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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급 국회 사무총장에 개헌론자 우윤근 전 의원 내정

    장관급 국회 사무총장에 개헌론자 우윤근 전 의원 내정

     장관급인 신임 국회 사무총장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호남의 3선 중진 우윤근 전 의원이 14일 내정됐다. 우 전 의원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전날 국회 개원사에서 밝힌 개헌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 의장은 인선배경에 대해 “원내대표 출신을 사무총장으로 영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며 “우 내정자는 여야 국회의원 154명으로 구성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간사를 역임할 정도로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갖춘 대표적 의회주의자로, 생산적 국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율사 출신 우 전 의원은 17∼19대 국회에서 내리 3선을 지내며 국회 법사위원장, 정책위의장 등을 거쳐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에 밀려 4선 고지 등극에 실패했다. 우 전 의원은 당초 1년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낼 예정이었다. 의장 비서실장에는 인천 서·강화갑에서 17대 의원을 지냈고 인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정세균계 김교흥 전 의원이 임명됐다. 한편,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개인적으로 개헌은 시도를 해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논의는 할 수 있으나 개헌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던 것에 비하면 전향적 입장을 취한 모양새다.  김 대표는 “우리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30년째 체험하고 있다. 5년 단임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노정이 돼 있다”면서 “권력구조 자체에 대한 변화를 취해서 앞으로 점점 민주화가 발전하게 될 것 같으면 서로 간 상호 협치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이버대학 특집] 경희사이버대학교, 맞춤형 교육 ‘미래 인재 개발 시스템’ 취업역량 UP!

    [사이버대학 특집] 경희사이버대학교, 맞춤형 교육 ‘미래 인재 개발 시스템’ 취업역량 UP!

    경희사이버대는 7월 6일까지 2016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일반전형 기준 1학년 신입학 886명, 2학년 편입학 773명, 3학년 편입학으로 1040명을 선발한다. 모집 학부는 ▲IT·디자인융합학부 ▲사회복지학부 2개 학부와 ▲미디어문예창작 ▲문화예술경영 ▲NGO ▲상담심리 ▲공공서비스경영 ▲일본 ▲중국 ▲미국 ▲한국어문화 ▲마케팅·지속경영리더십 ▲자산관리 ▲글로벌경영 ▲세무회계 ▲스포츠경영 ▲호텔경영 ▲관광레저항공경영 ▲외식조리경영 17개 학과다. 경희사이버대의 강점은 우수한 교육 여건이다. 지난해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1급 저널에 게재된 전임교원 연구실적이 사이버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교원들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에 8건, 국내 학술지에 62건의 논문을 게재했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26.5명으로 사이버대 중에서 가장 낮았다. 학생 정원 대비 전임교원 확보율은 112.6%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324만 4000원으로 사이버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학생에 대한 장학금 혜택도 많다. 재학생 2명 중 1명이 장학 혜택을 받는다. 지난해 학생 1인당 111만 2000원의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군·경·소방 가족장학 신설로 배우자는 물론 배우자의 직계가족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취업 역량 강화 시스템인 ‘미래 인재 개발 시스템’을 운영한다. 입학에서부터 졸업까지 학생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교육 방법을 제공한다. 김혜영 입학관리처장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희사이버대도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입학 문의는 홈페이지(khcu.ac.kr/ipsi) 또는 전화 (02)959-0000.
  • [네팔 여행기 4·끝] 다시 카트만두와 에필로그-네팔 그 지독한 혼돈

    [네팔 여행기 4·끝] 다시 카트만두와 에필로그-네팔 그 지독한 혼돈

    5월 27일 다시 카트만두 첫날 간밤에 적어도 세 차례는 깨어났다가 잠들었다가 반복한 듯 몸이 좋지 않음 조깅할까 했다가 타멜 거리의 엄청난 먼지를 생각해 그만 두고 오전 5시 옥상에 올라가 카트만두의 아침 즐김 오전 7시 조금 못돼 밥이나 먹자며 호텔 나서려는데 벨보이가 쿠폰 주며 요앞 카페에서 챙겨 먹으라고 함. 웬걸, 밥도 주네 하며 자리에 앉으니 열대여섯도 안 돼 보이는 녀석이 지분거리며 주문하라고 함 뷔페식이 아니니 제법 성의를 다한 브랙퍼스트였고 특이하게도 생과일 주스를 하나 더 시키란다. 좋은 과일을 쓰고 설탕을 가미하지 않아 제법 맛있었다. 다만 호밀 토스트는 딱딱해 좀 그랬음 밥을 먹고 어딜 가지, 조금 고민했다. 처음 카트만두에 도착했을 때 너무 많은 곳을 숨가쁘게 돌아다녀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느낌 택시를 흥정해 320루피에 가자고 했으나 웬일로 딸이 기사가 불쌍하다며 350루피 계산 파슈파티나트, 입장권 1000루피씩 2000루피. 삶과 죽음이 이처럼 극적으로 교차하는 장소를 관광자원으로 발굴한 것이 놀랍기만 한 곳이다.(사실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 갈 때 두 번 모두 이곳을 건성으로 보고 갔다) 약간 다리를 저는 듯한(쇼인지 진실인지 알 도리도 없는) 40대 중후반 남자가 다가와 자신을 연구자라고 소개하며 이 유적의 유래나 얽힌 얘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거절할 틈새를 주지 않기 위해 대사를 치고 들이미는데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거의 프로급 설이어서 5분 만에 우리는 그냥 몇푼 쥐어주고 말지, 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40~50분 걸었을까, 이윽고 자기도 할일을 다했다며 1000루피를 연구기금으로 쾌척하라고 해 그건 안되겠다며 500루피만 줬다. 그는 너네 입장권 소용없지 않느냐며 달라고 해서 그것도 안되겠다, 우리도 기념으로 간직하겠다고 했더니 홱 돌아섬 그 친구가 가르쳐준대로, 또 주민들에게 두어 차례 물어 보우더나트를 찾았다. 250루피씩 500루피. 지진 참사 때 허물어진 곳들을 지난해 가을에야 복구하기 시작했다며 한창 분주하다. 예전에 찾았을 때는 500~1000루피였던 것 같은데 복구 중이라 조금 인하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이 늘 그렇듯 일을 하는 둥 마는 둥하는 가운데 기계음만 요란했다. 전망 좋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물 한 벙과 코크 시켰더니 애 표정이 좋지 않다. 마수걸이인데 잡쳤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200루피씩에 수수료까지 440루피. 부처의 뜻을 돌아보는 곳에서 이런 일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택시가 즐비한 곳에 뛰어가 타멜에 간다고 했더니 600루피를 내란다. 말도 안된다며 버텼더니 얼마면 되겠느냐고 해 300루피라고 했더니 세 번째 차를 타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마티즈 낡은 것에 좁다란 의자를 단, 그야말로 특수 택시다. 세상 참 별걸 다 타본다고 딸은 찬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말을 남긴다. 근데 이런 차가 생각보다 잘 달리고, 우리같으면 싼값에 간다고 아무데서나 내려주고 휑 가버릴 것 같은데 그렇게 차량 많고 복잡해도 군소리 한 마디 없이 타멜 입구까지 데려다 줬다. 또 현금이 바닥 나 1만루피에 수수료 400루피(수수료가 포카라보다 쌌던 게 이례적이었음) 현금서비스 받음 근처이고 하니 한 번 가보자고 해 가든 오브 드림스를 행여나 하는 마음에 들렀는데 입장료는 일인당 200루피씩 400루피. 타멜 한 복판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고 힐링하는 느낌을 줘서 깜짝 놀랐다.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는 생각, 바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거지들이 구걸을 하고 있고 티베트 아주머니가 매대에 머리를 박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판국에 정말 영국 귀족이나 누릴 만한 호사를 누리고 있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음 들어오는 길에 매니저 만나 나가르준이나 카카니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들었으나 날씨 등 여러 요인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함 어찌됐든 밥이나 먹자 싶어 파이어앤 아이스 두 번째 방문 가게 이름과 똑같은 피자를 들었고 딸은 라자냐를 들었는데 역시 훌륭하다고 했다. 피자는 전날 것보다 그리 맛이 뛰어나지 않았다. 에베레스트 맥주까지 해 2250루피 계산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대충 챙기고 잠이 들었다. 배가 불러서인지 몰려오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날의 지출. 5만 8400원 누적 지출. 284만 320원 5월 28일 다시 카트만두 둘쨋날 지난밤도 전날과 마친가지로 계속 시끄러워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를 반복했다. 새벽에 술 먹고 들어온 이들이 키득해 화가 솟구친 것도 똑같았다. 전날과 거의 같은 시간에 아침 먹고 커피 한잔 추가했더니 90루피 내라고 해 100루피 내고 킵더체인지스 했음 비도 오고 해서 카카니와 나가르 준 여행 계획 모두 취소하고 호텔 방에서 11시 45분까지 짐 싸며 개기다 체크아웃 이틀 숙박에 6394루피(7만 1200원) 카드로 결제 계속 현금서비스 받기도 뭐해 우리 돈 4만원을 3505루피로 환전(타멜에서도 한국 돈 환전하는 곳은 많지 않은 듯. 대체로 다섯 집 중 한 집인 것 같음), 청년이 우리가 부녀 사이란 것을 알면서도 페이스북 주소를 달라는 등 딸에게 들이댐 정말 할 일이 없어 개기작거려야 할 것 같아 전날 들렀던 가든 오브 드림에 또다시 일인당 200씩 400루피 내고 들어가 바에서 아메리카노 200루피와 라시 250루피에 마시며 여행기 등 정리하고 아내에게 엽서 쓰고 소일 휴일이라 그런지 엄청 많은 네팔리들이 입장했으나 바에 앉아 즐기는 인간은 극소수, 일인당 200루피도 쓰기 힘든 그네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짠해짐 잘파(jalpa) 커피 100g에 400루피, 50g짜리 205루피씩 20봉지 4100루피, 3개들이 립밤 10루피 등 4510루피 현금 결제, (캐셔가 중국인이란 사실에 적잖이 놀람) 티셔츠 두 벌 600루피씩 1200루피 딸이 여행갈 때마다 사모으는 스노볼을 1200루피 부른 것을 850루피에 구입 물 두 병에 20루피씩 40루피와 초콜릿 150루피 3시쯤 가든 오브 드림스 나와 딸이 헤나 한다고 해서 들렀더니 헤나에 800, 머리 샴푸에 500, 나 스팀 배스에 600 등 도합 1900루피 지출 파이어 앤드 아이스 다시 들르니 오후 5시쯤 돼 피자 두 판에 맥주 한 병, 티라미슈까지 알뜰히 챙겨 먹으니 2673루피(2만 9761원) 카드로 결제 잠시 호텔 주변 어슬렁 거리다 짐 찾고 택시 잡아 타 노련히 흥정해 505루피에 가기로 함(갖고 있는 루피가 모두 이것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사실은 100루피가 더 있었는데 공항에서 물 사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딸이 거짓말한 것이었음. 나중에 공항 면세 구역 통과한 뒤 보니 딸의 수중에 50루피 정도가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남. 이럴 바에는 호텔 팁을 남기거나 운전기사에게 인심이나 쓸 걸 그랬음) 정말 개구리 왕눈이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의 한국 여성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웃음을 참느라 혼나며 발권 마치고 어찌어찌 해 예정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발해 남방항공의 장점 실감 늘 여행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하면 훨씬 피로도 적고 비행시간이 짧아지는 듯 광저우공항 환승 대기하는데 졸리기도 해 108번 게이트 맞은 편 카페에 들어감 호객하는 곳이라 거부감이 들었지만 잠에 취해 얼떨결에 크로와상과 커피가 함께 나누는 메뉴를 신청했더니 이제 안한단다, 그래서 커피를 달라고 하고 카드를 건넸더니 98위안을 찍었단다. 커피를 마시고 나중에 충전해 놓은 휴대폰으로 검색했더니 무려 1만 7800원 나와 경악(여종업원에게 달러로 얼마냐고 물었는데 모른다고 했음. 이건 거의 사기에 가까움. 크로와상과 커피 나오는 메뉴가 98위안이니 그 정도 커피 먹으라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네팔 호텔에서 줬던 공짜 커피만 못했음. 딸은 아빠 혼자 바가지 쓴 것을 그나마 위안거리로 삼으라고 함) 이날의 지출. 21만 2720원 누적 지출. 305만 5040원 (환율 착시에 의한 약간의 계산 착오가 있을 것이다. 딸의 입원이나 자동차 렌트, 패러글라이딩 등은 약간의 사치스러운 비용이었다. 하지만 대략 이 정도면 네팔 3개 관광지를 10박11일 동안 돌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면 한다.) 나가며 네팔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지독한 혼돈, 그 곳에 깃든 묘한 매력이다. 딸은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며 문명스러운지 새삼 느끼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나와 달리 딸은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방문이 처음이다. 뭐 이런 곳이 있나 싶었을 것이다. 유럽의 변방도 돌아보긴 했지만 네팔이나 아프리카 나라에 견주기 어려울 것이다. 난 기회 있을 때마다 네팔이 1959년 중국의 티베트 무력 점령으로 인해 남하한 난민들을 모두 받아들인, 20세기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관용의 나라라고 역설했다. 타멜 거리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관광객이 많고 인파가 북적대니 차량이나 오토바이 통제 등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다 같이 나눠 먹고 살아야 한다는, 그들 특유의 종교관이나 내세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개나 소나 길거리에 널부러져 잠을 자도, 길이 막힌다고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운전기사가 잠을 자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타멜에서 이발할 때 정말 평생 씻지도 않은 것 같은 가위를 가지고 날 정성스럽게 빗질하던 그이,소년인지 청년인지 정말 헷갈리게 만드는 그는 값을 묻자 세상에나, 알아서 달라고 했다. 힘도 하나 없이 앙상한 몸매의 그 아이는 제딴에 있는 힘을 다해 바디 마사지를 열심히 했지만 솔직히 성에 차지 않았다. 우리는 머뭇거리다 500루피를 불렀고 그이는 멋쩍게 웃었다. 난 적은가 보다 하고 네가 더 원하면 기탄 없이 얘기하라고 했고 그이는 괜찮다고 했다. 딸이 100루피를 더 넘기자 그는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 웃음은 날 며칠이고 계속 괴롭혔다. 떠나는 날 그 가게를 일부러 흘깃거렸으나 마침 휴일(네팔의 휴일은 토요일)이어서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가게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활용한 가게로 비좁기 이를 데 없었고, 많은 그의 친구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난 처음에 손님이 이렇게나 많나? 했지만 그들은 주인네 눈짓 하나에 순식간에 자리를 비웠다. 이건 치트원의 병원에서도, 포카라의 패러글라이딩 클럽에서도, 카트만두의 스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냥 모여 앉아 하등의 중요할 것 없는 얘기를 놓고 엄청 진지하고도 다툴 듯이 얘기한다. 패러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네팔리는 별 얘기가 아니니 신경 쓸 게 없다고 했지만 난 그 가게에 있는 동안 그들이 다투는 줄로만 알았다. 자잘하고 소소한, 하등의 중요하지 않은 얘기를 그렇게도 열정적으로 나누고 공유하는 이들, 뭣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네 시절에 대한 향수나 원형을 불러일으킨다면 그래서 네팔의 매력에 한국인들이 빠져든다는 가설은 여전히 무섭도록 치명적이다. 한발 나아가 이런 전근대적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도로를 깔고 터널을 뚫고 위생을 강화하고 등등의 그 흔한 캠페인을 펼치거나 아니면 군부와 같은 막강한 리더십의 구축이 미개하고 후진적인 나라들을 위해 약이 된다는 지극히 위험한 결론에 도달할까봐 머리끝이 쭈뼛 서곤 한다. 딸은 한국이 너무 선진국이란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았다고 했지만 난, 네팔이 빨리 우리나라처럼 될까 싶어 걱정됐다. 물론 지금과 같은 열악한 경제 사정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하겠지만 사람 사는 정에 관한 한 그들의 빛나는 면모는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문이지만, 그리고 그 전 두 차례 여행보다 훨씬 더 그네들 삶의 편린을 들여다본 것 같지만 여전히 난 네팔이란 나라에 대해 혼돈 그 자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20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20대 국회가 오늘 개원한다. 비록 법정 시한(6월 7일)을 넘겼지만 여야의 전격적인 원 구성 합의로 지난주 정세균 국회의장, 심재철, 박주선 국회 부의장 선출에 이어 18개 상임위원장을 뽑고 본격적인 의정 활동에 돌입한다. 20대 국회가 역대 국회와 비교해 그래도 순탄하게 문을 열게 됐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새누리당은 19대에서 넘어온 노동개혁법안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야당의 반발이 거세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25% 인상안에는 새누리당이 반발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청문회와,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에 대한 공방도 여전하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원대 자금 지원에 대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폭로로 청와대의 ‘서별관회의’가 핵심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원 연설도 관심거리다.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친 박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재개할 방침이다. 최근 일부 청와대 참모를 교체함으로써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이번 개원 연설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해 노동개혁 등 집권 4년차 국정과제의 중단 없는 개혁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로 야권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와 상생을 강조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박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진솔한 설명과 함께 향후 대처 방안을 국민에게 설득한다면 난국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난국 그 자체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발목을 잡은 상황에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경제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외교·안보 정세도 격랑이 일고 있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출발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의 3당 정립구도다. 어느 당이 일방적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구도가 아니다. 식물국회로 지탄받던 19대 국회와 달리 20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국회가 되려면 여야 모두 국민에 약속한 협치 정신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역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외쳤던 민생정치를 이번에는 제대로 실천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기억해야 한다. 여야 모두 쟁점 사안에 대해 한발씩 물러나는 자세로 소통과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집권당은 ‘국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며 야당을 자극하는 대신 낮은 자세로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20대 국회는 합치의 정신으로 국민 지지를 받는 민의의 전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은 도입 당시의 취지가 분명하지만 시대의 요구에 맞춰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언급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정 의장의 말대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의원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 친노·친문 몰표… 정세균 “때로는 강경”

    ‘미스터 스마일’… 6선 경제통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국회” 일성 무소속 관행 따라 더민주 탈당… 더민주·새누리 ‘공동 1당’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 6선의 정세균(66) 의원이 9일 여소야대·3당 체제로 출범한 20대 국회 첫 입법부 수장에 올랐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 신임 의장은 고향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15~18대 내리 4선을 했다. 19~20대에는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당선돼 6선에 성공했다. 정 의장은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 등을 지내며 ‘온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상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에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정세균계’를 형성했으나 20대 총선에서는 측근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다. 정 의장은 야권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도 꼽힌다. 정계 입문 전에는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까지 지내며 실물경제를 익혔고 참여정부 시절 산업부장관을 역임했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더민주 국회의장 경선 과정에서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 의장과 문희상 의원이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정 의장이 전체 121표 가운데 71표(58.6%)를 얻어 35표(28.9%)를 받은 문 의원을 압도적으로 앞섰다. 박병석 의원과 이석현 의원은 각각 9표와 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당내 최대 지분을 차지하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정 의장을 지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57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도 정 의장에게 몰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어 이번에도 친노·친문 진영이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대 국회는 어느 당도 과반을 점하지 못한 체제인 만큼 국회의장의 역할은 19대에 비해 비해 커졌다는 평가다. 정 의장은 이날 “20대 국회는 온건함 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때로는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국회 운영을 통해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했다. 정 의장은 또 “국회가 특권 위에 앉아 있어서는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며 “버려야 할 특권은 과감하게 버리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전북 진안 출생 ▲고려대 법학과 ▲15~20대 국회의원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 ▲민주당 최고위원회 최고위원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프로야구] 나이 잊었다… 기록 있었다

    [프로야구] 나이 잊었다… 기록 있었다

    40세 이승엽·이호준 연일 맹타 대학 야구선수 아들 둔 최영필 은퇴 기로서 ‘최고령 출장’ 반전조인성도 포수로 한화 반등 한몫 ‘불혹’의 선수들이 나이를 잊은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 속한 40대 베테랑은 모두 6명이다. 현역 최고령 최영필(42·KIA)을 비롯해 이병규(42·LG·9번), 조인성(41·한화), 이승엽(삼성), 이호준(NC), 임창용(KIA·이상 40) 등이다. 이 나이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뒷전에 나앉기 일쑤다. 간헐적으로 경기에 나서 미약한 존재감을 잠시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조카뻘인 동료들과 뒤엉켜 주전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으로 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국민타자’ 이승엽이다. 내년 시즌 뒤 은퇴할 예정이나 방망이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쐐기 3점포(시즌 10호)로 팀을 연패에서 구했다. 이승엽의 시즌 두 자릿수 홈런 행진은 12년 연속이다. 장종훈, 양준혁(이상 15년 연속), 박경완(14년 연속)에 이은 역대 네 번째다. 한·일 통산 홈런도 585개(일본 159개)로 늘었다. 15개만 보태면 600홈런 고지에 선다. 이승엽은 올 시즌도 8일 현재 타율 .288에 10홈런(공동 11위) 44타점(6위)으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경기력에 견주면 자신이 밝힌 은퇴 시기도 늦춰야 할 상황이다. 이호준의 방망이도 돋보인다. 현재 타율 .316에 8홈런 40타점으로 동갑내기 이승엽 못지않다. 1996년 해태에서 데뷔한 그는 1998년부터 8시즌이나 홈런 10위에 들었고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타점 10위에 오른 대표 거포다. 특히 2013년 신생 NC에 둥지를 틀면서 3년 연속 20홈런-100타점을 달성해 세월을 무색하게 했다. NC가 일찍 강팀으로 발돋움하는 데 그의 리더십도 한몫했다. 대학생 야구선수 아들을 둔 불펜 최영필도 기대 이상이다. 현재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호투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kt전에서는 최고령 세이브, 4월 24일에는 최고령 500경기 출장 이정표도 세웠다. 1997년 현대에서 데뷔한 그는 2005년 자신의 최고인 8승 8패 5세이브를 수확하며 그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5개 팀을 전전하며 은퇴 기로에 섰던 그는 올해 전천후로 마운드에 올라 혼신의 피칭을 하고 있다. 조인성도 타율 .163에 2홈런 6타점에 그쳤지만 포수 중책을 거뜬히 수행하며 팀의 대반등에 기여하고 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KBO로부터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KIA 임창용은 7월 초 1군 무대에 설 전망이고 LG 이병규는 2군에서 뛰며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현장 행정] 주민 정책 제안 3분톡… ‘100인의 선택’

    [현장 행정] 주민 정책 제안 3분톡… ‘100인의 선택’

    “서초 주민들은 상전, 저는 하인으로 여기는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주민들 생각을 바로 곁에서 직접 들어 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저절로 낮은 자세가 됩니다.”(조은희 서초구청장) 8일 오후 서울 서초구청 2층 대강당이 주민 250여명의 열기로 후끈 달궈졌다. 민선 6기 서초구에서 처음 시도되는 ‘라이브 정책쇼, 100인의 선택’이 열린 현장이었다. 라이브 정책쇼는 지역 주민이 제안한 정책 12개를 직접 3분 프레젠테이션하면 주민·전문가·구 공무원 등 현장평가단 102명이 현장 전자투표로 순위를 결정, 이를 실제로 구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조 구청장은 “주민들과의 체감 거리를 줄이는 생활 정책을 고민하다 이번 행사를 고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채택된 정책들은 주민참여 예산제와 연계해 일반사업 3억원 이내, 행사성 사업 1억원 이내에서 민선 6기 후반기에 우선 실행할 예정이다. 조 구청장도 이날 심사단으로 102표 중 한 표를 행사했다. 심사위원단은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성, 공공성, 시급성, 수혜대상 등을 기준으로 1점부터 9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구 관계자는 “앞서 민선 4~5기 당시 현장 공무원들이 제안한 정책을 반영한 적은 있었지만 주민 정책 직접 제안은 민선 6기 출범 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서초1동 주민들이 발표한 ‘찾아가는 할머니·할아버지 이유식 교실’은 전국의 맞벌이 510만 가구 중 250만 가구가 육아를 할머니에게 맡기는 ‘손이 부족한’ 육아 현실에 착안했다. 구에서 파견된 영양사가 한 달에 두 번 조부모 육아 가정을 방문해 이유식 만들기, 편식 예방 교육을 해 주고 구내 육아 커뮤니티 모임을 지원한다. ’우면주공 행복마을 만들기’는 양재1동 프로젝트다. 구 소속 저소득층의 약 17%가 살고 있는 우면주공 영구임대 아파트 984가구를 대상으로 자살 위험군 파악, 상담 등을 하는 사업으로 예상되는 예산은 4000만원이다. 아파트에 살던 33세 젊은 여성이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최근 자살한 안타까운 사례를 참고했다. 내곡동 주민들이 내놓은 ‘이웃과 씽씽 달리는 초록마켓’은 지역 마트와 손잡고 기부가 어려운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을 저소득 가정에 지원해 주는 아이디어다. 최우수상 1팀, 우수·장려상이 각 2팀이었으며 양재1동이 최우수상 상금 50만원을 차지했다. 인근 송파구(구청장 박춘희) 소속 공무원으로 구성된 4인조 ‘송파밴드’가 축하공연에 나서 일명 ‘희자매’ 구청장끼리 협치애도 빛났다. 조 구청장은 “실생활에서 주민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을 긁어 줄 수 있는 현장 소통형 구정을 펼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원혜영 불출마… 의장에 ‘문·정·박·이’ 4파전

    부의장은 與 심재철·김정훈 대결 국민의당은 박주선·조배숙 압축 여야 3당이 원 구성 협상을 8일 전격 타결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20대 국회 첫 입법부 수장이 누가 될지에 쏠리게 됐다. 국회의장단은 표결로 결정되지만 통상 각 당에서 합의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면 그 결과를 찬성 표결에 부쳤다. 더불어민주당 몫인 국회의장 후보군은 4명으로 압축된다. 문희상·박병석·이석현·정세균 의원이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당초 출마가 예상됐던 원혜영 의원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민주는 과거 국회의장을 경선을 통해 선출해 왔다. 당 안팎에서는 6선이자 주류로 분류되는 문·정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문 의원은 과거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위기를 돌파해 왔던 점 등을, 정 의원은 관리형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은 과거 부의장직을 지낸 문 의원 등을 겨냥해 “국회의장단은 1번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의원은 내년 대선을 고려하면 전략적으로 충청권에서 입법부 수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의원은 ‘중도 무계파’의 역할론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판세는 안갯속이지만, 원내대표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과 57명 초선의 표심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몫인 국회부의장직을 두고도 복수의 다선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누리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비박계 5선 심재철 의원과 친박계 4선 김정훈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어 계파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는 국회부의장직에 도전하기 위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4선의 박주선 의원과 여성 4선 조배숙 의원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경륜을 앞세우고 있고, 조 의원은 자신이 부의장이 되면 헌정 사상 첫 여성 부의장이 탄생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정동영 의원과 김동철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정 의원은 당권 도전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고, 김 의원은 부의장직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시민의 안전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지난해 6월 4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심야 기자회견으로 대선 후보 고지를 선점했던 1년 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벌써 한 달째 발달장애인 부모가 시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공 사망 사건’이 터졌다. 서울시장이 된 지 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청년’과 ‘안전’을 시정의 최대 가치로 삼았던 박 시장에게 ‘구의역 19살 김모군 사망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사건이다. 모두 박 시장 집권기에 일어났고, 안전대책이 실행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반복된 것이라는 사실에 서울시민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에 서울시에 대형 인명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상판 붕괴, 서울 왕십리역 충돌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에서 서울시의 행동은 신속했고 희생자와 그 가족을 충분히 어루만졌다. 이번엔 달랐다. 서울메트로가 ‘우리는 책임이 없다. 작업자의 잘못이다’고 발뺌을 하면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산하기관 안전업무 외주화 전면 개선’이란 대책을 내놓았지만, 재탕 삼탕에 그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일함에 빠져 있는 서울메트로에 직접적인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다. 여기에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해묵은 관행도 드러났다. 모든 유탄은 서울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시장을 향하고 있다. ‘구의역 사건’으로 정치인으로서 박 시장의 행보도 꼬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계기로 ‘뒤로 숨지 않고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 결의문에 있는 것처럼 퇴임 후 정치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야당 지지자에게 ‘사이다 일격’도 날렸다. 충청권 방문을 연기했고 봉하마을 방문은 기약이 없어졌다. 서울시는 사망 사고가 난 지 사흘이 지나서부터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씨에는 1% 잘못도 없다’, ‘서울메트로 간부의 전원 사표’, ‘서울메트로 본부장 등 2명 사표 수리, 5명 직위해제’ 등 초강수로 분위기 반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준병 전 은평부구청장을 서울시 교통본부장으로 다시 불러와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메트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서울시 고위 간부들의 경질설도 나온다. ‘~카더라’가 꼬리를 물면서 ‘애꿎은 공무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서울시 공무원 조직이 술렁댄다. 정면 돌파와 인적 쇄신도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손자병법의 ‘선전자 구지어세 불책어인’(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을 먼저 떠올려 곱씹어 봐야 한다. 즉 ‘명장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에 주력하며 부하를 탓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론적으로 박 시장이 책임을 지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박 시장이 영입한 시민단체 등 정무라인과 비서진)의 책임도 크다. 박 시장 덕분에 서울시로 들어온 수십 명의 측근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6·4 메르스 사건 때 ‘한 건’ 했다고 뒷짐 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당시의 위기관리 능력은 다 어디에 갔는가. 서울시 어공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박원순호가 성공한 시장이란 목표로 잘 가고 있는지 말이다. 서울시민이 왜 박원순을 사랑했는지도 다시 새겨 봐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으로 성공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 hihi@seoul.co.kr
  • [한국 잉글랜드전] ‘캡틴’ 이승우의 리더십···경기를 지배하다

    [한국 잉글랜드전] ‘캡틴’ 이승우의 리더십···경기를 지배하다

    ‘코리안 메시’ 이승우(18·FC바르셀로나)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경기 이천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종가’ 잉글랜드 18세 이하(U-18)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2대0 승리를 이끈 이승우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 모두 동기부여가 잘 됐다”면서 “두 번째 평가전도 준비를 잘 해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5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잉글랜드와 ‘비공개’로 두 번째 평가전을 갖는다. 이날 경기에서 노란색 완장을 찬 이승우는 팀의 핵심 선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표팀을 이끈 정정용 감독은 이승우의 장점인 패스와 공간 침투 능력을 살려주기 위해 그를 원톱 스트라이커가 아닌 섀도 스트라이커로서의 임무를 맡겼다. 정 감독에 바람대로 이승우는 그라운드에 있는 86분 동안 중원을 누비며 재치있는 패스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골맛’도 함께 봤다. 이승우는 1대0으로 앞서고 있는 후반 18분 잉글랜드 수비수로부터 공을 빼앗은 후 페널치 지역으로 조영욱(서울언남고)과 함께 돌진해 조영욱에게 정확하게 패스했다. 이후 조영욱이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주어진 페널티킥 기회를 이승우는 골로 연결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정 감독은 “이승우가 사실 100% 몸상태가 아니었다.그래서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겼다”면서도 “패스와 공간 침투 등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해 좋은 경기를 치렀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승우가 주장을 맡아 부담도 많았을 텐데 자기 역할을 다했다”면서 “경기에 앞서 잉글랜드 수비진이 이승우를 강하게 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거칠게 나왔다. 그래도 이겨내고 잘 해줘서 팀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클린턴 “동맹의 힘” vs 트럼프 “동맹 재설정”… 극과 극 외교구상

    클린턴 “동맹의 힘” vs 트럼프 “동맹 재설정”… 극과 극 외교구상

    ‘국제주의’ 클린턴 동맹들과 강력한 파트너십 유지 글로벌 무대서 美 리더십 강화해야 ‘고립주의’ 트럼프 한국 등에 방위비 추가 부담 노골화 IS 공격에 핵무기 사용도 배제 안해 미국 민주당 대선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2일(현지시간) 외교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안보 구상을 비판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두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둘의 외교·안보정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클린턴이 대외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넓혀 간다는 ‘국제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면, 트럼프는 국제분쟁에 더는 개입하지 말고 국내로 눈을 돌리자는 ‘고립주의’를 내걸고 있다. 지금처럼 현 동맹들과 손잡고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클린턴은 기존 동맹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트럼프와 대척점에 서 있다. 클린턴은 미국의 역할 강화를 위해 현 동맹 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클린턴은 “미국은 동맹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식으로 한다면 미국은 점점 고립될 것이고 이는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만 좋은 일을 시켜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에 주둔 중인 미군의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서도 “핵심은 우리가 동맹과의 관계를 강하게 하느냐 아니면 끊어 버리느냐의 여부(이지 동맹들이 방위비 지출을 얼마나 더 늘려야 하는지가 아니다)”라며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늘리기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트럼프와 차별화하고 있다. 다만 클린턴의 외교 구상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있어 정책적 참신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는 미국 국익을 최우선시해 현 동맹의 틀을 다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냉전의 유산’으로 인식해 관계 설정을 새로 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고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더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 스스로 방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필요하다면 두 나라의 핵무장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그는 무슬림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공개적인 차별 정책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수만명의 지상군을 파견해 초토화하고 핵무기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에는 외교·안보 전문가가 적어 제대로 된 정책들이 생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꼰대·무개념 사이 낀세대 소통이 중요”

    “꼰대·무개념 사이 낀세대 소통이 중요”

    ‘꼰대’로 불리는 임원급과 ‘무개념’으로 무시받는 Y세대에 막힌 기업문화 개선에 ‘낀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원식 맥킨지코리아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콘퍼런스’에서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임원급 세대는 Y세대를 무개념이라고 무시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Y세대는 임원급 세대를 꼰대라고 불신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주요 취약부문과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기업 내 소통을 해결하려면 팀장급 ‘낀 세대’의 적극적인 소통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에 있어 조직 건강의 문제점으로 불통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낀 세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최 대표는 이어 “빠른 실행력에 기반한 과거 성공 공식만으론 저성장 시대 극복이 힘들다”며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합리적으로 재정의하고, 혁신친화적인 민첩한 조직풍토를 확립하는 등 기업 내부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의가 이날 콘퍼런스 참가자 500여명에게 물은 결과 응답자의 91.0%가 “현재 기업문화가 계속될 경우 기업경쟁력이 정체(36.2%) 또는 악화(54.8%)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국산업 경쟁력 위기, 기업문화에서 원인과 해법을 찾다’라는 발표에서 내적 성찰 없이 선진국 따라잡기에 올인해 온 국내 기업문화의 한계로 최근 조선·해운업의 위기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시장에 없는 신산업을 선점하려면 먼저 신산업 개념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황희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황희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은 4·13 총선에서 ‘목동의 기적’을 일궈냈다.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 양성우 후보가 당선된 이후 24년 만의 야권 승리다. 새누리당 이기재 후보와의 격차도 12% 포인트에 달했다. 황 의원은 “20대 후반부터 정당과 청와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아이들과 청년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Q. 승리 요인. A. 양천 토박이. 지역에서 초·중·고교(목동초-장훈중-강서고)를 나온 후보가 여태껏 없었다. 그렇다 보니 여야를 떠나서 지역민들이 신뢰를 보냈다. 그동안 새누리당 핵심 지지층은 야당 의원이 선출되면 항상 소통 문제를 걱정했다. 이번에는 ‘양천 토박이’인 나를 믿어 줬다. 명망 있는 재상인 황희 정승과 이름이 같은 것도 어르신들에게 플러스 요인이 됐다(웃음). Q. 1호 법안. A. 신재생타운법. 목동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연한(30년)이 다가왔다. 국내 신도시 가운데 첫 사례다. 14개 단지로 구분된 목동 아파트는 재건축사업이 14개에 달한다. 이해당사자들이 협의하기 힘든 구조다. 인접한 다발성 재건축의 경우 관련법이 없다. 신재생타운법을 통해 목동을 다른 신도시의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 Q. 차기 대선 지지 후보. A. 문재인 전 대표. 첫째, 지금까지의 정치인들과 다르다. 전략적 판단보다는 도덕적 판단을 앞세운다. 지금 시대에 맞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또 부산 출신으로 확장성을 가진 것도 장점이다. 강원·충청·호남 인구를 다 합해도 영남 인구보다 적지 않은가. 국토 균형 발전, 지방분권 등 참여정부의 철학을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 Q. 정치적 롤모델. A. 노무현 전 대통령. 현안이 발생한 뒤 수세에 몰려도 항상 정면 돌파를 했다. 원칙이 있는 사람이라 가능했다고 본다. 머릿속에 정리돼 있는 원칙을 현실화하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했다. 사심이 없고 말 바꾸기를 하지 않았다. 정치인으로서 큰 강점이라 생각한다. Q. 당내 청년 일자리 태스크포스(TF) 위원이다. 해법은. A. 청년 위한 환경 조성. 20대 청년과 길에서 대화한 적이 있다. ‘2030세대가 투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예전부터 공약집을 봐도 우리 세대를 위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찾아보니 진짜 없더라.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동안 견뎌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TF에서 어젠다를 설정하고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해 관련 정책 입법화에 나설 것이다. Q. 구조조정 해법 등 더민주의 방향은 옳은가. A. 옳다.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높은 부가가치를 가지고 올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은 구조조정을 당한 사람의 아픔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잘려 나간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점이 부족했는지 당내에서는 ‘너무 우클릭한다’,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프로필 ▲1967년 전남 목포 출생 ▲연세대 대학원 도시공학과 석·박사과정 수료 ▲새정치국민회의 공채 1기(김대중 총재 비서실 비서)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정무수석·홍보수석실) 행정관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위 정책특보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공동체를 구하는 리더십과 팔로십

    어느 집단이든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상황, 또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에서 생존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테네 출신 장군 크세노폰(기원전 430?~355?)의 ‘아나바시스’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 작은 군사집단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생환했는가를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잘 보여 준다. 그리스군이 페르시아의 왕자 퀴로스 2세의 반란에 용병으로 참가해 내륙 깊숙이 진군했다가 패전한 후 기원전 400년 적진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그리스로 귀환하는 과정을 그린 전쟁기다. 산에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많은 위험이 도사려 있듯 군대도 적과 맞서 싸우거나 진군할 때보다 대오를 잃고 퇴각할 때 더 큰 피해를 입는 게 상례다. 패전 후 오롯이 남은 그리스 1만 군대가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페르시아 영토 한가운데 고립된 그들에게 페르시아군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고 요구하자 그들은 단호하게 응했다. “우리가 대왕의 친구가 돼야 한다면 우리는 무구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을 때보다는 그것들을 가지고 있을 때 더 값진 친구들이 될 것이며, 그리고 우리가 싸워야 한다면 무구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을 때보다는 그것들을 가지고 있을 때 더 잘 싸우게 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조직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린다. 그때 현명한 장군들이 적진을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퇴각 과정에서 그들을 돕는 듯 위장했던 페르시아 태수의 속임수에 빠져 그리스군의 주요 장군들이 몰살당한다. 그리스군은 큰 충격을 받고 혼란에 빠졌지만, 곧 전 병사들이 참여해 장군들을 민주적으로 선출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퇴각하게 된다. 군량미를 획득하기 위해서 적과의 협상이냐 정벌이냐의 냉혹한 결정을 해야 했다. 이때마다 이들은 전 군사의 다수결 의사에 따르거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난 후 예언자가 전해 주는 전조(前兆)의 길흉에 따라 군대의 진퇴를 결정했다. 지휘관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공명정대한 자세와 정확하고 합리적인 상황 판단에 의한 설득과 협상 능력을 발휘했다. 지휘관의 리더십 못지않게 전사들의 팔로십도 주효했다. 귀향에 대한 강렬한 희구, 자유에 대한 열망, 리더를 정점으로 한 그리스 전사들의 결속력이 자신들을 살려 냈다. 오늘날 리더를 잃고 방황하는 정당, 파산 위기에 놓인 기업, 구심 없이 갈등하는 모든 조직에서 주목해 볼 대목이 많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열린세상] 한류 바람 환경에도 분다/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열린세상] 한류 바람 환경에도 분다/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하지 말입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안방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지난달 종영됐다. 한국과 중국에 동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대단한 열풍을 일으켰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드라마는 한국의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됐다. 상품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독특한 문화와 소프트파워도 드라마를 타고 전 세계에 전파된다. 필자가 몸담은 기관의 젊은 직원들은 한류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환경 정책이나 친환경생활 문화와 상품을 전 세계에 알리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이 드라마 속에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저탄소 제품을 자연스럽게 구매하거나,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는 등 몸소 친환경생활 실천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다.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스타가 드라마에 나와 에코백을 메고 친환경 화장품을 바른다면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에서 유행처럼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한류 바람은 드라마 같은 문화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 새마을운동 정신은 이후 많은 개도국에 전파돼 새로운 행정 한류, 산업 한류 바람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진출한 우리나라 건설 기업들은 유명한 현지 랜드마크를 준공하며 건설 한류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 한글이 배우기 쉽고 보기에도 아름다운 글자로 알려지면서 머나먼 아프리카에서도 인기 글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언어 부문에서의 한류인 셈이다. 한류 바람은 환경 분야에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우선 한국의 우수한 환경 정책들이 모범 사례로 외국에 전파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그린카드 제도를 저탄소 소비생활을 이끌어 가는 우수 정책 사례로 소개했다.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제도로, 우리나라에 1000만장 이상 보급됐다. 태국,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그린카드 제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벤치마킹을 위해 도움을 요청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0YFP’의 이사국이다. 10YFP는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2012년 세계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위해 채택한 지속 가능 소비생산 국제협력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그린카드, 공공 녹색구매 등 우수한 친환경 정책 경험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13년 이사국으로 선출됐으며 2015년 말 재선출됐다. 우리나라 친환경 정책의 우수함과 선도적 역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10YFP의 이사국으로 참석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 수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가 환경정책 분야에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선보이는 ‘선도국’의 위치에 서게 된 사례다. 2000년대 이후 환경보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선진국들의 환경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 설비와 장치, 기술개발과 컨설팅 등에 대한 수요 역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환경산업 시장은 반도체 시장의 약 3배인 10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우수한 환경기업들이 세계 환경시장에 뛰어들어 환경 한류를 이끌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환경기업이 베트남 수질 자동측정망 시장에 진출하고, 알제리 수도 알제의 중심을 관통하는 엘하라시 하천 복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친환경에너지타운, 탄소제로섬 등 한국형 신기후산업 모델을 환경한류화해 신기후체제 가운데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전 환경협력 포럼에 참석했을 때 한 외국 인사로부터 “드라마나 화장품으로 유명한 한국이 환경기술까지 수출하는지는 잘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 환경시장은 넓고, 환경 한류가 뻗어 갈 곳은 아직도 많다. 한국의 우수한 환경정책, 기술, 제품이 국제사회에서 환경 한류를 조성하는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주길 기대해 본다.
  • “작년 피습 사건, 한·미 동맹 건재 재확인”

    “작년 피습 사건, 한·미 동맹 건재 재확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3월 5일 자신이 겪은 피습 사건과 관련해 “한·미 동맹은 결코 깨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고 오랜 세월에도 변함없이 건재할 것이라는 우리 생각을 확인시켜 줬다”며 “양국 국민들이 보내 준 아낌없는 성원에 깊이 감동받았다”고 회고했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10일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에서 이뤄진 국방TV와의 장병 정신교육 프로그램 ‘TV 강연쇼 명강의 특강’ 녹화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국방부가 30일 밝혔다. 리퍼트 대사의 발언은 다음달 1일 오전 10시 국방TV를 통해 방송된다. 그는 “(피습) 당시는 끔찍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오히려 한·미 관계와 한·미 동맹의 실체를 보여 주는 사건이 됐다”면서 “처음 가해자를 제압한 사람이 한국 국회의원이었고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이 미국 외교관과 한국 경호원이었으며 지나가던 경찰차를 부른 사람은 한국 기자”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미 해군 장교로 복무하며 아프가니스탄 등에도 파견됐던 리퍼트 대사는 “군 생활을 통해 리더십과 전문성, 소통 능력을 길렀고 실전 경험이 인내력과 극기심을 길러 줬다”면서 “현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예비군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리퍼트 대사는 친구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같이 했던 농구 경기에 대해 “처음에 3대2로 이기다 대통령께서 연속으로 9점을 내 11대3으로 경기가 끝났다”면서 “그다지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었다”고 말해 장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녹화는 국방부 청소년 나라사랑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의 진행으로 한국군과 미군 장병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고] 새로운 130년 여는 프랑스 국빈 방문/윤병세 외교부 장관

    [기고] 새로운 130년 여는 프랑스 국빈 방문/윤병세 외교부 장관

    코팽(Copain). ‘빵을 나눠 먹는 가족같이 친한 친구’란 뜻의 프랑스어다. 지난해 11월 초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 계기에 양국 정상이 나눈 덕담으로, 역대 최상의 상태에 있는 한국과 프랑스 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은 6월 4일 수교 130주년을 맞는 양국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최근 한국의 대(對)유럽 외교가 준동맹 관계에 비견될 정도라고 말하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의 핵심인 프랑스와 우리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는 지난 반년간 동선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9월 우리 총리가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 개막을 위해 파리를 방문했으며, 11월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에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 채택 시 우리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이 이뤄졌다. 올해 들어선 지난 3월 프랑스 외교장관의 방한에 이어 이번에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이뤄진다. 현 정부 출범 이래 매년 정상회담을 연 유럽국은 프랑스가 유일한 데, 프랑스는 우리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최적의 파트너다. 프랑스와는 1970년대 이래 항공, 원전, 고속철 등 기간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이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방위산업과 우주협력으로 지평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 170여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전기차, 바이오,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서울에 연 ‘프렌치 테크 허브’는 창조와 혁신을 중시하는 양국 간 발전 모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방문 마지막 날 최첨단 연구단지가 소재한 그르노블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프랑스와의 문화교류는 양국 국민을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아교와 같다. 이번 방문 중 유럽에서는 최초로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알리는 ‘KCON’ 행사가 개최되는 데, 예매 3시간 만에 1만여석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프랑스의 태도를 보면 코팽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6·25 참전국인 프랑스는 EU 주요국 중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시 우리의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과 신뢰 외교에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는 데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EU의 대북 제재에 프랑스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한·프 양국 간 우정과 신뢰는 양자 관계의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서 역점 분야가 개발협력이었는데 역사적으로 아프리카에 커다란 이해관계를 가진 프랑스는 우리의 아프리카 진출에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프랑스는 지난해 파리 테러의 아픔을 딛고 신기후체제를 이끌어 내는 데 회의 주최국으로서 결정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난 3월 방한한 장마르크 에로 외교장관은 필자와 가진 전략대화에서 “한·프 관계는 우정이라는 단어를 아무리 자주 써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포도주와 우정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데, 130년의 우정과 신뢰를 쌓아 온 양국 관계는 이번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 [사설] 반기문, 정치보다는 유엔 사무총장 역할 다해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중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6일 전날 밤 제주에서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에 대해 “확대 해석됐다”며 수위 조절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종필 전 총리를 비공개로 만나면서 정치 행보의 보폭을 더 넓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연말 종료되는 사무총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국내 정치의 한복판에 서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반 총장은 그제 김 전 총리의 자택을 찾아 배석자 없이 30여분간 대화했다. 김 전 총리가 얼마 전 한 행사에서 “계기가 되면 반 총장을 만나 보고 싶다”고 한 데 대한 화답의 성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우리 정치사에서 충청권의 최대주주였던 인물이다. 누구든 ‘대망론’을 펼치기 위해선 그의 ‘승인’을 얻어야 할 만큼 큰 힘을 발휘했다. 반 총장이 대권 의지를 밝힌 데 이어 김 전 총리를 찾은 것은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총리도 20대 총선 이후 ‘충청 역할론’을 강조해 온 터라 이런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반 총장은 어제도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정치색 짙은 행보를 이어 갔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에서 김관용 경북지사,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권영세 안동시장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 전 이순신·권율 장군을 발탁하고 명나라 원군을 끌어들여 전쟁 극복에 헌신한 명재상이다. 반 총장이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 안보와 외교에 탁월했던 서애의 리더십을 자신의 이미지와 연결해 보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이 대권에 뜻을 두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교적 전문성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춘 지도자는 국가에 큰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반 총장이 지금 국내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것은 누가 봐도 이른 감이 있다. 그는 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7개월의 임기를 남겨 두고 있다.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들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등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그는 얼마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평가의 공정성에 의심이 가긴 하지만, 정치에 성급히 발을 들여 총장의 역할에 소홀히 할 경우 이런 기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인 사무총장이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을 우리 국민은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반 총장 자신과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정치에 거리를 두었으면 한다.
  • ‘레알 아트사커’ 지단의 시대

    ‘레알 아트사커’ 지단의 시대

    레알 1-1 혈투 끝 승부차기 우승 ‘마드리드 더비’ AT 꺾고 정상 ‘아트사커’의 중원 사령관 지네딘 지단(44)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가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를 꺾고 통산 11번째 유럽 축구 챔피언에 올랐다. 지단은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역대 일곱 번째 감독에 오르며 ‘지단 시대’를 예고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AT 마드리드를 상대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올해 초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 클럽 최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지단이 감독으로 부임한 지 5개월 만에 기적을 일궈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최대 경쟁자인 바르셀로나가 2014~15 시즌 트레블(프리메라리가, 챔피언스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레알마드리드가 야심차게 영입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주축 선수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의 이적설이 퍼졌다. 결국 베니테스 감독이 1월에 경질되고 새로 감독 자리에 오른 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며 ‘지구방위대’를 이끌었던 지단이었다. 사실 지단은 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에 세 차례나 뽑힌 최고 선수였지만 감독으로서는 1부리그 감독을 해본 적도 없는 초짜였다. 2014년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2군 격인 카스티야 감독으로 일한 경험만으로 세계적인 축구클럽을 이끄는 게 가능할지 불안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지단은 리그 막판 12연승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승점 1점까지 추격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볼프스부르크와 맨체스터 시티를 잇따라 꺾었다. 지단의 경험 부족 논란을 불식시킨 것은 스타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었다. 지단이 부임하면서 팀이 급속도로 안정됐고, 이적설의 진앙지였던 호날두는 “지단이 계속 팀을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지단을 적극 지지했다. 호날두는 결국 이날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를 자처해 승부차기 5-3 승리를 마무리했다. 또한 이전까지 소외됐던 카세미루(24)를 중용해 공수 안정을 도모했다.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 눈에 띄게 좋아졌다. 유연한 전술운용도 보여줬다. 지단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안첼로티 전 감독이 내게 ‘감독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길 바란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올 시즌 내내 환상적인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선수들은 전적으로 나를 따라줬고, 나도 그들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개인의 오만과 독선, 어떻게 역사를 바꿨나

    개인의 오만과 독선, 어떻게 역사를 바꿨나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마거릿 맥밀런 지음/이재황 옮김/산처럼/368쪽/1만 8000원 국내에서 ‘역사사용설명서’라는 책으로 주목받은 옥스퍼드대 세계사 교수의 신작이다. 역사가들은 천천히 흐르는 강처럼 수백, 수천년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해 역사를 보기도 하고 정치나 지적 유행, 이데올로기의 갑작스런 변화 등 단기적인 것들에 비중을 두고 한 시대를 조명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사상가든 예술가든 기업가든 정치 지도자든 개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역사가 잔치라면 맛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20세기 초 원자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았다면 연합국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원자폭탄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나치스가 아인슈타인과 그의 동료 물리학자들을 망명으로 내몰아 그들이 연합국들을 위해 일하도록 하지 않았다면 독일은 어떻게 됐을까.’(9쪽) 저자는 개인의 특성 중에서도 리더십, 오만과 독선, 모험심, 호기심, 관찰 등이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 고찰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마거릿 대처, 스탈린, 리처드 닉슨 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개인적 특성이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발현돼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는지 짚었다. 인물들의 집안 배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성공과 좌절, 인간관계, 개인적 약점과 장점 등도 흥미롭게 엮었다. 저자는 “커다란 사건 한복판에서 역사의 물길을 돌린 이들도 있고, 용기 등을 발휘해 새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들도 있다”며 “윈스턴 처칠 같은 민주적 지도자나 히틀러 같은 폭군의 등장과 역할을 살피지 않고선 20세기 역사를 제대로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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