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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안희정 “文 이길 수 있어… 총통처럼 군림하는 대통령 문화 바꿔야”

    [단독] 안희정 “文 이길 수 있어… 총통처럼 군림하는 대통령 문화 바꿔야”

    ‘안희정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19%)은 1주 새 두 배 가까이 올라 문재인 전 대표(29%)와의 격차를 10% 이내로 좁혔다. 그에게 고무적인 대목은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도 그를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대체재’로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처음으로 지난 주말 목포와 광주에서 ‘호남민심’을 확인한 안 지사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백척간두의 심정으로 다닌다.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이 있는데 계산 없이 진심으로 지르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이종락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90분간 이어졌다. 그는 시종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총통처럼 군림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문재인 대세론을 깰 자신이 있나. -문재인 대세론은 정확한 단어가 아니다. 후보가 대세론이 되려면 당 지지율보다 높아야 하는데 그 어떤 후보도 당의 지지율보다 높지 않다.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저의 도전이 승리할 수 있다. →경선에서 진다면 5년 뒤 기회가 있을까. -미래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언제 어느 때나 정당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5년 뒤 기회, 저는 모르겠다. 미래가 모두를 위해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도전,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전도 그렇고 모두 무모하다고 했지만 그런 도전을 통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돈·공천으로 수렴청정 黨패권주의 없어 →20% 지지율이면 ‘본선 직행’ 유혹도 있을 법한데. -선거 때마다 후보자 중심으로 급조된 정당으로는 책임 정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소비자는 브랜드 신뢰도로 상품을 소비하게 되는데 상품이 나올 때마다 브랜드가 바뀌면 리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시장이 죽어버리지 않겠나. 당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고, 고난과 시련의 시간을 겪었다. 스스로 배신의 정치로 만들지 않고 충성과 의리의 정치로 버텼다. 그 이유는 제가 정당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탈당은 없다. →야권, 당내에서도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말하는 이들이 많다. -옛날에 패권이라는 게 돈과 공천을 주고 수렴청정하는 당내 헤게모니 질서를 말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친문 패권주의는 보이지 않는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분들은 정권교체가 꼭 필요하고 문 전 대표가 앞서니까 몰아주자는 것이다. 정권교체 가능성과 새로운 정치 비전, 능력에 따라 지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기성 질서(대세론)에 도전하려면 기존 소비자(유권자)에게 전혀 다른 맛으로 돌풍을 일으킬 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걸 만드는 게 도전자의 의무다. 저도 마찬가지다. 대연정 제안이 공격받는데 어쩔 수 없다. 그런 매도 안 맞고 어떻게 도전하겠나. 반복해서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 귀에 내 이야기가 꽂히면 다시 판단할 것이다. 몇 대 맞아서 내가 삐치면 어떻게 하나(웃음). →박근혜 대통령 탄핵 헌재 판결에서 기각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너무 끔찍한 일이라 그걸 전제로 어떤 말도 못하겠다. →야권과 지지층에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배제하지 않은 대연정 구상으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의회 내 압도적 다수파를 형성하자는 원칙을 말했을 뿐이지 새누리당과 연정까지 연동시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언제까지 국민이 촛불광장에서 소리 지르게 만들 것인가. 국가 개혁과제를 시행하고 헌법을 작동시키려면 겨우 다수파로는 안 되고 압도적 다수파를 위한 대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마치 당 정체성과 소신을 팔아먹는 사람처럼 됐다.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서 솔직하고 정직하게 당원, 국민에게 보고한 것이다. 당장 혼나는 말이라도 예선과 본선 계산을 따지지 않았다. 유불리를 따져서 표를 얻을 생각 자체가 없다. 그런 계산법은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가 아니다.●사드 배치 한·미 합의 바꾸면 불안 요소 →친박(친박근혜)이 건재한 새누리당에 동아줄을 던져줄 수도 있지 않을까. -국가 개혁과제에 합의한다면, 원론적으로 대화와 타협은 열려 있다. 누구와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면 의회정치는 할 수 없다. 새누리당을 용서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심판하려면 다음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선거 외에 도리가 없다. (대연정을) 곡해하시는 분들의 정서적 부대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하게 되면 2~3개월 안에 정권을 출범시켜야 하고 안정적 다수파로 의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차기 정부 출범은 어렵다. 무조건 포용하고 화합하겠다는 게 아니다. 국회가 총리를 인준하는 방식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헌법의 의미는 대통령이라고 쓰고 총통처럼 운영하라는 게 아니라, 협치를 하라는 것이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길 꺼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예를 들어 국방개혁이라고 하면 대통령으로서 다뤄주길 바라면 여러 방안이 올라올 것이고 여기서 토론이 이뤄지고 집단지성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지휘자이자 대통령이다. →어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북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도발이 수시로 있는데 일희일비하지 말자. 유엔 제재 결의로서 국제 공조를 꾸준히 하고 이면에는 다양한 루트로 대화채널을 가동시키자. 협상만 하다가, 또 북한이 일을 벌이면 대화를 단절하는 쏠림 자체가 북에 말려드는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제가 박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안 했다. 하지만 우리 안보는 한·미연합 안보체계다. 합의한 내용을 바꿔버리면 불안 요소가 된다. ●日과 경제·외교 협력… 역사 진실 밝혀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부 간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당사자들이 ‘사과받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 다시 사과를 받는 게 맞다. 정부가 전쟁범죄 피해자들과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민간인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 경제·통상과 외교·안보 등 협력관계는 유지하되 진실을 밝히는 것, 투트랙으로 해결하자.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불거진 재벌 개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불공정 거래를 깨고 민주주의 원칙을 실현하는 게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다수가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으로 개혁해야 한다. 금산분리법 등 기존 제도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부정행위가 잡힌다. ●일자리 양극화… 노조·中企 역량 강화를 →청년 일자리가 심각하다. 복안은. -(한숨을 쉰 뒤) 정말 많은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도 답이 안 나온다. 다만 일자리 수 자체가 부족하기보다 가고 싶은 일자리가 없는 양극화가 심각하다. 서울에만 좋은 일자리가 몰린 ‘인서울패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지 않게 대기업이 노동시장의 법칙을 깨는 게 문제다.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높여야 하고 중소기업의 독자적 기술력을 높여줘서 가격협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대기업 투자로는 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규제프리존은 엉망이다. 규제를 풀어주는 게 정부의 간접적 역할이기도 하지만 그게 기업의 경쟁력은 결코 아니다. 전쟁 때도 기업은 필요하면 투자하지 않나. 정부가 할 일은 사회안전망과 소득재분배를 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했는데. -정부의 사회적 서비스 기능 강화를 말하는 거면 이해되겠는데 그렇게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되겠는가란 비판도 가능할 것 같다. →김종인 전 대표와 함께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김 전 대표와 함께한다는 것은 논의해본 적 없다. 그분과 행사장에서 왔다 갔다 하며 보고 이야기하고 그랬을 뿐이다. 김 전 대표는 제가 귀담아듣고 지혜를 빌려야 하는 원로 중의 한 분이다. →집권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잠시 침묵하더니)대통령 경호·의전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 미 대통령 경호팀에서 ‘양탄자를 깔아놓고 경호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란 말이 있다. 경호란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 대통령과 여러 공식행사에 참여했는데 내빈 중 노인분들이 많이 있는데도 대통령이 입장하니 일어서달라더라.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의전문화 자체가 대통령이라 쓰고 총통 혹은 임금님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나. →캠프에서 ‘안깨비’(안희정+드라마 ‘도깨비’) 마케팅을 많이 한다. ‘충남엑소’(충남+아이돌그룹 ‘엑소’)란 별명도 있다.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나. -자랑을 좀 해도 될까. 어렸을 때부터 동네 아줌마들로부터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그런데 꼭 외형을 가지고 예쁘다고 하진 않을 것 같다(웃음). 홍성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홍성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강태진의 코리아 4.0] 4차 산업, 격변의 2017

    [강태진의 코리아 4.0] 4차 산업, 격변의 2017

    올해는 그동안 축적된 디지털 진보의 효과가 직장과 일상생활에 정착해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끌어 내는 4차 산업혁명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부 도시에서 거리를 활보하고,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기술은 돼지 신장을 인체에 이식해 생명을 구하는 첫해가 될 것이다. 또 새로운 형태의 헬스케어 서비스와 의료 비즈니스 모델이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처치 행위에 따라 지불하는 기존의 행위별 의료수가 방식을 지양하고, 치료 결과와 상담에 근거한 의료비 책정이 가능해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막고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질병의 초기진단 정확도를 올릴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진료를 가능케 하여 지속적인 케어가 가능해질 것이다. 매출액의 9.5%를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인 필립스는 기계학습으로 천문학적 진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한 인공지능 보조의사를 실용화했다. 수백만명의 진료 경험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인공지능이 정확히 진단해 주고 원격진료도 가능해 이제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병원에는 위급한 환자와 의사의 대면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만 가고 만성질환 환자는 자가 치료를 받게 돼 의사의 역할과 병원 운영의 방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롭게 문을 연 미래의원은 월 150달러의 회비를 받고 맞춤형 예진을 제공해 주는 모바일 앱 기반의 인공지능 주치의를 실용화했다. 자신의 생체정보를 입력하면 수많은 경험치를 기계학습한 인공지능 의사는 질병의 진단과 처방, 건강 상담, 여행을 떠나기 위한 백신처방 등을 제공해 준다. 미국에서 문을 연 이러한 새로운 모델의 스타트업은 동네 병원의 진료행위를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다. 미래의원 40여명의 직원 중 의사는 고작 4명이고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데이터 과학 진보의 결과로 각 의료기관에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이 내리는 진단과 처방의 기초자산이며, 따라서 커다란 경제적 자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에 반에 우리는 부처별 규제와 개인정보 이용이나 의료법을 어떻게 정비해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지 고민조차 못하고 있다. 올해는 금융시장에도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해다. IBM과 신생 벤처 등에서 개발한 금융 인공지능이 AIG 등의 금융기관에서 전문가와 함께 금융시장의 트렌드와 패턴을 재빨리 알아차려 의사 결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며 위기 관리와 투자 정책에 사용된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매킨지 발표에 따르면 자동화와 로봇화에 의해 5%의 현재 직업이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기보다는 직장인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요구받게 된다. 이 연구에 다르면 2000가지의 업무 중 50%는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로도 자동화가 가능하며, 2055년까지 서서히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대량 해고와 같은 사건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나, 이러한 자동화는 향후 50년간 인류의 생산성을 매년 0.8~1.4%씩 향상시킬 것으로 보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엑센추어는 인간만이 가능한 사회성·감성지능 분야의 직업인은 오히려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변화의 돌풍 앞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기술 진보가 가져올 미래사회에 대응해 혁신해야 한다. 급속히 진행된 디지털 전환의 시점에서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파괴적 기술 진보로 인한 경제·사회적 대변혁에 대처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대변혁의 쓰나미가 현실로 다가온 올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국가의 지도자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합당한 국민들의 정신적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이 요구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디지털 시대는 모든 것이 투명하기에 국민들이 불평등을 보고 참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 과도기를 지금 우리가 혹독하게 겪고 있지 않은가.
  • 합참 “北발사 미사일 노동급 추정…ICBM 가능성 적어”

    합참 “北발사 미사일 노동급 추정…ICBM 가능성 적어”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2일 오전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노동급(사거리 1300㎞) 수준으로 추정했다.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합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고도, 방향 등으로 봐서 노동급으로 추정한다.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고,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특정 종류 미사일이라고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고도 550여㎞로 올라가 500㎞를 비행했다. 평안북도 구성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정동 쪽 방향으로 발사돼 동해 상에 낙하했다. 합참 관계자는 “탄도미사일의 고도와 비행 거리를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다르다”며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은 작게 봤다. 새로운 유형의 미사일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그것에 대해서는 분석한 이후에 말할 수 있다”며 “노동 또는 무수단의 개량형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동해 상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과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가 포착됐다”며 “한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부터 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의도와 관련해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김정은 리더십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대외적으로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탐색 및 압박과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무용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남 측면에선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내부의 안보 불안을 조성해서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분석한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영어보다 중요한 것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영어보다 중요한 것

    회사에서 임직원들의 글로벌 능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많다. 채용이나 승진 때 영어 성적에 과한 비중을 두거나, 큰 비용을 들여 가며 직원들을 해외 연수시키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결국 영어 능력 향상이라는 현실이 그러한 고민을 반영한다. 영어 능력의 목적은 소통이다. 대상은 외국인들이다. 소통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정보나 지식의 교환. 둘째, 상호 간의 신뢰 형성. 토플 점수로 대변되는 영어 실력은 정보 능력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신뢰를 얻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일상의 인간 관계에서도 신뢰가 중요하나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외국인과의 관계에서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다름에서 비롯되는 이문화 갈등의 대부분은 신뢰의 결핍이 근본 원인이며, 갈등 해결의 시발점 또한 신뢰 구축에 있다. 외국인과 일할 때 어떻게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이는 이문화 경영의 핵심 문제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당신의 행동이 너무 소리가 커서 당신이 하는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시인 에머슨의 일갈이다. 신뢰는 행동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이지만 영어를 어눌하게 하는 사람이 오히려 외국인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다. 이는 내가 미국에 와서 직접 경험하며 배운 교훈이다. 유학 온 지 일 년 만에 강의를 하게 됐다. 계획도, 원해서도 아니었다. 돈 때문이었다. 당시 내 영어 수준은 어눌했다. 수업의 반도 못 알아들었다. 그런 영어 실력으로 미국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해야 하니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얘기할 내용을 미리 다 적어서 영화 대사처럼 외우고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 외운 후에는 거울 앞에서 리허설도 했다. 준비는 철저히 했다. 학생들에게 조롱받을까 두려운 마음에 그리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를 했어도 막상 강의실로 향할 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느낌이었다. 강의가 시작되고 외우고 준비한 대로 이야기할 때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학생이 질문을 하는 것이다. 젊은 학생들은 속어도 많이 쓰고 빠르게 얘기하니 못 알아 듣는 때가 더 많았다. 강의실에서 나만 그 질문을 못 알아듣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어찌할까? 강사로서 체면도 있으니 알아들은 척하고 대충 두루뭉술하게 답을 해 주고는 슬쩍 넘어갈까? 아니면 체면을 버리고 솔직하게 못 알아들었으니 질문을 다시 한번 해 달라고 할까? 후자를 택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도 못 알아들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가까이 앉은 학생에게 질문을 다시 얘기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면 대부분 외국인도 알아듣기 쉬운 표현으로 또박또박해 주었다. 그제야 질문을 이해하고 답을 해 주었다. 매번 수업이 이런 식이었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학기가 끝나고 강의 평가가 나왔다. 전혀 의외의 결과였다. 속으로 날 조롱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학생들 대다수가 만족을 표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같은 과목을 강의했던 다른 미국 강사들보다 외국인 강사인 내 평가가 더 높이 나왔다는 점이다. 너무나 예상 밖의 결과라 기쁘다기보다는 혼돈스러웠다. 왜 그랬을까?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내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면 나름 짚히는 것이 있다. 비록 틀린 문법에 발음도 이상한 동양인 강사가 자신의 언어적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쩔쩔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잘 가르쳐 보려고 무진 애를 쓰는 모습. 그런 모습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신뢰감이다. 성실과 열심이 읽히는 행동은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그곳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랜 외국 생활 중에 소통과 관련해 하나 체득한 것이 있다. ‘진심은 어디서나 통한다’는 점이다. 입으로 하는 언어적 소통은 문화 장벽을 넘기 힘들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행동의 언어는 장벽을 모른다. 글로벌 리더의 소통 능력이란 다른 나라 사람의 신뢰를 얻어 내는 능력이다.
  • 강남, 글쓰기로 인재양성 한다

    강남, 글쓰기로 인재양성 한다

    서울 강남구는 자체 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인재 양성 프로젝트인 ‘와우 강남’을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구민과의 소통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강남구만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교육 대상으로 국장급 이상 간부 9명과 7~8급 일반 공무원 50명을 선발했다. 강남구 전체 직원은 1400명이다. 우선 국장급 이상 간부 9명에게는 동영상 교육 콘텐츠를 매일 4편씩 제공한다. 콘텐츠는 미래 신기술부터 최고경영자 리더십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인문 등 각 분야를 망라한다. 이들은 주 1회 열리는 확대간부회의에서 동영상을 시청한 뒤 이를 구정에 반영하기 위한 토론도 진행한다. 젊은 직원들을 상대로는 글쓰기 교육을 실시한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수업은 오는 10월까지 7개월간 월 2회 각 3시간씩 진행된다. 강남구 측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핵심 이슈를 찾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구정 전반에 걸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또 정책개발 전문연구기관과 함께 시책개발 역량강화 워크숍을 진행한다. 구의 180여개 역점 추진사업을 분석하고 분야별 트렌드와 구민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임직원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사내에 자체적으로 글쓰기 대학을 설치·운영하고 있다”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이 핵심인 공공기관도 소통능력을 강화해 구정의 품격과 역량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대선 캠프 대해부] ‘脫친문·호남’ 야전사령부 지휘… 섀도캐비닛급 인재풀

    [대선 캠프 대해부] ‘脫친문·호남’ 야전사령부 지휘… 섀도캐비닛급 인재풀

    대세론의 주역답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풀은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방불케 할 만큼 양·질 모든 면에서 두텁다. 야전사령부 격인 선거대책본부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탈(脫)친문(친문재인)’ 그리고 호남이다.캠프 사령탑인 총괄선대본부장은 4선 송영길 의원이 맡고<서울신문 2월 3일자 보도>, 전략·조직·홍보·정책·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5개 본부 체제가 뒷받침을 한다. 인천시장과 4선의원의 풍부한 선거경험이 돋보이는 송 의원은 친문과 비문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개혁 성향으로 꼽힌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지난해 8·27 전당대회 당시 호남 밑바닥 조직을 일구는 데 공을 들였던 그는 연말까지 대선 출마를 고심했지만 결국 문 전 대표를 돕기로 했다. 송 의원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캠프 합류를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문 후보도 폐쇄성을 돌파하고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역할을 제게 요구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면서 “문재인 캠프에는 ‘비선’이나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인) ‘3철’(이호철·전해철·양정철),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 지도부와 비문, 비주류 의원들과도 소통이 잘돼, 만약 문 전 대표가 승리한다면 다른 후보 캠프 분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략본부장은 기획통이자 동교동에 뿌리를 둔 3선 경력 전병헌 전 의원, 조직본부장에는 문 전 대표의 주요 조언자인 3선을 한 노영민 전 의원, 홍보본부장에는 브랜드 전문가인 초선 손혜원 의원, 정책본부장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의 경제통 홍종학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만든 주인공으로 지난해 초 문 전 대표가 영입했다. 문 전 대표의 아내 김정숙 여사와는 숙명여고 동창으로 40년지기다. 최재성 전 의원과 함께 ‘신(新)친문’으로 꼽혔던 전략통 진성준 전 의원은 전략부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내 상근자 가운데 인적 비중이 가장 큰 SNS 본부장에는 재선 경력의 정청래 전 의원이 물망에 오르는 가운데 최종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SNS대응팀은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캠프에서 일했던 조한기 서산·태안지역위원장이 맡았다. SNS팀에는 방송작가 출신을 비롯한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의원과 더불어 캠프의 또 다른 축은 메시지와 일정, 정무를 총괄하는 비서실장을 맡은 임종석 전 의원이다. 전남 장흥 출신 임 전 의원은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86그룹’의 아이콘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박원순의 사람’을 영입하려고 문 전 대표는 공을 들였다. 문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임 전 의원의 내각 중용을 건의하는 등 업무능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임 전 의원은 ‘비선 논란’이 끊이지 않던 문 전 대표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거취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비서실부실장을 맡겨 ‘양지’로 끌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문 전 대표의 19대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도 캠프에 남았다. 비서실은 문 전 대표를 대신해 주요 영입인사를 물색, 접촉하고 설득하는 역할도 맡는다. 당초 ‘노무현의 필사’인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합류를 염두에 두고 메시지본부를 둘 계획이었지만 윤 전 대변인이 안희정캠프로 떠나면서 메시지팀은 비서실장 산하로 남겨뒀다. 2012년 대선과 2015년 2·8 전당대회 그리고 당대표 시절 메시지를 담당했고 시인이기도 한 신동호 전 대표실 부실장이 총괄한다. 신 전 부실장은 캠프의 양대 축인 송 의원과 임 전 의원, 둘 모두와 뗄 수 없는 인연이기도 하다. 공보는 참여정부 공보담당비서관과 봉하마을 사무국장 등 오랜 세월 문 전 대표와 인연을 맺은 초선 김경수 의원과 함께 MBC 앵커 출신인 재선 박광온 의원이 합류했다. 박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문 전 대표의 방송토론 준비를 도운 인연으로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미디어특보를 거쳐 공동 대변인직을 수행했다. 언론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문 전 대표의 ‘미디어 프렌들리’ 이미지 구축을 위해 임 전 의원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캠프의 방향을 조언하는 원로그룹인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비롯해 김상곤 전 당 혁신위원장, 4선 김진표 의원, 5선 경력의 이미경 전 의원 등이 포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감사원장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김대중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호남 원로의 상징성은 물론 문재인 캠프의 색깔을 우려하는 중도·보수성향 중장년층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인선으로 평가된다. 경기교육감 시절 ‘무상급식’을 성공시켰던 김 전 혁신위원장은 광주 출신으로 2015년 말 문 전 대표의 삼고초려로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4·13 총선 승리의 밑그림을 그렸다. 김 의원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교육부총리를 지낸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이 전 의원은 5선 출신으로 여성계를 대표한다. 앞으로 3명 안팎이 추가돼 ‘7인 선대위원장 체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송 의원은 “선대위원장은 통합의 상징으로 모시는 것”이라며 “실무는 각 본부장과 함께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가 취약한 호남·강원 현역들도 합류를 앞뒀다. 호남 유일의 3선인 손학규계 이춘석(익산갑) 의원과 재선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 강원 유일의 민주당 의원인 송기헌(원주) 의원도 돕기로 했다. 원외 친문 인사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공’을 살려 움직이고 있다. 지역 기초의원 영입 등 공조직은 한병도 전 의원, 지지모임 등 사조직은 백원우 전 의원이 맡는다. 최재성, 김현 전 의원도 인터넷방송 ‘민주종편TV’로 힘을 보탠다. 본부장급뿐만 아니라 국회 보좌관 중심으로 충원된 실무진에도 새 얼굴이 대거 결합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2012년 대선에 뛰었던 실무진은 20~30% 정도고 나머지는 새로 결합한 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2seoul.co.kr
  •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원묵중학교서 진로 특강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원묵중학교서 진로 특강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동4)은 지난 2월 1일(수) 중랑구 원묵중학교에서 열린 <진로특강>의 첫번째 강연자로 초청되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원묵중학교에서는 학생 진로 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날 강의의 강연자로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체육대학교 교육학 교수인 박호근 의원이 강연자로 초청됐다. 박호근 의원은 ‘미래사회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특강을 진행했으며,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학생들이 공부해야하는 이유와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현실적이며 알기 쉬운 강의 내용으로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박호근 의원은 “한 사람의 인생을 24시간으로 본다면, 원묵중학교 학생들의 인생시계는 불과 새벽 5시에 불과하다”고 하며, “새벽 5시에 벌써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생 선배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으며, 나아가 특강을 토대로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호근 의원은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대단히 큰 영광이었다”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이름 없는 여인’의 삶을…/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이름 없는 여인’의 삶을…/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평상시엔 향을 올릴 생각을 않다가 위급에 처하게 되니 부처님 다리를 잡고 애걸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행태를 보면 꼭 그런 형국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평소 언론을 외면하던 그가 느닷없이 기자들을 청와대에 모아 놓고 신년 간담회를 하는가 하면 존재도 희미한 인터넷 매체와 살갑게 인터뷰까지 했겠는가. 상식적인 국민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민심과는 거리가 먼 ‘원 맨 플레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로 국가가 거덜나고 국민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지경인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자기 일신의 안위에만 몰두할 수 있을까. 그 ‘그로테스크’한 심상 풍경을 그려 보니 박 대통령이 한때 롤모델로 삼았다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제왕적 총리’로 군림한 대처는 리더십 붕괴에 따른 총리 사퇴 후 100여일 동안 분노와 좌절의 나날을 보냈다. 12년 가까이 지켜 온 총리 자리를 같은 보수당 내 믿었던 동지들의 배신으로 잃은 데 대한 충격이 컸다. ‘철의 여인’ 대처도 권좌에서 물러나자 심각한 심리적 갈등을 겪은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대처의 그런 삶을 ‘정치적 과부생활’이라고 표현했다. 자진 사임한 대처와는 달리 탄핵 심판대까지 오른 박 대통령의 심적 고통을 상상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이빨 잃은 사자가 애써 호기를 부리듯 더욱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위소찬(尸位素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시간과의 싸움’으로 여기고 지연시킬 궁리만 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의 기획”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까. 헌재 결정이 순리대로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한다.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든 비극이다. 탄핵이 기각된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박 대통령이 온전히 대통령 노릇을 하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도 어둠의 무리와 짝짓기를 거부하고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처절한 ‘몰락’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한때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키는 길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보면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왕이 찾고 있는 범인은 바로 왕 자신이며 가장 가까운 핏줄과 부끄러운 인연을 맺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그 불길한 예언을 믿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는 모든 것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하며 왕비의 옷에 달린 황금 브로치로 두 눈을 찔러 장님이 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너희는 너무 오랫동안 보아서는 안 될 사람들을 보았고 내가 알고자 한 일은 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 준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같다. 혹시 자신의 숙명적인 결함을 통해 공포와 연민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비극은 때로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동정을 쥐어짜 내려 하는 것은 감정의 정화는커녕 스트레스만 안겨 줄 뿐이다. 비극의 숭고한 의미조차 모독하는 일이다. 비록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오이디푸스는 그래도 겸손했다.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고 드러난 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여 죗값을 치렀다. 그것은 진정한 자아에 눈을 뜸으로써만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운명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국가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그만큼 아프게 했으면 아무리 개인적으로 억울하다 해도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게 정상이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려놓고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살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 두려우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고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그렇게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사는 삶. 노천명 시인은 그런 삶을 여왕보다 더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텅 빈 마음의 자세다.
  • 손학규 국민의당과 통합…“내가 적임자, 안철수와 경쟁 자신 있다”

    손학규 국민의당과 통합…“내가 적임자, 안철수와 경쟁 자신 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7일 국민의당과의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특히 손 의장은 안철수 전 대표와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손 의장은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누구를 이기겠다고 말하는 것은 좀 뭐하겠지만, 경선이라는 공정한 과정을 거치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손 의장은 “부패척결과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민심 이후에는 안정적이고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은 통합 리더십의 적임자로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손 의장은 새누리당·바른정당은 물론 친문 세력과도 연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수구세력은 정권을 잡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새누리당·바른정당, 친문 세력을 배제한 모든 개혁세력과 제7공화국의 공동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영국, 세계 최초 ‘상아 매매 전면 금지 국가’ 될까

    영국, 세계 최초 ‘상아 매매 전면 금지 국가’ 될까

    영국이 세계 최초로 상아로 만든 골동품 매매를 금지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일간지인 텔레그래프가 6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9월, 만들어진지 70년 미만의 상아 공예품의 매매를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세계자연기금(WWF) 등 상아매매금지를 원하는 단체와 사람들은 이러한 규정이 상아를 얻으려는 밀렵꾼들의 움직임을 막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영국 국회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영국 내에서 모든 상아 및 이로 만든 제품의 매매를 금지시키는 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자연기금 영국지사 대표인 탄야 스틸라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가능한 모든 조취를 취해 전 세계서 이뤄지는 불법적인 상아 무역을 끝낼 때가 됐다”면서 “우리는 영국 정부가 세계적인 리더십을 보여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의 상아 매매 금지법은 다른 나라에도 선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아프리카 코끼리 개체수는 41만 5000마리로, 지난 2006년 대비 11만 마리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개체수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끼리 상아를 노린 밀렵을 꼽았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상업목적을 위한 코끼리 상아는 국제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지만, 각국 내에서 거래되는 상아와 밀거래 되는 상아로 인해 코끼리 개체수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현재 전 세계 최대 상아시장은 중국이며, 최근 중국 역시 상아의 가공 및 판매를 연말까지 전면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강력한 후속조치가 없이는 실효를 거두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이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통령 글쓰기 비법 금천에서도 써볼까요

    대통령 글쓰기 비법 금천에서도 써볼까요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 등으로 화제를 모은 강원국 전북대 초빙교수가 서울 금천구에서 특강을 한다.서울 금천구는 강 교수가 7일 오전 8시 구청 대강당에서 ‘말과 글로 행복하게 살기’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고 6일 밝혔다. 일·가정의 조화로운 양립을 위한 인식 개선과 동기 부여를 위해 마련됐다. 강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내가 주인공인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방법, 글 속에 자신의 삶과 가치를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얻는 동기 부여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강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연설행정관, 연설비서관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기업과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글쓰기, 리더십, 소통과 관련한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금천구는 매년 분기별로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사 초청 특강을 열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위기의 한국경제, 답은 있다] 스웨덴·獨 ‘노동·복지개혁’-덴마크 ‘친환경 에너지’로 제2의 성장

    [위기의 한국경제, 답은 있다] 스웨덴·獨 ‘노동·복지개혁’-덴마크 ‘친환경 에너지’로 제2의 성장

    2002년 우리나라 현대중공업에 코쿰스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팔아넘겨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스웨덴의 남부도시 말뫼는 당시 조선소 폐업으로 도시 인구의 10%인 2만 7000명이 실직했다. 하지만 말뫼는 중앙정부로부터 2억 5000만 크로나(약 324억원)를 지원받아 공장부지를 사들이고 환경친화적인 미래형 도시를 만드는 데 투자했다. 조선업에 썼던 재원을 신재생 에너지와 정보기술(IT) 등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 200여개의 새로운 기업과 6만 3000개의 일자리도 만들어 냈다. 23만명대로 줄어들었던 인구는 도시가 활력을 되찾으면서 다시 유입돼 2010년 이후 30만명을 돌파했다. 이렇듯 경제위기에서 탈출한 국가도 있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일자리 친화적 복지로 다시 일어선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제조업 강국 독일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리는 덴마크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의 모범 사례로 자주 인용했던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단기직과 시간제 근무를 늘리고 실업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엄격하게 하는 등 고용시장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개혁이다. 1990년대 스웨덴의 경제위기 극복 과정은 우리나라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에 봉착했을 때 참고했던 북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 사례다. 스웨덴은 1990년대 재정 적자와 자산 가격 거품이 급속히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금융기관 대출채권 부실화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밖으로는 세계화, 안으로는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연대임금 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을 근간으로 하는 복지모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1991년부터 3년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이유다. 스웨덴이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4% 성장(1994년)으로 극적 반등할 수 있었던 동인은 근본적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려 했던 노력에 있다. 1994년 재집권한 사민당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요소를 반영한 복지모델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거시적 경제안정 정책과 미시적 구조개혁 정책을 동시에 진행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거시적 안정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성장 둔화, 실업 증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유연성 제고와 구조조정 등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게 한다”며 “다만 사회안전망이 확립되지 않은 국가의 경우 위기로 인한 고용과 소득분배 구조 악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2차 대전 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 낸 독일(서독)이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1970년대 분배 중심의 복지정책이 실시되면서 서서히 침체해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3년 -0.7%까지 떨어졌다. 독일 정부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부양책을 내세운 게 아니라 실업률을 낮추는 데 주목했다. 미니잡 등 가벼운 일자리를 만들며 주부, 휴학생, 은퇴 노인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내줬다. 도철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하르츠 개혁이 미완이긴 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종합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됐다는 점”이라며 “예컨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3년 전후(戰後) 최대 경제 구조개혁인 ‘어젠다 2010’을 발표하며 하르츠 개혁을 노동시장 개편을 위한 하나의 모듈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사회보장제도, 세율 및 세제 개편, 노동개혁, 규제 철폐 등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정책 연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구조개혁을 패키지로 진행했다는 얘기다. 뒤이어 등장한 기민당의 앙켈라 메르켈 정부는 ‘하르츠 IV 지속발전법’을 통과시켜 슈뢰더 정부의 개혁정책을 계승했다. 정파의 이익에 관계없이 정책을 일관되게 장기적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하르츠 개혁은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았다. ‘일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는 워크페어(workfare) 정신에 입각해 실업자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구직 의무를 강화하는 등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도 고용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선행적으로 실시했다. 고용 서비스 체계를 간소화하고 맞춤형 서비스인 ‘잡센터’를 신설했다. 일자리 중개 기능의 인력알선사무소(PSA)도 설치했다. 도 연구위원은 “독일 위기 해결의 키워드 중 하나는 ‘타임 갭’을 극복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결실을 보는 데 3~4년이 소요되는 만큼 성과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을 알면서도 정치인이 아닌 국가 지도자로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반대를 버텨 냈다는 얘기다. 하르츠 개혁을 강행했던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자신이 추진했던 개혁의 여파로 결국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독일 고용 확대의 기반을 다진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0위권인 덴마크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다국적기업이 없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다. 공업의 다양성도 적다. 면적은 한반도의 5분의1밖에 안 되고 인구는 우리나라의 10분의1 수준인 570만명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5만 3243달러로 우리(2만 7633달러)의 두 배에 이른다. 배경은 국가적 혁신과 복지, 높은 사회적 결속에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적으로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던 덴마크는 1973년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더이상 석유에 의존하지 않기로 하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로 성장 전략을 세웠다. 또 1990년대 말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선업의 기존 노하우, 인프라, 인력들을 풍력발전 산업에 재사용했다. 그 결과 덴마크는 풍력발전으로 자국 전기 수요의 14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덴마크 풍력회사 베스타스는 연매출 69억 유로, 고용인원만 2만 3000명으로 세계 풍력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며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에 관한 국내외 사례연구’에서 “1973~1990년 경제위기 속에서 덴마크 정부는 생산적이고 서비스 지향적인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숙제에 시간을 쓰기보다는 개인적인 소비를 위해 일하고 돈 벌 것을 권장했다”며 “이런 교육체계 등이 노동 현장까지 연장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경제가 가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철밥통 박살내기… 논술·심층 인터뷰로 수능 뺨치는 ‘역량 평가’

    계급제적 성향이 짙은 관료사회에서 승진은 모든 공무원의 관심사다. 과거엔 기수,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했지만 최근에는 능력, 실적이 뛰어난 6급 공무원을 5급으로 ‘특별 승진’시키는 부처들이 적지 않다. # 시간만 가면 승진? 무사안일주의는 옛말!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세청, 농촌진흥청, 중소기업청, 조달청, 특허청 등 부처가 5급(초급 관리자) 승진 심사를 위한 별도의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처 관계자는 “법령상 각 부처 재량으로 역량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에는 인사처가 역량평가 도입을 희망하는 공공기관 7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무원의 무사 안일주의, 소극 행정을 뿌리 뽑으려면 이른바 ‘철밥통’을 깨뜨려야 한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안에서도 싹트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승진은 일반승진, 공개경쟁승진, 특별승진, 근속승진 4가지로 구분되지만 일반승진이 가장 보편적이다. 계급별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한 공무원 가운데 근무평가성적(80~95%), 경력평정(5~20%), 가점 최대 5점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부처별 승진심사위원회를 거쳐 승진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는 계급별로 9급 1년 6개월, 7·8급 2년, 6급 3년 6개월, 5급 4년, 4급 3년이다. 해마다 6월, 12월에 근무 평가가 실시된다. 평가자는 해당 공무원 소속 부서장이 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듬해 1월 30일, 7월 30일에 ‘승진후보자 명부’가 나온다. 명부 순서대로 상위 계급 결원의 2~5배수가 승진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이 된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일반승진은 성과와 능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승진 후보자 명부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잦은 순환 보직 또한 연공서열에 기반한 승진 제도의 병폐다. 승진심사를 앞둔 시기에만 근무평가성적을 잘 받으면 승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실제로 공무원이 한 자리에 머무는 평균 기간은 1년여에 그친다. 이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우려에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역량평가다. 객관적인 실적과 능력으로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직 공무원이 다수인 농촌진흥청과 고용노동부 등이 대표적이다. 농진청은 농업 내외 분야 현안에 대한 논술형 필기시험과 인터뷰로 구성된 역량평가를 실시한다. 20장 내외 분량의 보고서, 기획서, 칼럼, 회의록, 신문기사, 성명서 등 다양한 제시문이 주어진다. 응시자는 한정된 시간 안에 자료를 분석해 해결 방안을 완결된 형태의 보고서로 작성해야 한다. 인터뷰를 통한 주 평가 항목은 응시자의 설득력, 대외 소통 스킬이다. 문제는 직렬·분야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상 주제로 출제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이른바 케이스스터디 기법을 통해 응시자의 의사표현 정확성, 위기관리 능력, 설득력, 창의적 리더십, 조직관리 능력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 역량평가 상위 30% 실적만으로 ‘특진’고용노동부는 역량평가를 실시해 상위 30%이내에 든 응시자에 대해서는 근평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업무실적만 반영해 특진을 시키고 있다. 역량평가는 구두발표, 서류함기법, 집단토론, 역할연기 4가지 기법을 사용한다. 서류함기법은 가상의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한정된 시간 안에 개선 방안을 정책·조직관리·의사소통 등 각 영역으로 분해해서 도출해 내도록 하는 역량평가 기법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하기관 상임이사 선발에 역량평가를 의무화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국가공무원 승진제도] 철밥통 박살내기… 논술·심층 인터뷰로 수능 뺨치는 ‘역량 평가’

    계급제적 성향이 짙은 관료사회에서 승진은 모든 공무원의 관심사다. 과거엔 기수,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했지만 최근에는 능력, 실적이 뛰어난 6급 공무원을 5급으로 ‘특별 승진’시키는 부처들이 적지 않다. # 시간만 가면 승진? 무사안일주의는 옛말! 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세청, 농촌진흥청, 중소기업청, 조달청, 특허청 등 부처가 5급(초급 관리자) 승진 심사를 위한 별도의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처 관계자는 “법령상 각 부처 재량으로 역량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에는 인사처가 역량평가 도입을 희망하는 공공기관 7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무원의 무사 안일주의, 소극 행정을 뿌리 뽑으려면 이른바 ‘철밥통’을 깨뜨려야 한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안에서도 싹트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승진은 일반승진, 공개경쟁승진, 특별승진, 근속승진 4가지로 구분되지만 일반승진이 가장 보편적이다. 계급별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한 공무원 가운데 근무평가성적(80~95%), 경력평정(5~20%), 가점 최대 5점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부처별 승진심사위원회를 거쳐 승진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는 계급별로 9급 1년 6개월, 7·8급 2년, 6급 3년 6개월, 5급 4년, 4급 3년이다. 해마다 6월, 12월에 근무 평가가 실시된다. 평가자는 해당 공무원 소속 부서장이 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듬해 1월 30일, 7월 30일에 ‘승진후보자 명부’가 나온다. 명부 순서대로 상위 계급 결원의 2~5배수가 승진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이 된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일반승진은 성과와 능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승진 후보자 명부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잦은 순환 보직 또한 연공서열에 기반한 승진 제도의 병폐다. 승진심사를 앞둔 시기에만 근무평가성적을 잘 받으면 승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실제로 공무원이 한 자리에 머무는 평균 기간은 1년여에 그친다. 이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우려에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역량평가다. 객관적인 실적과 능력으로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직 공무원이 다수인 농촌진흥청과 고용노동부 등이 대표적이다. 농진청은 농업 내외 분야 현안에 대한 논술형 필기시험과 인터뷰로 구성된 역량평가를 실시한다. 20장 내외 분량의 보고서, 기획서, 칼럼, 회의록, 신문기사, 성명서 등 다양한 제시문이 주어진다. 응시자는 한정된 시간 안에 자료를 분석해 해결 방안을 완결된 형태의 보고서로 작성해야 한다. 인터뷰를 통한 주 평가 항목은 응시자의 설득력, 대외 소통 스킬이다. 문제는 직렬·분야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상 주제로 출제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이른바 케이스스터디 기법을 통해 응시자의 의사표현 정확성, 위기관리 능력, 설득력, 창의적 리더십, 조직관리 능력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 역량평가 상위 30% 실적만으로 ‘특진’ 고용노동부는 역량평가를 실시해 상위 30%이내에 든 응시자에 대해서는 근평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업무실적만 반영해 특진을 시키고 있다. 역량평가는 구두발표, 서류함기법, 집단토론, 역할연기 4가지 기법을 사용한다. 서류함기법은 가상의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한정된 시간 안에 개선 방안을 정책·조직관리·의사소통 등 각 영역으로 분해해서 도출해 내도록 하는 역량평가 기법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하기관 상임이사 선발에 역량평가를 의무화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2017 공직열전] 식·의약분야 안전 전담… 인재 영입 통한 전문화 ‘박차’

    [2017 공직열전] 식·의약분야 안전 전담… 인재 영입 통한 전문화 ‘박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에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총리 소속 부처로 승격했다.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주류 등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6개 지방청을 포함해 1700여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유무영(57) 식약처 차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의 약학전문가로, 식약처에서 대변인과 기획조정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2012년 식약처에서 최초로 청와대 행정관에 발탁된 것과 2013년 약사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불량식품근절추진단 부단장으로 활동한 경험은 지금도 회자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4대 악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 불량식품 근절을 위해 ‘중장기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제도를 마련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재치 있는 유머 감각과 뛰어난 언변으로 직원들을 잘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생화에 대한 조예도 깊어 웬만한 들꽃은 한 번만 봐도 다 맞힐 정도다. 늘 바쁜 업무 중에도 시간만 나면 걷는 습관으로 식약처 내부에서 ‘걷기쟁이’란 익살스러운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양진영(49·행시 36회) 기획조정관은 보건복지부에서 1999년 식약처로 발령난 뒤 18년간 예산, 인사, 기획 등 관리업무와 사업부 업무를 맡아 식·의·약 행정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 긍정적 마인드와 온화한 리더십으로 정책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직원들 대소사에도 관심을 두고 꼼꼼하게 챙기는 등 친화력도 좋다. 식약처 승격 뒤 ‘식품·의약품 검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난해 정부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는 데 기여했다. PR 전문가인 김장열(56)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콜로라도주립대 부교수로 활동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PR협회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 미국PR협회 회원 중 2%만 해당한다는 ‘컬리지 오브 펠로’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개방형직위 임용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국민이 생활 속에서 식약처 정책을 체감할 수 있는 소통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형주(56) 식품안전정책국장은 식중독예방과장, 불량식품근절추진단 TF총괄기획팀장 등 식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다. 그의 자리에는 ‘모래시계’가 놓여 있는데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업무처리가 미숙한 일부 직원에게 야단치고 난 뒤 돌아서서 후회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둔 것이다. 국장 진급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각오가 대단하다는 후문이다. 올해 이미 22개의 식품정책과제를 설정하고 위해식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구제 제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박선희(57) 식품기준기획관은 연구관 특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식품전문가다. 식약처에서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전략가’로 통한다. 다양한 식품의 수입, 안전관리 기준을 재평가해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개선하는 데 주력해 왔고 식품제조업체와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중식품기준전문가협의회 등 해외 기구를 통해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과 식품 기준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분쟁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는 등 국제업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현규(54) 식품영양안전국장은 한양대에서 20여년간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다 지난해 4월 개방형직위 임용으로 식약처에 발을 들였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내·외부의 시각을 균형 있게 조정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수오 사건 등으로 국민 신뢰가 추락했던 건강기능식품의 제도 보완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는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해 설탕에 관대했던 사회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정배(58·행시 36회) 농축수산물안전국장은 유연한 자세로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정책을 밀어붙일 때는 뚝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개선해 축산물 인증률을 2013년과 비교해 30% 이상 끌어올렸다. 반면 중요사항을 위반한 업체는 바로 퇴출하는 제도를 도입해 강온 양면 정책을 극대화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항생제내성 특별위원회 의장국으로 선출되는 데 공을 세웠다. 이원식(55) 의약품안전국장은 의사 출신으로 지난해 9월 개방형직위 임용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다국적제약사인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 출신으로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직 내부의 관행과 타성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직접 토론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직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성호(57) 의료기기안전국장은 꼼꼼하고 치밀한 업무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업무에 대한 파악과 분석력이 뛰어나고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 때문에 직원들이 다소 어려워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아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국장 가운데 한 명이다. 의료기기 제조부터 병원 사용에 이르기까지 유통정보 관리를 위한 기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만호(43) 대변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2009년 식약처 부대변인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대변인에 임용돼 각종 현안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평을 듣는다. 간부들에게 싫은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쓴소리 전문가’로 통하지만 직원들과는 격의 없이 어울리는 ‘소프트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위기의 한국경제, 답은 있다] 브라질·伊, 정치 위기에 경제 추락… 日, 고령화 직격탄

    [위기의 한국경제, 답은 있다] 브라질·伊, 정치 위기에 경제 추락… 日, 고령화 직격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다. 영국은 ‘하드 브렉시트’(완전한 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에 시계(視界) 제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 등 재벌 기업에 대한 반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경제위기 탈출에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더 많은 브라질, 이탈리아, 일본 3국과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독일, 스웨덴, 덴마크 3국 사례를 통해 우리 경제의 해법과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세 차례에 나눠 짚어 본다.■브라질, 정권 부정부패가 고강도 경제개혁 ‘발목’ “호세프를 감옥에 처넣어라!” 지난해 3월 브라질의 40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부패 의혹에 휘말려 5개월 뒤인 8월 31일(현지시간) 탄핵당했다. 재정 적자를 숨기기 위해 정부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게 화근이었다. 결정적으로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스캔들에 대한 검찰의 정경유착 수사가 호세프 측근들을 겨냥하면서 민심은 돌아섰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2월. 호세프를 몰아낸 미셰우 테메르 정권이 이번엔 역으로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됐다. 테메르 정부마저 부정부패 연루로 연일 탄핵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치 위기에 몰리면서 고강도 긴축을 기조로 한 경제개혁은 암초를 만났다. 브라질 경제는 호세프가 재선한 2014년 0%대 성장(0.1%)을 하더니 2015년에는 마이너스(-3.8%)로 추락했다. 지난해에도 -3.3%로 전망된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인플레이션은 9% 수준이고 2016년 7월 기준 실업률은 11.6%에 달한다.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연구교수는 “룰라(전 대통령)의 사회복지 정책이 재정 악화로 축소되면서 시민적 저항을 맞았고 여기에 원자재가격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정치와 경제가 함께 쓰러졌다”면서 “정치상황 말고도 늘어나는 나랏빚, 증가하는 실업률,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리더십 실종·법치 후퇴에 경기회복 ‘감감’ 이탈리아도 정치가 경제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나라다. 이탈리아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이탈리아병’을 앓아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의 연이은 폭탄으로 2000년대 들어서도 경제는 1% 안팎 성장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경제 초토화의 근본적 원인은 ‘정치시스템의 지배구조 취약성’이라고 지적한다. 유럽의 금융전문가인 다니엘 그로스 유럽정책센터 소장은 “이탈리아에 만연된 부패 시스템, 유권자 참여의식 부족, 정치 불안정, 정부 효력 및 법치 후퇴 등이 경제 침체에 더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이 2016년 조사한 ‘전 세계 정부 지배구조 지표’를 살펴보면 이탈리아 부패통제지수는 1996년 0.35에서 2015년 -0.04로 후퇴했다. 이 수치(-2.5~2.5)는 숫자가 클수록 부패통제가 잘된다는 의미다. 캐나다는 1.64, 노르웨이 1.77 등 선진국들은 이 수치가 대부분 1.5 안팎이다. 이탈리아 정치상황은 최근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 연말 상하 양원제도를 바꾸는 정치개혁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해서다. 김시홍 한국외대 이탈리아어과 교수는 “이탈리아는 강력한 지방 분권하에 지방토착형 중소은행 위주로 방만한 대출이 이어져 ‘투 스몰 투 페일’(Too small to fail·小馬不死) 리스크가 확대되던 상황”이라면서 “이를 뜯어고치려던 총리는 사임했고 개혁은 공허한 외침이 됐다”고 지적했다.■일본, 생산가능 인구 감소·소비 위축 ‘장기 불황’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불안한 정치상황이 경제 위기로 전이된 경우라면 이웃나라 일본은 저성장과 인구 노령화 등 사회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장기 불황에 들어선 사례다. 일본의 대표적인 백화점 업체인 미쓰코시 이세탄은 다음달 치바점과 타마센터점을 문닫는다. 또 다른 백화점 업체인 소고·세이부도 조만간 카스카베점 등 4개 점포를 접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일본 훗카이도에서 41년간 영업해 온 세이부백화점 아사히카와점이 문을 닫았다. 최근 2년간 일본의 주요 백화점 11곳이 문을 닫았다. 1990년 9조 7130억엔(약 99조원)에 달했던 일본 백화점 매출은 2015년 6조 1742억엔(약 63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경기 침체로 사람들이 백화점보다 싼 아웃렛이나 할인점을 찾기 시작하면서 유통업체들은 가격 파괴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생산가능 인구마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대책 마련과 선제적인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0%대 성장률을 보이기 시작한 직후인 1993년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는 정점(8695만명)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고령화가 갓 시작된 시점에는 노후를 대비한 예비성 저축이 늘면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면서 “일본이 1995년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이어 1999~2005년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생산가능 인구가 최대치(3763만명)를 찍고 올해부터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다. 일본의 침체 과정에서 나타난 ‘버블(거품) 부양’의 위험, 좀비기업 구조조정 지연, 인구 고령화는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급속한 고령화 부담과 소비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화에 대한 대책 마련과 선제적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분석실장은 “이탈리아의 독특한 지방분권 형태는 우리와 거리가 있지만 장기침체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치적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구조개혁 실패로 2014년 초 우리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2017년 잠재성장률 4%,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고용률 70% 달성 등 이른바 474 비전)이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면 경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교훈을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생생히 보여줬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서울신문·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공동 기획
  • [김형준의 정치비평] 지지율이 아니라 자질이 중요하다

    [김형준의 정치비평] 지지율이 아니라 자질이 중요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예기치 못한 대선 불출마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구도는 순식간에 야권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지고 있다. 이제 관심은 문재인 대선론이 유지될지, 누가 문재인의 대항마로 부상할지, 제3지대 빅텐트론은 여전히 유효한지, 보수는 재결집할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그런데 선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결과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는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이것이 실패한 대통령을 잉태한다.민주주의 국가에서 12년 동안 대통령이 국회에서 두 번이나 탄핵 소추되는 나라가 있을까. 오죽하면 우리는 대통령 복도 지지리도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을까.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6명의 대통령이 임기 말에 모두 정치적 뇌사 상태에 빠지는 ‘데드 덕’으로 전락했다. 2012년 대선 직후 한국갤럽 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로 ‘신뢰가 가서/약속을 잘 지킬 것 같아서’가 22%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런 기대를 무참히 저버렸다. 경제민주화, 책임총리제와 책임 장관제 실시, 여성의 실질적 대표성 제고, 공기업 낙하산 인사 금지, 청와대 비서실 기능 축소, 검찰 개혁 등의 공약들이 모두 공염불이 됐다. 이렇다 보니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반대로 ‘국민절망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박 대통령을 원칙주의자라고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그는 ‘편의주의적 원칙주의자’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원칙을 강조하지만 불리하면 원칙을 버리고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한다. 이런 ‘준비된 위장 대통령’을 우리는 대선 과정에서 전혀 몰랐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지지율 수치에 포로가 됐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감성주의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제 실패하는 대통령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 담론을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로 급전환해야 한다. 단언컨대 훌륭한 자질을 갖춘 좋은 후보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후보가 다음과 같은 자질을 가졌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검증해야 한다. 첫째, ‘변혁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우리 사회의 최대 비극은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이 없다는 점이다. 변혁적 리더십은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만 처리하는 ‘거래적 리더십’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강한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저항하기 어려운 설득력, 누구나 희구하는 미래의 비전, 심금을 울리는 상징성 등을 토대로 용기 있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고 시급한 과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통찰력과 정책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해 7월 전문가 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자리 창출’(41.8%)과 ‘공동체 회복’(18.4%)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공정(47.1%)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은 혁신(15.7%), 정의(13.8%), 통합(15.5%)이었다. 새 대통령은 공정한 경쟁 속에서 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을 통합함으로써 공동체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게 함의다. 셋째,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며 뜨겁게 협치를 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상대방과 대화하고 관용을 베푸는 이유는 자신이 우월하고 남에게 시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교만하지 말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면서 선정을 펼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옳고 그름이라는 것은 결국 넓게 보느냐 좁게 보느냐, 멀리 보느냐 가까이 보느냐의 차이다”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어느 후보가 지지도에서 앞서느냐보다는 누가 넓게 보면서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인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성공한 대통령과 뜨거운 포옹을 할 수 있다.
  • ‘여당과 대연정’ 놓고 한판 붙은 문재인·안희정

    ‘여당과 대연정’ 놓고 한판 붙은 문재인·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3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구상과 관련, “새누리당 또는 바른정당과의 어떤 대연정에도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안 전 지사가 “누구든 개혁 과제에 합의한다면 (대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 국민 요구에 따르는 세력이라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문 전 대표가 ‘노무현’이란 정치적 뿌리를 공유하는 안 전 지사를 비판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달 당내 ‘개헌문건 파동’과 관련해 안 지사가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소하기 위해 문 전 대표가 나서 주셔야 한다”고 했지만, 문 전 대표는 응전을 자제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가 10% 지지율을 돌파하면서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다크호스로 부상하자 ‘일합’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지배적이었다.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팹랩’(3D프린터 등으로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공공 제작 공간)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도 개별적으로는 함께할 수 있는 의원들이 몇 분 있을 수는 있지만 당 차원의 연정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 국정 농단, 헌정 유린에 대해 국민에게 속죄하는 그런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대연정도 지역 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에 방점이 있었다. 선거제도 개편을 조건으로 한나라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셨지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안으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그런 제안조차도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고, 말하자면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면서 “대연정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 안 지사가 “대연정을 꾸리는 것이 노무현 정부 때 구상한 헌법 실천 방안이며 미완의 역사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이에 대해 안 지사는 이날 경북 안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수가 협동하며 정부를 운영해야 국민이 원하는 ‘안 싸우는 정치’가 가능하다. 국회에서 단순한 과반이 아니라 좀 더 확대한 연정을 하자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나의 연정 제안”이라면서 “연정 범위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을 배출한 당 원내대표가 정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확전을 우려한 듯 더이상 언급은 자제했다. 대신 안 지사 측 정재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연정에 대해 일부 대권주자가 비난을 쏟아 놓는 현실을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연정 발언은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시대교체 리더십’을 제안한 것”이라며 “기존 사고방식이나 논리구조의 잣대로 본다면 비판과 비난의 낚시 바늘에 낚일 수밖에 없는 발언일 수 있지만, 욕먹을 각오를 하고 ‘진짜 용기’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 달 새 지지율 껑충… 안희정 “정권교체 그 이상 실현”

    한 달 새 지지율 껑충… 안희정 “정권교체 그 이상 실현”

    “집권하면 여당과도 대연정 가능” ‘1.7%(2016년 12월 27~29일)→11.1%(2017년 2월 1일).’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에이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1.7%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11.1%로 여야 통틀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두 기관의 조사 방법이 달라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안 지사는 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권 교체,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저 안희정”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의 자신감은 그의 최대 약점인 ‘인지도’가 높아진 데서 비롯됐다. 안 지사는 최근 개그맨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해 정치인 같지 않은 소탈한 모습으로 젊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진보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차원에서 의논한 합의에 대해 존중하겠다”고 밝혀 중도·보수층을 끌어안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원래 지지층은 안정감을 추구하는 40~50대였는데 20~30대 사이에서 안희정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게 긍정적”이라면서 “반 전 총장 불출마로 충청 표까지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탄력받은 안 지사는 이날 ‘대세론’의 주인공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기존의 낡은 여야와 진보, 보수를 나누는 이분법적 리더십이 아닌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다른 후보(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는 일자리, 4차산업, 재벌개혁 등에서 정부 주도형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또한 “원내 다수파를 형성해 그 다수파와 대연정을 꾸리는 것이 노무현 정부 때 구상한 헌법 실천 방안”이라며 “그 미완의 역사를 완성할 것”이라고 ‘대연정’ 구상을 밝혔다. 안 지사는 CBS라디오에서 ‘새누리당도 연정 파트너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든 개혁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 국민 요구에 따르는 세력이라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권 연합정권을 만들어야지 적폐 세력과 대연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전문] “유엔 명예에 큰 상처…국민께 큰 누 끼쳐”…潘 불출마 회견 전문

    [전문] “유엔 명예에 큰 상처…국민께 큰 누 끼쳐”…潘 불출마 회견 전문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회견에서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반 전 총장의 기자회견문 전문. 갑자기 요청한 기자회견에 대해서 여러분 많이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월 12일 귀국한 이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하여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을 만나고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종교사회학계 및 정치분야의 여러 지도자들을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은 우리나라가 정치, 안보,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 있어서 위기에 처해있으며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인해서 쌓여온 적폐가 더 이상은 외면하거나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들을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국가리더십의 위기가 겹쳤습니다. 특히 이러한 민생과 안보, 경제 위기 난국 앞에서 정치지도자는 국민들이 믿고 맡긴 의무는 저버린 채 목전 좁은 이해관계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많은 분들이 개탄과 좌절감을 표명했습니다. 제가 10년간 나라 밖에서 지내면서 느껴왔던 우려가 피부로 와 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돌면서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보면서 그들의 지도자를 본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정치에 투신하겠다는 것을 심각히 고려해왔습니다.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문화를 이루어내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저도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그간 제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저를 도와 가까이서 함께 일해 온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의 태도도 버려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우리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지난 10년간에 걸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가정에 부디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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