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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 WHAT] ‘위험천만 美우주왕복선의 비행’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 & WHAT] ‘위험천만 美우주왕복선의 비행’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이달 28일 인류과학의 큰 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를 박차고 올라 마지막 비행을 하고 나면 파란 하늘이 아닌 까만 우주를 날아다녔던 ‘스페이스 셔틀’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과 여생을 보내게 된다. 1981년 4월 12일 컬럼비아호가 처음으로 하늘을 난 이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애틀랜티스, 엔데버 등 대항해시대 유명 탐험선들에서 이름을 따온 5형제가 비행한 횟수는 총 135회. 거리는 8억 5000만㎞에 이른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의 탄생이 사기극에 가까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9년 대통령에 오른 리처드 닉슨은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우주개발 계획을 탐탁지 않아 하며 항공우주국(나사)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사는 한번 쏘면 재사용할 수 없는 로켓 대신 얼마든 재활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을 제작하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솔깃한 닉슨은 이를 받아들였다. 심지어 나사는 1주일에 1회, 연간 50회씩 비행이 가능하다고 닉슨을 속였다. 우주왕복선은 ‘돈 먹는 괴물’이었다. 한번 사용한 부품은 대부분 교체해야 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투입한 돈은 1500억 달러(약 162조원)가 넘는다. 1986년에는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고, 2003년에는 컬럼비아호가 귀환 중에 역시 폭발하면서 미국과 과학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호 주인공은 퇴역하는 우주왕복선 3대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이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파인먼은 ‘파인먼씨 농담도 잘하시네’ 등 저서를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의 조사위원회에 참여,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다. 우주왕복선을 만난 파인먼은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비행을 했는지 그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파인먼:이렇게 무사히 만나게 돼 반갑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애틀랜티스를 제외하고는 이제 편히 쉴 일들만 남았네. 엔데버 자네는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만들어졌는데, 나 같은 물리학자가 왜 우주왕복선의 모임에 나타났는지 궁금하지 않나? 엔데버:제가 1992년에 태어났으니까 1988년에 돌아가신 선생님을 뵐 기회가 없었죠. 그래도 그 명성만큼은 익히 들었습니다. 1986년 챌린저 형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조사위원회인 로저스위원회(국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로저스가 당시 위원장을 맡았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위원장의 이름을 따 위원회 이름을 부른다. 부위원장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었다)에 참여하셨죠? 그때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파인먼:사실 나한테도 우주왕복선은 TV로나 보던 존재였지. 그래서 처음에 나사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는 거부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집사람(기네스 파인먼)이 “모두가 몰려다니면서 정치를 할 게 뻔한데, 제대로 조사를 할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고, 난 멍청하게 우쭐해서 그 말을 받아들였지. 디스커버리:그래도 사고 원인을 찾아내셨잖아요. 파인먼:글쎄. 세상에는 내가 챌린저가 발사되던 날의 기온이 크게 낮았고, 그 때문에 연료통의 틈새를 메우는 고무 O링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연료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 하지만 그 문제를 처음 알아낸 것은 국방부의 커티나 장군이었어. 난 단지 그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애썼을 뿐이지. 애틀랜티스: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얼음물을 달라고 해서 실제로 O링을 넣어 뒀다가 보여 줬던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개회의였는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파인먼:아무도 나한테 O링을 주지 않았는데, 회의장의 모형에 O링이 있었고 그걸 실험할 수 있는 곳이 거기뿐이었거든. 사실 조사 과정에서 나사와 관련 회사들이 얼마나 일을 엉망으로 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고, 수많은 부분을 감추려 하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어. 챌린저 폭발의 원인이 단순히 O링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디스커버리:이제 뭐 다 지난 일이고 정권도 여러 차례 바뀌었으니 구체적으로 좀 얘기를 해주시죠. 파인먼:120일이 조금 넘는 조사기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거기에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랑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라는 말이었지. 누군가 자기들을 파헤치고 다니는 게 불편했던 것이지. 무엇보다 우주왕복선은 사람이 만들고 탄 물건 중에 가장 위험했거든. 너희들은 실제로는 폭탄이나 다름없지. 우주왕복선의 설계상 사고 확률은 100~450회 비행당 1건으로 돼 있어. 군용기가 2만 2000회 비행당 1회, 민간 여객기가 100만건당 1회로 계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게 높은 위험도지. 그런데 나사는 이걸 민간 여객기와 같은 100만분의1이라고 발표했거든. 엔데버: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왔죠? 파인먼:“우주왕복선에는 사람이 타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 때문이야. 숫자 조작을 한 거지. 실제로 우주공간에서의 임무를 제외하고, 비행과정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착륙할 때 바퀴를 꺼내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밖에 없거든. 그 밖에도 부품들에 생기는 문제를 규정 변경을 통해 허용치로 바꾸거나 엔진 터빈에 생긴 균열도 ‘파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 가능으로 판정하기도 했어. 조사 과정에서 보니까 엔진, 부품, 연료 등 많은 부분에서 현장 기술자들이 발사를 반대했는데 윗선에서 묵살했더라고. 디스커버리:그런데 왜 무리해서 발사를 한 거죠? 파인먼:챌린저가 폭발한 1986년 1월 28일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 영화배우 출신답게 쇼를 좋아했던 레이건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챌린저호의 우주인과 교신을 하려고 했던 게 무리한 발사의 원인이었다고 봐야지. 특히 챌린저에는 일반인이었던 과학교사 매컬리프 부인이 타고 있었는데 극적 효과로는 최고였겠지. 챌린저가 얼마나 무리한 발사를 하는지 알고도 탔을 만큼 매컬리프 부인이 용감했는지는 별개로 쳐야겠지만 말야. 애틀랜티스:결국 그때 나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안을 하셨고, 실제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잖아요. 그런데 2003년에 큰형님인 컬럼비아호가 또 불행한 사고를 당했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파인먼:그건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여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주왕복선이 워낙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군. 외부적으로는 발사 단계에 타일이 떨어져 나가면서 돌아올 때 열을 견디지 못해 폭발했다고 하던데. 일각에서는 나사가 1990년대 후반에 구조조정을 심하게 하면서 관리와 정비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하더구먼. 자, 사고 얘기는 이쯤에서 마치고, 이제 30년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각자의 안식처(디스커버리는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엔데버는 캘리포니아과학센터, 애틀랜티스는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로 옮겨지게 됐는데 마지막으로 각자 일생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을 되돌아볼까? 디스커버리:전 ‘지구의 눈’으로 불리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1990년 4월에 우주로 올려놨죠. 사람들이 총천연색 우주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 것은 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까지 우주왕복선 5대가 기록한 우주비행 135회 중 39회가 제 차지였습니다. 애틀랜티스:저 역시 허블망원경의 수리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2003년 2월 컬럼비아 형님이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고 돌아오다가 사라진 이후 나사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이외에는 우주왕복선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미국 과학자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허블망원경을 계속 보게 해 달라는 운동이 벌어졌고, 그 결과 제가 다시 허블망원경으로 향할 수 있었죠. 그리고 전 가장 마지막으로 하늘을 난 우주왕복선으로 역사에 남을 겁니다. 이달 말 비행으로 말이죠. 엔데버:하늘에 떠 있는 가장 큰 인공구조물인 ISS는 제가 주도한 작품입니다. ISS 내 우주인 투입이나 우주인들이 체류하는 데 필요한 물품 공급, 배터리 교체, 로봇 팔 설치 등이 모두 저를 통해 이뤄졌죠. 2007년에는 저를 타고 우주로 간 우주인들이 선생님이 돼 지구의 아이들에게 과학교실을 열기도 했죠. 이젠 모두 지나간 추억이 됐지만 말이에요. 언젠가 제 후배들이 태어난다면 이런 얘기들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희 형제들과 수백명의 우주인들이 만들어낸 도전의 역사는 영원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파인먼:우주를 날아서 비행기처럼 자유롭게 활주로에 착륙한다. 정말 공상과학 소설 같은 얘기를 현실에서 보여준 자네와 나사의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네. 물론 보이저(1977년 발사된 나사의 행성 탐사선. 목성과 토성을 찍었고 현재 태양계 끝에 도달해 있다)처럼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어 태양계 밖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난 여전히 자네들이 여기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네. 위험한 비행을 하며 형님 둘(컬럼비아·챌린저)을 먼저 보내고 자네들은 살아남지 않았는가 말일세. 우주왕복선이 이뤄낸 수많은 업적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의 죽음이, 세상에 홍보용으로 전락한 과학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 줬다는 점이라고 말하겠네.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그런 일이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일세. 오늘 즐거웠어. 각자의 자리에서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교훈을 주기 바라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리처드 파인먼(1918.5.11~1988.2.15)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로 양자전기역학을 재정립한 공로로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 20세기의 거시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으로 대표된다면, 미시 물리학은 파인먼의 영역. 금고털이와 드럼 연주,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형식과 권위를 거부했던 것으로 유명. ●도움말 주신 분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팀장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이학명 과학칼럼니스트 ●참고문헌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리처드 파인먼·김희봉/ 사이언스북스) 남이야 뭐라 하건!(리처드 파인먼·홍승우/ 사이언스북스) 우리는 이제 우주로 간다(채연석/ 해나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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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거주 외국인 5년만에 1.5배↑

    국내 거주 외국인이 5년 만에 1.5배로 늘어났고, 국적도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3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은 59만명으로 2005년보다 148% 늘었다. 이 중 30명 이상 거주한 국적은 모두 90개국으로 파악됐다. 국적별 외국인 수는 중국(한국계 포함)이 29만 9000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50.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10.1%), 미국(7.1%), 필리핀(4.2%), 인도네시아(2.9%), 일본(2.9%), 태국(2.7%), 몽골(2.4%), 우즈베키스탄(1.9%), 타이완(1.9%) 등이 상위 10위권을 형성했다. 캐나다(1만 378명)와 스리랑카(1만 292명), 캄보디아(6429명), 러시아(5230명), 파키스탄(4986명), 네팔(4881명), 방글라데시(4593명), 인도(3504명), 영국(2869명), 호주(2403명) 등은 11∼20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얀마(2002명)와 프랑스(1755명), 뉴질랜드(1450명), 독일(1356명), 남아공(1215명), 말레이시아(939명), 키르기스스탄(686명), 카자흐스탄(643명), 나이지리아(575명), 노르웨이(483명), 아일랜드(474명)와 브라질(447명), 우크라이나(392명), 싱가포르(391명), 멕시코(338명), 이란(333명), 터키(322명), 이탈리아(300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100명 이상 300명 미만인 국적은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19개국에 달했고, 30명 이상 100명 미만 국적도 카메룬, 라오스, 이스라엘 등 33개국에 달했다. 이 밖에 국적별로 30명 미만이거나 기타로 분류된 외국인은 모두 3116명에 달해 거의 모든 국적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주간기획W&W] 파인먼씨, 우주왕복선을 부탁해

    [주간기획W&W] 파인먼씨, 우주왕복선을 부탁해

     이달 28일 인류과학의 큰 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를 박차고 올라 마지막 비행을 하고 나면 파란 하늘이 아닌 까만 우주를 날아다녔던 ‘스페이스 셔틀’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과 여생을 보내게 된다.  1981년 4월 12일 컬럼비아호가 처음으로 하늘을 난 이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애틀랜티스, 엔데버 등 대항해시대 유명 탐험선들에서 이름을 따온 5형제가 비행한 횟수는 총 135회. 거리는 8억 5000만㎞에 이른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의 탄생이 사기극에 가까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9년 대통령에 오른 리처드 닉슨은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우주개발 계획을 탐탁지 않아 하며 항공우주국(나사)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사는 한번 쏘면 재사용할 수 없는 로켓 대신 얼마든 재활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을 제작하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솔깃한 닉슨은 이를 받아들였다. 심지어 나사는 1주일에 1회, 연간 50회씩 비행이 가능하다고 닉슨을 속였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은 ‘돈 먹는 괴물’이었다. 한번 사용한 부품은 대부분 교체해야 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투입한 돈은 1500억 달러(약 162조원)가 넘는다. 1986년에는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고, 2003년에는 컬럼비아호가 귀환 중에 역시 폭발하면서 미국과 과학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호 주인공은 퇴역하는 우주왕복선 3대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이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파인먼은 ‘파인먼씨 농담도 잘하시네’ 등 저서를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의 조사위원회에 참여,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다. 우주왕복선을 만난 파인먼은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비행을 했는지 그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파인먼  이렇게 무사히 만나게 돼 반갑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애틀랜티스를 제외하고는 이제 편히 쉴 일들만 남았네. 엔데버 자네는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만들어졌는데, 나 같은 물리학자가 왜 우주왕복선의 모임에 나타났는지 궁금하지 않나?    ▲엔데버  제가 1992년에 태어났으니까 1988년에 돌아가신 선생님을 뵐 기회가 없었죠. 그래도 그 명성만큼은 익히 들었습니다. 1986년 챌린저 형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조사위원회인 로저스위원회(국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로저스가 당시 위원장을 맡았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위원장의 이름을 따 위원회 이름을 부른다. 부위원장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었다)에 참여하셨죠? 그때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파인먼  사실 나한테도 우주왕복선은 TV로나 보던 존재였지. 그래서 처음에 나사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는 거부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집사람(기네스 파인먼)이 “모두가 몰려다니면서 정치를 할 게 뻔한데, 제대로 조사를 할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고, 난 멍청하게 우쭐해서 그 말을 받아들였지.    ▲디스커버리  그래도 사고 원인을 찾아내셨잖아요.    ▲파인먼  글쎄. 세상에는 내가 챌린저가 발사되던 날의 기온이 크게 낮았고, 그 때문에 연료통의 틈새를 메우는 고무 O링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연료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 하지만 그 문제를 처음 알아낸 것은 국방부의 커티나 장군이었어. 난 단지 그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애썼을 뿐이지.    ▲애틀랜티스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얼음물을 달라고 해서 실제로 O링을 넣어 뒀다가 보여 줬던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개회의였는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파인먼  아무도 나한테 O링을 주지 않았는데, 회의장의 모형에 O링이 있었고 그걸 실험할 수 있는 곳이 거기뿐이었거든. 사실 조사 과정에서 나사와 관련 회사들이 얼마나 일을 엉망으로 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고, 수많은 부분을 감추려 하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어. 챌린저 폭발의 원인이 단순히 O링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디스커버리  이제 뭐 다 지난 일이고 정권도 여러 차례 바뀌었으니 구체적으로 좀 얘기를 해주시죠.    ▲파인먼  120일이 조금 넘는 조사기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거기에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랑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라는 말이었지. 누군가 자기들을 파헤치고 다니는 게 불편했던 것이지. 무엇보다 우주왕복선은 사람이 만들고 탄 물건 중에 가장 위험했거든. 너희들은 실제로는 폭탄이나 다름없지. 우주왕복선의 설계상 사고 확률은 100~450회 비행당 1건으로 돼 있어. 군용기가 2만 2000회 비행당 1회, 민간 여객기가 100만건당 1회로 계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게 높은 위험도지. 그런데 나사는 이걸 민간 여객기와 같은 100만분의1이라고 발표했거든.    ▲엔데버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왔죠?    ▲파인먼  “우주왕복선에는 사람이 타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 때문이야. 숫자 조작을 한 거지. 실제로 우주공간에서의 임무를 제외하고, 비행과정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착륙할 때 바퀴를 꺼내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밖에 없거든. 그 밖에도 부품들에 생기는 문제를 규정 변경을 통해 허용치로 바꾸거나 엔진 터빈에 생긴 균열도 ‘파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 가능으로 판정하기도 했어. 조사 과정에서 보니까 엔진, 부품, 연료 등 많은 부분에서 현장 기술자들이 발사를 반대했는데 윗선에서 묵살했더라고.    ▲디스커버리  그런데 왜 무리해서 발사를 한 거죠?    ▲파인먼  챌린저가 폭발한 1986년 1월 28일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 영화배우 출신답게 쇼를 좋아했던 레이건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챌린저호의 우주인과 교신을 하려고 했던 게 무리한 발사의 원인이었다고 봐야지. 특히 챌린저에는 일반인이었던 과학교사 매컬리프 부인이 타고 있었는데 극적 효과로는 최고였겠지. 챌린저가 얼마나 무리한 발사를 하는지 알고도 탔을 만큼 매컬리프 부인이 용감했는지는 별개로 쳐야겠지만 말야.    ▲애틀랜티스  결국 그때 나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안을 하셨고, 실제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잖아요. 그런데 2003년에 큰형님인 컬럼비아호가 또 불행한 사고를 당했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파인먼  그건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여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주왕복선이 워낙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군. 외부적으로는 발사 단계에 타일이 떨어져 나가면서 돌아올 때 열을 견디지 못해 폭발했다고 하던데. 일각에서는 나사가 1990년대 후반에 구조조정을 심하게 하면서 관리와 정비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하더구먼.  자, 사고 얘기는 이쯤에서 마치고, 이제 30년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각자의 안식처(디스커버리는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엔데버는 캘리포니아과학센터, 애틀랜티스는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로 옮겨지게 됐는데 마지막으로 각자 일생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을 되돌아볼까?    ▲디스커버리  전 ‘지구의 눈’으로 불리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1990년 4월에 우주로 올려놨죠. 사람들이 총천연색 우주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 것은 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까지 우주왕복선 5대가 기록한 우주비행 135회 중 39회가 제 차지였습니다.    ▲애틀랜티스  저 역시 허블망원경의 수리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2003년 2월 컬럼비아 형님이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고 돌아오다가 사라진 이후 나사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이외에는 우주왕복선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미국 과학자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허블망원경을 계속 보게 해 달라는 운동이 벌어졌고, 그 결과 제가 다시 허블망원경으로 향할 수 있었죠. 그리고 전 가장 마지막으로 하늘을 난 우주왕복선으로 역사에 남을 겁니다. 이달 말 비행으로 말이죠.    ▲엔데버  하늘에 떠 있는 가장 큰 인공구조물인 ISS는 제가 주도한 작품입니다. ISS 내 우주인 투입이나 우주인들이 체류하는 데 필요한 물품 공급, 배터리 교체, 로봇 팔 설치 등이 모두 저를 통해 이뤄졌죠. 2007년에는 저를 타고 우주로 간 우주인들이 선생님이 돼 지구의 아이들에게 과학교실을 열기도 했죠. 이젠 모두 지나간 추억이 됐지만 말이에요. 언젠가 제 후배들이 태어난다면 이런 얘기들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희 형제들과 수백명의 우주인들이 만들어낸 도전의 역사는 영원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파인먼  우주를 날아서 비행기처럼 자유롭게 활주로에 착륙한다. 정말 공상과학 소설 같은 얘기를 현실에서 보여준 자네와 나사의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네. 물론 보이저(1977년 발사된 나사의 행성 탐사선. 목성과 토성을 찍었고 현재 태양계 끝에 도달해 있다)처럼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어 태양계 밖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난 여전히 자네들이 여기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네. 위험한 비행을 하며 형님 둘(컬럼비아·챌린저)을 먼저 보내고 자네들은 살아남지 않았는가 말일세. 우주왕복선이 이뤄낸 수많은 업적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의 죽음이, 세상에 홍보용으로 전락한 과학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 줬다는 점이라고 말하겠네.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그런 일이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일세. 오늘 즐거웠어. 각자의 자리에서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교훈을 주기 바라네.     도움말 주신 분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팀장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이학명 과학칼럼니스트   참고문헌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리처드 파인먼·김희봉/ 사이언스북스) 남이야 뭐라 하건!(리처드 파인먼·홍승우/ 사이언스북스) 우리는 이제 우주로 간다(채연석/ 해나무)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이중근 부영회장, 브루나이의 ‘피아노 산타’

    이중근 부영회장, 브루나이의 ‘피아노 산타’

    한국의 한 건설업체가 브루나이에 한국식 졸업식을 이식(?), 화제다. 섭씨 32도를 오르내리는 열사의 나라 브루나이 수도인 반다르세리베가완의 림바2초등학교에는 2일 (현지시간) 이색 졸업식이 있었다. 이날 교정엔 이 나라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피아노 선율이 퍼져 나갔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노래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망울을 한 어린이 30여명이 말레이시아어로 불렀지만, 가락은 우리가 졸업식 때 부르며 눈물짓던 ‘졸업식의 노래’였다. 반주는 부영그룹이 이 나라에 기증한 디지털 피아노 220여대 중 20대에서 울려 퍼졌다. 단상에 앉은 이중근(70) 부영그룹 회장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이 회장은 브루나이에 한국식 졸업식을 수출(?)한 주인공이다. 브루나이 졸업식은 졸업식 노래도 없고 졸업장 하나만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졸업식은 끝맺음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커다란 의미가 있지만 동남아국가들은 졸업식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에게 졸업식의 참된 의미를 심어주고자 우리 졸업식 노래 알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가 고민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디지털 피아노에 노래를 입력해서 기부하는 방법이었다. 또 우리 전통 동요인 고향의 봄, 아리랑 등 다양한 노래도 담았고 자국어로 번역한 가사도 전달했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라오스 어린이들이 아리랑을 웅얼거리고 다니고, 베트남 어린이들은 고향의 봄을 불렀다. 이 회장이 국내·외 교육에 관심을 두고 기부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8년부터. 이 회장의 고향인 전남 순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전국의 각 학교 100곳에 자신의 아호인 우정(宇庭)을 딴 기숙사 ‘우정학사’를 지어 기증했다. 2003년부터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눈을 돌렸다. 라오스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에 550억원을 들여 초등학교 600여곳을 지어 기증했다. 또 칠판 50여만개, 디지털 피아노 6만여대를 기부했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선 이 회장이 ‘산타클로스’이자 초등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재계 19위인 부영그룹이 지금까지 사회공헌 활동에 쏟아부은 돈은 3300억여원이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 아끼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내가 원하는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브루나이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함께 뛰는 대기업·중소기업] KB국민은행, 국내외 청소년 다양한 체험교육 제공

    [함께 뛰는 대기업·중소기업] KB국민은행, 국내외 청소년 다양한 체험교육 제공

    KB국민은행은 지역아동센터, 도서벽지, 다문화가정 등 국내외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다양한 체험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름다운 공존이 더 나은 미래를 행한 희망의 이정표라는 판단에서다. 2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은행 측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대학생 해외봉사단인 ‘라온아띠’(RaonAtti) 5기 발대식을 가졌다. 이들은 5개월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6개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진행 중이다. 라온아띠 단원들은 주로 아시아 저개발 지역에 파견돼 가난과 기아, 재해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언어교육, 결식아동 급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전국 23곳에 ‘작은도서관’을 운영, 지역사회 청소년들의 소통공간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작은 도서관은 소외지역 청소년의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비 지원 등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 영어캠프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김기덕 감독 ‘아리랑’ 칸 사로잡다

    김기덕 감독 ‘아리랑’ 칸 사로잡다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포스터)이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이로써 김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세계 3대 영화제 모두 수상 김기덕 감독은 칸 영화제 폐막 하루 전날인 21일(현지시간) 드뷔시관에서 열린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시상식에서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의 ‘스톱드 온 트랙’(Stopped on track)과 함께 공동 수상했다.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이어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2연패한 것으로, 이 상의 수상자가 2년 연속 한 국가에서 배출된 것은 처음이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국내 감독은 김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각각 수상했다. 1978년 제31회 칸영화제 때 신설된 주목할 만한 시선은 경쟁부문과 함께 대표적인 공식부문으로 꼽힌다. 주로 새로운 경향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김 감독은 2005년 ‘활’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고, 2007년 ‘숨’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는 개·폐막 작을 포함해 19개국에서 21편이 초청됐다. 한국영화는 김 감독의 ‘아리랑’,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진출했다. 김 감독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두 번이나 차지한 프랑스의 거장 브루노 뒤몽, ‘리턴’으로 제6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신인 감독상을 거머쥔 러시아의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에릭 쿠 등 주요 감독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감독은 수상식 뒤 인터뷰에서 “이번 상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 소감 뒤에 영화 속 삽입된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데뷔작 ‘악어’(1996) 등 십여편의 영화를 만든 국내 대표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외부와 연락을 두절한 채 칩거에 들어가 폐인이 됐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고, 최근엔 자신의 제자인 장훈 감독이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한 일을 두고 ‘배신 논란’을 빚으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손태겸 감독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 한편 손태겸 감독의 ‘야간비행’이 칸영화제 학생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3등상을 수상했다. 손 감독의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작품으로, 10대의 일탈문제를 다루고 있다. 1998년에 만들어진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해마다 전 세계 학생영화 중 15~20편 정도의 중·단편을 선보이는 칸영화제 공식초청 프로그램으로, 매년 초청작 중 우수작 세 편을 수상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北 연평도 포격’ 6개월… 상처 속에서 꽃피우는 희망가

    ‘北 연평도 포격’ 6개월… 상처 속에서 꽃피우는 희망가

    지난 21일 오후 2시, 연평도의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했다. 간간이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도 했다. 상추와 배추를 심은 비닐하우스 안에 앉아 있던 최모(72) 할머니는 아직도 6개월 전 북한으로부터 날아온 포격 소리를 잊지 못했다. 최 할머니는 “포격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여기가 얼마나 행복한 곳이었는지 몰라. 먹을 반찬이 없으면 바다에 나가 굴을 따다가 밥 해 먹으면서 살았어. 하지만 그때 이후부터는… 포 소리가 크게 나면 일단 창문부터 열고 어디 불이 나지는 않았나 확인해.”라고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기침·두통·불면증 호소하는 어르신들 23일은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포격 이후 외지로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연평도로 돌아와 무너진 집을 수리하고 닫았던 학교는 문을 열었다. 겉으로는 평온한 일상을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엔 포격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다. 새마을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장 장인석(58)씨는 어젯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고백했다. 장 이장은 “갑자기 밤에 쿵쿵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냅다 창문을 열었다. 아닌 걸 알고 안심했다.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를 찾는 사람이 하루 40~50명 정도 되는데 그중 포격 이후로 기침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하지만 원래 이런 증상을 갖고 계신 것인지, 포격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불명확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이 정상화되고 있고 주민들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의 상처를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연평도를 찾은 봉사단원들이 곰팡이 핀 집 벽을 깨끗하게 도배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현선(78) 할아버지는 “자녀들은 다 인천에 있지만 난 여기에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북한이 설마 여기에 또다시 불장난을 하겠느냐고 주민들끼리 이야기해. 여기서 40년 넘게 살았어. 누가 뭐래도 고향이 제일 편하지.”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연평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만난 이강훈(12) 어린이는 “이제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포 쏜 것은 북한이 잘못한 거잖아요.”라고 말한 뒤 친구들과 웃으며 뛰어다녔다. ●10월 말쯤 전파된 건물 복구 완료 더디지만 무너진 집도 다시 세워지고 있었다. 마을 곳곳에서는 포클레인이 철거된 집터 위에서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파손된 건물 49동 중에서 4동은 보존되고, 나머지 건물들에 대한 철거작업은 4월 말 시작됐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19일까지 집계한 결과 전파된 건물 30동에 대한 철거작업이 완료됐다. 10월 말쯤에는 주택 복구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 연평초등학교 안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모여 오는 6월 5일 연평도 내 축구장에서 열릴 ‘연평 아리랑제’를 위한 합창을 연습하고 있었다. 연평도 학생들이 김포의 임시거주지에 머물 때 함께 숙식을 하며 공부방 자원봉사를 했던 한국대학생자원봉사원정대인 ‘V원정대’가 기획한 행사다. 임나연(26·여) V원정대 프로듀서는 “연평도를 포격 맞은 땅이 아닌 평화의 땅으로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동요 ‘도레미송’,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그리고 ‘아리랑’을 부를 예정이다. 박모(15)양은 “하나도 긴장되지 않아요. 오히려 기대되는걸요.”라고 말했다. ●‘연평 아리랑제’ 준비에 들뜬 아이들 연평도에 있는 교사들은 연평도를 성숙한 안보교육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연평 초·중·고 교사들이 구상하고 있는 ‘연평 통일 올레길’이 그것이다. 연평초·중·고등학교가 통일안보교육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교사들은 연평도의 포격 피해 현장과 안보관광지 등을 체험학습의 장으로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3~4시간이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인 연평도를 망향전망대로 가는 길 등 3가지 코스로 둘러볼 수 있게 구상하고 있다. 김광석(45) 교사는 “연평도의 아이들이 향토의식을 갖게 하고, 나아가 연평도를 찾는 외지의 아이들이 통일·안보의식을 고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올레길 조성 취지를 설명했다. 글 사진 연평도 김소라·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6시 내고향 20주년 특별생방송(KBS1 오후 5시 20분) 안방에 고향의 풍경과 넉넉한 인심을 전달해 온 농어촌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이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전국 지역국을 연결하여 각 지방의 특산물이나 볼거리 등을 소개해 왔다. 20주년을 맞아 우리 고향의 추억을 돌아보고, 고향의 내일을 생각하는 이벤트로 스무살 생일잔치를 시청자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VJ특공대(KBS2 밤 9시 55분) 400여개의 금은방이 몰려있는 두바이 금시장 골드수크. 금 사재기를 하는 인도 갑부들과 전 세계 여행객들로 연일 호황이다.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63㎏ 금반지와 수억원 대의 초호화 귀금속만 취급한다는 로열패밀리 전용가게는 물론이고, 세면대·휴지통·문고리·천장까지 모두 금으로 만들어졌다는 황금 호텔도 최초로 공개된다. ●남자를 믿었네(MBC 밤 8시 15분) 경주와 강우의 사이를 알게 된 남기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술을 마시며 방황한다. 진헌 어머니는 인희의 도움 없이 진헌과 현수의 도움만으로 제사를 준비하고, 장보기가 막막한 현수는 경미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화경과 만난 남기는 강우와 경주의 일을 캐묻고 뒤이어 등장한 강우와 경주의 모습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데….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SBS 밤 8시 50분) 지난 5월, 충북 청주의 한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이상한’ 뺑소니 사고가 발생했다. 흰색 차량 한 대가 시속 80㎞ 속도로 약 200m를 내달려 벽으로 돌진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운전자, 전날의 사고도 전혀 기억에 없다는데…. 마치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만나 본다. ●인생 후반전(EBS 밤 10시 40분) 서편제 길과 진도아리랑 길로 더욱 유명한 슬로시티 전남 청산도. 그곳에는 선착장에서 내린 관광객들에게 긴 머리 휘날리며 청산도를 알리는 생태문화해설가 김성호씨가 있다. 펜션을 방문하고 가는 손님들이 청산도가 참 좋다고 얘기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고향 예찬을 ‘인생 후반전’에서 만나 본다. ●콘서트 울림(OBS 밤 10시) OBS의 ‘콘서트 울림’은 장르와 세대의 벽을 허물고 음악 본연의 울림을 시청자에게 전해 온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하림, 집시 앤 피쉬 오케스트라’가 출연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노래하는 하림과 집시의 뜨거운 열정을 연주하는 집시 앤 피쉬의 감성, 그리고 월드뮤직의 흥겨운 시간을 가져 본다.
  • “수몰 위기에 놓인 몰디브 적극 도울래요”

    “수몰 위기에 놓인 몰디브 적극 도울래요”

    “기후변화로 인해 몰디브가 처한 심각한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의약품 지원, 집 짓기 등을 통해 몰디브 돕기에 적극 앞장서겠습니다.” ●6월 몰디브 대통령 만나 임명장 받아 빼어난 자연 경관의 휴양지로 알려진 인도양 도서국가 몰디브. 한국과 몰디브는 지난 1967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양국에는 아직 대사관이 없다. 주스리랑카 대사관이 몰디브 업무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한 몰디브 명예영사가 탄생했다. 1960~70년대를 풍미한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으로 유명한 가수 윤형주(64·㈜한빛기획 대표이사 겸 ㈜빌드드림·리츠 회장)씨가 한국과 몰디브 정부의 추천으로 주한 몰디브 명예영사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윤씨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공식 임명장도 받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역할 등을 얘기하려니 조심스럽다.”면서도 “양국 정부의 추천과 승인으로 명예영사 활동을 하게 됐으며 6월 중순 몰디브를 방문, 대통령을 만나 임명장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몰디브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몰디브와 사업을 하는 기업인과 교민, 양국 정부 관계자 등의 추천이 있었다.”며 “몰디브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 생각을 전해 들은 양국 정부에서 명예영사 활동을 권했고, 이를 수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명예영사로 추천받은 윤씨는 지난해 몰디브 외무장관 등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지난 2월 몰디브를 방문,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을 만나 몰디브를 도울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나시드 대통령은 윤씨에게 명예영사로 일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어 양국 정부 간 승인 과정을 거쳐 윤씨는 다음 달 13일 몰디브를 다시 방문해 나시드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영사 임명장을 받을 예정이다. ●100만달러 규모 의약품 새달 지원 몰디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른 자연환경 보존문제 등이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윤씨는 “몰디브가 처한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며 “몰디브 국민을 위해 의약품을 전달하고 집을 지어주는 지원사업 등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한국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 홍보이사로 활동 중이며, 보건복지부 산하 국제원조 관련 단체 이사 등도 맡고 있다. 그는 “제약회사들의 후원으로 100만 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몰디브에 지원할 예정”이라며 “의약품이 다음 달 중 몰디브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2월부터 오는 7월까지 김세환·송창식씨 등과 함께 전국 20개 도시를 돌며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제주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해외 선교에도 관심이 많아 지구를 100바퀴 돌았다고 할 만큼 다양한 해외 활동 경험이 있다.”며 “몰디브 명예영사로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기덕감독의 신작 ‘아리랑’ 한국영화계 정면비판 화제

    김기덕감독의 신작 ‘아리랑’ 한국영화계 정면비판 화제

    2008년 ‘비몽’ 이후 침묵을 지켜온 김기덕(51) 감독의 신작 ‘아리랑’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칸 영화제 공식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으로 프랑스 칸의 드뷔시관에서 공개됐다. ‘아리랑’은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김 감독이 직접 제작한 데다, 자기와 또 다른 자아, 그것을 찍는 감독 등 김 감독이 1인 4역까지 맡으면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왔다. 마침내 공개된 ‘아리랑’은 자신의 주변인들과 한국 영화계를 정면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화제다. 특히 김기덕 사단 출신으로 잇따라 히트작을 내고 있는 장훈 감독(‘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 등)과의 문제를 거론했다. 김 감독은 “장 감독은 ‘의형제’ 이후 2편을 함께 하기로 했으나 나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했다.”면서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됐으니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이해하나 깨끗이 떠난다고 하면 될 것을 아무런 상의도 없이 떠났다.”고 주장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김연아와 서남표/전경수 서울대 인류학 교수

    [글로벌 시대] 김연아와 서남표/전경수 서울대 인류학 교수

    카이스트의 서남표 총장은 미국에서도 저명한 과학자로 잘 알려진 분이고, 한국의 과학기술 향상이라는 집념과 충정으로 총장직을 감수한 것 같다. 그의 개혁계획표가 세계수준을 지향함은 물론이고, 한국의 대학교육 자체와 과학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당 대학에서 벌어진 학생들과 교수의 연쇄자살은 서남표표의 개혁 과녁이 빗나갔음을 증언하는 것 같다.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경쟁체제를 모델로 한 개혁도착증으로 인해 사람이 배제되었다. 미국식 적용의 연착륙에 실패한 것 같다. 그래서 서남표는 나를 슬프게 하였다. 대처방안으로 전인교육의 학생지도를 내거는 모양인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를 잘못 짚고 있다. 문제발생의 원천적 인과론부터 따져야 한다. 대학의 학생과라는 것은 만주사변 이후 일본 군국주의의 사상선도용으로 출발한 것임을 모르는가. 이 상황에서 지도받아야 할 대상은 학생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 않은가. 사람은 문화의 산물이다. 서남표 개혁의 실패는 문화충격의 문제였고, 문화충격의 강도가 자살로 이어졌음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이상, 우리에게는 과학도 없고 미래도 없다. 개혁이란 미지의 영역을 치열한 실험에 의해서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출중한 리더의 의지와 자금력 등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개혁 대상의 핵심에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으로 검증받은 프로그램에 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개혁이어야 한다. 학생을 상대로 실험하지 말아야 하고, 군국주의적 발상의 적용 시도는 없어야 한다. 지난 4월 29일 나는 마음 푸근한 밤을 보냈다. 모스크바에서 너울거린 김연아의 춤사위가 나를 고무시켰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메가스포르트에서의 연아의 스케이팅은 세계를 상대로 아리랑 춤사위의 실험무대였다. 판과 사상이 전혀 달랐다. 유럽인들 중심으로 구성된 선수권대회에서 유럽의 가무로만 이어져 온 역사의 현장을 통째로 뒤집는 장면이 나를 사로잡았다. 제삼세계의 문화적 실험을 강렬하게 갈구하는 인간상으로 다가온 것이 그날의 밤무대였다. 그래서 김연아는 나를 기쁘게 하였다.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후 오랜만에 실전 무대에 선 이유가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김연아에게, 세계선수권대회 제패보다는 제삼세계 출신의 문화적 실험이라는 도전이 더욱 값진 것이었다. 문화학살에 시달려 온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김연아의 춤사위를 재발견하고, 유럽중심주의로 영근 세계관에 인본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김연아가, 진정으로 개혁 모델임을 인식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오피가드 코치와 윌슨 안무가에게 감사드린다. 프런티어 정신으로 최고의 시민사회를 가꾸어 온 미국인들에게 존경심을 보내는 이유는 히로인 김연아로 하여금 문화적 실험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연아를 통하여 개혁 프로그램을 실천하였다. 그 무대는 문화 제국주의를 타파하는 세기적 개혁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칭송되어야 한다. 김연아의 ‘아리랑 프리스케이팅’을 과소평가하는 일본의 스포츠 전문매체(스포츠닛폰)는 세계 스포츠계에 만연한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의 한계를 읽지 못하고 있다.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한 인본주의에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자각하지 못하는 스포츠계는 문제다. 제삼세계 출신의 스포츠인이 문화 제국주의를 극복하려는 실험 자체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야 하고, 그 실험이 세계무대의 경쟁에서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것이 인간승리였다. 김연아 선수에게 무한한 축하를 보내며, 개혁 모델을 보여준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 가지 토가 허락된다면, 김연아의 다음 차례는 폭발하는 탈춤의 내면과 조우하기를. 그것이 모스크바의 실험을 능가하여 수백년간 억눌려 살아온 비유럽의 세상사람들에게 행복의 메시지가 될 것이고, 새로운 인본주의를 실천하는 과정임을 알게 할 것이다.
  • 서울·평창·뉴욕서 ‘평창의 꿈’ 하모니

    2018년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염원하는 국민대합창이 강원 평창 현지와 서울, 미국 뉴욕에서 동시에 울려 퍼진다. (사)월드하모니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원 국민대합창’ 행사를 14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광장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뉴욕 시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연다고 13일 밝혔다. 국민대합창은 서울과 평창의 특설무대에 2018년을 의미하는 2018명의 합창단원이 나서고, 뉴욕에서는 200여명의 교민합창단이 입을 모아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국내에서는 전국의 시립합창단 12개를 비롯해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계 10개, 음악대학 합창단 8개, 어린이와 아마추어 합창단 20여개 등 지역과 종교, 세대를 뛰어넘는 대규모 합창단이 참여한다. 이들은 세 곳을 연결하는 멀티비전을 통해 전달되는 정명훈씨의 지휘와 서울시향의 연주에 따라 서울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 행진곡’과 우리나라 민요를, 평창에서는 ‘평창의 꿈’과 ‘와이 위 싱’을, 뉴욕에서는 ‘아이 해브 어 드림’ 등을 연주한다. 특히 국민대합창의 피날레로 준비한 ‘한국환상곡’과 ‘아리랑’을 합창단과 행사장을 찾은 수만명의 시민이 함께 불러 전 세계에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게 된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21개국 방송통신 장·차관 11일부터 ‘서울 서밋’

    방송통신위원회는 21개국 방송·통신분야 장·차관이 참석하는 ‘제7차 방송통신장관회의’를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홀에서 개최한다. ‘스마트 사회와 모바일 혁명’이라는 주제로 스마트 사회에 대한 각국의 경험과 비전을 공유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각 참가국 통신·방송 관료들이 자국의 관련 정책과 비전을 공개한다. 회의에는 한국, 브라질, 우루과이, 에콰도르, 부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몽골, 캄보디아, 스리랑카, 미얀마, 이란, 방글라데시, 동티모르, 아제르바이잔,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카메룬, 르완다 대표자가 참석한다. 방통위는 각국 장·차관과 12건의 양자 면담을 통해 국내 방송통신 분야의 국제 협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석 각료들이 한국의 기업체와 연구소를 방문하게 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홍보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e북 르네상스 열리나

    e북 르네상스 열리나

    출판사 문학동네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파울루 코엘류(브라질)의 ‘연금술사’를 비롯해 소설집 10종 11권을 전부 전자책(e북)으로 출간했다. 지난해 6월 전자책 전집 출간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거절했던 코엘류였다. 코엘류는 최신작 ‘브리다’로 먼저 시장 반응을 살펴보자고 했다. 한국의 전자책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10월 ‘브리다’ 전자책이 먼저 나왔다. 우려와 달리 ‘브리다’는 석 달 만에 1만 부가 팔렸고,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코엘류가 전자책 전집 출간에 흔쾌히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비슷한 시기, 도서출판 해냄이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3부작을 전자책으로 내놓았다. 조정래 소설이 전자책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가격은 ‘태백산맥’의 경우 전집 10권에 5만 9000원. 종이책 전집 가격(11만 8000원)의 절반이다. ●전자책 매출액 3년 새 2배… 예상 깨고 ‘빵’ 터지나 그런가 하면 웅진 그룹의 문학출판사 뿔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그 라르손(스웨덴)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등 밀레니엄 3부작을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아시아 최초다. 한국 전자책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들어 코엘류, 조정래, 라르손 등 대형 작가들이 앞다퉈 전자책을 내놓는 등 e북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9일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전자사전, 오디오북, 모바일북 등을 제외한 단행본 형태의 전자책 매출액은 2007년 1235억원에서 2008년 1278억원, 2009년 1323억원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975억원으로 껑충 뛰더니 올해는 3000억원에 육박(2891억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미국, 일본에는 못 미치는 규모다. 지난해 미국의 전자책 시장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800억원), 일본은 650억엔(약 8700억원)이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의 기본 인프라인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에 본격 보급된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성장세임은 분명해 보인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전자책 단말기 보급 확산과 더불어 전자책만을 출간하는 출판사들도 올해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는 정부, 출판계, 법조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책 신(新)르네상스를 위한 준비’ 포럼이 열렸다.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제도적 걸림돌을 지적했다. 이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는 저작권 문제를 짚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출판’의 법적 개념에 ‘전자 출판’이 포함돼 있지 않다. 출판업자에게 ‘판면권’(출판된 저작물의 디자인적 요소에 대한 권리)까지 인정할 것인지, ‘권리 소진’ 원칙을 무형물인 전자책에도 적용할 것인지 등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부가세 면제 혜택 없어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현행법상 종이책은 부가가치세(책값의 10%)가 면제되지만 전자책은 이렇다 할 세제 혜택이 없다.”며 시장 성장세에 비례하는 정부의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최근 불거진 ‘전자책 도서 정가제’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는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전자책도 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 등은 전자 출판 특성에 맞게 다채로운 할인 혜택을 요구한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동시에 내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전자책이 종이책 시장을 갉아먹을 것이라던 당초 우려와 달리 윈윈 효과(종이책-전자책 동반 성장)가 크다.”면서 “다만 최근 잘 팔리는 전자책은 대부분 (작품성과 대중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종이책 명성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시장 구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홍상수 연승? 김기덕 재기? 나홍진 반전?

    홍상수 연승? 김기덕 재기? 나홍진 반전?

    ‘세계 영화의 축제’ 제64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11일(현지시간) 개막한다.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이트 인 파리’를 시작으로 22일까지 계속된다. 올해의 키워드는 ‘유럽’과 ‘여성’으로 압축된다. 한국영화의 선전도 기대된다. ●경쟁부문 유럽·여성 영화 초강세 경쟁부문 총 19편 가운데 유럽이 14편, 미국과 이스라엘, 호주가 각각 1편, 아시아에서는 일본 영화만 2편이 진출했다.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석권한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는 ‘로나의 침묵’(2008) 이후 3년 만에 신작 ‘셋 미 프리’로 칸을 다시 찾는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더 스킨 아이 리브 인’으로 ‘브로큰 임브레이스’(2009) 이후 2년 만에 칸에 도전한다.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말릭은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를 내놓았다.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는 ‘멜랑콜리아’로 이들과 경쟁한다. 영화제 역사상 가장 많은 4명의 여성감독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가운데 2008년 ‘너를 보내는 숲’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하네주 노 쓰키’)와 1999년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스코틀랜드의 린 램지(‘위 니드 투 토크 어바웃 케빈’), 호주의 줄리아 리(‘슬리핑 뷰티’), 프랑스의 마이웬(‘폴리스’) 등이 대상인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여성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호주 감독이 유일하다. ●단편부문 신예 이정진 ‘고스트’ 기대 경쟁 부문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양대 공식 부문이라 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다이다. 18편이 겨루는 ‘주목할’에 한 국가의 작품 3편이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2연패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비몽’(2008) 이후 은둔하던 김기덕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리랑’은 자전적 영화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더한다. 나홍진 감독이 새롭게 편집한 ‘황해’도 시선을 끌지 이목이 집중된다. 단편 부문의 선전도 기대된다. 스물네 살 신예 이정진 감독의 ‘고스트’가 모두 9편이 겨루는 공식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고스트’는 재개발 지역의 빈집에 숨어 사는 남자의 욕망과 황폐해져 가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봉준호·이창동 한국인 첫 심사위원장 봉준호 감독은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 부문에서, 이창동 감독은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에서 각각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국내 영화인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선데이 시리즈] 사연따라 연예 반세기(演藝 半世紀)…그 시절 그 노래①

    [선데이 시리즈] 사연따라 연예 반세기(演藝 半世紀)…그 시절 그 노래①

     작사자(作詞者)도 작곡자(作曲者)도 모른채 설움 싣고  나라 뺏긴 슬픔 노래하던 창가(唱歌)의 시절  가수도 없었다. 노래를 전파시킬「레코드」도「라디오」도 나오기 전, 그래도 유행가는 있었다. 누가 가사를 만들고 누가 작곡을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다. 대중 가요의 요람기로 꼽는 1910년대-.    [學徒歌 전후]  ①청산 속에 묻힌 옥도/갈아야만 빛이 나네/낙락장송 큰나무도/깎아야만 동량되네  ②공부하는 청년들아/너의 직분 잊지 마라/새벽 달은 넘어가도/동천조일 비쳐온다  ③유신문화 벽두초에/선도자의 책임 중코/사회진보 깃대 앞에/개량자된 임무로다  ④농상공업 왕성하면/국태민안 여기있네/가급인족 하고보니/국가부영 이 아닌가    최초의 대중 가요로 꼽는「학도가(學徒歌)」가사다.  요즘 말로 대중가요지 그때는 특정한 지칭이 없었다. 창가(唱歌)라고도 하고 신민요(新民謠)라고도 했다.「창가」는 1904년에 처음으로 소학교 교과 과정에 끼였다.  1910년에 처음으로 소학교 교과서로서「보통교육 창가집 제1집(普通敎育 唱歌集 第一輯)」이 발간된 것을 미루어 보아 10년대를 전후해서 신식노래인「창가」가 생겨난 것 같다.  신민요는 우리 고유 민요와 구분해서 붙인 명칭이다.  「유행가(流行歌)」는 훨씬 뒤에 붙여진 이름이다. 신민요가 기생들 사회에서 주로 불려졌다면 창가는 학생층에서 불려졌다.  이때 창가집에는 군가, 양악, 지금의 대중 가요조 노래가 뚜렷한 구별없이 수록되었다. 나중에야 대중 가요조의 노래는 창가(唱歌)에 新자 하나를 더 붙인 신창가집(新唱歌集)에 구분해 실었다.  『학도가』는 신창가집(新唱歌集)에 수록되었다고 한다(형석기·刑奭基씨 말). 최초의 소학교 음악 교과서인「창가집(唱歌集)」에도 수록됐다는 사람이 있었으나 이 책자는 그 행방을 감춰 확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작사, 작곡자도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평양 숭실(崇實)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김인식(金仁湜)씨가 작곡했다는 설이 있고 그때 일본 사람들의『철도가(鐵道歌)』(철도개통 기념가) 곡을 따온 것이란 설이 있다.  소위 신식 노래라고 하는 것을 한국인 자신이 작곡하여 부른 것은 극히 적고 대개가 외국 곡조에다가 가사를 붙여 불렀다는 점에서 볼때「철도가」쪽의 가능성이 크다.(황문평·黃文平씨 말)  가사는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선생이 평양에 대성(大成)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말이 있다. 또 다른 설은 윤치호(尹致昊)씨가 만들었다는 주장. 윤치호(尹致昊)씨는 그때 개성 송도(松都)중학교 교장이었다.  이 노래가 처음 개성쪽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김수린·金壽麟씨 말)는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이 된다.  어쨌든 이 교훈적인 노래는 학생 층에서 시작하여 전 국민에게 굉장한 전파력으로 유행했다.  당시 동경(東京)유학생들이 방학을 끝내고 일본(日本)땅으로 건너갈때 동대문(南大門)역(지금 서울역)「플래트 폼」에서 곧잘 이 노래를 합창했다 한다. 엄격히 따져서 요즘 말하는 대중가요와는 퍽 다른 점이 있지만 대중들 사이에 널리 유행한 신식 노래임은 틀림없다.  이『학도가』는 나중에 한국 최초의 직업가수 채규엽(蔡奎燁)이「레코드」에 취입했다. 따라서 채규엽(蔡奎燁)은 한국 최초의「레코드」가수다. 그는『오너라 동무야, 강산에 다시 되돌아 꽃은 피고, 새는 이 봄을 노래하자, 강산에 동무들아 모두 다 모여라, 춤을 추며 노래 부르자』하는『봄노래』와『희망가(希望歌)』를 불러「레코드」시대의 여명기를 장식했다.  『희망가(希望歌)』의 가사는『이 풍진 세상을 만나면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1절)라는 것으로『희망』이기보다 자포자기적인 내용이다.  나라를 빼앗긴 젊은이들이 암담한 장래를 생각하며 화풀이도 제대로 못하는 울분을 가락에 실은 것이라 할까? 이 노래 역시『학도가』와 비슷한 시기인 1910년대 전후해서 유행한 것으로 작사, 작곡자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중가요가 지나치게 비탄 절망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은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직업가수가 생기기 이전의 구전(口傳) 노래부터 이 비탄조는 한국 대중가요의 속성이요 운명이었다.  교훈적인『학도가』『권농가』와 종교 계통의『불어라 봄바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눈물, 탄식, 향수를 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유랑(流浪)의 노래들이다.『피 식은 젊은이 눈물에 젖어, 낭만과 설움에 병든 몸으로 북국한설「오로라」로 끝없이 가는, 애달픈 이 가슴 누가 알거냐』(『유랑자(放浪者)의 노래』, 작사·작곡자 미상),『흘러가는 이 신세 물에 뜬 버들잎, 흐르고 흘러서 어디로 가나, 정든 고향집이 차마 그리워 해 다 지고 저문 길 눈물이 아득하네』(『유랑인(流浪人)의 노래』, 김서정(金曙汀) 작사·작곡), 나라를 잃은 젊은이들이 낯선 만주땅, 산해관(山海關), 연해주(沿海州)로 정처없이 떠나는 모습들이 담겼다. 그야말로 희망도 장래도 없는「피 식은 젊은이」들의 넋두리다.  우리나라 처음의 무대가수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노래가 연극 공연의 중간에 불려져 막간가수란 말이 전해 온다.  1922년에 최초의 연극단체인「토월회(土月會)」가 조직되었는데 이 토월회(土月會)가 연극 공연 막간에 노래를 불렀다. 토월회(土月會)는 당시 동경(東京)에 유학, 신교육을 받은 박승희(朴勝喜)가 조직한 학술평론회였다. 여기의 멤버는 김기진(金基鎭), 이서구(李瑞求), 김을한(金乙漢), 김복진(金復鎭), 김기창(金基昶), 안석주(安碩柱), 이백수(李白水), 복혜숙(卜惠淑), 이승만(李承萬), 이정숙(李貞淑), 윤수선(尹水仙), 연학연(延鶴年), 이덕경(李悳卿) 등 이었다. 24년 7월에 조선극장(서울 인사동에 있었음)에서 신극을 공연하면서 막간에『아리랑』을 불렀다는 것. <계속>  <趙 觀 熙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1월1일 제6권 1호 통권 제221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성북 아리랑 축제’ 개막

    ‘성북 아리랑 축제’ 개막

    성북구가 2일 조선시대 때 누에치기의 풍요를 기원하며 왕비가 집전했던 선잠제향(先蠶祭享)을 재현하는 행사를 시작으로 ‘2011 성북 아리랑 축제’에 들어갔다. 선잠은 누에치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신(神)이고, 제향은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이날 선잠제향에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선잠단지에 이르는 약 800m 구간에서 취타대가 함께하는 왕비와 공주의 웅장한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2011 성북아리랑축제는 이날 선잠제향 외에 ▲3일 성북구민의 날 기념식과 책 읽는 도시 선포식, 구민 체육대회 및 장기자랑(월곡 인조잔디축구장) ▲4일부터 28일까지 북페스티벌(지역 도서관) ▲11일부터 6월 3일까지 찾아가는 예술무대 행복공감(구청 잔디마당, 성북천 바람마당 등) ▲22일 제4회 성북다문화음식축제(성북동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한 달여간 계속된다. 920-304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퀸 연아’의 러브레터…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주말

    ‘퀸 연아’의 러브레터…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주말

    시상대에 오른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손으로 눈가를 쓸어내렸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다. 억울함이나 아쉬움은 아니었다. 김연아는 “그곳에 서 있다는 것 자체로 눈물이 났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그냥 줄줄 눈물이 났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랜만에 시상대에 섰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13개월 만의 복귀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연아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에 전통민요 아리랑을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들고 나와 128.59점을 받았다. 탁월한 표현력을 앞세워 예술점수(PCS) 66.87점을 챙겼지만, 점프 실수로 기술점수(TES)가 61.72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쇼트프로그램(지젤) 1위를 차지했던 김연아는 총점 194.50점을 얻었지만, 실수 없는 연기를 선보인 안도 미키(일본·195.79점)에게 뒤집기를 허용했다. 2009년 세계선수권 이후 2년 만의 정상 복귀도 물거품이 됐다. 랭킹 1위 복귀도 미뤄졌다. 준우승 포인트 1080점을 보태 2위(4264점)로 한 계단 올랐지만,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4341점)가 동메달로 972점을 추가하며 아슬아슬하게 1위를 지켰다. 긴 공백을 뚫고 다시 정상권 실력을 과시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연아는 초반부터 흔들렸다.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중 토루프를 싱글처리했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도 1바퀴밖에 뛰지 못해 겨우 0.5점을 받았다. 정상적으로 뛰었다면 기본점 5.3점을 받을 수 있는 점프. 김연아는 “처음에 더블 토루프를 실수하면서 긴장했는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래서 플립도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점프 판정도 다소 박했다. ‘폭풍 가산점’을 받던 교과서 점프들이 짠 점수를 받았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점프는 가산점(GOE) 1.6점을 받았고, 그 외의 점프도 1점 이상 GOE가 붙지 않았다. 지난해 올림픽 때 모든 점프에 1점 이상 붙었던 걸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여왕은 “만족한다. 작은 차이로 졌지만 꼭 금메달을 따기 위해 참가한 건 아니었다. 홀가분하다.”고 의연하게 대답했다. 이번 메달은 색깔을 떠나 의미가 크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찾아온 심리적 허탈감을 이겨내고 다시 빙판에 섰다는 점 때문이다. 김연아는 “올림픽 이후 다시 경기에 나서기로 마음먹고도 고비가 많았다. ‘내가 도대체 뭘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돌이켰다. 동기부여가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 20세 숙녀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일들도 잇달아 터졌다. 어머니 박미희씨가 대표이사로 올댓스포츠를 설립했고, 전 소속사 IB스포츠와는 지루한 법정분쟁을 벌였다. ‘찰떡호흡’을 과시했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는 진실게임을 펼치며 불미스럽게 헤어졌다. 피터 오피가드(미국) 코치와 새로 손을 잡고, 훈련장소도 생소한 로스앤젤레스(미국)로 옮겼다. 도쿄(일본)에서 예정됐던 세계선수권은 지진으로 연기돼 한달간 국내에서 담금질을 했다. 컨디션도 페이스도 흐트러진 상황. 김연아는 “실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나쁜 말이 나올까 봐 걱정했다. 여기까지 오기 참 힘들었는데 잘 이겨냈기 때문에 은메달로 상을 주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과에 얽매이기보다 좋은 연기로 호평받는 게 목표였다. 실수는 있었지만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김연아는 1일 갈라쇼에서 ‘불릿프루프’를 선보이며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강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지만, 발목 통증 탓인지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는 이날 “사실 연아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이 아프다고 했다. 연아는 핑계처럼 보일까봐 부상 얘기는 하지 않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이지아 위자료 2억원설·갤럭시S2 궁금하네~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이지아 위자료 2억원설·갤럭시S2 궁금하네~

    서태지와 이지아 사태의 후폭풍은 거셌다. 연예인 등 수많은 주변 인물들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특히 이지아의 재산권 관련 소식이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지아의 최측근이 서태지가 이지아에게 집을 줬다는 소문과 위자료 수십억원설 등을 부인한 뒤 이혼 당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하면서 누리꾼들의 ‘광클’이 이어졌다. 이지아가 서태지와의 이혼 판결문에 나오는 ‘spousal support’(이혼수당)에 대한 해석 오류로 금전적 지원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돌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피해자 가운데 한명인 배우 정우성이 지난달 25일 새벽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기집에서 절친 이정재와 밤새 술을 마시고 만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누리꾼들은 이를 검색어 순위 4위에 올렸다. 이날 정우성은 연인 이지아로 인한 마음 고생을 이정재에게 털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의 화제작 ‘갤럭시S2’는 지난달 28일 국내 출시되자마자 단박에 검색어 2위 자리를 꿰찼다. ‘갤럭시S2’는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퍼포먼스·콘텐츠·리더십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제품으로, 속도감 개선과 ‘갤럭시S’ 보다 1㎜ 줄어든 초슬림 디자인이 자랑이다. 3위는 재·보선 결과가 차지했다. 4·27 재·보궐선거 결과 최대 격전지인 분당을과 강원지사 등 이른바 ‘빅4’ 가운데 민주당이 2곳, 민주노동당이 1곳, 한나라당이 1곳에서 승리를 거둬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아이패드2 국내출시(5위)에 이어 ‘건강보험료 폭탄’이 6위에 올랐다. 4월 25일 월급날을 맞은 직장인들에게 올해 새로 정산된 건강보험료가 부과됐는데, 1인당 평균 2배 가까이 올랐던 것. 7위는 세계피겨 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머무른 피겨 여왕 김연아의 몫이었다. 김연아는 4월 30일 ‘세계피겨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아리랑’을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에 맞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지만 2위에 그쳤다. 특히 김연아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등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던 김길태에게 대법원이 원심대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8위. 이어 프로야구 KIA 투수 서재응의 공에 머리를 맞은 SK 박진만이 9위, 인천의 현직 중학교 여교사가 체험학습 현장에서 남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동영상은 10위에 올랐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ISU 세계선수권] 김연아, 세계선수권 쇼트 삐끗해도 1위…13개월 공백은 없었다

    [ISU 세계선수권] 김연아, 세계선수권 쇼트 삐끗해도 1위…13개월 공백은 없었다

    음악이 끝나자 ‘비련의 여주인공’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소녀’로 돌아왔다. 지난해 토리노세계선수권 이후 13개월 만에 앉은 키스 앤드 크라이존.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니 전광판에 65.91점이 뜨자 그제서야 ‘휴’ 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피터 오피가드 코치는 대견한 듯 제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즌 초반 대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감각을 끌어올렸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1년의 실전 공백이 있었지만, 여전한 연기로 그동안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피겨퀸’이었다. 김연아(21·고려대)가 돌아왔다. 13개월의 빈틈을 느낄 수 없는 무대였다. 당연하다는 듯 순위표 맨 윗자리를 꿰찼다. 김연아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첫날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5.91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기술점수(TES) 32.97점에 예술점수(PCS) 32.94점을 보탰다. 안도 미키(일본·65.58점)와 크세니아 마카로바(러시아·61.62점)가 그 뒤를 이었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58.66점으로 7위에 머물렀다. 김연아는 이날 전체 선수 중 마지막인 30번째로 은반에 올랐다.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처럼 단연 돋보였다. 바로 전 링크를 수놓았던 ‘라이벌’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뛰는 ‘점프 기계’ 같았던 반면, 김연아는 작품에 녹아드는 완벽한 감정 표현으로 차원이 다른 예술성을 선보였다. 아돌프 아당 작곡의 ‘지젤’이 흘러나오는 동안 김연아는 그저 ‘사랑에 배신당한 여인’이었다. 환희, 설렘, 절망,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2분 50초 동안 촘촘하게 풀어냈다. 첫 점프로 예고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단독 점프로 처리하며 삐걱댔지만, 두 번째 트리플 플립에 더블 토루프를 붙여 콤비네이션으로 처리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플라잉 싯스핀에서 마음을 가다듬은 김연아는 더블 악셀(기본점 3.3점)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김연아가 ‘지젤’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던 스텝은 실전에서 더 화려하게 구현됐다. 다이내믹한 배경 음악에 맞춰 배신당한 여인의 복잡한 내면을 애절한 표정으로 녹여냈다. 눈빛과 손짓 하나에 온갖 감정이 변화무쌍하게 전해졌다. 이날 처음 공개한 드레스도 몰입을 도왔다. 어깨를 드러내고 허리 부분이 파인 짙은 드레스는 파격적이면서도 절제된 우아함을 선보였다. 하늘거리는 스커트는 ‘순박한 시골 처녀’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김연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긴장을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첫 점프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완벽한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한 게 속상하지만 그래도 1등을 해서 기쁘다.”며 웃었다. 이어 “다른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신이 없다. 원래 잘하지 않는 실수라 놀랐지만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쇼트프로그램 1위로 건재함을 과시한 김연아는 30일 밤 전통민요 아리랑을 편곡한 프리스케이팅 ‘오마주 투 코리아’를 앞세워 정상 탈환에 박차를 가한다. 최종 순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의 총점으로 가려진다. 2009년 세계선수권(미국 로스앤젤레스) 이후 2년 만에 ‘월드챔피언’을 노린다. 올 시즌 휴식을 취하느라 3위(4024점)까지 떨어진 ISU랭킹도 우승포인트 1200점을 받아 ‘톱’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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