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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흑물질’ 1분에 1개꼴 인체 충돌…영향은?

    암흑물질 검출 실험에서 인체에는 평균 1분에 1개의 암흑물질 입자가 충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5일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뉴스가 전했다. 암흑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은하 및 은하단 등에서 중력의 영향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우주에는 이 수수께끼의 물질이 8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입자가 특별히 정해진 바는 없으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윔프(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 불리는 입자 그룹이다. 윔프는 ‘일반 물질과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무거운 입자들’을 지칭한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중입자(바리온)라는 일반 물질에 대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체를 포함한 우주 대부분의 물질을 통과해 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정한 질량을 가진 윔프는 때때로 원자핵과 충돌할 수 있으며 그 충돌은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미시간대 미시간이론물리센터의 천체물리학자 캐서린 프리즈 교수는 “이전에는 윔프가 인체 내의 원자핵과 부딪힐 확률이 일생에 1번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번 연구 결과 1분마다 충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론에 의하면 윔프는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탄생인 빅뱅 당시 생성됐다. 일반 물질과는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윔프끼리 충돌하면 모두 소멸하고 모든 질량은 에너지로 변한다. 연구에 참여한 스웨덴 스톡홀름대 오스카클라인센터 연구원 크리스토퍼 세비지는 “우주가 (팽창한 뒤) 식을 때 (윔프는)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더이상 소멸하지 않고 단지 그 위치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모델을 따르면 현재 지구와 인류는 초당 수십억 개의 윔프 내에 빠져 있다. 게르마늄 결정 등의 특정 물질에 윔프가 충돌할 확률과 그 충돌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에 따라 윔프를 검출하는 실험이 몇 가지 고안되고 있다. 이번 실험에서도 연구진은 이런 계산 방법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윔프 질량과 수를 조사해 그 입자가 인체에 많이 들어있는 원자핵과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할지를 추산했다. 이에 대해 세비지는 “계산 방법은 있지만 실제로 인체를 대상으로 실험할 수 는 없었다.”고 말했다. 추산 결과, 산소와 수소는 비교적 윔프와 충돌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는 많은 물(H₂0)을 포함하기 때문에 윔프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600억 전자볼트(60GeV, 1GeV=양성자 1개의 질량에 갇혀있는 에너지)의 질량인 무거운 윔프는 몸무게 70kg의 인체에 포함되는 원자핵으로 매년 약 10개가 부딪힌다. 그런데 질량이 10~20GeV인 비교적 가벼운 윔프는 평균적인 인체의 원자핵에 매년 10만 개 단위로 충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상호작용이 약하다는 것은 윔프가 부딪혀도 인체에 큰 위험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윔프끼리 충돌하면 소멸시 매우 큰 에너지 반응이 일어난다. 프리즈 교수는 “각각 양성자 100배의 질량을 가진 윔프끼리 충돌하면 양성자 질량의 200배 이상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는 상당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이어 “윔프가 인체 내에서 소멸하면 인체에 좋지 않으며 돌연변이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논문 초고 등록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를 통해 공개된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영화리뷰] ‘하트브레이커’

    [영화리뷰] ‘하트브레이커’

    연애에 어수룩한 의뢰인을 도와 사랑을 이뤄지게 한다는 깜찍한 발상은 엄태웅·이민정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을 통해 익숙하다. 17세기 프랑스의 실존인물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하지만, 연애조작단이란 발상을 먼저 영화로 만든 건 시라노의 모국 프랑스인들이다. 2010년 3월 프랑스에서 ‘라흐나퀘흐‘(L‘arnacoeur)란 제목으로 개봉한 파스칼 쇼메유 감독의 ‘하트브레이커’(19일 개봉)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커플을 만드는 데 존재의 목적이 있는 반면, ‘하트브레이커’의 연애조작단은 커플을 깨뜨리는 게 전공이란 점이 다를 뿐. 알렉스와 그의 누이 멜라니, 매형 마크의 팀은 연인을 정리(?)하는 데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훈남요원을 현장에 파견한 뒤 치밀한 작전을 통해 여인과 사랑하게 빠지도록 만드는 게 알렉스 팀의 수법이다. 어느 날 프랑스 화훼재벌의 외동딸인 줄리엣의 결혼을 막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문제는 줄리엣의 약혼자 조나단이 재벌이자 국제어린이구호단체의 창립자인 훈남이라는 점. 게다가 결혼식은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알렉스는 천신만고 끝에 줄리엣의 경호원으로 위장해 접근한다. 하지만, 여태껏 알렉스가 상대했던 여자들과는 ‘레벨’이 다른 줄리엣을 흔드는 건 쉽지 않다. 설상가상 남자를 밝히는 줄리엣의 대학동창이 알렉스에게 지분거리면서 일은 복잡해진다. ‘하트브레이커’는 1시간 45분이란 상영시간 대부분을 낄낄거리게 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다. 할리우드나 한국 조폭코미디의 ‘화장실 유머’나 몸개그는 없다. 재기 발랄한 대사, 웃음보가 터질 법한 상황도 진지하게 드러내는 정극 배우의 연기가 최대 웃음 포인트다.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로망 뒤리스(알렉스 역)는 프랑스의 아카데미상 격인 세자르상을 세차례(1999·2000·2006년)나 수상한 연기파 배우다. 생애 첫 로맨틱코미디에서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발산한다. 또 다른 웃음의 축은 알렉스의 매형 마크 역의 프랑수아 다미앙. 한글자막에는 안 나오지만, 그가 카레이서 흉내를 내면서 엉터리 이탈리아어 애드립으로 “스파게티~ 볼로냐~ 봉골레~”라고 하는 장면에서 웃음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즐거움은 벌어진 앞니, 허스키 보이스에 뇌쇄적인 외모의 여배우 바네사 파라디(줄리엣 역)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배우 조니 뎁과 14년째 사실혼 관계이자 두 아이를 둔 엄마이기 이전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샹송 가수, 샤넬의 뮤즈인 그녀는 마흔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사랑스럽다. 프랑스에서는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전 세계적으로 4735만 달러(약 539억원)를 벌어들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연극리뷰] ‘서툰 사람들’

    [연극리뷰] ‘서툰 사람들’

    110분 내내 배를 잡고 웃고 싶다면 서울 대학로로 달려가자. 장담하건대 KBS 2TV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기고, 어지간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유머가 넘친다. 장진 감독의 연극 ‘서툰 사람들’ 이야기다. 장진 식 개그는 신호 없이 은근히 다가와 가볍게 툭 치고 지나가지만, 그 파장이 큰 편이다. 대본 자체의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베테랑 배우 정웅인, 예지원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25세 중학교 여교사 화이, 87년생 좀도둑 장덕배. 이 둘은 화이의 작은 아파트에서 서툰 도둑과 서툰 인질로 대면한다. 덕배는 도둑질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훔칠 물건보다는 집주인을 먼저 생각하고, 집주인 손목에 상처라도 날까 싶어 밧줄에 매듭 맺는 법을 적어올 정도로 배려심 많은 도둑이다. 화이는 덕배가 자기 집에 훔쳐갈 귀중품이 없는 것이 안쓰러워 비상금 위치까지 먼저 털어놓는 순진한 집주인이다. 시간이 갈수록 대사와 행위가 서툴기만 하다. 근데 그 서툶이 관객에게 큰 재미를 준다. 남의 사정 봐가면서 적당히 털 줄 아는 도둑 장덕배는 여교사 화이집을 털려고 침입한다. 생각보다 진입이 쉬웠다. 문도 잠그지 않고 그녀가 잠들었기 때문이다. 덕배는 도둑질에 열을 올리지만, 사회 초년병 화이의 자취 집엔 돈 나가는 물건이 없다.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바로 아래층 집에서 한 남자가 자살 소동을 벌이고, 동네에 경찰과 소방차가 출동, 덕배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뜻하지 않게 화이의 집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된 덕배는 우연히 화이를 귀찮게 쫓아다니는 남자 문제를 해결해 주고, 새벽 5시에 들이닥친 화이의 아버지와 만나 인사를 나누는 등 그야말로 좌충우돌의 하루를 보낸다. 줄거리만 읽었을 때에는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드라마 스토리 라인은 비논리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직접 극을 보며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 깨알 같은 재미의 대사 등을 음미하며 배를 잡고 웃는 과정에서 진정한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도둑과 집주인으로 만난 두 남녀가 친구가 되는 과정은 ‘유쾌함’ 그 자체다. 극이 시작되기 앞서 장진 감독은 종종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철학적이지도 않고, 시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웃고 즐기시다 보면 극을 보고 집에 돌아가실 때 즈음 가슴 한쪽에 무언가 남으실 겁니다.”라는 장 감독의 말은 진짜 극이 끝나고 난 뒤 100% 공감할 수 있다. 장진 감독은 관객과의 만남에서 연극 ‘너와 함께라면’ 티켓과 배우들의 브로마이드 등을 객석에 선물한다. 티켓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54년생 이하 어르신들’ 또는 ‘특별한 날을 맞아 가족끼리 공연장을 찾는 관객’등이다. 극을 보는 재미 외에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연극 ‘서툰 사람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연극 ‘서툰 사람들’은 주인공 장덕배 역을 조복래 정웅인 류덕환 3인이 번갈아 가며 열연하고 있다. 여교사 화이 역 또한 예지원, 이채영, 심영은이 트리플 캐스팅 됐다. 5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전석 3만 5000원. (02)766-600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거미줄로 만든 세계 첫 바이올린 현 개발

    거미줄로 만든 바이올린 현은 어떤 소리가 날까? 최근 일본 나라 현립 의과대학 시게요시 오사키 특임교수(65)가 세계 최초로 거미줄로 만들어진 바이올린 현을 만드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5년간 거미줄을 연구해 온 오사키 교수는 2년 전 약 1만개의 거미줄을 합쳐서 0.75mm의 현을 만드는데 성공한 바 있다. 최근 교수는 이 거미줄을 실제 바이올린에 달아 음을 테스트 했으며 그 결과 일반적인 현보다 강하고 부드러우며 깊이있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시험에 참가한 바이올리니스트 마츠다 준이치는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해 테스트 했는데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색으로 소리가 부드럽고 깊다. 표현의 폭이 넓어졌다.” 고 호평했다. 오사키 교수는 “거미줄로 만든 현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일론제 보다 강하고 음질이 우수하다.” 면서 “이미 각국의 연주자로 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거미줄 바이올린 현이 대중화되기는 힘들 것 같다. 오사키 교수는 “현 1개를 만드는데 적어도 거미 100마리 이상이 필요하다.” 면서 “대량생산은 어렵지만 음악팬들을 황홀하게 하는 음색을 만들고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미국 물리학회의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3일자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영화프리뷰] ‘아르마딜로’

    [영화프리뷰] ‘아르마딜로’

    탈레반 진영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최전선 덴마크군 주둔지 아르마딜로 캠프. 매드, 다니엘, 킴 등은 묘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6개월의 복무를 시작한다. 막상 그곳에서는 탈레반 게릴라들은 보이지 않는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정찰과 훈련이 일상화된 현실뿐이다. 영내에서 포르노를 보거나 모터사이클과 수영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다 탈레반이 설치한 폭발물에 동료가 하나둘 쓰러진다. 어느 날 교전이 벌어지고 덴마크 병사 2명이 중상을 입는다. 복수심과 분노로 이성을 잃은 덴마크 병사들은 배수로에 숨어 있던 탈레반에게 수류탄을 던진다. 생사를 확인도 하지 않고 무차별 난사를 가한다. ‘아르마딜로’는 기존의 극영화나 다큐멘터리와 전혀 다른 시점에서 전쟁을 바라본다. 야누스 메츠 페더슨 감독과 라스 스크리 촬영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덴마크군의 아르마딜로 캠프에 텐트를 치고 6개월을 보냈다. 병사들의 헬멧에 최첨단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했다. 페더슨과 스크리 감독은 이동성이 간편한 캐논의 5D 마크Ⅱ를 사용해 병사들의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냈다. 전장의 한복판에 카메라를 들이댄 덕에 날것 그대로의 전쟁을 보여 준다. 전투기의 폭격과 총성은 물론 부상을 입고 잔뜩 겁에 질린 병사들의 표정까지 ‘리얼’, 그 자체다. 물론 전투 장면은 화려하지 않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할리우드 특수효과에 길든 관객에게는 소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섬뜩할 만큼 사실적이다.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즐겨 쓰는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도 없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총탄과 화약 연기를 맡으면서 서서히 아드레날린에 중독되는 변화를 지켜볼 뿐이다. 페더슨 감독은 “전장은 평범한 병사들의 머리에 잔인성을 자리 잡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유혹이 있다. 누구라도 전쟁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현존하는 다큐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빌리지보이스), ‘영화사에 남을 최고의 전쟁영화’(가디언) 등 극찬이 뒤따랐다. 2010년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영화로는 처음 비평가 주간 대상을 받았다. 덴마크에서는 개봉 이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동료의 부상에 화가 난 덴마크 병사들이 탈레반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가하고 시체를 총으로 파헤치며 총과 전리품을 수거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전쟁 범죄 논란이 불거지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교전에 연루된 병사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또한 파병의 당위성을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개봉 당시 할리우드 영화들을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여러모로 지난해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도가니’를 떠오르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촬영이 덴마크 정부의 협조 속에 이뤄졌다는 대목이다. 페더슨 감독은 “당국과 군에서도 수천 마일 떨어진 아프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갈등을 여과 없이 담아내길 원했다.”고 말했다. 26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파리의 도둑고양이’

    [영화프리뷰] ‘파리의 도둑고양이’

    프랑스 애니메이션 ‘파리의 도둑고양이’는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영화다. 독특한 그림체에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수성과 사실성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어린이용 영화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꽤 탄탄한 스토리와 빠른 전개가 성인 관객들의 눈을 붙잡는다. 이야기는 갱단 두목 코스타에게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 실어증에 걸린 소녀 조이가 이끌어간다. 경찰인 조이의 엄마 잔은 갱단을 소탕하느라 슬퍼할 겨를도 없다. 조이의 곁에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고양이 디노다. 하지만 디노는 의로운 도둑 니코와 함께 밤마다 파리의 지붕 위를 누비고 다니는 이중생활을 하는 고양이다. 어느 날 밤마다 사라지는 디노를 뒤쫓던 조이는 우연히 코스타 일당의 범죄 계획을 엿듣게 되고, 자신의 보모조차 믿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엿듣은 사실이 발각돼 갱단에 쫓기게 된 조이. 디노와 니코는 조이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파리의 도둑고양이’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은 바로 갱단과 조이 일행의 추격 장면이다. 달밤에 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노트르담 성당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상당히 스릴 있고, 역동적으로 구현됐다. 정전이 돼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갱단에 붙잡힌 조이를 니코가 구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인물들의 움직임을 검정 바탕에 흰색 실루엣만으로 묘사해 애니메이션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1시간 남짓인 상영 시간은 좀 짧은 편이지만, 한 컷 한 컷 공들인 일러스트레이션과 뛰어난 색감의 원화를 감상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아기자기함과 캐릭터를 강조하는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좀 더 사실적이고 선을 중시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특징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갱단이 등장하는 일부 장면에서 권총이 여러 차례 나오고, 다소 복잡한 이야기 전개로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할 수도 있겠다. 포스트 모더니즘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장 루 펠리시올리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작가 알랭 가뇰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할리우드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는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더 박스’

    [영화프리뷰] ‘더 박스’

    1976년 미국 버지니아주. 사립학교 교사 노마와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아서는 사춘기 아들을 둔 평범한 부부다. 어느 날 새벽녘 상자 한 개가 배달된다. 그날 오후, 왼쪽 뺨의 피부가 없는 흉측한 남자가 찾아온다. 박스 안에 놓인 버튼을 누르면 노마·아서 부부가 모르는 한 명이 죽는 대신, 현금 100만 달러를 주겠노라고 말한다.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던 부부는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결정을 내리는 시한인 24시간이 끝날 무렵 노마는 버튼을 눌러버린다. 하지만 섣부른 결정이 가져온 후폭풍에 가족의 삶은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19일 개봉하는 ‘더 박스’는 애매한 영화다. 영화통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는 이 작품을 공포 스릴러로 분류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인류를 멸종시킬 만큼 고등한 능력을 지닌 ‘그들’은 한 명의 아이를 둔 40대 이하의 부부를 상대로 실험을 진행한다. 공포의 근원은 ‘그들’인데, 정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초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전 NASA 공보국장 스튜어드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좀비처럼 변한 인간들을 시켜 납치와 실험을 진행할 뿐이다. 각본과 감독을 겸한 리처드 켈리는 영화 배경을 화성 탐사가 한창이던 1970년대 중반으로 잡는다. ‘그들’이 인류의 우주탐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란 식의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려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정보 탓에 지적 호기심은 이내 꺾인다. 이런 설정은 이미 인기 드라마 ‘엑스파일’, ‘프린지’ 등을 통해 십수 년 동안 숱하게 봐온 터다. 원작은 마이클 매드슨의 소설 ‘버튼, 버튼’. 매드슨은 ‘나는 전설이다’, ‘시간여행자의 사랑’(‘시간여행자의 아내’의 원작), ‘스틸’(‘리얼스틸’의 원작) 등 공포와 공상과학(SF),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대박을 쏟아낸 이야기꾼이다. 그 가운데 ‘더 박스’와 여러모로 유사한 건 세 차례(1964·1971·2007년) 영화로 만들어진 ‘나는 전설이다’이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인류가 위기에 몰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매드슨의 성향을 미뤄 짐작할 만하다. 노마 역의 캐머런 디아즈는 평범하다. 미모와 발랄함으로 승부를 보던 그에게 고뇌하는 캐릭터는 어딘가 어색하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눈을 가리고 나온 탓에 주목받지 못했던 사이클롭스 역의 제임스 마스던은 이번에 아서 역을 맡았지만, 존재감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극적 긴장감을 뿜어내는 인물은 스튜어드 역의 노배우 프랭크 란젤라(72)뿐. 토니상 단골손님답게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에서 닉슨 대통령 역을 맡았을 때의 카리스마를 재현했다. 미국에서는 2009년 11월 개봉했다. 미국에서 1505만 달러, 전 세계에서 3333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제작비(3000만 달러)만 넘겼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리뷰]’인류멸망보고서’가 말하는 종말, 어떤 모습?

    [리뷰]’인류멸망보고서’가 말하는 종말, 어떤 모습?

    인류의 멸망, 지구의 종말…2012년 들어 수도 없이 등장한 화젯거리 중 일부다. 시도 때도 없이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소행성이나 곳곳에서 벌어지는 끔직한 먹거리 전쟁 등을 접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혀를 찬다. 김지운·임필성 감독의 옴니버스 SF영화인 ‘인류멸망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십분 반영한 듯 한편으로는 처절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의 빛줄기가 내리는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오랜만의 소개팅에 마음이 들뜬 윤석우(류승범)은 급한 마음에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한 번에 처리한 뒤 퀸카(고준희)를 만나러 간다. 그녀와 즐겁게 고기를 먹은 뒤 석우의 몸에는 이상한 변화가 찾아오고, 그를 비롯해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점차 좀비로 변한다.(멋진 신세계) 평화로운 천상사(寺)에 사는 로봇 RU-4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제조사 UR은 이를 해체하기로 결정하지만, 그를 이미 인명스님이라 부르며 숭배하는 승려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갈등이 깊어진다.(천상의 피조물) 아빠의 소중한 8번 당구공을 망가뜨린 초등학생 박민서(진지희)는 부모님 몰래 다시 당구공을 사놓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정체불명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당구공을 주문한다. 하지만 2년 뒤 당구공 모양의 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고, 지구는 혜성 충돌로 인한 멸망의 위기에 놓인다.(해피 버스데이) 쓰레기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육류를 섭취한 인간, 곧이어 이 인간들이 모두 좀비로 변한 세상(멋진 신세계)과 혜성의 충돌이 가까워질수록 속수무책으로 울부짖기에 바쁜 연약한 인류(해피 버스데이)의 모습은 SF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더욱 섬뜩하다. 이미 로봇의 일상화가 코앞에 닥친 현실에서 깨달음을 얻은 로봇을 부처로 보아야 하는지, 인류는 이것을 결국 파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천상의 피조물) 역시 창조주와 피조물의 기본적인 관념을 다시금 돌이켜보게 하는 대목이다. ‘인류멸망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 동양과 서양의 사상이 부합되고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스토리에 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광우병 사태로 이미 느꼈듯 먹거리로 인한 바이러스의 공포는 더 이상 과거의 일이 아니며,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혜성의 위협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두려움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은 천상사의 로봇은 고도로 발달한 서양의 기술과 동양의 불교사상 사이에서 인류 대신 세상과 삶의 고민을 떠안는다. 이 영화는 SF의 기본 소스인 ‘신선한 소재’를 무기로 삼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좀비(그것도 ‘류승범 표’ 좀비)의 리얼한 모습과 현실가능성 다분한 미래를 우리 문화와 밀접하게, 그리고 블랙코미디를 버무려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영화를 본 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 해야겠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다면 ‘인류멸망보고서’는 인류멸망을 막기 위한 보고서로서의 의무를 상당부분 충실하게 이행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툭하면 늦잠에 지각, 실수투성이 변호사 에미는 법정에서 백전백패한다. 의기소침한 에미에게 상사는 마지막 기회를 준다. 부인을 죽인 혐의의 중년 남성을 변호하라는 것. 문제는 피의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게 대략 난감이라는 점이다. 사건 발생 당시 피의자는 외딴 산속 여관에서 전국시대 유령 무사에게 가위 눌렸다고 주장한다. 에미는 알리바이를 입증하려고 찾아간 여관에서 400여년 전에 숨진 유령 로쿠베를 만난다. 배신자로 몰려 참수형을 당한 로쿠베에게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유령 증인을 내세운 초유의 재판이 시작되지만, 유령은 몇몇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지라 논란은 점점 커진다. ‘멋진 악몽’(원제: ステキな金縛り)은 코믹 법정드라마를 표방한다. 법정드라마가 흥행과 거리가 먼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상황(한국에서도 올초 ‘부러진 화살’ 이전의 법정영화는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웰컴 미스터맥도날드’(1997) ‘더 우초우텐 호텔’(2005) ‘매직아워’(2008) 등 일본 연극·영화계에서 웃음의 연금술사로 통하는 미타니 고키 감독은 “내 영화들이 다소 연극적이기 때문에 법정이란 곳이 잘 맞을 것 같았다. 배심원 재판이 생기면서 검사와 변호사가 겨루고, 그것을 배심원이 관객으로 보고 있다는 구도가 이전보다 더 영화적으로 정립됐기 때문에 반드시 법정물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덤벼들었다. 2시간 22분의 상영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공들여 설계된 캐릭터와 명배우들의 ‘오버’하지 않는 연기 덕이다. 감독의 전작 ‘매직아워’에 함께 출연, ‘미타니 군단’으로도 불리는 후카쓰 에리(에미 역)와 니시다 도시유키(유령무사 로쿠베 역)의 연기궁합은 인상적이다(둘이 함께 부른 주제곡 ‘원스 인 어 블루문’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특히 ‘춤추는 대수사선’ ‘악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후카쓰는 39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어리바리하면서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살려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올스타급 조연진도 흥미롭다. 객석을 웃음바다로 물들인 또 하나의 축인 니시다는 물론, 에미의 상사로 등장하는 드라마 ‘트릭’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아베 히로시, 일본과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는 아사노 다다노부 등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본 코미디 특유의 슬랩스틱이나 억지웃음(혹은 설정)을 걷어낸 것도 흥미롭다. 일본에선 큰 성공을 거둔 ‘춤추는 대수사선’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 등이 국내에선 기대에 못 미쳤던 점을 떠올리면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개봉 당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머니볼’ ‘신들의 전쟁’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따돌리고 약 4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19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공연리뷰] 英무용단 DV8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

    [공연리뷰] 英무용단 DV8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

    “여기 누가 탈레반보다 도덕적으로 낫다고 생각합니까(Who here feels morally superior to the Taliban?).” 무용수가 던지는 첫 질문부터 심각하다. 입을 연 무용수는 객석을 등지고 서 있는 다섯 명을 벽 삼아 몸짓을 이어간다. 마치 의자라도 있는 양 자연스럽게 앉아 팔걸이에 팔을 얹는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두 팔을 등 뒤로 꺾어 맞잡고, 몸을 꼬고, 흔들림 하나 없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기도 한다. 굉장히 유연한 움직임이 마치 관절인형 같다. ●과격 이슬람 원리주의 등 소재 지난 6~8일 3일 동안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 위에 오른 피지컬 시어터 DV8의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Can We Talk about This)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공연이었다. DV8이 ‘일탈하다’의 영단어 디비에이트(deviate)에서 나온 것처럼, 예술감독 로이드 뉴슨(55)은 매 작품마다 일탈을 이어갔다. 2005년 내한공연에서 올렸던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에서는 현대사회의 허영과 환상을 들춰내고, 2008년 작 ‘투 비 스트레이트 위드 유’(To Be Straight with You)에서는 종교적 관용과 동성애의 문제를 다루었다. ‘캔 위 토크’는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다문화주의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 초연된 이 작품은 공연을 할 때마다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실제로 그럴 만했다.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서 1990년부터 2004년을 거슬러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테러를 당한 사람들을 소개하며 사진들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소설 ‘악마의 시’(1988)를 집필해 암살 현상금이 걸린 영국작가 살만 루시디와 덴마크 신문의 마호메트 풍자만화 작가, 무슬림 여성들의 인권에 관한 단편영화를 찍은 후 살해당한 네덜란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 등이다. 바닥에 떨어진 사진 위로 검은 속옷 차림의 여성이 아름답고 유연하게 춤을 추며 자신의 몸에 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여성이 중얼거리는 것은 이슬람 문화가 여성의 몸을 얼마나 ‘하찮고 더럽게 보는지’에 대해서다. ●테러영상 통해 문제의식 고양 이슬람 여성 인권에 대해 발언했던 영국 노동당 의원 앤 크라이어의 의견을 전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손에 찻잔을 들고 있는 왜소한 여성은 한 남성을 받침대 삼아 고난도의 동작을 보여준다. 남성을 의자 삼아 다리를 꼬고 앉는가 하면, 남성의 두 팔을 밟고 허공에 꼿꼿하게 서 있다. 남성의 등 위로 편하게 기대 누운 자세나 남성의 머리 위에 찻잔을 올려놓은 것이 마치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대사를 읊어대면서도 동작을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무용수 11명을 보면 얼마나 잘, 또는 혹독하게 훈련받았을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런 장면 사이사이에 테러당한 인물들에 대한 기록영상이나 사건 묘사, 증언들을 보여주면서 공연 ‘캔 위 토크’는 의도했던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끌어올린다. 이 작품에 대해 영국 텔레그라프는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훌륭할 뿐만 아니라 용감하기까지 하다.”고 극찬했다. 지난 3월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이어진 공연에서는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무용수들의 훈련 강도 느껴져 지난 8일 공연에서 관객과 대화에 나선 로이스 뉴슨은 이런 반응들에 대해 “이것은 사실에 근거한 작품이고, 모든 무슬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에 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출연하는 무용수 중에도 무슬림 출신이 3명이나 있는데, 그들 역시 극단적인 무슬림들의 불관용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지막 대사는 역설적이게도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침묵해야 한다(I want to be free, so I need to shut up).”이다. 이에 대해 뉴슨은 “잔인한 조크”라고 설명했다. “침묵을 지키는 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면 유럽에서는 아직도 여성들이 마녀로 누명을 쓴 채 처형당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좀 더 일찍 이야기했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신라시대 남자기생 그 도발적 캐릭터… 나부터 끌리고 말았죠”

    “신라시대 남자기생 그 도발적 캐릭터… 나부터 끌리고 말았죠”

    ‘신라시대에 진성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 기생이 있었다?’ 독특하고 도발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신선한 공연이 올봄 관객들을 찾아간다. 신라시대 남자 기생들의 이야기, 뮤지컬 ‘풍월주’가 바로 그것. 작품은 신라시대 남자 기생들이 높은 신분의 여성들을 접대하는 ‘운루’를 배경으로 한다. 운루에서 각자 사연을 품고 생활하는 남자 기생을 ‘풍월주’(風月主)라 부른다. 운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풍월주인 ‘열’은 핏빛 개혁을 한 ‘진성여왕’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운루의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사담’을 향해 있다. 소재가 독특해서인지 몰라도 풍월주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본 공연 전 프리뷰 공연 8회차의 티켓 2400장이 오픈 5분 만에 전석 매진됐을 정도다.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창작 뮤지컬 ‘풍월주’에서 주인공 ‘열’ 역을 맡은 배우 성두섭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성두섭은 풍월주 대본을 받자마자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원래 계약 직전까지 간 다른 작품이 있었지만, 풍월주의 대본을 읽게 되면서 풍월주 ‘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다른 작품 제안을 거절하면서까지 풍월주를 하고 싶었어요. 남자 기생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신선했고, 열의 사랑이야기가 가슴 아팠거든요.” ●“남녀 모두에게 매력적인 모습 전달” 그가 맡은 ‘열’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래서 성두섭은 요즘 고민이 크다고 했다. 관객들에게 열이 왜 남자와 여자 양쪽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적인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을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그가 분석한 열은 사람의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인물이란다. 그는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지만 상처가 있는 진성여왕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담이라는 오랜 친구와 깊은 우정이자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바로 열이란 인물이에요. 매력적이죠.”라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었다. 성두섭은 그간 꾸준히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05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그리스’(2007년),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2007년), ‘김종욱 찾기’(2008년), ‘내마음의 풍금’(2009년), ‘빨래’(2010~2011년), ‘늑대의 유혹’, 연극 ‘옥탑방 고양이’ 등에 출연하며 쉴새 없이 달려온 것. ●“아버지 덕에 중학생 때 방황 대신 댄스 몰입” 지금의 성두섭이 있기까지는 아버지의 지지와 응원의 힘이 컸다.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갑자기 전학을 갔다. 다소 방황할 뻔했던 그 시기 아버지가 지역 신문에 조그마하게 난 복지회관의 중학생 댄스팀 오디션 공고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 길로 복지회관으로 달려가 오디션을 봤고, 합격해 전국대회까지 나가는 수준급 댄서가 됐다. 그때의 무대 경험 등이 밑바탕이 돼 그는 연예인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서울예술대학 연극영화과에 수능 없이 100% 실기로 합격했다. 재수생 시절, 연기학원에서 만난 친구 3명과 함께 입학시험을 봤는데 홀로 붙게 됐다고. 그때 함께 시험 본 친구들 가운데 2명이 tvN 코미디 빅리그의 ‘따지남’ 개그맨 윤진영, 김필수이다. 그는 “사실 대학에 안 가려고 했는데, 진영이랑 필수가 연기하려면 서울예대를 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얼떨결에 시험 보러 갔다가 저만 합격해 엄청 미안했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면접시험에서 특기 하나 준비하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 무대 위에서 갈고닦은 춤 실력과 각종 개인기로 심사위원들에게 그를 알린 게 합격의 비결이란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의 출발은 아버지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었다는 게 성두섭의 설명이다. 성두섭의 아버지는 지금도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아들의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영화·드라마서도 활동하고 싶어” 그는 대학 생활을 1년 정도밖에 누리지 못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휴학했고, 프로 공연 무대에 조금씩 서게 되면서 제때 복학하지 못해 제적된 상태라고. 하지만 짧은 대학생활을 통해 그는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신입생 시절 학교 선배들의 뮤지컬 ‘페임’ 무대를 보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겠노라 다짐했다고. “강태을 선배 주연의 ‘페임’ 공연을 보고 가슴이 뛰었죠. 제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게 바로 뮤지컬이더라고요.” 그는 지금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생활이 아주 행복하단다. 뮤지컬 무대는 물론이고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성두섭의 변화가 기대된다. 한편 뮤지컬 ‘풍월주’는 5월 4일부터 7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된다. 4만~5만원. 1577-3363.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영화프리뷰] 조디 포스터·멜 깁슨 ‘비버’

    요즘 현대인들이 앓는 가장 심각한 병의 하나인 우울증.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 무거운 짐을 진 채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비버’는 이처럼 점차 지쳐 가는 현대인에 대한 냉철한 보고서이자 연출은 물론 직접 출연까지 한 조디 포스터의 진심 어린 위로가 담긴 영화다. 예상하는 바대로 영화의 제목인 ‘비버’는 툭 튀어나온 두 개의 앞니가 인상적인 동물 비버를 뜻한다. 영화 속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월터 블랙(멜 깁슨)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한때 잘나가는 장난감 회사 사장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월터 블랙은 우울증에 걸리면서 삶의 모든 의욕을 잃는다.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그는 손인형 비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할 때도, 회사에 갈 때도 늘 손에 비버 인형을 끼고 다니는 월터 블랙.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리가 없다. 하지만 어떤 약이나 상담도 듣지 않았던 그에게 비버는 유일한 멘토이자 희망이다. 그는 비버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차 삶의 활기를 찾아간다. 하지만 월터 블랙은 분신처럼 여기던 비버에게 점차 의존도가 높아지는 자신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느낀다.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영화 ‘매버릭’(1994) 이후 감독과 배우로 18년 만에 다시 만난 조디 포스터와 멜 깁슨의 찰떡 호흡이다. 조디 포스터는 현대인들의 아픔과 치유를 섬세한 연출로 잡아내고, 멜 깁슨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따르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우울증에 걸린 중년 남성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영화는 가족 영화로서 미덕도 잃지 않는다. 우울증으로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워커홀릭이 된 메러디스(조디 포스터),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고 닮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큰아들 포터 블랙(안톤 옐친) 등 붕괴된 가정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영화를 통해 그려진다. 감독 데뷔 작인 영화 ‘꼬마 천재 테이트’에서 비범한 어린아이의 삶을 이야기하고, 차기작인 ‘홈 포 더 할리데이’에서는 미국의 30대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영화에 담았던 조디 포스터는 이번 영화에서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마저 스스로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해결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힐링 무비 성격의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인 재미나 눈에 띄는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잔잔한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곱씹어 볼만한 여운을 남긴다. 1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논문표절·중복게재 왜 뿌리뽑히지 않나

    4·11 총선을 앞두고 논문표절과 중복 게재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문대성·정우택·유승민 등 후보들의 논문표절과 중복 게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문 성취도의 핵심지표로 여겨지는 논문의 진실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각 대학 총장 선거 등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논문 문제가 개인의 부도덕성은 물론, 성과만을 중시하는 국내 학계의 비정상적인 문화와, 정부 주도하의 기형적인 학술지 육성 체제가 빚은 총체적 문제로 보고 있다. 2일 한국연구재단의 고위 관계자는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더 부도덕하게 논문을 쓴 것이 아니라, 검증의 타깃이 되기 때문에 밝혀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지도하는 교수가 이를 적발하지 못한 채 학위를 주고, 학술지가 게재를 승인하는 것 자체가 학계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재단은 국내 주요 학술지의 가치를 평가하고 학위 등록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학술지 운영과 논문 작성 및 연구윤리에 대한 교육과 인식 모두 국제수준에 크게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세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에는 몇 개 단어 이상의 동일한 사용, 연구주제의 유사도 등을 심사나 리뷰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제도가 정착된 지 오래”라며 “반면 한국에서는 쓰다 보면 단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이해해 주거나, 같은 전공에서 주제나 연구방법이 동일한 것 정도는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모 서울 약대 교수는 지난해 국제저널 ‘산화방지&산화 환원신호’에 논문을 게재한 후 논문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단순한 사진 게재 실수’라고 해명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조사과정에서 같은 사진을 여러 논문에 중복 사용한 것은 물론, 하나의 연구를 3개의 논문에 대조군으로 게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최근 소개한 한 해외언론은 “지도교수가 논문과 관련해 무엇을 가르쳤는지 모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한 ‘연구재단 학술지 등재 제도’가 논문과 학술지 전반에 걸친 부실을 낳았다는 비판도 있다. 일정 기준만 넘어서면 모두 등재학술지로 인정하면서 1998년 56종에 불과하던 등재 학술지수는 현재 2000종을 훌쩍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일부 학술지는 논문 수를 부풀리기 위해 표절을 장려하거나 교수가 학생들에게 표절할 논문을 나눠주는 일도 빈번하다. 한국조직공학회 학술지인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은 2005년 창간한 후 이 같은 방법으로 수십편의 표절논문을 편집위원장 주도로 게재했다가 일이 불거지자 2009년 자진 폐간하기도 했다. 이덕환 한국화학회장은 “이처럼 학술지의 논문 심사가 부실한데, 정작 대학들은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야 한다는 식의 기준만 두고 있다.”면서 “학계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맞춘 논문 작성 방법과 논문표절이 범죄라는 인식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측은 “2014년 말까지 등재제도를 폐지하고 세계 수준이 될 수 있는 학술지만 선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리뷰]타이타닉 3D를 극장서 ‘다시’ 봐야 할 이유

    [리뷰]타이타닉 3D를 극장서 ‘다시’ 봐야 할 이유

    제임스 카메론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은 1997년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2~3번 관람한 ‘충성 관객’외에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와 TV를 통해 보고 또 본 ‘헤픈’ 영화 중 하나다. 때문에 타이타닉이 3D로 재개봉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볼만 할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굳이 5년간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3D로 컨버팅하는 작업이 왜 필요한지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일을 벗은 타이타닉 3D는 기존의 타이타닉이 아니었다. 그저 추억을 회상할 옛 영화라고 하기엔 타이타닉 3D는 너무나 색다르고, 더욱 아름답다. 카메론 감독과 3D 컨버팅 작업팀은 한 장면을 3D로 변환하기 위해 길게는 2주일가량을 소모해야 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 한 장면에는 디카프리오나 윈슬렛의 얼굴 클로즈업 씬 등이 포함돼 있는데,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듯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두 사람의 얼굴이나 침몰 전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타이타닉 호 내부가 등장하는 장면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입이 벌어질 만큼 선명하고 화려하다. 마치 리모델링을 통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탄생한 집을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3D 기술을 마치 내 코앞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듯한 입체영상으로만 여긴다면 오산이다. 타이타닉 3D는 보다 또렷해짐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과 배경에 볼륨이 더해지면서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이미 지난 15년 간 수많은 평론가와 업계 관계자,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온 만큼 이제와 구성의 치밀함을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다만 15년 전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 중 어떤 이들은 이미 결혼해 중년이 되었을 수도 있고, 당시 극적인 러브스토리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이들은 어느새 다양한 사랑을 경험한 성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관객 저마다에게 흐른 15년의 시간은 타이타닉 3D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15년 전 이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근래의 웃음유발에만 급급한 로맨틱코미디에 익숙한 젊은 관객에게도 타이타닉은 달리 다가간다. 타이타닉이 ‘잠들어있던’ 지난 15년간, 역시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외에는 어떤 영화도 ‘잭’(디카프리오 분)과 ‘로즈’(윈슬렛 분)의 사랑기록(전 세계 역대 흥행 수익 2위 기록)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타이타닉이 흔하디 흔한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표 꽃미남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15년 전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 역시 스크린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후회할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타이타닉 호 침몰 100주년이자 15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는 타이타닉 3D는 오는 5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영화프리뷰]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영화프리뷰]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죽고 죽이는 생존 게임이 24시간 생중계된다면?’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은 이처럼 다소 끔찍한 발상에서 시작된 판타지 영화다. 모든 것이 무너진 뒤 폭력과 힘이 지배하는 무정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신비한 마법이나 초능력 등을 등장시키는 기존의 판타지물과는 궤를 달리한다. 오히려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앞세워 현실성을 띠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헝거게임’이란 독재국가 판엠이 혁명을 견제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이다. 12개 구역에서 추첨으로 두 명씩 선발된 총 24명의 소년·소녀들은 최후의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이들의 사투는 TV로 생중계되고 12곳의 빈곤 지역 주민들도 긴장 속에 이들의 게임을 지켜본다.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일단 ‘헝거게임’이라는 설정을 통해 독특함과 흥미를 유발시킨다. 이 속에서 동생을 대신해 참가를 자청한 여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서바이벌 스토리 역시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참가자들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진행자까지 갖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형태로 방송된다는 점. 판엠의 수도 캐피톨에서는 마치 이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하나의 오락 게임처럼 흥미롭게 바라본다. 이는 요즘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TV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흡사하다. 무엇보다 현실을 손쉽게 조종하는 이들은 냉혹한 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의 자화상과 자본주의 논리로 강대국에 휘둘리는 약소국의 비애를 떠올리게 한다. ‘헝거게임’은 분명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내세운 판타지 영화는 아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뒀다. 영화 속 독재 국가 판엠은 과거 러시아의 붉은 광장과 부란덴부르크문의 분위기를 살린 고전 건축 양식으로 사실적인 면을 강조했고, 액션 장면도 다양한 무기와 신체를 활용한 액션으로 리얼리티를 살렸다. 원작자인 수전 콜린스는 9년에 한번 소년·소녀의 무리를 죽음의 미로로 보내 괴물과 싸우도록 했다는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헝거게임’을 만들어 냈고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원작은 4부작의 영화 시리즈로 제작된다. 영화는 그 시리즈의 첫편으로 충분히 완결성은 갖췄지만, 절반 이상을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 전 서론에 할애해 다소 지루한 감은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10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영화 ‘트와일라잇’을 떠올리게 하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장점이지만,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5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코난:암흑의 시대’

    [영화프리뷰] ‘코난:암흑의 시대’

    영웅 판타지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로버트 E 하워드의 대표작 ‘코난’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 1981년작 ‘코난-바바리안’은 오스트리아 출신 보디빌딩 챔피언을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들었다. 보디빌더들의 우상인 슈왈제네거의 몸을 충분히 드러낸 것은 물론, 어린아이 키만한 검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액션은 보기만 해도 테스토스테론이 샘솟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신검을 되찾기 위한 코난의 신비스러운 모험, 칼과 사악한 마법의 대결구도를 정형화시킨 작품은 훗날 수많은 판타지 소설과 영화와 게임에 영향을 줬다. ‘마초의 아이콘’ 코난이 31년 만에 돌아왔다. 새달 5일 개봉하는 ‘코난: 암흑의 시대’는 1981년 작에 비해 소설 원작에 더 충실하다. 용맹한 전사 코린(론 펄먼)의 아들로 전장에서 태어난 코난(제이슨 모모아)은 어릴 때부터 검술을 익히며 아버지를 능가할 전사로 커나간다. 하지만 사악한 야심으로 가득 찬 카라 짐에 의해 아버지와 부족민들이 몰살당한다. 10여년의 세월을 소매치기로, 해적으로 보내면서도 코난은 절치부심, 복수만을 꿈꾼다. 한편, 카라 짐은 금지된 주술로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고 순수한 혈통을 지닌 신녀 타마라(레이첼 니콜스)를 뒤쫓는다. 운명처럼 타마라와 코난이 만나게 되면서 영화의 심박동은 빨라진다. 리메이크의 속성상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슈왈제네거보다 5㎝ 더 큰 193㎝의 모모아 역시 남부럽지 않은 근육질이다. 하와이와 아일랜드의 혼혈인 모모아는 화제의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야만인 칼 드로고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촬영 전 한 달간 하루에 여섯 시간 씩 무술팀과 함께 훈련을 했다. 하지만 ‘코난=슈왈제네거’란 등식을 깨뜨리기엔 역부족. 영화에서 모모아는 때론 능글맞은 표정을 짓는다. 코난의 카리스마는 무표정함에서, 그의 검술은 현란함이 아닌 단조로운 검법에서 매력을 뿜어낸다는걸 잊은 모양이다. 요즘 관객 눈높이로 본다면 촌스러울 법한 전작의 특수효과나 의상, 분장 등은 3차원(3D) 영상으로 환골탈태했다. 그런데 112분의 긴 상영시간 중 3D안경을 벗고 봐도 무리가 없는 장면이 30% 이상이다. 지나치게 어두운 화면 톤 탓에 3D 안경을 벗고 보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3D영화의 장점인 심도나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입체감도 느끼기 어렵다. 3D로 작업할 이유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9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해 8월에 개봉했다.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북미에서 2129만 달러, 전 세계 통틀어 4879만 달러에 머물렀다. 북미에서 개봉한 3D 영화 중 역대 83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개봉한 ‘삼총사’(북미 2037만 달러), ‘샤크나이트 3D’(1887만 달러)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열두 살 샘’

    [영화프리뷰] ‘열두 살 샘’

    소년의 이름은 샘. 겨우 열두 살인데, 지독한 백혈병을 앓고 있다. 서너 번은 재발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어느 날 소년은 캠코더로 자신만의 일기를 남기기로 한다. 동시에 병원에서 만난 절친 펠릭스와 함께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과학자 되기, 공포영화 보기,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기, 비행선 타보기, 술 마시고 담배 피우기, 여자친구랑 진하게 키스하기, 우주선 타고 별 보기…. 샘은 펠릭스의 도움으로 하나씩 소원을 이뤄간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이뤄 갈 무렵, 펠릭스가 먼저 세상을 등지면서 샘은 충격을 받는다. 새달 12일 개봉하는 ‘열두 살 샘’은 전 세계 13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샐리 니콜스의 소설 ‘영원히 사는 법’(Ways To Live Forever·국내판 제목 ‘아빠, 울지 마세요’)을 영화화했다. 2008년 발행 당시 유럽 최대서점 워터스톤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힌 수작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너무나 쿨하고, 어른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성숙한 꼬마의 버킷리스트는 흡인력 있는 소재다. 죽음의 무게에 짓눌려 신파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구스타프 론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잘 만들어진 신파영화는 많아서 죽음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삶과 꿈을 성취하는 것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말기암 판정을 받고 석 달 뒤면 죽을 소녀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소년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로브 라이너 감독이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과 만든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도 생각난다. 세상을 오래 산 두 남자의 버킷리스트에서 삶에 대한 통찰과 회한을 느낄 수 있었다면, 샘의 버킷리스트에서는 맥주의 쌉싸래한 첫 맛과 머릿속을 핑 도는 담배의 첫 맛, 소녀와의 숨이 막힐 듯한 첫 키스 같은 삶의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만듦새가 나쁘지 않다. 샘의 일기장과 함께 등장하는 내레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대목은 감독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마을을 떠나본 적도 없는 소년이 자신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걸 마법적인 방법으로 되살리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영국 영화의 새 얼굴들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영국 전역에서 몰려든 수백명의 아역배우를 따돌린 주인공 샘 역의 로비 케이(17), 대니 보일 감독의 ‘밀리언즈’(2004)에서 주근깨 꼬마로 낯익은 펠릭스 역의 알렉스 에텔(18), 헬레나 본햄 카터의 어린 시절과 묘하게 닮은 샘의 첫 키스 상대 엘라 퍼넬(16)은 쉽게 잊히지 않을 얼굴들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리뷰]‘시체가 돌아왔다’가 신선한 범죄사기극인 이유

    [리뷰]‘시체가 돌아왔다’가 신선한 범죄사기극인 이유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각본/감독 우선호)는 특별한 시체 한 구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속고 속이는 범죄사기극이다. 여기서 특별한 시체라 함은 연구원들이 애써 개발한 신기술을 가로챈 회사 김택수 회장의 시신을 일컫는 말로, 그의 시신 안에는 신기술 내용이 담긴 수 백 억 원의 칩이 숨겨져 있다. 한편 같은 연구원 소속인 한진수는 신기술을 되돌려 달라는 시위를 하던 중 회장의 수하들에게 뺑소니를 당하고, 그의 딸인 동화(김옥빈)와 후배인 현철(이범수)는 한진수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시체를 훔쳐 흥정하려 하지만, 기껏 훔친 시체는 다름 아닌 시신보관소에 숨어 시체인 척 한 진오(류승범)다. 무릎을 탁 칠만한 기가 막힌 ‘플랜B’부터 소소한 반전까지, ‘시체가 돌아왔다’는 범죄사기극으로서의 플롯 공식을 성실하게 따른다. 그렇다고 ‘뻔하고 빤한’ 오락영화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 어떤 비주얼도 당해낼 수 없다는 탄탄한 스토리가 관객을 쉬지 않고 클라이맥스로 이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울링’, ‘가비’, ‘화차’를 비롯한 2012년도 상반기 개봉 영화와 ‘해를 품은 달’ 등 다수의 드라마들이 원작을 발판으로 탄생한 것에 반해 ‘시체가 돌아왔다’는 우선호 감독의 ‘순수 창작’인 까닭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단편 ‘정말 큰 내 마이크’(2005) 이후 첫 장편데뷔작을 내놓은 감독의 젊고 발랄한 연출도 영화 전반을 매끄럽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주·조연 할 것 없이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발군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명품조연배우 고창석을 비롯해 떠오르는 신인 유다인, 진오의 친구이자 ‘숨은 주연’급 웃음폭탄 오정세 등은 감초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이후 류승범 특유의 ‘똘끼’를 그리워한 관객이라면 역시 쌍수 들고 환영할 만 하다. 대한민국 남자배우 중 류승범 이상으로 기괴하고 괴상한 ‘돌+아이’를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항기 가득한 핑크빛 단발로 변신을 꾀한 김옥빈과 이 모든 색깔을 아우르는 듯한 스펙트럼으로 흥행배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이범수까지 모인 ‘시체가 돌아왔다’는 한마디로 버라이어티(variety)하고 비비드(Vivid)하면서 프레시(fresh)한 영화다. 시도 때도 없이 장기적출을 시도하는 사채업자 일당과 가능성 없는 미래 때문에 검은 돈에 손을 뻗는 젊은이들, 연구원들의 피땀 흘린 연구결과를 가로채려는 파렴치한 자본세력 등을 보면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정해진 공식처럼 약자의 손을 들어준다. 마치 약육강식의 현실 속에서 한바탕 웃음으로 통쾌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오는 29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뮤지컬 리뷰] 서편제

    [뮤지컬 리뷰] 서편제

    ‘살다 보면, 살아진다.’ 뮤지컬 서편제에 나오는 노랫말 중 일부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세상살이의 고단함, 한(恨), 인생 등이 고스란히 농축돼 다 담겨 있는 느낌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그렇게 소리하는 사람들의 한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서편제’,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소설을 임권택 감독이 1993년 영화로 만들어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특히 ‘판소리’라는 한국의 전통 음악을 소재로 한국인의 한을 훌륭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 감정, 뮤지컬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격을 높인다. 트리플 캐스팅(이자람, 차지연, 이영미)된 ‘송화’ 역의 배우들 가운데 국악인 이자람은 마치 날 때부터 송화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대 연기를 펼친다. 아버지 ‘유봉’(서범석, 양준모 분)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득음의 길을 걷게 하고자 송화의 눈을 멀게 하고, 아끼던 동생 ‘동호’(임병근, 한지상, 김다현 분)가 유봉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소리를 찾아 록밴드로 떠나는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그녀는 무대 위의 연기가 아닌 진짜 눈물을 쏟아낸다. 저러다 쓰러지겠다 싶을 정도로 펑펑 울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을 쌓고 때론 그 한을 씻어낸다. ‘국민 누나’라 불러도 될 만큼, 시쳇말로 ‘누나 포스’를 풍기는 점도 관객으로 하여금 더 쉽게 송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국악인 이자람은 서편제 안에서 배우로서 그 자질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이자람은 ‘심청가’ 등을 부르는 대목에선, 전문 소리꾼답게 한 서린 판소리를 멋들어지게 뽑아낸다. 극 막바지에 동호와 만나 심청가를 5분가량 홀로 부르는데, 이는 서편제의 백미다. 관객은 마치 뮤지컬이 아닌, 국악 무대를 찾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자람의 한 서린 판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차지연의 경우 국악인 출신 집안에서 나고 자라 국악의 기본기가 탄탄한 것은 물론, 공연 내내 송화의 한과 감정을 폭발적으로 모두 쏟아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영미도 서편제 공연을 앞두고 1년여간 판소리를 따로 배웠을 만큼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송화뿐만 아니라 유봉 역의 서범석도 베테랑다운 고수의 연기를 선보인다. 뮤지컬 서편제의 무대는 화려함 대신 한국인 특유의 정갈함과 멋스러움을 담았다. 무대 배경은 조각조각 붙인 한지로 뒤덮여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펄렁거리는 한지는 마치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서편제 무대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여백의 미(美)가 살아있는 순간이다. 흰 한지를 배경으로 북을 치는 동호 또는 유봉, 송화 이렇게 단 두 명의 인물과 북이라는 타악기 하나만 놓여 있는 그 무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꽉 찬 느낌을 준다. 2막의 몇 장면에선, 앙상블의 군무가 이어진다.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지만 무용극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앙상블의 군무는 작품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2011년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비롯해 5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서편제는 4월 22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3만~9만원. 1666-8662.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영화프리뷰] ‘킹메이커’

    [영화프리뷰] ‘킹메이커’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계속되는 공천 갈등은 정치인들의 복잡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킹메이커’도 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음모와 배신 등을 긴장감 있게 다룬 작품이다. ‘패러것 노스’라는 연극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것은 물론 직접 원작을 각색하는 숨은 실력까지 선보였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올해가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선거의 해’인 만큼 시기적으로 눈길이 갈 만한 부분이 꽤 있다. 영화의 배경은 잘생긴 외모와 안정된 가정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선거 캠프. 캠프의 선거 홍보관 스티븐 마이어스(라이언 고슬링)는 과감한 선거 전략으로 경선의 승기를 잡는 데 큰 공을 세우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가 선거를 성공으로 이끈 숨은 실력자인 ‘킹메이커’로 이름을 날리자 스티븐의 상사는 그를 견제하고, 상대 후보의 진영에서도 그를 눈여겨보게 된다. 본격적으로 극의 전개가 시작되는 것은 스티븐이 선거 캠프에서 일하는 미모의 여성 인턴 몰리(에번 레이철우드)와 깊은 관계에 빠지면서부터. 늦은 밤 몰리에게 걸려온 모리스 주지사의 전화를 받은 그는 큰 혼란을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상대 후보 진영의 본부장과 은밀하게 접촉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질 위기에 처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그의 정치 인생은 발목을 잡힌다. 정치와 선거 전략이 복잡하게 그려지는 초반부는 다소 느슨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물들 간의 심리전과 두뇌 싸움이 극대화되는 중반부터 드라마가 살아나며 흡인력을 발휘한다. 특히 각종 스캔들과 폭로전이 난무하는 권력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풍자하는 감독 조지 클루니의 연출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 작품으로 정계 입문설까지 돌았던 조지 클루니는 “나는 이 작품은 정치영화가 아닌 정치 스릴러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선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전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스캔들 부분 등 다소 예측 가능한 결말에 김이 빠지기도 하지만, 라이언 고슬링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새달 1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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