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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반 리뷰] 한국의 대표 명반 탄생을 기다리며

    체코의 ‘수프라폰’레이블로 나온 체코 국민주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명음레코드)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부럽다는것이었다. 이 음반에는 라파엘 쿠벨릭(1914∼96)과 바츨라프 노이만(1920∼95)이 각각체코 필하모닉을 지휘한 ‘나의 조국’이 들어 있다.쿠벨릭 음반은 지난 90년 ‘프라하의 봄’축제의 실황녹음이고,노이만 것은 75년 프라하의 드보르작홀에서 녹음한 것이다.둘다 각종 음반가이드가 최상위권으로 꼽고 있는 명반들이다. 새로 나온 음반은 그러나 수프라폰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다.국내에서 발매하면서 두개의 음반을 한 케이스에 담은 이른바 ‘투 포 원(2 for 1)’이다.그럼에도 ‘체코 음악은 체코 사람이 가장 잘 연주한다’는 자부심이강렬하게 느껴진다. 이 음반을 즐기기보다 부러워해야 했던 것은 한국은 이런 음반을 언제쯤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우리 작곡가의 작품을 우리 지휘자가,우리 교향악단을 지휘해 음반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이 음반처럼 해외 각국에서라이선스로 발매할만큼 보편성이 있을 것인가.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자는 누구인가도 다시 생각해 본다.안익태인가,윤이상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는 또 누구인가.정명훈인가.그렇다면 정명훈은 안익태나 윤이상의 권위자인가.한국에는 정명훈만한 지휘자가 또 있는가.게다가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수준의 교향악단은 존재하느냐 따위의 의문들이다.불행하게도 이 모든 질문에의 대답은 아직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체코는 도도하게 흐르는 서양음악이라는 큰 강물에 속해 있는 나라다. 서양음악 역사가 일천한 한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체코도 흐름의 본류라기 보다는 지류다.국민주의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변방에서 살아갈 길을 궁리한 결과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그런 점에서 이 음반은 한국음악계가 가야할 방향 만큼은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서동철기자 dcsuh@
  • [리뷰] MBC ‘이제는 말할수 있다’제2편

    MBC가 19일 밤11시35분 방영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2편 ‘끝나지 않은동백림사건’(김학영 PD)은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지난 67년 동베를린에 머물던 음악가,화가,유학생 등 200여명을 간첩혐의로검거한 동백림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당사자들의 주장이 현격하게 대립하는데도 이를 오늘의 시각에서 화해시키고 좁힐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탓이다. 제작진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관련자들로부터 “실제로 북한대사관의 경제적 도움을 받았고 그 대가로 난수표를 받아오고 다른 한국인을 소개하는 등의 도움을 줬고 평양에도 다녀왔다”는 증언을 얻어냈다.이는 선거에서 진박정희정권에 의한 자작극이라는 막연한 시각을 교정할 것을 요구한다. 당시 중앙정보부 조사과장을 지낸 이용택씨는 “이들이 당당히 북한을 다녀왔다고 진술하며 한 동포로서 한 행동인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대들었다”며 기막혀 했다.물론 박정권에 의해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왜곡된 부분도 있다. 민족주의 비교연구회라는 서울대 서클을 연루시킨 것,고 천상병 시인처럼 아무 관련없는 이들을 끌어들여 고문한 것,독일 등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연루자들을 납치해 데려온 것 등은 잘못이 분명하다.그러한 외교적 실수 때문에차관을 빌려온다는 명분하에 관련자들을 전원 석방한 것도 분명하다. 제작진의 어려움은 많았다.우선 사형선고를 받은 두명이 끝내 입을 다문 점,당시의 일에 대해 진술을 시작하다가도 카메라만 돌아가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관련자들,47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제작진을 압박해왔다. 균형을 살리면서 사건을 종합적으로 그려내려다 보니 전체적으로 애매모호한 결론이 내려지고 말았다.사전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프로그램 자체가 한없이 어려운 ‘난수표’였을 것이다. 임병선기자 bsnim@
  • [리뷰] K-2TV ‘영상기록 병원24시’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망울이 ‘ET’를 떠올리게 하는 여자어린이 김모경(7·인천시 임학동).놀이터에 나가면 흘끔흘끔 또래들이 따돌리고 제 스스로도 친구 사귀기를 꺼려하던 아이.얼굴만 남다르지 피자와 햄버거를 보면까무러치고 거울 들여다보기를 즐기는 모경이는 크루젠씨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염색체 이상으로 뇌를 둘러싼 뼈가 자라지 않아 눈·코·턱 등이 제자리를 못잡고 일그러지는 병으로 10만명 중 1명이 걸리는 희귀병이다.한살안에 수술을 받으면 정상이 될 수 있는데도 모경이는 2,000만원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했었다. 15일 오후11시에 방영된 KBS-2TV의 ‘영상기록 병원 24시’는 모경이가 수술받기 한달전 들떠하는 모습부터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의 긴박했던 순간,수술뒤 한달이 흐른 현재 밝은 표정의 모경이를 차분하고도 따스하게 그려냈다. 예쁜 얼굴이 넘쳐나는 TV화면에 비친 모경이의 얼굴은 다소 흉칙해보이기 까지 했으나 맑고 천진한 심성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왔다.‘꽃처럼 아름다운 아이가 되고 싶다’는모경이는 그 순간 이미 아름다운 존재였던 것이다. 이들 모녀를 동행 취재한 제이프로(김희나PD·02-3219-6394)는 수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울대학병원 측에 다리를 놓아주었다.이 프로가 끝난 밤12시부터 심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제이프로에는 “도움을 주겠다”며 어머니김남이씨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 프로가 감동적인 것은 모경이가 ‘예뻐질 수 있다’는 믿음을 곱게 간직하고 있었고 혼자 사는 어머니와 언니 근회(10)가 구김살없이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데 있었다. 헌옷을 수거해 길거리에서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김씨가 “(아이의 고통을)대신할 수 없어서”차마 수술장면을 지켜보지도 못하는 장면은 많은 부모들의 가슴을 헤집어 놓았을 것이다. 수술은 모경이의 뇌뼈 일부를 잘라 뇌가자랄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었다.수술에 임하는 병원측의 따뜻한 배려는 흐뭇하기 짝이 없었다. 현재 모경이의 얼굴은 이마가 앞으로 더 튀어나와 오히려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그러나 김PD는 “얼굴 모습이완전히 제자리를 잡아나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초 기획대로 모경이가 2·3차수술을 마치고 제 얼굴을 찾아나가는 1년후쯤 후속편을 내보낼 계획”이라고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
  • [리뷰] MBC 특별다큐 ‘이제는 말할수 있다’

    역사에는 자랑할 부분도 많지만 감추고 싶은 내용도 많기 마련이다.더욱이한 핏줄을 나눈 민족끼리,그것도 양민을 무장군경이 학살한 비극을 드러낸다는 것은 용기에 속한다. MBC-TV가 12일 밤 11시30분 방영한 특별기획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첫편 ‘제주 4·3’(김윤영 기획,이채훈PD)은 이같은 용기를 보여주었다. ANCARUM이란 통신명을 사용하는 김모씨는 “(MBC의)용기에 감사드리며 단지방송시간이 너무 늦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시청소감을 보내왔다. 제작진은 1948년 ‘5·10’단독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좌익 무장대가 관공서들을 습격하면서 시작된 이 비극의 발단과 전개과정,미국의 역할 등을 6개월의 치밀한 준비 끝에 밝혀냈다. 미군정은 당시 그날그날의 사태전개를 문서로 보고 받았고 전투기의 위력시위,구축함의 해상봉쇄,통신부대의 항공촬영 등으로 이승만 진영과 친일경찰,우익청년단의 ‘빨갱이 사냥(Red Hunt)’으로 불린 초토화작전을 거들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승만정권 수립후에는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초토화작전에 도움을주었다.결국 1년2개월여만에 제주도민 10명 중 1명꼴인 3만여명이 희생됐다. 당시 좌익세력의 무장이 허술한 상황이었고 조직 자체가 궤멸직전이었다는점을 일본에 건너간 전 남로당 간부 등의 증언을 통해 확보한 것은 돋보였다.특히 ‘꿩 잡는 게 매’라며 친일경찰을 끌어들여 학살을 주도하게 한 조병옥 경무부장의 행적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욱이 전두환정권 때까지 유가족들이 경찰의 검속을 받아 침묵을 강요당했다는 것은 이 참극의 현재적 의미에 귀기울이게 한다. 그러나 제작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이 문제에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지난 6월 방영예정이던 이 기획이 경영진의 압력으로 연기되다가 이제야 방송을 탄 사정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4·3과 겹쳐보이는 광주항쟁을 애써 외면한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다음주에는 동백림간첩단 조작사건의 진실이,10월3일에는 여순반란사건이 오른다. 임병선기자 bsnim@
  • [리뷰] 과천 세계공연예술제‘난타 99’

    지난 주말 개막된 제3회 과천세계공연예술제의 최대 화제작은 단연 PMC환퍼포먼스의 ‘난타99’였다. 11·12일 하루 두차례씩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 공연은,전회 매진으로 보조석도 모자라 입석 관객까지 빽빽히 들어찰 정도의 성황을 누렸다.8월 한달간 영국 현지 언론이 ‘쿠킨(난타의 영문 제목)’에 선사한 온갖 찬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관객이 대부분인 듯했다. 한국 연극사상 처음 참가한 세계 최대의 공연축제,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난타’는 ‘별 5개의 최고 평점’(더 이브닝 뉴스)‘오늘의 볼만한 작품 1위’(더 스코츠맨)‘꼭 봐야할 작품 20’(더 리스트)등으로 대서특필됐다. 이제 막 돌아온 영국공연에서의 감흥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이들의 공연은 어느때보다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쳐보였다.4명의 요리사가 온갖 주방도구를 자유자재로 ‘요리’해 뽑아내는 폭발적인 리듬은 환상적이고,오랜 숙련으로몸에 밴듯한 이들의 칼다루는 솜씨는 묘기에 가까울 정도여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공연은 지배인의 조카인 신참 요리사와 기존 요리사 3명이 벌이는,심각하지않을만큼의 적당한 갈등요소를 기본 드라마로 끌고가면서 한시간에 결혼피로연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역동적이고,재치있게 보여준다.객석을 위한 팬서비스도 재밌다.편을 갈라 게임을 유도하는 극중 이벤트는 관객을 구경꾼으로만 놔두지 않고 공연의 한 축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가 된 ‘난타’는 광주(15일까지)속초(21∼30일)등지방 공연에 이어 다음달 미국 디즈니월드,내년 1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국내외를 넘나드는 공연스케줄이 숨가쁘게 잡혀있다. 이순녀기자
  • [리뷰] 백건우·강석희의 피아노협주곡

    7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서울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서울시교향악단의연주회가 열렸다.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인 백건우가,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한 사람인 강석희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했다. 백건우의 피아노는 충실했고,서울시향도 짱짱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여기에 페란디스의 정밀성이 가세해 창작음악 연주로는 유례가 없는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주최측도 이 연주회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대개 협주곡은 연주회의 전반을 마무리하게 마련이지만,이날은 연주회의 중심인 후반부 첫번째에 배치됐다.다른 레퍼토리는 협주곡을 위한 전주곡과 에필로그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짜여졌다.그러나 준비가 완벽하다고 해서 모든 연주회가 성공하는것은 아니다.청중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청중들은 어떻게 강석희의 협주곡에 환호할 수 있었을까. 강석희는 국제무대에서는 잘 알려진 작곡가다.그럼에도 국내청중들은 강석희보다는 백건우를 보러 갔는지 모른다.또 이 곡이 지난해 프랑스 연주에서호평을 받은 데 적지않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당시 연주도 백건우와 페란디스가 맡았다.어떻게 보면 이날은 백건우가 ‘국제적 공인’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강석희 협주곡의 정당한 평가를 요구하는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여기서 ‘스타’에게 부여된 책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기나라 음악’이 있는 연주자는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기가 매우 수월하다고 한다.그 나라 음악에 관한한 권위자로 인정받기 때문이다.러시아나 헝거리,체코 등이 모두 그렇다.이날 연주회만 해도 페란디스는 강석희를 빼면드뷔시·미요·라벨 등 자기나라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채우지 않았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음악’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 연주자가 된 한국인들의 노력은 그만큼 눈물겨웠다.따라서 후배들 만큼은 같은 어려움을 겪지않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제무대에서 한국작곡가의 작품을 자주 연주하여 한국음악을 일반적인 레퍼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른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연주자’가운데 누가 그렇게 하고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본다.이날 백건우의 강석희 연주가 정말 아름다웠던것은,그가 이런 생각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美 세계경제硏 벅스턴소장 홍콩誌 기고

    워싱턴에 있는 세계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벅스턴 소장은 파 이스턴 이코노미리뷰 최신호에서 오는 12일∼13일 열리는 오클랜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는 역내 무역자유화를 앞당기는 획기적 조치들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93년부터 2년간 APEC 현인그룹의장을 맡기도 했던 그의기고문 ‘침체된 APEC 활성화를 위해’를 요약한다. 96년까지 APEC정상회의는 매우 활발한 활동을 했다.93년 시애틀회의에서는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아태경제공동체’창설이 결정됐고 95년 오사카,96년 마닐라 회의에서는 이의 실천 방안들이 마련됐다. 그러나 그 이후 눈에 띄는 업적이 없었다.97년 벤쿠버회의에서는 경제위기타개 방안이 일부 논의됐고 98년 쿠알라룸푸르회의에서는 내세울 만한 업적이 거의 없었다.APEC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금년에도 주요 의제에올라있지 않다. 역내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무역자유화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다.일본은 현재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생선,목재에 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분야별 자유화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30년래 최대의 경제호황을 누리면서도 관세장벽을 낮추지 않고 있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는 자국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하고 WTO(세계무역기구)에가입하겠다는 중국의 제의를 받아주지 않고있다.주요 품목에서 중국의 수출을 계속 제한하고 싶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경제는 무역자유화를 통한 전진과 보호주의를 통한 후퇴가 되풀이돼 왔다.지금 유럽,라틴아메리카,일본,미국에서 보호주의가 다시기세를 부리고 있다. 자유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전기가 마련돼야하는데 이번APEC회의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오클랜드 정상회의에서는 오는 12월 시애틀 WTO회의에서 출범하는 새다자(多者)라운드를 지지하는 성명을 채택키로 돼있다.그러나 APEC이 WTO를응원하는 치어리더역에 머물러서는 안된다.WTO체제 역시 미국이 적극적으로나서야 활성화가 된다.유럽은 미국이 나서지 않는 한 자기들도 민감한분야의 무역자유화 조치를 먼저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년전 ‘아메리카 자유무역지대’가 출범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본격적인역할을 못하고 있다.무역정책을 둘러싼 미국내 이견으로 신속조치안이 의회에서 두번이나 부결됐고 조만간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무역자유화를 위해 이번 APEC회의에서 다음의 두가지 조치를 취해야한다.첫째,오는 2010년이나 2020년까지 무역자유화를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재다짐하고 실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WTO에 APEC의 이같은 의지를 전달하고 지지를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전세계 무역자유화라는 목적을 실현하는데 APEC가선두역할을 하자는 말이다.둘째,역내 무역자유화 촉진을 위해 새로운 상호및 역내 자유무역협정을 만들 협상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 역내 자유무역지대는 우선 ‘태평양 5대 연안국’(Pacific Five,P-5)이 모범적으로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P-5는 오스트레일리아,칠레,뉴질랜드,싱가포르,미국이다.이들 5개국은 이미 예비회담을 가진 바 있다.미국내에서 다른저임금 나라들과의 장벽개방에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있지만 크게 문제되지않을 것이다. P-5는 오는 2010년까지 모든 무역장벽을 없앤다.이후 참여 범위를 가능한빨리 다른 회원국으로 넓혀나간다.오클랜드 정상회의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이주의제로 논의되고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 [리뷰]‘99 한국을 빛낸 발레스타’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 강수진을 비롯해 지난달 일본 기타규슈와 도쿄의 국제 콩쿠르에 참가,각각 1·2위를 차지한 노보연·황혜민(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재학)에 이르기까지.소속을 달리해 국내외에서 제각각 활동하는 우리의 발레스타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일은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99한국을 빛낸 발레스타’의 첫 공연이 열린 지난 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발레팬들의 갈채와 환호로 그득했다.개막시각을 30분 넘게 남기고 이미 로비를 꽉 채운 설렘과 흥분은 공연 내내 지속됐다.무용수들이 출연할 때마다 객석은 뜨거운 박수로 물결쳤고 이에 보답하듯 출연자들도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국내 최고 인기를 다투는 김지영­김용걸,김주원­이원국 커플(이상 국립발레단)의 무대는 특히 화려했다.김지영­김용걸은 ‘차이코프스키의 파 드 되(2인무)’에서 정상급 테크닉과 빈틈없는 호흡을 과시했다.이원국의 세련미와 김주원의 풋풋한 매력도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를 빛나게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 데뷔무대였던 유지연(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부진함이었다.롤랑 프티 안무 ‘카르멘’가운데 사랑의 듀엣을 오랜 파트너와 함께 추었는데,왠지 굳어 있었다.빡빡한 귀국일정 탓에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아서였을까,아니면 첫무대라 너무 긴장한 탓이었을까. 화룡점정(畵龍點睛),용 그림에 눈동자를 그려넣듯 이날의 공연을 완성한 사람은 역시 강수진­로버트 튜슬리 커플(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었다.올해 ‘발레의 오스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우수 여자무용수상을 받은 작품 ‘카멜리아 레이디(춘희)’3막의 2인무를 국내팬들에게 선보였다. 죽음을 눈앞에 둔 춘희의 절망,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와의 마지막 정사.그 슬픔과 고통은 물흐르듯 자연스레 표출됐고 객석에서는 너무나 편안하게 그 감정을 빨아들일 수 있었다. 강수진의 무대에는 ‘화려한 테크닉’을 훌쩍 뛰어넘는 ‘인간의 감성’이존재했다.그리고 그것이야말로,세계 정상의 발레리나가 후배들에게 가르쳐준 발레의 본바탕이었다. 이용원기자 ywyi@
  • [리뷰] 강남역 네거리

    지난 1일 대학로 강강술래소극장에서 막올린 ‘강남역 네거리’는 실험성이도드라진 작품이다.극 내용으론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심리극이지만 기존 사이코드라마와는 다르다.또 극중 메탈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에도 본격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다.올초 연극 음악 무용계의 젊은 학자들이 모여 만든 예술학회 ‘집현전’은 자신들의 첫 작품에 ‘메탈심리극’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극은 배우들이 라이브로 연주하는 금속성의 메탈음악으로 시작된다.오피스텔,룸살롱,학원 등이 뒤섞인 강남역 네거리에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든다.유아 성도착증에 빠진 교수,자학증 호스티스,약물중독 기타리스트,뒷골목 소매치기 여고생 등은 범법행위로 구속되지만 모두 정신병자로 판정받아 석달간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의사는 역할극과 최면요법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이들을 치유하려 하나 결국 자신도 정신병자가 되고 만다. 물질적 풍요의 공간인 강남역,그 휘황한 네온사인아래 불나방처럼 모여든 4명의 ‘비정상적’인물들은 항변한다.‘정상인과 정신병자의 구분은 무엇이며,어쩌면 정상인이라 주장하는 당신들 모두가 정신병자가 아닌가’라고. 그러나 이러한 도발적인 메시지는 극중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지 않고 물위의기름처럼 겉돈다.구태의연한 인물들의 캐릭터,반전없는 밋밋한 극 전개는 관객들에게 ‘나는 과연 정상인인가’고 자문하게 하는 대신 지루함을 느끼게한다.수시로 연주되는 강한 비트의 메탈음악이 주는 효과 역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경험없는 배우들이 1년간 연습했다는데,이들의 노력이 엿보이긴 하지만 서툰 연주가 극의 흐름을 방해한 측면도 없지 않다.관객들이 아마추어의 장기자랑을 보려고 극장에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검은 천과 흰색 띠로 처리한 독특한 무대 등 돋보이는 점도 있지만 ‘강남역네거리’는 새로운 형식만 있을뿐 새로운 내용은 없는,‘평범한 실험극’에그치고 말았다.30일까지.(02)3431-4140. 이순녀기자
  • [리뷰] 민병헌 사진전

    민병헌 사진전이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작품은 모두 흑백으로 세 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이 작가는 우리와는 아주 다른 생각을 갖고 사진을 찍는구나하고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보는 즉시 맨눈보다 더 분명한 형상과 자기 눈으로 볼때보다 더 확실한 느낌을 당연한 듯 기대한다.그러나 민병헌의 사진은 형상이 흐릿하든가 의미가 모호하다. 이 얼핏 사진답지 않는 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고 마음에 와 닿는다.그는 사람들이 사진을 볼 때 부지불식간에 갖게 되는 ‘엿보기’ 욕망을충동질하거나 아부하기를 거부하고 있다.엿보기를 단념할 때 사람들은 무관심해지든가,아니면 비로소 맑은 호기심으로 사진을 들여다 본다.민병헌의 흐릿한 사진은 당차게도 관람자에게 시시한 욕망을 버리든지,자리를 뜨든지의선택을 요구한다. 관람 끝자락에서 우리는 모처럼 그윽해지고 정갈해진다.특히 전시의 첫 시리즈 ‘안개’ 연작은 극적인 연계를 가지고 전개된다.눈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 속에 갇히듯 시리즈 첫 사진들은 가슴 답답하게 흐릿하다.조금씩 안개가 풀리는 것처럼 사진의 윤곽이 차츰 드러난다.그러나 작가가 마지막 ‘극적’ 사진에 얼마 만큼의 심적 노출을 허용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잡초’ 연작은 환한 낮에 찍어 모습은 분명하나 뜻이 쉽게 잡히지 않는사진들이다.작가는 의미의 단서같은 것을 관람자에게 선사할 생각은 애초에없다.결국 우리는 무심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고 고승의 뜬금없는 한 마디를 들을 때처럼 생각의 잔잔한 흐름에 몸을 내맡긴다.그때 땅의 주인이라고 폼을 재는 인간이나 관람자의 시선따윈 존재하지도 않는 양 자존하는 잡풀들이의미있게 다가온다. 김재영기자
  • [리뷰] 한국화가 김병종 ‘화첩기행’전

    한국화가 김병종의 ‘화첩기행’전이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29일까지 열리고 있다.‘화첩기행’은 작가가 지난해 초부터 한해 반 동안 신문에 실은 우리나라 근·현대 예술가들에 대한 기행연재물로 글과 그림이 다함께 호평을 받았다.이번 전시는 신문 연재 그림 중 일부를 선별해 내 놓았다. 기행담·기행화인 만큼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진 예술가들을 특정 지역과짝지워 내보인다. 서정주와 고창,이효석과 봉평,이미륵과 뮌헨 등 대다수 짝들이 그림 이전부터 어떤 울림을 갖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림 또한 요즘 것 답지 않게 먼저 말을 걸어오고 그것도 아주 쉬운 말이라 관람자들은 맘 편하게 끌려 들어간다.그림의 형상들은 내숭떨지 않고 활달하며 색채도 금제(禁制)에서 금방 풀려난 듯 거침이 없다.쉬운 내용을 목소리 좋은 사람에게서 재미있게 전달받는 기분이다. 이 점이 이 기행화의 장점이자 한계다.작가는 결코 간단치 않을 한 예술가의 인생역전과 영혼을 특정 지역의 속전속결식 횡단을 통해 간취하려 한다. 단편적 느낌을 강렬하게 만들기 위해생각을 적극적으로 차단한다.시각적으로 뛰어난 이미지 몇 개를 뽑아 아주 효과적으로 조합시키고 있다.이미지와이미지 사이의 휑한 틈을 숨기기 위해 이미지를 과장한다.색을 너무 쉽게 쓴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이 매력적인 그림은 관람이 길어질수록 결국 기행인상기이며 글의 이해를돕는 삽화임을 분명히 말해준다.그림 옆에 붙어 있는 글들을 삭제하고,예술가와 지명의 제목을 가리고서 작가 몫인 그림만을 보면 예쁘지만 속이 없는여행지 그림엽서가 연상된다. 관람자에게 말을 걸어오지도 않고,말을 한댔자 어려운 말만 혼자 중얼거리기 일쑤고,색깔도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본격 회화를 문득 그립게 만드는 전시회다. 김재영기자
  • [리뷰] 장진 연출‘허탕’

    객석에 들어서면 머리 위에 매달린 10여대의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엇에 쓰이는 걸까’의아해하는 사이 막은 오르고,궁금증은 이내 풀린다. 두터운 철문,한쪽 벽의 쇠창살,그리고 죄수복만 아니라면 도심의 어느 아늑한 원룸 오피스텔쯤으로 보이는 ‘호화 감옥’이 이 연극의 무대.모니터는바로 감옥 구석구석을 훑는 감시카메라이면서,때로는 배우들의 심리와 연출자의 의도를 관객에게 일러주는 중간 매개 역할을 한다. 지난 7일부터 대학로 학전그린에서 장기공연중인 ‘허탕’은 연출자 장진 특유의 재치와 풍자가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이다.연극 ‘택시드리벌’‘매직타임’으로 시작해 영화 ‘기막힌 사내들’‘간첩 리철진’을 거쳐 다시 대학로로 돌아온 그의 손에는 이전보다 더욱 날렵해진 ‘웃음’의 무기가 들려있다.그는 이 무기로 ‘실존과 허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재치있게 해부한다. 현실세계를 은유하는 우화적 공간인 ‘호화 감옥’에 수감된 세 죄수,장덕배,유달수,서화이가 보여주는 각각의 모습은 ‘우리는 어디있고,무엇을 하고있는가’라는 난처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잡범 덕배는 끊임없이 탈출을 꿈꾸지만,사상범 달수는 화이와 사랑에 빠져감옥에 안주하려 한다.바깥 세상에서 모진 일을 겪은 화이는 기억 저편의 세계로 도피해버린 상태다. 죽을때까지 인간이 안고가야할 근본적인 물음이면서,일상에서 흔히 배제된‘실존의 문제’에 맞닥뜨렸을때 괴롭지 않을 관객이 있을까.배우들의 재기넘치는 언어유희에 폭소를 터트리면서도 마음까지 웃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예상치 못한 극 전개방식은 관객을 계속해서 긴장시킨다.특히 후반부사이코드라마형식으로 화이의 기억을 재생하는 부분은 관객을 일순 몰입하게 하는데,너무 인상이 강한 탓에 전체 맥락에서 튀는 느낌이 없지 않다. ‘이야기 흐름’을 따라잡는 재미도 있을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은 다소 피곤한 일이다.물론 인간 실존적 고민에 비하자면 하잘 것 없겠지만.10월31일까지.(02)763-8233. 이순녀기자
  • 할리우드는 ‘토마스 해리스’를 택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토마스 해리스는 할리우드가 가장 선호하는 작가들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헤밍웨이의 소설은 ‘무기여 잘있거라(1929)’‘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등 여러편이 영화화됐다. 그러나 헤밍웨이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소설의 성공에 비하면 별다른 평판을 얻고 있지 못한 반면 해리스는 최근 가장 잘나가는 영화작가라고할만 하다.‘블랙 선데이(1975)’를 시작으로 ‘레드 드래건(1981)’‘양들의 침묵(1988)’ 등 그가 쓴 3편의 소설은 모두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게다가 지난 6월 펴낸 4번째 소설 ‘한니발’의 영화판권은 사상 최고액수인 800만달러에 영화사로 넘겨졌다. 왜 ‘위대한’ 작가 헤밍웨이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면 그저 그렇고,작가로서는 격이 떨어지는 해리스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면 성공을 거두는가. 워싱턴 포스트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헌터가 최근 이 문제를 다루었다.그는미국 영화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소설과 영화의 현대적 상관관계에 이르는 광범위한 시각에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이유를 도출해 냈다. 헌터는 겉으로만 보면 헤밍웨이처럼 영화적인 소설가는 별로 없다고 말한다.줄거리는 직선적이고,항상 이국적 장소가 배경이 된다.여기에 격렬한 액션과 클라이맥스로 끝을 맺는다.서구적 영웅의 이미지를 실제로 신화화했다. 그의 인물은 결코 불평하지 않고,직무에 충실하며 큰 논쟁이나 속임수를 싫어한다.쓸데없는 일이 될지라도 불명예를 안고 떠들석하게 사느니,차라리 우아하게 조용히 죽는다.그들은 결코 수다쟁이나 위선자가 아니다.소설 속의인물들은 거의 영화적으로 대사를 말하고,결코 감정을 숨기는 일이 없다.그러므로 헤밍웨이의 소설에 기초한 영화는 7분만 지나면 앞으로의 스토리를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1946년판 ‘킬러’와 1943년판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전형적이다. 그의 작품으로 영화화에 성공한 것은 단편이다.간결하면서도 굳건한 멜러드라마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그레고리 펙이 나오는 ‘킬리만자로의 눈’은 공허했지만,원작 ‘프란시스 머컴버의 짧고,행복한 생애’를 바탕으로한 ‘머컴버의 정사(The Macomber Affair)’는 아주 훌륭하다.그의 영화는대작이고,중요하게 취급될수록 더욱 졸작이 된 셈이다. 헤밍웨이가 노벨상과 퓰리쳐상을 받고,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보다 더 많이잡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하면서,영화계에서 보는 그의 가치도 높아졌다.그러나 감독이나 극작가들은 그의 작품을 각색하면서 씌어진 것을 보존하고,기록하려는 고려없이 이야기를 영화형태로 불태우고 잘라내고 구부려댔다. 해리스에게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그는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첫페이지에 한번도 서 본 적도 없지만,그의 작품은 헤밍웨이 각색물이 결코갖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었다.해리스는 헤밍웨이가 몰랐던 것을 알았고,할리우드 또한 해리스가 헤밍웨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50년대의 미국 영화산업은 그야말로 ‘산업’이었다.감독의 선호도가 아닌,다양한 요소가 개입됐다.헤밍웨이의 높은 명성은 또한 항상 스튜디오 서열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감독들에 의해 제작되는 것을 의미했다.그들은 거물이나 제작자에게 적응하는 법을 배워온사람들이기 쉬웠다. 기회나 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며,한번도 이단자로 불려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그들의 임무는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의 화려한 경력을 지속시키는 데 있었다. 해밍웨이와 해리스 사이에는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헤밍웨이는 할리우드의 전형적 대사형태가 정착되기 이전의 작가지만,해리스는 이후에 글을 썼다. 이런 환경의 차이는 두 사람의 작품에 미묘한 영향을 주었다.헤밍웨이는 영화에 영향을 미쳤으나,해리스는 영화로 부터 영향을 받았다. 헌터의 결론은 이렇다.“스토리를 말하려면 헤밍웨이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지만 영화라면 해리스의 방식이 더 낫다”는 것이다./서동철기자 dcsuh@*헤밍웨이는 문학적, 해리스는 시각적 헤밍웨이와 해리스의 소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워싱턴 포스트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헌터는 “헤밍웨이가 문학적이라면,해리스는 시각적”이라고 평한다. 그는 헤밍웨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스토리에 대한 헤밍웨이의 생각은한결같이 원인과 결과다.그가 모티브를 설정하면,줄거리 안에서 액션이 따라간다.저변에 있는 모든 이야기는 이성적 행동과 맞아떨어져야 한다.사리에맞는 이야기가 제시되면 논리적인 청사진이 뒤따른다”. 예를 들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나오는 로버트 조던의 기품은스토리상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결정한다.그는 스페인 내전의 와중에서 부질없이 다리를 공격한다.자신을 던지려는 로버트 조던의 의지가 그의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다.생각이 행동을 계산하고 적절한 경로를 밟은 뒤 모질지만 고상한 종말이 뒤따른다. 이같은 헤밍웨이의 작품은 특히 자신만의 스타일 감각이 없는 보수적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옮겨졌을 때 죽어버리기 십상이다. 반면 해리스는 그가 다른 사람의 소설에서 배운 만큼 많은 것을 영화로 부터 배웠다.그는 일종의 시각적인 속기법을 배웠고,이성에 매달리는 것이 이야기 전달에는 불필요하다는 것도 깨우쳤다. 그는 스토리 사이에서 교차되며 일어나는 긴장이 환상을 유지시켜 주기에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예를 들어 ‘양들의 침묵’에서 시카고의 FBI가범인이 아닌 사람에 다가서는 반면 작품속의 클라리스 스털링(영화에서는 조디 포스터가 이 역할을 맡았다)은 오하이오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범인에게 다가선다.그것은 흥분시키기 보다는 극의 리듬이 된다.그런 의미에서 해리스의 소설이 아름답게 씌어지기도 했지만,자체로 영화적일 만큼 묘사가 생생하다. ‘양들의 침묵’은 논리적인 것 보다 시각적인 것이 가지는 힘의 우위를 보여준다.주인공 렉터(영화에서는 앤터니 홉킨스)는 마스크가 씌워진 채 유리벽 뒤에 묶여 있다.마스크는 인간 광기의 이미지로,문학적 감각보다는 시각적 효과를 낳는다.
  • 고건서울시장 美하버드大 학술誌 기고문 요약

    고건(高建) 서울시장이 ‘부패와의 전쟁-서울의 사례’를 주제로 쓴 기고문이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학술지 ‘아시아퍼시픽리뷰’의 여름호에 실렸다.기고문 내용을 요약한다. 지난 97년 국제투명성위원회가 조사한 부패지수에서 한국은 52개국 가운데34위를 차지했다.이 수치는 지난 30년 동안 ‘한강의 기적’을 구가해온 서울시의 현주소를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서울시는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리는 것이 서울시정 앞에 놓인 핵심과제다. 공무원 사회에는 아직도 ‘시민들은 행정의 고객이자 감시자가 아닌 행정의 대상’이라는 개념이 남아있다.이 때문에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현대사회에서도 관료와 시민 모두 과거의 제도적,행태적 틀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며,이 속에서 공무원들의 독직과 복지부동의 행태가 퍼지고 있다. 한국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공무원 윤리헌장과공직자 윤리법,정보공개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조치도 취했다.하지만 법구조가 다원적이고 복잡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감사기관 상호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빈자루를 꼿꼿이 세우기 힘들듯이 하위 공직자의 생활보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무엇보다도 부패추방의 파수꾼이 될 시민사회의 제도적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부패는 부패가 생기는 구조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철저하게 감시하며 부패공무원을 엄정하게 문책하는 시스템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부패척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우선 부패의 빌미를 제공하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공무원과 민원인의 유착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공무원 지역관할제도 철폐했다. 또한 이권개입소지가 큰 민원업무 10개 분야 27개 사업을 골라 모든 처리단계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민원처리공개방’을 개설,시민과 상급자가 수시로 감시하도록 했다.‘햇빛보다 좋은 방부제는 없다’는 원칙에서다. 이와 함께 부조리신고엽서제나 서울신문고 등 민원인이 직접 시장에게 민원해결을 요청하거나 비리를제보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서울시 모든 부서의 청렴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한 뒤 그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청렴지수제’ 역시 시의 역점사업이다.시는 ‘운이 나빠서 걸렸다’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부정을 저지르면 언젠가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공무원 스스로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공직풍토를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것이 중요한 시정목표이자 서울시민의 기대인 만큼 반부패투쟁과 시정개혁은 분리할 수 없다.취임할 때 시민과 약속한 ‘유리알같이 맑고 깨끗한 행정’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정리 최여경기자 kid@
  • 홍콩 시사주간지“이회창총재 세풍으로 정치적 위기”

    [홍콩 연합]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일관성 없는 정책과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홍콩의 시사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이 잡지는 12일자 기사에서 ‘97대선에서 패배한 이 총재가 지난해 8월 한나라당 총재로 선출된 데 이어 6.4보선에서 당선되는 등 중앙정치무대에 당당히 복귀한 것으로 보였으나 정책 혼선 등으로 당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뷰는 이 총재가 통일정책에서는 약간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경제,노동정책 등에 대한 일관성 결여와 지도력 부족 등으로 당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잡지는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이 총재가 현재 검찰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 수사와 분열 위기의 당을 화합시켜 나가는 두가지 문제로 지도력에 상처를 입게 될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하면서 이 총재의 정치적 장래는 대선자금 조사 결과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다음은 기사 요지. “97대선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패한 이회창 총재는 지난해 8월한나라당 총재로 재선출된 데 이어 올해 6.4보선에서 당선되는 등 중앙 정치무대에 복귀했다.이 점은 여러 면에서 볼때 주목할만한 큰 전환이었다.선거에서 패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국에서 볼때 이 총재는 대선 패배로 강직한 법관 출신 전직 총리라는 이미지가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내년 4월 실시되는 총선 체제에 들어간 가운데 이 총재는 정책 혼선 등으로 인해 당을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난에 또 다시 시달리고 있다. 그는 현재 검찰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 수사와 분열에 처한 당을 화합시켜 나가야 하는 두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자칫 지도력에 상처를 입게 될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총재는 일관성 없는 정책들로 인해 당내 계파들을 분열시키고 당료들 사이에 세대차 문제로 고통을 유발시키는 등 당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을듣고 있다.정치 평론가들은 특히 한나라당의 경제정책이 모순으로 가득찬 잡탕밥이라고 부르고 있다.이 총재는 막대한 부채를 진 대기업들을 ‘시장 원리’에 맡겨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대출은 대부분 한나라당의 집권 당시 정치적 특혜로 이뤄진 것들이다.또 지난 96년 근로자 해고를허용하는 노동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 총재는 지금 정부의 해고 근로자 지원정책이 미흡하다고 정부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세청에 의한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이 국가기관에 의해이뤄졌다는 점을 중시,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할 것 같지 않다.이런 상황에서한나라당의 당내 인사들도 이 총재의 정치적 장래가 대선자금 조사 결과에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 [리뷰] 국립극단 ‘무의도 기행’

    국립극단이 대학로 나들이에 나섰다.공연작은 지난달 국립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던 함세덕의 ‘무의도 기행’이다. 막이 오르면 1938년 서해의 작은 섬 무의도의 용유보통학교 졸업식 광경이관객을 맞는다.‘주름막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면서 ‘추억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첫찌 졸업생’이면서도 진학을 못한 천명(구성춘)을 달래려고 교사 함세덕(박상규)은 자신의 희곡 ‘산허구리’가 실린 ‘조선문학’을 선물한다.이에 천명은 작가의 꿈을 키운다. 첫 장면만 봐도 주인공의 앞날이자 작품 전체의 분위기인 ‘비극적인 운명’을 감지할 만하다.끼니 때울 거리를 걱정해야하는 삶터와 ‘심약한 문학청소년’은 화해할 수 없는 평행선이다.나머지는 ‘슬픈 예고편’을 살찌우는 재료들이다. 시계추가 3년을 훌쩍 뛰어넘어 다양한 인물이 무의도를 채운다. 천명(이상작)의 자질을 아껴 사위로 삼으려는 한의사 구주부(김재건)와 자신의 고깃배에 태우려는 외삼촌 공주학(이문수)이 줄다리기를 펼친다.천명의부모 낙경(장민호·최상설)과 공씨(백성희·이혜경)의 무기력한 탄식도 이어진다.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는 주민들의 걸죽한 입담을 곁들이면서 아름다운 우리말과 한폭의 수묵화 같은 무대 장치로 ‘빛바랜 흑백 풍경’을 세밀하게 엮어간다. 연출가 김석만의 눈길은 담담하다.한치의 덧붙임도 없이 잔잔하게 묘사한다. “옛 작품을 오늘날에도 옛 것처럼 보이게 하자”는 작업 태도로 시종일관하는,잔인할 정도의 냉정함을 보인다.죽을 줄 알면서도 배를 타는 천명을 통해 ‘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차분하게 담아낼 뿐이다.가난과 싸우자고 선동하지 않으며 ‘처절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감각적인 장르가 인기를 주도하는 세태에 이 ‘씨알도 안 먹힐’작품에 눈길이 가는 까닭은 서정성과 사실성에 있다.느릿느릿하지만 한 장면씩 넘어가는 잔상은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역설적 아름다움은 기어코 눈가를 적신다.8월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2274-1173이종수기자
  • CSFB는 어떤 곳

    CSFB는 어떤 곳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 산하의다국적 투자은행으로 스위스 3대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와 미국 ‘퍼스트 보스톤’의 합병회사다.금융권위지인 인터내셔널 파이낸싱 리뷰가 최근세계 30대 대형은행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25년간 기업 인수·합병(M&A)등 경영전반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린 회사로 평가됐다.지난해 매출액은 67억1,300만달러이며 98년말 현재 자산규모는 2,907억달러다.영국에 본사를 둔 CSFB증권은 CSFB의 자회사로 96년 국내에 지점을 개설했다.
  • [리뷰] 공옥진-1인 창무극

    18일까지 대학로 동숭홀대극장에서 열리는‘공옥진-1인 창무극’은 다시 한번 ‘광대’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무대다.9개월의 투병생활 뒤여서인지 약간은 부대낀다는 느낌을 주지만 관객을 쥐었다놓았다 하는 마력은 여전했다. “무대에 올라가 쓰러지고 싶어서 살아왔습니다.‘제2의 옥진이’가 된 심정으로 한판 놀아볼랑께 잘 보쇼.” 병마를 이긴 공옥진씨는 비장한 어조로 춤판을 열었다.이어 죽을 고비를 세번이나 넘긴,켜켜이 쌓인 한을 ‘살풀이’춤사위로 풀어냈다. 비장과 숙연함은 잠깐,‘심청가’를 부르며 특유의 해학과 익살을 터뜨리자객석을 가득 채운 ‘할머니 부대’의 웃음소리가 자지러졌다. 뺑덕어멈의 간교하면서도 요염한 모습과 심봉사의 퉁명스러움, 심청의 청순함을 혼자 토해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심청의 애끊는 듯한 창에 박수가 터지자 흥이난 그는 소매를 걷어부치며 ‘트레이드 마크’인 꼽추춤과 다양한 얼굴연기로 응했다. 공옥진씨가 잇단 육두문자로 다가서자 팔짱을 끼고 점잔을 빼던 관객도 도리가 없었다.“우후”“얼씨구”등 추임새에 맞춰 두 손을 높이 들고 좌우로흔들며 가요 ‘눈물젖은 두만강’과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불렀다. 광대와 구경꾼이 따로 없었다. 2부는 재담과 원숭이춤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뇌일혈로 쓰러진 뒤 재기하려는 몸짓을 춤으로 그렸다. 굽은 왼손과 발을 펴려고 안간힘을 쓸 땐 안쓰러운 한숨이,손가락이 하나씩 펴질 땐안도와 환호의 박수가 터졌다.‘관객을 읽을 줄 아는’그의 탁월한 능력을다시 한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간간히 양념처럼 재담을 섞으며 입심을 자랑하다가‘원숭이춤’에서 흥겨움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버선을 벗어던지고 속곳마저 걷어올리자 뼈만 남은앙상한 발이 드러났다. 그러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가‘원숭이’를 무대 위에 창조했다. 춤판이 끝나고 조명이 꺼져도 박수는 그치지 않았다. 역시‘시대의 광대’공옥진이었다.(02)743-6474이종수기자
  • 국내 외국계기업 직급호칭 파괴

    국내 외국계 기업에 대리,과장,부장 등 직급호칭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은 기존의 대리,과장,부장,이사 등으로 분류된 직급 호칭을 없애는 방안을 놓고 300여명의 직원들로부터 의견을 받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이미 연봉제를 시행,직급 호칭의 중요도가 낮아진 상태여서 직원 대다수가 직급 호칭 폐지에 동의하고 있으나 직급 호칭을 대체할 마땅한 용어가 없어 적당한 호칭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6년간 직급호칭을 유지해 온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이런 변화는 인사및 조직 문화를 수직적 관계에서 외국에서처럼 업무 중심의 수평적 관계로바꾼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오라클은 지난 달부터 630여명의 임직원에 대한 직급을 완전히 없애고 사장,본부장,실장,팀장 등 4가지 직책을 호칭으로 이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국내 외국기업 중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코리아는 지난 89년 창사하면서대표이사외 전체 임원을 매니저(manager)로 통일했다.부하 직원이 있으면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로,부하 직원이 없는 관리자는 ‘인디비주얼컨트리뷰터’(individual contributor)로,피플 매니저의 부하직원은 직무에따라 회계사(accountant)등 직무 별로 호칭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외국기업들이 현지 실정에 맞는 ‘토착화’를 지향하고 직원들의 대외 영업력을 높이기 위해 직급을 둬 왔던 점을 감안할때 외국 기업의 이같은 변화는 연봉제 시행과 맞물려 국내 기업의 직급 파괴에도 적지않은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리뷰] 손진책 연출 ‘그, 불’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그,불’(김용옥 작·손진책 연출)은 한눈에 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평소 말수가 적은 연출자의 성격을 나타내듯 대사를 뼈대만 남기고 군더더기는 모두 잘라냈다.대신 배우의 동작이나 이미지 중심으로 극을 간결하게만들었다.특히 무대 좌우와 뒷면을 도자기 보관대로,앞쪽을 가마로 활용한세트 설정이 관객을 끌어당긴다.장중한 음향도 작품의 멋을 한껏 높여준다. 이런 치밀한 연출에 힘입어 14대 400년을 이어온 ‘조선 도공(陶工)의 한(恨)’은 공연시간 1시간3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다소 의고적인소재를 짜임새 있게 얽어,‘고리타분함’을 잘 피했다. 작품을 지탱하는 축은 둘로 나뉜다.15대 심수관(이기봉)의 ‘뿌리 찾기’와 정유재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의 ‘뿌리 지키기’이다.도공이 아닌 다른 길도 있지만 운명적으로 가마에 이끌리는 15대 심수관의 방황 장면에는 1대 심당길을 비롯한 선조 도공들의 수난사가 겹친다.그 속에서 조국의 흙·물·불과 그 결합체인 도자기를 향한 ‘예술혼’ 등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잦은 장면전환에 현재와 과거,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구성은 관객의 상상력에 불씨를 지핀다.백색의 옷에 은은히 비치는 청색 조명과 가마니의 붉은 빛이 대비되면서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실험의 목마름’이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상징과축약이 지나쳐 ‘뭘 말하려는 것일까’란 의문이 남는 것이다.조선인 만의가슴도 아니고 일본인 만의 가슴도 아닌,둘이 합쳐서 ‘하나의 가슴’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느껴진다.하지만 너무 어렴풋하고 희미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게다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신비한 여인’(김성애·김성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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