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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의 도시 제천, 올해 100개 대회 유치한다

    스포츠의 도시 제천, 올해 100개 대회 유치한다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충북 제천시가 올해 스포츠대회 100개 유치에 나선다. 22일 현재 제천시가 올해 개최를 확정한 대회는 89개다. 시는 지속적인 유치노력으로 100개 대회를 제천에서 연다는 계획이다. 100개 대회를 유치할 경우 연인원 50만명 방문, 1200억원 상당의 지역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해 시는 80개 대회를 개최했다. 시가 스포츠행사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로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스포츠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스포츠마케팅과 스포츠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큰 유소년대회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 올해 유치를 확정한 대회는 종목도 다양하고 행사 규모도 굵직하다. 지난 20일부터 30일까지는 ‘전국 꿈나무 탁구 스토브리그’가 열린다. 2월에는 전국 최대규모 생활농구대회인 ‘전국종별생활체육농구대회’가 개막한다. 3월에는 전국 80여개 유소년 축구클럽팀이 참가하는 ‘전국 프리미어컵 축구대회’와 ‘KOVO컵 유소년 농구대회’가 개최된다. 이어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 전국리듬체조대회, 전국종별펜싱선수권대회, 전국종별인라인스피드대회, 전국종별하키선수권대회, 전국 유소년 축구페스티벌 등이 상반기에 열린다. 7월에는 회장기 전국펜싱선수권대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 전국대학클럽야구대회, 전국대학동아리탁구대회가 예정돼 있다. 8월에는 추계 전국중등축구대회, 대통령기 전국하키대회, 전국 중고연맹 농구대회 등이 연이어 개최된다. 9월에 문체부 배 생활체육 농구대회, 3대3 코리아투어 길거리 농구대회, KBL 프로농구대회가, 10월에는 제천 롤러 종합선수권대회가 열린다.
  • 염부의 땀이 스민 집, 예술의 혼이 담긴 집[건축 오디세이]

    염부의 땀이 스민 집, 예술의 혼이 담긴 집[건축 오디세이]

    그곳에 염부(鹽夫)들이 살았다. 바닷물을 받아 태양과 바람을 이용해 소금을 짓는 그들은 동창이 밝아 오면 몸을 일으켜 일하러 나가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단한 몸을 뉘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염부들의 집은 이제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티스트 레지던스에 머물며 작가들은 소금밭 한가운데서 하얀 소금 대신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술작품을 지어낸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대표 김상일)에 있는 ‘스믜집’의 이야기다.천일염을 생산하는 태평염전은 1953년에 설립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다. 한국전쟁 중 북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유엔 지원으로 제방을 쌓고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 태평염전의 기원이다. 여의도 2배 면적에 해당하는 140만평의 부지에 염전만 90만평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다. ●38년 전 지어져 장기간 방치된 건물 염전 외에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조소금창고 건물을 개조한 소금박물관과 광활한 염생식물원을 갖춘 태평염전에서는 소금과 문화예술의 접목을 위해 2019년부터 아트 프로젝트 ‘소금 같은, 예술’(Art Like Salt)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예술가를 초청해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자산을 배경으로 작업하고 소금박물관에서 결과물을 선보인다. ‘소금 같은, 예술’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다. 국제 공모로 해외 예술가를 선발해 매년 8월부터 2월까지 증도에 머무르며 작업할 시간과 장소를 제공한다. 스믜집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를 위한 집으로 계획됐다. 1986년 염전 인부들을 위해 지어진 단층의 숙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국제 공모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온 조웅희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TCA 대표건축가)가 맡았다.스믜집은 드넓게 펼쳐진 염생식물원과 소금박물관으로부터 약 2㎞ 떨어진 조용한 갈대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소금 생산의 기초 원료인 바닷물을 가둬 두는 저수지와 바닷물을 농축시키는 증발지와 결정지(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는 곳), 소금 창고 등을 지나 길고 작은 개천을 건너면 스믜집에 다다른다. 개천 변으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갈대숲이 보인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조 교수는 “38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철거를 하다 만 상태로 장기간 폐가로 방치돼 있었다”며 “지붕과 깨진 벽체만 남은 건물이었지만 벽지와 못 자국 등에서 과거 생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시각적으로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자연과 주변 재료가 디자인의 시작 디자인의 시작은 관찰이다. 태평염전의 하얀 소금밭, 붉은 염생식물, 유채꽃밭, 갈대숲, 거친 자갈길, 막 자란 자생식물 등 지역의 풍요로운 색채와 질감을 카메라에 담아 사무실 벽에 붙여 놓고 수시로 들여다봤다. 자연과 주변 건물의 재료 등을 관찰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염전에서 구조물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있어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소금이 닿는 모든 표면은 방부제 등 화학약품의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금 결정이 맺히는 결정지의 표면은 화학적 방부 처리를 하지 않은 소나무 원목 판재를 사용하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금 제조를 하지 않는 겨울철에 판재를 전면 교체합니다.” 조 교수는 “지역의 재료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스러지는 건축을 추구하는 구마 겐고의 ‘약한 건축’의 태도를 산업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듯했다”며 “소금을 만드는 과정 중 나무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건물 외벽은 자연 소재의 나무를 검게 태우는 방식으로 구상했다”고 말했다.나무의 표면을 검게 태워 그을리는 방법은 일본 전통 건축에서는 ‘야키스기’로, 한국 전통 가구에서는 ‘낙송법’으로 불린다. 표면을 태우는 과정에서 얇은 코팅막이 형성돼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방부, 방충 효과를 낸다. 전나무, 소나무, 삼나무, 가문비나무 등 다양한 수종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중 현장에서 수급이 원활한 가문비나무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에 탄화목 자재를 가공하고 공급할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증도는 워낙 오지여서 전문 시공팀을 부를 수 없었고 비용도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시공업체를 부르지 않고 태평염전의 직원들과 지역 농민들이 직접 공사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해결책이 됐어요. 별도의 설비 없이 노천에서 농업용 가스 토치를 이용해 목재를 하나하나 태우는 방식으로 설계 의도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비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데서 얻는 보람이 무척 컸습니다.”염부의 집 공사는 설계한 건축가나 건축주 그리고 작업에 참여한 지역의 주민들(주로 농부들)에게 협동 작업의 즐거움을 안겨 줬다. 물론 애로 사항은 많았지만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해 설계를 변경해 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조 교수는 “공법이나 재료 선정에서는 외딴 지역의 특성상 자재 운송 비용이 높다는 점과 중장비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점, 비전문가인 지역 주민들이 직접 시공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며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콘크리트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시멘트 블록, 스틸 파이프, 합판, 목재와 같이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수급이 원활하면서 손으로 직접 들고 옮길 수 있는 재료만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드러낸 건물 ‘속살’엔 거쳐 온 역사가 염부의 숙소로 지어진 건물은 8평 남짓한 유닛이 여덟 칸 붙어 이뤄진 가로로 긴 단층 건물이다. 각 유닛은 4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도록 입구 공간과 방 2개, 부엌이 있는 구조였다. 2개 동이 있는데 왼쪽 건물만 우선 작업했다. 스믜집이라는 이름은 삼각 지붕(ㅅ), 처마의 수평선(ㅡ), 사각 창틀(ㅁ), 바닥 데크의 수평선(ㅡ), 칸막이벽의 수직선(ㅣ)을 본떠 지었다. 그러니 상형문자인 셈이다. 생김새는 이름 그대로이고 특히 수평 라인의 인상이 무척 강하게 다가온다. 건물의 정면을 따라 유닛마다 90도 각도로 CMU(콘크리트 블록) 조적벽을 덧대 수평 라인이 강조된 건물의 입면에 수직의 리듬을 부여했다. 조적벽은 삼각형 지붕의 횡하중을 지탱하는 버트레스(buttress·부축벽)인 동시에 각 유닛의 출입부에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칸막이벽 역할을 한다. 지붕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기존 지붕 위에 골 강판을 덧대고 판의 얇은 두께를 그대로 노출했다. 둔각의 매스가 만드는 둔중한 무게감이 지붕 판의 얇은 두께와 만나 가볍고 경쾌하다.각 유닛의 실내는 기존 건물의 공간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벽을 터 공간을 연결하거나 부분별로 필요한 요소를 덧댔다. 침실과 주방이 있는 거실 겸 작업 공간, 기존의 부엌을 고쳐 만든 화장실 겸 샤워실이 전부다. 입구에서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까지 이어지는 공간은 작지만 커다란 창문이 있어 답답하지 않다. 가로 1.6m, 세로 1.6m 크기 창문의 창틀을 안으로 1m가량 연장해 작업용 테이블로 만들었다. 이곳에 앉아 작업을 하고 식사도 하는 등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창밖으로 아침의 해가 뜨는 장면, 갈대와 저수지 그리고 넓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롤 블라인드는 조 교수가 직접 디자인하고 재료를 사다가 만들었다. 도르래에 매달린 실을 잡아당겨 벽에 부착된 핀들을 따라가며 삼각형, 별자리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고정장치는 전통 놀이인 실뜨기에 착안해 디자인했다. 아티스트들이 함께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라운지 공간은 두 칸의 유닛을 연결해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방문을 뜯어낸 모양을 그대로 살려 거친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라운지 입구에서는 원건물의 거친 미장 마감과 새로 덧댄 스틸 파이프와 CMU 벽이 차례로 노출돼 건물이 거쳐 온 역사를 보여 준다.연세대 건축공학과와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뉴욕과 베를린에서 10여년간 일하다 2017년 귀국한 조 교수에게 국내 첫 단일 프로젝트였던 스믜집은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안겼다. 첫 작품이라 각별한 애정이 간다는 조 교수는 “도면이 아닌 그림과 말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수한 시행착오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자잘한 시공의 오차는 너그럽게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게 됐고, 함께 작업하면서 여타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한 동지애를 느끼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데스크 시각] ‘동료시민’은 ‘도도독시민’을 알 수 없는 알고리즘/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동료시민’은 ‘도도독시민’을 알 수 없는 알고리즘/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내가 알면 남들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는 지식을 상식이라고 이름 붙이기 쉽다. 실제로는 나도 알고 상대도 알아야 상식이다. 사전은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이라고 상식을 정의하지만 애초에 정상 일반인이 누군지, 일반 지식이 무엇인지 명쾌하지 않은 시대다. 현실에서 상식의 뜻은 뉴스, 대중문화, 미디어, 법과 제도를 곁눈질하며 서로의 지식 수준을 맞추어 온 과정이자 결과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상대가 상식이라며 해 준 말을 못 알아들을 때나 나의 상식에 기반해서 던진 농담이 허공에 흩어지면 창피하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동료시민’이란 신조어를 제시했을 때에도 또 그 창피함을 느끼고 말았다. “동료시민? 도도독시민 아니고요?”라고 정성들여 던진 농담 뒤 어색한 침묵. 동료를 얘기하는데 왜 도도독이란 말이 나오는지 맥락을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 이 침묵 반응을 일으킨 주범은 알고리즘이다. 도도독이 무엇인지 틱톡과 유튜브 검색을 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걸그룹 르세라핌이 지난해 여름 월드투어를 했다. 공연 중 김채원이 팬들을 향해 “너 내 동료가 돼라”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한 공연에서 발음이 꼬이는 바람에 “너 내 도도독”이라고 실수를 했다. 이후 실수 영상이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데 이어 동료 아이돌들이 이 실수를 언급하거나 모방하는 ‘도도독 챌린지’가 잇따랐다. 그렇게 도도독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재생되고 패러디되고 확대됐다. 반 년치가 쌓인 지금쯤이면 종일 봐도 될 만큼의 관련 콘텐츠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10대에선 1000만 조회수가 나와도 한 위원장 관련 영상 사용자들에겐 표시되지 않는 게 도도독 영상이다. 시청한 영상과 유사한 영상만 골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습득할 지식을 영리하게 분류한 덕분이다. #정치에 관심 많은 #중년인 나 역시 사춘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맡긴 일이 없었다면 도도독을 알 리 없었다. 도도독 몰랐다고 알고리즘을 검열의 주범인 양 보는 건 비약일 수 있다. 원래 어른들은 10대의 유행에 무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은 어떨까. 도도독 챌린지가 유행하던 지난해 여름 정치권에선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 쪽에서 “극우 유튜버나 주장할 만한 얘기”라는 비판이 나왔고, 궁금해진 김에 극우 유튜버의 논리를 알고 싶어 검색했다. 홍범도 극우, 홍범도 반국가 등 온갖 검색어를 동원해도 우파 유튜버 채널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우리 공군이 홍범도 장군 유해를 호위하는 추천 영상을 클릭했다가 뒤늦게 감격하기도 했다. 기존 시청 영상과 다른 견해를 드러내는 영상을 배제하는 게 알고리즘의 또 다른 주요 임무임을 그때 알았다. 한 번 의심하니 끝이 없다. 최근 웹툰과 드라마를 휩쓰는 ‘회귀물의 범람’은 대중의 요구였을까, 알고리즘이 유도한 바일까. ASMR을 들어야 잠이 잘 오는 건 새로운 생체리듬의 발견일까, 알고리즘이 작정한 유행일까. 먹방부터 연애까지 영상으로 만족할 수 있게 된 건 디지털 전환 성공 조짐일까, 그저 감정까지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된 결과일까. 알고리즘이 추천한 대로 지식이 쌓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진일보하고 개인화 기기에 AI가 장착되는 온디바이스 AI 원년이 된다는 올해 알고리즘의 지배력은 더 커진다고 한다. 심화되는 알고리즘 의존의 결과는 무엇일까. 확증편향을 넘어 중독을 문제로 보기도 한다. 자크 라캉의 사위 자크알랭 밀레는 “21세기 전반적인 모델이 중독”이라며 약물뿐 아니라 일, 스마트폰, 페이스북이 모두 중독을 부추길 자극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번 본 것보다 자극적인 새 콘텐츠가 나왔다는 ‘알림’에 반가워 하다 요즘 내 지식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 ‘의리 갑’ 김혜수, 김완선 콘서트 깜짝 등장

    ‘의리 갑’ 김혜수, 김완선 콘서트 깜짝 등장

    배우 김혜수가 가수 김완선의 콘서트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노래 실력을 뽐냈다.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by PDC 피디씨’에는 ‘김완선 콘서트에 등장한 김혜수!! | [퇴근길 by PDC] 비하인드 #김혜수 #김완선’이라는 영상이 게재됐다.김혜수는 지난해 11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 김완선 MUSIC 콘서트 in 서울’을 찾았다. 김혜수는 대기실 앞에서 “선수 대기실이래. 나 선수야?”라며 웃었다. 김혜수가 김완선 콘서트를 찾은 이유는 깜짝 게스트로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김완선의 4집 수록곡 ‘보라빛 레인코트’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김혜수는 “게스트들 화려하다. 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다”라고 반응했다. 그날 ‘댄스가수 유랑단’ 인연인 이효리, 화사 등도 출연할 예정이었다. 김혜수는 환하게 웃으며 하트를 그렸다. 그는 “가수 리허설은 옛날에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MC 할 때 보고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김혜수는 무대 뒤에서 리듬에 몸을 맡기며 김완선을 지켜봤다. 김완선은 오랜만의 공연으로 철저한 준비에 임했다. 3시간에 걸친 리허설을 마친 김완선은 김혜수를 발견하고 달려와 품에 안겼다. 김혜수는 “아유 말랐다. 너무 힘들죠?”라며 김완선을 위해 준비한 공진단을 선물했다. 김완선의 매니저에게도 선물했다. 땀을 흘리는 김완선을 위해 차가운 손으로 열기도 식혀줬다. 이날 김혜수는 ‘이젠 잊기로 해요’를 부르기로 했다며 “제가 좋아하는 노래다”라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김혜수의 노래를 들은 김완선은 “너무 잘하신다. 왜 이렇게 노래를 잘하시는 거냐?”라고 칭찬했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김혜수는 김완선의 소개와 함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김혜수는 “너무 멋있다. 아까 저기서 너무 막 처음부터 손 흔들고 소리를 질러서 옷 벗고 있다가 셔츠가 너무 구겨져서 다시 입었는데 너무 덥더라”라며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김완선은 “오늘 너무 멋있다. 항상 그랬듯이 너무 아름답고 너무 멋있다”라고 전했다.
  • 12개 교향악단의 하모니… 오늘 예술의전당서 ‘신년음악회’

    2024년 새해를 맞아 9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이번 신년음악회에서는 KBS교향악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전국 12개 주요 교향악단이 처음 구성한 ‘신년음악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선보인다.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부지휘자 이승원이 이끄는 신년음악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으로 첫 무대를 연다. 이어 2018년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신창용, 2012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작 주역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2020년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음반사 도이체그라모폰과 전속 계약한 박혜상, 2006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양준모가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곡을 선보인다. 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운드트랙, 그룹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 등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드라마와 K팝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려준다. 음악회는 예술의전당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오는 14일 KBS 1TV를 통해 80분간 녹화 방송될 계획이다.
  • ‘K댄스’로 의기투합한 댄서와 시장 “도시를 춤추게 했죠”

    ‘K댄스’로 의기투합한 댄서와 시장 “도시를 춤추게 했죠”

    댄서와 시장이 의기투합했다. ‘춤’으로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 보자고. 경기도 안양시와 K팝 댄스레이블 원밀리언 댄스스튜디오의 축제 실험이 시작된 순간이다. 안양시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오프라인 축제를 대신해 자체 제작한 K댄스 콘텐츠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했다. 원밀리언의 전문 댄서와 시민들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커버하는 댄스챌린지 영상이 화제가 됐다. 코로나로 국내 축제가 중단되거나 취소됐지만 안양시는 온라인 춤 콘텐츠로 3년 연속(2020~2022)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을 받았다. 안양시축제추진위원회가 지난해 7월 축제 공식 명칭을 ‘안양춤축제’(영어명 안양댄스페스티발)로 변경하며 ‘춤의 도시’ 브랜드에 시동을 걸었다. K팝 댄스를 축제로 브랜딩한 주역은 리아킴(40·김혜랑)과 최대호(66) 시장. 리아킴은 선미, 소녀시대, 박재범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기획한 정상급 안무가. 그는 해외 K팝 팬들이 ‘K댄스 성지’로 찾는 원밀리언 댄스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현재 원밀리언 유튜브 구독자 규모는 2620만명, 90%가 외국인으로 누적 조회수가 79억회에 달한다.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스튜디오에서 리아킴과 최 시장을 만났다. 안양에서 초·중·고교를 마친 리아킴은 중학교 3학년 때 마이클 잭슨 영상을 보고 댄서의 꿈을 키웠다. 당시 안양 청소년수련관의 댄스동아리에서 처음 방송 댄스를 배우면서 스트릿 댄서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 인연이 리아킴과 축제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하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최 시장은 수도권 자치단체장의 현실적 고민이 깊었다고 했다. 그는 “1957년 동양 최대의 영화 촬영소가 세워지고 연산군 등 한국 영화의 산실이 됐던 안양이 문화적 유산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관광자원이나 지역을 대표할 문화 콘텐츠가 없이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쇠락하는 안양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테마가 세대·국적을 떠나 글로벌하게 통할 수 있는 ‘춤이라는 장르였다. 변화의 기폭제는 K팝 댄스다. 지난해 9월 열린 닷새간의 축제는 재작년 대비 3만명이 늘어난 17만 2000명(통신사 빅데이터 집계)이 관람했고, 타시도민의 주말 방문율이 축제 기간 50% 가까이 치솟았다. 축제 만족도 조사에서 재방문 의사가 98%나 됐다. 유명 연예인 초청없이 이뤄낸 결실이다. 안양시가 주최하는 K팝 댄스대회는 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전국대회로 발돋움했다. 2021년 엠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준우승자 아이키가 리더인 댄스크루 ‘훅’이 참여한 스트릿 배틀 공연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도심 곳곳이 K팝 리듬을 타고 즉석에서 춤을 추는 랜덤 플레이댄스와 댄스버스킹으로 댄서와 10대 팬들의 놀이터가 됐다. 최 시장은 “기존 유명 가수들을 초청하는 트로트 위주의 축제로는 관람 연령대가 50·60대로 한정됐다면 이제는 10·20대의 참여도와 가족 관람객이 크게 늘면서 전 세대가 즐기는 축제가 됐다”고 자평했다. 최근 종영한 ‘스우파2’에서 원밀리언 리더로 인기몰이를 한 리아킴은 K팝 댄서들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포털의 공식 프로필에 댄서가 정식 직업으로 추가됐고, 댄서들의 활동 무대가 전 세계로 넓어졌어요. K팝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이제 K댄스가 주목받고 있죠.” 최 시장은 “미국 LA 댄스페스티벌이나 브라질 리우 카니발을 벤치마킹해 세계적 축제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면서 “춤 관련 콘텐츠의 제작과 스튜디오 구축 등으로 ‘춤의 도시’ 안양 브랜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 에세이에 울다웃다…사랑詩에 심쿵했다

    에세이에 울다웃다…사랑詩에 심쿵했다

    한 달간 하루에 한 장(章)씩 읽으라고 만든 책인데, 재밌어서 꼬박 하루 만에 다 읽어 치웠다. 리듬과 유머를 아울러 갖춘 문장에 낄낄대다가도, 세상을 떠난 이들을 그리는 글에 당도해서는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기도 했다. 독자들을 ‘심쿵’ 하게 할 사랑 시도 여럿 담겼다. 김민정 시인의 잡문집 ‘읽을, 거리’는 출판사가 새해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 ‘시의적절’의 첫 번째 책이다.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펴낸다. 4월엔 오은, 7월엔 황인찬, 12월엔 박연준 시인이 예정됐다. 각 책은 하루 한 편씩 서른 편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말까지 출간이 마무리되면 총 365가지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찾아간 셈이다. 한 해의 시작인 1월을 맡은 김민정은 에세이, 인터뷰, 일기, 노트 등 다양한 글을 책에 담았다. 어느 출판사에서 김민정을 ‘사랑받는 시인이자 성공한 편집자’라고 설명했는데, 이 말마따나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건 그가 편집자로서 발품을 팔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최승자 시인의 산문집을 복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는 그대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 “그 두 권(산문집)이 오랫동안 절판 상태여서요. 선생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재출간을 하고 싶어서요.” “글쎄, 그 책들이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을까요.” “저는 너무나 좋아했어가지고요, 선생님.” “그게요 그대로는 아마 못 내고 내가 싹 다 뜯어고쳐야 할 거예요.” “아… 그러시구나.” “나중에 내가 좀 말이 된다 싶을 적에 다시 연락을 할게요.” ‘딸깍’ 하고 끊긴 전화는 5년 만에 다시 걸려 온다. ‘054’로 시작되는 낯선 번호를 통해서. “그때 말한 내 책 두 권 있잖아요. 그거 김민정씨가 내주세요.” 수화기 너머로 최승자가 불러주는 ‘시인의 말’을 김민정이 받아 적는 장면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배시시 웃음이 날 만하다.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다 돌연 먹먹해지기도 한다. 2020년 세상을 떠난 개그맨 박지선과의 인터뷰를 읽으면 너무도 순하고 해맑게 책을 사랑했던 생전의 그가 또렷하게 그려진다. 김민정은 재독 시인 허수경의 유고집을 펴냈을 적 기억도 소환한다. 자신의 마지막을 앞둔 허수경은 김민정에게 시집을 내달라며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너를 보면 겨우 참았던 미련들이 / 다시 무장무장 일어날 것 같아. / 시인이니 / 시로 이 세계를 가름하는 걸 / 내 업으로 여기며 살아왔으니 / 마지막에도 그러려고 한다. / 나를 이해하렴 // (…) 시를 많이 쓰는 나날이 네게 오기를 바란다. / 날카로운 혀를 늘 심장에 지니고 다니렴.” 노트에 필사할 만한 예쁜 사랑 시도 있다. 이슬아 작가와 이훤 시인의 결혼식에서 읽어 줬다는 축시 ‘사랑’이 그렇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두 사람에게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갈 것인지’ 담담하게, 나직이 제안한다. “둘이 사는 내내 / 사랑이 / 화의 불씨를 밟아주기를, // (…) 둘이 사는 내내 / 사랑이 / 불신의 혀를 잘라주기를, // 둘이 사는 내내 / 사랑이 / 떠들썩한 치장이 되지 않기를, // 둘이 사는 내내 / 사랑이 / 굳건한 의리가 되기를, // 그리하여 / 둘이 사는 내내 / 사랑이 / 당신 둘에게만 / 늘, 자랑이기를.”
  • ‘36점’ 커리는 어깨춤, ‘19점’ 쿠밍가는 그린 완벽 대체… GSW, 올랜도 꺾고 3연패 탈출

    ‘36점’ 커리는 어깨춤, ‘19점’ 쿠밍가는 그린 완벽 대체… GSW, 올랜도 꺾고 3연패 탈출

    경기 종료 1분 전, 좌우 드리블을 9점 차로 달아나는 플로터 득점으로 연결한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4경기 만에 승리를 자축하는 어깨춤을 췄다. 조나선 쿠밍가는 무기한 징계로 빠진 드레이먼드 그린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골든스테이트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2023~24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올랜도 매직을 121-115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에이스 커리를 중심으로 조화로운 내외곽 공격력을 뽐냈고 상대보다 한 발 더 움직이는 압박 수비로 서부 콘퍼런스 10위 LA 레이커스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무려 7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팀 내 최다 36득점을 몰아친 커리를 비롯해 쿠밍가(19점)와 클레이 톰프슨(15점)이 공격을 주도했다. 크리스 폴도 시도한 3점슛 3개를 모두 림 안에 넣으면서 12득점, 앤드류 위긴스는 10득점을 기록했다.올랜도는 원투 펀치 파올로 반케로와 프란츠 바그너가 각각 27득점 12리바운드 5도움, 25득점 6리바운드로 분전했으나 화력 대결에서 밀렸다. 특히 4쿼터 승부처엔 상대 압박 수비에 막혀 연속 실책을 범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프란츠 바그너가 내외곽 연속 5득점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반케로도 상대의 낮은 골밑을 공략해 레이업을 올렸다. 골든스테이트는 쿠밍가가 리듬을 살린 돌파로 흐름을 바꿨다. 이어 골밑으로 파고든 위긴스가 덩크로 역전한 다음 외곽포까지 터트렸다. 웬델 카터 주니어가 반칙을 유도해 자유투로 점수를 쌓았으나 폴이 1쿼터 종료 직전 3점슛을 꽂아 2점 차 우위를 되찾았다. 바그너의 훅슛으로 2쿼터 추격에 나선 올랜도는 카터 주니어가 덩크를 터트려 승부를 뒤집었다. 톰프슨이 첫 외곽포를 넣었지만 모리츠 바그너가 골밑슛으로 응수했다. 커리가 레이업을 올린 뒤 유려한 드리블에 이은 점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폴, 커리가 외곽포를 꽂은 뒤 제일런 석스와 게리 해리스가 응수해 55-55 균형을 맞췄다.후반 시작과 함께 쿠밍가가 폭발적인 운동 능력으로 득점과 함께 반칙을 얻어냈다. 이어 톰프슨, 폴이 3점슛을 넣어 달아나자 석스가 외곽포와 과감한 돌파로 반격했다. 슛감을 회복한 커리도 연속 3점으로 차이를 벌렸다. 반케로가 힘을 앞세워, 프란츠 바그너가 유려한 스텝으로 레이업을 올리면서 6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모리츠 바그너가 연속 5득점으로 4쿼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콜 앤서니가 외곽 득점으로 균형을 맞춘 후 바그너 형제가 나란히 골밑까지 파고들어 점수를 올렸다. 반케로가 골든스테이트의 압박 수비에 고전하는 사이 커리가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3점슛을 꽂았다. 이어 쿠밍가가 속공을 덩크로 완성했고 커리가 좌우 드리블을 플로터로 연결해 승기를 잡았다.
  • 미래는 죽은 사물의 시간- 안태운·황유원의 시(①)/박민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평론]

    1. 멸종위기종 낭송하기 랩스 프린지 림드 청개구리(Ecnomiohyla rabborum)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Melomys rubicola) 포오울리(Melamprosops phaeosoma) 크리스마스섬집박쥐(Pipistrellus murrayi) 콰가(Equus quagga quagga) 세실부전나비(Glaucopsyche xerces) 스텔러바다소(Hydrodamalis gigas) 타이완구름표범(Neofelis nebulosa brachyura) ―안태운,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중에서 멸종위기종을 지칭하는 아름다운 이름들. 이 호명이 꽤 아름답고 문학적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선언과 낭송의 효과이자 맹점일 것이다. 위 시에서 나열하고 있는 것들은 당연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명칭이다. 우리가 이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되뇌”는 때 “크리스마스섬집박쥐”나 “세실부전나비”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러브버그’(Lovebug)나 ‘빈대’(Bedbug) 따위는 없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러브버그의 충격이 두 계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빈대가 기승이고, 이 벌레들은 인간의 생활권 내에서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가한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이다. 이 때문에 인간종이 이들의 박멸을 궁리하면서 동시에 멸종을 걱정하는 일은 난센스에 가깝다. 이 낭독의 대열에 ‘각다귀’나 ‘깔따구’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각다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것이, 각다귀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크기도 커서 ‘왕모기’로 종종 오해받는데, 기존 인간의 편의대로 손쉽게 구분해 보자면 각다귀는 일단 익충에 가깝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조차 각다귀를 “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는데, 이 때문인지 흔히 고전문학에서 각다귀는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는 탐관오리와 같은 부정적 대상으로 비유돼 왔다. 그런데 이를 차치하고, 어느 생물종의 유해함과 무해함을 나누는 기준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불과하다면 이는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과거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수질 오염의 지표인 것처럼 지목됐으나 실제로 깔따구 유충은 수생태계의 중요한 분해자에 해당한다. 또 인간의 편의대로 분류해 보자면 깔따구 역시 익충인 셈인데 여기서 다시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질문은, 깔따구는 왜 매번 인간종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가일 것이다.(②) 벌레는 그 개체수만으로 따지자면 실질적으로 지구를 점유하고 있는 종에 가깝다. 이 실질적 지배자들에 대한 익충 혹은 해충으로의 분류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이다. 위 시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해야 할 종들을 열거하는 ‘낭독’의 방식은 분명 선언적이고 아름다운 데가 있지만 이 아름다운 대열에 끼지 못한, 호명되지 못한 나머지 존재를 누락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현재 지구에는 1000조에서 1경 마리의 곤충이 존재하지만, 수십 년 안에 사라질 멸종위기종 중 절반은 곤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③) 이 글은 위 시에서의 선언의 정치성이나 효과, 의의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 시인들 사이에서 릴레이처럼 수행되는) 호명과 열거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을 환기하자는 의도에 가깝다. 기실 최근 안태운의 시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종을 ‘당신’으로 호명하며 그 존재의 희미해지는 몸짓을 기억하고, 복구하고, 기록하고자 시도하면서 사유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기억 몸짓’) 그러나 여전히 인간 세계에서 ‘벌레 같은’ 류의 비유(“당신에게는 깊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벌레 같은’이라는 관용구를 그 뜻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당신”, 황유원, ‘밤의 벌레들’)가 작동하는 원리를 상기해 본다면 인간이 벌레에게 빚진 바를 우리는 매 순간 의심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초입 카프카의 벌레로의 변신 모티프는 꽤나 강렬해서 인간과 벌레를 둘러싼 상상력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이 모티프는 이후 세대의 문학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인간종과 벌레종의 교점에 관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상상력의 방식을 사실상 결정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카프카 문학과의 상호텍스트적 접목을 자주 시도했던 김행숙의 경우 변신 모티프를 아래와 같이 전유한 바 있다. 벌레의 굴욕인가, 밟아도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휴머니즘의 진부한 레퍼토리인가. 벌레로서의 벌레는 대체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55킬로그램의 인간* 그레고르 잠자는 왜소했으나, 55킬로그램의 뼈와 살과 피의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한 이 거대한 벌레 앞에서라면 누구든지 경악의 외마디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다시 말해 그 누구든지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막 외계의 생명체를 본 것이다. 당신은 온 우주에 뉴스를 전파하고 싶지만, 공포와 흥분으로 전신이 떨리고 특히 턱이 빠질 듯이 달달달달 떨리게 된다. 나는 완벽한 벌레의 꿈이다. *55kg은 1920년 7월 29일 자 카프카의 몸무게다. (…) ―김행숙, ‘변신’(‘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부분 위 시에서는 카프카의 소설 속 그레고르 잠자가 결국 벌레로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결말을 전복시켜 크기가 줄어들지 않은 “55킬로그램의” “거대한” 벌레가 오히려 가족을 내쫓고 공간을 점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카프카적 사건 혹은 계기라 할 수 있는 인간종의 벌레종으로의 변신은 이 시에서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데 기여하는 물질적 작용으로 전환된다. 이 시에서 벌레의 행위는 들뢰즈-가타리적인 ‘동물-되기’, 즉 ‘탈영토화’의 가능성에 대한 사유 방식으로 대입해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화된 벌레’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멀리 가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진짜 ‘벌레’는 실종했다. 그리고 벌레 덕분에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워졌지만 비인간으로서의 벌레는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인간종에게 해악을 끼치는 해충을 박멸하자는 입장이나 인간에게 주는 효용을 고려해 적절히 잘 이용하자는 입장 모두 곤충 입장에서는 같은 결과가 예고돼 있다. 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④) 곤충종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혐오라는 상이한 정동은 모두 곤충의 입장에서는 그 개체의 죽음이라는 같은 결과를 낳는다. 어떤 개체에 대한 이 도구적 쓰임은 한편으로 근대적 인간에 대한 회고, 자기 생산물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했던 어떤 소외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이 곤충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충분히 소외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외된 벌레종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할까. 낭송은 아름답고 낭독은 선언적이지만 이는 다시 존재들의 경계를 부각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2. 개미와 여치의 음악성에 대해서라면, 황유원은 뭘 좀 아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황유원은 꽤나 전문적으로 이를 향유할 줄 안다. 유해와 무해라는 인간의 기준을 잠시 접어 두고, 이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인간의 어떤 의지는 때로 어떤 생물종에 유해하다. 인간의 아무 의지도 개입시키지 않고 소리의 배치에 주목해 보면, 슬플 때 슬퍼할 줄 알고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개미에게는 개미의 블루스를 여치에게는 여치의 블루스를 ―황유원, ‘블루스를 부를 권리’ 부분 쇤베르크 이래로 ‘소음’으로 여겨졌던 불협화음이 자유를 얻으면서 이후 소음 자체가 음악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심지어 존 케이지는 ‘4분 33초’의 침묵 역시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기도 했다. 소음으로 치부돼 오던 것들이 음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후 피에르 셰페르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기도 한다. 기존 음악에서 노이즈는 제거의 대상이었지만 셰페르는 소음 자체를 음악의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인간-청자를 기준으로 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인간의 언어 및 인간의 음악이 있는 것처럼 다른 종들에게도 그들의 언어와 음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한여름 매미의 노이즈가 인간의 귀에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각적 신호를 통해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 황유원은 그것이 개미의 블루스가 아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거주 공간은 무균실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인간의 몸은 근대적 의미에서의 봉쇄된 육체가 아니라 세계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봉쇄가 해제된 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⑥) 이러한 존재들의 열림과 마주침, 얽힘에 대한 사유는 이 수많은 존재들의 배치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물종의 고정된 경계가 없고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애나 칭의 주장은 이 때문에 퍽 설득력 있다.(⑦) 황유원은 ‘밤의 벌레들’에서 인간이 불을 켜는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을 배치를 상상한다. 가령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아늑하고 그윽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을지,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이 “얼마나 천천히” “얼마나 우아하게 이 욕실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을지,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을” 벌레들의 평화로운 배치가 깨지는 건, 단지 인간이 그 공간에 불을 켜는 것만으로도 발생 가능한 일임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세계와 회통하고 있으므로 서로의 배치에 얼마간의 방해와 간섭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가 환기하는 것은 타자의 갑작스러운 침입에 대한 벌레의 생경한 낯섦이라는 감각에 우리가 그간 얼마나 무심하거나 무지했는지에 대한 각성이다. 하지만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 역시 인간의 감각이나 사유 체계 내에서만 비롯되고 있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일 것이고,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타자의 감정이나 감각을 익숙한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비인간에 인간화된 관점을 투영할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때 환원된 것이 개념 자체인지, 아니면 비인간의 행위성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재현인지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이 시에서 인간화된 생경함과 놀라움이 벌레 입장으로 치환된 것은 평화로운 배치 상태를 깨는 인간의 침입이라는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블루스를 즐기는 개미와 여치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아영은 인간과 비인간의 신비화되지 않은 조우로서 유계영의 시 ‘두고 왔다는 생각’을 사례로 든다. 이 시에서 개는 세계의 표면과 이면의 차이에 몰입해 있는, 사색하는 철학자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는 ‘나’의 생각과 공명한다. 이때 종 차별주의의 핵심적인 기준인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유계영 시의 ‘사색하는 개’가 갖추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에서 각자의 “생각에 도취되어 있”(‘두고 왔다는 생각’)는 사람과 개는 “애정의 경제로 묶여 있지 않으며, 섣부른 접촉으로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고요하게 지켜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구별이 의미 없어지며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역시 긴장을 잃는다고 인아영은 주장한다.(⑧) 그런데 이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는 물어볼 것도 없이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카페여야 할 것이며 이 카페에 입장하는 순간 개는 카페의 규율에 내재(종속)된다. 개와 인간이 ‘사색’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 차이가 쉽게 무화될 수 있는 것인지와는 별개로 이때 인간의 지위 혹은 동일한 타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 기여했던 개의 ‘사색’이 과연 개의 고유한 특성이자 개의 일, 그러니까 개가 해야 할 일인 것일까. 애나 칭은 인간과 유기체의 배치와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부분의 동물 연구에서 “그들(비인간-인용자)이 인간과 동등한 자질(의식하는 주체로서, 의도를 지닌 의사소통자로서, 또는 윤리적 주체로서)이 있음을 보일 필요가” 있어 왔음을 지적한 바 있다.(⑨) 개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개가 인간적인 사색을 거듭하는 것, 개와 인간의 공생을 개를 인간화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문제의 핵심에서도 멀어지는 방식이다. 3. 소진하는 인간, 공터의 흰 개 안태운의 시는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는 착각을 초래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출된 상태를 문제시한다. 동물과의 공생 문제가 대두되면서 익숙하게 소비됐던 낯익은 ‘장면’이 어쩌면 인간의 의식화된 ‘풍경’의 일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획 의도에 맞는 일련의 행위들이 인간과 비인간에 의해 자연스레 수행되다가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오는 퍼포먼스의 중지는 인간화된 의도가 노출되는 지점이자 그 공허함이 발설되는 문제적 대목이 된다. 안태운은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길 뿐이라는 인간-동물 간의 이상적 관계에 대한 설정 역시 인간적인 모종의 어떤 열망이 개입된 것임을 감지하고, 이 연출된 장면을 메타적 관점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해체한다. 개의 활동 반경을 조금 넓혀 ‘공터’로 개를 데리고 간 안태운의 경우를 보자. 흰 개가 있어.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한다. 흰 개는 나의 개이자 공터의 개 그러므로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하지. 산책하며 서로 사라지기도 하지. 나는 흥얼거리며 흰 개를 두고 달렸다. 흰 개는 나를 따라 달렸다. (…) 나는 공터를 산책하고 있지. 공터를 돌면서 흥얼거린다. 공터의 흰 개, 사람들의 흰 개 그러니 나는 흰 개와 멀어져서 공터를 돌고 있다. 흰 개가 없으니 빨리 달려도 괜찮아 (…) 문득 내 뒤로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게 슬퍼졌지. 아무도 내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는 게 낯설었다. 흰 개는 어디에 있나. 나는 흰 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를 잊었으려나. (…) 흰 개는 공터를 돌았어. 공터를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공터를 벗어나자 흰 개는 일어섰다.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안태운, ‘흰 개를 통해’ 부분 위 시에서 공터의 개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철학자의 사유를 따라가야 하는 고난을 겪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시에서 나와 흰 개는 명백히 인간과 비인간이 행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들을 행하거나 지위를 바꿔서 패러디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물론 개별적이고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공터’라는 사회적 장으로 나왔을 때 이들은 사람과 개로서 행할 수 있는, 혹은 기대되는 코드화된 행위들을 수행하는 퍼포머가 된다. 공터에 들어서는 순간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는 사회적 기대에 노출된다. 인간과 개가 행위하는 특성으로 규정지어진 이 공터는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특정 행위만을 요청한다. 이제 ‘공터’는 특정 목표의 전시장이 되고 때문에 공터에서 할 일은 말 그대로 공터에서 ‘할 수 있는’ 일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인간-비인간이 공터에서 행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은 공터가, 혹은 공터를, ‘가능하게 하는 일’뿐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인간-비인간의 공생일까. 이에 대해 안태운은 아니라고 답하는 듯하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에서 흰 개가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가는 장면에 주목해 보자. 송현지는 이 시에 대해 “개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한 우화”로서 읽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10) “흰 개가 더이상 자신의 존엄성에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서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이미 세계 밖으로 사라진 비인간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태운은 직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발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 비인간의 거주지를 “세계 밖”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비인간 존재의 육체나 물질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념적 차원의 해방에 불과하다. 비인간은 왜 그들의 구체적 삶의 공간, 즉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때 그들이 사라질 수 있는 세계 밖은 과연 어디인가. 공터를 잃었네. 있었는데. 옆 사람과 흰 개와 함께 공터 밖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공터를 잃었고 옆 사람은 회상하고 있다. 흰 개는 잃은 공터를 향해 짖고, 못내 짖다가도 지치기를, 나는 바라며 기다렸지만 이내 흰 개를 내버려둔 채 옆 사람과 함께 공터 밖을 산책한다. 둘레의 움직임을 만들면서 걷고 걷다가 내가 바라보는 건 과거의 공터, 고개를 천천히 돌리면 옆 사람을 텅 비우는 공터, 계속 걷자 공터를 처음 잃었던 지점에 도착했는데, 흰 개는 없었다. 짖음도 없었고, 흰 개야. 아무도 없어서, 흰 개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나는 흰 개마저 잃어버렸네. 옆 사람은 나를 쓰다듬었지, 상심하지 말라고,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내며. ―안태운, ‘공터를 통해’ 전문 앞서 살펴본 시 ‘흰 개를 통해’와 위의 시 ‘공터를 통해’는 서로를 반영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 시에서 “공터”와 “옆 사람”, “흰 개”, 그리고 “나”는 한때 “있었”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닌다.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은 “공터”와 “흰 개”이고, 남겨진 것들은 “나”와 “옆 사람”이다. 그런데 공터와 흰 개를 잃어버리고 남아 있는 “옆 사람”과 “나”의 마지막 행위를 보면 “옆 사람은” “상심하지 말라고” “나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낸다. 앞서 옆 사람이 나를 위로하며 “쓰다듬었”기 때문에 이때 “엎드린 흰 개”를 “나”에 대입해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공터와 흰 개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분명 “나”와 “옆 사람”이지만 이들은 공터를 공터이게 했던 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무의미한 행위만이 부각되고 오히려 행위의 의미는 지워진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주목해 보면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벗어난 “흰 개는”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간다. 공터가 사라지자 흰 개도 사라지고, 공터에서 벗어나자 흰 개도 흰 개의 행위를 벗어난다. 이 장면은 베케트 부조리극의 소진된 인간을 연상시킨다. 들뢰즈에 의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로서 “가능한 것을 실현하지 않고 가능한 것과 유희”하는 인물들을 가리킨다.(11) 안태운의 시는 베케트 극의 인물들처럼 의미 없는 행위를 돌출시키는 방식으로 공터와 인간과 비인간에게 요구됐던 행위를 점검하고 재사유하게 한다. 이 무의미한 반복은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텅 빈 행위가 지속되는 공간이 돼 버린 기이한 공터의 작위성을 가시화한다. 존재는 지워지고 행위만 남아 있는 공간, 이것이 공터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소진하는 인간은 공터를 말 그대로 ‘빈’ 공터의 장으로 재진입시키고 공터의 잠재적 역량을 추동한다. ‘가능한’ 공터의 모든 것을 소진해 버림으로써 공터는 “인간 너머의 드라마가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인간의 자만심을 해체하는” ‘풍경’으로 거듭난다. 애나 칭에 의하면 풍경은 역사적 행위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활동적이다. “풍경이 형성되는 것을 지켜보면 세계 형성에서 인간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12) 안태운의 시에서 소진의 의미는 결국 잠재적 공터, 무엇이 실현되기 이전의 공터, 인간과 비인간이 무엇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상태, 즉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를 결정하기 이전의 공터를 복구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는 어쩌면 도래할 미래를 위한 재귀적 움직임이다. 4. ‘공통 세계’의 주민들-듣는 법 연습하기 황유원은 ‘침대벌레’에서, “파리 배낭여행” 중 ‘나’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가 “나 없는 침대에서 배를 빵빵히 불린 채/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을 모습”을 “자꾸 마음속에 그려” 본다. 피부에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대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흡족한 이미지”로 침대벌레를 연상하는 ‘나’는 이를 루브르박물관의 온갖 명화들보다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내 피를 먹고 배가 빵빵한 벌레의 모습을 “내 머릿속 한구석에 걸려 있”게 한다. 이 그림의 제목은 “침대벌레”이면서 시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벌레는 벌레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했다는 안도감인 것일까, 후에도 ‘나’는 가끔 이 기억에 숙면을 취한다. 이를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이나 그 가능성으로 점치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의 이 흡족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가령 이 흡족함이 ‘공통 세계’(13)의 자각에 따른 것이라는 가정은 어떨까. 배부른 벌레의 휴식과 그에 대한 나의 이상하리만치 계속되는 연상을 인간과 비인간종의 필연적인 마주침의 흔적 정도로 볼 수 있다면, 공통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은 결국 무균실의 존재가 아니라 서로 교차하고, 서로를 침범하면서 같은 공통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들인 것이다. 앞서 보았던 ‘밤의 벌레들’의 후반부를 ‘밤의 풍경들’로 치환해 다시 읽어 보자. 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을 뒤에서/옆에서 앞에서/ 감싸고 있던 그/ 그윽한 고독과 어둠을/ 그 어둠의 우월함에 대해 한번 말입니다/ (…) / 당신은 거실에서 혼자 눈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 / 사라지는 음악을 두 손으로 움켜잡아 보지만/ 그 음악은 이미 찬바람의 손에 잡혀 갈가리/ 찢겨진 후……/ (…) /그러니 한번 두 눈을 감고/ 이미 다 사라져버린 벌레들을 마음속으로 뒤쫓아가/ 그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벌레가 되어/ 벌레의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나눠 가져봅시다/ 벌레의 내장 깊은 곳에 조금은 남아 있을 어둠을 찾아/ 그 속에 들어앉아/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떨림 속에서/ 아까 듣던 그 음악을/ 계속/ 이어서 들어봅시다 ―황유원, ‘밤의 벌레들’ 부분 황유원은 불의의 습격을 당한 벌레의 황망함을 인간의 입장에 대입해 보기를 권한다. “어둠 속 고독”의 상태에서 밥 대신 깨끗한 음악을 즐기고 있는 순간 찾아온 느닷없는 침입이 무엇보다 문제적인 것은, 두 손으로 움켜잡을 수도 없이 “갈가리” 찢겨지고, “사라지는 음악”에 대해 벌레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황유원은 그러니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깊이 공감해” 보자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벌레가 되어”, 벌레가 처한 사태를, “벌레의 절망감”을 “나눠 가”지고, 아직 소멸하지 않았을 벌레의 어둠과 고독과, “떨림 속에서” “듣던 그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것이다. 인간과 벌레는 결국 일정한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공통 세계의 주민들이다. 공통 세계의 존재들은 서로의 존재 방식을 방해하거나 협력하면서 지내 왔고, 또 어떤 존재들은 자신들이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인지하게 됐을 수도 있다. ‘배치’가 “존재하는 방식이 모인 것”(14)이라면 이 시에서의 ‘밤의 배치들’에는 벌레뿐만 아니라 불을 켠 “당신”은 물론 이 사태를 전달하는 화자까지 관여하게 된 셈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주거지를 조금씩 침범하면서, 또 조금씩 오염시키면서 ‘배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존재들은 복수의 리듬과 존재 방식을 형성한다. 존재들이 일으키는 각자의 리듬과 각자의 음악은 얼핏 불협화음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이 “다운율의 배치를 연구”함으로써 배치를 “거주 적합성의 공연”으로 인식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15) 쇤베르크는 흔히 다성음악을 지칭하는 ‘폴리포니’(polyphony)의 원리에서 화성법의 해방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는 관습적 화음의 폐기가 동반돼야 가능한데, 이때 불협화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화음은 더욱더 ‘폴리포니적’이 된다.(16) 방금 떠난 벌레의 “떨림”을 잊지 않고, 벌레가 들었을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제안은 각자의 음악과, 복수의 음악이 일으키는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또 조율해 가면서 밤의 배치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엇보다 “듣는 법을 연습”(17)해야 한다. 5.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 “안데스산맥에서 케추아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란 우리가 아는 것이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앞에,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 “미래는 뒤에 놓여 있”는 것으로 여긴다.(18) 이는 인간의 오래된 관습적 시간관을 뒤집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작동 방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인식 체계나 방법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놀라워,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 어느 가을, 당신은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 (…) / 어느 여름, 조카가 생기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가는 중 학생을 보며 그는 내 과거가 아니라 조카의 미래라고 문득 여겨졌고/ (…) / 어느 봄, 옛 기억 속 장면에서는 나를 삼인칭으로 인식하게 되고/ 어느 여름, 끝말잇기를 하는 인간/ 아이의 냄새를 맡는다. 아이가 냄새를 맡는다/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알았다/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았다/ (…) / 모르는 것이 많았다/ 몸짓들/ 다르고 같다는 걸 알았다/ 같고 다르다는 걸 알았다/ 기억 속에서 어느 날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고 생각하니/ 드넓어지는 마음을 알아챘다/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했다/ 우리가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 하염없었다/ 그것/ 흐르는 강물/ 둘레/ 산란과 예감/ 탄성/ 감각들/ 우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 되돌아온다/ 기척이 스민다 ―안태운, ‘기억 몸짓’ 부분 ‘나’는 나의 과거와 유사한 기억 혹은 장면과 대면하지만 아이를 알고부터는 그것이 나의 과거가 아닌 아이의 미래로 대체된다. 세계의 중심에 아이가 자리하면서부터 “기억 속 장면”에서 ‘나’는 “삼인칭으로 인식”되고 미래의 모든 계절은 아이의 시간, 아이의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미래의 아이는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아 간다. 이에 더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공통 세계의 “존재”들을 알아 갈 것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존재들의 “다르고” 또 같은 “몸짓들”, “같고”도 다른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할 수 있고,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하는 그 마음은 “하염없”다. 분명 안태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안태운은 시간의 운동성, 즉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기억과 함께. 이처럼 안태운이 그리는 미래는 어딘가 재귀적이다. 돌은 걸어갔다, 물론 어느 식당에서건 떠나서. 풍경을 보면서는 순간마다 무언가가 옆에 있다고 깊이 지각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이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말 걸고 싶기도 했다. 그중 척삭동물문이며 조강인 까치가 마음에 남아 말 걸고 싶었다. 으흠, 흐음. 까치의 부리와 발가락이 귀여워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윽고 돌은 생각했다. 그 부리와 발가락을 쥘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놔줘야지, 하고 혼잣말했는데…… 기억하는 게 미래 같았다. ―안태운, ‘돌과 구름’ 부분 미래는 ‘추측’을 통해 현재에 들어온다. 시간의 이러한 사유 방식은 추측된 미래를 위해 기꺼이 나의 현재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미래는 되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준다. 안태운은 이 “살아 있는 미래”(19)를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세계와 함께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돌”로서 사유하고, ‘풍경’을 인식하고, 공통 세계의 주민들을 “귀여워”하면서, “말 걸고 싶”어 하면서 “오랫동안 바라”본다. 하지만 의도적인 접촉은 ‘생각’만으로 접어 두고,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을 “미래”로서 “기억”한다. 이것이 안태운이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로서의 “미래”를 기꺼이 증식시키고자 하는 방법이다. 콘에 의하면 ‘미래’는 어쩌면 살아남는다는 것(to survive)이면서 생명을 넘어서는 것 혹은 삶을 넘어서는 어떤 것(super+vivre)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수많은 부재와 관계하는 것, 즉 다른 죽음, 다른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20) 시인은 미래의 ‘죽은 사물’이 될 시를 현재의 지평에서 생성한다. 이 ‘죽은 사물’은 시가 끝나도 계속 날아간다. 어쩌면 시가 내재한 뜻밖의 물질성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나는 그만 이 시를 끝내지만/ 이 시는 끝나고도 계속 날아가고 있다/ 밤의 행글라이더는 밤의 행글라이더”, 황유원, ‘밤의 행글라이더’) ①안태운의 시는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민음사, 2016),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2020) 외에 ‘시보다 2022’(문학과지성사, 2022), ‘시보다 2023’(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발표한 작품 역시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 황유원의 시는 시집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현대문학, 2019), ‘초자연적 3D 프린팅’(문학동네, 2023)에 수록된 시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하 본문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시의 제목만 밝힌다. ②박현주, ‘천하무적이던 곤충이 도처에서 쓰러지고 있다’, 우리교육(2023년 가을), 76쪽. ③우리가 그 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일어나는 멸종을 일컫는 용어는 ‘센티넬라 멸종’(Centinelan Extinction)이다. 위의 글, 77~81쪽 참조. ④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 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곤충,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 닭고기보다 높아…’, 나침반 36.5도(2023년 9월호), ㈜삼십육점오커뮤니케이션즈, 104쪽. ⑤신예슬,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 작업실유령, 2019, 179~185쪽 참조. ⑥김홍중, ‘코로나19와 사회이론: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 비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제54집 제3호, 한국사회학회, 2020, 177~180쪽 참조. ⑦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계 끝의 버섯’,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 ⑧인아영, ‘개와 나무와 양말과 시’, 문학동네(2022년 봄호), 129쪽. ⑨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10)송현지, ‘어느 순례자로부터 온 편지-안태운론’, 2023 신춘문예 당선평론집, 정은출판, 2023.(11)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6쪽. (12)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71쪽. (13)스티븐 샤비로, ‘사물들의 우주’, 안호성 옮김, 갈무리, 2021, 118쪽. (14)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58쪽 각주. (15)위의 책, 279쪽. (16)테오도르 W 아도르노, ‘신음악의 철학’,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2012, 96~97쪽 참조. (17)애나 칭은 “통일된 화음”과는 반대되는 개념인 다운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운율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선율을 따로 듣고 그 선율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화음이나 불협화음으로 합쳐지는 것 또한 모두 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방식처럼 우리는 배치를 이해하기 위해 배치가 존재하는 개별 방식을 주시함과 동시에 산발적이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조율을 통해 그 선율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제 이러한 방식으로 듣는 법을 연습하고자 한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 (18)어슐러 K 르 귄, ‘세상 끝에서 춤추다’,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 250~251쪽. (19)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331쪽. 콘은 생명과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을 퍼스의 “살아 있는 미래” 개념에서 끌어와 사유한다. ‘미래’에 관한 논의 중 일부는 이 책의 6장 ‘살아 있는 미래(그리고 죽은 자의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참조했다. (20)위의 책, 370~373쪽.
  • 9살 연상♥ ‘만삭’ 손연재, 200만원 유모차로 출산 준비

    9살 연상♥ ‘만삭’ 손연재, 200만원 유모차로 출산 준비

    임신 사실을 공개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손연재(29)가 아기용품을 준비 중인 근황을 알린 가운데 유모차 사진을 공유해 시선을 모았다. 손연재는 28일 자신의 SNS에 아기가 탈 유모차의 사진을 올리며 “근데 이거 태워서 밖에 어떻게 나가지”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구매한 유모차는 네덜란드 프리미엄 브랜드 부가부의 디럭스형 ‘폭스5’인 것으로 보인다. 부가부의 스테디셀러로 손꼽히는 이 제품은 현재 공식 온라인 몰에서 207만1000원에 판매 중이다. 손연재는 지난해 8월 9살 연상의 금융계 종사자와 결혼한 뒤 지난 8월 임신 소식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많은 분이 결혼한 걸로도 놀라셨는데 (임신 사실도) 많이 놀라실 것 같다.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의미 있는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 존슨즈, 현대인 꿀잠 위한 ‘굿나잇 캠페인’ 기획

    존슨즈, 현대인 꿀잠 위한 ‘굿나잇 캠페인’ 기획

    한 달간 올리브영 할인…이벤트 참여 시 노르딕 이불 증정 <br>온 가족 바디케어 브랜드 ‘존슨즈’가 새해를 맞아 현대인의 꿀잠을 위한 ‘굿나잇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존슨즈 ‘굿나잇 캠페인’은 ‘포근한 밤을 불러오는 아로마, 나만의 베드타임 루틴’을 주제로, 수면제 남용이나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개개인의 취향과 인체 리듬에 맞는 숙면 루틴을 찾아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12월 31일부터 1월 말까지 올리브영에서 존슨즈 베드타임 제품들을 할인가로 만나볼 수 있고, 존슨즈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는 제품 사진과 본인만의 수면 꿀팁을 공유한 고객들에게 수면 꿀템인 노르딕 이불세트를 증정하는 챌린지도 진행한다. 자극 없이 순한 ‘베이비로션’하면 바로 둥그스름한 핑크색 용기를 떠올릴 만큼 존슨즈의 제품은 성별이나 피부 타입을 불문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안심 케어로 유명하다. 존슨즈의 베드타임 라인은 크게 바스, 로션, 오일로 구분된다. 베드타임 제품에는 존슨즈만의 은은한 라벤더 베이스의 내추럴캄 아로마 함유되어 있는데, 아로마 향은 하루 동안 지친 심신의 피로를 달래주고 잠들기 전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존슨즈 제품 사용이 실제로 숙면을 돕는다는 사실이 임상 연구로 입증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실험 결과 존슨즈 베드타임 3단계 루틴, 즉 바스로 따뜻하게 목욕한 다음 로션과 오일로 마사지를 한 후 자극을 줄이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실제로 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관계자는 “슬로우에이징이 대세인 만큼 현대인들이 건강과 수면이 중요한 요즘 현대인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의 질을 점점 떨어뜨리고 있고, 여기에 겨울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햇빛 부족까지 겹쳐 불면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면서 “생체 리듬이나 좋아하는 향 같은 것들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최적의 숙면 루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캠페인을 통해 존슨즈만의 차별화된 아로마 향기와 촉촉함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낭만’ 김용필 데뷔 첫해 디너쇼 매진…두번째 싱글 27일 발매

    ‘낭만’ 김용필 데뷔 첫해 디너쇼 매진…두번째 싱글 27일 발매

    TV조선 ‘미스터 트롯2’ 경연에서 ‘낭만에 대하여’로 데뷔한 가수 김용필의 데뷔 첫해 디너쇼가 전석 매진됐다. 김용필은 오는 27일 두 번째 싱글 발매도 앞두고 있다. 26일 소속사 비스타컴퍼니와 원 소속사 빅컬쳐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용필이 오는 30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여는 ‘2023 낭만 김용필 디너쇼’가 전석 매진됐다. 잃어버렸던 낭만을 찾아 아련한 추억을 마주하는 시간을 모티브로 진행되는 디너쇼에선 김용필의 신곡도 첫 선을 보인다. 첫 싱글 ‘낭만연가’에 이은 두 번째 싱글은 ‘좋은 사람 만나도 돼요’와 ‘사내의 밤’ 두 곡이 담긴다. ‘좋은 사람 만나도 돼요’는 김용필의 음색과 감성에 맞춰 만들어졌다. ‘사내의 밤’은 ‘사랑 그놈’, ‘너의 집 앞에서’, ‘인생은 아름다워’, ‘남과 여’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싱어송라이터 박선주가 김용필을 위해 만든 곡으로 슬로 탱고 리듬 베이와 피아노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발라드다. 독백하듯 읊조리는 보컬 스타일에 연기력을 더해 김용필의 베테랑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행운은 생각하고 일치해요/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행운은 생각하고 일치해요/작가

    우리 동네 공공도서관에는 어떤 발달장애 아저씨가 놀이터 삼아 하루 종일 계신다. 발음은 좀 어눌하지만, 말솜씨는 끝내준다.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는 하지만, 그 정도야 별일 아니다. 커피 믹스를 좋아해서 늘 주머니에 몇 봉지씩 넣고 다니며 친구들만 보면 고요함을 깨고 큰 목소리로 “커피 한잔할래요?” 하고 묻는다. 도서관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이 얼마든지 나오니 언제고 신난다. 아저씨가 또 하나 좋아하는 건 아이돌 방송 프로. 도서관에서 빌린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여자 가수들이 춤추는 영상을 아주 뚫어져라 보신다. 추운 날에는 파카를 입고 모니터 앞에 앉아 흥을 즐기는 바람에 패딩 천의 서걱서걱 소리가 리듬감 있게 2층 미디어실을 울린다. 가끔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옆에 있는 사람이 사람이 “쉿!” 하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며칠 전 도서관을 찾았더니 이 아저씨가 복도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라? 나는 당장 이어폰을 빼고 그의 이야기를 유심히 받아 적었다. 어디서도 얻어들을 수 없는 좋은 글감이, 대어가 내 귀에 걸린 것이다. “오백 원짜리, 긁는 복권 있잖아요. 그런데 ‘오천 원이 된다’, 이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이 전달이 돼요. 오백 원짜리가 오천 원이 된다구요. 굉장히 신기해요. 복권을 긁는 때부터 오천 원이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운이 좋을 때는 만원도 돼요. 그때는 생각을 더 ‘세게’ 해요. 그런데 고액은 안 돼요. 이상해요. 코로나 있기 전엔 만 원도 됐거든요. 그런데 내가 코로나 걸리고 난 다음에 집중을 더 못해서 그런가. 이제는 만 원이 잘 안 돼요. 나 옆에 있는 사람은 되는데…. 내 소원이 그 사람한테 가닿았나?” 말씀이 끊이지 않는다. “행운은 생각하고 일치해요. 이건 예견, 예지, 미래를 아는 거랑은 달라요. 점하고 다르다고. 계속 가다 보면 오천 원이 된다니까요. 오백 원짜리가 열 배 되는 거잖아요. 그냥 머릿속에 울리는 거예요. 이 복권은 된다. 한 장만 긁어도 오천 원이 돼요. 열 배야, 열 배. 그런데 사람이 하는 일, 생각대로 다 되면 무서워서 어떻게 해요. 그런데 가끔 이런다구요.” 십몇 년 전 ‘더 시크릿’이라는 신비주의연 하던 책보다 훨씬 간결하고 진하다. 그리고 맨 마지막 말씀으로 미루어 보아 사람 일 무서운 것도 이미 알고 계시는 어른. 어눌한 듯한 통찰이 마음속 종을 울렸다. 내가 생각하는 각도만큼 행운을 바라볼 수 있을 터. 아, 또 배울 점이 있다. 이분 친구들은 지체장애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지능이 높다. 그래서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것을 일단 들어는 주는데, 다들 조금씩 무시하거나 잘 안 들으면서 자꾸 고쳐 주려고 한다.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런데도 친구들의 말을 잘 듣는다. 그리고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뚝심 있게 풀어놓는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형. 내 얘기도 좀 들어 봐 주실래요?”라며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나간다. 그러면 형들은 허허 웃으면서 그래, 어디 해 보라고 아저씨 말에 귀 기울인다. 우연히 이 대화를 들은 나도 참으로 운 좋았다. “행운은 생각하고 일치해요.” 이는 내 마지막 칼럼 제목이기도 하다. 햇수로 4년 동안 내 머리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들을 식당에서, 카페에서, 술집에서, 옆 테이블 손님들 이야기 속에서 이리 소중하게 건져 낼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 동심이 몽실몽실… 만화 보물섬으로 떠나다, 추억이 새록새록… 문학 다락방에 머물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동심이 몽실몽실… 만화 보물섬으로 떠나다, 추억이 새록새록… 문학 다락방에 머물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보물이 덮여 있는 땅이라는 ‘보개’도서관 3층 책다락 만화책방 개관무빙·원피스 등 1만권 이상 소장딱 하나 아쉬움, 라면 안 판다는 것조선시대 목판 인쇄 도서 등 소개3층 창가 자리 ‘안성객사’ 한눈에‘올드타임 그때그시절’ 숨은 명소1960~1990년대 물품 2만점 전시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이어. 종교와 무관하게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12월의 마지막 열흘은 우리가 서로를 응원해 마땅한 시기다. ‘글쎄…’ 하며 머뭇댈 수 있겠지만 새해를 맞는 우리의 자세는 그러해도 좋지 않을까? 적어도 경기 안성 보개도서관(책문화센터)에서는 그런 믿음이 생겨난다. 무릎 위에 아이를 누인 아빠가 책장을 넘기는, 어린 자매가 어깨를 맞댄 채 속닥대는, 아득해서 따듯한 풍경들이 도서관을 덥힌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라면의 매운 수프 향처럼, 벽난로를 붉게 그을리는 장작의 불꽃처럼, 겨울의 느린 걸음이 닿고 싶은 여행의 풍경이겠다. 만화책 특화 도서관이라서? 그렇게만 믿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의 머리맡에 꿈과 희망 이런 단어들이 내일의 말풍선처럼 떠다니는 걸 본 듯했기 때문이다. 이맘때 우리는 둘로 나뉜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 떠나거나 여기 아닌 어딘가를 그리워하거나. 한 해를 보내는 심경이 그렇다. 정다운 자리에서 괜스레 쓸쓸한 풍경을 그린다. 며칠 지나면 해가 지고 바뀐다. 우리는 새해에 어떤 응원을 건넬 수 있을까? 혹시 지금껏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그걸 어른이 됐다는 증표로 받아들이는 건 좀 억울한 일이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 만화책방으로! 돌팔이 처방처럼 들릴 테지만 안성 보개도서관은 그럴 때 제법 괜찮은 여행지다. 드라마 ‘악귀’의 촬영지여서 소개하는 건 아니다. 힘을 빼고 부담 없이 머물며 아이처럼 낄낄거려도 좋은 만화책 서가가 있는 까닭이다. ‘무빙’, ‘열혈강호’, ‘슬램덩크’, ‘유리가면’ 때로는 ‘원피스’(One Piece)와 ‘H2’까지. 짧은 일탈의 목적지로 이만한 선택지가 어딨을까? 그곳에서 우리는 여기 아닌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 보개도서관은 1996년 안성시립도서관으로 개관했다. 2008년 중앙도서관이 생기기 전까지 안성의 대표 도서관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인 2018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도서관 3층에 ‘책다락 만화책방’이 생겨났다. 어느새 소장 만화책만 1만권이 넘는다. 만화책도 만화책이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운영이 긴장의 봉인을 해제한다. 침묵과 고요 대신 옆 사람과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속닥거려도 되는, 그러다 만화책을 이불처럼 덮고 소파에 몸을 누인 채 노곤함을 즐겨도 그러려니 하는, 가벼운 커피 한잔마저 허락하는 그래서 부모와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거나, 연인들이 손을 잡고 서가를 누비는 모습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심지어 보드 게임도 가능하다). 첫 마중 또한 여느 도서관과 다르다. 음악이 있는 도서관이다. 막 흐르기 시작한 곡은 윤한의 피아노 연주곡 ‘9월의 기적’이다. 9월은 그가 아빠가 된 달이고 그 감격을 담은 곡이란다. 그러니 예수가 태어난 12월에 ‘9월의 기적’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 같기도 하다.●다락방 연대의 비밀스런 공감 먼저 중앙 원형 서가에 들른다. 바깥에서 볼 때 건물 가운데 둥근 원기둥 안쪽이다. 반원의 책장은 만화책이 책장을 빙 둘러 빼곡하다. ‘장관’이라거나 ‘오지다’거나 세대마다 환호를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환대의 마음은 똑같다. 원형 서가를 기준으로 왼쪽은 ‘책다락 만화책방’, 오른쪽은 독립출판 전시실이다. 만화책방 가는 통로에는 북 큐레이션과 신간 도서 책장이 기다린다. 만화책방의 예고편이랄까. 이달은 ‘드라마 원작 웹툰’ 큐레이션이다. 얼마 전 방영을 끝낸 ‘무빙’, ‘이태원 클라쓰’ 등의 만화책이 도열한다. 드라마와 원작의 내용은 같지만 그것을 읽어 나가는 흐름은 다르다. 낱낱으로 그려진 칸칸의 프레임 속 명장면을 느긋한 산책의 시선으로 살핀다.자, 이제 본편이다. 만화책 서너 권을 골라서는 본격 입장한다. 만화책방은 까만색 2인용 의자와 음료를 놓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등 영락없는 만화방이다. 처음 조성할 때부터 만화방 인테리어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뒤편 좌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예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매트 소파다. 가족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빠의 무릎 위에서 아기가 눈을 말똥거린다. 만화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빠와 아이의 시선이 정겹다. 무엇보다 적당히 흐트러지고 또 얼마간 불량스런 자세는 만화만이 줄 수 있는 해방이다.서가 안쪽에는 다락방이다. 보호자를 포함한 4인 이상 이용을 권하지만 2층은 이미 소녀들의 아지트다. 1층은 아빠와 딸아이가 마주 앉아 경쟁하듯 만화책을 뒤적인다. 이토록 다양한 세대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공통의 집중력을 발휘하다니. 실실 웃음이 나는 건 왜일까? 어쩌면 만화가 그리웠던 건 책 속의 이야기보다 비밀스런 공모의 연대감이 아닐는지. 그걸 달리 부르면 상상의 발로일 테고. 새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활자로만 가득 찬 책은 진지한 동무지만, 때로는 만화처럼 개구진 친구들이 갑갑한 일상의 숨통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만화를 위험한 독서로 규정했던가? 하지만 여기는 2023년의 도서관이다. 일탈의 욕망은 아이와 어른이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은 후의 시대다.●‘허겁지겁’ 대신 ‘잘 살았어’ 조금 전 꺼낸 만화 ‘슬램덩크’를 산처럼 쌓아 놓고 만화광들 사이에 똬리를 튼다. 본격적인 일탈이다. 도서관을 잠시 잊고는 “만화방은 라면인데” 하며 툴툴대기도 한다. 그래, 욕심은 끝이 없지. 따뜻한 차 한 잔을 타서는 자리로 돌아온다. 막 넘긴 책장 속에선 강백호가 멋진 앨리웁 덩크를 성공했다. 다음 권에서 다음 권으로 폴짝폴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가끔씩 고개를 들고는 이곳이 도서관이라니 흐뭇해하며. 만화책방을 나오기 전에는 또 한 권의 만화책이 불러 세운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다. ‘책점’을 치듯 우연의 장을 펼친다. ‘80수(화)의 에피소드’다. 퇴근 전 장그래가 사장이 건넨 조언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서서 읽는다. “허겁지겁 퇴근하지 말고 한 번 더 자기 자리 뒤돌아보고 퇴근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거야.” 상사의 착한 조언보다 ‘허겁지겁’이라는 단어에 꽂힌다. 연말이라 그렇다. 한 해 끝에서는 늘 지난 한 해가 ‘허겁지겁’인 것만 같다. 그래서 한층 매섭게 자신을 몰아세우고, 그 결과로 새해의 계획은 늘 거창한 것일지도. 도서관을 나올 때는 이미 해가 기울었지만 허겁지겁 걷지 않는다. 주차장 한가운데 서서는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갖는다. 다시 보니 도서관 지붕은 누군가 건물 위에 읽던 책을 펼친 채로 얹어 놓은 모양이다. 3층 서가 창 너머에는 오늘의 만화책을 고르는 이가 보인다. 이번에는 도서관 뒤편에 거대한 거인이 있어 책장을 넘기려 도서관 지붕을 들어 올리는 상상을 한다. 거인의 낭독이 흰 눈처럼 날리지 않을까 하며 또 실없이 웃는다. 이게 다 만화책 때문이야 하며. 도서관이 있는 보개(寶蓋)의 지명은 ‘보물이 덮여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호호 입김을 불며 군고구마 껍질을 벗기듯 한 장 한 장 만화책을 넘기는 행복감은 이 겨울, 이곳만의 보물일지도. 이제 도서관 건물은 심지어 그 옛날의 ‘보물섬’(1980~1990년대 만화잡지)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 섬 위에 말풍선 하나를 그려 적는다. “잘 살았어.” 한 해의 책장을 덮으며 건네는 안부의 인사다. 2023년의 내가 내게 꼭 한 번은 해 주고 싶었던 말이다.보개도서관 3층은 ‘책다락 만화책방’ 외에 독립출판물 전시실 또한 매력적이다. 전시실이지만 동네 책방이나 다름없다. 책 진열대와 책장을 독립출판물 전시대처럼 사용한 모습이 그렇다. 그 가운데는 안성 방각본(坊刻本) ‘계몽편언해’ 유물이 눈길을 끈다. 방각본은 조선시대 민간 인쇄물이다. 안성은 조선 3대 방각본 판각지였다. 지금의 독립출판물에 견줄 만하겠다. ●1930년대와 1990년대 도서관 나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호젓한 자리 역시 여럿이다. 창가 자리는 유리창 밖으로 안성객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장면이 특별한 건 안성객사 역시 한때는 안성도서관이었던 까닭이다. 객사는 과거 관리가 출장길에 머물던 숙소이자 임금에게 망궐례를 올리던 건물이다. 안성객사는 유일한 고려시대 객사로 추정한다. 임금의 위패를 모시는 중앙의 정청은 맞배지붕이고 숙소로 쓰인 동서헌은 팔작지붕으로 벽체 없는 누각이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안성보통학교로, 광복 후에는 명륜여중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사이 1932년부터 10여년간이 안성도서관이었다. 그러니 1930~40년대와 1990년대 안성의 도서관이 이웃한 셈이다. 안성객사는 안성시립도서관(현 보개도서관)이 개관한 다음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안성도서관의 역사를 나란히 보여 주고자 한 의도로 읽힌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래서 객사 마당을 거닐며 담장 너머 보개도서관을 바라보면 감흥이 다르다. 겨울에도 마루에 앉아 별생각 없이 머물고픈 마음이 간절한데 객사 건물 안은 들어갈 수 없다.●시와 서예와 수석의 박두진문학관 보개면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이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다. 보개도서관 ‘책다락 만화책방’ 자리에는 원래 해산 박두진 자료실이 있었다. 박두진 문학관이 개관하기 전까지 박두진 문학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였다. 현재 박두진 문학관은 안성맞춤랜드 북쪽에 있다. 옥상을 포함해 지상 3층, 총면적 999.45㎡ 규모의 건물이다. 상설 전시는 그의 시 세계를 여러 시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면 ‘노래로 불리다’는 노래로 만들어진 박두진의 시다. 성악가 조수미가 부른 ‘꽃구름 속에’와 가수 조하문이 부른 ‘해야’ 등을 직접 들어 볼 수 있다. 시에 곡을 붙여 리듬과 선율을 부여하니 시어의 감정이 훨씬 풍성하게 다가온다. ‘꽃구름 속에’는 광복에 대한 염원을 담은 곡인데 이맘때는 힘차게 새해를 여는 노래로도 들린다. 시인은 “시를 쓰거나 수석을 만지거나, 먹글씨를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적극적인 것”이라 말했다. 그러니 시와 더불어 수석과 먹글씨 두 가지를 눈여겨볼 일이다. 그가 수집한 수석은 상설전시실에, 먹글씨는 특별전시로 전시 중이다.●그립거나 신기한 ‘올드타임 그때그시절’ 안성 시내를 기준으로 보개면의 반대편이 공도읍이다. 농협안성팜랜드를 가장 먼저 떠올릴 테지만 ‘올드타임 그때그시절’은 그 못지않은 숨은 명소다. 생활사박물관으로 임영곤, 강영숙 부부가 35년 동안 수집한 1960~90년대 생활 물품 2만여점을 전시한다. 수십년 쌓은 노하우를 집약해 꾸린 곳이 ‘올드타임 그때그시절’이다. 박물관 겉모습은 심심하다. 얼핏 보면 창고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감탄이 나온다. 외관보다 내부를 알차게 꾸미는 데 힘을 집중했다. 실내는 크게 편집숍과 카페테리아 그리고 박물관 등 두 동으로 나뉜다. 카페테리아는 옛날 간판과 아폴로, 달고나 같은 추억의 간식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카페테리아에서 이어지는 박물관 동은 한층 압도적이다. 높이 5m에 길이만 70m에 달한다. ‘ㄷ’자 형태로 순환하는 동선이니 족히 140m가 넘는 거리다. 실재하는 골목이라 해도 믿겠다. 대폿집, 비디오 가게, 사진관, 교실 등 세트의 소품 구성은 중노년층이 애환에 젖어 눈물을 훔칠 만큼 정교하다. 물론 레트로풍 데이트를 즐기는 20~30대에게도 진귀한 구경이다. ■여행수첩 운영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8시(책다락 만화책방, 독립출판물 전시실), 매주 월요일 휴관. www.anseong.go.kr/library (031) 678-5330.
  • 당신은 ‘아침형 인간’인가요? 조상이 네안데르탈인일 수도

    당신은 ‘아침형 인간’인가요? 조상이 네안데르탈인일 수도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이 멸종한 고인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토니 카프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시스코)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특정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으면 아침형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현생 인류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 또 다른 멸종 고대 인류 데니소바인의 디옥시리보핵산(DNA)과 비교했다. 이들은 영국의 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유럽인 조상을 둔 사람 수십만명의 건강·유전 정보를 확보해 네안데르탈인 몇 명과 데니소바인 한 명의 뼈·치아 화석에서 추출한 DNA와 대조했다. 밤낮 생체리듬과 연관된 246개의 유전자를 확인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나온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프라 교수는 “우리는 많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변이가 아침형 인간이 될 경향과 일관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약 30만년 전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약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했고, 그곳에서 먼저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과 혼혈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유럽인·아시아인 유전자의 약 2%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카프라 교수는 “이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자연의 밤낮 시간대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하는 생체 리듬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밤낮 시간대 변화를 더 빨리 파악하고 적응하는 사람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적응 능력은 우리 인류가 탄생한 아프리카보다 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이 살았던 고위도 지역에서 이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봤다. 저위도인 아프리카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의 계절별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고위도인 유라시아는 상대적으로 일출·일몰 시간 차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다만 아침형 인간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가 매우 다양한 만큼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슈아 어키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부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가 아침형 인간이라는 특성에 이바지했을 수 있지만, 누가 아침형 또는 저녁형 인간인지를 완전히 네안데르탈인 조상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지놈 생물학과 진화’(Genome Biology and Evolution) 최근호에 실렸다.
  • 송파구 리듬체조단, 전국 초등무용대회 ‘3관왕’

    송파구 리듬체조단, 전국 초등무용대회 ‘3관왕’

    서울 송파구가 ‘제13회 전국 초등무용 경연대회’에서 3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국 초등무용 경연대회는 재능 있는 무용 영재 발굴과 초등무용 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매년 춘천교대가 주관한다. 지난달 25일 예술무용과 학교무용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송파구 리듬체조단은 16개 팀이 경합한 학교무용 부분에 재즈팀과 후프팀이 출전했다. 리듬체조단은 영화 ‘라라랜드’에서 영감을 얻어 즐겁고 신나는 동작과 표정을 통해 놀이동산, 퍼레이드, 축제의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아이돌 노래 등 대중가요 안무가 많았던 이번 대회에서 리듬체조단은 정통체조를 중심으로 차별성 있는 무대를 구성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리듬체조단 재즈팀이 대상을, 후프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도자 오예림 감독은 우수 지도자상에 선정됐다.구는 1998년 비인기 종목 활성화와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위해 리듬체조단을 창단했다. 지난 25년간 공연 139회 출연, 전국대회 56회 수상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초등 1학년부터 중등 3학년까지 총 25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오 감독과 이도현 코치 지도로 리듬체조뿐만 아니라 재즈댄스, 민속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움직임을 배워 실력을 쌓고 있다. 오 감독은 “단원 대부분이 어린 학생이라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 수상으로 모두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 더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훈련해서 구민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는 리듬체조단으로 자리잡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리듬체조단은 내년 1월 2일부터 12일까지 2024년 신규단원을 모집한다. 대상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로, 구 거주 또는 구 소재 학교 재학생 중 리듬체조 또는 발레 등 경력이 있어야 한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리듬체조에 대한 열정으로 열심히 활동하여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 단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앞으로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층의 구민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생활체육을 즐기며 활기찬 삶을 살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깊고 그윽한 울림… 겨울밤 녹인 연광철의 목소리

    깊고 그윽한 울림… 겨울밤 녹인 연광철의 목소리

    백발은 그의 연배를 짐작하게 했지만 노래하는 목소리만큼은 사랑을 꿈꾸는 청년 같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저음은 단어를 몰라도 소리 듣는 즐거움을 줬고, 그저 무대에 서서 노래했을 뿐이지만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가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함이다. ‘세계적인 베이스’, ‘바그너 전문 가수’, ‘독일 궁정가수’. 1993년 파리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 우승한 이후 세계적인 가수로 명성을 쌓아온 연광철(58)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 무대는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님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연광철은 최근 내한한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51)가 2019년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취임 공연에서 파트너로 선택한 가수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81)은 연광철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단원으로 선발했고 바이로이트 무대에도 초대했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64)도 2001년 바이로이트 무대에서 연광철에게 영주 역할을 맡겼을 정도로 연광철은 거장들의 선택을 받은 가수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날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올해 마지막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무대에 함께했다. 바그너 전문가답게 연광철은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아리아를 불렀다. 베이스 가수가 피아노 반주가 아닌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고 그 스스로도 “이런 형태는 별로 본 적이 없어서 고민을 좀 했다”고 걱정했지만 무대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베이스로서 끝도 없이 가라앉는 저음과 더불어 표정과 몸짓을 곁들인 연광철의 연기는 콘서트를 오페라처럼 만들었다. 바그너 아리아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연광철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소리를 선율 위에 얹으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1부 공연이 끝나고 경기필하모닉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연주했다. 서양음악사상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경기필하모닉이 8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봄의 제전’은 고대 러시아의 봄맞이 제사의식을 그린 것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이교도들이 태양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담았다. 초연 당시에는 오케스트라의 거친 불협화음과 원시적인 리듬, 타악기 연타 등 파격적인 곡 전개로 관객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어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소동을 빚었던 작품이다. 불규칙 속에서도 어떤 규칙성을 내포한 ‘봄의 제전’은 음악이 분명하게 어떤 순간을 묘사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탁월한 리듬감은 발을 절로 구르게 했고 눈앞에 보이는 어떤 숭고한 의식을 떠올리게 했다. 성대한 의식에 대한 묘사를 글이 아닌 음악으로 옮긴 것 같은 과감한 선율은 악기 연주법이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줬고 평소 듣던 것과는 색다른 매력의 음색을 들려줬다. 웅장한 북소리는 심장을 두드리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홍석원은 이날 공연에 대해 “서양음악사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꾼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바그너의 ‘트리스탄 이졸데’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절대 빠질 수 없다”면서 “시대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두 작곡가의 가장 혁신적인 작품을 하루에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공연은 파격적이지만 클래식 음악의 외연을 넓힌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매력을 제대로 선사했다.
  • 화려한 도시의 밤, 새들에게는 독약 [사이언스 브런치]

    화려한 도시의 밤, 새들에게는 독약 [사이언스 브런치]

    지난 10월 4~5일 이틀 동안 미국 시카고에서는 유리로 된 건물에 조류 약 1000마리가 부딪쳐 죽었다. 원인은 유리에 반사되는 빛과 밤에 환하게 비추는 인공조명에 이끌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의 밤을 불야성으로 만드는 조명들이 새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 때문에 사람의 일주기 리듬이 방해받아 우울증, 불면증, 심혈관질환, 암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델라웨어대, 국립공원국(NPS), 코넬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미시간 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도시의 밤을 환하게 비추는 인공조명이 새들에게는 생태학적 덫이라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2월 5일자에 실렸다. 고층 빌딩, 서식지 감소, 먹이 부족, 천적 증가 등으로 도시는 새들에게 좋은 서식지는 아니다. 새들은 수백~수천 ㎞를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새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새들도 에너지 보충을 위한 일종의 중간 기착지가 필요하다. 이에 연구팀은 기상 레이더 데이터와 지리정보시스템을 결합해 미국 내 조류 중간 기착지 밀도를 맵핑했다. 이를 통해 새들이 특정 장소에 내려앉아 쉬는 이유를 해석할 수 있는 예측 변수를 찾았다. 그 결과, 레이더에 포착된 새들은 해안선이나 특정 고도를 따라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새들이 기착지를 탐색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도로 예측됐다. 그다음으로 빛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빛 공해는 새들을 기착지로 좋지 못한 장소인 도시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새들의 건물 충돌 사고는 인간의 영향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제프 헤네브리 미시간 주립대 교수는 “유리로 뒤덮인 고층 건물의 창문에는 격자무늬 점이나 선과 같은 무늬를 넣거나 야간 조명의 밝기를 낮추고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같은 따뜻한 색 계통의 조명을 활용한다면 새들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뉴진스·尹대통령, NYT ‘스타일리시’에 선정

    뉴진스·尹대통령, NYT ‘스타일리시’에 선정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걸그룹 뉴진스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올해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물 71’(71 Most Stylish ‘People’ of 2023)을 뽑았다. 무엇을 입고, 어떻게 살며,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에 대한 얘깃거리를 던진 인물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조각, 건축물 등까지 아울러 선정했다. 인물들은 주로 연예인이 뽑힌 가운데 정치인으로는 윤 대통령과 영국 찰스 3세 국왕 등이 눈에 띈다. NYT는 윤 대통령에 대해 “그의 흠잡을 데 없는 ‘아메리칸 파이’ 백악관 공연은 ‘아메리칸 아이돌’에 필적했다”고 평했다. 지난 4월 미 국빈 방문 당시 백악관에서 돈 매클레인의 노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모습을 언급한 것이다. 뉴진스에 대해서는 “토끼 귀 모자를 쓴 뉴진스 멤버들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R&B(리듬 앤드 블루스)에서 영감을 받은 사운드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며 “여성 K팝 가수 중 최초로 시카고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에서 공연하는 등 다양한 명성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사람 외에 사물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자선 패션행사 ‘멧 갈라’에 등장한 바퀴벌레, 라스베이거스의 구형 공연장 스피어가 선정됐다.
  • [책꽂이]

    [책꽂이]

    홀리데이 인 뮤지엄(한이준 지음, 흐름출판) 도슨트계의 ‘라이징스타’로 불리는 한이준이 국내외 화가 10명을 꼽아 소개한다. 국내 이중섭, 박수근, 이쾌대, 천경자부터 해외의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등 천재 예술가들의 찬란하고 고독했던 생애를 전한다. 그들이 특별한 이유와 둘러보기 좋은 국내 미술관도 아울러 정리했다. 304쪽. 1만 9000원.무탈한 하루(강건모 지음, 교유서가) 제주에서 글을 쓰고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작가의 신작 산문집이다. 삶의 순간들을 촘촘히 들여다보며 일상의 온기를 발견한 이야기들을 담는다. 15년 가까이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작가는 투박한 책상에서 문장과 씨름하며 삶의 리듬을 살펴본다. 204쪽. 1만 4500원.서사를 바꿔라(하워드 진·레이 수아레스 지음, 김민웅 옮김, 산처럼) ‘미국 민중사’로 1980년대 한국 젊은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 하워드 진이 역사학자로서의 역할과 문제의식을 둘러싸고 방송인 레이 수아레스와 진솔하게 나눈 인터뷰다. 9·11 테러 등 전반적인 미국의 역사를 날카롭게 훑는다. 256쪽. 1만 6800원.감춰진 언론의 진실(양상우 지음, 한울아카데미) 언론과 언론 현상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와 학문적 성과를 모아 소개한다. 한겨레신문 대표이사를 두 차례 지낸 언론인인 저자는 언론학의 연구나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언론의 본성과 실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준다. 400쪽. 2만 9800원.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쌤앤파커스) ‘물리학의 시인’으로 불리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등을 쓴 카를로 로벨리의 최신작이다. 양자론의 탄생과 해석, 그로 인한 혼란과 ‘상호작용’으로만 이뤄진 세계의 실체 그리고 양자론의 ‘관계론적’ 해석까지 다룬다. 256쪽. 1만 8000원.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변윤제 지음, 문학동네) 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변윤제의 첫 번째 시집. 이후 2년간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이 발표한 시 38편을 엮었다. 시인 김언희는 그의 시에 대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음매 없이 아우르는 시의 확장성”과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136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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