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리뷰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병원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23
  • [뮤지컬 리뷰]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 리뷰] ‘맨 오브 라만차’

    ‘맨 오브 라만차’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뮤지컬은 아니다. 히트 뮤지컬 공식에 해당하는 화려한 스펙터클이 등장하지도 않고, ‘선남선녀’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내용이 어렵고 딱딱한 구석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래 2007, 2008, 2010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앙코르 공연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수차례 공연을 재관람하는 비율이 높을 만큼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고, 지난해는 ‘더 뮤지컬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돈키호테에 대한 ‘공감대’에 있다. 소설 원작자인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동일시시켜 ‘극중극’ 형태로 극을 이끌어간다. 역사 이래 돈키호테에 대한 해석은 무모한 천방지축의 대명사부터 척박한 현실 속에서 꿈을 좇는 이상주의자까지 다양했지만, 이 작품은 후자에 방점이 더 찍혀 있다. 때문에 라만차의 괴상한 노인 알론조가 자신을 정의와 사랑을 위해 싸우는 기사로 착각하는 과정은 우스꽝스럽다기보다 비루한 현실과 싸우는 현대인에게 묘한 동질감을 준다.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외치는 그는 더 이상 미치광이 노인이 아닌 ‘슬픈 수염의 기사’ 돈키호테의 모습이다. 돈키호테가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로 시작되는 명곡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를 때면 객석에도 비장한 긴장감이 감돈다. 돈키호테가 거울의 기사를 통해 초라한 현실을 깨닫고 알론조로 돌아오는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2007년부터 돈키호테 역을 맡은 류정한은 ‘맞춤 옷’을 입은 것처럼 때로는 아이같은 천진함을, 때로는 고집센 노인의 완고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돈키호테에 의해 여관의 창녀에서 돈키호테의 ‘환상 속 레이디’ 둘시네아로 다시 태어난 알돈자 역의 김선영은 격정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15일까지 LG아트센터. 1588-5212.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리뷰]키사라기 미키짱

    [영화리뷰]키사라기 미키짱

     2007년 2월4일. 허름한 건물에 다섯 명의 사내가 모여든다. 일본 경시청 총무과 직원 이에모토(오구리 슌), 후쿠오카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야스오(쓰카지 무가), 팬시점에서 일한다는 스네이크(고이데 게이스케),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주인공 이름에서 별명을 따온 오다 유지(유스케 산타마리아), 스토커 기질을 보이는 실직자 딸기소녀(가가와 데루유키)다.  이들의 공통점은 1년 전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여자 아이돌 스타 기사라기 미키의 열혈 팬이라는 것. 인터넷 팬카페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1주기 추모를 위해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 기사라기의 사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오다 유지가 자살이 아닌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며 분위기가 경색된다. 아닌 게 아니라 기사라기의 죽음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던 것. 이들은 기사라기에 대한 저마다의 정보를 쏟아 놓으며 그녀의 죽음을 파고든다. 이들 모두 단순한 팬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기사라기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고, 서로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게 된다.  ‘기사라기 미키짱’은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매력이 있다. 무대는 오로지 기사라기를 추모하기 위한 모임이 작은 소동으로 번지는 방에만 집중된다. 과감한 발상이다. 도입부의 엘리베이터 장면과 스톱 애니메이션 식으로 처리되는 일부 회상 장면을 제외하고는 카메라는 결코 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등장인물도 모두 합쳐서 7명. 기사라기 역할을 맡아 회상신 등에 간간이 등장하고 막바지에야 얼굴을 드러내는 사카이 가나코와 마지막 장면에 깜짝 등장해 웃음을 주는 원로배우 시시도 조를 제외하면 5명에 불과하다. 크게 눈에 띄는 사건도 없고, 죽음에 얽힌 비밀도 거대한 것은 아니지만 개성 넘치는 배우 5명이 빚어내는 앙상블이 내내 즐거움을 준다. 다소 과장된 연기는 연극적인 특성 때문으로 여겨진다. 아이돌 스타의 죽음에 대한 퍼즐을 등장인물들과 함께 맞춰나가는 잔재미도 있다.  얽히고설킨 타래를 엮어 놓은 탄탄한 시나리오는 고자와 료타가 썼다. 원래 연극용이었던 각본을 사토 유이치 감독과 함께 영화용 시나리오로 고쳤다고 한다. 주로 TV 드라마를 연출해 왔던 사토 감독은 2000년 중반부터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고, 이 영화로 주목받았다. 2008년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도쿄타워’에 밀려 최우수는 모두 놓치고 우수작품상, 우수감독상, 우수각본상, 우수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108분. 11일 개봉.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2월 1~7일)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2월 1~7일)

    이번주(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의 국정연설에 이어 예산안 제출로 또 한 번 뉴스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또 전·현직 총리 대결로 압축된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 투표가 투표 용지 인쇄소 습격 사건 등 잡음 속에 실시된다. ●美 오바마 예산안 제출 초점 미국의 지난해 재정 적자가 1조 4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백악관은 오는 10월1일 시작되는 2011 회계연도 예산안을 1일 의회에 제출한다. 백악관은 이미 120개 항목에 걸쳐서 200억달러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성급한 출구전략에 대한 경계심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모두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 정책에 반대하는 ‘티파티’ 운동이 4일 전미집회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이번 집회에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있는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연사로 초청돼 관심이 집중된다. 호주는 재정적자가 아닌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최대 고민거리다. 이에 따라 호주 중앙은행은 2일 회의에서 4개월 연속 기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앞서 1일에는 북한의 서해안 포사격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올해 첫 남북 간 공식회담인 제4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 2008년 시작, 2년마다 열리는 싱가포르 에어쇼가 2일 개최된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이 또다시 참가한다. ●국제안보회의 핵무기 감축나서 5일부터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연례 국제안보정책회의에서는 핵무기 감축 문제와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주요 의제다. 이와 관련, 미국과 러시아는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을 위한 협상을 재개한다. 7일 실시되는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투표의 경우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탈락한 후보 지지자 표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어 어느 한쪽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같은 날 실시되는 코스타리카 대선에서는 로라 친릴리아 코스타리카 전 부통령이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카슈미르 분쟁이 지난달로 만 20년이 된 가운데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서는 5일 이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으로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파키스탄 정부는 ‘연대의 날’로 불리는 이날을 올해부터 국경일로 지정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만화 비평’ 연간지로 부활

    최근 몇 년 새 맥이 끊긴 만화비평지가 다시 부활했다. 상명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가 펴낸 연간지 ‘만화비평’ 창간호가 반가운 이유다. 한국 만화 100년을 점검하는 특집으로 구성됐고, 저평가 받는 만화에 대한 사회 인식과 만화의 교육적 가치, 학교 만화 교육 등의 내용을 담은 창간호에는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창석 만화평론가, 김창남 대중문화평론가, 백무현 서울신문 화백 등 20여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1980년대 만화운동을 펼쳤고, ‘농사짓는 만화가’로 널리 알려진 장진영 상명대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았다. 만화 평론은 꾸준히 유지돼 왔지만 만화 비평을 위한 독립적인 매체는 드물었다. 1987년 ‘만화와 시대1’이 반짝 출현했다가 사라졌고, 2003년에 ‘계간만화’가 등장해 8호까지 나오다가 중단됐다. 장 교수는 “오랫동안 만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때문에 만화에 무슨 비평이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주목받는 대중예술 영역으로서 당연히 비평이 있어야 한다. 요즘 만화를 수익성과 부가가치 창출 등으로만 주목하는데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매체로서 그 의미와 작용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만화 전공 학과가 만들어진 게 벌써 20년이다. 많은 졸업자들이 만화계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원 과정도 있어서 연구 역량도 꽤 축적됐다. 대학이라는 안정적인 공간과 연구 역량이 있기 때문에 지속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여건에 따라 일년에 두 차례 발간도 고려하고 있다.” 겨우 3개뿐이지만 광고를 따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웃는 정 교수는 창간호가 한국 만화 100년에 대한 평가에 치중하다 보니 무거운 글로 채워졌다고 아쉬워했다. 앞으로는 독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내용도 싣고, 상명대에 국한되지 않는 공개 편집위원회를 꾸려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도 담겠다고 했다. “문학 하면, 무엇인가 배울 만한 것이 있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만화에는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식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없다. 작가 의식이 있기는 하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만화가들이 충분한 현실 인식을 갖출 때 만화는 예술이 된다. ‘만화비평’이 만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만화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박석환 한국 만화영상진흥원 콘텐츠비즈니스팀 수석은 “최근의 만화 비평은 짧은 리뷰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론 비평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지닌 ‘만화비평’이 규모 있는 의제를 설정하고 방향성을 개진하는 본격적인 비평의 시대를 여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CGV 이색 이벤트 ‘누가 영화 오래보나’

    CGV 이색 이벤트 ‘누가 영화 오래보나’

    CGV(대표 김주형)는 오는 23일 CGV영등포에서 ‘제2회 CGV 영화 오래보기 대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한국 기록원의 후원 아래 CGV와 LG전자 XNOTE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특히 CGV는 지난해에 이은 이번 2회 행사에서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영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개인전’ 뿐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2인 1조로 구성된 ‘커플전’, 4인~6인이 1조로 구성된 ‘단체전’을 신설한다. 참여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부상을 포함한 상금도 대폭 늘어난 2천만원 규모로 진행된다. 한국영화 살리기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화 오래보기 대회’는 지난 한 해 동안 개봉됐던 한국 영화 40여 편을 준비, 관객들에게 한국 신기록에 도전해보도록 유도하고 2009년 한국영화를 한자리에서 리뷰해 볼 수 있는 자리도 제공한다. 이번 대회에선 작년 대회를 통해 수립된 한국 신기록인 68시간 7분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가자들은 한국 기록원의 규정에 따라 영화 한 편이 끝나면 10분, 두 편이 끝나면 15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며, 이 휴식 시간 동안 식사와 용변 등을 해결해야 한다. 진행 요원들이 30대가 넘는 캠코더로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을 쉴새 없이 촬영할 예정이기에 탈락 조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5초 이상 눈을 감거나 대화를 나누는 경우, 영화 관람 중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등 촬영 장면을 증거로 탈락 조치된다. 약물 복용, 파스 사용 등 인위적인 행위로 눈을 감지 않게 하는 행위도 탈락 처리된다. 2백 여명의 진행 요원들이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투입될 예정이며,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26명의 의료진도 함께 한다. 참가를 원하는 고객들은 오는 15일까지 CGV 홈페이지 해당 이벤트 게시판에 자신이 참가해야 할 이유를 500자 이내로 남기면 된다. 사진=CGV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연극리뷰] 엄마를 부탁해

    [연극리뷰] 엄마를 부탁해

    지난해 최단 기간 100만부 판매를 돌파하며 한국 사회에 ‘엄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가 연극 무대에 올랐다. 오는 3월23일까지 서울 세종M씨어터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간 이 연극은 치유와 회복을 상징하는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소설의 도입부를 그대로 따라가는 연극은 엄마를 찾기 위해 그동안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들은 그제야 비로소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엄마의 과거 모습을 하나씩 반추해 낸다. 어렵게 하나둘 떠올린 엄마의 기억은 무엇 하나 화려하거나 그럴듯한 것이 없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 남편에게 외면받고 시댁 식구에게 무시를 받아도 오직 자식 잘되는 것만 바라보며 모진 세월을 견뎌온 엄마. 자식들은 뒤늦게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꿈과 희망을 가졌던 한 사람의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내 자신들의 이기심 혹은 무관심이 그 무조건적인 고결한 희생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작품은 이처럼 소설 속 대사를 그대로 재현해가며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인 모성애에 접근한다. 고석만 연출은 “희생과 순종을 넘어 인류애적 차원에서의 모성을 사회적 리얼리즘 연극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작품은 모성의 실체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이를 위해 연출자는 신경숙 작가의 기존 작품 가운데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더 끌어와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었다. 신 작가는 “소설의 단순했던 인물구조가 풍부해지고, 일부러 애매하게 처리한 부분이 있었는데 무대에서 직접 소통하니까 메시지가 훨씬 분명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 역의 정혜선을 비롯해 아버지 심양홍, 큰아들을 연기한 길용우는 TV 드라마 PD 출신인 고석만씨와 1983년 드라마 ‘간난이’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다. 그래서인지 정혜선은 TV나 영화에서 만나왔던 고전적인 어머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장르가 달라도 엄마의 본질은 다 똑같다.”고 말했지만, 연기에 좀 더 개성과 차별성을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추리 기법을 연상케 한 원작의 긴박감도 많이 줄었다. 평면적인 극 전개 탓이다. 다만 큰딸 역을 맡은 연극배우 서이숙의 절제된 연기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지난해 열병처럼 퍼졌던 기존의 엄마 소재 연극들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작품을 보는 2시간 동안 우리네 마음 속에서 실종된 엄마의 기억을 찾는 것은 결코 아까운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4만~6만원. 1544-1555.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그 현상

    어째서 한국의 진보 세력은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중심부 진보 세력의 담론에 압도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일까. 사회적 정치적 조건은 동남아나 남미 지역과 훨씬 더 닮은 점이 많은데 말이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빠다 냄새’ 풍기는 어설픈 서구주의를 면치 못하면서 삶이 피곤한 현실의 다수 대중과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또 이름 거창한 서구의 좌파 저널 하나를 들여오는 것이 과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뉴 레프트 리뷰’는 1960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후 영어권의 진보 세력 나아가 서구 좌파 진영 전체의 담론 형성에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져왔던 잡지이다. 하지만 80년대 아니 그 이전부터 줄줄이 한국 사회를 덮쳤던 외국 사조의 여러 물결들의 유입에 한 물결 덧붙여 보자는 것은 한국판 뉴 레프트 리뷰를 꾸린 우리 편집진의 의도가 아니다. 그동안 명멸했던 진보 계통의 저널들은 무수히 많았고, ‘먼슬리 리뷰’나 ‘소셜리스트 레지스터’와 같이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뉴 레프트 리뷰는 그 쟁점과 시각의 발굴과 개발의 역동성이라는 점에서는 탁월하다. 2000년 재창간-판형과 편집 레이아웃 등이 바뀌었다-이후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뉴 시리즈’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냉전의 종식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창궐이라는 새로운 세계적 상황에 맞추어 기존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좌파 세력의 미래에 유의미한 쟁점과 문제 의식을 찾아나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렇게 ‘서구의 선진적 사조를 배운다’는 하릴없는 신화가 아니라, 탈냉전 이후 동시대를 살면서 막힌 길을 뚫고자 몸부림치는 다른 지역의 진보 세력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거기에서 어떤 참조점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 의식이 작년의 1권 이후 한국판 편집의 기본적 자세이다. 이번 2권(길 펴냄) 또한 그러한 원칙을 붙잡고 준비하였다. 지난해 경제 위기 이후 일대 기로에 서게 된 지구적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어떠한 논리적 내적 모순에 당착하였는가, 또 지구 각 부분에서 어떠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가를 담아내는 글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그중에는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불황과 하락을 주장한 로버트 브레너의 저서에 대한 특집으로 미국, 유럽,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논평 3편이 실려 있다. 변동을 겪고 있는 지구적 신자유주의 체제의 또 하나의 기둥인 군사적 구조를 조망하기 위해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관련된 특집도 담고 있다. 3부에서는 예전에 출간된 글들까지 뒤져 인권과 문화 이론에 대한 글들을 묶어 놓았다. 데이비드 하비나 프레드릭 제임슨과 같은 ‘빅 네임’들이 보이지만, 이번 호에 특히 돋보이는 것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탁월한 정치경제학자요 경제사가였던 조반니 아리기의 인터뷰이다. 반 세기 동안 지구적 자본주의의 궤적을 포착하려고 한평생을 보낸 학자가 현재 시점에서 토로하는 지구적 자본주의의 전망은 지적으로 실천적으로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홍기빈 길 편집위원·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장
  • [영화 리뷰] 셉템버 이슈

    [영화 리뷰] 셉템버 이슈

    유리천장 제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고는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 특히 여자, 그들이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똑같은 학력과 능력을 가졌어도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자리 차지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세상은 아직도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에 둘러싸인 곳이다. 냉혈한 그래서일까. 이른바 ‘성공했다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성공한 여성들은 왠지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 프로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일이 끝난 뒤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공허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 세상은 아직도 여자의 성공에 인색하다. 모두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라고 떠받드는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안나 윈투어 여기 바로 그런 여자가 있다. 패션의 바이블로 불리는 ‘보그’의 전설적 편집장 안나 윈투어. 영화 ‘셉템버 이슈’는 미국 보그의 9월호 제작과정을 통해 이 성공한 여성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낸다. 천재적인 패션감각과 칼 같은 일 처리로 유명한 이 편집장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보그 편집장 ‘미란다’의 실제 모델이 됐던 인물이다. 카리스마 늘 패션쇼 맨 앞줄에 앉아 명품 선글라스를 낀 채 경직된 표정으로 모델의 의상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차갑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어떤 말을 할지 벌벌 떤다. 이런 카리스마는 패션계가 알아서(?) 그를 존경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윈투어의 모습을 통해 성공한 여성이란 이렇게 독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남자를 이길 수 없으며, 부드러움 따윈 내팽개쳐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보여 준다. 좋게 말하면 ‘여자는 이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리얼리티이고, 나쁘게 말하면 ‘성공하려면 여성성을 버려라.’라는 반(反)여성주의다. 엄마 한 술 더 뜨는 대목. 차가운 모습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모성애 뿐이다. 이 냉혈 여성도 결국은 ‘엄마’였다. 영화는 성공한 여성도 결국은 훌륭한 엄마여야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내비친다. 모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그냥 냉혈한일 뿐이니까. 그래야 완벽해진다.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미혼 여성들이여. ‘영화에 따르면’ 그대들은 불완전한 존재다. 28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영화리뷰]‘식객-김치전쟁’

    [영화리뷰]‘식객-김치전쟁’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 관저에서 만찬을 갖는다. 세계 여러 곳을 장기간 순방하고 있는 한국 대통령이 입맛이 없어하자 일본 총리는 김치와 불고기를 대접한다. 한국 대통령은 맛있다며 흐뭇해한다. 그런데 일본 총리는 일본의 대표음식인 ‘기무치’와 ‘야키니쿠’라고 소개하며 뒤통수를 친다. 이 같은 장면으로 민족 감정을 은근히 건드리고 시작하는 ‘식객-김치전쟁’은 그런데, 음식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영화다. 2007년 영화 ‘식객’ 2008년 드라마 ‘식객’에 견줘,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세상의 모든 어머니 숫자와 동일하다.”는 원작자 허영만 화백의 말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허 화백도 만화 ‘식객’에 해외 입양됐다가 어머니가 건네준 쌀맛을 찾아온 미군, 어머니가 해주던 부대찌개 맛을 잊지 못하는 세계적인 석학, 어머니가 쪄주던 고구마 맛을 느끼고는 참회하는 사형수 등 어머니의 맛에 얽힌 에피소드를 자주 등장시킨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백이면 백, 감동을 전달한다. ‘식객-김치전쟁’도 마찬가지. 모두 세 명의 어머니를 등장시켜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어머니는 한순간 실수로 사람을 죽인 뒤 도망다니는 아들 여상(성지루)을 둔 여상모(김영옥)다. 여상은 어머니의 밥맛을 잊지 못해 늦은 밤 어머니의 허름한 식당을 찾고, 어머니는 정성스레 상을 차리지만, 여상은 한술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경찰에 체포된다. 주인공 성찬(진구)과 친어머니 성찬모(추자현)의 사연도 절절하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장애가 아들에게 해가 될까봐 눈물을 머금고 성찬을 수향(이보희)에게 맡긴다. 이때 얻은 트라우마는 성찬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된다. 유명한 전통음식점 춘양각의 여주인 수향에게는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천재 요리사로 성장한 딸 장은(김정은)이 있다. 장은에게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기생집 딸이라고 놀림을 당하며 자라난 상처가 있다. 그래서 장은은 지우고 싶은 기억의 상징인 춘양각을 없애려고 하는데, 이것이 가장 큰 갈등의 축이 된다. 만화 원화를 활용한 오프닝 크레디트가 새콤하고, 백 가지가 넘는 수많은 김치들이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요리 대결이나 갈등 해소 과정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맛이 더할 나위 없이 진하기 때문에 다른 맛들은 다소 싱겁게 느껴진다. 진구의 선한 연기는 안정적이지만 무게가 부족하고, 냉철하고 무표정한 김정은의 모습은 어색하다. 모든 갈등이 해소된 뒤 환하게 웃는 김정은이 아직은 더 익숙한 듯. 전체 관람가. 28일 개봉.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 (1월25일~31일)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 (1월25일~31일)

    ●아프간 국제회의, 파병계획 등 점검 이번주(25~31일)는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댄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이 회의에 대한 경고성 테러를 감행했던 탈레반의 재공격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와 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28일 영국 런던에서 영국·아프간 정부, 유엔이 공동 주최하는 ‘아프간 국제회의’가 열린다. 각국의 파병 계획과 아프간 치안 상황을 점검하는 이 자리에서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이 투항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평화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하지만 탈레반은 대통령궁 등 수도 카불 도심 테러를 통해 다국적군 철수 전까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재확인한 바 있다. ●다보스포럼 vs 세계사회포럼 선진국 경제 주체 중심의 다보스포럼과 제3세계 진영의 세계사회포럼이 각각 ‘세계 개선’과 ‘다른 세계’라는 상반된 화두 아래 개최된다. 두 포럼 모두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를 인식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의 경우 경제, 기후 문제에 더해 아이티 지진 해결을 주요 주제로 삼는다. 이와 관련, 25일에는 아이티인 이민자가 많아 제2의 아이티 수도로 불리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아이티 공여국 긴급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 결과물인 ‘코펜하겐 협정’에 따르면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개발도상국은 감축 실행 방안을 오는 3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만이 인정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정이다. 주요 개도국이 24일 인도 뉴델리에서 모임을 갖고 선진국의 과감한 감축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해 마감일이 지켜질 가능성은 낮다. 이보 데 보어 UNFCCC 사무총장도 이미 “1월까지 제출해도 좋고, 그 이후에도 가능하다.”며 사실상 ‘데드라인’을 포기했다. ●오바마 상·하원 합동회의서 국정연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올해 첫 국정연설을 한다. 지지율 추락, 매사추세츠 선거 패배 등으로 힘겨운 임기 2년차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규제 개혁안에 이어 이번 연설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27일 ‘태블릿 PC’ 출시 기자회견을 갖는다. 아이폰, 아이튠즈에 이은 또 다른 야심작 공개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에 대해 엄격한 분위기의 말레이시아에서는 야당 연합을 이끄는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동성애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는다. 안와르는 1998년 권력투쟁에서 밀려났을 당시 동성애 혐의로 수감됐지만 2004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공연리뷰] 그린데이 내한공연

    [공연리뷰] 그린데이 내한공연

    팝스타 내한공연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등 화려한 무대 장치도 없었다. 그냥 거대한 걸개 그림을 걸어놨을 뿐이다. 특수효과라곤 폭죽과 불꽃뿐. 무대를 비춰주는 중계 스크린도 없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6000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운 슈퍼 밴드치곤 조촐한 무대. 1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네오 펑크의 기수 ‘그린데이’의 첫 내한공연은 그러나, 근래 보기드문 최고의 무대였다. 화끈한 무대 매너와 쇼맨십, 뜨거운 관객 반응이 어우러지며 무대와 객석의 일치율(싱크로율) 200%를 만끽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관객들과 함께 즐겨야 한다는 라이브 공연의 기본 명제에 충실하며 폭발적인 무대를 연출해낸 것이다. 관객들이 가득 들어찬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슴이 끓어 올랐다. 기획사 측은 이날 관객 수가 1만 2000여명이라고 했지만 1만 5000명은 족히 돼보였다. 발 디딜 틈 없는 해외스타의 내한 공연을 접하기는 정말 오랜만. 해외 스타들의 늑장 공연은 이제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그린데이는 약속한 대로 정확히 오후 8시에 8집 앨범의 타이틀곡 ‘트웬티퍼스트 센추리 브레이크다운’을 들려주며 시작을 알렸다. 두 번째 앙코르에서 ‘라스트나잇 온 어스’와 ‘웨이크 미 업 웬 셉템버 엔즈’ 등 어쿠스틱 곡으로 숨을 고르기까지 약 160분 동안 달리고 달렸다. 관객들은 전주부터 히트곡을 따라부르며 목청을 높였고, 연신 팔과 몸을 흔들었다. 대표곡 ‘바스켓 케이스’가 나오자 수백 개의 야광봉과 물통이 하늘로 솟구쳤다. 빌리 조 암스트롱(보컬·기타)은 관객들의 뜨거운 에너지에 자극을 받았는지 쉴 새 없이 점프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 비틀스의 ‘헤이, 주드’ 등 팝의 고전을 무대에 드러누운 채로 부르며 색다른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10여명의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함께 노래하고 끌어안고 춤을 추며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었다. 심지어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맡겨 버리기도 했다. 물총 쏘기, 호스로 물 뿌리기, 티셔츠 쏘기, 두루마리 휴지총 쏘기 등으로 끊임없이 장난을 걸기도 했다. 빌리 조가 필살기인 ‘엉덩이 까기’를 두 차례나 선사하자, 관객들은 자지러졌다. 한국에 오기 직전 방문한 홍콩에서 빌리 조는 엉덩이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후문. 그만큼 한국 관객의 반응이 열정적이었다는 이야기다. 빌리 조는 공연 내내 ‘코리아’를 부르짖었고, “이렇게 미친 팬들은 처음 본다.”, “미국 관객보다 더 시끄럽고 더 낫다”, “서울, 한국, 새로운 친구들!”이라고 외쳐댔다. 공연은 관객들을 제대로 놀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던 뮤지션과, 제대로 미쳐 버린 관객들이 합작해낸 환상의 무대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현대카드 제공
  • [영화리뷰] 주문진

    [영화리뷰] 주문진

    강원도 강릉 주문진 인근 숲 속의 한 펜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에 문을 닫은 곳이다. 이곳을 제대로 운영해 보겠다고 팔소매를 걷어붙인 사촌 남매가 찾아든다. 하지만 유령이 나올 낌새에 겁 많은 사촌 오빠 영두(조상기)는 혼자 도망가고, 아버지가 물려준 스톱워치를 잃어버린 지니(황보라)는 겁도 없이 펜션에 남는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지니가 만나게 된 것은 고스트(김기범). 처음에는 고스트가 유령인줄 알았으나 사랑하던 연인을 잃은 슬픔에 빠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니는 예기치 않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난 2007년, 16년 동안의 공백을 깨고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발표했던 노() 감독의 최신작이다. 천재 감독으로 평가받는 고(故) 하길종 감독의 동생인 하명중(63) 감독이다. 1970년대 인기 배우였다가 1980년대 들어서며 연출가로 변신한 하 감독은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김기범과 ‘뚜껑 소녀’ 황보라를 투톱으로 삼아 젊은 감각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려고 한다. 21세기에 20세기 느낌의 작품을 꺼내놓은 감독은 그러나 관록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영화는 내용적으로 결코 세련되지 못하다. 구조적으로도 매끄럽지가 않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감정 흐름의 비약이 심하다. 지니가 고스트에게 연민을 품게 되는 과정과, 끝없이 지니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던 고스트가 영화 막바지에 지니를 사랑하게 되는 ‘돌변’ 과정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스트만 하더라도 초반에는 거울을 뚫고 나오고, 달려오는 버스를 그대로 관통하는 등 영락없는 유령의 모습이지만, 결국 사람인 것으로 밝혀지며 관객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웃음을 유발하는 감초 캐릭터들을 여럿 배치했지만,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기 보다 따로 노는 느낌. 뜬금없이 퇴마사(최주봉)가 등장하는 등 일부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슬랩스틱의 원맨쇼를 보여주는 황보라의 연기는, 보면 볼수록 안쓰럽기까지 하다. 간간이 곁들여지는 주문진의 풍광이 그나마 볼거리이지만 밤 장면과 낮 장면 모두 뿌옇게 비춰지는 색감은 영화 감상을 방해한다. 강원도를 배경으로 나온 역대 영화 가운데 강원도 사투리가 가장 어색하게 들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음속에 있는 이상적인 사랑을 동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노장의 바람은 그저 바람에 그친다. 김기범과 황보라의 팬이 아니라면 그다지 길지 않은 러닝타임 96분이 지겨울 수 있다. 21일 개봉.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18일~24일)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18일~24일)

    이번 주(18~24일) 국제사회의 주된 관심은 대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에 대한 지원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의 생존자들도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다. 국제사회 도움에도 치료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추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20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추방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의 귀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정정 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취임1년… 아이티에 집중할 듯 20일 취임 1년을 맞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일단 아이티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지 W 부시 정권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늑장 대응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정치적 배경과 함께 아이티 난민의 자국 유입을 막으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19일 미국과 일본은 안전보장조약개정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동맹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하지만 후텐마비행장 문제는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 미·일의 기존 합의안에 따른 후텐마비행장의 이전지인 오키나와현 나고시가 시장 선거를 치른다. 세계보건기구(WHO) 연례 집행회의에서는 제약회사가 신종플루 대유행 선언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비롯, WHO의 대응에 대한 질의 응답과 평가가 이뤄진다. ●씨티그룹 등 기업 실적발표 ‘어닝 시즌’ 본격화 기업들의 실적이 집중적으로 발표되는 ‘어닝 시즌’이 본격화 된다. S&P 500에 속한 기업들 가운데 57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며 특히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금융사가 지난해 4·4분기 성과를 공개한다. 중국은 21일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고, 홍콩에서는 아시아금융포럼이 20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린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다음주 연차 총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는다. 지난주 그리스의 재정 통계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던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가 19일 그리스 경제 관련 통계치를 발표한다. 이날 EU 재무장관들은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스리랑카 대선에서는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과 내전을 승리로 이끈 사라스 폰세카가 맞붙는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스리랑카 다수를 차지하는 싱할리족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폰세카는 싱할리족은 물론 소수 타밀족 지지도 받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한때 사망설이 나돌았을 정도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고 투병 중인 우마루 무사 야르아두아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이번주 예정돼 있다. 야르아두아 대통령은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직무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야당은 국정 공백을 우려, 대통령 권한 위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8년 12월 10대 소년에게 총을 쏘아 그리스에서 1974년 이래 최대 소요 사태를 야기했던 경찰관에 대한 재판이 사건 발생 13개월 만에 시작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연극리뷰] ‘뷰티퀸’

    [연극리뷰] ‘뷰티퀸’

    “아마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거야. 날 괴롭히기 위해서.”(‘뷰티퀸’ 대사 중) 이 세상에 엄마와 딸처럼 복잡미묘한 관계가 또 있을까. 동성으로서의 연민과 혈연으로서의 애증이 뒤섞인 모녀 사이는 수많은 장르의 작품으로 극화돼왔다. 14일 개막한 연극 ‘뷰티퀸’의 외양은 흔하디흔한 어머니와 딸을 소재로 하지만, 인간 내면의 이기심과 욕망을 파헤친 수작이다. ‘포스트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천재작가 마틴 맥도나의 처녀작으로 1980년대 아일랜드의 외딴 농가가 배경이다. 미인대회 ‘뷰티퀸’ 출신이지만, 나이 마흔이 되도록 이렇다 할 데이트 없이 늙어가는 딸 모린과 신경과민에 방광염을 앓는 노모 매그는 허름한 집에서 하루하루 ‘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어머니 매그는 딸 모린이 남자라도 만나게 되면 늙고 병든 자신을 홀대하고 떠나버릴까봐 두려워 노심초사하고, 딸 모린은 그런 어머니를 다른 언니들처럼 떠나지 못하고, 삶의 굴레처럼 지고 살아간다. 모린에게 집은 ‘무덤’이고, 어머니는 쉽게 저버릴 수 없는 일상인 셈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 모녀에게 일대 ‘사건’이 벌어진다. 모린은 오래 전부터 감정을 키워온 파토를 셀레는 마음으로 집에 데려오지만, 어머니는 그 앞에서 딸의 정신 병력을 말해 둘의 관계를 훼방놓고, 얼마 뒤 파토가 모린에게 보낸 편지마저 가로채 불태워 버린다. 집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를 빼앗긴 모린은 엄마에게 잔인한 복수를 감행한다. ‘뷰티퀸’의 백미는 한편의 추리소설처럼 시간이 갈수록 긴장되고 광기어린 집착으로 변해가는 등장 인물들의 심리묘사다. 문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전부인 폐쇄된 공간에서 서로를 옭아매다 파국을 맞는 인물들의 정신적 이상 변화는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며 밀도있게 표현된다. 극의 배경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작의 촌철살인 같은 대사와 살아있는 캐릭터가 문화적 간극을 좁혀준다. 매그 역의 홍경연과 모린 역의 김선영은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극이 산만하고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엄마’ 연극들이 넘쳐나는 대학로에서 이 작품이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모녀 관계를 통해 인간의 극단적인 이기심을 고발하기 때문이다. 이현정 연출가는 “사랑할 줄도 모르고 받을 줄도 몰라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의 마지막, 자신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던 엄마가 앉아있던 의자에 조용히 앉는 딸의 모습은 우리가 탈출하고 싶어하는 일상의 의미를 되묻는다. 2월28일까지 서울 종로 두산아트센터 Space111. (02)744-4011.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등록금 싸고 잘 가르치는 美 공립대는?

    등록금 싸고 잘 가르치는 美 공립대는?

    해마다 인상되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는 건 한국 학부모와 학생들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의 대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공립대의 등록금과 생활비는 46%나 올랐다. 1999년에는 대학생 한 명당 1년 동안 지출 비용이 1만 440달러(약 1170만원)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1만 5210달러(약 1700만원)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립대의 경우는 2만 7740달러에서 3만 5640달러로 28%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비가 싸고 질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알짜배기’ 대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USA투데이가 입시상담기관 프린스턴 리뷰와 함께 등록금 대비 교육 수준이 높은 대학 100곳을 선정한 결과, 공립대 중에서는 버지니아대가, 사립대는 스와스모어 칼리지(펜실베이니아주)가 지난해에 이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뉴욕시립대 헌터 칼리지, 하버드대 학부 등도 상위 10위권에 랭크됐다. 프린스턴 리뷰는 미국 전역 2000여개의 4년제 대학 가운데 1차로 650개를 추린 뒤 교육의 질, 등록금, 재정지원 등 3개 부문의 30개 요소를 검토해 공립대와 사립대 각각 50곳을 선정했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 기숙사비, 교재비 등 각 학교가 공개한 자료와 학생 설문조사가 선정 기준이 됐다. 10위권에는 하버드대, 플로리다 주립대 등 지난해에도 이름을 올린 대학과 함께 텍사스 A&M대, MIT, 버지니아공대 등 새롭게 진입한 학교도 있었다. 100위권에 든 학교들은 학생 1인당 평균 875달러의 장학금 또는 학비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9개 학교는 학비 자체가 무료였다. 미국 교육당국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180억달러의 학비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당국은 내년 129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학생 1400만명의 학자금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1월11일~17일)

    월드뉴스 위클리 프리뷰(1월11일~17일)

    이번주(11~17일)에는 최근 후텐마 비행장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외무장관 회담을 갖는다. 칠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1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고 대선 2차 투표를 치른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대 서방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무상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하와이에서 후텐마 비행장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달 4일 이후 대화를 중단했던 양국이 한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로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양국 입장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만큼 회담 결과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양국 관계의 또다른 암초가 될 일본 해상 자위대의 인도양 급유 지원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5일 신테러특별법의 법적 기한이 끝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 8년 동안 인도양에서 미국 등 11개 다국적 함정에 대해 지원해온 급유 활동을 마감, 철수한다. 대신 향후 5년간 50억달러 규모의 민생 지원을 결정했지만 일본 안팎에서는 미국의 아프간 신전략에서의 ‘일본 소외론’이 나오고 있다. 11일에는 로버트 킹 대북 인권특사가 지난해 11월 미 상원 인준을 받은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최근 입북한 미국인 북한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의 석방 문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방문인 만큼 주목을 끌고 있다. ●칠레 OECD 가입협정 서명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같은 날 OECD 가입협정에 서명, 남미에서 두 번째 OECD 가입국이 된다. 17일 실시되는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우파 야당 모임인 ‘변화를 위한 연합’ 소속 세바스티안 피네라 후보와 집권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의 에두아르도 프레이 후보가 맞붙는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칠레판 베를루스코니’로 불리는 거부 피네라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5년 ‘오렌지 혁명’을 통해 집권한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한 가운데 실시되는 우크라이나 대선에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야당 후보가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반 득표가 쉽지 않아 여론조사 2위를 달리고 있는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와 결선 투표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 모두 출신 지역만 다를 뿐 권력과 유착해 큰 부를 축적한 올리가르히 출신이며 친러시아 성향이다. 어느 쪽이 최종 당선되든 친서방 정책을 펼치면서 나토 가입 등을 추진해온 현 정권과는 다른 방향으로 우크라이나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북미국제오토쇼 개막 세계 3대 자동차쇼 중 하나인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토쇼)가 개막, 24일까지 계속된다. 국제 금융 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업계는 친환경차를 선보이면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미스터 게이’ 선발대회를 열고 다음달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 출전자를 가린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영화리뷰] ‘쏘우-여섯번의 기회’

    [영화리뷰] ‘쏘우-여섯번의 기회’

    한 무리의 고리대금 동업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철창 안에서 깨어난다. 머리에는 시간이 지나면 양쪽 관자놀이를 파고든다고 하는 두꺼운 못이 달린 도구가 씌워져 있다.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자신의 살점을 떼어내 저울 위에 더 많이 올려 놓은 사람만이 살 수 있다고 겁을 준다. 절박함에 몰린 이들 남녀가 스스로 자신을 난도질하는 장면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진다. 7일 개봉한 ‘쏘우-여섯 번의 기회’는 이렇듯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을 몬도가네식으로 바꾼 장면으로 시작한다. 첫 장면을 꾹 참고 넘겼다고 안심하면 오산이다. 이후로도 눈을 똑바로 뜨고 화면을 응시하기 힘든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처음 등장한 ‘쏘우’는 120만달러(약 14억원)의 초저예산을 들여 전 세계 흥행 수입 1억달러(약 1140억원)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해마다 할로윈 시즌을 장식하는 시리즈가 됐다. 이야기의 틀은 언제나 비슷하다. 연쇄 살인마 직쏘(토빈 벨)가 마련해 놓은 덫에 걸려든 사람들이 살기 위해 죽고 죽이는 게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직쏘는 3편에서 숨지지만, 돈 맛을 본 제작자들은 직쏘가 미리 안배해 놓은 살인 계획과 후계자를 등장시키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기상천외한 반전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반전의 파괴력은 잦아들고, 잔혹함의 강도만 세지고 있다. 직쏘는 자신의 살인 게임에 그럴 듯하게 철학적인 메시지를 덧대고, 특히 6편에서는 미국 의료보험 제도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나 메시지를 찾는 게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과거 회상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전작에서는 가려졌던 비밀들이 공개되기 때문에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눈만 부릅뜨고 있어도 막판 반전을 미리 눈치채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6편이 역대 시리즈 가운데 성적이 가장 나빴다. ‘블레어 위치’를 연상케 하는 저예산 호러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돌풍에 밀린 탓이 크다. 그래도 미국에서만 2~3배 남는 장사를 한 때문인지 시리즈는 계속된다. 7편 제작이 이미 시작됐다. 이번에는 입체영상(3D)이란다. 18세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음반리뷰] 여성 기타 사중주단 ‘보티첼리’의 비발디 ‘사계’

    [음반리뷰] 여성 기타 사중주단 ‘보티첼리’의 비발디 ‘사계’

    우리에게 기타만큼 친숙한 악기가 또 있을까.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간편함과 선율과 반주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풍부함은 기타만이 가진 장점 중의 장점이다. 기타를 ‘움직이는 오케스트라’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은 음량과 레퍼토리의 부족, 표현력의 한계로 인해 클래식 음악계에서 기타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상대적으로 ‘음악성이 부족한 악기’라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이런 척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젊은 여성 클래식 기타리스트들이 힘을 모았다. 여성 기타 사중주단 ‘보티첼리’의 비발디 ‘사계’ 음반이 최근 소니클래식에서 발매된 것. 사계는 원래 바이올린 협주곡이지만 그 대중적 인기가 높아 다른 악기로 자주 편곡되고 있다. 기타 버전도 있었다. 네덜란드의 기타 삼중주단인 ‘암스테르담 기타트리오’의 녹음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의 기타리스트 야마시타 가즈히토와 래리 코엘의 2중주는 대표적이다. 하지만 보티첼리의 연주는 보다 다채로운 음색으로 사계를 표현해 낸다. 4대가 아니라 마치 10대 이상의 기타가 연주하는 듯하다. 다채롭지만 균형은 잘 잡혀 있다. 반주를 담당하는 기타는 화려한 울림 소리로 곡의 밑바탕을 깔아주고, 주된 선율은 깔끔하게 정제시킨다. 서로간의 질서정연한 호흡으로 흔들림이 없다. 템포(빠르기)도 적당하다. 빠른 악장의 경우 묘기에 가까운 기교로 내면적 깊이가 약해 보일 수 있다. 느린 악장은 바이올린 특유의 서정성이 잘 살아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곡이 바이올린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곡이기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 출중한 기타 솜씨를 순간순간 감탄하며 듣는 것으로 족하다. 은근히 중독성도 있다. ‘봄’을 듣고 나면 ‘여름’이 궁금해지고, ‘여름’이 끝나면 ‘가을’을 알고 싶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에 호기심이 생긴다. 곡의 중간에 끊기가 쉽지 않다. 느긋하게 클래식을 듣기 어려운 사람들도 편안히 즐길 만하다. 선율이 귓가에 척척 달라붙는 묘한 매력이 놀랍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2010년 알아두면 유용한 블로그들

    2010년 알아두면 유용한 블로그들

    정보가 생명이다. 정보력이 경쟁력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면 원하는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양이 너무도 방대하다. 무엇을 들여다봐야 하는지 어떤 게 정확한 정보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창고’가 있다. 블로그다. 대중매체와 같은 듯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 중 2010년 알아두면 좋을 곳을 몇 군데 간추렸다. 각 포털 사이트와 메타블로그(블로그 집합체)에서 2009년 ‘우수 블로그’로 뽑힌 곳을 중심으로 선택했다. 무엇보다 운영자가 블로그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글을 올리는지에 중점을 뒀다.  ●연애  2010년 새해 소망으로 ‘애인 만들기’를 빈 사람들이라면 ‘무한의 노멀로그’(http://www.normalog.com)와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http://lalawin.com/)를 주목하자. 연애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와 상황별 대처법 등이 적힌 곳이다. 무한은 블로그에 연애 관련 글을 쓴 지 8개월만에 2009년 다음뷰 블로거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기세를 모아 무한은 최근 블로그의 내용을 바탕으로 책도 썼다. ‘서른살의… ’를 운영하는 라라윈 또한 공감가는 글을 꾸준히 올리며 수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무한은 남자가 운영하는 블로그고 서른살의…는 여자가 만들어가는 곳이라 연애를 대하는 시각차가 있다. 상황별·주제별로 올라와있는 글을 보면 ‘연애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또 이 두 블로거에게 메일 등을 통해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요리와 맛집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아는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로 응용하고 싶다. 맛집도 무궁무진할 뿐더러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중 소개할 곳은 ‘gundown의 食遊記’(http://kr.blog.yahoo.com/igundown) 이다. 냉철한 리뷰로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식당을 잘 소개해 준다는 조건으로 식사나 금품 제공은 절대 사양한다.”는 운영자의 뚝심이 눈에 띈다. 글의 문체는 냉랭하지만, 맛집을 향한 열정은 뜨겁다.  음식 소개에 그치지 않고 제 손으로 음식을 해 먹고 싶다면 ‘옥이’(blog.daum.net/hls3790) 혹은 ‘콩지의 음식발기’(http://blog.naver.com/ohmytotoro)를 알아두면 좋다.  옥이는 두 아이의 엄마인 회사원이 운영하는 블로그다. 본격적으로 글을 올린지는 4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실한 블로그 운영으로 다음 뷰 요리 부문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방문자가 쓴 댓글에 일일이 대답을 하는 친절함이 강점이다.  콩지의 음식발기는 ‘오븐없이 음식 만들기’라는 독특한 요리법을 선보인다. 오븐 대신 두툼한 팬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 음료수 팩과 쿠킹호일로 케이크틀 만들기, 종이컵으로 계량하는 법 등 실생활에서 유용하고 간단하게 응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다이어트 및 건강  건강을 위해서 불필요한 살을 빼고 싶다면 ‘카라의 다이어트 이야기’(http://tvsline.tistory.com)를 참고하자. 식이요법은 물론 운동요법에 관한 글이 함께 올라있다. 특히 전문강사의 요가·필라테스 시범 동영상이 함께 올라오기 때문에 따라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이와함께 건강에 대한 기본을 알고 싶다면 ‘코리아헬스로그’(http://www.koreahealthlog.com/)를 방문해보자. 온라인 소식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개인 블로그를 연결해주는 종합사이트다. 의사들이 직접 알기 쉽게 의료정보를 풀어 제공한다. 잘못된 의료 정보, 민간 요법에 대해 퀴즈 형식으로 알려주는 코너가 있어 더욱 쉽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영화리뷰] 웨딩 드레스

    [영화리뷰] 웨딩 드레스

    관객의 눈물을 짜내기엔 시한부 인생만 한 소재가 없다. 사랑하는 가족 혹은 연인과 병으로 인해 이별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은 무참히 비극적이다. 내 주변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은 때가 되면 이런 영화를 찾아간다. 비슷한 내용을 보고 또 봐도 물리지 않는다. ‘편지’(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선물’(2000) 등 그 계보를 잇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해외 영화라고 다를까. ‘라스트 콘서트’(1976), ‘데드 맨’(1995), ‘원 트루 싱’(1998), ‘프티 마르탕’(2001)도 시한부 인생을 다뤘다는 공통 분모를 지녔다. 하지만 나름대로 진화의 흔적도 있다. 가령 8월의 크리스마스는 기존의 영화들이 과잉된 감정으로 관객들에게 밑도 끝도 없는 눈물을 강요해 온 것과는 달리 현실적인 입장에서 조용히 얘기를 풀어낸다. ‘자극적인 눈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영화’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감독 나름의 자구책이었을 게다. 사실 영화 ‘웨딩드레스’는 이런 진화와는 거리가 멀다. ‘가슴 뭉클한 이별 선물’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두 주인공은 한없이 운다. 위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운(송윤아)과 딸 소라(김향기)의 애틋한 사랑, 엄마 죽지 말라고 매달리는 모습은 너무나 많이 봐 왔던 장면이다. 단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남겨진 자의 성장’ 정도? 결벽증으로 왕따였던 소라가 엄마의 죽음을 통해 결벽증을 극복하는 장면에서 결말이 마냥 비극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어쩌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통한 한 인간의 성장통을 담아내려고 한 듯하다. 물론 영화의 99%는 손수건 없인 보지 못할 슬픈 상황을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송윤아와 김향기의 연기는 영화의 백미다. 위암 말기 환자가 너무 아름다워(?) 사실감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고운과 소라의 감정 표현은 한순간 한순간이 무척 설득력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김명국, 전미선, 김여진 등 조연들의 뒷받침도 탄탄하다. 109분의 러닝타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의 힘이 크다. ‘2012’, ‘아바타’, ‘전우치’ 등 블록버스터에 놀란 가슴을 잠시 잠재우고 싶다면 웨딩드레스는 나름의 좋은 선택이다. 식상해하지 말고, 그냥 부담없이 편안히 앉아 보는 걸로 족하다. 14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