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리뷰
    2026-01-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21
  • ‘세계 100대 CEO’ 1위 잡스·3위 윤종용·6위 정몽구

    ‘세계 100대 CEO’ 1위 잡스·3위 윤종용·6위 정몽구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선정한 ‘2013년 세계 100대 CEO’ 가운데 최고의 CEO로 선정됐다. 10위 안에 든 한국인 CEO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각각 3위와 6위를 차지했다. ●1995년 이후 전·현직 경영자 3143명 평가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경영학 잡지인 HBR이 CEO 순위를 발표한 것은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평가는 단기적인 주가나 매출 성적이 아닌 시가총액, 주주수익률 등 장기적인 경영 성과로 CEO를 평가하기 위해 1995년 이후 CEO를 맡았거나 맡고 있는 경영자 314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HBR는 지난해 사망한 잡스가 애플의 CEO를 지낸 1997~2011년에 6621%의 주주 수익률을 올리고, 시가총액도 3590억 달러(약 386조원)나 불어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랫동안 깨지기 힘든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잡스는 2010년 순위에서도 1위였다. ●2위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 2위는 아마존닷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CEO가 차지했다. 2010년 평가 당시 7위에서 순위가 5단계나 껑충 뛰어오른 베조스는 CEO 재임기인 1996년부터 현재까지 1만 2266%의 주주 수익률을 기록하고, 시가총액을 1110억 달러나 늘리며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0년과 마찬가지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순위는 2010년 26위에서 6위로 급상승했다. ●10위내 홍일점 휴렛패커드 멕 휘트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100대 CEO 가운데 중국 본토 출신 CEO들은 3명밖에 들지 못했다.”며 “중국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명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경영자는 17위에 오른 리자샹(李家祥) 전 중국국제항공공사 당서기이다. 톱10 가운데 여성은 단 1명이었다. 멕 휘트먼 휴렛패커드 CEO가 주인공으로, 이베이 CEO 재임시 1368%의 주주수익률을 달성한 점을 인정받아 9위에 올랐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 바다를 표류하는 호랑이와 소년 3D에 묻히지 않는 스토리 전개

    [영화프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 바다를 표류하는 호랑이와 소년 3D에 묻히지 않는 스토리 전개

    인도 폰디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 가족은 정부 지원이 끊기자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다. 하지만 상선에 동물을 싣고 가던 중 태평양에서 폭풍우를 만난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 선원과 동물까지 바다 밑에 가라앉는다. 구명보트에 오른 건 파이와 오랑우탄, 얼룩말, 하이에나,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뿐. 배고픔에 허덕이던 동물들은 서로 공격하고 리처드 파커와 파이만 남는다. 하루에 날고기를 5㎏씩 먹던 리처드 파커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생존하는 데 최대 위협이 된다. 구명정에 있던 생존지침서와 비상식량에 의존해 가까스로 삶을 이어가던 소년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조금씩 신의 존재를 믿게 된다. 700만 부가 팔린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많은 제작자와 감독이 욕심을 냈던 작품이다. 다만, 책이 담은 종교적·철학적 의미와 상상력을 담아낼 적임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안 감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원작소설을 읽자마자 모험과 생존, 삶의 경이로움을 담아낸 이야기에 빠졌다. 파이의 여정을 2D로 담아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3D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개봉하기 9개월 전. 3D에 대한 반응이 검증되기 전이다. 하지만 이안 감독은 3000여명의 스태프와 4년여를 매달린 끝에 영화를 완성했다. 지금껏 3D영화가 스크린에서 튀어나오는 과장된 입체감을 표현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안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하는 수단으로 3D를 썼다. 폭풍우가 화물선을 덮치는 장면과 고래와 날치떼의 등장, 미어캣이 사는 환상의 섬 묘사는 단연 압권이다. 15명의 컴퓨터그래픽(CG) 기술자들이 만들어 낸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 또한 CG기술의 신기원을 열었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원숭이떼 두목 시저 못지않다. 거장들도 3D의 황홀함에 취해 정작 이야기를 놓치곤 하는데 이안 감독은 좀 달랐다. ‘아이스스톰’ ‘브로크백 마운틴’ ‘센스 앤 센서빌러티’ 등 원작을 요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이안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소년의 생존기를 통해 신과 인간의 문제를 우화처럼 풀어낸다. 물론 호랑이와 단둘이 표류한 소년이 겪은 227일이란 소재에서 비롯된 단조로움은 도리가 없어 보인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극적 반전에 익숙한 관객에겐 심심할 수도 있다. 북미에선 11월 21일 개봉했다. 개봉 첫 주말 ‘브레이킹던 파트2’ ‘스카이폴’ ‘링컨’(국내 미개봉) ‘가디언스’에 이어 5위. 6415만 달러(약 689억원)의 수익에 그쳤다. 하지만 아시아 영화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덕에 16일까지 전 세계에서 1억 9805만 달러(약 2125억원)를 벌었다.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약 1288억원)를 훌쩍 넘었다. 한국 개봉은 1월 3일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리뷰] ‘웰컴 투 사우스’ 한국 뺨치는 이탈리아 지역감정 유쾌하게 풀어내

    [영화리뷰] ‘웰컴 투 사우스’ 한국 뺨치는 이탈리아 지역감정 유쾌하게 풀어내

    우리는 종종 직접 만나 보거나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살아간다. 특히 학연, 지연 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런 경향은 더욱 짙다. 해묵은 ‘지역 감정’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13일 개봉한 ‘웰컴 투 사우스’는 이처럼 특정 지역이나 사람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꼬집는 이탈리아 영화다. 풍광은 이국적이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서가 군데군데 담겨 있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에서 우체국장으로 일하는 평범한 가장 알베르토(클라우디오 비시오)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대도시 밀라노로 전근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거짓말을 한 것이 발각돼 오히려 기피 지역인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의 해변 마을 카스텔라바테로 발령을 받는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에 사는 사람들은 남부에 대해 소득도 낮고 촌스럽고 위험한 동네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고 알베르토 역시 그런 편견 속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문화도 다르고 사투리가 너무 강해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자 불만만 쌓여 가는 알베르토.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의 느긋한 근무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는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런 악명 높은 상사를 위해 오히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순박한 마음을 알게 된 알베르토는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 치여 살던 주인공이 시골 마을의 순박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면서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진심이 담긴 소통이 가장 큰 치유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여러 가지 해프닝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지역에 대한 근거 없는 선입관과 오해가 얼마나 손해를 끼칠 수 있는지도 에둘러 표현한다. 이탈리아 남부 해변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를 보는 것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이탈리아 사투리가 자주 나와 그들의 유머 코드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고 한층 고조되던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 간 갈등이 급작스럽게 해소되는 대목이 단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서로 오해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점점 친해지는 과정에서 코미디 영화 특유의 따뜻함이 전해진다. 또한 부모와 자식 간의 끈끈한 관계나 겉으로는 아웅다웅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부부관계 등 한국과 비슷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문화적으로도 큰 거리감이 없이 다가온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셉션’을 누르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뮤지컬 리뷰] ‘심야식당’

    [뮤지컬 리뷰] ‘심야식당’

    “오늘도 감자샐러드를 세 접시나 비웠네. 어머니가 많이 그리운 모양이야. 이 아가씨는 소스 야키소바 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달라는데 늘 거의 손도 안 대고 가네. 아무래도 추억에 제대로 체한 모양이야.” 별 몇 개가 아련히 떠 있는 밤. 어두컴컴한 일본 신주쿠의 뒷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이 손님을 기다린다. ‘마스터’라는 주인은 인상은 험상궂지만 차분하게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추억의 맛을 찾아주는 따뜻한 사람이다. 일본 만화가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을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그림과 글로 보던 맛을 무대로 옮겨 와 귀에 착 감기는 노래와 맛깔난 연기를 선사한다. 마스터가 자정에 식당 문을 여는 이유는 이렇다. “누구라도 위로받고 싶어서 배고파지는 시간이거든. 장사가 되느냐고? 근데 그게 꽤나 잘돼.” ㄷ자 모양으로 놓인 탁자와 의자 여덟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에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들어온다. 동네 소식에 빠삭한 아저씨 타다시, 식당 앞 게이바 마담 코스즈,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서른일곱 여인 3인방, 신주쿠의 간판 스트리퍼 마릴린, 그리고 뜨내기 손님들이 이곳을 오간다. 첫사랑처럼 달콤한 달걀말이, 어머니의 눈물만큼 짭짤한 감자샐러드, 아버지와 딸의 애정이 담긴 야키소바 등이 사연과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잔잔한 감동을 끌어낸다. 비록 만화처럼 사연을 세밀하게 전하지는 못해도 극의 흐름은 자연스럽다. 감정선이 가라앉을 때면 등장하는 멀티맨들과 ‘오차즈케 시스터스’가 유쾌하고 발랄한 노래와 연기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중간 휴식 없이 110분 동안 울고 웃다 보면 깨끗이 비운 그릇처럼 마음이 가볍고 따듯하고 든든해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훈훈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는 김동연 연출의 의도가 통한 셈이다. 뒷골목을 아기자기하게 재현한 무대도 돋보인다. 인물 이름과 간판, 글자 등이 모두 일본어라 다소 거슬릴 수도 있겠다. “인물의 내면을 잘 살펴 주는 ‘심야식당스러운 것’을 살리고 싶었다.”는 게 대본을 쓴 정영 작가의 설명이다. 원작자의 요청이기도 했다. 배경만 일본일 뿐 심야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곳에서 받는 위로는 우리네 이야기와 판박이다. 내년 2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3만~7만원. (02)766-344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프리뷰]영화 ‘호빗’, 판타지가 더욱 판타스틱 해졌다

    [프리뷰]영화 ‘호빗’, 판타지가 더욱 판타스틱 해졌다

    전 세계에 숱한 마니아를 낳은 블록버스터 영화 ‘반지의 제왕’의 60년 전 이야기를 다룬 ‘호빗 :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이 베일을 벗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모두 연출한 피터 잭슨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호빗’은 이미 흥행에 성공한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 외에도 판타지를 더욱 판타스틱하게 만들어줄 기술의 접목이 관객들을 한층 더 기대감에 들뜨게 한다. ●‘반지의 제왕’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스토리, 더 스펙터클한 화면 ‘호빗’은 사악한 용 스마우그에게 자신의 왕국과 가족, 보물을 빼앗긴 난쟁이족과 이들을 돕는 회색마법사 간달프, 호빗족 빌보 배긴스의 모험을 담았다. 전설의 용사 ‘소린’이 이끄는 이들 원정대 앞에는 반지 원정대가 그러한 것처럼 많은 난관이 도사린다. ‘호빗’의 특징 중 하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 훨씬 다양한 적군의 종류와 무기, 언어 등이다. ‘호빗’은 판타지의 제왕이라 불리는 ‘반지의 제왕’의 또 다른 시리즈인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상력을 제공한다. 원정대의 앞을 막아선 적들의 무리 역시 이를 방증하는 예다. 전작에서도 활약을 펼친 바 있는 오크와 고블린 뿐 아니라 흉악한 괴수 와르그, 간달프와 사뭇 다른 또 다른 마법사들의 등장과 생김새, 움직임은 그야말로 ‘상상력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위에서 언급했듯 판타지를 더욱 판타스틱하게 만들어주는 하이프레임레이트(HFR)기술은 ‘호빗’이 ‘반지의 제왕’보다 한 수 위의 새로운 영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HFR은 1초에 프로젝터에서 영사하는 이미지의 개수(프레임)가 현재 통용되는 표준 포맷인 24프레임이 아닌 2배에 달하는 48프레임으로 구현되는 영상을 뜻한다. 사람들의 눈이 실제 영상을 바라보는 것과 매우 가까운 기술이기 때문에 기존 3D보다 눈의 피로감이 덜하다. 또 화면이 내 눈 앞에 직접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유독 전투신이 많은 ‘호빗’에 매우 적합하다. 4D가 아님에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호빗’은 24프레임으로 제작된 ‘반지의 제왕’의 영상과 비교해 ‘형보다 나은 아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 볼까? 말까? ‘호빗’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마니아라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블록버스터다. ‘아바타’ 이후 제대로 된 판타지를 보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사람 역시 실망하지 않을 작품이다. 그러나 2시간 50분이라는 러닝타임의 압박은 쉽사리 견디기 어렵다. 집중력이 좋지 못하거나 또는 미장센보다 탄탄한 스토리를 더 중점적으로 보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호빗’(총 3부작)은 본격적으로 모험을 겪는 2, 3부를 위한 워밍업 단계인 만큼, 다소 지루한 스토리가 가장 큰 약점이다. 2012년 마지막 블록버스터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은 13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뮤지컬 리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리뷰] ‘오페라의 유령’

    “날 잊어. 이 일을 모두 잊어. 네가 본 걸 모두 잊어. 당장 가. 날 떠나.”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며 팬텀은 절규한다. 하지만 팬텀을 본 관객들은 결코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인 것이 198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한 것은 1988년이다. 무려 20여년 전이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 꾸준히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쓰지 않는 파리오페라극장 안. 사방이 천으로 둘러 쳐진 이곳에서 진행되는 경매 장면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오페라극장에 남은 물건들이 하나둘 경매에 나오면서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기억 속으로 다가간다. 경매물품 번호 666번이 붙은 거대한 샹들리에가 등장한 순간, 장중한 서곡이 흐르면서 모든 천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무대는 1911년 오페라극장의 전성기로 옮겨 간다. 20만개 유리구슬로 장식한 샹들리에가 극장 위로 올라가는 이 장면은 몇 번을 봐도 가슴이 벅차오르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들뜨게 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흉측한 얼굴 때문에 숨어 사는 오페라의 유령(팬텀), 그의 사랑을 받는 가수 크리스틴, 그녀의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 라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삼각관계는 팽팽하지만, 노래와 무대는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촛불 사이로 팬텀과 크리스틴이 탄 나룻배가 유유히 흘러가는 장면(1막)은 지하 미궁이지만 로맨틱한 분위기다. 2막을 시작하는 가면무도회 장면은 객석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화려하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오페라 장면은 유쾌하다. “오페라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겠다.”고 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공언처럼, 음악은 한곡 한곡이 이미 명곡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에서 팬텀 역할을 2000회 이상 한 배우 4명 중 한명인, 미국 브로드웨이의 브래드 리틀은 이미 그 자체가 팬텀이다. 객석 끝까지 꽂아버리는 성량뿐 아니라 손가락 하나하나 움직임까지 위압적이면서도 우아하다. 극 막바지에 이르러 그가 사랑을 잃고 분노와 절망을 담아 노래할 때는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브래드 리틀만큼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배우는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이 될 듯하다. 어릴 때 발레를 했다는 그는 1막 발레 장면에서 멋진 춤 실력을 보여준 뒤 모두가 기대하는 그 목소리를 뿜어냈다. 1막 중반, 팬텀과 부르는 환상적인 이중창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그는 팬텀의 “날 위해 노래하라.”는 주문에 이끌러 하이 E음으로 끝을 맺는 부분을 소름 끼치게 소화하면서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는 목소리뿐 아니라 아름다운 외모와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내년 2월 28일까지. 1577-336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영화리뷰]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

    [영화리뷰]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

    무명작가 로리(브래들리 쿠퍼)는 번번이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는다. 부모도 슬슬 로리가 소설가의 꿈을 접기를 바란다. 그즈음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로리는 파리 뒷골목 골동품 판매점에서 낡은 가방을 발견한다. 뉴욕으로 돌아와 가방을 열어본 로리는 넋을 잃고 만다. 제2차 세계대전 말 파리를 배경으로 한 짧지만, 강렬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원고를 발견한 것. 양심의 가책은 잠시뿐. 로리가 고스란히 베낀 소설 ‘창가의 눈물’은 불티나게 팔리고, 그는 단박에 저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꿈같은 날을 보내던 로리 앞에 60여 년 전 원고를 잃어버린 노인(제러미 아이언스)이 나타난다. 그 순간 카메라는 클레이(데니스 퀘이드)란 베스트셀러 작가의 낭독회로 이동한다. 클레이가 읽을 새 소설은 다름 아닌 로리와 노인의 이야기였다. 브라이언 크러그만과 리 스턴탈 감독의 데뷔작 ‘더 스토리:세상에 숨겨진 사랑’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잃어버린 원고에 대한 유명한 일화에서 비롯됐다. 1922년 스위스 로잔에 취재를 갔던 헤밍웨이는 아내에게 파리 집에 있는 작품 초고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헤밍웨이를 만나러 가던 중, 파리 리옹역에서 실수로 초고들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다. 두 감독은 ‘만약, 훗날 누군가 헤밍웨이의 원고를 줍게 된다면?’이란 가설을 토대로 11년전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2012년 뉴욕의 로리와 아내 도라(조 샐다나), 1944년 파리의 노인과 아내, 2012년 클레이와 그를 흠모하는 소설가 지망생 다니엘라(올리비아 와일드) 등 세 커플의 강렬한 이야기가 이른바 액자구성으로 펼쳐진다. 독특한 구성방식과 표절이란 소재를 끌어들인 덕에 영화는 중반까지 흡인력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 로리가 표절작가란 사실을 커밍아웃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영화는 힘을 잃어간다. 출판사 편집장은 로리에게 적당히 돈으로 노인을 입막음하고 넘어가라고 압력을 가한다. 표절을 당한 노인은 로리가 평생 마음의 짐을 지고 가는 게 더 큰 복수라고 여긴다. 운이 좋은 건지 몇주뒤 노인은 숨지고 만다. 눈치가 조금 빠른 관객이라면 결말까지 보지 않고도 클레이가 로리와 노인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낭독회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접근한 다니엘라에게 클레이가 “우리는 가끔 가짜를 보고도 감동한다.”고 털어놓는 건 결정적인 힌트다. 뒷심이 부족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건 브래들리 쿠퍼, 제러미 아이언스, 데니스 퀘이드 등 노련한 배우들의 몫이다. 600만 달러짜리 저예산영화가 이 정도 캐스팅을 끌어낼 수 있었던 건 명배우 아이언스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배우들이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미에선 지난 9월 개봉했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면서 북미에서만 1149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 두 배 장사를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호빗:뜻밖의 여정’

    [영화프리뷰] ‘호빗:뜻밖의 여정’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보다 더 욕심을 냈다. 판타지의 거장 JRR 톨킨(1892~1973)의 또 다른 작품 ‘호빗:뜻밖의 여정’(13일 개봉)이다. 반지 마니아들은 기억 속에 가물가물 존재했던 캐릭터들을 하나둘 꺼내들 시간이 됐다. 공교롭게도 딱 10년 만이다. 반지 시리즈로 판타지 영화의 새 문을 연 잭슨 사단이 ‘반지의 제왕’에서 60여년을 거슬러 올라 ‘호빗: 뜻밖의 여정’으로 돌아왔다. 취향에 따라 약간 늘어진다는 평을 받아온 전작에 비해 ‘호빗’은 더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특징이다.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은 ‘반지의 제왕’ 못지않고 한층 더 웅장해진 특수효과는 명불허전이다. 영화는 회색 마법사 간달프의 선택(?)으로 뜻밖의 여정을 떠나는 젊은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의 모험을 그렸다. 무자비한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난쟁이들의 왕국, 에레보르를 되찾는 모험에 동참하게 된 배긴스는 난쟁이족 왕자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이 이끄는 13명의 난쟁이 원정대와 함께 고블린과 오크, 흉악한 괴수 와르그 등에 맞서 싸운다. 전작 주인공 ‘프로도’가 고뇌하는 영웅이라면 젊은 배긴스는 훨씬 발랄하고 통통 튀는 유쾌한 영웅이다. 영화 분위기는 감독이 아닌 캐릭터가 만든다는 이야기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관계도나 심리적 갈등은 전작보다 가볍고 단순해졌지만, 상상력의 넓이만큼은 기대 수준을 넘어선다. 물론 ‘반지의 제왕’에 등장했던 캐릭터와 만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젊고 깜찍한(?) 골룸이 등장하는 대목은 웃음 포인트다. 이중인격자에 혼자놀기의 달인인 골룸의 원맨쇼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호빗’의 골룸은 ‘반지의 제왕’의 늙은 골룸보다 이빨도 몇 개 더 있으니 작은 디테일에 주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작품에서 배긴스가 어떻게 골룸에게서 절대반지를 얻게 되는지도 공개된다. 골룸 역은 이번에도 앤디 서키스가 연기했다. 호빗을 위해 전작의 배우들도 한데 뭉쳤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 역의 이언 매켈런을 비롯해 엘프의 여왕 역에 케이트 블란쳇, 요정들의 왕 엘론드 역에 휴고 위빙이 출연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프로도 배긴스 역도 일라이저 우드가, 늙은 빌보 배긴스도 이언 홈이 계속해서 출연한다. ‘호빗’의 원래 계획은 3부작이 아닌 2부작이었다. 제작 초기 겨우 300쪽짜리 원작으로는 무리라는 반대도 적지 않았고 추가 예산 문제도 큰 부담이었다. 전작이 방대한 원작을 압축하는 과정이라면 이번엔 적은 분량의 원작을 스크린에 확장하는 작업이었을 터. 잭슨 감독은 아쉬운 여백들을 채우려고 원작 외 많은 글을 참조했다고 했다. 원작자 톨킨이 ‘호빗’ 확장판을 계획하면서 썼던 글들을 들춰 보며 부족한 부분은 감독의 상상력으로 채워 나갔다. 결국 ‘호빗’은 톨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원작과 다른 잭슨 감독만의 색다른 변주인 셈이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영화프리뷰] 엔드 오브 왓치

    [영화프리뷰] 엔드 오브 왓치

    데이비드 에이어는 각본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해군 경력을 살려 2차대전 독일 잠수함 U보트를 소재로 한 ‘U-571’(2000)로 성공적으로 데뷔 했다. 덴젤 워싱턴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트레이닝데이’(2001)를 비롯해 ‘분노의 질주’(2001), ‘다크블루’(2002) ‘SWAT 특수기동대’(2003)’, ‘하쉬타임’(2005·각본 겸 연출), ‘스트리트킹’(2008·각본 겸 연출)까지 그의 관심사는 늘 경찰(LAPD)이었다. 오랜 세월 범죄자와 씨름을 하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 해결에만 신경 쓰게 된 경찰, 범죄자보다 더 범죄자 같은 악질 경찰, 뒷골목의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하는 경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찰 등이 에이어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LAPD 전문가 에이어의 새 영화 ‘엔드 오브 왓치’(6일 개봉)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LA 최대 우범 지역을 담당하는 뉴턴경찰서의 단짝 브라이언 테일러(제이크 질렌할)와 마이크 자발라(마이클 페냐)가 도주하는 갱단 단원들을 추격 끝에 사살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 장면은 순찰차에 부착된 블랙박스 화면으로 보인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근무 중에도 동영상 촬영이 취미인 테일러의 캠코더 화면으로 전달된다. 영화가 공개됐을 때 “‘트레이닝데이’와 유튜브가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같은 까닭이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LAPD의 일상까지 엿본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후반부로 갈수록 테일러와 자발라의 관점에 깊숙하게 몰입한다. 인종(백인-히스패닉)과 학력(대졸-고졸) 등 살아온 과정은 전혀 다르지만,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끈끈한 테일러와 자발라는 고된 근무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근무 중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혈 경찰이다. 일단 제복을 벗으면 생일파티·소개팅·데이트·육아 등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생활인일 뿐이다. 잔잔하게 일상을 담아 내던 영화는 중반 이후 속도를 낸다. 순찰 중 멕시코의 거대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범죄 조직의 아지트를 덮친 게 화근이었다. 마약 카르텔 보스가 LA의 히스패닉계 갱단에 테일러와 자발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막바지로 치닫는다. 수입사는 영화 장르를 ‘리얼액션스릴러’로 분류했지만 화끈한 총격전이나 배신과 음모, 눈요기로 등장하는 미인 따윈 없다. 기존 장르 영화의 관습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다는 얘기다. 악당들을 응징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경찰도 없다. 형제애와 연대로 끈끈하게 묶인 경찰에 대한 존경과 연민을 담담하게 그렸을 뿐. 제목 ‘엔드 오브 왓치’는 업무를 마친 경찰관이 근무일지에 남기는 암호다. 순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또한 ‘엔드 오브 왓치’라고 부른다. 700만 달러(약 75억원)의 ‘저예산’ 영화는 지난 9월 북미에서 개봉 당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전 세계적으로 4006만 달러(약 433억원)를 벌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연극리뷰] 박태원 원작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연극리뷰] 박태원 원작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아들이, 제 방에서 나와, 콤마, 마루 끝에 놓인 구두를 신고, 콤마, 기둥 못에 걸린 단장을 끄내들고, 콤마, 그리고 문깐으로 향하야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피리오드” “어듸, 가니” “대답은” “들리지 안헛다” “피리오드” 소설을 그대로 낭독하면서, 배우들의 몸짓이 이어진다. 객석 가까이, 책상머리에 앉아 글을 쓰는 자리옷(잠잘 때 입는 편한 한복)을 입은 사내(이윤재)와 무대 안쪽 여름양복 차림에 지팡이를 든 사내(오대석), 둘은 닮은꼴이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바가지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은, 소설가 구보 박태원과도 닮았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른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매우 독특하다. 박태원이 1934년 일간지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소설을 말 그대로 ‘고스란히 옮겼다’. 구보가 산책하며 보고 들은 것을 풀어낸 원작을, 성기웅 연출은 무대로 옮기고 해설을 곁들였다. 일테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벗’을 구보의 소설에 삽화를 그린 시인 이상과 이들이 믿고 따르던 선배이자 시인·기자였던 김기림으로 표현하거나, 구보가 머문 ‘다방’을 이상이 운영하던 ‘제비다방’과 조선인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 ‘낙랑파라’로 세밀하게 소개하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구보가 걷는 종로네거리부터 광화문 사이에 놓인 화신상회, 조선은행, 경복궁, 조선호텔 등이 영상과 음악으로 재현되면서 근대 초기 서울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구보는 종로네거리에 아무런 사무도 갖지 않는다. 처음에 그가 아무렇게나 내여놓았든 바른발이 공교로웁게도 왼편으로 쏠렸기 때문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식의 문어체 말투는 원작 그대로다. 여기에 성 연출은 구보와 김기림이 낙랑파라에서 가진 만남, 구보가 일본 도쿄 유학시절에 겪었을 법한 사랑 등을 상상으로 첨가했다. “그를 적마다 신문사선 날 두구 닦달이니, 온. 전번엔요, 원골 넴겨줬드니 숫제 그 원고허구 더불어 유꾸에후메(행방불명의 일본어).”라는 식으로 당시 지식인의 말투까지 자연스럽게 녹였다. 이상과 김기림, 화신상회와 당시 모던보이, 모던걸의 모습을 영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니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보니 공연시간이 2시간 가량으로 다소 길어진 듯하지만, 구보의 발자취를 따라 자유연애, 다방, 전차 등을 접하면서 1930년대 서울거리를 함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는 30일까지 공연한다. 3만원. (02)708-500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리뷰]영화 ‘26년’을 더 재밌게 보는 방법

    [리뷰]영화 ‘26년’을 더 재밌게 보는 방법

    1980년 5월, 잔혹한 ‘그날’을 다룬 영화 ‘26년’(감독 조근현, 원작 강풀)이 각계각층의 노력 끝에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이 작품은 광주항쟁의 비극적 기억을 안고 사는 조직폭력배(진구 분)와 국가대표 사격선수(한혜진 분), 현직 경찰(임슬옹 분), 대기업 총수(이경영 분), 사설 경호업체 실장(배수빈 분)이 그날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복수극으로, 씻을 수 없는 역사이자 동시에 현재이기도 한 우리 사회를 그렸다는 점에서 제작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영화 ‘화려한 휴가’와 공통점vs차이점 ‘26년’과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는 여러모로 닮은 듯 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내포한다. 때문에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해 본다면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80년 그날을 잘 알지 못하는 젊은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 비슷한 또래 또는 연령층이 낮은 팬덤의 관심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화려한 휴가’는 당시 입대 전이었던 배우 이준기와 이요원 등을 앞세워 홍보에 주력했다. 제작사는 이준기의 ‘어린 팬’들이 그의 작품을 감상함과 동시에 역사를 배우고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실제로 이준기의 ‘화려한 휴가’ 출연은 그날에 대해 개념이 모호한 당시 중고등학생들에게 역사적 지식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6년’ 역시 한혜진, 진구 등 젊은 배우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화려한 휴가’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유명작가 강풀의 원작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타깃 관객층의 범위가 ‘화려한 휴가’보다 훨씬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두 작품 모두 ‘그날’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화려한 휴가’와 ‘26년’은 80년 5월 광주항쟁의 자세한 배경 대신 등장인물들의 고통과 갈등을 그리는데 주목하면서 몰입도를 높였지만, 애초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공동의 목적에는 다소 소홀했다. 반면 차이점은 ‘화려한 휴가’가 80년 광주를, ‘26년’은 80년 광주에 상처를 입은 인물들의 현재를 그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스토리와 전개방식이 눈길을 끈다. 특히 ‘26년’은 도입부에 애니메이션을 삽입해 생생한 ‘그날’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화려한 휴가’에 비해 훨씬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작품이 됐다. ●한국 영화 최초, 제작두레 방식 도입의 의의 ‘26년’은 첫 제작을 시도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제작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하지만 웹툰을 먼저 접한 사람들과 ‘26년’을 지지하는 유명 인사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제작두레’를 도입, 결국 관객에게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제작두레는 회원가입을 통해 제작비를 약정하는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모아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다. 2012년 6월 2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총 4개월간 1만 5000여 명이 7억여 원의 제작두레 회비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방식은 한국 장편상업영화로서 최초의 방식이며,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러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는 점은 한국 영화 제작환경에 새로운 물결로 기록됐다. 허구와 사실을 교묘하게 오가는 이 영화는 잊어서는 안되는 그날의 역사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여전히 고통스러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한다. 또 “요즘 대학생들이 8.15와 5.18을 헷갈리는 것에 충격을 받아 ‘26년’을 만들게 됐다.”는 원작가 강풀의 말은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과거에 무지한지를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연극리뷰] 그와 그녀의 목요일

    [연극리뷰] 그와 그녀의 목요일

    “시원한 거 없어?” “없어.”, “주스 없어?” “없다니까.”, “나갈까?” “싫어.”, “갑자기 웬 풀이냐?” “난()이거든!” 아옹다옹하는 중년 남녀가 꽤나 귀엽다.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재잘대는 정민(조재현)과 톡톡 쏘아붙이는 말투로 응대하는 연옥(배종옥)의 관계는 오랜 친구로 포장돼 있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 속이 쓰리다는 연옥에게 낙지볶음을 권하는 무심한 정민이 대뜸 “진지하게 만나보자.”면서 매주 목요일 만날 것을 제안하고 훌쩍 떠났다. 연옥은 “한번 휘젓고 사라지면 몇 달이고 연락도 없는” 정민과 목요일마다 다른 주제를 놓고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30년 만에 처음 ‘약속’했다. 둘은 연구실, 야구장, 전시회 등에서 다섯 차례 목요일을 보내면서 비겁함, 역사, 죽음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속에 정민과 연옥의 과거가 있고 복잡 미묘한 둘의 관계가 담겼으며 금성과 화성만큼 다른 심리 상태가 녹아들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달콤한 로맨틱 연극으로 한정하면 곤란하다. 가까워질수록 복잡해지고 서로 차이점을 더 극명하게 느끼게 되는 남녀 관계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품는다. 1970년대 프랑스 대표 작가로 꼽히는 마리 카르디날(1929~2001)의 소설 ‘샤를르와 룰라의 목요일’을 한국 상황에 맞춰 만들었다. 원작에서 프랑스 북부 출신의 역사학자이자 자유주의자인 샤를르는 역사학 교수 서정민이 됐고 알제리 출신 저널리스트 룰라는 은퇴한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연옥으로 태어났다. 룰라는 프랑스 제국주의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연옥은 1980년대 서슬 퍼런 군부독재를 비판한다. 룰라와 샤를르가 40년 동안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갔다면 연옥과 정민은 30년 동안 그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했다. 두 작품 사이에는 다른 시공간의 배경이 놓여 있지만 남녀 관계의 그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관계, 다른 말과 표현에서 비롯되는 오해와 갈등은 여전하다. 정민과 연옥이 서로에게 터뜨린 불만의 핵심이 거짓말과 무책임이라는 점도 많은 이들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사랑은 사랑일 뿐 사랑할 나이가 따로 있다거나 나이에 따라 사랑이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중년의 사랑을 다룬 것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라는 배종옥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인물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은 황재헌 연출의 공도 커 보인다. 차분하고 지적인 연옥은 배종옥과 정재은이, 유쾌하지만 다소 철없어 보이기도 하는 정민은 조재현과 정웅인이 연기한다. 연극열전과 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했다. 12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 5000~5만원. (02)580-1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리뷰]’철가방 우수씨’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리뷰]’철가방 우수씨’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런 삶도 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힘든 아이들의 후원자를 자청하며 기부천사로 살다 세상을 떠난 故김우수씨의 일생을 다룬 영화 ‘철가방 우수씨’(감독 윤학렬)는 감동보다는 교훈이 앞서는 영화다. 감동적이고 극적인 장면으로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소소하게 그의 일상을 그렸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홀로 고아로 지내야 했던 어린 시절과 서울역 앵벌이, 나이트클럽 광대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한 그의 삶은 고달파 보이지만, 기부천사로서의 삶을 시작한 뒤부터의 일상은 평범한 우리네와 전혀 다르지 않다. 영화 안에서 중국집 배달부로 일하는 김우수(최수종 분)는 자신의 몸 하나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좁은 고시원에 살지만 매달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후원한다. 평생 가족없이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 아이들은 후원의 대상이 아닌 친구이자 피붙이나 다름없다. 그가 아이들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곳은 다름 아닌 교도소. 우연히 작은 책자에서 후원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3남매의 사연을 접한 뒤 기부를 결심했고, 얼마 후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편지를 받은 뒤 새 삶을 살기 시작했다. 절망 외에는 가진게 없었던 그에게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영화가 단순히 그의 삶에만 조명을 비추는 것은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고시원 사람들과의 소통,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에서도 그들에게 비치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미소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하고 또 앞으로 더욱 살 만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한다. 이렇듯 ‘친절한 우수씨’는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일상이 작은 생각 하나로 변할 수 있으며,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떠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영화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타임머신을 타듯 과거와 현재를 마구 교차하는 흐름이다. 관객들은 故김우수 씨의 삶을 설명 한 줄 없이 뒤죽박죽 쫓아가야 하는 탓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숨을 거두기 전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자신의 인생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철가방 우수씨’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삶,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할 수 있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제시해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연리뷰]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힘

    [공연리뷰]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힘

    발표한 지 올해로 30년이 되지만 공연 때마다 관객들의 눈과 귀, 심지어 숨소리조차 꼼짝 못하게 한다. ‘6분 만에 관객을 기절시키는 작품’이라는 공연 포스터의 문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처음 1분은 섬세하게 잘 만들어진 남성 무용수의 근육 움직임에 눈이 커졌다가 연달아 터지는 스트로보라이트(섬광 조명)와 무용수의 절묘한 호흡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조명 터질 때마다 공중에… “날고 있다” 미국 현대무용단 파슨스 댄스 컴퍼니가 대표작 ‘코트’(Caught)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5월 내한공연을 가진 지 1년 반 만에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다시 한국관객들을 만났다. 같은 작품이지만 매번 다른 느낌과 감동을 주는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무대는 벌써부터 다음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어두운 무대에 상체를 드러낸 남성 무용수가 서 있다. 단조로운 기계음에 맞춰 무용수가 서서히 몸을 움직인다. 무용수는 위치를 달리한 네 개의 조명을 오가며 춤을 춘다. 남성 무용수의 섬세하면서 동시에 강인한 근육 움직임을 쫓던 조명이 갑자기 사라지고 무대는 암흑에 휩싸인다. 관객들이 숨돌릴 새도 없이 터지는 섬광 조명. 눈 한 번 깜빡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조명이 빠르게 터지고, 그때마다 무용수는 다른 동작을 취한다. 달려가는 듯한 동작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고, 팔다리를 쭉 편 채로 뒤에서 앞으로 튀어나오는가 하면 무대 한가운데서 다리를 오므려 높이 뛰어오르는 모습으로 정면, 옆면, 뒷면을 보여주며 한 바퀴 돈다. 이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이 모든 동작이 공중자세다. 번쩍번쩍 무대에 빛이 들어올 때마다 공중 동작을 하고 있으니, 관객의 눈에 무용수는 그저 ‘날고 있다’. ●지난주 1년 반 만에 내한 공연 1982년 첫선을 보인 이 작품에 관객들이 여전히 ‘기절’하니 초연 당시 반응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코트’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 이어진 ‘리멤버 미’의 첫인상은 다소 밋밋하고 둔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지는 무용수의 힘차고 다이내믹한 안무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08년에 초연한 ‘리멤버 미’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와 무용의 결합을 시도했다. 이스트빌리지 오페라 컴퍼니의 두 남녀 가수가 무대에서 무용수들과 어우러지면서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아름답게 끌어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영화프리뷰] 음치클리닉

    [영화프리뷰] 음치클리닉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노래로 은근슬쩍 마음을 표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차마 못 들어줄 정도의 음치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음치클리닉’은 사상 최악의 음치녀 나동주(박하선)와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나선 스타 강사 신홍(윤상현)의 좌충우돌 음치 치료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사실 음치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개그나 시트콤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 ‘음치클리닉’은 여기에 캐릭터와 스토리를 확장해 영화로 만들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함은 보이지 않는다. 음치에 박치인 여주인공 동주의 코미디에 지나치게 기대, 극을 끌고 가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동주가 갑자기 노래 실력을 쌓으려고 하는 이유는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했던 민수 때문이다. 동주는 10년 만에 민수가 일본에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보라(임정은)가 운영하는 바를 빌려 동창회를 연다. 오랜만에 민수를 만난 동주의 마음은 한껏 들뜨지만, 민수는 ‘꽃밭에서’로 숨은 노래 실력을 발휘한 보라에게 관심을 보인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동주는 민수에게 잘 보이려고 다른 친구 결혼식에서 축가로 ‘꽃밭에서’를 부르겠다고 공언한다. ‘모태 음치’인 동주는 며칠 남지 않은 결혼식까지 노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동네 음치클리닉에 등록해 강사 신홍에게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다. 반값 할인 이벤트에 눈이 멀어 여고생으로 변장해 속성반에 등록한 동주. 아줌마 파마 머리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다니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뛰어나다는 강사 신홍이 미덥지는 않지만 음치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동주와 신홍의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음치클리닉’은 거의 동주의 원맨쇼에 가깝다. 사극에서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전작인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다소 맹한 코미디 연기로 인기를 모았던 박하선은 이번 영화에서도 시트콤의 이미지를 연장해 나간다. 노래를 못하는 음치 연기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액션 연기까지 노력은 평가해 줄 만하나 안타깝게도 그다지 큰 웃음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거기에다 동주와 민수, 보라의 삼각관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정작 남자 주인공 신홍과의 로맨스는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록밴드 백두산의 콘서트장에서 신홍이 동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갑작스럽고 어색해 보이는 이유다. ‘내조의 여왕’과 ‘시크릿 가든’을 거치며 코믹 연기 내공과 노래 실력까지 갖춘 윤상현을 그의 영화 데뷔작에서 십분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점을 소재로 한 ‘청담보살’과 지역 감정을 접목시킨 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를 만들었던 김진영 감독의 신작이다. 연말연시 모임과 각종 회식 때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음치클리닉을 찾는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소재로 선택한 점은 좋았지만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 사이에서 길을 잃고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다. 2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트랜짓’ 인질된 가족 구한 멋진 가장 2% 부족한 추격신은 어쩌나

    [영화프리뷰] ‘트랜짓’ 인질된 가족 구한 멋진 가장 2% 부족한 추격신은 어쩌나

    현금 수송 트럭이 4인조 무장 강도에 의해 강탈당한다. 경찰은 시 외곽을 빠져나가는 모든 차량을 샅샅이 뒤진다. 무장 강도 두목 마렉은 주유소 옆에 세워진 네이트 가족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붕에 한가득 실린 짐 보따리에 현금 400만 달러가 들어 있는 돈 가방을 옮겨 놓는다. 부동산 사기 혐의로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온 네이트는 두 아들, 아내와 함께 가족 재결합을 위해 캠핑을 가던 길이었다. 경찰의 검문을 피한 마렉 일당은 곧 네이트 가족을 뒤쫓는다. 영문을 모른 채 마렉 일당에게 습격을 당하자 가족들은 네이트가 또다시 사고를 쳤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불신과 마렉 일당의 추격 속에 네이트의 사투가 펼쳐진다. ‘트랜짓’은 삼성 투수 오승환의 돌직구 같은 영화다. 영화전문 데이터베이스 IMDB에 따르면 고작(?) 500만 달러(약 5억 4000만원)의 돈으로 찍었다. 스타 캐스팅도, 특수효과도 없다. 오로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있을 뿐이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이 전직 경찰·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과 달리 ‘트랜짓’은 평범하고 무능력하던 가장이 인질로 잡힌 가족들을 구하려고 죽도록 고생한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악당들의 잘 빠진 스포츠카와 네이트 가족의 평범한 SUV가 벌이는 추격 장면, 속도감 있는 편집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오승환이 위력적인 건 그가 9회에 등판하기 때문이다. 1회부터 9회까지 완투를 한다면 타자들이 못 쳐낼 리 없다. ‘트랜짓’도 마찬가지다. 87분의 상영 시간 내내 추격전 외엔 볼거리가 없다. 무장 강도들도 두목 마렉을 제외하면 오합지졸 수준.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갈등을 빚던 네이트 가족이 외부 위협에 맞서 변화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악당 캐릭터도 공들여 세공했어야 했다. ‘매트릭스’ ‘리셀웨폰’ ‘다이하드’ 시리즈를 제작한 흥행 제조기 조엘 실버의 다크캐슬엔터테인먼트 작품이란 점을 떠올리면 아쉽다. 콜롬비아 출신의 신예 안토니오 네그레트가 조너선 모스토 감독의 ‘브레이크다운’(1997)을 봤더라면 좋았을 법했다. ‘브레이크다운’은 황량한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아내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동네 주민부터 경찰까지 한통속인 가운데 아내를 찾으려고 남편(커트 러셀)이 고군분투한다. 큰돈을 들이지 않은 건 ‘트랜짓’이나 마찬가지다. 시골 마을의 평범한 가장, 이웃사촌이 악당일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와 탄탄한 시나리오, 주조연의 호연 덕에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프리퀀시’에서 3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무선통신으로 교신하려던 아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선 예수 그리스도로 나왔던 제임스 카비젤이 주인공 네이트를 맡아 분투한다. 마렉 역의 제임스 프레인은 영국 헨리 8세 시대를 다룬 미국 드라마 ‘튜더스’에서 토머스 크롬웰로 나왔던 배우다. 2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중소출판사 내모는 인터넷서점 횡포 막아야

    대형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는 ‘뒷돈의 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는 그제 출판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신간을 ‘기대 신간’(예스 24), ‘급상승 베스트’(인터파크), ‘리뷰 많은 책’(교보문고), ‘화제의 책’(알라딘)이라고 광고하는 꼼수를 부린 교보문고 등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1주일에 최대 250만원의 광고비를 받고 마치 읽을 만한 신간을 엄선한 것처럼 독자들을 현혹시켰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도서유통구조가 파괴되면서 출판생태계가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다. 등록 출판사의 92%인 3만 3003개가 책을 출간하지 않은 개점휴업 출판사이고, 불과 2.17%의 대형 출판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출판사들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몇몇 대형 서점으로부터 정가의 60~70%에 책을 공급하도록 강요받는다고 한다. 소형서점도 1995년 5449개에서 올 10월 현재 1723개만 남았고 68%가 문을 닫았다. 대부분 인터넷 서점들은 19%에 이르는 신간 할인율을 내세워 기존 유통구조를 뒤흔들었다. 이들의 도서유통시장 점유율은 36.8%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도 11번가, G마켓, 옥션 등 복합쇼핑몰의 파격 할인 공세에 견디지 못해 무리수를 뒀다.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공공재이다. 또 출판업은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기본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출판계는 불황의 늪에 빠진 영세 출판사와 몰락하는 동네 책방을 살리기 위해 완전 도서정가제 보장과 출판진흥기금 5000억원 조성,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 3000억원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책을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값이 다른 현행 할인제도가 영세 출판사와 동네 책방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출판계의 주장에 동의한다. 같은 책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완전한 도서정가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비영어권 16개 나라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것이 본보기다. 신간도서 할인 제한과 사은품·마일리지 제공 등 변칙할인을 차단하는 보완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좋은 책을 원하는 책 소비자, 즉 양질의 독자들을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 [프리뷰]’브레이킹 던 Part’2가 완벽한 피날레인 이유

    [프리뷰]’브레이킹 던 Part’2가 완벽한 피날레인 이유

    ‘영원히 기억될 화려한 피날레’라는 카피는 그저 과장이 아니었다. 베일을 벗은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최종편 ‘브레이킹 던 Part2’는 여러모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편 ‘브레이킹 던 Part1’에서 인간의 몸으로 뱀파이어의 아이를 낳은 뒤 자신도 뱀파이어로 변신한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는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분), 컬렌 일가 등 새로운 가족과 함께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벨라와 에드워드의 딸 즉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파이어인 르네즈미(멕켄지 포이 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르네즈미가 각인 된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분)은 한 순간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벨라-에드워드 가족을 눈엣가시로 보는 또 다른 뱀파이어 일가인 볼투리가(家) 측이 르네즈미를 종족의 해를 가할 ‘불멸의 아이’로 인식하면서 위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르네즈미를 지키기 위해 모인 가족·친구들과 볼투리가의 잔혹한 전투가 시작된다. ‘브레이킹 던 Part2’가 시리즈의 화려한 피날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새하얀 설원에서 펼쳐지는 늑대와 뱀파이어들의 전투신이 가장 큰 몫을 한다. 뱀파이어 뿐 아니라 늑대들의 날렵한 움직임까지 더해진 이들의 전투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 액션보다 통쾌하고 짜릿하며, 한시도 스크린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지다.(‘멋지다’라는 표현이 지극히 상투적이지만, 가장 잘 어울린다.) 결말 또한 관객의 예상을 가볍게 비튼다. ‘억지 결말’이라는 평가보다는 로맨스 블록버스터로서 가장 적합하면서 또 의외의 신선함을 주는 결말이란 의견에 한 표를 던진다. ‘어장관리의 진수’ 또는 ‘블록버스터계의 민폐녀’로 불리던 벨라의 색다른 모습 역시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전 4개 시리즈에서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에드워드 제이콥 사이에서 놀라울 정도의 어장관리 능력을 보여 여성 관객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또 에드워드와 그의 가족, 제이콥 등에게 언제나 위해요소를 제공할 뿐 도움만 받았지만,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난 이번 시리즈에서는 방어력을 갖게 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위에게 쓸모있는 주인공이 된다. ‘브레이킹 던 Part2’가 뱀파이어 소재의 블록버스터로서 던지는 의미 중 하나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단순히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의 불멸의 사랑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낯선 뱀파이어를 향한 인간의 두려움, 전무후무한 존재(반 인간, 반 뱀파이어인 르네즈미)를 향한 뱀파이어의 두려움 등을 그린다.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 뒤에는 반드시 호기심이 있기 마련.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인간의 그러한 호기심을 감각적으로 자극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팬이라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까지 자리를 뜨지 않길 권한다. 2008년 ‘트와일라잇’을 시작으로 4년간 만난 5편의 추억과 감동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주연배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의 실제 연애, 결별, 재결합으로 더욱 주목받아 온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최종편 ‘브레이킹 던 Part2’는 15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영화프리뷰] ‘바람의 검심’

    [영화프리뷰] ‘바람의 검심’

     19세기 후반 거대한 파도가 일본을 덮쳤다. 1858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러시아·네덜란드·프랑스 등과 차례로 통상조약을 맺었다. 무력을 앞세운 서양의 개국 압박에 겁을 먹은 에도 막부(幕府) 지도자가 조정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일이다. 이에 천왕 복권을 지지하는 반(反)막부 세력은 봉기했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 끝에 700여 년을 내려오던 막부 집권은 1867년 막을 내렸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의 개항 요구부터 1877년 부국강병을 기치로 한 근대국가로 탈바꿈하기까지 과정이 이른바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다.  영화 ‘바람의 검심’의 배경은 유신 체제가 본격화한 1878년이다. 막부에 몸담았든, 메이지유신을 지지했든 사무라이들은 더는 쓰임새가 사라졌다. 폐도령(廢刀令)이 내려져 칼을 몸에 지니는 것조차 불법이 됐다. 한때 유신 세력의 킬러로 활약했던 발도재는 살인에 환멸을 느끼고 10년 전 세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칼등에 날이 있어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들고 히무라 겐신이란 이름으로 방랑한다. 하지만 발도재를 사칭한 사무라이가 민간인부터 경찰까지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다니는 걸 알게 된다. 또한 가짜 발도재를 고용한 사업가 다케다 간류는 아편 장사로 모은 돈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낭인들을 고용해 쿠데타를 계획한다. 다케다에게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마저 위협받자 결국 발도재는 칼을 뽑아 든다.  전 세계에서 5400만부가 팔렸다는 와쓰키 노부히로의 만화 ‘바람의 검심’을 실사로 만들었다. 유명 만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은 원작 팬의 외면을 받기 쉽지만 ‘바람의 검심’은 지난 8월 일본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저스’ ‘프로메테우스’ 등을 끌어내리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뛰어넘는 35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영화의 매력이 넘치는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던 신인 감독 오토모 게이시의 솜씨는 제법이다.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칼을 뽑기까지 히무라의 고뇌와 감정의 흐름을 잘 살렸다. 특수효과를 자제한 마지막 25분의 액션 장면도 볼만하다. 만화 원작을 둔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과 슬랩스틱, 분할 편집을 절제한 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이다.  물론 ‘바람의 검심’ 원작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요인은 주인공 히무라의 모습을 놀랄 만큼 완벽하게 재현한 꽃미남 배우 사토 다케루다. 원작자는 “히무라의 매력은 죄의식을 등에 지고서도 열심히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걸 사토 다케루가 정확하게 연기했다.”며 흡족해했다. 이와이 슌지가 연출한 일련의 작품에서 청순 미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아오이 유우의 캐스팅도 흥미롭다. 히무라의 보호를 받는 여주인공 가미야 가오루가 아닌 비밀을 간직한 섹시한 여성 캐릭터 메구미로 등장한다. 22일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는 ‘뒷돈의 힘’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는 ‘뒷돈의 힘’

    ‘화제의 책’이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책장을 펼쳐 보니 재미가 없어 묵힐 때가 많다. 자책하기 마련인데 알고보니 소비자를 속이는 온라인 서점의 유인책이 문제였다. ‘추천’, ‘기대’, ‘베스트’ 등의 꼬리표는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광고비를 많이 낸 출판사의 책에 붙여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광고비를 받고 신간을 보다 좋게 소개한 예스24·인터파크·교보문고·알라딘 등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2500만원을 부과했다. 인터파크는 ‘급상승 베스트’라는 코너의 책을 마치 인기를 끄는 것처럼 광고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출판사들로부터 권당 120만원을 받고 201권을 소개해 8000만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예스24도 올 2~6월 ‘기대 신간’이라며 87권을 권당 250만원씩 받고 소개해 2억 1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5월~올 7월 391권을 권당 70만원씩 받고 ‘리뷰가 많은 책’이라고 표시해 줬다. 알라딘도 지난해부터 ‘추천 기대작’, ‘화제의 책’, ‘주목 신간’, ‘화제의 베스트 도서’ 등의 이름을 붙였다. 권당 50만~150만원의 광고비가 목록에 오르는 기준이었다. 공정위는 이런 행태가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제재를 가했다. 성경제 공정위 전자거래팀장은 “온라인 서점들은 이들 코너가 광고비를 받아 소개하는 코너인지, 자체 평가기준에 맞춰 소개하는 코너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4개 온라인 서점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쇼핑몰 초기화면에 닷새 동안 게시토록 했다. 공정위는 나머지 30여개 온라인 서점도 계속 모니터링해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런 소비자 기만 광고는 중소 출판사들에도 큰 어려움을 준다. ‘석하고전연구소’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백종학(42)씨는 “대형 출판사들이 자본력으로 광고시장을 싹쓸이하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소비자를 기만하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책의 질로 승부하려는 영세출판사들이 발붙일 곳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