1346. 서동철기자
  • 음반 리뷰/ 美 인디밴드 심 ‘더 플레이스‘

    미국 인디밴드 ‘심’(Seam)의 92년 데뷔앨범 ‘헤드 스파크스’가 대표적인EP앨범인 ‘커널’수록곡을 함께 묶어 국내에 선을 보였다. 지난해 가을 ‘더 플레이스 이즈 글래시얼’을 라이선스 발매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과 미국의 두 인디음반사가 제휴해 앨범을 내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하튼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느릿느릿 전개되는 몽환적인 사운드에 깔린 나직한 보컬이 귀에 거슬렸다. “이거,녹음이 잘못된 것 아닌가.”그러나 두세번 되풀이해 들어보니 웅웅대는 기타의 굉음과 보컬이 기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누구는 이를 ‘혼융’(渾融)이라고 표현했다. 한국계 리더 박수영의 나직한 보컬은 시원하게 내지르는 맛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미국 자본주의와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분노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함이없었고,끊임없이 분출되는 기타의 윙윙거림은 마치 불안전한 이 세상을 박살이라도 내겠다는 듯 격정적이다. 심은 ‘슬로 코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했다.느릿느릿 깊이감을 제공하면서 전개하다 어느 순간 분출하는 이들의 음악적 코드는 ‘스매싱 펌킨스가 심을 모방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게 한다. 이번 앨범에선 이들의 독특한 곡 전개가 87년 앨범 ‘커널’에서도 발견될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가장 귀에 번쩍 뜨이는 곡은 ‘셰임’으로 두가지 버전을 함께 실었다.원래‘헤드 스파크스’에 수록된 곡은,사라 샤논의 보컬에 단순하면서도 펑키한느낌의 기타 연주가,그룹의 음악적 뿌리가 80년대 초반 하드코어 펑크에 있음을 암시한다.그러나 ‘커널’앨범에 수록된 ‘쉐임’도 함께 실려 음악적변모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끔 했다.즉 부드러운 기타라인과 조화를 이룬박수영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곡의 중반부부터 계속되는 현악연주 분위기는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전체 곡들이 언뜻 들으면 느린 연주지만 그밑에 활달한 리듬의 교체와 반복을 통해 역동적인 도약을 예비하고 있다.미국 평론가 말대로 이들의 “서서히 타오르다가 노기를 발산하는”음악에 빠져들어보자. 한편 심은 지난해 10월 서울 공연에 이어 오는 6월 3·4일 내한공연을기획중에 있다. 또 공연전에 2장의 정규앨범과 어쿠스틱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어서 국내에한동안 심 열풍이 불어닥칠 것 같다. 임병선기자
  • 英 부커상 수상작 존 쿳시의 ‘추락’

    99년도 부커상 수상작인 존 쿳시의 ‘추락’(원제 Disgrace·동아일보사)이발간됐다.부커상은 영국의 다국적 기업인 부커 맥도널사가 제정한 영국 최고권위의 문학상으로 영국에서 발표하지만 50여개국의 영연방 모든 나라에서영어로 씌어진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이번에 상을 탄 쿳시(J.M.Coetzee)는 남아공 작가다.10월 말의 수상작 선정 1개월 전에 6편의 후보작이 먼저발표되는데 지난해에는 인도 출신으로 세계적 명성의 살만 러시디가 자신의최신작이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이를 공개 비난한 사실이 뉴스가 됐었다. 이미 지난 83년에 ‘마이클 K의 삶과 세월’로 부커상을 받았던 쿳시는 ‘추락’이 두 번째 수상이며 이같은 2회 수상은 31회째의 부커상에서 첫 기록이었다.194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네덜란드계 백인으로 태어난 쿳시는현재 케이프타운대 문학교수로 있으며 자주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왔고 작품이 수십개 국에서 번역출판되고 있다. 쿳시는 미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데 여러 주요지들이 ‘추락’을 ‘올해의가장 힘있는 소설’‘우리 시대의 고전에 오를 만한 작품’ 등으로 극찬했다고 한다.뉴욕타임스 북리뷰의 마이클 가러는 “그는 부커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추락’은 그러한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부커상을 두 번 받았다는 사실은 조만간 이 놀랍고도 굉장한 소설의탁월함에 비할 때 가장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로 서평의끝을 맺고 있다.가러의 서평에 따르면 쿳시는 남아공 작가들 중에서도 독특한 작가로 다른 남아공 작가들과 달리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체제의 삶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걸 거부해왔다.남아공의 치욕스러운 상황은 쿳시의작품 속에 언제나 스며들어 있지만 쿳시는 대부분 그 상황을 완곡한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남아공의 노벨상 작가인 나딘 고디머와 달리 역사적인 것에 얽매인 리얼리즘 소설을 쓰기를 거부해온 쿳시지만 ‘추락’은쿳시가 더 깊은 정치성을 띠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고 가러는 말한다. 남아공의 양심적인 백인 작가들에게 그간 아파르트헤이트는 언제나 벌여진채인 상처이자 마르지 않는 창작의 수원지였다.백인정권이 종식되고 흑인이국정의 중추를 거머쥔 이제 흑백공존의 문제가 살갗을 가장 쓰리게 하는 광물질이 함유된 동시에 가장 풍성한 창작의 수맥 지점으로 백인 작가에게 다가 온다.쿳시의 ‘추락’은 흑백의 공존이 그저 좋은 말로,구호만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흑인과 같이 살기 위해선 백인은 거듭나지 않으면안되는데 피가 흐르고 이를 악물게 하는 고통이 뒤따르는 육체의 상처와도같은 손해와 희생의 강을 직접 건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추락’의 주인공인 50대의 백인 교수는 서구적 합리성을 뛰어넘는 감성과고집으로 흑인 지역에 뿌리박고자 하는 딸을 통해 이 점을 깨달아 간다.주인공이 딸의 선택과 원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며 ‘추락’은 독자가 작가의 의지와 입장을 쉽게 추단할 수 있는 간단한 소설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쿳시는 통속적인 소재를 담아 쉽게 쉽게 읽히게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어느새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이리저리 두드려 보게 만든다.쿳시가재직하는 케이프타운대의 펠로를 지낸 전북대 영문과의 왕은철교수가 옮겼다. 김재영기자 kjykjy@
  • 리뷰 / 2000 교향악축제

    ‘2000 교향악 축제’가 17일 막을 내렸다.지난 3일 막을 연 뒤 하루 평균1,034명의 관객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았다. 지난해 평균 관객은 958명이었다. 음악평론가 김동준씨의 ‘일일 리포트’를 바탕으로 교향악 축제 후반의 연주를 돌아본다. 수원시향(11일)의 연주회는 같은 오케스트라라도 지휘자에 따라 얼마나 소리가 달라지는지를 절감케했다. 금난새가 냈던 밝고 유연하며 경쾌한 소리는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전체적으로 어둡고 강인했다.지휘자 김봉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에서 일차적인 ‘소리내기’ 에서는매우 충실한 면모를 보여주었지만,그보다 중요한 ‘미적 체험’이라는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부천시향(12일)과 베토벤의 3중협주곡을 연주한 허트리오는 평범한 수준을넘지못했다.영감과 힘이 부족했고,강인한 리듬 구축을 통한 베토벤 다운 음악미의 구현도 아쉬웠다.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암보로 지휘한 임헌정은 곡을 관통하는 해석력을 갖추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 역할을 빼어나게 해냈다. 강남구립교향악단(14일)은 구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교향악단이다. 단원들의 기량은 우수한 편이었으나,지휘자 서현석이 보여준 작품해석의 완성도와 깊이는 다소 의심스러웠다.작품에 걸맞는 정취를 어떻게 소리에 녹여내야하는지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가능성이 많은 교향악단의 하나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KBS교향악단(15일)은 강인하고 웅장했지만,지휘자 박은성과 단원들간의 정신적 교감과 공명은 아쉬웠다.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은 충분한 시간적 준비를 통해 소리를 녹여내는 작업이 부족했다.바이올리니스트 줄리엣 강이 협연한 랄로의 ‘스페인교향곡’은 열정이 풍부했고, 탄탄한 기량을 바탕으로 저돌적이고 남성적인 힘마저 느껴졌다.그러나 시적 상상력과 소리를 통한 은유의 표현은 다듬어야할 것 같다. 코리안 심포니(16일)는 지휘자와 단원들 사이의 일치된 호흡이 인상적이었고, 음악적 정서가 녹아나는 소리도 여운이 깊었다.모든 곡을 암보로 지휘한카를로 팔레스키는 소리를 마음대로 주물러 내는 듯한 인상을 안겨주었는데,천태만상의 지휘동작은 음악을 보는 시각적 즐거움도 제공했다. 서울시향의 폐막연주(17일)는 두 가지 점에서 뿌듯했다.하나는 레이첼 리라는 매우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와의 만남,또 하나는 쉽지 않은 윤이상 교향곡 1번의 훌륭한 실연을 접했다는 것이다.생상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을 들고나온 레이첼 리는 작품속에 흐르는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빼어나게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방사해 낼 줄 아는 매우 진귀한 음악성의 소유자였다.정치용은 윤이상에서 통찰력과 정교함을 갖춘 해석력을 바탕으로 한 무섭도록투철한 모습을 보여주어 ‘음악이 흘러나오는 근원지로서의 지휘자’ 역할을톡톡히 해냈다. 정리 서동철기자
  • 리뷰/ 지난14일 방영 ‘MBC 스페셜’

    선거홍보물이 어지러이 널려진 민주노동당 울산 북구 사무실에 많은 선거운동원들이 고개를 깊숙이 파묻은 채 울고 있다.한 여성은 안경 사이로 떨어지는 눈물을 참느라 고통스런 표정이 역력하다.이때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절규한다.“다시 시작합시다.힘냅시다.우리는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14일밤 방영된 ‘MBC 스페셜-노동자후보 45일간의 기록’(이재갑 기획 최우철 유현 연출)은 해방이후 첫 노동자출신 국회의원 탄생을 눈앞에 두다 간발의 차로 석패한 최용규 후보의 선거운동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14일새벽 568표차로 최후보의 낙선이 확정됐는데 같은 날 밤 방영하느라 나레이션과 편집에서 약간 튀는 흠이 발견됐지만 진보정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소중히 보듬은 기획의도가 돋보였다. 개표가 20% 진행된 13일밤 11시까지만 해도 최후보의 당선은 따논 당상이었다.MBC와 한국갤럽도 그의 당선을 예측,인터뷰까지 방영했다. 그러나 95.6%가 개표된 새벽 1시쯤 상황이 뒤집어졌다.물론 패인은 어느 시장 상인이 밝혔듯 “왠지 으시시하다”는 노동운동에 대한 근거없는 거부감이었다. 감동적인 것은 낙선직후 최후보 진영의 표정만이 아니었다.오래전부터 이 지역 의원감으로 지목되어온 현대자동차 노조원인 이상범 전 시의원을 경선에서 누르고 최후보가 출마자로 결정되자 지구당에 내분이 일었는데 선거운동과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냈다.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당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출마포기를 권유했다.그러나 얼마후 그들도 대부분 최후보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고 그가 위원장인 세종공업 노조원들은 월차휴가를 내면서 도왔으며 임신9개월의 아내마저 뛰었다. 모두가 그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던 개표 한밤중 근소한 차로 패배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 최후보가 “나,지금 빠져나가면 안될까”라고 참모들에게 말한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가를 젖게 했다.그러나 그는 어디로 숨거나 하지 않고 지지자들 앞에 나섰다.맑고 고운 정신으로,이 프로그램은 아수라판 같고 희망이라고는 아스레하게만 보였던 4·13총선의 진흙탕 가운데 그래도 소중히 보듬어야할 진보정치의 싹을발견하게 해주었다.그래서 이들의 눈물은 좌절의 뒷길이 아니라 희망과 전진의 앞을 향하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
  • 리뷰/ 극단 청우의 ‘네개의 악몽’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의 첫번째 작품인 극단 청우의 ‘네개의 악몽’(귄터아이히 작,김광보 연출)은 웃음과 공포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독특한 분위기의 연극이다.20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 4개는 때론 우스꽝스럽게,때론 기묘하게 설정된 연극적 상황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자리한 공포심의 원형을 건드린다. 첫번째 꿈은 아이를 식용으로 파는 비정한 부모의 이야기.만사를 귀찮아하는 표정의 꾀죄죄한 젊은 부부가 어린 딸을 환자가 있는 집에 팔아치운다.전신을 붕대로 친친 감은 환자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는 소녀를 살해해 그 피를약으로 쓴다.소름이 돋을만큼 끔찍한 상황이지만 환자부부의 우스꽝스런 표정과 말투는 무서움보다는 웃음을 유발한다. 두번째 꿈은 언제라도 적이 될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이다.낯선 자의 침입으로 집에서 도망쳐나온 일가족에게 이웃사람들은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침입자를 이웃으로 인정하고,이들을 멀리 내쫓는다.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섬뜩하게 묘사된다. 세번째와 네번째 꿈은 훨씬 더 은유적이고 우화적이다.아프리카를 탐험하던두사람이 원주민이 준 야채를 먹고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한사람은 과거를 찾고자 무작정 길을 떠나고,다른 사람은 현실에 적응해 원주민으로 눌러앉는다.자신이 누군지,어디서 왔는지,어디로 가려했는지 잊어버린채 현실에 너무 쉽게 적응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떤 상황보다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아무도 모르게 껍질만 남긴 채 모든 것을 갉아먹어버리는 흰 개미에 대한 네번째 꿈 역시 슬금슬금 인간의 마음에 또아리를 트는 이기주의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결국 이 작품은 불신,과거회피,이기주의 등 인간 본연의 약하고불합리한 심리가 어떻게 공포심으로 전이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소극장 무대가 갖는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별다른 장치없이 연극적 상상력만으로 4개의 에피소드를 무리없이 소화한 연출솜씨가 돋보인다.세번째 꿈까지 경쾌한 속도로 진행되던 극이 네번째 꿈에서 필요이상으로 늘어지면서 전체 흐름을 흐트러놓은 점은 아쉽다.20일까지.(02)764-8760이순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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