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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ABT ‘지젤’

    [공연리뷰] ABT ‘지젤’

    영화 ‘지젤’(Dancers, 1988)에는 당대 최고의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알렉산드라 페리가 ‘지젤’ 공연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졸면서 영화를 보다가 공연장 뒤 문틈으로 공연을 바라보는 순진한 무용수가 무척 예뻐서 눈을 번쩍 떴다. 바리시니코프를 향한 사랑과 페리에 대한 동경이 담긴 아련한 눈빛을 가진 그 소녀 무용수는 바리시니코프보다 훨씬 강렬했다. 그 소녀는 딱 ‘발레리나’였다. ●여리고 순수한 지젤 완벽하게 표현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 소녀’ 줄리 켄트(43)가 영화 속 작품으로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랐다. 24년이 지난 지금 켄트는 세계 정상급 발레단 ABT에서 19년째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다. 함께 활동하는 한국인 무용수 서희가 “눈도 마주치기 어려운 전설적인 무용수”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날 켄트는 ‘우아한 지젤’이었다. 순박한 마을 처녀 지젤을 연기해야 하는 1막에서 ‘어리고 순진한 척’하는 대신 여리고 순수한 지젤을 표현하며 관객을 자신의 감정선으로 끌어들였다. 알브레히트가 자신과 결혼할 거라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 광란의 춤을 추는 장면에서도 광기보다 배신당한 애절함을 뿜어냈다. 깡마르고 창백한 켄트는 2막에서 순백의 윌리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완벽하게 합쳐졌다. 윌리들 앞에서 처음 춤추는 장면에서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올리는 동작) 자세로 빠르게 십수번 회전하는 것조차 우아하게 소화해 큰 박수를 끌어냈다. 알브레히트(마르셀로 고메스)가 들었다가 내리는 순간에 맞춰 한쪽 발끝으로 바닥을 콩콩 찍으며 무대를 오갈 때는 아름답게 부유했다.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지젤이 다시 무덤으로 들어갈 때까지 켄트는 우아함을 잃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그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감동을 이끌어냈다. ●기술·연기·무대·음악 아름다운 조화 고메스와 질리언 머피(윌리의 여왕 미르타), 제나디 사빌리예프(힐라리온), 사라 레인·대닐 심킨(마을 남녀의 2인무) 등 ABT 무용수들의 기량도 뛰어났다. 특히 2막, 미르타가 파 드 부레(발끝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동작)로 무대를 대각선으로 지나가는 장면은 극도의 신비감을 주면서 객석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고메스는 2막 후반부에서는 앙트르샤(공중에서 발을 엇갈리는 동작)와 4~5번 회전하는 기술을 수차례 선보이면서 기량을 과시했다. 무대디자인과 음악도 아름다운 ‘지젤’을 완성시켰다. 1막에서는 객석 쪽부터 무대 안쪽까지 갈색 잎이 풍성한 아치형 나무장식을 겹겹이 설치해 독일의 소박한 마을을 만들었다. 한밤중 숲이 배경인 2막에서는 기괴한 나무 장식을 층층이 겹쳐 깊은 숲에 갇힌 느낌을 준다. 그 음산함이 생생해 커튼이 올라가자마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지휘봉을 잡은 ABT의 음악감독 옴스비 윌킨스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사랑과 배신, 용서가 넘나드는 극의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ABT의 ‘지젤’은 세계적인 발레단의 공연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기술과 연기, 무대,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데 가치가 있다. ABT의 ‘지젤’은 22일까지 이어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영(反英) 감정’이 치솟는다. ‘물타기’를 위해 중동과 영국의 우호관계를 포장할 뉴스거리를 눈에 불을 켜고 찾던 총리실 홍보책임자에게 흥미로운 얘기가 들려온다. 낚시광인 예멘의 실세 무하마드 왕자가 5000만 파어드를 들여 영국 연어 1만 마리를 모국 하천에 방류시키기를 원한다는 것. ●억지 웃음 NO… 영국판 로맨틱 코미디 왕자의 영국 자산을 관리하는 컨설턴트 해리엇을 통해 자문을 요청받은 농수산부의 연어전문가 프레드 박사는 “사막의 플판이피싱은 화성 유인탐사만큼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며 단칼에 자른다. 하지만 뉴스거리를 발견한 총리실 홍보책임자는 프레드에게 프로젝트를 돕도록 명령한다. 프레드는 처음엔 왕자의 취미생활을 위한 돌발행동 정도로 오해한다. 그러나 척박한 예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댐을 짓고, 덕분에 생태계가 살아났음을 알리는 상징으로 왕자가 연어 낚시를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해리엇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어의 DNA에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자연산이든 양식장에서 나고 자란 연어든 마찬가지다. ‘개 같은 내인생’(1985), ‘길버트 그레이프’(1993) 등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 노 감독 라세 할스트롬은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에서 연어뿐 아니라 사람 또한 때론 정해진 흐름을 거슬러 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묻는다. 한마디 상의 없이 출세를 위해 6개월짜리 파견직을 덜컥 자원한 아내이든, 프로젝트의 타당성에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길 요구하는 총리실 고위 관계자이든 프레드가 고분고분 따르라고 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레드는 깨닫는다. 종교이든, 신념이든, 믿음이든,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위해 때로는 모든 것을 내던질 필요가 있다는 걸. ●이완 맥그리거 등 英 배우들에 눈이 호강 그렇다고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이 고리타분하고 엄숙한 영화는 아니다. 제법 긴 112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억지웃음이 아닌 드라마와 캐릭터에서 뽑아내는 영국 코미디 특유의 쏠쏠한 재미가 잘 담겨 있다. 냉소적인 프레드 역의 이완 맥그리거와 모든 일에 열정적인 해리엇 역의 에밀리 블런트, 총리실 홍보책임자로 나오는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등 연기 잘하는 영국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도 제법이다. 다만, 둘 다 짝이 있는 탓인지 해리엇과 프레드가 서로 감정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급반전이라고는 하지만 예측 가능했던 결말은 옥에 티. 또한, 낚시란 소재 때문에 ‘흐르는 강물처럼’(1992)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플라이피싱은 단순한 낚시 행위를 넘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면,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의 낚시는 코미디의 소재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지난 3월 개봉했다. 2961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68%로 평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연극리뷰] ‘니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연극리뷰] ‘니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인터넷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학교 폭력 및 왕따, 그리고 피해 학생의 자살 사건. 기사를 읽을 때마다 ‘어머,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걱정하며 가해 학생들을 비난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반응이다. 만약 내 아이가 같은 반 친구를 왕따시키고, 한 아이가 자살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또한 평소 학교 폭력 피해 기사를 접했을 때처럼 가해 학생들을 냉정하게 비판할 수 있을까. 연극 ‘니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여학생이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자살한 학생은 자살 직전 지인 3명에게 유서 형식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피해 학생이 왕따를 당했던 사실과 가해 학생 5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결국 학교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를 소집한다. 상황파악을 한다는 이름으로 대책회의를 가진다. 5명 아이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고자 극도로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편지만 없어지면 우리 아이가 가해자라는 증거는 없지 않으냐며 편지를 불태우기도 하고, 심지어 편지를 잘게 잘라 먹어 없애기까지 한다. 그들이 100분의 공연 시간 내내 나누는 대화는 객석에 앉아 있는 청소년 관객들을 분노하게 했다. 단체관람을 온 학생들은 극에 몰입해 가해자 부모의 비이성적 행동에 ‘어휴’,‘아, 뭐야’ 등 적극적인 야유를 퍼부었다. 특히 배우 박지일과 서이숙의 몰염치한 캐릭터 연기는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비이성적이고 비윤리적인 발언을 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난하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가해 부모들이 ‘어차피 죽은 아이, 바보로 만들고, 살아있는 내 아이에게 피해만 없게 하면 된다.’라는 식의 잘못된 의식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얼굴에 여드름이 많다는 이유로, 그냥 싫다는 이유로, 친구들은 그의 급식 식판을 뒤엎었다. 돈을 빼앗겼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친구들에게 원조교제를 강요받았던 피해자는 죽기 전 남긴 3통의 유서에서 ‘아이들이 절 싫어해요. 제가 뭔가 잘못한 거 같아요. 이유를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명확한 왕따의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잘못된 군중심리에 휘말리거나,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에서 왕따 문제를 계속 회피하는 것은 아닐까 내내 생각하게 된다.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4만~6만원.(02)399-170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연극리뷰] ‘전명출 평전’

    [연극리뷰] ‘전명출 평전’

    100분의 러닝타임 중 95분은 비교적 잔잔했지만 몇 장면에서 폭소가 터졌고, 마지막 5분 동안은 눈가가 시큰거렸다. 지난 10일부터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 연극 ‘전명출 평전’이 바로 그것. 평전(評傳)이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를 일컫는다. 말 그대로 ‘전명출 평전’은 전명출이란 한 인간의 인생에 대해 논한다. 이쯤 되면 ‘우리 근대사에 전명출이란 유명 인물이 있었나?’ 싶기도 한데, 전명출은 새마을운동이 일던 1970년대에는 농민 후계자로, 건설 붐이 일던 80년대에는 울산광역시에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 근로자 및 현장소장으로, ‘땅테크’가 한창이던 90년대에는 땅 투자가 및 주식 개미 투자자로, 2000년대는 정부 정책을 이용한 동네 사기꾼으로 한평생 살다 이 세상 뜬 평범한 소시민이다. 근데 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똑 닮았다. 전명출이란 일반 소시민 이름 뒤에 평전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은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게다. 그는 농민 후계자로 살아가다 1979년 10월 26일 신의 계시를 받아 울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희한하게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일과 신의 계시 날짜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울산을 선택한 건 농민 후계자에서 기업인으로 거듭난, 현대가의 정주영 왕회장이 그의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정주영 하면, 울산 아이가.”라고 외치며 그는 울산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지금이야 ‘저축은행 비리’ 등 3차 산업이 사회적 비리 사건의 화두가 되지만, 당시만 해도 ‘부실 공사’는 죄도 아닐 만큼 공공연히 이뤄진 건설업계의 ‘영업비밀’이었다. 작품에서도 1980년대 전명출을 그리며 ‘부실공사’를 그의 인생을 바꿀 만한 계기로 활용한다. 전명출은 자재를 빼돌려 부실공사를 일삼는 현장소장에게 대들다 그 유명한 ‘삼청 교육대’에 끌려가고, 새사람이 돼 나온다. 자신 또한 부실공사 주역으로 승승장구하며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도 거론되고, IMF 사태도 벌어지고, 주식 투자며 땅투기, 4대강 사업 지역 땅 보상 및 이를 이용한 사기 사건 등이 쏠쏠한 아이템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전명출은 평범했지만, 시대의 대세를 빨리 체화해 성공도 하고 나락에도 빠졌다. 그런 그를 떠나 보내는 아내 순님이 어린 시절 남편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슬퍼하는 마지막 5분은 이 연극의 베스트 장면이다. 100분 내내 미친 듯이 웃거나 울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진지하게 대한민국 근대화 과정의 부조리를 지적한 작품도 아니다. 적당히 웃기고 울리며 시대의 부조리를 양념으로 활용한 연극이다. 29일까지. 2만 5000원. (02)758-215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영화프리뷰] ‘아이스 에이지 4:대륙이동설 3D’

    [영화프리뷰] ‘아이스 에이지 4:대륙이동설 3D’

    눈은 시원했지만,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지는 못했다. 여름이면 단골로 찾아오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올해 네 번째로 선보인 ‘아이스 에이지 4: 대륙이동설 3D’는 도토리에 집착하는 다람쥐 스크랫이 모든 대륙과 바다가 갈라지는 대륙이동의 원인이 되었다는 독특한 가설에서 출발했다. 이번 영화는 빙하기와 해빙기, 공룡시대를 거쳐 3년 만에 대륙이동의 시대까지 배경을 확대하면서 전작과 다른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3D로 선보이는 만큼 시각적인 효과는 업그레이드됐지만, 지루하고 밋밋한 이야기 전개는 이전 시리즈와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평화롭게 살던 매머드 가족 매니와 엘리, 피치스는 대륙과 바다가 갈라지는 갑작스러운 지각변동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다. 친구인 디에고(호랑이), 시드(나무늘보)와 함께 빙하 조각 위에 떨어진 매니는 아내와 딸을 다시 만나기 위해 바다를 모험한다. 이들이 바다를 떠돌다 포악한 오랑우탄 선장 거트가 이끄는 해적 무리를 만나 사투를 벌이고 결국 동물들이 모두 힘을 합쳐 해적단에 맞서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가 90여분에 걸쳐 펼쳐진다. 2002년 처음 선보인 ‘아이스 에이지’는 3편까지 세계적으로 19억 달러(약 2조원)를 벌어들인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시리즈. 픽사, 드림웍스와 함께 할리우드의 ‘빅3’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꼽히는 블루스카이는 이번 작품에서도 3D로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거대한 빙하와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등 광활한 자연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바닷속의 아름다운 풍광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동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 동물 주인공들은 털 하나하나, 표정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마치 살아 있는 듯 입체감 있게 표현된다. 제작진은 동물들의 물에 젖은 털을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당 평균 200만 가닥의 털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도토리로 가득 찬 지상 낙원 ‘도토리틀란티스’로 향하는 보물 지도를 발견하면서 탐험가로 변신한 도토리 마니아 스크랫의 에피소드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가족애와 우정을 강조하는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가 단조롭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성인 관객까지 끌어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한편 디에고와 대립각을 세우다 사랑에 빠지는 검치호랑이 시라 역의 목소리 연기에 세계적인 팝 스타 제니퍼 로페즈가 참여했다. 26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에브리씽 머스트 고’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그런 게 바로 인생이야

    [영화프리뷰] ‘에브리씽 머스트 고’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그런 게 바로 인생이야

    닉은 잘나가는 대기업 중견 간부다. 넓은 잔디밭과 수영장이 딸린 주택은 그의 성공을 대변한다. 하지만 어느 날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과거 알코올 중독 경력과 성추행 의혹 때문이다. 설상가상 집에 와 보니 아내는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 자물쇠는 모두 바뀌었고, 닉의 물건은 마당 밖에 쌓여 있다. 신용카드마저 정지되고 은행계좌 역시 아내가 인출을 못 하도록 막아 놨다. 빈털터리가 된 닉은 마당의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잔디밭 수도로 샤워하는 노숙자 신세가 된다. 하지만 시(市) 조례에 따르면 자신의 집이라도 마당에서 거주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쓰던 물건을 마당에 내놓고 파는 ‘야드 세일’(yard sale)은 5일 동안 할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닉은 동네 소년 케니를 고용, 정들었던 사인볼과 LP 디스크, 손때 묻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낚싯대, 그릴, 믹서기 등을 팔기 시작한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미국 단편 문학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의 ‘춤추지 않으시겠습니까’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카버는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숏컷’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각본·연출을 맡은 덴 러시 감독은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야드 세일’이란 소재를 통해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채울 수 있는 인생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인종과 나이, 신분을 떠나 친구가 되는 흑인 소년 케니, 만삭의 몸으로 이웃에 이사를 온 사만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고교 동창 딜라일라 등 주변의 새 인물들로 닉은 인생을 돌아보고 뒤늦게 철이 든다. 필름이 끊긴 닉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던 여성은 결국 ‘꽃뱀’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복직된다든지, 아내가 돌아온다든지 하는 해피엔딩은 없다. 진짜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러시 감독은 말하는 듯하다. 닉 역을 맡은 윌 페럴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한 영화다. 인기 TV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페럴은 현재 미국에서 빌리 크리스털, 로빈 윌리엄스, 짐 캐리의 뒤를 잇는 코미디의 황제다. 배우로서 강점은 코믹 연기뿐 아니라 심각한 얼굴에서 비롯된 페이소스(동정과 연민) 넘치는 연기에 있다. 직장과 가정, 친구에게 버림받은 닉 역할이야말로 장기를 발휘하기에 적절한 캐릭터인 셈. 사만다로 나오는 레베카 홀은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국내에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로 개봉)에서 비키 역을 맡았던 배우다. 최근 제시카 차스테인 대신 ‘아이언맨 3’에 합류가 확정될 만큼 할리우드에서 상종가를 찍고 있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5월 개봉했다. 흥행 수익은 제작비의 절반 수준인 271만 달러에 그쳤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75%로 평가했다. 페럴의 진지함과 주제 의식은 호의적인 평단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관객에겐 이도 저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로스트 인 베이징’

    [영화프리뷰] ‘로스트 인 베이징’

    린둥은 베이징에서 대형 마사지 숍을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검은색 벤츠는 그의 신분을 대변한다. 생존을 위해 베이징으로 올라온 농촌 출신 핑궈는 안쿤과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린둥의 마사지숍에서 일한다. 어느 날 린둥은 술에 취해 마사지숍 빈 방에 누워 있던 핑궈를 강제로 쓰러뜨린다. 때마침 건물 외벽 청소를 하던 안쿤은 현장을 목격한다. 한 달여 뒤 핑궈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명백한 강간사건은 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린둥은 불임인 아내로 인해 포기했던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안쿤은 이참에 한몫을 챙기려 한다. 두 남자는 각서를 쓴다. 정신적 피해보상으로 린둥이 2만 위안(약 358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출산 뒤 아기의 혈핵형이 B형(린둥 B형-핑궈 O형-안쿤 A형)일 경우 10만 위안(약 1790만원)을 더 주기로 한 것. ‘로스트 인 베이징’의 포스터 속 판빙빙(范??)의 몽롱한 눈빛과 량자후이(梁家輝)의 벗은 뒷모습은 영화의 정체를 헷갈리게 한다. 야한 영화일 거라고 섣부른(?)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리위 감독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의 이면에 중국 사회가 가치관의 혼란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린둥이나 돈 좀 만져 보겠다고 아내와 아기를 내건 사기극을 벌이려는 안쿤은 그릇된 욕망에 눈이 멀었다. 명시적 언급은 없지만 핑궈와 안쿤 부부는 농민 출신이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빈민노동자인 이른바 ‘농민공’으로 보인다. 2억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농민공은 저임금에 기반을 둔 중국경제의 버팀목인 동시에 사회 불안요인이기도 하다. 폐부를 드러낸 탓인지 수입배급사에 따르면 ‘로스트 인 베이징’은 중국 내 개봉 금지와 더불어 감독 자격정지 2년의 제재를 받았다. 리위 감독은 중국 첫 레즈비언 영화로 기록된 데뷔작 ‘물고기와 코끼리’(2001), 베니스영화제 등 4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둑 길’(2005)에 이어 ‘로스트 인 베이징’까지 작품마다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로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리얼리즘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배우들의 연기 궁합도 흠잡을 데 없다. 1992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에서 동양남자로선 보기 드문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던 량자후이는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숨길 순 없었다.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면모를 드러내다가도 핏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양면적인 모습을 연기했다. 연수입이 300억원에 이른다는 톱 여배우 판빙빙은 비뚤어진 욕망에 허우적거리는 두 사내 사이에서 아기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성애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2007년 작품인 만큼 5년 전 풋풋하던 시절의 판빙빙을 볼 수 있다는 건 작은 즐거움이다.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연가시’

    [영화프리뷰] ‘연가시’

    인간의 몸에 침투해 기생하다가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드는 변종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한 영화 ‘연가시’.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던 연가시 괴담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염병을 소재로 한 감염 재난 영화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는 ‘해운대’나 ‘괴물’ 등 대형 재난 영화처럼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빠른 속도감과 촘촘한 전개로 승부를 건다. 한때 촉망받는 교수였지만, 동생의 권유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크게 실패하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된 가장 재혁(김명민). 그런 남편의 고충과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 깊은 아내 경순(문정희)과 형에게 주식 피해를 보게 한 뒤 이를 만회하려고 또 다른 주식 정보에 기웃거리는 강력반 형사 재필(김동완). 이 평범한 중산층 가족에게 변종 연가시로 인한 엄청난 위기가 닥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수많은 시신이 한강에 떠오르는 기괴한 사건이 발생하자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인다. 사망자들이 죽기 전 많은 물을 마셨으며 이것이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전형적인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재혁은 최근 먹을 것에 집착하고 물을 쉴 새 없이 마시던 가족들을 떠올린다. 이어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한 재혁의 사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우리가 과거에 많이 봐 왔던 해외 감염 재난 영화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인 불안, 이를 둘러싼 제약회사의 음모, 진한 가족애 등 기시감 있는 소재들이 빠르게 전개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공식에는 잘 들어 맞지만,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는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유는 ‘해운대’나 ‘괴물’처럼 여름철을 맞아 대규모 볼거리를 내세운 해양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공포물이나 가족 영화로서도 다소 색깔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연가시 감염자들의 모습은 일견 좀비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아주 못 볼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편집에도 공을 많이 들였고, 배우들도 흡인력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끌어 간다. 김명민은 평범한 일상에 찌들다가 위기의 가족을 구하는 소시민 가장 역을 무난하게 소화했고, 연가시 감염자로 물을 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고 생수통을 통째로 들이켜는 문정희의 실감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돌려차기’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아이돌 가수 출신 김동완의 연기도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의 시나리오를 쓴 박정우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버무린 능력은 돋보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프리뷰] ‘미드나잇 인 파리’

    길은 할리우드에서 꽤 팔리는 시나리오 작가다. 돈벌이에는 관심 없던 그는 시나리오를 접고 통속소설도 아닌 순수문학으로 전업을 결심한다. 때마침 ‘된장녀’인 약혼녀 이네즈와 미래의 장인·장모와 함께 파리여행을 간다. 쇼핑과 관광에만 몰두하는 그들과 달리 길은 위대한 예술가의 도시 파리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뿐. 어느 날, 자정을 알리는 종이 열두 번 울리자 거리를 홀로 산책하던 길 앞에 클래식한 푸조 승용차가 멈춰 선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1920년대 파리. 평생 동경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F 스콧 피츠제럴드, T S 엘리엇, 루이스 부뉴엘 등 전설적인 예술가들을 만나 친구가 된다. 그리고 헤밍웨이와 피카소를 동시에 애타게 했던 여인 아드리아나와 묘한 감정에 빠진다.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다뤘다. 그렇다고 공상과학(SF) 영화는 아니다. 지적이고 재치 있으며 로맨틱하고 귀여운 판타지다. 시니컬한 풍자와 조소를 즐기던 뉴욕 깍쟁이 앨런의 영화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정점에 서 있는 듯하다. 앨런이 헌사를 바친 파리는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매력적인 도시다. ‘파리는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라는 극 중 길의 대사가 허풍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여든 살을 눈앞에 둔 노감독(77세)의 한 수 가르침도 있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약혼녀와 그 가족들에게 질린 길은 1920년대의 파리를 동경한다. 하지만 1920년대 파리 사교계에서 ‘만인의 여인’이던 아드리아나는 툴루즈 로트레크, 폴 고갱 등이 활약했던 1880~1890년대 파리야말로 진정한 ‘벨에포크’(황금시대)라며 추앙한다. 이 대목에서 길은 깨달음을 얻는다. 과거로 회귀하고픈 욕망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과거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했도 그때의 사람들은 ‘대과거’를 동경한다는 것을, 결국에는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다. 지난해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작품을 배우들이 튀지 않는 연기로 품격을 더했다. 길 역의 오언 윌슨과 아드리아나 역의 마리옹 코티아르가 최적의 캐스팅인 것은 물론이다.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살바도르 달리)와 케시 베이츠(거투루드 스타인)를 비롯해 로맨틱 영화의 단골 여주인공 레이철 맥애덤스,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카를라 브루니(박물관 가이드) 등이 조연에 머문 건 우디 앨런의 영화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터. 해외에서는 지난해 5월 개봉했다. 불과 1700만 달러(약 19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미드나잇 인 파리’의 흥행수익은 1억 5111만 달러(약 1737억원). 앨런 감독의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인 셈. 평점을 취합하는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영화의 신선도를 93%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5일 개봉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이패드 中상표권 분쟁 끝…합의금 얼마?

    아이패드 中상표권 분쟁 끝…합의금 얼마?

    ‘아이패드’(iPad) 명칭을 두고 오랜 시간 법정 싸움을 벌여온 애플사와 중국의 IT업체가 결국 엄청난 합의금을 두고 의견을 일치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패드’ 명칭을 둘러싸고 홍콩에 본사를 둔 ‘프로뷰 테크놀로지’(Proview Technology)사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프로뷰 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프로뷰일렉트로닉스(이하 프로뷰)는 2000년 유럽 내 아이패드 상표권을 등록, 이어 2001년에는 중국에서도 상표권 등록을 완료하고 법적인 소유권을 가졌다. 애플은 2006년 아이패드 유럽 출시에 앞서 프로뷰로부터 상표권을 사들인 바 있다. 2010년 미국 내 판매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는 애플이 승소했지만, 중국법원은 프리뷰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이패드의 중국 판매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애플은 지난 5월 프로뷰에 1600만 달러(약 182억 원)를 제시한 바 있지만 당시 프로뷰는 4억 달러(약 4552억 원)를 요구했다. 이는 프로뷰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갚아야 할 부채가 4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광둥고등인민법원은 결국 두 회사가 계속된 분쟁 끝에 6000만 달러(약 682억 8000만원)를 주고받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애플이 규모의 성장을 지속하는 중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예상금액보다 약 4배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한 것. 이로서 애플은 조만간 뉴아이패드를 중국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전문가는 “애플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시장에 뉴아이패드 공급이 더 늦어졌다면 애플은 엄청난 손해를 입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책꽂이]

    ●인도에서 살며 사랑하며(미란다 케네디 지음, 송정애 옮김, 프리뷰 펴냄) 어느 날 훌쩍 인도로 떠난 한 미국 여기자의 생생한 체험담이 담긴 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도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히지만, 사실 그 속살을 제대로 체험해 보기란 쉽지 않다. 여기자로서 인도인들의 사생활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놨다. 1만 6500원. ●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저자는 유수 법대를 나와 협상법을 다루는 기업변호사다. 이 정도면 화려하고 적극적인 커리어우먼을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저자는 내향적인 사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다시피 한 내향적 성격의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내 설명한다. 1만 4000원. ●잇 주얼리(윤성원 지음, 웅진리빙하우스 펴냄) 보석, 그것도 고급 보석이라면 위화감부터 느끼기 쉽다. 저자 역시 그렇게만 생각하다 우연한 기회에 보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라이프스타일과 보석 간의 관계를 파고들다 아예 전공으로 삼았고, 이 경험을 녹여 책으로 풀어냈다. 보석의 종류, 세공법 등 상세한 지식이 담겼다. 일반인들 눈에 띄일 부분은 보석에 얽힌 이야기들. 선물할 때 의미를 담고 싶다면 활용할 만하다. 1만 5000원.
  • [공연리뷰] 뮤지컬 ‘시카고’

    [공연리뷰] 뮤지컬 ‘시카고’

    음악감독 박칼린이 이끄는 14인조 밴드의 중독성 짙은 재즈 선율, 아이비, 윤공주, 최정원, 인순이 등 섹시한 여배우들의 매혹적인 댄스,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 남경주와 성기윤이 하나가 돼 또 한 번 멋진 쇼뮤지컬을 만들어 냈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재공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2000년 한국 초연)다. ‘시카고’는 1920년대 격변기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여동생과 바람난 남편을 살해한 보드빌 여가수 벨마 켈리, 내연남 애인을 죽인 유부녀 록시 하트가 선정적인 이슈를 쫓는 황색언론을 이용, 배심원을 속여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벌어진 이야기를 다뤘다. 벨마 켈리 역에는 연륜 있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 인순이와 최정원, 순수하면서도 영악한 섹시녀 록시 하트 역에는 아이비와 윤공주가 더블 캐스팅됐다. 능력은 있지만, 돈만 밝히는 변호사 빌리 플린 역은 남경주와 성기윤이 맡았다. ‘시카고’의 백미는 화려한 댄스다. 다소 선정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노출이 심한 무대의상을 입은 앙상블 배우들의 섹시한 안무는 화려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여느 뮤지컬과 달리 오케스트라를 무대 중앙에 배치해 작품과 융합시킨 점도 독특하다. ‘시카고’ 브로드웨이 버전과 동일하다. 음악감독 박칼린은 간간이 극 속의 해설자로 등장, 관객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상당하다. 초연 당시 록시 하트 역을 맡았던 최정원은 과거 함께 시카고 무대를 꾸몄던 인순이와 함께 벨마 켈리가 돼 열연한다. 아이비 역시 두 번째 뮤지컬 도전인 만큼 노래는 물론,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다. 성기윤의 중후한 목소리와 능청스러운 연기도 작품의 무게를 더한다.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37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카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에는 무대 위 화려한 안무와 시대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재즈 선율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에게 화려한 쇼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뮤지컬 ‘시카고’를 볼 계획이 있는 관객이라면 동명 영화와 비교하길 추천한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시카고’는 뮤지컬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간간이 뮤지컬 주요 넘버가 등장하는데 미국 유명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비교하며 즐기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10월 7일까지. 4만~11만원. (02)2211-300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영화프리뷰] ‘더 레이븐’

    [영화프리뷰] ‘더 레이븐’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천재 추리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 그가 죽기 전 5일간의 알려지지 않은 행적을 재구성한 영화가 ‘더 레이븐’이다. 그의 소설 6편에 들어 있는 살인사건을 영화 속 모티브로 차용한 이 작품은 기존의 전기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의 배경은 기괴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미국 볼티모어의 한 빈민가. 사건 현장을 본 베테랑 수사관 필즈(루크 에번스)는 연쇄살인사건에서 에드거 앨런 포(존 쿠삭)가 쓴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에 나오는 살인 장면을 떠올리고 포를 찾아 자문을 구한다. 연쇄 살인사건이 자신의 소설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믿지 않던 포. 하지만, 자신의 애인 에밀리(앨리스 이브)이 납치되고, 범인이 ‘연인을 살리고 싶거든 내가 주는 단서를 인용한 소설을 내일 아침 신문에 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자 사건 해결에 직접 뛰어든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 연쇄 살인범의 살인 도구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된 영화는 살인범이 소설 속 살인을 그대로 인용한 시체들을 단서로 포를 유인하는 과정을 통해 상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빠른 전개과 팽팽한 긴장감, 예상치 못한 반전 등을 내세운 요즘 스릴러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당시의 분위기를 살렸다고는 하지만 마치 고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린 호흡과 치밀하지 못한 구성, 다소 구닥다리 같고 답답한 인상은 이 영화의 단점이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면서 수위가 높은 잔인한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에드거 앨런 포 역을 맡은 존 쿠삭은 연인을 구하고 범인을 추격하려고 필사적인 글쓰기에 매달리는 주인공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캐릭터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편은 아니다. 극의 중심을 잡는 필즈 역의 루크 에번스의 연기는 볼 만하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와 정지훈의 할리우드 데뷔작 ‘닌자 어쌔신’을 연출한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7월 5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리뷰]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영화리뷰]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인기 여배우 윤소는 개그맨 황현희와 사귀다 차인다. 스캔들을 일으킨 윤소에게 소속사는 연애 금지령을 내린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윤소를 가만두지 않는다. 상대 배우와 음악감독을 맡은 인기 가수는 끊임없이 집적댄다. 한편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인 능룡은 여자 앞에만 서면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35년 동안 변변한 연애조차 못 해봤다. 누나의 등쌀에 못 이겨 결혼정보업체를 찾지만 불규칙한 수입 탓에 등록조차 거부당한다. 어느 날 능룡은 친한 후배가 인터넷 소개팅 사이트를 통해 여자 친구를 만난 걸 알게 된다. 때마침 연애 금지를 당한 윤소도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사이트에 등록한다. 남심을 사로잡는 여배우와 실력은 있지만 빈털터리인 뮤지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는 영화다’ ‘멋진 하루’의 제작사 스폰지의 대표이기도 한 조성규 감독이 두 번째 영화 ‘설마 그럴 리가 없어’(21일 개봉)를 내놓았다. 잘나가는 여배우와 춥고 배고픈 음악가의 만남이란 설정 자체는 흥미로울 게 없다. 관객의 뇌리에는 할리우드 톱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런던 변두리 여행서점 주인 휴 그랜트의 사랑을 그린 ‘노팅힐’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진부할 법한 설정을 그나마 흥미롭게 만드는 건 윤소와 능룡의 만남이 이뤄질 듯하면서도 막판까지 엇갈리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는 점 또한 PC통신 시대의 사랑을 그린 장윤현 감독의 ‘접속’(1997)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영화적 만듦새 자체를 멜로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접속’과 비교할 건 아니다. ‘설마 그럴 리가 없어’는 경쾌한 호흡의 소품에 가깝다. ‘홍대 앞’으로 대표되는 인디음악에 관심 있다면 재밌게 볼 여지는 늘어난다.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이 주연 겸 음악감독을 맡았다. 언니네이발관은 2009년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로 7만여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휩쓴 거물급 밴드다. 실제 모습에서 따온 캐릭터란 생각이 들 만큼 이능룡의 연기 아닌 연기는 담백하고 편안하다. 특히 여자만 만나면 느릿느릿하면서 우물쭈물하다가도 사소한 일에 버럭하는 소심남 연기는 웬만한 전업 배우 못지않다. ‘어어부프로젝트’의 멤버이자 영화감독, 배우, 화가로도 활동하는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은 흥행만 따지는 감독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뽐낸다. 윤소의 친한 오빠로 나오는 ‘롤러코스터’ ‘베란다프로젝트’ 멤버 이상순과 음악 동료들-‘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몽구스’의 링구·몬구, 임주연-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리미트리스’

    [영화프리뷰] ‘리미트리스’

    에디 모라는 인생의 패배자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지만 곧 이혼을 당했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했다. 작가랍시고 끼적거리지만 단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한다. 급기야 애인에게도 버림받던 날 길을 걷다가 한때 마약 딜러였던 전처의 남동생을 만나 NZT란 알약을 건네받는다. 뇌의 기능을 100% 쓸 수 있도록 돕는 기적의 신약이란 게 처남의 설명. 한 알을 먹었을 뿐인데 십수 년 전 들었던 지식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해진다. 안 써지던 소설도 일필휘지, 쭉쭉 써진다. 약이 더 필요해진 모라는 처남을 찾아가지만 이미 총을 맞고 숨진 터. 집 안을 샅샅이 뒤져 알약 한 봉지를 찾아내면서 모라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리미트리스’는 아일랜드 소설가 앨런 글린의 데뷔작 ‘더 다크 필드’(2001)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뇌를 10%쯤 활용하고 아인슈타인이 15%를 활용했다고 한다. ‘리미트리스’는 두뇌의 100%를 쓸 수 있게 만드는 약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필립 K 딕 원작의 철학적 공상과학(SF)물과는 거리가 멀다. 만화적 발상에서 출발한 영화는 숨 쉴 틈 없이 빠른 전개와 경쾌한 편집으로 재미를 전달하려 애쓴다. 약물의 힘을 빌려 두뇌를 100% 활용하게 된 모라가 순식간에 외국어 서너 개를 익히고 피아노를 하루 만에 뚝딱 배운다든지, 주식 메커니즘을 꿰뚫고 인수 합병(M&A) 시장의 거물인 칼 밴 룬(로버트 드니로)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반까지는 제법 흥미진진하다. 평범한 고교생에서 하루아침에 슈퍼히어로가 된 ‘스파이더맨’ ‘크로니클’의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닐 버거 감독은 길을 잃은 듯 보인다. 두뇌의 활용 능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육체적 능력까지 업그레이드된다는 발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불량배들에게 포위당한 모라가 브루스 리 영화의 몇 장면과 격투기 중계 화면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상대를 때려눕히는 장면에 이르면 쓴웃음을 참기 어렵다. 모라가 특별한(?) 존재로 뒤바뀌는 결말은 만화적 발상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리미트리스’는 지난해 3월 북미 개봉 당시 ‘랭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의 화제작을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 세계에서 제작비 2700만 달러의 6배에 육박하는 1억 618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상당 부분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배우로 꼽히는 브래들리 쿠퍼(에디 모라 역) 덕일 것이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백수 작가와 상원의원 후보자를 한결같이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는 배우는 쿠퍼를 빼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말년에 다작 배우가 된 로버트 드니로의 선구안은 다소 실망스럽다. 7월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리뷰] ‘아부의 왕’ 성동일·송새벽의 처세술 찰떡궁합 명품 애드리브

    [영화리뷰] ‘아부의 왕’ 성동일·송새벽의 처세술 찰떡궁합 명품 애드리브

    코믹 연기의 달인 성동일과 코미디 연기의 신성 송새벽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아부의 왕’(20일 개봉). 직장은 물론 사회 생활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처세술로 꼽히는 아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영화는 자기 일만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직장 상사는 물론 동료들과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풀어 나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살 만한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단 어느 부분에서 대중과 교감을 할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아부의 왕’은 보험회사에 1등으로 입사해 기획팀에서 중요한 기획안을 도맡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지만,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성격의 동식(송새벽)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소신껏 일했지만 윗사람 비위 맞추기에는 소질이 없는 동식은 갑자기 영업팀에 발령을 받고 퇴사할 결심을 세운다. 하지만 때마침 어머니가 만년 교감이던 아버지를 교장으로 만들기 위해 덜컥 사채를 끌어다 로비한 것을 알게 된 뒤 결국 사채를 갚기 위해 보험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영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동식이 우여곡절 끝에 아부계의 숨은 전설로 통하는 혀고수(성동일)의 제자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아부를 ‘감성영업’이라고 주장하는 혀고수는 동식에게 아부의 기본인 침묵부터 가르친다. 이어 ‘3, 4, 5의 법칙’, ‘미소의 법칙’, ‘동조와 맞장구의 법칙’ 등 아부 비법을 전수하는 장면에서 상황에 딱 맞는 대사와 배우들의 애드리브 연기가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극의 중반부터 동식의 개인사에 얽힌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사채에 시달리던 동식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홈쇼핑 회장에게 비굴할 정도로 충성을 다하는 애잔한 모습은 샐러리맨의 애환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코믹하게 흘러가던 극 전개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다. 여기에 동식의 첫사랑이 등장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추가되면서 영화는 구심점을 잃고 산만하게 흘러간다. 아부를 소재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겠다는 기획은 참신했지만, 좀 더 치밀한 구성과 현실적인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익숙함은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메시지나 페이소스는 약하다는 이야기다. 큰 변신을 보여 준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와 잘 맞는 배우들의 연기는 볼 만하다. 성동일은 ‘애드리브의 제왕’이라는 별명답게 능글맞은 혀고수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로맨틱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 이후 샐러리맨 연기에 도전한 송새벽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아부계의 팜므파탈 예지 역으로 나오는 김성령의 캐릭터는 강렬하지만, 남자 주연들에 비해 비중은 작은 편이다. 영화 ‘밀양’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정승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음낭 무게만 45kg 남성, 무료 수술 제안 거절…왜?

    ▶사진 보러가기 무려 45kg이 넘는 거대한 음낭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미국 남성이 무료로 수술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각) 미 지역지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의 보도를 따르면 현지 주민인 웨슬리 워렌 주니어(48)가 자신이 출연한 토크쇼 측으로부터 무료 수술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워렌은 최근 출연 중인 ‘닥터 오즈 쇼’ 측으로부터 무료로 수술해 주는 대신 앞으로 자신들과만 인터뷰하길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람들로부터 얻은 인기를 잃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런 상태로 살고 싶진 않으나 수술 도중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워렌이 커다란 음낭을 갖게 된 것은 음낭상피병이라는 질환 때문이다. 이 질환은 림프액이 고이고 결합조직이 증가하기 때문에 음낭의 표피가 상피처럼 돼 음낭이 커지고 음경이 그 속에 매몰된다. 원인은 결핵이나 암에 의해 림프절의 광범위한 파괴가 있을 때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아프리카나 아열대지역의 모기에 의해 필라리아 기생충이 전염돼 발병한다. 놀라운 사실은 워렌은 이전에 이 같은 지역으로 여행을 간 경험이 없다. 또한 의료진 역시 그의 몸에서 어떠한 기생충 감염 경로도 찾지 못했다. 그는 일전에 “2008년에 잠자다가 뒤척이면서 음낭이 다리사이에 끼었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축구공 만하게 부어오르더니 계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영화리뷰] ‘시작은 키스!’

    [영화리뷰] ‘시작은 키스!’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남편 프랑소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다. 어디를 가도 그의 흔적뿐. 그가 쓰던 칫솔과 애프터셰이브, 노트북까지 비닐봉지에 담아 버려 본다. 홀로 남은 나탈리에게는 불면의 밤이 이어진다. 남편의 죽음을 잊으려고 나탈리는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가 난다. 부하 직원 마르퀴스에게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해버린 것. 처음엔 실수로 넘기려 한다. 마르퀴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머리숱이 적고 못생긴 데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몸매도 꽝이다. 동료 중 그의 이름을 아는 이가 드물 만큼 존재감도 희미하다. 그런데 웬걸.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 스웨덴 남자답지 않은 유머감각까지. 사랑을 빼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녀와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남자의 로맨스는 그렇게 시작한다. ‘시작은 키스!’(14일 개봉)는 프랑스에서 70만부 이상 팔린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프랑스 문단의 우디 앨런으로 통하는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동생 스테판과 공동연출을 맡았다. 스테판 역시 데뷔작이다. 다만 1990년대 후반부터 장뤼크 고다르(사랑의 찬가), 프랑소와 오종(크리미널 러버), 우디 앨런(미드나잇 인 파리), 마이크 뉴웰(해리포터와 불의 잔), 마틴 켐벨(카지노로얄) 감독 작품에서 캐스팅 디렉터로 일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기존 로맨틱코미디의 남녀 간 권력관계(?)를 전복시킨 데서 비롯된다. 예쁘고 현명한 데다 직장에서도 잘나가는 무결점 여성이 볼품없는 외국인과 연애를 한다는 게 늘 있는 일은 아니다. 영화 속 나탈리의 지인들은 “왜 저런 사람과 사귀느냐.”고 끊임없이 되묻는다. 물론 할리우드 톱스타 여배우와 런던의 외곽 작은 서점주인의 로맨스를 그린 ‘노팅힐’(1999)도 있었다. 그래도 ‘노팅힐’의 남자주인공은 휴 그랜트였다. 비현실적인 설정일 법도 한데, 공감을 끌어내는 건 전적으로 두 배우의 공이다. ‘아멜리에’(2001)로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임을 입증한 오드리 토투가 아니라면 말 한마디 섞어 본 적 없는 동료와 대뜸 키스부터 한다는 설정이 황당무계할 게다. 토투의 연기가 딱 기대치만큼이었다면 마르퀴스 역의 프랑소아 다미앙은 한국 관객에게 의외의 발견이다.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 같은 평범한 외모지만, 의외로 익살맞고 귀여운 매력을 지닌 마르퀴스 역에 다른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을 터. 캐스팅 디렉터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테판의 선구안이 빛나는 대목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리뷰]고현정 영화 미쓰GO ‘묘한 맛’의 이유는?

    [프리뷰]고현정 영화 미쓰GO ‘묘한 맛’의 이유는?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손 하나 밖으로 내놓지 못한 채 웅크리고 사는 여자 천수로. 함께 사는 아는 동생과 진정제 처방을 돕는 의사 말고는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려워 짜장면도 혼자 시켜먹지 못할 정도다.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던 이 여자가 우연한 기회에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연루된 남자 다섯이 그녀와 쫓고 쫓기는 한바탕 추격전을 펼친다. 영화 ‘미쓰GO’(미쓰고)는 남자들만 득실댔던 영화 ‘달마야 놀자’(2001)로 충무로에 정식 입성한 박철관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고현정과 만나 내놓은 복귀작이다. 전작 이후에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이 없었던 박철관 감독과 달리,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까지 진행 중인 고현정의 첫 상업영화 출연작이라는 점이 일단 주요한 티켓 파워로 작용한다. 여기에 충무로의 대표 감초배우인 성동일과 고창석, 이문식과 ‘달마와 놀자’ 출연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하는 박신양 등의 캐스팅에, 최근 유례없이 성수기를 맞은 한국영화의 붐까지 타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인상적이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감초’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이문식과 자타공인 최고의 연기력 소유자인 박신양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카리스마로 영화를 빛냈다. 성동일과 고창석은 (이제는 다소 식상하지만) ‘코믹 감초’ 분야에서 톱(Top)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만큼 적재적소에서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현정과 유해진의 호흡이다. 여왕에서부터 여성 대통령까지, 대체로 당차고 씩씩한 역할을 도맡아 온 고현정이 연기하는 공황장애 캐릭터는 어색할 겨를 없이 완벽했다. 코믹함을 벗어던지고 시종일관 날 세운 재킷과 선글라스로 무장한 유해진 역시 ‘우려’와 달리 옴므 파탈의 로맨스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너무 다양한 소스가 한데 버무려진 탓일까. 영화 전체에서 애매하고 묘한 맛이 난다. 훌륭한 배우들의 앙상블은 있지만, 스토리에 제대로 녹아들지 않은 느낌이다. 영화 카피처럼 ‘어쩌다 보니 범죄의 여왕’이 된 천수로(고현정 분) 주위에서는 로맨스와 음모, 배신, 복수가 쉴 틈 없이 전개된다. 유쾌하고 빠르긴 하지만 치밀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공황장애를 앓던 천수로가 갑자기 ‘범죄의 여왕’으로 변모한다거나, 가짜 지폐와 마약을 둘러싸고 뺏고 빼앗기는 추격 스토리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 빠진 것처럼 엉성하다. 다만 ‘달마와 놀자’처럼 코믹액션영화의 규칙은 철저히 지키고자 한 감독의 노력 덕분에, ‘미쓰GO’에게 있어 영화 곳곳에 포진한 코믹 에피소드들은 위로 아닌 위로가 되어준다. 기대를 내려놓고(?) 본다면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다. 21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연리뷰] ‘블랙메리포핀스’

    한국뮤지컬대상, 더뮤지컬어워즈 등 뮤지컬 시상식에서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해 이름을 널리 알린 ‘설록홈즈’가 보여준 대학로 창작뮤지컬의 힘을 2012년 ‘블랙메리포핀스’가 이어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무대장치,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원작 소설이나 시나리오도 없는 100% 순도의 한국 창작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불행한 기억은 잊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란첸 슈워츠 박사의 대저택에 화재사건이 발생한다. 박사는 숨졌지만, 박사에게 입양된 4명의 아이들이 보모이자 박사의 연구 조교였던 메리 슈미트의 극적 구조로 구출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다음 날 메리 슈미트는 실종됐고, 4명의 아이는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사건은 단순 화재사건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12년 뒤 어느 날, 네 명의 아이 중 맏형 격인 한스 시몬에게 박사의 수첩 한 권이 전달되면서 각기 다른 집에 입양됐던 아이들이 한데 모이고, 12년 전 그날 밤의 진실에 대해 파고든다. 아이들이 박사에게 입양된 데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나치 정권하에서 박사는 독일이 전 세계를 점령했을 때 식민지의 국민에게 독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최면을 통해 지울 수 있는지를 실험하려 했고, 그 실험 대상으로 아이들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흘러간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조나스 역을 맡은 김대현의 공황장애 연기 및 다양한 팔색조의 연기는 인상적이며 탁월하다. 한스 역을 맡은 장현덕, 안나 역의 송상은 등도 안정된 연기력을 보이며 극의 몰입을 돕는다. 대극장이 아닌데도 조명장치, 무대 장치 등은 대형 뮤지컬 뺨치게 완성도가 높다. 특히 1막의 첫 장면인 ‘1926년 그란첸 박사 대저택 화재사건’ 장면은 조명과 커튼 막, 배우들의 몸동작 및 그림자를 잘 활용해 완벽한 영상미를 만들어낸다. 또 회전 무대를 중심으로 겹겹이 싸인 진실의 비밀을 상징하는 무대 위 사각의 턴테이블 모서리는 네 명의 아이들이 배치되고, 그들이 서로 가진 기억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훌륭한 무대 장치로 활용된다.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 라인을 이용, 적절하게 긴장도를 높였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7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4만 5000~6만원. (02)548.0597~8.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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